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똑같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정서와 체온. 똑같이 찾아오겠습니다.” 17일 첫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신원호 PD는 새로운 시즌을 다섯 글자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기존 메디컬 드라마들이 생사를 다투는 치열한 의료현장과 여기서 분투하는 의사들의 직업정신에 집중했다면 이 드라마는 마흔이 된 동갑내기 의사들의 소소한 고민과 행복을 그려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5월 방영된 시즌1은 닐슨미디어코리아 집계 전국 시청률이 6.3%로 시작해 최종화에서는 14%를 넘겼다. 10일 신 PD를 비롯해 극중 99학번 의대 동기로 출연하는 주연배우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정경호, 김대명이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돼 주목을 받았다. 통상 초기작이 성공을 거둔 후 차기 시즌을 기획하는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시도다. 신 PD는 시즌1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쌓인 관계의 깊이가 시즌2에도 묻어나는 게 시즌제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 ‘몇 년 후’로 표기하고 시간을 점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의 경우 시즌1이 끝나고 실제로 1년이 지났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극 중 캐릭터가 나이를 먹으며 갖는 인생의 깊이, 등장인물 간 관계의 깊이가 실제 생겼다. 시청자들에게도 이들의 이야기가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OST는 시즌1의 인기를 이끈 요소 중 하나다. 의대 동기 5명이 극 중에서 구성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이 극 중 선보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밤이 깊었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등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1년 넘게 호흡을 맞춘 덕에 시즌2에서는 밴드 실력이 한층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유연석은 “시즌1 때는 한 곡을 합주하는 데 최대 석 달이 걸린 적도 있다”며 “모든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곡을 받고 바로 다음 주에 합주를 하는 곡도 있다. ‘이 곡이 가능할까?’ 싶은 곡들도 막상 해보면 웬만큼 다 된다.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신 PD는 “어려운 걸 줘서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곡을 배우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이 친구들의 재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고 거들었다. 드라마는 시즌1에 이어 이번에도 주 1회로 편성됐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신 PD는 제작비가 오르는 등 제작환경이 열악해진 상황에서 드라마 포맷을 바꿔야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주 1회도 팍팍하지만 주 2회보다 여유가 있어 배우들이 밴드 연습도 할 수 있었다”며 “주 1회의 장점을 체감하다 보니 앞으로 주 2회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60분, 주 2회, 16부작’이라는 드라마의 고정 패턴이 콘텐츠와 채널 성격에 따라 바뀌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즌2도 시즌1과 마찬가지로 총 12회차에, 회당 방송 시간도 80∼90분이다. 이날 배우들은 각자 자신들이 보는 시즌2의 관전 포인트를 말했다. 조정석은 “시즌1에 러브라인이 있었다. 시즌2에서는 이런 러브라인과 더불어 캐릭터들 간의 관계 변화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고 했다. 전미도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다양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을 꼽았고, 정경호는 “저희들끼리 더 가까워져서 나오는 케미스트리, 찐 우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어른이 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네버랜드. 그곳에서 영원히 소년으로 남고자 하는 피터 팬에게 어른이 되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면? 발칙한 상상력의 주인공은 ‘비스트’(2012년)로 2013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선댄스영화제 촬영상,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벤 자이틀린 감독(39·사진)이다. 30일 개봉을 앞둔 그의 영화 ‘웬디’는 피터 팬 원작 속 웬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른 살에 비스트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 된 그는 웬디 제작에만 꼬박 7년이 걸렸다. 그동안 아역 배우 오디션을 위해 150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나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찾아내기 위해 카리브해 바부다섬, 몬트세랫섬 등을 두루 돌아다녔다. 9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며 입을 열었다. “피터가 이끌 법한 모험, 그가 선택할 법한 경험들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보다 모험을 택했다. 네버랜드를 찾기 위해 세상 곳곳의 섬을 뒤졌고, 피터가 이 섬을 자유자재로 뛰어놀기를 바랐기에 촬영 장소 출신의 아역 배우를 캐스팅했다. 매일 촬영장에서 무언가 잘못됐고 이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자이틀린은 영국 극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가 1904년 발표한 연극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아이’ 이후 100년 넘게 사랑받은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은 원작을 따랐다. 달라진 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다. 원작에서는 여성이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신작에선 웬디를 피터 팬에 반기를 드는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인물로 재창조했다. 모성 역시 원작처럼 취약한 게 아니라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힘의 원천으로 그렸다.” 피터 팬 역할에 유색인종을 캐스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주제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배우를 택하기 위해서였다. “원작이 갖는 인종차별적 측면, 특히 식민지 관점에서 카리브해 섬을 바라본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이 지역 출신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영원히 소년이고 싶은 피터. 그에 맞서는 웬디. 자이틀린 감독은 어느 쪽을 택할까. “어른이 되는 과정은 즐겁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 누리던 자유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삶은 오히려 더 풍부하고 흥미진진해진다. 나도 이 영화를 31세에 시작해 38세까지 찍으면서 나이가 들었다. 영화를 통해 나이 듦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배경이 된 이탈리아다. 북부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나고 자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영화가 “이탈리아를 향한 나의 러브레터”라고 밝혔다. 루카에서는 푸른 하늘과 쨍한 햇빛, 청량한 바다같이 이탈리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17일 개봉하는 영화는 지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소심한 바다괴물 루카가 모험심 넘치는 친구 알베르토를 만나 인간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와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이 영화의 ‘이탈리아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기여했다.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화면 움직임과 캐릭터 동선을 구성하고, 라이터는 조명도를 조절해 시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탈리아 하늘을 많이 연구했다. 360도로 카메라를 돌려 하늘을 보여주거나 해가 지는 장면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주변 그림자와 선명도, 색감의 변화를 연구했다. 이탈리아에 갔을 때 골목마다 빨래가 널린 게 인상적이었는데, 루카에서도 빨래 그림자에 신경을 썼다.”(조성연) “거대한 달빛 아래에서 아이들이 지붕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이탈리아 마을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관객들이 마을이나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와이드샷을 썼다.”(김성영) 바다괴물 루카와 친구 알베르토는 영화에서 인간과 바다괴물의 모습을 오간다. 괴물로 변하는 정도에 따라 조명도를 달리 적용해 디테일을 살렸다. “인간과 바다괴물은 각각 적합한 조명도가 달라 괴물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두 가지의 조명도를 혼합했다. 괴물로 변하는 정도에 따라 혼합비율도 달라진다. 또 괴물로 변할 때 물이 피부에 닿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최적의 조명도를 찾으려 노력했다.”