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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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4-04-04~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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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운동으로 연 인생 2막 “최고령 보디빌더 될래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요즘 배우 윤여정 씨(74)와 박인환 씨(76)가 화제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 씨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 한국역사상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박 씨는 한 방송국 ‘나빌레라’에서 여자들의 로망인 발레를 하는 ‘할배’ 연기를 잘 소화해 환호를 받았다. 모두 70세를 넘겨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당당하게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갈채를 받고 있다. 100세 시대. 늦은 나이에 근육운동으로 건강을 얻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시니어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임종소 씨(77)와 권영채 씨(66). 임 씨는 2019년 6월 6일 동아일보 A25면 ‘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 칼럼, 당일 dongA.com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한 인물이다. 권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dongA.com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됐다. 지난해 11월 19일 운동으로 몸 만들어 은퇴 후에도 새 인생이란 100세 건강 칼럼에도 잠깐 소개했지만 4월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강의장에서 열린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오프라인 행사에서 만나 최근 근황을 들어봤다. 이 행사는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열렸다. 임 씨는 “요즘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라고 했다. 2018년 초만 해도 그는 허리 협착(요추 3,4번)으로 오른발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오른발을 쓰지 못하니 왼발에 힘이 많이 가면서 왼발 무릎에 퇴행성관절염까지 왔다. 총체적 난국이다.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할 때 근육운동이 찾아왔다. “길을 가다 ‘맞춤 운동 개인지도’라는 간판을 본 기억이 있어 헬스클럽을 찾게 됐어요. 솔직히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찾았습니다. 관장님께서 ‘운동으로 충분히 통증을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개인 레슨(PT)에 등록했습니다.” 주 3회 1시간씩 근육운동을 하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신기했어요. 통증은 사라졌지만 재발할 수 있어 계속 근육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니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6개월 했을 땐 내가 거울을 봐도 놀랄 정도로 몸이 좋아졌죠. 어깨도 펴지고 자세로 좋아지고….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했어요.” 43kg이던 체중도 46kg으로 3kg 늘었다.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왜소한 몸매의 사람도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량이 늘면서 체중도 는다. 임 씨는 박용인 메카헬스짐 관장(59)의 권유로 지난해 4월 14일 열린 부천시장기 제7회 부천 보디빌딩 및 피트니스대회에 출전했다. 첫 무대는 엉망이었다. 그해 5월 4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 다시 나섰다. 38세 이상 피규어 부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임 씨는 근육 몸매를 키운 뒤 젊었을 때 꿨던 모델 꿈도 이뤘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며 실버모델을 키우는 예종엔터테인먼트와 만났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솔직히 제 나이에 근육운동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근육운동을 하고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정말 사는 게 너무 즐거워요. 나이 들면서 가장 중요한 게 근육입니다. 근육이 없는 것은 재앙이고 미래도 없습니다. 근육을 키우면 몸도 바뀌고 마음도 바뀌고 인생도 바뀔 수 있습니다.” 임 씨는 80세에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최고령 입상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힘만 있다면 근육운동은 계속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델로서도 더 좋은 활약을 하기 위해 한국무용도 배우고 있다. 권영채 씨는 시니어 모델로 업계에서는 잘 나가는 스타가 됐다. 권 씨는 정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해 새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7년 전 정년퇴직 했다. “정년퇴직을 하기 전부터 ’버킷리스트‘ 5개를 준비했어요. 그 중 하나가 모델에 도전하는 것이었죠. 100세 시대를 맞아 무작정 은퇴하면 삶이 혼란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 9월 시니어 모델에 도전했고, 모델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새 인생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9월 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이하 남예종) 시니어모델 2기에 등록했다. 그달 말 열린 미시즈 앤 시니어 모델 세계 대회에 출전했는데 골드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모델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 때부터 모델로서 자질을 키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 첫 걸음이 웨이트트레이닝이다. 권 씨는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몸도 잘 만들고 관리를 잘해야 했다. 먼저 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예종 시니어모델 2기에서 만난 임종소 씨의 조언으로 경기도 용인 메카헬스짐에 등록했다. 메카헬스짐 박용인 관장은 국가대표 보디빌더 출신으로 1995년부터 후학들을 지도하며 일반인들에게도 근육운동을 보급하고 있다. 권 씨는 집이 서울 태릉이지만 지하철을 3번 갈아타며 2시간 가는 거리를 주 2회 왕복하며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보통 1시간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는데 그는 멀리서 왔다고 1시간30분 PT를 받았다. 근육운동을 하자 몸은 바로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 4월 열린 WNC 시그니처 피지크 시니어 부문에서 2위를 했고, 10월 열린 WBC 피트니스 시니어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하는 등 시니어 부문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몸이 좋아지자 모델로서도 활약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남예종 연극영화과 모델과에 입학해 이론과 실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5월 열린 대회(GOLD CLASS By Queen of the Asia 2020)에서 대상을 받았다. 9월엔 전통시장 모델 대회에서도 입상했다. 몸이 달라지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 광고주들로부터 ’러브 콜‘도 와 광고도 몇 개 찍었다. 그는 “돈을 벌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차분히 준비하니 돈도 따라 왔다”고 했다. 그는 모델 및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으로까지 활약하고 있다. “그냥 보통 배나온 할아버지였는데 몸이 달라지니 활력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무슨 일을 하든 에너지가 충만합니다. 모델로 런웨이를 걸을 때도 그런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근육운동으로 체력이 좋아지면서 새로운 도전의식도 생겼습니다.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새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권 씨는 “제 삶에 100% 만족합니다. 제 노후는 제 것입니다. 제가 만들어 가는 겁니다.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나이 들어 근육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나이 들었다고 실망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근육운동을 하시길 권유합니다. 그럼 새 인생이 펼쳐집니다.” 권 씨는 90세 넘어서도 활기차게 런웨이를 걷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근육운동은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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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아파 시작했는데…30년은 젊어 보이게 만든 ‘근육운동’[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한국 나이 70세인 강현숙 씨는 10여 년 전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인생을 거꾸로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20~30년은 젊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0대 후반에 허리 때문에 고생을 했어요.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파 꼼짝 못하고 움직이지 못해 119에 실려 간 적이 많았어요. 이틀 이상 누워만 있기도 했어요. 근육운동을 하면 허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20년 전쯤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할 때 응원하러 다니며 근육 잡힌 우리 몸이 예술 작품 같다는 것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갱년기도 시작하려 했고 허리에도 이상이 오자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며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 때까지 등산과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했어요. 그런데 근육운동을 하면서는 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있어요. 근육운동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강 씨는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2~3시간씩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체와 상체, 코어 운동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탄탄한 그의 몸을 보면 대부분 혀를 내두른다. 40, 50대에도 갖기 어려운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에서 살고 있는 강 씨는 10여 년 전 혼자서 근육운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여수에는 근육운동을 하는 여성이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보편화 된 PT(퍼스널트레이닝)를 해주는 트레이너도 없었다. 강 씨는 보디빌딩 책을 사서 공부했고, 남성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면서 운동법을 익혔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어깨가 커진다며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하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 허리 주변 근육을 키워야 했고, 척추가 바르고 걸음걸이도 반듯해야 멋지게 보기기 때문에 무작정 시작했어요.” 운동을 하니 몸에 변화가 오는 것을 바로 느꼈다. “근육에 힘이 생기니 허리를 포함한 관절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갱년기를 모르고 지나갔어요. 여자들은 다 먹는 호르몬제는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여행을 가면 친구들은 얼굴이 달아올라 겨울에도 덥다고 창문 열고 잤는데 전 그런 증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삶이 활기차 쳤고 어떤 힘든 일을 치러도 피곤하지 않았다. 강 씨는 데드리프트(허리와 무릎을 펴고 바닥에 있는 바벨을 엉덩이까지 들어 올리는 것)를 최대 90kg, 스쾃(바벨을 메고 앉았다 일어서기)을 60kg까지 할 수 있다. 1982년 미스터코리아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은 “60, 70대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파워와 근육”이라고 평가했다. 근육운동은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나이들 수록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근육운동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운동으로 배출된 성장호르몬은 몸속의 아미노산이 근육과 뼈, 조직 등을 재합성하게 촉진한다. 우리 몸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근력운동이 유산소운동보다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은 면역력도 증가시킨다. 운동으로 체온 1도를 높일 때 면역력은 5배 증가한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온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기 존중감이 상승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선 90세 이상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생리, 심리적으로 좋은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나이 들수록 근육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씨는 웨이트트레이닝 초창기에는 보디빌딩 선수처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짤 생각도 못했다. 그냥 평소대로 먹었고 친구들돠 술도 가끔 마셨다. 근육운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육 볼륨은 커지고 자세는 좋았지만 근육이 세밀하진 않았다. “5년 전부터 여성들도 근육운동 하는 붐이 일어났어요. 또 다양한 매체에서도 어떻게 하면 근육을 잘 키울 수 있는지 정보를 줬죠.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정보가 올라왔어요. 그래서 한 3년 전부터 음식을 조금씩 조절하며 운동했어요. 그랬더니 근육이 선명해지더라고요.” 솔직히 단백질 등 잘 먹으면 좋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지만 자연스럽게 일상생활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닭 가슴살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바꾸면서 운동을 하니 몸이 또 달라진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하루 종일 근육운동을 하고 싶어요.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바로 회복됩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2~3시간만 하고 나옵니다. 뭐라고 하진 않지만 절 주책이라고 생각할까봐서요.” 그래도 운동은 거를 수는 없다. “이젠 근육운동을 안 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해요. 운동 왜 안 했냐고. 그래서 매일 운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감기 기운이 있으면 집에 누워 있기보다는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무게를 잡아당기면 사라져요. 전 이제 평생 근육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 씨는 SNS에 운동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며 각종 보디빌딩 대회 주최 측에서 출전을 요청했고, 다양한 매체에서 출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부했다. “저는 많은 관중 앞에 나가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만족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죠. 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다보니 선뜻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제 눈에는 부족한 것만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한국 나이 70도 됐으니 대회에 출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강 씨는 말한다. “솔직히 저는 혼자서 어렵게 운동했습니다. 이젠 돈과 시간만 투자하면 바로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훌륭한 강사, 좋은 피트니스센터…. 곳곳에 넘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육운동을 해서 대한민국이 건강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강 씨는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바로 녹이 슨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을 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젠 욕심도 버렸어요. 제가 근육을 키워 남들에게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냥 제가 만족하고 건강하면 되죠. 전 80세가 넘어서도 꽉 낀 청바지에 하이힐, 혹은 멋진 원피스를 입고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을 그리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 씨는 밥숟가락 들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근육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치면 운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오래오래 평생 해야 하기 때문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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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건강]“몸 아파 시작한 근력운동… 갱년기도 잊게 했죠”

