이서현

이서현 차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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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서현 차장입니다.

baltika7@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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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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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3%
문학/출판3%
  • [종이비행기]‘덕업일치’의 행복을 꿈꾸며…

    점심 산책 겸 우연히 찾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사 수업을 지루해했던 이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곳이지만 시각을 달리 해 보면 이곳은 행복한 ‘덕후’였던 조상들의 성전(聖殿)이다. 튼튼한 두 다리를 친구 삼아 전국을 누비며 만든 대동여지도나 고즈넉한 전시실 안에 두둥실 떠오른 달항아리(사진),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감히 추측하기도 어려운 신라 금관을 보고 있으면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 ‘성덕’(성공한 덕후)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라는 말의 등장은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시대를 열었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처럼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독특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2200년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묵묵히 덕업일치를 행하며 행복하게 사는 우리 주변 어느 ‘덕후’의 노력이 당당히 전시실 한 칸을 차지하기를.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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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플러스, 노무현 前대통령 비하 일베 사진 방송 물의

    SBS플러스 시사풍자 프로그램 ‘캐리돌 뉴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캐리돌 뉴스’는 유명인을 닮은 인형을 출연시키는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는 17일 오후 11시 10회 방송의 ‘밤참뉴스’란 코너에서 역대 대통령 사진이 실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이미지를 소개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표지는 원본의 글귀를 교묘하게 바꿔놓은 일베 이미지를 내보낸 것. 일베는 ‘Hello, Mr. Roh’를 ‘Go to Hell(지옥 가라), Mr. Roh’로, ‘New President’를 ‘New Corpse(시체)’로 조작해 온라인에 퍼뜨렸다. 조작된 이미지가 사용된 것이 알려지자 SBS플러스 홈페이지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비난의 글이 빗발쳤다. 청와대 역시 “해당 방송사에 엄중한 경과 조사와 관련자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SBS플러스 제작진은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사전에 충분히 필터링하지 못한 명백한 실수로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클립의 서비스를 중지하고 내규에 의거해 담당자에 대한 인사조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SBS가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 게 이미 여러 차례’라며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8월 메인 뉴스인 ‘8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합성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런닝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한밤의 TV연예’ 등이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SBS에서 일베 이미지 방송사고가 벌써 10번째다. SBS플러스 관계자는 “상처받은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그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캐리돌 뉴스’로선 이번 실수로 진의를 오해받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보도했다 홍역을 치렀던 SBS는 18일 해당 책임자를 중징계했다. 기사를 담당했던 뉴스제작1부장을 정직 3개월에 처한 것을 비롯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뉴스제작부국장, 취재기자에게 감봉 3∼6개월의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메인 뉴스 앵커를 맡았던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보직에서 해임되고 선임기자로 발령됐다. 메인 뉴스 앵커는 22일부터 김현우 앵커로 교체된다.정양환 ray@donga.com·이서현 기자}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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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재의 비밀은 아빠의 열정과 이해

    SBS ‘영재발굴단’은 대한민국 부모들의 욕망을 콕 집어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5년 3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 ‘평범한 아이들의 재능을 빛바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매회 6∼7%의 시청률로 방송 2년 만에 100회를 훌쩍 넘겼다. 프로그램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선행학습에 뛰어난 좁은 의미의 ‘영재’로부터 탈피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열정과 창의력이 있는 아이들을 찾자’는 기준에 따라 자동차, 발명, 그리기 등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있는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오가며 상상으로 가득한 세밀한 우주 그림을 그리는 강범진 군(88회 방송), 28층에서 내려다본 자동차의 지붕만 보고도 차종을 척척 맞히는 ‘자동차 박사’ 김건 군(46회 방송) 등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는 대표적 열정·창의형 영재들이다. 아이들의 재능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주인공은 사실 따로 있다. 영재 뒤에 있는 아이들의 부모다. ‘영재발굴단’ 황성준 PD는 “100회 넘게 촬영하면서 영재들의 비밀은 ‘아빠 육아’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영재로 출연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회사일로 바빠도 아이의 관심사와 행복에 늘 관심을 가지는 아버지와 함께한다는 것. 아버지들이 아이의 성적이나 성과보다는 재능 그 자체에 관심이 많고 교육 철학이 확실한 것도 특징이다. 가수이자 변호사인 이소은 씨, 피아니스트 이소연 씨 자매와 아버지 이규천 씨가 출연한 ‘아빠의 비밀’ 편(93회)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자매는 저마다 미국에서 변호사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좌절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자매를 다독인 것은 아버지에게서 온 한 통의 메일. “아빠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지, 네가 잘할 때만 사랑하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였다. 100회 넘는 방송을 통해 황 PD가 터득한 ‘영재를 만드는 비결’은 이렇다. “한국 부모들은 남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요. 남의 집 아이의 공부법, 전문가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행복하게 꿈을 이뤄가는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잘 이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다고요? 답은 아이에게 있으니 잘 관찰해 보세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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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감독판은 ‘팬심의 바로미터’

