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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황당한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한 남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난 가나의 금 광산 상속녀인 백인 여자를 단 한번도 실제로 만나지 않고 결혼을 약속한 뒤 9000여 만 원까지 뜯긴 사건이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던 한국 국적 김모 씨(56)는 페이스북에서 금발의 백인 미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A 씨(34·여)와 친구를 맺었다. 자신을 주한미군이라고 소개한 A 씨는 김 씨와 실제 만나진 않고 메신저로만 대화를 나누다 3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A씨는 “아버지가 금괴 120kg(시가 38억5000만 원)을 유산으로 남겼지만 아프리카 가나에 묶여있다. 금괴를 한국에 반입해 함께 살고 싶은데 비용이 든다”며 김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김 씨는 A 씨의 말을 믿고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8회에 걸쳐 7만4800달러(약 9300만 원)를 송금했다. A씨는 김 씨로부터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추가범행을 시도했다. 그는 김 씨에게 “순금이 한국에 들어왔지만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주한 가나대사관에 묶여있다”며 “서울 용산구 주한 가나대사관에서 가나 공무원을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한국에 들어와 자신을 가나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호주인 S 씨(32)와 라이베리아인 W 씨(40·여)를 주한 가나대사관 로비에서 만났다. 둘은 “가나대사관에서 금을 보관중인데 10%인 32만 달러(약 3억9000만 원)를 반입세금으로 지불하면 내주겠다”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S, W 씨의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 의심을 하게 된 김 씨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모 씨(56)로부터 9300만 원을 가로챈 S 씨와 W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씨가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고 결혼까지 약속한 A 씨는 아직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결혼 빙자 사기를 친 첫 사례”라며 “S씨와 W씨가 구속된 뒤 A씨 명의로 김씨에게 ‘두 사람을 석방하라’는 메일이 와 또 다른 조직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2014년 12월 2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대표(54·여)가 막말을 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며 배포한 호소문에 대해 경찰이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63)의 부인 구순열 씨(68)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년여간 진행한 ‘서울시향 사태’ 수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핵심은 ‘서울시향을 지키고 싶은 직원 17명 일동’ 명의로 작성된 호소문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호소문을 작성해 배포하는 데 가담한 정 전 감독의 비서 백모 씨(40·여)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불구속 기소 의견)하기로 했다. 또 백 씨를 막후에서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구 씨도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구 씨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호소문 작성 직원 7명은 가짜 서울시향 직원 윤모 씨(33·여)는 당시 호소문 배포 과정을 숨기기 위해 파일을 이동식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아 지인에게 전달했다. 지인은 이를 익명이 보장되는 호주 e메일 계정을 이용하고 인터넷주소(IP주소)를 바꿔 발신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호소문 작성에 참여했다는 17명 중 7명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이었다. 호소문에는 2014년 12월 29일 사퇴한 박 전 대표의 성추행과 막말 및 성희롱, 인사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졸지에 파렴치한 상사로 낙인찍혔다. 이어 피의자 곽모 씨(40)는 2013년 9월 26일 서울시향, 예술의전당 직원 14명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주요 부위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은 “성추행이 전혀 없었고 화기애애하게 회식이 마무리됐다”고 진술했다. 호소문에 담긴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막말 발언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사손(회사 손해)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니들 월급으로 못 갚으니 장기(臟器)라도 팔아야지 뭐” 등이다. 경찰은 “일부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인 데다 진술도 크게 엇갈려 허위로 판단했다”며 “박 전 대표의 평소 언행에 대해 피의자를 제외한 다수 직원은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박 전 대표가 인사위원회 의결 없이 특정인을 승진시키거나 지인의 자녀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절차상 흠이 없었고, 보수를 지급한 사실도 없었다.○ 정 전 감독 부인, 호소문 유포 지시 경찰은 백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끝에 2014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백 씨와 구 씨가 주고받은 67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경찰이 문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박 대표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라’, ‘현대사회에선 인권 이슈가 중요하다. 인권 침해 이슈만 강조해라. 절대 잊지 마라’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씨의 변호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막말 등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사정을 듣고 이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파악해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고받은 문자에는 인권 유린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은 없었고, 박 전 대표 퇴진, 정 전 감독의 서울시의회 증인 출석 및 재계약 등 세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에 반기? 경찰은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퇴진시킬 목적으로 호소문을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박 전 대표가 취임 후 성과주의를 강조하면서 업무가 과중해지자 직원들이 반기를 들었을 가능성이다.