    올해 69세인 강현숙 씨는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2, 3시간씩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체와 상체, 코어 운동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탄탄한 그의 몸을 보면 대부분 혀를 내두른다. 40, 50대에도 갖기 어려운 근육질 몸매이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에서 살고 있는 강 씨는 10여 년 전 혼자서 근육운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당초 등산과 수영을 즐기던 그는 50대 후반부터 근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파 꼼짝을 못 해 119에 실려 간 적이 많았다. 이틀씩 누워 있기도 했다. 그때 허리 근육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20년 전쯤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할 때 응원하러 다니면서 ‘근육 잡힌 우리 몸은 예술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갱년기가 시작될 무렵이었고 허리에도 이상이 오자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여수에는 근육운동을 하는 중년 여성이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보편화된 PT(퍼스널트레이닝)를 해주는 트레이너도 없었다. 강 씨는 보디빌딩 책을 사서 공부했고, 남성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면서 운동법을 익혔다. 근육운동을 하니 바로 몸에 변화가 왔다. “허리를 포함한 관절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갱년기를 모르고 지나갔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다 먹는 호르몬제는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여행을 가면 친구들은 얼굴이 달아올라 겨울에도 덥다며 창문 열고 잤는데 전 그런 증상이 없었습니다.” 삶이 활기로 채워졌고 어떤 힘든 일을 치러도 피곤하지 않았다. 강 씨는 데드리프트(허리와 다리를 펴고 바닥에 있는 바벨을 엉덩이까지 들어 올리는 것)를 최대 90kg, 스쾃(바벨을 메고 앉았다 일어서기)을 60kg까지 할 수 있다. 1982년 미스터코리아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은 “60, 70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파워와 근육”이라고 평가했다. 강 씨는 “80세 넘어서도 꽉 낀 청바지를 입고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는 몸매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였던 홍헌기 전 미당도예 대표(71)는 고엽제 후유증을 근육운동으로 극복했다. 1972년 백마부대 28연대 도깨비부대로 베트남전에 다녀온 그는 49세 때인 1999년 병원에서 3, 4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무렵 우연한 기회에 근육운동을 접했고 지금도 활기찬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근육운동은 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43kg까지 떨어졌던 체중이 근육을 키우니 70kg대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몸이 좋아지니 근육운동에 더 매진하게 돼 객관적인 결과물도 얻었다. 2000년 5월 서울 미스터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마스터스 50세 이상부에서 우승했고, 한 달 뒤 미스터코리아 대회 50대 이상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근육운동을 한 지 2년이 지나 병원에 갔더니 뇌와 폐에 있던 종양이 말끔하게 사라졌어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은 뇌와 폐에 깍두기 크기 정도의 흉터만 남아 있습니다.” 근육운동은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근육운동은 성장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운동으로 분비된 성장호르몬은 몸속의 아미노산이 근육과 뼈, 조직 등을 재합성하도록 촉진한다. 우리 몸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근력운동이 유산소운동보다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은 면역력도 증가시킨다. 운동으로 체온을 1도 높일 때 면역력은 5배 증가한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온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존감이 상승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엔 90세 이상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생리, 심리적으로 좋은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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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일러닝’으로 달라진 일상…“산 달리며 삶에 활기 생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외식업계에서 일하는 김자영(36) 씨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들었다. “사이클을 7~8년 탔어요. 그런데 오래 타니 좀 시들해진 면도 있고 사람들에게 치여 지친 면도 있어서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 때 우연히 산을 가게 됐는데 이런 신세계가 없는 거예요. 그 때부터 산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클은 헬멧, 장갑, 각종 보호대 등 챙겨야할 게 많았는데 트레일러닝은 가벼운 차림으로 그냥 나서면 됐다. 그는 “저 혼자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내 몸만 가면 되고 오로지 내 다리로 산을 타면 되니까 부담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사이클을 타도 산 고개를 넘어야 했지만 걷거나 달리면서 넘는 산은 다른 의미를 줬다. “사이클을 잘 닦여진 길을 가잖아요. 산은 구석구석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당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겉으로 보기엔 험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막상 산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밑에서는 날씨가 좋았는데 정상에 올라가니 비구름이 끼어 있는 경우도 많아요. 산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조심히 서로 교감하면서 올라가야 정상 정복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요.” 평일 저녁 삼삼오오 모여서 달리는 훈련을 하던 그는 지난해 9월 새벽달리기로 전향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될 때였어요. 모이는 게 금기시 되면서 어떻게 운동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사람들이 적은 새벽에 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미러클모닝이 유행할 때였어요. 새벽 아무도 없을 때 달리니 정말 좋았습니다. 혼자서 매일 달리고 SNS로 인증샷을 올리는 식이었어요. 그러니 저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응원도 해줬어요. 그것에 더 힘을 받았죠. 이렇게 지속적으로 새벽달리기를 할 줄 몰랐는데 응원에 힘을 받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체력도 좋아지고, 정신력도 강해졌어요.” 출근을 해야 해 강 훈련을 하긴 힘들었다. 30분 정도 달리고 30분 정도 보강운동을 했다. 하루 1시간이 그의 몸을 바꾼 것이다. “그해 10월 영남알프스에서 열린 하이트레일 나인 피크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산봉우리 9봉을 달리는 대회였는데 전 5봉 44km를 신청했어요. 처음엔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거뜬히 완주했습니다. 새벽달리기의 결과였습니다.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트레일러닝을 하면서 대회 출전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하이트레일 나인 피크가 첫 대회가 됐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영남알프스에서 열리는 대회로 거리나 코스가 힘겨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제 트레일러닝은 그의 일상이 됐다. “산을 달린다고 생각하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삶에 활기가 생겼어요. 힘들지만 에너지를 더 받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젊은 친구들 사회생활 하다보면 열심히 안하는 것은 아닌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새벽 운동은 제가 정한 루틴에 따라 했을 뿐인데 바로 성과로 나타납니다. 하루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새벽에 뭔가를 잘 끝냈다는 느낌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됩니다. 제가 제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옵니다. 물론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고요.” 지난해 말 무릎이 안 좋아져 웨이트트레이닝도 시작했다. 관절을 보호하려면 관절 주변 근육을 고르게 잘 키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요가도 시작했다. 몸이 유연해야 부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고, 근육운동하고, 요가하고…. 평일 새벽은 이렇게 운동을 돌아가면서 한다. 그리고 주말엔 산을 달린다. “아직 트레일러닝 초보자입니다. 트레일러닝계에서 유명한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달리기)는 아직 못해봤어요. 하지만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는 해봤어요. 설악산 공룡능선도 달려봤고요. 앞으로 전국의 산을 차근차근 정복할 겁니다.” 학창시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김 씨는 일본에서 1년 살았을 때 자연스럽게 자전거에 입문했다. 일본은 생활 속에 자전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짧은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이클을 탔어요. 7,8년 전이었으니 사이클이 아직 큰 붐이 일진 않았을 때였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았고 운동도 되니 활기가 생기고 에너지도 생겼습니다.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전국을 돌아다닌 것도 좋았습니다.” 요즘은 트레일러닝에 빠져 사이클은 가끔씩 타고 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변화가 있을까. “운동을 하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생겼어요. 서로를 응원하고 피드백도 주고받습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 다시 힘을 얻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엔 오프라인 대회가 취소되면서 넋을 잃고 있었다면 이젠 온라인으로 서로 경쟁하는 방법도 찾았습니다. 사이클을 즈위프트 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경쟁합니다. 달리기도 온라인으로 경쟁하는 방법이 생겼어요. 각종 거리 및 시간 측정기, 상승고도까지 측정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아요. 자기가 하루 달린 것을 GPS로 측정한 기록을 온라인에 올리면 랭킹이 정해집니다. 그렇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운동을 통해 성격도 바뀌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저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면서는 내성적으로 바뀌었죠. 튀면 힘들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다시 적극적인 성격이 나왔습니다. 운동하고 SNS에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니 저의 본능이 나타난 것이죠. 이렇게 사는 게 즐겁습니다.” 김 씨는 트레일러닝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체체체가달린다(체달)이다. “아직 트레일러닝이 많이 보급되지 않았어요. 저도 초보지만 이 좋은 운동이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하고 싶습니다. 산을 달리는 것을 일종의 큰 벽으로 생각합니다.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보죠. 하지만 해보면 달라요. 힘들지만 힘들수록 얻는 게 큰 게 트레일러닝입니다. 제 채널로 트레일러닝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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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논점]날림 심사 부르는 건수 늘리기 경쟁… “부담은 국민 몫”

    《#1. 지난해 6월 철인3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폭력 근절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안이 12건이나 발의됐다. 약간씩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12개 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안으로 합쳐져서 통과됐다. #2.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통과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은 10일 이내인 가족돌봄휴가를 최대 25일까지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가장 먼저 제안된 건 그해 6월.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출범 직후 당론으로 채택해 의원 전원 이름으로 공동 발의하면서다. 이후 석 달간 여야 의원들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6개나 추가 발의했다. 핵심은 모두 유급 가족돌봄휴가 확대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들이 작성한 검토보고서는 개략적인 현황 설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채워졌다. 보고서는 사실상 ‘복붙’(복사+붙여넣기)에 가까웠다.》토씨만 바꾼 ‘복붙’ 많아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11개월째인 13일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의원입법은 8911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6957건으로 20대 국회 같은 기간의 4698건에 비해 48%가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의원입법 건수는 4년간 4만 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대 국회 2만3047건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의원들의 법안 발의를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안 건수에만 집착하다 보니 법안 발의 모양만 내는 꼼수가 판치고 있다. 한 의원 보좌관은 “과거 폐기됐던 법안을 찾아 토씨나 명사만 바꿔서 제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소속의 한 의원은 오래된 용어 하나만 바꿨는데 그 용어가 들어간 기존 12개 법안이 새롭게 개정안으로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원안이나 수정안으로 가결되는 등 실제 법률에 반영된 것은 절반도 안 되는 8061건에 불과했다. 이러니 의원입법 남발은 정해진 대로 물건만 만들어내고 보는 ‘컨베이어벨트 공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 공정’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되는 법안을 야당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원입법을 활용했다. 일례로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부동산 관련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의원입법으로 강행했다. 정부안이 제출되면 입법예고→영향평가→법제처 심사 등 절차에만 최소 4개월 정도 걸리지만 의원입법은 구성 요건만 갖추면 며칠 안에 법안 통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법 속도에 매달리다 보니 웬만한 심의 절차도 무시되는 일이 빈번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거대 여당의 힘을 빌려 입법 청탁을 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정부가 사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여당 의원실을 통해 ‘청부입법’을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당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 거래분석원 설립 관련 법안은 사실상 국토교통부 안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관리하는 법안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점을 우려해 법안 제출이 쉬운 의원입법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석빈 우석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사전적 입법 영향 분석 등 이런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법안 시행 후 예상되는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증된 틀을 무시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교육위 건당심사 4.7분 일부 의원의 입법 남발은 부실 심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심사 소위를 네 번 여는 동안 법안 205개를 16시간 동안 논의했다. 법안 1건당 투입된 시간이 평균 4.7분에 그친 셈이다. 환경노동위원회(7분), 보건복지위원회(9분), 외교통일위원회(10분) 등 다른 상임위 사정도 비슷하다. 법안심사 소위가 한 번 열릴 때마다 수십 건에서 많으면 100여 건의 법안이 상정되다 보니 상임위 전문위원들이나 의원들이 법안 내용을 제대로 따져볼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의원들의 부실 입법을 모두 의원 개인 탓으로 돌릴 순 없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중시하는 공천 제도와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 공천 심사 기준에 들어가는 의정활동 평가에는 법안발의 성과가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최다 발의’ ‘최소 발의’ 등을 기준으로 의원들을 평가하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에게 법을 만들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그러나 얼토당토않은 법을 만드는 건 유권자들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英-獨-스위스 등 입법영향분석제도 시행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물론이고 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시행하는 국가가 적지 않다. 법안이 미칠 영향과 비용 등을 미리 점검해 무리한 입법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998년 입법 과정 등에서 새로 만들어진 주요 규제안에 대한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했고, 2007년에는 입법의 영향을 보다 폭넓게 분석하는 영향평가(Impact Assessment)로 확대 개편했다. 이는 규제 외에도 다양한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비용과 편익을 관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제출안과 의원발의안 모두에 대해 평가가 실시된다. 의원안에 대한 영향평가는 해당 법령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실질적으로 수행한다. 영향평가서는 법안과 함께 의회에 제출되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2008∼2020년 총 4300차례에 걸쳐 영향평가가 이뤄졌다. 독일에서는 사전입법영향분석, 병행입법영향분석, 사후입법영향분석 등 3단계로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한다. 사전입법영향분석 단계에서는 입법 계획 수립, 법률 초안 구상 및 작성 등이 이뤄지는데 의원안도 분석 대상에 포함된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연방하원에 의원이 제출한 ‘코로나19 파산신청중지법 개정안’에는 법률 및 행정의 간소화, 지속가능성, 재정지출, 이행비용, 기타 입법 영향 등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이 포함됐다. 스위스는 헌법에 입법영향평가제도의 근거를 마련한 국가다. 1999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연방의회는 연방이 취한 조치의 실효성 평가가 진행되도록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연방 및 각 주(州)의 법률 90여 개에 입법영향평가 관련 조항이 반영돼 있다. 의원안과 정부안 모두 사전입법영향평가의 대상이며, 의원안에 대해 평가를 할지는 해당 소관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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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대에도 무대서 ‘훨훨’…“등산으로 체력 기른 덕이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손관중 한양대 예술체육대학 무용학과 교수(61)는 지난해 3월부터 산을 집중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자 이를 피해 산으로 간 것이다. “그 전에도 가끔 등산을 즐겼지만 이렇게 많이 산을 탄 적은 처음입니다. 몇몇 지인들과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권 등 40개 넘는 산을 올랐습니다. 한번 가면 6시간 정도 산을 탔습니다. 그러다보니 몸이 달라졌습니다.” 손 교수는 올 초부터 사실상 ‘지옥의 공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1월 고양국제무용제를 시작으로 3월 한 달에만 3개의 각기 다른 공연 무대에 섰다. 김복희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공연(5~7일), 가림다댄스컴퍼니 40주년 기념공연(12~13일), 제35회 한국현대춤 작가 12인전(27~28일). 올 초부터 연습과 리허설 등 하루 몇 시간씩 춤을 춰야하는 힘겨운 일정이었지만 거뜬히 버텨냈다. 무엇보다 3월 3개 공연 모두 예술 감독까지 맡았고, 여자 파트너를 들어올려야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전성기 때 버금가는 활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을 잘 마치자 주위에선 “저 나이에 어떻게 체력적으로 잘 할 수 있었냐”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손 교수 자신도 “이렇게 집중적인 공연은 30대 때 해보고 처음이었는데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전문가들은 “60대면 회복 속도도 젊은이에 비해 훨씬 늦는데 이렇게 무리 없이 공연한 것은 체력이 뒷받침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배경엔 등산이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가 손 교수를 체력적으로 더 강하게 만든 셈이 됐다. 코로나19 탓에 실내 및 단체 무용 연습을 못하게 되면서 산을 찾게 됐는데 그게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솔직히 산을 오른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나무와 꽃, 돌, 바위, 개울 등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오르다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갑니다.