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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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4-04-18~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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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3%
  • 집콕에 늘어나는 살 어쩌나…‘코로나19 시대’ 야외 운동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말이 요즘처럼 피부로 느끼기는 처음일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모든 공공체육시설을 막아 놓고 야외운동까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당연히 실시해야 할 조치이긴 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집콕 운동법’을 공개하는 등 야외활동보다는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산이나 공원 등을 찾으면 등산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달리고 사람들이 넘친다. 그만큼 봄을 맞아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공시설의 경우 실내는 통제하는 게 맞지만 야외 운동장까지 통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야외활동을 하면 면역력에 중요한 비타민D도 합성되니 권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받아야 합성된다. ‘코로나19 시대’ 야외에서 어떻게 운동하면 좋을까? 해외 사례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 그리고 그동안 필자가 써왔던 내용을 종합해 ‘코로나19 시대의 건강한 운동법’을 알아봤다. ● 밖에서 운동하면 위험? 독일 국영방송 ‘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DW)’는 최근 홈페이지(www.dw.com)에 ‘야외 스포츠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위험한가?’라는 주제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결론은 대면 스포츠(축구 농구 등)를 피하고 조심히 운동하면 큰 문제없다는 것이다. DW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제시하며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주당 150~300분(2시간 30분~5시간) 정도 중간 강도의 유산소운동은 심장질환과 당뇨, 고혈압, 암,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전염병 상황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베른하르트 노흐트 열대의학 연구소 요나스 슈미트-샤나지트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슈텐 박사는 “코로나19에도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화를 신고 30분에서 1시간 달리는 행동은 정신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운동은 심신(心身)에 긍정적이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 운동은 면역을 향상시킨다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운동은 면역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 상승한다. 인간의 체온은 섭씨 36.5도에서 37도. 38도를 넘으면 항상성이 깨져 우리 몸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운동은 긍정적인 스트레스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을 발생한다. 또 체내 에너지원인 ATP(글루코겐)를 태워 쓰면서 젖산이 생성돼 체내 pH 농도를 떨어뜨린다. 산성화 되는 것이다. 열과 산성화는 우리 근육내 단백질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s·HSP)이 합성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그 구조가 변형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세포안에서 스스로 HSP를 발현 시킨다. HSP가 합성되면 계속 이어지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HSP 발현은 1960년대 처음 발견돼 계속 연구되고 있다. HSP는 피로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완화 물질인 엔돌핀이 나오도록 촉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네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 조준용 한국체대 생활체육대학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스포츠영양학·운동생화학)는 “운동은 HSP를 발현시키는 등 체내 단백질을 변화시켜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력을 키운다는 의미는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도 단백질 구조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HSP가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기를 반복하면 저항력이 증가해 면역력도 증가하게 된다. 체내 단백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열과 pH다. 운동으로 체온과 pH를 떨어뜨리면 바로 HSP가 합성돼 항성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운동이 HSP을 발현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 운동은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은 불안(스트레스)을 떨쳐내게 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타임오프(Time Off·휴식) 효과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 만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 좋아져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운동으로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운동은 전염병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란 불안에서 벗어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김병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로 느끼는 위험은 객관적인 게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치게 작은 정보에 집착하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전염병을 예방하는 수칙에 따르며 일상의 루틴(평상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잠시 놓고 좋아하는 운동을 해보자”고 조언했다. ●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대부분의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운동을 해도 좋다고 권장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걷기와 등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비대면 야외 운동을 권장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것은 건강은 물론 기분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야외 운동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행동은 있다. 첫째,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해라. 가급적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운동해라. DW는 사람이 없는 새벽에 공원을 달리거나, 한적한 산에서 산약자전거를 타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2m 거리는 유지하거나 마스크를 써라. 셋째, 사람은 물론 기구, 물건을 만지지 마라. 전문가들은 ‘접촉은 피하되 운동은 피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평상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행동하듯 운동할 때도 적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 운동은 어떤 강도로 해야 할까 다양한 연구 결과 보통 체온이 섭씨 38.5도 쯤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HSP가 가장 활발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소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몸을 너무 혹사하면 오히려 순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한 뒤 질병에 걸릴 위험이 2.2%~1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 3회 정도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5회까지 해도 된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2~3일에 한번 씩 하는 게 좋다. 송홍선 실장은 “중간 강도(최대 강도의 40~60%)로 운동하는 게 좋다. 등에 땀이 나며 약간 힘들다는 정도의 강도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천천히 달린다면 30~40분, 산책 같이 걷는다면 1시간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송 실장은 “운동 강도가 강하다면 20분 이하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용 교수는 “강도 높은 운동에서 HSP의 발현이 가장 높지만 적당한 운동에도 발현하며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세포내 소포체기능이 향상되고 HSP 단백질 기능도 향상 된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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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 때문에 엄두도 못 냈는데…살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 시작한 것”[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을 시작한 것입니다.” 손문희 씨(60)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다. 평소 건강을 위해 등산을 즐기다 수원마라톤클럽 회원인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올 2월 23일 마라톤TV 주최 공원사랑마라톤에서 42.195km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2007년 4월 달리기 시작해 그해 9월 처음 풀코스를 달렸으니 약 13년 만에 100회 완주를 달성한 것이다. “전 병원에서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해 달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걱정이 됐죠. 마라톤을 권유받을 때 처음엔 거절했었죠. 건강을 위해 산에 많이 다녔지만 몸이 그렇게 좋아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달리니 확 달라졌어요.” 고혈압에 당뇨까지 있어 약을 복용했지만 지금은 고혈압약은 완전히 끊었고 당뇨약은 최소한으로 먹고 있다. 손 씨는 “의사가 계속 달리고 있고 건강해 약을 안 먹어도 되지만 혹시 모르니 당뇨 약은 먹는 게 좋다고 해 먹고 있어요. 건강검진을 받아도 전혀 문제없게 나옵니다”고 말했다. 달리면서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삶에 활력을 찾았고 대회 출전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었다. “사실 10년 전 남편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는 바람에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생업도 해야 했고 남편의 빈자리에 슬프기도 했죠. 그래서 그런 힘든 것을 잊기 위해 더 달리기에 매달렸어요.” 연 2,3회 풀코스를 완주하던 그는 남편 사별 이후 장사도 하고 직장을 다니느라 약 4년간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렸다. 악화된 건강도 지키고 시름을 떨치기에 달리는 게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매주 풀코스를 완주했다. 명절 땐 주 2회를 달리기도 해 한달에 5회를 완주한 적도 있다. 그는 “마라톤 100회 완주란 목표는 사실 남편을 잊기 위한 목표였어요”라고 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마라톤을 하다 만난 선배님들과 전국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는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등 메이저 대회에도 출전하지만 지방의 군소 대회에도 자주 출전했다. “영주소백산마라톤과 정읍동학마라톤이 인상적이었어요. 소백산과 내장산을 끼고 있어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제 고향 경남 합천의 벚꽃마라톤도 달리기에 너무 좋았어요. 마치 벚꽃터널을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2009년 도쿄마라톤, 2018년 호치민마라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마라톤 등 해외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있다. 손 씨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부터 ‘강호’의 면모를 보였다. 2007년 9월 강원도 철원 DMZ마라톤에 처음 출전해서 4시간50분에 주파했다. 초보자치곤 좋은 기록이었다. DMZ마라톤 하기 직전 부산 비치 울트라마라톤에서 50km도 완주했다. 그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2015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3분. 지방 대회에선 연령별 시상식에서 자주 시상대에 올랐다. 경기육상연합회 주최 대회에서 수원시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청남대울트라마라톤 100km에 출전해 12시간43분에 완주했다. 손 씨는 평소 주중에 수원마라톤클럽과 2회를 달린다. 평균 16km를 함께 달린다. 주말엔 혼자 수원 팔달산을 달린다. 3km 코스를 8바퀴 정도 달린다. “요즘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원도 횡성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평일엔 달릴 수 없어요. 하지만 농사짓는 것도 체력 훈련이 됩니다. 농사짓다 주말에 풀코스를 뛰어도 거뜬히 완주할 수 있어요. 요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대회가 다 취소되는 바람에 풀코스를 달릴 수 없어 안타까워요.” 손 씨는 100회 완주 이후 풀코스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1일 해돋이마라톤부터 월 2회 이상은 달렸는데 코로나19로 모든 대회가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산은 힘들면 쉬었다 가도 되는데 마라톤은 멈추면 안 돼요. 그래서 힘들지만 골인지점을 지나면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아요. 30km를 넘어서면서부터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지’라며 한탄하며 다 쓰러질 듯 결승선까지 가면서도 5분만 쉬고 나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엔 어느 대회를 나갈까’를 고민해요.” 손 씨는 이제 기록보다는 완주를 위해 달린다. “기록을 욕심 낼 때 마라톤이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5시간 안쪽으로만 달리자고 편하게 마음을 먹으니 30km를 넘어서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아요.”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으니 다음 목표는 200회 완주다. 하지만 100회 때와는 다르다. “100회 땐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매주 달렸지만 이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달릴 계획입니다. 즐겁게 건강을 위해 달릴 겁니다.” 그의 주변엔 500회, 300회, 200회 완주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이유가 기록보다는 즐기면서 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고수들과 완주하고 난 뒤 달릴 때 느낀 점을 얘기할 때도 즐겁단다. 이제 그에게 마라톤은 평생 스포츠다. 주변에서도 마라톤을 하며 건강해졌다고 평가하고 있고 실제로 아주 건강하다. 하지만 마라톤을 평생 즐기려면 다치면 안 된다. 그래서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시작이 즐기면서 달리는 것이다. 욕심이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 시작한 것’이라며 마라톤을 권하는 이유는 달리면 즐겁고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달리면 정말 좋아요. 