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구

정순구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38

추천

엉덩이보다 발로 쓰겠습니다. 책상 앞보다는 현장을 사랑합니다. 직접 듣고 본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soon9@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경제일반80%
금융20%
  • 식자재 납품하는 공장 건물, 상가임대차법 적용될까?[부동산 빨간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피해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던 상가 등 상업시설에 최근 고금리 기조와 경기 불안이라는 악재가 덮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출로 건물을 사들인 임대인들이 금리 인상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기도 하고,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임차인들이 월세를 연체하거나 미납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은 2021년 130건에서 지난해 179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상가임대차법)’과 관련한 질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의 자문을 통해 구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봤습니다.Q. 안녕하세요. 부동산 빨간펜 구독자입니다. 경기 용인시에 공장을 보유한 임대인입니다. 2020년 10월 임차인과 월세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10월 계약 기간(2년)이 만료됐습니다. 현재 임차인은 해당 건물이 ‘상가’라며 상가임대차법에서 보장하는 10년의 임대 기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은 야채를 전 처리해 식당이나 제조사 등에 납품하는 식품제조가공업으로 영업 신고를 한 상태입니다. 건물에서 고객에게 직접적인 대면 판매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때 제가 보유 중인 건물이 공장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상가건물과 관련한 분쟁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꼭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큰 갈등 없이 현명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알려드리면 판매를 위한 시설이 따로 없다면, 구독자 소유의 건물은 공장으로 판단될 여지가 많습니다.상가임대차법의 목적 자체가 ‘상가’의 임대차에 관한 법이기 때문인데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 본문, 제3조 제1항을 보면 해당 법이 적용되는 임대차 계약은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영리 목적의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는 공부상 표시가 아니라, 건물의 현황·용도 등을 고려해 영업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합니다. 즉,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느냐로 판단한다는 거죠.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상품을 보관·제조·가공하는 공장이나 창고는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 즉 해당 건물에서 물건을 손님들에게 사고 파는 행위가 함께 이뤄질 경우 상가건물에 해당한다고 봅니다.현재 구독자 소유 건물에서는 상품의 보관·제조·가공 외에 다른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따라서 상가건물이 아닌 공장으로 판단될 소지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공장 내 판매를 위한 시설이 없다면 영리 목적의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이런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Q. 2020년 10월 계약 당시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50만 원입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환산보증금의 규모가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임차인과 맺고 있는 월세 계약은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인가요?“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해당 법은 상가건물의 임대차(임대차 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에 적용합니다. 다만,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예외라고 규정합니다. 보증금이 비싼 상가의 경우 영세 상인보다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임차인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큰 만큼 상가임대차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대통령령은 지역별로 상가임대차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보증금 기준을 다르게 정해 뒀습니다. 서울은 9억 원을 초과하는 상가부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부산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6억9000만 원을 넘기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 규모는 ‘보증금+(월세x100)’으로 환산해 계산합니다. 구독자 건물의 환산보증금은 6억 원인 셈이죠. 건물 소재지인 경기 용인시의 경우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환산보증금 기준은 5억4000만 원입니다. 따라서 구독자가 임차인과 맺은 월세 계약은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상가임대차법 적용 제외 환산보증금 기준(단위: 원)지역환산보증금 기준서울9억 초과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6억9000만 초과부산광역시(과밀억제권역, 군지역, 부산 제외)5억4000만 초과세종, 경기 파주·화성·안산·용인·김포·광주시그 밖의 지역3억7000만 초과Q. 임차인과 맺은 월세 계약이 상가임대차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면, 연 5% 이상의 임대료 인상도 가능한가요? “상가 임대료 인상 규정은 상가임대차법 제11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에 명시돼 있습니다. 임대료 증액은 청구 당시의 차임(임차해서 사용하는 물건을 대가로 내는 금전 또는 그 밖의 물건)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죠. 증액 청구가 가능한 시점은 임대차 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 이후 1년이 지나야 합니다. 다만, 구독자 건물의 임대차 계약은 환산보증금이 상가임대차법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 5% 이상의 임대료 인상도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Q. 임차인이 임대료 지급 기한을 제대로 준수한 적이 없습니다. 임대료 지급 약속 일자는 매월 5일이지만, 매번 사전 양해 없이 10~15일 늦게 임대료를 송금했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나요?“법적으로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임차인이 3기(3개월)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했다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죠.구독자 건물은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위 조항은 환산보증금과 관계없이 예외적으로 모든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에 적용합니다.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했다는 의미는 누적 차임 연체액이 3기분에 도달한 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임대료를 연체하지 않고 있지만, 계약기간 중 총액 3개월의 임대료를 연체한 사실이 있다면 이 역시 계약 갱신 거절 사유입니다. 구독자 사례는 건물이 상가에 해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누적 차임 연체액이 1650만 원(월 임대료 550만 원x3개월)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갱신 요구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27
    • 좋아요
    • 코멘트
  • 원희룡 “전세사기 특별법 27일 발의”… 내달초 통과될듯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27일 국회에 발의된다. 2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27일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당초 사안이 시급한 만큼 이번 주 중으로 통과될 거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법안 심의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등을 고려해 국회 처리 시점은 다음 달 초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 매입을 원하면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거주만 원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자 대신 경매에서 사들여 공공임대로 거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살던 집에서 최장 20년간 시세 40∼50%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H는 올해 매입임대 사업 예산으로 5조5000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원 장관은 이날 “필요하다면 얼마든 증액할 수 있다. 재정당국과 얘기가 된 상태”라고 했다. 원 장관은 이날 부산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한 청년 전세 피해자가 “(전세피해 선보상)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했는데 시각을 좀 바꿔주면 좋겠다”고 하자 “결국은 국민이 낸 세금(예산)으로 하는 건데, 국민적 동의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낙찰 대금 융자 임대료 지원 등의 지원을 언급하며 “낙찰 대금 융자는 지자체 지원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무이자가 될 수 있다. 나중에 가격이 오를 때 팔면 부채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3-04-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은평구 신사동에 8년 만에 424채 신규 분양