(조성연) 루카는 모든 제작과정이 팬데믹 기간과 겹쳤다. 픽사는 직원들이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루카 제작 땐 달랐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등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제작기간을 유동적으로 잡았다. 실제 영화관에서 볼 때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작업을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 기술이 지원되기도 했다. ‘이젠 집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김성영)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극장가에 주목할 만한 공포, 스릴러물이 나오고 있다. 앞선 시리즈로 눈도장을 찍은 공포 영화와 더불어 액션이 가미된 스릴러 영화들이다. 3일 개봉한 미국 공포 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개봉 직후부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엑소시즘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더해 퇴마사인 영국의 워런 부부가 겪은 실화를 앞세워 1, 2편은 각각 국내에서 226만 명, 193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3편도 워런 부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1981년 미국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악마의 사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워런 부부는 악령의 존재를 입증해 재판에서 용의자를 돕는다. 영화는 국내에서 개봉 4일 만에 34만 명을 모았고, 개봉 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3편에서는 앞선 시리즈와 달리 커플의 사랑 이야기 등 감성적인 요소가 가미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달 개봉하는 외화 스릴러 중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16일 공개될 ‘콰이어트 플레이스2’다. 1편은 소리를 내는 순간 괴생명체의 공격을 받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의 사투를 그렸다. 2편에서는 아이들 대신 죽음을 택한 아버지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가족들이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 엄마 에벌린이 갓 태어난 막내를 포함한 아이들과 생존하려고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9일 개봉하는 ‘캐시트럭’도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주인공 ‘H’가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하는 내용의 액션 스릴러물이다. 스릴러에 액션을 더한 국내 영화 ‘발신제한’은 이달 23일 개봉된다. 여러 영화에서 존재감 강한 조연을 맡은 조우진이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았다. 은행지점장 성규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나선 출근길에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폭탄이 터진다”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산 도심 테러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쫓기게 된 성규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탈리아 여행을 가본 사람은 많아도 볼로냐를 제대로 둘러본 이는 드물 것이다. 대부분 밀라노에서 시작해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로 이어지는 루트로 여행을 하지만 자신을 ‘기이한 여행자’라 칭한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볼로냐를 택했다. 20년간 기자로 일하다 50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음식에 꽂혀 회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던 그는 당시 한 달간 머물렀던 볼로냐에 매료됐다. 이탈리아인의 골수라 할 수 있는 치즈와 살라미(햄)가 시작된 땅,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생면 파스타의 성지. 활력과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도시 볼로냐의 비밀을 맛에서 찾은 저자의 기록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이탈리아 여행 중 혹은 한국에서 흔히 접했던 이탈리아 파스타와 피자 뒤에 숨은 이탈리아인들의 장인 정신을 일깨운다. 예컨대 피자의 원조인 이탈리아 남부식 피자는 도(dough)가 두꺼우면 안 된다는 철저한 기준이 있어서 나폴리 피자협회는 피자 중심 두께가 3mm를 넘으면 나폴리 피자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거나, 북부의 토마토 고기 소스인 라구 소스를 남부 스파게티 면에 버무리는 것처럼 경계를 오가는 건 ‘불경스러운 음식’이라 여기는 사고방식은 이탈리아인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이탈리아인은 별개의 지역에서 각자의 역사를 일구며 살아왔기에 이들에게는 국가적 정체성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지역이 지닌 음식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파스타와 피자에서 시작해 햄과 치즈, 와인까지 이어지는 음식 이야기에 더해 볼로냐에서 만난 사람들과 거리에서 마주친 건물과 화랑 등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곳곳에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빼곡해 ‘붉은색의 도시’라고도 불리고, 대학교의 원형이 시작된 곳이라 ‘대학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미인이 많아 ‘미녀의 도시’라는 애칭도 붙은 볼로냐를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빈센조’다. 올 2월 국내 방영과 함께 일본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 이 드라마는 4월 7일 ‘오늘 일본의 톱10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난 5월 27∼29일에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빈센조까지 히트를 치자 일본 언론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10일 ‘한류 드라마가 혐한 비율이 높은 중년 남성에게도 인기를 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로 집에 틀어박힌 생활을 하게 되면서 40대 남성들까지 한국 드라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일본 내 인기도 치솟고 있다. 올 3월 일본 음악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제35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 주요 부문 트로피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BTS)은 베스트 아시안 아티스트를 비롯해 8개상을 차지해 골드디스크 대상 다관왕 기록을 갈아 치웠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오리콘 차트 점령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출신의 보이그룹 엔하이픈은 두 번째 미니앨범 ‘보더: 카니발’로 5월 1, 2주 연속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한 가수가 올해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엔하이픈이 처음이다.○중년 남성까지… 세대와 장르 확장한 일본 내 4차 한류바야흐로 일본에서 ‘4차 한류’ 바람이 거세다. 2004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한류에 이어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이 중심이 된 2010년대 붐은 2차 한류로 분류된다. 3차 한류는 일본에서 5회 연속 앨범 판매량 25만 장을 넘긴 트와이스가 주도했다. 1∼3차 한류의 경우 콘텐츠 소비세대와 장르가 한정적이었다. 이에 비해 4차 한류에서는 세대는 더 확장됐고, 장르도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등으로 다각화됐다. 일각에서는 1980, 90년대 아시아 문화의 전진 기지로 기능한 일본의 역할을 한국이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한류를 이끈 겨울연가는 40대 이상 중년 여성이 중심이었다. 아이돌 위주의 2, 3차 한류에서는 1020세대 여성이 핵심 소비층이었다. 하지만 4차 한류부터 한국 콘텐츠는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서브 컬처가 아닌 전 세대가 즐기는 주류 콘텐츠로 부상했다.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1’위)과 ‘이태원 클라쓰’(2위)가 대표적이다. 일본 넷플릭스는 지난해 인기를 끈 콘텐츠를 분석한 리포트에서 국내 드라마 ‘스타트업’을 예로 들며 “한국 드라마는 러브 스토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타트업은 어려운 현실에도 절망하지 않고 인생을 개척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려 여성뿐 아니라 남성 팬도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문화계는 개별 콘텐츠나 아티스트를 넘어 한국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쌓이면서 한국의 성공 방정식을 배우려고 하는 것. 소니뮤직이 JYP와 손잡고 진행한 일본 걸그룹 선발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6월 훌루와 유튜브에 공개된 니지 프로젝트에서 박진영은 아이돌 지망생인 일본인 참가자들을 프로듀싱했다. 그는 최종 선발된 9인으로 ‘니쥬’를 만들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데뷔시켰다. K팝 아이돌을 육성하는 국내 매니지먼트사의 방식을 일본 연예계에 적용한 것이다. 