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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다. 주인을 보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애정 공세를 펼친다. 하지만 개의 본심은 뭘까. 주인공 개인 ‘도도’는 집주인이 산책을 가자고 하자 이렇게 거드름을 피운다. “아이∼ 참,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그래 내가 한번 나가줄게.” 명백한 상황 역전이다. 유기견들의 얘기를 다룬 뮤지컬 ‘도도’(연출 김민기)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개들의 생각을 무대 위로 끌어냈다. 사람들은 개들의 말귀를 못 알아듣지만 개들은 사람들의 대화를 이해한다는 설정이다. 극단 학전의 창작 뮤지컬로 지난달 25일 초연 개막했다. 이름처럼 도도했던 ‘도도’는 과식에 게으름이 더해져 뚱보가 되자 집주인에게 버림받는다. 그가 만난 유기견들의 생활은 처참하다. 쓰레기통의 썩은 음식을 기웃거리고, 밤이면 버려진 창고에서 쪽잠을 청한다. 유기견 ‘뭉치’는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너무 많이 먹는다”고 타박하던 주인에게 버림받았고, ‘누렁이’는 “태어날 때부터 잡종이고 못생기고, 개장수도 (나 같은) 작은 것은 신경 안 써”라고 한탄한다. 객석에선 웃음도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짠하다. 자아를 찾은 ‘도도’의 외침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아무도 누굴 가질 수는 없었던 거야. 누굴 버릴 수도 없는 거야.”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김민기 대표, 연극 ‘하얀앵두’의 배삼식이 극본과 가사를 맡고 그룹 ‘낯선 사람들’의 고찬용이 작곡한 노래는 슬프고도 따뜻하다. ‘도도’가 홀로 별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알았네, 내가 울고 있다는 걸∼” 하고 읊조릴 때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달려∼ 도도”라며 합창한 마무리 곡은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부족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염소, 닭 등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의상과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높이 2m가 넘는 철제 구조물을 타넘고 다닐 때는 조마조마했고, 일부 배우는 잠시 균형을 잃기도 했다. 안전사고가 염려됐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2만∼3만 원.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 02-763-8233}

《해질 무렵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 9시경 장대비로 변했다. 하지만 야외공연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람객들은 자리를 뜰 줄을 몰랐다. 경쾌한 퓨전 국악 연주가 끝나자 ‘앙코르’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비옷을 챙겨 입은 일부 관객은 어깨춤을 췄다. 깊어가는 가을밤 호젓한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젊은 국악인의 열정 넘치는 무대에 추위도, 가을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오전 2시까지 열정의 국악무대 2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올해 10주년을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1∼5일)에서 ‘소리 프런티어’ 공연이 첫선을 보였다.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명’ ‘정민아·서도영’ ‘아나야’ ‘이스터녹스’ ‘프로젝트 시나위’ ‘프로젝트 락’ ‘소나기프로젝트’ ‘더 그림’ ‘오감도’ 등 젊은 국악그룹 9개팀이 참가해 총상금 2000만 원을 걸고 펼친 국악 경연이다. 당초 이튿날 오전 3시 반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대는 굵은 비 때문에 오전 2시쯤 끝났다. 하지만 200여 명의 관객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관람객 50여 명이 공연장 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국악공연을 즐기는 이색 풍경도 연출했다. 광주에서 남편, 세 아이와 함께 온 이선영 씨(34)는 “국악과 캠핑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추울까 봐 침낭과 매트리스도 준비했다”면서 “이렇게 젊은 국악인들이 서양악기와 함께 국악을 쉽게 풀어내니 새롭고 흥겹다”고 말했다.자체 기획 ‘천년의 사랑여행’인도 등 5개국 참여 큰 호응 이번 무대는 참가 그룹들에도 특별한 기회였다. 국내외 심사위원 5명의 평가 결과 ‘아나야’는 KB소리상을, ‘소나기프로젝트’는 수림문화상을 받아 각각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아나야는 가요보컬을 투입해 다른 퓨전국악그룹과 차별성을 나타냈고 소나기프로젝트는 5대의 장구를 무대에 올려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아나야의 민소윤 씨는 “후반에 쟁쟁한 팀이 많아 걱정했는데 뜻밖에 상을 받게 됐다. 국내 시장 개척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나기프로젝트의 장재효 씨는 “저희 음악을 인정해줬다는 것만으로도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획 공연으로 ‘대표 상품’ 만든다 지역 공연축제의 경우 단순 초청공연이 대부분이지만 이번 소리축제는 직접 기획한 공연을 전면에 내세웠다. 개막작으로 자체 제작한 특별기획공연 ‘천년의 사랑여행’. 2일 전주 모악당 공연은 2163석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은 재담꾼 도깨비들이 사회자로 나와 사랑을 주제로 한 국내외 전통음악과 무용을 다채롭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90분 공연에선 백제가요 산유화와 정읍사, 서해안용왕굿부터 인도의 전통무용인 ‘카탁댄스’, 캄보디아 왕실무용단의 댄스, 대만 우타이 산의 소수민족 루카이족의 전통춤까지 펼쳐진다.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이란 내용은 단순한 편이지만 100명이 넘는 출연진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대형 배 모형, 레이저로 표현한 태풍과 파도 등 화려한 볼거리가 두드러졌다. 팔과 다리가 빠르게 엇갈리는 춤인 카탁댄스는 생소한 볼거리였지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젊은 국악그룹 심야 경연엔 텐트족들 밤새우며 즐기기도 ‘천년의 사랑여행’ 외 이자람의 ‘사천가’, 어린이국악뮤지컬 ‘독도탐험대’, 장단놀이 뮤지컬 ‘안녕, 핫도그’도 매진돼 예년에 없던 인기를 모았다.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단순한 축제란 생각보다는 ‘국악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행사다. 대중을 상대로 한 ‘국악 보급’,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한 ‘국악 교육’, 그리고 국악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악 창작’의 3대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축제는 5일까지 이어진다. 4일에는 창극 ‘수궁가’, 라트비아 출신의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 초청 무대, 아프리카 퓨전음악그룹 ‘아싸오’, 대금 공연인 ‘이창선의 대금스타일’을 선보이고 5일에는 판소리와 시, 록, 애니메이션이 융합된 실험무대 ‘소리 오작교’와 폐막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가 열린다. 1588-7890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피아노학회(회장 임옥빈·이사장 장혜원)가 이원문화센터와 함께 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0 그랜드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1999년 시작해 12회째인 이번 콘서트는 한국이 러시아, 체코와 수교한 지 20년, 스페인과 수교한 지 60주년, 그리고 독일 통일 20주년을 기념해 열린다.