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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올해 91주년을 맞은 덕성여대의 야심 찬 포부다. 덕성여대는 100주년인 2020년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여성 대학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를 세우고 파트너십 교육 특화와 맞춤식 교육 실행, 에코 캠퍼스 구축 등의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가두리’ 학교 덕성여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 학생들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전공수업 외에도 심화 및 교양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나 컴퓨터 등 실무능력이 중요한 전공의 경우 1학년 첫 방학에는 2주간 사실상 학교에 ‘갇힌 채’ 공부해야 한다. 프로그램 명칭이 ‘가두리’일 정도다. 대신 학생이 캠퍼스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지도교수를 만날 수 있게 한다. 학교생활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학생은 많게는 3명의 지도교수를 배정받는다. 학과별로는 학생 10명 단위로 전담 지도 교수제를 운영하고 전공 내에서도 특정 학문이나 학회별로도 따로 지도교수가 배정된다. 올해부터는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언어와 심신단련교육을 받는 ‘덕성라라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첫 학기 지원자 150여 명은 매일 수업이 끝난 뒤 캠퍼스에 남아 영어와 요가 등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양정호 발전정책실장은 “앞으로 매년 캠퍼스 내 교육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르면 2015년부터는 모든 신입생이 학교에서 1년간 머물며 교육을 받는 ‘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여 학생들은 전공 지도교수 외에 기숙사 지도교수를 배정받아 전공별 심화 실무 수업을 받는다. 이미 영국 등지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교육 방식으로 국내 서울 소재 대학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덕성여대는 올해 기숙사를 신축할 예정이다. 이 같은 꼼꼼한 교육을 바탕으로 지난해 67.5%였던 취업률을 내년에는 8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교육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중어중문학과에서 실시하는 ‘7+1(7학기는 국내에서, 1학기는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는 제도)’을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등으로 확대하고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추가로 개발해 재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할 예정이다. 박현신 교무처장은 “장기적으로 국제학부인 ‘미리사 칼리지’(가칭)를 창설해 국제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몽골 등 해외에 캠퍼스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인재” 덕성여대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 및 대학생들의 사회 기여 의무도 중시하고 있다. 모두가 ‘리더십’을 외치는 시대에 ‘파트너십’도 중요하다는 것. 혼자만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이 학교 교육 이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은 내년 7월 학교와 유엔 여성지원기구인 ‘유엔 여성’이 공동 주최하는 ‘차세대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덕성여대 학생들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성 평등과 여성 교육 등 국제사회의 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용환 차미리사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차세대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유엔에서 세계 최초로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대회”라며 “학생들이 제시한 우수 아이디어는 유엔에서 실제 사업화하는 한편 인재들에게는 장학금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덕성여대는 이번 대회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정례화해 3년 이내 500명 이상, 5년 이내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로 키운다는 목표다. 소완 씨(21·영어영문·3)는 “‘반크’ 대학생 한국문화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평소 유엔이나 비정부기구(NGO)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적극적으로 꿈을 펼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지은희 총장 “감성+공동체 의식… 여성 지위상승 앞장”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64·사진)은 대학을 졸업한 1969년 한 대기업 사장 비서로 입사했을 때 겪었던 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공장 조회 시간에 사장 훈시가 시작되자마자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여직원이 속출했던 것. 지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 총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여성이 밤낮없이 고된 일을 하면서도 박봉과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것이 당연시되던 상황을 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 말했다. 