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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이 실수로 고객에게 10배를 환전해줬다. 환전한 고객은 액수를 확인하지 않은 채 돈을 잃어버렸다. 고객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경찰도 난감해하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10배 환전’은 누구의 책임일까. 정보기술(IT) 회사 대표 이모 씨(51)는 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현금 500만 원을 싱가포르 달러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환율을 감안해 486만여 원에 해당하는 6000싱가포르 달러로 환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황색 100달러 60장을 건넸어야 할 창구 직원 정모 씨(38·여)는 실수로 보라색 1000달러 지폐 60장을 건넸다. 6000달러가 아닌 6만 달러를 받은 이 씨는 정 씨가 내민 돈 봉투를 가방에 넣고 은행을 나왔다. 은행 측은 이날 오후 6시경 정산시간에 싱가포르 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본 결과 이 씨에게 100달러가 아닌 1000달러 지폐가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 관계자는 “100달러는 주황색이지만 1000달러는 어두운 연보라색이라 CCTV상으로도 이 씨에게 돈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크기도 1000달러짜리가 더 커서 구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이 씨에게 연락해 재방문을 요청했다. 이날 오후 8시경 은행을 다시 방문한 이 씨는 “돈을 받으면서 금액을 확인하지 않아 6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몰랐다”며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돈 봉투를 잃어버려 경찰에 분실신고한 뒤 찾아다니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환전하면서 많은 확인절차를 거치는 은행에서 실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은행 측은 결국 횡령 혐의로 이 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6000달러가 아닌 6만 달러가 봉투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행선지를 따라 CCTV를 분석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 이번 사건을 수사할 방침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우연히 걸려온 전화 한 통이 화근이었다. 2011년 1월 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자신을 ‘송다솔’이라고 소개했다. 이 여성은 “실수로 번호를 잘못 눌렀는데 목소리가 참 좋다”며 설레게 했다.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를 약속해 만나기도 했다. 친분을 쌓아가던 어느 날 여성의 남편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상하게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 같은 해 5월 뜬금없이 e메일이 왔다. ‘다솔이의 쌍둥이 언니인 다희인데 동생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이른 나이에 동생을 먼저 보낸 언니에게 연민이 생겼다. 연락을 이어가던 중 ‘다희’라는 여자는 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자신의 외삼촌이 육군참모총장이고 자신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며 안심시켰다.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3차례에 걸쳐 7억5000여만 원을 건넸다. 중간 중간 5억 원가량을 돌려받았지만 앞서 약속했던 수익금은 없었다. 남은 2억5000여만 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이 여성을 검찰에 고소했다. 여성은 오히려 올해 1월 고리대금업을 했다며 남자를 군 검찰에 맞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여성은 육군참모총장의 조카도 아니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아니었다. 쌍둥이 동생도 없었다. 여성은 2010년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확장을 위해 쓴 사채 빚을 갚으려고 사기를 쳤던 것이었다. 이 여성의 성이 송 씨라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역 육군 소령 오모 씨(37)로부터 돈을 뜯어낸 송모 씨(36)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서울 강남의 30억 원대 자산가인 80대 할머니 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현장에 남아 있던 유전자(DNA)가 결정적 단서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택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물 소유주 함모 씨(88)를 살해한 혐의로 전 세입자 정모 씨(60)를 긴급 체포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함 씨 소유의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세입자였다. 살해된 함 씨와는 3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부터 서울 서초구의 한 임대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정 씨는 최근까지 인근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했다. 경찰은 함 씨의 두 손을 묶고 있던 끈 등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DNA를 확보해 수사 중이었다. 함 씨 집 인근에 있는 차량의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추려낸 경찰은 이들의 DNA와 현장에서 확보한 DNA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좁혀갔다. 그리고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용의자의 DNA가 정 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정 씨가 함 씨 집에 침입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해 정확한 살해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고급 외제차를 훔친 뒤 다른 차량에서 현금 뭉치를 털어 유흥비로 쓰려던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4일 A 군(17)과 B 군(17) 그리고 C 군(16) 등 3명을 절도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의 한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달 광주 남구의 한 거리에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있던 시가 8000여만 원의 2014년식 흰색 아우디 A6를 훔쳤다. 