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선 긴장감을 못 느끼지만 산은 자칫 잘못하면 다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게 체력은 물론 집중력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고 했다. 20세 이후 40년 넘게 무용을 하면서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닳아 불편했는데 산을 타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무릎 주변 근육이 강화되면서 관절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50)은 “등산이 주는 효과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불린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그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주로 엘리트 선수들의 심폐지구력을 강화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80~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는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 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보통 1시간 이상 반복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5~8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인터벌트레이닝 그 자체로 에너지 소비가 높은데 장시간 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시간 동안 10km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회 하는 게 심폐지구력 향상과 에너지 소비엔 더 효과적이다고 말한다. 송 실장은 “등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기 때문에 하체 근육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손 교수님 같은 무용수에게 딱 맞는 체력운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어 좋다. 손 교수님의 경우 평소 무용으로 하체가 단련돼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체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고 등산을 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특히 내리막을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에선 체중의 최대 10배까지 부하가 올라가기 때문에 자칫 관절을 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가 등산으로 체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지자 후배 남녀 무용수들도 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환갑이 다가오면서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자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다. 젊었을 때부터 평생 취미였던 사진촬영을 위해 3년 전 전문 카메라를 구입해 고궁과 길거리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삶의 여유를 찾고 사진 촬영으로 다양한 영감을 얻기 위한 투자였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서는 자체가 운동의 시작이었다. 궁궐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면 3,4시간을 훌쩍 지나간다. 하루 1만~2만 보는 기본으로 걸었다. 이렇게 취미생활을 시작하고서 코로나19가 왔고 본격 산행도 병행하게 된 것이다. 평소 서울 홍제동 집 근처 인왕산과 안산, 북악산을 올랐던 그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20여 곳에 수도권에서 가까운 명산은 거의 다 올랐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산 인수봉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남성적인 산으로 겨울 풍경이 아름답다고 했다. 등산은 체력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지만 정신 건강에도 큰 효과가 있었다. 그는 “좋은 경관을 즐기며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깔딱 고개 하나 넘으면 숨은 차지만 기분은 아주 좋아집니다. 무용 공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날라가죠”라고 했다. 손 교수는 자신의 삶에 대해 ‘극과 극’을 살았다고 했다. 그는 학창시절 권투선수를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무용을 하게 됐다. “제가 외아들이라 아버지께서 밖에서 맞고 다니지 말라며 복싱을 시켰어요. 그런데 꽤 잘했어요. 중학교 때 서울신인대회, 전국학생신인대회에 나갔어요. 고교 2년 때 김명복배대회에선 라이트급으로 8강까지 올랐죠. 그 때 한 번 더 이겨 4강까지 갔으면 전 쭉 권투선수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집안에선 그가 권투를 계속하는 것을 반기지는 않았다. 그 무렵 지인을 따라 무용학교에 갔다 운명처럼 무용을 하게 됐다. 한국무용과 발레, 현대무용을 다 배웠다. “전 틀에 박힌 것이 싫었습니다. 무용은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열심히 춤을 췄고 대학 대신 국립발레단 발레 연습생(현 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1981년 입대했는데 최전방 수색대로 가기 전 제가 한국무용을 배울 때 장구를 쳤던 게 알려지면서 국방부 군악대로 전출이 됐습니다. 그리고 제대하면서 1984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원래대로 입학했으면 1979학번인데 5년 늦게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1981년 청주대학에 잠시 적을 뒀지만 한 달 뒤 군입대하면서 더 이상 인연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손 교수는 원래 발레가 주였다. 한양대도 발레로 들어갔고 1984년 발레협회콩쿠르에서 은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도 갖췄다. 하지만 1985년 현대무용으로 전향했다. “고정화 되는 것, 틀에 박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이젠 무용도 융복합, 콜라보(Collaboration)가 이뤄져 경계가 없습니다. 이젠 컨템퍼러리로 그 시대에 맞는 춤을 추면됩니다.” 손 교수는 1987년 현대춤협회가 시작한 한국현대춤 작가 12인전 초대전부터 무대에 섰다. 스승인 김복희 한양대 명예교수(73)의 파트너로 무대에 섰고 그를 계기로 협회 간사, 총무를 거치 16년 째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35회째 무대에도 섰다. “제가 처음 춤을 출 때인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에는 저를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봤어요. 남자가 춤을 춘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죠. 지금은 남자 무용수가 더 많을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코로나19로 무용계도 어려운데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다시 도약할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손 교수는 올 초에는 공연 준비로 산을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예정된 공연을 다 마쳤기 때문에 다시 산을 힘차게 오를 계획이다. 그는 “산을 오르며 땀을 뻘뻘 흘리다보면 제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 새 기분으로 다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산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습니다”며 웃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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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건강]“자연 속 인터벌트레이닝 등산, 제 춤의 원동력이죠”

    환갑을 넘긴 손관중 한양대 예술체육대 무용학과 교수(61)는 3월 한 달에만 3개의 각기 다른 공연 무대에 섰다. 김복희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공연(5∼7일), 가림다댄스컴퍼니 40주년 기념공연(12, 13일), 제35회 한국현대춤 작가 12인전(27, 28일). 올 초부터 연습과 리허설 등 하루 몇 시간씩 춤을 춰야 하는 힘겨운 일정이었지만 거뜬히 버텨냈다. 무엇보다 3개 공연 모두 예술 감독까지 맡았고, 여자 파트너를 들어올려야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전성기 때에 버금가는 활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월 고양국제무용제까지 4번의 공연을 잘 마치자 주위에선 “저 나이에 어떻게 잘할 수 있었지”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손 교수 자신도 “이렇게 집중적인 공연은 30대 때 해보고 처음이었는데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전문가들은 “60대면 회복 속도도 젊은이에 비해 훨씬 늦는데 이렇게 무리 없이 공연한 것은 체력이 뒷받침해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배경엔 등산이 있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면서 산으로 피해 갔습니다. 그전에도 가끔 등산을 즐겼지만 이렇게 산을 많이 탄 적은 처음입니다. 몇몇 지인들과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등 40개 넘는 산을 올랐습니다. 한 번 가면 6시간 정도 산을 탔습니다.” 코로나19가 손 교수를 더 강하게 만든 셈이 됐다. 코로나19 탓에 실내 및 단체 무용 연습이 제한을 받으면서 산을 찾게 됐는데 그게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솔직히 산을 오른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나무와 꽃, 돌, 바위, 개울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오르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갑니다.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선 긴장감을 못 느끼지만 산은 자칫 잘못하면 다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등산이 체력은 물론 집중력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고 했다. 20세 이후 40년 넘게 무용을 하면서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닳아 불편했는데 산을 타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무릎 주변 근육이 강화되면서 관절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50)은 “등산이 주는 효과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불린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그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주로 엘리트 선수들의 심폐지구력을 강화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는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보통 1시간 이상 반복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2시간 안에 끝내기보다는 5∼8시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인터벌트레이닝 그 자체로 에너지 소비가 높은데 장시간 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전문가들은 1시간 동안 10km를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20회 하는 게 심폐지구력 향상과 에너지 소비엔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송 실장은 “등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야 하기에 하체 근육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손 교수님 같은 무용수에게 딱 맞는 체력운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다. 손 교수님의 경우 평소 무용으로 하체가 단련돼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체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고 등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리막을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에선 체중의 최대 10배까지 부하가 올라가기 때문에 자칫 관절을 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운동은 면역력도 높여준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스트레스, 산을 타며 날려 보내는 것은 어떨까. 산에서도 사람이 많으면 마스크는 써야 한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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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80km 성지순례 준비하다 걷기 마니아 돼…“새 세상 펼쳐졌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인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63)는 인도 부처님 성지순례 1080km를 준비하다 걷기 마니아가 됐다. “지난해 5월부터 인도 성지순례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45일간 성지 7곳 1080km를 걷는 대행진이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죠.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못 가게 됐습니다.” 시작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었다. 지난해 서울 봉은사에서 동안거를 마친 뒤 “인도 성지순례를 가겠다”고 해 뜻이 맞은 스님과 신도들이 추진했던 것이다. 정 이사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이제 불교의 모습도 바뀌어야 한다. 침체된 불교 중흥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꿔보자. 코로나19 시대에 불당에 앉아 참선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근본부터 바꿔 나가자. 세상 속으로 나가 신도들과 함께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 능동적인 움직임, 걸으면서 하는 행선도 좋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행선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이사는 성지순례를 위해 매일 새벽 일어나 2~3시간씩 걸었다. 오전에 일이 있으면 오후에 짬을 내서 걸었다. 평소 가끔 등산을 했고 골프 등 스포츠도 즐겼지만 이렇게 빠져 본 적은 없었다. 그는 “걸어보니까 이렇게 좋은 게 없었어요. 아무런 준비가 없어도,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훈련이 없어도 걸을 수는 있습니다”고 말했다. 물론 바른 자세로 걸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정 이사는 유튜브 등을 찾아 바르게 걷는 방법을 공부했고 신도회 회원인 ‘걷기 박사’ 성기홍 대한브레인걷기협회 이사장(61)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걸으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차를 타고 다닐 땐 보지 못했던 삼라만상이 다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 한강공원의 나무와 꽃, 돌, 사람…. 개나리 한 송이 한 송이가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차에서 내려 걷는다는 게 이런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온 몸으로 계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결국 인도 성지순례는 취소 됐다. “당초 10월쯤 인도에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취소 됐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기획한 게 대구 동화사에서 출발해 서울 봉은사까지 511km를 21일에 완보하는 자비순례였습니다.” 정 이사는 지난해 7월 충남 공주 마곡사 인근에서 100km를 걷는 예비행사에 참여했다. 당초 인도 성지 순례를 대비한 전초전격인 걷기 행사였다. 무더위에 폭우까지 왔지만 거뜬히 100km를 완보했다. 그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완보했습니다. 혼자는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스님, 신도분들과 함께 걸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걷기가 제 신체에 딱 맞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고 했다. 인도 성지순례 대신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자비순례에는 본진 80명이 참여해 말 그대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21일간 행선이 이어졌다. 산과 강을 따라 걸으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대중들을 위로하는 기도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모임이 금지된 상태라 실내투숙도 불가능했다. 모두 1인용 텐트에서 밤을 보냈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하루 적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을 걸었다. 하루 평균 30km, 최대 35km를 걸었다. “지원단이 있어 짐을 짊어지고 다니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10일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씻을 곳도 없고 매일 텐트에서 자야하고…. 적응도 안 된 상태였고 발바닥에 물집도 잡혔죠. 그런데 10일을 넘기니 다리에 힘도 생기고 내성도 생겨 편안해졌습니다. 그 때쯤 경상북도에서 충청북도로 넘어가는 최대 고비인 이화령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무사히 넘어섰습니다.” 자비순례를 마치니 체중이 7kg이 빠졌다. 98kg까지 나가던 체중을 현재도 90kg로 유지하고 있다. 걷자 건강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옷이 안 맞아 아내가 “너무 부작용이 크다. 제발 그만 걸어라”고 농담할 정도란다. 올 1월 건강검진을 했는데 고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좋아졌다고 했다. 순례를 마친 뒤에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매주 40km 이상을 걷고 있다. 집 주변 서울 한강공원을 자주 찾았고 도심 걷기도 자주 다녔다. 체중을 80kg 이하로 낮추는 것도 목표가 됐다. “요즘은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를 잡아 걷고 있습니다. 일명 도심지 역사투어라고 해서 서울 청계천일대 황학시장 광장시장 등을 둘러보는 ‘시장 탐방 투어’, 최근 삼일절을 기념해 삼일운동이 벌어진 태화관, 탑골공원, 그리고 인사동을 둘러보는 투어도 했습니다. 함께 점심이나 저녁도 먹습니다. 친구들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서울 한양도성길, 서울 둘레길,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여러 걷는 길을 만들어 갈 곳이 아주 많았다. 그는 “걷기 투어는 투자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걷기는 육체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됐지만 정신적인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됐다. “제가 2년여 전에 은퇴를 했습니다. 솔직히 계획도 없이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하고 정년퇴직을 했는데…. 걷기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됐습니다. 걸어서 몸이 건강하니 정신도 맑아졌습니다.” 정 이사는 경기도 의정부 영석고 교장을 맡아 지역 명문고로 키운 인물이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경기도교육청 2017년 사학기관 평가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교육계를 떠난 그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정 이사는 올해도 인도 성지순례가 쉽지 않아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승보사철 송광사(전남 순천)에서 출발해 법보사찰 해인사(경남 합천)를 거쳐 불보사찰 통도사(경남 양산)에 이르는 불법승 3사 투어 행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행선은 스님과 신도, 남녀 구분 없이 자기 발로 걸어야 합니다. 줄 서서 걷고, 걸은 순서대로 밥도 배급 받아 먹습니다. 모든 절차에 차별성이 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이뤄집니다. 스님이라고 특별대우 받는 것도 없습니다. 공정이 화두인 현 시대에 딱 맞는 수행방식입니다.” 정 이사에 따르면 자비순례를 다녀오신 스님들이 각 지역 사찰에서도 걷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4월 7일 해인사에서도 걷기 행사가 열린다. “걷다보니 새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건강도 따라왔습니다. 100세까지 살고 싶어서가 아니고 오늘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려고 걷고 있습니다. 걷기에 대해 늦게 눈을 떴지만 걷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도하며 평생 걸을 생각입니다.” 이제 본격 걷기 인생 2년차인 그의 걷는 모습에선 건강함과 즐거움이 함께 묻어났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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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니어에 좋은 운동, 자전거 타기…사고 피하려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자전거 마니아’ 조성복 씨(69)는 지난해 11월 11일을 자전거 사고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경기도 부천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라이더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혀 도로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전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천천히 자전거전용도로 내리막을 달리고 있었죠. 