전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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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에 목숨 안 걸어”…춤보다 ‘달리는 재미’ 푹 빠진 구세미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달리는 ‘산타런’이란 이벤트에서 5km를 달렸다. “어, 재밌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네오게임즈 마케팅 담당 구세미 씨(33)는 요즘 달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어릴 때부터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어요. 공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 빼고는 다 좋아했어요. 최근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달리고 있어서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산타런을 완주한 뒤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달리기는 저를 더 활기차게 만들었습니다. 운동이라기보다는 즐긴다는 느낌?” 그 때부터 달리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주 2회 달리는 법을 지도해주는 서울 이대 ‘런너스클럽’ 발달리기 모임에 참여했다. 완전 초보자들을 잘 지도해줬다. “제가 달리는 것을 재밌어 하니 이대 런러스클럽 정민호 대표님이 일요일 훈련하는 곳이 있는데 올 수 있냐고 물어봐 흔쾌히 참여했어요. ‘얼마나 많이 하겠어?’하며 참여했는데 어마 무시했어요.” 철인3종 동호회인 ‘텐언더’였다. 트라이애슬론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0시간 이내 완주하자는 의미의 클럽이었다. “첫날 갔더니 회원들이 20km를 가뿐히 달리더라고요. 전 13km를 달렸습니다. 힘들었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어요. 힐링이 된 느낌이랄까?” 구 씨는 최소 주 3회 이상 달린다. 텐언더와는 주말에 달리고 월요일에는 서울 남산을 달리는 모임에 참여한다. 수요일에는 친구들과 ‘번개’로 달린다. “다른 운동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달리면서 늘 배가 고팠어요. 그래서 많이 먹어요. 그런데 자주 달리니 살이 찌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수영을 했던 구 씨는 연세대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워낙 활기찬 것을 좋아하다보니 복싱 등 격투기에 관심이 갔다. 복싱과 카포에라 체육관에 등록해 운동했다. 대학 복싱부에도 들어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춤에 관심이 갔다. “탱고와 살사 등 춤을 한 6년은 춘 것 같아요. 춤은 예술적이면서도 활동량이 많아요. 달리면서는 못 추고 있지만…. 솔직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진 뒤 한 달 전부터는 아예 춤을 추지 않고 있어요. 비대면 스포츠인 달리기도 있어서요. 그리고 달리는 재미에 막 빠져 들어서 지금은 춤은 굳이 안 춰도 돼요.” 구 씨는 3월부터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려고 참가신청을 했는데 모든 게 취소돼 다소 실망스러워 하고 있다. “3월 22일 동아마라톤을 앞두고 열리는 챌린지레이스에서 10km, 그리고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 가을에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이었는데 줄줄이 취소돼 안타까워요. 5월 듀애슬론(달리기+사이클) 대회도 신청했는데 어쩔게 될지….” 하지만 코로나19 불안과 대회 취소 스트레스를 매주 주기적으로 달리며 떨쳐 내고 있다. “제가 기록에 목숨 거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즐겁게 달리는데 달릴 때마다 재밌고 실력이 엄청 빨리 느는 것 같아요. 전 남산이나 잠실주경기장 보조경기장, 한강 등 똑같은 코스를 자주 달리는데 달릴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어 지난 번 보다 힘이 안 드는데?’ ‘어 거리가 짧아진 것 아냐?’를 느껴요. 이렇다보니 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제 인스타그램에 운동한 느낌을 그대로 올리는데 반응도 좋아요.” 사실 달리기가 매번 즐겁지만은 않다. 사람이다 보니 달리기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안 달리면 뭔가 찝찝하다. “뛰면 힘들고 뛰기 전에는 뛰기 싫어요. 그런데 안 뛰면 뛰고 싶어요. 달리기는 제가 했던 운동 중에서 가장 심취하고 있는 스포츠입니다. 아직 나 자신과의 싸움 등 전통적인 마라톤의 매력은 모르겠고요. 그냥 달리면 좋아요.” 그는 주당 평균 30km를 달린다. 일주일에 보통 3회를 달리는데 평균을 내보니 회당 10km라고. 10km를 1시간 페이스로 달리는 게 목표. 지금은 1km를 6분30초 페이스(10km 1시간 5분 페이스) 그룹에서 달리고 있다. “달리면서 놀이터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에요. 전 스킨스쿠버다이빙도 즐기는데 그 곳은 바다잖아요. 달리면서는 도로와 운동장, 공원이 제 놀이터가 돼요. 조만간 산도 달릴 겁니다. 제주도와 강원도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에 신청했는데 다 취소돼 안타까워요.” 구 씨 철인3종 완주에도 도전한다. 최근 사이클도 하나 장만했다. 어릴 때부터 수영을 했으니 자전거만 좀 훈련하면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는 완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리기는 제 평생 스포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상만 없으면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고 싶어요. 사실 어릴 때부터 운동하면서 다치면 속상하거든요.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장거리를 달리면 발이 아파요. 그래도 달리는 게 좋아서 달리긴 하는데…. 그래서 요즘은 요가도 알아보고 있어요. 요가가 유연성과 근육을 키워줘 부상을 줄인다고 해서요. 부상이 없어야 즐겁게 달릴 수 있잖아요.” 구 씨의 삶은 최근 사회에 불고 있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생활 속에서 열심히 운동하며 즐겁게 살고 있었다. 100세 시대을 즐겁게 살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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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보다 빠르면 돼” 나만의 운동으로 이겨내는 사람들

    ‘사이클 마니아’ 김건수 씨(6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로 집에서 자전거를 탄다. 고정식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TV를 시청하면서 평균 70∼100km 정도를 달린다. 주말이면 야외로 나가 100km 정도 달리지만 사람이 많은 곳은 가급적이면 피한다.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인데 병에 걸려서야 되겠나”라는 심정에서 조심하고 있다는 김 씨는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운동을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외에서 즐기던 자전거 타기를 실내에서 홀로 하거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동을 선호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 판토스에 다니는 김정헌 씨(39)는 퇴근한 뒤 집에서 스마트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해 달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평소 주중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밤에 야외에 나가기 쉽지 않아 장비를 마련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뒤로는 평일엔 실내자전거 타기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자전거 시뮬레이션 앱인 ‘즈위프트’를 설치했다. 자전거에 센서를 달고 컴퓨터나 모니터에 연결한 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전 세계 이용자들과 온라인으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혼자서 탈 때의 심심함을 전혀 느낄 수 없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주말엔 동호회 회원들과 야외에서 탄다. 그는 “자전거는 떨어져서 혼자 타는 대표적인 비대면 스포츠다. 또 빨리 달리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작다”고 강조했다. 네오게임즈 마케팅 담당 구세미 씨(33)는 요즘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수영과 복싱, 카포에이라를 즐기던 만능 스포츠 우먼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탱고 살사 등 운동량이 많은 춤을 즐겼지만 최근에는 달리기만 한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달린 산타런 5km를 완주하면서 재미를 붙이게 됐다”는 구 씨는 “여러 장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동호회나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에도 적당한 거리 유지에 신경을 쓴다. 그는 “5월 달리기를 하고 사이클을 타는 듀애슬론 대회에 신청했다”며 “최근 모든 대회가 취소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회를 위해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불안에 떨기보다는 힘차게 운동해야 더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마니아 오세진 작가(39)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느닷없는 마주침! 우리 삼 개월만 만나볼래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步)가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움직이고 걷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개인 건강과 면역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몸이 고장 나면 삶도 무너진다고 하지요. 등산과 트레일러닝이 제가 가장 선호하고 즐기는 운동이에요. 우리 3개월간 자연과 함께 운동하며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요?’ 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10명 정도 모집을 기대하고 올린 글에 목표를 훌쩍 넘는 신청자가 이어지면서 하루 만에 글을 내려야 했다. 결국 18명으로 모임을 꾸린 그는 이달 22일 서울 석촌호수를 걷는 것을 시작으로 3개월간의 ‘사색 및 산행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오 작가는 “혼자 산에 오르고 달리다가 함께할 사람들을 찾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그만큼 코로나19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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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내에서 자전거를?…‘코로나19’ 여파에 운동스타일도 달라져

    ‘사이클 마니아’ 김건수 씨(6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로 집에서 자전거를 탄다. 고정식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TV를 시청하면서 평균 70~100km 정도를 달린다. 주말이면 야외로 나가 100km 정도 달리지만 사람이 많은 곳은 가급적이면 피한다.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인데 병에 걸려서야 되겠나”라는 심정에서 조심하고 있다는 김 씨는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운동을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외에서 즐기던 자전거 타기를 실내에서 홀로 하거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동을 선호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 판토스에 다니는 김정헌 씨(39)는 퇴근한 뒤 집에서 스마트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해 달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평소 주중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밤에 야외에 나가기 쉽지 않아 장비를 마련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뒤로는 평일엔 실내자전거 타기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자전거 시뮬레이션 앱인 ‘즈위프트’를 설치했다. 자전거에 센서를 달고 컴퓨터나 모니터에 연결한 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전 세계 이용자들과 온라인으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혼자서 탈 때의 심심함을 전혀 느낄 수 없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주말엔 동호회 회원들과 야외에서 탄다. 그는 “자전거는 떨어져서 혼자 타는 대표적인 비대면 스포츠다. 또 빨리 달리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린 위험이 작다”고 강조했다. 네오게임즈 마케팅 담당 구세미 씨(33)는 요즘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수영과 복싱, 카포에이라를 즐기던 만능 스포츠 우먼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탱고 살사 등 운동량이 많은 춤을 즐겼지만 최근에는 달리기만 한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달린 산타런 5km를 완주하면서 재미를 붙이게 됐다”는 구 씨는 “여러 장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동호회나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에도 적당한 거리 유지에 신경을 쓴다. 그는 “5월 달리기를 하고 사이클을 타는 듀애슬론 대회에 신청했다”며 “최근 모든 대회가 취소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회를 위해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불안에 떨기보다는 힘차게 운동해야 더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마니아 오세진 작가(39)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느닷없는 마주침! 우리 삼 개월만 만나볼래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步)가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움직이고 걷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개인 건강과 면역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몸이 고장 나면 삶도 무너진다고 하지요. 등산과 트레일러닝이 제가 가장 선호하고 즐기는 운동이에요. 우리 3개월간 자연과 함께 운동하며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요?’ 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10명 정도 모집을 기대하고 올린 글에 목표를 훌쩍 넘는 신청자가 이어지면서 하루 만에 글을 내려야 했다. 결국 18명으로 모임을 꾸린 그는 이달 22일 서울 석촌호수를 걷는 것을 시작으로 3개월간의 ‘사색 및 산행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오 작가는 “혼자 산에 오르고 달리다가 함께할 사람들을 찾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그만큼 코로나19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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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과학 연구 39세 남성, 죽을 것 같이 달리는 이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는 이준규 씨(39)는 요즘 전력으로 질주하는 단거리 달리기의 묘미에 빠져 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기 위해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가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단거리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취미로 시작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춤하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의 매력’ 빠져 들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중학교 땐 ‘스포츠 왕국’ 미국에서 스포츠를 잘 못해 다소 ‘콤플렉스’가 있었죠.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고등학교(필립스 엑서터)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학교에서도 스포츠를 많이 하도록 했지만 제 자신이 더 잘 하려고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테니스를 했고, 피트니스를 했지만 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리기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전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숨 가쁘게 달리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는 게 좋았죠.” 존스홉킨스대학 2학년 때까지 주로 달리다 ‘얼티밋 프리스비’란 원반던지기 게임을 시작했다. 