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LS그룹은 ‘미래 세대의 꿈을 후원하는 든든한 파트너’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글로벌 개발사업, 지역사회 소외계층 지원 등을 매년 실시하는 것이다. LS그룹은 지난해 5월 한국인과 베트남인이 결혼한 가정을 돕는 교육·문화 공인 ‘LS 드림센터’를 베트남 하노이 센터에 이어 하이퐁시에 두 번째로 개소했다. ‘LS 드림센터 하이퐁’은 지상 4층에 다수의 프로그램 운영실을 갖춘 건물이다. 한국-베트남 가정을 위한 미취학아동 돌봄 프로그램과 가족 심리상담, 한국어 교실 등을 운영한다.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베트남 가정은 2016년 약 500가구에서 지난해 약 3000가구로 6배 이상 급증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LS그룹은 베트남에 진출한 1세대 한국 기업으로서 현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2023년 5월 하노이에 첫 LS드림센터를 개소했다. LS그룹은 2007년부터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대학생과 LS 임직원 25명으로 구성된 1000여 명의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선발 및 사전 교육해 파견을 실시해 왔다. 이를 통해 파견 지역에 매년 8∼10개 교실 규모의 건물인 LS드림스쿨을 신축했다. 올해로 19년째를 맞은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은 현재까지 총 27개 기수, 1200여 명의 대학생과 임직원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지역 초등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과학실습 교육과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LS드림사이언스클래스’를 2013년에 시작했다. 초등학교 방학 기간에 경기 안양, 부산, 울산, 인천 등 총 9개 지역에서 이공계 전공 대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해 초등학생들과 함께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미션챌린지’ ‘스펙트럼 스피커 제작’ 등 각종 과학실습 교육과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LS드림사이언스클래스 20기를 진행해 초등학생 180명을 대상으로 과학에 대한 꿈과 비전을 심어줬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SK그룹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기반으로 한 상생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이 경제적 가치 창출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상생 경영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SK그룹은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SK그룹은 1999년 이후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하며 지난해까지 누적 기부액이 2465억 원에 달했다. 특히 SK 계열사 임직원들은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추가적인 기금을 조성하며 연간 총 183억 원 규모의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은 매년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집중 봉사기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등 8개 자회사 구성원이 2주간의 봉사기간 동안 무료 급식 ‘밥퍼’, 발달장애인과 홀몸노인 돌보기, 헌혈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 기간에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 총 3100여 명이 참여해 모두 1만1000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1∼6월)에 실시한 2주간의 집중 봉사주간에도 구성원 총 2800명이 봉사활동 6900시간을 기록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 사업 자회사 사업장이 있는 서울, 대전 등 전국 각지의 홀몸노인들을 찾아가 경제 및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했다. 2016년 홀몸노인 돌봄을 집중 봉사활동으로 선정한 이후 지난 9년간 구성원 1만8000여 명이 홀몸노인 8만3000여 명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SK텔레콤은 매년 ‘행복AI코딩챌린지’를 개최해 장애 청소년들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 힘쓰고 있다. 이 행사는 1999년 ‘정보검색대회’로 시작해 지난해 25주년을 맞이했다. 더불어 SK텔레콤은 최경주재단과 지난 12년 동안 장학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저소득층 가정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간 10∼2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했다. 올해는 13명의 꿈나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행복나눔봉사단’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2011년부터는 ‘행복나눔기금’을 통해 구성원이 기부한 만큼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함께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조성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당 기금의 누적 기탁액은 약 322억 원에 달한다. 2016년부터는 치매 어르신과 발달장애인의 실종을 방지하고 어르신의 조기 발견을 돕는 ‘행복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시작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에쓰오일은 ‘햇살나눔’이라는 비전 아래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힘써 왔다. 서울 마포구 본사 앞에서 물과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도일 카페를 운영하고 매월 문화예술 및 나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마포구 관내 저소득 가정 후원 등의 나눔 활동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 지역 주민에게 떡국을 배식하고 생필품과 식료품으로 설 선물 꾸러미를 직접 포장해 배달하는 ‘사랑의 떡국나눔’은 에쓰오일이 10년 이상 이어온 사회 공헌 활동이다. 올해 1월 22일에 진행한 행사에 참여한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이웃을 위한 따뜻한 나눔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16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한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을 통해 성금 20억 원을 전달했다. 이를 포함해 에쓰오일이 지난 22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온 성금은 총 270억 원에 달한다. 