덕성여대가 최근 국내 대학 최초로 유엔 산하 여성기구의 통합체인 ‘유엔 여성’과 저개발국 여성 대상 봉사 및 교육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지 총장의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한국 여성의 지위 상승에는 유엔 등 세계 각국의 도움을 받은 영향도 컸다”며 “세계 곳곳에 여전히 1960년대 한국과 같이 가난과 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은 만큼 이제 우리도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덕성여대는 ‘유엔 여성’과 함께 내년부터 저개발국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계획이다. 아시아·아프리카 여대생을 학교로 초청해 저개발국 여성들의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유아교육, 보건위생, 정보기술(IT) 연계 개발 등 다양한 직업 훈련도 실시한다. 이 중 한 해 20명을 선정해 장학생으로 덕성여대를 다닐 수 있는 기회도 줄 예정이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직접 저개발국 여성들을 찾아가 교육, 사회·문화 활동, 재난·의료 봉사도 실시한다. 지 총장은 “여성의 감성과 덕성여대만의 공동체 의식을 무기로 저개발국 여성에게 같은 여성으로서의 파트너십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덕성여대의 저개발국 여성에 대한 관심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3년 전부터 한 해 10여 명씩 저개발국 여성을 전액 장학금을 주며 학교로 초청해 마음 놓고 공부하게 하는 ‘아시아여성파트너십’을 시행하는 등 관련 정책도 다수 시행해왔다. 지 총장은 세계 여성에 대한 관심은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2006년 취임 직후부터 학내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신입생들이 입학 후 3주 동안 기숙사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들으며 구성원 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100시간 이상 사회봉사를 해야 졸업이 가능하게 한 것. 지 총장은 “구성원 간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세계 여성을 아우르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키우게 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9월부터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지 총장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가질 가능성 있는 인재’가 많이 지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인재가 될 가능성 있는 학생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 학생을 최고의 파트너십을 가진 인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2학년도 수시 4가지 전형으로 압축… 심층면접 실시 ▼2012학년도 덕성여대 수시 모집 전형은 과거보다 크게 간소화한 게 특징이다. 2011학년도 당시 1, 2차로 나눠 모집했던 전형을 통합해 한번에 모두 선발하고 전형 유형도 4개로 축소했다. 지난해 실시했던 논술고사도 폐지했다. 그 대신 심층면접고사를 실시한다. 수시모집에서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 전형 414명을 포함해 특별전형인 글로벌파트너십으로 53명, 입학사정관전형인 지역사회파트너십과 사회기여배려대상자 전형으로 각각 10명, 22명 등 총 499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 70%+심층면접 30%’로 선발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까지 수시모집 특별전형이었던 사회기여배려대상자 전형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편입됐고 덕성여대가 있는 강북구 도봉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사회파트너십 전형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신설됐다. 사회기여 배려대상 전형에는 독립유공자 자녀 및 손자녀, 국가유공자 본인 및 자녀 등을 포함해 환경미화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재직한 자의 자녀도 지원할 수 있다. 지역사회파트너십 전형은 고교 입학일부터 입학원서 접수 시작일인 9월 8일 기준 강북구 도봉구에 사는 응시자로 관내 일반계 정규 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내년 2월 졸업 예정자가 대상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동시에 국·영·수 교과 중 2개 교과 영역이 2등급 이상이며 재학 중인 고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은 지원할 수 있다. 이 두 전형은 각각 한번에 합격자를 모두 선발한다. 이정욱 입학홍보처장은 “학교 위치가 강북구와 도봉구에 걸쳐 있어 해당 지역에 대한 사회적 기여 및 주민 참여 차원에서 해당 전형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는 9월 8∼15일. 지역사회파트너십을 제외한 3가지 전형은 재수생도 지원할 수 있다. 최종합격자는 11월 18일 발표한다. 정시모집은 가, 나군으로 나눠 선발한다. 일반전형으로 가군에서 302명, 나군에서 513명 등 총 815명을 뽑을 예정이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우선선발을 폐지하고 전체 학생을 수능시험과 학생부 성적으로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이 뽑는 사랑나눔파트너십 전형은 ‘학생부 40%+심층면접 30%+서류심사 30%’로 선발한다. enter.duksung.ac.kr, 02-901-8189∼90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고등학생은 담배 피우면 안 돼?”14일 오후 10시경 학원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역 인근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흡연실. 앳돼 보이는 남녀 서너 명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는 담임선생님과 학원 선생님에 대한 비교, 수업 내용, 옆 반 남녀학생들에 대한 내용. 