    《“배우들의 드라마 촬영 뒷이야기가 충실해서 정말 만족스러워요.” “PD님 마지막까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올해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 팬클럽 회원들 사이의 대화다. ‘도깨비’ 팬 2만여 명은 드라마 방영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감독판 블루레이·DVD 제작 추진 카페를 만들어 약 6개월 만에 발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소량 생산되는 감독판 블루레이는 20만∼30만 원, DVD는 10만∼20만 원가량의 높은 가격에도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뭘까.》  블루레이는 기존 CD나 DVD와 같은 크기의 디스크에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저장장치다. 인기 드라마를 고화질 기념품 형태로 소장하려는 팬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방송가에서는 감독판 블루레이·DVD 제작 여부가 드라마의 성패를 나타내는 새로운 ‘팬심의 지표’가 되고 있다. 팬덤(특정 인물과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현상)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보니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다고 무조건 감독판 블루레이나 DVD 제작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낮은 시청률에도 블루레이·DVD 발매 추진 열기가 뜨거운 작품도 있다.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나 ‘쇼핑왕 루이’ 등은 시청률이 10%대 안팎에 머물렀지만 갈등 없는 ‘착한 드라마’라는 평판과 주연 배우들의 팬덤에 힘입어 블루레이·DVD 제작이 추진됐다. 최근에는 해외 팬들까지 가세해 ‘역도요정 김복주’는 중국 팬 구입 비중이 35%, ‘쇼핑왕 루이’는 일본 팬 비중이 20%에 이른다. 감독판 블루레이·DVD는 주로 드라마 자체의 팬클럽이나 주연 배우와 작가의 팬덤이 주도해 만든다. 이들은 제작 카페를 개설해 방송사 및 제작사와 구성 내용을 협상한다. 주로 본편 방송 외에 방송에서 시간과 심의 등 이유로 편집된 장면, 감독이 뽑은 명장면, 대본집과 출연 배우들의 화보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모두 팬들의 요구에 좌우되는 맞춤형 소량 생산 방식이다. 감독판 블루레이 제작사 이엔이미디어 권동호 실장은 “별도 제작비에만 수억 원이 드는 데다 추가 편집 작업 등 제작에 6∼8개월이 걸린다”며 “그러나 PD와 제작사는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인지도를 쌓을 수 있고 팬들은 소장 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어 양쪽 모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사와 유통사는 팬덤의 까다로운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역도요정 김복주’의 구매 특전으로 제공되는 한얼체대 ‘과잠’(학과 점퍼)이나 ‘쇼핑왕 루이’의 기념품 황금 오르골 등은 드라마 소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도깨비’ 블루레이·DVD 판매처 예스24는 이례적으로 ‘도깨비’ 구매 고객만을 위한 별도 상담 라인을 개설했다. 예스24 음반·DVD팀 신용주 MD는 “감독판 블루레이는 제작 과정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제기하는 까다로운 고객들의 공동구매 형태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이고 일관성 있는 응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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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익선동의 미래

    몇 년 전 ‘서울’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취재하러 서울 종로3가 북쪽 익선동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홍익대 일대의 임차료가 치솟자 이들은 돌고 돌아 결국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고 했다. 빛바랜 간판이 매력적인 세탁소, 철학관 사이 한옥 한 칸에 자리 잡은 이들의 작업 공간은 ‘힙(hip)’함 그 자체였다. 최근 다시 찾은 익선동(사진)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스타그램 속 ‘#익선동’은 이제 망원동과 서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낡은 한옥마다 들어찬 수제 맥줏집과 아기자기한 음식점, 카페가 모여 자연스럽게 신흥 힙 타운(hip town)을 만들었다. 음악과 담소가 오가는 쉼터인 동시에 뜨거운 젠트리피케이션(번성한 동네의 임차료가 올라 기존 주민들이 떠나는 현상)의 현장이기도 하다. 익선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삼청동, 가로수길, 홍익대 앞이 모두 한 번씩 겪은 주민, 임차인, 투자자들의 갈등을 넘어 주머니 가벼운 예술가들까지 품는 모두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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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당? 썸? 그런 거 난 몰라” 드라마 대세는 ‘직진男’

    한동안 ‘김첨지’ ‘츤데레’(겉으론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가 인기였다면 이제는 직선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직진남’의 시대다. ‘직진남’의 사랑법은 단순하다. 연애 전 거쳐야 하는 ‘밀당’이나 ‘썸’을 타는 과정도 없다.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볼 때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듯하다. 최근 시청자들의 인기를 끄는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다.○ 대세는 ‘직진남’ “저 ‘심쿵’(심장이 쿵 떨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것) 직진남.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최근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 달린 댓글이다. 여기서 직진남은 연상의 강민주(김희애)에게 저돌적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박준우(곽시양)를 일컫는다. 준우는 “밀당하는 거 싫다. 사귀자”며 “누가 좋을 땐 그냥 다 막 좋은 것”이라며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는 직진남의 또 다른 매력은 다른 여자에겐 매우 차가운 것. 준우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여성에겐 “좋아하는 사람 생겼으니 연락하지 마라”며 단칼에 거절한다. 이번 주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아예 직진남을 홍보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남성 주인공 왕소(이준기)의 해수(아이유)를 향한 마음을 “위험함 속에서 싹트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직진남 행보”라고 소개했다. 누리꾼들도 고려시대 인물인 극 중 왕소에게 ‘고려 직진남’이란 별명을 붙였다. 직진남 캐릭터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KBS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의 김상민(성훈)부터. 앞뒤 재지 않고 한 여자만 바라보는 캐릭터로 나온 그는 “난 하루 종일 니 생각만 해” “밤새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결혼” 등 닭살 멘트를 날리며 연태(신혜선)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한다. 직장인 서경혜 씨(33·여)는 “드러내지 않고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거침없이 ‘들이대는’ 상민 캐릭터를 보면 대리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직진남’ 캐릭터의 공통점은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배려다. 7월 초 종영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성재(주현) 역시 ‘중년의 젠틀한 직진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혼에 찾아온 사랑 희자(김혜자)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데 희자가 싫다고 하면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밀당’과 ‘썸’ 넘치는 세태 반영 직진남들이 뜨기 전 대세는 ‘츤데레’였다. 덕선(혜리)을 퉁명스럽게 구박하면서도 비 오는 날 말없이 우산을 챙겨 독서실 앞으로 가는 ‘응답하라 1988’의 김정환(류준열)은 츤데레의 상징으로 꼽혔다. 은근과 끈기가 매력인 츤데레에 비해 직진남은 솔직함과 배려로 승부한다. 최근 직진남들이 인기를 끈 것은 ‘밀당’(남녀 간 묘한 심리싸움) ‘썸’(연애 전 미묘한 감정) ‘어장관리’ 등 불확실한 연애가 넘치는 세태에서 확실한 느낌을 주는 연애에 대한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 씨는 “요즘 젊은 세대는 좀 더 좋은 조건의 사람을 따지고 찾는 데 익숙하다. 편안하고 순수한 사랑, 계산 없는 사랑을 주는 캐릭터가 오히려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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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아이 키우기는 모두의 몫”

