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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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문화 일반32%
인물/CEO17%
정당13%
선거9%
정치일반9%
사회일반4%
IT4%
산업4%
검찰-법원판결4%
패션4%
  • ‘일흔’ 고두심에게서 발견한 소녀의 얼굴…“난 멜로에 목말라 있던 사람”

    귀에 물이 들어가 수건으로 연신 귀를 후비는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를 무릎에 뉘인 경훈(지현우)은 살살 면봉으로 귀를 문질러 준다. 귀가 간지러워서였는지, 마음이 간지러워서였는지, 혹은 둘 다였는지 진옥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술에 취해 찾아와 “삼촌”(제주에서 남녀 불문하고 손윗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라며 진옥을 부르는 경훈의 목소리에 그는 통금을 깨고 부모님 몰래 연인을 만나는 이처럼 걸음을 보채고 나와 경훈을 부둥켜 안는다. 경훈이 샤워를 하는 모습을 문틈 사이로 발견하고는 뛰는 가슴과 벌개진 볼을 부여잡고 무작정 길을 걷기도 한다. 올해 나이 일흔, 연기경력 49년의 고두심에게서 소녀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1972년 MBC 공채 탤런트로 합격해 그해 ‘수사반장’으로 데뷔한 그는 1980년 ‘전원일기’에서 맏며느리 은영 역을 맡으면서 ‘엄마 전문 배우’가 됐다. 33세에 ‘설중매’(1984)에서 인수대비의 노년까지 소화했을 정도로 나이 든 역을 많이 했다. 늘 멜로에 갈증이 있었다는 고두심은 30일 개봉하는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다큐 제작을 위해 제주도를 찾은 33살 연하 PD 경훈과 사랑에 빠지는 70세 해녀 진옥을 연기하면서 한을 풀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난 멜로에 목말라 있던 사람이에요. 멜로를 안 주고 맨날 엄마 역할만 주기에 ‘대한민국 감독님들 눈이 다 삐었냐’고 했어요. 내가 멜로에 맞게 성형하면 되느냐고 얘기한 적도 있죠. 그에 대한 한이 있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나이 차이가 몇 살 나는지에는 고민도 없었어요. ‘고두심이 멜로 못 할 게 뭐 있어?’라는 생각이었죠.” 띠동갑 커플에게도 삐딱한 시선이 가곤 하는, 사랑의 다양성에 관대하지 못한 한국사회. 33살의 나이차를 극복한 진옥과 경훈의 사랑에 고두심은 공감했을까? 그는 “좀 특별난 사랑이지만 마음먹기 달렸다”고 입을 열었다. “해녀인 진옥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할머니에요. 못할 게 없지. 경훈이 가진 아픔을 보고 ‘치유해줘야겠다, 내 속에서 모든 걸 다 끄집어내서 사랑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경훈도 그런 진옥을 보고 안도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게 아닐까요. ‘진옥은 나에게 뭐든 다 내주겠구나, 나에게 자락을 깔아 주고 날 덮어주겠구나’라는 마음. 그런 사랑이 아니었겠는가 싶어요.” 영화는 제주도 해녀의 고된 삶, 제주의 아픔인 4·3사건 등도 진옥의 입을 통해 담는다. 4·3사건 당시 간난아기였던 진옥이 부모님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 순간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장면은 실제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고두심이 가장 혼신을 다해 촬영했다. 해당 장면은 NG없이 한 번에 찍었다. “직접 겪진 않았지만 부모님께 들었던 당시 이야기가 내 뼈와 살에 콕콕 박혀 있었나봐요. 감독님이 대사를 몇 줄 적어주지도 않았는데 그냥 막 나오는 거에요. 누군가 총을 겨누고 있고 부모님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상황이 절절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요. 내 속에서 실타래가 마구마구 풀어지는 것 같아서 스스로도 너무 놀랐어요.” 70대에 33살 연하남과의 멜로를 찍은 고두심에게 그 다음 파격은 무엇일까. “나이 든 배우들에게서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요소들이 정말 많아요. 그걸 작가들이 발견해서 많이 써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여배우가 너무 빨리 젊은 역할에서 벗어나고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맡게 되는 게 불만이죠. 제가 특정 배우, 특정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어떤 배우를 붙여 놔도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붙을 자신은 있어요. 하하.”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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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 ‘프렌즈’ 제작자가 묻는다 “보신탕,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 200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경기도의 한 개농장에서는 귀가 뜯겨져 나간 개들이 우리 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동물보호단체는 보신탕집 앞에서 식용견 반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식당 주인은 이들에게 호스로 물을 뿌린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개소주를 파는 상인이 요크셔테리어를 “우리 집 식구”라고 소개하는 아이러니도 펼쳐진다. 10일 유튜브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누렁이’의 장면들이다. 개고기를 둘러싼 논쟁의 한복판에서 선 이는 놀랍게도 미국 드라마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66). 인기 시트콤 ‘프렌즈’ 전 시즌을 만든 브라이트는 동물보호협회 ‘도브’에서 활동하는 아내와 함께 4년간 한국을 오가며 누렁이를 만들었다. 다큐는 식용견과 개농장을 둘러싼 한국 내 찬반 논쟁을 담았다. 18일 화상으로 만난 브라이트 감독은 “아내를 따라 한국에 왔다가 식용견 문화를 접했다. 한국과 같은 경제와 교육 강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고기 산업 종사자부터 동물보호단체,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프렌즈 전 시즌을 이끈 제작자지만 누렁이 촬영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는 “프렌즈는 100명이 넘는 스태프가 에어컨 빵빵한 스튜디오에 모여 1주일에 에피소드 1개씩 만들었다. 반면 누렁이는 저를 포함해 5명의 스태프가 무더운 한여름, 추운 겨울에 개농장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1인분의 역할이 명확했기에 나도 같이 짐도 날랐다”고 말했다. 브라이트 감독도 촬영 시작 전에는 한국 개고기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대한육견협회 대표, 개농장 운영주 등 육견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입장도 이해하게 됐다. 그는 “한국전쟁 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였을 때 단백질 공급원이 없어 개고기를 먹게 된 역사적 맥락이 있다. 현재 개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농장을 운영하는 영세한 이들도 많다. 이러한 이해 없이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민족’이라고만 바라보는 건 인종차별적인 편견”이라고 전했다. 4년간 한국 개고기 문화를 취재한 그는 “결정은 한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고기 산업을 지속한다면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개고기의 육성부터 유통까지 어떻게 법적으로 제대로 관리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반대로 개고기 산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매년 200만 마리씩 유통되는 강아지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개고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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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조연에서 원톱 주연으로… 조우진 “데뷔 22년만에 기적”

    ‘1999년 단돈 50만 원을 들고 상경한 내게 지금부터 펼쳐지는 모든 일은 기적이다.’ 영화배우 조우진(42·사진)이 최근 자신의 팬 카페에 올린 글이다. 그는 16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발신제한’ 시사회에서 “영화가 시작하는데 이 글이 떠올랐다. 내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는 조우진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한 그가 데뷔 22년 만에 처음 주연을 맡았다. 그는 촬영부터 홍보 활동을 진행하는 지금까지 모든 게 기적 같다고 했다. 23일 개봉하는 영화는 등굣길의 두 자녀를 차에 태워 운전 중인 주인공 성규에게 발신제한으로 “차에서 내리면 폭탄이 터진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18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조우진은 “영화에 혼을 담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신작은 영화 ‘돈’에서 물면 안 놓는 금융감독원 직원 한지철부터 ‘마약왕’의 조폭 우두머리 조성강까지 선악을 오가는 배역을 두루 섭렵한 조우진 연기 경력의 집합체다. 영화에서 은행센터장 성규는 부하 직원에게는 무리한 지시를 내리면서 고객에겐 한없이 고개를 조아리는 직장인인 동시에 주말엔 침대와 한 몸이 되지만 속으로는 자녀를 끔찍이 아끼는 아빠다. 자신이 판매한 금융 상품으로 인해 부도가 난 고객사를 냉정하게 무시하지만 훗날 이를 뼈저리게 후회하는 등 선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기 힘든 다층적 캐릭터다. 그는 영화 내내 차 안에서 연기를 펼친다. 폐쇄 공간에서 딸과 아내, 협박범과 경찰을 마주하며 느끼는 공포와 긴장, 후회와 뉘우침의 감정을 세심히 표현해냈다. 조우진은 “성규가 처한 상황을 실감하는 게 관건이었다”며 “‘내 밑에 폭탄이 있다, 뒤에 아이들이 타고 있다, 난 내릴 수 없다’는 걸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고 말했다. 협박범에게 40억 원을 전달하지 않으면 자녀를 태운 차가 폭발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출연에 대한 고민도 컸다. “영화 ‘서복’ 촬영 중 제작사 대표님이 제안해 주셔서 시나리오를 접했습니다. 처음 읽은 뒤 든 생각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였어요. 성규라는 인물이 놓인 극한의 상황, 표현해야 하는 텐션은 다른 영화들에서 발견하지 못한 무게였죠. 김창주 감독과 만났는데 ‘어떻게든 이 작품을 만들어내겠다. 그걸 반드시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엄청난 열정을 봤습니다. 이분이라면 기대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조우진의 연기 인생은 ‘내부자들’(2015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던 그에게 ‘내부자들’의 조 상무 역은 대중에게 그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발신제한’은 ‘내부자들’에 이어 조우진 연기 인생의 두 번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조우진이 감칠맛을 더하는 명품 조연에서 2시간을 혼자 끌고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주연으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쉬지 않고 다작을 해온 꾸준함과 집요함이 빚은 결과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선배님들이 ‘좀 쉬어야 하지 않냐. 건강관리도 해야지’라고 말씀하시는데 현장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다른 현장에서 풀려요. 일은 일로 푸는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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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혁신적이고 평등한 ‘꿈의 직장’ 실리콘밸리는 없다

