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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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4-05-18~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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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사고후 화나고 우울할 때마다 운동 집착…웨이트로 새 인생[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아픈 허리를 위해 시작했던 웨이트트레이닝이 남편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사망으로 찾아온 우울증을 달래주는 친구가 됐다. 사고 처리를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와 슬픔 잊기 위해 더 운동에 매달렸고 어느 순간 20대 부럽지 않은 몸매로 탈바꿈됐다. 올 7월 12일 서울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5회 월드스포츠탑모델 선발대회(WSTMS)’ 시니어부문(45세 이상)에서 3위를 차지한 김경미 씨(47)는 운동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2010년 2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무료하기도 했고 허리 디스크 3개가 파열돼 통증이 있었어요. 수술보다는 근육운동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근육운동 프로그램을 올려주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며 근육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허리 통증에 수영을 하면 좋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수영을 했는데 평영을 할 때 유독 통증이 크게 느껴졌다. 수영을 하면서 허리주변 근육을 키워주니 통증이 덜했다. 그 때부터 근력을 본격적으로 키운 것이다. 20명 정도가 함께 하는 헬스클럽 GX(Group Exercise·그룹운동)로 매일 1시간 씩 운동하며 몸을 만들었다. 다양한 정보를 획득해 개인적으로도 운동을 했다. 1년 정도 하니 허리 통증은 사라졌고 몸도 달라졌다. “운동을 하다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딴 뒤 활동하느라 잠시 쉬었어요. 3년 새 몸무게가 74kg까지 늘었죠. 피부관리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포기하면서 다시 운동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2014년부터 다시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김 씨는 “첫날 맨몸 스쿼트 10개씩 3세트, 다음 날 11개씩 3세트 등 하루 200개까지 늘려갔어요. 몸이 좋아지면서 런지를 추가했고 나중엔 다시 GX에 들어가 상체를 포함한 다양한 근육을 키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무게(웨이트)를 사용하기 보다는 맨몸으로 하는 보디웨이트(Body Weight Training)에 집중했다. “주로 혼자 운동하다보니 무게를 사용하면 부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가급적 맨몸으로 근육을 만들었습니다”고 했다. 보디웨이트는 자신의 신체 무게를 활용해 하는 운동이다.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몸만을 활용해 다양한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운동이 지속되자 페스츄리빵이 겹겹이 쌓이듯 근육의 결이 한 층 한 층 쌓여가며 복부라인, 어깨라인, 하체라인이 정리돼 갔다.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몸을 잘 만들어가던 2017년 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에 슬퍼하다보니 갱년기가 더 빨리 진행돼 우울증이 찾아왔다. 슬플 때, 화가 날 때마다 운동에 집착했다. 하루 최대 4시간을 한 적도 있다. 우울증 탈출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몸을 한껏 움직이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더 운동에 매달렸다. 김 씨처럼 운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는 많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운동처방을 할 정도로 운동이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은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우울증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운동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을 낮추는 효과가 높아진다. 운동기간이 21주에서 24주 정도면 4주 이하에 비해 효과크기가 약 30배 높다. 즉 운동은 한 달 하다가 중단할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은 해야 정신건강을 뚜렷하게 개선시킨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20대 젊었을 때 보다 더 멋지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이 좋은 운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해주는 일을 하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피사프코리아(FISAF KOREA)에서 퍼스널트레이너(PT) 자격증을 획득했다. 피사프는 피트니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제기관. 김 씨는 피사프코리아에서 골격과 근육에 대한 해부학을 공부하며 더 근육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정 근육을 어떻게 움직여야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 알게 되니 운동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재활트레이닝과 식품영양학 등도 공부할 계획이다. 몸이 달라지고 자격증을 획득하니 주변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지인들과 집에서 함께 운동하는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내 몸도 좋아졌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 몸도 바뀌고 있어요. 다들 만족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김 씨는 근육을 만들면서 ‘보여지는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다. 좁은 어깨를 넓게 키우면 허리는 얇아 보이고 얼굴은 작아 보인다고. “몸이 완전히 변했어요. 몸매가 바뀐 뒤 옷 입는 것도 달라졌어요. 과거 못 입었던 옷도 입고, 이젠 아무거나 걸쳐도 몸이 소화해요. 솔직히 50세가 다 돼 가는 나이에 이러기 쉽지 않잖아요. 제 몸을 거울로 보면서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성취감이 웨이트트레이닝의 묘미입니다. 운동은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점도 좋아요. 우리 사회는 내 노력보다 남 때문에 결과가 좌우되는 게 많잖아요. 운동은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결과물을 낼 수 있어요.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김 씨는 “전 학창 시절엔 전혀 운동과 상관없는 삶을 살았어요. 솔직히 처음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할 때 ‘잘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도 들었죠. 그런데 차근차근 노려하니 되더라고요. 누구나 몸을 멋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 초부터는 개인 PT를 받으며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7월 초 피트니스대회인 아마추어코리아오픈 슈퍼맘 부분에서 입상했고 WSTMS 시니어부분에서 3위를 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WSTMS 50명의 모델과 함께 8월부터 본격적으로 모델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9월 중순 WSTMS 패션쇼에 모델로 서게 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죠. 전 운동으로 남편 사망으로 찾아온 슬픔과 우울증을 극복했어요. 제가 난관을 극복했듯 건강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본보기가 돼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은 게 꿈입니다.” 키 172cm, 몸무게 58kg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100세 시대에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몸을 만들며 ‘운동전도사’가 된 그는 “100세 시대로 보면 저도 5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죠. 그 기간 건강하게 꼿꼿하게 걸어 다녀야 인생이 즐겁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운동은 꼭 해야 합니다”며 활짝 웃었다.※별첨=운동이 왜 우울증에 효과가 있을까?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운동의 우울증 효과에 대한 가설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인류학적 가설. 인간은 유전적으로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운동을 안 하면 우울증을 포함한 여러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모노아민 가설.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데 운동을 하면 이 물질의 분비와 수용이 촉진된다. 셋째, 사회적 상호작용 가설. 운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생겨 고립감을 버릴 수 있어 우울증이 개선된다. 넷째, 자아상 개선 가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자기존중감이 좋아져 궁극적으로 정신 건강이 개선된다. 다섯째, 자신감 가설. 우울증이 있으면 무력감이 생기는데 운동을 하면 삶에 대한 통제감이 커진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은 삶의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삶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건강상태가 나쁜 사람일수록 운동을 하면 우울증 개선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년(25-64세)에 운동을 하면 우울증을 이기는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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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공공체육시설 개방해 ‘면역력’을 키울 때[양종구의 100세 건강]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64)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에도 거의 매일 테니스를 친다. 지도자로 일할 때도 테니스를 자주 즐겼지만 요즘처럼 매일 치기는 선수 생활 이후 처음이다. 무리한 탓에 오른쪽 무릎에 염증이 생기고 오른팔엔 ‘테니스 엘보’가 오기도 했지만 테니스장 찾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땀을 흠뻑 흘려야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공공 테니스장을 폐쇄한 조치는 아쉽다. 그는 “사설 테니스코트를 돌며 지인들과 공을 치는 것으로 해소한다”고 말했다. 성기춘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회장(70)도 매주 3, 4회 테니스를 치며 건강을 다지는 ‘테니스 마니아’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30대 초반 간 질환으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그에게 테니스는 삶을 되찾아준 희망이었다. 이후 2007년 KATA 회장을 맡은 그는 연간 50개 이상의 대회를 개최했고, 10만여 아마추어 테니스 동호인들에게 대부로 불린다. 성 회장은 “코로나19로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공공 스포츠시설 폐쇄로 테니스를 치지 못해 스트레스 받는 동호인들이 많다”며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실 테니스는 요즘 같은 시기에 할 수 있는 ‘대면(對面) 스포츠’ 중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로 테니스를 꼽았을 정도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테니스 경기 중에 선수들이 2m 이내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공공 체육시설 개방을 권고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잖다. 주 전 회장은 “공공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을 때 동호인들이 사설 테니스코트로 몰리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은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동 전후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위생 관리만 철저히 하면 테니스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테니스코트 등 야외 공공 체육시설은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축구와 야구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다른 스포츠 동호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46년 전통의 월계축구회를 이끌고 있는 변석화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은 “(축구 동호인들이) 공공 운동장이 폐쇄되자 지방 사설 운동장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만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운동이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운동은 체력을 향상시켜 면역력을 키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심리학에서 인간의 뇌는 습관과 실제 행동이 부조화를 보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는 매일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운동을 못 하게 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걷기와 등산, 마라톤, 사이클 등 야외에서 즐기는 비대면 스포츠 인구가 코로나19 이후 크게 증가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공원이나 산에 가면 혼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친다. 특히 비대면 스포츠로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온 자전거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국산 자전거 업체 ‘위아위스’의 박경래 대표(64)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30%가 성장했다”며 “생산능력이 주문량을 따라 주지 못해 소비자들이 1,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을 정도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 체육시설 폐쇄가 코로나19 확산 대책으로 사용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코로나19는 장기 유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체육으로 면역력을 키우고 이를 극복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맘껏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공공 체육시설을 개방하는 게 ‘슬기로운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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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박영석과의 약속 지켜 기뻐…1%의 가능성만 있으면 달린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 14좌를 올랐던 고 박영석 대장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못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1%라도 달릴 수 있다면 끝까지 달리겠습니다.” 산악인이자 마스터스마라토너인 이영균 전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72)은 19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210회째 완주했다. 공식 대회에서 달린 거리만 8860.95km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8848m의 1000배인 8848km를 넘겼다. 그는 “생전 박영석 대장과 한 약속을 지켜 기쁩니다. 박 대장이 하늘에서 축하해줬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며 “이젠 박 대장이 평소 말했던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실천할 겁니다”고 말했다. 2006년 초였다. 2005년 히말라야 14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 대장은 중국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횡단 등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국대 산악회부터 박 대장의 후원자였던 이 전 이사장은 어떻게 응원할까 고민하다 ‘박 대장 인터넷 응원창’에 8848km를 달리며 응원겠다고 선언했다. ‘(박)영석아. 네가 다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8848m 고지를 오른다니 난 수평으로 8848km를 달리며 너를 응원할게.’ ‘형님, 그 목표를 달성하는 날 피니시라인에서 기다리다 제가 업어 드리겠습니다.’ 박 대장이 2011년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신 루트 개척에 나섰다 눈사태로 실종되는 바람에 이 전 이사장을 업어주겠다는 약속은 지키기 못했다. 