얼티밋 프리스비는 7명씩 팀을 이뤄 공수로 나뉘어 원형 플라스틱(원반)을 주고받으며 득점하는 스포츠다. 원반을 잡은 선수는 10초 이내에 패스를 해야 하고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잘 달려야 하고 체력도 있어야 한다. “2009년 귀국해 군복무하고 2013년부터 KIST에서 일하면서 운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로 연구에 매달렸죠. 그러다 2018년 얼티밋 프리스비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데 체력이 달렸어요. 그래서 그해 가을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톤을 하려고 장거리를 달리는데 속도가 나지 않았다. 속도를 유지하며 긴 거리를 달리는 방법을 찾다 스파이더코리아에서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스프린트 클래스를 알게 됐고 7월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전 지는 것을 싫어해요. 경쟁심이 다소 크죠. 서울교대 운동장에서 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기고 싶었죠. 그리고 숨이 차면서 힘들게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인터벌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는데 스피드가 잘 안 늘었어요.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 나섰죠.” 장거리에서 기록을 단축하는 법은 빠른 속도로 끝까지 달리는 것이다. 마라톤에서도 스피드가 중요한 것이다. 엘리트 선수들에게서도 지구력은 누구나 키울 수 있지만 스피드를 키우기는 어렵다. 이 씨는 이점을 파악하고 먼저 스피드를 키운 뒤 지구력을 가미할 생각으로 단거리 훈련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육상 멀리뛰기 국가대표 출신 오상원 코치(37)의 지도를 받으며 좋아졌다. 오 코치는 “마라톤 등 장거리는 동호회도 많아 배울 곳이 많지만 단거리를 배우는 곳이 없습니다. 스파이더코리아에서 스프린트 클래스를 만들면서 일반인은 물론 축구와 핸드볼 등 스피드가 필요한 엘리트 선수들, 엘리트 선수를 가르치는 지도자들도 찾아옵니다”고 말했다. 2005년 아시아육상선수권 남자 멀리뛰기에서 은메달 획득한 오 코치는 “전력으로 질주하는 법, 순발력과 파워를 키우는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다들 만족해합니다”고 설명했다.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씩 훈련시키고 있다. 장소는 스파이더 강남 트레이닝 센터와 잠실주경기장 보조경기장, 남산 등에서 한다. 이 씨의 최종 목표는 1km 주파 기록을 4분대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이 1km를 3분에 달리니 거의 엘리트 선수 수준까지 가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아주 좋았습니다. 400m 인터벌 트레이닝을 기준으로 처음엔 72초에도 겨우 뛰었는데 60초까지 당겼거든요. 100m를 15초 페이스로 달리는 것입니다. 처음에 18초였으니 많이 줄였죠.” 1주일에 7일을 운동했다. 월요일 목요일 스프린트 클래스에서 훈련하고 화요일엔 서울교대 운동장에서 단거리 달리기, 수요일 하루 쉬고 금요일 인터벌트레이닝을 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주기적으로 했다. 그러자 몸이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장거리만 달릴 경우 살이 빠져 날씬해졌지만 단거리를 달리며 근육운동을 하면서 근육질의 스프린트 선수처럼 멋진 몸매가 된 것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400m 기준으로 10개까지 소화했습니다. 400m 달리고 3분 쉰 뒤 다시 달리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3개도 못했어요. 그러다 올 1월 중순에 허리 부상이 와서 좀 쉬었습니다. 허리 디스크가 좋지 않았는데 무리하다보니 통증이 왔어요.” 이 씨는 최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지금은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가을까지 체력을 회복하고 내년 봄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할 계획입니다. 1km를 3분30초에 달리는 게 목표입니다. 한 때 4분 밑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풀코스 첫 도전에서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하려고 한다. 마라톤 42.195km 풀코스는 1km를 4분16초로 계속 달릴 때 3시간에 주파할 수 있다. “목표가 있어야 달리는 게 즐겁습니다. 전 죽을 것 같이 달릴 때 쾌감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요. 다른 분들은 한강 등 야외에서 경치를 보면서 달리는 게 즐겁다고 하는데 전 400m 트랙에서 힘차게 달려 기록을 단축하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이 씨는 달리기만 할 뿐 아직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등 유명한 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달리는 것을 즐깁니다”고 말했다. 최근 운동하면 뇌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뇌과학을 연구하며 운동을 즐기는 그는 어떤 생각일까? “확실히 의미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걷기만 해도 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격하게 운동해야 뇌 시경세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땐 운동을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다친 뒤 하루 종일 누워만 있기도 했는데 몸 상태도 엉망이고 정신 상태도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운동은 우리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좋은 약입니다.” 이 씨의 최종 목표는 나이 들어서도 지금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전 나이 들어서도 속도를 최대한 안 떨어뜨리면서 달리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대학 때,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때, 제 몸의 기능이 계속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운동하면 유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이유가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는 얼티밋 프리스비를 못할 경우를 생각해서였다. ‘평생 스포츠’로 달리기를 선택했고 이왕 선택한 것이기에 자신의 능력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는 100세 시대 건강은 젊을 때부터 지켜야 한다는 ‘제1원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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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불안, 운동으로 떨쳐내자[양종구의 100세 건강]

    #1. 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주임교수(56)는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축구를 통해 날려 보낸다. 매주 일요일 ‘월계축구회’에 나가 공을 찬다. 그는 “(중고교 때부터) 공을 차지 않으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다. 공을 차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운동복이 없어 교복 입고 공을 차 오후 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들이 땀 냄새를 맡고 ‘때가 어느 때인데 축구를 하느냐’고 나무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공을 찼다”고 했다. 의대 시절에도 그랬고 전문의가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공부가 안 되면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벽에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한 10분 벽치기를 하고 다시 공부를 했다. 그럼 공부도 잘됐다. 김 교수는 바쁜 병원일 속에서도 일요일에 축구 하는 것 외에 주 2, 3일은 운동을 한다. 틈나는 대로 운동화를 신고 병원 주위를 달리거나 사이클도 탄다. 그는 “운동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집중이 더 잘된다”며 운동 찬양론을 펼쳤다. #2. 사업가 박필전 씨(63)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7∼8km를 달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엔 20km 이상을 달린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3만 보를 걷는다. 그는 “새벽에 운동을 한 날과 안 한 날은 천지 차이다. 운동을 하고 출근한 날은 ‘완전 무장’을 하고 나온 느낌이랄까. 어떤 고난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운동을 안 하면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에 하루 종일 짜증이 난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으로 ‘인생 역전’을 이룬 케이스다. 사업에 12번 실패했지만 마라톤 정신으로 그때마다 재기에 성공했고, 현재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최근엔 맨발 마라토너로 유명해진 그는 “마라톤은 수련의 하나다. 산에 들어가 도를 닦기도 했고 명상에 빠져 보기도 했지만 마라톤만큼 심신을 ‘해탈’에 이르게 하는 건 없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명상하는 기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3. 조남수 ㈜심존 대표이사(67)는 50세 넘어 달리기를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몸의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할까. 40대 초반 사업에 뛰어들어 무리하다 보니 건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졌지만 마라톤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보스턴과 뉴욕, 시카고, 런던, 베를린, 도쿄 마라톤 등 세계 6대 대회를 모두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에 푹 빠져 지낸다. 그는 “몸이 즐거워야 마음도 즐겁다. 정신도 건강해진다. 심신이 즐거워지니 생활 자체가 즐겁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다. 사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며 마라톤 예찬론을 늘어놨다. 운동을 열심히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일상생활에 보다 열정적으로 임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은 불안(스트레스)을 떨치게 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타임오프(Time Off·휴식) 효과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하여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 좋아져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운동으로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운동은 전염병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란 불안에서 벗어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로 느끼는 위험은 객관적인 게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작은 정보에 잇따라 노출되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전염병을 예방하는 수칙에 따르며 일상의 루틴(평상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잠시 놓고 좋아하는 운동을 해보자”고 말했다. 운동이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조준용 한국체대 생활체육대학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스포츠영양학·운동생화학)는 “운동은 체온을 끌어올리며 다양한 단백질 반응을 일으켜 외부 저항성을 높여준다. 꾸준한 운동이 면역력을 높여준다”며 운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 운동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집중력과 생산력을 높여준다. 코로나19 불안,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잠시나마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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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트니스도 이젠 융복합 시대… 헬스-발레 등 접목 새롭게 접근해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주목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피트니스다. 요즘 헬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대표되는 피트니스에 새로운 유형이 잇따라 소개돼 화제다. 그 중심에 전은영 한국뷰티니스예술진흥원 회장(47)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발레, 번지점프 등처럼 몸을 이용한 신체활동을 피트니스에 접목시켜 기존에 없던 피트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20대 초반 스포츠에어로빅 선수로 피트니스를 시작해 27년간 활동한 그는 이에 대해 “이제 헬스나 요가 하나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야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단체 이름도 아름다움을 뜻하는 영어 ‘Beauty’와 건강을 뜻하는 ‘Fitness’를 결합해 만들었다. 몸을 아름답게 만드는 피트니스라는 뜻이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과 콘텐츠는 피트니스 강사 교육용으로 쓰인다. 최근 선보인 프로그램 중에선 글라이트(GLIGHT Aero Bungee)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번지점프를 응용해 만든 것으로 재활부터 다이어트, 요가, 필라테스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가 한국인에 맞게 개발한 것으로 줄의 탄성을 이용한 움직임으로 유산소 운동은 물론이고 근육 운동까지 가능하다. 음악에 맞춰 점프하고 나는 듯한 역동적인 동작들로 이뤄져 1시간에 1000Cal까지 소모된다. 발레톤(Balletone)은 피트니스와 발레, 요가를 합친 것으로 파워와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전 회장은 “우리는 현장 지도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한다”며 “현장에서 지도하다 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못해줄 경우가 있어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거나 스포츠 선진국 강사를 데려와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진흥원이 발행하는 지도자 자격증만 10여 개에 달한다. 진흥원이 올해 8월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할 ‘IDEA KOREA 피트니스 컨벤션’도 이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마련한 행사이다. 미국 최대 규모 피트니스 컨벤션인 IDEA WORLD와 함께 진행할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피트니스 강사 100여 명이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 회장은 “대한민국의 피트니스 산업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서고 있다”며 “전문 지도자 양성과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로 일반 국민들이 쉽게 건강과 미용을 다 잡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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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제조업도 ‘강국’ 소리 들어야죠”

