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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보복(painful response)을 하겠다.” 13일 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15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공습에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한 데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 수위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과 서구 매체에선 크게 3가지 ‘대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장단점이 명확하다.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이란 영토 내 군사시설 타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의 군·정부시설을 목표로 했던 그대로 갚아 주는 방식이다. 전시내각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경파들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로이터통신은 “시기가 문제이긴 하나, 보복 효과가 가장 높고 신속 대응이 용이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시설 타격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탐지할 기회까지 얻는 이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반격에 동의하지도 참여하지도 않겠다고 한 미국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확전에 반대하는 여타 동맹국들의 외교적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 등이 반대하지 않는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는 ‘이란 영토 바깥의 군시설이나 친이란 무장단체 공격’이다. 이란의 공습도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 NBC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대응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로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등에 있는 이란의 정유시설 및 송유관, 무인기(드론) 제조 공장 등을 타격하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단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이란의 무력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정유시설 등의 타격은 민간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미 CNN방송은 “적절한 대응과 국제사회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마지막 선택지는 ‘비군사적 대응’이다.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 정보망에 타격을 입히거나 국제사회와 공조해 경제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어 미국과 국제사회도 가장 선호할 방안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이란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반(反)이란 연합을 구축할 드문 기회를 얻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군에 이란 시설에 대한 리스트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립정부 정권 유지를 위해 강경파의 협조가 절실한 네타냐후 총리로선 세 번째 방식은 자국 내에서 미온적인 대처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CNN에 “네타냐후에게 중요한 건 정치와 자신의 생존, 연립 유지 그리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그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스라엘은 외교전부터 적극적으로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32개국에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 제재 및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스라엘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든 주변 아랍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라고 보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확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보복(Painful response)을 하겠다.”13일 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15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공습에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데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 보복 수위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과 서구매체들은 크게 3가지의 ‘대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장단점이 명확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일단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이란 영토 내 군사시설 타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의 군·정부시설을 목표로 했던 그대로 갚아주는 방식이다. 전시내각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로이터통신은 “시기가 문제일 뿐, 현재로선 강경 보복의 효과가 높은 선택지”라고 전망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시설 타격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탐지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반격을 동의하지도 참여하지도 않겠다고 한 미국이 가장 꺼려하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확전에 반대하는 여타 동맹국들의 외교적 신뢰로 잃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스라엘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 등이 반대하지 않는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유력한 선택은 이란 영토 바깥의 군사 시설이나 친(親) 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이다. 이란의 공습도 1일 이스라엘이 시라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으에서 이뤄졌다. 미 NBC 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대응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로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이라크 등에 있는 이란의 석유시설을 타격하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단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이는 또 다른 이란의 무력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다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로 탄도미사일 등을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유시설 등을 타격하는 건 민간인 피해가 생길 수 있어 동맹국들도 동의하기 어렵다. 미 CNN 방송은 “적절한 대응과 국제사회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마지막 선택지는 비군사적 대응이다.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 정보망에 타격을 입히거나 국제사회와 공조해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어 미국과 국제사회도 가장 선호할 방식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반(反)이란 연합을 구축할 드문 기회를 얻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시설에 대한 표적 리스트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립정부 정권 유지를 위해 극우 강경파의 협조가 절실한 네탸냐후 총리로선 세 번째 방식은 자국에서 “미온적인 대처”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CNN에 “네타냐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치와 자신의 생존, 연합 유지 그리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그의 열망”이라고 말했다.일단 이스라엘은 외교전은 적극 펴나가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서 “32개국에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재하고,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스라엘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든 주변 아랍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최대 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 대응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보복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이란 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민간인 대상이 아닌 군사시설 위주로 공습해 상징적 효과만 노리는 일종의 타협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양측의 적대 행위가 최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즉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숨 고르기”를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보복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美 만류에도… 이스라엘 강경파 “‘뱀 대가리’에 느슨한 대응 안돼” [이란-이스라엘 충돌]전시 내각 ‘반드시 대응’ 공감대… WSJ, 구체적 보복 시점까지 거론재보복땐 전면전 확대 가능성… 전문가 “군사시설 위주 공격” 점쳐美의식 헤즈볼라 공격으로 틀수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스라엘에 쏠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복 공격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란의 공습이 끝난 14일(현지 시간) 오후 열린 전시내각 회의에서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서구 언론은 ‘이르면 15일’이라는 구체적인 보복 시점까지 거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 협상 교착 등으로 인해 거센 사임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려 할 수 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전쟁 확전이라는 악재를 피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는 게 변수다.