하지만 박 대장의 아내 홍경희 씨는 이날 이 전 이사장의 레이스를 지켜보며 “(남편이 생전에) 완주 지점에서 업고 들어온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켜 대신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하늘에서 남편이 좋아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박 대장이 1983년 동국대에 입학해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이 전 이사장과의 인연은 시작됐다. 동국산악회가 졸업생과 재학생의 끈끈한 우정을 이어 가고 있어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냈다. 이 전 이사장은 동국산악회 회장을 맡아 박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등정을 직접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학번 차이가 15년이라 함께 등정할 수는 없었지만 베이스캠프까지는 함께 가는 등 박 대장의 등반을 늘 응원했었다”고 말했다. 평소 조깅을 즐기던 이 전 이사장은 2003년 말 지인을 따라 마라톤 풀코스에 입문했다. “산을 같이 다니던 후배가 ‘형님 저 풀코스 완주했습니다’고 하기에 ‘그래? 나도 한번 달려볼까’하며 달리면서 마라톤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산을 자주 올랐기 때문에 도전정신과 체력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2003년 춘천마라톤 대회 참가신청을 하고 10km 대회에 출전하는 등 준비를 했다. 풀코스 완주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산에 오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춘천마라톤을 17년 연속, 동아마라톤을 16년 연속 완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동아마라톤 등 주요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요즘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에 출전하고 있다. 산과 마라톤, 이루는 과정은 다르지만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산은 수직으로 오르고, 마라톤은 수평으로 달린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올랐을 때와 마라톤 결승선에 도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영석이는 갔지만 내가 먼저 꺼낸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 평소에도 풀코스를 계속 달리고 있었는데 인터넷 응원창에 내가 했던 약속을 기억한 친구가 다시 얘기하기에 더 열심히 달렸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영석이 때문에 내가 더 건강해진 것 같다. 70세를 넘겨서도 그 약속을 지키려 매일 달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라톤에 입문하며 1년에 풀코스를 2,3회 완주하던 그는 2011년부터 완주 횟수를 크게 늘렸다. 그해만 38회를 완주했다. “2011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그런데 그 바로 2주 전에 박 대장이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됐다. 안타까웠다. 그 때부터 더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집중했다.” 고관절 부상으로 잠시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박 대장과의 약속을 위해 그는 ‘105리의 고행’을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풀코스를 달리는 게 쉽지는 않다. 30km을 넘어서면 ‘내가 왜 이런 고행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런데 피니시라인만 통과하면 ‘다음 주는 어떤 마라톤대회에 나가지?’를 고민한다. 그게 마라톤이다. 영석이도 고산을 오르며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마라톤과 등산은 통한다.” 그는 30년 넘게 새벽에 달리기, 수영, 웨이트트레이닝을 번갈아 하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요즘은 평일 7~12km를 달리며 거의 매주말 풀코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마라톤을 시작할 땐 풀코스를 3시간 30분대에 완주했지만 지금은 4시간30분에서 5시간 안쪽에 완주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니 달리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달린다”고 했다. 이 전 이사장은 박 대장의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며 실천하고 있다. 모교 동국대에서 박 대장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교양강좌를 하고 있는 그는 마라톤에서도 1%의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젠 그만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걸을 수 있으면 달릴 수도 있다. 영석이가 그랬듯 1%의 가능성이 있다면 달릴 것이다. 210회로 8848km를 넘겼지만 300회 완주를 향해 달리겠다. 300회를 넘기면 다시 또 다른 목표를 만들 것이다”며 활짝 웃었다. “마라톤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보러 무릎을 위해 이제 그만 달리라고 한다. 안 뛰어본 사람들 얘기다. 아프면 달리지 못한다. 난 아직 멀쩡하다. 달리니 오히려 무릎이 더 강해졌다. 주변 근육도 단련돼 아무리 달려도 안 아프다.” 마라톤과 등산 뭐가 더 좋을까? “솔직히 산을 오르는 게 더 좋다. 하지만 마라톤도 매력적이다. 산을 잘 오르면 하체가 강화돼 마라톤도 더 잘 즐길 수 있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산도 오르고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하겠다.” 한편 재단법인이었던 박영석탐험문화재단은 사단법인 박영석탐험문화진흥원으로 바뀌었고 이사장은 박 대장의 아내인 홍경희 씨가 맡게 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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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완주 거리 8848㎞… 故 박영석과의 약속 지켜 기뻐”

    “(박)영석아. 네가 다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8848m 고지를 오른다니 난 수평으로 8848km를 달리며 응원할게.” “형님, 그 목표를 달성하는 날 피니시 라인(finish line)에서 기다리다 제가 업어 드리겠습니다.” 히말라야 14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고 박영석 대장은 2006년 중국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횡단 등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 대장의 후원자였던 산악인이자 마스터스 마라토너인 이영균 전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72)은 어떻게 응원할까 고민하다 박 대장 인터넷 응원창에 “8848km를 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달 19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210회째 완주하며 8848km를 넘었다. 공식 대회에서 달린 거리만 8860.95km. 그는 “박 대장과 한 약속을 지켜 기쁩니다. 박 대장이 하늘에서 축하해줬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박 대장이 2011년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새 루트 개척에 나섰다 눈사태로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이 전 이사장을 업어주겠다는 약속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 대신 박 대장의 아내 홍경희 씨가 대회에 참석해 “(남편이 생전에) 완주 지점에서 업고 들어온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켜 대신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하늘에서 남편이 좋아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다”며 이 전 이사장을 축하해줬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 대장이 1983년 동국대에 입학하고 산악회(동국산악회)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이사장은 산악회 회장을 맡아 박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등정을 직접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학번 차이가 15년이라 함께 등정할 기회는 없었지만 베이스캠프까지 함께 가기도 했고, 박 대장을 늘 응원했다”고 말했다. 평소 조깅을 즐기던 이 전 이사장은 2003년 말 지인을 따라 마라톤 풀코스에 입문했다. “산을 같이 다니던 후배가 ‘형님, 저 풀코스 완주했습니다’라고 하기에 ‘그래? 나도 한번 달려볼까’ 하고 시작했다가 마라톤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30년 넘게 새벽에 달리기, 수영,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요즘도 평일에는 매일 7∼12km를 달리고, 주말이면 풀코스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산 등정과 마라톤은 이행 과정은 다르지만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선 같다는 게 이 전 이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산은 수직으로 오르고, 마라톤은 수평으로 달린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올랐을 때와 마라톤 결승선에 도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똑같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입문하며 1년에 풀코스를 2, 3회 완주하던 그는 2011년부터 완주 횟수를 크게 늘렸다. 그해만 38회를 완주했다. 2011년 10월 춘천마라톤을 뛰며 풀코스 100회 완주 기록도 세웠다. 안타까운 건 이 기록을 세우기 2주 전 박 대장이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그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더 집중했다. 고관절 부상으로 잠시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박 대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5리(42.195km)의 고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영석이는 갔지만 내가 먼저 꺼낸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며 “평소에도 마라톤 풀코스를 꾸준히 달렸지만 인터넷 응원창에 내가 했던 약속을 기억한 친구가 다시 얘기를 꺼내 더 열심히 달렸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장은 박 대장의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며 실천하고 있다. 모교 동국대에서 박 대장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교양강좌를 하고 있는 그는 마라톤에서도 1%의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젠 그만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걸을 수 있으면 달릴 수도 있다. 영석이가 그랬듯 1%의 가능성이 있다면 달릴 것이다. 210회로 8848km를 넘겼지만 300회 완주를 향해 달리겠다. 300회를 넘기면 다시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이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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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캔으로 페트로 컵으로… 맥심 티오피의 거침없는 약진

    국내 대표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대표 이광복)이 프리미엄 커피음료 ‘맥심 티오피(Maixm T.O.P)’를 내세워 RTD(Ready To Drink) 커피음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맥심 티오피’는 콜롬비아, 케냐, 브라질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에서 재배한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 100%를 사용해 동서식품이 자체 노하우로 개발한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으로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담았다. 맥심 티오피는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분석으로 캔커피, 컵커피, 페트형 커피 등 다양한 형태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맥심 티오피 캔커피’는 올 6월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며 한층 활력을 더했다. 5년 만에 새로워진 맥심 티오피 캔커피는 더블랙, 스위트 아메리카노, 마스터 라떼(200mL, 275mL, 380mL) 등 총 9종이다. 패키지는 ‘트렌디&심플’ 콘셉트를 바탕으로 기존 대비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해 한층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커피전문점과 동일한 방식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콜롬비아, 브라질, 케냐산 원두를 다크 로스팅해 진한 커피 맛이 특징인 맥심 티오피 제품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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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달리자’ 요청 쇄도”…안철수 대표, ‘마라토너’ 된 이유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8)가 4일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21.0975km 하프코스를 1시간 46분 42초에 완주했다. 안 대표는 지인인 마스터스마라토너 정희순 씨의 마라톤 풀코스 200회 완주를 축하하러 나와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57)와 하프코스를 달렸다. 요즘 안 대표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마스터스마라토너’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기간 전남 여수에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435km 국토 종주 레이스하며 선거운동을 한 뒤 전국의 마라톤 동호회가 그를 초청해 달리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국토종단을 한 뒤 발톱에 피멍이 드는 등 부상을 입어 의사가 한 달 정도 달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5월 중순부터 다시 달렸는데 전국의 동호회에서 ‘함께 달리자’는 요청이 쇄도했어요. 한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 지방으로 달리러 갑니다.” 벌써 경북 구미, 충북 제천, 강원도 홍천, 강원도 강릉을 찍었다. 2일에는 서울 여의도의 달리기 동호회와 함께 여의도를 한바퀴 돌았다. 대회 참가가 아니라 동호인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약 10km를 함께 달린 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금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고 말했다. 달리기 전까지 ‘숨쉬기 운동’ 외에 해본 적이 없다는 안 대표는 딸 설희 씨(31) 때문에 달리기에 입문했다. “2015년 여름휴가 때였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던 딸이 새벽에 달리러 나간다기에 따라 나섰죠. 100m도 못 가서 숨을 헐떡였습니다. 그날 딸의 운동에는 방해가 됐는데 제겐 달리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됐죠.” 5km 정도를 취미삼아 달리던 안 대표는 2018년 9월 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집 근처에 한바퀴에 5km인 베스트파크라는 곳이 있었어요. 아내와 함께 매일 달렸어요”라고 했다. 한 달 뒤 뮌헨마라톤에서 10km를 완주한 그는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시티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리고 7월 독일 퓌센 마라톤에서 풀코스 데뷔전을 치렀다. 10km와 하프코스, 풀코스 데뷔전을 모두 부인 김 교수와 함께 했다. 안 대표는 김 교수가 학교로 돌아간 뒤 지난해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3시간 46분 14초로 완주하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50대 후반에 마스터스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세운 기록으론 수준급이다. 이날 안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마스터스마라토너’ 김영아 씨(46·하나은행)는 “대표님은 자세만 조금 바꿔도 더 쉽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마라톤 자세가 잡히지 않아 다소 엉성한데도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을 보면 의지력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하프코스 달린 뒤 7개월만의 대회 출전이라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도 하프코스를 달렸다. 안 대표보다 17분 이상 늦은 2시간 3분 57초에 들어왔다. 안 대표는 “주변에 달리기 지도를 해줄 사람이 없어서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받아 달렸어요.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은 다 했습니다. 월 평균 200km를 달렸고 대회를 앞두고는 월 250~300km를 달렸습니다. 