니쥬의 데뷔 싱글 ‘Step and a step’은 일본 여성 아티스트 중 역대 2위의 앨범 판매액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규헌 상명대 한일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한국의 능력 있는 가수나 그룹이 중심이 돼 일본에서 활약했다면 이제는 이들을 만들어 낸 프로듀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니쥬 사례는 박진영으로 대표되는 한국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일본이 배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고품질 콘텐츠가 OTT 타고 한류 견인4차 한류를 가능케 한 건 일본에 비해 높아진 한국 콘텐츠의 완성도다. 내수시장이 작아 일찍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고 애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최경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조사연구팀장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내 창작자들은 국내외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민감성이 특히 높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자연스레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회당 제작비가 16억 원, 지난해 ‘더 킹: 영원의 군주’는 20억∼25억 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일본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2억∼3억 원 수준이다.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7월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히트 연발의 한류, 일본 콘텐츠가 이길 수 없는 이유’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골든타임 시간대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가 2000만∼3000만 엔(2억∼3억 원) 수준이며, 최고 수준 제작비는 5000만 엔 정도라고 보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지상파 3사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3억7000만 원이다. 일본의 현재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8년 전 국내 드라마 회당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국내에선 인기 배우와 실력 있는 감독, 작가들이 참여하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지향하다 보니 제작비가 올라간 측면이 있다. 서장호 CJ ENM 콘텐츠사업부 상무는 “일본은 아직 DVD 등의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고 유료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덜해 국내 소비자만 겨냥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반면 한국은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통 채널이 확대돼 고품질의 한국 콘텐츠를 일본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4차 한류의 견인차로 작용했다. 기존에는 한국 콘텐츠를 일본의 TV, 라디오 등 전통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경희 팀장은 “채널 다양화를 통해 일본에 소개되는 한국 콘텐츠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이를 즐기는 세대가 넓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만화 왕국’ 일본, 웹툰 톱10에 한국작품 1,3위 등 6개… “디지털 전환 늦었다” 자성 스마트폰 익숙 1020세대가 주도… 디지털 만화시장, 종이 앞질러“K웹툰이 새로운 시장 이끌어”… 현지 출판사들 뒤늦게 경쟁 가세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공유 사무실. 게이유(慶優) 씨가 펜에 잉크를 찍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전쟁고아의 일대기를 그린 일본 웹툰 ‘복수의 빨간선’의 만화가다. 이 작품은 원작자, 프로듀서 등 5명이 한 팀이 돼 만들고 있다. 제작 방식이 분업화됐다는 점은 한국 웹툰과 비슷하지만 그림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컴퓨터에 직접 그리지 않고 종이에 그린 뒤 이를 스캔해 디지털화한다. 게이유 작가는 만화가로 활동한 지 10년이 됐지만 웹툰 경력은 3년 남짓이다.○일본 디지털 세대 파고든 K웹툰게이유 작가의 작품은 한국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가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 연재되고 있다. 그는 “일본 젊은층이 휴대전화를 통해 웹툰을 즐겨 보는 것을 알고 뒤늦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만화 강국인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일본 출판업계 조사 연구기관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가 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만화 매출액(시장 규모)은 6126억 엔(약 6조2178억 원)으로 1978년 통계 조사 발표 이래 최대치다. 특히 전자책, 웹툰 등이 포함된 디지털 만화의 성장세는 종이 만화보다 가파르다. 지난해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3420억 엔(3조4724억 원)으로, 이미 종이 만화 시장(2706억 엔·2조7465억 원)을 압도했다.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한 만화 열독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의 만화업계는 이런 흐름에 한발 뒤처졌다. 일본 웹툰 플랫폼 ‘톱 2’인 네이버의 ‘라인망가’(이용자 수 612만 명)와 픽코마(452만 명) 모두 주체가 한국 업체다. 두 곳의 인기 순위 상위권에도 한국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픽코마의 6월 1일 종합 순위 10위 안에 ‘나 혼자만 레벨 업’(1위), ‘나는 마도왕이다’(3위) 등 한국 작품이 6개 있다. 일본의 웹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10, 20대다. 이들은 목적에 따라 특정 서적을 사고 이를 정독하는 종이 만화 독자와 경향이 다르다. 웹 서핑이나 인기 순위 위주로 만화를 고르고, 이동 중 짬을 내서 만화를 본다. 웹툰 프로듀서 스즈키 메구미(鈴木愛美) 씨는 “종이 만화 독자가 웹툰 시장으로 이동한 게 아니다. K웹툰에 의해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크롤 만화 시장’이 새로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세계 최대 만화 시장의 이례적인 근심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의 최종화(제23권) 단행본은 올해 상반기 일본 내에서만 498만 부가 팔렸다. 누적 판매량(1∼23권)이 1억5000만 부에 달하는 등 일본 내 종이 만화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K웹툰이 디지털 전환에 늦은 일본 만화업계의 틈새를 공략하면서 일본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나카노 하루유키(中野晴行) 교토세이카(京都精華)대 만화학부 객원교수는 “일본에서 디지털 만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5년 남짓”이라며 “책방-중개상-출판사로 대표되는 종이 만화 유통 고리가 굳건해 디지털 시장으로의 전환이 늦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좁은 공간에 모여 수작업을 하는 종이 만화 제작 체계에 대한 자성도 나오고 있다. 일본 대표 출판사인 슈에이샤(集英社)의 주간 만화 잡지는 지난해 4월 편집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와 휴간된 적이 있다. 이런 영향으로 슈에이샤가 순정만화 전문 웹툰 플랫폼 ‘망가 미’를 내놓는 등 기존 출판사들도 뒤늦게 웹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내 한국 웹툰 플랫폼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으며 “만화 강국인 일본의 세계시장 개척이 지체되고 있다. (K웹툰의) 세로 읽기 방식이 세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카노 교수는 “웹툰 최대 시장인 중국 등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현재 일본 웹툰은 한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노래 첫 소절 10초만 듣고 눈물 흘린 적 있으세요?” 5일 첫 방송을 앞둔 채널A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뮤지컬스타’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배우 최정원(52)의 목소리는 감상에 젖어 있었다.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적은 있었어도 3분짜리 노래의 도입부 10초만 듣고 눈물이 주룩주룩 난 건 처음이었다”며 “창피할 정도였지만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이 아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단다. 최정원은 “무대에 오른 소녀에게 온전히 빠져들었고 그 소녀의 이야기가 내 과거와 추억, 숨어 있는 아픔을 건드려 치유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스타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P)이 2015년부터 주최한 뮤지컬 오디션으로 채널A가 2019년부터 방영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928명이 지원했다. 최정원은 2019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심사위원을 맡았다. 1989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최정원은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제이미’ 등 숱한 히트작 무대에 섰다. 