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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몇 주간 계속해서 기온이 5도를 밑도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기어이 도요새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청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거위는 알을 까고, 나는 비둘기집을 열어두고 비둘기들이 드나들게 한다. 더운 봄날, 사방이 고요할 때면 목덜미가 흰 참새들이 늪지의 죽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애처로운 노래를 한다. 종달새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참새의 노랫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꼽힐 만하다.”》 미국의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1915∼2008)는 70여 년의 작품활동 기간에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내놓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될 정도로 미국인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작가였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 못지않게 그의 생활 방식도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는 미국 버몬트 주의 99만1700m2(약 30만 평) 대지에 가옥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낮이면 정원과 가축을 돌보고, 밤에는 촛불에 의지해 직접 천을 짜고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 에세이집에는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소박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 그의 일상이 사계절을 배경으로 잔잔히 펼쳐진다. “20, 30년간 기른 화초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설레는 일이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디기탈리스가 죽지 않은 게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들쥐에게 입은 피해가 안타깝다.” “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하지만 바람에 커튼이 날려 촛불에 닿지는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그는 옛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그저 친숙하고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생에 1980년대에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시기, 그 시절의 모든 것이 내게는 정말로 쉽게 다가온다. 천을 짜고, 아마를 키우고 실을 잣고, 소젖을 짜는 일 모두.” 저자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좋아해줄 수 있었던 까닭을 자신의 농촌생활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나오기 때문일 터다. 젖소의 어느 쪽에서 젖이 나오는지, 말을 탈 때 어느 쪽으로 올라타야 하는지, 어떻게 건초더미를 만드는지 난 훤히 알고 있다. 그러니 적당히 짐작으로 그리지 않는다. 내 그림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손자들, 친구들이고, 주변 환경은 실제 내 환경이다.”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지만 주로 혼자 살았다. 적적할 수 있는 생활조차 낙천적으로 받아들였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라든가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소소한 것을 관찰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냈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 일에서도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삶을 만족스러워 한다. 미국의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빌려 애정 어린 조언으로 글을 맺는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라고.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듣고, 보고, 만져보고. 세계 각국의 전통 악기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연과 전시회가 잇따라 찾아온다. 음악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외 전통 악기가 만드는 화음=7∼10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북촌창우극장에서는 ‘세계전통악기축제’가 열린다. 일본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인도 등 5개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해설 및 연주자 인터뷰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전통 악기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폐막공연에 참가한 일본의 전통 타악기 다이코 연주자 스이치 히다노 씨, 벨기에 나이지리아 등 세계를 돌며 연주를 펼쳐온 인도 전통 현악기 시타르 연주자 자그딥 싱 베디 씨 등이 출연한다. 특히 각국 악기가 한국 전통 악기와 함께하는 특색 있는 협연 무대가 펼쳐져 기대를 모은다. 다이코는 한국의 장구와, 베트남 현악기 단짠은 해금과, 몽골의 ‘후미 창법’은 한국의 정가와 호흡을 맞춘다. 거문고 연주자이자 북촌창우극장 대표인 허윤정 씨는 “100여 석의 작은 소극장에서 이국의 악기 명인과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만 원. 02-747-3809 ▽세계 악기 2000개를 한자리에=10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1A홀에서 열리는 ‘시끌벅적 악기궁전’은 세계에서 온 악기 2000여 개를 만나는 악기 체험전.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그리스의 ‘팬플루트’처럼 다소 익숙한 악기부터 가나의 ‘크판로고 드럼’, 브라질의 ‘탐발’, 인도의 ‘탄푸라’ 등 이름조차 생소한 악기까지 총출동했다. ‘바람의 소리’(관악기), ‘손가락 소리’(건반 악기), ‘두드림 소리’(타악기), ‘줄의 소리’(현악기) 등으로 전시관을 나눴으며 일부 악기는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자연과 흡사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도 눈길을 모은다. 바람 소리가 나는 ‘윈드머신’, 빗소리가 나는 ‘레인스틱’, 파도 소리가 나는 ‘오션드럼’ 등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악기들은 그림자극 ‘우리 집이 최고야’를 통해 공연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1만2000원. 1544-1555 ▽세계 악기 명인들의 무료 공연=여수시와 월드마스터조직위원회는 2010년 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월드마스터 페스티벌’을 3∼5일 전남 여수시 오림동 여수진남체육관에서 연다. 세르비아의 전통 백파이프 연주자 에디 타임 씨를 비롯해 전통 공연과 미술 전시에 30여 개 나라의 장인 60여 명이 참여한다. 무료. 070-8228-099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리꾼 이자람 씨(31)가 ‘적벽가’로 네 번째 판소리 완창 공연에 나선다. 이 씨는 4일 오후 3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3시간 30분 동안(중간휴식 15분씩 2회 포함) 소설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 대목을 판소리화한 ‘적벽가’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이 씨는 1997년 심청가를 시작으로 1999년 춘향가, 2007년엔 수궁가를 완창했다. 