    “무너진 제조업을 다시 살려야 한다.” 올해 1월부터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스포츠용품 전문제조업체 ‘싸카’의 오정석 대표이사(58)는 취임 일성으로 “스포츠 산업의 기초가 될 제조업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에 따르면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산업에도 제조, 유통, 서비스(프로스포츠, 생활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이 있어 고루 조화롭게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 부문은 글로벌 기업에 국내 상권을 거의 내준 데다 해외로 생산설비를 대부분 이전하면서 국내 기반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2005년 창설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로 스포츠 관련 기업인과 연구원, 교수 등 300여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스포츠 산업 현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부 정책으로 발전시켜 관련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오 회장은 1994년 해외 브랜드 축구용품의 판매 대행을 시작으로 스포츠 산업과 인연을 맺은 뒤 2000년 판매전문 법인을 세울 정도로 회사를 키웠다. 2015년부터는 경기 남양주에 공장을 세우고 직접 축구공과 유니폼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페인 브랜드 ‘아스토레’의 국내 판권을 따낸 뒤 축구공과 유니폼, 트레이닝복 등을 생산했다. 한국은 1970년대까지 축구공을 수출했던 나라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국내 브랜드 공장이 하나둘씩 중국 파키스탄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기술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결국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오 회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쓰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동메달을 딴 한국에서 축구공 만드는 기술이 사라져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오 회장은 또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들도 해외에서 생산을 하지만 국내 생산 기반을 모두 없애지는 않았다”며 자체 보유 브랜드와 제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라고 손익계산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들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기술로 자국 내 생산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식스의 경우 ‘메이드 인 저팬’이라는 표시가 붙으면 동남아 생산 제품보다 2∼3배 더 비싸게 받는다. 오 회장의 노력은 일부 결실을 맺고 있다. 국산 토종 공 전문 브랜드 ‘낫소’가 오 회장에게 축구공 생산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오 회장도 내년 중에 ‘싸카’란 자체 브랜드로 축구공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도 최근 들어 스포츠 산업 육성에 관심이 크다. 오 회장은 이와 관련해 “제조업 육성에 있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이키는 러닝, 아디다스는 축구에 30∼40년 투자해 글로벌 브랜드가 됐고, 나이키의 모태가 된 아식스도 러닝 및 마라톤이란 정체성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각 종목에서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산 브랜드가 있다”며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고민해 지켜주며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스포츠 제조업은 중소기업이거나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열악한 편”이라며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게 먼저이지만 적절한 지원을 받는다면 훌륭한 브랜드로 성장할 기업이 적잖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스포츠 강국을 넘어서 스포츠 복지 국가로 나아가려면 관련 산업 분야에서도 역사를 만들고 이것을 이어가려는 민간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다각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거듭 당부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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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한바퀴도 안 달렸던 ‘동네 아줌마’에서…사막마라톤 완주한 임희선 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사막이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모래언덕과 모래바람, 오아시스가 없으면 물 한 모금 나지 않는 삭막한 오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한바퀴도 달리지 않았던 평범한 아줌마 임희선 씨(47)도 그중 한명이었다. 그는 2018년 10월 불현듯 모로코 사하라사막마라톤 참가신청을 하고 6개월을 준비해 2019년 4월 230km를 6박 7일 만에 완주한 뒤 또 다시 새로운 ‘오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평범한 동네 아줌마가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출전한다고 하자 졸지에 ‘미친년’이 됐다. 제대로 된 운동 한번 해본 적이 없고 깡도 오기도 한 번 제대로 부려본 적이 없이 살아왔기에 친구들의 눈에 제정신으로 보였을 리 없긴 했다. 한 친구는 ‘네 삶의 터닝 포인트니 뭐니 하면서 새로 태어나고 싶은, 뭐 그런 기분이면 차라리 성형외과로 가라’고 했다. 하지만 한번 끓어 오른 내 가슴은 식지 않았다. 그래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삶을 뜨겁게 살아낼 수 있겠어. 이왕지사 미친년 소리를 들을 바에야 제대로 미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직장도 그만두고 훈련에 매진했고,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사하라로 떠났다.”그에게 사막은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지만 동경의 대상이었다. “6, 7살 때쯤이었나. 엄마는 늘 ‘난 사막에 갖다 놔도 살 사람’이라고 했다. 그 때마다 대체 사막은 어떤 곳이기에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 ‘페르시아 왕자’ 속 사막도 있었다. 그곳에는 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시아 왕자가 살았고 가슴에다 불을 놓고 재를 뿌리는 마법사 아라비아 공주도 살았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초등학교 들어가서 책에서 본 사막은 모래언덕이 멋있게 펼쳐져 있었다.”임 씨는 2014년 한 TV 다큐멘터리에 모델이자 탤런트인 이언정 씨가 사하라사막마라톤 출전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가보 싶다’는 생각을 했다.“솔직히 그동안 나를 억눌러왔던 모든 것을 떨쳐낼 곳을 찾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며 인연을 맺기가 쉽지 않았다. 다시 떠나면 어떡하지?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 울분 등 모든 것을 떨쳐내고 맘껏 울 장소를 찾았다. 그곳이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사막이었다. 뛰고 걷고 하면서 극한에 도전하면 나를 억눌렀던 모든 것을 발산할 수 있지 않을까?”대학 때부터 산악부에 들어가 산을 탔고 평소 등산을 즐겨했기에 기본 체력은 있었다. 그래도 사막은 다를 것 같아 이미 갔다 온 ‘선배’님들에게 물어물어 차근차근 준비했다.“헬스클럽에 등록했고 인천 송도 집 근처 공원에서 걸었다. 선천적으로 달리기에 맞지 않는 심장이란 의사의 말에 뛰기 보다는 걸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대회 직전에는 10km 배낭을 메고 30km를 5시간 정도에 걸을 수 있게 됐다. 사막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운동만큼 정직하게 나를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다’를 느꼈다. 개을리 하면 바로 역효과가 나타났다.”이렇게 준비했어도 사막은 ‘지옥’이었다. 첫째 날 32.2km, 둘째 날 32.5km, 셋째 날 37.1km, 넷째 날 무박 2일 76.3km(롱데이), 마지막 날 42.2km. 여기에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 6일 동안 먹을 식량과 침랑 등 13kg 배낭을 메고 달려야 한다.“모든 날이 힘들었지만 모래언덕(Big Dune)을 계속 넘어야 하는 둘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움직였다. 그런데 걷기 위해 한 발을 떼면 중심축이 되는 한 발이 모래 속으로 쑥 들어갔다. 다시 그 발을 빼내어 한 걸음 옮기면 이번엔 다른 발이 전보다 두 배는 깊게 모래 속으로 빠졌다. 움직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마치 개미귀신이 파놓은 개미지옥 안으로 온 몸이 빨려 드는 기분이랄까. 몇 시간동안의 사투 끝에 만신창이가 돼 퍼져 있었다.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했다. 그 때 외국 참가자들이 ‘너 괜찮니’라고 했을 때 정신이 돌아왔다. 그들이 물을 건네며 의료차를 불러준다고 했다. 그럼 포기다. 손을 저으며 안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누구 인가. 그 옛날 자식들 업고 걸리고 식구들 먹여 살려보겠다고 집 채 만한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이산 저산을 넘었다. 나도 대한민국 아줌마다. ‘고3’ 아이도 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100m~300m 심지어 400m가 넘는 끝없는 모래언덕의 파도를 헤쳐 나갔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 메디컬센터에서 쓰러졌다. 의사들이 포기하라고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제한시간 11시간보다 1시간50분 빨리 둘째 날 레이스를 마쳤다.”밤에도 달려야 하는 롱데이의 칠흑 같은 밤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사막의 밤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간에 머리에 쓴 랜턴이 고장 나기도 했다. 방향 감각을 잃으면 사막의 ‘고아’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온 박세훈 청년과 일본에서 온 ‘레나’란 여자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롱데이를 마쳤다.”사막에선 모두가 도움을 준다. 임 씨는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온 참가자들의 도움을 받았다.“롱데이 때 체크포인트를 떠나 1시간을 걸었을까. 날이 밝아 선글라스를 찾아보니 없었다. 선글라스가 없다면 햇빛이 너무 강렬해 마지막 날 레이스를 할 수 없다는 뜻. 다시 돌아가 찾아야 했다. 온 길을 돌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그래도 완주를 위해선 돌아가야 했다. 그 때 묘수가 생각났다. 돌아가며 오는 사람들에게 ‘너 선글라스 2개면 하나면 빌려줘’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지나고 독일에서 온 ‘사비나’란 여자가 선글라스를 빌려줬다. 완주하고 돌려달라고. 사막에서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완주했다.”임 씨는 철저한 준비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10명중 7,8명은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난 국내 사막마라톤 경험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물집이 잡히지 않았다. 하루에 물을 3병을 주는데 한 병은 완주한 뒤 발을 씻는 데 썼다.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잘 닦아 주고 바셀린로션을 바르고 잘 말린 뒤 양말을 신고 잤다. 또 출발하기 전 다시 바셀린로션을 바르고 질 좋은 발가락 양말을 신고 그 위에 다시 등산 양을 겹쳐 신은 뒤 사막전용 신발을 신었다. 그래도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혀 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참고 완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임 씨가 사하라사막마라톤을 완주하고 오자 국내 사막마라톤 전문가들도 놀랐단다. “사막마라톤을 많이 다니고 울트라마라톤도 뛰는 이무웅 선배님(현재 만 77세)이 장하다고 했다. 솔직히 이 선배님은 내가 완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완주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을 하던 ‘고수들’도 완주하기 힘든 극한의 레이스 인데 평범한 아줌마가 완주하면 급이 낮아질 것 같다며. 하지만 그렇기에 더 장하다고 박수를 보냈다.”임 씨는 말했다. “사실 사하라사막마라톤은 누구나 신청하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나 완주할 수 있는 대회는 아니다. 실제로 포기 하는 사람이 많다. 난 완주했다는 그 자체로 너무 행복했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동안 나를 억눌렀던 모든 것을 다 떨쳐버리고 왔다. 이젠 어떤 일도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임 씨는 사하라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다녀오면서 사막마라톤을 갔다 온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사막에 가는 분들은 두 부류다. 마라톤의 연장선상에서 극한의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남편과 사별했거나 자식이 자살했거나 가슴에 상처를 입은 분들이 찾는다. 사막이란 공간에서 치유의 길을 찾는 것이다.”그는 사막마라톤에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오해가 있다고 했다. “사막마라톤에 가려면 경비가 만만치 않다. 내 경우 장비 구입까지 700만 원 정도 들었다. 이렇다보니 일부에서 ‘사막마라톤엔 돈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한푼 두푼 모아서 간다. 한 분은 옥탑방 보증금을 빼서 다녀오기도 했다. 다양한 사연과 의지가 그들을 사막으로 가게 한다.”임 씨는 사하라사막마라톤 완주기를 ‘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라는 책으로 엮었다. 그리고 최근 네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등반 계획을 세웠다. 당초 4월에 갈 예정이었는데 최근 눈사태로 한국 사람들이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가족 반대로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을에 다시 떠날 계획이다. 사하라사막에도 다시 갈 것이다. “사하라에 가기 전 사막마라톤을 경험한 선배들이 ‘가면 다시 가고 싶은 곳’라고 했다. 둘째 날 빅 듄을 넘으면서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하며 욕을 했다. 그런데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가고 싶은 게 사실이다. 다시 가면 사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엔 완주에 급급해 사막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빅 듄 뒤로 지는 석양은 죽기 전에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이다. 너무 아름답다. 사막의 밤하늘도 장관이다. 별들이 바로 내 손끝에 잡히는 듯 크고 밝다.” 임 씨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안나푸르나 등 가보기 힘든 곳을 찾을 계획이다. 그런 곳을 찾아가는 재미가 너무 좋단다. 그러려면 몸을 단련해야 한다. 사하라사막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다녀온 뒤 강철체력이 됐단다. 요즘도 매일 등산을 하거나 공원을 걷는다. 잘 준비하고 완주하고…. 그렇게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임 씨는 “이렇게 살려는 나를 ‘겁도 없다’며 가족이 걱정하는데 한 번 사는 인생 해볼 것 다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사막을 한번 뛰어봤다고 해서 내 삶이 확 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내 마음속에 들어온 사막이 계속해서 내 가슴을 뛰게 할 것이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며 내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어쩌면 앞으로의 삶에서 지금껏 넘어온 빅 듄보다 더 큰 빅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때의 ‘나’라면 오르고 기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빅 듄을 넘어설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사막에서 배운 빅 듄을 넘는 법이니까.’(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 에서)사람이 100세를 살기 위해선 돈 벌고 밥 먹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즐겁게 효율적으로 사느냐도 중요하다. 사막을 가고 히말라야를 가고, 그곳을 가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사람들. 임희선 씨 같은 사람이 행복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줄기차게 무언가를 향해 노력하는 게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는 방법일 수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이럴 때 일수록 일상의 삶을 유지하며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운동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자신만의 심장 박동에 집중해 번잡스러운 현 상황(코로나19 공포증)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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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염병과의 싸움, 면역력이 중요한 이유…“운동 힘들면 이거라도”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최근 운동은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건강관리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운동은 의학(Exercise is Medical)’이라고 선언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코로나19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잘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 면역력을 키운다면 코로나19는 물론 또 다른 전염병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노력도 중요하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려면 갑자기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면역력도 평상시 키워야 한다. 