뮤지컬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지만 뮤지컬스타 참가자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 뮤지컬 ‘해밀턴’을 한국어로 개사해 부른 친구가 있었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번역했더라고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작하는 능력이 요즘 친구들의 강점인 것 같아요. 시카고의 ‘올 댓 재즈’를 부르더라도 최정원의 올 댓 재즈를 부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맞게 해석한 자기만의 올 댓 재즈를 부르죠.” 최정원과 더불어 뮤지컬스타 심사위원을 맡은 마이클 리(48), 민우혁(38)도 뮤지컬계에서 실력과 티켓파워를 검증받은 배우들이다. 이들은 뮤지컬 배우의 중요한 자질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모든 건 인성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인성도 춤, 노래, 연기처럼 연습이 필요하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최대한 남을 험담하지 않고…. 나이 들수록 ‘몸과 마음의 정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요. 이를 위해 루틴을 꼭 지켜요. 아침에 일어나 침대 위에서 30분간 스트레칭하고, 미지근한 물 1L를 천천히 마시죠.”(최정원) “배우는 극 중 수많은 상황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주어진 인물과 상황에 단숨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력이나 돌발 상황이 많은 무대 위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민우혁) “이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야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마이클 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에 한파가 불어닥친 지금, 이들은 뮤지컬스타를 통해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시즌에는 특별 심사위원이 출연해요. 최근 드라마 ‘빈센조’에도 출연한 뮤지컬 배우 출신 김형묵 씨가 특별 심사위원으로 왔을 때 자신이 드라마, 영화 오디션을 보며 들었던 얘기를 해줬는데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특별 게스트들이 선보이는 촌철살인의 평가도 관전 포인트예요.”(최정원) “참가자들이 수많은 작품의 주옥같은 넘버들을 시연할 예정이에요. 다양한 뮤지컬 장면들을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편안히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셨으면 좋겠어요.”(민우혁) 8회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20분에 방송하는 뮤지컬스타는 본선 1, 2라운드와 파이널 라운드를 거쳐 대상과 최우수상 각 1명, 우수상 2명 등 총 8명을 선발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서정적인 감성의 2차원(2D)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였던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지브리 역사상 최초로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지브리를 세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0)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54)이 제작한 ‘아야와 마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 소설 저자인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 ‘이어위그와 마녀’가 원작이다.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 찾기’가 요원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던 지브리는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10일 개봉하는 영화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거두는 ‘성 모어발트의 집’에 맡겨진 말괄량이 소녀 아야가 10세 되던 해 마법사 부부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만나고, 이들의 저택에서 함께 살면서 벨라를 돕는 조건으로 마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고로 감독은 아야와 마녀의 제작이 지브리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TV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지브리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와 함께 3D로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3D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스즈키 도시오 PD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해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스즈키 도시오는 지브리의 PD이자 대표이사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디즈니·픽사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3D가 주류가 된 지 오래지만 지브리는 한 장 한 장을 손으로 그리는 2D 방식의 제작을 고수해왔다. 3D는 2D에 비해 제작 효율이 높고,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해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3D와는 확연히 다른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그적 그림체와 캐릭터는 팬들의 지속적인 응원을 받았다. 고로 감독은 “지브리 내에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이 모두 있다. 지브리는 지속적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이다. 다만 2D를 버린다는 건 아니다. 하야오 감독은 현재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두 가지를 모두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와 마녀를 기획한 하야오 감독은 원작 소설인 이어위그와 마녀에 매료돼 6번이나 소설을 정독했다고 한다. 고로 감독 역시 원작 주인공 이어위그(영화 속 아야)의 당돌함이 맘에 들어 감독을 맡았다. 고로 감독은 “일본은 아이들이 적어지고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굉장히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마녀의 집에 가게 돼 어른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아야의 처지가 현재 일본의 어린이들이 마주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아야는 전형적인 유형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조종해 본인의 바람을 이루려 하는, 굉장히 힘이 있는 아이다. 실제로도 어린이들이 어른을 조종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 힘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첫 3D 애니메이션 도전은 지브리 스튜디오에 어떤 숙제를 남겼을까. 고로 감독은 “2D만 해왔기에 아야와 마녀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완성된 뒤 지브리 내 많은 분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했고 하야오 감독도 재미있다고 했다. 우리도 3D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 시스템 개선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가능성을 넓혀갈지가 숙제다. 2D든 3D든 지브리 작품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어느 쪽으로 가든 지브리의 정신은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공부를 하겠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거슬리는 게 너무 많다. 형광펜도 없고 연필깎이도 없다. 단어 세 개를 외우고 2분 만에 책을 덮은 홍진경(44)은 문구를 사야겠다며 집을 나선다. 문구는 물론이고 머리에 좋다는 견과류까지 산 그는 정기(精氣)를 받겠다며 서울대행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4부에 걸쳐 펼쳐진 ‘홍진경의 공부 준비’는 5월 말 현재 유튜브에서 총 480만 뷰를 기록했다. 공부 시작을 미루기 위해 갖은 핑계를 찾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2월 방송을 시작한 카카오TV 오리지널 웹 예능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델 출신 방송인 홍진경이 고교 시절 연예인 활동을 시작해 공부를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중등교육 수업을 받는 내용의 이 콘텐츠는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구독자가 69만 명에 달한다. 홍진경의 공부 준비를 시작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상진 아나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초청해 개그맨 남창희, 가수 MC그리와 함께 수업을 받는 과정을 담는다. 안 대표가 중학교 1학년 수학을 가르치는 콘텐츠는 조회 수가 255만 회를 넘겼다. 인기의 핵심 요인은 홍진경의 독특한 캐릭터에 있다. 기존 웹 예능에서 화제가 된 ‘네고왕’의 황광희, ‘와썹맨’의 박준형, ‘워크맨’의 장성규가 센 ‘말빨’과 높은 ‘텐션’을 앞세웠다면 홍진경은 웃기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툭툭 내뱉는 말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라엘(딸)이가 누구에게 도움은 못 될지언정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는 키우고 싶지 않다”며 딸에게 공부를 시키는 이유를 밝히는 진지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웃음과 진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온다. 