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엄마를… ’ 美시장 성공으로 본 한국문학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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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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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 자극 보편성 키워“


《“노벨 문학상, 아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세계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 필요한 소설은 미국, 즉 뉴욕 시장을 노리는데 그런 소설가들의 꿈을 바로 신경숙이 이룬 것이다.” 소설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열풍에 대해 소설가 이문열 씨는 11일 이렇게 말했다.》

영문판 표지
영문판 표지
내 대표적 작가이자 50종이 넘는 작품을 해외에 선보여온 그의 말처럼 문학계는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입에 대해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한국 문학 해외 진출의 역사는 이제 ‘엄마를 부탁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게 된 셈이다.

원작의 맛을 살리는 유려한 번역, 미국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의 마케팅과 배급력 등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꼽는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바로 ‘보편성의 힘’이다.

○ 구원 죽음등 근원 문제 고민을

‘엄마를 부탁해’는 하루아침에 실종된 엄마의 부재 속에서 잊혀졌던 엄마의 존재, 그리고 가족들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 엄마에 대한 그리움 등은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로, 이를 통해 세계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제2의 ‘엄마를 부탁해’가 나오기 위해 한국 소설이 나아갈 방향으로 전문가들이 꼽은 것도 바로 보편성의 확보였다.

시인인 최동호 대산문화재단 이사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현란한 문체로 풀어가는 정도로는 해외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인류 보편의 주제인 ‘인간 구원’ ‘인간 존재’ 등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문제가 세계의 문제가 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성이 강한 작가의 예로 ‘죽음’이란 보편적 주제로 프랑스에서 관심이 높은 이승우 작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부터 소설가 이문열 씨, 최동호 대산문화재단 이사(시인),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문학평론가).
위부터 소설가 이문열 씨, 최동호 대산문화재단 이사(시인),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도 보편성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것, 토속성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대로 나가야 한다.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자식이 장애아인 것을 바탕으로 병이나 장애 같은 인류 공통의 고민에 천착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 세계인에게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도록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더라도 보편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외국에서 인정받는 소설을 보면 대개 자국의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상처를 소설화한다. 우리의 일제강점기 경험 등 역사적인 상처를 개인사로 잘 녹여낸다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는 소설은 그 지역의 관심사를 건드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소설가 할레드 호세이니 씨는 옛 소련의 침공, 내전, 탈레반 정권의 폭압 등 자국 현실을 배경으로 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2007년 아마존닷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작가가 됐다. 이문열 씨는 이 사례를 들며 “미국에서 팔릴 수 있는 제3세계 문학은 미국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알카에다 등이 들어 있기에 큰 관심을 끌었다. 우리도 북한, 탈북자 등 미국인이 관심을 갖는 내용으로 보편성을 확보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과정에서도 보편성의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특히 해외에서 홍보할 때는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지만 내 일일 수 있다’는 점을 해외 독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한국인 엄마의 이야기가 태평양 건너 한국 땅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인식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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