에쓰오일의 임직원들도 2008년부터 17년째 급여 우수리 나눔을 통해 담도폐쇄증 어린이 210명의 환아 가정에 약 22억 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더불어 에쓰오일의 사진 동호회는 14년간 자발적으로 전국 각지의 담도폐쇄증 투병 가족들을 찾아 사진 촬영 봉사를 진행했다. 2007년에 출범한 에쓰오일 사회봉사단은 지역 실정에 맞게 구성된 전국 80여 개의 개별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인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지역봉사단은 2011년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에 포함된 봉사기관에 대한 기부금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올해 2월 17일에는 서울지역봉사기관에 1억22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은 나눔을 통한 정서 회복, 자립 기회 제공, 환경 복원이라는 3가지 방향에 맞춰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사회 공헌 비용은 약 99억8000만 원으로 전년(약 82억5000만 원) 대비 약 21%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임직원 나눔 봉사활동은 약 5883시간, 누적 기부금은 6700만여 원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회 공헌 활동은 사내 봉사활동 체험단 ‘함솔이(함께, 엔솔)’가 대표적이다. 올해 4년째를 맞이하는 함솔이는 각 사업장에서 대표 봉사단을 모집해 매월 1∼2회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월 어르신 무료 급식소 봉사활동, 현충원 묘역 정화 활동, 벽화 그리기 활동, 장애인 원데이 클래스 체험활동 등 다양한 테마의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임직원들에게 나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의 숲을 보호하기 위해 ‘집씨통 키우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가정에서 100일 동안 씨앗을 길러 다시 노을공원으로 돌려보내는 활동이며 임직원 42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6월에는 임직원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나무심기 가족봉사활동’도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 대전기술원에서는 연구개발(R&D)센터 특성에 맞춘 이색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임직원들은 대전 지역 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기자동차를 함께 조립하며 주행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찾아가는 꿈나무 주니어 공학교실’을 열었다. 학생들이 과학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재능 기부 형태의 나눔 활동이다.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는 매월 조직별로 봉사활동 신청을 받아 운영하는 ‘나눔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조직에서 원하는 봉사활동 테마를 선택할 수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초격차 삼성’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되찾고, 반도체 분야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현재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HBM)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면 2분기(4∼6월),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삼성의)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은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반도체 장비인 ‘AI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시장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를 다 마련했다”며 “HBM4나 커스텀 HBM 등 차세대 HBM에서는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주주총회 의장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정신 실천을 다짐했다. 이 창업주는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를 경영이념으로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격적인 M&A를 진행할 뜻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실적발표회에서도 “앞으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재판이 계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자 대규모 M&A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올해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가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근로시간 특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전 부회장은 “개발 난이도 증가에 따라 신제품 개발 기간이 증가하고 있어 개발 인력 집중근무가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라며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하고 싶어 해도 현재 52시간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제윤 사외이사(전 금융위원장)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 의장은 2020년 박재완 의장, 전임 김한조 의장에 이어 사외이사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는 세 번째 사례가 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56% 오른 주당 5만8500원에 마감했다.수원=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가 지난 10년 동안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동안 삼성전자 안팎의 경영 환경은 급변했다. 우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경쟁이 거세졌다. 반도체에선 차세대 먹거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선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다. 절대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 업체들을 ‘초격차’로 눌렀던 과거 삼성 반도체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려워졌다. 