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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조국을 위한 전장에서 생을 마감할 준비가 돼 있다.” 약 2년간 러시아 감옥에 있다 풀려나 25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돌아온 우크라이나의 헬기 조종사 나디야 사브첸코 중위(35)는 귀국 후 이렇게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브첸코 중위는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약 1년 동안 억류됐던 러시아 총정보국 소속 군인 2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풀려났다. 그는 이라크에 평화유지군(2004∼2008년)으로 파견된 유일한 우크라이나 여군이었다.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親)러시아 반군과 교전을 벌이다 러시아로 끌려가 살인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애국심과 단호함으로 ‘우크라이나의 잔 다르크’로 불리게 됐다. 2014년 10월 실시된 우크라이나 총선에선 옥중에서 비례대표 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와의 합병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사브첸코의 혐의는 반군 검문소에 포격을 지시해 현장을 취재하던 러시아 언론인들을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취재팀이 사망하기 한 시간 전에 이미 자신은 납치돼 러시아로 끌려왔다고 반박했다. 반군 지도자도 이를 인정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러시아가 풀어주지 않자 사브첸코는 지난해 말 “러시아의 부당함과 싸우는 유일한 무기”라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단식은 80일 이상 이어졌고 80kg을 웃돌던 몸무게가 25kg이나 줄었다. 러시아 법원은 3월 사브첸코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러시아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사브첸코는 저항의 뜻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노래를 불렀다. 사프첸코는 우크라이나의 국장(國章)인 삼지창이 그려진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맨발로 귀국했다. 맨발인 이유는 조국의 땅을 직접 밟기 위해서인 것으로 외신들은 해석했다. 사브첸코는 “여전히 살아 있어서 미안하다”며 “자녀들이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유럽연합(EU)이 딜레마에 빠졌다. EU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대신 수용할 터키가 필요하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탄압하는 에르도안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20년 측근인 비날리 일디림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승인했다. 일디림 총리는 곧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적을 체포하고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여기에 헌법개정으로 권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U는 대(對)테러법 개정 카드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적과 언론을 탄압하는 도구가 대테러법이기 때문이다. EU는 3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터키가 대거 받아들이기로 합의하면서 7월부터 터키 국민에 대한 무비자 EU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터키가 당초 약속했던 조건 중 하나인 대테러법 개정을 거부하면서 EU도 무비자 출입 허용을 보류한 상태다. 유럽 정상들은 대테러법 개정을 거부하는 터키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 정치인 탄압 등)터키에서 최근 벌어지는 몇몇 상황들은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최근 하원 연설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터키는 3000년에야 EU에 가입할 수 있다”며 EU 가입을 추진 중인 터키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 조건 없이 비자 면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난민송환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EU는 터키를 회원국 후보에서 배제하고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해)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막판까지 완주하겠다고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차악(次惡)’이라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최악이라면 클린턴도 이에 못지않은 악의 축에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샌더스 의원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그가 제3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샌더스는 22일 ABC방송의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나와 미국인들은 클린턴 전 장관을 ‘두 개의 악(惡) 중 다소 덜한 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미국인들이 차악에 투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국인들이 경제 사회 환경 인종 정의의 비전을 가진 인물에게 투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샌더스에게 ‘당신도 클린턴 전 장관을 직접 차악이라고 규정할 것이냐’고 다그치자 머뭇거리면서 “내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며 “트럼프와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가 아주 높다”며 즉답을 피했다. 