이 씨는 올해 브레히트의 동명 연극을 판소리 양식으로 풀어낸 ‘사천가’로 활발한 국내외 공연을 펼쳤고 뮤지컬 ‘서편제’에도 출연했던 다재다능하고 바쁜 국악인. 만만치 않은 완창 도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실은 2002년부터 적벽가 연습을 시작했어요. 세 시간짜리(적벽가)를 하려면 2년 정도 연습이 필요한데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8년이 걸렸죠. 그래도 하루 1시간은 빼놓지 않고 연습했습니다.” 적벽가는 여자 소리꾼이 부르기 어려운 바탕으로 꼽힌다. 삼국의 영웅이 힘을 다해 겨루는 대목이 많아 묵직한 소리가 필요하고, 빠르고 씩씩하게 소화해야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 “테크닉적으로 화려한 것은 거의 없지만 거친 목소리의 질감으로 분위기를 내야 하는 게 많아서 힘이 달리지 않을지 걱정이에요. 솔직히 춘향가 8시간 완창보다 적벽가 3시간 완창이 더 부담됩니다.” 2008년 이 씨가 대본, 음악감독, 작창, 소리 등 ‘1인 4역’을 맡아 제작한 ‘사천가’는 5월 폴란드, 9월 미국 공연에서 호평을 받았고, 내년 1월 뉴욕APAP 아트마켓 초청에 이어 3월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프랑스 국립민중극장 무대에 선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는 다른 나라 사람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어요. 얼굴 조그만 동양 애가 혼자 나와서 소리를 하니 특별하게 보신 것도 있겠죠. 하하.” 활동이 바쁘다 보니 오랜 준비가 필요한 판소리 완창과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판소리 완창은 여러 활동을 해온 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뿌리 같은 존재예요. 앞으로도 3년, 5년마다 꾸준히 완창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1만 원. 031-828-5841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빵빵. 오토바이 행렬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이 총총걸음을 재촉한다. 모두들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배낭여행자 수정은 이 상황이 혼란스럽다.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 현지인 앞에서 그는 울상을 짓는다.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요.” 25일 초연 무대에 오른 연극 ‘예기치 않은’(작·연출 최진아)은 한 여성이 난생 처음 해외여행으로 간 베트남 여행기를 그린다. 음악, 소품, 의상 등으로 이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90분 동안의 공연을 보고 나오면 딱 베트남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극은 여행 중에 있음 직한 구체적 상황들로 웃음을 준다. 베트남 과일 장수는 과일 한 개를 불쑥 내밀고 “원 달라”를 외치다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원 달러에 두 개, 네 개까지 준다며 흥정을 한다. 호텔 종업원은 손님이 없는 사이 은근슬쩍 가방을 열어본 뒤 “한국 과자다”라며 한입 베어 먹는다. 현지인들과 나누는 영어 대화도 “나는 싫다. 그것이”라는 식으로 더듬더듬 표현해 사실감을 높였다. 수정이 여행을 통해 1년 전 자살한 친구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게 줄거리. 수정은 여행 중에 만난 영국 청년과 헤어지며 “여행에서는 두 번 이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다시 그와 재회한다. 잠자리를 가진 뒤 “이러면 결혼해야 하는 건데…”라면서도 쿨하게 그를 보낸다. 바가지를 쓰고도 화 한번 못 냈던 수정은 극 후반 호텔의 부당한 처사에 “이러면 안 되는 거다”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컵을 깬다. 특별한 극적 갈등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가 여행 순서에 따라 펼쳐진다. 극은 깔끔하고 흐름에 무리가 없지만 잔잔한 내용만 이어지다 보니 싱거운 느낌을 준다. 제목과 달리 ‘예측 가능한’ 것이다. ‘시동라사’로 제46회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은 이지현은 수정 역을 맡아 여행자의 설렘과 두려움을 무난히 소화했다. 호텔 종업원 트촨 역의 이준영은 베트남 현지인으로 착각할 만한 외모와 코믹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i:2만 원. 12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 02-747-322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앞다퉈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세계 관객을 겨냥한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침체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측면도 크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을 철저히 현지화하고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를 겨냥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16일 중국 문화부 산하 기업인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CAEG),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SMG)와 합자법인 ‘아주연창(상하이)문화발전유한공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 합자법인은 2011년 6월 뮤지컬 ‘맘마미아’의 중국어 버전 공연을 시작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흥행작들을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첫 주자인 ‘맘마미아’는 상하이 상하이대극원(1800석), 베이징 21세기극원(1500석)에서 10주씩, 광저우 광저우대극원(1500석)에서 4∼6주 순회 공연한다. 급성장하는 중국 공연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베이징 공연 시장 규모는 2007년 4억1600만 위안(약 716억 원)에서 2008년 6억2700만 위안(약 1079억 원)으로 51%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공연 단체의 공연 횟수도 394회에서 537회로 36% 증가했다. 중국 본토에 안착하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중화권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본부 김병석 상무는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서울만 한 대형 시장이 3곳이나 된다. 공산당이 공연문화를 산업화한다는 의지도 강하고, 소비 주체가 1980, 90년대생으로 옮겨가고 있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뿐만 아니라 ‘김종욱 찾기’ 같은 국내 히트작 진출, 중국 서커스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고 김 상무는 말했다. 창작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 자체 콘텐츠를 보유한 에이콤은 미국과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웅’은 내년 5월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팬티지시어터(2700석)에서, 8월 중순 뉴욕 링컨센터(2500석)에서 3주씩 무대에 오른다. 2013년에는 일본 진출을 노린다. 내년에는 영국 런던의 제작진과 함께 독일 극작가인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를 영어 뮤지컬로 바꿔 런던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선보인 대작 뮤지컬들이 결국 다 재미를 보지 못했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인간적으로 그려 일본 아사히신문이 칼럼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일본 정서에도 부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오페라의 유령’으로 33만 관객을 모은 설앤컴퍼니는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손잡고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내년 2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한국판 미스 사이공’으로 일본, 유럽,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등 브로드웨이 제작진 5, 6명이 직접 참여한다.