경쟁사 SK하이닉스는 미국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의 핵심 공급업체 역할을 맡으면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심지어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맹렬한 추격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시장은 PC가 보급될 때 한 번,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한 번, 이제 AI 시대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성장이 기대된다”며 “그런데 현재 SK하이닉스가 HBM 기술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삼성전자로서는 위기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혔던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가 선두 탈환을 노렸던 파운드리 부문은 대만 TSMC의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10∼12월) 67.1%에 이르렀다. 2위인 삼성전자는 8.1%에 머무르며 이제는 TSMC와의 격차가 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올해 새로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5’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삼성 엑시노스가 아닌 퀄컴 스냅드래건이 단독 채택되기도 했다. 이른바 ‘기술의 삼성’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을 맞이한 것은 장기 사법 리스크의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재판에서 1, 2심 합쳐 4년 5개월 동안 총 102차례 법정을 오갔다. 2주에 한 번꼴로 법정을 오가다 보니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TSMC나 애플 등은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법정에 불려 다니는 수준의 ‘사법 리스크’는 겪지 않았다”며 “이 시기 시장 상황에 맞는 과감한 투자와 인재 배치가 가능해져 이들 기업이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재판 때문에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지다 보니 책임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이사회의 주요 경영 결정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등기이사가 아닌 만큼 회사 경영에 세밀하게 관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검찰의 상고로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선고를 빠르게 내려야 기업의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총 8조39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3년 연속 8조 원대의 투자를 단행했다. 17일 LG전자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R&D에 4조7633억 원을, 시설 투자에 3조6267억 원을 집행했다. LG전자는 2022년에 8조2100억 원, 2023년에는 8조4400억 원을 R&D 및 시설 투자에 투입한 바 있다. 지난해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 대선, ‘홍해 사태’ 등으로 인한 해운 운임 상승 등 글로벌 경영 환경에 변수가 산적했음에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 것이다. 시설 투자만 따로 떼어 보면 LG전자의 주축 사업인 가전 부문과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 전자장비 부문에 집중됐다. 가전에 9199억 원, 자동차 부품에 9136억 원이 투입됐다. 둘을 합쳐 총 1조8335억 원으로 지난해 LG전자 전체 시설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LG전자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 자동차 부품·냉난방공조(HVAC) 등에 특히 투자가 집중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로봇이나 소재·부품, AI 등 LG전자가 8대 기반 기술로 선정한 분야에도 투자가 진행했다. R&D 투자가 늘자 LG전자의 특허 출원도 함께 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만6566건, 해외 6만9765건 등 총 9만6331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 사업보고서에 기재했던 숫자 대비 각각 1380건, 3663건 증가한 수치다. LG전자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약 870억 원)를 투자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 지분 80%를 인수했다. LG전자는 “올해도 시설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4조3345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지분 투자 및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채용 홈페이지에 ‘2025년 상반기 SK하이닉스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마감일은 이달 28일까지다. 모집 대상은 올해 7∼8월 입사가 가능한 4년제 학사 이상 졸업 예정자와 기졸업자다. 근무지는 경기 이천·성남 분당 캠퍼스와 충북 청주 캠퍼스다. 모집 분야는 테크 연구개발(R&D)·제조 직무 내 R&D 공정, PGK(패키지) 개발, 양산 기술, 특허 개발, 기반 기술 유틸리티 기술 등이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로 알려졌다. 서류 전형 통과 이후 4월 필기 전형인 ‘SKCT’와 5월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가 결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한 해에만 총 7차례의 신입·경력 채용을 진행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주도권을 지키고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촉발해 2020년부터 본격화된 소비 위축이 중산층을 중심으로 장기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보다 중산층이 가계부채에 대한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간한 ‘최근 소비 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 시점(2019년)을 기준으로 가계 소득 분위별 실질 소비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소비 부진이 전체 1∼5분위 중 2·3분위에 집중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분위와 3분위의 실질 소비지출액(물가 상승분 제외)은 각각 97.6과 97.1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소득 분위의 실질 소비지출액이 102.1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중산층에서는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에서 2분위는 지난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271만 원, 3분위는 427만 원인 가구로 정의했다. 최저소득층인 1분위는 정부 지원으로 소비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4,5분위는 자산가치 증가로 소비 여건이 개선된 반면 중산층만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2분위와 3분위가 2022년부터 두드러진 이자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봤다. 당시 국내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 대출 비용이 커졌다. 