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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작은 시계점 수리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홍콩 최대 재벌그룹을 키우고 아시아 최고 부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CK 허치슨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리 회장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리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결정된 큰아들인 빅터 리(李澤鉅·52) 부회장 등 내부 핵심 그룹에 자신의 은퇴 계획을 밝혔다. 은퇴 시점은 90세가 되는 내년이나 빠르면 올해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리 회장은 은퇴 후 홍콩 도심에 위치한 청쿵그룹 본사 70층 사무실을 유지하고 수석자문으로 남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슈퍼맨이 완전히 물러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전히 남아서 배를 몰지만 아들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도록 하면서 원만한 경영 승계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리 부회장은 2012년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으며 30년 이상 아버지의 그늘에서 묵묵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동생 리처드 리(李澤楷·50)는 1990년대에 청쿵그룹을 떠나 미디어와 통신회사를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아들 둘을 둔 리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 조직을 정비하고 경영 수업을 착실히 시켜 경영권 분쟁 없이 물려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 회장이 2015년 허치슨왐포아그룹과 청쿵그룹의 구조를 단순화한 뒤 2개 회사를 하나로 합쳐 CK 허치슨그룹으로 만든 것은 투자자에 대한 매력을 높이고 경영권 승계를 원만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CK 허치슨그룹의 시가총액은 490억 달러를 넘어 포드자동차보다 많다. 광둥(廣東)성 차오저우(潮州) 출신인 리 회장은 일본군이 남쪽으로 밀려오던 1939년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피란 간 뒤 부친이 사망하자 14세에 다니던 중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1950년 22세에 미화 7000달러로 플라스틱 조화를 만들던 ‘청쿵(長江) 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해 초석을 닦았다. 리 회장은 1960년대 말 중국 문화대혁명의 불안이 홍콩까지 번졌을 때 투자를 주저했던 다른 사업가들과는 달리 홍콩 부동산을 사들였다. 결국 부동산값이 치솟으면서 그의 선견지명이 입증됐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0년대 후반 화교 출신으로 중국에 처음 들어간 외국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주위에선 “중국 공산당에 돈을 뜯길 수도 있다”며 그를 말렸다. 하지만 “돈을 뜯겨도 결국 내 고향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적극 투자에 나섰다. 포브스에 따르면 리 회장의 재산은 330억 달러(약 37조6200억 원)로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부동산 엔터테인먼트의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으며 19년째 홍콩 제1부자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사진) 회장이 20, 21일 중서부 미시간주의 중심 도시 디트로이트를 찾아 중소 상공인들에게 자신과 회사의 성공 비결, 중국 시장 공략법 등을 전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마 회장은 이틀간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리는 미국 중소기업 포럼 ‘게이트웨이 17’에 참석해 개인사와 알리바바의 성장 과정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3000여 명이 참석하는 강연은 중국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과 제품 배송 전략 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마 회장은 포럼 초청장에서 “중국 시장은 미국의 소상공인과 농업인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미국에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 회장의 행사 참석은 1월 9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미국 내 100만 개 일자리 창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미국 기업은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서 새로운 판로를 찾고, 알리바바는 미국 제품을 참여시켜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행사에 참가하는 소기업 경영자나 상인들은 알리바바가 산하의 쇼핑몰 사이트 타오바오 등에서 짝퉁 상품을 근절할 대책도 세워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WSJ는 “마 회장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시켜 미국 내 자사의 플랫폼을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행사에서 마 회장은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샤 스튜어트와 노변담화 형식의 대화를 나누며 미국 언론인 찰리 로즈가 진행하는 인터뷰에도 응할 예정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을 9일 앞둔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한국 측이 정치적 결단을 보여주고 약속을 지키며 중국 측과 함께 관련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 간 제8차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21일부터는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전략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열렸다. 지난해 2월 이후 열리지 않았던 대화를 다시 연 것은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한국과 미국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常務)부부장은 이날 베이징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만나 “지금 한중 관계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한중 관계에 장애물이 아직 제거되지 못하고 있다. 소통을 강화해 발전 궤도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가 한중 관계 냉각의 원인인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장 부부장은 “임 차관 방중은 아주 중요하고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임 차관은 전략대화에서 “좋은 시작은 성공의 반이라는 말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앞으로 한중 관계를 더 중시하고 한중 간 실질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략대화에 앞서 이날 오전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임 차관과 만나 “한국과 중국이 공동 이익을 함께 지켜 나가자”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 이지스함이 일본 영해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하면서 오른쪽 측면이 크게 파손되고 승조원 7명이 숨졌다. 