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몰다우’, 독일 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4악장 등 네 나라 작곡가의 작품 10여 곡을 연주하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악장인 ‘환희의 송가’로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한 무대에 4, 5대의 피아노와 8∼10명의 연주자가 함께 나와 대규모 실내악 연주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펼칠 예정이다. 타악기 관악기 등도 추가해 오케스트라와 같은 효과를 준다.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전국 30여 개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옥빈 함영림 이혜경 장형준 정완규 윤영조 김석란 김주영 심희정 이주영 백정엽 임동현 씨 등 피아니스트 66명이 참여한다. 안산시립합창단이 찬조 출연한다. 1만∼5만 원. 02-3272-2121, 02-6356-2121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국립국악원, 국립발레단 등 7개 국공립 예술기관의 초대권 배포를 전면 폐지한 뒤 이 단체들의 공연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객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공짜 관객’은 큰 폭으로 줄었고 티켓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유료 관람객이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는 여전히 다른 형태의 ‘초대권’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객석 채우려 가격 할인 지난해 예술의전당 음악당,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국립극장, 국립국악원의 초대권 배포율은 34.9%에 이르렀다. 문화부가 7월부터 이들 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관람료 인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초대권 배포를 전면 폐지하자 각 단체는 고민에 빠졌다. 객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이 단체들은 가격 대폭 할인을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섰다. 국립발레단은 7월부터 공연 당일 잔여 좌석을 현장에서 최고 6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전에 가장 저렴한 티켓은 5000원이었지만 이제는 운이 좋을 경우 2000원에도 발레를 즐길 수 있다. 서울예술단은 17∼28일 댄스뮤지컬 ‘뒤돌아보는 사랑’의 티켓 가격을 초대권 폐지 전보다 최고 50% 내린 1만∼3만 원에 판매했다. 국립국악원도 티켓판매 사이트를 통해 50% 할인을 하고 있고,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국립극장도 지난해보다 30∼4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객 유치에 나섰다.○ 자리는 비지만 매출 급증 예전 80, 90%에 이르던 객석 점유율은 초대권 폐지 이후 60% 내외로 떨어졌지만 유료 관객이 늘면서 매출이 급증하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 국립국악원은 5월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총 10회 공연에 5519명이 입장해 객석점유율이 88.3%였으나 유료관객 비율은 24.3%(1343명)에 그쳤고 매표 수입도 1543만200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초대권 폐지 후 9월 ‘황진이’ 10회 공연에선 3118만4000원으로 매출이 두 배가량 뛰었다. 4591명이 관람해 객석점유율은 62%로 떨어졌지만 유료관객 비율이 69.5%로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예술단의 ‘뒤돌아보는 사랑’도 객석점유율은 55%로 떨어졌지만 유료관객 비중은 40%에서 60%로 늘었다. ‘박리다매(薄利多賣) 티켓 마케팅’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셈이다. 그러나 초대권이 사라진 뒤에도 다른 이름의 ‘공짜 표’는 존재한다. 각 단체가 기업의 기부나 협찬을 받은 뒤 티켓을 주거나, 저소득층에게 티켓을 무료로 나눠주는 문화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은 광고 효과를 높인다며 100여 명의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면서 공짜 티켓을 나눠줬고 예술의전당은 문화나눔사업을 20% 확대했다. 그러나 이런 표들의 성격과 그 제한 수량에 대한 기준이 없어 아직까지 각 단체의 재량에만 맡겨둔 상태다. 문화부 공연전통예술과 김정화 사무관은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네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아이는 1년 뒤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했고, 열 살 때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주니어콩쿠르 우승으로 바이올린 신동의 탄생을 알렸다. 10대 시절 주빈 메타를 비롯한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명성을 떨친 그는 서른이 넘어 새롭게 변신했다. 2007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지휘자로 뉴욕 데뷔 무대를 갖고 청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바로 막심 벤게로프(36·사진)다. 그가 11월 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45주년 기념 특별정기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2004년 내한 연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열정적인 선율을 선보였지만 지휘 무대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벤게로프는 활이 끊어질 정도의 격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유명하다. 협연하는 지휘자마저 당혹스럽게 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지휘자로 나선 뒤에도 그런 ‘끼’는 여전하다는 평이다. 온몸을 휘젓는 동작, 악상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표정….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흥얼거리며 선율을 따라 부르기까지 한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서는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들을 선곡했다.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벤게로프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면서도 즐겨 연주한 레퍼토리. 산뜻하고 명쾌한 1, 3악장과 2악장의 그윽한 슬픔이 모차르트 음악의 백미로 꼽힌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도 연주한다.