훔친 차를 타고 또 다시 차량 털이를 시도하던 이들은 2일 전남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돌다 차량 주인이 비상금으로 차에 넣어둔 현금 뭉치를 발견하고 돈을 훔쳤다. 이들이 훔친 돈은 1500만 원. 세 묶음으로 나뉘어진 5만 원 권 300장이었다. 거금을 손에 쥔 이들은 서울로 올라가 클럽이나 술집에서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 A 군과 B 군은 후배인 C 군에게 운전대를 잡게 했다. 전과가 없는 C 군에게 경찰에 걸리면 범행 일체를 혼자 뒤집어쓰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들은 3일 서울로 출발했다. 도난 차량으로 신고됐고 운전면허도 없었지만 아무런 제지 없이 서울로 입성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0시 45분경 이들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거여역 인근에서 신호위반으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을 피해 신호를 위반하고 달아났던 것이다. 이들은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중앙선을 넘나들며 3km 정도의 거리를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아났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막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C 군은 계획대로 혼자 죄를 뒤집어쓰려했다. A 군과 B 군은 C 군이 아버지 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자신들을 만나러 올라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C 군도 자신이 혼자 차를 훔쳐 서울로 올라온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A, B군은 석방했다. 하지만 C 군의 휴대폰에 있던 현금 다발 사진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들이 공범인 정황을 포착했다. 그리고 A 군과 B 군이 머물던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 침대 밑에 있던 현금 1500만 원을 발견해 압수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 군과 B 군은 동종 전과가 많고 죄질이 불량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C군은 초범임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하고 청소년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선도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박성진 기자}
유명 연예인의 전 남편이자 연예계 사모펀드 운용사 부회장이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합의금 마련을 위해 어음을 위조했다가 구속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4일 서울 금천구의 한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A 씨(54)를 속여 A 씨 명의로 어음 4억 원을 위조한 혐의(유가증권위조 등)로 김모 씨(49)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수십 명의 MC와 연기자, 가수가 속해 있던 P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전 대표이자 유명 여자 연예인의 전 남편으로 최근까지 연예계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부회장으로 일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연예기획사 대표 시절 빌린 돈 5억 원을 갚지 못해 2013년 11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기간이었던 김 씨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 측에서 제시한 합의금 4억 원을 마련하려고 했다. 돈이 없었던 김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업자 이모 씨(47)에게 “해외에서 투자금을 유치해 합의가 이뤄지면 보상하겠다. 연예계 사업을 하는 데 한 자리 내어주겠다”며 사기 행각에 끌어들였다. A 씨의 식당을 인수하려던 부동산업자 이 씨는 “식당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담보대출이 필요하다”며 식당 주인의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넘겨받았다. 김 씨와 이 씨는 A 씨의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이용해 1억 원짜리 약속어음 4장을 위조했다. 이 씨는 위조된 어음을 김 씨의 합의금으로 피해자들에게 건넸다. 김 씨는 피해자들과 합의해 실형 선고를 면할 수 있었다. 문제는 법원의 실형 선고를 면하고 4일 만인 2013년 11월 30일 A 씨에게 어음이 청구되면서 위조 사실이 발각됐던 것. 김 씨는 이 씨에게 “수사기관 출석에 불응하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락하라”고 시키는 등 도피를 지시했다. 지난해 3월 경찰에 출석한 김 씨는 “이 씨가 A 씨의 동의를 받아 합의금으로 마련해 준 돈이고 이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1년여 간 잠적했던 이 씨가 도피자금이 바닥나 지난해 11월 경찰에 자수하면서 김 씨의 계획은 틀어졌다. 김 씨는 지난달 13일 해외도피를 위해 김해공항을 찾았다가 출국금지조치에 걸려 지난달 25일 경찰에 붙잡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경찰이 44일간 아동 보육시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사 등 61명이 아동학대 혐의로 적발됐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전통 놀이기구인 ‘투호 화살’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때린 교사도 있었다. 경찰이 전수 조사를 통해 밝힌 우리의 부끄러운 아동 인권 실태다. 경찰청은 1월 1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44일 동안 아동 보육시설 5만1286곳(어린이집 4만3752곳, 유치원 7534곳)의 아동학대 실태를 점검한 결과 보육시설 교사 및 원장 등 61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적발해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인천 연수구의 어린이집 교사 양모 씨(33·여)가 김치를 먹지 않은 4세 여아를 때린 이른바 ‘핵펀치’ 사건이 벌어진 직후 어린이집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에 전국 어린이집 4만3752곳을 모두 조사했다. 유치원은 전체의 75% 수준인 7534곳의 학대 실태를 확인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로운 아동 학대 사례도 발견됐다. 