대북 미사일 방어의 핵심인 레이더까지 망가져 정상적인 임무 수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새벽 미 해군 이지스함 피츠제럴드가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서 20km 떨어진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와 충돌했다. 컨테이너선은 좌측 앞 측면에 경미한 손상을 입은 반면 이지스함은 우측 가운데 측면이 들이받히면서 일부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등 크게 파손됐다. 이지스함 승조원 7명이 숨졌고 함장을 포함해 3명이 부상했다. 피츠제럴드함은 침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군 예인선 2척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로 돌아왔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컨테이너선은 정상 항해를 이어가 예정대로 도쿄(東京)에 도착했다. 상선은 멀쩡한 반면 최첨단 군함인 이지스함만 큰 피해를 본 것은 충돌 지점과 관련이 있다. 컨테이너선의 뱃머리가 이지스함의 우현 중앙 부분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배는 앞뒤에 두꺼운 철판을 두르기 때문에 중간 부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크기의 차이도 피해를 키웠다. 피츠제럴드함은 길이 154m, 배수량 8315t인 반면 필리핀 컨테이너선 크리스털호는 길이 222.6m에 배수량은 2만9060t으로 배수량이 4배 가까이나 된다. 상하이(上海)항에서 배의 접안을 돕는 업무를 해 온 전문가 천옌청(陳炎城) 도선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컨테이너 트럭이 정교한 소형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이지스함은 동시에 수백 개의 목표를 탐지하는 고성능 ‘SPY1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지만 이는 탄도미사일 등 공중 공격 탐지용일 뿐이다. 주변 선박을 탐지할 때 사용하는 대(對)수상 레이더 성능은 일반 선박과 별 차이가 없다. 사고로 ‘SPY1레이더’가 심하게 파손되면서 대북 미사일 방어 체계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탄도 미사일을 추적 탐지하는 이지스함은 미 해군 7함대와 해상자위대를 합쳐 11대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함정이 정기 점검, 훈련 등으로 수개월 단위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고는 일미 안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상하이(上海)에 ‘무인편의점’이 등장했다. 고객은 문에 설치된 인식기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QR코드로 등록하고 실명을 인증한 뒤 들어온다. 고객이 들어오면 문은 자동으로 다시 닫힌다. 모든 제품에는 전자태그가 붙어있어 계산대의 식별구역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가격이 합산된다. 고객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개발한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寶)를 통해 계산 후 밖으로 나간다. 물건을 담아갈 비닐 등이 없으므로 쇼핑백 등을 알아서 가지고 가야 한다. 물건을 사지 않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안에서 수동으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다. 계산을 하지 않고 물건을 가지고 나가면 안내 및 경고음이 울리고 그래도 ‘훔쳐서’ 나가면 등록한 실명과 촬영된 화면을 통해 경찰이 추적에 나서도록 했다. 점포 내 곳곳에도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빈궈허쯔(繽果盒子)’라는 이름의 ‘무인편의점’은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인 어우상(歐尙)이 운영하고 있다. 자쥔(賈軍) 영업담당 부총경리는 베이징(北京)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인점에는 유통기한이 긴 식품이나 일반 일용품 위주로 비치돼 있고, 신선 식품이나 데워 먹는 제품 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에도 4개의 무인점포를 열어 9개월간 시범 운영했으나 도난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며 “한 명이 10개 점포가량을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가 크게 절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인점포 물건 가격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5%가량 저렴하다”며 “점포당 하루 매출은 3000위안가량”이라고 말했다. 기존 편의점이 지하철역 입구나 상업지구 등 번화가에 있는 반면 무인편의점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 주로 설치됐다는 점이 다르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비록 평화 시기지만 칼과 창을 창고에 넣고 말을 들에 내놓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중국 국방대학원 리다광(李大光) 교수가 최근 출간한 ‘전쟁에서 가까워졌나 멀어졌나’는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이어 “21세기 접어들어 중국 주변의 군사훈련이 늘어나고 복잡해지는 것은 전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1979년 2월 베트남과 국지전을 벌인 이후 접경한 14개국 어느 국가와도 무력 충돌을 빚은 적이 없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을 치른 것처럼 대규모로 병력을 해외에 파병해 무력 충돌에 개입한 적도 없다. 중국을 상대로 무력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도 거의 없을 정도로 중국은 군사 강대국이 됐다. 그럼에도 ‘전쟁에서…’는 당당왕(當當網) 등 주요 인터넷 서적 판매 사이트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중국인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지형이 냉전 종식 이후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책은 최근 10여 년 새 아태 지역이 세계 어느 곳보다 군사훈련이 급증했다며 각 훈련의 규모, 배경과 목적 등을 상세히 분석한다. 리 교수는 중국 주변 군사훈련에서 보이는 네 가지 특징으로 △규모가 커지는 점 △특정 대상국을 지향하고 있는 점 △테러 등 비전통적 안보 불안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점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훈련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중국 주변에서 군사훈련이 많아지게 된 요인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음을 든 부분이 눈에 띈다. 한미 간 키리졸브 훈련 등 다양한 형식의 군사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다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최대 도발 요소가 되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은 없다. 이 밖에도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이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운 점,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도 테러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도 군사훈련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됐다. 