● “치명적 공격 필요” vs “즉각 보복에 반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대다수는 이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14일 “(이란에 대한)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억지력을 구축하려면 때로 미쳐 날뛸 필요도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인사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대응을 주저하면 실존적인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행보에 우려를 표했던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도 미 CNN 방송에 “이란은 자유세계의 모든 가치를 말살하려는 악의 제국”이라며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정 내 온건파로 꼽히는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뱀의 대가리(이란)’에 느슨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가세했다.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이란을 ‘뱀의 대가리’로 칭한 것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 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야권 인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즉각 보복에 반대했다. 타미르 헤이만 전 군사정보국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간은 우리 손에 있다”며 이란의 공격을 두고 쏟아진 전 세계 비판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이란 군사시설 타격 가능성 중동전쟁 확전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에 대한 대규모 재보복에 나선다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이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보복 또한 민간인 피해가 없는 군사시설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 군사기지, 정부 건물 등을 공격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 대신 이란의 후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으로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대를 의식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취지다.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하면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보복 시점과 규모를 고려할 수 있지만 결국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란의 공격이 네타냐후에게 절호의 기회를 줬다”고 진단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 대응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보복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이란 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민간인 대상이 아닌 군사시설 위주로 공습해 상징적 효과만 노리는 일종의 타협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양측의 적대 행위가 최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즉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숨고르기”를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보복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이 13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예고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본격 확전되는 중대 기로에 섰다.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도 요동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3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도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며 “대다수 미사일은 우리 방공체계에 의해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드론 170여 대와 순항미사일 30여 기, 탄도미사일 120여 기가 이스라엘 본토로 날아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직후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이스라엘 정권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은 양국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바로 전투기를 동원해 이번 공습에 가담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군사시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공습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14일 오전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의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가 극심한 장기 불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심야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습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이란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경우 중동 전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사상 첫 직접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보복 대응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는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반격하면 “더 강한 대응으로 맞서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이스라엘이 섣불리 재보복을 했다가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기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군사 강대국이다. ● 이 “전례 없는 대응” vs 이란 “더 큰 대응 할 것”이란군은 앞서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 소속의 화물선 ‘MSC 에리즈’를 나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 선박 나포를 군사 공격의 ‘신호탄’으로 보고 군 경계 태세를 발동했다. 전국에 대국민 행동지침 및 휴교령도 내렸다.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고 명명해 무인기(드론), 탄도·순항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한 이란의 공습은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약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습이 끝난 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공격에 맞서 전례 없는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군사 구조물 표적을 공격했다”며 보복 공격에 나섰음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격과 향후 미국의 개입에 강하게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국영TV에 “이스라엘의 보복 시 우리 대응은 오늘(13일) 밤의 군사 행동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후 공격에 가담한다면 미국 기지와 인력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공격은 계획하고 있지 않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이번 작전은 종료됐으며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 美, 이스라엘 지지 동시에 확전 방지 안간힘 미국은 13일 이란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엔 이례적으로 다시 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양국은 수십년간 앙숙이면서도 서로 직접 공격을 하진 않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통제에서 벗어난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란에 보복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 NYT는 두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이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다만 제러미 보언 영국 BBC 방송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 극우들이 이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것으로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62)의 세 아들과 네 손주가 10일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한꺼번에 숨졌다.