    올해 초 구글 본사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조 이름은 모기업 이름을 딴 ‘알파벳 노동조합’. 소수자 차별, 성차별, 사내 성폭력을 겪은 직원들이 1년간 노조 결성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알파벳 노조는 “우리는 공정한 노동조건을 만들고 괴롭힘이나 편견, 차별, 보복이 없는 일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높은 처우와 수평적 조직문화로 ‘꿈의 직장’으로 불린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따돌림과 차별대우 문제가 불거졌다. 이 책은 대중이 뉴스를 통해 피상적으로 접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이면에 숨겨진 실상을 고발한다. 저자는 사용자 행동분석 플랫폼 믹스패널과 오픈소스 서비스 깃허브에서 일하며 겪은 성차별과 더불어 직원들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여기는 비인간성을 낱낱이 기록했다. 예컨대 저자의 첫 회사였던 믹스패널의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당신은 목적을 받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졌다. 여기서 목적은 회사 수익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회사를 받드는 삶을 위해 ‘일은 엉덩이가 하는 것’이라는 규칙을 철저히 따랐다. 이런 현실에 지쳐 이직한 실리콘밸리 기업 깃허브도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고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받지 않은 향정신제를 복용한다. 저자는 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지만, 곧 온라인에서 같은 약을 주문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는 단순히 실리콘밸리 직원들의 고충을 털어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과 만능주의에 빠져 윤리성을 상실하는 과정도 가감 없이 서술한다. ‘갓 모드’ 관행이 대표적이다. 갓 모드란 마치 신처럼 업무를 위해 수집된 온갖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걸 말한다. 저자는 광고 솔루션을 제공한 첫 직장의 사례를 든다. 고객사가 광고효과가 좋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고객사의 거래 내역뿐 아니라 회원정보까지 통째로 볼 수 있었다는 것. 고객사의 데이터 열람을 제한하는 조치는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끝내 마련되지 않았다. 저자는 내밀한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직원이 존재한다는 걸 안 뒤로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도 내려받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서비스의 최우선 목표가 효율성에 맞춰진 테크 산업에 종사한 후 역설적으로 비효율성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속도와 변화만 좇던 그가 오랜 시간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거나,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를 사러 멀리 저팬타운까지 걷는 등의 일상이 자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 첨단 산업의 이면에 도사린 비인간성의 실태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논픽션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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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러 콘텐츠 만들자” OTT 아낌없이 쏜다

    ‘제2의 ‘킹덤’을 만들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떨어진 특명이다. 연내 한국에 출범하는 디즈니플러스와 더불어 웨이브와 티빙,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가입자 증가 추세가 지지부진했던 넷플릭스가 회당 20억∼25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물 ‘킹덤’으로 가입자를 대폭 늘린 것이 선례가 됐다. ‘OTT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면서 각 사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회에 수십억 원을 들이고 한류 스타를 영입해 텐트폴(tentpole·많은 제작비와 유명 배우 출연 등으로 큰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 제작에 나섰다. 가장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곳은 디즈니플러스로,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와 장기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이다. 공중부양하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의 이야기인 무빙에는 총 5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넷플릭스 킹덤에는 200억 원, 스위트홈에는 300억 원이 들었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 A 대표는 “디즈니플러스는 기획 단계부터 무빙을 5개 시즌 이상으로 만들려고 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입자 기준 국내 OTT 1위인 넷플릭스는 올해 최대 기대작인 전지현 주연의 ‘킹덤: 아신전’을 다음 달 23일 공개한다.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 시트콤, 예능을 선보이며 장르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대작 제작에 관심이 높다. 넷플릭스와 영화 제작을 논의 중인 B 감독은 “넷플릭스가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로맨스 영화 ‘모럴센스’도 만들고 있지만 가입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는 대작을 원하기 때문에 독립예술영화 색이 짙은 드라마나 멜로에는 쉽사리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애플TV플러스는 국내 진출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드라마 ‘파친코’를 공개하는 시점에 맞춰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재일교포의 삶을 그린 데다 이민호 윤여정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한국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파친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크라운’에 맞먹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더 크라운은 시즌당 약 1억3000만 달러(약 1450억 원)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OTT는 해외 진출 시점에 맞춰 대작을 선보일 계획을 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중화권 등 한류 콘텐츠 인기가 높은 지역의 구독자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1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티빙을 서비스하는 CJ ENM 역시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콘텐츠에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용배 콘텐츠웨이브 부장은 “국내 OTT는 아직 해외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작의 제작비 회수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텐트폴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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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았던 ‘흥’이 폭발한다, 갈증 채워주는 142분