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장, 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 등을 지낸 박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전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2013년 2월 서울시향 첫 여성 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평소 직원들의 일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고 엄하게 꾸짖어 직원들의 반감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의 불투명한 예산 사용에 문제를 제기해 그와도 갈등을 빚었다. 평소 남편의 매니저 역할을 해온 구 씨가 남편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이 깊어지자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의 지시라고 하면 규정을 어기는 것은 물론이고 예산 전용(轉用)도 예사”라며 “규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나와 갈등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정 전 감독의 법률 대리인은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시향도 박 전 대표의 인권 침해를 인정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는 “구 씨가 선의로 직원을 도와준 게 맞다면 한국에 돌아와 당당하게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전주영 기자}

“남편 재산은 어느 정도? 자녀는? 남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함께 찾아봅시다. 이혼해도 중국으로 쫓겨나지 않게 해드릴게요.” 중국동포와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여행사가 이혼상담소를 운영하며 변호사를 알선하는 등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을 잘 모르는 여성들이 돈을 떼이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들 여행사는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 광진구 건국대 주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등지에 포진해 있다. 영등포구에만 50곳이 넘는다. 이 여행사들은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이혼을 결심한 중국동포 여성에게 “재산 분할과 양육권 문제 등 이혼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만들어 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항공권과 여행상품을 파는 여느 여행사와는 달리 비자부터 결혼 및 이혼 서류까지 처리해 준다. 하지만 여행사가 이혼상담소를 운영하며 법무사와 변호사를 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여행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여행업과 비자 발급 대행까지다. 결혼비자(F-6)로 한국에 거주하는 해외 국적자는 이혼을 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3개월 만에 체류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불법 여행사는 변호사 착수금으로 350만∼500만 원까지 부른다. 영등포구 대림동의 A여행사는 “일반 변호사는 국내 이혼만 알고 출입국과 관련된 중국동포 이혼을 잘 모르니 우리가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B여행사는 “이혼 후 정부에서 석 달 정도 가사 정리할 시간을 주고 중국으로 추방시킬 수도 있다. 재산이나 양육권에 욕심이 없으면 법무사를 통해 100만∼150만 원에 깔끔하게 정리해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국동포가 이혼할 때 불법 여행사를 찾는 이유는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보다 심리적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법률 용어가 어렵다 보니 과거 비자 문제 등 어려움을 처리해 줬던 여행사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등 이곳을 찾는 여성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하지만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비싼 착수금만 날리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여행사 사장 통장으로 착수금을 넣었는데 변호사는 보지도 못하고 이혼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G 씨(24·여)는 구로구의 한 여행사를 통해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지난해 말 소송 결과 자녀 2명의 양육권을 뺏기고 위자료 2000만 원도 못 받은 채 착수금 450만 원만 날렸다. 강성의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장은 “물정을 모르는 이주여성에게 여행사가 ‘무조건 가능하다’며 거액의 착수금을 요구한 뒤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박선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국장은 “피해 여성 대다수가 법률 정보가 부족해 수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불리한 계약서가 작성돼 있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여행사에 대해 “거래를 은밀하게 하는 데다 변호사와 여행사 사이의 뒷돈 거래를 밝히기 어려워 수사하기 쉽지 않다. 이혼할 경우 이주여성센터를 찾아 법률 상담을 받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 김포공항 외곽 녹지에 추락한 경비행기가 평소에 기체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조종사 훈련 교육 중이던 경비행기가 지난달 28일 수직으로 추락한 이번 사고로 숨진 교육생 조모 씨(33)의 유족은 29일 “고인들이 사고 당일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학원이 워낙 영세하고 기체 관리가 허술해 조종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민간조종사학원은 전국에 총 16곳이 있다. 대부분은 경비행기 2∼4대로 운영되며 한 곳당 교육생은 100명이 넘는다. 교육과정은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비행 40시간)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비행 200시간) △교관 자격증 이수 등이다. 수업료는 비행 1시간당 25만∼30만 원인데 제반 비용까지 합하면 교육과정에 따라 5000만∼1억5000만 원에 이른다. 수강생은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대학 졸업 후 파일럿을 꿈꾸고 있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기체 안전문제 △교육비 환불요구 무시 △비행시간 확보 어려움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추락 경비행기가 소속된 ‘한라스카이에어’(한라) 학원은 2012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훈련기에 항공유 대신 휘발유를 싸게 구입해 넣은 게 국토교통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훈련기에 휘발유를 넣으면 엔진을 부식시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학원뿐만이 아니다. 2014년에는 H학원이 같은 혐의로 적발됐다. 