○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 뮤지컬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작품의 질적 향상, 현지화 노력이 부족할 경우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완성도나 연륜이 떨어지지만 친밀성 덕분에 성공한 면이 있다. (해외로 나가려면) 먼저 작품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타깃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제작진과 공동 제작을 하면 국내 정서와 간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접점을 찾아내는 게 흥행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단지 한 번 나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현지에서 무엇을 남기고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적인 감성, 언어를 그대로 갖고 선진 뮤지컬 시장에 가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 배우를 비롯한 작품 성격 자체를 현지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공연과 음악, 연극 놀이, 자연학습이 종일 어우러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선을 보인다. 정동극장과 미래상상연구소 공동 주최로 12월 4일 오전 9시 반 정동극장에서 처음 문을 여는 ‘김용택 교장 선생님과 함께하는 창의력 학교’.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김용택 시인(사진)이 ‘창의력 학교’의 교장으로 변신한다. 김 시인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창의적 글짓기와 상상력의 만남’이란 강의를 통해 알려준다. 학부모도 참여해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수연구실장인 정헌관 박사는 ‘정헌관의 숲과 사람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과 덕수궁을 관람하며 나무의 특성을 설명한다. ‘행복한 창의성 연구소’의 박인영 부소장은 연극배우 3명과 함께 상상력을 깨우는 ‘연극 놀이’를 진행하고, 학부모들은 성악그룹 ‘극장을 떠난 바보 음악가’의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참가자들이 정동극장의 대표공연 ‘미소’도 관람할 수 있다. 7만 원. 02-734-123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연출가 이윤택 씨(58)가 6년 만에 새로운 굿극을 선보인다. 25, 26일 전남 진도군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에서 선보이는 굿극 ‘씻금’. 이 씨는 1986년 동해안 별신굿 ‘오구-죽음의 형식’으로 처음 굿을 극화했고 1999년 경기 도당굿 ‘일식’, 2004년 제주 칠머리 당굿 ‘초혼’을 선보였다. 그의 네 번째 굿극인 ‘씻금’은 진도 씻김굿을 토대로 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온 이 씨가 20년 넘게 굿극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 공연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요즘은 우리 연극이 홀대를 받는 것 같아요. 전통 굿은 우리 연극의 기본이죠. 굿극 작업은 우리 극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위축되는 전통극 시장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씻금’은 서남해안지역에서 보편적으로 행하는 씻김굿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씻김굿이란 망자의 좋지 못했던 기억을 깨끗이 씻어내 좀 더 수월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돕는 굿. 주인공 순례가 바다에 몸을 던진 뒤 그를 위로하기 위한 굿판을 벌이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이 한데 모여 순례의 한을 푼다는 것이 뼈대다. 씻김굿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망자들이 자신의 삶을 말과 소리, 몸짓을 통해 풀어낸다. “현재 전승되는 굿들은 대개 내용이 없고 그 뼈대만 남아있어 아쉬워요. 이번 극에서는 진도 민중, 특히 배곯아 가면서 억척스럽게 노동을 했던 여성들의 한을 표현할 것입니다.” 국립남도국악원의 브랜드 작품으로 육자배기를 비롯한 다양한 민요, 상여 소리, 진도 사람들의 일상어와 노래가 결합해 지역 특성을 살렸다. 12월 국립부산국악원, 내년 3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도 공연할 예정. 무료. 25일 오후 3시, 26일 오후 7시. 061-540-403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쿵쾅 쿵쾅, 가슴을 쩌릿하게 울리는 앰프소리와 객석을 향해 날아오는 강렬한 조명. 천을 벗기자 마술사 이은결이 헬리콥터에 탄 채 깜짝 등장했다. ‘어떻게 헬리콥터가 나타났지?’ 나름 머리를 굴리는 사이 마술사는 빈 상자 속에서 여성 출연자를 등장시키더니 바로 9등분 해버린다. 쉴 틈 없이 사람이 생겼다 없어지고 다시 토막 나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오프닝예요.” 웃음이 터졌다. 7일 개막한 마술 공연 ‘더 일루션’은 군에서 제대한 이은결이 내놓은 3년 만의 복귀작이다. 마술 한 가지로 1200석의 대형 공연장을 2시간 반(인터미션 20분 포함) 동안 달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했다. 1부와 2부로 나눈 공연의 흐름은 비슷하다. 각 부의 초반을 카드와 꽃, 비둘기가 사라지는 ‘클래식’한 마술로 시작한 뒤 마술사와 보조 출연자가 사라지거나 공중에 뜨는 것으로 난도(難度)를 높인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거나 중국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장면을 보면서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이 같은 마술은 소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선 마이크를 끼고 단독 진행을 맡은 이은결은 입담을 과시하며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몇몇 아버님은 팔짱끼고 ‘(속임수가) 걸리면 죽어’라고 지켜보시는데, 저는 여러분을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기려고 하는 겁니다. 도와주세요∼.” 속마음을 들킨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그렇다. 그냥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마음 편히 즐기면 공연은 충분히 재미있다. 앵무새 그림을 그리면 그림 속에서 앵무새가 나오고, 새가 다시 여성으로 변하고 다시 앵무새, 그림으로 되돌아간다. 잘 짜인 한편의 극을 보는 듯하다. 눈사람을 만든 뒤 아이가 껴안자 눈사람이 살아 움직이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도 따뜻한 감흥을 전해준다. ‘그림자 쇼’나 프러포즈 이벤트 때의 ‘인형 퍼포먼스’ 등 마술이 아닌 부분에도 관객의 호응은 컸다. 입이 쩍 벌어지는 대형 마술은 찾기 힘들었지만 동심, 사랑, 추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녹여낸 마술들은 각각 짜임새가 있고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에 마술이란 키워드는 더없이 적합한 교집합으로 느껴졌다.:i:3만∼10만 원. 12월 4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02-501-7888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말총머리를 한 건장한 사내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 엑스’의 리더 조윤범 씨(35). “오늘 들려 드릴 곡은 비발디의 ‘사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곡은 너무 깁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연주하고 싶지만 그러면 여러분 오늘 집에 못 가셔요. 