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고현수와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비올라 단원인 빌프리트 슈트렐레가 협연한다. 서울바로크합주단 김민 음악감독(서울대 명예교수)은 “격정적인 벤게로프의 지휘와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협연자들이 독특한 조합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02-592-5728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계급투쟁과 정치적 음모, 비극적 사랑까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가 10월 14∼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혁명에 가담했다가 서른두 살 나이에 단두대에서 삶을 마친 프랑스 시인 앙드레 셰니에(1762∼1794)의 비극적 일대기를 그렸다. 격동적인 상황 묘사로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테너의 오페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테너 셰니에 역은 어려운 발성을 요구하는 곡들이 많아 실력파 테너들의 검증대와도 같다. 주요 테너 아리아인 1막의 ‘하늘 푸른 날’, 2막 ‘5월의 미풍과 같이’가 모두 5∼6분으로 긴 편인 데다가 동시대 오페라 중 테너가 고음역을 오가는 부분이 유독 길다. 가사 또한 시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의미를 살려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번 공연에선 ‘라보엠’ ‘라트라비아타’ 등 200여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박현재, 체코 프라하 국립 오페라단의 ‘카르멘’에서 테너 주역을 맡은 한윤석, 불가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오페라 무대에 선 이병삼이 돌아가며 셰니에 역에 도전해 다른 색깔을 뽐낸다.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은 “큰 성량을 바탕으로 풍부한 감수성을 어떻게 드라마틱하게 표현할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니에의 상대역인 막달레나 역은 귀족의 딸로 셰니에에게 희생적 사랑을 바치는 주인공.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아리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가 막달레나의 아리아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김향란 김인혜 이지연 씨가 출연한다. ○ 사실주의 오페라 대표작 작곡가 조르다노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마스카니, ‘팔리아치’의 레온카발로와 함께 사실주의 오페라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드라마틱한 전개와 사실적 묘사가 특징이어서 ‘격정파’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의 테너 아리아가 어려운 것도 조용하게 시작해서 넘치는 격정에 빠져들곤 하기 때문. 이번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베르디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는 로렌초 프라티니가 2009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나비부인’ 이후 1년 7개월 만에 국내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18년 만에 주연에서 총감독으로 총감독을 맡은 박 단장에게도 이번 공연은 의미가 특별하다. 1992년 무대에서는 셰니에 역으로 호연을 펼쳤고, 20년 가까이 흘러 공연 총책임을 맡게 됐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박 단장에게 물었다. 18년 전 주연 배우 때와 이번 총감독 가운데 어떤 것이 힘드냐고. “배우들이 ‘스트레스 좀 그만 주시라’고 얘기해요. 준비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기고…. 간혹 제가 그냥 무대에 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2만∼12만 원. 평일 오후 7시 반, 토요일 3시, 7시 반, 일요일 5시. 02-399-1114∼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한국에서 백제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축제를 계기로 백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일축제한마당의 시즈키 히로시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2005년 한일 국교 수립 40주년을 맞아 양국 민간단체들이 시작한 연례 축제다. 10월 2, 3일 서울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2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서 ‘오랜 역사와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한국에서 22개 단체, 일본 23개 단체가 참여한다. 특별프로그램 ‘다시 부활한 1300년 전 옛 백제의 혼과 숨결’에선 3개 단체가 백제를 재조명하는 연속 공연을 선보인다. 일본 미야자키 현 난고 촌 주민들의 시와스마쓰리와 국립국악원 ‘대백제의 숨결’, 판굿 등으로 망자의 넋을 달래는 한누리연희단 ‘마지와 푸리’가 이어진다. 양국의 전통 공연도 서울 한복판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한국에선 남사당놀이 강강술래 봉산탈춤 오고무를 비롯한 전통공연을, 일본에서는 등불과 대나무의 축제로 유명한 아키타 간토마쓰리를 비롯한 축제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예선, 결선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으라차차 스모대회’, 한 입 분량의 적은 메밀국수(소바)를 1분 안에 먹는 ‘완코소바 많이 먹기 대회’, 양국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한일가라오케대회’ 등 체험행사가 있다. 10월 2일 도쿄에선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100년’을 주제로 브라운아이드걸스, 신혜성 등이 출연하는 한류콘서트와 한국가요 콘테스트 본선, 일본 북 와다이코 연주, 한국 비보이의 공연 등이 열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첫 곡으로 1980년대 유명 록그룹 콰이어트 라이엇의 ‘컴 온 필 더 노이즈’가 묵직한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될 때만해도 설렜다. “소리∼ 질러∼”라는 로니(김재만)의 추임새에 관중도 일어나 환호했다. 초반부터 달아오른 공연장은 마치 록 콘서트장 같았다. 하지만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연출 왕용범)는 ‘흥겨운 록 뮤지컬’로 부르기에 부족했다. 번안곡은 어색했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성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특별한 반전 없는 뻔한 스토리에 곳곳에 드러나는 억지웃음 요소까지. ‘록의 황금시대’를 재현하려던 무대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졌다. 200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됐고 이번이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록클럽이 배경. 