한라 학원을 다녔던 30대 직장인 A 씨는 “학원이 부실 경영으로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 정비사가 자주 바뀌었다. 개인 및 기업에서 빌린 임대 경비행기인데 비행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등 관리가 허술했다”며 “부품 값이 없어 정비사 개인 돈으로 부품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원 측은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상황에서 기체 결함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환불을 요구하는 교육생에게 제때 환불을 해주지 않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학원도 많다. E학원 홈페이지에는 ‘환불 문의를 한 지 6개월이 됐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 3일째 전화해도 안 받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학원 관계자는 “조금씩 지연되고 있지만 기간 내 환불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라의 경우 피해자 모임 카페가 만들어져 활동 중이기도 하다. 수업료 4200만 원을 2년째 환불받지 못한 B 씨(36)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학원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미루면서도 영업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이 김포공항에만 집중돼 있어 발생하는 안전 문제도 있다. 현재 김포공항에는 8개의 학원이 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강원 양양공항, 전남 무안공항에서도 훈련이 가능하지만 학원들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교육생 모집에 타격을 입을까 봐 지방 이전을 꺼리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기체가 작으면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 경비행기에 대한 관리는 소홀하다. 경비행기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김호경·정동연 기자}

훈련비행 중이던 민간 경비행기가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김포공항 외곽 녹지에 추락해 기장 이모 씨(38)와 교육생 조모 씨(33) 등 2명이 사망했다. 훈련용 비행기와 여객기는 활주로나 비행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여객기 운항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경찰과 공항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이륙한 한라스카이에어 HL1153기가 이륙한 지 2분 만에 추락했다. 기체는 김포공항 활주로 인근 녹지대에 수직으로 처박힌 상태로 6시 47분경 김포공항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추락한 경비행기는 4인용이지만 이날 탑승자는 숨진 이 씨와 조 씨 둘이었다. 이날 오후 김포공항에는 함박눈이 내렸지만 사고기가 이륙할 때에는 시계(視界)가 충분히 확보됐을 정도로 기상 상황이 호전됐다. 한국공항공사 측도 “당시 관제탑에서 기상 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륙을 허가했는데 이륙 직후 통신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비행 조종사 양성 훈련기관인 한라스카이에어는 사고기를 포함해 총 4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 김포공항과 강원 양양공항 두 곳에서 비행 교육을 하고 있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전주영 기자}
교수가 되도록 도와주겠다며 제자들로부터 7억여 원을 받아 챙긴 대학교수가 실형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조의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손모 씨(55)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피해자 정모 씨에게 6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의 교수인 손 씨는 2001년 2월 제자인 정모 씨를 만나 “A전문대 학장과 재단 관계자들과 친하니 손을 써서 교수로 임용시켜주겠다”며 2008년 7월까지 약 7년간 정 씨로부터 6억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손 씨는 A전문대 관계자들과 친분이 없었다. 2013년 1월부터 정 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손 씨는 “재단 ‘넘버 투’를 만날 예정이고 안 되면 ‘넘버 원’을 만나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 손 씨는 2006년 12월 또 다른 제자인 대학원생 전모 씨에게 “수도권의 B전문대 재단 사람들과 친분이 있으니 적당한 돈을 기부하면 이 대학의 교수로 채용시켜주겠다”고 속이고 이후 5년 동안 총 1억4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범행을 계속했고 피해 금액이 상당한 데도 범행을 부인해 상당 기간의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오늘은 오트쿠튀르(고급 재봉) 스타일로 ‘화려하신’ 부케를 만들어 볼 거예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진귀한 아이들이라 컨디셔닝(상태)도 좋답니다. 그루핑(다듬기)을 해주고 셰입(모양)을 만들어 주세요.” 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유명 꽃집 꽃꽂이반. 세련된 메이크업과 우아한 복장, 화려한 손톱에 고급 커피를 든 20대 중반 여성 8명이 플로리스트(꽃 디자이너)의 손길을 유심히 지켜봤다. 보통 수업료는 1회에 20만 원. 그래도 인기가 많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꽃꽂이가 고급 취미생활로 떠오르며 값비싼 꽃꽂이반 수강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중심지는 학원이나 문화센터도 아닌 서울 강남의 유명 꽃집들이다. 여성 직장인 사이에서는 퇴근 후 꽃집에서 직접 만든 꽃을 들고 ‘힐링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우아한 삶을 자랑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젊은 여성들이 ‘보여주기 식 삶’의 하나로 고급 꽃꽂이반을 수강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격이 의심되는 플로리스트들이 여성들의 허영심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수업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남 꽃꽂이반 수강료는 1시간 30분에 10만∼30만 원 정도다. 수입 꽃만 쓴다는 고급 취미반은 22회 수업에 400만 원으로,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재료값이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수입 꽃의 원가가 1단(10송이)에 1만∼2만 원인 점을 비춰 보면 수긍하기 힘들다. 