    두산건설은 다음 달 초 서울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짓는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조감도)을 분양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신사동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단지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일대에 들어선다. 6개 동(지하 2층∼지상 18층), 총 424채(전용면적 59∼84㎡)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235채다. 은평구 내에서도 핵심 입지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우선 지하철 6호선 새절역까지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새절역과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경전철 ‘서부선’이 올해 중 착공하고, 새절역∼창릉신도시∼고양시청을 연결하는 ‘고양은평선’ 사업이 추진되는 점도 호재다. 차량으로는 단지 인근에 위치한 내부순환도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을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으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단지 설계에도 입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월패드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원격검침이 가능하고,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 등으로 관리비 절약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주차장에는 비상벨 시스템을 갖춰 입주자들의 안전 관리에도 힘쓴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발급 6개월간 109건 그쳐… 피해자들 “연소득 7000만원 등 조건 까다로워”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 살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김모 씨(39). 2018년 받은 전세대출 2억 원에 대한 이율이 연 2%대에서 6%대로 오르며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기존 전세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격 요건을 알아봤지만 좌절했다. 정부가 부부 합산 소득이 연 7000만 원을 넘기면 대출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는데,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대출 자격이 안 됐다. 그는 “똑같은 피해자인데 소득 요건을 두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각종 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전세피해확인서’ 발급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여 동안 약 100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부터 피해자를 위한 연 1∼2%대 저금리 대환대출이 시작됐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세피해확인서 발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발급한 전세피해확인서는 109건에 그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생한 보증사고만 집계해도 5867건에 이르지만, 단 2%만 피해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확인서는 피해자가 다른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한 보증금을 저금리로 대출받거나 피해 주택의 전세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연소득 7000만 원(부부 합산) 이하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당초 보증금 기준을 2억 원으로 제한했다가 까다롭다는 비판이 나오자 올해 2월 3억 원으로 완화했지만 소득 기준은 바꾸지 않았다. 홍 의원은 “맞벌이 부부는 소득 기준이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피해자 눈높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금알 낳는 투자처’였던 물류센터, 공사비 30% 급등에 거래 감소[인사이드&인사이트]

    《서울 근교의 A물류센터. 축구장 7.5개 규모의 부지에 저온과 상온 물류센터(연면적 5만4000㎡)가 함께 있다. 2020년 착공해 2021년 준공된 이곳의 3.3㎡당 공사비는 223만2000원 수준이었다. 인근에서 지난해 공사를 시작한 B물류센터 역시 A물류센터처럼 저온과 상온 물류센터가 함께 있는 복합물류센터로 지어지고 있다. 연면적도 5만2000㎡로 A물류센터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공사비는 3.3㎡당 445만2000원으로 A물류센터의 갑절로 비싸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불과 1, 2년 전까지만 해도 기관은 물론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 개인 고객까지도 물류센터 투자에 관심이 높았는데 온라인 쇼핑 증가세가 꺾인 데다 각종 비용이 높아지며 수익률이 떨어지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수요가 폭발하며 큰 인기를 누렸던 물류센터가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물류센터는 수익성 좋은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공사비와 금융 비용은 급등했는데 임대료는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이제는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 물류센터(연면적 1만6500㎡ 이상)의 공사비(착공일 기준)는 코로나19 확산 전이었던 2019년 3.3㎡당 262만6000원에서 지난해 348만5000원으로 33% 올랐다. 인천 내 연면적 1만 ㎡ 규모 복합물류센터 시행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물류센터 공사비가 연일 오르며 어떻게든 공사를 빨리 끝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시멘트, 철근 등의 가격이 2∼3년 전과 비교하면 50∼60% 이상 오른 상황”이라고 했다. 공사비 인상세는 저온 물류센터일수록 두드러진다. 수도권에서도 물류센터 수요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경기 이천시에서 지난해 착공한 C상온물류센터(연면적 3만6307㎡)의 3.3㎡당 공사비는 340만8000원. 2021년 인근에 들어선 D상온물류센터(연면적 4만5698㎡)의 공사비(3.3㎡당 218만1000원)와 비교하면 약 56% 올랐다. 경기 이천시의 연면적 1만8961㎡ 규모 E저온물류센터는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사비는 약 300억 원 수준으로 3.3㎡당 516만9000원이 투입됐다. 2021년 인근에 완성된 F저온물류센터(연면적 2만6502㎡)는 총공사비가 230억 원 수준으로 3.3㎡당 공사비는 286만7000원. 저온물류센터의 공사비가 2년 만에 80% 이상 올랐다는 의미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센터 인기도 덩달아 뛰었다”며 “수도권 인근에 물류센터 공급이 이어지면서 임대료 상승세는 주춤한 반면, 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공사비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빨리 오르고 있다”고 했다. ● 공사비 30% 이상 올랐는데 임대료는 제자리걸음실제 물류센터 공급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394만 ㎡ 규모에서 올해 말 790만 ㎡로 불과 1년 새 2배로 뛴다. 통상 물류센터가 착공에서 준공까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부터 2022년 공사에 돌입한 물류센터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류센터가 공급되다 보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곳도 나온다. 경기 평택시에 연면적 10만 ㎡ 이상의 초대형으로 건설 중인 한 복합물류센터는 준공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임차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 내년까지 인근에 공급될 물류센터 면적이 100만 ㎡에 이르는 탓에 임대차 계약 협의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급이 단기간 급격히 늘면서 공실률도 오르는 추세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수도권 A급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10%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1∼6월)의 공실률(4%)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임차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물류센터가 늘면서 임대료 인상 역시 주춤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 물류센터(연면적 1만6500㎡ 이상)의 임대료는 2019년 3.3㎡당 2만9590원에서 지난해 3만1860원으로 3년 동안 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공사비는 30% 이상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단기간 공사비가 급등했다는 것은 임대료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지 않은 이상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라며 “2∼3년 전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물류센터 투자에 나섰던 분위기를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인기 식자 거래량 감소… 부실 우려 커져물류센터 수익률 하락은 고스란히 투자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2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물류센터 거래 규모가 반 토막 난 셈이다. 연간 누적 거래금액도 2021년 7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5조6000억 원으로 약 21% 감소했다. 거래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인천의 한 물류센터 매도 호가는 1100억 원 수준. 2년 전 매물로 나왔을 당시 매매가는 300억 원이 더 높은 1400억 원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임차인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지금보다 매매가가 높았던 것이다. 이처럼 물류센터 인기가 식으면서 공사 중인 물류센터 중에는 대출에 차질을 빚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2∼3년 전에는 임차인 수요를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도 ‘브릿지론(단기 대출)’을 금융권에서 큰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임차인을 확정한 물류센터의 브릿지론 신청이 거절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에 금융비용 증가로 물류센터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고, 대출도 곳곳에서 막히기 시작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출을 연장하지 못한 물류센터 등이 부실채권으로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물류센터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상업용 부동산컨설팅사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도 서울과의 접근성과 주변 임차 수요 등에 따라 물류센터 인기가 갈리고 있다”며 “각종 비용이 높아져 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투자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산업2부 기자 soon9@donga.com}