리 교수는 미국이 글로벌 전략의 중심을 아태 지역으로 옮겨 군사훈련을 선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일 군사훈련이나 미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 훈련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군사훈련을 통해 패거리를 만들어 중국에 대응하거나 중국을 억제하려는 것은 냉전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러시아와의 ‘평화 사명’ 훈련이나 ‘상하이협력기구 연합훈련’ 등 중국이 주변국과 진행하는 훈련도 소개했다. 다만 이 훈련은 ‘테러, 분열주의, 극단주의’라는 세 가지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훈련을 통한 무력 과시가 주변국들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은 간과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첫 항모 랴오닝함까지 동원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입체적인 훈련을 벌이고 대만을 한 바퀴 돌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동남아 국가의 군비가 증가하고 훈련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군사 외교적 공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 4월 평양순안공항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미국 명 토니 김) 전 평양과학기술대 교수가 허가받지 않은 친서방적인 내용을 강의하다 붙잡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현지 시간) 김 씨가 체포된 4월 22일 순안공항 구금실에서 김 씨와 함께 있었던 캐나다 보안전문가 제임스 리 씨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당시 이동식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김 씨와 대화한 리 씨는 “북한 측은 김 씨가 허가받지 않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5월 3일 평양과기대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출국하다 체포된 김 씨는 북한을 전복하려는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기관과 군사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리 씨는 우연히 여행 중 북한 장성 출신 인사를 만나 그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순안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이 김정은 암살을 위해 보낸 간첩 혐의 등으로 공항 구금실에 억류된 뒤 3일간 조사를 받았다. 그는 풀려난 뒤에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평양 시내를 관광하다 27일 북한을 떠났다. 리 씨는 평양에 머무는 동안 동행한 북한인이 북한에서 젊고 예쁜 부인을 얻을 수 있다며 북한을 도우면서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회유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리 씨는 김 씨로부터 평양에는 외국인만 가둬놓는 감옥이 있는데 동료 교수가 그 곳에서 20~30명의 미국인과 캐나다인 그리고 유럽인들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 근무한 미군들이 전역 후 동남아시아에 많이 남아 북한의 납치 및 회유 목표물이 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리 씨는 말했다.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3일 혼수상태로 풀려났지만 평양에는 2015년 10월 나진선봉지역 간첩 혐의 등으로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은 김동철 박사와 5월 기차를 타고 중국 단둥(丹東)으로 가려다 평양역에서 체포된 김학송 씨 등 3명의 미국 국적자가 아직 억류돼 있다. 2015년 2월에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도 구금됐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지난달 10일 개최한 베이징 행사에서 사회자가 한국인 참석자를 갑자기 일으켜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으니 축하의 박수를 보내자.” 기자의 지인인 이 한국인은 다음 날 지방 출장을 가서도 문 대통령 당선 덕을 봤다. 비교적 규모가 큰 쇼핑몰 건설 인허가 건이 걸려 있는 한국 기업 관계자와 함께 지방정부 관리를 만났다. 관리는 면담 도중 잠깐 나갔다 오더니 “시진핑 주석과 문 대통령이 오늘 통화도 했다는데 인허가 건을 잘 검토해 보겠다”며 인심을 썼다. 그날 시 주석은 당선 이틀째인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이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은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 금지를 비롯해 전방위 보복을 했다. 한중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분위기가 바뀌는 듯했다. 지난달 14,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포럼에 박병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급히 파견되고 일정에도 없던 시 주석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18일에는 이해찬 전 총리(민주당 의원) 등 특사단이 왕이 외교부장 및 시 주석과 만났다. 이 특사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현재 한중 관계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공회전만 몇 번 하다 멈춘 분위기다. 관영 환추시보는 또다시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은 전기 감전의 충격을 느낄 것” “군사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결국은 배치할 것 아니냐’며 미리부터 단정하는 분위기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다음 달 초 한중 정상회담이나 8월 수교 25주년 기념행사, 나아가 한중 관계의 방향은 또 한 번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사드 배치에 속도를 높이라고, 중국은 빠르든 늦든 배치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중국 교민사회는 한미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회담이 다음 달 한중 정상회담의 원만한 개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탈 없이 개최되면 분위기 전환의 신호탄이 되리라는 기대다. 재중국 한국인회의 한 간부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교민 및 중국 진출 기업의 피해를 과소평가하려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하지만 실상은 사드재난구역이라도 선포해야 할 판”이라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 간부는 삼성 휴대전화와 현대자동차 등 주력 제품까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흔들리는 판에 사드 사태로 중국 소비자들의 태도마저 냉담해져 교민사회가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교민들은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한국 민간단체의 방문 불허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6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정당성은 점점 커져가고 그로 인해 한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드재난구역 선포’만은 피하고 싶다는 게 교민들의 하소연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필리핀 정부가 남부 민다나오에서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마우테’ 소탕 작전을 본격화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민다나오에 계엄령을 선포한 지 3주가 된 12일까지 민간인 24명, 정부군 58명, 반군 138명이 숨졌다.