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전에 유화적인 하니야의 가족까지 대거 숨지면서 양측의 휴전 협상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앞서 6일 이스라엘 공격 의사를 천명한 하마스의 후원자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른다. 이스라엘군은 10일 “공군이 가자지구 중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하니야의 세 아들 아미르, 하젬, 무함마드가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있던 하니야의 손자 3명과 손녀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이 같이 탔던 차가 공습으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사진 또한 현지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니야의 세 아들은 모두 하마스 조직원이며 테러 활동을 수행 중이었다”고 공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카타르 도하에 머물고 있는 하니야는 세 아들의 사망을 확인한 후 “신(神)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하며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들에게 순교의 영예를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그는 “내 자식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휴전 협상의 요구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망상”이라며 “내 아들의 피는 우리 국민의 피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기존에 내건 휴전 협상의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매체 왈라는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상의 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분석가인 술탄 바라캇은 알자지라에 “어느 정도 선에서 관여했건 휴전 협상을 좌초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이란이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등을 사용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독일과 이란 수도 테헤란을 오가는 항공편을 잠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11일 러시아 외교부 또한 자국민에게 이스라엘, 레바논, 팔레스타인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스라엘은 중동권 내 대사관 폐쇄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이스라엘에 철통같은 안보를 제공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이란 공격에 대한 미사일 격추 등 지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62)의 세 아들과 네 손주가 10일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한꺼번에 숨졌다.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전에 유화적인 하니예의 가족까지 대거 숨지면서 양측의 휴전 협상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앞서 6일 이스라엘 공격 의사를 천명한 하마스의 후원자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른다.이스라엘군은 10일 “공군이 가자지구 중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하니예의 세 아들 아미르, 하젬, 모함마드가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있던 하니예의 손자 3명과 손녀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이 같이 탔던 차가 공습으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사진 또한 현지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니예의 세 아들은 모두 하마스 조직원이며 테러 활동을 수행 중이었다”고 공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카타르 도하에 머물고 있는 하니예는 세 아들의 사망을 확인한 후 “신(神)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하며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들에게 순교의 영예를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그는 “내 자식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휴전 협상의 요구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망상”이라며 “내 아들의 피는 우리 국민의 피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기존에 내건 휴전 협상의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이스라엘 매체 왈라는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상의 없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분석가인 술탄 바라캇은 알자지라에 “어느 정도 선에서 관여했건 휴전 협상을 좌초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이란이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등을 사용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독일과 이란 수도 테헤란을 오가는 항공편을 잠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11일 러시아 외교부 또한 자국민에게 이스라엘, 레바논, 팔레스타인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이스라엘은 중동권 내 대사관 폐쇄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이스라엘에 철통같은 안보를 제공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이란 공격에 대한 미사일 격추 등 지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1948년 이스라엘인에게 요긴했던 ‘중동의 시금치’ 코비자(사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 “구호단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가자에서 코비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비자란 야생식물이 이스라엘군의 통제로 기아를 겪고 있는 가자 주민들에게 더없이 귀중한 식재료가 되어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비자는 가자 전역 어디서건 쉽게 눈에 띄는 아욱과 식물이다. 시금치와 유사한 맛을 내는데, 주로 빵이나 레몬·고추 양념 등에 곁들여 먹는 저렴한 식재료다. 하지만 먹을 게 마땅치 않은 지금은 주민들이 직접 캐서 요리해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소중한 영양분이 되고 있다. 식구가 많은 가정에선 묽은 수프로도 많이 끓여 먹는다고 한다. 가자지구 주민인 아부 카디자 씨는 NYT에 “다른 채소가 없으니 코비자를 먹는 것”이라며 “잎을 끓인 다음 갈아서 수프로 만든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배고픔에 지친 가자 주민들이 거리에서 코비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며 “라마단 기간에도 일몰 후 식사로 코비자를 먹었다”고 전했다. 코비자는 과거 이스라엘인에게도 도움이 됐던 식량원이다. NYT는 “지금은 거의 먹지 않지만, 1948년 아랍과 이스라엘 전쟁 당시에 코비자를 먹으며 굶주림을 버텼다”고 했다. 가자 주민들의 이런 고통에도 휴전 협상은 엇갈리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 중인 하마스 관계자는 8일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입장에 변화가 없어 회담도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는 이날 “협상이 중요 단계에 근접했다”며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이후 가장 타결에 가까워졌다”고 말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7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1개 여단을 제외한 모든 지상군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다음 임무를 준비하기 위한 임시 철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지 매체인 와이넷뉴스도 “작전 중단이 아닌 새로운 전략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중동전 6개월… 이란, 이 공격 임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7일(현지 시간) 6개월을 맞은 가운데 하마스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이 임박해 확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6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을 향해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 시점으로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의 ‘권능의 밤’이 있는 10일 전후가 거론된다. 미국은 이르면 이번 주에 큰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초경계 태세로 전환했고, 이스라엘은 전 세계 28개 대사관을 임시 폐쇄했다. 