기자가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묻자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고등학생은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느냐”고 험악하게 되물었다.과거 당구장, PC방 등에서 보이던 ‘청소년 흡연구’가 이제는 세태가 달라지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부분 외국계인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흡연실을 별도로 두고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도 이를 제지하는 직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흡연실에서 만난 김모 군(17)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른들 눈치가 보이지만 여기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편하게 담배를 피우며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 A 씨는 “교복을 입지 않으면 외모상으로 중고교생인지 대학생인지 가늠하기 힘들어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흡연실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 경고문을 붙여놓은 곳도 거의 없었다. 14, 15일 서울시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중 흡연실이 있는 곳 30곳을 확인한 결과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곳은 불과 5, 6곳에 그쳤다. 그나마 경고문만 붙였을 뿐 실제 청소년인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청소년 흡연을 방치하는 점주나 본사 등을 처벌할 법조항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흡연실 규모 등 흡연실 설치와 관련한 전반적인 조항만 있을 뿐 흡연실 사용 주체나 점주 등의 처벌, 경고문 의무 부착 등에 관련된 조항은 없다. 청소년보호법 역시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 금지 조항만 있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흡연실 출입 금지 등에 대해서는 다음 법 개정 때나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흡연에 악용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국민건강증진법을 재개정해 청소년의 흡연실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하지만 법 개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전까지라도 커피숍들이 자체적으로 청소년의 흡연실 출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재호 인턴기자 고려대 보건행정학 3학년 }

건설현장 식당(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돼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된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사진)이 법정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설범식)는 12일 이 전 청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0만 원, 추징금 33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해양경찰청장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강조되는 자리임에도 죄의식 없이 인사 대상자와 브로커 유상봉 씨(65) 등으로부터 33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대통령 표창까지 받는 등 사회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공직자”라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시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다 변을 당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액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가운데 한 80대 할머니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변을 당한 고 황승원 씨(22)의 소속 대학에 장학금을 쾌척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의 한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장순애 씨(87)는 8일 자신을 찾아온 서울시립대 관계자들에게 장학금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장 씨가 기부를 결심한 것은 최근 황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고 나서다. 시립대 경제학부 1학년을 휴학 중이던 황 씨는 2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터보냉동기 점검작업을 하다 냉매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황 씨는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장 씨는 “한창 피어오르는 젊은 학생이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밤새 일하다 숨졌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동시에 과거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아들 친구 일이 생각나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씨는 “30여 년 전 의대에 다니던 막내아들의 친구가 마지막 학기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둘 처지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형편이 넉넉지 못해 도와주지 못했다”면서 “그때 일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번 기부로 그 빚을 갚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장 씨는 장학금을 황 씨가 다닌 정경대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기부했다. 