강원도의 한 유치원에서는 교사 A 씨(47·여)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원생 8명의 머리를 놀이 기구인 ‘투호 화살’로 상습적으로 때리다 이웃 어린이집의 신고로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 고교 학생주임 교사가 하키 스틱을 들고 다니던 것처럼 유치원 교사가 투호 화살을 들고 다니면서 유치원생들의 머리를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상습폭행 혐의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유치원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불구속 입건했다. 강원도의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1월 15일 교사가 허락 없이 떡을 먹었다며 아이들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린 사실이 알려지며 뒤늦게 입건됐다. 이런 실상이 알려지면서 2일 새 학기를 맞은 어린이집에는 휴가를 내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부모가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휴가를 내고 자녀가 처음 간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적응수업에 참가한 직장인 B 씨(37)는 “어린이집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가 많게는 5년 동안 다닐 곳의 교육 환경을 내 눈으로 확인하려고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박성진 기자}

50대 남성이 돈과 애정 문제로 갈등을 빚다 옛 동거녀 가족 3명을 엽총으로 무참히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25일 벌어졌다. 피의자 강모 씨(50)는 피해자들과의 갈등으로 생긴 분노를 참지 못해 살인을 저질렀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강 씨가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분노조절장애’ 증상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분노조절장애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해 분노를 병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사소한 자극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며 분풀이 대상을 찾게 된다. 강 씨뿐만 아니라 분노조절장애가 살인 등의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깃집에서는 택시운전사 김모 씨(51)가 칼로 동료 택시운전사 이모 씨(39)의 옆구리를 찔렀다. 경찰에 따르면 오른팔에 장애가 있는 김 씨는 나이가 한참 어린 동료가 자신의 장애를 비하하고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과거에도 이 씨와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지만 이날은 화를 억누르지 못해 살인을 시도했다. 13일에는 강남구의 한 떡볶이 가게 주인 신모 씨(53)가 음식 타박 등을 이유로 손님 차모 씨(50)를 식칼로 33회 찔러 살해했다. 신 씨를 자극한 차 씨의 발언은 “어묵 국물이 짜다” “주제 파악을 못한다”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 씨는 만취한 차 씨를 가게에서 재우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순간적으로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살인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신 씨의 가게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가게 문을 닫는 날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두 사례 모두 자신의 약점(장애, 영업 부진)을 건드린 자극을 견뎌내지 못했고, 이성이 살인 충동에 압도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다. 대개 우발적으로 범행이 일어나 피해자가 대비할 시간도 없다.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할 위험성도 크다. 자신에게 좌절을 안긴 대상이 학교나 직장 등 단체일 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묻지 마 범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 타인이 아니라고 문제가 전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화 강동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분노가 자신을 향하게 되면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으로 32.6%가량 늘어났고 최근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노조절장애 원인으로는 유전자 문제, 뇌혈관 질환 후유증 등 의학적 원인과 생각을 표출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의 팽배, 경쟁을 강요하는 풍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 꼽히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분노 상황을 잠시 잊고 △화를 다스릴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며 △가족 등에게 위로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순간적으로 갈등 상황에 몰입하지 말고 관조적으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서울 강남의 30억 원대 자산가 함모 씨(88·여)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을 단서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경찰은 25일 함 씨의 시신이 발견된 도곡동 주택 현장감식에서 채취한 지문 3, 4개 가운데 1개의 신원을 확인해 26일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함 씨의 재산을 노린 면식범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함 씨의 집에 최근 ‘복면 쓴 남성’이 두 차례 침입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함 씨의 유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당초 시신이 발견되기 약 보름 전 함 씨의 자택에 복면을 쓴 남성이 침입했다. 당시 함 씨는 “도둑이야”라고 소리쳐 쫓아냈다. 이어 수일 뒤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남성이 또 복면을 쓴 채 집에 침입했다가 함 씨가 “왜 또 왔느냐. 나가라”며 강하게 막아 되돌아갔다. 함 씨는 두 차례 모두 택배기사인 줄 알고 문을 열어줬다. 