출연진과의 ‘찰떡 호흡’도 인기를 견인한다. 홍진경과 남창희, MC그리가 일차방정식과 같은 간단한 중학교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답을 맞히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최근 딸 라엘도 등장하면서 친구 같은 모녀의 모습이 활력을 더한다. 라엘의 얼굴을 보고 폭소하며 “얘 얼굴이 웃기다”는 홍진경에게 라엘이 “엄마 얼굴이 더 웃겨”라고 응수하는 장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짤’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홍진경은 기존에 어리숙해 보이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 콘텐츠에서는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배움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딸의 삶을 위해 공부를 시키려는 보통 학부모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CJ ENM이 5년간 5조 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종합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CJ ENM의 콘텐츠 투자액보다 2000억 원 늘어난 8000억 원을 올해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매년 1조 원 수준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의 국내 진출로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CJ ENM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취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콘텐츠 제작 형태를 다변화해 CJ ENM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해 “세계인이 매년 두세 편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한두 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한두 편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한두 곡 한국 음악을 듣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CJ ENM의 향후 투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영역은 프랜차이즈 지식재산권(IP)이다. 프랜차이즈 IP는 ‘응답하라’ ‘슬기로운 생활’ ‘대탈출’ ‘신서유기’ 등 수년간 다수 시즌을 선보인 인기 IP나 드라마 영화 웹툰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IP를 말한다. 강 대표는 “스튜디오드래곤 설립을 통해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 시대를 열었듯 이를 영화, 예능, 애니메이션, 디지털 콘텐츠로까지 확장해 각 장르에 전문화된 스튜디오를 구축하겠다”며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 육성, 제작사 인수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멀티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프랜차이즈 IP를 앞세워 CJ ENM의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의 가입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2023년까지 국내 800만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내년부터는 해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이를 지속적인 구독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IP 확대에 힘쓸 것”이라며 “전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액의 50%를 프랜차이즈 IP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음악 부문에서도 영상 콘텐츠처럼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메가 IP를 만들 방침이다. 강 대표는 “‘슈퍼스타K’, ‘아이랜드’ 등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케이팝 메가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인터넷TV(IPTV) 업계와의 갈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CJ ENM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에게 전년 대비 약 25%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IPTV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플랫폼사가 IPTV사로부터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광고, 협찬과 같은 부가수익에서 찾아야 한다. 주 수입원이 늘 불안한 현재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가족과의 외식에서 테이블 위에 놓인 향긋한 와인 향을 맡지 못한다면. 지속되는 환각 탓에 모르는 이가 불쑥 나타날까 두려워 화장실 문고리조차 마음 편히 열지 못한다면. 분명 눈앞에 휴대전화가 있는데도 등 뒤에서 벨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희한한 일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의 일상은 환각과 환시, 환청, 환후로 점철돼 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걸 느끼는 증상과 같은 인지장애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증상을 겪은 저자의 병명은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뇌 신경세포에 단백질 덩어리인 레비소체가 쌓이면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일명 치매라고도 불린다. 저자는 기억력 저하, 시공간 인지 능력 저하, 언어력 감퇴 등 다양한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된 이 병을 50세에 진단받았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오렌지만 한 크기의 거미가 진짜인지, 귀에 들리는 멜로디가 실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지 등 자신의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실재하는지 의심해야 하는 고통을 담담히 기록했다. 자신이 맞닥뜨린 고통의 순간들을 저자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세상에서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다. 나 자신을, 내가 보는 세계를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병환이 심해진 그는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곤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도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는 처절한 자기혐오에 휩싸인다. 어느 날 그는 NHK 생활정보 프로그램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환자로서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저자는 실명을 공개하고 자신의 질병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나선다. 집필과 강연은 물론이고 인지저하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들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되기까지 각자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의 조인성, ‘강남1970’의 이민호와 김래원까지. 그간 선 굵은 남자 배우들과 주로 호흡을 맞춰온 유하 감독(58)은 26일 개봉한 여덟 번째 영화 ‘파이프라인’에서 색다른 선택을 했다. 그의 눈에 든 이는 서인국. ‘응답하라 1997’ ‘쇼핑왕 루이’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영화 출연작은 ‘노브레싱’(2013년)이 유일한 서인국에게 주연을 맡겼다. 서인국은 송유관 기름을 빼돌려 돈을 벌려는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제안을 받고 팀을 꾸려 도유 작전을 벌이는 천공기술자 핀돌이를 연기했다.》 26일 화상으로 만난 유 감독은 “미팅을 했을 때 기운을 확 주는 배우들이 있다. 서인국이 그랬다”고 입을 열었다. “서인국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얼굴은 아니다. 개구지게 생기지 않았나. 그런데 미팅을 하고 집에 와서도 서인국의 이미지가 머리에서 맴돌았다. 섹시한 악동과 아티스트가 결합된 느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렸다. 서인국이라는 배우를 스크린에 올렸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내게 준 가장 큰 자부심이다.” 유 감독답지 않은 선택은 캐스팅뿐만이 아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그는 파이프라인에서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케이퍼 무비(범죄자들의 강탈을 소재로 한 영화)에 처음 도전했다. 복수극 성격이 강했던 김경찬 작가의 시나리오 원안에 유 감독이 코믹한 요소를 가미했다. “도유가 최첨단 장비로 벌이는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원초적이고 무모하다. 외부에 소리가 새어나가면 안 되니 모두 잠들었을 때 호미 하나로 50∼60m 땅굴을 판다. 두더지의 몸부림 같지 않나. 도유 작전을 어떻게 펼치느냐 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비루한 인간들의 카니발을 블랙코미디스럽게 풀어보고 싶었다.” 