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中철강 감산-위안화 절하 자제” 합의… 한국에 미치는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 철강업계 반사이익… 美보호무역 강화는 부담

《 7일 폐막한 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 상태인 철강 생산을 줄이고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철강업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자 중국이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맞제소를 검토하는 등 G2(미국 중국) 간 격화됐던 철강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전 세계 철강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7일 자국 철강 생산량을 줄이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사진은 중국 장쑤 성 장자강 시에 위치한 사강강철공장 전경. 동아일보DB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전 세계 철강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7일 자국 철강 생산량을 줄이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사진은 중국 장쑤 성 장자강 시에 위치한 사강강철공장 전경. 동아일보DB
철강 감산 합의와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는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산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 철강 생산량을 줄이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이 넘어야 할 과제다.


○ 실제 감산까지는 상당한 시일 걸릴 수도


전문가들은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으로 전 세계 철강 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중국의 철강 생산 감산 합의는 한국 철강업체들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업체의 감산과 구조조정은 국내 철강업체에 유리한 조치”라며 “공급 개선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하반기(7∼12월) 실적이 상반기(1∼6월)보다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철강 감산 소식이 전해진 8일 포스코 주가는 전일 대비 3.46% 올랐다.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온 포스코는 중국의 감산이 현실화되면 이익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철강 가격이 바닥이어서 구조조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공급과잉이 진정되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큰 틀에서 감산에 합의했을 뿐 세부 감산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감산에 시일이 걸린다면 현재의 공급과잉 문제가 바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어서 한국 철강업체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줄이려면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행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며 “감산은 결국 일자리와 연계된 부분이라 어느 수준까지 시행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엔 중국을 향했던 ‘통상 전쟁’의 칼끝이 미국의 무역적자 상황에 따라 한국으로도 언제든지 향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산 냉연강판에 사상 최대인 522% 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 등 한국 업체에도 최대 48%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자국의 철강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일단 피소 당하면 손실이 크므로 철강업계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위안화 평가 절하 자제는 수출 기업에 호재


위안화 평가 절하 자제 조치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예전엔 중국이 수출이 잘되면 한국이 수혜를 보는 구도였지만 이젠 양국 간에 경쟁 상품이 많아지면서 중국의 공격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류승민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수출을 경합하는 품목인 스마트폰, 자동차 부품, 반도체 등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이전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품 중 70% 이상이 중간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편 중국이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을 중점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히자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향후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중국의 공급과잉이 철강과 석탄, 알루미늄에 이어 정유업계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박성진 기자
#g2#보호무역#철강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