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동시에 낸 소설가 김은진-희진 자매 “소설도 닮을까봐 서로 원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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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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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동생과 헷갈릴까봐 필명”

쌍둥이 소설가 자매인 언니 장은진 씨(필명·오른쪽)와 동생 김희진 씨가 나란히 출간한
장편소설을 들고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쌍둥이 소설가 자매인 언니 장은진 씨(필명·오른쪽)와 동생 김희진 씨가 나란히 출간한 장편소설을 들고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소설가 두 사람이 있다. 자매이고, 쌍둥이다.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아파트에 함께 산다. 오전 9시부터 둘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언니는 방, 동생은 거실에 각자 자리 잡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동생은 한 줄도 안 써져 머리를 쥐어뜯는데 방에 있는 언니는 “따다닥” 자판 소리가 요란하다. 부아가 치민 동생이 소리친다. “야, 그렇게 자판 소리 요란하게 친 것 치고, 잘 나온 소설 없어.”

시트콤 한 토막 같은 상황은 ‘쌍둥이 소설가 자매’인 언니 장은진(본명 김은진·35) 씨와 동생 김희진 씨가 들려준 얘기. 새 장편 한 권씩 나란히 낸 이들 자매를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소설은 동생 희진 씨가 먼저 쓰기 시작했지만 등단은 언니 은진 씨가 먼저였다. 1999년 목포대 국문과에 다니던 희진 씨는 과제로 단편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전남대 지리학과에 다니던 언니 은진 씨가 꼴사납다는 듯이 쳐다봤다. 동생은 “그럼 너도 써봐”라고 말했고, 언니는 이튿날 난생 처음 쓴 소설을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은 언니의 글을 소설가인 유금호 목포대 교수에게 보여줬고, “음, 가능성이 보이는군”이란 유 교수의 한마디에 자극받은 언니는 습작에 골몰했다. 언니는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동생은 3년 뒤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언니의 첫 소설을 읽었을 때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위기감이 좀 있었죠.”(희진 씨) “위기감은 지금도 있죠. 호호.”(은진 씨)

은진 씨는 등단하며 장은진이란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곧 등단할 동생과 헷갈리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은진 씨는 전기(電氣)를 먹고 사는 한 여자와 두 남성의 얘기를 그린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를, 희진 씨는 24시간 빨래방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옷의 시간들’을 나란히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냈다. 언니는 세 번째 장편, 동생은 두 번째 장편.

지난해 초 출판사가 두 사람에게 각각 인터넷 연재와 함께 장편 출간을 제의했고 이들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승낙했다. 7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매일 인터넷에 연재된 장편의 분량까지 사이좋게 원고지 850장가량으로 같다. 함께 연재하고, 출간했다. 경쟁심은 없을까.

언니 은진 씨가 “저의 글에 댓글이 하나 더 달린 날에는 왠지 미안했지요”라고 말하자 동생 희진 씨는 “그런 날에는 ‘쟤 소설이 내 소설보다 나은 게 뭔데’라고 투덜거렸다”며 웃었다.

둘은 작품 주제나 방향 등을 토론하는 가장 가까운 동료 문인이기도 하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초고도 허심탄회하게 보여주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하지만 문제도 있다. 경험과 취향이 너무 같아 소설까지 비슷해질 위험이 있다는 것. 동생 희진 씨는 “가급적 닮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전 의견 교환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소설가가 함께하는 다음 목표는 무얼까.

“저희 둘 다 드라마나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나중에 함께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어요. 소설은 공동 창작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집단 집필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은진 씨)

결혼 생각도 별로 없다는 이들 쌍둥이 자매를 당분간 떼어놓기는 어려워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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