도유꾼 6인의 리더인 핀돌이를 연기한 서인국도 시나리오에 담긴 코미디적 요소에 끌렸다고 했다. 25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아마추어들이 땅굴 속에 모여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고 했다. “땅굴 안에서 찌질한 6명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도 하면서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재밌었다. 핀돌이는 유일하게 천공 전문가인 프로 도유꾼이라는 점도 매력이었다. 범죄자지만 천공에서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자부심이 있고, 위기 상황에서 빠른 두뇌 회전으로 해결책을 찾아간다.” 유 감독은 서인국에게 어두운 캐릭터도 맡겨 보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서인국과 다른 영화로 미팅을 했는데 그때 역할은 마약중독자 형사였다. 어두운 역할도 어울릴 것 같았다. 서인국 콘서트를 갔는데 세 시간을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혼자 메우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더라. ‘원스’(2006년)처럼 음악이 가미된 영화도 해보고 싶다.”(유 감독) “감독님이 배우들 의견을 정말 잘 수용하시는데 어떨 때는 원하는 연출을 끝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신다. 영화 마지막에 핀돌이가 건우와 대립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굉장히 격앙되는데 당시 촬영에서 감독님이 ‘얼굴 표정만이 아니라 깊은 내면에서 감정을 끌어올려 표현해 보라’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가장 맘에 든다. 다음엔 유하 감독님의 멜로나 어두운 범죄물에도 출연하고 싶다.”(서인국)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화려한 볼거리 안에는 삶과 가족, 슬픔에 대해 다루고 나의 진짜 모습을 봐 주길 바라는, 누구나 가진 욕망이 들어있습니다.” 24일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 감독은 이렇게 작품을 설명했다. 비틀쥬스는 98억 년 동안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에 홀로 존재한 비틀쥬스가 자신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낀 유령친구를 만들려던 중 유령을 볼 수 있는 10대 소녀 리디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88년 제작된 팀 버턴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비틀쥬스는 2019년 4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한국에서는 CJ ENM과 세종문화회관 공동 주최로 6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처음 막을 올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비틀쥬스 역의 유준상과 정성화, 리디아 역의 홍나현과 장민제를 비롯해 디카를로 감독,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 코너 갤러거 안무감독이 참석했다. 디카를로 감독은 비틀쥬스에서 우선 눈여겨볼 점으로 화려한 무대를 꼽았다. 그는 “무대는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사건이 집 안에서 이뤄지는데 집은 또 하나의 캐릭터가 돼 인물이 변화하듯 물리적 변신을 거치며 자기만의 생명력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 조명, 영상 디자인이 매순간 교차하며 특수효과와 화약효과도 무대를 가득 채운다. 캐릭터들은 공중부양을 하고 손에 불이 붙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령들과 저택에 살면서 이곳으로 이사 오는 인간들을 내쫓는 유령 비틀쥬스의 다채로운 모습도 관전 포인트다. 비틀쥬스는 산 사람을 겁주는 데 능한, 짓궂고 악랄한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저택으로 이사 온 리디아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와 결혼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탐욕스러움도 지녔다. 정성화는 “다양한 코미디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비틀쥬스 역은 제가 한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을 찍는 캐릭터다. 비틀쥬스는 무례하고 유머러스하다. 때론 전략가 같기도 하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는 “현대 기술이 집약된 모험적인 뮤지컬을 하게 돼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유준상은 “삶과 죽음, 나의 존재, 외로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나이가 됐다. 대본을 보며 ‘이런 고민을 어떻게 이렇게 재밌고 독특하게 표현해냈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넘게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연습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나자 너무 힘들어 ‘왜 이 작품을 한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3주가 더 지나니 잘했다는 확신이 생겼다. 엄청나게 새로운 공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틴 음악,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영어식 코미디를 한국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입을 모았다. 쿠쿨 음악감독은 “작사, 작곡을 맡은 에디 퍼펙트의 가사는 위트가 넘치지만 복잡한 코미디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가사를 한국어로 옮겼을 때 한국 관객들이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제작진과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한국 관객들이 불편하거나 재미없게 느끼지 않도록 대사와 가사를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6월 18일∼8월 7일, 5만∼15만 원, 8세 이상 관람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은 평범함을 탐구한다. 누군가의 부모, 자녀, 친구로 존재할 법한 일상적인 캐릭터의 평범함 뒤에 숨은 고민과 시련, 성장을 그린다. 평범함 속 비범함을 포착하기 위해 디즈니·픽사스튜디오는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주목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소울’은 피트 닥터 감독이 자신과 성격이 전혀 다른 자녀를 보고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고민하다 만들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브랜다 채프먼 감독이 딸과 겪은 갈등과 화해를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깊은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자사 스토리텔링의 원칙을 작품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6월 개봉을 앞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51·사진)의 ‘루카’도 평범함 속 특별함에 주목한, 디즈니·픽사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카사로사 감독은 소심한 ‘아웃사이더’였던 유년 시절, 자신과는 정반대로 쾌활했던 친구 알베르토와 어울리면서 틀을 깨 나갔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2011년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카사로사 감독이 4년에 걸쳐 준비한 첫 장편 데뷔작이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물속에 살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바다괴물. 세상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겁 많은 루카는 용감하고 도전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수면 위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배경도 실제 카사로사 감독이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해안 지역 리비에라다. 21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간담회를 가진 카사로사 감독은 친구와의 추억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열두 살에 베스트 프렌드 알베르토를 만났다. 나는 수줍고 내향적인 아이였는데 알베르토는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안주하는 내 삶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줬다. 자아를 찾는 데 있어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알베르토와 마음껏 했다. 제노바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재밌게 놀고 때론 위험한 일을 감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 제작에 영감을 준 감독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을 만든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들었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다는 그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의 눈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경의에 차 있다. 숨어서 세상을 빠끔히 바라보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눈이 너무나 좋았다”며 “그걸 표현해 내는 데 있어 처음으로 물 밖으로 나가는 바다괴물이 완벽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과 함께 관객도 경의에 차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괴물과 인간의 모습을 오가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이유에 대해 카사로사 감독은 “어렸을 때 주변과 섞이지 못했다. 