샌더스는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7월 전당대회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굳힌 상태다. FT는 23일 ‘클린턴과 네이더의 유령’이라는 칼럼에서 샌더스 의원이 제3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앨 고어의 발목을 잡았던 녹색당 후보 랠프 네이더가 샌더스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클린턴의 지지율 상승이 부진한 이유가 샌더스의 막판 버티기보다는 민주당 정권의 무능과 본인의 자질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민주당원들은 희망하던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됐지만 상당수가 클린턴을 지지해온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이것이 샌더스의 완주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인도 출신 바이슈 크리슈나무르티는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재활용 로봇 제작회사 클린로보틱스를 세웠다. ‘버릴 물건은 없다’는 어머니 말씀을 되새기며 재활용 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창업육성 프로그램 알파랩기어의 도움을 받아 자금 사무실 장비를 마련했다. 피츠버그의 벤처캐피털 이노베이션워크스가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알파랩기어는 창업 기업들에 2만5000∼5만 달러(약 3000만∼6000만 원)를 지원하고 지분 5∼9%를 받는다. 지금까지 160개 기업에 5200만 달러(약 620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한 기업들 자산은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피츠버그가 로봇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로봇’과 지명의 뒤 두 글자를 따 ‘로보버그’라 불릴 정도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철강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도시였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19세기 말 카네기철강을 세운 피츠버그에는 미국 최대 종합제철회사 US스틸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지역 미식축구팀의 팀명도 ‘피츠버그 스틸러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호황으로 큰돈을 벌었다. 피츠버그가 로봇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철강산업의 쇠퇴였다. 1970년대 후반 철강업이 급속히 무너지면서 1986년까지 11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1983년 실업률은 17.1%에 달했다. 1982년 딕 손버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미래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주의회와 신생 기업들에 기술 자본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벤 프랭클린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리처드 칼리귀리 피츠버그 시장은 지역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 ‘전략21’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폐허가 됐던 존스앤드로플린 철강 공장에는 피츠버그기술센터(PTC)가 들어섰고 피츠버그생명기술센터, 카네기멜런로봇연구소 등이 이곳에 입주했다. 창업보육과 R&D 지원이 활발해지자 철강산업에 가려졌던 피츠버그의 ‘로봇 DNA’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츠버그의 로봇 연구 역사는 깊다. 전기기기 제조회사 웨스팅하우스는 걷고 담배를 피우며 700단어를 구사하는 로봇 ‘일렉트로’를 1938년에 개발했다. 카네기멜런대가 로봇 연구의 중심 역할을 했다. 로봇 산업에 관심이 많은 구글은 2011년 피츠버그의 옛 과자공장 터에 사무실을 열었다. 철강도시 피츠버그는 이렇게 산업구조를 재편해 1989년부터 현재까지 14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2025년까지 8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덕분에 펜실베이니아 주는 연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의 추가 세원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경제학회는 2018년 중국이 한국의 철강산업을 압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스코 본사가 있는 경북 포항은 30년 전의 피츠버그와 비슷하다. 포스코가 힘을 잃으면 포항도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체질 개선에 성공한 피츠버그를 연구해야 한다. 변신의 시기를 놓친 조선업의 실패를 철강산업이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14일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인을 체포하고 시설은 압류하라고 명령했다. 전날 선포한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의 구체적 시행 지침으로 좌파 정권에 맞서는 우파 세력을 정조준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이바라 광장에서 열린 연설에서 “국가 경제를 파괴하려고 생산을 중단하는 사람들은 수갑을 채워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며 “부르주아(자본가)들에 의해 마비된 생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현 경제위기는 외세의 공격에서 비롯됐다”면서 외국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며 군사훈련을 지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기업인 체포 명령은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기업 폴라르그룹이 최근 맥주 원료를 수입할 외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맥주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내려졌다. 폴라르그룹 소속 4개 맥주회사는 베네수엘라 전체 맥주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폴라르그룹의 로렌소 멘도사 회장은 공공연하게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부족한 생필품을 얻기 위해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지는 등 베네수엘라에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밀가루, 닭고기, 속옷 등 생필품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12일 타치라 주에서 생필품을 실은 트럭의 추돌 사고로 소금, 샴푸 등 적재화물이 바닥에 쏟아지자 사람들이 대거 약탈해 달아나기도 했다. 같은 날 메리다 주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복면 괴한들이 밀가루 650포대를 훔치려다 군인들에게 저지됐다. 인권단체 베네수엘라사회갈등관측소는 1∼3월 벌어진 약탈이 107건이라고 집계했다. 