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IS가 필리핀의 대표적인 무슬림 집중 거주지역(최대 40%가 무슬림)이며 한국과 크기가 비슷한 민다나오에 동남아의 ‘칼리프 국가’를 세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분쟁정책연구소의 시드니 존스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IS는 ‘지하드(성전)에 참여하려는 전사들 중 시리아로 올 수 없는 이들은 필리핀으로 가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IS가 민다나오를 칼리프 국가 후보지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민다나오에서 필리핀 정부군과 싸우다 숨진 반군 중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체첸,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의 IS 연계 테러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 조직원들도 민다나오 사태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의 접경 해역에 잠수함 등 해군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IS 추종 세력들의 필리핀 유입과 탈출에 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도 최근 국경과 공항 등의 보안과 출입국 심사를 강화했다. IS는 지난해 필리핀의 또 다른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의 지도자인 이스닐론 하필론을 동남아의 통치자(emir)로 임명했다. 하필론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500만 달러(약 56억5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건 ‘1급 위험인물’이다. 필리핀의 열악한 치안 상태는 IS 추종세력들이 민다나오에서 손쉽게 세 확산에 나서는 환경이 되고 있다. NYT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권력 회복과 사회 안정을 중요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뒤 마약 범죄 퇴치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마약 범죄보다 훨씬 더 국가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는 IS 추종세력 소탕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아 현재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시절 진행됐던 이슬람 반군들의 평화협상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뒤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문제다. 재커리 아부자 미 국방대 교수는 “필리핀 정부는 IS와 추종세력의 성장을 너무 무시했고, 평화협상이 무너지면서 (필리핀 내 강경파 무슬림들의) IS 추종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반군 소탕 과정에서 필리핀 정부군이 미군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탈미친중(脫美親中)’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미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다”고 부인했다. 지원 요청 사실을 발표한 군부가 대통령 뜻을 거스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군이 오랫동안 미국으로부터 훈련을 받아 군이 친미 성향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테러와의 전쟁은 필리핀이나 미국뿐 아니라 세계 모두의 관심”이라며 “어느 나라의 지원에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미 특수부대의 필리핀 지원과 두테르테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반군 세력 제거를 계기로 미국과 두테르테 정부 간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필리핀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호주 일본과 함께 대표적인 미국의 군사동맹국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른 대중 견제 전선의 일선에 필리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30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의 연합 군사훈련도 점차 중단할 것을 선언하면서 미국과는 거리를 두었다. 반면 중국에는 지금까지 두 번이나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등 이른바 ‘탈미친중(脫美親中)’ 경향을 보여왔다. 그런 필리핀이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 에서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소탕 작전을 벌이면서 미국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았다고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과 필리핀 군부측이 밝혔다. 마라위에서는 지난 약 3주간의 무장 충돌로 최소 217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중에는 정부군도 58명이 포함되어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 기간 중인 지난달 23일 민다나오섬에 6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한 데 이어 이튿날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와 반군 소탕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보여준 반미 성향에도 불구하고 반군 소탕이 ‘발등의 불’이 되자 미국에 도움의 손길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필리핀에는 300~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중 50~100명이 특수 부대원으로 주로 반테러 자문 및 훈련 지원 등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군부측은 미국의 지원은 ‘기술적이고 정보 관련’이라고 비군사적 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도 “과거 해온 것처럼 두테르테 행정부의 반테러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고위급 관리들에게 통상적인 조언을 했다”며 자세한 작전 지원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AP 통신은 “9일 마라위 상공에서 필리필 헬기가 반군 세력에 로켓을 발사할 때 미 해군의 정찰기 P-3 오리온이 떠 있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해 반군에 대한 로켓 발사 목표를 선정할 때 도움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핀 군은 독립기념일인 12일까지 마라위 탈환을 공언하고 있으나 반군은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민간인 인질을 인간방패로 삼는 등 저항하고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미국의 ‘안보 우산’을 걷어찼다가 반 내전상태인 민다나오 사태가 벌어지자 미군의 도움을 다시 받게 된 상황은 한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경제가 