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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삼광글라스 유리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숨이 턱 막혔다. 공장 벽에 붙은 온도계는 5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규사, 석회석, 파유리(재활용하는 파쇄유리) 등을 녹여 유리물로 만드는 유리 용해로가 항상 1580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해로에서 나온 불덩이 같은 유리물이 마치 떡이 잘리듯 끊어져 금형에 들어갔다. ‘훅’ 하고 공기가 주입되자 유리물은 시뻘건 열을 내뿜으며 유리병 형태로 만들어졌다. 생산라인에 따라 오비맥주 ‘카스’, 광동제약 ‘비타500’, 동아제약 ‘박카스’용 병이 쏟아져 나왔다. 삼광글라스는 가정용 유리용기인 ‘글라스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 2852억 원 가운데 64%인 1850억 원은 주류회사, 제약회사, 식음료회사에 유리병 및 캔을 공급해 올렸다. ○ 명절에도 못 쉬는 유리공장 삼광글라스 공장은 올해 6월부터 현재까지 맥주병과 음료수 병을 하루 평균 200만 개씩 만들고 있다. 다양한 수요에 맞춰 음료업계가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다 보니 유리병과 캔을 만드는 공장도 쉴 틈이 없다. 오성근 삼광글라스 품질관리1팀 부장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유리공장의 핵심은 유리 용해로다. 용해로 주변이 50도에 가까워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번 점화하면 꺼뜨리지 않고 8년에서 10년 가까이 가동한다. 다시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억 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유리회사 직원들은 조상이 없다는 말이 있다”며 “명절에도 용해로 곁을 지켜야 하는 ‘유리인’의 애환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병마다 사연이 있어 맥주병은 통상 갈색으로 만든다. 갈색 빛이 자외선을 잘 차단하기 때문이다. 김상영 삼광글라스 천안공장 공장장(상무)은 “맥주병은 평균 3∼5mm 두께로 소주병(2∼3mm)보다 두껍다”며 “탄산의 압력을 견디고 병을 다시 사용하기 쉽게 강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프리 등 일부 맥주병이 투명한 것은 ‘헥사호프’라는 특수 호프를 맥주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헥사호프는 자외선을 받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소주는 국내 브랜드 모두 규격화된 병을 만들어 쓴다. 병을 세척해 재사용하거나 파유리를 용해로에 넣어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공장 용지에는 ‘유리병의 무덤’이라 부를 만한 파유리 재처리장이 있다. 잘게 조각난 갈색, 녹색, 투명 유리가 평균 1000t가량씩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김 상무는 “용해로에 파유리를 넣는 양이 많아질수록 유리를 녹이는 데 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만큼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먹고 버린 빈 병 중 상태가 좋은 것은 음료 및 주류업체가 수거해 깨끗하게 세척한 후 재사용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병은 회수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용해로에 넣으면 유리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오 부장은 “이따금 결혼식장에 보이는 콜라나 사이다 병 테두리가 희뿌연 것은 재사용 횟수가 많은 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그렇더라도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식당에서 볼 수 있는 투명한 맥주잔과 소주잔은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 잔은 특유의 손맛과 촉감으로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높아 해외 근무 주재원들로부터 ‘잔을 구할 수 없느냐’는 연락이 올 정도다. 김인규 삼광글라스 관리팀 부장은 “주류업체들이 주로 판촉용으로 만드는 이 잔은 3, 4년 전부터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캔의 날렵함 이날 오후 캔 공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최근 야심 차게 출시한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담을 캔이 생산되고 있었다. 캔 제품은 아직 시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열차의 엔진을 돌리는 듯 ‘쿵쾅쿵쾅’ 하는 강한 소리가 들렸다. 알루미늄 코일을 캔의 초기 단계인 컵 형태로 만들어주는 이 기계는 1분에 150회를 찍어내는 ‘커핑머신(cupping machine)’이었다. 돌돌 말린 10t 알루미늄 코일이 천천히 풀려나며 커핑머신을 지나자 3cm 높이의 뚜껑이 없는 컵 형태로 성형됐다. 추가 공정을 거쳐 제 모습을 갖춘 캔은 세척, 고온 건조, 인쇄, 불량 검수 절차를 거쳐 완성됐다. 빈 맥주 캔 하나는 무게 11g, 뚜껑을 포함하면 15g이 된다. 한종훈 품질관리2팀 부장은 “캔의 성수기는 6∼9월로 하이트, 드라이피니시d, 맥스, 일본 수출용 맥주 캔 등 총 6000만 개를 매달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캔을 만드는 소재로는 알루미늄이 널리 이용된다. 2000년대 초반 포스코가 스틸 캔용 소재인 석도강판을 선보였지만 국내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2007년 석도강판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김 공장장은 “철이 맥주 성분에 배어들면 맛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소비자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 병과 캔도 족보가 있어 병과 캔에는 생산업체의 자취가 있다. 음료나 주류 업체가 병 제조업체 2, 3곳에서 물량을 공급받는 만큼 어느 회사에서 만든 캔이나 병인지 식별하기 위해서다. 병에는 회사 이니셜과 숫자가 새겨져 있다. 삼광 제품은 ‘s’ 또는 ‘sk’라고 적고, 다른 제병업체인 테크팩솔루션과 금비는 각각 ‘t’와 ‘k’로 적는다. 이니셜 옆에 있는 숫자는 공장 위치를 뜻한다. 캔에는 옆면 아래쪽에 이니셜 대신 자사 기업이미지(CI)를 표기한다. 병은 금형을 떠서 생산하다 보니 이니셜로 간편하게 표기하지만 캔은 인쇄 방식이기 때문에 CI를 넣을 수 있다.천안=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4일 오후 부산 신항 한진해운 전용 터미널.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트럭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69만 m²(약 21만 평) 규모인 부두에 들어서자 4만여 개의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촘촘히 쌓인 모습은 마치 잘 만들어진 ‘요새’를 연상시켰다. 항만으로 고개를 돌리자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거나 선박에 있던 컨테이너를 내리는 크레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전용 터미널에서 2011년에는 216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 지난해에는 243만 TEU를 처리했는데 올해는 250만 TEU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 신호탄인가 업계 3, 4위였던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이 좌초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해운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4분기(10∼12월)부터 벌크선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훈풍은 미래 시점에 하루 동안 배를 빌리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가늠할 수 있는 선물운임(FFA)에서 엿볼 수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루 1만3000∼1만4000달러대인 케이프사이즈급(화물 적재량 18만 t급) 벌크선 FFA의 9월 예약 시세는 하루 1만8000∼1만9000달러대로 뛰었다. 4분기 평균 거래 시세는 2만750달러다. 