주 50km이상을 주 4~5회로 나눠 달렸으니 많이 달린 땐 하루 20km 정도는 달렸죠”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해 11월 뉴욕시티마라톤도 3시간 59분 14초에 완주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교수는 마스터스마라톤 고수 정희순 씨의 페이스메이킹을 받으며 지난해 춘천마라톤과 올해 여수마라톤을 완주했다. 부부가 이날 정 씨의 풀코스 200회 완주를 축하하기 위해 나와 하프코스를 달린 이유가 이런 인연 때문이다. 두 부부는 나란히 풀코스를 3회 씩 완주했다. 안 대표는 ‘달리기 전도사’가 됐다. “달리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달릴 때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본질만 남아요. 평상시 과거의 일을 후회하거나 가까운 미래를 걱정한다면 달릴 땐 오로지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달릴 때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안 대표는 마라톤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했다. 지난해 출간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책에서 정치가로서 역경이 많았지만 달리면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매번 출발선에 서는 일은 내면의 게으름과의 싸움이었고, 불안함과의 사투였고, 몸과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달리기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끌어주었다.’ “마라톤은 인생하고 같아요. 1km 앞에서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못 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질 수도 있고. 그래도 출발선에 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완주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떨까?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뭣도 이루지 못합니다. 바꿀 수도 없습니다. 배울 수도 없어요.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배울 게 있어요.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매번 출발선에 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정치도 인생도 살 겁니다. 이젠 평생 달릴 겁니다.” 달리며 건강해졌다. 5kg이 빠져 30년 전 체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허리 치수가 3인치나 줄었다고. 안 대표는 요즘은 한달에 150km를 달린다. 주 3~4회 매번 10km를 달린다.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좋다”고. 그는 “언제 어디서나 신발만 있으며 할 수 있는 운동, 아주 쉽게 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의사’ 안철수가 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결국 백신이 나와야 극복이 됩니다. 보통 백신 개발엔 5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총동원해 힘을 합쳐 개발하고 있어 1년 반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세계 77억 명 분을 생산해 각국에 배분해 모든 사람들에게 투약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 때까지 관리를 잘 하면서 가야 합니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슬기로운 거리두기 생활이 필요합니다.” 이날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처음 달려본 안 대표는 “한꺼번에 출발하지 않고 새벽부터 뛰고 싶은 시간에 개별적으로 참석해 달리는 대회 방식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는 대회”라고 말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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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노년 근육 손실 막는다[양종구의 100세 건강]

    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 챔피언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5)은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비슷한 연령층에게 근육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자신의 체험기를 담은 책도 쓰고 있다. 그는 “60세 이상 나이 먹어서 꼭 키워야 할 게 근육이다. 30세부터 매년 근육이 줄어드는데 나이 들면 그 감소 폭이 더 커지기 때문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노년의 삶이 불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 원장의 지적처럼 30세 이후 근육량이 매년 1∼1.3%, 근력이 2.6∼4.1% 감소한다. 50세 이후에는 근육량과 근력 감소율이 더 높아진다. 특히 근력의 경우 50세 이후에는 매년 15% 이상 떨어진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80세에는 최대 50% 수준으로 근육량이 떨어진다. 근육은 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신체 대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트레킹, 사이클 등을 즐기던 그는 현재 매주 3회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근육을 키우고 있다. 다만 선수로 활약하던 한창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주기적으로 단백질 보조제를 섭취한다는 것이다. 적당하게 단백질을 섭취해야만 근육이 더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창 원장은 “내가 운동할 때도 단백질이 중요한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선배들이 주기적으로 닭을 삶아 먹는 것을 따라 했고 대두를 볶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먹었다. 쇠고기는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닭 가슴살, 계란 흰자가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보편화됐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단백질 파우더를 접하긴 했지만 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은 다양한 단백질 보조제가 나와 있다. 창 원장은 순수 단백질 파우더를 주기적으로 먹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1g이다. 체중이 70kg이라면 하루 56∼70g을 섭취해야 한다. 가급적 음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보조제로 보완한다”고 말했다. 마라톤 마니아로 국내에서 최초로 단백질 보조제를 제조 판매하는 이윤희 ㈜파시코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62)는 “운동 후 빠른 회복과 오래 운동을 즐기기 위해 단백질을 잘 섭취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체중 1kg당 1.5∼2g을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운동 후 1시간 이내 단백질을 섭취하면 피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된다. 심하게 운동하고 나면 근육이 아픈 이유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빨리 복구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회복 기간이 길어진다. 우리 몸 세포 변화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야 피곤하지 않고 건강하다. 단백질이 필요한 이유다. 단백질 보조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유제품 업체인 매일유업도 2018년 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산율 감소로 분유 판매가 저조하자 ‘100세 시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매일유업은 사코페니아(근육감소증)연구소를 만들어 50세에서 80세 사이의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아미노산인 류신과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영양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근육량과 힘이 모두 향상된다는 실험 결과도 활용하고 있다. 가장 좋은 단백질 섭취 방법은 자연식품을 먹는 것이다. 육류와 어류, 식물성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어떤 단백질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에 비해 체내 염증 유발 인자가 적어 피로 해소와 지구력 강화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영양학적으로 매끼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단백질을 매번 먹기가 쉽지는 않다. 그때 단백질 보조제를 먹으면 좋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WHO 권장량은 먹어야 단백질 대사의 균형을 이루고 근 손실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근육운동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특히 창 원장의 지적처럼 노년으로 갈수록 저작 능력 저하로 음식을 통한 단백질 섭취량은 감소하는 데다 근육감소증이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통풍 등 부작용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만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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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뿌리 클럽팀 키워야 축구시장이 큰다”

    “지역민들이 응원할 수 있는 클럽 축구팀을 만들어야 축구 시장이 커집니다.” 이규준 한국열린사이버대 축구부 감독(55)은 “지역민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축구 클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유럽을 대표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 청소년 축구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이 감독이 있다. 그는 2011년 말 한국 최초의 중고교 클럽 축구팀 ‘하남FC’를 창단해 대한축구협회에 정식 등록했다. 이전까지 재능이 있는 유소년 축구 선수는 축구 명문 학교에 진학해야만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가 시작한 방식은 학교 팀 위주로 운영되던 국내 축구계에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많은 지역 클럽 축구팀이 생겨났고, 현재 18세 이하 고교생들이 뛸 수 있는 클럽팀만 73개(2019년 기준)나 된다. 축구 명문 서울 동북중고교를 거쳐 국민대를 졸업한 이 감독은 1990년 동북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3년 서울 장훈고 창단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9년간 지도했다. 두 팀에서 수확한 우승컵이 20개가 넘고, 그가 키워낸 프로 선수도 김은중(23세 이하 대표팀 코치), 양동현(성남FC), 문선민(상주 상무), 이영재(강원FC) 등 60명을 넘는다. 이 감독이 클럽 축구팀을 고집한 이유는 유럽식 축구 문화를 국내에 심기 위해서였다. 2002년부터 10여 년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 클럽 축구팀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렬한 사랑에 감동받았다”며 “팀이 잘하든 못하든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는 지역민들의 사랑이 지금의 유럽 축구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선 학교 팀에 매몰돼 같은 학교 출신만 관심을 갖는 ‘동네 축구팀’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하남FC 때 우리 경기가 있으면 하남고 학생은 물론이고 지역민들도 찾아와 응원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 공동체 형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면 지역 클럽 축구팀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감독은 초등학교인 12세 이하 축구를 예로 들었다. 현재 12세 이하 지역 클럽 축구팀은 192개로 수적으로 학교 팀(133개)을 압도한다. 그는 “이전에는 초등학교 4,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면 요즘에는 유치원 때부터 집에서 가까운 클럽에서 축구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대학 입시와 연계돼 중고교로 넘어가면서 명문 학교 축구팀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하지만 합숙 금지 등 교육 방침이 바뀌면서 학교 팀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축구하는 지역 클럽 축구팀들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조만간 둘의 영향력이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감독은 3년 전부터 한국열린사이버대를 맡은 뒤 또다시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열린사이버대 축구팀의 운영 방식을 바꾼 것이다. 축구팀 운영에 대한 대학측의 배려로 고교 졸업 후 대학과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도전 기회를 줬다. 대학 팀이지만 ‘야신’ 김성근 전 프로야구 한화 감독이 프로에서 밀린 선수들을 위해 만들었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모델 삼아 축구 선수들 재도전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열린사이버대 팀은 1년 만에 전국대회 16강에 올랐고 2018, 2019년 연속 8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U리그에서는 강호 고려대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감독은 또 3년 전 경기 하남에서 남양주로 하남FC의 본거지를 옮기고, 팀 이름도 ‘진건 KJ FC’로 바꿨다. 하남에 신도시가 생기고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클럽 팀이 늘어나자 하남종합운동장을 필요한 때 사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은 경기장이 턱없이 부족하고, 건물 지하에 인조잔디를 깔고 축구를 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일 오후 6시 이후엔 생활체육팀에 경기장 우선 사용권을 주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그는 “교육부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훈련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저녁엔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바뀌어야 한국 스포츠가 성장한다”고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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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건강 관리법 ‘식치(食治)’를 아시나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려 전염병을 예방하는 식치(食治)를 아시나요?” 신성미 영주 식치원 원장(55)은 식치를 실천하며 후대에 전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식치는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것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건강관리법이다. 조선시대 때도 요즘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같은 전염병이 돌았는데 미리 좋은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여 대비했다고 전해진다. “음식은 문화입니다. 조선시대 왕실의 음식 문화가 선비들에게 흘러갔고, 다시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왕실에선 식의(食醫)가 왕의 무병장수를 위해 노력했어요. 식의는 약보단 음식으로 병을 막고 다스렸습니다. 일단 식치를 먼저 하고 실패 했을 때 탕약을 썼습니다. 당시 식의들은 음식과 약은 동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 원장은 2009년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장이 영주 제민루(濟民樓·조선의 지방 의국)의 유학자이자 의사인 ‘유의(儒醫)’ 이석간 선생이 지은 ‘이석간경험방’을 국역한 것을 바탕으로 식치를 연구하며 재현하고 있다. 이석방경험방에는 115개 병증에 대한 다양한 예방 및 치료법이 망라돼 있는데 신 원장은 그중 식치방에 천착해 현대적으로 해석해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이석간 경험방상(上) 죽과 밥을 이용한 식치방’이란 책도 펴냈다. 그에 따르면 식치는 예방의학이다. 평소에 좋은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 면역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그는 “왕실의 식의는 선대왕이 가진 질병을 연구하고 현 왕의 체질을 살펴,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했다. 식치는 그동안 알려진 궁중음식과는 달리 담백하고 자연적인 음식으로 몸을 기를 채운다. 과식을 해도 속이 편하다. “면역력을 높여 예방이 치중했지만 열이 나면 녹두로 죽을 쑤어 내렸고, 잠을 못 이룰 땐 야생대추씨죽을 처방했다”고 했다. 식치의 가장 특별한점은 이렇듯 인체의 증상에 대응하는 처방적 성격의 일상식이라는 것이다. 몸의 허한 곳이 있으면 보해주고, 체질에 따라 해가 되는 것은 못 먹게 한다. “이석간 선생은 무엇보다 조선시대 왕실 식치 문화를 민간으로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이석간경험방을 남겼습니다. 