그래서 여름과 겨울만 연주합니다.” 익살스러운 소개말에 관중은 킥킥댔다. 콰르텟 엑스가 9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 모습이다. 2000년 결성한 콰르텟 엑스의 지난 10년은 클래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하기 위한 파격적 실험의 연속으로 압축된다.》 ○ 현악사중주의 시장을 개척하다 콰르텟 엑스는 2000년 4월에 결성됐지만 첫 공연은 2002년 9월에 무대에 오른 ‘거친바람 성난파도’였다. 연습 기간만 2년 5개월이 걸린 것.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오래 활동하는 실내악단이 거의 없었어요. 클래식 전공자들이 졸업하면서 단체를 만들어도 몇 번 연주회하고 나면 대개 악단이 해체돼 버리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어차피 해체할 거면 연습이나 많이 해보자’라고 생각했죠.” 첫 공연에서 대작인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첫 곡으로 내세웠고 길고 난해하기로 이름난 베토벤의 ‘대푸가’ 4중주를 외워서 연주했다. 뮤지컬을 보는 듯한 짜인 표정과 몸짓은 특히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잔잔했던 클래식의 수면에 이렇게 돌멩이를 던진 콰르텟 엑스는 현재 전국을 돌며 연 250여 회나 연주한다. 재치있고 명쾌한 입담의 조 씨는 연 150여 회 클래식 강의에 나선다. 조 씨의 해설과 콰르텟 엑스의 연주를 곁들여 예술공연 전문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프로그램도 ‘쉬우면서도 몰랐던 데 눈을 뜨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초보자와 마니아층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 씨를 제외한 원년 멤버들은 바뀌었지만 한결같은 정체성을 유지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조 씨가 제1바이올린 겸 리더이며 박소연(28·제2바이올린), 김희준(33·비올라), 임이랑 씨(30·첼로)가 멤버로 뛰고 있다. 1월 합류한 임 씨는 “오케스트라에서 있었고 재즈공연에도 섰지만 여기(콰르텟 엑스)가 가장 힘들다. 너무 바빠서 죽을 지경”이라며 웃었다. 고정 팬도 매년 늘고 있다. 김 씨는 “싸이월드의 팬카페 회원은 4500여 명인데 여름마다 수련모임(MT)도 같이 간다”고 말했다. ○ 클래식 공연의 틀을 깨다 콰르텟 엑스의 공연포스터는 홍익대 앞 인디밴드의 포스터보다도 재기발랄하다. 지난해 베토벤 현악사중주의 전곡 연주회를 알리는 공연은 제목을 ‘베토벤 백신’으로 달고 약병 속에 바이올린을 집어넣은 그림을 넣었다. 2007년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포스터에는 관객이 메뉴판(공연팸플릿)을 보고 고민하는 옆에 하이든이 웨이터로 등장해 “하이든은 어떤 것으로 드셔도 최상급입니다”라고 말한다. 지난달 시작해 내달 5월까지 매달 한 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공연하는 슈만,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실내악 전곡 연주회는 제목을 ‘콰르텟 엑스와 세 개의 방’으로 달았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따왔는데 재밌죠? 아이디어는 신문 잡지 영화 뮤지컬 등에서 얻어요. 관객이 재미있어 하니까 좋죠.”(조 씨) 전곡도 연주하지만 일부 악장을 뽑은 ‘하이라이트 연주’도 단골메뉴다. 고전 명곡에 멋대로 작명도 한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1번 4악장이 고양이가 털실을 갖고 논다는 느낌이 난다고 ‘고양이’라고 이름 붙이는 식이다. ‘작곡가의 본래 의도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말라’는 게 불문율인 보수적인 클래식계로 보면 ‘불경한 이단아’인 셈이다. 나아가 무대에서 이들은 배우로 변한다. 소리가 줄어들면 동작을 작게 하고, 둘이 연주할 때는 서로를 바라본다.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게 꾸미지만 먼저 이런 동작을 치밀하게 연습하고 영상 녹화한 뒤 점검한다. ‘짜인 각본’인 셈이다. “연주자가 감동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감동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무대 위 표정, 몸짓들을 철저히 연구할 수밖에 없죠.”(조 씨) 공연과 음반활동뿐 아니라 관련 서적 출간과 강의 등으로 ‘원 소스 멀티 유스’에도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전자팸플릿’을 정보기술(IT) 기술자들과 제작하고 있다.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의 최희정 편집장은 “클래식을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그룹이다. 특히 기획공연이 드물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공연을 시도한 데 의미가 크다”며 콰르텟 엑스를 평가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인 김승근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처음 봤을 때는 ‘뭐 이런 괴상한 그룹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클래식을 정통으로 하시는 분 가운데는 싫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그룹이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볼 때 ‘조윤범’은 오버쟁이다. 조금은 찬찬히 정리하고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웃음을 곁들여 덧붙였다.○ ‘파토’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10년을 달려온 콰르텟 엑스에 앞으로의 10년을 물었다. “고스톱의 ‘파토’처럼 클래식계의 판을 흔들고 싶어요. 판은 항상 바꾸고 깨야 합니다. 전통에 그냥 무임승차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 5년이든 10년이든 계속 부수고 해체해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생각입니다.”(조 씨) “작곡가들을 연구해 저희만의 색깔로 채색하고 그들의 전곡을 녹음하고 싶어요.”(박 씨) 해외에 진출할 계획은 없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준비 없이 나가면 한두 번의 공연으로 그칠 거예요. ‘해외 청중은 어떤 음악,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연습한 뒤에 나갈 겁니다.”(조 씨) 데뷔 준비가 길었던 것처럼 해외 진출에도 이 악단의 ‘신중한’ 초심은 여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청자가 TV를 보는 눈은 뛰어납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기복제식’ 드라마는 시청자가 용납하지 않아요. 