이와 함께 실제 거래가 체결된 하루 평균 용선 비용도 지난달 1만325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718달러) 대비 131% 상승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브라질과 호주 등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철광석 물량이 늘면서 벌크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FFA와 현물 시장 모두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하반기(7∼12월)에는 교역 여건이 점차 개선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임 인상과 성수기 할증료 부과도 실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해운업계는 전통적 성수기인 3, 4분기를 맞아 운임을 인상하고 있다. 세계 해운사가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컨테이너 운임을 올리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세계 2위인 스위스 MSC도 최근 운임을 올렸다. ○ 조선 경기도 회복세 조선업은 회복세가 더욱 뚜렷하다. 국제 해운·조선시장 분석기관인 클락슨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1∼7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910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822척) 약 11% 늘었다. 표준화물선 환산톤(CGT)을 기준으로 하면 1431만 CGT에서 2105만 CGT로 47%가량 증가했다. 국내 조선업체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1∼7월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216척(748만CG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척, 498만 CGT)보다 42.1%(CGT 기준 50.2%) 늘었다. 선박 가격도 올랐다. 4800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1척당 가격이 6월 말 4600만 달러에서 이달 초 4750만 달러로 높아졌다. 선박 가격은 선박 제작 능력 이상으로 발주가 몰릴 때 오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선박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해운회사들이 발주 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운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있는 데다 변수가 많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재무부와 국가세무총국이 국제수송 운임에 이례적으로 6%대의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부과하는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정부가 영구채 발행 지원과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장관석 기자·강홍구 기자 jks@donga.com}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시장 수요와 기업 환경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적응한 기업을 거론할 때 두산그룹을 빼놓을 수는 없다. 두산그룹은 연이어 거듭된 위기를 변화이자 기회로 변화시켜 왔다. 그 뚝심의 근원은 어디일까. 1998년 3조4000억 원에 불과했던 두산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25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1998년 당시 그룹 매출의 12%에 불과했던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63%로 크게 늘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두산의 인재경영은 2G(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로 대표된다. 즉 사람과 사업의 성장이다. ‘사람’의 성장이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사업의 성장이 다시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재가 결국 회사를 키우는 핵심이라는 뜻이다. 두산의 인재사랑은 ‘최고경영자(CEO) 회사설명회’에서 가감 없이 드러난다. 수년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CEO와 임직원들이 대학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회사 가치를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CEO 회사설명회’를 열고 그룹 최고위층이 직접 대학 채용설명회에 참석해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부터 최고위 경영층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서류전형에서 학점, 영어성적, 봉사활동으로 통칭되는 ‘스펙’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보다는 두산의 인재상과 역량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만큼 임직원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신입사원은 먼저 그룹 연수원에서 두산인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기본적인 업무 시스템을 2주간 교육받는다. 이때 현장 체험, 멘토링, 봉사활동 등 계열사별로 차별화된 교육을 받는다. 두산중공업은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기초업무교육, 회계교육, 해외 현장 체험 등 이른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1년간 운영한다. 두산인프라코어도 부서별 순환근무와 생산현장 체험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산은 구성원 역량을 극대화하는 임직원 교육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재무 교육프로그램으로 우수 재무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GCT(Global CFO Training)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20일 이상의 해외 현지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주요 교육은 영어로 진행된다. 재무소양 교육, 다문화 수용 교육, 외국어 교육 등이 진행된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사내 경영학석사(MB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인재 확보’라는 기업의 고민과 자기계발을 원하는 직원에게 하나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사내 MBA는 회사 상황에 따라 커리큘럼, 교육기간, 운영방식을 조율할 수 있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내 MBA 프로그램은 기타 교육프로그램과 달리 직급별로 세분돼 있다. △사원에서 대리급을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MBA’ △대리에서 과장을 대상으로 하는 ‘탤런트MBA’ △차장부터 부장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C-MBA(Core MBA)’ △중역 대상 ‘E-MBA(Executive MBA)’ 등이 대표적이다. 두산 관계자는 “직급과 연차에서 필요로 하는 경영지식을 습득하고, 실무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기간은 최소 4개월에서 최대 1년이다. 