함 씨는 이런 내용을 생전에 매일같이 방문했던 자택 인근 식품업체 관계자 A 씨에게 털어놨다. A 씨는 “당시 함 씨는 ‘집 근처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복면을 쓰고 온 것 같다’고 추정했다”고 말했다. 또 함 씨는 발견 당시 내복 차림이었고 목에는 멍이 많이 나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함 씨 시신을 목격한 인근 부동산 주인 B 씨는 “평소 깔끔한 성격으로 알려진 함 씨가 내복차림으로 발견됐다는 것은 범인의 침입을 눈치 채지 못한 상태에서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함 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경찰은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목이 졸려 죽은 것”이라고 밝혔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서울 강남에서 30억 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80대 할머니가 양손이 묶여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식 없이 홀로 살면서 재력가로 소문난 할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돼 범인과 살해 동기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5일 오후 4시 50분경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주택 2층에 거주하고 있는 건물 소유주 함모 씨(8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주택 1층 세입자 A 씨는 “한동안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2층으로 올라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고 할머니가 숨진 채 누워 있어 신고했다”고 밝혔다. 함 씨의 두 손은 운동화 끈으로 앞쪽으로 묶여 있었고 목에는 졸린 흔적이 있었다. 건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함 씨는 1976년부터 이 주택을 소유했다. 함 씨는 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을 짓고 1층은 세를 주고 2층에서 홀로 살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함 씨는 강남 일대가 개발되기 전부터 이곳에 살았으며 미용실과 이불 가게 운영 등을 통해 돈을 모아 주택을 지었다. 이웃 주민들은 “함 씨는 ‘알부자’로 소문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함 씨가 살던 주택은 매매가가 16억∼17억 원에 따른다. 유가족에 따르면 함 씨는 도곡동에 15억 원대 아파트 1채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총 자산이 3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주택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집 안을 뒤진 흔적도 없고 없어진 금품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보름 전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복면을 쓴 남자가 침입해 할머니가 ‘도둑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 안을 천천히 살펴본 후에야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이후 함 씨는 이웃에게 “다시 도둑이 올지 모르니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경찰관 임용을 앞둔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이 경찰청 인권센터 남성 강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피해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희롱 등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영화감독 박모 씨(21)는 중앙경찰학교 교육생 이모 씨(32)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112에 신고했다. 박 씨는 같은 해 11월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강의 때 이 씨를 알게 됐다. 12월 18일 두 사람은 이 씨의 경찰 임용을 축하하며 술을 마셨다. 이어 서울 서초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2차 술자리를 가졌다. 박 씨는 이 자리에서 만취한 자신을 이 씨가 성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 조사를 벌인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 씨가 박 씨와의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나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는 사건 이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해 달라”고 박 씨에게 요구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이 씨는 경찰 임용을 포기하고 자퇴했다. 문제는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박 씨가 2차 피해를 당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이다. 처음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박 씨에게 “평소 남자와 성관계를 즐기느냐”고 물었다. 박 씨가 항의하자 해당 경찰관은 사과했다. 박 씨는 수사기관 변경을 요청했지만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편파 수사였다는 점이 증명돼야만 사건 이관이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박 씨에게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경찰을 협박하느냐”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피해자에게 수사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박 씨는 지난달 26일과 이달 6일 2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다. 이어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 앞으로 진정서를 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찰나였다. 지난해 2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뚫고 경기 포천의 한 도로에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쩍였다.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함께 도로를 건너려던 친구는 이내 숨졌다. 살아야 했다.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뒷다리 감각이 없었다. 애꿎은 앞다리만 허공을 휘저었다. 다행히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제멋대로 늘어져 있는 뒷다리를 잡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포천 일대에는 야간 진료하는 곳이 없었다. 