이에 따라 2분위 그룹의 한계소비성향은 2019년 90.8에서 지난해에는 81.8까지 하락했고, 같은 기간 3분위는 79.3에서 75.3으로 떨어졌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증가분 가운데 얼마를 소비에 사용하는지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이 81.8이라면 100만 원의 소득증가분 중 81만8000원을 소비에 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상의 측은 “2022년을 전후로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흐름은 1분위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된다”며 “그렇지만 중위 소득 계층은 가계부채로 이자 비용은 늘어나지만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서비스미래전략실장은 “중위소득 계층에서 가계부채 및 이자 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했다”며 “소비 회복을 위해 중간 계층의 현금 흐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소비지출액 추이를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소비 회복 속도가 더욱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는 가계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 평균치(2008∼2009년)가 2007년 대비 2.51% 감소했다가 2010년에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소비 수준을 4년 만인 2023년에야 회복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SDI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투자 자금 확보에 나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추지 않겠다는 의도다.삼성SDI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의 주식 수는 1182만1000주(삼성SDI 전체 발행 주식의 16.8%)다. 우리사주조합, 구주주, 일반공모 순으로 청약 과정을 거쳐 신주에 대한 상장은 6월 19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투자 공장에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GM과 2027년 양산을 목표로 35억 달러(약 4조6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자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들어설 합작법인에서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의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더불어 BMW와 아우디 등 유럽 고객사들을 겨냥해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설 전망이다.특히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미드 니켈 배터리 등의 기술개발과 양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 중에서도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이미 2023년 파일럿 라인 구축을 마치고 지난해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배터리 업계에서는 내년쯤부터는 전기차 캐즘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다시 가팔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지금 투자를 주저하고 준비를 제대로 안 하면 다가올 호황기의 과실을 따 먹지 못할 수 있기에 공격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조6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선 바 있다. 에코프로도 지난달 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총 10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다만 삼성SDI의 경우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주들의 불만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를 내세워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1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 제품을 개발해 최근 고객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지난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파우치형 미드 니켈 배터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7∼12월)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도 인터배터리에서 유일하게 각형 미드 니켈 배터리를 전시하며 제품 공급 준비가 됐음을 알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 사별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 공급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배터리 중 니켈 함량이 40∼70% 수준인 제품을 의미한다. 니켈 함량이 80∼90%에 달하는 ‘하이 니켈 배터리’와 비교할 때 가격이 10% 가량 싸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양극재 소재 가운데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고 고온에서 쉽게 열을 발생시키는 니켈이 덜 들어갔기 때문이다.낮은 니켈 함량에 따라 전기차 출력이 줄어드는 단점도 고전압 기술로 극복했다. 배터리 설계나 화학적 배합 등을 손봐 적은 니켈 함량에도 고전압 출력이 나오도록 했다.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배터리 모두 1회 충전당 주행거리는 하이 니켈 배터리에 비해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고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중에서 시장에 먼저 치고 나온 LFP 배터리의 경우에는 2021년 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22%였는데 지난해 36%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LFP 배터리의 점유율이 2028년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부랴부랴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후발 주자인 상황이다.NCM 배터리에 강점을 지닌 국내 배터리 3사는 미드 니켈 배터리를 앞세워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는 내년부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때 폭발적으로 늘어날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저가(66%) 및 저가(15%) 전기차가 전체의 8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LFP의 아성을 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하이 니켈 배터리에 대비해 20%가량 더 저렴한 LFP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가 중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을 파고들어 시장을 선점했다”며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는 주행거리 강점을 키워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내 1‧2위 전선 업체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특허 분쟁 항소심에서도 LS전선이 승리를 가져갔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배상액을 1심 대비 3배로 늘려서 두 회사의 희비가 갈렸다.