    • 2023-04-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세사기 특별법 만들어 피해자-LH에 우선매수권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이 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해 세입자에게 최장 20년 동안 임대하는 내용을 담은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특별법을 통해 피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며 “거주하고 있는 임차 주택을 낙찰받기를 원하는 분들에겐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는 분들은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관련 세금 감면과 장기 저리 융자를 제공하고, LH가 경매주택도 매입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 주택 선정 기준과 우선 매수 가격 기준 등 구체적 내용은 정해지지 않아 피해자 간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논의를 거쳐 이번 주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정은 특별법을 이번 주 내로 발의해 다음 달 초 처리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당부했다.전세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 또는 20년 임차’ 선택권 준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추진매수희망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거주만 원할땐 LH 매입임대주택세부 기준 안정해 형평성 논란 예고, 野는 ‘先보상’ 구상… 협의 힘들수도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3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관련 법 개정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를 최대한 빨리 구제하기 위해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우선매수청구권 부여와 경매 중단을 속도감 있게 수용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피해 주택 기준이 모호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와 개인 등 채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는 적정 매수 가격을 얼마로 볼 것인지 등이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보증금을 국가에서 먼저 보상하고 해당 주택을 매각해 비용을 회수하는 ‘선(先)보상 후(後)구상’에 힘을 싣고 있어 법 개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기존 매입임대 예산 7조5000억 원 활용”당정이 추진하는 특별법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 매입을 원할 경우엔 경매에서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매입이 아닌 거주만 원할 경우 LH가 경매에서 사들여서 공공임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원하면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최장 20년 동안 시세 50% 이하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다.재원은 기존 매입임대 예산을 활용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매입임대 예산은 LH 5조5000억 원(2만6000채), 지방자치단제 2조 원(9000채) 등 7조5000억 원 규모로 이를 재원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대부분 전용면적 85㎡, 시세 3억 원 이하에 몰려 있는데 기존 LH 매입임대주택 선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요구하는 선보상 후구상안이나 전세사기 주택 직접 매입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선보상 후구상안은) 범죄 피해를 전액 보상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선례가 없고 시장경제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공공 매입은 국가가 피해 전세보증금을 혈세로 지원하는 ‘보증금 국가 대납법’”이라며 “막대한 세금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 피해 주택 기준 안 나와… 형평성 논란 가능성당정이 추진하는 우선매수권 부여는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후순위 채권자인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세입자가 선순위 채권자일 경우에는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받거나 집을 바로 낙찰받을 수 있다.다만 경매가 끝날 때까지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거나, 원치 않는 집을 매수하는 등 피해는 여전하다. 박모 씨(32)는 “이제는 대항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전세 대출 이자만 나가고 정부 대책에서는 제외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사기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조직적인 사기 행각 없이 단순히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경우, 또 이미 일부만 변제받고 상황이 종료된 경우도 있다.주택을 얼마에 낙찰받을지도 문제다. 우선매수권이 있는 주택은 낙찰자가 집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경매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계속해서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부실채권을 매입한 공공기관이나 금융사, 개인 채권자 등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유찰 횟수나 낙찰가율 등 우선 매수 기준을 정해야 하지만,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매 중단만으로도 피해가 큰데 채권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 손실이 커진다”고 했다. 야당과의 협의가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여당과 야당, 정부가 내놓은 안들을 절충해 종합 패키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여당의 안이 (제대로 된 안이) 아니면 여당 내용까지 포함해 적극 관철하겠다”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2023-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전세보증금 반환 지체… HUG 일부센터, 이체내역서도 요구

    경기 수원시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던 최모 씨(31)는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전세 보증금 1억3500만 원을 떼일 위기에 놓였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해 뒀기 때문이었다. 그는 HUG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아 다른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그가 전세금 반환 신청을 한 HUG 서울 동부관리센터에서 ‘집주인에게 계약금과 잔금을 이체한 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왔다. 전세 계약 당시 잔금 일부를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에게 입금했던 그는 이 돈이 집주인에게 송금됐다는 사실까지 증빙해야 했다. 문제는 집주인은 물론 중개사까지 모두 연락이 두절됐다는 것. 그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증금 반환 청구는 접수조차 안 됐고 그사이 전세대출 이자만 두 배로 내고 있다”고 했다. 전세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전세금 반환 업무를 처리하는 HUG 일부 센터가 지난달 말부터 전세금 반환 신청자에게 보증금 전액에 대한 이체 내역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세입자들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며 보증금 반환 신청이 쇄도하자 HUG가 서류 문턱을 높인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기존에 HUG에 전세금 반환을 신청하려면 전세 계약이 종료됐다는 증빙, 임차권 등기 내역,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하면 됐었다. 계약금이나 잔금 이체 내역 확인서는 기존 신청 필수 서류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이를 증빙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대차 계약의 가계약금이나 계약금은 소액이어서 현금으로 내는 경우도 많고, 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에게 입금하기도 한다. 이 경우 중개사와 집주인에게 다시 연락해 증빙을 갖춰야 하는데,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도 폐업하거나 연락이 두절되고 집주인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세입자는 “HUG가 전세 계약을 했던 2년 전의 가계약금 수준인 100만∼200만 원 규모 이체 내역까지 요구하고, 이를 증빙 못 하면 계속 보완을 요구해 당혹스럽다”며 “업무가 몰리니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체 내역 확인서를 전국 공통이 아니라 HUG의 서울 동부·서부관리센터에서만 요구하는 점도 논란이다. 보증금 반환 신청은 보증서에 임의로 지정되는 관할 센터로 하는데, 특정 센터만 추가로 서류를 요구해 형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HUG 측은 “전세 계약서상 보증금과 실제 보증금을 다르게 기재해 HUG에서 더 많은 보증금을 반환받으려 한 사례가 일부 센터에서 발생해 그 같은 사례가 발생한 센터에서 이체 내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세입자가 끝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추후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를 쓰고 보증금을 반환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보완 요구를 할지 등 기준은 없는 상태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집주인이 사망한 뒤 상속인이 바로 정해지지 않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빌라왕’으로 알려진 김모 씨 피해자들이 바로 집주인이 사망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올해 1월 정부가 상속 등기를 하지 않아 소유권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임차권 등기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등기를 하려면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인 세입자가 상속인까지 직접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입자들로선 보증보험 이행이 미뤄지면서 예상치 못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이체 내역 확인이 필요하다면 애당초 보증보험 가입 시점부터 반영했어야지 뒤늦게 이행 신청 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세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3-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세금 떼일라”… 서울 빌라 전세비중 54% ‘역대 최저’