특히 C-MBA 교육생들은 해외연수로 2주간 뉴욕주립대에서 기술과 조직에 대한 세 가지 과정을 수강한다. 글로벌 문화체험과 더불어 경영마인드 함양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두산은 입사지원서에 학점 기입란이 없는 게 특징이다. 두산 관계자는 “건강하고 맑은 정신을 가진 많은 청년이 지원해주길 바란다. 두산은 인재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라며 “인재야말로 두산의 성장과 기업 가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 내 사무실. 한쪽에는 카페테리아처럼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다른 한쪽의 넓은 공간에는 칸막이 없는 빈 책상 몇 개가 옹기종기 있었다. 책상이나 테이블 어디에도 서류뭉치, 서랍, 개인 소지품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모든 사무실에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든 임직원은 자신의 자리가 없기 때문에 개인사물함에서 노트북과 필요한 서류를 챙긴 뒤 근무할 자리를 스스로 선택해 앉는다.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보안이 필요한 경우는 외부와 차단된 ‘집중업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공간에 주목한 기업 창의적 업무 공간을 만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키워드는 ‘오픈 오피스’, ‘협업 공간 확대’, ‘맞춤형 공간 구성’이다. 포스코는 2011년 도입한 변동좌석제를 확대하고 있다. 개인 사무공간을 줄이면서 확보한 공간은 작은 회의실, 라운지, 카페테리아, 도서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9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4층에 ‘포레카’(포스코+유레카)라는 공간도 마련했다. 미니당구대, 게임기, 커피전문점 등을 갖춘 이곳은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을 위해 만든 놀이터이자 회의실이다. 때론 개인 사무실 역할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네이버 본사는 각 층마다 ‘하이브’(벌집)라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 특성상 기획 디자인 개발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할 공간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기업 공간 배치를 연구하는 ‘SPX(Space Experience)팀’까지 운영하고 있다.○ 공간으로 기업문화를 표현 기업들이 공간 혁신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유한킴벌리가 최근 직원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변동좌석제 등 업무 공간을 혁신한 후 이전보다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77%였다. 다른 본부나 팀과의 협업이 늘어났다는 응답도 79%나 됐다. 김주영 유한킴벌리 인사기획팀 차장은 “임원과 한 공간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의견을 구할 수 있어 의사결정이 빨라졌다”며 “탁 트인 공간에서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일하다 보니 다른 팀의 협조나 조언을 구하기도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무 공간 변화는 기업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사무용가구 전문업체 퍼시스의 박정희 사무환경연구팀장은 “기업문화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물리적 환경인 업무 공간은 눈에 보인다”며 “업무 공간은 기업문화를 구성원들에게 표현하는 보디랭귀지”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업무 공간 특성이 기업문화에 영향을 준 대표적 사례다.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국제화물청사 3층에 본사 직원 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로로 100m 정도 되는 ‘한 일(一)’자 형태의 사무실에 운항본부와 경영본부 영업본부 등을 나란히 배치했다. 한가운데는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들었다. 양성진 제주항공 상무는 “항공사 조직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지상에서 근무하는 직원 간 소통이 힘들다는 것”이라며 “제주항공은 한 층에 모든 구성원이 모여 있고, 자연스럽게 라운지에서 어울리다 보니 소통문화가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간 컨설팅 업체 이트너스의 박세정 연구소장은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공간을 바꾸면 훨씬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사무실도 구글-페이스북처럼” 업무 공간 혁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사무환경 컨설팅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퍼시스의 경우 올해 1∼8월 컨설팅 의뢰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늘어났다. 퍼시스 관계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방 혁신도시의 신사옥으로 내려가는 공기업이나 서울 마포구 상암DMC에 입주할 민간기업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박진우·장관석 기자 pjw@donga.com}
두산중공업은 칠레에서 해수담수화 플랜트 설비를 1억300만 달러(약 1143억3000만 원)에 수주했다고 25일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중남미에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 해안에 세워지는 이 플랜트는 2016년 하루에 55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22만 t 규모의 담수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두산중공업은 역삼투압(RO) 방식을 이용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착공, 기자재 공급, 시운전을 맡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안토파가스타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공업용수를 길이 180km 파이프를 통해 해발 3000m에 있는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에스콘디다 광산까지 공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건설할 플랜트는 바닷물에 압력을 가해 반투막을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역삼투압 방식이 적용된다. 역삼투압 방식을 이용한 담수플랜트는 중동과 미국, 유럽, 중국, 인도,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윤석원 두산중공업 Water BG(비즈니스그룹)장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두산중공업의 기술과 수주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산업용 담수화 설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GS그룹은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게 조직에 활력을 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있다. 임직원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을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여가고 있다. ‘일하고 싶은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을 추구하는 GS칼텍스의 가족 친화 경영은 새 식구인 신입사원을 맞을 때부터 시작된다. GS칼텍스는 2005년부터 신입사원의 부모에게 축하 편지와 꽃다발을 보낸다. 