》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발발한 중동전쟁이 반년을 맞은 가운데 하마스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이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직접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했지만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간부 등 13명이 숨지자 보복 차원에서 공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시점으로는 이슬란의 금식 명절 ‘라마단’ 기간 중 ‘권능의 밤’이 거론된다. 권능의 밤은 라마단의 마지막 열흘 가운데 홀숫날 중 하루로, 10일 전후가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초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이스라엘 또한 전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중동전쟁이 발발 6개월 만에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본격 번질 수 있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 참모총장 “이스라엘에 최대 피해” AF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6일 중부 이스파한에서 열린 혁명수비대 간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의 장례식에 참석해 “이스라엘에 가장 가혹하게 대응하고 최대한의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복의) 시점과 형태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고, 적(適)이 자신들이 한 일을 후회하게 만드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또한 최근 이스라엘을 향해 “매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CNN 등에 “이르면 이번 주에 중동 내 미군 시설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CBS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은 샤헤드 무인기(드론), 순항미사일을 동원한 보복을 계획 중이다. 다만 공격이 이란 땅에서 시작될지, 이라크 및 시리아 등 친이란 국가에서 실행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역시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군, 시리아 및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의 동반 총공세도 예상된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5일 “완전히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 같은 행보는 고질적 경제난, 히잡 의문사 시위 탄압 등에 따른 국민 불만이 상당한 가운데 자국 영토로 간주되는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마저 가만히 두고 볼 경우 시아파 맹주의 위상마저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6개월 만 이란-美 확전 기로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게리 총장은 미국이 1일 공습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역시 이에 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마드 잠시디 대통령실 정무부수석은 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까지 공격받지 않으려면 물러서라”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들 경우 미군 관련 시설 직접 공격 및 확전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전투 부대원의 휴가를 중단하고 방공망 운용 예비군을 추가로 동원하는 등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를 해치려는 세력을 우리가 (먼저) 해칠 것”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이란 모두 대대적인 확전은 원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알리 사드르자데 중동문제 전문가는 영국 BBC에 “이란은 현재 전면전을 벌일 여력이 없다”면서 “이스라엘에 당한 모욕으로 들끓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고 지역 동맹 사이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상징적 보복’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예로 이라크 내 미 공군기지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6개월간 이어진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3만3000여 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1일 기준 군인 총 600명이 하마스와의 전투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6일 BBC는 전쟁 반년간 수천 명의 하마스 대원을 사살하고, 광대한 땅굴 네트워크를 대부분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군의 성과가 대부분 입증하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을 하루 앞둔 6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민간인 살상과 오폭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여론 또한 고조됐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7일 “하루 전 가자지구 남부에서 1개 여단만 남겨둔 채 대부분의 지상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남은 ‘나할’ 여단은 남부로 피신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중북부로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기로 했다. 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총리 사퇴 및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민간인 인질들의 가족도 참여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엘라드 카치르 씨(47)의 유해를 수습한 사실을 공개하자 인질 가족과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치르 씨의 여동생 카르미트 씨는 “제때 석방 협상을 했다면 오빠가 구조될 수도 있었지만, 지도부의 정치적 셈법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네타냐후 정권을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 기반인 극우 유권자를 의식해 하마스에 강경 일변도의 정책만 고집하는 바람에 인질들이 제때 풀려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또한 “총리의 퇴진이 없으면 이스라엘이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으로 변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원죄로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독일 정부는 5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국경 개방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국 집권 민주당 의원 37명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의 오인 폭격으로 국제 구호단체 직원 7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하자 사망자 중 자국민이 포함된 영국, 미국 등이 “철저히 사태를 조사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는 구호단체마저 폭격한 이스라엘의 ‘고삐 풀린 행보’에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영국인 3명을 비롯해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직원들이 숨진 사건에 경악했다.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총리실을 통해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너무 많은 민간인과 구호요원 등이 희생당하는 점을 언급하며 민간인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도 이번 사건에 분노를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직접 성명을 내 “미국인 1명을 포함해 WCK 직원이 사망한 데 격분했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구호요원 사망 사건 중 하나이며 이스라엘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WCK의 창립자인 스페인 출신의 유명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에게도 위로 전화를 걸어 “구호요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이스라엘 측에 분명히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WCK 요원들은 참변 당시 키프로스로부터 선박에 싣고 온 구호품 전달을 돕고 있었는데 이스라엘군은 WCK 직원들을 보호하던 무장 보안요원을 하마스 대원으로 착각해 이들 차량을 폭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WCK는 사건 발생 직후 식량 운송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점도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오폭 사건까지 연이어 터지며 이스라엘은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공습을 했다”고 책임을 빠르게 인정한 점을 두고도 “미국, 영국 등 우방국의 사망자가 발생해 대응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앞서 다른 피해에 대해선 아예 대응하지 않거나 책임을 미루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미 구호단체 자료를 분석한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만 196명 이상의 구호단체 직원이 숨졌다. 