조선시대에 각도의 관찰사나 지방수령들이 구급방성격의 김정국의 촌가구급방 같은 백성들을 위한 의서를 남기기도 했지만 왕실 의서를 짜깁기하는데 그쳤습니다. 이석간경험방은 민간인들이 쉽게 쓸 수 있게 설명해 식치의 민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신 원장에 따르면 이석간경험방은 지역 식자재를 활용한 식치방이 주를 이루는 경북 북부의 지방색을 강하게 나타냈다. 또 구하기 쉬운 밥이나 죽 또는 찬류, 찜, 김치 등 다양한 형태로 증상에 대응하는 처방했다. 경남 창원 출신 신 원장은 1992년 경북 예천 출신 박석진 한국폴리텍 영주캠퍼스 산학협력단 단장(56)과 결혼하면서 경북 지역 종가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신 원장은 남편이 영주캠퍼스에 자리를 잡던 1999년 영주로 이사해 본격적으로 지역 음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2년 무궁화요리학원을 열어 지역 음식 전수에도 나섰다. 지난해 경북 영주시의 도움을 받아 식치를 체험하는 식치원을 개원했다. 음식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위덕대학교 외식산업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2018년)를 따기도 했다. “가장 영주스러운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경북은 유학의 본고장인 안동의 영향을 받아 ‘안동문화권’으로 분류되고 있었죠. 그래서 제민루와 연계한 식치 콘텐츠로 영주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음식체험관을 추진한 영주시와 뜻이 맞아 식치원을 개원하게 된 이유입니다.” 신 원장은 “영주 선비들 식치의 뿌리는 조선초기인 1418년(태종 18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의국 제민루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제민루는 공립의료기관으로 지방의 제약구민(劑藥救民)의 중심 역할을 했다. 영주 소백산 지역은 예로부터 풍부한 약용 식물이 자생했고 제민루가 이를 채취해 한양은 물론 전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 때는 중앙정부가 백성들이 굶주리고 전염병에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을 치료하는 혜민서를 만들고 전국에 의국을 설치해 백성을 돌봤다”고 말했다. 제민루에서 채집한 약재는 중앙의료기관에 모아서 다시 각 지역으로 보내졌다. 이런 지방의국이 전국에 6~7개 정도 있었는데 제민루는 최초로 만들어져 다른 지방의국 운영의 본보기 역할을 했다. 제민루는 약재 공급을 뛰어 넘어 의생과 향촌의 성리학자들이 의학적 지식을 쌓는 공간이었다. 퇴계 이황 선생도 제민루에서 이석간 선생과 함께 공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신 원장은 “지방 향리인 선비들도 백성들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 예방의학을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방에서 선비는 백성의 리더역할을 해야 한다. 서민은 물론 노비와 천민까지 식치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 때는 음식이 아녀자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다. 식자재의 효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즉 왕실의 어의와 식의, 그리고 선비들이 식치를 알고 있었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석간 선생도 영주 지역의 특산물을 연구해 최초의 민간 의서를 남기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 왕 중에서는 세조와 정조, 영조가 식치에 관심이 많았다. 세조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의서인 ‘식료찬요’의 서문을 섰다. 정조는 식치를 제대로 알고 몸이 안 좋을 땐 직접 특정 음식을 올리라고 지시까지 했다. 영조는 5끼를 먹던 왕의 식사법에서 3끼만 먹고 장수했다. 특히 영조는 엄청난 양의 인삼을 드신 것으로 전해진다. 신 원장은 “세종과 문종, 세조 때 의관 전순의는 의학서인 의방유취 편찬에 참여했고 산가요록, 식료찬요 등 식의서를 남겼다. 이게 선비들에게 전해졌고 민간에까지 흘러갔다”고 했다. 의방유취는 동양최대의 의학 백과사전으로 그중 식치방은 안상우 박사팀이 국역본을 2018년 12월에 발간했다. 의방유취는 의림촬요와 함께 동의보감의 모태가 된다. 신 원장은 “선비들은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추구했다. 일찍 병드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게 식치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런 좋은 미덕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을 통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 인간 이하의 삶 속에서 먹고 살기에 바쁘다보니 식치 문화가 사라졌다. 그저 배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식치를 다시 되새겨 생활화한다면 코로나19를 넘어 어떤 전염병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식치를 재현하며 세미나를 여는 등 식치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궁중음식이 한 축이라면 이렇게 몸을 음식으로 다스려 건강해지려는 식치도 한 축입니다. 그동안 식치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일제의 침탈과 6·25 전쟁도 있었지만 유학과 한의학까지 통달해야 이해할 수 있었기에 연구가 부족한 측면도 있었죠. 식치의 전통은 의료문화속에 이어져 상대적으로 음식문화속에 보편화되기 어려웠습니다. 식치가 의료문화든 음식문화든 세상 밖으로 나와 국민건강에 더 이롭게 다가간다면 한식의 폭넓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의 의학에 관심이 많은 안상우 단장은 물론 김호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선왕실의 의료문화란 저서를 내기도 했다. 신 원장은 “두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식치를 알려면 유학 사상도 잘 알아야 하고 한의학에도 능통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 식치 재현 및 학술대회도 함께 열었다. 신 원장은 장기적으로 제민루의 복원을 꿈꾼다. 사실 제민루가 조선시대 의국으로 재조명 받은 것도 신 원장의 노력 때문이었다. 이석간경험방을 공부하다 보니 이석간 선생이 어렸을 때부터 제민루에서 공부했다는 것을 알았고 제민루가 의국에서 다른 시설로 변용되면서 잊혀졌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신 원장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다시 문을 열어도 되겠다는 판단에 다양한 학술대회를 통해 제민루를 조명하고 있다. 신 원장은 “제민루가 현대적의미의 의국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 안에서 식치방을 만들어 후대에 식치를 전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도 현장 취재한 6월 19일 영주 식치원에서 ‘중풍을 예방하는 동마자율무죽이 포함된 식치’를 체험했다. 이석간경험방에 이 식치로 몸을 다스릴 경우 ‘노인이 18세 청년처럼 뛰어 다닌다. 흰 머리도 검게 된다’고 돼 있다. 식전주인 ‘동아약주’를 시작으로 동마자율무죽, 오랄초로 맛을 낸 수정냉도회(돼지껍데기와 돼지고기 허구리살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수정처럼 맑게 만든 묵), 황자계혼돈(꿩고기와 누런 암탉을 이용한 석이콩가루피 만두), 천초 영주한우 육회, 가마보코(해삼, 전복, 석이, 귤홍을 감싼 숭어어묵), 설하멱적(어간장을 이용한 쇠고기 구이), 진주면(임자를 갈아 넣은 청포기장면), 어만두 길경탕(죽순과 도라지로 맛을 낸 어만두탕), 치유 부빔밥(모점이법, 백두옹과저, 자소엽, 배추침채, 방풍 매실육 등이 들어간 비빔밥), 돌쌈씨 우무쥐눈이콩불과 상심자 무스(디저트). 음미하며 먹다보니 2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모든 음식을 장시간 익히고 달이고를 반복해서인지 속이 편안했다. 신 원장은 “죽을 예로 들면 쌀을 싸라기로 만들어 쪄서 다시 불리고 찌고를 반복해서 죽을 쑨다. 위에 전혀 부담이 없다. 양념도 된장을 쓰니 몸에 나쁠 수가 없다”고 했다. 설하멱적도 좋은 쇠고기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뒤 간을 하고 참기름으로 버무려 굽고 얼음물에 담그기를 반복해 만드니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단다. 기자는 난 12시부터 오후 2시까니 식사를 한 뒤 취재를 하고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올라와 오후 9시에야 평창동 집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식치는 자연식이면서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신 원장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죽을 권했다. “선조들은 계절에 맞는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식재료로 죽을 쒀서 틈나는 대로 먹었다. 앞에서 얘기했듯 찌고 불리고를 반복해 쑤기 때문에 전혀 탈이 나지 않는다. 하루 5회 장복하면 체질이 면역성으로 바뀐다. 바쁘다고 샌드위치에 우유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우리 몸에 좋다”고 했다. 눈이 안 좋을 땐 돼지간죽, 불면증엔 야생대추씨죽, 감기 예방엔 근시(곶감)죽…. 식치 법은 수 백 가지나 됐다.영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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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들도 약보다 음식으로 면역력 키워 질병 극복

    “조선시대엔 음식으로 몸을 다스려 전염병에 대비했습니다.” 19일 경북 영주시 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 식치원에서 만난 신성미 원장(55)은 “식치(食治)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이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치란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일로,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건강관리법이다. “조선시대에 식의(食醫)가 왕의 무병장수를 위해 노력했어요. 식의는 약보단 음식으로 병을 막고 다스렸습니다. 음식으로 왕들의 면역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었고, 이런 왕실의 음식 문화가 선비계층으로 퍼졌고, 다시 서민층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선의 식치를 민간이 쉽게 접하도록 만든 의서가 유학자이자 영주 제민루(濟民樓·조선의 지방 의국)의 의사였던 이석간이 지은 ‘이석간 경험방’이다. 2009년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장이 이 책을 국역했고, 신 원장은 국역본을 바탕으로 식치를 연구하며 현대식으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석간 경험방에는 115개 병증에 대한 다양한 예방 및 치료법이 망라돼 있다. 신 원장은 이 가운데 식치방에 천착해 현대적으로 해석해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이석간 경험방 상(上) 죽과 밥을 이용한 식치방’이란 책도 펴냈다. 식치는 예방의학이다. 좋은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 면역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신 원장은 “왕실의 식의는 선대왕이 가진 질병을 연구하고 현재 왕의 체질을 살펴,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말했다. 식치는 그동안 알려진 궁중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자연적인 음식으로 몸의 기를 채우라고 강조한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도 ‘중풍을 예방하는 동마자율무죽이 포함된 식치’를 체험했다. 식전주 ‘동아약주’를 시작으로 죽, 설하멱적, 진주면, 부빔밥 등 10여 가지 음식을 2시간에 걸쳐 먹었는데 속이 편안했다. 특히 설하멱적은 좋은 쇠고기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뒤 간을 하고, 참기름으로 버무려 굽고 얼음물에 담그기를 반복해 만든다. 그 결과 소화가 매우 잘된다. 신 원장은 “식치는 면역력을 높여 예방에 치중했지만 열이 나면 녹두로 죽을 쑤어 내렸고, 잠을 못 이룰 땐 야생대추씨죽을 처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 원장은 1992년 경북 예천 출신 남편과 결혼하면서 경북 지역 종가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99년 영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 음식 연구에 빠졌고, 2002년 무궁화요리학원을 열어 지역 음식 전수에 나섰다. 지난해 영주시와 함께 식치를 체험하는 식치원을 개원했다. 신 원장은 “영주 선비의 식치는 1418년 조선 최초로 건립된 의국 ‘제민루’가 뿌리”라고 말했다. 제민루는 공립 의료기관이었다. 영주 소백산 지역은 예부터 풍부한 약용 식물이 자생했다. 제민루는 이런 식물들을 채취해 전국에 공급하기도 했다. 제민루는 또 의생과 향촌의 성리학자들이 의학적 지식을 쌓는 공간이기도 했다. 퇴계 이황도 제민루에서 이석간과 같이 공부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에는 식자재의 효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즉 왕실의 어의와 식의, 선비들이 식치를 실천하고 기록으로 남겼다”며 “이석간의 ‘경험방’은 영주 지역의 특산물을 연구해 만든 최초의 민간 의서”라고 말했다. 조선 7대 왕인 세조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의서인 ‘식료찬요’의 서문을 썼다. 정조는 식치를 제대로 알고 몸이 안 좋을 땐 직접 특정 음식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영조는 하루 5끼씩 먹던 왕의 식사법 대신 3끼만 먹으며 장수했다. 신 원장은 “세종과 문종, 세조 때 의관 전순의는 종합 의학서인 ‘의방유취’의 편찬에 참여했고 ‘산가요록’과 ‘식료찬요’ 같은 식의서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선비들은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추구했다. 그게 식치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미덕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을 통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식치를 다시 되새겨 생활화한다면 코로나19를 넘어 어떤 전염병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영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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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식혜와 바나나의 달콤한 만남 ‘비락 바나나식혜’

    종합 식품회사 팔도가 ‘비락 바나나식혜’를 새롭게 출시했다. ‘바나나식혜’는 1993년 출시한 ‘비락 식혜’ 브랜드 중 과일 맛을 더한 최초의 제품이다. 식혜 특유의 달콤한 감칠맛에 바나나 과즙을 넣어 부드러워진 게 특징이다. 팔도는 식혜와 어울리는 과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바나나가 가진 산미와 풍미가 식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이를 제품화했다. ‘바나나식혜’의 패키지 디자인은 ‘비락 식혜’를 상징하는 ‘노란색’이 아닌 ‘하늘색’으로 바꿔 시원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뾰로통’ 캐릭터도 새겼다. ‘뾰로통’은 인기 캐릭터 ‘뽀로로’가 사춘기에 접어든 모습을 상상해 만든 것으로, ‘뽀로로’가 안경과 헬멧을 벗고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김기홍 팔도음료BM팀장은 “비락식혜는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양한 변화로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일상음료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품질 개선과 다양한 시도로 소비자 만족은 물론 식혜 음료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팔도는 바나나식혜 출시를 기념해 ‘메시지 채움 이벤트’를 진행한다. 제품 패키지 공란에 메시지를 채워 SNS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경품은 에어팟 프로와 치킨 등 다양하다. 이벤트는 1차 8월 30일, 2차 11월 30일까지 2차례 진행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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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철 수분섭취 지나치면 ‘독’이 된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본격적으로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운동마니아들 사이에선 ‘여름철 슬기로운 운동법’이 나돌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는 운동. 혹은 홈 트레이닝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마라톤, 등산, 사이클 등 야외 운동을 한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더위를 피해 새벽이나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한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달리면 좋다’, ‘열을 식혀주는 스포츠웨어를 입고하면 좋다’… 등 조언들이 많다. 하지만 여름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섭취이다. 평소보다 많이 빠져 나가는 수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섭취하느냐에 따라 운동이 즐거울 수도, 고행일 수도 있다. 여름철 운동할 때 이온음료를 마셔야 할까? 물을 마셔야할까? 얼마나 마셔야 할까? 여름철 수분섭취의 패러독스(Paradox)를 알아본다. 최근 다양한 스포츠음료가 나와 ‘운동 땐 이것을 마셔야 한다’고 유혹한다. 스포츠음료, 즉 이온음료는 스포츠 과학적으로 운동할 때 몸에서 빠져 나가는 전해질을 잘 흡수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전해질은 나트륨과 염소, 칼륨 등 몸속의 신경 전달 물질을 말한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5km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음료를 마시며 달린다. 