훌륭한 인재를 길러 회사에 보내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GS칼텍스 교육 프로그램은 계층별 리더십 교육, 역량개발 교육, 우수인재 육성, 자기계발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또 매년 우수인재를 선발해 해외 유명 대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파견하고 있다. 어린이 자녀를 둔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인근에 ‘지예슬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지예슬’은 사내 공모를 통해 채택된 이름으로 ‘지혜롭고 예쁘고 슬기롭게 자라나는’의 준말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일반 주택을 전면 리모델링한 곳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효도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효도수당이란 만 65세 이상의 부모(시부모와 장인 장모 포함) 중 1명 이상을 부양하는 기혼 직원에게 매달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부모님을 부양하고 있거나 향후 부양할 계획이 있는 직원들의 금전적 부담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담까지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도입한 제도”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인 GS샵도 임직원들이 즐겁고 창의적인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다양한 복지 제도와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GS샵은 ‘예술, 감성, 창의’를 주제로 전 임직원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는 이색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와인 만들기, 미술 세러피, 초상화 그리기, 심리학 특강, 손 글씨 배우기, 캐리커처 그리기,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GS그룹의 에너지 관련 계열사인 GS EPS는 직원 간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는 ‘1박 2일 소통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1박 2일 소통캠프’는 소속, 직급 구분 없이 직원들이 자유롭게 팀을 만들어 각지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목적지와 활동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GS EPS 관계자는 “여행으로 추억을 쌓으면서 팀 간 소통에도 도움이 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포스코가 몽골 기업과 손잡고 청정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포스코는 몽골 최대 민간기업인 MCS와 함께 2018년까지 청정 석탄액화(CTL·Coal to Liquid) 플랜트를 건립하기로 하고 몽골 정부와 사업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석탄액화 사업이란 저급 석탄을 촉매 반응을 일으켜 열분해해 합성천연가스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몽골의 풍부한 저급 석탄을 활용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이뤄진 합성 가스를 제조하면서 공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탄을 청정연료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MCS와 공동으로 사업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캐나다의 석탄액화 플랜트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인 해치에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해 사업이 유망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MCS와 50 대 50 지분으로 합작법인 ‘바가누르 에너지’를 설립했다. 플랜트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130여 km 떨어진 석탄 산지인 바가누르에 세워진다. 포스코는 이 플랜트에서 연간 디메틸에테르 10만 t, 디젤 45만 t 을 각각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디메틸에테르는 석탄을 열분해해 만든 합성가스에서 추출한 화합물로 액화석유가스(LPG)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분진 발생이 적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8·왼쪽)이 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베트남 정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쩐쫑또안 주한 베트남대사(오른쪽)는 2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을 방문해 박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쩐 대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베트남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투자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것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는 앞으로도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힘쓰고 양국 간 우호 증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화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1993년 국적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호찌민에 취항해 양국 교류 증진의 물꼬를 텄다. 금호건설은 금호아시아나플라자(2009년 준공)와 타임스퀘어(2012년 준공) 등 호찌민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세웠다.}

“한국 회사 최초로 해외 공항에 진출해 항공 조업 및 정비와 관련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공개(IPO) 작업도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국내 항공기 지상 조업 전문회사인 샤프 에비에이션케이의 백순석 사장(59·사진)은 1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의 향후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상 조업이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필요한 터미널 수속, 기내 청소, 항공기 견인, 급유, 기내식 탑재 작업 등을 말한다. 샤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형 항공사 계열의 조업사인 ‘한국공항’이나 ‘아시아나에어포트’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큰형’ 격인 항공사가 없는 순수 조업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묵히 내실 쌓기에 주력한 덕분에 급유, 터미널 수속 업무 전반은 물론이고 항공기 정비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영국항공, 아메리카에어라인, 에티오피아항공, 피치항공 등 12개 항공사의 조업 계약을 따냈다. 매출이 2010년 324억 원에서 지난해 456억 원으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는 매출 5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샤프는 백 사장의 부친인 백종근 회장(85)이 1964년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의 항공권 판매 총대리점을 열면서 출발했다. 1983년 입사한 백 사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항공사의 부침을 목격했다. 