수강료에 비해 강의 수준이 턱없이 낮은 수업도 많아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료로 꽃다발 한 뭉텅이를 사는 게 낫겠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직장인 박선영 씨(30·여)는 “강사가 꽃 이름도 모르던데 알고 보니 ‘알바생(아르바이트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돈만 날렸다’며 씁쓸하게 웃었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꽃집 사장은 “창업반은 내가 가르치지만 취미반은 알바생들이 가르치니 창업반 수업을 들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일부 꽃집에서는 자체적으로 수료증을 만들어 주면서 무자격 플로리스트를 양산하고 있다. 50회에 890만 원짜리 창업반 수업을 들으면 수료증을 받는 식이다. 국가공인 플로리스트 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화훼장식기능사 하나다. 대한플로리스트협회 등 30여 개의 민간법인도 자격증을 준다. 그럴싸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3000만 원에 영국 8주 유학을 추천하는 브로커도 성업 중이다. 브로커 N 씨는 “3000만 원으로 4∼8주 영국 런던의 플라워스쿨에 다녀오면 한국에서 대우가 달라진다”고 했다. 11년 차 플로리스트 차효연 씨(31·여)는 “플로리스트는 최소 3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하는 전문직이다. 단기간에 전문가가 된다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서상희 채널A 기자}

‘친애하는 ○○○교수님, 단돈 99달러로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 보세요. 논문을 투고하고 송금하시면 온라인 출판사 ‘글로벌 사이언티픽’에서 내는 나노과학 온라인 학술지에 15일 내로 등재됩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A 교수는 최근 이런 내용의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매년 논문 실적에 쫓기던 A 교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교수 신분이지만 1년에 3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야 연구실적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A 교수는 “내 이름과 e메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교수라면 누구나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가 받은 것과 비슷한 내용의 e메일이 지난해 말부터 국내 대학교수들에게 날아들고 있다. 인도 미국 중국에 위치한 온라인 출판사들이 보낸 영문 e메일이다. 모두 ‘오픈액세스저널’에 돈을 내고 논문을 실으라는 내용이다. 하루 걸러 한 통씩 마치 스팸메일처럼 반복적으로 발송되기도 한다. 오픈액세스저널은 온라인 학술지를 말한다. 원래는 이용자가 무료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긍정적 목적을 갖고 등장했다.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나 사이언스도 온라인에 오픈액세스저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학계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오픈액세스저널이 우후죽순 만들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오픈액세스저널은 대부분 ‘글로벌(Global)’ ‘세계적인(World)’ ‘국제적인(International)’이라는 단어로 이름을 만들고 표지를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의 한 오픈액세스저널 출판사인 ‘힌다위(Hindawi)’는 온라인 학술지를 무려 405개나 발간하고 있다. 학술지 종류에 따라 최소 400달러를 내면 논문을 등재할 수 있다. 중국 기반의 오픈액세스저널인 ‘OALib 저널’도 99달러에 논문을 실을 수 있다. 오픈액세스저널은 최근 한국 대학사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연구의 질보다 양에만 무게를 둔 한국 대학의 교수 평가 시스템 영향이 크다. 예컨대 학술지의 수준이나 평판에 관계없이 논문을 싣기만 하면 양적 평가에서 점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질적 평가에서도 연구실적을 인정받는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이나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급 등재 때보다 낮은 점수지만 교수들은 이마저도 아쉬운 처지다. 이와 관련해 한양대 배영찬 교수 연구팀은 최근 힌다위의 오픈액세스저널에 등재된 국내 논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논문 총 18만8221편 중 한국 논문은 4936편이었다. 대학별로는 경희대(337편) 서울대(301편) 연세대(274편) 경상대(233편) 경북대·부산대(각 216편) 등이었다. 유명 의대 소속 B 교수는 “솔직히 나도 250만 원을 지불하고 논문을 등재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뒤 “요즘 의학 계열 쪽은 국제적으로 경쟁이 심해 SCI급 학술지에 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C 교수는 “학교에서 1년에 SCI급 논문 3편을 내라고 요구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 편은 제대로 쓰고 나머지 두 편은 오픈액세스저널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등재하는 게 관행”이라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 사립대 명예교수는 “돈을 내고 논문을 심사해 달라는 것은 연구자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면서도 “정교수까지 가기 위해 살인적인 논문 수를 채워야 하는 대학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힌다위의 오픈액세스저널을 분석한 배 교수는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면 무조건 좋다는 편견을 버리고 대학이 논문의 질적인 면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고액의 현금을 들고 다니는 환전상을 6개월간 미행해 강도행각을 벌인 전과 12범의 50대 남성이 범행을 저지른 지 1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서울 중구 남대문의 환전상 최모 씨(55·여)를 둔기로 때려 중상을 입히고 1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전모 씨(55)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전 씨는 경기 일산에서 ‘심리연구원’이라는 상호로 무자격 최면영업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 최 씨의 주거지 인근인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골목길에서 준비해둔 벽돌로 최 씨를 때리고 엔화, 위안화 등 외국돈 약 1000만 원과 한화 400만 원 등 모두 1400만원 상당을 빼앗았다. 경찰 조사결과 전 씨는 범행 6개월 전부터 최 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 씨는 피해자가 퇴근 후 귀가할 때 거액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고, 매일 오후 8~9시에 특정 노선버스로 귀가하는 사실도 알아냈다. 전 씨는 최 씨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귀가할 때 지나는 어두운 뒷골목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 범행 전날 이 곳에서 예행연습까지 마친 전 씨는 범행 당일 미리 골목길에 숨어 있다가 최 씨에게 벽돌을 수차례 휘둘러 광대뼈가 부러뜨리는 중상을 입혔다. 그는 곧이어 돈 가방을 빼앗은 뒤 주변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경찰 추적이 어렵도록 택시와 자가용으로 갈아타며 도주했다. 당장 처분하기 어려운 외화는 경기 고양시 자유로의 한 다리 밑에 묻었다. 