앞서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을 국민소환 투표로 쫓아내기 위해 국민 180만 명의 서명을 받은 관련 서류를 지난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미국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 대규모 폭력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정부도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14일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인을 체포하고 시설은 압류하라고 명령했다. 전날 선포한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의 구체적 시행지침으로 좌파 정권에 맞서는 우파 세력을 정조준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이바라 광장에서 열린 연설에서 “국가경제를 파괴하려고 생산을 중단하는 사람들은 수갑을 채워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며 “부르주아(자본가)들에 의해 마비된 생산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현 경제 위기가 외세의 공격에서 비롯됐다”며 외국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며 군사훈련 실시를 지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기업인 체포 명령은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기업 폴라르그룹이 최근 맥주 원료를 수입할 외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맥주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내려졌다. 폴라르그룹 소속 4개 맥주회사는 베네수엘라 전체 맥주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폴라르그룹의 로렌소 멘도사 회장은 공공연하게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부족한 생필품을 얻기 위해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지는 등 베네수엘라에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밀가루, 닭고기, 속옷 등 생필품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12일 타키라 주에서 생필품을 실은 트럭의 추돌 사고로 소금, 샴푸 등 적재화물이 바닥에 쏟아져 사람들이 대거 약탈하기도 했다. 같은 날 메리다 주에서는 복면을 하고 오토바이를 탄 괴한들이 밀가루 650포대를 훔치려다 군인들에게 저지됐다. 인권단체 베네수엘라사회갈등관측소는 1~3월 벌어진 약탈이 107건이라고 집계했다. 앞서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을 국민소환 투표로 쫓아내기 위해 국민 180만 명의 서명을 받은 관련 서류를 지난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미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 정권 전복, 대규모 폭력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정부도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전 세계 도시 인구의 80% 이상이 국제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에서 높은 대기오염 수치가 측정됐다.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는 연평균 300만 명 이상으로 말라리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보다도 많았다.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6년 대기오염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03개국, 3000여 개 도시 중 84%가 WHO의 연평균 미세먼지(지름 10μm 이하)와 초미세먼지(2.5μm 이하)의 기준치를 웃돌았다. WHO의 기준치는 미세먼지가 연평균 m³당 20μg, 초미세먼지가 10μg이다. 지역별로는 유럽 북아메리카 서태평양(한국 포함) 지역의 고소득 국가들은 대기오염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반면 다른 지역의 저소득 국가들은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동남아시아 서태평양 지역 저소득 국가들의 대기오염은 WHO 기준치의 5∼10배에 이를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중동 동남아시아의 도시 98%가 WHO 기준치에 미달했으나 유럽 북아메리카 등은 56%만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근 5년 동안 전 세계 도시의 오염도는 평균 8% 정도 더 악화됐다. 인도와 중국 도시들은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도시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상위 30개 도시 중 16개가 인도 도시였다. 중국도 상위 30개 도시에 5개나 이름이 올라갔다. 미세먼지도 인도가 상위 30개 도시 중 8개나 이름을 올렸고,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의 도시들은 각각 2개씩 이름을 올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WHO 분석 결과 대기오염 사망자는 도시 인구, 자동차 증가로 인해 2050년에는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도시는 북극권에 위치한 핀란드 무오니오였다. 연평균 미세먼지는 m³당 4μg, 초미세먼지 2μg이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독일이 1990년 10월 통일 이후 처음으로 군 병력 증원에 나섰다. 독일은 통일 당시 미국 등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의 요청으로 병력을 계속 줄여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 분쟁 지역에 대한 파병 요구가 늘어나면서 다시 늘리기로 한 것이다. 10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는 연방군 병력을 현재 17만8100명에서 2023년까지 6900명을 늘려 전체 병력을 법정 상한선인 18만5000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군무원 4400명도 증원하기로 했다. 또 병력 상한선을 개정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최근 독일군의 수요가 전례 없이 증가했다”며 “군사력 감축 기조를 바꿔 독일군의 모습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전국 독일은 종전 이후 무장 자체가 금지됐으나 곧 냉전시대에 들어서자 1955년 미국 등의 요구로 재무장에 돌입했다. 서독은 통일 당시 58만5000명의 병력을 운용했다. 동독도 별도로 23만5000명의 군대를 보유했다. 그러나 전승국들은 통일의 전제 조건으로 통일 독일군의 병력을 37만 명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했고 독일은 꾸준히 병력을 감축해 왔다. 