해외 부동산업자가 클럽을 포함한 도시 일대를 재개발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반대하며 갈등을 빚는 게 주요 줄거리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주인공인 로커 지망생 드류(안재욱)와 배우 지망생 쉐리(선데이)는 이런 극의 핵심 갈등에서 벗어나 있다.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해 애절한 연인이 된 둘은 시종일관 연애에만 몰두한다. 피켓과 단식 시위에 나서고 결말에서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은 조연들의 몫이다. 번안하면서 코미디 요소를 지나치게 배치한 것도 곳곳에서 극의 흐름을 끊었다. 거의 30초마다 한 번씩 웃기기 위해 데니스(김진수)가 트림을 하거나, 쉐리가 팬티를 보여주거나, 조연들이 우스꽝스러운 발레복, 에어로빅복을 입고 나오는 것은 식상함마저 들었다. 그룹 노바소닉이 연주한 록음악은 무난했지만 스테이시(신성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록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록의 부활. 그러나 초라한 부활이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12만 원. 10월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 1544-1555}

《16일 몽골 남부 달란자드가드 시의 남고비 박물관. 행위예술가 신용구 씨가 얼굴을 하얗게 칠한 채 하얀색 옷을 입고 나오자 박물관 앞마당에 있던 현지 주민 200여 명의 눈이 커졌다. 기이한 복장의 한 남성이 합장에 이어 ‘몸의 언어’로 대화를 걸어오자 사람들의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 신 씨의 작품 ‘바람을 안고가다’가 담고 있는 사랑과 희망이란 주제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자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로 타국에서 온 젊은 예술가를 반겼다. 예술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문예위, 몽골서 3년째 문예교류 프로그램○ 한국과 몽골 예술가들이 피운 ‘예술의 꽃’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몽골예술위원회는 2006년 문화예술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8년부터 해마다 한국 예술가들이 몽골 달란자드가드 시로 건너가 현지 예술인들과 협업하는 ‘노마딕 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8∼18일 열린 올해 행사의 주제는 ‘타임 앤드 스페이스(시간과 공간)’. 김이선(기획) 김성배(설치·행위·사진) 손몽주(공간드로잉) 손필영(시) 신용구(행위) 이중재(영상) 씨가 10여 일간 달흐어치르 영덩조나이(기획), 에흐자르갈 강바트(회화) 씨 등 6명의 몽골 예술가와 함께했다. 이들은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숙식하며 달란자드가드 시에서 예술 작업을 펼쳤다. 이곳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남고비 지역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2만 명 남짓이다. 주변에 여러 개의 석탄 광산이 인접해 있어 1960∼70년대 태백, 영월을 연상케 한다. 건조한 기후 탓에 일부 한국 작가들은 코가 헐어 코피가 났고, 밤에는 섭씨 0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위로 고생을 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양국 예술가들이 참여한 16일 전시회는 ‘동네잔치’와도 같았다. 영상작가 이중재 씨는 달란자드가드 시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찍은 영상물 ‘헤이 로날도’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고, 시인 손필영 씨는 “풀꽃, 풀꽃, 반짝이는 돌조각…”으로 시작하는 ‘고비초원1’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몽골작가 강바트 씨는 움막 앞에서 기도를 하며 몽골에 있는 산의 여신을 형상화한 행위예술로 큰 박수를 받았다. 작가들은 행위예술, 영상, 설치 작품 등을 2시간 동안 선보였고, 박물관 앞마당과 1층 전시실은 한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전시장을 찾은 바트바야르 덜거르마 양(16·고교 1년)은 “실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은 처음인데 정말 신기했다”며 웃었다. ○ 세계로 창작 영역 넓히는 한국 작가들행위예술가 신용구 씨는 “비가 오고, 해가 지는 초원 위에서 공연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서 “몽골 작가를 초청해 한국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위는 이 행사와는 별도로 한국 작가가 몽골에 수개월 동안 체류하며 창작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예술창작 거점사업’도 처음 진행한다. 시인 손필영, 소설가 유익서 씨가 10월부터 각각 4, 6개월 동안 울란바토르대에 있는 연구실과 기숙사에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다. 손 씨는 “몽골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몽골의 일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예술창작 거점사업을 내년부터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세계 30∼4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정국 사무처장은 “작가 개인이 해외에 창작 거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각국 예술단체와 협의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작가들이 해외 창작 활동을 통해 예술 역량을 높이면서 해외 각국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달란자드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1960, 70년대 풍속화전 여는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78·사진)이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로 개인전을 연다. 29일∼10월 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 시절 그 모습’. 김 화백은 1955∼1980년 동아일보에서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그렸고 이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연재하다 2000년 9월 은퇴했다. 모두 1만4139회로 국내 최장수 시사만화로 기록돼 있다. 이 전시회는 김 화백이 풍속화로 작품 활동을 왕성히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그린 풍속화 100여 점은 1960, 70년대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풍경화나 미인도,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어요. 전, 서민들의 삶이 진짜 세상과 삶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그림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전시회를 앞둔 김 화백의 말이다. 각종 사진자료를 토대로 그린 그의 작품 속에는 50여 년 전 서울 청계천, 동대문, 돈암동, 농촌의 초가집, 공동 우물, 시장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김 화백은 그 시대의 스케치와 사진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우리를 50년 전의 그림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바우의 풍속화는 우리의 전근대성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친근하기 짝이 없으며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당시 서민들의 삶은 팍팍했지만 그가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정감 있고 따스하다. “당시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고 가난했지요. 