    ‘아빠나 고모의 시각에서 보는 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육아를 다룬 웹툰의 시점이 엄마에서 아빠와 고모, 이모 등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 다둥이 가족, 싱글맘 등 웹툰 속 가족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모두의 몫’이 된 육아 세태를 반영한 ‘육아툰 2.0’시대다. 남지은, 김인호 작가의 ‘패밀리 사이즈’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다둥이 가족 이야기다. 아들 셋에 이어 막둥이로 태어난 귀여운 딸 ‘랄라’, 작가 부부까지 여섯 가족이 겪는 좌충우돌 육아 에피소드가 흥미롭다는 평이 나온다. 다양한 연령 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다둥이 육아의 어려움 등을 전한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작가 ‘서랍천사’가 연재한 ‘아빠는 16세’는 본격 아빠 시각의 육아 웹툰이다. 엄마가 외출하면 두 아들과 ‘멘붕’에 빠지다가도 종이상자와 물감을 이용해 놀이 도구를 척척 만들거나 색종이를 접어 주사위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만만치 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재밌게 놀아주는 아빠에게 “아빠 또 해줘”라고 말하는 아이의 반응에서 느껴지는 가슴 찡한 감동은 덤이다. 김진 작가의 ‘아랫집 시누이’는 ‘고모툰’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김 작가가 오빠 부부와 주택의 위아래 층에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누이와 올케, 시어머니(김 작가의 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따뜻한 정과 조카 ‘구리구리’를 향한 고모의 넘치는 애정은 요즘 조카에게 사랑을 쏟는 수많은 ‘조카 바보’들을 떠올리게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 스토리를 한 컷으로 표현한 심재원 씨의 ‘천천히 크렴’은 제목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에 대한 아빠의 애틋한 마음이 한 편의 시화(詩畵)처럼 표현돼 있어 육아 카페에서 추천하는 작품이다. ‘아랫집 시누이’를 출판한 애니북스 관계자는 “출산, 육아 작품은 여러 세대의 공감을 얻어 시류에 관계없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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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다각화-웹콘텐츠 활성화 통해 對中 의존도 줄여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설이 일면서 한류산업 시장에 ‘위기론’이 감돌고 있다. 업계는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면서도 △해외시장 다각화 △국경과 상관없는 웹 콘텐츠 등 새로운 유통경로 개발 △완벽한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등을 통해 안정적 한류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류,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의 중국(홍콩 포함) 수출액은 2014년 기준 약 13억4123만 달러(약 1조4481억 원)로 전체 수출액 중 26.2%를 차지했다. 지역·국가별로는 일본(약 15억9747만 달러) 다음으로 높다. 한류 엔터테인먼트산업 대표주자인 SM과 YG, JYP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각각 35%와 20%,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류 문화상품 시장의 다양한 경로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의 소성민 이사는 “중국에서 한류의 독점적 지위는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유럽과 아랍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 투자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SM은 2011년 태국 최대 미디어 그룹인 ‘트루 비전스 그룹’과 현지 합작법인 ‘SM 트루’를 세우는 등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 CJ E&M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뒀고, 터키와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YG와 JYP 역시 미주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대형업체와 손잡고 완벽한 현지화를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영화 배급투자사 쇼박스는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한중 합작영화 ‘뷰티풀 액시던트(美好的意外·미호적의외)’를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중국 화이브러더스미디어 주식유한공사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라 한류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급투자사 NEW 역시 중국 화처미디어그룹과 현지 회사를 차렸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신산업 유통구조 활성화와 정부의 위기대응전략 마련도 중요 이참에 기존 콘텐츠 수출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문화콘텐츠 유통 경로를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방송시청(OTT) 서비스와 ‘웹드라마’ ‘웹툰’ 등 웹 콘텐츠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PD는 “전통적인 TV 드라마나 음반 판매에서 벗어나 웹을 기반으로 한 시장을 구축하면 최근과 같은 사례가 벌어져도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한류 콘텐츠 위기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673억 달러(약 185조5524억 원). 4년 뒤인 2019년에는 2475억 달러(약 274조5022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맞아 손놓고 있다간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류가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한 제작사 대표는 “이명박(MB) 정권 당시 한일관계가 경색됐을 때 움츠러든 일본 내 한류가 지금도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한류를 정책 홍보에만 이용하려 하지 말고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구체적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이서현 기자}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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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트렌드/이서현]‘사과’의 유통기한