징병제를 지원병제로 바꾼 2011년에는 병력 상한선을 18만5000명으로 정했다. 지난해 독일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16% 정도로 NATO가 회원국에 목표치로 제시한 2.0%에 크게 모자란다. 미국 국방예산이 지난해 GDP의 3.9%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는 규모다. 독일 정부는 올해 343억 유로(약 45조6190억 원)의 국방 예산을 2020년까지 392억 유로(약 52조1360억 원)로 늘릴 계획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갖은 막말로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민다나오 주 다바오 시장(71)이 제16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10일 마닐라타임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시장은 집권 자유당 후보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58)을 60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두테르테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들에게 “악과 싸우는 독재자가 될 것”이라며 “6개월 이내에 부패 근절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에서 태어나 다바오 시에서 성장했다. 아버지가 1950년대 세부 주 다나오 시장을 지냈고, 사촌이 세부 시장을 맡는 등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고교 시절 두 차례나 퇴학을 당할 정도로 반항아 기질이 강했다. 세 번째 학교를 가까스로 졸업해 산베다대 법학과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1980년 중반까지 다바오 시에서 검사로 일하며 반(反)범죄 전선에 뛰어들었다. 1988년부터 일곱 차례나 다바오 시장에 당선돼 하원의원과 부시장 재직 기간을 뺀 22년 동안 시장으로 일했다. 강력 범죄 소탕 작전을 추진해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던 다바오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바꿔놓았다. 다바오가 위치한 민다나오 섬은 반군이 활동할 정도로 치안 상태가 좋지 않다. 피델 라모스 등 역대 대통령 4명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사 내무장관직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범죄 소탕 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민자치 치안조직을 운영하며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 마약판매상 등 범죄인들을 처형하기도 했다. 초창기에 중국인 소녀를 유괴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직접 총살하는 등 범죄자 1700명을 죽였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강력 범죄가 만연한 필리핀에서 두테르테의 범죄 소탕 이력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대선레이스 초기 군소후보에 불과했던 그는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내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공약해 민심을 사로잡았다. 두테르테는 선거 기간 내내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 만에 버리겠다’ ‘자식이라도 마약을 하면 죽이겠다’ 등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두테르테의 ‘범죄와의 전쟁’ 구상은 매우 강력하다. 경찰관 3000명을 늘려 각종 범죄를 소탕하고 이 과정에서 군인과 경찰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사면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찰 급여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처럼 두테르테 당선인이 치안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범죄의 표적으로 쉽게 노출된 한인 교포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교민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마약상, 청부살인업자 등 강력범들이 긴장할 것”이라며 “한인 상대 범죄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했으며 2014년 10명, 지난해 11명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당선이 확정된 10일엔 의원내각제와 연방제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측 피터 라비냐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제의 실패를 목도해 왔다”며 “2019년 중간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6월 30일 공식 취임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취재하라며 기자들을 대거 초청했지만 정작 당 대회 취재는 불허하고 비공개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기자들은 개회 시간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대회장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에서 주변 분위기를 소개할 뿐이었다. 북한은 대회 전날까지도 당 대회 개최 시간과 장소 등 기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과 NHK,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북한이 120여 명의 외국 취재진을 대회장인 4·25문화회관 길 건너 200m 떨어진 곳까지 안내해 대회장 외관을 촬영하게 했지만 내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보도진은 농락당했다”며 “(북한은) 오후 당 대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전선 공장을 취재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개최 기간을 포함해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길 건너 보이는 행사장 앞의 움직임을 통해 내부 상황을 추측해 보도했다. 스티븐 에번스 BBC 기자는 “행사장 앞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개인 경호원들이 있다. 