사망자 중 170여 명은 유엔난민구호기구(UNRWA) 등 유엔 산하 기관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스라엘은 UNRWA의 직원 가운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직원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최후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공격자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여러 확전 고비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3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낮 12시 17분경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사관 건물은 폐허가 됐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은 자국에 대사관을 두지 않는 미국 대신 미 정부에 전달자 역할을 하는 주이란 스위스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 온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게 맞다”라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에 “영사관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美, 전전긍긍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 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을 노렸다. 때문에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 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미 정부 고위급 인사는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당국자도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 확전 불씨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구호단체도 공습해 7명 사망 1일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공습으로 구호단체 7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도 벌어졌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은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식량을 전하고 오던 WCK 차량 3대에 탑승한 구호요원 6명과 팔레스타인 운전사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영국인 3명과 호주·폴란드·미국인(캐나다 이중국적) 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WCK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가 2010년 미국에서 창설한 자선단체다. NYT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지난달 개시된 해상 구호품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WCK는 “형제자매들의 희생으로 당분간 구호식량 운송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의도치 않은 사고”라며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금 보이는 이 땅에 중국 회사 공장들이 들어설 겁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홍해 항구도시 아인수크나. 카이로에서 드넓은 사막을 지나 1시간 반가량을 차로 달려온 대규모 공업단지에선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단지 곳곳엔 중국 선박들이 싣고 온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었다.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중국-이집트 협력업체의 공장 건설을 감독하던 무함마드 가말 씨(42)는 “앞으로 생길 중국 공장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면서 “요즘 라마단(금식월·禁食月) 기간이라 작업량이 줄어든 편”이라며 “평소엔 자재를 나르는 트럭들과 인부들이 밤낮으로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집트 안 ‘작은 중국’ 공업단지 축구장 약 1100개 면적(약 730만 m²)에 조성된 이 공업단지는 이집트와 중국 톈진(天津)경제기술개발구(TEDA)가 공동 조성한 ‘테다중국산업구역’이다. 중국은 2008년 이집트 정부와 처음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약 5년 전부터 이곳에 수많은 공장을 건설하며 지분을 늘려 왔다. 특히 이들은 이곳 일대를 철강·유리·파이프 등 제조업 기지에서 친환경 산업단지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27억5000만 달러(약 3조7180억 원)를 중국 정부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집트 정부는 외화 유치를 위해 사실상 황무지인 이곳을 외국에 저렴한 조건에 임대할 방침이라, 테다중국산업구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140개 이상의 중국 기업 및 중국-이집트 협력 업체가 입주해 있다. 사실 이곳도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이 홍해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며 산업구역 조성에 ‘빨간불’이 켜지는 듯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항행 및 운송에 차질을 빚으며 홍해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선박들은 후티 반군의 타깃에서 벗어난 덕분에 홍해 일대에 경제적 영향력을 조용히 확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후티 반군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자국 선박 보호에만 집중한다고 비난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산업구역을 둘러보니 중국의 영향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단지 중심부 8층짜리 ‘수에즈경제무역협력지대’ 청사 건물은 중국어가 아랍어보다 더 큰 글씨로 적혀 있을 정도였다. 청사 앞엔 이집트 국기와 오성홍기가 함께 펄럭였으며, 주변의 각종 안내판도 이집트 표기 아래 중국어를 병기해 뒀다. 아예 중국어만 내건 마켓이나 식당도 많아 마치 중국을 방문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공사 현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이집트인이었지만, 청사 인근에선 중국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카이로에서 출퇴근한다는 한 중국인은 “여기서 일한 지 3년이 넘었다”며 “우리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파견 중국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택 단지 인근의 놀이공원 ‘테다 펀밸리’에도 중국인 가족이 가득했다. 한 카페에서 일하는 유스프 압델 씨(29)는 “중국 회사 일자리가 늘어날 기대에 이집트 청년들도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 지부티까지 홍해 영향력 확대 중국이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아래 이집트와 홍해 일대에 공을 들인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중동전쟁으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중국의 투자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홍해와 맞닿은 제다 항구를 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과 경제 협력을 늘려 가는 대표적 국가다. 원유 수출로 자금력을 갖춘 사우디는 석유 수출 일변도의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국과 물류, 제조업, 첨단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국영 물류사인 코스코(COSCO)의 자회사인 코스코쉬핑포트(CSPL)는 제다 홍해게이트웨이터미널(RSGT) 항만의 지분 20%를 인수해 공동 운영 및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홍해와 맞닿은 항구도시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도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지역이다. 제다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이곳은 사우디가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집중 개발하는 지역이다. 해운 전문 매체 로드스타에 따르면 중국 해운업체 ‘차이나 유나이티드 라인(CULines)’은 지난달부터 중국 닝보(寧波)항에서 사우디 제다항까지 ‘홍해 익스프레스(Red Sea Express)’ 서비스를 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티 반군은 이란 정부로부터 중국 연계 선박은 공격을 자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오성홍기를 단 홍해 익스프레스 선박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운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해와 인접한 동아프리카 국가 지부티도 중국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의 유일한 해외 군사기지가 있어 홍해 일대 군사 확장의 통로가 되고 있다. 올 1월에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의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장은 지부티 국회의장과 만나 군사 및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부티는 예멘과 홍해를 끼고 마주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최근엔 후티 반군의 공격이 잦다 보니 군사적 입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중국은 2017년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당시 “해적 퇴치 등 평화 유지와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홍해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주 목적으로 읽힌다. 