    극장에서 흥을 주체할 수 없어 발로 박자를 타고 고개를 까딱거렸던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994만 명의 관객이 본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에서 ‘We will rock you’의 리듬에 맞춰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굴렀던 기억, 자동차로 가득 찬 고속도로가 일순간 노래와 춤이 넘쳐나는 무대로 변하는 ‘라라랜드’(2016년)의 첫 장면을 보며 전율을 느꼈던 기억 말이다. 한동안은 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신작들, 특히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개봉이 줄줄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가 그 공백기를 깼다. 극장에서의 전율에 목말랐던 관객의 갈증을 채워주는 이 영화는 30일 개봉한다. 영화는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그래미 최고 뮤지컬 공연앨범상을 수상한 동명의 뮤지컬을 리메이크했다. 영화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 지역 워싱턴 하이츠가 배경이다. 주요 인물은 우스나비(앤서니 라모스)와 바네사(멜리사 바레라), 니나(레슬리 그레이스), 니나의 남자친구 베니(코리 호킨스). 우스나비는 가족과 이민 온 워싱턴 하이츠에서 잡화점을 하지만 도미니카 해변에 있는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여는 꿈을, 바네사는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지만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꾼다. 니나는 스탠퍼드대에 진학한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퇴를 고민하고, 남자친구 베니는 그런 니나를 돕고 싶어 한다. 네 사람은 꿈과 사랑 어느 하나에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지만 점차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14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춤과 음악으로 가득 찬다. 우스나비가 쨍한 햇빛이 쏟아지는 왁자지껄한 거리를 거닐며 묵직한 비트 위에 랩을 내뱉다가도, 석양이 지는 조지 워싱턴 다리를 뒤로한 니나와 베니는 R&B 음악에 맞춰 사랑을 속삭인다. 바네사는 땀과 술로 가득한 클럽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전통 음악인 바차타에 맞춰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청소부가 길거리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소리, 잡화점에서 물건에 가격표를 붙이는 소리는 음악의 일부로 녹아든다. 시종일관 시끌벅적하지만은 않다. 고민 끝에 스탠퍼드대로 돌아가기로 한 니나가 베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건물 난간에 기대 있다가 중력을 거슬러 건물 외벽을 바닥 삼아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슬픔을 판타지로 승화시킨다. 워싱턴 하이츠의 정신적 지주인 클라우디아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기 전 1940년대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지하철 안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단연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이민자로서 겪은 차별과 핍박의 순간들을 인내와 믿음으로 이겨내라는 클라우디아의 노래는 영화의 경쾌함을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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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작보다 매력있네, 운명에 맞선 그녀들

    음모에 맞서 싸우는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 ‘어른이 되기 싫다’는 피터 팬에게 ‘나이 듦’의 미학을 가르치는 웬디. 원작에서 남자 주인공에 가려졌던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스핀오프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7월 개봉하는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에서 그의 연인이었던 오필리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달 30일 개봉하는 ‘웬디’는 원작 ‘피터 팬’에서 피터 팬의 친구로 나온 웬디의 시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지난해 셜록 홈스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에놀라 홈즈’가 인기를 끄는 등 여성 서사가 주목받으면서 원작에서 수동적으로 그려졌던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강조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필리아는 햄릿과 사랑에 빠진 오필리아의 시선에서 햄릿을 재해석한 영화다. 타고난 현명함으로 왕비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 오필리아가 햄릿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이후 왕국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렸다. 웬디는 피터 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떠난 소녀 웬디의 시선에서 피터 팬과 네버랜드 아이들을 담았다. 장편 데뷔작 ‘비스트’(2012년)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벤 자이틀린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스핀오프 영화들의 특징은 수동적인 원작 속 성격을 주체적이고 강인하게 바꿨다는 점이다. 오필리아는 원작에서 비극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나약한 여성으로 그려졌다. 햄릿과 사랑에 빠지지만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이고, 이를 알게 된 오필리아는 실성해 강물에 빠져 자살한다. 비극적 사랑의 상징이었던 오필리아는 이번 영화에서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로운 인물로 묘사됐다. 영화 웬디에서도 웬디는 피터 팬의 말에 순응했던 원작에서의 성격과는 전혀 다르다. 웬디는 피터 팬을 따라 네버랜드를 가게 되고, 자신도 영원히 늙지 않길 꿈꾸지만 나이가 들면서 네버랜드에 가지 못한다. 자이틀린 감독의 영화 속 웬디는 늙지 않으려는 피터 팬에게 “나이 드는 것은 좋은 것”이라며 그를 설득하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다. 자이틀린 감독은 9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함께 각본을 쓴 여동생 엘리자가 원작 속 여성 캐릭터의 수동성에 큰 문제의식을 가졌다. 웬디를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주체적인 인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단편적으로만 그려졌던 여성 악역을 새로운 캐릭터로 보여주기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의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한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가 그렇다. 원작에서 크루엘라는 달마시안들을 저택에 가두고, 남에게 무례한 짓을 서슴지 않지만 실사 영화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홀어머니 손에 큰 크루엘라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어릴 때부터 유기견을 키울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성격을 지녔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크루엘라는 14일 기준으로 96만 명이 관람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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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영화 ‘타짜’서 고니가 반한 와인, 나도 마셔볼까

    사람 만나기 힘든 시대다. 최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할 말과 먹을 음식이 남았어도 오후 10시엔 무조건 자리를 끝내야 한다. 약속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쉬움을 달래려는 이들은 집 앞 마트로 향한다. 누군가는 서둘러 끝낸 자리 뒤 딱 한 잔이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을 안고. 누군가는 미뤄진 약속을 뒤로하고 침대에 앉아 ‘혼술’을 하고픈 기분을 안고. 가볍게 혼자 한잔하기 좋은 와인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 바람을 타고 와인 공부에 나선 이들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와인 입문자들에게는 고민이 많다. 포도의 품종, 빈티지, 국가와 지역까지 따져야 할 게 너무 다양하다. 와인 한잔하고 싶어 마트에 발은 들였는데, 막상 어떤 걸 집어야 할지 고민인 이들에게 와인 칼럼니스트 부부가 쓴 이 책은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년)부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2017년)까지 총 100편의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과 해당 와인에 얽힌 사건 및 역사를 가볍게 풀어낸다. ‘타짜’(2006년)에서 고니(조승우)에게 성공에 대한 허영을 심어주기 위해 정마담(김혜수)이 건넨 와인은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 만점을 준 1986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였으며,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에서 류승룡과 임수정이 길을 걸으며 병째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던 와인은 미국 컬트 와인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할런 이스테이트’라는 걸 알았던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답만을 제시하진 않는다는 점도 이 책의 묘미다. 이미 와인이 따라진 잔만 등장하거나 라벨이 잘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와인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 나름대로 추론을 한다. ‘비포 선라이즈’(1996년)에서 수중에 돈이 떨어진 제시(이선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이 무작정 들어간 클럽에서 인심 좋은 중년의 바텐더로부터 받은 공짜 레드와인은 무엇이었을지 저자는 병의 모양, 지역, 가격대 등을 종합해 네 개 후보를 선정하고 하나하나 따져 본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와인을 둘러싼 얕고 넓은 지식의 향연도 즐겁다. 제시와 셀린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 밤 함께 즐겼던 레드와인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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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첫 방송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제작발표회 “시즌1의 정서와 체온, 똑같이 돌아왔습니다”