빠져나가는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전해질은 보충되지 않으면 피로가 쌓인다. 격렬한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 신경 전달 물질인 전해질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더운 여름엔 운동하기 전 약 200~300ml의 물을 마시고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15분마다 한번 씩 물을 마실 것을 권유한다. 운동을 마친 뒤에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고 한다. 이온음료라면 더 좋다고 한다. 여름엔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보충해줘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수년간의 연구한 결과 이는 잘못된 가이드라는 게 밝혀졌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는 1990년대부터 스포츠음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과연 스포츠음료가 물보다 더 효과적인가’, ‘어느 정도 마셔야 하는가’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결론은 ‘굳이 스포츠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되며 여름에도 수분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의 경우 스포츠 과학적으로 일리는 있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게 결론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등 과거부터 슈퍼스타들이 광고에 등장에 ‘스포츠음료, 마시면 좋다’고 강조는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를 만드는 회사들이 스포츠과학자들과 협동으로 ‘이온음료는 물보다는 더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 표본이 너무 작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를 마실 경우 물보다 운동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라고 결론지었다. 스포츠 음료라고 얘기하고 실험을 진행해 피험자들이 그렇게 느껴졌을 뿐 실제론 물을 마셨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스포츠 음료를 마신다고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스포츠학자들의 결론이다. 연구 결과 물 만으로도 체내 전해질 대사에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가 평소 섭취한 음식물에 운동할 수 있는 영양소가 충분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수에 대해선 ‘오해’가 너무 컸다. 그동안 스포츠음료 회사들과 일부 스포츠과학자들이 심한 운동을 할 경우, 더운 날씨에 운동을 할 경우, 스포츠음료나 물을 충분하게 마셔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이런 권고는 ‘과장’ 이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수분이 빠져 나가면 우리 몸은 그에 대처하게 된다. 혈장삼투압(Plasma Osmolality·물과 혈장을 반투막 사이에 두고 전체의 용질농도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반투막에 가해지는 압력) 현상이 나타난다. 땀을 흘리면 뇌에서 혈장삼투압이 높아지는 것을 인지한 뒤 항이뇨호르몬인 ADH(Antidiuretic Hormone)를 방출한다. ADH는 신장에 수분통로를 활성하게 해 수분을 피로 흘러들게 한다. 수분이 혈액으로 다시 흡수되면 혈액삽투압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ADH 방출도 끝난다. 전해질이 조그만 떨어져도 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탈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제를 연구한 켈리 앤 힌드만 미국 앨러배마대학교 버밍햄캠퍼스 교수는 “사람들이 탈수에 대해 고민하는데 이렇게 우리 몸은 수분을 잘 보존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업다. 오히려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수분과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라톤대회에서 탈수로 숨진 경우는 없지만 체내 수분과다로 인한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으로 사망한 사례는 있었다. 2002년 보스턴마라톤 대회 때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488명의 완주자 혈액 샘플을 살펴본 결과 13%가 저나트륨혈증이었다. 이중 3명은 생명에 위험을 느낄 정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나타난 현상이다. 물을 너무 마셔 혈액이 묽어지면 두통, 구역질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 장애는 물론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피가 너무 묽어져 체내 시스템이 무너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포츠학자들은 ‘우리 몸은 땀을 흘리면 그에 맞게 혈액 전해질을 맞춰준다. 물을 마시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적절하게 마시되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럼 어떻게 마셔야 적당할까. ’목이 마를 때 마셔라‘가 정답이다. 잠이 올 때 잠을 자야하듯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는 최근 탈수현상보다는 저나트륨혈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분 섭취는 ’목마를 때 물을 하시 되 체중의 2%이상 수분이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 몸은 물과 스포츠음료를 흠뻑 들이켜지 않고도 살아남게 진화했다. 당신의 몸이 물이 필요하다면 그 때 마셔라. 미리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음식으로도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 특별하게 극한 사항이 아니라면 물만 잘 먹어도 충분하다. 1~3시간 운동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운동 30분전 100~200ml 마시고, 운동 중 목 마를 때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이든 스포츠 음료든 기호에 따라 적당하게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우면 물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지나치면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송 실장은 ”운동 후에 기호에 따라서 스포츠음료는 마셔도 되겠지만, 근육운동 후에는 근손상 회복을 위해 단백질(우유, 두유, 쇠고기, 계란)과 비타민C 섭취가 근회복에 좋다“고 덧붙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덥다고 너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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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세까지 마라톤 계획”…100km 이상 100회 달린 ‘울트라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상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파&피트니스 웰페리온 고문(67)은 6월 5일과 6일 열린 물사랑 낙동강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100km를 16시간 24분에 완주했다. 2004년 5월 2일 한강일주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것을 시작으로 16년 만에 100km를 100회 완주했다. 대한민국 국토종단 622km 등 100km 이상을 달린 것을 포함해 100회를 달린 것이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달리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100km 이상을 100회 달렸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냥 달리는 게 좋았다. 100km를 달리고 나면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이물질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힐링도 힐링이지만 내 몸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양 고문은 30대 초반이던 1980년대 중반, 현대건설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이 지어졌을 때부터 운동마니아가 됐다. 현대그룹이 수영장을 포함한 헬스클럽을 지었는데 초창기 멤버로 회원 가입을 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종로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현대 스포츠센터가 문을 열면서 바로 가입했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였고 20~30명이 되자 자연스럽게 클럽이 생겼다. 그래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헬스클럽 트랙(70m)에서 달렸지만 나중엔 바로 옆 원서공원으로 나가 달렸고 남산, 한강으로도 나가게 됐다.” 건강을 위해 달리던 그는 마라톤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풀코스를 달렸다. 달리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가 욕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바로 포기했다. 양 고문은 “솔직해 서브스리도 해보고 싶어 훈련을 했는데 ‘이러다 몸이 망가질 것 같다’는 느낌이 와 포기하고 울트라마라톤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마라톤 풀코스 서브스리를 하는 것보다 풀코스를 2배 이상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이 더 안전하다는 것인가? “마라톤 풀코스로 서브스리를 하려면 스피드가 포함된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아주 드물다. 난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오래 뛰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울트라마라톤으로 전향한 것이다.” 양 고문은 울트라마라톤 100km 첫 도전에서 9시간 53분 33초를 기록해 ‘서브 10(10시간 이내 완주)’으로 완주했다. 울트라마라톤 100km에서 ‘서브 10’은 마라톤 풀코스 ‘서브스리’와 똑같은 명예로운 기록이다. 100km를 10시간 이내로 완주하려면 매 10km를 1시간 안쪽에 달려야 하는 대단한 기록이다. 양 고문의 100km 최고기록은 2007년 11월 18일 열린 제8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기록한 9시간 38분 8초.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30분이다. 양 고문은 국토종단과 횡단을 하는 대한민국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2009년 경기도 강화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 308km(58시간 31분)를 완주했다. 2016년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537km(123시간 20분), 2017년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622km(146시간 16분)를 완주하며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그는 308km 국토 횡단은 4차례 더 했을 정도로 ‘길게’ 달리는 것을 즐겼다. 2008년 24시간 달리기에서 국내 1위를 해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24시간 주는 400m 트랙을 24시간 달리면서 200km 이상을 달려야 하는 것이다. 400m 트랙을 500바퀴 달리는 지루한 경쟁에서 1위를 한 것이다. “달리기만 했으면 이렇게 오래 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운동을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스트레칭을 하고 남산 혹은 한강으로 나가 달렸다.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했고 냉찜질도 했다. 그렇게 몸을 풀어주고 근육을 잡아주면서 달렸기 때문에 지금도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양 고문은 평생 즐겁게 달리려면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 고문의 하루는 새벽 5시 스트레칭 체조와 함께 10~20km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피트니스센터 웰페리온에서 틈나는 데로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그가 웰페리이온에서 고문으로 일하는 배경도 이렇게 평생 운동을 다치지 않고 열심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좋긴 하지만 무작정하면 망가질 수 있다. 평생 즐기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말엔 마라톤 풀코스 대회를 ‘훈련’으로 참가한다. 지금까지 완주한 풀코스만 수백 회라고 한다. 울트라마라톤만 횟수를 계산하고 풀코스는 계산하지 않는다고. 요즘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염증(코로나19)으로 마라톤 대회가 취소되면서 등산을 한다. 젊었을 때부터 등산을 즐긴 그는 대한민국 산은 안 가본 곳이 없단다.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산, 언덕을 수 십 개 넘어야 한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타는 것이 필수 코스”라고 강조했다. 설악산 공룡능선만 126번을 탔다고 했다. 설악산 종주,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를 포함해 지리산 종주도 수차례 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트레일러닝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완주했다. 최근엔 등산할 땐 맨발로 하고 있다. 그는 “발과 손에 오장육부가 들어 있다고 한다. 맨발로 산을 타고 나면 내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맨발로 걷기 좋은 곳은 북한산 정릉 코스와 아차산, 용마산이라고. “사람은 힘들만 안한다. 난 즐기려고 한다. 대한민국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달리다보면 각 지방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밤엔 반딧불이, 낮에 개구리, 새 등을 다 보면서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다 청정지역이다. 달리면 몸이 좋아지고 엔돌핀도 팍팍 솟는다. 달리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눈도 좋아진다.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보다보니 눈이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술도 한잔 씩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어디 있나?” 양 고문은 80세까지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을 달릴 계획이다. 그 뒤엔 마라톤 하프코스나 풀코스를 달릴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생각하고 있는 생각일 뿐. 달릴 수 있다면 100세까지 100km를 달리고 싶다고. 양 고문은 요즘 100km를 13~16시간대로 천천히 달린다. 맘만 먹으면 10시간대로 달릴 수 있지만 ‘욕심’을 내다보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빠져 산다. ‘내가 옛날엔 이랬는데’ 하며 늙지 않았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20대처럼 달릴 수 있겠는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운동을 며칠만 안 해도 몸은 달라진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고 운동해야 다치지 않는다. 며칠 쉬었으면 다시 초보자의 마음으로 운동을 해야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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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며 경쟁 즐겨…“멈추고 싶은 욕구 참는 정신력, 성취욕 느낀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미국에서 살다 3년 전 돌아온 커리어우먼 원희준 씨(32·EA 코리아)는 우연히 친구 따라 크로스핏(CrossFit) 체육관에 갔다가 운동마니아가 됐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과 신체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섞어 전신의 운동 능력을 고루 발달시킨다. 그만큼 힘들다. “처음엔 솔직히 너무 격렬해 무서웠다. 무거운 역기도 들고 힘든 동작도 하고…. 그저 이런 세계도 있구나했다. 하지만 개인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시작했다. 너무 재밌었다. 역기를 들어 올리고 턱걸이도 하고, 버피테스트도 하고…. 한계를 넘어 역기 무게를 더 올리고, 특정 동작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 시간에 목표 횟수를 마치는 게 좋았다.” 미국에서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한 뒤 회사에 다니며 피트니스센터에서 건강을 위해 간간이 운동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빠져든 것은 처음이다. 마치 엘리트 운동선수처럼 매일 땀을 흘렸다. 처음엔 아침저녁으로 크로스핏을 했다. 역기로 역도 용상(Clean & Jerk)을 57kg까지 들어올릴 정도로 체력도 좋아졌다.2018년엔 스파르탄 레이스에 참가했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5km부터 10km, 21km까지 달리며 다양한 난이도의 장애물을 정복해나가는 레이스로 200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한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 국에서 열리고 있다. 5km는 장애물 20개, 10km는 장애물 25개, 21km는 장애물 30개를 넘는 식이다. 