그가 대회장 안에 있다”고 전했다. NHK는 오전 10시 이전에 4·25문화회관 앞 주차장에 대회 참석자들을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 대의 대형 버스와 승용차가 정차돼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취재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CNN 정도만 북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대회가 오전 9시에 시작됐으며 약 3000명의 당원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김 제1비서의 총괄 보고를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의 성과를 ‘실적’으로 전면에 제시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거액을 들여 이번 초청 취재에 응한 서방 기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BBC 기자는 “참석자 수천 명이 (김정은의) ‘비공식 대관식’으로 여겨지는 잘 짜인 지지 행사’를 위해 모여 있다”고 비꼬았다. NHK는 “1980년 당 대회에는 118개국 대표단이 초대됐으나 이번에는 외국 고관들의 참석 예정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며 ‘나 홀로 행사’ 분위기를 전했다. CBS방송 기자는 체류한 호텔의 낡은 전화기를 보여주며 “호텔이 1980년대에 지어졌다.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에번스 기자는 “취재진 4명에 1명씩 감시원이 배치됐다. 화장실까지 따라 온다”며 “촬영한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이날 오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생중계 플랫폼인 ‘페리스코프’를 통해 당 대회장 주변에서 두 차례에 걸쳐 27분 23초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파이필드 기자는 “여기 보이는 것은 북한 당국이 바깥에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이고 북한의 진실한 모습은 전혀 다르다. 이것이 현재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5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개인적 (의견)으로 영국이 EU 없이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영국을 매우 잘 안다. 투자를 많이 했다”며 “이민 문제가 유럽에 끔찍한 일이 되고 있다. 그 많은 부분이 EU에 의해 떠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선진국으로의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뜻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대 우방국인 영국이 탈퇴해 EU가 약화되는 것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트럼프 발언은 과거보다 한층 분명해졌다. 그는 지난달 영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브렉시트 탈퇴 반대를 적극 표명하자 “현직 대통령은 더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나는 영국에 어떤 조언도 하지 않을 것이지만 EU 잔류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CNBC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입성하면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옐런 의장이 유능한 사람이지만 공화당 지지자가 아닌 만큼 임기가 끝나면 교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유종 pen@donga.com·정임수 기자}

2위를 달리던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사진)이 ‘트럼프 대세론’을 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크루즈 의원은 3일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대패한 뒤 “그동안 승리를 향한 실질적인 길이 있으면 (경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길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모든 것을 내놓았지만 유권자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그는 ‘정통 보수의 적자’임을 자임하며 강경 세력인 티파티, 기독교 복음주의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2월 첫 경선인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를 꺾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에게 번번이 패하며 줄곧 2위에 그쳤다. 트럼프에 맞서 인디애나 주에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손잡았지만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크루즈 의원이 지난주 북동부 5개 주에 이어 인디애나에서도 패해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는 그동안 당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 않도록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3월 중순엔 공공연하게 ‘트럼프 낙마 100일 작전’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인 대의원 1237명의 80% 이상인 996명을 확보한 트럼프가 인디애나 주에 할당된 57명을 모두 가져가게 되자 지도부의 트럼프 저지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민심이 트럼프에게 있음을 표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당초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매직넘버 달성을 저지한 뒤 7월 전당대회에서 제3의 인물을 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 힐러리 클린턴’의 구도로 본선이 형성되더라도 트럼프의 경쟁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자 트럼프 대세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이 그를 뽑았다”며 “트럼프 반대가 계속되면 힐러리만 유리해진다”며 공화당원의 단합을 강조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국제 원자재 값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일 급등하고 있다. 유가는 올 들어 2월 최저치보다 70% 이상 올랐다. 원자재 값이 오른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수그러든 데다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자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톰슨로이터의 국제원자재가격지수인 CRB지수는 184.61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3일(184.7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최저치인 2월 11일(155.01)과 견주면 19.1% 올랐다. 