하지만 저는 민중화가처럼 거칠고 격하게 그들을 표현하기는 싫었어요. 오히려 지치고 힘들더라도 각자 자기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전시회의 또 다른 주제는 ‘고향’이다. 북한 개성 출신인 그에게 고향은 반세기 넘게 이어온 그리움의 대상이다.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누구든지 언젠가는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게 되지요. 그래서 이것저것 소소한 농촌 풍경을 여럿 그렸습니다.” 김 화백은 6월 가벼운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택의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재를 끝낸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고바우 영감’은 그의 대표작이다. 미련은 없을까. “아직도 고바우 영감 청탁이 들어와요. 1억 원을 준다는 얘기도 하는데 이제 다시 그리기도 싫고, 또 그만큼 그렸으니 전혀 미련도 없습니다.” 시사만화로 ‘촌철살인의 미(美)’를 보여줬던 김 화백은 “이제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동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에요. 제 그림을 보고 우는 분들도 있는데 고향 생각도, 옛일 생각도 나서겠죠. 좀 더 울림이 큰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02-736-102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9일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장대비를 뚫고 10여 명의 국악기 연주가들이 하나둘씩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연습실로 모여들었다. 각자 교수와 국악원 단원, 실내악단 소속으로 바빠 낮에는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다고 했다. 조율을 끝낸 뒤 태평소와 가야금 등 국악기, 기타와 건반, 드럼 등 양악기가 한데 어울리며 신명나는 한판을 펼쳐냈다. 한바탕 합주가 끝난 뒤 피리와 태평소를 맡은 윤형욱 씨는 “피곤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니까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면서 웃었다.》 1985년 젊은 국악가 8명이 “대중에게 친숙한 국악을 만들어 보자”며 실내국악단을 창단했다. 팀명은 ‘슬기둥’. 거문고를 뜯을 때의 활달한 손놀림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슬기둥은 25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직접 작곡, 편곡한 앨범 8장을 냈고 600여 회에 달하는 국내외 공연을 펼쳤다. 최근 ‘퓨전국악’ ‘월드뮤직’이란 이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신세대 국악 그룹의 원조 격인 셈이다. 이런 슬기둥이 창단 25주년을 맞아 올해 활동 53주년을 맞은 명창 안숙선 씨와 손잡고 조인트 콘서트를 펼친다. 20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슬기둥-안숙선, 비상(飛上)을 꿈꾸다’. 한국의 대표 국악 실내악단과 대표 명창의 만남인 셈이다. 제안은 안 씨가 지난해 말 꺼냈다. “슬기둥이 25주년을 맞는다는데 한번 같이 기념공연을 해보면 좋을까 싶어 먼저 제안했지요. 그동안 주로 대규모 국악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췄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실내악단과는 어떤 소리가 나올까 기대가 됩니다.”(안숙선) 판소리 명창인 안 씨가 공동 공연을 제안할 정도로 이제 슬기둥의 음악은 국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25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KBS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이준호(소금·대금), 강호중(피리·기타), 조광재(신시사이저·작곡), 민의식(가야금), 문정일(피리), 노부영(가야금·양금), 정수년(해금), 오경희 씨(아쟁) 등 8명이 슬기둥을 창단하면서 국악에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첨가하자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국악과 양악은 물과 기름 같은 존재로 여겨졌고 서로 배타적이었다. 창단 멤버 중 유일하게 남아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호 씨(50·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는 “당시 국악계 선배들로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당장 그만둬라’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당시 대중에게는 국악에 대한 편견, 이를테면 어렵고 느리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많았죠. 먼저 그것을 깨는 게 중요했습니다. 슬기둥의 음악은 국악을 기반으로 서양음악을 추가했기 때문에 전통성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듣기 편한 ‘퓨전국악’이 등장하자 호응은 컸다. 대표곡 ‘산도깨비’와 ‘소금장수’ 등은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됐다. 이 씨는 “덕분에 1990년대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이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찾아와 음악을 배워 갔다”고 말했다. 기수별로 멤버를 바꿔 현재 4기 단원까지 뽑았다. 슬기둥이 창단한 해에 태어나 이제는 단원이 된 김기범 씨(25·신시사이저, 작·편곡)는 “두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슬기둥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들었고 저도 좋아하게 돼 단원에까지 뽑혔다. 열심히 활동해 아버지께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이번 공연에선 판소리 다섯마당의 대표 대목을 골라 슬기둥의 연주와 함께 안 씨가 소리를 하는 이색무대를 선보인다. 안 씨는 “한 곡에 10분 정도를 불러 지루하지 않고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색소폰에 이정석 씨, 기타에 그룹 ‘백두산’의 김도균 씨도 참가한다. 이준호 씨는 “악단이 오래됐다는 사실보다 새롭게 계속 도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대중에게 더욱 쉽게 다가서는 국악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1544-1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코르셋과 가터벨트, 망사 스타킹, 킬힐로 중무장한 근육질의 남성(프랭크)이 가운을 훌러덩 벗어던지자 여성 관객들은 일제히 “와아∼” 환호성을 질렀다. 혀를 날름거릴 때는 “꺄악∼” 하고 자지러지는 소리가, “오∼” 하고 요염하게 교태를 부릴 때는 “호호” 하는 웃음이 났다. 여장 남성이 여성들에게서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이야.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뮤지컬 ‘록키호러쇼’(연출 크리스토퍼 루스콤비)는 기괴한 성(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성(性) 얘기다. 