장애물은 넘는 것, 건너는 것(물, 밧줄), 드는 것 등 다양하다. “해변 및 산악을 달리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달리거나 밧줄을 타는 경기인데 도전의 연속이었고 매번 만나는 장애를 넘는 게 재밌었다. 2018년 2개 대회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도 2개 대회에 출전했다.”원 씨는 지난해 7월 열린 동해 스파르탄 레이스 21km를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도 시작했다. 21km는 가장 긴 거리로 ‘비스트’로 불린다. 마라톤 하프코스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했다.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 ‘휴먼레이스’에도 가입했다. “솔직히 달리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었다. 그런데 안 달리면 안 되니 제대로 달리고 싶었다. 휴먼레이스에 가입해 나갔는데 다들 나보다 훨씬 빨리 달려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봤다.” 수준별 그룹으로 나눠 지도하는 ‘스타트런’을 찾았고 매주 2, 3회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쉽게 효율적으로 달리는 법도 알려줬다. 그는 “혼자 달리면 중간에 멈추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데 함께 달리니 참고 계속 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달린 지 한달이 채 안돼 참가한 스파르탄 레이스 21km는 4시간 25분에 완주했다. 스타트런 멤버들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이후 공공스포츠시설을 폐쇄해 대치유수지 트랙에서 훈련하고 있다. 혼자 달릴 땐 집근처 반포 한강공원을 달린다.운동하면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 피곤하지 않았고 무슨 일을 하든 지치지 않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아직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조그만 걸어도 지쳐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날 보면 ‘너무 극한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렇게 활기차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성취감을 준다. 기록을 단축하고, 목표했던 거리를 완주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느끼는 쾌감이 그를 또 달리게 만든다. 경쟁도 즐겼다. 아주 뛰어난 사람들을 따라가진 못했지만 타인과의 경쟁, 기록 단축이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해 10km 1시간6분, 하프코스 2시간25분에 완주했는데 올해는 10km 57분, 하프코스를 2시간10분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다. “솔직히 크로스핏이 더 재밌다. 아직 달리는 재미에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달리기는 체지방을 태우는데 효과적이다. 또 크로스핏은 길어야 20분, 최대 30분이면 끝나는데 달리기는 1,2시간은 물론 3,4시간 씩 달린다. 멈추고 싶은 욕구를 참고 끝까지 달리는 정신력, 거기서도 성취욕을 느낀다.” 원 씨는 달리면서 크로스핏은 주 1회로 줄였다. 평일 저녁에 5~7km를 달린다. 길게는 10km까지 달린다. 주말엔 트레일러닝을 한다. 스파르탄 레이스를 하며 트레일러닝을 접했고 올 2월 열린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 12km를 달린 뒤 산을 달리는 재미에도 빠져 들었다.“서울 주변엔 산이 많다. 서울 둘레길을 달린다. 한 달 전에는 관악산 둘레길 34km를 달렸다. 트레일러닝은 색다른 묘미가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산과 들, 계곡 등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 수 있다. 도로 달리기는 비슷한 동작을 반복해 다소 지루하지만 산은 다양한 볼거리와 넘어야 할 장애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원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2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운동이 주는 의미가 더 각별하다.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하며 만난 지인들과 함께 저녁에 달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그는 “솔직히 주위 지인들이 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 코로나19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함께 달리고 있다. 달리기는 비대면 스포츠라 큰 문제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주 2회 요가도 하고 있다.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하다보니 근육이 너무 비대해져 유연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운동을 하면서 요가 등 유연성 운동을 보조적으로 하면 부상도 방지하고 훨씬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원 씨는 현재로선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솔직히 풀코스를 뛰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하프코스까지가 딱 맞는 것 같다”고. 하프코스 완주도 힘들었는데 풀코스까지 달릴 생각을 하니 달리는 것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금은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아직 그가 가야할 인생길은 멀다. 조만간 마라톤 풀코스는 물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까지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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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30분 호흡법에 수면장애가 사라졌어요”[양종구의 100세 건강]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62)는 올 초부터 매일 단공호흡(丹空呼吸)을 하면서 제대로 잠을 자고 있다. 과로 탓에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려 수면장애에 시달렸는데 호흡법을 하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8년 뼛골이 쑤실 정도로 크게 아파 고생했다. 두 달 반 동안 온몸이 쑤시고 정신은 몽롱하고…. 무엇보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양의사, 한의사 다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1박 2일 수면다원검사 결과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하지 않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야 할 시간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을 잘 수 없는 병이다. 원인은 과로였다.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뒤 대학 강의(경민대, 성균관대, 홍익대, 상명대, 국민대)와 전시를 병행했고, 2006년부터 갤러리 나우를 운영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이 이어진 것이다. 수면 유도제와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영양제도 한 주먹씩, 항산화제까지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이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뛰고 걷는 사람과 나처럼 끝없이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 웃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한의사를 만나 침을 맞으며 다소 회복되기도 했지만 수면 뒤 개운치 못한 느낌은 계속 남아 있었다. 올 1월 갤러리 나우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강남으로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강남 지인의 소개로 10년 넘게 단공호흡법을 연마하고 있는 변규주 선생(54·영농조합 푸른알 이사)을 만나 호흡법을 배운 것이다. 이 대표는 “변 선생이 제 얼굴을 보자마자 호흡법을 하라고 조언했어요. 시커먼 안색을 보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호흡법을 한 날부터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단공호흡법은 말 그대로 ‘단(丹)’을 비우는 호흡법이다. 다음은 변 선생의 설명이다. ‘우리 몸에는 항상 기운이 흐르고 있다. 기(氣)와 혈(血)이다. 혈 흐름의 중심은 심장이며 기 흐름은 단전(丹田)이 주관한다. 단전은 그 작용에 따라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생각을 주관하는 상단(머리), 느낌을 주관하는 중단(가슴), 행을 주관하는 하단(아랫배)이다. 일반적으로 단전은 하단을 가리킨다. 단전 기운의 원활한 흐름이 건강한 신체의 기본이 된다.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흐르지 못하고 막히면 몸에 이상이 온다. 호흡법으로 단을 비워 새로운 기를 넣어주면 흐름이 원활해진다.’ 단공호흡법은 앉아서 해도 되지만 큰 대자로 누워, 양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벌리고, 양다리도 어깨넓이만큼 벌린 자세로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아랫배를 불룩하게 내밀고 입으로 길게 내쉬며 배가 등에 닿도록 뱉기를 반복한다. 시간은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5분만 해도 된다는 변 선생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매일 호흡법을 하긴 쉽지 않았는데 5분만 하라는 말에 ‘그럼 매일 할 수 있겠지’ 하며 시작했어요. 그런데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 금방 30분이 갔어요. 호흡하며 잠들어도 좋다는 말도 호흡법을 지속시켰죠. 실제로 잠에 쉽게 빠져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로 밤에 호흡법을 했다. 잠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안색이 밝아지며 주위로부터 “뭐 좋은 것 먹었냐”는 반응이 왔다.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호흡법을 통해 욕심도 버렸다. 이 대표는 “솔직히 전 제자들이나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죠. 호흡법을 한 뒤 우리 아들이 ‘엄마 요즘 왜 그래?’라고 해요. 다른 때 같으면 짜증을 냈을 텐데 웃어넘기는 것을 보고요”라며 웃었다. 호흡으로 단을 비우며 마음도 비웠기 때문이다. 변 선생은 “호흡을 하며 기를 비우고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묵으로 마음을 비우는 단계까지 가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채우려고만 하다 보니 순리에 역행해 온갖 병을 가지게 됩니다. 호흡하며 생각 버리기도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하며 삶에 여유가 생겼지만 가끔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아직도 버려야 할 욕심이 더 있다는 얘기죠. 이게 숙제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호흡법 전도사가 됐다. 몸이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흡법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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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 가장 쉬운 운동이지만 무작정 달리면 안되는 이유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무작정 달리면 발이 망가집니다.” 김동호 한국인체공학신발연구소 소장(61)은 ‘발 박사’로 통한다. 직접 달리면서 발의 움직임을 연구해 기능성 안창을 만들고 있다. 27일 서울 도림천공원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까지 42.195km 풀코스를 무려 637회 완주했다. 2004년 6월 첫 풀코스를 완주한 뒤 16년이 지났으니 1년에 평균 약 40회를 달리며 발을 연구하고 있다.“2004년 6월 무작정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 30km 지점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아파 달릴 수 없었다. 걸어서 5시간1분12초에 간신히 완주했다. 그 때 내 몸의 균형이 깨져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다.” 학창시절 운동하다 다친 왼쪽 좌골 탓에 강한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 것이다. 구두회사(엘칸토)연구소에서 일하며 발 교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때였다. 일상생활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다친 왼쪽 좌골 때문에 몸이 비틀어져 있었고 왼쪽 다리 근육의 힘이 오른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무릎에 통증이 온 것이다. 그는 “걸어서였든 풀코스를 완주하니 새 세상이 펼쳐졌다. 자신감도 얻었고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달리면서 연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11월 중앙마라톤에서 3시간28분15초를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획득했고 2006년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풀코스를 60회 정도 완주하면서야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빨리, 그리고 천천히 완주하며 몸 상태를 체크했고 약한 부분 근육을 키우면서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 그리고 2006년 연구소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발 연구에 들어갔다.“달리며 내 몸의 변화도 체크했지만 다른 사람들 몸도 유심히 관찰했다. 마라톤 풀코스 150회 이상을 달린 사람이면 대부분 엄지발가락이 변형하는 무지외반증이 생겼다. 엄연하게 장애임에도 장애인지 모르고 있었다. 발의 뼈는 고르게 힘을 써야 변형이 생기지 않는다. 아치가 무너져 특정 부위의 힘을 많이 쓰면 그 부위 근육이 발달해 비해지며 기형이 생긴다. 이를 막아줘야 오래 달릴 수 있다.” 김 소장은 많이 달리다보면 체중에 의해 발의 아치가 무너지는데 아치를 무너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발은 우리 몸에서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다. 아치를 보정해주면 좋다는 논문도 많이 있다. 평발도 아치를 만들 수 있다. 틀어진 것도 잡아줄 수 있다. 그런데 10명 중 2,3명만이 교정 받는다. 일상생활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달리려면 교정하면서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성구두를 신고 풀코스를 6회 완주하기도 했다. 발의 구조와 신발의 인체공학적 설계를 위해서였다. 김 소장은 “난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를 포함해 다양한 임상실험 결과 아치를 지지해주는 안창을 신었을 때 발이 원래의 모양을 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 소장은 유명 선수들에게도 안창을 만들어 공급한다. 아치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게 지지해줘야 선수생명을 더 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8월 100회, 2010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25분11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200회를 완주했다. 2012년 5월 300회, 2015년 3월 400회, 2017년 3월 500회, 2019년 11월 600회 완주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트라마라톤 100km 20회, 200km와 308km도 각 1회 완주했다. 그는 요즘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풀코스를 2회 완주한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수요일과 토요일 달리고 있다. 공원사랑마라톤은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 새벽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다. 개별적으로 칩을 달고 출발해 완주하면 기록증을 바로 준다. “교수(지난해까지 오산대 신발산업학과 교수)로 수업을 하고 연구 및 제작을 하다보면 하루 10시간 넘게 서서 일한다. 그래서 따로 운동하긴 힘들다. 매주 풀코스를 2회 달리는 게 건강을 위한 것인 셈이다. 하지만 무릎과 발가락 등 달리는데 필요한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보강훈련은 꾸준히 하고 있다.”김 소장은 달리기가 가장 쉽지만 쉽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달리면 안 된다. 힘 좋다고 무리하게 달리다보면 탈이 난다. 바른 자세로 걷다가 속보로 걷고 그리고 달려야 한다. 그래야 달릴 수 있는 근육이 발달한다. 42.195km는 바른 자세로 달려도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어떻겠나? 바로 무릎, 발, 고관절 등에서 통증을 느낀다. 상체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치우쳐 달리면 허리는 물론 하체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도자의 지도를 받아 바르게 달려야 평생 달릴 수 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체력 좋고 힘 좋다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이유가 잘못된 자세로 달리기 때문이다. 