반면 달러화와 주요 6개국 통화의 평균 가치를 비교한 달러지수는 지난해 1월 21일 이후 최저점인 93.05로 마감했다. 지난주 원유는 올 들어 가장 비싸게 팔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9일 배럴당 45.92달러, 브렌트유는 48.13달러로 올해 초보다 각각 24%, 29% 올랐다. 1, 2월의 올해 최저점과 비교하면 각각 76%와 73%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1BTU는 252cal)당 2.178달러로 1월 29일(2.298달러) 이후 최고다. 금속 가격도 오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팔린 3개월물 구리값은 최저점인 1월 15일과 비교할 때 17% 상승한 t당 5050달러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6월물 금값은 연중 최고치인 온스당 1290.50달러에 거래됐다. 다롄원자재거래소(DCE)에서 거래된 9월물 철광석은 하루 최대 가격제한폭인 6% 오른 t당 462위안에 팔렸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중국이 미국을 계속 성폭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연일 ‘중국 때리기’로 재미를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중국을 향해 또 막말을 쏟아냈다. 1일 CNN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인디애나 주 경선을 이틀 앞둔 이날 포트웨인 유세 현장에서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강도질을 당하고 있는 돼지저금통과 같다”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가 시절인 2011년에도 뉴햄프셔 주의 군수 제조회사를 방문해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달 27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선 “중국은 그동안 우리의 피를 빨아먹었다”며 “중국은 경제적으로 수년 동안 우리를 갉아먹었기 때문에 심지어 우리 없이는 생존할 수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책에 대해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해 누구보다 크고 엄청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며 “중국이 먼저 북한을 옥죄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에 ‘당신들이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들과 거래를 많이 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선 “중국이 미국 앞에선 ‘걱정하지 말라. 북한을 따끔하게 혼내주겠다’고 해놓고 뒷방에선 북한과 함께 낄낄거리며 미국을 비웃는다”며 이중적인 중국의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성폭행’이란 말까지 써가며 중국을 맹비난하는 이유는 경선 막바지에 이르러 기존 지지층을 보다 강하게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환율 조작과 불공정 거래로 미국을 죽이고 있다(killing)”란 주장을 되풀이하며 미국의 경기불황을 중국 탓으로 돌려 저학력, 저소득 백인 보수층의 몰표를 얻어왔다. 트럼프는 또 ‘성폭행’ 발언을 하면서 “중국에 화가 난 게 아니고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극도로 떨어지게 한 미국 지도자들에게 화가 났다”고 했다. 자신을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공화당 주류와 역시 주류 정치인인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외교안보 전문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1일 CBS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라며 “또 다른 9·11(테러)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뉴스가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인디애나 주 공화당 경선에 참가하는 유권자의 49%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일시적 후보 단일화를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의 지지율은 34%,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13%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국제 원자재 값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일 급등하고 있다. 유가는 올 들어 2월 최저치 보다 70% 이상 올랐다. 원자재 값이 오른 이유는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수그러든 데다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자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톰슨로이터의 국제원자재가격지수인 CRB 지수는 184.61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3일(184.7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최저치인 2월 11일(155.01)과 견주면 19.1% 올랐다. 반면 달러화와 주요 6개국 통화의 평균 가치를 비교한 달러지수는 지난해 1월 21일 이후 최저점인 93.05로 마감했다. 지난주 원유는 올들어 가장 비싸게 팔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9일 배럴당 45.92달러, 브렌트유는 48.13달러로 올 연초보다 각각 24%, 29% 올랐다. 1, 2월의 올해 최저점과 비교하면 각각 76%와 73%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1BTU는 252cal)당 2.178달러로 1월 29일(2.298달러) 이후 최고다. 금속 가격도 오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팔린 3개월물 구리값은 최저점인 1월 15일과 비교할 때 17% 상승한 톤당 5050달러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6월물 금값은 연중 최고치인 온스당 1290.50달러에 거래됐다. 다롄원자재거래소(DCE)에서 거래된 9월물 철광석은 하루 최대 가격제한폭인 6% 오른 톤당 462위안에 팔렸다.이유종기자 pen@donga.com}