학교 측은 이 장학금을 ‘장순애 장학금’으로 명명하고 2학기부터 대상자를 선발해 지급하기로 했다. 황해도 출신인 장 씨는 6·25전쟁 전 남한으로 내려왔으며 서울에 정착한 뒤 남편과 함께 공구 상점을 하며 6남매를 키웠다. 장 씨는 “당시는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어도 열심히 일하면 6남매를 다 가르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부모들이 열심히 일해도 등록금이 너무 비싸 자녀 한둘도 교육하기 힘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장 씨는 이번 인연을 계기로 시립대에 계속 기부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은 기부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며 “실버타운에 함께 사는 노인들에게도 기부하는 법을 홍보해서 적은 돈이라도 기부할 수 있게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이날 오후 황 씨의 유족들을 찾아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원로 아동문학연구가 사계(史溪) 이재철 박사(사진)가 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아동문학개론’ ‘한국현대아동문학사’, 계간지 ‘아동문학평론’을 창간하는 등 한국 현대 아동문학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생 수집한 아동문학 희귀 도서 등 자료 2만여 점을 경희대에 기증하고 이 학교에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를 개설해 소장을 지냈다. 고인은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4∼97년 단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유족은 아들 광호(서울예대 교수) 수호 씨, 딸 연화 우경 씨 등 2남2녀다. 빈소는 경희의료원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9일 오전 7시 한국아동문학인협회장으로 거행된다. 02-958-9721}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6일 “올 연말 ‘수요 집회’ 1000회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를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요 집회는 1992년 1월 8일 처음 시작돼 올 12월 14일 1000회를 맞는다. 정대협은 이를 위해 6일 오후 열린 수요집회(977회)에서 ‘평화비 건립을 위한 희망릴레이 발대식’을 열고 후원자 릴레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희망 릴레이는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며 1000원 이상 후원금을 낸 사람이 ‘희망주자’가 돼 다음 주자에게 모금 바통을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대협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모금도 진행해 약 2000만 원의 건립비용을 모을 계획이다. 이날 발대식에서는 부천시민연합 여성회가 첫 희망주자가 됐다. 또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씨가 디자인한 평화비 가안도 공개됐다. 평화비는 높이 120cm가량으로 피해자들을 형상화한 소녀 모양 비석에 할머니 형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형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이들이 신비의 명약 산삼을 먹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산타 심마니’가 찾아왔다. 5일 오전 서올 종로구 신교동의 푸르메 어린이한방재활센터. 심마니 생활 25년째인 박형중 씨(54)는 이날 센터에 상자당 350만 원이 넘는 산삼 4상자(15∼20년근 20뿌리)를 기증했다. 박 씨는 25년 전 등산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산삼에 매료돼 9급 공무원까지 그만두고 심마니가 됐다. 그동안 좋은 산삼을 캐 높은 값에 파는 것이 목표인 ‘보통 심마니’였던 그의 인생은 8년 전 우연한 기회에 들른 한 병원 소아암 병동에서 바뀌었다. 그는 “당시 산삼을 팔러 소아암 병동에 갔다가 치료를 위해 머리를 박박 민 어린아이를 보고 산삼을 그냥 주고 돌아왔다”며 “그때부터 캔 산삼의 10%씩을 몸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무조건 기증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보통 1년에 200뿌리 정도를 캔다는 박 씨는 올해 어린이한방재활센터에만 45뿌리를 기증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산삼직판장에서 소아암 환자는 물론이고 장애아들에게 산삼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면서 ‘산타 심마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센터 허영진 원장은 “장애아들은 면역력이 약해 인삼이나 산삼이 면역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인 데다 후원금도 부족해 먹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센터에서 만난 심모 군(6·뇌병변 1급)을 보며 “내가 산삼을 좀 더 빨리 가져왔더라면 병세가 좀 더 좋아졌을 수도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씨는 “하루 12시간씩 산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돌아다녀도 겨우 한두 뿌리 캘 수 있는 게 심마니 생활”이라면서도 “하지만 전과 달리 내가 캔 산삼으로 누군가의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산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산에 들어가기 전에 ‘아픈 아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게 예쁜 산삼이 보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그래서인지 산에 가면 신기하게도 산삼이 ‘나를 데려가세요’ 하는 것처럼 눈에 쏙 들어온다”며 활짝 웃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인들의 도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대강의실. 