상대는 도로 사이클로 무섭게 오르막 페달을 밟고 있었는데 중앙선을 침범한 그를 제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혔습니다.” 2일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 일어나보니 안면 골절에 치아 및 안구 주변 손상으로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는 “안전모를 쓰지 않았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결혼기념일 다음날 즐겁게 자전거를 타다 난 사고라 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상대는 25살의 젊은이였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너무 빨리 달려 조심하기는 했지만 저도 순식간에 당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전거끼리의 사고는 블랙박스가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간하기 어렵다. 조 씨는 다행이 경기도 부천 한 물류회사 주차장 근처에서 사고를 당해 주차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찰은 상대를 가해자로 지목해 조 씨는 1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조 씨는 원래 축구 마니아였다. “전 젊었을 때부터 축구를 즐겼습니다. 키가 커 학창시절 배구 선수로 잠깐 활약하기도 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축구에 빠져 지냈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찾으려면 ‘서울 효창운동장에 가면 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조기축구, 주말축구도 모자라 축구 경기가 있으면 효창운동장으로 가서 관람을 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과천에서 조기축구를 시작한 조 씨는 어린이축구교실도 만들었다. 조기축구 때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했다. 차범근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990년에 ‘차범근축구교실’을 만들었으니 훨씬 빨랐던 셈이다. 국가대표 장신 공격수 김신욱(33)도 키웠다. 조 씨는 “(김)신욱이 아버지와 공을 많이 찼다. 신욱이도 우리 조기축구에서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1996년 골프 레슨프로 자격증도 획득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까지 당하면서 축구를 그만 뒀다. 그는 “축구는 부상 위험이 높다. 오른쪽 정강이가 5조각나는 다중골절까지 당하니 더 이상 축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체중이 불었다. 186cm의 키에 79kg을 유지했었는데 89kg까지 는 것이다. 무릎에 통증도 왔다. “한 병원을 찾았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병원에 갔더니 주사를 놔주면서 자전거를 타보라고 했습니다.” 그 때가 50대 후반이었다. 조 씨는 바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MTB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산은 위험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지 않았다. 또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사고 위험이 높다. MTB는 도로에서 스피드도 낼 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자전거 타기는 참 좋은 운동이었습니다. 하체는 물론 상체 근육을 발달 시켰어요. 몸도 건강해졌고 체중도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구경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좋았어요.” 조 씨는 4대강과 제주도 일주를 포함해 1857km 전국일주 2번째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경북 울진까지 가면 전국을 두 바퀴 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나이 들어 건강관리에는 자전거가 최고”라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물론 사고당한 뒤 더 조심해서 타고 있다. 조 씨는 요즘도 주당 4일 자전거를 탄다. 화요일과 수요일, 토요일과 일요일.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는 화요일과 수요일은 쉬는 날이라 자전거 타기에 집중한다. 한 번 타면 40~50km는 달린다. 토요일도 혼자 즐기고 일요일에는 손자들과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는 “손자들을 앞세우고 가다보면 젊은 친구들이 너무 빨리 달려 마음이 불편하다. 가급적 사람이 없는 곳을 찾고 있다. 자전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전거와 자전거는 물론 자전거와 사람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조 씨는 동호들의 자전거 타기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5~10명이 모여서 함께 타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르르 한데 모여 ‘오늘은 평균속도 30km’를 표방하는 등 위험하게 질주한다. 그는 “자전거 동호회 카페나 사이트에 들어가면 공지로 ‘이번엔 평속 30kim 이상으로 간다’며 함께 할 사람들을 모은다. 평속 30km는 엄청 빠른 것이다”고 우려했다. 여럿이 평속 30km 이상 달리다보면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와 접촉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고, 앞사람이 사고가 날 경우 뒷사람도 함께 넘어질 수 있다. 동아사이클대회 챔피언(1982, 1984년) 출신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9)는 “최근 자전거 인구가 갑자기 늘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드를 내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잦다. 특히 실력도 안 되는데 몰려 타면 방어 운전이 안 돼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는 겸손하게 타야 한다. 반대편에 라이더가 있으면 속도를 줄이고 한 줄로 가야하고 산책하는 사람에게 ‘비켜라’ 소리치지 말고 스스로 천천히 피해 다녀야 한다. 자전거 타는 게 벼슬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200~300명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자전거를 타다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자전거도 차(車)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탈 수 있다. 앞에서 잠시 지적한대로 자전거 사고는 과실 유무를 따지기 어렵다. 블랙박스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전거 앞뒤에 블랙박스를 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또 자전거는 번호판이 없으니 사고가 난 상황에서 뺑소니로 도망가도 잡힐 가능성이 낮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인식 자체도 안 돼 있다. 서로 조심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자전거로 건강을 다지는 조 씨는 지금도 축구동호회 문원 FC(경기도 과천 문원중학교 조기팀) 경기나 행사에 참여는 한다. 하지만 축구를 하지는 않는다. 그는 “초창기부터 애정을 가지고 만든 동호회라 계속 나간다. 밥도 사고 격려도 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체력도 문제고 부상 위험도 있어 축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신 자전거는 평생스포츠로 생각하고 있다. “자전거는 계속 탈 것입니다. 나이 들어 최고의 건강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주 조심히 타야합니다.”다음은 자주 일어나는 자전거사고 사례(자전거전용도로)사례 1. 앞서 가던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전용도로를 주행하다 과속방지턱을 발견하고 감속하자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뒤따르던 자전거 운전자들이 연쇄 추돌하는 사고. =자전거를 탈 때도 자동차운전과 마찬가지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약 자전거 3대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게 안전하다. 사례 2.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다 자전거 조작 미숙으로 넘어지면서 노면에 머리를 부딪친 사고.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물기나 모래에 민감하다. 작은 돌출물에 부딪혀도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안전장비를 꼭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 13세 미만의 경우에는 안전모를 착용할 의무가 있다. 자전거사고 사망자의 80%는 머리를 다친 경우다. 안전한 자전거 운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머리에 맞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사례 3.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앞지르기를 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던 주 반대방향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 =자전거로 앞지르기를 할 때는 반대방향의 자전거와 앞쪽에서 달리는 자전거를 확인해야 한다. 방향지시기, 등화, 경음기 등을 사용해 안전하게 앞질러야 한다. 사례 4. 도로 사이클을 타던 사람이 산책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전거전용도로에 등장하자 피하지 못해 충돌. =공원에서는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구분하지만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지나갈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공원을 달릴 땐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며 자전거를 타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주의 사항. 자전거도 차다. 인도와 횡단보도에선 끌고 가야 한다. 자전거 통행을 설정한 횡단보도에서는 표시구역으로 타면 된다. 도로에선 오른쪽 끝에서 조심히 타야한다. 차와 자전거 사고도 많이 나는데 사고가 나면 대부분 자전거 운전자가 크게 다치니 조심해야 한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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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만큼 위험한 자전거 사고… 겸손하게 타는 게 최선”[양종구의 100세 건강]

    10여 년 전부터 자전거 타기를 즐기던 조성복 씨(69)는 지난해 11월 11일 큰 사고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경기 부천시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다른 라이더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쳐 도로로 나가떨어졌다. 왼쪽 얼굴 쪽으로 떨어져 2일 동안 혼수상태였고, 안면 골절에 치아 및 안구 주변 손상으로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조 씨는 “안전모를 쓰지 않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깨어나 사고 경위를 알아보니 상대는 25세 젊은 청년이었다. 조 씨는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내리막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고 상대는 도로 사이클을 타고 오르막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었다. 중앙선을 침범해 빠르게 올라오는 상대를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찰은 인근 한 물류 회사 주차장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상대방이 가해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전거 사고의 경우 대부분 블랙박스가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간하기 쉽지 않다. 치료비만 1000만 원 넘게 든 조 씨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축구를 즐기던 조 씨는 50대 후반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다. “젊었을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나이 들며 체력도 떨어지고 오른쪽 정강이 다중골절 중상을 입으면서 부상 위험도 있어 축구를 하지 않았더니 살이 쪘어요. 79kg이던 몸무게가 89kg까지 늘었어요. 무릎 통증도 와서 병원을 찾았는데 자전거를 권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MTB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사고 위험이 높다. MTB는 스피드도 낼 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자전거 타기는 참 좋은 운동입니다. 하체는 물론이고 상체 근육도 발달시켜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구경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죠.” 조 씨는 4대강과 제주도를 포함해 1857km 전국일주 2번째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해안 국도 7호선을 타고 경북 울진까지 가면 전국을 두 바퀴 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나이 들어 건강관리에는 자전거가 최고”라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물론 사고를 당한 뒤 더 조심해서 탄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마니아 김수녕 경기 성남시 분당제일부동산 대표(51)도 14년 전 자전거 사고로 오른팔을 다쳐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김 대표는 “저는 사이클 훈련 도중 자전거와 충돌해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어요. 자전거 사고도 자동차 사고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10회 완주한 ‘철녀’인 그는 요즘은 사람이 많은 곳에선 절대 스피드를 내지 않는다. 자칫 부딪히면 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전거와 자전거는 물론이고 자전거와 사람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조 씨와 김 대표는 동호인들의 잘못된 자전거 타기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5∼10명이 모여서 함께 타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르르 한데 모여 ‘오늘은 평균속도 30km’를 표방하는 등 위험하게 질주한다. 여럿이 평속 30km 이상 달리다 보면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고, 앞사람이 사고가 날 경우 뒷사람도 함께 넘어질 수 있다. 동아사이클대회 챔피언(1982, 1984년) 출신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9)는 “최근 자전거 인구가 갑자기 늘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드를 내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잦다. 특히 실력이 안 되는데 몰려 타면 방어 운전이 안돼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는 겸손하게 타야 한다. 반대편에 라이더가 오면 속도를 줄이고 한 줄로 가야 하고 산책하는 사람에게 ‘비켜라’ 소리치지 말고 스스로 천천히 피해 다녀야 한다. 자전거 타는 게 벼슬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200∼300명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자전거를 타다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자전거도 차(車)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탈 수 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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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엽제 후유증으로 43kg…운동하니 살 것 같았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였던 홍헌기 전 미당도예 대표(72)는 고엽제 후유증을 근육운동으로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제가 49세 때인 1999년이었습니다. 병원에서 3,4개월 밖에 못 살 것 같다고 했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던 때 어느 헬스클럽을 지다다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하고 부딪혀 넘어졌습니다. 제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어 비실비실 걷다 힘 좋은 사람하고 부딪혀 넘어진 거죠.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는데 운동을 해서인지 건강하시더라고요. 저를 일으켜 세워주며 ‘운동 한번 해보라. 운동하면 몸이 달라 질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바로 헬스클럽으로 달려갔습니다.” 홍 전 대표는 1972년 마지막으로 베트남에 파견됐다. 백마부대 28연대 도깨비부대 이등병으로 배에 올랐다. 1975년 전쟁이 끝난 뒤 돌아와 처음엔 괜찮았는데 서른 중반부터 고엽제 후유증이 나타났다. 그는 “흰 가루가 농약인 줄 알았으면 안 먹었을 텐데 목이 마르니 수통으로 물을 담아 마셨던 게 화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뇌에 악성 종양이 생겼고 폐로까지 전이가 됐다. 그는 “당시 함께 베트남에 갔다 온 동료들이 다 죽었다. 그 때까지 1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베트남 갔다 와서 결혼을 안했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도 많이 했다. 딸 셋인데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70kg 대였던 제 몸무게가 43kg까지 떨어졌어요. 헬스클럽에서도 안 받아주려고 했어요. 고정식 자전거를 타면서 자꾸 넘어지니 병원에 갈 사람이 무슨 운동이냐고. 그래도 사정사정해서 몇 달 운동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모 잡지에서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코치아카데미 강좌가 열린다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요량으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6)을 만났다. 1999년 10월이었다. 창 원장은 당시 대한보디빌딩협회 이사로 코치아카데미 운영을 맡고 있었다. 창 원장은 “몸은 허약했는데 운동에 대한 투지가 남달랐다”고 기억했다. “운동을 하다보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장이 다 망가져 소화력이 떨어졌지만 닭 가슴살을 갈아서 7~8번 나눠 먹으면서 운동했습니다. 다른 보디빌더들은 하루 닭 가슴살을 4~5개씩을 먹는데 전 소화를 시킬 수 없어 하루 1개만 먹었어요. 그리고 하루 몇 시간씩 운동했습니다. 토하기도 했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근육이 붙는 재미에 힘든 줄 몰랐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그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몸무게도 70kg대로 회복했다. 2000년 5월 서울 미스터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50세 이상부에서 우승했다. 운동 시작한 지 7개월여 만이다. 한 달 뒤 미스터코리아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0월 YMCA 대회까지 석권했다. 창 원장은 “솔직히 홍 전 대표가 고엽제 환자인줄은 나중에 알았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근육 운동을 한 지 2년이 지난 뒤 병원에 갔더니 뇌와 폐에 있던 종양이 말끔하게 사라졌어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은 뇌와 폐에 깍두기 크기 정도의 흉터만 남아 있습니다.” 홍 전 대표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넘친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운동을 하면 열충격단백질(heatshock proteins·HSP) 합성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상승하고 상승된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HSP가 합성되는데 이 HSP가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HSP는 피로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완화 물질인 엔돌핀이 나오도록 촉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네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운동으로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몸이 좋아지자 홍 전 대표는 더욱 운동에 매진했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몸도 더 좋아졌다. 2008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보디빌딩 대회 마스터스부분에 출전해 50세 이상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홍 전 대표는 30대 중반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어 운동에만 전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운동에만 전념했다면 우승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제대로 운동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공부도 했다. 