특허법원 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13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일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손해배상액은 약 15억 원으로 판결해 1심(4억9623만 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또한 법원은 대한전선이 사업장에서 보관 중인 이번 사건과 관련한 완제품과 반제품도 폐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LS전선은 2019년 대한전선이 제조‧판매하는 배전시스템 연결장치 내 부속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LS전선의 하청업체 A사에서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았던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후 비슷한 제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대한전선 측은 LS전선의 제품과 자사 제품에는 차이가 있다며 특허 침해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1심에서 LS전선의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LS전선은 청구금액(41억 원) 대비 배상액이 적다는 이유였고,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었다.LS전선은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LS전선의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 측은 입장문을 통해 “설계를 변경한 조인트 키트를 수년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영업 및 사업에 주는 영향은 없다”며 “판단 및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다툼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경찰이 대한전선의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을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용·장거리 초고압 직류송전(HVDC) 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는 중이다. 해저용·장거리 HVDC 케이블은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 6곳에서만 생산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세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대한전선의 모기업인 호반그룹이 최근 LS그룹 지주회사인 LS 주식을 3%가량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향후 소송전에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호반그룹에서는 투자 목적의 지분 매입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분쟁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LS 주가는 18.96% 오른 주당 12만1100원에 마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건건이 정부 인가를 받아야만 주52시간 예외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며 반도체특별법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12일 관계 부처 회의를 통해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예외를 두는 규정이다. 기존에는 1회당 최대 3개월, 주당 최대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며 필요시 최대 3회에 걸쳐 연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는 1회당 인가 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 또 6개월 중 첫 3개월은 주당 64시간, 이후 3개월은 주당 60시간씩 근무하도록 했다. 특별연장근로 기간이 끝난 뒤 재인가를 받을 때의 절차도 간소화했다. 처음 신청과 비교해 업무 내용이나 근로 인원이 다소 바뀌어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인가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은 다음 주부터 적용된다.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포함하는 방안을 두고 국회에서 논의의 진전이 없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지만 현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기존에 특별연장근로제를 사용할 때 걸림돌이 됐던 요소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아쉬워하는 점은 여전히 인가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를 재연장할 때만 제도를 간소화했다. 최초 인가를 받을 때 개선책은 없다. 반도체 업체들이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려면 근로자 동의를 받은 뒤, 그 사유와 근로자 건강 보호 조치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정부 조치가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각종 서류를 일일이 준비해야 하고 정부의 인가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포함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 인가를 받지 않고 노동자와 회사의 합의를 통해 연장 근로가 가능해진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은 R&D 관련 고소득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근로시간 제한이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번 조치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연구직에 대한 52시간 예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조속한 반도체특별법안 통과를 호소한다”고 밝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삼성전자가 중국 가전 기업 TCL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가처분 소송에서 승리했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제품 ‘베끼기’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1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CL 독일법인을 상대로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제기한 상표권 침해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인용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는데 약 3개월 만에 결론이 나온 것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TCL이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TV 제품 ‘NXT(넥스트) FRAME(프레임)’이다. 