중요하지만 국가 안위와 존망이 걸린 안보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 특수 부대의 지원을 받아 반군 소탕에 나선 뒤 미국이나 미군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도 미-필리핀 군이 합작해 반테러 전쟁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 편하지 만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이 특수 부대를 보내겠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7개국과 카타르의 단교 사태 불똥이 중국으로도 강하게 튀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중동 국가 간 갈등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양다리를 걸치는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챙겨 왔으나 드디어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우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사회간접자본과 무역로를 구축하려는 전략이 중동 국가 간 분열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사우디 등 7개국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함에 따라 중국이 2004년부터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중단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GCC 회원국에는 카타르뿐만 아니라 카타르와 앙숙이 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이 포함돼 있다. 상하이(上海)국제문제연구원 리웨이젠(李偉建) 연구원은 “GCC 회원국 간 분쟁으로 FTA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중동 지역 국가 간 외교 관계와 교통망 단절로 이들 지역을 관통하는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는 중국의 계획이 복잡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올 3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방중해 시 주석과 회담했을 때 양국은 에너지 금융 분야 투자 협력 등 650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중국은 2014년 건축과 도로 다리 항구 통신시설 등 80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카타르 기반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도 시공키로 하는 등 카타르와도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 사우디 등이 카타르와의 단교 이유 중 하나로 카타르가 수년간 테러 조직을 지원한 점을 거론하고 있으나 카타르의 친(親)이란 정책에 대한 손보기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8일과 9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견제 조직으로 인식되는 SCO의 정회원국으로 이란을 끌어안는 경우 미국·사우디 대 중국·이란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유도탄 순양함 바랴크함 등 러시아 군함 2척이 처음으로 홍콩에 기항했다. 중-러 밀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바랴크함과 군수지원함 페첸가함은 전날 홍콩 카이탁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했다. 바랴크함은 홍콩 주민들에게 선상을 개방하기도 했다. 알렉세이 울리야넨코 바랴크함 함장은 “이번 방문의 주목적은 홍콩을 포함해 중국과 해군 협력을 강화하고 승무원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의 콜린 코 해상안보 전문가는 “이번 러시아 군함의 홍콩 기항은 러시아가 남중국해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위상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러시아 군함의 홍콩 기항을 허용한 배경도 관심을 끈다. 미국이 일본 호주 등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남중국해에서 일본의 개입이 커지면서 중국도 아태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 필요성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으로 세계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파장을 진화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공동 선언문까지 내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지도국으로 부상하려던 중국은 다른 현안들에 발이 묶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에 따른 전 세계의 비난을 접하고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뒤 청중으로부터 파리협약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관한 추궁성 질문이 쏟아지자 “(최근의 결정들이) 우리가 세상에 등을 돌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세상에 있을 것이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싫든 좋든 우리는 세상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각자 우리 자신의 국경 안으로 후퇴한다면 얼마나 형편없는 세상이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언뜻 듣기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파리협약을 박차고 나온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는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기후가 변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고, 오염물질들이 그 원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것(기후변화 방지)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변호했다. 이어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고 해서 기후변화 억제에 관한 미국의 약속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또 미국이 더 이상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벨기에를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일 브뤼셀에서 가진 중-EU 정상회담에서 협약 이행 및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내용으로 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하고 문안에도 대부분 합의했으나 결국 발표가 무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과 EU 양측은 기후변화, 자유무역과 세계화,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한반도 비핵화 등에는 공감했으나 철강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EU 반덤핑 관세 부과,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 지위 부여, 중국 인권과 법의 지배,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시설 건설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글로벌 정책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했지만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이를 이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7년 미국을 제치고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지만 줄곧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해 오고 있다. 