경찰은 범행 장소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추적한 끝에 1주일 만에 전 씨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도상해 등 전과 12범인 전 씨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에프(F)∼. 프로그(Frog·개구리), 플래그(Flag·깃발), 프루트(Fruit·과일), 풋(Foot·발)!” “으앙!”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생후 21개월 영아 대상 문화센터 수업에서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강사가 그림이 그려진 단어카드를 보여주며 노래를 부르자 젊은 엄마 8명이 각자 아이를 품에 앉혀놓고 단어카드를 손가락으로 열심히 가리켰다. 하지만 아이들은 옆에 앉은 친구를 멀뚱히 쳐다보거나 울먹였다. 엄마 품을 탈출해 신발장 옆에서 운동화를 가지고 노는 아이도 있었다. 이 백화점에선 생후 5∼11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숫자 개념을 익히게 하는 음악수업도 열렸다. 강사와 엄마가 아이에게 40분간 숫자를 불러주며 숫자가 적힌 컵을 쌓게 하는 수업이다. 이제 겨우 목을 가누고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은 숫자 컵을 자꾸 입으로 가져갔다. 수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영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센터(문센) 수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어어린이집, 영어유치원 등 4, 5세부터 시작됐던 조기교육의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생후 5개월 자녀를 둔 주부 김성현 씨(34·여)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자극을 주는 수업을 해야 애가 똑똑해진다고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아 문센 수업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문화센터 강사 김모 씨(39·여)는 “과거에는 성인 대상 수업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영·유아 수업이 더 많아졌다”며 “교육 시기가 이를수록 발달에 좋다고 하니 요즘 엄마들은 예전보다 빨리 아이를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이름 난 문센 수업의 수강신청 기간에는 온라인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기도 한다. 유명 포털 사이트의 ‘맘스홀릭’ 카페에서는 “문센 수강신청이 대학 수강신청보다 떨린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특히 백화점에서 여는 문센 수업은 수업 후 엄마들끼리 육아 정보를 공유하며 식사나 커피 마시기가 편해 인기가 더 높다. 문센 수업에 엄마들은 보통 한 달에 50여만 원을 쓴다. 수업료는 12회에 11만 원 정도인데 오감발달, 신체놀이 등을 주제로 한 수업을 한 달에 3, 4개 듣는다. 6만 원 상당의 음악 CD가 첨부된 교재는 따로 사야 한다. 이보다 훨씬 값비싼 문센 수업도 등장했다. 최근 서울의 한 유명 백화점이 개설한 ‘프리미엄 오감 통합놀이’ 수업은 30분 수업, 11회에 50만 원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영아 대상 조기교육에 회의적이다. 심미경 인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생후 5∼10개월 영아에게 구조화된 교육은 효과가 없다. 영아는 인지적 접근이 아니라 정서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도 “영아 땐 엄마와의 신체접촉 등 교감을 통한 애착관계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육아하고 싶은 부모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서상희 채널A기자}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설 연휴.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이도 많다. 귀성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상당수의 상가도 셔터를 내리는 긴 연휴를 ‘텃새’들은 어떻게 보낼까. 평소에는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혼밥족(族)’도 명절만큼은 뭉쳐서 외로움을 견딘다. 소셜다이닝 사이트에는 ‘홍대에서 살고 있는 흔한 삼포세대, 흔한 흙수저 1인 가구. 저녁 같이 먹을 분 환영합니다. 설 연휴에도 곱창집이 영업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8일 오후 5시 30분. 제가 줄을 서 있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 ‘외롭지 않은 명절 보내기’ ‘서울 사는 부산 사람인데 간편한 명절 음식과 떡국을 함께 먹어요’ 등의 초대 글도 사이트에 오른 지 얼마 안 돼 마감됐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한두 가지의 음식을 갖고 와 나눠 먹는 서양식 포트럭(Pot-luck) 파티도 열린다. 집에서 남는 음식을 가져와 8일 모이는 ‘서울 종로구 7인 저녁식사 모임’ 주선자 김형준 씨(35)는 “나는 군고구마를 준비하기로 했다. 고향 어른들은 ‘밥 잘 챙겨 먹냐’고 걱정하시지만 우리는 여기서 나눠 먹으면서 즐겁게 논다. 어른들의 따분한 질문에 영혼 없이 대답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끼리 있는 게 훨씬 좋다”고 했다. 옆구리가 시렸던 싱글들은 명절 땐 미팅에 활발히 참석하며 본격적으로 ‘구애족’이 된다. 모두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이 싫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싱글들이라 커플 성공률도 꽤 높다. ‘12 대 12, 남녀 35∼45세 커피모임. 서울 역삼 9일 오후 4시. 트레이닝 복장 등은 참석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이성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깔끔한 복장으로 참석 바라요’라며 만남 주선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은 참가비가 2만 원으로, 이미 남성 12명의 자리가 마감됐다. 호프 모임도 인기다. 6일 오후 8시에 모이는 ‘2030 호프모임’은 참가비가 남성 3만5000원, 여성 1만 원으로 꽤 차이가 나는데도 현재 여성(23명)보다 남성(41명)의 신청이 훨씬 많다. 9일 25∼35세 커피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김정내 씨(34)는 “여성분들도 나처럼 이 시기에 가장 외롭지 않을까? 명절 미팅은 적중률이 높다는 게 정설이라 모든 걸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맘에 드는 여성을 낚아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처럼의 연휴를 혼자 여유롭게 보내는 ‘나 홀로족’도 많다. 부산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가연 씨(26·여)는 할머니 댁에 가지 않고 혼자 남아 애완견을 돌보기로 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본 친척은 만나도 데면데면하다. 오히려 말은 못해도 마음 맞고 애교 만점인 내 단짝친구 강아지와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제주 출신 신수정 씨(29·여)는 “신입사원이라 야근이 잦았는데 설 연휴 때 푹 쉬면서 조정래의 ‘정글만리’ 3권을 모두 읽기로 했다”고 연휴 계획을 소개했다. 이런 젊은이들과 사정은 다르지만 꼼짝없이 ‘방콕 생활’을 해야 하는 장년층도 있다. 