김 소장 보다 먼저 시작해 풀코스를 700회 800회 완주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봤단다.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보강하는 훈련도 중요하다. 또 어디가 불편하면 자세가 잘못된 것이니 꼭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바로 잡아야 한다.”김 소장은 당초 풀코스를 100회만 완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을 연구하며 달리는 자세까지 바로 잡으니 600회를 훌쩍 뛰어 넘어도 몸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김 소장이 추천하는 보강운동은 무릎 굽히기와 발꿈치 들기(Heel raise). 무릎 굽히기는 웨이트트레이닝의 스쿼트 같이 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10~20cm만 굽히는 것을 하루 1000회 이상 하는 것이다. 무릎 주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발꿈치 들기도 장딴지 근육을 키우는 캐프레이스(Calf Raise)처럼 하지 않고 살짝 뒤꿈치만 들어 발가락 근육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훈련이다. 발꿈치 들기도 하루 1000회 이상 해야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소장은 “굳이 운동 시간을 정해 좋지 말고 시간 날 때 100~200회 하루 1000회 이상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쪽으로 달리는 것)를 하는 사람들은 타고 나야 한다. 그냥 운동 삼아 즐기면서 달리는 게 가장 좋다. 사실 나도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제대로 훈련했으면 서브스리를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랬다면 지금 달리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무리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100세 시대 제일 오랫동안 버틴 사람이 강한 것 아닌가. 무리하다 평생 못 달리면 얼마나 억울한가?”김 소장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풀코스는 달려봤으면 좋겠다. 건강에 좋고 완주하면 자신감도 생긴다. 무리하지 않으면 최고의 건강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1km를 7분30초 페이스로 달리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권유로 마라톤에 빠진 사람들이 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이라고 한다. 이제 100세는 물론 그 이상도 살 수 있는 시대다.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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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기업이 재산 기부땐 세제혜택… 유산기부 활성화해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부 문화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나눔’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 좌담회는 동아일보와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공동 추진하는 유산 기부 연중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유산 기부 캠페인은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개인 및 기업이 유산을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면 그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자선단체협의회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5선·경기 부천 오정), 김병욱(초선·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굿네이버스 이사장),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서경석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오늘 참석자들 대부분이 기부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간의 성과와 21대 국회의 과제에 대해 정리한다면… ▽원혜영 의원=20대 국회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 등 관심 갖는 의원들이 생겼다. 21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주리라 기대한다. ▽김병욱 의원=유산 기부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재산을 기부하면 10%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레거시 10’이라는 법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사회 통합을 위해 유산 기부를 활성화시킬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 ―유산 기부가 무엇인가. ▽원 의원=부를 축적한 사람들에게 주식 등으로 기부하도록 유도하고 그들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기업이 주식을 재단에 내고 그 가족이 관리하도록 해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복지 국가의 완성은 기부문화 확산에 있다. 정부가 치밀하게 정책을 쓴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비영리기구 등) 민간 영역이 할 수 있고, 그게 기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실천 방안이 있다면…. ▽원 의원=(이달 30일) 정계에서 은퇴한 뒤 유산 기부 운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유언장 작성 문화에 참여할 생각이다. 미국은 56%가 유언장을 쓴다.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조차 없다. 영국처럼 유언장에 재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감면해 주는 ‘레거시 10’을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재산의 10%를 축구 꿈나무 육성에 써 달라’고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통합은 정부 재정만으론 안 된다. ―주식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원 의원=주식 기부를 활성화하고 이를 기부 활동에 쓸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출연한 주식이 약 1조7500억 원인데 이를 쓰지 못한다. 주식 대부분이 자산으로 묶여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일하 이사장=(현 제도에선) 기업이 주식을 기부해도 NGO에서 쓸 수가 없다. 상법 등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 5% 이상의 지분을 특정 재단에 기부하면 세금 50%를 부과하는 게 현실이다. 법에서 주식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순수한 의도의 ‘기부’를 목적으로 주식을 기부하는데 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기부 문화가 나가야 할 방향은…. ▽이 이사장=우리나라의 개인 기부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상위권에 올라 있다. 정부가 공익위원회를 만들어 공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부와 관련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제훈 회장=사회복지법인이 부동산을 기부 받아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관련 법에서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부자의 뜻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 부자가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인들이 나눔과 봉사 문화에 앞장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들이 사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원 의원=정부의 기부 관련 정책이 네거티브(규제)에서 포지티브(육성)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기부 문화 활성화보다 잘못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모금하는 것은 민간 기부 확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나도 장학재단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이자율이 떨어져 운영하기 어려워져 출연기금을 더 쓰겠다고 했는데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청에서 허가를 안 해줬다. 장학사업 같은 공적인 곳에 기부금을 쓰는 것을 정부가 막아선 안 된다. ▽서경석 대표=국가 복지 예산이 부족할 경우 민간의 역할이 크다. 정부가 복지에 관심을 갖는다면 민간을 파트너로 활용해야 하지만 오히려 억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민간단체들이 국가를 대신하고 있는데 마치 하청업체 대하듯 군림하는 태도는 잘못됐다. 앞으로 기부 문화에서 숨겨진 기부 자원을 찾는다면 노인들이다. 이들은 부동산 등 재산을 갖고 있다. 자산을 갖고 있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선 기부금 운영을 책임질 자선단체의 건전성 관리도 중요해 보인다. 대책은 있나. ▽이 회장=민간 NGO가 앞장서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원금의 10∼15%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작은 단체의 경우 후원금 10%로는 운영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NGO가 쓰는 사업비와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생활인이다. 생계비는 줘야 한다. ‘자원봉사단체인데 왜 월급이 필요한가?’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법을 개정해 운영의 폭을 넓혀 줬으면 한다. ▽원 의원=20대 국회 때 법안을 만들면서 확인해 보니 자선단체를 관리하는 정부의 기관 부처가 모두 다르다.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영국, 호주에는 비영리 공익법인을 총괄하는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가 있다. 비영리 공익법인의 등록, 관리감독, 육성, 기부법 등을 하나의 정부기관에서 총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등 사업 목적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 그 결과 비영리 공익법인의 설립 규정, 관리감독 등이 제각각이고 국내 비영리 공익법인 수나 활동 예산에 대한 통계도 거의 없다. 이제 우리도 비영리 분야를 총괄하는 ‘공익위원회’ 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의 기부금 유용 논란으로 비영리 기부금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이사장=현재 일부 시민단체의 문제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자선단체들까지 의심받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 “믿지 못하겠다. 지원을 끊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자선단체와 시민단체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선단체들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기부자가 요청할 때 기부금 내역서 및 장부를 공개하고 있다. 그만큼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NGO는 외부 감사를 받고 국세청에 공시한다. NGO의 투명도를 높이려면 각 단체가 얼마나 투명하게 후원자의 의도대로 돈을 쓰는지를 공개하면 된다.사회=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정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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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리나의 보디가드’ 박태순 대표 “부상 막으려면 기본 지켜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100세 시대, 운동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부상방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부상방지 및 재활트레이닝 전문가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47)는 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포츠와 운동을 즐기지만 꼭 해야 할 기본을 잘 지키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본이 문제다. 운동하기 전 준비운동(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끝난 뒤 정리운동(쿨링다운)을 잘 하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본운동(축구, 농구, 야구, 마라톤 등)을 하기 전에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5%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최대로 달릴 수 있는 75%로 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예비운동(Formal Activity)이라고 한다. 몸이 본운동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본운동에서 하는 동작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가벼운 캐치볼과 수비연습, 배팅 등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가볍게 패스를 하고 슈팅을 날리는 과정이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조깅을 하면 된다. 예비운동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본운동에 최적화되도록 체온과 혈류량을 높여준다. 둘째, 본운동에 필요한, 본운동과 연결되는 협응동작의 기초를 제공하며 본운동을 할 때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하도록 해준다. 글로벌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러닝팀의 재활트레이너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스트레칭만 하고 훈련할 때보다 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예비운동까지 했을 때 낙오자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조도 하지 않고 바로 달린다. 운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스트레칭과 체조 충분히 하고 조깅으로 몸을 충분히 덥힌 뒤 본격적으로 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리운동은 최대심박수의 40~50%로 하면 된다. 본운동이 끝난 뒤 30분 정도 가볍게 뛰어주면 된다. 피로물질 젖산이 간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합성이 빠르게 해 줘 몸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칭 등 체조를 해주면 된다”고 했다. 코어(Core)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코어 근육은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등, 복부, 엉덩이, 골반 근육을 말한다. 그는 “코어 근육을 키우면 몸에 균형이 잡힌다. 코어가 잘 발달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달리는 폼이 완전히 다르다. 코어가 부실한 사람은 밸런스가 깨져 엉성하게 달린다. 부상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구 스포츠의 경우 카운터 스윙(반대쪽 스윙)으로 몸의 밸런스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골프와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 한쪽을 주로 쓰는 운동의 경우 반대로도 스윙하는 훈련을 해야 몸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고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은 카운터 스윙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문가 활용도 강조했다. “운동을 오래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모르는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면 의사와 약사를 찾는데 운동할 땐 안 물어보고 한다. 그러니 잘못된 동작으로 결국 부상을 당한다. 운동도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영화 보디가드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몸을 소중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리 다양한 훈련으로 부상을 방지해주고, 다쳤거나 심한 부상으로 수술 했을 경우엔 빠른 재활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해준다. 국내 내로라하는 무용수는 다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박슬기(국립발레단) 김지영(경희대 교수) 김주원(성신여대 교수) 김현웅(한국예술종합학교) 김기민(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2000년대 초반 한 스포츠클리닉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할 때였다. 메이저리그 등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왔는데 그 때 따라온 여자 친구나 부인들 중에서 발레리나가 있었다. 그런데 아름답게 몸으로 표현해야 할 그들에게 유독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몸을 혹사하고 있는데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발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2002년 직접 발레 수업도 들었다. 