그 중심에 운동이 있다. 운동이 왜 면역력을 키워주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본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 상승한다. 인간의 체온은 섭씨 36.5도 안팎. 38도를 넘으면 항상성이 깨져 우리 몸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운동도 스트레스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을 발생한다. 또 체내 에너지원인 ATP(글루코겐)를 태워 쓰면서 젖산이 생성돼 체내 pH 농도를 떨어뜨린다. 산성화 되는 것이다. 열과 산성화는 우리 근육내 단백질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s·HSP)이 합성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그 구조가 변형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세포안에서 스스로 HSP를 발현 시킨다. HSP가 합성되면 계속 이어지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HSP 발현은 1960년대 처음 발견돼 항암 치료 등에서 계속 연구되고 있다. HSP는 열 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저산소증, 감염, 염증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발현한다. 다음은 조준용 한국체대 생활체육대학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스포츠영양학·운동생화학)의 설명이다. “우리 체내 단백질은 1, 2, 3, 4차 구조로 형성돼 있다. 운동과 관련된 단백질은 3차 구조다. 다양한 이유로 단백질은 접혀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해서 체온이 올라가고 pH가 떨어져 체내가 산성화되면 단백질 3차 구조가 공격당해 결합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구조가 끊어져 생리적 기능이 깨지게 된다. HSP가 이렇게 구조가 깨진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HSP를 분자 샤페론(Molecular Chaperon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샤페론(Chaperone)은 과거 사교 행사 때 젊은 미혼 여성을 보살펴 주던 나이든 여인을 일컫는다. 생리학에선 다른 단백질의 접힘(Folding)과 펴짐(Unfolding), 혹은 여러 단백질이 결합된 거대 단백질의 합체 및 해체를 돕는 단백질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다른 단백질을 돕는 단백질이다. 조준용 교수는 “체내 단백질은 섭씨 40도만 돼도 변성이 생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할 경우 근육의 온도가 42도까지 올라간다. 그래도 우리 몸이 버티는 이유는 HSP가 단백질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HSP는 피로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완화 물질인 엔돌핀이 나오도록 촉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네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 조준용 교수는 “면역력을 키운다는 의미는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도 단백질 구조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HSP가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기를 반복하면 저항력이 증가한다. 체내 단백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열과 pH다. 운동으로 체온을 올리고 체내 pH를 떨어뜨리면 바로 HSP가 합성돼 항성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운동이 HSP을 발현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HSP가 발현할까? 다양한 연구 결과 보통 체온이 섭씨 38. 5도 쯤에서 HSP가 가장 활발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준용 교수는 “동물 실험으로 보면 지근(遲筋)보다 속근(速筋)을 많이 활용할 때 HSP 발현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속근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은 천천히 오래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과 피부에서 75%, 장기에서 22% 등의 열이 발생한다. 여기서 심부온도(심장 방광 등 체내 깊숙한 장기의 온도)가 중요한데 VO2 Max(최대산소섭쉬량)의 50%로 운동할 경우 섭씨 37.3도, 75%로 할 경우 38.5도까지 올라간다. 이는 운동을 힘들다는 정도로 해야 HSP가 잘 발현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량이 100이라면 70~84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육에서 많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근육을 키워서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게 HSP 발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준용 교수는 “강도 높은 운동에서 HSP의 발현이 가장 높지만 적당한 운동에도 발현하며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세포내 소포체기능이 향상되고 HSP 단백질 기능도 향상 된다. 꾸준한 운동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지구성운동(유산소운동)과 저항성운동(웨이트트레이닝) 모두에서 HSP가 발현한다. 특히 습도가 높고 더운 날씨에 운동하면 HSP가 더 잘 발현된다.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과 관련해 2017년 영국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의 스티브 퍼크너(Steve Faulkner) 교수가 1시간 동안 섭씨 40도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것만으로도 약 140Cal을 소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30분 걸어야 소모되는 열량이다. 실험 참가자 14명이 1시간 동안 목욕만 하거나 목욕하면서 사이클링 동작을 했다. 사이클링까지 한 그룹은 칼로리 소모가 630Cal로 나타났다. 칼로리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체내에서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더운 날씨에 운동하면 HSP가 더 잘 발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목욕만 한 그룹. 퍼크너 교수는 목욕 같은 수동적 체온상승(passive heating·이하 반신욕으로 통일) 때도 운동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을 이 연구로 증명했다. 반신욕에서도 HSP이 발현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 반신욕은 혈액순환 개선, 우울증 감소, 근육 이완, 숙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때 대부분 목욕탕엔 ‘10분 반신욕, 만병통치약’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반신욕이 운동효과는 물론 면역력까지 높여주기 때문이다. 송준섭 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강남제이에스병원장)는 “운동하면 건강해지는 이유가 몸속에서 엔돌핀 같은 좋은 호르몬이 나오고 HSP가 합성돼 면역기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동적이지만 운동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반신욕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신욕은 각종 관절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포크너 교수도 “운동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반신욕은 신체활동이 어려워 운동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건강 유지법”이라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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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자일리톨껌’ 작년 1100억원어치 팔려

    롯데자일리톨껌은 우리나라 전체 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약 11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출시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000억 원 이상 팔렸다. 인기 비결은 치아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신뢰이다. 롯데자일리톨껌 감미료 중에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일리톨이 절반 넘게 함유돼 있다. 롯데자일리톨껌에는 치아 재강화 효능이 있는 후노란(해조 추출물)과 CPP(카제인 포스포 펩타이드·우유 단백질에서 분해), 인산칼슘 등도 들어 있다. 롯데제과는 치아건강이 100세 시대 건강관리에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품질 제고에 노력을 계속해 왔다. 특히 2019년에 선보인 ‘자일리톨 프로텍트’와 ‘자일리톨 화이트’에는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강화했다. 자일리톨 프로텍트는 프로폴리스 과립이, ‘자일리톨 화이트’에는 화이트젠이 함유돼 있다. 자일리톨껌을 내세워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함께하는 ‘닥터자일리톨버스가 간다’가 대표적이다. 전문 치과의료단체가 이동식 치과진료버스를 타고 매달 1회씩 의료 소외지역을 찾아가 진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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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하는데 왜 살 안 빠지지”…효과적인 다이어트 운동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 최근 한 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운동으로 살을 효과적으로 빼는 방법에 대해 다시 정리해본다. ●운동 부하(負荷)를 높여야 한다는 뜻 매일 운동을 하는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면 운동 부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체지방이 없고 근육이 대부분인 사람은 체중 변화가 거의 없다. 살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 몸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걷기를 예로 들어보자. 평소 출근하듯 걸으면 살이 빠지거나 건강 증진에는 도움이 안 된다.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걸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5km를 똑같은 속도로 달릴 경우에도 어느 순간부터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정도 운동에 몸이 적응해 몸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적절량 이상의 자극(운동)을 받아야 생리학적으로 반응한다. 운동생리학적에 과부하의 원리가 있다. 체력을 키우거나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평소 하던 것보다 더 많은 부하로(강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웨이트트레이닝에서 벤치프레스를 예로 들면 매번 40kg으로 12회 씩 3회를 할 경우 어느 순간부터는 근력이 유지는 되지만 더 향상되진 않는다. 이 땐 무게를 올리거나, 15회씩 3회, 혹은 12회씩 5회 등으로 운동량을 늘려줘야 한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평소 5km를 뛰었다면 나중엔 6km, 7km, 10km 등으로 계속 거리를 늘리거나 페이스를 빠르게 올려야 몸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운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부와 같이 초기에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다가 점차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공부하듯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쉴 때도 에너지 소비 다이어트 관점으로 보면 운동할 때 3가지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기초대사량과 운동시 소비 칼로리, 운동후초과산소섭취(EPOC)이다. 기초대사량은 숨만 쉬고 있어도 우리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다. 근육량이 많아야 기초대사량이 높다. 지방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다이어트에서 근육운동이 중요한 이유다. 운동시 소비 칼로리가 가장 중요하다. 연료(에너지)교차점(crossover)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시작하고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시스템에서 탄수화물을 태우는 무산소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운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비 칼로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어 다시 근육에 저장된 지방을 태워서 써야 하기 때문에 체중조절에 효과적이다. 근육속 탄수화물은 얼마 되지 않아 지방으로 저장한 탄수화물을 다시 불러내 태우게 된다. 과거 지방을 태우기 위해선 저 강도로 오래 운동을 해야 했지만 최근 연구 조사 결과는 일정 강도 이상으로 단 시간 운동해도 운동효과 및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나오고 있다. 천천히 오래 뛰는 것보다 빠르게 뛰고 조깅하는, 즉 인터벌트레이닝(IT·Interval Training), 특히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HIIT·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이 더 효과적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운동후초과산소섭취(EPOC) 현상이 일어난다. 운동할 때 체내에서 쓴 산소를 다시 공급해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산소부채’로도 불린다. 운동을 마친 뒤 회복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 몸에선 운동이란 스트레스로 인해 깨어진 항상성을 다시 복원시키는 기전이 일어난다. 고강도 운동 후 우리 몸에선 크레아틴 인산 재생성, 젖산(피로물질)의 대사, 체온·심박수·환기량(호흡)·호르몬 회복 등에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런 회복에 최장 48시간까지 이뤄지면서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게 만들어준다. 이 때 쓰이는 에너지가 얼마 되지 않다는 연구 조사도 있지만 EPOC은 다이어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동했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한 뒤엔 땀 배출로 인한 체중변화가 있지만 실제 체중변화는 하루 이틀 뒤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정기간 동안 운동을 반복하면 우리 몸은 기초대사량이 높아지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효과적인 다이어트 운동법은? 다이어트의 제1원칙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많이 먹으면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안 먹고 운동하면 몸이 망가진다. 과도 비만인 사람은 식이요법을 반듯이 해야 한다. 비만인 경우 운동을 많이 할 수 없는데 많이 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운동에 의한 칼로리 소비보다 케이크 한 접시의 열량이 더 많을 수 있다. 경도 비만인 경우에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살을 뺄 수 있다. 살을 빼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앞에서 얘기한 인터벌트레이닝(IT), 그것도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HIIT)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훈련은 2가지로 나뉜다. 레피티션트레이닝(Repetition Training·RT)과 IT. RT와 IT는 모두 반복 운동을 하는 점에서는 같다. 