인구 550만 명의 슬로바키아는 1993년 1월 체코와 갈라서며 독립했다. 당시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기자가 2000년 여름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방문했을 때 시내에서 가장 큰 건물이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의 현지 매장이었다. 슬로바키아는 고령화와 높은 실업률, 심각한 지역 격차, 부족한 기술 등 숱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 불과했다. 1998년 10월 2대 총리에 취임한 미쿨라시 주린다(재임 기간 1998∼2006년)는 경제 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실업률은 1998년 12.6%, 2001년 19.2%에 달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면 2007년까지 거시경제 지표를 EU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주린다 총리는 세제개혁을 선택했다. 세제의 효율성과 투명성 형평성 단순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여가기로 했다. 2004년 1월부터 세율이 제각각이어서 복잡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모두 세율 19%의 단일세제로 바꿨다. 단일세제를 채택한 나라는 슬로바키아가 유일했다. 그 대신 면세와 감세 혜택을 줄이거나 없앴다. 당연히 조세는 투명해지고 형평성도 높아졌다. 단순한 과세제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조세 저항도 줄어들었다. 탈세와 조세 회피도 감소했고 행정 간소화로 예산까지 아꼈다. 국민 대부분이 이전보다 세금을 덜 내게 돼 근로의욕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증가로 전체 세수는 오히려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2004년 세제개혁 전 2.4%에서 주린다 총리의 마지막 재임연도인 2006년엔 2.8%로 늘어났다. 세입도 2004년 143억 유로(약 18조5000억 원)에서 2010년 186억 유로(약 24조 원)로 증가했다. 외국인투자도 늘었다. 기아자동차는 2004년 폴란드 등 주변국들을 투자처로 검토하다 후보지 가운데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지었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회사인 독일의 콘티넨탈과 미국의 비스테온도 들어왔다. 2004년 5.1%에 불과하던 경제성장률은 2007년 10.5%로 껑충 뛰었다. 2001년 1만500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는 2014년 2만6000달러로 늘었다. 주린다 총리의 퇴임 이후 슬로바키아 정부는 2013, 2014년 세율을 고쳐 현재 법인세 22%, 소득세 25%, 부가가치세 20%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조세율보다 낮다. ‘과세의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특정 산업에 지나친 세금을 매기면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조세 저항이 커진다.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슬로바키아처럼 단일세제로 개편하고 세금을 적게 매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관성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경제성장, 성장을 이끄는 분배를 염두에 두고 과세 전략을 짜야 한다. 지금 국회에선 법인세 인상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지만 과세 전략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지난해 여성 최초로 미국 육군 특수부대 훈련 과정(레인저 스쿨)을 수료한 크리스틴 그리스트 대위(27·사진)가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보병 장교로 부임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육군이 그리스트 대위의 보병 전출 신청을 승인했다고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헌병 소속인 그리스트 대위는 현재 조지아 주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에서 보병 및 기갑부대 중대장으로 근무할 대위 대상의 교육 과정을 밟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리스트 대위는 지난해 4월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군 동료 18명과 함께 레인저 스쿨에 입교해 ‘금녀(禁女)의 성’에 도전했다. 지옥 훈련을 견뎌내고 그해 8월 졸업식장에 선 여군은 그리스트 대위와 아파치헬기 조종사인 셰이 헤이버 중위(26)뿐이었다. 그리스트 대위는 “궁극적인 희망은 특전단(그린베레) 근무”라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지난해 여성 최초로 미국 육군 특수부대 훈련 과정(레인저 스쿨)을 수료한 크리스틴 그리스트 대위(27)가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보병 장교로 부임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육군이 그리스트 대위의 보병 전출 신청을 승인했다고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헌병 소속인 그리스트 대위는 현재 조지아 주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에서 보병 및 기갑부대 중대장으로 근무할 대위 대상의 교육 과정을 밟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리스트 대위는 지난해 4월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군 동료 18명과 함께 레인저스쿨에 입교해 ‘금녀(禁女)의 성’에 도전했다. 지옥 훈련을 견뎌내고 그해 8월 졸업식장에 선 여군은 그리스트 대위와 아파치헬기 조종사인 셰이 헤이버 중위(26)뿐이었다. 미군에서 보병 장교는 여성이 배치되지 않는 ‘금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미 육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보병, 기갑 등 전투부대에도 여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리스트 대위는 “궁극적인 희망은 특전단(그린베레) 근무”라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MSNBC 주최로 펜실베이니아 주 영우드 웨스트모얼랜드커뮤니티대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미국을 반영하는 내각을 만들 것이다. 미국의 절반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레이철 매도 씨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각료의 절반을 여성 몫으로 하겠다고 공약한 뒤 실행에 옮긴 사례를 들면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그렇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클린턴 전 장관이 이렇게 답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트뤼도 총리는 장관 30명 중 15명을 여성 장관으로 임명해 사상 첫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장관 15명 가운데 여성은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샐리 주얼 내무장관,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실비아 버웰 보건복지장관 등 4명이다. 