재수생 아들과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딸을 둔 하연희 씨(53·여)는 “남편은 부산 고향에 가지만 아이들이 올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에 매달리니 집에 남아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휴 기간 마땅히 외식할 만한 곳이 없는 탓에 명절 때는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도 급증한다. 5일 편의점 업체 CU가 최근 3년 동안 설과 추석 당일을 전후해 3일 연휴 기간의 도시락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2013년에 전년 대비 18.4%였던 매출 증가율은 2014년 24.3%로 늘었고, 지난해엔 45.0%로 증가했다. GS25 역시 지난해 명절 도시락 매출이 1년 만에 48.8% 늘었다. 특히 고시촌이나 원룸이 많은 주택가의 상승률(50.3%)이 눈에 띄게 높았다.전주영 aimhigh@donga.com·박재명 기자}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이 부실 기업어음(CP)을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염기창)는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5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는 “전·현직 이사들이 2009년 부실이 우려되는 금호산업 CP 790억 원어치를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2014년 1월 11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를 상대로 총 발행주식의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들이 제기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이 결정되면 해당 금액은 회사로 귀속된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워크아웃 전까지 CP 매입으로 9.2¤12.5%의 이자를 거두고 있었다. 워크아웃 이후 CP를 산 행위도 이미 수백억 원어치를 사들인 상황에서 부도가 날 경우 회사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지원 목적으로 이뤄졌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은 CP 매입행위로 발생한 손해라고 볼 여지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인 경제개혁연대는 “판결에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 ×새끼야 가까이 오지 마. 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걸렸는데 너도 한번 걸려봐라. 카악 퉤.” 온 국민이 메르스의 공포에 떨었던 지난해 6월 17일 새벽. 술에 취한 채 차량을 훼손한 혐의로 체포돼 서울 노원구의 한 지구대에서 조사받던 장모 씨(32)는 대뜸 경찰관의 얼굴에 서너 번 침을 뱉었다. 하지만 장 씨는 메르스 환자가 아니었고 의심 판정을 받은 적도 없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김창현 판사는 재물손괴, 폭행, 공무집행 방해, 모욕 등 혐의로 장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장 씨는 공용물건 손상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12년 출소한 상태였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난해 5월 한 20대 남성은 “헤어지자”며 결별을 통보한 또래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묻은 뒤 시멘트로 암매장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40대 남성이 평소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던 여자친구가 헤어지려 하자 전기충격기로 공격한 뒤 염산 테러를 가했다. 지난해 이 같은 ‘데이트 폭력’은 알려진 것만 7692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21건으로, 이 가운데 102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데이트 폭력을 강한 처벌과 사전 예방이 필요한 중대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근절에 나섰다.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에 데이트 폭력 수사를 전담하는 ‘연인 간 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다고 2일 밝혔다. 김헌기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경찰이 직접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할 것”이라며 “이에 불응하거나 2차 피해가 우려되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다음 달 2일까지를 ‘데이트 폭력 피해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해 집중적으로 신고를 권유하기로 했다.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112, 경찰청 홈페이지, ‘목격자를 찾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경찰은 신고를 받으면 일단 피해자 신변보호가 필요한지 검토한 뒤 가해자의 추가 폭력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되면 피해자 가정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웨어러블 긴급 호출기를 지원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영국의 ‘클레어법’처럼 상대방의 가정폭력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화영 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이 지난해 발표한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관계 중단 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피해 여성은 만난 지 한 달 만에 폭력을 경험했다. 특히 성관계 동영상을 찍자는 남성을 조심해야 한다. 상당수 가해 남성은 여자 친구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용해 경찰이나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성이 사과하는 방식은 보통 울기, 빌기, 무릎 꿇기다. 이 전 소장은 “폭력적인 남성의 행동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를 진심 어린 반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폭력행위는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전주영 기자}