호주 시드니 국립 맥퀄리 의과대학에서 척추학, 중국 베이징대 의과대학에서 인체해부학, 고려대 척추클리닉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일반인을 위한 클리닉이 개설 됐을 때 공부한 것이다. 2011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BND 대학에서 자연치유학을 공부하고 왔다. 망가진 내장 때문에 소화가 안 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식에 대해 공부한 것이다. 대한보디빌딩협회 인사 법제 상벌부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홍 전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는 대회 출전을 자제하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장관배 코리아보디빌딩 대회 그랑프리 대상을 받은 게 마지막이다. 홍 전 대표는 요즘도 매주 3~4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간헐적 단식 차원에서 아침을 거르고 오전 9시부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공복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그래야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여전히 지금도 음식 섭취를 양껏 하지는 못한다. “솔직히 고엽제 환자는 내년을 보장할 수 없어요. 내장이 다 녹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살기 위해 운동하고 있습니다. 동료들 다 갔는데 근육운동으로 지금까지 덤으로 살아 온 것이기 때문에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한 이틀만 운동 안 해도 잘못하면 순간에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동하고 있습니다.”홍 전 대표의 꿈은 아시아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마스터스부 50대 이상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60대 초반에 사업을 접고 도자기 만드는 사업체 쪽에서 일이 있을 때 파트타임으로 도와주고 있어 이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10여 년 전에는 중국에서 올림픽이 예정돼 있었고 대회도 홍콩에서 열리는 바람에 중국계에 밀린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70세를 넘겼지만 열심히 몸 관리해 지금도 50대에 꿇리지는 않습니다. 1년 열심히 몸 만들면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75세 이전에 아시아대회에 출전해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홍 전 대표는 살기 위해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지만 이젠 그에게 삶의 목표이자 즐거움이 됐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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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로 디스크 치료를? 마라톤에 빠진 의사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5년 5월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 100km 단체전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대 의대 달리는 의사들’ 5명이 출전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5명이 모두 15시간 안에 들어온 단체 중 상위 3명 기록이 좋은 팀이 우승하는 방식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쟁쟁한 울트라마라톤 동호회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 당시 김학윤 김학윤정형외과의원 원장(78학번)을 필두로 양재혁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94학번), 조대연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89학번), 남현우 삼성마취통증의과학과의원 원장(81학번)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90학번) 형제가 출전했다. 김학윤 원장은 “우리 우승 소식이 알려지면서 혼자 달리고 있던 OB(선배 의사), 달리기에 열정이 있는 YB(예비 의사 후배)가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해 가을 고려대 의대 마라톤(KUMA)이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KUMA는 국내 최초의 의과대학 마라톤 동아리다. 졸업한 뒤 현업에 뛰고 있는 OB 의사들과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YB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것이다. 대 선배인 김선기 성심정형외과 원장(63학번)이 회장을,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82학번)가 YB 지도교수를 맡았다. KUMA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서울뚝섬유원지에서 만나 함께 달렸다.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마라톤은 물론 의사로서의 삶, 인생 등에 대해 서로 의견도 나눴다. 매년 2월 졸업생환송회, 3월 신입생환영회 겸 동아마라톤 출전, 5월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출전, 6월 근육병환우돕기달리기 출전, 7·8월 달리기심포지엄, 11월 송년회 및 시즌 마지막대회 출전 등 연간 계획까지 세우고 체계적으로 활동했다. KUMA 결성을 주도한 김학윤 원장은 “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달려야 일반 사람들도 ‘괜찮겠구나’며 안심하고 달린다. 우리 관절은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 건강하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의사들이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윤 원장은 마라톤계에선 유명 스타다. 2000년 말부터 달리기 시작해 마라톤 42.195km 풀코스 110번,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을 70번이나 완주했다. “2000년 10월 이었습니다. 의학 분업 탓에 6개월 시달리다 운동을 못해 살이 쪘어요. 일요일 북한산에 올랐는데 저보다 10년 선배가 한마디로 날라 다니더라고요. 저도 대학 때 산악부에 들어 산 좀 탔는데…. 자존심이 상했죠. 그 때 그 선배님이 마라톤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의사가 마라톤을 한다고 하니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들이 모인 사이트인 메디게이트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해 점심시간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30분 씩 달렸다. 2001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2시간 13분에 완주했다. “그 무렵 제가 마라톤을 한다고 하니 5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했던 한 분이 찾아왔어요. 50km까지 가서 부상 탓에 포기했다며 500km를 달릴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어요. 진찰해보니 관절의 문제는 아니고 무리해서 인대에 통증이 있는 상태였죠. 그래서 ‘연골 등 관절에는 문제가 없으니 저라면 달리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 분이 나중에 500km를 완주했습니다.” 그게 소문이 나면서 울트라마라톤 마니아들이 김 원장을 찾기 시작했다. “솔직히 울트라마라톤에 대해 제가 잘 모를 때였죠. 그래서 알기위해 달려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2001년부터 공부를 하면서 훈련했고 2002년에 100km를 14시간 30분에 완주했습니다.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울트라마라톤 재미에도 빠졌다. 운동은 10시간 이상은 해야 직성이 풀렸다. 2005년 한반도 횡단 311km를 준비하기 위해 2004년 3주 연속 100km를 완주하기도 했다. 그는 “3일 동안 311km를 달리려면 3주 연속 100km 질주는 해 봐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거뜬히 해냈다. 그 때부터 울트라마라톤에서도 연속 완주 자가 나왔다”고 했다. “울트라마라톤 100km 이상을 10회 이상 완주하니 몸이 아주 좋아지는 것을 느꼈죠. 정형외과 의사로 환자 진료 공부하기위해 달린 것인데 달리다보니 몸이 좋아지니 더 빠지게 된 겁니다.” 2012년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매진했다. 역시 철인3종을 하는 마니아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할 때였죠. 환자들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2012년 9월부터 매일 수영만 했습니다. 몸이 물에 뜨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2달이 지나서야 떴죠. 중요한 것은 떠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폼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수영하는 것을 보고 남들은 ‘어떻게 저러고 갈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완주죠.” 김 원장은 1년 뒤 제주철인3종 대회에서 킹코스(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완주했다. 그 때부터 거칠게 없었다.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는 싱겁다며 킹코스에 매달렸다. 킹코스 최고기록은 12시간57분. 킹코스만 12회를 완주했다. 김 원장의 온라인 ‘닉네임’은 ‘8000m’였다. “대학 때 산악부 활동을 하며 프랑스 산악가 모리스 에르조그의 안나푸르나 첫 등정기 ‘인류 최초의 8000m 안나푸르나’를 수십 번 읽었죠. 1950년대 당시 8000m 이상은 산소가 부족해서 인간이 올라갈 수 없다고 여겼던 불가능의 상징이었죠. 그런데 그를 포함한 프랑스 등반대가 불가능에 도전해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불가능에도 도전한다를 제 삶의 모토로 삼고 8000m를 닉네임 아이디로 쓰게 됐습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살면서 수영이 안 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뭐든 불가능해도 도전해 이뤘던 그로선 엄청 큰 장벽을 만났던 것이다. “그 때 잠시 ‘하루만 더’로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오늘 도 안 돼?, 하루만 더, 이런 식으로 버텼죠. 그러자 어느 날 몸이 물에 뜬 겁니다.” 김 원장은 주 3회 수영을 한다. 월요일은 운동을 쉬고,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에 수영을 한다. 토요일엔 어떤 일이 있어도 3.9km를 완영한다. 철인3종 킹코스 수영 3.8km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수요일과 금요일엔 16km를 달린다. 일요일엔 30km 이상을 달렸는데 요즘은 주로 산을 달리고 있다. 2월엔 ‘도싸철(도로사이클철인클럽) 언택트레이스’에서 1위를 했다. 사이클(시뮬레이션 즈위프트나 롤러)과 산악마라톤 상승고도(200~3000m) 등에서 겨루는 자체 이벤트인데 2월에만 110시간 운동하는 등 ‘3040 젊은이’들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김 원장은 20년 달리며 진료하다보니 전국적으로 팬들이 많아졌다. 그는 주사도 전혀 쓰지 않고 치료한다. 그는 “내가 가급적 오래 달리며 찾아오는 환자들도 100세까지 부상 없이 오래 달리게 하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했다. KUMA OB 주장을 맡고 있는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50)은 수술직전에까지 갔던 목 디스크 치료를 위해 2013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운동마니아가 됐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진료를 보고 척추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골프와 아이스하키 등 비대칭적인 운동을 하다보니 목 디스크가 왔다. 선배 의사들이 달리면 좋다고 했다. 진짜 기적적으로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달리기의 신비함에 매료됐다”고 했다. “달리면 척추기립근이 좋아지고 코어 근육도 발달해요. 혈류도 좋아져 디스크 치료에 도움이 됐습니다. 논문을 찾아봤더니 이런 데이터가 많이 있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남 원장은 큰 형이자 대학 선배인 남현우 원장의 영향을 받아 달렸다. 그는 2013년 동아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뒤 풀코스만 33회를 완주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 30분. “달리기가 좋아 너무 집착했더니 근육과 인대 등에 경미한 부상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마라톤 부상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철인3종도 시작했죠. 달리기가 힘들면 수영, 수영이 힘들면 사이클, 이렇게 돌아가면서 운동을 하면 부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만 할 경우 똑같은 동작을 달리다보니 근육, 인대에 무리가 갑니다. 며칠 쉬면 회복이 되는데 대부분 그걸 참지 못하고 달리면서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 수영, 사이클 등 대체 운동을 하면 좋습니다.” 남 원장은 운동도 나눠서 한다. 아침에 수영, 점심 때 헬스클럽 웨이트트레이닝이나 러닝, 저녁 때 사이클이나 러닝, 이런 식이다. 그는 “절대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즐겁게 운동한다. 그래야 운동을 즐기며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10km 달리고 아프면 수영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가 달리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철인3종 올림픽코스는 많이 완주했고 킹코스도 완주했다. 킹코스 최고기록은 13시간10분. 2015년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 100km 단체전 우승 멤버인 남 원장은 2016년에도 출전해 단체전 2위에 한몫했다. “의사가 왜 달리냐고요? 의사의 몸이 건강해야 남을 치료할 때 행복합니다. 김학윤 선배님께서 얘기하셨듯이 의사가 알아야 치료도 잘합니다. 그래서 달립니다.” 남 원장은 모 매체에 달리기에 대한 칼럼을 쓰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그의 팬들도 많다. YB 주장을 맡고 있는 최정호 씨(24·본과 2)는 예과 2학년 때 KUMA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단거리 달리기를 즐겼던 그는 2019년 11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5시간에 완주했다. 그는 “달리면 기분전환이 돼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대회가 없어져 풀코스에 도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올해 대회가 열리면 다시 풀코스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YB 주장을 맡았던 이선호 씨(23·본과 3)는 중학교 때부터 가족과 함께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할 정도로 달리기를 즐겼다. 예과 1학년 때부터 KUMA에 가입해 열정적으로 달리고 있다. 하프코스를 2시간 10분에 완주했지만 아직 풀코스는 완주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씨는 “예과 땐 몰랐는데 본과에 올라오면서는 체력이 좋아져 공부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정신력에 도움이 돼 힘겨운 의학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 씨와 이 씨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퍼지며 모여서 달리는 횟수는 줄었지만 매주 3회 이상 5~10km씩을 달리고 있다. KUMA는 OB 29명, YB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YB는 졸업할 때까지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일반적으로 많이 달리면 관절이 망가진다고 생각한다. KUMA 의사들은 10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보니 전국적으로 이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따르는 운동 마니아도 많이 생겼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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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건강]“의사들이 달려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달리죠”

    2015년 가을 고려대 의대 마라톤(KUMA)이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의 의과대학 마라톤 동아리다. 졸업한 뒤 현업에 뛰고 있는 선배 의사들(OB)과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예비 의사 후배들(YB)이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KUMA 탄생의 주역인 김학윤 김학윤정형외과의원 원장(62)에 따르면 그해 5월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에 OB들이 ‘고대 의대 달리는 의사들’로 출전해 100km 단체전에서 우승한 게 계기가 됐다. 5명이 모두 15시간 안에 들어온 단체 중 상위 3명 합산 기록이 좋은 팀이 우승하는 방식의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김 원장은 “우승 소식이 알려지면서 혼자 달리고 있던 OB, 달리기에 열정이 있는 YB가 모이기 시작했고 KUMA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KUMA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만나 함께 달렸다.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마라톤은 물론 의사로서의 삶, 인생 등에 대해 서로 의견도 나눴다. 매년 2월 졸업생 환송회, 3월 신입생 환영회 겸 동아마라톤 출전, 5월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출전, 6월 근육병환우돕기달리기 출전, 7, 8월 달리기심포지엄, 11월 송년회 및 시즌 마지막 대회 출전 등 연간 계획까지 세우고 체계적으로 활동했다. 2000년 말부터 달리기 시작해 마라톤 42.195km 풀코스 110번,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 70번을 완주한 김 원장은 “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달려야 일반 사람들도 ‘괜찮겠구나’ 하며 안심하고 달린다. 우리 관절은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 건강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공부’를 위해서도 달렸다. 어느 순간부터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마니아들이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왜, 어떻게 다쳤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다. 2001년부터 울트라마라톤을 공부하며 훈련했고 2002년 100km를 완주했다”고 했다. 그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을 하다 다친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철인3종을 시작해 킹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12번 완주했다. OB 주장을 맡고 있는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50)은 수술 직전에까지 갔던 목 디스크 치료를 위해 2013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운동 마니아가 됐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진료를 보고 척추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골프 등 비대칭적인 운동을 하다 보니 목 디스크가 왔다. 선배 의사들이 달리면 좋다고 했다. 진짜 기적적으로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달리기의 신비함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풀코스를 33회 완주했다. 달리기에만 집중하면서 근육과 인대 등에 경미한 부상이 오자 마라톤 부상에 대해 연구했고 철인3종으로 부상을 떨쳐 냈다. 남 원장은 “달리기가 힘들면 수영, 수영이 힘들면 사이클, 이렇게 돌아가면서 운동을 하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만 할 경우 똑같은 동작으로 달리다 보니 근육, 인대에 무리가 간다. 며칠 쉬면 회복이 되는데 그걸 참지 못하고 달리면 부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달리기 시작해 풀코스 350회, 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러닝까지 섭렵한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58·YB 지도교수)는 “마라톤으로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수술할 때 집중력이 높아졌다. 