그는 “대리점 업무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었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라며 “항공사는 망해도 항공기는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해답도 항공기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샤프는 2002년 세계적 항공조업사인 멘지스가 한국 진출 1년 만에 철수할 때 면허를 인수했다. 멘지스가 조업에 필요한 기본 시설이 턱없이 열악했던 한국의 공항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바뀐 건 없었기 때문에 멘지스의 고통까지 고스란히 넘겨받아야 했다. 항공사들은 냉정했고, 완벽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았다. “사업 시작 후 2, 3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B-747 화물기 1대를 조업하는 게 유일한 일감일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항공 산업이 발전하는 한 이 사업은 꼭 필요한 분야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백 사장의 믿음처럼 실제로 항공화물 시장이 계속 커졌고,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세계적으로 저비용항공사(LCC)가 증가한 것도 샤프에는 기회가 됐다. 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와 정면경쟁을 벌여야 하는 외국 항공사들은 탑승객 수나 항공정비 현황 등 내부 정보가 샐 것을 염려해 ‘제3자’ 위치에 있는 샤프를 조업 파트너로 선택하기도 했다. 샤프의 최종 목표는 조업 전문사로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다. 백 사장은 “2015년이면 샤프는 카고 터미널, 기내식 시설, 항공기 정비고, 터미널 운영 등 항공기 관련 전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며 “인도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의 공항에 진출해 항공 조업 서비스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백 사장은 1981년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뉴욕대 한국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땀 흘려 일하는 직원들이 더 중요하니 직원들의 모습을 내보내 달라”며 사진 촬영을 고사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외국산 고가(高價) 유모차들이 고소득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영국의 유명 슈퍼카 브랜드와 협력해 만든 ‘슈퍼카급 유모차’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영국의 고급 유모차 브랜드 ‘실버크로스’의 직수입 업체인 실버팍스는 영국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과 협업해 만든 유모차 ‘애스턴 마틴 서프’를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800대만 한정 생산된 이 제품은 한국에 다섯 대만 들어왔다. 업체 측은 “별다른 홍보 없이 한 달 동안 넉 대가 팔렸다”고 말했다. 실버폭스는 나머지 한 대를 22∼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4회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이하 베이비페어)에서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애스턴 마틴은 영화 ‘007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자주 타던 영국 명차다. 이번에 선보이는 유모차는 애스턴 마틴의 슈퍼카 ‘원-77’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자그마치 450만 원. 유모차의 핸들과 범퍼에는 이탈리아산 최고급 알칸타라 가죽이 사용됐으며 바퀴는 슈퍼카 ‘원-77’의 바퀴를 본떠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실버크로스’의 또 다른 유모차 제품인 ‘발모랄’도 베이비페어에서 선보인다. 발모랄은 영국 찰스 왕세자가 어린 시절 탄 후 ‘왕실 유모차’라는 별칭을 얻었다. 염희진·장관석 기자 salthj@donga.com}

국내 위그선(사진) 제작 업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위그선은 선박과 항공기의 결합체로 호수나 바다 수면 위를 활주로 삼아 빠르게 나는 미래형 선박이다. 위그선 제작업체 아론비행선박산업(아론)은 연료 절감형 엔진 개발회사인 미국 AHP와 합작사 ‘아론USA’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합작사 지분은 50 대 50이고 경영권은 아론이 갖는다. 합작 공장은 미국 조지아 주에 들어선다. 합작공장 설립과 위그선 제작 상용화에 드는 비용 3억5000만 달러(약 3897억 원)는 AHP가 전액 부담한다. 아론은 기술만 제공한다. 아론은 기술 이전에 따른 기술료 200만 달러(22억3000만 원)도 받는다. 아론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 등 북미 위그선 시장에 진출하는 데 탄력을 받게 됐다”며 “미국 항공기술을 접목해 위그선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론이 제작하는 위그선은 1회 주유(200L) 시 평균 시속 175km로 800km를 갈 수 있다. 파고 3m나 초속 30m의 강풍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 해상 여객선은 물론 군 경비정, 해경의 수색 구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아론 측은 설명했다. 아론 관계자는 “위그선은 수면에서 5m 이내 높이로 비행하는 ‘A형’과 150m 이내로 비행하는 ‘B형’으로 나뉘는데 B형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아론이 유일하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6주기를 맞아 범현대가(家)가 16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3월 정 전 명예회장의 12주기 제사 이후 5개월 만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범현대가 50여 명은 오후 7시 정 전 명예회장 부부가 살았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 모여 제사를 지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자택에 들어가기 전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넸지만 파업 등 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남북 경협 사업 재개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현 회장 등 다른 참석자들은 차를 탄 채 자택으로 들어갔다. 범현대가를 둘러싼 특별한 이슈가 없어 이날 제사는 조용히 치러졌다. 2011년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나란히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 현대가의 제사가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포스코는 15일(현지 시간) 터키 코자엘리 주 이즈미트 시에서 현지 기업인 ‘키바르’사와 함께 세운 합작회사 ‘포스코 아싼 TST’의 냉연 스테인리스 생산 공장(연간 생산량 200만 t) 준공식을 가졌다. 포스코 아싼 TST는 포스코가 60%, 대우인터내셔널이 10%, 키바르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즈미트 시 산업단지에 지어진 이 공장은 용지 면적이 16만9000m²(약 5만1200평)에 이른다. 이날 준공식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과 니하트 에르귄 터키 산업부 장관, 자페르 차을라얀 터키 경제부 장관, 합작회사 주요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준공식에서 “이번 공장 준공은 한국과 터키 간 계속된 유대 관계가 새로운 결실을 이룬 것”이라며 “포스코가 터키와 더불어 성장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유럽과 중동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요충지로 터키를 주목해왔다. 