중국은 또 지난 15년간 유지돼 온 세계무역기구(WTO) 내 비시장경제(NME) 국가 지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EU가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동의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지난달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터널에서 발생한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생 통학 차량 화재 사고의 운전사는 혈중 알코올농도 0.03%의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수치는 중국에선 면허정지에 해당한다. 당시 사고로 유치원생 11명과 교사, 운전사 등 차에 타고 있던 13명이 모두 숨졌다. 산둥성 공안청은 2일 희생자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운전사 충웨이쯔(叢威滋·55) 씨가 버스회사의 해고 통보를 받고 불을 질러 참사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면서 부검 결과 충 씨의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공안청은 같은 날 중국과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음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은 음주운전 입건 기준이 혈중 알코올농도 0.05%지만 중국은 0.03%면 ‘6개월 면허정지에 1000∼2000위안 벌금’에 해당한다. 한 유족은 “충 씨가 미리 석유와 라이터를 구입해 범행을 준비했던 것도 충격적이지만 어린아이들이 타는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국영회사의 운전사가 아침부터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해도 통제가 되지 않는 관리 부실이 더 큰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세국제학교에 버스와 운전사 충 씨를 파견한 회사는 ‘웨이하이시 공공교통 총공사 여행공사’로 웨이하이시가 운영하는 국영회사인 ‘웨이하이 공공교통집단공사’의 자회사다. 회사가 파견한 운전사의 방화로 유치원생 11명 등이 희생되는 대참사가 발생했지만 두 회사 모두 홈페이지에 이번 사고에 대한 사과나 희생자를 애도하는 내용을 올리지 않았다. 충 씨는 4월 20일 휘발유를 구입한 데 이어 5월 3일에는 자신이 갖고 있던 벌점 상쇄 포인트 11점을 다른 운전사에게 점당 100위안에 팔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벌점이 12점이면 면허정지를 당하는데 평소 안전운전으로 전혀 벌점이 없는 충 씨가 자신이 쓸 수 있는 벌점 상쇄 포인트를 다른 운전사에게 모두 판 것이다. 자신이 더 이상 운전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번 사건을 미리 계획했다는 증거다. 충 씨는 사고 이틀 전인 5월 7일에는 통학버스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몰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통학버스는 운행하지 않는 경우 회사에 세워둬야 한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차량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인이 범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충 씨가 지난달 9일 오전 왜 터널 내에서 범행을 결행했는지에 대해 유족과 한인회 관계자, 소식통들은 ‘소변, 터널, 접촉 사고’ 등 3가지가 결정적 요소가 됐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9일 오전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범행 장소였던 환추이(環翠)구 타오자쾅(陶家.) 터널에 들어가기 직전 한 여자 아이가 소변이 마렵다고 해 교사 위나(于娜) 씨와 함께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탔다. 이때 충 씨는 운전대에 머리를 묻고 좌우로 흔들며 고민하는 모습이 반대편 차로에서 마주 오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혔다. 한 소식통은 “소변보는 시간이 없이 그대로 운전을 해서 갔더라면 마지막 결행의 고민을 할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아이가 소변을 보는 동안 잠시 고민을 했고, 이윽고 조명이 거의 없는 어두침침한 터널 속으로 들어간 데다 앞서 가던 청소차량을 추돌하는 접촉사고까지 내자 ‘이제는 끝이다’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범행 직전의 상황을 추정했다. 한 유족은 “수백 대를 운행하는 차량회사에서 차량과 운전사를 임차해서 쓰지 않고 학교에서 직접 차량을 구매해 운행했으면 운전사에 대해서도 더 잘 파악해 사고를 막았을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중세국제학교 이용규 이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전운행을 위해 전문 회사에 위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달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터널에서 일어난 중세(中世)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사고는 전날 해고 통보를 받은 중국인 버스 운전사의 계획적인 방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둥성 공안청은 2일 웨이하이 란톈(藍天)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전사 충웨이쯔(叢威滋·55) 씨가 버스에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로 충 씨와 유치원생 11명(한국인 10명) 및 중국인 교사 등 차에 탄 13명이 모두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충 씨는 사고 전날 오후 8시경 차량관리회사 관계자에게서 “학교 측이 운전사 교체를 요청해와 더 이상 근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충 씨는 이에 항의하며 2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충 씨는 미리 사 둔 라이터와 휘발유를 사고 당일 버스에 갖고 탔다. 왕진청(王金城) 공안청 부청장은 “발화 지점은 운전석 뒷자리였으며 사고 버스 안에서 라이터와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운전석 뒤편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가운데 충 씨가 중국인 여교사 위나(于娜) 씨로 보이는 이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보였다. 현장에서 숨진 충 씨는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유족들은 중국 당국의 오전 수사 발표 이후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며 불복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오후에 이어진 보충 설명을 듣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족 대표 김미석 씨는 “(충 씨가) 4월 20일 방화를 목적으로 휘발유를 사서 사고 당일 차량 운전석 뒤편에 놓았다”면서 “그가 범인”이라고 말했다.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황인찬 기자}