    바깥 온도가 32도를 넘어섰지만 평화로운 7월 말 오후였다. 에어컨 옆에 앉아 뉴스를 클릭하기 전까지는. 우연히 본 환경부발 기사에서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유해물질이 함유된 항균필터를 사용한 에어컨 명단을 발견했다. 3년이나 쓴 우리 집 에어컨 모델명이 거기 있었다. 환경부 보도자료로는 모델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어 제조사의 모바일 서비스센터에 접속했다. 인터페이스는 정장을 잘 차려입은 말쑥한 제조사 직원을 마주하는 것처럼 완벽했다. OIT가 유해물질인지는 논란이 있으나 새 필터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두 번 클릭하지 않아도 제품명과 일련번호만 입력하면 환경부 발표 제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비스센터에서 친절하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공기청정 필터 교환 신청이 접수되었습니다.’ 문제의 필터는 내 손으로 제거했고 새 필터는 그로부터 열흘 뒤 택배로 도착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물 흐르듯 처리된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세련된 직원에게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기대했던 건 공짜 필터가 아니라 ‘많이 놀라셨죠.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였다. 캐나다 가수 데이브 캐럴이란 사람이 있다. 캐럴은 2008년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미국 시카고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를 탔다가 수하물로 맡긴 자신의 기타가 화물칸에 마구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다. 도착지에서 기타는 부러져 있었다. 미국 공항에서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9개월이 지나서야 e메일이 도착했다.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캐럴은 ‘유나이티드는 기타를 부순다네(United Breaks Guitars)’라는 제목의 재치 있는 노래와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업로드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 동영상은 1500만 번 넘게 클릭됐고, 여전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공유되고 있다. 캐럴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 사례로 강의까지 했다. 그 사이 항공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이후 평판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카고 공항에서, 고객센터에서, 본사에서 단 한 명이라도 캐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기업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올해 소비자들은 여러 기업이 만든 ‘고객관리 매뉴얼’의 민낯을 목격했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진심으로 건네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확인했다. 자동차 연료소비효율과 엔진 성능을 자랑했던 기업은 ‘개별 응대는 안 된다’는 해외 본사 지침을 내세우다가 여론에 밀려 뒤늦은 사과를 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를 잃은 고객들과 사고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사과를 한 기업 간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공들여 구축한 그들의 브랜드 가치는 결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각종 위기관리 매뉴얼과 즉각적인 대응, 창구의 일원화…. 에어컨 제조사와 항공사, 올해 논란을 빚은 모든 기업의 고객 담당자들은 사실 누구 못지않은 리스크 관리의 전문가들일 것이다. ‘고객 만족’이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사내 교육도 받을 것이고, 서비스센터 사이트를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개선할 수 있는지 치열한 회의도 했을 것이다. 그 회의에서는 피해 고객이 회사로부터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지 제대로 논의됐을까. 완벽한 매뉴얼과 회의 자료 안에는 과연 ‘사람’이 있었을까. 이서현 문화부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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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工大웹툰 인기

    ‘공대생은 칵테일을 교반기(물질을 휘젓는 실험 기기)로 탄다?’ 공대생을 소재로 한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1년 내내 이어지는 시험, 밤샘 실험과 과제, 석·박사 과정까지 이어지는 실험실 생활…. 공대생들의 괴로운 대학 생활을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처럼 코믹하게 비튼 것이 매력 요소다. 네이버에서 올해 5월부터 연재 중인 최삡W 작가의 ‘공대생 너무만화’(사진)는 내신도 수능도 그저 그런 주인공 강지우가 명문 ‘최공대학교 사회에코시스템디자인과(옛 토목공학과)’에 입학해 만만찮은 공대 생활에 적응하는 이야기다. 논문 작성과 교수 강의 보조로 녹초가 된 조교,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지는 시험, 공대생 공식 패션인 ‘X축과 Y축의 컬래버레이션’ 체크무늬 셔츠, 공대에 드문 여학생에 열광하는 모습은 전공을 불문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최삡W 작가는 SK하이닉스 기업 블로그에도 ‘공대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웹툰을 연재 중이다. 공대 웹툰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단순히 유머 때문만은 아니다. 어려운 공부에 비해 더 어려운 취업, 엔지니어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등 ‘웃픈’ 현실이 군데군데 녹아있기 때문이다. 웹툰 플랫폼 코미코에서 연재하는 전혜진, 이수현 작가의 ‘펌잇’에는 이 같은 사회 현상이 적절히 어우러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주인공 진수의 공대 출신 아버지가 운영하는 치킨집 이름은 ‘포닭’(박사 후 과정의 패러디)이다. 올해 1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김은익 작가의 ‘공대생툰’은 전자공학과 신입 여대생의 진솔한 공대 적응기로, 현재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 게시판에서 평점 9.9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댓글에는 “문과생이지만 공대생들 고생하는 것 잘 알고 있다”는 응원과 공감이 이어지거나 웹툰에 등장한 공대 시험 문제를 전공자들이 함께 푸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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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김우빈-수지 팬미팅 사흘앞 돌연 연기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 내 한류 드라마, 예능, 가요 등 대중문화와 여행업계에 대한 보복 제재 가능성이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KBS 2TV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김우빈과 수지의 팬미팅 행사가 불과 사흘 앞두고 돌연 연기됐다. 행사 주최자인 중국 동영상 업체 유쿠(優酷)는 3일 국내 제작사 삼화네트웍스에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행사 연기를 통보해왔다. 지난달 6일부터 양국에서 동시 방송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중국 내 최단기간 4000만 뷰 돌파 기록을 세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삼화네트웍스 관계자는 “정확한 연기 사유와 추후 일정이 알려지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우 유인나도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샹아이촨쒀첸녠(相愛穿梭千年)2: 달빛 아래의 교환’ 촬영에서 하차하고 다른 중국 여배우로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나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제작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게 사실”이라고 하차 가능성을 인정했다. 중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한 감독은 “지난주 중국에 갔다 왔는데 촬영할 때 관공서에서 세세한 것까지 체크하는 등 확실히 분위기가 삼엄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주한 중국대사관도 한국인의 상용(商用) 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기업인이 상용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초청장 발급을 대행하던 중국 내 업체가 발급을 2일부터 돌연 중단했다. 상용 비자는 해외 기업인들에게 발행하는 비자로,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횟수 제한 없이 중국을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한 비자다. 이전에는 국내 비자대행 업체에서 일괄 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직접 중국 내 업체나 정부를 통해 초청장을 받아야 해 절차가 까다로워졌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최고야 기자}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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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7년된 ‘꽃남’ 식지 않는 인기… 자발적 번역 언어만 총46개