척추측만 관련 수술의 경우 10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YB 주장을 맡고 있는 최정호 씨(24·본과 2년)는 “달리면 기분전환이 돼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이선호 씨(23·본과 3년)는 “예과 땐 몰랐는데 본과에 올라오면서는 체력이 좋아져 공부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 씨와 이 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며 모여서 달리는 횟수는 줄었지만 매주 3회 이상 5∼10km씩을 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달리면 관절이 망가진다고 생각한다. KUMA 의사들은 10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따르는 운동 마니아가 많이 생겼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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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가지 종목 지겨워? 운동에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김수녕 경기도 성남 분당제일부동산 대표(51)는 매일 새벽 달리기와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순간 운동은 밥 먹는 것과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의 일부가 됐다. 운동을 안 하면 하루가 이상하리만큼 더디게 갔고 몸도 찌뿌드드했다. 그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계에선 잘 나가는 스타다. “고등학교 다닐 때 잠시 농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엘리트 운동선수는 하지 않았어요. 대학가서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한 땐 산을 탔죠. 히말라야도 두 번 가고 산티아고순례길도 다녀오고 백두대간 종주도 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마라톤을 만났습니다. 뭔가 색다른 것을 하고 싶을 때 분당검푸마라톤클럽에서 회원 모집을 하는 것을 보고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50회 완주했다.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21분대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동아마라톤은 2019년까지 17회 연속 참가했다. “마라톤을 한 지 5년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 순간 동호회 선배님들 한 둘이 철인3종을 시작하기에 저도 따라서 시작했습니다. 달리기만 하니 좀 지루하기도 했죠. 그런데 철인3종이 딱 저에게 맞더라고요.” 마라톤은 하고 있었고 사이클은 배우기 쉬웠는데 수영이 어려웠다. 수영을 배우고 대회에 나갔는데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서인지 바로 입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뭔가 인정받는다는 느낌. 상위권에 오르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철인3종 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며 더 열심히 배웠어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는 수도 없이 완주했고 매번 상위권에 올랐다. 올림픽코스 최고기록은 2시간 31분대. 김 대표는 올림픽코스보다는 킹코스(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에 집중했다. 국내 및 해외대회에서 10회나 완주했다. 철인코스 최고기록은 12시간15분대로 2016년 구례 국제철인3종 대회에서 기록한 것이다. 당시 여자부 연령별 2위에 올랐다. 철인3종 동호인대회는 5살 단위로 끊어서 연령별로 시상을 한다. “철인3종 초창기인 2007년 7월 사이클 훈련도중 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을 다쳤어요. 자전거 끼리 부딪혔는데 큰 사고로 이어졌죠. 장애 5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1년을 넘게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아직 좀 불편하긴 하지만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데는 큰 문제없습니다.” 2018년엔 동호인 국가대표로 호주 골드코스트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들과 어울려 훈련했고 대회도 출전했는데 사실상 꼴찌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주 좋은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김 대표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리기 1시간, 수영 1시간을 한 뒤 출근한다. 이렇게 새벽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AM5철인클럽을 만들었다. 저녁 땐 약속이 없으면 피트니스센터로 가 필라테스나 요가를 한다. 주말엔 마라톤을 하거나 산을 달린다. 그는 “둘째 넷째 주말은 산으로, 첫째 셋째는 주말은 마라톤을 하는 식으로 운동을 한다. 이제 날씨가 풀렸으니 사이클도 타야 한다”고 했다. 당초 로드 사이클을 많이 탔지만 요즘은 산악자전거(MTB)를 많이 탄다고 했다. “자전거 인구가 많아지면서 각종 사고가 많이 나요. 저도 초창기에 다치긴 했지만 그건 훈련 중이었는데 이젠 다양한 상황에서 사고가 납니다. 자전거와 자전거, 마라톤 하다 자전거와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완만한 산에서 MTB를 타고 있습니다. 물론 철인3종을 위해서 로드 사이클도 합니다.” 5년여 전부터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원래 산을 좋아해서 인지 산을 달리는 게 좋았다. “어느 순간 아스팔트가 지겨워지고 있을 때 트레일러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훈련을 겸해서 산을 달리기 시작했죠. 산을 달리면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입니다. 새소리도 들리고 나무와 꽃, 바위 등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어느 순간 잡념이 사라지고 무념 상태가 됩니다. 산속에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화대종주(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 48km) 등 국내 유명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아니고 15~20km를 훈련 삼아 가볍게 달리고 있습니다. 아직 돌산이나 고도가 높은 산을 달리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종목을 하다보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비가 오면 수영장으로 가서 수영을 합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기도 하죠. 날씨가 화창하면 산이나 공원으로 가서 달립니다. 이제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자전거 타러 나가도 됩니다. 날씨나 기분에 따라 운동을 골라서 하니 아주 좋습니다. 힘도 덜 듭니다.” 김 대표처럼 운동하는 것을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이라고 한다. 크로스트레이닝은 운동의 즐거움을 더하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한 종목만 계속 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운동이 스트레스가 돼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 위만 계속 달리면 같은 근육만 반복해서 쓰기 때문에 피로감도 더하고 근육이나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달리기나 걷기를 하다 무릎 발목에 통증이 온다면 자전거를 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통증이 오는 이유가 관절의 질병이 아닌 과도한 활동 때문이라면 자전거 타기는 무릎과 발목에 가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수영도 좋은 대체운동이다. 몸이 물에 떠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모든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원래 크로스트레이닝의 정의는 스포츠나 피트니스 현장에서 다양한 운동으로 몸의 다양한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정 운동은 특정 근육만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크로스 트레이닝은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한 훈련법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마라톤, 자전거, 수영, 트레일러닝 등을 교대로 해서인지 피로감도 덜하고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평생 이렇게 운동을 즐기며 살겠다고 했다. “그냥 운동이 일상이 됐습니다. 삶의 한 부분이죠. 밥을 안 먹으면 안 되듯 운동을 안 하곤 하루가 지나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운동 중독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열심히 땀 흘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건강도 따라 옵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어떻게 그만둡니까.”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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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는 의사 서승우 “마라톤, 무릎 망가진다고요? 끄떡없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58)는 약 6년 전부터 거의 매주 일요일에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완주한 풀코스 만 350회가 넘는다. “2005, 2006년 진행된 우주비행사 뽑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이소연 씨가 최종으로 ‘우주인’이 된 이벤트입니다. 학창시절 비행사 꿈이 있었지만 눈이 좋지 않아 의대로 방향을 틀었던 기억에 무작정 지원했죠. 그 때 체력테스트로 3.5km 달리기가 있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탈락했지만 그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달리고 있습니다.” 땀의 기쁨이라고 해야 할까. 달리면서 몸도 좋아지지만 전반적인 컨디션까지 끌어올려줬다. 헬스클럽 러닝머신을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1시간씩 약 10km를 달렸다. “2009년 가을 인천대교 개교 기념 마라톤대회가 있었어요. 친구가 하프코스를 달리자고 하기에 ‘이왕 달리려면 풀코스를 달리자’고 오기를 부렸죠. 힘겹게 5시간19분에 완주하면서 마라톤 풀코스가 10km를 4번 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10의 제곱이란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60세를 훌쩍 넘은 분들도 쉽게 달리는데…. 내공이 필요했습니다. 훈련이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한강변으로 나가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그리고 2010년 3월 3.1절 마라톤 30km를 거뜬히 완주한 뒤 자신감을 얻었다. 봄가을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중앙마라톤 등 메이저대회에서 연례행사처럼 풀코스를 달렸다. “2015년쯤이었습니다. 서울 도림천에서 매주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그 때부터 매주 풀코스를 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 열린다. 참가신청을 한 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참가자가 출발하고 싶은 시간에 자유롭게 달리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시대에 최적화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수천 명이 모이는 대회는 다 취소되고 있지만 이 대회는 코로나 19에도 계속 열리고 있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가 열린다. 서 교수는 지난해 3월 풀코스 300회를 넘겼고 그 이후에도 매주 달리고 있으니 350회를 넘게 완주하고 있다. 서 교수는 “공원사랑마라톤은 고가도로 밑을 많이 달리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덮거나 춥거나 달리기에 좋다”고 말했다. 그 무렵부터 울트라마라톤과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하기 시작했다. 울트라마라톤은 200km 대회를 2회 완주했고 트레일러닝대회는 지리산 화대종주, 경남 울주 영남알프스 하이트레일나인피크 등 유명대회는 다 완주했다. 지리산 화대종주는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8km 코스로 12시간에 완주했다. 화대종주는 매년 하는 연례행사다. 지인들끼리 훈련 삼아 가기도 한다. 영남알프스 하이트레일나인피크는 9개 산봉우리를 넘는 105km 대회로 35시간 12분대에 완주했다. 대관령 노스페이스 100km 트레일러닝도 21시간 46분에 완주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는 대회에도 출전하고 지인들끼리 훈련 삼아 달리기도 하는 코스다. “산을 달리는 게 훨씬 재밌습니다. 오를 때 쓰는 근육, 능선을 달릴 때 쓰는 근육, 내리막을 달릴 때 쓰는 근육이 달라요. 일종의 근육 돌려 막기 같은 기분, 한 동작을 할 땐 다른 근육들은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평지는 똑같은 근육을 계속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또 계속 달려야 한다는 의무감이랄까.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멈추면 마라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산은 경사도가 심하면 천천히 걷기도 해요. 걷다 뛰다 자유롭게 달립니다.” 트레일러닝에 빠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도심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참 맛을 체험해 좋다고 한다. 서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몇 시간씩 달리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도로를 달리는 것과는 천지차이의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의사적 관점에서 이렇게 달려도 되는 것일까? “훈련이 돼 있으면 가능합니다. 전혀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면 몸에 무리가 가서 고장이 날 수 있죠. 우리 몸은 항상 외부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10km, 하프코스, 풀코스, 울트라마라톤 등 그것을 완주하기 위해선 꾸중하게 훈련해서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서 탈이 나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마라톤을 하면 무릎 등 관절에 무리가 가 고장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한다. “칠순마라톤클럽(칠마회) 회원 중에 마라톤 풀코스를 1000회 이상 완주한 분들이 7분이 넘어요. MRI(자기공명촬영)로 6명의 무릎과 허리를 검사했는데 멀쩡했습니다.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했습니다.” 서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해외 학술지에 기고해 게재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마라톤을 하면서 무릎이 고장 나는 이유로 욕심을 들었다. “풀코스 1000번 완주할 때까지 괜찮던 분이 갑자기 무릎이 망가져서 찾아왔기에 원인을 알아봤더니 무리해서 기록을 단축하고자 했더라고요. 자기 몸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무리를 하면 우리 몸은 망가집니다. 더 격렬하게 달려야 하기 때문에 무릎에 가는 충격도 그만큼 커집니다. 아무리 몸이 튼튼하더라고 해도 오래되면 어딘가는 곯아 있습니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직접 마라톤을 즐기는 서 교수는 현장에서 무릎이 망가지는 대부분이 욕심이 과해 자신의 능력보다 무리한 경우가 많았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 달성, 330(3시간30분) 달성 등 기록에 대한 욕심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그 1,2분이 뭐라고 친구들, 지인들끼리 서로 빨리 달린다고 우쭐해 하는 문화가 있는데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즐기면서 달려야 오래 달립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주치의’ 역할도 한다. 현장에서 알게 된 다양한 주자들이 조언을 구하면 언제든 답과 해결책을 주고 있다. 서 교수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에서 마라톤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 3시간 8분대를 기록하는 등 마스터스마라토너로선 수준급 기량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4시간 안팎으로 천천히 달린다. 오랫동안 달리기 위해서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생활화 하고 있다. “병원 업무가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에는 달리지 못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1시간에 10km 안팎을 달립니다. 그리고 주 2회 20km를 넘게 달리고 매주 일요일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서초동 집까지 25km, 안암병원에 진료가 있을 경우 안암병원에서 집까지 21km를 주 1회씩 달리고 있다. 구로병원에서 출발해 도림천 한강변 반포천으로 이어지는 코스, 안암병원에서 출발해 성북천 청계천 중랑천 한강변 반포천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환상적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늦게 끝날 경우엔 집 러닝머신에서 경사도를 높여 마치 오르막을 질주하듯 달린다.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리면 참가하기 위해서다. 평균 월 300~350km를 달리고 있다. 서 교수는 2015년 고려대 의대 마라톤동호회 KUMA(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ssociation of runners)를 만들었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달리면서 어우러지는 모임이다. 서 교수는 2016년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에 KUMA OB 위주로 출전해 단체전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5명이 출전해 모두 12시간 안에 들어와야 하는 대회에서 일치단결해 상위권에 입상한 것이다. “졸업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달리고 있는 동문들을 모으고 재학생들도 참가시켜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건강해야 진료도 잘하는 법입니다. 의대 OB와 YB가 모여 달리는 첫 동호회로 알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2019년 오만 130km 트레일러닝 대회도 다녀왔다. 서 교수는 130km를 완주했고 학생들은 50km 등 짧은 거리를 달렸다.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울트라트레일도 함께 출전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건강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어디가 아프다는 느낌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받쳐주다 보니 수술할 때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전 척추측만 관련 수술을 자주 하는데 많게는 10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모두 마라톤 덕입니다.” 서 교수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출전 자격도 획득했는데 코로나19 탓에 가지 못했다. 만일 올해 열린다면 출전할 수 있다. UTMB는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러닝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 서 교수는 최근 KUMA 재학생들과 설악산을 다녀왔다. 오색약수터부터 공룡능선도 등반했다. “요즘은 제가 60세가 다 돼 가는데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모두 마라톤 덕입니다. 제 또래들과 산에 가면 한봉우리 올라가면 끝나서 재미가 없는데 젊은 친구들이랑 가면 몇 봉우리는 더 넘죠. 꾸준히 달리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해 트레일러닝대회가 열리면 출전하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달리는 이유는 산을 타기 위해서입니다.” 서 교수는 평생 달리겠다고 했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 중 중간에 쉬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나이 들어서는 쉬었다 다시 달리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이 들어서 운동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상도 조심해야 합니다. 다치면 그 파급효과가 큽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일 달려야 합니다. 단 무리하지는 않아야 합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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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운 산을 밤새 달려”…코로나에 산악 괴물된 남자[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의류 관련 자영업을 하는 김지수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뒤 국내 트레일러닝의 최강자가 됐다. 원래 겨울엔 스키와 스노보드, 여름엔 수상스키, 그리고 계절에 관계없이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 등 다양한 종목을 즐기는 스포츠마니아였는데 코로나19로 실내시설 사용이 금지되고 집합금지가 강화되면서 얻어진 결과다. 매일 달리고 주말엔 산을 타는 트레일러닝에 흠뻑 빠져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 “예년 같으면 아침에 수영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집 주변 수영장은 문을 열지 않아 주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러닝머신에서 달리거나 야외로 나가서 질주합니다. 