유명 교수로부터 직접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다. 발레를 알아야 잘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클리닉에는 국립발레단 단장은 물론 수석 무용수 등이 많이 왔다. 그런데 병원이다 보니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2006년 독립해 센터를 열고 무용수들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공연하는 날 무용수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부상의 원인을 파악했다. “원인은 명확했다. 무용수들은 공연하는 날이면 몸 풀고 리허설하고 실제 공연까지 5, 6시간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실제 연습할 땐 2,3시간이다. 결국 5,6시간 버틸 수 있는 근지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력이 아무리 좋아도 오랜 시간 버티는 근지구력이 없으면 다친다.” 무용수들을 부상에서 해방시켜 주려면 기준이 ‘연습’이 아니라 ‘공연’이 돼야 했다. 그 때부터 그를 찾아오는 무용수들은 6시간 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축구선수는 90분, 연장까지 120분 버틸 수 있는 체력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무용수들은 최대 6시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돼야 한다. 그래서 플로어운동(앉아서 하는 운동) 2시간, 스탠딩운동(서서하는 운동) 2시간, 유산소 운동 2시간, 총 6시간 씩 돌려봤다. 그러자 부상이 현저히 줄었다. 처음엔 무용수들이 안하려고 했다. 유산소 운동을 위해 트레드밀을 뛰게 하고 고정식 자전거를 타라고 했더니 몸매 망친다고 꺼려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무용수들에게 부상이 없자 잘 따라서 하게 됐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한 박 대표는 재활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에 입학해 공부했고 고려대 응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과에서 운동처방과 운동치료전공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보건복지부)와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문화체육관광부)도 땄다. 미국 올라 그림스비(Ola Grimsby)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테라피스트(Manual Therapist·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치료하는 치료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근본적으로 무용수나 운동선수들이 다치는 이유는 근육의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전방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이유는 대퇴근에 비해 햄스트링의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발목을 다치는 이유는 장딴지근육에 비해 정강이근육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을 시킨다. 일반적으로 대퇴근과 장딴지 근육은 자주 쓰기 때문에 잘 발달돼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햄스트링과 정강이근육을 키우는 데는 등한시 한다. 그래서 부상이 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무용수가 다치면 수술받자마자 재활에 들어간다.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가속화 재활(Accelerated Rehabilitation)이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1990년에 일부 학자에 의해 제안된 것인데 무릎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했더니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률이 훨씬 빨랐다.” 박 대표는 “의사들은 수술한 뒤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재활을 시작해야 빨리 회복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근육은 2주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사라진다. 4주가 지나면 25%만 남는다. 이런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돼 왔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 “보통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 발목에 깁스를 했다고 치자. 그럼 아픈 부위는 이상이 없다. 다른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 병상에서도 어떡하든 몸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한다.” 박 대표가 조기에 무대에 복귀시킨 사례가 많다. “2008년 쯤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김기완이 찾아왔다. 아킬레스건이 완전 파열됐다. 병원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깁스 한 상태에서 계속 재활 운동을 시켰다. 접합 수술한 곳은 완전히 접합이 됐을 것이기에 다른 부위 근육은 힘을 줘도 된다. 당초 복귀하려면 12개월에서 최장 24개월은 걸린다고 전망했는데 8개월 만에 무대에 올렸다. 완벽하게 재활하는 데는 더 시간이 걸렸지만 무용을 시작하는 시기를 4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 참여한 음악 감독 장재일 작곡가도 박 대표가 재활시켰다. 지난해 9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찾아왔고 자기공명촬영(MRI) 결과 70% 이상이 끊어졌다.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했는데 다른 전문의가 ‘이런 경우 수술이 맞지만 수술 안하는 게 회복이 빠르니 운동재활로 가자’고 해 그 때부터 보조기를 달고 트레이닝을 했고 빨리 호전돼 올 2월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이재우의 허리디스크도 수술 없이 고쳤다. 박 대표는 “의사가 수술하자고 하며 더 지켜보자고 했을 때 밤중에 센터로 데려와 재활운동을 시켰다. 어차피 수술을 해도 코어운동은 해야 한다. 하루 2회씩 재활운동을 시켰더니 1주일 만에 일어났고 4주 만에 무대에 복귀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초기 재활이 중요하다. 그는 “재활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복귀 시기가 달라진다. 빠르면 빠를수록 복귀는 빠르다. 무용수, 프로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빠른 복귀가 곧 돈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수술은 의사에게, 재활은 재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의학을 공부했지 운동재활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의학적인 부분, 재활전문가는 재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의사를 더 신뢰한다. 의사 말만 믿다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재활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수술한 뒤 1개월 깁스하고 재활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한다.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당길 수 있다.” 박 대표는 매뉴얼(Manual)로 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근력 운동을 할 때 저항을 손이나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이다. “튜빙밴드와 테라밴드 등 기구를 사용할 경우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한다. 헬스기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레그 익스텐션(다리 구부린 상태에서 펴기)을 할 때 처음과 마지막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손으로 잡아당기면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3배 더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근섬유가 동원되게 해야 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한다. 솔직히 재활환자들의 경우 기구에서 하라고 하면 슬렁슬렁 하거나 안 한다. 내 손이 닿으면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매뉴얼로 하는 이유는 부상 예방을 위해서다. 그는 “다칠 때는 대부분 동작의 마지막에 다친다. 공을 던지거나 찰 때 공이 손끝에서 나가거나 발끝에 닿을 때 다친다. 그 순간 근섬유 동원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매뉴얼 훈련으로 마지막 순간에도 힘을 줄 수 있게 하면 부상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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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련으로 부상 예방하고 다쳤을 땐 재활 트레이닝… 대한민국 무용수 ‘보디가드’로 통해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47)는 대한민국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무용수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몸을 소중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다양한 훈련으로 부상을 예방해주고, 다쳤거나 심한 부상으로 수술을 했다면 재활 트레이닝을 통해 빠른 시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다. 박 대표가 무용수 전문 트레이너가 된 배경엔 남다른 관찰력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물리치료사로 일할 당시 발레 무용수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운동선수 못지않게 부상이 많았다. 박 대표는 “엄청나게 몸을 혹사하는데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곳이 없었다”며 “이후 발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레 수업을 듣고 유명 교수로부터 개인교습까지 받은 그는 2006년 센터를 열고 무용수 전문 재활 연구를 시작했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무용수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부상 원인을 찾았다. 그 결과 5, 6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근지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무용수들은 공연하는 날이면 몸 풀고 리허설하고 실제 공연까지 5, 6시간을 계속 움직인다”며 “하지만 매일 연습시간은 2, 3시간에 불과했고, 이 차이가 부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를 찾은 무용수들은 6시간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플로어 운동(앉아서 하는 운동) 2시간, 스탠딩 운동(서서하는 운동) 2시간, 유산소 운동 2시간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초기에 무용수들은 박 대표식 트레이닝을 꺼렸다. 몸매가 망가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무용수들의 부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현재는 박슬기(국립발레단) 김지영(경희대 교수) 김주원(성신여대 교수) 김현웅(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박 대표는 본격적인 재활연구를 위해 공부도 병행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응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과에서 운동처방과 운동치료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보건복지부)와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문화체육관광부)도 땄다. 미국 올라 그림스비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세러피스트(맨손으로 직접 만져서 하는 치료) 공부도 했다. 박 대표 재활훈련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짧은 재활 기간이다. 비결은 ‘가속화 재활’로 불리는 방식으로,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1990년대 시작된 방법이다. 그는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린 뒤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하면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 기간이 훨씬 짧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육은 2주 정도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4주가 지나면 75%가 사라진다”고 지적한 뒤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만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허벅지, 장딴지 등 무릎 상처 부위를 뺀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며 “병상에 누워서도 근육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가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김기완이다. 2008년 아킬레스힘줄이 완전히 파열돼 병원에선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깁스를 한 상태의 김기완에게 재활운동을 시켰다. 그 결과 최소 1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기완은 8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박 대표는 “수술하고 1개월이 지난 뒤 재활을 시작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운동에 매달려야 한다”며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하고, 그래야만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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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의 道체육회 기금지원법 필요… 재정자립 위해 법인화도 추진 계획”

    “민선 체육회장이 잘 이끌도록 돕는 게 제 임무입니다.” 박상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47)은 “신임 회장이 도가 추진하는 방향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겸직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9월 임명했다. 그런데 올해 1월 선거를 통해 이원성 체육회장이 부임하면서 경기도와 체육회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고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한다. 그만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경기도체육회는 신임 민선 회장 취임 이외에도 공공기관에서 공공기관 임의단체로 바뀌는 큰 변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박 처장은 “지금은 연착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도내 체육인들을 위해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가를 신임 회장과 교감하고 장기적으로 경기도 체육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도체육회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재정 자립을 위해 체육회의 법인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 체육회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체육회의 예산 대부분을 경기도가 지원한다. 1년 예산 500억 원 중 450억 원을 도가 책임지는 구조여서 자립도가 매우 낮다. 또 체육회 운영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경기도 사격테마파크와 도체육회관, 유도회관, 검도회관 등도 모두 경기도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체육회에 일정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처럼 지자체가 체육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체육회가 임의단체로 바뀌면서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공들이고 있다. 그는 “대한체육회처럼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과 선수, 기업과 단체를 이어줘 투자(후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엘리트 체육인 출신이다. 태권도 선수로 용인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가 연골부상을 입고 보디빌딩 선수로 변신해 졸업했다. 이후 삼성프로농구단 피지컬 코치를 지내다가 15년 전부터 ‘팀 식스 유소년스포츠클럽’을 만들어 축구와 농구, 수영 등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이 클럽의 회원 수는 5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장안대 생활체육과 교수, 성남시 풋살연합회장과 성남시체육회 이사, 한국유소년스포츠클럽협회 부회장, 세계태권도선교연맹 부총재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유소년 선수를 발굴하는 ‘스포츠 추진단’, 지역 스포츠 활성화를 지원하는 ‘스포츠 빌리지’ 등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사업을 펼쳐 경기도 체육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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