    《신선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K드라마’의 인기가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와 함께 최근 3년 반 동안 해외 시장의 K드라마 시청 트렌드를 분석했다. 비키는 월 순방문자가 4000만 명에 이르는 한류 콘텐츠 최대 규모 플랫폼이다.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K드라마의 생명력은 더 강해지고, ‘유통 영토’도 넓어지고 있다. 북미, 중남미에 이어 러시아, 폴란드, 알바니아 등 ‘뉴 한류 존’의 성장도 확인했다.》지금까지 전 세계 한류 팬들이 가장 좋아한 한국(K) 드라마는 뭘까. 동아일보와 전 세계 드라마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VIKI)’가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K드라마 인기 순위 등을 분석한 결과, 이민호 구혜선이 주연한 ‘꽃보다 남자’가 ‘K드라마의 제왕’으로 나타났다. ‘꽃보다 남자’는 국내에서 2009년 방영된 작품임에도 2013∼2016년 꾸준히 5위 안에 오르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또 비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한 자막의 언어는 총 46개에 이른다. 그동안 K드라마에 대한 분석은 가깝고 큰 시장인 중국 위주로 이뤄졌지만 미주, 유럽 등 서구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류 스타 주연 로코·학원물의 강세 ‘꽃보다 남자’의 롱런과 함께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2015년 ‘그녀는 예뻤다’, 2016년 상반기 ‘태양의 후예’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재생된 드라마로 분석됐다. 인기 드라마 상위권에는 학원물과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꽃보다 남자’의 장수 요인 역시 젊은층이 공감할 만한 학교생활과 로맨스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KBS아메리카의 안정문 이사는 “해외에서 온라인을 통해 K드라마를 보는 주 시청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드라마 ‘후아유’처럼 젊고 개방적인 내용의 학원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스쿨 러브온’ ‘후아유’ ‘무림학교’ 등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은 국내 인기와 무관하게 해외에서는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이돌 가수가 주연인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많다. 해외 시장에서는 ‘K팝은 K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샘플이자 이력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비스트 멤버 이기광이 주연을 맡은 tvN의 4부작 드라마 ‘스무살’은 국내 최고 시청률이 0.69%에 불과했지만 비키 사이트에서는 아랍어와 그리스어 등 42개 언어로 번역됐고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KBS ‘사랑비’도 국내에선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의 인기에 힘입어 남미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북미는 ‘가족물’, 유럽은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가족을 중시하는 북미에서는 국숫집을 운영하는 삼대(三代)의 이야기인 ‘백년의 유산’, 신분이 바뀐 가족의 사연을 다룬 ‘왔다, 장보리’ 같은 드라마가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일중 미국사무소장은 “가족물의 선전은 해외에서 K드라마 시청층이 30, 40대 이상 연령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 ‘힐러’ ‘그녀는 예뻤다’ ‘주군의 태양’ 같은 멜로물이나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중남미는 캐스팅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배우 박신혜는 ‘중남미 시장의 퀸’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 안에 그가 출연한 작품인 ‘피노키오’ ‘미남이시네요’ ‘이웃집 꽃미남’ 등 총 3편이 포함됐다. 이민호(꽃보다 남자, 시티헌터)와 장근석(사랑비, 미남이시네요)도 각각 2편을 순위 안에 올렸다. ○ K드라마의 경쟁력은 세련된 스토리와 압축적 구성 콘텐츠 전문가들은 K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세련된 스토리와 압축적 구성, 국경을 뛰어넘은 보편적 정서를 꼽았다. 시즌제가 정착된 미국 드라마는 뒤늦게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하면 이전 시즌을 ‘복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남미 역시 ‘텔레노벨라’로 불리는 일일 드라마는 보통 100회가 넘는 대작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K드라마는 16∼24회의 압축적 분량에 희로애락이 모두 포함돼 있어 집중도가 높고 시청이 수월하다는 것. 또 폭력과 선정성이 배제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가족 드라마 장르가 대부분이라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고려대 민족문화원 오인규 교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여성 주인공과 부드럽고 인간적인 매력의 남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스토리가 한류 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뉴 한류 존(zone)’의 성장 최근 2년 새 K드라마 시청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는 러시아, 그리스, 벨기에로 나타났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권 시장 역시 ‘뉴 한류 드라마존’으로 떠올랐다. 2년 동안 비키 사이트 재생 시간이 200%나 증가한 러시아에서는 ‘아시안 드라마’라는 한류 팬 사이트를 통해 K드라마의 최신작 정보가 공유된다. 루마니아에서는 ‘해를 품은 달’ ‘유령’ 등이 TV와 인터넷에서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 루마니아어와 폴란드어는 각각 비키 사이트에서 자막 번역이 가장 많이 된 언어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뉴 한류 존이 떠오르며 국내 제작사들은 중국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랍과 남미 등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김연성 HB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사는 “K드라마는 이제 세계 모든 시장에 동시에 방송되는 대표적 수출산업”이라며 “각국 드라마 시장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스토리 라인에 해외에서 인기 있는 소재와 배우 캐스팅을 최대한 반영하려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이지훈 기자}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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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드라마는 자막을 타고…누군가 영어 자막 올리면, 각국 언어로 번역돼 퍼져