차이라면 특정 운동, 예를 들어 100m 질주를 한 뒤 회복 방법(이하 휴식)이 다르다. RT는 완전한 휴식을 한 뒤 다시 달리는 훈련법이고 IT는 불안전 휴식(조깅)을 하고 다시 달린다. RT는 스피드를 키우는 훈련으로 육상 단거리 선수들에게 유용하다. 완전 휴식을 하기 때문에 각 회당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매번 전속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스피드를 향상시킬 수 있다. IT는 중장거리 선수들에게 효과적이다. 100m를 달린 뒤 돌아오며 조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달릴 때도 숨이 가뿐 상태다.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는 이유는 심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참고로 RT로 훈련하는 종목은 육상 단거리 선수만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종목은 다 모든 훈련을 완전 휴식하며 해야 한다. 물론 단거리 선수 및 힘을 쓰는 선수들도 근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IT를 하기도 한다. 그럼 왜 IT가 다이어트에 좋은 것일까? 앞에서 설명했듯 에너지 소비량이 많기 때문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게 된다.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다. 하지만 우리 몸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훈련 상황에 적응하게 돼 에너지 소비량을 높인다. 1시간 동안 10km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20회 하는 게 에너지 소비엔 효과적인 것이다. IT와 비슷한 개념의 서키트트레이닝(Circuit Training·CT)이라는 것도 있다. IT는 특정 동작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CT는 복합운동(저항운동과 저항운동 사이에 유산소운동을 삽입) 형태로 IT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저항운동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다. 복합운동은 저항운동의 효과와 유산소운동의 효과를 동시에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IT 훈련 ① 30m IT, 50m IT, 70m IT. 30m나 50m, 70m 정도를 개인 최대 속력의 70~80%이상으로 로 달린 뒤 천천히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달리는 것을 반복한다. 10회 1세트로 3회 이상 하는 게 좋다. 힘이 들면 5회, 7회 등으로 세트를 줄여도 된다. 횟수는 자신에게 맞게 조정하면 된다. 다만 숨이 가쁠 정도로 강하게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엘리트 육상 선수들의 경우 100m~1000m까지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거리를 소화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엘리트 선수들은 최대 속력의 90% 이상으로 한다. ② 계단 IT. 좀 긴 계단을 이용해 뛰어 올라가고 천천히 조깅이나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반복한다. 역시 10회 1세트로 3회 이상 하는 게 좋다. ③고정식 자전거 IT. 달리기와 비슷하게 하면 된다. 1~2분 최대 속력의 70% 이상으로 페달을 밟은 뒤 천천히 1~2분 달리는 것을 반복한다. 이때 빨리 달릴 때는 저항을 높여주는 게 좋다. 10회 1세트로 3회 이상 하면 좋다. ④자전거 IT.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할 때도 IT를 할 수 있다. 500m이상을 빨리 달린 뒤 천천히 달리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⑤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는 IT. 최소 2시간에서 최대 7,8시간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해 산을 오르는 등산은 최고의 다이어트 법이다. ⑥서키트트레이닝(CT) 방법. 벤치프레스 10회→제자리 무릎 올려 달리기 30초→스쿼트 10회→팔 벌려 제자리 뛰기 30회→복근운동 30회→제자리 무릎 올려 달리기 30초→암컬(Arm Curl) 양쪽 10회씩→팔 벌려 제자리 뛰기 30회. 종목 중간에 20초 정도 쉰 뒤 다음 종목을 한다. 이게 1세트로 세트를 마친 뒤 2, 3분 쉰 뒤 다시 반복하는 것을 5~10회 한다. 저항운동은 자신이 키우고 싶은 부위로 바꿔도 된다. 참고로 IT와 CT는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하면 안 된다. 또 스트레칭체조와 조깅으로 워밍업을 충분히 한 뒤 해야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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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달리기의 기쁨을 배로 늘리는 법[양종구의 100세 건강]

    필자는 마라톤 담당 기자로 누린 혜택이 많다. 세계적인 마라톤대회 대부분을 현장 취재 했다. 특히 보스턴, 뉴욕, 베를린, 런던 등 이른바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는 모두 직접 봤다. 평소 마라톤을 즐기다 보니 기회가 더 주어졌다. 2004년 보스턴, 2008년 베를린, 2009년 뉴욕은 아예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보스턴 대회에선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지쳐 28km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하는 아픈 경험도 했다. 4km만 더 달리면 보스턴의 명물 ‘상심의 언덕(Heartbreak Hill)’인데 아쉽게 버스에 오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 손기정 선생과 인연이 있는 보스턴의 마라톤 영웅 존 켈리(2004년 10월 작고)를 인터뷰하는 데 성공한 일로 쓰라린 속을 달래야 했다. 베를린과 뉴욕에서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다. 두 대회에선 장애인 도우미 레이서로 참가했다. 장애인 재활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던 푸르메재단이 ‘장애인 희망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필자를 초청해 이뤄진 일이었다. 2008년 9월 28일 독일 국회의사당 뒤 광장을 출발해 베를린 시내를 돌아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들어오는 베를린 마라톤 코스는 환상적이었다. 표고차가 크지 않고 나무가 줄지어 선 도로를 달릴 때엔 숲속을 뛰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대회를 잊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필자가 보조를 맞춰 주었던 김형배 씨(당시 49세)가 당시 보여준 사투에 가까운 노력이었다. 군대에서 폭풍지뢰를 밟아 왼쪽 무릎 밑이 없는 장애를 갖게 된 김 씨에게 달리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을 요구했다. 의족에 의지해 달리던 그의 얼굴은 10km를 넘기면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충격이 계속되자 20km를 넘어설 즈음에는 의족과 맞닿은 살이 터졌고, 피가 흘러 내렸다. 그는 “죽고 싶다”를 반복하면서도 “힘들면 걸어가자”는 제안에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5시간41분05초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2009년 11월 2일 열린 뉴욕 마라톤에서는 전신의 55%에 화상을 입은 이지선 씨(당시 31세)가 파트너였다. 피부가 손상되면 피부호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오른다. 예상대로 이 씨는 1km도 채 못 가 “못 달리겠다”며 걷기 시작했다. 10km를 지날 무렵 이 씨는 “못 가겠어요. 먼저 가세요”라고 했다. ‘함께 포기할까, 혼자 달릴까’를 고민하던 필자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언제 뉴욕을 달려 보겠나’라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5시간여 만에 결승선에 도착한 뒤 이 씨를 초조히 기다렸다. 2시간여가 지난 뒤 갑자기 큰 환호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씨가 7시간 22분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10km도 걸어본 적이 없는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지만 응원해주는 시민들을 보며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걸었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그를 보면서 대견한 감정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마라톤은 특별한 스포츠다. 42.195km를 완주하는 일은 달리는 사람이 어떤 뜻을 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건강, 기록 단축, 자신과의 싸움 등 개인적인 의미에 머물 수도 있다. 하지만 김형배 이지선 씨처럼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기쁨과 감동은 몇 배로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세계적인 마라톤대회는 대부분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기부프로그램(Charity Program)을 가동한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말 이후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1m 1원’ 캠페인이 인기를 끌었다. 1m를 달릴 때 1원을 기부금으로 내는 형식이었다. 풀코스를 달리면 4만2195원을 내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참가자가 크게 줄었다고 해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다. 푸르메재단의 경우 최근 러닝크루 ‘MRTK’로부터 ‘런도네이션’이란 이름으로 230여만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 단체 회원 350여 명이 ‘1km=100원 저금통’을 만들어 8개월 동안 매일 모은 돈이라고 한다. 이들의 런도네이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2015년 이후 4년여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다시 도전할 계획을 세운 필자도 푸르메재단에 ‘1m 1원’ 형식으로 기부를 할 계획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또 다른 달리기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 좋은 계절 봄이 오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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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표 “축구명장들 노하우 알려줄게요”

    “제가 경험한 축구 지도자가 전 세계적으로 200명 정도 됩니다. 그중 제 마음을 사로잡은 지도자가 어떻게 선수들을 조련해 좋은 성적을 내는지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축구 스타플레이어 출신 이영표 삭스업(Socks Up) 대표(43)는 강사로 나서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3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진행되는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의 ‘2020년 스포츠리더십 최고위과정’에서 축구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양말, 발크림 등 풋웨어(footwear)를 만드는 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이 대표는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밴쿠버(캐나다에 있지만 리그는 미국 MLS) 등에서 선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지도자들을 경험했다. 한국인 70명, 외국인은 130명 정도다. 감독 한 명이 코치 3∼7명을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숫자가 제법 많다. 그는 “유럽, 미국, 남미, 아프리카 출신 지도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들의 장단점을 내가 느낀 대로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험한 지도자 중 최고는 거스 히딩크 감독(74)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 사령탑으로,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에인트호번에서 지도를 받았다. 그는 앞으로 수업에서 “명장들이 축구라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수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지도하고 전술을 활용하는지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는 박세리, 엄홍길, 박찬호 등 스포츠 스타들이 강의할 예정이다. 수강생 모집은 29일까지이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확인할 수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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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멘털 잡아야 축구가 잘되죠”

    “20대 중반에 은퇴할 수도 있었던 선수가 31세까지 프로축구 선수로 버틴 힘은 모두 스포츠 심리학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상우 인하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심리상담사(35)는 프로축구 선수 출신 심리학 박사다. 그는 2008년 프로축구 명문 FC서울에 입단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늘 자신감 부족에 고통 받았다. “전 속칭 ‘훈련용’이었어요. 훈련할 땐 잘하고 경기에만 나가면 불안에 떨어 죽을 쒔습니다.” 그때 지금은 은사로 모시는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를 만나며 변신에 성공한다. 김 교수는 2008년 당시 서울의 사령탑이었던 터키 출신 셰놀 귀네슈 감독이 영입한 팀의 심리 상담역이었다. “김 교수님이 불안을 떨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신세계를 만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다른 서울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서울에는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던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김진규 등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해 조직력이 엉망이었다. 오죽하면 귀네슈 감독이 ‘마치 내가 외딴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스포츠 심리학자가 중간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귀네슈 감독의 요청으로 김 교수를 영입한 서울은 2010년 K리그 정상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상우 상담사는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김 교수를 찾아 상담을 받았고, 2009년부터 선수 생활과 심리학 공부를 병행하며 심리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2016년 은퇴한 뒤에는 공부에 매진해 지난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현재 그는 프로축구 인천 유소년팀과 ‘독립구단’ TNT 피트투게더에서 멘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와 상담하는 선수들의 고민은 경기력 향상에서부터 불안 제거, 지도자 및 부모와의 갈등 등 다양하다. 그는 대체로 어려운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한다. 선수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그의 상담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잘나가던 프로축구 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 후배 신인 선수에게 밀렸다며 찾아온 일도 있었다. “지나친 욕심에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한 게 문제였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설득했고 차근차근 재활해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스포츠 심리학은 마음을 컨트롤하는 학문”이라며 “앞으로 ‘스포츠계의 성공학’이 될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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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은 젊음 찾아주는 회춘약…가장 쉬운 근력운동 방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최근 독자들로부터 이런 주문을 받았다.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DNA) 텔로미어(Telomere)와 근육운동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써 달라고 했다. 그동안 근력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썼지만 100세 건강에서 근육량과 근력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쓴다.