삼성전자는 TCL 제품이 자사 TV ‘더프레임’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TCL이 제품명으로 들고나온 넥스트 프레임이 더프레임과 혼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유럽에서 더프레임을 판매해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뒤셀도르프 법원은 “(액자 형태인) 프레임이 TV의 일반적 형상이 아니기에 (더프레임이 곧바로) TV를 직감할 수 있는 상표로 보기 어렵다”며 “(라이프스타일 TV라는) 상표의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가처분 판결에 따라 TCL 독일법인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시장에서 넥스트 프레임의 제품명을 ‘A300’으로 변경하고 온·오프라인 마케팅 채널에서도 기존 상표명을 삭제했다. 본안 소송 판결은 올해 하반기(7∼12월)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TV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의 결과가 국내 기업들이 중국 업체의 무분별한 베끼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업체들이 베끼기 제품을 내놓는 관행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TV 신제품을 나란히 내놨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 제품을 앞세워 맹렬히 추격하고 있고, 미국발 ‘관세 전쟁’이 벌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워 업계 선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11일 2025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약속이나 한 듯이 나란히 AI 기능을 강조했다. 두 회사 모두 TV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SoC)이 향상됨에 따라 관련 AI 기능들도 진일보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반영하듯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리모컨에 ‘AI 버튼’을 새로 만들었다. 버튼만 한 번 누르면 AI 기능이 바로 작동하는 기능이다. 그만큼 활용도 높은 AI 기술들이 대거 들어갔다는 의미다.예를 들어 삼성전자 TV의 경우 AI 버튼을 누르면 시청 중인 콘텐츠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바로 추천해 주는 ‘클릭 투 서치’ 기능이 실행된다. LG전자 제품은 TV가 꺼진 상황에서도 AI 버튼을 누르면 AI가 사용 이력, 시청 환경 등을 분석해 시청 프로그램을 추천해준다. 여기에 삼성전자 TV는 부재중일 때 집 안의 다른 기기들의 전원을 끄는 것을 제안하는 등 AI를 활용해 TV가 가전제품 제어의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또 LG전자의 제품은 TV 속 챗봇에 “화면이 어두워졌어”라고 물으면 해결책을 알려주는 등 서비스센터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AI가 이용자 목소리를 인식해 사용자별 맞춤 서비스도 제공한다.두 회사가 AI 기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액 기준 글로벌 TV 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28.3%)가 1위, LG전자(16.1%)가 2위를 지켜냈지만 판매 대수로 따지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TV 업체의 출하량 기준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저가형 제품군에서 중국의 물량 공세를 당해낼 수 없기에 AI 기능 등이 대거 접목된 1500달러(약 22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우위를 확실히 가져가겠단 것이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상무)은 “직접 중국 TV를 사서 써봤더니 제품이 저렴하게 잘 나왔다”면서도 “중국 제품이 패널 등 하드웨어 체력은 있지만 SoC와 플랫폼 같은 브레인(두뇌) 면에서 아직 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2025년 QLED TV 신제품에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LG전자는 올레드 TV 신제품에 최신 AI칩인 ‘알파11’을 탑재해 콘텐츠에 최적화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한다.미국이 중국과 멕시코를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의 해결책으로도 결국 기술력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미국에 TV 공장이 없고, 멕시코에 생산시설이 있기에 자칫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중국 업체들도 마찬가지라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관세 전쟁의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것이다.삼성전자는 12일부터 2025년형 TV 신제품 사전 판매에 돌입하고, LG전자는 18일부터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시작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올해 기업들이 ‘통상임금 범위 확대’ 이슈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으로 포함되면서 임금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올해 1월 전국 50인 이상 508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기업 규제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중 가장 많은 38.4%가 올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애로 및 규제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 부담’을 꼽았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규제’(28.3%), ‘주52시간제 등 근로 시간 규제’(22.8%) 등의 순이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이슈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불거졌다. 기업에선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에 비례해 매겨지는 각종 수당이 올랐다고 토로한다. 경총은 기업의 추가 임금 부담이 6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임금 규정 등 전반적인 올해 규제 환경이 ‘전년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 응답한 기업 비중은 34.5%로 지난해(14.8%)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악화 원인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 규제 강화’(45.