알베르토와는 마음이 잘 맞아 친했지만 저희 둘 다 아웃사이더였다. 꼭 지켜야 하는 비밀을 가진 바다괴물이 10대 초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두 주인공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머리 모양부터 피부색까지 변하는 모습을 구현하는 데에는 위장하는 동물들을 참고했다. 카사로사 감독은 “캐릭터들이 변하는 장면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과 질감까지 바꾸는 문어 등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오르페오의 아리아 ‘에우리디체를 잃었네’의 멜로디는 구슬프다. 이 곡의 모티브가 된 신화 내용을 알면 구슬픔은 한층 깊어진다. 오르페우스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체에게 반해 결혼하지만 목동의 공격으로 아내를 잃는다. 그녀를 되살리려고 저승으로 향한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하데스를 감동시킨다. 저승을 벗어나기 전까지 아내를 보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를 돌려받지만, 조바심으로 돌아본 탓에 에우리디체를 영영 잃는다. 클래식 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운영하는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클래식 음악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응축하고 있어 문학, 미술, 영화 등 수많은 콘텐츠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지금껏 신화를 바탕으로 한 클래식을 소개한 책은 드물었다. 이 책은 이름 정도만 알려진 신화 속 여러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들과 연관된 클래식 음악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에게 입문서로 제격인 책이다. 클래식의 형식이나 구조를 머리 아프게 따지기보다 음악의 배경에 깔린 이야기를 통해 감상적 접근이 가능하다. 금기의 욕망을 운명으로 타고난 오이디푸스,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화살을 쏘는 에로스 등 신화 속 인물 이야기가 어떻게 음악으로 재탄생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책에는 온라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첨부됐다. 신화를 음미하면서 들으면 감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방탄소년단(BTS)이 아시아 그룹 중 처음으로 미국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의 표지모델(사진)에 선정됐다. 롤링스톤은 13일(현지 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BTS가 6월호 표지모델이 된다. 이들의 경계를 허무는 세계적 성공과 음악적 진화를 다룬다”고 알리고 자사(自社) 홈페이지에 BTS와의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전원이 아시아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이 잡지의 표지모델에 선정된 건 1967년 창간 이후 처음이다. 롤링스톤은 ‘BTS의 대성공(Triumph): 7명의 젊은 슈퍼스타는 어떻게 음악산업의 규칙을 다시 쓰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가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BTS의 결성 과정과 작업 방식 등을 다뤘다. 리더 RM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것과 우리 존재가 현재와 같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시대를 살아갈 희망을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밤샘 작업으로 쏟아지는 졸음을 찬물로 씻어내려고 화장실에 온 여성. 혼자뿐인데 어디선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조심스레 샤워실 문을 열자 김이 서린 거울에 누군가 손가락으로 쓴 글씨가 적혀 있다. ‘고개 들지 마.’ 공포물 주인공은 하지 말라면 더 한다. 화면을 꽉 채운 여성의 떨리는 동공이 서서히 위를 향하고, 그의 눈을 따라 관객의 시선도 천장에 가닿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귀신이 그를 덮친다. 10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세로형 쇼트폼(재생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짧은 형태) 콘텐츠 9편을 틱톡에 공개했다. 산학협력 프로젝트 ‘세로 시네마 쇼케이스’의 결과물이다. 이 중 ‘고개 들지 마’는 주인공 홀로 남겨진 건물에 귀신이 나타나는 이야기로, 세로형 동영상의 강점을 살렸다. 위를 올려다보면 안 된다는 압박, 그럼에도 천장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카메라 앵글이 따라간다. 수직 구도는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한 이승무 한예종 교수(58·영화감독·사진)를 10일 화상으로 만났다. 콘텐츠 업계는 세로형 영상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해 ‘페이스아이디’ ‘톡이나 할까’ 등의 예능을 세로형 영상으로 선보였다. 애플은 아이폰11 프로 출시 홍보를 위해 세로형 영화 ‘스턴트 더블’을 제작했다. 세로형 영상의 강점은 인물 중심의 서사에 용이하다는 것. 이 교수는 “가로형 영상은 공간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라며 “세로형은 낭비되는 공간 없이 한 사람만 앵글에 담아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칭 서사를 선호하는 젊은층의 성향에도 잘 맞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영상 9편도 한두 명만 화면에 담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화면에 꽉 찬 인물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노라면 이들과 직접 마주한 느낌마저 든다. 쇼트폼 콘텐츠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웹드라마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이 15분 내외의 영상을 선보인 5년 전만 해도 쇼트폼은 저예산으로 제작하는 심심풀이용 오락물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시리즈물이나 시청자가 주인공의 행동을 선택해 결말을 달리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13회로 구성된 시리즈물 한 편과 인터랙티브물 두 편을 올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1, 2분짜리 수십, 수백 편이 모여 120분짜리 영화 분량의 서사를 보여주는 시리즈물 제작이 가능하다”며 “다만 초단편에 기승전결을 모두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물은 쇼트폼 콘텐츠가 특히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그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처럼 긴 영상에 인터랙티브를 적용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쇼트폼은 수천 가지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말했다. 모바일이 대세인 만큼 이에 잘 맞는 쇼트폼 콘텐츠가 더 유리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예컨대 ‘클래식의 최대 적은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자란 세대가 2시간 내내 클래식 공연이나 영화를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 콘텐츠는 짧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들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미국 영화 시상식의 양대 산맥에는 인종 및 성 차별 논란이 따라다녔다. 회원 구성과 시상 내용이 백인 남성 위주인 탓이었다.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다. HFPA는 변화를 거부했고 AMPAS는 개혁을 택했다. 그 결과 골든글로브는 최근 할리우드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미국 NBC 방송은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했고, 톰 크루즈 등 배우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반면 아카데미는 “변화의 첫발은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가 골든글로브와 다른 길을 간 건 ‘매를 먼저 맞은’ 덕이 크다. AMPAS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때는 2015년. 배우 후보 전원이 백인인 것을 두고 흑인 여성 변호사 에이프릴 레인이 트위터에 ‘#OscarsSoWhite’를 올린 게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에도 후보 전원이 백인이자 ‘#OscarsSoWhite’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시 번졌고, 배우 윌 스미스 등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는 회원 수와 역사적 측면에서 골든글로브보다 높은 권위를 갖기에 영화인들이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감독, 배우, 제작자 등으로 구성되는 아카데미 회원은 전 세계에서 1만 명이 넘는다. 비판의 화살이 아카데미에 집중되는 동안 골든글로브는 한발 비켜나 있었다. 올해 2월에 87명의 HFPA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LA타임스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 감독, PD, 배우들은 ‘#TimesUpGlobes’를 공유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대응 방식도 달랐다. AMPAS는 2016년 “여성과 유색 인종 회원을 2020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비율은 2016년 24%(1446명)에서 지난해 32%(3179명)로, 같은 기간 유색 인종 비율은 9%(554명)에서 16%(1787명)로 늘었다. 