    “똑같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정서와 체온. 똑같이 찾아오겠습니다.” 17일 첫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신원호 PD는 새로운 시즌을 다섯 글자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기존 메디컬 드라마들이 생사를 다투는 치열한 의료현장과 여기서 분투하는 의사들의 직업정신에 집중했다면 이 드라마는 마흔이 된 동갑내기 의사들의 소소한 고민과 행복을 그려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5월 방영된 시즌1은 닐슨미디어코리아 집계 전국 시청률이 6.3%로 시작해 최종화에서는 14%를 넘겼다. 10일 신 PD를 비롯해 극중 99학번 의대 동기로 출연하는 주연배우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정경호, 김대명이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돼 주목을 받았다. 통상 초기작이 성공을 거둔 후 차기 시즌을 기획하는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시도다. 신 PD는 시즌1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쌓인 관계의 깊이가 시즌2에도 묻어나는 게 시즌제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 ‘몇 년 후’로 표기하고 시간을 점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의 경우 시즌1이 끝나고 실제로 1년이 지났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극 중 캐릭터가 나이를 먹으며 갖는 인생의 깊이, 등장인물 간 관계의 깊이가 실제 생겼다. 시청자들에게도 이들의 이야기가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OST는 시즌1의 인기를 이끈 요소 중 하나다. 의대 동기 5명이 극 중에서 구성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이 극 중 선보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밤이 깊었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등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1년 넘게 호흡을 맞춘 덕에 시즌2에서는 밴드 실력이 한층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유연석은 “시즌1 때는 한 곡을 합주하는 데 최대 석 달이 걸린 적도 있다”며 “모든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곡을 받고 바로 다음 주에 합주를 하는 곡도 있다. ‘이 곡이 가능할까?’ 싶은 곡들도 막상 해보면 웬만큼 다 된다.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신 PD는 “어려운 걸 줘서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곡을 배우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이 친구들의 재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고 거들었다. 드라마는 시즌1에 이어 이번에도 주 1회로 편성됐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신 PD는 제작비가 오르는 등 제작환경이 열악해진 상황에서 드라마 포맷을 바꿔야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주 1회도 팍팍하지만 주 2회보다 여유가 있어 배우들이 밴드 연습도 할 수 있었다”며 “주 1회의 장점을 체감하다 보니 앞으로 주 2회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60분, 주 2회, 16부작’이라는 드라마의 고정 패턴이 콘텐츠와 채널 성격에 따라 바뀌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즌2도 시즌1과 마찬가지로 총 12회차에, 회당 방송 시간도 80∼90분이다. 이날 배우들은 각자 자신들이 보는 시즌2의 관전 포인트를 말했다. 조정석은 “시즌1에 러브라인이 있었다. 시즌2에서는 이런 러브라인과 더불어 캐릭터들 간의 관계 변화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고 했다. 전미도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다양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을 꼽았고, 정경호는 “저희들끼리 더 가까워져서 나오는 케미스트리, 찐 우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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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되기 거부하는 피터에 맞선 웬디 통해 나이 듦이 나쁜게 아니라는 걸 전하고 싶다”

    ‘어른이 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네버랜드. 그곳에서 영원히 소년으로 남고자 하는 피터 팬에게 어른이 되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면? 발칙한 상상력의 주인공은 ‘비스트’(2012년)로 2013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선댄스영화제 촬영상,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벤 자이틀린 감독(39·사진)이다. 30일 개봉을 앞둔 그의 영화 ‘웬디’는 피터 팬 원작 속 웬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른 살에 비스트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 된 그는 웬디 제작에만 꼬박 7년이 걸렸다. 그동안 아역 배우 오디션을 위해 150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나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찾아내기 위해 카리브해 바부다섬, 몬트세랫섬 등을 두루 돌아다녔다. 9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며 입을 열었다. “피터가 이끌 법한 모험, 그가 선택할 법한 경험들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보다 모험을 택했다. 네버랜드를 찾기 위해 세상 곳곳의 섬을 뒤졌고, 피터가 이 섬을 자유자재로 뛰어놀기를 바랐기에 촬영 장소 출신의 아역 배우를 캐스팅했다. 매일 촬영장에서 무언가 잘못됐고 이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자이틀린은 영국 극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가 1904년 발표한 연극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아이’ 이후 100년 넘게 사랑받은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은 원작을 따랐다. 달라진 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다. 원작에서는 여성이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신작에선 웬디를 피터 팬에 반기를 드는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인물로 재창조했다. 모성 역시 원작처럼 취약한 게 아니라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힘의 원천으로 그렸다.” 피터 팬 역할에 유색인종을 캐스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주제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배우를 택하기 위해서였다. “원작이 갖는 인종차별적 측면, 특히 식민지 관점에서 카리브해 섬을 바라본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이 지역 출신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영원히 소년이고 싶은 피터. 그에 맞서는 웬디. 자이틀린 감독은 어느 쪽을 택할까. “어른이 되는 과정은 즐겁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 누리던 자유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삶은 오히려 더 풍부하고 흥미진진해진다. 나도 이 영화를 31세에 시작해 38세까지 찍으면서 나이가 들었다. 영화를 통해 나이 듦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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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하늘, 쨍한 햇빛, 청량한 바다… “이탈리아스러움 표현에 집중했죠”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배경이 된 이탈리아다. 북부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나고 자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영화가 “이탈리아를 향한 나의 러브레터”라고 밝혔다. 루카에서는 푸른 하늘과 쨍한 햇빛, 청량한 바다같이 이탈리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17일 개봉하는 영화는 지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소심한 바다괴물 루카가 모험심 넘치는 친구 알베르토를 만나 인간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와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이 영화의 ‘이탈리아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기여했다.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화면 움직임과 캐릭터 동선을 구성하고, 라이터는 조명도를 조절해 시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탈리아 하늘을 많이 연구했다. 360도로 카메라를 돌려 하늘을 보여주거나 해가 지는 장면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주변 그림자와 선명도, 색감의 변화를 연구했다. 이탈리아에 갔을 때 골목마다 빨래가 널린 게 인상적이었는데, 루카에서도 빨래 그림자에 신경을 썼다.”(조성연) “거대한 달빛 아래에서 아이들이 지붕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이탈리아 마을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관객들이 마을이나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와이드샷을 썼다.”(김성영) 바다괴물 루카와 친구 알베르토는 영화에서 인간과 바다괴물의 모습을 오간다. 괴물로 변하는 정도에 따라 조명도를 달리 적용해 디테일을 살렸다. “인간과 바다괴물은 각각 적합한 조명도가 달라 괴물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두 가지의 조명도를 혼합했다. 괴물로 변하는 정도에 따라 혼합비율도 달라진다. 또 괴물로 변할 때 물이 피부에 닿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최적의 조명도를 찾으려 노력했다.”(조성연) 루카는 모든 제작과정이 팬데믹 기간과 겹쳤다. 픽사는 직원들이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루카 제작 땐 달랐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등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제작기간을 유동적으로 잡았다. 실제 영화관에서 볼 때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작업을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 기술이 지원되기도 했다. ‘이젠 집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김성영)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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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저링3’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조우진 첫 주연 ‘발신제한’ 23일 개봉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극장가에 주목할 만한 공포, 스릴러물이 나오고 있다. 