    K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드라마 대사를 각국 언어로 번역한 전 세계 열성 팬들의 활약 덕분이다. ‘비키’는 독특한 자막 시스템을 운영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회원이 1차로 영어 번역을 올리면 세계 각국 사이트 이용자들이 자국 언어로 자막을 번역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된다. 비키 이용자는 누구나 번역 작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번역 사이트 등을 이용한 마구잡이 번역을 막기 위해 자막의 품질을 검수하는 봉사자들도 있다. 두 손자를 둔 할머니인 페루의 다니엘라 씨는 영어-스페인어 번역을 담당한다. 그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본 뒤 한국 드라마 마니아가 됐다”며 “남미 드라마는 항상 디즈니의 공주 이야기처럼 결말이 정형화돼 있는데 한국 드라마는 더 현실적인 반전이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학생인 마치 씨는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아시아 특유의 정서적이고 감성적 요소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자막 번역의 가장 큰 난관은 한국어의 ‘존댓말’ 개념이다. 브라질 헤시피에 거주하는 여행사 직원 레시티아 씨는 영어-포르투갈어 번역을 담당한다. 그는 “존칭이 없는 영어를 1차 언어로 삼아 번역하기 때문에 한국 대사의 의미를 그대로 살리려면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한국 사극 번역은 그런 면에서 번역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 드라마 장르가 스릴러, 법정물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을 반기며 소재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치 씨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스포츠물이나 SF 등 다양한 장르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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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자본, K웹툰 판권 ‘사냥’

    K웹툰에 대한 중국 자본의 ‘판권 사냥’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초 서울산업진흥원이 주최한 국제콘텐츠마켓 서울프로모션플랜(SPP)에서는 중국 쥐안스(卷石) 영화사와 웹툰 기획·제작사 ‘별책부록’이 국내 인기 웹툰 ‘위기의 범죄자’를 중국에서 16부작 웹드라마로 제작하는 협약을 맺었다. 같은 날 중국 콘텐츠기업 ‘IIE 스타그룹’도 웹툰 제작업체 ‘유주얼 미디어’와 중국 내 웹툰 연재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중국 최대 드라마 제작사 화처(華策)그룹이 ‘거울아씨전’ ‘부탁해요 이별귀’ ‘저스트원샷’ ‘캐셔로’ ‘죽어도 좋아’ 등 5편을 영화나 드라마, 웹드라마로 제작하기로 카카오와 합의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우회 위해 ‘K웹툰’ 사냥 중국 업체들이 K웹툰 저작권을 직접 사들이는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중국의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내세우며 외국산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중국 업체들은 K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의 판권을 들여와 자국에서 틀거나 리메이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자국의 모든 위성 방송국이 황금 시간대(오후 7시 반∼10시 반)에 해외 프로그램 판권을 수입해 리메이크한 프로그램을 1년에 두 편만 틀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국 방송사가 외국 기관과 협력하거나 외국인을 주 제작자로 기용해 만든 프로그램은 ‘판권 구매에 의한 외국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작인 K웹툰을 아예 사들여 중국 배우를 쓰고, 중국 현실에 맞게 변형한 뒤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려는 것이다. 중국 콘텐츠기업 이스트타이거 한국지사 이진우 대표는 “드라마 판권보다 웹툰 판권을 사는 것이 더 쉽고 규제를 피하기도 좋다”며 “특히 웹드라마로 제작할 경우 적은 투자금으로 더 빠르게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영향력 분석하는 스마트한 중국 자본 중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장르 선별과 수익성 계산 등에서 중국 측의 분석도 정교해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3월 계약한 웹툰 5편의 경우 중국 측이 처음부터 지정해서 제안했다”고 귀띔했다. IIE 스타그룹 김동윤 한국사업팀장은 “중국 내 반응뿐 아니라 제작비 규모, 2차 저작물 활용 가능성, 수익 분배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의 구매 파워가 더욱 거세지는 것에 대비해 영상화 판권 계약 외에 웹툰 저작권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연구원은 “‘포켓몬 고’가 ‘포켓몬’이라는 만화 캐릭터 저작권과 정보기술(IT) 신기술이 만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듯 국내 웹툰도 중국에서의 영상화 성공 이후 2차 부가가치 창출까지 내다보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드라마나 영화의 스토리 저장고 역할을 해온 웹툰에 대한 중국과 국내 콘텐츠 기업 간의 ‘판권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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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흑인 제임스 본드 등장 환영” “다양한 ‘본드’ 나올 차례”

    ‘차기 제임스 본드는 흑인이 될까?’ 27일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할리우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최근 “다양한 인종이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이드리스 엘바(사진)가 차기 007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벤저스’와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흑인 배우 이드리스 엘바는 차기 제임스 본드로 거론된다는 최근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ABC방송의 TV쇼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제안이 온 적도 없고 나 역시 제작사에 요청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007 스펙터’를 마지막으로 대니얼 크레이그가 하차한 뒤 차기 007로는 엘바를 비롯해 ‘어벤저스’에 출연한 톰 히들스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톰 하디와 니컬러스 홀트, BBC 드라마에 출연한 에이단 터너, 제임스 노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흑인 007이 좋다는 스필버그 감독 의견에 찬성한다”, “이제는 다양한 ‘본드’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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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먼 인 컬처]잘록한 허리… 풍선같은 가슴… 게임속 민망한 여성 캐릭터들