최근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잇는 철도 건설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홍해 다음은 지중해도 노린다 중국은 올해 들어 이집트에 지중해 개발에 대해서도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2월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 등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유럽 시장 공략 등을 목표로 이집트의 지중해 연안에도 새로운 산업 단지를 구상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중해 연안은 홍해와는 또 다른 산업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해 일대가 제조업 분야 중심이었다면, 지중해는 정보통신과 전자상거래 등 첨단 분야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10년 동안 양국 경제 협력이 나날이 증가해 중국의 구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집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자본 유치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중국은 주로 차관 형태로 투자금을 제공해, 이전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과실은 중국이 독차지하고 상대국은 이자를 갚느라 허덕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이집트 정부로선 중국의 막대한 자금은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중국의 지중해 구상은 2월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집트의 지중해 연안 도시인 ‘라스 알히크마’에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 및 고급 주거단지를 짓는 대가로 약 350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UAE 역시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일대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이집트에 투자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중국도 지중해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고자 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선 “UAE와 중국에 돈을 받고 영토를 팔아 넘긴다”는 자조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반세기 동안 홍해와 중동에선 미국이 지배적인 안보 행위자였지만, 이제 중국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과 공존을 대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서방 국가들처럼 ‘민주화’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 데다 경제 발전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아인수크나에서 김기윤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결정적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단호하게 대응할 권리”를 천명하며 보복을 시사했다.특히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갈수록 확전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1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로이터통신 및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오후 12시 17분경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바로 옆에 있는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 등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침략적인 이스라엘 정권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장관은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온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이번 공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건 맞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 인터뷰에서 “공격한 건물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며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휴전 무산되나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외교적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들이 대상이었다. 때문에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3월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게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정부 고위급을 인용해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당분간 휴전 시도는 물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충돌로 몰아가려고 의도적으로 설계한 공격”이라고 짚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국민 결정을 존중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이스탄불에 새 시대가 열렸다. 평화, 민주주의 속에 숨쉴 것이다.”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지난달 31일 치러진 튀르키예(터키) 지방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최대 도시 이스탄불, 행정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참패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하며 최장 2033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을 연 ‘21세기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70)이 2003년 집권 후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당의 참패 요인으로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67%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만성적인 경제난, 지난해 초 대지진의 더딘 복구 속도, 반대파 탄압으로 일관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 등이 꼽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직전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돌아선 민심을 붙잡지 못했다. 특히 이스탄불 시장 연임을 확정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53)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2028년 대선에서 그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 ‘경제난 심판’ 못 피한 에르도안 국영 TRT방송,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대부분의 개표를 마친 가운데 CHP 소속 후보들은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 안탈리아 등 5대 도시 시장 선거에서 모두 AKP 후보를 이겼다. CHP의 전국 득표율 또한 37.2%로 AKP(35.6%)를 앞섰다. 특히 총인구 5분의 1인 약 1600만 명이 거주하고,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담당하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외곽에서 출생했고, 이곳에서 시장을 지냈다. 이에 그가 ‘정치적 고향’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였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이 51.1%를 얻어 무라트 쿠룸 AKP 후보를 약 10%포인트 차로 눌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0개월 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종신 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고물가, 리라 가치 급락, 고실업 등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민심이 빠르게 돌아섰다. 에르도안 정권은 집권 내내 핵심 지지층인 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로 인한 살인적 물가에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고물가를 잡기는커녕 고금리에 취약한 서민 불만만 되레 높아졌다. 지난해 초 남동부에서 발생한 강지진도 반(反)에르도안 여론을 키웠다. 원래 에르도안 정권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었지만 졸속 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내진 설계가 부실한 건물의 공사 승인을 남발한 것이 지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대항마’ 입지 굳힌 이마모을루 선거의 최대 승자로 이마모을루 시장이 꼽힌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일 시청 앞에서 지지자를 향해 “새 시대가 열렸다”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마모을루 시장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둘 다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며 전국적 정치인으로 발돋움했고 젊은 시절 축구 선수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받은 징역형 선고가 열성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진 점도 같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시절인 1997년 튀르키예 극우주의자의 시를 낭송해 종교적 증오를 부추겼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고 4개월을 복역했다. 