앞선 시리즈로 눈도장을 찍은 공포 영화와 더불어 액션이 가미된 스릴러 영화들이다. 3일 개봉한 미국 공포 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개봉 직후부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엑소시즘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더해 퇴마사인 영국의 워런 부부가 겪은 실화를 앞세워 1, 2편은 각각 국내에서 226만 명, 193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3편도 워런 부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1981년 미국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악마의 사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워런 부부는 악령의 존재를 입증해 재판에서 용의자를 돕는다. 영화는 국내에서 개봉 4일 만에 34만 명을 모았고, 개봉 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3편에서는 앞선 시리즈와 달리 커플의 사랑 이야기 등 감성적인 요소가 가미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달 개봉하는 외화 스릴러 중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16일 공개될 ‘콰이어트 플레이스2’다. 1편은 소리를 내는 순간 괴생명체의 공격을 받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의 사투를 그렸다. 2편에서는 아이들 대신 죽음을 택한 아버지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가족들이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 엄마 에벌린이 갓 태어난 막내를 포함한 아이들과 생존하려고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9일 개봉하는 ‘캐시트럭’도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주인공 ‘H’가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하는 내용의 액션 스릴러물이다. 스릴러에 액션을 더한 국내 영화 ‘발신제한’은 이달 23일 개봉된다. 여러 영화에서 존재감 강한 조연을 맡은 조우진이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았다. 은행지점장 성규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나선 출근길에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폭탄이 터진다”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산 도심 테러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쫓기게 된 성규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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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볼로냐에서 찾은 ‘이탈리아의 맛’

    이탈리아 여행을 가본 사람은 많아도 볼로냐를 제대로 둘러본 이는 드물 것이다. 대부분 밀라노에서 시작해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로 이어지는 루트로 여행을 하지만 자신을 ‘기이한 여행자’라 칭한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볼로냐를 택했다. 20년간 기자로 일하다 50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음식에 꽂혀 회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던 그는 당시 한 달간 머물렀던 볼로냐에 매료됐다. 이탈리아인의 골수라 할 수 있는 치즈와 살라미(햄)가 시작된 땅,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생면 파스타의 성지. 활력과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도시 볼로냐의 비밀을 맛에서 찾은 저자의 기록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이탈리아 여행 중 혹은 한국에서 흔히 접했던 이탈리아 파스타와 피자 뒤에 숨은 이탈리아인들의 장인 정신을 일깨운다. 예컨대 피자의 원조인 이탈리아 남부식 피자는 도(dough)가 두꺼우면 안 된다는 철저한 기준이 있어서 나폴리 피자협회는 피자 중심 두께가 3mm를 넘으면 나폴리 피자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거나, 북부의 토마토 고기 소스인 라구 소스를 남부 스파게티 면에 버무리는 것처럼 경계를 오가는 건 ‘불경스러운 음식’이라 여기는 사고방식은 이탈리아인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이탈리아인은 별개의 지역에서 각자의 역사를 일구며 살아왔기에 이들에게는 국가적 정체성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지역이 지닌 음식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파스타와 피자에서 시작해 햄과 치즈, 와인까지 이어지는 음식 이야기에 더해 볼로냐에서 만난 사람들과 거리에서 마주친 건물과 화랑 등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곳곳에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빼곡해 ‘붉은색의 도시’라고도 불리고, 대학교의 원형이 시작된 곳이라 ‘대학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미인이 많아 ‘미녀의 도시’라는 애칭도 붙은 볼로냐를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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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男도 ‘한드’ 덕질… 일본은 지금 ‘4차 한류’ 열풍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빈센조’다. 올 2월 국내 방영과 함께 일본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 이 드라마는 4월 7일 ‘오늘 일본의 톱10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난 5월 27∼29일에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빈센조까지 히트를 치자 일본 언론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10일 ‘한류 드라마가 혐한 비율이 높은 중년 남성에게도 인기를 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로 집에 틀어박힌 생활을 하게 되면서 40대 남성들까지 한국 드라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일본 내 인기도 치솟고 있다. 올 3월 일본 음악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제35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 주요 부문 트로피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BTS)은 베스트 아시안 아티스트를 비롯해 8개상을 차지해 골드디스크 대상 다관왕 기록을 갈아 치웠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오리콘 차트 점령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출신의 보이그룹 엔하이픈은 두 번째 미니앨범 ‘보더: 카니발’로 5월 1, 2주 연속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한 가수가 올해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엔하이픈이 처음이다.○중년 남성까지… 세대와 장르 확장한 일본 내 4차 한류바야흐로 일본에서 ‘4차 한류’ 바람이 거세다. 2004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한류에 이어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이 중심이 된 2010년대 붐은 2차 한류로 분류된다. 3차 한류는 일본에서 5회 연속 앨범 판매량 25만 장을 넘긴 트와이스가 주도했다. 1∼3차 한류의 경우 콘텐츠 소비세대와 장르가 한정적이었다. 이에 비해 4차 한류에서는 세대는 더 확장됐고, 장르도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등으로 다각화됐다. 일각에서는 1980, 90년대 아시아 문화의 전진 기지로 기능한 일본의 역할을 한국이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한류를 이끈 겨울연가는 40대 이상 중년 여성이 중심이었다. 아이돌 위주의 2, 3차 한류에서는 1020세대 여성이 핵심 소비층이었다. 하지만 4차 한류부터 한국 콘텐츠는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서브 컬처가 아닌 전 세대가 즐기는 주류 콘텐츠로 부상했다.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1’위)과 ‘이태원 클라쓰’(2위)가 대표적이다. 일본 넷플릭스는 지난해 인기를 끈 콘텐츠를 분석한 리포트에서 국내 드라마 ‘스타트업’을 예로 들며 “한국 드라마는 러브 스토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타트업은 어려운 현실에도 절망하지 않고 인생을 개척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려 여성뿐 아니라 남성 팬도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문화계는 개별 콘텐츠나 아티스트를 넘어 한국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쌓이면서 한국의 성공 방정식을 배우려고 하는 것. 소니뮤직이 JYP와 손잡고 진행한 일본 걸그룹 선발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6월 훌루와 유튜브에 공개된 니지 프로젝트에서 박진영은 아이돌 지망생인 일본인 참가자들을 프로듀싱했다. 그는 최종 선발된 9인으로 ‘니쥬’를 만들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데뷔시켰다. K팝 아이돌을 육성하는 국내 매니지먼트사의 방식을 일본 연예계에 적용한 것이다. 니쥬의 데뷔 싱글 ‘Step and a step’은 일본 여성 아티스트 중 역대 2위의 앨범 판매액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규헌 상명대 한일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한국의 능력 있는 가수나 그룹이 중심이 돼 일본에서 활약했다면 이제는 이들을 만들어 낸 프로듀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니쥬 사례는 박진영으로 대표되는 한국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일본이 배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고품질 콘텐츠가 OTT 타고 한류 견인4차 한류를 가능케 한 건 일본에 비해 높아진 한국 콘텐츠의 완성도다. 