타운홀 미팅은 선거 후보가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주요 정책과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로 이날은 약 800명이 모였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줄줄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정보기술(IT) 금융 에너지 등 업종을 불문하고 지구촌의 감원 칼바람이 거세다. 저유가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 불씨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업들은 당장 하기 쉬운 ‘감원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었다. 가장 쉬운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고정비용부터 줄여 일단 위기를 넘기고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은 지난해 11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 전체 인력의 11%인 1만2000명을 추가로 줄여 연 7억5000만 달러(약 855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한다. 이번 감원은 2005∼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최대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성장산업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도 지난해 말 1300여 명을 감원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중국 미디어텍 등이 저가를 무기로 약진하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4년 이상 매출 하락세를 보인 IBM도 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IT 시장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스마트기기,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컴퓨터 제조 회사들도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컨설팅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세계 개인용컴퓨터(PC) 출하량은 6분기 연속 하락해 지난해와 비교할 때 9.6% 줄어든 6480만 대에 그쳤다. 출하량 6500만 대 이하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해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뒤 가전사업과 의료기기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도시바 인력은 의료기기 부문 매각에 따라 내년 3월 말까지 3만4000명이 줄어든다. 또 매년 400∼600명 채용하던 신입 사원을 내년에는 뽑지 않기로 했다. 실적 부진으로 대만 기업 폭스콘에 주력 사업을 매각한 샤프는 4만9000여 명의 그룹 인원 가운데 일본 내 인력 3500명을 포함해 10%를 감축했다. 금융권의 구조조정 한파도 거세다. 영국 HSBC홀딩스는 올해 임금 동결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신규 채용도 없다고 선언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일부 은행은 직원들을 폴란드나 인도 등 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로 재배치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말 직원 1만5000명을 해고하고 해외 10개국 지점을 폐쇄키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2000명을 감원하고 글로벌시장 사업 부문의 규모를 30% 축소한다. 또 부동산 등 자산도 정리할 방침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목표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 부문을 인수했던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도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에 근무하는 노무라증권 직원 6명 가운데 1명을 자르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지난해 말 채권사업부 직원의 25%인 1200명을 잘랐다. 최근 18개 주요 석유 생산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 무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저유가의 공포’에 휩싸이자 에너지회사들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52억 달러(약 6조 원)의 손실을 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내년까지 직원 7000명을 감원하고 BP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셰브런 등 4대 메이저 석유 기업은 올해만 직원 1만 명을 줄이는 비상 플랜을 세웠다. 북해의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만 2년 안에 7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인 에너지 및 철도차량 제작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는 대규모 적자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지난해 전력 에너지 사업 부문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106억 달러에 매각했다. GE는 알스톰 에너지 사업 부문 근로자 3만5000명 중 6500명을 감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언제 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실적이 호전돼야 대규모 다운사이징을 멈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실적이 개선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CNN머니는 “인텔이 PC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인텔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서 성과를 내야 감원 바람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U에서는 부실 채권을 회수하는 데 평균 2, 3년이 걸려 지점 폐쇄와 인적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뉴욕=부형권 / 도쿄=서영아 특파원/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