전달자가 시청자를 왕으로 모실 때 좋은 콘텐츠가 나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인촌라운지에서 열린 시청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세 번째 강의에 강연자로 나온 운군일 감독(58)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열심히 발로 뛰면서 소재를 발굴하는 저널리스트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생 일기’ ‘사랑이 꽃피는 나무’ ‘황금신부’ 등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감동적인 ‘무공해’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온 그는 “감독생활 33년 동안 꼼꼼히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며 드라마 소재를 찾아왔다”며 “드라마 소재가 고갈됐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온 가족이 시청하기 낯 뜨거운 드라마가 양산되는 것은 작가, PD들이 머리로만 드라마를 만들기 때문”이라며 “머리, 발, 가슴이 삼위일체로 균형을 이룰 때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운 감독은 “2007년 베트남 이주여성을 소재로 한 ‘황금신부’를 기획했을 때 방송가에서는 ‘다문화 드라마가 되겠느냐’는 반론이 많았다”며 “그러나 드라마는 재미 이상의 시의성과 유익성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하에 드라마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해외에 20억 원어치 수출하고 중국 베트남 등 4개국에서 작품상을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를 기획하거나 극본을 쓸 때는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실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종합편성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일보가 시청자의 올바른 드라마 이해와 분석을 위해 마련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총 8회에 걸쳐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마련된다. 26일에는 ‘천국의 계단’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로드 넘버원’ 등을 연출한 이장수 감독이 강사로 나선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학생 때 연극한 것이 제 연기 인생의 기초가 됐지요. 그때 가진 연극에 대한 깨끗하고 열정적인 마음이 평생 저를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원로 배우 신구 씨(74)는 19일 서울 대학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극단 화동연우회 창립 20주년 기념 신작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고 연극반 출신들로 구성된 화동연우회는 1991년 결성됐고 매해 한 편씩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고에 연극반이 생긴 것은 경기공립중학교 시절이던 1945년. 20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세계적인 문호인 셰익스피어 원작의 ‘페리클레스’다. 공작 페리클레스가 안티오쿠스 왕에게 박해를 당해 망명하고 떠돌지만 결국 인생 역정을 딛고 헤어졌던 아내, 딸과 재회한다는 내용으로 국내 초연이다. 12월 4∼1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신 씨(52회)부터 막내인 이채상 씨(100회)까지 출연 배우의 기수 차이는 최고 48년. 동문 30여 명이 배우와 연출, 번역가로 참여했다. 배우 윤동환 씨(82회)는 “창립 20회 공연에 참여해 기쁠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배우 유태웅 씨(87회)는 “가장 좋은 것은 다른 극단에서는 제가 주로 술값을 내야 했는데 여기서는 제가 낼 일이 없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화동연우회가 선보여온 작품들은 첫 공연이었던 1991년 제이슨 밀러의 ‘이런 동창들’을 비롯해 대부분 국내 초연작이다. 작품 선택부터 번역, 극화까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회원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61회)은 “초연을 하면 새로운 정보가 쌓이고 그만큼 연극계에 기여할 수 있다. 내년에는 그동안 공연했던 작품을 묶어 작품집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02-3673-2248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아름다운 아리아와 솜털 같은 사랑 얘기에 다소 따분함을 느끼는 성악 팬이라면 1930년대 유럽 시민사회를 분노케 한 오페라 ‘룰루’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음란하고 변태적이며 살인 코드까지 있는 파격적인 주제에 느긋하게 감상하기 힘들게 하는 불협화음까지. 알반 베르크의 문제작 ‘룰루’(1937년)를 국립오페라단이 25∼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다. 1월 ‘이도메네오’, 10월 ‘메피스토펠레’에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국내 초연작이다.》○ 욕망과 배신, ‘날것’의 오페라 독일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대지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를 토대로 만든 오페라 ‘룰루’는 밑바닥 생활을 하던 여주인공 ‘룰루’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욕망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배신을 그렸다. 원작은 발표 당시 ‘퇴폐적인 범죄행위’ ‘죄악의 미화’ 등 혹독한 평가를 받았으며 작가는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당하고 출판물은 폐기 판정이 내려졌다. 여주인공 룰루는 팜 파탈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신문사 편집장 쇤 박사의 정부(情婦)지만 그녀의 마력적 매력을 두려워한 쇤 박사는 룰루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다. 룰루와 결혼한 남자들이 죽어나가면서 쇤 박사는 결국 룰루와 정혼하게 되고 결국 그의 총에 죽는다. 룰루는 체포되지만 동성애자인 게슈비츠 백작부인에게 구출되고 매춘부 생활을 하다 변태살인마에게 참혹한 죽음을 당한다. 독일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나 부스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룰루 주변의 남성들이 룰루를 중심으로 행성처럼 도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가운데 큰 나무를 두고 회전하는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작 희곡은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로 중산층 계급의 위선적 도덕관을 혹독하게 비난하는 반(反)부르주아적 성격이 짙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원작 소설과 달리 오페라에서 사회 비판 성격이 크게 두드러지는 않는다”면서도 “대체로 개인적 감정의 흐름을 짚는 낭만 오페라와는 달리 사회를 보는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불협화음의 낯선 음악 ‘룰루’는 한 옥타브 내 반음 12개를 모두 ‘평등하게’ 사용하는 12음 기법을 사용한다. 반음을 오르내리는 멜로디와 불협화음이 가득한 음악이 ‘의식적으로’ 관객을 초조하거나 불안하게 만든다. 파격적인 극의 내용과도 상응한다. 타이틀 롤을 맡은 재독 소프라노 박은주 씨는 “처음에는 낯설지만 자주 들으면 익숙해질 수 있다. 나는 ‘룰루’의 음악을 들으면서 잘 잔다”며 웃었다. 그는 나흘 동안, 총 4회 펼쳐지는 공연에서 ‘룰루’ 역을 혼자 소화한다. “힘들지만 소녀부터 창녀로 이어지는 ‘룰루’의 캐릭터에는 다양한 매력이 있죠.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 베스트 5 가운데 하나로 꼽는 작품입니다.” 이 오페라에는 1, 2막에서 죽었던 인물이 다른 배역으로 다시 3막에 등장하며 ‘룰루’를 제외한 주요 배역은 1인 2역이다. ‘쇤 박사’와 ‘잭더리퍼’ 역에는 바리톤 사무엘 윤 씨, ‘화가’와 ‘흑인 손님’에는 테너 김기찬 씨가 나선다. 지휘에는 독일 출신 프랑크 크라머가, 연주는 20, 21세기 음악 연주에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TIMF앙상블이 나선다. 1만∼15만 원. 02-586-528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광복 후 혼란기에 이어 6·25전쟁이 터지면서 우리 국악을 배우기 힘들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신기하게도 1951년 부산에 피란 갔을 때 가야금을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가까운 선후배도, 동년배도 없어요. 객관적으로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가야금 황병기 명인(74)은 반세기가 넘는 국악 활동을 이렇게 추억했다. 