●30세 이후 근력 및 근육량 서서히 감소 다양한 연구 결과 30세 이후 근육량이 매년 1~1.3%, 근력이 2.6~4.1%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0세 이후에는 근육량과 근력 감소율이 더 높아진다. 특히 근력의 경우 50세 이후에는 매년 15% 이상 떨어진다. 우리 몸에서 근육계(Muscular System)는 신체의 40~60%를 차지하고 신체세포의 75%가 근육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신체 단백질 합성의 4분의1이 근육기관에서 일어난다. 골격근은 우리 맘대로 움직이는 수의적 운동에 아주 중요하다. 우리 몸은 근육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근육량과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기관이 약해지고 결국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근육이 우리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엄청나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나이 들수록 근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 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시킨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80대에도 40, 50대 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 온다. 송 실장은 “근육을 키우면 면역력도 높아지고 근골격계 질환이 없어지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근육은 젊음을 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근육은 젊음의 표상이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는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노년엔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육은 부상을 막고 통증도 없애준다. 김용권 교수는 “근육은 우리 몸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뼈를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근육이 조화롭게 발달돼 있으면 뼈도 제 위치에 있어 관절 부상 위험도 없어진다. ”관절을 잡아주는 근육의 경우 힘의 밸런스가 깨지면 관절이 맞닿게 돼 염증이 생긴다. 퇴행성관절염이 생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척추 협착 등 디스크도 근육 강화로 통증을 막을 수 있다. 김 교수는 ”허리 협착으로 통증이 오면 근육이 과긴장(근섬유 단축)을 해 관절 면이 좁아지면서 디스크를 압박해 통증을 강화한다. 이 땐 근육을 풀어줘야 하는데 스트레칭 체조도 좋지만 허리와 목 등을 강화하는 근육운동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근력이 강화되면 뒤로 밀려나는 디크스를 막아 통증을 없애준다. 근력강화로 인한 통증완화는 근력의 힘으로 신경 눌림 현상을 막아주는 것이지 협착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꾸준한 근력운동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근육량이 많아지면 몸의 파워가 좋아지고 탄력 있는 몸매가 된다. 특히 근육운동은 다이어트와 다이어트 이후 날씬한 몸매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은 아무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있다. 바로 기초대사량이다. 기초대사량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활동 및 대사 작용에 꼭 필요한 열량이다. 기초대사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빠져나간다는 뜻으로, 상대적으로 살이 잘 안 찌게 만든다. 특히 근육은 기초대사량의 40%를 소모하는 곳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기초대사량도 늘어나게 된다. 즉 근육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들면 살이 안찌는 체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근육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어느 순간 2~3일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중 변화에 큰 변화가 없다. 지방보다 근육이 많아 하루에 소비하는 열량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면 파워와 탄력적인 몸매, 다이어트(체중 유지), 그리고 젊음이라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노화에 따른 텔로미어(Telomere) 길이 단축 노화와 관련돼 텔로미어 이론이 있다. 텔로미어는 유전자(DNA)의 끝에 붙어 있는 일종의 뚜껑이다. 정확한 용어는 ‘말단절(末端節)’이다. 운동화 끈을 자세히 보면 끝에 작은 플라스틱 고정물이 붙어 있다. 운동화 끈을 꿰고 묶고 푸는 것을 쉽게 해주며 닳는 것도 막아준다. 텔로미어는 운동화 끈에 붙은 플라스틱 조각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다보면 텔로미어는 점점 닳고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길면 젊은 세포, 짧으면 노화가 진행된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텔로미어의 길이는 노화의 한 상징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텔로미어의 길이는 1만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nucleotide base pairs)이고 35세엔 7500, 65세엔 4800으로 줄어든다. 개인차도 있고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텔로미어 길이 감소율에 차이가 있다. 흡연.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 오염에 노출, 빈약한 식사 등은 텔로미어 길이를 빨리 단축시킨다. 건강하게 살아야 텔로미어 길이 감소율이 적다. 텔로미어 길이의 감소를 막는 데는 운동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국 브리검영대학의 래리 터커(Larry Tucker) 교수는 2017년 운동이 텔로미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터커 박사의 연구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5823명, 20~84세 성인 남녀를 무작위로 뽑아 연구한 결과 습관적으로 운동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Sedentary)에 비에 텔로미어가 길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포 기준으로 운동한 그룹과 안한 그룹의 나이 차이가 9년이었다. 단 텔로미어의 길이 차이에서 강도 높은 운동에서는 유의미 했지만 저강도 중강도 운동에서는 길이 차이가 거의 없었다. 터커 교수는 운동이 텔로미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는 그 메커니즘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그는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체내 활성산소가 많아져 생체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이르는 말)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텔로미어의 길이는 이 두 가지 팩터와 연관이 있었다. 운동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호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울트라마라토너(42.195km 풀코스 이상을 달리는)의 경우 같은 연령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가 11% 더 길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16년을 젊게 산다는 의미다. 물론 운동과 텔로미어 길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강도 높은 운동이 텔로미어 길이 감소율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대학과 UC샌프란시스코대학 공동 연구팀은 1999~2002년 미국 국민건강영향조사에 참가한 20~84세 6503명을 중강도 운동(가벼운 걷기 등), 고강도 운동(달리기 등), 출퇴근(등하교)을 걷거나 자전거로 하기, 웨이트트레이닝 등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운동을 한 개 한사람들의 텔로미어 감소율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3%가 적었다. 2개를 한 사람은 감소율이 24%, 3개는 29%로 증가. 4가지 운동을 다 하는 사람은 무려 52%나 됐다. 수치가 높을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천천히 감소되는 것이며 노화가 늦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근력운동과 텔로미어 길이 단축 완화와는 큰 인과관계가 없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8 독일의 한 연구팀은 지구성운동,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 저항운동(웨이트트레이닝)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구성운동과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 그룹은 텔로미어 길이 감소율이 완화됐는데 저항운동 그룹에선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와 독일 연구팀 연구를 종합하면 고강도 지구성운동을 할 때 텔로미어 길이의 감소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40~60세가 가장 중요 위 연구 결과를 찾아보면서 근육량 감소, 텔로미어 길이 단축이 40~60세 사이에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노년에 건강하기 위해선 이 기간, 즉 중년부터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는 게 좋지만 최소한 40세에 접어들면서는 운동을 생활화해야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가장 쉬운 웨이트트레이닝은 자기 몸을 활용하기 꼭 바벨 등 중량을 들지 않아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기 몸을 이용한 웨이트트레이닝 방법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Body Weight’ 등 이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와 있다. 우리 몸은 파워 존(Power Zone)이라는 게 있다. 무릎부터 어깨까지 우리가 힘을 쓸 때 가장 힘을 많이 내는 곳이다. 이 파워 존이 튼튼한 사람이 건강하다. 파워 존만 단련시켜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①팔 및 가슴운동=팔굽혀펴기(푸시 업) 땅에서, 발을 의자에 올리고 팔굽혀펴기, 의자에 손을 대고 하거나 무릎을 땅에 대고 팔굽혀펴기(초보자), 턱걸이, 벽에 물구나무서고 팔굽혀펴기 등. ②하체운동=앉았다 일어나기(스쿼트) 풀 스쿼트, 90도, 45도 앉았다 일어서기(스쿼트), 벽 잡고 한 발로 앉았다 일어나기. 초보자는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 런지(선 자세에서 한 발을 앞으로 쭉 뻗어 굽혔다 되돌아가기 반복)※스쿼트 할 때는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엄지발가락을 직선에서 약 15도 밖으로 조정한 뒤 무릎을 굽힐 땐 무릎이 발가락쪽으로 향해야 관절에 무리가 없다. 천천히 바른 자세로 해야 효과가 높다. ③복근운동=윗몸일으키기(싯 업), V자 싯 업(누워서 발을 들어 올리며 상체도 함께 들어 올려 팔로 발을 대 V자 형태로 만들기의 반복). 초보자는 의자 끝에 앉아서 다리 펴서 들어올리기. ④등배운동=엎드려 팔과 다리 펴서 들어 슈퍼맨 자세 취하기 반복. 엎드려 발을 고정하고 가슴 들어올리기 반복. ⑤전신 운동=플랭크(팔꿈치를 땅에 대고 엎드려 버티는 동작), 이 동작은 30초~1분씩 하는 게 효과적. 적응이 되면 시간을 계속 늘리면서 시행. 일반적으로 자신의 몸을 이용한 웨이트트레이닝은 15회에서 20회를 1세트로 한 동작을 3~5세트 정도 하면 좋다. 윗몸일으키기의 경우엔 30~50회를 1세트로 하면 좋다. 하지만 무리하다 싶으면 횟수 및 세트 수는 줄이되 틈나는 대로 반복해서 하면 된다. 육체미 선수가 아닌 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매일 할 필요는 없다. 주 3회 이상 하면 효과적이다. 먼저 파워 존을 키우는 게 좋다. 하체와 상체 그리고 복근을 틈나는 대로 단련하면 좋다. 그런 뒤 피트니스센터나 헬스클럽을 찾아 본격적으로 PT(Personal Training)를 받으면 된다. 웨이트트레이닝의 올바른 기구 활용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효과적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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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달릴 때 멋져” 달리면 행복한 남궁하린 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달릴 수 있다는 그 자체로 행복합니다.” 달리면서 행복을 찾는 ‘영어 쌤’ 남궁하린 씨(32)는 2일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12km를 달렸다. 고교 영어교사인 그는 이날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달렸다. 그는 “이 대회가 제 삶을 바꿨다”고 했다. “제가 알고 있는 분이 2018년 말 ‘트레일러닝 한 번 해볼래?’라고 했다. 그동안 혼자 달리고 있었는데 좋은 대회가 있으니 출전해보라는 것이었다. 그 때 제 가슴 속에 있는 뜨거운 무언가를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바로 지난해 1월 열린 2019화이트트레일인제 참가를 결정했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장비를 갖춰 참가했다.” 그동안 한번도 생각도 못했던 산을 달리니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절경 즐기면서 달린다는 게 너무 좋았다. 달리다 멈추고 ‘이 멋진 곳에 내가 있구나’라며 멍 때리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도 찍으며…. 그야 말로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남궁 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중고교시절 공부하느라 관리하지 못한 몸매를 위해서였다. 좀처럼 빠지지 않는 살을 빼기 위해 거의 매일 달렸다. “10여 년간 달리면서도 달리는 자체는 싫었다. 목적이 ‘살을 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화이트트레일인제를 달린 뒤엔 달리는 목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달리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그는 2019화이트트레일인제를 참가한 뒤 바로 다음 달 경기국제하프마라톤대회 10km를 완주했다. “도로는 산길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달리는 등 한 달에 5~6회 10km 대회에 출전했다. 달린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아무 의미 없이 달린 지난 10여년이 정말 아쉽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는 것 자체를 좋아했었다면 그 10여년도 행복했을 텐데….” 처음엔 기록에 대한 욕심도 부렸다. “10km를 처음 달렸을 때 58분에 완주했다. 초등학교 시절 검도할 때도 그랬듯 난 승부욕이 강하다. 나보다 먼저 가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난해 5월 유관순마라톤 때 53분, 12월 손기정마라톤 때 52분을 달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과의 싸움.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달리기는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했다. “빨리 가는 것보다 나 자신을 잘 컨트롤해 끝까지 잘 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천천히 달리지는 않는다. 숨이 차오를 때 참고 더 나를 채찍질하며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이 좋다. 숨이 차오를 때 천천히 달리면 편안해지지만 그 순간 더 힘을 내 극한의 상태까지 가며 완주했을 때 느끼는 기분은 나 자신과 싸워 이긴 느낌이다. 그럼 뭐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는다.” 산과 도로 뭐가 더 좋을까? “애들에게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 난 둘 다 좋다. 개인적으론 트레일러닝이 좀더 인간적인 것 같다. 산에서는 등산객들하고도 서로 인사를 한다. 도로에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진 않는다. 산에선 먼저 갈 경우에도 ‘먼저 가서 미안합니다’고 예의를 갖춘다.” 처음엔 친구들이 ‘난 달릴 때 행복해’라고 하면 믿지 않았단다.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던 모습을 보던 친구들이 내가 이젠 달릴 때 너무 좋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런데 내가 대회에 출전해 완주 한 뒤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넌 달릴 때 진짜 행복한 것 같다. 달릴 때 너무 예쁘다’고 한다.” 즐겁게 달리면서 삶도 달라졌다. “이런 얘길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달리면서 행복해하니 어느 순간 내 몸이 건강하고 멋지게 탈바꿈돼 있었다.” 한 때 배우였던 남궁 씨는 지난해부터 여자연예인야구단 ‘아리아리걸스’에서도 활약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이었다. 오재원 선수를 좋아하는데 팀에서도 오재원 선수 등번호인 24번을 달고 뛴다.” 그는 인터넷 스포츠아나운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향후 ‘스포츠인’으로 살고 싶단다. “달리면서 건강한 몸이 됐다. 