약혼한 남녀가 타고 가던 자동차가 고장나면서 찾아가게 된 성은 성적으로 문란한 외계인과 창조물들이 사는 곳. 한데 모인 이들은 동성과 이성 간에 서로 바람까지 피우며 뜨거운 밤을 보낸다. 1973년 영국 런던의 60석짜리 소극장에서 초연한 이 황당무계한 성적 판타지물은 현재 세계 60개 프로덕션을 두고 38년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는 2001년 이후 6차례 라이선스 공연이 열렸고, 홍록기의 탱탱한 뒤태가 상징처럼 각인됐다. 오리지널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7월엔 호주에서 원작자인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참여한 오디션이 열렸다. 호주와 영국 등에서 모인 배우들은 이 뮤지컬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노래와 연기, 춤에서 크게 흠잡을 곳은 없었다. 흑인 최초로 프랭크 역을 맡았다는 후안 잭슨이 여성 팬들의 환호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며 수줍게 인사할 때는 분명한 매력이 느껴졌다. 제작진은 극 중간에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 역을 한국 배우(홍석천)에게 맡겼지만 영어와 자막, 한국어가 혼용되다보니 되레 복잡했다. 대사를 외우지 못해 일부는 대본을 보며 연기하기도 했다. 난잡하고 야한 장면이 이어질수록 관객들은 묘한 공감에 빠져들었다. “스스로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범죄가 아니야” “꿈을 꾸지 말고 실천하라”는 프랭크의 속삭임은 악마의 속삭임 같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느낌도 있다. 일부 관객은 공연 후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키스 마크를 찍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기자도 참여해봤다. 유쾌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6만6000∼11만 원. 10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1544-1555}

2010년 동아미술제 전시기획 공모 당선작 시상식이 10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당선자 황진영 씨(37)가 상패와 상금 500만 원, 전시 지원금 2000만 원을 받았다. 황 씨가 기획한 당선작 ‘당신과 나의 삶이 이항(移項)할 때-The moment of transposition’은 기획자가 홍익대 조소과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주와 정주를 경험한 한국과 미국의 젊은 작가 5명의 회화, 설치, 조각 등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시상식에는 동아일보 최맹호 부사장, 일민문화재단 윤양중 이사장, 운영위원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와 최범 디자인 평론가, 심사를 맡은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10월 10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02-2020-206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7년 동안 효(孝)를 주제로 한 공연을 펼치며 70만 관객 몰이에 성공한 경기민요 명창 김영임 씨(54)가 추석을 맞아 공연을 펼친다. ‘김영임의 소리 효 대공연, 부모님께 드리는 소리-회심곡.’ 지난 어버이날 공연에 이은 앙코르 공연으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열린다. 김 씨는 해마다 10여 차례 공연을 펼치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어 국악인 가운데 ‘티켓 파워’가 큰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공연할 수 있었던 것, 70만 명의 관객이 오셨다는 것이 고맙고도 부담된다. 이제는 단순히 관객이 많이 오셔서 기쁜 것보다는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 흥행의 힘은 무엇일까. “글쎄요. 제 공연은 효를 주제로 했지만 다양한 재미가 있어요. 특히 국악이 단순하고 지루한 게 아니라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줬던 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인 듯합니다.” 600인치 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한 무대는 180도 회전을 하고, 김 씨는 1000만 원을 들인 대형 연꽃 속에서 솟아오른다. KBS 민속반주단의 반주와 의정부시립무용단의 춤사위도 어우러진다. 김 씨도 ‘나나니’ ‘어화너’ ‘가야지’ 등 자신의 곡들과 ‘강원도 아리랑’ ‘한오백년’ ‘정선 아리랑’ 등 익숙한 민요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노래 중간 중간에 들어가는 드라마에는 남편인 코미디언 이상해 씨와 탤런트 사미자 서우림 씨가 출연한다. 그는 “공연은 결국 관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국악이나 여타 공연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대표곡인 ‘회심곡’. ‘회심곡’은 사람이 나서 죽기까지 일생을 돌아보고 뉘우치는 내용을 담은 경기민요로, 김 씨는 1974년 이 곡을 발표한 뒤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음식이라도 맛을 보고 쓰디쓴 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달디단 것은 아기를 먹여…’ 등 어머니를 회상하는 애절한 소리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20대에 처음 불러서 저도 이제 50대가 됐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소리에 좀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게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 데뷔 37주년을 맞은 김 씨는 “국악의 대중화를 넘어 세계화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일본과 미국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회심곡’은 단순히 부모님 세대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가 아닌 국민의 애환과 삶의 의욕을 담은 노래로 키우고 싶어요. 더 나아가 한류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02-2233-17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디션과 연봉제를 둘러싼 국립극장과 국립극장예술단원노조의 갈등이 7일 공연 취소를 계기로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8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종래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 공연 파행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나온다. 임연철 극장장은 8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노조의 출연 거부로 공연이 최소된 것은 국립극장 60년 만의 초유의 사태였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쟁위 행위에 나선 노조에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할 것이다. 계속 출연을 거부하면 더는 전속단체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판단해 법인화를 건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규 노조위원장 직무대행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는 오디션과 성과급 도입을 양보했다. 