내수시장이 작아 일찍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고 애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최경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조사연구팀장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내 창작자들은 국내외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민감성이 특히 높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자연스레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회당 제작비가 16억 원, 지난해 ‘더 킹: 영원의 군주’는 20억∼25억 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일본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2억∼3억 원 수준이다.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7월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히트 연발의 한류, 일본 콘텐츠가 이길 수 없는 이유’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골든타임 시간대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가 2000만∼3000만 엔(2억∼3억 원) 수준이며, 최고 수준 제작비는 5000만 엔 정도라고 보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지상파 3사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3억7000만 원이다. 일본의 현재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8년 전 국내 드라마 회당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국내에선 인기 배우와 실력 있는 감독, 작가들이 참여하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지향하다 보니 제작비가 올라간 측면이 있다. 서장호 CJ ENM 콘텐츠사업부 상무는 “일본은 아직 DVD 등의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고 유료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덜해 국내 소비자만 겨냥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반면 한국은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통 채널이 확대돼 고품질의 한국 콘텐츠를 일본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4차 한류의 견인차로 작용했다. 기존에는 한국 콘텐츠를 일본의 TV, 라디오 등 전통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경희 팀장은 “채널 다양화를 통해 일본에 소개되는 한국 콘텐츠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이를 즐기는 세대가 넓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만화 왕국’ 일본, 웹툰 톱10에 한국작품 1,3위 등 6개… “디지털 전환 늦었다” 자성 스마트폰 익숙 1020세대가 주도… 디지털 만화시장, 종이 앞질러“K웹툰이 새로운 시장 이끌어”… 현지 출판사들 뒤늦게 경쟁 가세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공유 사무실. 게이유(慶優) 씨가 펜에 잉크를 찍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전쟁고아의 일대기를 그린 일본 웹툰 ‘복수의 빨간선’의 만화가다. 이 작품은 원작자, 프로듀서 등 5명이 한 팀이 돼 만들고 있다. 제작 방식이 분업화됐다는 점은 한국 웹툰과 비슷하지만 그림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컴퓨터에 직접 그리지 않고 종이에 그린 뒤 이를 스캔해 디지털화한다. 게이유 작가는 만화가로 활동한 지 10년이 됐지만 웹툰 경력은 3년 남짓이다.○일본 디지털 세대 파고든 K웹툰게이유 작가의 작품은 한국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가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 연재되고 있다. 그는 “일본 젊은층이 휴대전화를 통해 웹툰을 즐겨 보는 것을 알고 뒤늦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만화 강국인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일본 출판업계 조사 연구기관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가 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만화 매출액(시장 규모)은 6126억 엔(약 6조2178억 원)으로 1978년 통계 조사 발표 이래 최대치다. 특히 전자책, 웹툰 등이 포함된 디지털 만화의 성장세는 종이 만화보다 가파르다. 지난해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3420억 엔(3조4724억 원)으로, 이미 종이 만화 시장(2706억 엔·2조7465억 원)을 압도했다.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한 만화 열독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의 만화업계는 이런 흐름에 한발 뒤처졌다. 일본 웹툰 플랫폼 ‘톱 2’인 네이버의 ‘라인망가’(이용자 수 612만 명)와 픽코마(452만 명) 모두 주체가 한국 업체다. 두 곳의 인기 순위 상위권에도 한국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픽코마의 6월 1일 종합 순위 10위 안에 ‘나 혼자만 레벨 업’(1위), ‘나는 마도왕이다’(3위) 등 한국 작품이 6개 있다. 일본의 웹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10, 20대다. 이들은 목적에 따라 특정 서적을 사고 이를 정독하는 종이 만화 독자와 경향이 다르다. 웹 서핑이나 인기 순위 위주로 만화를 고르고, 이동 중 짬을 내서 만화를 본다. 웹툰 프로듀서 스즈키 메구미(鈴木愛美) 씨는 “종이 만화 독자가 웹툰 시장으로 이동한 게 아니다. K웹툰에 의해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크롤 만화 시장’이 새로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세계 최대 만화 시장의 이례적인 근심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의 최종화(제23권) 단행본은 올해 상반기 일본 내에서만 498만 부가 팔렸다. 누적 판매량(1∼23권)이 1억5000만 부에 달하는 등 일본 내 종이 만화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K웹툰이 디지털 전환에 늦은 일본 만화업계의 틈새를 공략하면서 일본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나카노 하루유키(中野晴行) 교토세이카(京都精華)대 만화학부 객원교수는 “일본에서 디지털 만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5년 남짓”이라며 “책방-중개상-출판사로 대표되는 종이 만화 유통 고리가 굳건해 디지털 시장으로의 전환이 늦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좁은 공간에 모여 수작업을 하는 종이 만화 제작 체계에 대한 자성도 나오고 있다. 일본 대표 출판사인 슈에이샤(集英社)의 주간 만화 잡지는 지난해 4월 편집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와 휴간된 적이 있다. 이런 영향으로 슈에이샤가 순정만화 전문 웹툰 플랫폼 ‘망가 미’를 내놓는 등 기존 출판사들도 뒤늦게 웹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내 한국 웹툰 플랫폼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으며 “만화 강국인 일본의 세계시장 개척이 지체되고 있다. (K웹툰의) 세로 읽기 방식이 세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카노 교수는 “웹툰 최대 시장인 중국 등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현재 일본 웹툰은 한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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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 첫 소절 10초만 듣고도 눈물 흘리게 한 ‘소녀’ 있었다”

    “노래 첫 소절 10초만 듣고 눈물 흘린 적 있으세요?” 5일 첫 방송을 앞둔 채널A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뮤지컬스타’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배우 최정원(52)의 목소리는 감상에 젖어 있었다.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적은 있었어도 3분짜리 노래의 도입부 10초만 듣고 눈물이 주룩주룩 난 건 처음이었다”며 “창피할 정도였지만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이 아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단다. 최정원은 “무대에 오른 소녀에게 온전히 빠져들었고 그 소녀의 이야기가 내 과거와 추억, 숨어 있는 아픔을 건드려 치유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스타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P)이 2015년부터 주최한 뮤지컬 오디션으로 채널A가 2019년부터 방영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928명이 지원했다. 최정원은 2019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심사위원을 맡았다. 1989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최정원은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제이미’ 등 숱한 히트작 무대에 섰다. 뮤지컬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지만 뮤지컬스타 참가자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 뮤지컬 ‘해밀턴’을 한국어로 개사해 부른 친구가 있었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번역했더라고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작하는 능력이 요즘 친구들의 강점인 것 같아요. 시카고의 ‘올 댓 재즈’를 부르더라도 최정원의 올 댓 재즈를 부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맞게 해석한 자기만의 올 댓 재즈를 부르죠.” 최정원과 더불어 뮤지컬스타 심사위원을 맡은 마이클 리(48), 민우혁(38)도 뮤지컬계에서 실력과 티켓파워를 검증받은 배우들이다. 이들은 뮤지컬 배우의 중요한 자질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모든 건 인성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인성도 춤, 노래, 연기처럼 연습이 필요하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최대한 남을 험담하지 않고…. 나이 들수록 ‘몸과 마음의 정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요. 이를 위해 루틴을 꼭 지켜요. 아침에 일어나 침대 위에서 30분간 스트레칭하고, 미지근한 물 1L를 천천히 마시죠.”