    《 검은 슈트 한 장 달랑 걸치고 2월부터 7월까지 지구의 문화를 우주로 전송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네 명의 에이전트 2, 5, 7, 41. M.I.C(맨 인 컬처·Man in Culture) 본부는 최근 폭염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더위를 식힐 망사 소재 슈트 한 벌이라도 보내줄 생각은커녕 이들이 보내온 보고서의 치명적 결함을 해결하겠다며 모종의 대책을 마련했다. 4명의 에이전트는 모두 ‘XY염색체(남성)’ 아닌가! ‘맨스플레인(man(남자)과 explain(설명하다)을 합친 신조어)’에 이어 ‘우먼스플레인’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M.I.C는 W.I.C(우먼 인 컬처·Woman in Culture)와 긴급 수뇌부 회의를 소집했다. 》XX염색체를 가진 ‘설명충’(‘무엇이든 설명하려 드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 임무를 받고 유부녀와 워킹맘으로 위장해 지구로 침투한 에이전트 23(이서현 기자)과 31(장선희 기자). 이들이 잠입한 서울 한 PC방. 에이전트 31은 화면 속에서 이상한 포즈로 흐느적거리는 여자를 발견했다. 넥슨의 신작 게임 ‘서든어택2’의 캐릭터 ‘미야’와 ‘김지윤’이 그 주인공. 총알을 피하는 데 최적화한 가는 허리, 에버랜드 하늘을 날아다니는 풍선 같은 가슴에 23과 31이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총에 맞은 캐릭터는 게이머에게 엉덩이를 보이며 망측한 자세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쓰러진 시체가 부르르 떠는 장면을 보고 에이전트 23, 31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성 캐릭터는 꼭 벗다시피 해야 하나요?” 서든어택2는 PC방에서 숙식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거대한 ‘논라너’(논란이나 물의를 일으킨 주체)로 등극했다. “저도 어릴 때 호기심에 여자 캐릭터를 산 적이 있어요. 캐릭터를 사면 엉덩이나 가슴이 돋보이는 야한 춤을 추는 ‘효과’ 기능도 있거든요. 솔직히 그냥 야한 잡지나 ‘야동’ 보는 것처럼 소비하는 거죠.”(서울 양천구 20대 A 씨·남) “여자 캐릭터는 꼭 벗어야 하나요? 차라리 비슷한 게임 ‘오버워치’를 해요. 벗지 않아도 ‘걸 크러시’의 매력이 넘치는 여자 캐릭터가 많아요.”(경기 수원시 20대·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게임이용자실태조사 보고서를 펼쳤다. 온라인 게임을 최근 1년간 한 적이 있는 남성 응답자는 51.2%였다. ‘여성’(25.2%)의 두 배에 이르렀다. 게임회사에서 남성에게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였다. ‘삼국지’ 게임 모델이 왜 유비가 아니라 초선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어쨌든 게이머들이 건전한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심의 등급을 강화했어야 하는 것인가. 에이전트 23, 31은 해답을 찾기 위해 게임콘텐츠등급심의위원회를 찾았다. 지난해 게임 개발사 넥슨은 첫 심의 때 캐릭터 미야와 김지윤을 제외한 기본 캐릭터를 제출해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뒤 두 캐릭터를 추가했다. 이것으로 논란이 일자 다시 해당 캐릭터를 삭제했다.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등 항목을 고려해 문제 장면이 게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지 등을 보고 있는데 게임업체가 이용 연령대를 고려해 자정 노력을 기울여 주셨으면 해요.”(김성심 심의위원)○ ‘성(性) 상품화’는 지구적 이슈 게임 속 여성 캐릭터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만이 아닌 지구적 차원의 문제였다. 여성 게임 인구가 늘어나고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모든 장르에서 성의 획일화, 대상화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인데 왜 성차별이나 정치관을 끌어들여?’라는 말은 정말 전형적인 반응이에요.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상의 캐릭터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게임칼럼니스트 폴 버호벤·2014년 TED 강연 ‘Sexism in Gaming’ 중에서) 미국 블리자드사 역시 게임 ‘오버워치’ 속 여성 캐릭터의 특정 포즈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이용자들의 비판이 일자 포즈를 바꾼 적이 있다. 두 에이전트는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로부터 W.I.C로 보낼 첫 보고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게임 ‘블레이드&소울’은 북미 버전 개발 당시에 개발자들이 ‘현지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 노출이나 체형, 의상 디자인에서 여성성이 부각되면 남성성도 함께 부각돼야 한다’는 논의를 벌였다. “아바타의 묘사는 이용자들의 문화권에 따라 편차가 크듯 ‘섹시한 여성’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요. 블레이드&소울은 북미 시장 버전에서 주인공들의 얼굴이나 의상도 변화시켰죠. 이용자들이 그걸 선호하니까요.” W.I.C 보고서에 포함시킬 사례도 발견했다. 여전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게임 ‘툼레이더’의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 역시 20년째 오지를 헤맨 노하우로 결국 큰 가슴과 민소매를 버리고 ‘생존형’ 패션을 선보이고 있지 않은가. (다음 회에 계속) ▼‘적절한 옷’으로 갈아입은 라라▼‘툼레이더’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의 초기 그래픽(왼쪽)과 최근 버전의 그래픽. 오지 탐험가임에도 탱크톱과 짧은 바지를 입었던 라라는 약 20년을 거쳐 원래 역할에 적합한 복장으로 변화했다. 툼레이더의 게임 개발에 참여한 리애나 프래쳇은 트위터를 통해 “적절한 복장을 한 (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희귀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동아일보DB  이서현 baltika7@donga.com·장선희 기자}

    •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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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드라마-예능 제작 자회사 8월 설립… 외주사 “수신료 받으며 돈벌이 하나”

    KBS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를 다음 달 설립하기로 하자 외주제작사와 독립PD 등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몬스터 유니온은 KBS가 KBS미디어, KBSN과 공동 출자해 만드는 일종의 외주제작사. 최근 ‘태양의 후예’를 기획한 문보현 전 KBS 드라마국장과 예능형 드라마 ‘프로듀사’를 만든 서수민 예능CP가 드라마와 예능 부문장으로 옮겨간다. 또 이정섭 PD(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동네변호사 조들호’ 연출)와 유현기 PD(‘내 딸 서영이’ 연출) 등 KBS 내부의 스타급 PD가 대거 합류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이 돈벌이 목적으로 제작사를 설립하려 든다면 수신료도 포기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KBS가 외주제작사·독립PD와 균형 발전을 모색하기는커녕 내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외주사를 설립하면 일반 외주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같은 날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KBS는 “국내외 제작 인력의 중국 대량 유출을 막고 제작비 폭등 등 악화된 제작 환경에 대처하려는 절박한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KBS 관계자는 “처음부터 ‘몬스터 유니온’은 외주제작사와 상생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KBS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설립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외주제작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에 유리한 쪽으로 꾸준히 규정을 고친 것이 중요한 촉매가 됐다. 지난해 6월 개정된 방송법에선 ‘자회사 등 특수 관계자가 제작하는 편성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특수 관계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최대 21%만 방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 자회사 제작 프로그램도 외주제작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이 규정 개정 당시에도 크게 반대했다. 또 방통위가 올 1월 외주제작사에 대한 간접광고 허용을 공포한 것이나 방송사업자의 순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기존 ‘40% 이내’에서 ‘35% 이내’로 완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자회사가 콘텐츠를 만들면 지상파가 직접 만들 때보다 간접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수신료를 받는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가 상업적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영세한 외주제작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프레임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정양환 ray@donga.com·이서현 기자}