    서울 빌라 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이 1분기(1∼3월) 기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사기 우려와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며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 2만7617건 중 전세는 1만4903건으로 전체의 54.0%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빌라 전세 비중이 가장 작은 곳은 노원구였다. 올해 1분기 노원구의 빌라 전월세 거래 424건 중 전세는 179건으로 42.2%에 그쳤다. 종로구(42.6%)와 강남구(43.0%), 송파구(44.8%), 서대문구(46.0%), 관악구(46.3%), 중구(47.0%), 서초구(49.9%) 등도 전세 비중이 50%를 밑돌았다. 전세 사기가 집중된 지역은 거래량 자체가 적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1분기 전세 거래는 9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9건)보다 40% 감소했다.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떼이는 경우가 늘다 보니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전세 사고가 걱정돼 손님들에게 월세를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 거래가 줄어든 반면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거래) 비중은 늘었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준월세와 준전세 거래는 각각 8417건, 3223건으로 각각 전체 거래의 30.5%, 11.7%였다. 특히 준전세 비중은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경매 중단” 다음날… 전세사기 11채 경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또는 유예를 지시한 다음 날인 19일에도 인천에선 피해 주택 11채의 경매가 예정대로 이뤄졌다. 정부가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사이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법정에선 전세사기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돼 1채가 낙찰됐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의 전세사기에 당한 피해자 조현기 씨(45)의 집이었다. 조 씨는 “매번 하루만, 한 주만 버티자는 심정이었는데 이제 정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조 씨는 미추홀구 주안동 아파트 전세보증금 6200만 원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소변제금 2200만 원만 건진 채 조만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세계약은 올 10월까지로 기간이 남았지만 경매 낙찰자가 1개월 내 잔금을 내고 등기 이전을 완료할 경우 기존 전세계약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조 씨 같은 사례를 막겠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피해 주택 경매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 20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해 금융회사 대출을 해준 경우 6개월 이상 경매에 넘어가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경매 절차에 이미 돌입한 경우 매각 처분을 유예하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조 씨처럼 채권자가 대부업체이거나 개인인 경우 경매·매각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경매·매각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이어서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근본 대책으로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을 경매 낙찰자에 앞서 사들일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법안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며 우선매수권 부여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건축왕’ 남 씨 외에도 ‘빌라왕’ 김모 씨 등 악성 임대인 3명이 소유한 인천 내 주택이 3008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523채가 미추홀구에 있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2479채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가 확인된 주택 중 1523채는 이미 경매에 넘겨졌다.“오늘은 경매 못할줄 알았는데… 이젠 정말 거리에 나앉게 돼” 집 잃은 전세사기 피해자 망연자실인천 매일 10~20채 피해주택 경매… 세입자들 “정부대책 임시방편 불과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을” 호소 “그래도 오늘은 유찰될 줄 알았는데….” 19일 오전 11시경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 전세사기 피해자 조현기 씨(45)는 거주 중인 집이 경매에서 낙찰됐다는 법원 통보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조 씨는 2017년 10월 미추홀구에 보증금 5300만 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고, 4년 후 임대인의 요구로 보증금을 6200만 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 집은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가 소유한 전세사기 주택이었다. 조 씨는 지난해 10월 집이 경매에 넘어간 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피해자 없게 대책 빨리 시행” 이날 100여 명으로 가득 찬 경매법정에선 전세사기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지난달 1억4900만 원으로 경매에 나왔던 조 씨의 집은 한 차례 유찰됐다. 이날 두 번째 경매에선 2명이 응찰했는데 이 중 1억1289만 원을 써낸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낙찰받았다. 나머지 10채는 유찰됐는데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는 30%씩 떨어진다. 조 씨는 “한 번 정도 더 유찰돼 가격이 떨어지면 돈을 끌어모아 살 생각도 있었는데 한순간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 앞으론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조 씨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법원 입구 앞에서 경매 낙찰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경매 중단 지시를 내렸지만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 건 정부가 즉각 중단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에 가입한 피해 주택 1723채의 채권자 중에는 농협 신협 등 협동조합이 979건(56.6%)으로 가장 많았다. 새마을금고가 304건(17.6%), 시중은행이 50건(2.9%) 순이었다. 이처럼 채권자가 금융회사인 경우 임의로 경매를 유예하면 금융 채권 추심 업무 규정상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우 경매를 유예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20일부터 경매 중단 지시가 시행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협조 요청에 불과해 금융회사가 이행한다는 보장이 없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인천지법 경매법원만 해도 매일 10∼20채씩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 매물로 올라온다”며 “이달 말까지 경매가 예정된 피해 주택 80채라도 더 이상 낙찰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 피해자 두 번 울리는 ‘경매꾼’ 최근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에 속속 넘어가자 이른바 ‘경매꾼’으로 불리는 일부 경매 투자자가 “싼값에 낙찰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투자를 조장하기도 한다. 한 경매 전문 유튜버는 지난달 곳곳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란 현수막이 붙은 주택을 찾아 “지금이 낙찰받기 좋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튜버는 “미추홀구는 지금 노다지”라고 했다. 피해 주택에 살던 세입자가 대항력이 없는 경우 퇴거 조치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월세로 새로 계약을 하라”는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가 19일 발표한 경매·매각 6개월 유예 방침에 대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6개월 경매 유예가 실질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언젠가 경매가 재개돼 집이 넘어가고 비워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쥐꼬리만 한 최소변제금만 받고 퇴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경매에서 집이 낙찰된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집이 경매에서 낙찰된 강모 씨(36)는 “이미 집이 팔렸는데 정부에서 말하는 경매 중단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빚만 남아 당장 이사 비용도 부족한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금융기관 경매 유예 실시간 모니터링”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중단시키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미 경매가 시작됐더라도 낙찰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법원에 매각 기일을 연기하게끔 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은 19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TF는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가운데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서는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은 미추홀구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으로 판단한 경우라면 금융사들의 협조를 통해 경매·매각 유예를 추진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피해자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적어도 수개월 동안 경매와 매각 절차를 일단 늦추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금융기관과 피해자들의 전수 명단을 갖고 있다”며 “20일부터 실제로 경매를 중단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날부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하고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 전세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감면에도 나서기로 했다. 농협과 신협 등도 여기에 동참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심리학회 등에서 100명 이상의 자문 전문가를 구성해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찾아가는 상담’을 위한 상담 버스 프로젝트를 20일부터 추진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1 대 1 또는 1 대 3 상담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세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추진… 입법 필요해 시간 걸릴듯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이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은 피해자들에게 실익이 없어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0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부분 국회 입법이 필요한 데다 피해자별로 원하는 구제책이 달라 최종 대책 확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부도임대주택에 우선매수권 제도가 운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걸리지 않겠다 싶어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피해자는 당장 퇴거해야 하고 전세금을 대부분 떼인다. 전세금이 집주인이 받아놓은 대출에 후순위로 밀리는 데다 대부분 저가에 낙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고, 해당 주택을 보유함으로 전세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피해자의 경매 낙찰대금(경락대금)에 저리로 장기 대출을 해주거나 거치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7년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 특별법’을 제정해 세입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임대주택을 지은 민간 건설사가 부도나며 세입자들이 대거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부도 임대주택을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세입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요건과 장치를 달아 실행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관계 당국 간 긴밀히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원 장관은 전했다. 원 장관은 “우선매수권을 주려면 입법이 필요한데, 다른 사람의 재산권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끼치거나 이를 악용하는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어서 정밀하게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우선매수권이 바로 피해자 구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07년 당시에는 세입자가 최고가로 주택을 매수해야 해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세입자가 많지 않았다. 결국 공공이 해당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안까지 추진해 2021년에야 약 6만 채에 이르는 부도 임대주택 처리가 마무리된 바 있다. ● “공공매입 검토 안 해”…‘선지원 후구상’도 논의 피해자 주택을 공공임대용으로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은 미추홀구 피해자에 대해서는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선순위 담보가 최대로 설정돼 공공이 매입해도 후순위 채권자인 세입자는 거의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다. 원 장관은 “(공공매입 임대가) 국민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동의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당정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전세사기 피해자인 임차인의 보증금 채권을 우선 매입한 뒤 추후 매입 비용을 회수하는 ‘선지원 후구상’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피해자는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아 빨리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 캠코는 추후 주택 매각, 공공임대주택 전환 등으로 매입 비용을 회수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도 해당 방안이 포함돼 있다. 다만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데다 피해자별로 원하는 회수 수준이 다를 수 있어서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원 장관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보증금의 50%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전세사기 대책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당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매 일시 중단 조치뿐 아니라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뒤늦게 피해 구제 입법에 박차를 가하는 건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졌다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원내 제1당인 민주당도 ‘전세사기 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질 때까지 정치권이 신경 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와 TF 구성원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3-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증금 떼일라”…서울 빌라 전세비중 역대 최저