이마모을루 시장 또한 2019년 첫 시장 선거 당시 반대파를 ‘바보(fools)’로 칭해 1심에서 2년 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했고 아직 항소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에르도안 정권이 항소법원의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마모을루 시장에게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이 같은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2028년 대선에서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압도적 패배로 2028년 대선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위태롭게 됐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의 분열된 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국제사회에서 휴전 압박을 받아 온 이스라엘이 되레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공격을 이유로 시리아와 레바논 본토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강력한 공습”이라는 평가 속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대 우방인 미국까지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에 대해 반대하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침공설’ 등을 제기하며 전쟁을 지속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리아 등을 공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번지게 되면 이란까지 나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해당 공습을 지지하지 않으며, 이란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민간인, 유엔 감시관까지 희생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3월 29일 시리아 및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헤즈볼라 근거지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날 오전 1시 45분경 시리아 상공업 도시인 알레포 남동쪽에서 시작된 공격은 이들리브 등으로 확대됐다. 이번 공습은 국경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들인 본토를 노렸다는 점에서 이전의 공격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공습을 앞둔 3월 27일 헤즈볼라가 무장조직을 동원해 자국을 침공하려 했다는 주장을 펴며 “레바논 심층부가 전쟁 구역이 되고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뒤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인 알리 나임 로켓·미사일 부대장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공습을 받아 폭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 대원 6명과 시리아 군인 36명, 친이란 무장대원 1명 등 최소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SOHR은 “최근 3년간 있었던 이스라엘 공격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며 “민간인도 다수 희생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접한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3월 30일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에 따르면 ‘블루라인(Blue Line)’을 따라 순찰하던 유엔 정전감시기구(UNTSO) 군사 감시관 3명과 통역 보조원 1명이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블루라인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종식을 위해 유엔이 채택한 120km 길이의 휴전 감시 경계선이다. 레바논 현지 매체들은 이날 폭발이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부인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전면전 고려” 이번 대규모 공습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성격을 바꾸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군사력이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는 데다, 이란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가 수세에 몰릴 경우 이란은 지역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그냥 두고볼 리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확전을 위해 노골적이고 필사적인 시도를 벌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미국도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3월 30일 “레바논에서 이뤄지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군사적 방식으로 이란 정권과 충돌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달리 이미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강경파는 “헤즈볼라에 전쟁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레바논, 시리아는 물론 더 먼 곳이라도 헤즈볼라를 추적해 공격할 것”이라며 확전 의지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로넨 솔로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스라엘은 이미 헤즈볼라와의 전쟁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상태”라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이 3월 28일(현지 시간)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맞아 발달 장애인으로 구성된 이집트 전통 무용 공연단 ‘화이트 하츠’를 초청해 한식 ‘이프타르’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이프타르는 라마단 동안 낮에는 금식한 뒤 해가 진 다음에 하는 첫 식사를 뜻한다. 화이트 하츠는 여섯 종류의 전통 무용 작품을 선보이며 이에 화답했다.이날 행사에는 공연단 40여 명을 비롯해 이집트 카이로 아인 샴스 대학의 한국어학과 교수와 학생 30여 명, 한·이집트 디지털 서포터즈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대사관은 불고기와 김밥, 전 등 다양한 한식과 함께 이집트 전통식도 이프타르에 제공했다.김용현 주이집트 한국대사는 “화이트 하츠의 전통 민속 공연에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라마단의 사랑과 나눔, 평화와 연대의 정신을 기리고 한국과 이집트 문화의 유대를 증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아울러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은 라마단을 맞아 ‘2024년 한국문학의 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는 한국 전래동화를 아랍어로 소개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특강 등을 마련했다. 글쓰기 특강을 맡은 홍부용 작가의 소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올해 이집트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3월 ‘라마단 특집’ 드라마로 현지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아프리카인들은 거지가 아닙니다.” 1월 2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던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담. 아프리카연합(AU) 45개국 정상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무사 파키 AU 집행위원장은 개최국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선 (불법 이민자 지원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과격한 언사를 쓴 건 이유가 있었다. 멜로니 총리가 “교육, 보건 등 분야에 55억 유로(약 8조145억 원)를 투자하는 대가로, 유럽으로 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아프리카 정부가 억제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입장에선 ‘돈 줄 테니 알아서 불법 이민자를 막으라’는 요구에 날카롭게 응수한 것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프리카로선 쉽게 거절할 처지가 아니란 게 문제다. 다수 국가들이 경제난으로 신음하고 있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현지에선 울며 겨자 먹기지만 유럽 지원을 받아들일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도 할 말은 있다. 불법 이민자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골칫거리다. 유럽연합망명청(EUAA)에 따르면 지난해 망명 신청 건수가 114만 건에 육박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경 경비 강화나 단속으론 한계가 있어, 현금성 지원을 통해 불법 이민자 수용 ‘아웃소싱’(외주화)을 추진하는 것이다. 유럽이 내세운 취지는 나쁘지 않다. 지원국의 경제 성장을 도와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을 없애고, 밀입국 등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는 참사를 줄이자는 것. 하지만 벌써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돈 주고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프리카가 불법 이민자들을 위해 돈을 쓸지도 의문이다. 유엔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유럽연합(EU)이 이집트에 불법 이민자 관련 74억 유로(약 11조 원)을 지원하기로 하자 “현금 지원은 권위주의 정부의 인권 학대를 외면하는, EU 가치에 어긋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EU, 북아프리카 돈 주고 단속 지원 EU의 불법 이민자 아웃소싱은 주로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대상이다. 