황 명인은 1951년 경기중학교 3학년 때 가야금을 시작했고, 1962년 창작곡 ‘국화 옆에서’를 선보이며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다. 내년으로 국악 활동 61년을 맞고, 작곡가로 활동한 지는 50년이 된다. 묵묵히 국악의 길을 걸어온 그를 위해 후배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헌정 공연을 연다. 12월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 가락 그리고 이야기’.○ 거장과 거장이 만나다 이번 공연에는 국악뿐만 아니라 록 음악, 무용, 미술을 하는 후배 예술가 52명이 참여한다. 1980년대 한국에서 즐비한 팬을 확보했던 일본의 세계적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 씨도 열세 살 난 딸 가나히와 함께 무대에 선다. 아버지 야마시타 씨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의 관현악 작품이나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 다른 악기를 위한 솔로 연주곡을 기타 하나로 표현해 클래식 기타의 저변을 넓힌 입지전적 인물. 황 명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야마시타 씨는 헌정 공연 소식을 듣고 흔쾌히 참가했다. 황 명인은 그와의 인연에 대해 “음반을 낸 음반사가 같아 연락이 닿았다. 야마시타 씨가 한국에 아들과 함께 왔을 때 나를 혼자 앞에 두고 ‘최신 곡을 들려주겠다’며 연주도 했다”면서 “어마어마한 관현악 곡을 기타 하나로 연주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야마시타 씨는 황 명인의 최초 창작 가야금 독주곡 ‘숲’을 기타로 재해석한다.○ 예술의 융합, 새로운 변주 황 명인이 50여 년 세월 동안 세상에 선보인 작품은 40여 편. 이번 공연에서는 ‘숲’을 비롯한 대표작 8곡을 선보인다. 오대환 연출가는 “황 명인의 고전적인 작품들을 다른 예술가들이 자기 색깔로 채색해서 헌정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록그룹 ‘어어부 프로젝트’는 기괴하고 음침한 곡으로 인상 깊은 ‘미궁’을 연주한다. 황병기식의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보여줬던 ‘미궁’은 한때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기괴하고 음침한 곡. 역시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선보이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베이스 장영규 씨는 “미궁은 처음 듣는 사람이 깜짝 놀라는 독특한 곡이다. 황병기 선생님의 텍스트나 가락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 그 인상만 갖고 연주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미궁’에 무용가 안은미 씨가 춤을 더해 새로운 조화를 시도한다. ‘서곡’에는 가야금, 피아노, 타악, 대금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김삼진 무용단 22명이 춤을 보태며 서예가 김기상 씨가 그림을 더한다. 무용가 김삼진 씨는 “황 선생님의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을 가능하게 하는 음악이어서 창작 무용가 가운데서 선생님의 작품을 안 써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출연하는 인원이 많은 만큼 무용가들을 눈송이로 표현하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국악 앙상블 ‘시나위’와 ‘비빙’ ‘다스름’은 황 명인의 ‘영목’과 ‘산운’ 그리고 ‘고향의 달’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소설가 이외수 씨의 그림 3점도 무대에 설치한다. 방송인 이금희 씨와 직접 진행도 맡는 황 명인은 공연 마지막에 ‘달하 노피곰’을 화답 형식으로 연주한다. 황 명인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고 기막힌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입이 쩍 벌어지는 좋은 작품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국악이 세계화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만∼10만 원. 02-548-448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창녀 나스타샤가 두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결혼을 대가로 10만 루블이라는 거액을 내놓은 ‘깡패 사업가’ 로고진과 가진 것 없지만 순수한 청년 뮈시킨 공작. 나스타샤는 뮈시킨 공작의 순애보를 받아들일 듯하다가 결국 돈을 택한다. 하지만 나스타샤는 받은 돈을 불에 태우고 그 재를 얼굴에 바르며 절규한다. “난 너(뮈시킨 공작)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11일 무대에 오른 연극 ‘백치 백지’(공동연출 임형택·안드레이 세리바노프)는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가 원작이다. 간질을 앓고 형편마저 궁해 이리저리 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뮈시킨 공작이 나스타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적이던 로고진이 결국 나스타샤를 살해한다는 게 주요 뼈대. 뮈시킨 공작은 한없이 순수한 인물로 나스타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한-러 공동 연출답게 원작에 없는 ‘백지 이야기’가 추가됐다. 동네에 하나쯤 있을 법한 바보 ‘백지’는 한없이 순수하지만 동네 아저씨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쓸쓸히 죽는다. 이런 ‘백치’(뮈시킨 공작)와 ‘백지’를 병치해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사라져가는 순수한 영혼의 의미를 되짚는다는 게 연출 의도지만 가슴에 깊이 와 닿지 않았다. ‘백치’는 ‘성자’라기보다 우유부단한 성격이 두드러지고, ‘백지’는 별다른 대사도 없고 출연 분량도 짧아 억지로 끼워 넣은 것처럼 느껴졌다. 난해한 원작에 새로운 이야기까지 끌어넣어 혼란스러운 극 가운데 가장 선명한 인물은 ‘나스타샤’(이은주)다. 여러 남자를 갖고 노는 요염한 매력, 뮈시킨의 사랑을 알면서도 떠나는 설정의 현실감, 로고진에게 살해되는 비극까지. 팜파탈의 매력이 이 씨의 호연으로 밀도 있게 펼쳐졌다. 생동감 있는 군무나 무대 바닥에 프로젝터를 쏴 표현한 다양한 무늬도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각각의 장면이 준 깊은 인상과 별개로, 전체 공연이 끝난 뒤 일관된 메시지가 느껴지기에는 ‘정리’가 더 필요해 보였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도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소설의 극적 장면을 압축한 ‘죄와 벌’은 28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2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이 소설을 주요 모티프로 한 창작극 ‘루시드 드림’은 서울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에서 21일까지 공연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3만5000원.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 02-596-0601}