날이 밝고 서울 종로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척추신경을 다쳐 하반신을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거리를 떠돌던 한때의 애견은 버려진 장애 짐승이 됐다. 6개월여 치료 끝에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로 보내졌다. ‘유피(UP)’라고 불렸다. 뒷다리로 힘차게 일어서서 뛰어다니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이름이었다. 유피는 카라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렸다. 초록색 주머니에 뒷다리를 넣어둔 채 앞다리만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유피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9월 유피를 처음 만난 서혜민 씨(31·여·초등학교 방과후교실 교사)도 그랬다. 울타리 안에서 다른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유피가 그저 안쓰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피가 눈에 밟혔다. 연(緣)이라고 생각했다. 섣불리 장애견을 입양할 수 없었다. 동정심만으로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훨씬 큰 상처를 입힐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10월 서 씨는 먼저 유피를 ‘임시보호’ 하기로 했다. 입양하기 전 유기견을 평생 반려동물로 돌볼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기간을 둔 셈이다. 유피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한 달에 기저귀 값만 10여만 원이 들었다. 기저귀는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유피가 서 씨와 함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물품이었다. 화요일마다 뒷다리 근육 강화 치료를 위해 병원도 찾아야 했다. 그래도 서 씨를 보면 ‘탁탁’ 소리가 나도록 꼬리로 바닥을 치며 반기는 유피를 외면할 수 없었다. 서 씨는 3일 유피를 정식으로 입양했다. 유피가 자연사할 때까지 책임 있는 보호자로서 유피에게 최적의 환경과 보살핌을 제공하겠다는 서약서도 썼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3년 버려진 동물은 9만7197마리다. 개가 대부분인 유기동물 중 보호자를 찾거나 입양된 비율은 38.4%에 불과하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보호기간 10일이 지나면 법적으로 안락사가 가능하다. 전국 보호소의 수용능력을 생각하면 대부분 안락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반려동물을 공산품으로 취급해 거래하고 미적 가치가 떨어지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 특수 제작한 휠체어에 뒷다리를 고정시키고 유피를 산책시키는 서 씨의 당부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현실이에요. 돈도 들고 대소변도 치워야 합니다. 평생 함께하겠다는 약속과 책임감 없이 생명을 상품처럼 사지 마세요.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소중한 생명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죠.”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전직 부장검사가 1억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전직 검사는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형식 서울시의원(45)의 친형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직 부장검사 출신인 김모 씨(48)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2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조모 씨(47)의 ‘아우디 Q7’을 훔쳐 타고 달아난 혐의다. 아우디 Q7의 신차 가격은 8000만∼1억2000만 원이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김 씨는 호텔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이날 오전 1시 57분경 안내데스크에 있던 차량 열쇠를 주차관리요원 몰래 빼내 차를 훔쳤다. 김 씨는 훔친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대교 근처의 한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김 씨는 이곳에 차를 버려두고 트렁크에 실려 있던 시가 500만 원 상당의 골프채만 챙겨 달아났다. 훔친 차를 버리기 전 블랙박스를 떼어버리기도 했다. 버려진 차량은 사흘간 방치됐다가 견인돼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날씨는 추운데 차도 안 잡히고 호텔 도어맨도 없어 홧김에 차를 타고 나갔다”며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어 16일 김 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1992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5년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옷을 벗었다. 이듬해 변호사 개업을 했으나 2007년 2월 정모 씨(47) 등 7명과 이권다툼을 벌이던 골프장 사장 강모 씨(67)를 납치해 감금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복역했다. 김 씨의 변호사 자격은 정지된 상태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전직 부장검사가 1억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전직 검사는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형식 서울시의원(45)의 친형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직 부장검사 출신인 김모 씨(48)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2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조모 씨(47)의 ‘아우디 Q7’을 훔쳐 타고 달아난 혐의다. 아우디 Q7의 신차 가격은 8000만∼1억2000만 원이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김 씨는 호텔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이날 오전 1시 57분경 안내데스크에 있던 차량 열쇠를 주차관리요원 몰래 빼내 차를 훔쳤다. 김 씨는 훔친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대교 근처의 한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김 씨는 이곳에 차를 버려두고 트렁크에 실려 있던 시가 500만 원 상당의 골프채만 챙겨 달아났다. 훔친 차를 버리기 전 블랙박스를 떼어버리기도 했다. 