카카오 주식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알선하고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한국거래소 직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는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 차장 최모 씨(45)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최 씨는 2013년 고등학교 동창이자 카카오 3대 주주인 A 씨(43)의 부탁을 받고 업무상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카카오 주식 10만여 주를 기관투자자에게 블록딜로 매도하도록 알선하고 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재판부는 최 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알선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점, 전체 수수금액 중 개인적으로 취득한 금액이 적고 이를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부모의 양육방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중학생은 휴대전화 의존도가 높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이순형 교수 연구팀은 2일 ‘초기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부정적 양육방식, 휴대전화 의존도 발달 궤적 및 자기조절 학습 간의 관계’라는 논문을 통해 “부모가 자신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심한 간섭을 한다고 느낄수록 청소년들이 휴대전화에 더 의존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 아동·청소년 패널이 2010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 1953명이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생활을 추적 조사했다. 연구팀은 청소년이 지각하는 부모의 양육방식을 △감독 △애정 △합리적 설명 △비일관성 △과잉기대 △과잉간섭 등 6개 하위문항으로 나눴다. 이중 △비일관성 △과잉기대 △과잉간섭을 부정적 양육방식으로 분류한 후 이 문항에 대한 응답이 휴대전화 의존도와 자기조절 학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의 부정적인 교육 방식 중 과잉기대가 자녀가 휴대전화에 의존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 휴대전화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기조절 학습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성별로 나누면 전반적으로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서 관계도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중학교 시기 청소년의 삶에서 휴대전화는 필수적인 매체로 대두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청소년의 자기조절 학습을 높이는 데 있어서 학생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부모의 긍정적인 양육방식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나 명문대 법대 출신 변호사야. 정교사 채용? 내가 도와줄 수 있어.” 10여 년간 기간제 교사로 일해 온 양모 씨(36·여)는 남자친구 정모 씨(42)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만날 때마다 명품을 몸에 걸치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쏟아내는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 씨는 지난해 9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정 씨를 알게 됐다. 그는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양 씨는 “정교사 채용을 하는 경기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에 취직하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자 정 씨는 “이 학교 이사장의 사건을 수임한 적이 있어 연줄이 있으니 돕겠다”며 학교발전기금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8720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 씨의 어머니는 딸의 남자친구가 미심쩍었다. 인터넷에서 법조인을 검색한 결과 이름, 경력, 나이는 일치했지만 얼굴이 달랐다. 어머니는 지난달 5일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일 정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대학 문턱도 밟지 못한 그는 2008년엔 검사, 2013년에는 국립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속여 각각 2년, 2년 3개월의 실형을 살았던 전과자였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지낸 서울 영등포갑 새누리당 박선규 예비후보를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1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 예비후보는 2012년 10월 사단법인 ‘더불어꿈’을 설립해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을 30여 회 열어 무료 티켓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의 저서도 돌렸다. 2013년부터는 이 단체의 대표 명의로 지역구 청소년에게 장학금 1770만 원을 전달했다. 박 예비후보 측은 “전국의 어려운 청소년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봉사법인이며 무료 공연 티켓도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번 주 신문과 TV에서는 32년 만의 폭설로 난민촌이 된 제주공항의 모습이 크게 보도됐습니다. 도떼기시장 같았던 공항은 충분히 알려졌으니 여기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사고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된 23일부터 기자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봤습니다. 관광객 수천 명은 졸지에 노숙인이 돼 신발 벗고 포장용 박스에 누워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아래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화난 중국인 관광객은 이리저리 고성을 지르며 의자를 패대기칩니다. 전기가 부족했던 사람들은 화장실 비데 코드를 뽑고는 변기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충전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기록물에는 일정한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아저씨 아니면 아주머니이거나, 노인 또는 아이들입니다. 운항이 재개됐던 25일까지 시간 순으로 보면 이런 경향은 뚜렷해집니다. 도대체 청년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이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공항이 폐쇄된 첫날, 청년들은 누구 못지않게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취직해 입사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직장에 급히 전화를 걸었을 겁니다. “부장님, 제가 지금 눈 때문에 제주도에 갇혔습니다. 빨리 회사 가서 일해야 하는데 본의 아니게 제가 내일도, 아마 모레도 출근을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북적이는 제주공항 사진과 함께 ‘아침에 회사에 전화해서 휴가를 연장했다’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랬던 이들도 하루 이틀이 지나자 점점 포기하는 듯 보였습니다. 쫄깃했던 심장도 좀 풀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kyo***는 비어 있는 한라산 소주병들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찍은 사진과 함께 ‘회사 잘려도 뭐…. 자르라지. 그럼 난 그만두련다. 그래도 오늘을 즐길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90_10**은 ‘공항은 난리라는데 그저 재밌지 신나지. 걱정은 내일 공항에서’라고 썼습니다. iam**은 눈밭을 구르는 영상을 올리며 ‘마음을 비우면 행복해짐. 모르겠다. 즐기자그램’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이 시대 청년 직딩(직장인)의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자화상을 봤습니다.