《야외 데이트가 어딘가 고생스러워지는 겨울. 공연장에 연인들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연애’를 키워드 삼아 젊은 커플을 타깃으로 한 공연 10여 편이 크고 작은 무대를 장식한다. 홈페이지를 핑크색으로 치장하고 하트 모양을 곳곳에 넣어 “데이트에 성공하려면 우리 공연을 보세요”라며 유혹하기도 한다. 언뜻 비슷비슷해 보여 선택이 쉽지 않다. 20, 30대 여성 공연 홍보 관계자 10명에게 데이트할 때 보기 좋은 공연들을 추천받았다.》■ 20, 30대 여성 공연홍보 관계자가 추천하는 공연 ▽뮤지컬 ‘김종욱 찾기’(7명 추천)=2006년 초연 이후 누적 관객 36만 명을 기록한 히트작.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4년째 공연하고 있고 16일부터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상상아트홀 무대에도 오른다. 첫사랑을 찾고자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의뢰한 여성이 그 회사 직원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1인 22역을 하는 ‘멀티맨’이 웃음 포인트다. 12월 임수정, 공유 주연의 동명 영화도 개봉한다. “정말 그야말로 웃으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 “많은 연애 에피소드를 통해 연애할 때 나의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한다”는 추천 평. 4만5000원. 오픈런. 02-501-7888▽뮤지컬 ‘아이 러브 유’(5명 추천)=남녀의 첫 만남부터 사랑, 결혼 그리고 섹스, 육아, 가족, 노년의 사랑까지 로맨스에 관한 에피소드 20여 개를 옴니버스식으로 펼친다. 4명의 배우가 60여 개의 캐릭터를 소화해 다양한 재미를 준다. 2004년 국내 초연한 후 1200회 이상 공연했고 관객 50만 명을 넘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인 남경주가 다시 합류했다.“남녀의 연애와 그 심리에 대해서 놀라운 분석적 재미를 준다” “첫 만남부터 노년기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오래된 커플들이 서로를 이해하기에 좋은 작품” 등의 추천 평. 4만5000∼6만 원. 12월 31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CGV아트홀. 02-501-2888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4명 추천)=2005년 첫선을 보였고 20여만 명이 관람했다. 청각을 잃고 말을 못하는 여성 희곡작가와 톱스타 남자배우의 사랑을 그렸다. 여주인공은 희곡 대본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해 웃음을 준다. “완전 달달한 사랑 얘기” “짝사랑하는 남자를 만난 여성의 설레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게 추천 이유. 4만 원. 오픈런, 서울 종로구 동숭동 PMC자유극장. 02-738-8289▽뮤지컬 ‘빨래’(4명 추천)=사랑 얘기가 주된 줄거리는 아니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연. 서울 달동네 사람들의 팍팍한 인생살이를 눈물로, 때론 웃음으로 그려냈다. “난 빨래를 하면서/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 내고/주름진 내일을 다려요”라는 노래를 듣다 보면 자신의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 몽골 청년과 한국인 여성의 설레는 연애 과정도 풋풋하다. 2005년 초연 이후 1000회를 넘었다. “훈훈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 “남녀노소 누가 봐도 혹평이 나올 여지가 없는 공연” 등의 추천 평. 2만9000∼3만4000만 원. 오픈런,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그린소극장. 02-928-3362 ▽기타=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들을 위해서 연극 ‘너와 함께라면’(주인공 남자가 여자보다 40세 많다)을 추천하거나, 2003년 방영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를 본 서른 살 전후 커플들을 위해 동명 연극을 추천하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내용을 떠나 티켓 한 장에 10만 원이 넘는 고가 공연을 보여주면 좋아하는 게 여자의 심리”라고 일갈한 공연 관계자도 있었다. ‘아이 러브 유’ ‘옥탑방 고양이’ 등은 공연장에서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남자친구의 프러포즈를 대번에 거절해 공연장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거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다가 이벤트가 끝나면 홀로 가 버리는 여자도 있단다. 결혼식 날짜를 잡은 예비 신랑신부들이 신청하는 게 무난하다는 의견. 황인찬 기자 hic@donga.com※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김부경(CJ엔터테인먼트 공연투자제작팀 대리) 민지혜(뮤지컬해븐 홍보팀장) 박종환(에이콤 홍보팀장) 성은정(극단 학전 홍보담당) 손형민(악어컴퍼니 홍보팀 과장) 신은(오디뮤지컬컴퍼니 홍보팀 대리) 임선하(쇼온 홍보실장) 최승희(신시컴퍼니 홍보팀장) 최여정(연극열전 홍보실장) 홍나영(쇼팩 마케팅팀장)[위크엔터]박칼린 “전 언제나 거꾸로 생각”▲2010년 10월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창작 어린이 오페라들이 꼬마 관객을 찾아간다. 쉬운 멜로디와 만화 같은 캐릭터들을 앞세운 이들 공연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에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2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첫 무대에 오르는 오페레타(소형 오페라) ‘부니부니’는 요즘 아이들이 푹 빠져있는 게임과 클래식을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게임광인 동훈이가 게임 속 캐릭터인 ‘크크크 대마왕’에게 납치된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게임 속 가상세계인 ‘소리마을’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튜바, 색소폰, 호른 등 관악기 친구들을 만나 함께 엄마를 구출한다는 얘기. 80여 분 동안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아리아 ‘나는 이 동네에서 제일가는 팔방미인’,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을 비롯해 오페라와 교향곡 20여 편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펼쳐진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아이들이 알아야 할 주옥같고 아름다운 클래식 곡들이 장면마다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강현수 이혜선 주혜림(이상 소프라노), 최경훈 장철유(이상 바리톤) 등 성악가들이 출연하고 6인조 관악기 밴드인 ‘브라스 밴드’가 경쾌한 연주를 선사한다. 3만, 4만 원. 02-584-2421 국립오페라단은 ‘맘 창작오페라’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창작 오페라 ‘어여쁜 노랑나비’를 12, 13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다. 가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등을 작곡한 김정욱 작곡가의 아들인 김준현 군(16)이 작곡과 대본을 맡았다. 김 군은 독일 데트몰트음대에 다니고 있는 ‘작곡 영재’. 김 군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전 10부터 오후 10시까지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에 따분함을 느끼던 한 아이가 네버랜드라는 신비한 장소에서 겪는 모험담을 그린 내용.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e메일 신청(seiju@naver.com)을 통해 200명의 관객을 초대한다. 02-586-528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국땅인 베트남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홀로 피아노를 연습한 16세 소녀가 베트남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내년 1월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교도, 피아노학원도 다니지 못했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과 피나는 연습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것. 8일 서울 홍익대 앞의 연습실에서 만난 김지은 양은 “카네기홀에 가는 게 사실 실감이 안 나요. ‘아∼, 진짜 하는구나’라는 생각 정도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 양은 베트남 국립오케스트라와 내년 1월 8일 카네기홀에서, 10일 링컨센터에서 협연한다. 김 양의 아버지가 2월 카네기홀에 공연을 타진했고, 그의 가능성을 높게 본 카네기홀이 4개월간의 심사 끝에 공연장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국립오케스트라에 협연 요청을 해 승낙을 받았다. 