현재 터키에는 냉연 스테인리스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르노, 피아트, 포드, 닛산,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진출해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3대 가전 강국’으로 불릴 만큼 고급 스테인리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시장 전망이 밝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공장 준공으로 터키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인접 지역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준공식에 앞서 정 회장은 에르귄 장관 등과 환담하고 터키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터키 측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4일 오전 11시 부산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빌딩 23층 운항팀 사무실. 일등항해사 출신 베테랑 직원 10여 명이 모니터 2대씩을 앞에 놓고 ‘색깔 블록 쌓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컨테이너선 ‘한진 유럽호’ 등을 포함해 여러 선박의 평면도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모양 블록을 이리저리 옮기며 위치를 정하고 있었다.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스토이지 플랜(Stowage Plan·배의 짐칸에 화물을 배치하는 작업)’을 짜는 것이다. 모니터에 표현된 색깔 블록은 선박에 실릴 컨테이너를 뜻한다. 김규만 한진해운 컨테이너 운항팀 과장(36)은 “스토이지 플랜을 짤 때는 컨테이너 높이, 선박 및 화물 무게, 기항지의 사용 가능한 크레인 대수, 운항 경로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 특성을 고려해 배치 한진 유럽호는 부산 신항만 한진해운 터미널에서 출항해 중국 상하이(上海), 싱가포르, 스페인 알제시라스, 독일 함부르크 등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1만31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배다. 한진 유럽호는 길이 366m, 폭 48.2m, 높이 29.85m로 국내 해운사가 보유하고 있는 선박 중 최대 규모다. 배가 큰 데다 전체 출항 기간에 걸쳐 안전성을 추구하다 보니 스토이지 플랜을 짤 때도 세계 각지 화물의 특성을 고려한다. 싱가포르에 내려질 컨테이너는 배 중앙 부분에 싣는 게 효율적이다. 싱가포르에서 실려 유럽으로 향할 화물이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된 원자재가 많아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정진옥 한진해운 운항관리파트 과장은 “기관실, 조타실, 선원 숙소 등이 있는 선미(船尾) 부분이 선수(船首)보다 무겁다”며 “배의 균형을 잡으려고 무거운 화물을 배 중앙에 배치해 지그시 눌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선전(深(수,천))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은 섬유나 의류 등 비교적 가벼운 화물이 많아 배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에 주로 싣는다. 최근에는 살아있는 생선, 해산물 등이 담긴 냉동화물, 반도체나 전자제품 등 다양한 특수화물도 늘어나고 있어 스토이지 플랜을 짜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출발해 유럽에 도착하는 1만 TEU급 이상 선박 화물의 경우 통상 3000TEU가량이 특수화물”이라고 말했다.○ 안전과 절약 ‘두 마리 토끼’ 스토이지 플랜은 운항 비용을 아끼면서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업계는 스토이지 플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토이지 플래닝이 잘돼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면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에 채우는 물인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를 덜 넣어도 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선박 무게가 줄어들어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데 편리하도록 화물을 배치해 정박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항해하는 데 시간적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 천천히 선박을 운항하면 연료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윤종혁 한진해운 운항팀 과장은 “수에즈 운하에서는 갑판 상부에 쌓인 컨테이너 높이에 따라 통행료가 차이나기도 한다”며 “스토이지 플래닝을 잘해 적재물 높이를 낮추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스토이지 플레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화물을 실었을 때 무게중심이 한쪽에 치우치면 배는 안정감을 잃고 요동을 친다. 심하면 화물이 균형을 잃고 쏟아질 수 있다. 특히 배 앞부분에 무거운 화물을 많이 배치하면 배를 구성하는 철판의 피로도가 높아져 배가 두 동강 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올해 6월 일본 해운회사 MOL 소속 선박이 인도양에서 두 동강이 났을 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스토이지 플랜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부산=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기내 방송이 나올 때면 탑승객들은 지난 여정을 뒤로하고 제각기 다음 목적지로 향할 생각을 한다. 지상의 풍경을 바라보며 비행기가 착륙할 때 느꼈던 막연하고도 근원적인 공포를 털어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항공기 조종사는 주기장(駐機場)에 나와 있던 정비사에게 항공기 상태와 비행 중 특이사항을 무전기로 알린다. 모든 탑승객이 내리면 조종사와 승무원의 역할은 대부분 끝난다.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탑승객 수속, 기내식 탑재, 급유, 화물 및 수하물 적재, 기내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지상 조업’ 직원들이다. 한 항공기에 많게는 수십 명이 달라붙어 짧게는 1시간 내외에 모든 조업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해낸다. 휴가철을 맞아 항공 수요가 많은 8월이면 이들의 일손은 더욱 분주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지상 조업 현장을 지켜봤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1988년 2월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출범했다. ○“비행기를 새 것처럼 만들어라” 7일 오후 인천공항 주기장.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받아 달궈진 시멘트 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평균 83.3dB(데시벨)의 소음에 귀가 멍하고 잘 들리지 않았다. 소음 때문에 직원들은 귀마개를 착용했고, 짧은 거리에서도 무전기로 교신하고 있었다. 공항 탑승대기실에서 주기장에 서 있는 비행기를 바라볼 때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하고 한가로워 보였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오후 2시 56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승객 357명을 태우고 날아온 아시아나 여객기(B747-400)가 착륙한 뒤 41번 주기장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이 비행기는 불과 한 시간 반 뒤인 오후 4시 반에 승객 352명을 태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야 한다.