    •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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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 국가브랜드 개발에 작년 28억 사용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4일 발표한 국가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선정과 발표 과정은 ‘국민 소통과 설득’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15일 본보가 입수한 문체부의 2015년 국가브랜드 결산 세부 집행 명세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브랜드 개발에 쓴 예산 28억7000만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6억2000만 원을 특집 방송과 영상 등 홍보물 제작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브랜드의 얼굴이 될 로고 제작에 들인 비용은 2060만 원에 불과했다. 국민의 아이디어를 수렴한다며 기획된 국가브랜드 공모전에는 총 11억1000만 원이 투입됐지만 진행 과정도 불투명했고 결과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공모전 심사 결과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은 해당 작이 없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최고상으로 선정됐다. 시상식도 열리지 않아 입상자 상장은 우편으로 보내고 상금은 자동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1, 2등에 적합한 수준의 작품이 없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시상식 대신 장관 명의의 편지를 발송했다”며 “출품작에 대한 국민 선호도 조사와 저작권 검토에 시간이 소요돼 예상보다 발표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에는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등 다른 나라의 캠페인과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가 2014년부터 추진한 대학 특성화 사업인 ‘CK(University for Creative Korea) 사업’과도 명칭이 유사한 것으로 지적됐다. 문체부 측은 프랑스와 영국 등의 사례를 발표 전 검토했다면서도 정작 브리핑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논란이 되자 문체부는 “해외 사례는 국가브랜드 사례가 아니며 브리핑 자료에는 핵심 내용만 간추리기 위해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표절 논란이 제기된 후에 뒤늦게 해명에 나서 의혹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문체부가 먼저 해외의 유사 사례를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 새 국가브랜드에 부가가치를 얹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면 논란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 풀어 가겠다”며 “창조경제가 이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가브랜드와) 시너지를 거둔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표절 논란이 빚어지고 배보다 배꼽이 큰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을 받은 국가브랜드를 재검토 없이 계속 쓰겠다는 것 역시 소통 부재의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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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호민 작가-원동연 제작자 “지옥의 쇼킹한 비주얼 만날 겁니다”

    맨발로 칼날 위를 걸어야 하는 ‘도산지옥’, 남에게 베풀지 않은 자들이 똥물과 염산에 들어가는 ‘화탕지옥’은 영화 스크린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산 사람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그곳, 저승을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52)와 원작 웹툰 ‘신(神)과 함께’ 주호민 작가(35)를 최근 열린 국제 콘텐츠 마켓 ‘서울프로모션플랜(SPP) 2016’에서 만났다. ‘신과 함께’는 현대화된 저승을 배경으로 평범한 남자 김자홍과 저승의 일곱 지옥에서 그를 변호하는 진기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이다. 영화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이 내년 7월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공한 웹툰을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원작 작가와 제작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더군다나 연재(2010∼2012년) 당시 조회수 1위를 기록한 ‘국민 웹툰’이라면 부담은 배가 될 터. 저승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 역에는 각각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가, 평범남 김자홍 역에는 차태현, 염라대왕 역에는 이정재가 캐스팅됐다. “원작 팬들이 ‘제발 원작을 망치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달 때마다 등장인물과 닮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죠.”(원 대표) “덕분에 캐스팅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특히 가택을 지키는 전통신 ‘성주신’ 역으로 캐스팅된 마동석 씨를 보면 어느 누구도 집에 침입할 수 없겠더라고요.”(주 작가) 영화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는 저승의 모습이다. 웹툰에서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귀엽게’ 표현된 저승을 화면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해내는 것이 원 대표의 큰 숙제다. “딜레마예요. 저승의 엄정한 단죄가 표현돼야 하는데 너무 무섭게 표현하면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무비’로는 부적합해요. 일곱 개 지옥과 형벌에 변별력과 개성을 유지할 예정이에요.”(원 대표) “김 감독님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스튜디오에 견학을 갔을 때 시각효과 아티스트 수십 명이 상상을 화면에 그려내는 것을 보니 의문이 믿음으로 바뀌더군요. 올해 초 초안을 봤는데 ‘이것 참 대단하겠다’는 감탄이 나왔습니다.”(주 작가) CG 중 가장 공들이는 장면은 군 의문사로 원귀가 된 원 일병과 원귀를 쫓는 저승차사 강림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원 대표는 “대한민국 영화에서 가장 쇼킹한 비주얼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캐스팅과 특수효과에서 화제를 끌고 있지만 두 사람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원작에 깔린 정서다. 누구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 김자홍의 저승 재판 분투기가 그것이다. 영화의 해외 투자자들도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사후 세계 스토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신과 함께’ 원작이 지닌 가장 큰 힘, ‘보편성’이다. “화려한 장면도 기대가 되지만 제가 만화를 그리며 가장 마음이 짠했던 부분은 의문사한 원 일병의 어머니가 ‘1인 시위’를 하는 장면이에요. 배우들의 연기로 잘 구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주 작가) “정서가 배제된 시각 효과는 겉멋에 불과해요. 영화는 많은 부분 각색됐지만 나와 나의 일상이 저승과 내세에서 이어진다는 세계관, 우리의 현재가 미래를 규정한다는 원작의 정서만은 절대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원 대표)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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