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막내급 신참 직딩들이 어찌 감히 장기 휴가를 낼 수 있을까요. 한국 직장인의 평균 휴가 사용률은 46.4%(2013년 기준·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불과합니다. 상사가 2, 3일씩 휴가를 쓰는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는 막내들입니다. 하지만 천재지변이라면 가능했습니다. 뜻밖의 강제 휴가에 청년 직딩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자발적 난민이 되어 눈 내리는 제주를 실컷 즐겼습니다. 비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겠지만 이들에게는 빡빡한 일상 속 소소한 일탈이었을 것입니다. SNS에서는 ‘잊지 못할 추억’이라며 돌하르방 눈사람 사진과 썰매를 타며 행복해하는 20, 30대 청년들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공항 밖 제주는 꽤 낭만적이었습니다. 웃픈 이야기는 또 있습니다. ‘낭만의 섬’ 제주인 만큼 불륜 커플도 많았나 봅니다. 특히 사내 불륜이 많이 들통 났다는 소문도 떠돕니다. 이들은 제주 폭설이 이혼의 서막이 될 줄 몰랐을 겁니다. 페이스북 등 여러 SNS에 떠돌아다녔던 이 글은 ‘좋아요’ 수천 개를 얻었습니다. “우리 친구 마누라 토요일에 친구들과 북한산 등산 간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제주도로 당일치기 갔는데 못 오고 있답니다. 남편한테 거짓말하고 애인과 간 겁니다. 지금 이혼서류 준비하고 있답니다. 불륜들 제주도에서 똥줄 타고 있답니다.” ‘불륜자들…알리바이도 안 먹힐 시간대이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 몸으로 곡소리 나게 얻어터지든지…아니면 집 가지 말고 밖에서 이혼서류 정리하든지….’ 27일 새벽을 끝으로 제주공항 임시편 운항은 종료됐습니다. 7만3100여 명의 제주표류기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제주에서 있었던 일은 제주에 묻어야겠지요. 열심히 논 당신, 뭍으로 일터로 가정으로 돌아올 준비 되셨나요?전주영 사회부 기자 aimhigh@donga.com}

23일부터 사흘간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관광도시 제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일부 항공사의 허술한 대응 시스템과 비뚤어진 상혼이 더해지면서 제주국제공항은 아수라장이 됐다. 졸지에 ‘노숙인’ 신세가 된 김문수 씨(28)는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항인데 외국인 관광객 보기가 창피했다”고 말했다.○ 탑승객 대기 시스템 엉망 제주공항 운영이 25일 재개됐지만 일부 승객들은 여전히 극도의 혼란 속에 공항에서 밤을 지새웠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묻지 마 식 대기 시스템 탓이다. 가장 먼저 결항된 항공편 탑승객 순으로 임시편 여객기 좌석이 자동 배정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승객이 노숙을 선택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제주에서 이륙한 첫 여객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전모 씨(40·여)는 “전쟁터에서 겨우 탈출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 전 씨는 24일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꼬박 17시간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대기번호를 받았다. 그런데 25일 오전 6시 30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날 제공된 대기번호가 모두 무효가 돼 또다시 줄을 서야 한 것이다. 항공사 직원이 대기번호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승객의 응답이 없으면 그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 일도 잦아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백기동 씨(25)는 “수백 명이 여행가방을 실은 카트를 밀고 줄을 서면서 공항 내 대합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통신이 두절되는 일도 있어 모두가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김은호 씨(30·여)는 “대기 순서대로 기다리다간 이번 주말에야 제주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카운터는 비교적 한산했다. 결항 승객들에게 문자로 대기번호를 안내하고 탑승 시 3시간 전에 문자로 공지했기 때문이다.○ 음식·전기·숙소 찾기 ‘전쟁’ 폐쇄 사흘째였던 25일 오전 공항 화장실 앞에는 긴 줄이 섰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냄새나는 화장실 입구 바로 앞까지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수백 명이 사용한 세면대에는 머리카락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간밤에 사람들이 배달 주문한 찜닭과 피자, 치킨 등 음식물쓰레기와 박스들이 화장실에 나뒹굴었다. 윤모 씨(30)는 “기본적인 양치질과 세수만 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며 “며칠째 머리를 감지 못해 냄새 때문에 신경이 너무 쓰인다”고 말했다. 윤 씨는 “어젯밤 비상구 계단 쪽에서 노숙했는데 바람 때문에 새벽에 너무 추웠다”며 “제공받은 담요가 있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기야 제주도는 이날 공항 근처 사우나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휴대전화 충전 전쟁도 심각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 속보를 확인하고 가족 지인들과 수시로 통화하느라 배터리가 금세 바닥났기 때문이다. 공항 곳곳에서 콘센트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정유림 씨(30·여)는 “화장실에 있는 비데의 전원을 뽑아 변기에 앉은 채 충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공항 내는 물론이고 근처 편의점에도 진열대가 텅텅 비었다. 혼자 여행을 온 취업준비생 진은혜 씨(27·여)는 “편의점에 즉석밥 같은 인스턴트 음식이 한 개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숙이 엄두가 나지 않아 겨우 공항을 벗어났던 사람들은 숙소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기주 씨(38)는 “메뚜기처럼 숙박 가능한 업소를 찾아서 헤맸다”며 “소셜커머스에서 1박 단위로 방을 구하면서 겨우 잠을 잤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자영 씨(26·여)는 “인터넷에도 없는 낡은 모텔을 수배해 겨우 방을 얻었다. 모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의 빈방을 찾아다니며 하루씩 지냈다”고 언급했다.○ 바가지 상혼 ‘눈살’ ‘재난급’ 상황 속에서 어김없이 바가지 상혼도 극성을 부렸다. 이정원 씨(31)는 “공항에서 노숙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세 줄에 1만 원을 내고 얇은 김밥을 사먹었다”고 전했다. 이성희 씨(47)는 “택시 기사에게 1시간 거리인 협재까지 가겠다고 하니 10만 원을 부르더라. 공항 밖까지만 나가는 데도 5만 원을 불렀다”고 말했다. 김모 씨(29)는 “렌터카 계약 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니 가격이 두 배였다. 무료였던 스노체인도 2만 원의 대여료를 받았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 / 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