지난해 가입한 68개국 출신 819명의 신규 회원 중 45%가 여성, 36%가 소수 인종 및 민족이었다. 2017년 흑인 인권을 다룬 ‘문라이트’, 2020년 외국어 영화 ‘기생충’에 작품상을 주며 변화도 꾀했다. 골든글로브는 논란이 불거진 올해 2월 “회원 수를 18개월 안에 두 배로 늘리고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발표만 했다. NBC가 중계를 거부한 이유도 “규정 변경을 위한 이사회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이 없어서”였다. 수상 기준 재정비 여부도 운명을 갈랐다. 지난해 9월 아카데미는 “2022년부터 작품상 후보 선정 기준 중 하나로 다양성을 넣겠다”고 밝혔다. 주연 또는 핵심 조연 역할에 최소 1명의 유색 인종 또는 소수 민족이 들어가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공개했다. 이와 달리 골든글로브는 비(非)영어 대사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다는 구시대적 기준을 고수했다. 할리우드는 아카데미에 대해 “기울어진 영화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골든글로브에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골든글로브가 뼈를 깎는 쇄신을 이룰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믿고 보는 ○○’이라는 표현이 남용되지만 이 경우엔 영화 팬들이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표 좀비 영화’다. 장편 데뷔작 ‘새벽의 저주’(2004년)로 스나이더 감독(55)은 좀비물에 있어서만큼은 ‘믿고 보는 감독’이 됐다. 기존 좀비들이 느릿느릿 기어 다녔던 것과 달리 그는 새벽의 저주에서 달리는 좀비를 등장시키며 300억 원의 제작비로 18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남겼다. ‘저스티스 리그’(2017년), ‘300’(2007년) 등 블록버스터에서도 성공한 그가 2019년 넷플릭스와 손잡고 좀비가 등장하는 ‘하이스트 무비’(범죄자들의 강탈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이 영화를 믿고 볼 준비가 돼 있었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스나이더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콘텐츠 업계 ‘큰손’ 넷플릭스가 투자한 만큼 규모부터 다르다. 포브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 영화에 90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들였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제작한 샬리즈 세런 주연의 액션 영화 ‘올드 가드’(7000만 달러),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의 액션 영화 ‘익스트랙션’(6500만 달러)을 넘어선다. 넷플릭스 공개에 일주일 앞서 미국 600여 개 극장에서 상영하는 데 대해 “극장 상영을 해야 후보로 선정되는 아카데미상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외신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시상식 수상을 노릴 만큼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영화는 좀비들이 점령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금고에 숨겨진 돈을 노리고 용병들이 잠입하는 이야기다. 6일 아시아태평양지역 언론과 간담회를 가진 스나이더 감독은 2006년부터 제작 이야기가 오갔던 영화가 15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새벽의 저주를 마무리한 뒤 바로 각본을 썼다. 워너브러더스와 손잡으려 했지만 투자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한참 뒤 넷플릭스와의 미팅에서 영화 줄거리를 설명했는데 ‘정말 놀랍다.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좀비들의 차별점은 규율과 계급을 따를 정도로 진화됐다는 것.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를 지배하는 왕 제우스, 여왕 아테나, 여왕을 경호하는 장군이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좀비로, 이들은 늑대나 호랑이처럼 떼로 움직인다. 다만 세상을 점령하겠다는 야심을 품지 않고 집단의 속성에 더 집중한다”고 했다. 용병과 좀비의 결투만큼이나 인물의 감정도 세밀하게 그린다. 주인공 스콧(데이브 바티스타)과 딸 케이트(엘라 퍼넬)의 서사는 영화의 중심축이다. 감정의 골이 깊었던 둘은 목숨을 건 작전을 펼치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부녀 관계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입을 연 그는 “나와 아이들 간 관계가 각본을 쓰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은 나에게 누구보다 큰 아픔을 줄 수 있지만 그만큼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점을 영화에 녹이려 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감독은 딸이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을 겪었다. 넷플릭스는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담은 프리퀄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선보이며 세계관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나이더 감독은 “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가 연기한 금고털이범 루트비히 디터의 전사를 담은 프리퀄을 촬영하고 있다. 디터가 금고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된 과정을 다룬다”며 “새벽의 저주는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했지만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세계관을 구축했기에 관객들이 새로운 좀비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tvN 드라마 ‘빈센조’의 주연 배우 송중기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간접광고(PPL) 논란으로 실망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며 사과했다. 빈센조가 중국 브랜드 ‘쯔하이궈’의 인스턴트 비빔밥을 먹는 장면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쏟아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올 1월 tvN ‘여신강림’에서도 버스정류장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징둥닷컴’ 광고가 걸려 논란을 빚었다. 연이은 PPL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방송업계도 속사정이 있다. 드라마 제작비가 매년 치솟아 광고와 협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2018년 ‘미스터 션샤인’의 회당 제작비는 약 16억 원, ‘더 킹: 영원의 군주’ 회당 제작비는 20억∼2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의 회당 제작비는 30억 원으로 알려졌다. CJ ENM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제작비 부담이 가중됐다”며 “예를 들어 한 장소에서 촬영되는 장면을 예전에는 한 번에 몰아서 찍었지만 이제는 수일에 걸쳐 찍어야 해 인건비 등이 배로 든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장소 대여비와 인건비 등을 합쳐 제작비가 매해 30%씩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가 거액을 투자하니 그나마 숨구멍이 트이는 것”이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본이 아니었다면 방송사, 드라마 제작사는 진즉 망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PPL에만 의존하는 방송사의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방송사가 인터넷TV(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플랫폼 업체에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대가로 받는 재송신료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2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지상파 방송사 매출 중 플랫폼 업체로부터 지급받는 방송 수신료 및 재송신료 비중은 30.2%에 불과했다.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플랫폼 업체로부터 지급받는 프로그램 사용료 비중도 전체 매출의 24.6%에 그쳤다. 일반 PP는 지상파, 홈쇼핑 PP를 제외한 나머지 PP를 말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IPTV가 버는 기본 채널 수신료 중 방송사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20%대에 불과하다. 이들이 수익을 더 많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PTV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마케팅이나 기술 개발을 통해 가입자를 늘려 광고 수익원 확대에 기여하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PPL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해외 리메이크나 게임 등 ‘슈퍼 지식재산권(IP)’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높은 캐스팅 비용 등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슈퍼 IP 발굴에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에 제작비를 100% 지급하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늘 수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글로벌 OTT의 하청 기지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