(최정원) “배우는 극 중 수많은 상황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주어진 인물과 상황에 단숨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력이나 돌발 상황이 많은 무대 위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민우혁) “이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야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마이클 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에 한파가 불어닥친 지금, 이들은 뮤지컬스타를 통해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시즌에는 특별 심사위원이 출연해요. 최근 드라마 ‘빈센조’에도 출연한 뮤지컬 배우 출신 김형묵 씨가 특별 심사위원으로 왔을 때 자신이 드라마, 영화 오디션을 보며 들었던 얘기를 해줬는데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특별 게스트들이 선보이는 촌철살인의 평가도 관전 포인트예요.”(최정원) “참가자들이 수많은 작품의 주옥같은 넘버들을 시연할 예정이에요. 다양한 뮤지컬 장면들을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편안히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셨으면 좋겠어요.”(민우혁) 8회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20분에 방송하는 뮤지컬스타는 본선 1, 2라운드와 파이널 라운드를 거쳐 대상과 최우수상 각 1명, 우수상 2명 등 총 8명을 선발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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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애니’ 도전 미야자키 감독 “2D든 3D든 지브리 정신 이어갈것”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서정적인 감성의 2차원(2D)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였던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지브리 역사상 최초로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지브리를 세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0)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54)이 제작한 ‘아야와 마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 소설 저자인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 ‘이어위그와 마녀’가 원작이다.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 찾기’가 요원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던 지브리는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10일 개봉하는 영화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거두는 ‘성 모어발트의 집’에 맡겨진 말괄량이 소녀 아야가 10세 되던 해 마법사 부부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만나고, 이들의 저택에서 함께 살면서 벨라를 돕는 조건으로 마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고로 감독은 아야와 마녀의 제작이 지브리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TV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지브리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와 함께 3D로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3D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스즈키 도시오 PD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해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스즈키 도시오는 지브리의 PD이자 대표이사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디즈니·픽사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3D가 주류가 된 지 오래지만 지브리는 한 장 한 장을 손으로 그리는 2D 방식의 제작을 고수해왔다. 3D는 2D에 비해 제작 효율이 높고,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해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3D와는 확연히 다른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그적 그림체와 캐릭터는 팬들의 지속적인 응원을 받았다. 고로 감독은 “지브리 내에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이 모두 있다. 지브리는 지속적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이다. 다만 2D를 버린다는 건 아니다. 하야오 감독은 현재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두 가지를 모두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와 마녀를 기획한 하야오 감독은 원작 소설인 이어위그와 마녀에 매료돼 6번이나 소설을 정독했다고 한다. 고로 감독 역시 원작 주인공 이어위그(영화 속 아야)의 당돌함이 맘에 들어 감독을 맡았다. 고로 감독은 “일본은 아이들이 적어지고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굉장히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마녀의 집에 가게 돼 어른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아야의 처지가 현재 일본의 어린이들이 마주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아야는 전형적인 유형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조종해 본인의 바람을 이루려 하는, 굉장히 힘이 있는 아이다. 실제로도 어린이들이 어른을 조종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 힘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첫 3D 애니메이션 도전은 지브리 스튜디오에 어떤 숙제를 남겼을까. 고로 감독은 “2D만 해왔기에 아야와 마녀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완성된 뒤 지브리 내 많은 분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했고 하야오 감독도 재미있다고 했다. 우리도 3D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 시스템 개선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가능성을 넓혀갈지가 숙제다. 2D든 3D든 지브리 작품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어느 쪽으로 가든 지브리의 정신은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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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 못다한 恨 풀려다… ‘구독자찐대박’ 홍진경

    공부를 하겠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거슬리는 게 너무 많다. 형광펜도 없고 연필깎이도 없다. 단어 세 개를 외우고 2분 만에 책을 덮은 홍진경(44)은 문구를 사야겠다며 집을 나선다. 문구는 물론이고 머리에 좋다는 견과류까지 산 그는 정기(精氣)를 받겠다며 서울대행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4부에 걸쳐 펼쳐진 ‘홍진경의 공부 준비’는 5월 말 현재 유튜브에서 총 480만 뷰를 기록했다. 공부 시작을 미루기 위해 갖은 핑계를 찾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2월 방송을 시작한 카카오TV 오리지널 웹 예능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델 출신 방송인 홍진경이 고교 시절 연예인 활동을 시작해 공부를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중등교육 수업을 받는 내용의 이 콘텐츠는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구독자가 69만 명에 달한다. 홍진경의 공부 준비를 시작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상진 아나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초청해 개그맨 남창희, 가수 MC그리와 함께 수업을 받는 과정을 담는다. 안 대표가 중학교 1학년 수학을 가르치는 콘텐츠는 조회 수가 255만 회를 넘겼다. 인기의 핵심 요인은 홍진경의 독특한 캐릭터에 있다. 기존 웹 예능에서 화제가 된 ‘네고왕’의 황광희, ‘와썹맨’의 박준형, ‘워크맨’의 장성규가 센 ‘말빨’과 높은 ‘텐션’을 앞세웠다면 홍진경은 웃기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툭툭 내뱉는 말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라엘(딸)이가 누구에게 도움은 못 될지언정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는 키우고 싶지 않다”며 딸에게 공부를 시키는 이유를 밝히는 진지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웃음과 진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온다. 출연진과의 ‘찰떡 호흡’도 인기를 견인한다. 홍진경과 남창희, MC그리가 일차방정식과 같은 간단한 중학교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답을 맞히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최근 딸 라엘도 등장하면서 친구 같은 모녀의 모습이 활력을 더한다. 라엘의 얼굴을 보고 폭소하며 “얘 얼굴이 웃기다”는 홍진경에게 라엘이 “엄마 얼굴이 더 웃겨”라고 응수하는 장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짤’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홍진경은 기존에 어리숙해 보이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 콘텐츠에서는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배움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딸의 삶을 위해 공부를 시키려는 보통 학부모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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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ENM “5년간 5조원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CJ ENM이 5년간 5조 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종합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CJ ENM의 콘텐츠 투자액보다 2000억 원 늘어난 8000억 원을 올해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매년 1조 원 수준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의 국내 진출로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CJ ENM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취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콘텐츠 제작 형태를 다변화해 CJ ENM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해 “세계인이 매년 두세 편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한두 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한두 편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한두 곡 한국 음악을 듣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CJ ENM의 향후 투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영역은 프랜차이즈 지식재산권(IP)이다. 