유럽과 물리적으로 가까워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오는 중간 기착지로 삼는 나라들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이탈리아·그리스·키프로스 정상으로 구성된 EU 대표단은 1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무역, 안보 등 분야에서 재정 협력을 강화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EU가 3년간 지원할 금융패키지 74억 유로에는 보조금 항목으로 불법 이민자 대응 명목의 2억 유로가 포함돼 있다. 이집트엔 수단, 시리아 등 내전 중인 주변 아프리카와 중동 불법 이민자들이 수십 년 동안 유입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3월 기준 이집트 불법 이민자는 약 55만 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이집트 경제난이 심화되며 이들은 더욱 유럽으로 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북부 해안 경비를 강화해 왔다. 그러자 요즘엔 이집트에서 치안이 불안정한 리비아로 간 뒤에 유럽으로 가는 배를 타는 불법 이민자들이 풍선 효과처럼 늘고 있다.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서 180km 떨어진 튀니지 북부 해안도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통로다. 지난해에만 람페두사섬으로 14만5000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왔다. 이에 지난해 7월 EU는 국경 관리 및 단속 강화를 대가로 튀니지 정부에 약 10억 유로를 제공하는 협약을 맺었다. 당시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협약이 북아프리카 다른 나라와 비슷한 협정을 맺는 데 선례가 될 것”이라 평했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전엔 모로코에서 스페인 본토로 가는 루트가 성행했지만, 해안 경계가 강화되자 본토에서 약 1500km 떨어진 섬으로 우회를 시도하는 것이다. AP통신은 “지난해 카나리아제도로 들어온 불법 이민자는 2006년 이후 최고치인 3만2029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카나리아제도는 최근 멀리 떨어진 세네갈에서 밀항을 시도하는 불법 이민자도 많아졌다. 이들이 택한 ‘대서양 루트’는 지중해를 건너는 것보다 훨씬 거리가 멀어 난파할 위험도 훨씬 크다.● 고향 떠났지만 또 다른 사지로… 경제적 지원을 받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실제로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는 밀입국 통로만 막았을 뿐, 불법 이민자들의 처우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인권탄압이나 실종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며, 살길을 찾아 목숨 걸고 고향을 떠난 이들이 또 다른 사지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영리기관 ‘이집트 난민 플랫폼(RPE)’은 “지난달 이집트 UNHCR 센터 앞에서 이집트 보안요원들이 수단 출신 불법 이민자 가족들을 ‘노예’라 부르며 괴롭혔다”고 폭로했다. 이밖에도 불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폭력이나 괴롭힘 등이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오후 찾아간 UNHCR 센터 주변은 실제로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이마 씨(47)는 “마땅히 갈 곳도, 생계 수단도 없다”며 “심사를 받으려면 수시로 서류를 제출하고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해 아예 인근에서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이 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나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구걸을 하기도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이집트 국민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한 인근 식당 주인은 “내전을 피해 탈출해 비교적 부유할 거란 선입견이 있지만, 대부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전했다. 반면 주민 헤가지 씨(35)는 “노숙자들이 늘어나니 동네 분위기가 나빠져 아무래도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불법 이민자들도 적지 않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2일 “리비아 남서부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 약 65구가 묻힌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며 “사막 지역을 거쳐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엔 리비아 사막에서 어린이와 여성이 포함된 불법 이민자들이 식수도 없이 죽어가다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출신들로 튀니지 국경수비대에 발각된 뒤 안전 조치도 없이 국경 밖 사막지대로 쫓겨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IOM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지중해에서 실종되거나 숨진 불법 이민자들은 2만9296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만 밀항선이 좌초되며 442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아프리카에서 실종되거나 사망한 이들도 205명에 이른다. 이는 확인된 숫자일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英 ‘르완다 모델’, 유럽으로 퍼지나 불법 이민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EU는 최근 영국식 ‘르완다 모델’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간판 정책으로 꼽히는 르완다 모델은 쉽게 말해 르완다에 경제적 지원을 하고 영국에 온 불법 이민자를 보내는 방식이다. 현재 영국에선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결했으나, 의회에서 ‘살짝 재수정한’ 법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럽의회 제1당이자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은 6월 선거 공약에 ‘이주민을 안전한 제3국으로 보내기 위해 역외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지에선 르완다 모델을 벤치마킹한 공약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해당 모델은 영국에서도 반(反)인권적이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올 1월 해당 법안의 위법성을 지적해 추진이 쉽지 않다. 불법 이민지가 가야 하는 국가가 ‘안전하지 않다’면 국제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수낵 총리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르완다 모델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이 반대 방침을 견지하는 데다, 여당인 보수당 일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진행이 쉽지 않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수낵 정부는 르완다로 가는 첫 비행기를 봄까지는 띄우겠다는 구상이지만,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 6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감사원(NAO) 보고서에 따르면 르완다 모델이 시행되면 영국은 불법 이민자 1명당 약 17만1000파운드를 르완다에 지불해야 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22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콘서트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들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K’(Khorasan·호라산)이다. 과거 시리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던 IS가 위축된 이후에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일대에 걸쳐 있는 호라산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대원을 모집하며 세력을 키워왔다. IS-K는 미군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카불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해 미군 13명이 숨졌다. 이로 인해 미국의 특별 주시 대상이었으며, 미국은 이 단체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올 1월엔 이란의 케르만에서 발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추도식에서 폭탄 테러를 벌여 100여 명이 숨졌다. IS-K는 이번 모스크바 테러 직후 성명을 통해 “대규모 기독교인 군중을 공격했다”고 표현했다. IS-K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체첸공화국 내 분리독립운동 등에 개입해 무슬림을 탄압한 것에 불만을 품고 오랫동안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 센터 콜린 클라크 연구원은 “IS-K는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집착해왔고, 선전매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자주 비판했다”라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연구원도 “IS-K는 러시아가 무슬림을 지속적으로 탄압해왔다고 본다”면서 “IS-K에는 크렘린궁에 불만을 품은 중앙아시아 무장단체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IS-K는 2022년 9월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러시아대사관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