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 응답 기업 대부분이 ‘올해 한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96.9%)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기업의 31.0%가 ‘전년 대비 올해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는 ‘호전됐다’는 응답(11.0%)의 3배 수준이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규제개혁은 국가의 예산 투입 없이도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유도해 경제 활력을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S그룹은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최근 경기 안성시 LS미래원에서 ‘LS 팀장 콘퍼런스 2025’를 개최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업 경쟁력 강화와 팀 내 스타플레이어 배출을 주문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명 부회장은 “이처럼 판이 흔들릴 때일수록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법”이라며 “그룹 내 AI 플랫폼인 ‘LS GPT’나 연수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해 혁신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최적의 실행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리더로서 각 구성원이 향상된 업무 방식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팀마다 새로운 전략으로 두각을 드러낼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명 부회장은 또 “AI 시대에 적합한 젠지 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아이디어도 적극 수용하고, ‘LS MBA’ 등 인재경영 프로그램을 활용해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LS그룹의 팀장 콘퍼런스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다. 그룹 내 팀장 직책을 맡는 350여 명을 대상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LS그룹 장기 목표인 ‘비전 2030’에 맞춰 모든 팀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각오를 다지고자 마련됐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기준을 바꾼 뒤 주요 기업들이 각각 수백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인건비가 총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5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자 기업 A사는 최근 장부상 충당부채(충당금)를 1년 만에 수백억 원 늘려 잡았다. 대법원에서 명절 상여금 등 ‘조건부로 지급하는 정기 상여’를 통상임금 계산에 포함하면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하는 시간 외 수당 지급액이 급증하기 때문이다.에너지 기업 B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개인 성과급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기업 C사 관계자는 “명절 상여가 임직원 연봉의 10% 정도인데 통상임금에 포함돼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대기업 30여 곳이 통상임금 관련 자문을 요청하는 등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조정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1인당 연평균 임금은 361만6000원 오른다. 반면 전체 근로자의 인상액은 20만8000원에 그친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기준 변화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통상임금 :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등. 기본급, 기술수당, 근속수당, 조건부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통상임금은 시간외근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수당 산정에 사용된다.평균임금 : 3개월 동안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해당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 퇴직금, 실업급여 등을 계산할 때 사용된다.통상임금 확대에… 기업들 “인건비 줄이려 야근 대신 외주 줘”[통상임금 변화 후폭풍]시간외근무 등 각종 수당 함께 올라… 이마트 1529억-롯데쇼핑 532억 ↑채용 축소-상여 폐지 검토 기업도… 임단협 시작되면 갈등 커질 듯“연차보상비가 한 번 더 들어왔더라고요.” 유통 대기업에 근무하는 A 씨는 지난달 생각지도 않았던 추가 연차보상비 10만 원가량이 월급통장에 찍혔다. 1월에 이미 지난해 연차 미사용 보상비 약 150만 원을 받았는데 10% 정도가 추가 지급된 것이다. A 씨는 “통상임금이 올라 수당이 함께 오를 것이라 듣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지급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의류 분야 중소기업 B사는 통상임금 인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영세기업이라 통상임금 인상으로 인한 야근비 증가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유창우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B사는 지금 옷 제작 일부를 외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직원에게 야근을 시켜서 시간 외 근무수당 ‘폭탄’을 맞느니 외주 업체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확대에 대응 나선 기업들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기준을 11년 만에 바꾸는 판결을 하면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존에는 ‘기준기간 중 15일 이상 근무’,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자’ 등 ‘조건’이 붙어 있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 판례가 뒤집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런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추가 인건비 6조7889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러 수당들이 함께 올랐다. 시간 외 근무수당, 연차휴가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 수당은 통상임금에 비례해 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연말 판결 후 부랴부랴 후속 조치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상여금(기본급의 150%)을 대법원 판결에 맞춰 통상임금에 추가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판결 이후 직원들에게 오른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통상임금 판결에 대비해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약 900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뒀다. 