버려진 차량은 사흘간 방치됐다가 견인돼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날씨는 추운데 차도 안 잡히고 호텔 도어맨도 없어 홧김에 차를 타고 나갔다”며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어 16일 김 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1992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5년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옷을 벗었다. 이듬해 변호사 개업을 했으나 2007년 2월 정모 씨(47) 등 7명과 이권다툼을 벌이던 골프장 사장 강모 씨(67)를 납치해 감금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복역했다. 김 씨의 변호사 자격은 정지된 상태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절박했다. 12일 선고 당일까지 법원에 이런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총 7차례 반성문을 썼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 중 일부를 소개했다. 반성문에는 “어떠한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했으며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품지 못하고 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쓰여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생활에서 자신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이 ‘땅콩 회항’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것이 배려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다면 가정과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지만 1년, 10년 뒤에는 아마 이곳(구치소)에 있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일이 없었다면) 더 저를 크게 망치고 대한항공에 더 큰 피해를 입혔을지 모른다”고 적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성문보다 조 전 부사장이 공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에 주목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이 매뉴얼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재판장인 오성우 부장판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어 오 부장판사는 “그동안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면서도 “반성문을 보면 이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부사장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징역 1년은 재벌가의 딸이라 받을 수 있는 낮은 형량” “승무원들이 받은 충격에 비하면 가볍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형량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판결로 ‘갑질’ 문화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가볍지는 않은 형량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법조인은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고 실형을 선고한 것은 사회적 비난이 큰 사건에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초범이고 우발적인 사건임을 고려하면 비교적 충분한 양형”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실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이건혁 gun@donga.com·박성진 기자}

공사 중이던 대형 실내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작업하던 인부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부들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됐지만 일부는 중상을 입었다. 11일 오후 4시 53분경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지상 2층 높이의 지붕 일부가 갑자기 무너졌다. 당시 현장에는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작업 중이던 인부 가운데 일부는 약 15m 아래로 추락했고 지상에 있던 인부 11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 한 인부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서 와 보니 이미 일하던 인부들이 매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오후 5시 3분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 등 300여 명은 무너진 철골과 자재를 걷어내고 인부들을 모두 구조했다. 사고 초기 정확한 피해자 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방당국 최종 확인 결과 11명 외에 추가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중상은 3명이고 나머지는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중앙대 의료원, 강남성심병원, 동작경희병원, 보라매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은 시멘트 가루를 흡입하거나 골절, 타박상 등의 외상을 입었다. 병원 측은 “당장 생명이 위독한 환자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증세가 악화될 위험성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을 놓고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공사를 서두르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인부는 “다가올 휴일을 감안해 공기를 단축하려고 콘크리트를 한꺼번에 부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기습 한파로 5일간 공사를 중단했다가 날씨가 풀려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연된 공사를 단축하려 공정을 무시한 채 공사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건물의 철골구조가 잘못돼 시멘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는 “철골 구조 자체의 문제로 지붕의 하중을 견딜 수 없어 동작구에 구조변경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점검에 나섰을 때는 콘크리트 균열 관리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구조변경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구조변경을 승인했고 동작구가 이미 시공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박성민 min@donga.com·박성진 기자}