    서울 빌라 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이 1분기(1~3월) 기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 사기 우려와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며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19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 2만7617건 중 전세는 1만4903건으로 전체의 54.0%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서울 25개 자치구 중 빌라 전세 비중이 가장 작은 곳은 노원구였다. 올해 1분기 노원구의 빌라 전·월세 거래 424건 중 전세는 179건으로 42.2%에 그쳤다. 종로구(42.6%)와 강남구(43.0%), 송파구(44.8%), 서대문구(46.0%), 관악구(46.3%), 중구(47.0%), 서초구(49.9%) 등도 전세 비중이 50%를 밑돌았다.전세 사기가 집중된 지역은 거래량 자체가 적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1분기 전세 거래는 9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9건)보다 40% 감소했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떼이는 경우가 늘다보니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전세 사고가 걱정돼 손님들에게 월세를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 거래가 줄어든 반면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인 거래)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 비중은 늘었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준월세와 준전세 거래는 각각 8417건, 3223건으로 각각 전체 거래의 30.5%, 11.7%였다. 특히 준전세 비중은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9
    • 좋아요
    • 코멘트
  • “120통 걸어도 안받아”… ‘피해자 콜센터’는 통화중

    “하루 124통씩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아요.”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박모 씨(36·서울 송파구)는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콜센터에 연락했다. 애타는 마음에 시간 날 때마다 전화했지만 보증이행 담당 직원과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처음 문의하게 되는 HUG 콜센터나 전국 주요 도시의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언급한 전세사기 피해자 일대일 상담이나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가 실행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UG가 18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콜센터 응답률’에 따르면 HUG의 상담 신청 건수는 지난해 131만5579건으로 응답률은 50.4%에 그쳤다. 상담인력이 2021년 14명에서 지난해 말 94명으로 늘었지만 전세사기가 급증하며 응답률이 저조해졌다. 올해 1월 말 신청 건수는 17만2429건으로 응답률은 45.1%로 떨어졌다. 이는 HUG 측과 연결된 경우를 한정한 것으로 HUG에 연락이 닿지 못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실제 상담 수요 대비 응답률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로 상담하는 서울 전세피해지원센터도 비슷하다. HUG 직원 12명과 변호사 1명, 법무사 2명, 공인중개사 1명이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과 응대를 도맡고 있다. 인천 센터는 HUG 직원 2명과 인천시 공무원 2명, 법무사 1명으로 더 열악하다. 지난달 31일 운영을 시작해 이날까지 상담 755건이 들어왔지만 현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인천 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방문한 피해자 상담에 보통 1명당 40분 이상 걸린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3-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자 부담 덜어줄 대환대출, 발표 두달 지났지만 시행 안돼