프랜차이즈 IP는 ‘응답하라’ ‘슬기로운 생활’ ‘대탈출’ ‘신서유기’ 등 수년간 다수 시즌을 선보인 인기 IP나 드라마 영화 웹툰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IP를 말한다. 강 대표는 “스튜디오드래곤 설립을 통해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 시대를 열었듯 이를 영화, 예능, 애니메이션, 디지털 콘텐츠로까지 확장해 각 장르에 전문화된 스튜디오를 구축하겠다”며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 육성, 제작사 인수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멀티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프랜차이즈 IP를 앞세워 CJ ENM의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의 가입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2023년까지 국내 800만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내년부터는 해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이를 지속적인 구독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IP 확대에 힘쓸 것”이라며 “전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액의 50%를 프랜차이즈 IP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음악 부문에서도 영상 콘텐츠처럼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메가 IP를 만들 방침이다. 강 대표는 “‘슈퍼스타K’, ‘아이랜드’ 등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케이팝 메가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인터넷TV(IPTV) 업계와의 갈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CJ ENM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에게 전년 대비 약 25%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IPTV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플랫폼사가 IPTV사로부터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광고, 협찬과 같은 부가수익에서 찾아야 한다. 주 수입원이 늘 불안한 현재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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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낯선 일상의 고통… 담담하게 써내려간 병의 기록

    가족과의 외식에서 테이블 위에 놓인 향긋한 와인 향을 맡지 못한다면. 지속되는 환각 탓에 모르는 이가 불쑥 나타날까 두려워 화장실 문고리조차 마음 편히 열지 못한다면. 분명 눈앞에 휴대전화가 있는데도 등 뒤에서 벨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희한한 일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의 일상은 환각과 환시, 환청, 환후로 점철돼 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걸 느끼는 증상과 같은 인지장애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증상을 겪은 저자의 병명은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뇌 신경세포에 단백질 덩어리인 레비소체가 쌓이면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일명 치매라고도 불린다. 저자는 기억력 저하, 시공간 인지 능력 저하, 언어력 감퇴 등 다양한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된 이 병을 50세에 진단받았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오렌지만 한 크기의 거미가 진짜인지, 귀에 들리는 멜로디가 실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지 등 자신의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실재하는지 의심해야 하는 고통을 담담히 기록했다. 자신이 맞닥뜨린 고통의 순간들을 저자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세상에서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다. 나 자신을, 내가 보는 세계를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병환이 심해진 그는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곤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도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는 처절한 자기혐오에 휩싸인다. 어느 날 그는 NHK 생활정보 프로그램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환자로서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저자는 실명을 공개하고 자신의 질병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나선다. 집필과 강연은 물론이고 인지저하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들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되기까지 각자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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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하 감독 “기름 훔치기, 대박 꿈꾸는 비루한 인간들의 카니발”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의 조인성, ‘강남1970’의 이민호와 김래원까지. 그간 선 굵은 남자 배우들과 주로 호흡을 맞춰온 유하 감독(58)은 26일 개봉한 여덟 번째 영화 ‘파이프라인’에서 색다른 선택을 했다. 그의 눈에 든 이는 서인국. ‘응답하라 1997’ ‘쇼핑왕 루이’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영화 출연작은 ‘노브레싱’(2013년)이 유일한 서인국에게 주연을 맡겼다. 서인국은 송유관 기름을 빼돌려 돈을 벌려는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제안을 받고 팀을 꾸려 도유 작전을 벌이는 천공기술자 핀돌이를 연기했다.》 26일 화상으로 만난 유 감독은 “미팅을 했을 때 기운을 확 주는 배우들이 있다. 서인국이 그랬다”고 입을 열었다. “서인국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얼굴은 아니다. 개구지게 생기지 않았나. 그런데 미팅을 하고 집에 와서도 서인국의 이미지가 머리에서 맴돌았다. 섹시한 악동과 아티스트가 결합된 느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렸다. 서인국이라는 배우를 스크린에 올렸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내게 준 가장 큰 자부심이다.” 유 감독답지 않은 선택은 캐스팅뿐만이 아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그는 파이프라인에서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케이퍼 무비(범죄자들의 강탈을 소재로 한 영화)에 처음 도전했다. 복수극 성격이 강했던 김경찬 작가의 시나리오 원안에 유 감독이 코믹한 요소를 가미했다. “도유가 최첨단 장비로 벌이는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원초적이고 무모하다. 외부에 소리가 새어나가면 안 되니 모두 잠들었을 때 호미 하나로 50∼60m 땅굴을 판다. 두더지의 몸부림 같지 않나. 도유 작전을 어떻게 펼치느냐 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비루한 인간들의 카니발을 블랙코미디스럽게 풀어보고 싶었다.” 도유꾼 6인의 리더인 핀돌이를 연기한 서인국도 시나리오에 담긴 코미디적 요소에 끌렸다고 했다. 25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아마추어들이 땅굴 속에 모여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고 했다. “땅굴 안에서 찌질한 6명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도 하면서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재밌었다. 핀돌이는 유일하게 천공 전문가인 프로 도유꾼이라는 점도 매력이었다. 범죄자지만 천공에서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자부심이 있고, 위기 상황에서 빠른 두뇌 회전으로 해결책을 찾아간다.” 유 감독은 서인국에게 어두운 캐릭터도 맡겨 보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서인국과 다른 영화로 미팅을 했는데 그때 역할은 마약중독자 형사였다. 어두운 역할도 어울릴 것 같았다. 서인국 콘서트를 갔는데 세 시간을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혼자 메우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더라. ‘원스’(2006년)처럼 음악이 가미된 영화도 해보고 싶다.”(유 감독) “감독님이 배우들 의견을 정말 잘 수용하시는데 어떨 때는 원하는 연출을 끝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신다. 영화 마지막에 핀돌이가 건우와 대립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굉장히 격앙되는데 당시 촬영에서 감독님이 ‘얼굴 표정만이 아니라 깊은 내면에서 감정을 끌어올려 표현해 보라’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가장 맘에 든다. 다음엔 유하 감독님의 멜로나 어두운 범죄물에도 출연하고 싶다.”(서인국)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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