하지만 극장 측은 오디션 횟수와 성과급 비율에서 원안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노조에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관현악단의 총 단원 171명 가운데 102명이 가입해 있다. 갈등의 핵심은 오디션 실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연봉 차등 지급 문제다. 극장이 1월 오디션 실시를 예고한 뒤 노조는 이를 거부하다 현재 도입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오디션의 공정성 보장과 성과급 차등 지급 비율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극장은 공연의 질을 높이고 단원들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 최소 1년에 한 번 오디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연봉에 기본급 70%, 성과급 30%의 비율로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단원 간 지나친 경쟁으로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2년에 한 차례 오디션을 실시하고 성과급 비율은 10%로 정하자며 맞서왔다. 노조는 8일 오후 8시로 예정된 ‘Soul, 해바라기’ 공연을 예정보다 28분 늦게 시작했지만 극장은 전날과 달리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 방지영 국립극장 홍보팀장은 “전날과 달리 노조가 사전에 공연 지연 사실을 통보했고 노조의 행동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이라며 “이날 공연의 희망 관객에 한해 환불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립극장은 현재 연중 가장 큰 행사의 하나인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들 공연에 대해서도 지연 공연을 계속할 방침이지만 극장 측은 아직 대응 원칙을 정하지 않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빌딩에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2000년 국내 초연 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이 공연의 ‘베르테르’ 역을 맡은 탤런트 송창의, 박건형 씨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송 씨는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제주도 촬영장을 오가며 연습하고 있고, 박 씨 역시 연극 ‘풀포러브’에 출연하면서 연습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씨는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뮤지컬 연습을 시작해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 드라마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론 베르테르에 몰입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캐릭터 사이에) 정서적인 충돌이 생겨 너무나도 힘들다. 빨리 ‘풀포러브’를 마치고 나서 연극 연습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급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배우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고충을 토로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씨는 2008년 뮤지컬 ‘햄릿’과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 겹치기 출연하며 발생했던 공연 사고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말 있으면 안 되는 일인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주말 공연을 두 번 펑크 낸 적이 있다. 드라마 제작진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공연이 오후 8시면 7시까지 극장에 가면 되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공연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여서 답답했다. 앞으로는 드라마 촬영과 공연을 병행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롯데’ 역을 맡은 임혜영 씨는 현재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출연하고 있고, 배우 홍지민 씨는 뮤지컬 ‘톡식 히어로’와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에 동시 출연하는 등 겹치기 출연 배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송 씨와 박 씨는 겹치기 출연의 고충을 밝혔지만 연습에 차질을 빚으면서도 출연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 좋아했던 공연이고, 꼭 해보고 싶었다”는 정도였다. 뮤지컬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은 출연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8월 중순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10월 22일 막이 오른다. 다른 작품과 연습을 병행할 경우 연습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관객에게 최상의 무대를 선사하기도 그만큼 어렵다. 공연 연습에 임하는 배우의 자세에 대해서는 8월 5일 연극 ‘드라이빙 미스데이지’의 제작발표회 일화가 생각난다. 당시 배우 손숙 씨는 함께 출연하는 신구 씨에 대해 “신구 선생님을 보고 많이 놀랐다. 일주일 만에 대본을 다 외우고 디테일한 연습을 하고 있더라. 연습 중에도 다른 섭외 전화가 많이 왔지만 모두 고사하더라”고 말했다. 신 씨는 동료 배우의 칭찬에 부끄러워하면서도 “프로(배우)는 공연을 하겠다고 약속하면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대본을 다 외우는 것은 기본이다. 실제 연습에 들어가서는 연출자와 상의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귀 기울일 만한 얘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리틀엔젤스예술단이 6·25전쟁 60주년을 맞이해 7일∼10월 13일 유럽과 아프리카의 유엔 참전 국가들을 순방해 참전 용사들과 그 가족을 위로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를 갖는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 터키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9개국에서 10회 공연을 펼치고 현지 6·25 참전비에 헌화도 한다. 매회 공연에선 어린이 단원 33명이 2시간 동안 부채춤, 북춤, 장구춤, 농악 등을 펼친다. 이번 순방은 6, 7월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순방에 이은 것으로 11, 12월 필리핀 태국 호주 뉴질랜드 순방을 끝으로 유엔 참전 16개국을 모두 방문할 예정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다양한 문화 행사로 기금을 모아 어려운 예술가를 돕고 불우 청소년 예술교육에도 나선다. 문예위는 1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학 공연 미술 분야로 구성한 ‘2010 예술인 사랑나눔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문학 행사는 ‘책, 나눔에 스미다’라는 제목으로 12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린다. 11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도서바자회를 열고 작가의 해설에 공연을 곁들인 ‘문학과 함께하는 예술콘서트’도 개최한다. 6일부터는 유명 공연과 축제의 객석 일부에서 나온 수익금을 내놓는 ‘공연장 객석 기부’ 행사가 열린다. 