국립경찰병원 고위공무원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이후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해당 병원 간부들이 성추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을 파악하고도 아직 관련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경찰병원의 성추행 관련 진정서가 접수돼 진정인(피해자)과 피진정인(가해자)을 조사했다”며 “병원의 사건 은폐 의혹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경찰병원 치과 소속 치위생사인 A 씨(여)는 “회식 자리에서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13개 과를 담당하는 B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26일 병원 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경찰청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경찰병원 측에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16일 현직 총경인 병원 간부 등 4명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간부는 피해자 A 씨를 불러 “병원 길게 다닐 것이냐”고 묻는 등 사건을 덮으려는 발언을 했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은 아직 이 같은 은폐 시도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이 대책회의에는 총경 계급인 경찰 간부까지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도 “경찰청 산하 기관이다 보니 경찰병원이 성추행을 조용히 덮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의 조사 과정도 문제다. 경찰은 진정서 접수 후 1주일이 지난 2일에야 A 씨를 조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는 여기서 4일이 더 지난 6일 조사했다. 경찰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병가를 냈다. A 씨가 복귀하기 전까지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상사와 함께 근무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은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춰 상황을 조작할 가능성이 커 신속한 수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국립경찰병원의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병원 측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여직원이 병원 측에 제출한 징계건의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경찰병원 치과 소속 치위생사인 A 씨(여)는 회식 자리에서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13개 과를 담당하는 B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감자탕 집에서 1차로 식사를 마친 이들은 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잔이 계속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B 씨는 직속 상사에게 “진료를 잘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듣고 울고 있던 한 여성 수련의를 달래준다며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 깜짝 놀란 수련의가 손을 빼며 저항하자 B 씨는 A 씨에게 다가가 A 씨의 이름을 부르며 볼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사이 B 씨는 한 차례 더 입맞춤을 했다. A 씨는 당직을 서고 있던 선배에게 울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병원 측은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을 덮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한 A 씨를 사무실로 부른 상사는 B 씨가 있는 자리에서 “병원 길게 다닐 것 아니냐”며 “양심껏 행동하라”고 말했다. B 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A 씨는 이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를 냈다. 지난달 26일 A 씨의 남편은 경찰병원 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 씨는 경찰청 인권센터에도 성추행 사실을 신고해 이달 2일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직속 상사는 ‘B 씨가 단순히 술 마시고 실수한 일을 너무 크게 만들고 있다’며 나를 ‘이상한 애’라고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일부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형사처벌까지는 바라지 않아 입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본보는 B 씨의 얘기를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 기자}

법원이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회관 철거를 둘러싼 소송 진행 도중 ‘기습 철거’를 강행한 강남구청에 철거작업을 일주일간 중단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6일 구룡마을 땅주인들로 구성된 ㈜구모가 서울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에서 “철거작업을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은 4일 재판부에 ‘아직 (강남구청이 발부 권한을 갖고 있는) 대집행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6일까지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놓고는 그 사이 영장을 발부해 6일 새벽 대집행을 개시했다. 이전 진술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신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입을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으니 추가 심문 기간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6일 오전 8시부터 직원과 용역 등 수백 명과 중장비를 투입해 구룡마을 자치회관 철거에 나섰다. 약 2시간 뒤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건물의 상당 부분이 훼손돼 뼈대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집행을 막던 100여 명의 주민 중 일부가 다치기도 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신고한 건물에 ‘주민자치회관’ 간판을 걸고 사용해왔다. 구청은 이 건물이 허가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며 철거를 계획해왔다.신동진 shine@donga.com·박성진 기자}