‘회사에 대한 오랜 불만이 해고 통지로 폭발했다.’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을 비롯해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유치원 통학버스에 불을 지른 운전사 충웨이쯔(叢威滋·55) 씨의 범행 동기는 이렇게 요약된다. 2015년부터 임금이 삭감돼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자 바로 다음 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중국 수사당국이 사고 24일 만에 내놓은 결과다. 중국 산둥성 공안청은 2일 웨이하이 란톈(藍天)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해당 시간대 터널을 지났던 차량 280여 대의 블랙박스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밝혔다. 충 씨의 동선 파악과 아내를 비롯한 주변인 조사를 통해 충 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현장 감식을 위해 공안부 톈진(天津) 소방연구소, 사법부 사법 감증 과학연구소, 산둥성 공안청, 칭다오(靑島) 공안국 형사지대 기술처 등이 총동원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까지 철저한 조사를 지시해 중국 공안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치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과 현지 수사당국에 따르면 버스 운전석 뒤 바닥이 최초 발화 지점으로 파악됐다. 버스 곳곳에선 연소된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고, 일회용 라이터 상단의 금속제 바람막이 부분도 발견됐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충 씨가 미리 준비한 라이터와 휘발유로 방화했다는 것이다. 버스가 추돌했던 앞차의 속도가 시속 25km 이하여서 과속으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버스 연료통에 발화 흔적도 없었으며 전기회로 결함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수사 당국은 충 씨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라이터와 휘발유를 구입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범행 보름여 전인 4월 20일 휘발유통을 들고 한 마트에서 라이터를 사는 모습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는 장면이 찍혔다. 충 씨가 버스 앞쪽 화물칸에 휘발유통을 넣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나왔다. 수사 당국은 충 씨가 버스 화물칸에 타이어 4개를 미리 넣어 놔 화재를 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충 씨의 범행에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소극적인 성격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경제 활동을 했던 그가 임금이 삭감되고 해고 위기에 몰리며 심한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충 씨의 부인은 전업주부이며, 최근 결혼한 딸도 무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 4000위안(약 66만 원)을 받던 충 씨는 2015년 3월 야간수당 등이 감소돼 40%가량 줄어든 2500위안(약 41만 원)을 받게 돼 불만이 높았다. 그의 부인은 “남편이 4월 17일부터 줄곧 달력에 ‘×’를 표시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범행 전날 학교 버스의 관리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아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내성적인 성격도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평소 회사 동료를 비롯해 주변과 교류가 거의 없었으며 수사 당국이 확보한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도 매우 적었다. 끝내 유언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선 충 씨가 인솔 여교사인 위나(于娜) 씨로 추정되는 어른과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후에도 아이들을 구할 수 없었던 한 이유로 추정된다. 위 씨는 사고 후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족 대표 김미석 씨의 딸 가은 양을 데리고 차량 밖으로 나온 뒤 발견됐지만 가은 양도 숨진 채 발견됐다. 여교사는 치료를 받다 12일 숨졌다. 하지만 수사 결과에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당국은 버스 운전석 뒤를 발화 지점으로 꼽고 있지만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운전석 쪽이 아닌 차량 오른쪽 앞부분에서 먼저 거센 불길이 이는 것이 확인된다. 충 씨의 시신이 버스 통로 중간에서 발견된 점도 의문이다. 불을 지르고 도망치거나 운전석에 있지 않고 왜 버스 중간까지 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버스가 국영기업인 웨이하이공공교통그룹여행 소속이라 중국 당국이 차량 결함을 비롯한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중국은 충 씨가 라이터를 켜 휘발유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인 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들은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담긴 정황 증거를 통해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공안이 유족에게 추가로 공개한 동영상에는 충 씨가 버스 하단 트렁크에 놓아둔 33L짜리 통과 이보다 작은 통에 각각 휘발유를 담는 장면이 나온다. 또 사고 당일 오전 6시경 운전석 뒤에 휘발유통을 갖다놓는 장면도 공개됐다. 유족들은 이런 추가 영상을 확인한 다음 중국 공안의 수사 결과를 따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이번 사고는 형사 사건으로 배상 책임도 중국 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면서 “시 정부에서 전문 담당 부서를 만들어 배상 문제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화재로 숨진 아이들의 목숨을 운전사가 앗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4세 딸을 키우는 손미애 씨(31·여)는 “운전사를 채용할 때 도덕성 등을 따져보고 채용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4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대표 발의로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서형석 기자}
중국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행 의지를 강조하면서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도전이고 어떤 국가도 벗어나 있을 수 없다”며 “다른 국가(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변하든 관계없이 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협정이 추구하는 녹색, 저탄소, 지속가능한 개발 등과 중국의 생태문명건설 이념은 서로 부합한다”면서 “중국은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조치들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유럽연합(EU)과 중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추진하자는 내용의 선언문에 합의했으며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중국-EU 정상회담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의 초청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3박 4일간 유럽 2개국을 공식 방문 중이다. 28개 EU 회원국 모두의 지지를 받은 공동 선언문에는 중국과 EU 양측이 협약의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과 협약이 ‘역사적 성과물’이자 ‘되돌릴 수 없는 약속’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있는 EU는 중국에 1000만 유로(약 