    벼랑 끝에 몰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뒷북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대출 상품은 대책 발표 2개월여가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고 주거 지원으로 내놓은 임대주택은 피해자 수요와 맞지 않아 이용률이 3%대에 그친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월 전세사기를 당하고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기존 대출을 연 1∼2%의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는 3개월째 준비 중이다. 실제 대출 상품은 다음 달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미리 바꿨지만 은행 시스템을 준비해야 해서 일정을 앞당기기는 힘들다”고 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안심전세앱도 지난해 9월 발표한 뒤 5개월 뒤인 올해 2월에야 나왔다. 당시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악성 임대인 정보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발표 8개월 뒤인 5월에야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원 요건이 까다롭거나 피해자 수요와 맞지 않는 대책도 많다. 정부가 내놓은 긴급지원 주택 200여 채는 대부분 원룸이거나 도심과 떨어진 나 홀로 주택이어서 이용률이 저조하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 있는 긴급지원 임대주택 238채 중 8채(3.36%)에만 피해자들이 입주한 상태다. 정책 사각지대도 있다. 정부는 주택이 미납세금 때문에 공매로 넘어가면 미납세금보다 임차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는 구제되기 어렵다. 소액 임차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일정액을 가장 먼저 변제받도록 한 최우선 변제 제도도 마찬가지다.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불법 개조한 건물에 들어간 세입자나 이미 경매로 낙찰받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책도 미비하다. 특히 근린생활시설 세입자들은 해당 물건이 경매에 나오더라도 불법 건축물이라 낙찰이 되지 않고, 본인이 낙찰받아도 해당 건물에 부과된 강제 이행금을 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로운 집에 이사 갈 때 사용할 수 있는 저리 대출 역시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 대출을 이용한 사람은 단 8명에 그쳤다. 이미 보증금을 떼인 데다 살던 집의 기존 전세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피해자에게는 대출 자체가 부담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낡은 보잉 항공기, 인천공항서 2025년부터 화물기로 개조한다

    2025년부터 인천국제공항이 노후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수출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겸하게 된다. 이스라엘 국영기업의 화물기 개조 생산기지를 유치한 데 따른 것으로 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7일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및 국내 항공 정비 전문 기업 ‘샤프테크닉스케이(STK)’와 IAI가 보유한 보잉 B777 화물기 개조 사업의 투자 유치 실시협약(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인천공항이 IAI의 첫 해외 개조 생산기지가 되며 2025년 개조 화물기를 처음 출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국영 방산기업이자 글로벌 항공우주 전문 기업인 IAI사는 낡은 항공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기 수명은 30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15년 정도는 여객기로 운항하고, 개조 후 남은 기간은 화물기로 운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IAI와 STK는 외국인 투자 합작법인인 ‘아이케이씨에스(IKCS)’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한다. 2025년 인천공항 내 화물기 개조시설 1호기를 마련해 보잉 B777을 화물기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2030년 에어버스 A330을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는 개조시설 2호기를 열 예정이다. 1호기와 2호기에서는 각각 항공기 2대의 화물기 개조 작업과 대형 화물기 2대의 중정비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공사에 따르면 개조 화물기 수요는 앞으로 가파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41년까지 전 세계 항공 화물 시장의 화물기 수요는 2795대로 추산된다. 새로 구입하는 화물기는 33.6%인 940대에 그치고, 개조 화물기가 1855대(66.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에서 개조된 화물기는 글로벌 대형 항공사나 특송화물 항공사 등으로 수출된다. 인천공항공사는 2079년까지 누적 수출액이 약 120억 달러(약 15조 원)에 이르고 약 18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으로 화물기 개조 기술이 STK로 이전되면서 항공정비사업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화물기 개조 기술은 항공기 기체 정비 분야에서 기술 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사 관계자는 “화물기 개조사업 매출의 58%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부품 역시 중국 등 주변 경쟁국이 아닌 경남 사천 등을 기반으로 구축된 국내 항공부품 공급망에서 생산 조달하도록 사업 조건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번 협약으로) 국내 항공 산업의 동반 성장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인천공항이 보유한 세계적인 항공 운송 인프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 정비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난 의지할 부모도 없다” 유서…쓰레기봉투엔 정신과 약봉지