전 특정 종목에 올인해 기록을 단축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산을 달리는데 치중하다보니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6월 경수대간 청광종주 36km, 8월 지리산 화대종주 48km, 10월 울주 나인피크 105km. 험하고 난이도가 높은 대회 남자부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경수대간 청광종주는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해 대모산, 구룡산, 청계산, 우담산,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 등 수도권 7산을 달리는 36km 코스다. 4시간 16분에 우승했다. 화대종주는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8km를 달리는 레이스로 8시간 13분으로 정상에 올랐다. 울주 나인피크는 울산 울주 영남 알프스 산 9개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간월산 (1069m) 고헌산(1034m) 문복산(1047m)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천황산(1189m) 재약산(1189m) 영축산(1081m) 신불산(1159m). 상승 등반 고도만 8000m가 넘는다.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4시에 출발해 11월 1일 오전 4시까지 36시간이 제한시간. 김 씨는 18시간24분49초로 우승했다. 울주 나인피크 대회는 헤드랜턴을 쓰고 밤새도록 달려야 한다. “어두운 산을 거의 혼자 달립니다. 주로는 산을 9개 넘어야 하니 급한 경사의 업힐과 다운힐로 돼 있어 위험했습니다. 맘 편히 달릴 수 있는 구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 암벽등반을 연상케 하는 구간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평소 암벽등반도 즐겼기 때문에 별로 어렵진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딱 맞는 코스였습니다.” 그는 산을 달리는 게 그냥 좋다고 했다. “일단 산에 가면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아서 좋아요. 각종 나무와 바위, 개울, 언덕…. 전 평소 동물도 좋아하고 자연도 좋아했어요. 그래서인지 산에 가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정상에 올라서면 힘겹게 올랐던 과정이 보상 받는 느낌도 받죠. 발 아래로 펼쳐지는 광경도 저를 기쁘게 합니다. 잠시 쉬면서 커피 한잔하고 김밥 먹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김 씨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부모님 덕택에 일찍부터 각종 스포츠를 접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따라 스키를 배우면서 스포츠의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운동선수를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취미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엔 수상스키를 탔죠. 20살 언저리에는 스노보드에 빠져 해외 원정까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등산도 즐겼다. 부모님 따라 주말에 약숫물 뜨러 서울 우면산 관악산을 다녔던 게 그가 산을 좋아하게 된 배경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 초반부터는 등산과 다양한 스포츠를 혼자 즐겼습니다. 수영, 사이클, 암벽등반 등 재미있게 보이는 스포츠는 거의 다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7년 무렵 마라톤도 시작했다. 친구 따라 다니며 공원도 달리고 산도 달리게 된 것이다. 트레일러닝의 매력에 빠진 것도 그 무렵이다. 그해 동두천에서 열린 코리아 50K 트레일러닝대회 70km 부문에 출전해 7시간20분으로 남자부 4등을 했다. 트레일러닝대회에 처음 출전해 거둔 성적으론 수준급이었다. 2017년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에도 다녀왔다. 그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 하다보니 다녀오게 됐다”고 했다. 당시엔 101km를 완주했다. UTMB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러닝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 그는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다시 UTMB에 갈 것”이라고 했다. 2018년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2.195km 풀코스를 달려 2시간 52분대 기록을 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했다. 마라톤 사이클 수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철인3종(트라이애슬론)도 하게 됐다.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3회 완주했다. 김 씨는 즐기다고 했지만 어려서부터 각종 스포츠를 시작해서인지 하는 종목마다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 화대종주에서 8시간36분으로 2위를 했고, 2019년 거제 100km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서는 17시간 12분16초로 우승을 했다. 코로나19 이후 트레일러닝에 집중해 국내 ‘넘버 1’이 될 수 있었던 자질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평소 거의 매일 달리고 주 1,2회 산을 찾아 달린다. “사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훈련을 할 수는 없습니다. 평일엔 새벽 혹은 저녁 때 공원이나 헬스장에서 천천히 1~2시간 달리고, 주말엔 산을 찾아 급격한 업힐과 다운힐이 이어진 코스를 10~15km 빠르게 달립니다. 둘레길보다는 산봉우리를 넘는 것을 즐깁니다. 이렇게 한 2시간 산을 타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할 수 있죠. 우면산과 관악산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을 타는데 아픈 곳은 없을까? “등산만 할 땐 무릎에 약간 통증이 온 적이 있어요. 하지만 사이클을 타면서부터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어요. 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특정 부위 근육을 키우지도 않아요. 그래도 아픈 곳은 없습니다.” 김 씨는 조만간 투어링 카약(Touring Kayak)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카약도 코로나19에 맞는 레저스포츠다. 비교적 안전한 야외활동인 동시에 ‘거리두기’가 손쉬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최근 카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늘고 있다. “투어링 카약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길이가 4~5m 돼 이동이 어렵고 보관도 쉽지 않아서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시작하려고 합니다. 강과 바다에서도 탈수 있고 생필품을 싣고 무인도 등으로 건너가 캠핑을 즐길 수도 있어 색다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씨에게 스포츠는 건강 지킴이이기면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해주는 취미이다. 그에게 스포츠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평생 이렇게 스포츠를 즐기면서 살겠다고 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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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올림픽 열린다고 믿고 오늘도 달립니다”[논설위원 현장 칼럼]

    설날인 12일 충북 진천국가대표팀선수촌에서는 연휴를 반납한 태극전사들이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진 다소 어수선한 연휴였지만 양궁과 유도, 기계체조, 아쿠아틱스위밍 등 6개 종목 선수와 지도자들은 선수촌을 떠나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4년마다 열리는 도쿄 여름올림픽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된 가운데 아직도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금메달을 향한 질주를 멈출 수가 없다. 대표팀 선수 및 지도자 500여 명은 선수촌과 촌외에서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표선수단 취재가 금지돼 신치용 선수촌장(66) 및 각 종목 지도자들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들어봤다. 한국은 양궁과 유도, 태권도, 레슬링, 펜싱 등에서 금메달 7개 이상 획득을 목표로 도쿄 올림픽(7월 23일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누가 뭐래도 목표는 금메달” 신 선수촌장은 “일부에서 이젠 올림픽에서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고 대표선수의 목표가 국위선양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은 말도 안 된다. 그렇다면 국가가 세금을 들여 선수촌을 짓고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선수들의 꿈이다. 선수들로서는 올림픽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기에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땀을 흘린다. 그런 꿈을 꺾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때면 매번 금메달을 획득하는 효자종목 양궁대표팀 선수들은 “연휴 때 쉬어도 된다”는 선수촌장의 권유에도 선수촌에 남아 훈련했다.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56)은 “우리 모두는 무조건 올림픽은 열린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하고 있다. 선수들과 자주 회의하면서 언론에서 올림픽 개최 불가능 소식이 나오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최종 결정될 때까지 열심히 하자”고 다독이고 있다. 양궁대표팀은 설 연휴 동안 단체 훈련은 없이 개별 훈련을 했는데 모든 선수가 매일 훈련했다. 개별 훈련은 쉬어도 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일부 남자 선수들은 설 전날 ‘1000발 쏘기’를 했다. 단체로 훈련할 때 개인당 하루 400∼450발을 쏘니 그 배 이상을 과녁에 맞힌 것이다. 박 감독은 “14시간 정도 쏘아야 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매일 새벽 달리기로 아침을 열고 코어 웨이트트레이닝, 오전 오후 3시간씩 실거리 활쏘기, 그리고 오후 5시 체력훈련까지 소화하는 강훈련 속에 좀 쉴 만도 하지만 선수들은 연휴 내내 활시위를 당겼다. 양궁은 국내 대표 선발전 통과가 곧 메달이라고 할 정도로 태극마크를 달기 어려운 종목이다. 올림픽에선 리커브만 열리는데 현재 2차 대표선발전까지 마쳐 남녀 8명씩 훈련하고 있다. 3월 말 남녀 20명씩 참가하는 3차 선발전에서 다시 8명씩을 뽑고 4월 말까지 2∼3차례 자체 선발전을 통해 최종 남녀 3명씩을 가린다. 지금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현재 남자는 김우진(29·청주시청), 여자는 강채영(25·현대모비스)이 개인전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방침에 따라 1200명이 수용 가능한 진천선수촌도 14일까지는 선수와 지도자 250명 이하만 입소할 수 있었다. 선수촌에서 약 180명, 선수촌 밖에서 360명이 훈련했다. 거리 두기 단계가 낮아져 이젠 400∼5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게 됐다. 약 210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고 지도자를 포함하면 400명 안팎이 선수촌에서 훈련해야 한다. 현재까지 19종목 157명이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6월까지 계속 올림픽 예선전이 열린다.“올림픽이 열리기는 할까요?” 열심히 훈련을 하지만 선수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선수촌장이나 지도자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질문이다. 4년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지난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을 때 노장 선수들은 가슴을 쳐야 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1년 연기라니. 신치용 선수촌장은 “이름을 거론하긴 힘들지만 1년 연기됐을 때 심리적으로 큰 좌절을 겪은 선수들이 있었다. 흔들리고 망가지는 게 눈에 보였다”고 회상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레슬링 김현우(33·삼성생명)의 실망감도 컸다고 했다. 체조의 신 양학선(29·수원시청), 여자배구의 김연경(33·흥국생명)에게도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이들에게는 도쿄 올림픽 취소는 평생의 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1년 연기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노장 라이벌이 한 살 더 먹을 때 1년 훈련을 더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파트너 없어 정상적 훈련 힘들어” 코로나19는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방식도 크게 바꿔 놓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선수촌 밖 훈련이 많아진 데다 유도와 레슬링, 권투 등 투기 종목의 경우 훈련 파트너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상일 여자유도대표팀 감독(52)은 “투기 종목의 특성상 다양한 파트너가 있어야 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여자의 경우 18명으로 체급당 2, 3명밖에 없어 제대로 훈련을 못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도 여자선수들의 경우 남자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선수와 대결을 많이 하고 있다. 실력이 비슷하면서도 파워가 있어 훈련 파트너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배 감독은 “상대할 선수들 스타일이 다 다르고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키가 크고 작다. 그래서 다양한 파트너와 훈련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이젠 대표선수들로만 하고 있다”고 했다. 거리 두기로 촌외 선수들을 선수촌으로 초청할 수 없고, 서울에서 촌외 훈련하면서 유도 명문 학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지방교육청의 방침 때문에 못 하고 있다. 남자 선수들도 다양한 파트너 훈련이 불가능한 상태다. 남자 고등학교 선수들하고 연습경기를 많이 하는 여자 핸드볼과 여자 농구 등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스포츠에도 큰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저마다의 올림픽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각종 대회 취소로 무기력증… 2주 자가격리로 경기력 저하이민호 대한육상연맹 경보대표팀 코치(5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각종 대회가 취소되면서 선수들이 무기력증에 빠졌다고 아쉬워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대회에 맞춰 훈련을 하는데 번번이 대회가 없어지자 ‘훈련은 해서 뭐 하나’라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경보의 경우 올 2월 대회도 없어졌고 3월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열심히 훈련하다가 다시 처음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선수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보와 마라톤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단 하나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 신치용 진천국가대표팀선수촌장(66)도 대회가 없어진 종목들의 경우 무기력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스포츠는 주기적인 대회 출전을 통해서 선수들 경기력 향상을 꾀한다. 목표를 잡고 일정 기간 강도 높은 훈련을 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장이 대회다. 대회가 없어지면 목표의식이 불분명해지고 투지도 사라진다”고 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가급적 많은 대회를 치러야 경기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 유도대표팀은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도하마스터스유도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 뒤 2주간 자가 격리를 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른 것이지만 향후 경기력에는 큰 지장을 줬다. 집에서 개인 훈련을 하지만 한계가 있는 데다 투기 종목의 특성인 파트너 훈련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배상일 여자유도대표팀 감독(52)은 “근력이 경기력을 좌우하는 종목의 경우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가 중단하면 그 즉시 경기 근력이 약해진다. 2주 자가 격리를 하면 그 두 배 이상 다시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경기 근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도를 포함해 많은 종목이 해외 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쌓든지 예선전을 벌여야 한다. 해외에 갈 때마다 자가 격리를 한다면 경기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가 없다. 유도대표팀과 대한체육회의 이의 제기로 방역당국은 각종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 면제서를 받을 경우 1주 자가 격리 후 1주 소속팀 훈련 또는 코호트(격리 대상 집단) 훈련으로 대신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완화된 조치를 반기면서도 훈련을 계속 이어갈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실장(운동생리학)은 “강원 태백선수촌, 서울 태릉선수촌 등 다른 곳에 대표팀 클린존을 만들어 코호트 훈련을 하게 하면 중단 없이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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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가 차별 견디게 해줬죠…美선 스포츠 잘하면 무시 안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주형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38)는 아버지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66)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쳤다. “집안 분위기상 테니스를 안 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솔직히 테니스를 치기는 했지만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라고 했다. 하지만 어릴 때 배운 테니스 덕택에 미국 유학생활도 잘 마쳤고, 지금은 테니스를 치며 건강도 지키고 스트레스도 날리고 있다. 주 변호사는 금요일 저녁엔 서울 잠원동, 토요일엔 구로동, 일요일엔 개포동에서 지인들과 어울리며 테니스를 친다. 평일 저녁에도 코트를 구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번개’로 모여 2~3시간 라켓을 휘두르며 땀을 흘린다. 테니스가 소송 건이 있을 경우 하루 3,4시간 밖에 못자서 오는 체력문제를 해결해주고, 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등으로 오는 스트레스도 날려주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저는 기억이 없는데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제가 말도 배우기 전에 비닐봉지에 바람 넣어 던져주면 라켓으로 쳤다고 해요. 테니스 지도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테니스를 일찍 배웠죠. 사실 어릴 땐 아버지를 테니스에 뺏겼다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의 열정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테니스가 발전했다고 봅니다.” 주 전 회장은 한국 테니스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1990년대 초반 당시 중1이던 박성희를 발굴해 사재를 털어가며 가르친 끝에 세계여자테니스(WTA) 랭킹 57위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증권 테니스팀을 창단해 윤용일 이형택 전미라 조윤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키웠다. 이형택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랐다. 주 전 회장은 선수들을 키우면서도 자녀에게도 테니스를 강조했다. 주 변호사는 “아버지는 공부 잘 하는 것보다 테니스 잘 치는 것을 더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윗몸일으키기 20번에 500원 줄게’라고 하시는 등 몸을 쓸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 때 몸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계속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주 변호사는 테니스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테니스 선수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키웠다.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왔고, 혼자서도 잠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미국 가서 공부할래?’