125억9000만 원)를 지원하고 중국도 올해 안에 자체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200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중국은 전기차 상용화와 에너지 소비효율 표시제 도입, 녹색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 분야 협력과 재생에너지 성장 촉진, 전력망 상호 연결 등을 위한 공조도 선언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 협약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경제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후(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결정 사항을 발표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약 탈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과 유럽연합(EU)은 협약 이행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녹색 동맹’ 강화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주의와 미국 우선 정책으로 대서양 동맹의 한 축인 유럽과 사이가 벌어지고 있는 틈을 중국이 민첩하게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흔들리는 EU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한 데 이어 EU의 중심국인 독일을 잇달아 방문해 대미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설 태세다.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의 초청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3박 4일간 유럽 2개국을 공식 방문한다. 다음 달 초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 달여 만에 중국의 서열 1, 2위 지도자가 잇따라 독일을 찾는 셈이다. 홍콩 밍(明)보는 31일 “한 달 만에 국가주석과 총리가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중국 외교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밍더(史明德) 주독 중국대사는 “세계 각국은 개방과 고립, 협력과 대치, 다자 협력과 단독주의 간의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글로벌 대국 관계가 조정을 받고, 세계화의 역풍과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 리 총리가 임기 후 세 번째로 독일을 방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독일 방문은 시 주석이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이후 주창하고 있는 개방과 자유무역의 기치로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무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결성을 축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금이 가기 시작한 뒤 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본부 신청사 준공식에서 메르켈 총리 등 나토 27개국 정상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세금을 그만 뜯어먹으라”고 압박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1일 사설에서 “(메르켈과 유럽에) 미국이 더 이상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해졌다”며 미국과 유럽 사이에 ‘깊은 분열’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도 독일이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의향을 충분히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망스러웠던 G7과 나토 정상회담 후 리 총리와 만나는 일정은 독일이 전략동맹과 비즈니스를 위해 미·영이 아닌 다른 곳을 둘러볼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완전한 독일판 ‘아시아 재균형’ 정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미국과 영국 없이도 먹고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 총리는 방문 기간 중 독일 벨기에와의 정상회담과 함께 브뤼셀에서 열리는 제19차 중국-EU 정상회담과 중국-EU 비즈니스 서밋 등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리 총리가 EU의 단합을 강조하고 협력을 위해 통 큰 선물을 풀어 놓는 등 적극 공세에 나설 경우 ‘내 몫 찾기’를 강조하며 날을 세우고 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언론은 올해로 수교 45주년을 맞은 중국과 독일을 ‘하늘이 맺어준 배필(天作之合)’이라며 EU 중심국 독일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독일도 중국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512억9000만 달러로 중국과 EU 전체 교역액의 약 30%를 차지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한기재 기자}
사드 발사대를 배치하고 운용할 당사자인 주한미군은 사드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논란에 대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It′s none of our business)”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인 만큼 개입할 일이 아니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취소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31일 주한미군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한국 국방부가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는 주한미군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기에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청와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미군은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할 때 극도의 보안에 부친다. 사드 장비도 반입 여부와 보관 위치 등이 밝혀지면 북한이 미사일 등으로 타격할 수도 있는 만큼 ‘군사상 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주한미군 소식통은 “발사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듯 알리는 것은 적에게 표적 위치를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소 조심스러운 주한미군과 달리 미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이 “사드 배치 과정 내내 한 모든 조치가 매우 투명했다(very transparent)”고 한 것도 이런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미군이 사드 장비를 암거래하듯 불법 반입한 것으로 몰고 간다는 불만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한국과 주한미군을 북핵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려고 사드를 도입했는데 갑자기 ‘왜 몰래 들여왔느냐’고 한국 정부가 따지는 격”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사드 배치 논란이 확산되는 사이에 중국은 사드 반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 안전 및 안보 이익을 엄중히 훼손하며 지역의 전략 균형도 파괴한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