법원이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회관 철거를 둘러싼 소송 진행 도중 ‘기습 철거’를 강행한 강남구청에 철거작업을 1주일간 중단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6일 구룡마을 땅주인들로 구성된 ㈜구모가 서울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에서 “철거작업을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은 4일 재판부에 ‘아직 (강남구청이 발부 권한을 갖고 있는) 대집행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6일까지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놓고는 그 사이 영장을 발부해 6일 새벽 대집행을 개시했다. 이전 진술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신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입을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으니 추가 심문기간 동안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6일 오전 8시부터 직원과 용역 등 수백 명과 중장비를 투입해 구룡마을 자치회관 철거에 나섰다. 약 2시간여 뒤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건물의 상당부분이 훼손돼 뼈대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집행을 막던 100여 명의 주민 중 일부가 다치기도 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신고한 건물에 ‘주민자치회관’ 간판을 걸고 사용해왔다. 구청은 이 건물이 허가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며 철거를 계획해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다리를 잃었다. 2006년 2월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대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4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눈을 떴다. “군생활 잘하라”며 어깨를 토닥여주던 아버지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허리 아래로 두 다리가 멀쩡히 있는데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적인 충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3년 동안 병원 13곳을 돌아다니며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악몽이 현실이 됐다. 키 181cm, 몸무게 85kg 건장한 체격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노태형 씨(31)는 사고 이후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노 씨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들이 가자”는 가족의 말에도, “영화 한 편 보자”는 친구의 말에도 고민을 거듭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지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한 뒤에야 목적지를 정했다. 대중교통은 꿈도 꾸지 못했다. 손으로 가속과 정지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승용차에 휠체어를 싣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영화를 보기 위해 어렵게 극장을 찾아내도 현장에는 갖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주차구역에는 버젓이 비장애인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휠체어를 싣고 내리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주차장을 헤매다 끝내 영화 관람을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법적으로 장애인주차구역은 폭 3.3m, 길이 5m 이상으로 설계하도록 돼 있다. 일반주차구역에 비해 폭이 1m 이상 넓다. 장애인차량 표지가 없거나 표지를 붙여도 걸음이 불편한 사람이 타고 있지 않으면 주차금지다. 만약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애인주차구역 단속 건수는 2011년 4313건, 2012년 7402건, 2013년 1만4659건, 2014년 2만288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비장애인들의 배려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본보 취재진이 점검한 현장에서도 이런 ‘배려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웍스 지하 2층 장애인주차구역에는 표지가 없는 BMW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건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바로 앞이었다. 운전자 강모 씨(37)는 “주차할 공간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가까워 세웠다”면서도 끝내 차를 옮기지 않았다. 이 주차장에는 총 205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서울 성동구 비트플렉스 4층의 사정도 마찬가지. 장애인주차구역 11곳 중 2곳에 표지가 없는 차량이 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차주가 장애인인데 함께 타지 않았다. 표지 부착을 깜박했다”며 황급히 차를 옮겼다. 장애인들은 “사소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지체장애 1급인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장애인주차구역뿐 아니라 지하철역에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도 비장애인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며 “장애인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편의시설만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우리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change2015@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사례나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시면 본보 지면과 동아닷컴에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