    수도권 일대에 주택 2700여 채를 보유한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17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사기를 당한 20, 3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한 건 2월 말과 이달 14일에 이어 세 번째여서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1시 22분경 박모 씨(31·여)가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남자친구에 의해 발견됐다. 호흡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박 씨는 오전 2시 12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선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과 함께 “전세 사기를 당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했다. 박 씨는 2019년 9월 전세보증금 7200만 원을 내고 59.62㎡(약 18평) 규모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이른바 ‘바지 임대인’으로 실소유주는 건축왕 남 씨였다. 또 2017년 준공 직후 채권최고액 1억573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였다. 근저당 때문에 박 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여기에 집주인은 2021년 9월 전세보증금을 9000만 원으로 올렸는데 이 아파트가 지난해 3월 경매에 넘어가 박 씨는 전세금을 모두 날리게 됐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8000만 원 이상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 씨가 살던 아파트는 현재 매매가가 1억4000만∼1억5000만 원 수준이어서 경매가 끝나면 한 푼도 못 받고 거리로 내쫓길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희생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2월 기준으로 건축왕 소유의 주택 중 690채가 이미 경매에 넘어갔는데, 나머지 주택들도 순차적으로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피해자 단체는 “박 씨가 살던 아파트의 경우 전체 60채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전세 사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예방 대책 위주여서 이미 전세 사기를 당해 거리에 나앉기 직전인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난 의지할 부모님도 없다” 유서… 문앞 쓰레기봉투엔 정신과 약봉지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3명째 숨져31세 피해 여성 극단적 선택 추정… “전세사기 아파트 한동 통째 경매”피해자 집 현관문엔 단수 경고… 9000만원 날리게 돼 대출상환 압박“나는 전세사기를 당했다. 나는 의지할 부모님도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세상을 떠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박모 씨(31)는 이 같은 짤막한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서 전세사기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씨와 같은 아파트 주민 A 씨는 “지난주 박 씨를 만났을 때 ‘생업이 바빠 피해자 단체 활동을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는데 세상을 떠났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남 일 같지 않다. 나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박 씨가 숨진 아파트의 경우 한 동 전체 60채가 모두 건축왕 전세사기로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20채가량이 이미 낙찰돼 세입자들이 쫓겨났다”고 했다.● 수도요금 독촉장에 대출 상환 압박이날 오후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이 아파트 공용 현관에는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란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현관 등 곳곳에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전세사기 수사 중’ 표시와 ‘계약 주의’ 등의 문구가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살던 집이 경매에서 낙찰돼 길거리에 나앉는 걸 막기 위해 매수자 경고용으로 붙인 것이다. 숨진 박 씨의 집 현관문에는 수도 단수 예고장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밀린 수도요금을 내지 않으면 단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봉투도 있었다. 혼자 살던 박 씨는 최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주민 한모 씨(53)는 “박 씨가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데 올 9월 전세기간이 끝나면 전세대출까지 갚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 걸로 안다”며 “이른 아침에 나가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주민들에게 감자탕 같은 걸 나눠줄 정도로 정이 많았다”고 했다. 박 씨가 살던 곳은 14일 숨진 채 발견된 전세사기 피해자 임모 씨(26)가 살던 곳과 불과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집주인부터 중개사까지… 한통속 사기에 속아 미추홀구 일대에서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를 당하고 2월 말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 3명은 모두 20, 30대였다. 이들이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할 당시 주택에는 각각 1억5730만∼1억911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박 씨가 살던 아파트도 매매가는 1억4000만∼1억5000만 원이었지만 근저당 채권 최고액은 1억5730만 원이었다. 박 씨 역시 근저당권이 있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도 안 되는 해당 주택 계약을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 씨의 공범이었던 공인중개사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피해를 변제해 주겠다”고 이행보증서까지 작성해 안심시키는 수법에 속아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1억 원을 공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증서를 보여주며 “근저당권에 대해 물었더니 피해 공제 증서를 써줘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경매에 넘어간 뒤에야 이런 증서가 아무 효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정부 구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피해자들건축왕의 피해자 상당수는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조차 근소하게 넘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박 씨 역시 2019년 720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계약을 했다가 임대인이 2021년 보증금을 9000만 원으로 올리면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 원 이하여야 2700만 원의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최우선 변제 기준을 상향 조정했지만 박 씨처럼 임대차계약 이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대해서는 상향 조정된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기소된 범죄 피해 161건 외에도 계속해서 피해 고소가 이뤄지고 있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자 규모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증금 8500만원 넘으면 최우선변제금 못받아… 정부대책 ‘사각’

    정부가 잇달아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전세사기 예방에 치우치고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발표된 전세사기 방지 종합 대책에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대한 임차인 최우선 변제액 및 변제기준 상향 △연 1~2%대 저리 대출(전세대출 대환대출 포함) △긴급거처 지원 등을 담았다. 하지만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최우선 변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소액 임차인은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소액 임차인 기준(서울은 보증금 1억6500만 원, 인천은 8500만 원)을 100만 원이라도 넘길 경우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는다. 정부가 변제 기준과 변제액을 모두 높였지만,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데다 최근 2~3년 사이 전셋값이 급등해 지원 기준을 벗어나는 피해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거처도 현장에선 실효성이 낮다. 인천에 마련된 긴급거처(임대주택) 238채 중 전세사기 피해자가 입주한 집은 8채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은 "입주 절차가 까다롭고 임대주택 주거 여건이 열악하다"고 했다. 저리 대출 역시 피해를 당한 집의 전세대출 이자는 그대로 내면서 새로 이사할 집의 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월 대책에서 기존 전세대출을 저리로 대환대출해주는 상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은행 시스템 연계 문제로 빨라야 4월 말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전세대출을 연장하는 방안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은 게 아니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경매 절차 일시 중단’은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현재 공매의 경우 조세채권이 선순위 근저당으로, 채권자가 국가인 만큼 공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 다만 경매는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이거나 개인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강제로 경매 절차를 중지시키면 선순위 채권자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모든 피해자가 경매 중단을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자신이 선순위 채권자인 경우 경매 절차가 빨리 진행되는 것이 유리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경매를 진행해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피해자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해왔지만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결론을 못 내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일대일로 밀착해 법률, 심리상담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뿐 아니라 심리 치료 지원책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4-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수 경고장·약봉투…전세사기에 3번째 극단 선택