라고 하시기에 ‘네’했더니 바로 미국으로 보내셨죠. 그 때 테니스가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땐 테니스가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외국인 차별을 견디게 해준 친구였다. 그는 “기숙학교에 들어갔는데 전교생의 절반이 한국 사람이었죠. 학교폭력도 있었어요. 그 때 테니스가 절 버티게 해줬습니다”고 회상했다. 테니스팀에 들어가서 테니스를 잘 치니 백인들이 무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백인들이 한국 아이들을 괴롭히기에 그러지 말라며 무엇을 집어 던졌는데 테니스 부원 중 한명이 ‘쟤는 건들지 마라’며 그만두고 간 적이 있어요”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운동을 잘하면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특정 스포츠에서 잘하면 절대 무시하지 않습니다. 인정해준다고 할까요. 스포츠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 한다고 판단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츠를 중시하는 문화가 미국 사회 전체에 ‘평생건강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 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른 명문 사학들도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보고 학생 선발 때 활용하고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스포츠에서 나오는 다양한 상황이 인간을 변화시킨다. 경기 중에는 용기를 발휘해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게 리더십 등 인성을 키워준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구결과 스포츠 유능감과 근력, 지구력, 건강한 외모가 신체적 자존감을 상승시켜 결국 전체적인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미국 명문 사립대가 스포츠를 중시하다보니 명문 고교들도 스포츠를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인성교육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스포츠를 즐긴다.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그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마치고 미국 변호사가 됐다. 그는 2014년 7월 한국으로 돌아오며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었다. “당시 유명 로펌에서 어떤 분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인 5,6 명을 모아 매주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이젠 틈만 나면 치고 있습니다.” 주 변호사는 실제로 일을 해보니 미국 사회에서 왜 스포츠를 잘 하는 사람을 중용하는지를 알겠다고 했다. “일을 하다보면 업무 능력이 좀 떨어져도 체력이 좋은 변호사들의 결과물이 좋습니다. 하루 14시간 일한다면 마지막 1시간이 중요한데 그때 체력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선 기 싸움도 하고 눈치도 보고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죠. 법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책에선 배울 수 없는 능력들입니다. 미국사회에서는 성적이 좀 떨어져도 스포츠팀 주장했다면 선택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자질을 키웠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주 변호사는 “한국이었다면 ‘오늘의 나’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입시교육에 휘둘리며 각급 학교에서 스포츠 및 운동을 경시하는 분위기에서 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면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어요. 오후 2시45분 수업이 끝나면 3시부터 남자들이 먼저 테니스를 칩니다. 4시30분까지 치면 여자들이 6시까지 치죠. 그럼 전 친구들하고 옆 잔디밭에서 한 숨 자다가 여자들 다 치고 나면 다시 테니스를 더 치고 숙소로 돌아갔어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생활이었죠.” 요즘은 일요일 ‘망도회’와 테니스 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2011년 김앤장에서 인턴을 할 당시에 테니스로 친해진 친구와 이런저런 모임을 하다 2018년도에 만든 테니스 동호회다. 아버지하고도 가끔 친다. 주 변호사는 “아버진 여전히 잘 치십니다. 클래스가 다르다고 할까요. 제가 범접하지 못 합니다”며 웃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테니스를 일찍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체력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살다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의 장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하다보면 밤새는 날도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라켓 들고 코트에 나가 공을 치다보면 다 날아가요. 테니스가 없었다면 술 등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을 겁니다.” 주원홍 전 회장은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전 애들에게 공부 잘하라는 얘기는 안했습니다. 늘 테니스 등 운동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다 잘 자라더라고요. 첫째 딸도 테니스를 일찍 시작했고 미국 명문 브라운대를 졸업했어요. 국내에선 입시에 밀려 스포츠가 경시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훨씬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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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배운 테니스가 내 인생의 자산”[양종구의 100세 건강]

    주형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38)는 요즘 어렸을 때 테니스를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이 바쁠 때 하루 3, 4시간밖에 못 자서 오는 체력 문제를 해결해주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트레스도 날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금요일 저녁엔 서울 잠원동, 토요일엔 구로동, 일요일엔 개포동에서 지인들과 어울려 테니스를 친다. 평일 저녁에도 코트를 구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번개’로 모여 2, 3시간씩 땀을 흘린다. 주 변호사는 아버지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66)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접했다. 주 전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당시 중1이던 박성희를 발굴해 사재를 털어가며 가르친 끝에 세계 57위까지 끌어올렸고, 삼성증권 테니스팀을 창단해 윤용일 이형택 전미라 조윤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키운 인물이다. 주 변호사는 “아버님 말씀으로는 제가 말도 배우기 전에 비닐봉지에 바람 넣어 던져주면 제가 라켓으로 쳤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엘리트 선수로 활약은 안 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았다. 그가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땐 테니스가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외국인 차별을 견디게 해준 친구였다. 그는 “기숙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폭력이 있는 곳이었어요. 그때 테니스가 절 버티게 해줬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테니스팀에 들어가서 테니스를 잘 치니 백인들이 무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백인 아이들이 한국 애들을 괴롭히기에 그러지 말라며 무엇을 집어 던졌는데 테니스 부원 중 한 명이 ‘쟤는 건들지 마라’며 그만두고 간 적이 있죠”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운동을 잘하면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다.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그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주 변호사는 2014년 7월 한국으로 돌아오며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는 “당시 유명 로펌에서 어떤 분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인 몇 명을 모아 매주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틈만 나면 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왜 미국에서 운동 잘하는 사람들을 인정해주는지 직접 일해 보니 알겠다고 했다. 업무 능력이 좀 떨어져도 체력이 좋은 변호사들의 결과물이 좋았다. 하루 14시간 일한다면 마지막 1시간이 중요한데, 그때 체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는 “스포츠 경기에선 기 싸움도 하고 눈치도 보고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죠. 법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책에선 배울 수 없는 능력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중시하는 문화가 미국 사회 전체에 ‘평생건강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과외 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 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스포츠에서 나오는 다양한 상황이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본다. 경기 중에는 용기를 발휘해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게 리더십 등 인성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미국 명문 사립대가 스포츠를 중시하다 보니 명문 고교들도 스포츠를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인성교육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스포츠를 즐긴다. 주 변호사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입시교육에 휘둘리며 각급 학교에서 스포츠 및 운동을 경시하는 분위기에서 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어렸을 때 운동 경험이 있으면 성인기에도 운동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어릴 때부터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면 개인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의료비 절감 등 국가 전체적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어릴 때부터 스포츠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든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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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악마라톤 ‘트레일러닝’, 코로나 시대 최고의 운동”[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올해로 환갑을 넘긴 김동해 씨(61)는 무등산 달리는 재미에 빠져 있는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마니아다. 1999년 마라톤에 입문한 뒤부터 산을 달리며 심폐 지구력과 체력을 키웠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에는 면역력을 키우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제가 사는 광주에서 무등산은 저의 힐링 장소입니다. 매주 2회 이상 무등산에 올라 20km 정도를 달립니다. 5시간 안팎 산을 달리다보면 몸에 에너지가 넘치고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갑니다.” 김 씨는 트레일러닝이 코로나19 시대 최고의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전 코로나19가 무섭지 않아요. 코로나19는 산을 못 올라옵니다. 코로나19가 밀폐된 곳, 지하에서 힘을 발휘할지 몰라도 야외에선 맥을 못 춥니다. 산을 달리는 사람 치고 아픈 사람 있나요? 운동하면 면역력이 좋아지잖아요.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좋은데 어떻게 코로나19가 산에 오르는 사람 곁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김 씨는 산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다. 선물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에너지도 받고 아름다운 비경도 볼 수 있고, 스트레스 날릴 기회도 갖는다고. 달릴 때마다 새롭다고 했다. 그는 주로 새벽에 산을 달린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산을 타기 시작해야 자신의 에너지도 분출하고 산의 신선한 기운도 받을 수 있단다. 빨리 올라가서 산을 지배해야 좋은 광경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산봉우리에 올라섰을 때 해가 떠오르는 광경 본 적이 있나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어떨 땐 온 천지가 눈꽃으로 덮여 있고 구름바다로 넘칠 때도 있죠. 다시 달릴 때 제 발 아래서 구름이 출렁거릴 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김 씨는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로 동료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산에 오른 게 계기가 마라톤에 입문했다. “제가 불혹의 나이가 돼 가던 시기에 동료들이 구조 조정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남은 자의 미안함이라고 할까요. 심적으로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뒷동산에 올라 달렸죠. 땀을 흠뻑 흘리고 나니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날아갔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다 벤치에 누가 보다 두고 간 신문이 있었는데 ‘여러분도 인간 한계에 도전해보세요’란 문구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서울 한강변에서 열리는 서울마라톤 소개 기사였습니다. 그래 이거다 하며 신문을 오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1998년 겨울이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마라톤의 ‘마’자도 몰랐다. 그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떨쳐내고 3명의 아빠인 가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나가려면 체력과 정신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60바퀴 달리는데 자꾸 중간에 까먹어 콩 60개를 볶아 한바퀴 돌 때마다 하나 씩 먹으며 달렸어요. 뭐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1999년 3월 제2회 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42.195km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3시간35분에 완주했다. 첫 도전치고는 아주 좋은 기록이다. 이 때부터 물 만난 고기마냥 마라톤대회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2003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45분대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는 마스터스마라토너들에겐 꿈의 기록이다. 이듬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47분대, 한 달 뒤 함평나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48분대로 남자부 정상에 올랐다. “마라톤 풀코스 2시간30분대 기록을 세워보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누가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 재밌을 것 같아 바로 시작했죠.” 2005년 8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했다. 철인3종을 시작해 처음 출전한 대회였다.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만 열린 대회에서 2시간40분대로 완주했다. 그는 “해금강에서 수영하고 외금강 김정숙 별장 앞을 자전거 타고 달렸죠. 우리를 지키는 인민군들이 갤러리였습니다. 잊을 수 없는 대회”라고 회상했다. 돌아와서 얼마 안 돼 제주도 트라이애슬론 철인코스(수영 3.3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에 출전해 12시간 12분에 완주했다. 거칠게 없었다. 영락없는 ‘철인’이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울트라마라톤도 병행했다. 2001년 9월 제1회 한반도 횡단 울트라마라톤 311km를 완주했다. 2008년 성지순례울트라마라톤 111km에선 우승도 했다. 2000년 중반쯤 트레일러닝 붐을 일면서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집중했다. “평소 산을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있는데 트레일러닝 대회가 생겼습니다. 딱 저를 위한 대회 같았습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이 트랙에서 훈련할 때 전 산에서 훈련했으니 저에게 안성맞춤 대회였죠.” 국내 트레일러닝대회는 거의 다 출전했다. 한 대회 우승 상품으로 2015년 인도양 프랑스령 레이뇽에서 열린 트레일러닝대회 164km 등 해외 대회에도 출전했다. 2016년 5월에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7km에서 7시간35분으로 국내 최고기록으로 우승하기도 했다. 2017년엔 고비사막마라톤 225km, 2018년엔 핀란드 국토종단 225km를 완주했다. 가장 최근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1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128km 트레일러닝을 다녀왔다. 환갑을 넘겼어도 웬만한 젊은이들보다 잘 달린다. 5년 전부터는 20대에서 40대 달림이들에게 산을 잘 다리는 법을 전수하고 있다. 여자 제자 중에서 지난해 화대종주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는 이론보다 실전에 강하다. 산을 함께 달리며 노하우를 전수한다. 산을 잘 달리는 법은 무엇일까? “트레일러닝에서는 오르막을 잘 공략해야 합니다. 근성이 중요하죠. 언덕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언덕을 만나면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걸으려고 하죠. 힘들다고 미리 선을 긋는데 언덕을 잘 달려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힘들 때 일수록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쉽지 않지만 도전해야 합니다. 전 오르막 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 합니다. 내리막은 몸을 풀고 가는 구간에 불과합니다.” 김 씨는 천천히 달려도 힘드니 가급적 빨리 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30분에 달리는 것보다 5시간에 달리는 게 더 힘듭니다. 오르막을 만났다고 겁먹으면 몸이 무거워집니다. 가파른 오르막이라면 두 팔까지 활용해 네 발로 고릴라 주법으로 올라야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달렸지만 단 한번의 부상도 입지 않았다. 무릎도 생생하다. 그는 “돌부리, 나무부리에 걸려 넘어져 찰과상을 입은 적은 있지만 발목이나 무릎을 다치는 중상을 입은 적은 없다”고 했다. 마라톤 하면서 근육 쏠림 현상으로 통증을 느낀 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코어 근육을 강화한 게 부상을 막았다. 주 5회 이상 근육운동으로 전신의 근육을 고르게 키우고 있다. 그는 “코어를 강화하면 힘든 순간에도 힘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도 하나 씩 이뤄하고 있다. 2019년엔 킬리만자로 정상을 찍었다. 올해가 정년의 해라고 한다. 그는 “솔직히 다양한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헬스클럽에서도 몸이 좋다고 평가합니다. 은퇴한 뒤에는 실버 몸짱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는 게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입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완주도 목표다 UTMB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 그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포인트를 못 쌓고 있어요. 모든 게 정상화 되면 당장 포인트를 쌓아 UTMB로 향할 겁니다”며 웃었다. 그는 평생 산을 달릴 것이라고 했다. 그의 모토는 ‘한계를 만날 때까지 한계는 없다’는 것이다. 아직 한계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계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살면서 약간의 좌절은 있었지만 또 다른 도전의 자극제였을 뿐이다. 그에게 삶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다. 그 삶의 중심에 트레일러닝이 있다.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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