배현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충당금이 늘어나면 회사 입장에선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에 따라 미래 투자를 위한 대출 이자나 증자 등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 기업인 롯데쇼핑은 이번 판결로 인건비가 532억 원 늘었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1529억 원, 신세계가 353억 원, 한화갤러리아가 68억 원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는 직원 숫자가 적지 않은데 주말이나 휴일 근무 등이 많다”며 “그렇다 보니 각종 근무 수당이 함께 늘어나면서 타격이 컸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통상임금 기준 변화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기업들의 정기상여금 규모가 크고 수당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확대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당초 계획보다 줄여야겠다는 기업도 나온다”며 “일부 중견기업 중에서는 기존 정기상여금을 없애고 이를 성과급으로 돌려 통상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단협 핵심 쟁점도 통상임금 산업계에서는 각 기업이 본격 노사 협의에 들어가는 봄부터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곳에서 통상임금 산정이 임금 및 단체협약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의 사무직 노조는 올 1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춰 수당을 올려 달라고 회사 측에 공문을 보냈다. 기아 노조도 누락된 통상임금 반환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28일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각 지부에 통상임금 재산정과 관련해 행동 지침을 보냈고, 지난달 13일에는 이에 대한 해설서를 배포했다. 해설서에 따르면 “자본(사측)은 특히 임금에 성과를 연계하려 할 것”이라며 “임금의 변동성이 확대돼 생활이 불안정해지기에 성과급 요소를 도입하는 모든 요구에 불응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연구개발에 쓸 돈까지 끌어다 임금을 인상하는 상황이 오게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대응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속속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길 채비에 나서면서 ‘멕시코 엑소더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다양한 관세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법을 고심해 왔다면, 이제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북미 기지 변화 고민하는 한국 기업들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수는 50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장기화될 경우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해 오던 기존 북미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물량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으로 이전하고, LG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냉장고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준중형 세단 ‘K4’ 판매 지역을 미국 대신 캐나다로 바꾸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이르면 1분기(1∼3월)에 준공하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생산량을 끌어올려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경우 한국의 올해 멕시코 수출은 2024년 대비 9.1%(12억4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 캐나다 수출은 2.5%(2억6000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이들 국가로 향하는 중간재 수출 축소에 따른 후폭풍이다. 멕시코 내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이 대응에 나서면 따라가는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관세는 완성품을 만드는 원청이 내는 것이라 하청 업체들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기업들이 멕시코 생산 물량을 줄이면 하청 물량도 감소할 것이기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법무법인 문두스의 엄기웅 변호사는 “최근 관세 부과 소식에 6, 7개 업체가 멕시코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전략 수정 방향은 미국 내 생산 전환이 꼽힌다. 하지만 인건비 문제 때문에 고심이 깊다. 미국 근로자의 인건비는 멕시코 근로자 대비 8∼10배 비싼 실정이다.● 캐나다 ‘맞불 관세’도 변수로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0여 곳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만든 배터리 공장이 있다. 올 하반기(7∼12월)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캐나다와 미국이 서로 25%씩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관세 장벽이 생기며 미국·유럽계 회사인 스텔란티스가 캐나다산 배터리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사이에 최소 주문 수량에 대한 합의가 있었겠지만 워낙 상황이 유동적이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시나리오를 짜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멕시코에 있던 생산 시설 이전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차세대 ‘시빅 하이브리드’ 생산 지역을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변경했다.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에서 만들려고 했던 ‘두랑고’ 후속 모델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린다면 멕시코 공장은 중남미 공략 기지로 그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SDI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해 다양한 혁신 배터리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삼성SDI 부스에는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의 로봇인 달이와 모베드가 전시된다. 이들 로봇에는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성SDI는 기존의 21700(지름 21mm, 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와 출력 등을 대폭 높인 차세대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제품도 공개할 예정이다. SK온은 SK엔무브와 함께 개발한 전기차용 ‘액침냉각’ 기술을 같은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선보인다. 액침냉각은 배터리의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시스템이다. 배터리 셀 온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면 열 폭주 발생을 방지해 화재와 폭발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