건강하니 자신감도 생겼다. 조만간 피트니스 선수로도 등록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듀애슬론(마라톤&사이클)에도 도전한다. 몸이 건강해지면서 에너지 넘치는 일이 좋다. 운동하면서 내 적성이 바뀌었다.” 남궁 씨는 매일 달린다. “수원 집 근처 호수공원이 있다. 아침, 저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달린다. 지금은 방학 중이라 하루 2번도 달린다. 폴 댄스로 근육도 키우고 있다. 이제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려면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해야 한다.” 달리지만 절대 무리하진 않는다. “전 아직 하프코스도 안 달렸다. 올해 하프코스에 도전한다. 풀코스도 천천히 도전할 것이다. 즐겁게 달리는 게 목적이지 긴 거리 달리는 게 목적은 아니다.” 한편 이날 OSK 아웃도어 스포츠 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인제군, 인제군의회, 인제군 체육회가 후원하는 이 대회에는 국내외 마스터스마라토너 200여명이 참여해 자작나무숲을 즐겁게 달렸다. 트레일러닝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산, 들, 초원지대 등을 달리는 ‘산악마라톤’이다. 인제=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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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만에 달리기 마니아 된 곽동근 대표[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펀 리더십(Fun Leadership)을 강연하는 곽동근 에너지프렌드 대표(46)는 참 묘한 상황에 빠져 달리기 시작했다. 다소 ‘떠밀려 하게 된 상황’이었지만 그는 2월 2일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을 12km 달리는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도 출전할 정도로 1년여 만에 달리기 애호가가 됐다. “지난해 초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회 후배가 미팅을 하자고 했다. 자신이 112일 동안 112명을 만나 인터뷰하는 ‘112미팅’을 하는데 마지막으로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조건이 재밌었다. 내가 평소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라면을 기부하는데 자신이 인터뷰 한 사람들로부터 1만 원씩을 받아 112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마지막이니 만큼 특별한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후배인 황형철 골프 레슨 프로(43)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12층 계단을 오르면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 계단을 평소에 개방하지 않아서 할 수 없었다. 그러자 11.2km를 달리면서 인터뷰하는 것으로 대체했단다. “당시 그 친구는 서울 삼성동에서 20년 넘게 골프 레슨프로로 활동했는데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했다. 힘든 시기였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한 이벤트로 ‘112미팅’을 기획했다고 했다. 112전화처럼 급할 때 서로 도움이 되는 사이가 되자는, 또 1대1로 둘(2)이 대화하는 의미를 담고 지인들을 통해서 배우는 기회로 삼는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곽 대표는 2019년 2월 서너 번 훈련한 뒤 3월 서울숲에서 11.2km를 지인들과 함께 달렸다. 1시간 24분. 김 대표는 이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달리겠다고 결정한 뒤부터 지인들이 도와주기 시작했고 끝까지 함께 달려줬다. 달린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함께 달리는 게 더 좋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마라톤 마니아 오세진 작가(39·2018년 11월 10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가 코치를 자청했고 곽 대표가 운영하는 조찬 모임 ‘에너지클럽’ 회원, 그리고 오 작가와 인연이 있는 독서모임 ‘마커스나비’ 회원 등 10여명이 11.2km를 함께 달렸다. 에너지클럽은 곽 대표가 강연한 뒤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2009년 만든 모임.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조찬을 하며 서로 교류하는 사교 모임으로 회원수가 60여명에 달한다. “함께 훈련하고 완주하며 느낀 재미가 쏠쏠 했다. 그래서 11.2km를 함께 완주한 사람들끼리 매주 1회 씩 달리기로 했다. 혼자 달리면 안 달렸을 수도 있는데 함께 달리니 너무 좋았다.” 곽 대표는 11.2km를 달린 뒤 회원들과 함께 바로 그해 11월 손기정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달리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기다리기 너무 길었다. 5월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등에서 10km를 몇 차례 완주한 뒤 손기정마라톤대회에서는 하프코스를 달렸다. 이러다보니 에너지클럽과 마커스나비가 어우러져 ‘에너지마커스’란 달리기 모임이 형성됐고 현재 회원이 40여명이 된다.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는 에너지마커스 회원 20여명이 함께 한다. 사실 곽 대표는 학창시절 비만한 몸이라 달리는 것을 싫어했다. “뚱뚱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달리기가 두려워 달릴 기회가 오면 늘 질 이유를 만들었다. ‘출발 소리를 못 들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넘어졌다.’ ….” 과체중으로 군대도 공익요원으로 마친 그는 사회생활을 하며 살이 더 쪄 2007년엔 체중이 109kg까지 늘었다.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식사조절로 한때 28kg를 빼기도 했지만 늘 90kg 중반대 체중을 유지했다. 달리면서 달라졌다. “지금은 89kg이다. 아직 더 빼야 하지만 내 키가 181cm이니 과체중은 아니라고 본다. 달리고 적당히 먹으니 몸도 건강하고 살도 빠져 좋다.” 과체중으로 달리기 시작해서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부터 늘 내 최대치보다 천천히 달리다보니 10km를 달려도 힘들지 않았다. 내가 정한 페이스대로 천천히 달려서 그런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이 정도만 달리자’라는 생각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하지만 달리면서는 체중을 감량하고 하체를 더 강화하며 체력을 키우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1996년 청소년캠프에서 캠프리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곽 대표는 2000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이후엔 기업 임직원에게 리더십을 불어 넣어주는 ‘전문 강사’로 인기를 얻고 있다.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강연을 할 때 마라톤이나 운동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달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혹 달리기 등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라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달리려는 의지보다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히려 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곽 대표는 ‘요즘도 달리러 나가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꼭 달려야 할 때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힘들 것 같으면 ‘낼 아침 달리는 모습 사진이 SNS에 올라오지 않으면 댓글을 다는 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올린다. 그럼 안 달릴 수 없다.” 곽 대표는 요즘 주 2회 이상을 정기적으로 달린다. 또 특정 지역으로 강연을 갔을 경우는 그 지역 회원들과 달리기도 한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매일 달리기가 쉽지 않지만 기회만 있으면 달린다. “달리면 나를 힐링하는 느낌이다. 난 일을 중독에 빠진 것처럼 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달릴 땐 스마트폰도 접어두고 오로지 나 만에 집중하며 달릴 수 있다. 또 자연 속을 달리면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다.” 곽 대표는 서울숲, 서울 남산, 서울교대 트랙, 서울 삼성동 유수지, 집 근처인 경기 구리 한강공원 등을 달린다. 주로 회원들과 함께 달린다. 사실상 초보 마라토너인 곽 대표는 평생 달릴 생각이다. 단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달리는 게 목표다. “풀코스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위에선 ‘달리기 시작했으니 이제 풀코스도 완주하고 사막마라톤에도 가자’고 하는데…. 그러려면 훈련도 많이 해야 한다. 솔직히 아직 여유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달리기는 멈추지 않겠다. 난 건강달리기가 좋다. 즐겁게 건강하게 달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난 지인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평생…. 함께 하면 서로 힘이 된다.” 화이트트레일인제는 눈이 덮인 자작나무숲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이다. 자작나무가 밝은 색이라 눈이 오지 않아도 자작나무숲을 달리면 마치 눈꽃 숲을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곽 대표는 “산길을 달리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2014년 눈 덮인 태백산 25km를 걸은 적이 있다. 너무 멋있었다. 이번에도 자연과 하나 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과 사진도 찍고…. 완주와 기록이 목표가 아닌 즐겁게 동료, 자연과 어우러지는 기회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3월 22일 열리는 2020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한다. 역시 풀코스는 아니다. 풀코스를 2명이 달리는 릴레이를 신청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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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뚜벅뚜벅…한국판 포레스트 검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약 15년 전 사업실패로 인한 스트레스 탓에 심각한 공황장애가 왔다. 호흡곤란에 실신하는 것은 물론 먹는 족족 다 쏟아내야 했다.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은 아닐까. 부산에서 사업하는 분의 도움으로 당구장 쪽방에서 생활할 때 당구장을 찾은 지인들과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 간절곶까지 약 38km 거리를 몇 시간에 걸어서 갈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 “난 4시간 안에 갈 수 있다”고 장담한 게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직접 보여주겠다며 나섰고 무작정 걸었다. 3시간30분에 주파를 했다. 그때까지 이렇게 많이 걸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냥 간절함으로 걸었다. 그러자 성취감에 더해 뭔지 모를 쾌감이 찾아왔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이서원 씨(60)는 이 때부터 하루 50km, 연간 1만km를 걷고 있다. “걸으면서 땀을 배출해서 인지 몸이 상쾌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에너지가 더 솟는 기분이랄까…. 먹어도 토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걸었다.” 그는 매일 걷는다. 장거리도 자주 걷는다.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560km를 7박 8일에 걸었다. 하루 평균 약 70km. 부산에서 여수 340km를 3박4일에 완보한다. 제주도 한바퀴 240km는 3일이면 돈다. 요즘 평균 시속 8, 9km로 걷지만 한창 땐 시속 12km로 걷기도 했다. 일반인들의 경우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의 경계가 시속 7km인데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오금을 뒤로 바짝 당기며 빠르게 교차해주면 속도가 올라간다. 경보선수들은 걸을 때 한발이 항상 땅에 닿아야 해 발을 쭉 펴고 뒤꿈치부터 닿지만 그냥 편한한 자세로 오금을 뒤로 당기며 양다리를 빠르게 교차하면 빠르게 걸을 수 있다.” 이 씨는 평소 10~20km 거리는 걸어 다닌다. 걸으면서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방이 완전히 빠지고 근육에 각이 생겼다. 벗어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친구들과 사우나를 가면 군살 하나 없어 ‘이소룡 닮았다’며 데이비드 리란 미국 이름을 붙여줬다. 오금을 끝까지 밀어주면서 빠르게 걸으면 대퇴 이두근과 사두근이 크게 발달한다. 걷기는 전신 운동이라 빨리 잘 걸으면 몸이 정말 아름다워진다.” 하지만 이 씨가 강조하는 것은 걷기를 통한 심혈관계의 건강이다. “천천히 4, 5시간 걸으면 기본 체력은 유지할 수 있지만 체력이 업그레이드되지는 않는다. 빠르게 걸어야 한다.” 그는 ‘스피드 워킹’ 전도사다. 경사도 3~5도 정도 되는 오르막을 짧은 시간에 땀을 흘리면서 걸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이 4, 5시간 걸을 수 없으니 짧고 굵게 하는 게 좋단다. “빠르게 걷기가 쉽지는 않다. 사람들은 힘들면 하기 싫어한다. 그럴 땐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리듬에 맞춰 걸으면 도움이 된다. 빨리 걷는 것을 지속 할 때 에너지 대사가 지방을 태우는 것에서 글리코겐(탄수화물)을 태우는 임계점이 높아진다. 그럼 운동효과가 배가 된다.” 이 씨는 약 15년을 걸으며 자신만의 걷기 철학을 확립했다. “우리 몸에는 3개의 펌프가 있다. 첫 번째가 심장, 두 번째가 관절과 근육 펌프, 세 번째가 횡경막 펌프다.” 그에 따르면 이 펌프들이 혈액 순환을 돕는다고 했다.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이야 이해가 가지만 근육과 관절 펌프, 횡경막 펌프도 혈액 순환을 도울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펌프가 관절과 근육 펌프다. 관절과 근육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 빨리 걸으면 근육이 수축과 이완으로 혈액을 더 빨리 순환시킨다.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이렇게 빨리 걸어서 심폐 기능이 좋아지면 횡경막도 발달한다. 횡경막이 발달하면 수면 중 호흡할 때 더 쉽게 혈액을 펌프질 하는 역할을 한다. 맥박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씨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걸어야 하는데 빨리 걸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씨의 이런 논리는 운동생리학적 이론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마라톤 선수들이 운동성 서맥(장거리 운동을 많이 하면 1분당 맥박수가 떨어지는 현상)이 오듯 빠르게 걷기도 운동성 서맥이 온다. 이 씨는 걸으면 온갖 스트레스에 버틸 수 있고 각종 성인병은 물론 암까지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걷기로 땀을 흘리면 니코틴, 중금속 등 우리 몸을 해롭게 하는 물질도 체외로 배출된다.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지고 건강이 좋아지면 정신도 맑아진다. 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매일 부산 해운대 장산을 걷는 그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해 9월 는 제목으로 조명했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가 따로 없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1994년 나온 미국 영화로 지적장애인이 매일 걸으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이 씨는 걷기로 공황장애를 극복해 건강한 삶을 살고 있고 ‘걷기 전도사’로 걷기를 전파하고 있다. 그는 부산 해운대구 행복학교, 부산 연제구청, 서울시의회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스피드 워킹’을 강연하고 있다. 매년 한번씩 한번에 500~1000km를 걷는 그는 지난해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광주 전주 남원 구례 하동까지 1000km를 15일에 걸쳐 완보했다. “일부에서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라고 한다. 아니다. 근육운동도 하고 영양학에 따른 식사를 하며 과학적으로 걷는다. 난 걸을 때 가장 행복하다. 걸으면 건강한 몸과 정신을 얻는다. 단 바른 자세로 빨리 걸어야 한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 “전 세계 멋진 도시들을 걷는 게 앞으로의 꿈이며 그 도시 사람들에게도 걷기가 주는 효과와 바르게 걷기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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