대구오페라축제(30일∼10월 12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2일∼11월 14일), ‘점프’(6일∼11월 30일)가 참여한다. 10월 22∼29일엔 국내 유명 미술가들이 작품을 기부하는 미술품 자선경매가 열린다. 28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29일 강남구 압구정 K옥션에서 경매한다. 02-760-454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해 10주년을 맞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젊은 국악 팬 창출과 대표 콘텐츠 생산에 나선다. 젊은층이 쉽고 즐겁게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록페스티벌 형식을 도입한 ‘소리 프런티어’와 자체 제작한 콘서트형 음악극 ‘천년의 사랑여행’이 각각 첫선을 보인다. 10월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등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로 행사가 취소돼 2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국악도 밤새우며 즐긴다 전주시 덕진구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10월 2일 밤을 잊는다.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 반까지 8시간 반 동안 야외공연장에서 젊은 국악그룹의 경연 무대인 ‘소리 프런티어’가 열린다.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명’ ‘정민아·서도영’ ‘아나야’ ‘이스터녹스’ ‘프로젝트 시나위’ ‘프로젝트락’ ‘소나기프로젝트’ ‘그림’ ‘오감도’ 등 젊은 국악그룹 9개 팀이 밤샘 공연을 펼친다. 소리축제 정원조 홍보기획팀장은 “실력이 검증된 국악그룹의 열정적인 공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록페스티벌 못지않은 흥겨운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은 5000여 명이 들어가는 원형무대식 야외공연장에서 술과 음식을 자유롭게 즐기며 공연을 감상한다. 무대 뒤편 숲에는 텐트 50여 동을 설치해 관객이 쉬거나 잘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릴레이 공연이 아닌 경쟁 공연으로 국내외 전문가가 상위 두 팀을 심사해 선정하는 점도 행사의 열기를 한껏 높이는 요인이다. ‘KB소리상’ ‘수림문화상’을 받는 두 팀은 각각 1000만 원의 상금과 해외 페스티벌 공연 혜택을 받는다. 젊은 팬 확보와 젊은 국악인 지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작품’ 육성한다 국내 대부분의 공연 축제는 별도 공연을 제작하기보다는 유명 공연을 오프닝에 초청했다. 이번 소리축제는 ‘천년의 사랑여행’이란 특별기획공연을 직접 제작해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기획과 연출을 맡은 소리축제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외부의 프로그램을 가져오기만 해서는 축제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천년의 사랑여행’을 소리축제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천년의 사랑여행’은 국악과 양악, 판소리와 해외 전통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콘서트형 음악극으로 100명 이상이 출연한다. 익살 넘치는 재담꾼 도깨비(유미리 박애리)가 ‘사랑의 노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당산여신’으로 나오는 안숙선 명창은 극의 해설을 돕는다. 인도 카탁댄스단, 캄보디아 왕실무용단, 중국 루카이족도 사랑과 관련된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김 위원장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형태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리축제에서는 모두 9개국 44개 작품이 선을 보인다. 판소리가 시, 만화, 뮤지컬 등과 만난 실험적 공연인 ‘소리 오작교’, 조상현 성창순 최승희 명창이 선보이는 ‘천하명창전’도 눈길을 끈다. 창작판소리 무대에선 임진택이 ‘똥바다’ ‘오적’ 등 대표작을 갈라쇼 형식으로 선보이고 이자람은 ‘사천가’를 공연한다. 조직위는 10월 2, 3일 1박 2일 동안 기차여행과 공연, 숙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소리열차’ 프로그램도 최초로 선보여 편의성을 높였다. 063-232-8398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4일 막을 올린 뮤지컬 ‘톡식 히어로’(연출 이재준)는 지난해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신상(품)’이다. ‘올슉업’의 조 디피에트로(극본) 등 유명 브로드웨이 제작진이 ‘톡식 어벤저(Toxic Avenger·유독성 복수자)’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2009년 최우수 뉴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유독성 물질에 오염된 영웅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고교생 ‘멜빈’(오만석 라이언)은 ‘왕따’였지만 유독성 폐기물에 오염된 뒤 엄청난 완력을 가진 ‘톡식 히어로’로 탄생해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는 부패한 권력과 맞서 싸운다. 설정 자체는 어딘가 익숙하다. 유독성 가스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음침한 가상도시 트로마빌은 ‘배트맨’의 고담 시를, 비호감 얼굴은 ‘헬보이’를, ‘추남 영웅’을 좋아하는 시각장애인 여자친구는 ‘판타스틱4’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톡식 히어로’를 ‘짬뽕된’ 영웅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 잔혹한 응징을 보여주고 이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개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불량배들의 팔과 다리를 뽑은 뒤 그것을 스틱 삼아 드럼을 치거나,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하거나, 뽑아버린 타인의 머리로 덩크슛을 한다. 객석에서는 “어휴∼” 하는 탄성도 나왔지만 킥킥대는 소리도 들렸다. 압권은 여자친구에게 차여 낙심한 뒤 홧김에 시민들을 살해하는 장면. 확실히 기존의 마냥 선한 영웅과는 다른 ‘괴물’에 가깝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톡식 히어로’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보다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이 감상 포인트다. 불량배, 섹시한 여성, 과학자, 할머니 등으로 변신하는 ‘멀티맨’(임기홍 김동현) 두 명의 익살 연기, 시장과 멜빈 엄마 역을 한 배우(홍지민 김영주)가 펼치는 ‘야누스 공연’에선 웃음과 함께 큰 갈채가 터졌다. 록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숨 가쁜 장면 전환과 함께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새 영웅의 탄생까지는 모르겠지만, 유쾌하고 독특한 뮤지컬 하나는 탄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5만5000∼6만6000원. 10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