김 양은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2007년 2월 베트남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에선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전국 단위 피아노 콩쿠르에서 초등부 대상을 받기도 했지만 베트남으로 간 뒤 가세가 기울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도, 피아노학원도 다니지 못하고 베트남 호찌민 시의 빈민가 단칸방에서 ‘나 홀로 연습’에 매진했다.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대하는 대가들이 ‘선생님’이었다. “피아노를 치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매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대가들의 주법을 따라했죠. 특히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많이 봤어요.”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단칸방에서 하루 6∼8시간 피아노를 연주하자 옆집에서 망치로 벽을 치며 시끄럽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담요 두 장으로 피아노를 덮어 소리를 줄인 뒤 연습을 계속했다. 2007년 8월 현지 교민 행사에서 연주회를 열며 교민 사회에 알려졌고, 2009년 12월 호찌민 시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교류음악콘서트에서 호찌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는 “2월 서울에서 김 양을 봤는데 독학으로 그 정도 실력을 가졌다는 게 놀라웠다. 좋은 환경에서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양의 꿈은 소박하다. 음대에 진학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싶다는 것. 지난해 독학으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카네기홀 연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정식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꼭 갖고 싶어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아버지는 오전 5시에 어린 저희들을 깨워 집 근처 장충단공원을 한 시간 동안 산책하게 하셨어요. 추운 겨울에도 말이죠.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한 시간 연주 연습을 한 뒤에야 아침을 먹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조영미 연세대 음대 교수(사진)는 지난달 29일 노환으로 별세한 아버지 조상현 전 한국음악협회 회장에 대한 추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조 전 회장은 전쟁의 포화가 가시지 않은 1954년 배재음악당에서 첫 독창회를 연 뒤 2001년 마지막 콘서트까지 50여 년 동안 활동한 원로 성악가. 2년에 한 번꼴로 공연을 열며 왕성하게 활동했고 피아니스트 조영방(단국대 음대 교수), 조영미, 첼리스트 조영창(독일 에센폴크방 음대 교수) 씨 등 2녀 1남을 음악인으로 키워냈다. 이들 세 남매는 1976년부터 ‘조트리오’로 활동하며 국내 정상급 트리오로 인정받아왔다. 해마다 독주회를 열어왔던 둘째 딸 조영미 교수가 17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린 독주회를 연다. 피아노는 김금봉 연세대 음대 교수가 맡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마음이 많이 힘들어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공연 소식이 이미 많이 알려져 무대에서 추모의 마음을 담기로 했습니다. 평소 열심히 활동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조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3번 전곡을 선보인다. “세 곡 모두 브람스다운 심오하고 섬세한 감정표현이 특색이죠.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릴 겁니다.” ‘조트리오’는 2006년 30주년 기념 연주회 이후 4년 동안 콘서트에서 만나지 못했다. 조 교수는 “내년 10월 같이 공연할 예정이에요. 기념행사 등에서 잠깐 공연한 것을 빼면 정식 콘서트로는 5년 만에 여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연이 너무 뜸하다’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다들 바쁘니 같이 할 자리가 적네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한 가족이라 트리오 ‘해체’는 없으니까요.” 2만, 3만 원. 02-701-4879황인찬 기자 hic@donga.com}

“6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 새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돌아왔네요.” 이런 상황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한번 떠났던 여자는 다시 떠난다”거나 “새 여자친구에게나 잘해라”는 의견이 주로 달릴 법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얘기라면 쉽지 않다. 이성적, 도덕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게 사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연출 허희진)는 20대 청춘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강도하 작가가 2005년 인터넷 포털 ‘다음’에 연재한 웹툰(인터넷 만화)이 원작. 2007년에는 케이블채널 tvN이 동명 드라마로 만들었고 같은 해 처음 뮤지컬로 선보였다. 줄거리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얘기다. 청년 백수인 캣츠비 연인인 페르수는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 임신을 했는데 이 아이가 남편도, 캣츠비도 아닌 캣츠비 친구의 아이라는 설정이다. 웹툰은 잔잔한 전개와 풍부한 배경 설명, 미려한 그림으로 이 같은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지만 공연은 공감을 얻어내기보다는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데 급급했다. 총 74편(편당 50컷 내외)으로 이뤄진 웹툰은 풍부한 분량에 걸맞게 곳곳에 여운을 남겼지만 110분의 공연은 주요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 페르수의 남편인 브루독이 캣츠비에게 “(페르수와) 같이 자봤나”라고 채근하다가 “농담일세”라고 얘기하는 등 주요 장면의 대사마저 대부분 웹툰과 똑같다. 하지만 배우들이 몸소 뛰어다니며 입체영화관 풍경을 표현하거나 닭갈비집 아줌마가 미친 듯이 밥 비비는 장면은 공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웃음을 주었다.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의 심은진은 이번 뮤지컬 데뷔 무대에서 귀엽고 톡톡 튀는 ‘선’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캣츠비에게 버림받은 뒤 이별 노래를 부를 때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정이입에 충실했다. 하지만 캣츠비 역의 박재정은 아쉬움이 남았다. 꺼벙한 연기를 빼면 감정 표현도 부자연스러웠고, 고음을 소화 못해 코러스 음이나 동료 배우와의 합창에 의지했다. 캣츠비 역에 더블 캐스팅된 그룹 god 출신의 데니안이 보다 무난한 가창력을 선보인다고 제작사는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2만∼5만 원.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 02-501-7888}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재단법인 국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에 연출가이자 극단 미추 대표인 손진책 씨(63·사진)를 임명했다. 손 씨는 서라벌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연극 ‘지킴이’ ‘오장군의 발톱’ ‘열하일기만보’ 등 20여 편과 마당놀이 ‘심청전’ ‘춘향전’ 등 10여 편을 연출했으며 동아연극상, 한국연극예술상, 한국백상예술대상 등을 받았다. 임기는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