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상 조업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은 잘 짜인 합주곡 연주를 연상시켰다. 각자 맡은 임무와 구역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뉴얼대로 진행됐다. ○객실 비우고, 기내식 채우고 흰색 타월이 가득 담긴 비닐 봉투를 손에 든 여성 20여 명이 특공대처럼 기내로 투입됐다. 객실 청소 담당인 이들은 승객이 먹고 잔 흔적을 말끔히 없앤다. 좌석 식탁과 팔걸이, 선반 등 승객의 손이 닿는 모든 곳을 소독약으로 닦아낸다. 모포와 베개도 제자리에 놓고 잡지도 가지런히 정리한다. 등에 멘 진공청소기로 카펫의 먼지를 빨아들이던 이명한 씨는 “객실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내 먼지 제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객실을 청소할 때 가장 힘든 작업은 화장실 청소인데 돌아가며 순서대로 한다고 했다. 비행기가 크다 보니 20여 명이 동시에 투입됐는데도 청소를 마치는 데 꼬박 30분이 걸렸다. 승객이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갑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PC가 주로 발견된다. 이따금 여권을 놓고 내리는 탑승객도 있다. 청소를 하던 조춘옥 씨는 “비행기 한 대당 많을 때는 서너 개꼴로 놓고 내린 물건이 발견된다”며 “수하물팀에 알려 주인을 찾아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내식을 담은 ‘케이터링 카’가 주기장에 도착했다. 식사 카트를 비행기 2층으로 올렸다. 352인분의 식사가 바퀴 달린 카트에 담겨 차례로 기내에 들어갔다. 항공기 밖으로 나오자 진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 화장실의 오물을 빼내는 ‘래버토리 트럭’이 보였다. 화장실에 모인 오물은 항공기 아래 오물 탱크에 저장된다. 래버토리 트럭은 비행기의 오물 탱크에 호스를 연결한 뒤 강한 압력으로 오물을 바깥의 탱크로 빨아들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오물이 모인 만큼 청소 때마다 다른 냄새가 난다고 농담을 할 때도 있다”며 “기내 화장실 변기에 손님들이 이물질을 버리면 가정용 화장실처럼 변기가 막히기도 하는데 이때는 사람이 직접 이물질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연료를 보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급유차가 도착해 항공등유를 넣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는 40분 동안 3만5000갤런(약 13만2489L)이 채워졌다. 주기장 지하에 연료가 흐르는 배관이 설치돼 있다. 급유차는 이 배관과 항공기를 연결해 연료를 채운다. 김유식 아시아나에어포트 급유시설운영팀장은 “항공연료는 항공기 하부와 날개에 있는 저장탱크에 보관되는데 항공기 하부 탱크의 연료부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기내에 실렸던 화물과 수하물을 내렸다가 다시 싣는 작업도 이어진다. 10t이 넘는 화물도 15분 정도면 청사로 옮겨진다. 항공기 아래에 수하물이 들어가는 컨테이너 10개(총 5.7t)와 팔레트 6개(총 5t)가 실려 있다. ○“귀를 찢는 엔진소리조차 정답다” 1시간가량의 지상 조업이 끝나갈 때면 승객들이 차례대로 기내에 오른다. 출입문이 닫히고 브리지는 기체와 분리된다. 새로운 비행을 위해 남은 마지막 절차는 ‘푸시백(push-back)’이다. 항공기는 후진을 할 수 없으므로 ‘토 트랙터’가 엔진이 꺼진 항공기를 활주로 주변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토 트랙터는 무게가 50t이지만 430t까지 견인할 수 있다. 거대한 항공기가 느릿느릿 뒤로 밀려나더니 활주로 앞에 섰다. 이제 작별의 순간이다. 광활한 활주로 앞에 선 항공기 옆에서 정비사와 유도사들이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씻기고 배불리 먹인 자식 같은 비행기가 힘차고 안전하게 이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시아나에어포트의 8월 하루 평균 조업 항공기(화물기, 외국 비행기 포함)는 276대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 인천 안전정비팀 오봉상 정비사(44)는 “안전 하나만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귀를 찢을 것만 같은 엔진소리마저 정답게 들린다”고 말했다.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전용량 2640MW(메가와트)급 초대형 화력발전소 공사를 33억 달러(약 3조6630억 원)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2억 달러(약 3조5520억 원)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수주한 바 있다. 두 발전소가 가동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전력의 10%를 책임지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이재성 사장(61)과 살레 후세인 알라와지 사우디아라비아전력공사(SEC) 이사회 의장, 알리 빈 살레 알바라크 SEC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공사 계약식을 가졌다고 5일 밝혔다. 슈퀘이크 화력발전소는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잔 시에서 북쪽으로 135km 떨어진 홍해 연안에 2017년까지 건설된다. 현대중공업은 공사 설계, 기자재 제작 및 공급, 건설, 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턴키방식으로 일괄 수행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초대형 공사를 같은 회사에 연이어 발주하는 것은 설계 인력 확보나 공사 관리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플랜트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라며 “현대중공업이 중동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착륙 사고가 났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의 비행편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2일부터 인천∼샌프란시스코 비행편명을 기존 ‘OZ214’에서 ‘OZ212’로 변경한다고 4일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인천 비행편명도 ‘OZ213’에서 ‘OZ211’로 바꾼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사고가 난 비행편명을 유지할 경우 탑승객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변경하기로 했다”며 “편명 변경과는 별도로 자체 안전대책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는 사고가 난 비행편명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속설이 있다. 사고 비행편명을 유지할 경우 기장, 승무원, 탑승객 모두에게 사고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불안과 긴장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도 1997년 8월 괌에서 추락했던 ‘KE801’과 1987년 폭파사건을 겪은 ‘KAL858’을 쓰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액운을 피하고 안전을 기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처음엔 다들 ‘그 나이와 그 몸에 무슨 마라톤이냐’는 시선 일색이었죠. 하지만 마음속에서 ‘핑계’를 하나씩 지워가는 순간 마라톤이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잘하는 운동 하나 없던 배 나온 50대 직장인이 3년 9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한 달에 2, 3회꼴로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한 셈이다. ‘버킷 리스트’를 이뤄낸 주인공은 삼성중공업 해양설비 설계 전문가 김영국 설계부장(56).