    “정말 남 일 같지 않네요. 저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박모 씨(31)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주 박 씨를 만났을 때만 해도 ‘생업이 바빠 피해자 단체 활동을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는데 세상을 떠났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박 씨가 숨진 아파트의 경우 전체 60세대가 모두 건축왕 전세사기로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20세대 가량이 이미 낙찰돼 세입자들이 쫓겨났다”고 했다.● 수도요금 독촉장에 대출 상환 압박 이날 오후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이 아파트 공용 현관에는 ‘전세사기 피해아파트’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현관 등 곳곳에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전세사기 수사 중’ 표시와 ‘계약주의’ 등의 문구가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살던 집이 경매에 낙찰돼 길거리에 내앉는 걸 막기 위해 매수자 경고용으로 붙인 것이다. 한 주민은 “박 씨도 직접 자신이 스티커를 붙였다고 씩씩하게 인증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박 씨의 현관문에는 수도 단수 예고장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밀린 수도요금을 내지 않으면 단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봉투도 있었다. 홀로 지낸 것으로 알려진 박 씨는 최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주민 한모 씨(53)는 “박 씨가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데 올 9월 전세기간이 끝나면 전세대출까지 갚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 걸로 안다”며 “이른 아침에 나가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주민들에게 감자탕 같은 걸 나눠줄 정도로 정이 많았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박 씨가 키우던 강아지와 고양이를 무척 예뻐했다”며 “지난주 남자친구와 함께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집주인부터 공인중개사까지…한통속 사기에 속아 미추홀구 일대에서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대부분 박 씨와 같은 2030세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였다. 주택 매매가가 2억 원을 넘지 않는데다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몰려 있기 때문이었다. 건축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하고 2월 말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 3명 모두 20, 30대였다. 이들이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할 당시 주택에는 각각 1억 5730만~1억 911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박 씨가 살던 아파트도 매매가는 1억4000만~1억5000만 원이었지만 근저당 채권최고액은 1억5730만 원이었다. 박 씨 역시 근저당권이 있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도 안 되는 해당 주택 계약을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 씨의 공범이었던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이 돈이 많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경매에 넘어갈 경우 피해를 변제해주겠다”고 이행보증서까지 작성해 안심시키는 수법에 속아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1억 원을 공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증서를 보여주며 “근저당권에 대해 물었더니 피해 공제 증서를 써줘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경매에 넘어간 뒤에야 이런 증서가 아무 효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 정부 구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피해자들 건축왕 피해자의 상당수는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조차 근소하게 넘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박 씨 역시 2019년 720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계약을 했다가 임대인이 2021년 보증금을 9000만 원으로 올리면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 원 이하여야 2700만 원의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최우선 변제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박 씨와 같이 임대차계약 이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대해서는 상향 조정된 기준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 피해대책위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당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것을 꺼려했지만 그 돈으로 다른 전셋집을 구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기소한 범죄 피해 161건 외에도 계속해서 피해 고소가 이뤄지고 있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자 규모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7
    • 좋아요
    • 코멘트
  • 부동산시장 양극화 심화… 서울 몰리고, 지방 곳곳 분양 미달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서울과 서울이 아닌 지역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은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부터 신규 분양 단지까지 수요가 몰리는 반면 그 외 지역은 청약 단지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16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연식별 아파트 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매매된 서울 아파트 6448건 중 준공 후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1198건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비중이 13%였는데 올해 1분기 6%포인트 늘었다. 지역별로 30년 초과 아파트가 가장 많이 거래된 곳은 노원구(285건)였고 △강남구 158건 △도봉구 137건 △송파구 128건 △양천구 109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의 거래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올해 1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는 대신 주거환경(15%)과 설비 노후도(25%) 비중은 모두 30%로 높였다. 서울에서는 신축 단지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분기 서울에 공급된 3개 단지, 총 393채(청약 가구 수)에는 2만2401명이 신청해 평균 5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3개 단지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1분기 분양된 31개 단지 중 1, 2순위 내에 청약이 마감된 곳은 10곳(32.3%)에 그쳤다. 대구와 경북, 전남, 전북, 충남 등 5개 지역은 1분기에 1개 단지씩 분양됐지만 모두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경기와 인천도 비슷한 분위기다. 경기는 1분기에 분양한 8개 단지 중 2개 단지만 청약 마감됐고, 인천 역시 5개 단지 중 1개 단지만 마감에 성공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양극화가 한동안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정부는 올해 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며 “서울과 그 외 지역의 부동산 규제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금리 인하로 확대되는 유동성은 서울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조정-과열-투기’ 규제지역, ‘부동산관리지역’으로 통합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뉜 부동산 규제지역을 ‘부동산관리지역’으로 통합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이전 정부 때 겹겹의 규제가 가해지며 중첩되고 복잡해진 규제지역 체계를 단순화해 국민 혼란을 막고 규제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소득세·지방세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3단계 규제지역은 2단계의 ‘부동산관리지역’으로 조정된다. 1단계에서는 청약·분양 등 최소한의 규제만 한다. 2단계로 지정되면 1단계 규제에 금융·세제·정비사업 규제 등을 추가로 적용한다. 정부도 복잡한 규제지역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해 7월 완료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주당 안과) 용역 결과를 검토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野 “난수표 3종 부동산 규제지역 단순화”… 국토부도 “공감” 청약-대출-세제에 영향 ‘규제지역’‘부동산관리지역’ 하나로 통합 추진업계 “당장 시장 영향은 제한적장기적으로 수요자 혼란 줄일것” 현행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뉜 부동산 규제지역을 ‘부동산관리지역’으로 통합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복잡한 규제지역 체계를 단순화해서 국민 혼란을 막고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규제지역은 부동산 청약과 대출, 세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전 정부 때 ‘겹겹의 규제’가 가해지고 규제 체계가 뒤엉키면서 부동산 전문가조차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도 규제지역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더불어민주당 개정안 내용을 고려해 하반기(7∼12월)에 최종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는 이르면 17일 현행 3가지 규제지역을 통합하고 이에 따른 세제·전매제한·청약제도를 조정한 주택·소득세·지방세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소속 의원들과 공동 발의하는 방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규제지역 지정 권한도 국토교통부로 단일화된다. 현재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기획재정부가 투기지역을 각각 지정한다. 국회 관계자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부동산관리지역을 결정하면 시장 여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규제지역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국토연구원에 발주해 놓은 상태다. 올해 7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 안과 함께 검토해 개편 방안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규제지역 제도 개선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민주당 안과)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한 후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야당뿐만 아니라 정부도 규제지역 개편에 나선 것은 과거 시장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규제지역에 규제가 더해지며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침체기에 제도를 미리 손봐 향후 집값 불안에도 대응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추가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청약과 대출, 세제 등 각종 규제가 뒤엉키게 됐다. 실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안겼을 뿐 아니라 정부가 규제를 조정할 때마다 시장 혼란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 제도는 애초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다주택자 세금 중과 등 투기 방지 목적의 세금 규제가 나중에 추가됐다. 당초 규제 강도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순으로 세다고 알려졌지만 조정대상지역이 투기 방지 목적의 투기과열지구보다 규제 수위가 더 높아진 것처럼 규제 위계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규제지역은 ‘부동산관리지역’으로 통합된다. 1단계는 청약, 분양 등 최소한의 규제만 한다. 2단계에선 1단계에 금융·세제·정비사업 규제 등을 추가로 적용한다. 부동산관리지역 1단계는 기존 조정대상지역보다 일부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우선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다주택자 취득·양도소득세 중과가 사라지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택 분양권 전매제한 최대 3년, 청약 재당첨 제한 7년 등 청약 관련 규제는 기존과 같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50%도 현행과 동일하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부동산관리지역 2단계로 통합한다. 2단계에서 다주택자는 취득·양도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게 된다. LTV는 50%로 유지되지만 DTI는 40%로 강화된다. 부동산업계는 규제지역 단순화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자의 혼란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이미 정부가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해 규제지역 단순화로 수요가 달라지는 등의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제도 개선 효과는 향후 규제지역이 다시 늘 때 수요자 혼란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4-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