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김 부장의 모습은 업무와 일상에 찌든 여느 50대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1982년 입사 후 일에만 치여 살다 보니 회사를 벗어나서는 다른 사람과 나눌 얘깃거리조차 찾기 어려웠다. 운동은 할 새가 없었고 177cm 키에 체중은 90kg을 오르내렸다. 건강검진 결과에는 비만, 지방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훈장처럼 따라다녔다. 2008년 8월 스페인 출장에서는 탑승한 배 안에서 고열 등으로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져 의사로부터 ‘배에서 내려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평소에 몸을 혹사한 것이 집을 떠나자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김 부장은 이때 달리기를 시작했다. 2009년 2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대회에 나가 10km를 달린 것을 시작으로 그해 10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2010년 5월경 회사 행사 도중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보라’는 말에 그는 불현듯 결심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완주하자.’ 주말 새벽이면 어김없이 전국 각지의 마라톤 대회를 찾아다녔다. 또 달린 날짜, 기록, 지역은 엑셀 파일로 정리하며 결과를 분석하고 전략을 짰다. 매달 250km에서 300km를 달리며 몸을 관리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풀코스를 달렸는데, 점차 익숙해지면서 최근 몇 달 동안에는 한 달에만 3회를 완주했다. 그는 결국 이달 부산에서 열린 태종대 국제마라톤을 완주해 100회를 채웠다. 그동안 최고 기록은 3시간 31분. 풀코스 마라톤과 별도로 한 번에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과 산악 마라톤도 각각 3차례 완주했다. 체지방은 달리기와 함께 단단한 근육으로 변했다. 체중도 72kg으로 줄었다. 마라톤을 즐기며 알게 된 사람들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다음 목표는 풀코스 200회 완주다. 김 부장은 어떤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을 때 핑계를 댈 생각을 하지 말고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 앞 10m를 달릴 때도 핑계를 댄다면 몇 달 이상 안 뛸 수가 있지만 즐기기 시작하면 어떤 폭염이나 혹한이 와도 달리게 됩니다. 다른 일이나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안 하겠다는, 못 한다는 핑계를 찾지 말고 ‘이 일도 못 하면서 다른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도전하면 길이 열릴 겁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중국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선회하면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고 향후 양국의 수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와 한국의 수출산업’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산업 구조가 부품과 반제품 등 중간재를 수입한 뒤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가공무역에서 중화학공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중국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향후 정밀기기, 정보기술(IT), 전기기계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11년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한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화학공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수출을 견인하던 가공무역 비중이 2000년 49%에서 지난해 35%로 떨어지면서 중간재 수입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84.9%에서 지난해 72.4%로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규림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고부가·고기술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체 신흥시장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글로벌 초정밀화학 기업 KCC는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기치로 내걸고 사업장 인근 지역 마을과 1사1촌 결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일회적인 물질 지원보다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게 더욱 실효성 있는 사회 공헌의 길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KCC는 최근 울산공장과 울산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은하마을 간 1사1촌 협약식을 가졌다. KCC 울산공장 임직원들은 농번기 일손을 돕고 농작물 판로 확대에 힘쓰는 등 지역 주민을 돕게 된다. KCC 관계자는 “은하마을 주민들과 유대감을 높이고 활기찬 농촌 만들기에 나서는 등 지역사회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CC는 1사1촌 프로그램을 KCC 전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다. 앞서 협약을 맺은 KCC 공장 2곳의 임직원이 펼치는 활동이 지역 사회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KCC 대죽공장 임직원들은 4년째 충남 서산의 대표적 지역 축제인 ‘팔봉산 감자축제’를 돕고 있다. 2009년 1사1촌을 맺은 서산시 팔봉면 어송 3리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KCC 임직원들은 지난달 22일 열린 팔봉산 감자축제에도 참가해 감자 운반, 찐 감자 시식코너 운영, 행사장 주변 교통 통제 활동 등을 지원했다. 2009년 1사1촌 협약을 맺은 KCC 전주공장과 전북 완주군 도계마을의 사례도 남다르다. KCC 전주공장 임직원들은 도계마을 내 김치체험관 바닥 보수공사, 김장 활동, 폐쇄회로(CC)TV 설치 등 각종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도계마을 내 두부공장 저온창고 내부 바닥과 옥상 방수 도장 공사를 무료로 지원했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김치와 두부를 임직원들에게 대접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KCC 관계자는 “이 같은 노력이 알려져 지난해 12월에는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의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2012년 1사1촌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KCC는 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기술사회여성위원회와 손잡고 취약시설 환경 미화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6월에는 친환경 페인트 ‘숲으로’를 지원해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연곡4리 제비울 마을을 예쁜 꽃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물들였다. 회색빛 일색이던 마을 곳곳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아름답게 변했다. KCC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 사회와 유대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KCC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힘이 된다”며 “사회 곳곳을 밝히는 나눔 활동을 솔선수범의 자세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