곤다 요시미치 일본 동북3현(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 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소장(사진)은 이날 열린 한일민간교류단체인 한일사회문화포럼(이하 포럼)의 동일본 대지진 구호 봉사단 파견 설명회를 찾아 그동안의 봉사활동에 감사를 표했다. 포럼은 5월과 지난달 각각 5박 6일, 7박 8일 일정으로 미야기 현과 이와테 현 등 동일본 대지진 주요 피해지역에 각각 10명, 15명의 1·2차 자원봉사자를 보냈다. 이들은 당시 쓰나미로 밀려온 목재와 가구를 제거하고 재해지역에 방치된 사진을 수집해 이재민들에게 돌려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11일에는 7박 8일 일정으로 3차 봉사단 26명이 미야기 현으로 떠난다. 곤다 소장은 “독도 문제 등 양국 간에 예민한 문제가 많은 상황이지만 한국이 인류애적인 차원에서 일본을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 양국 간 우호가 증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3차 봉사단은 1·2차 봉사단의 봉사 경험 발표를 듣고 재해 지역 봉사활동 주의 사항 등을 꼼꼼히 확인하며 봉사활동의 각오를 다졌다. 포럼은 재해지역이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이상 15명 안팎의 봉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9일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200mm 이상의 장맛비가 쏟아져 2명이 숨지고 급류에 휩쓸린 30대 남자가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30일에는 장마전선이 약간 남하하겠지만 곳에 따라 12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경기북부 간선교통 큰 혼잡이날 오후 1시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경원선 공사 현장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바로 옆 마들길을 지나던 차량 3대가 한꺼번에 흙더미에 파묻혔다. 이 중 그랜저XG 운전자인 유모 씨(48)가 매몰 충격으로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SM7 운전자 김모 씨(48·여)와 동승자인 아들 임모 씨(22), 스타렉스 차량 운전자 오모 씨(39) 등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흙더미는 1500t 분량으로 철로와 마들길을 덮친 것은 물론이고 도로 아래쪽의 중랑천 자전거도로까지 모두 뒤덮었다. 이로 인해 성북역∼도봉산역 구간의 국철 1호선 운행이 오후 6시 10분까지 5시간여 동안 중단됐다. 또 동부간선도로∼월계1교 구간도 4시간 동안 전면 통제돼 서울과 경기 북부를 잇는 간선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이날 사고는 국철 선로를 옮기려고 초안산 일부를 깎아냈다가 최근 태풍 등으로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발생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호우가 예고됐는데도 산사태 방지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을 찾은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배수로를 가로 방향으로만 만들어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로 방향 배수로만 만들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전형적인 인재”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시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또 이날 오후에는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중랑천에서 70대로 추정되는 여성 익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 가평군 상면 덕현리 조종천에서도 전날 동료들과 물놀이를 하러 온 동모 씨(36)가 실족한 뒤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구조대를 현장에 보내 동 씨를 찾고 있으나 물살이 워낙 거세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날 정오부터 서울 잠수교가 전면 통제됐다. 녹천∼월계 구간의 마들길도 전면 통제되다 오후 7시 40분경 통행이 재개됐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는 주택 침수 신고가 수백 건 접수되기도 했다.○ 북한 황강댐도 방류강력한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폭우가 쏟아지자 북한 지방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임진강 상류 북한 황강댐이 27일 밤 시작해 사흘째 계속 방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하류인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일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북한은 2009년 6월에도 통보 없이 새벽 시간에 방류해 우리 국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도 했다. 이 댐은 저수용량 3억5000만 t 규모. 황강댐에서 연천군의 최북단인 횡산관측소까지의 거리는 56km로 도달 시간은 약 8시간으로 추정된다. 내일까지 비가 계속되면 북한 측 방류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북한강 수계에도 많은 비가 내려 이날 춘천댐과 의암댐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문을 열고 초당 1083t과 1548t을 방류했다. 팔당댐과 청평댐도 각각 초당 7356t과 3761t의 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소양강댐은 이날 오후 172.2m에서 수위가 변하지 않아 홍수기 제한수위 190.3m보다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추가 피해 주의해야기상청은 “30일은 장마전선이 약간 남하하면서 경기 남부, 충청 북부와 강원 영서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천둥번개와 강풍을 동반한 시간당 10mm 내외의 비가 내릴 것”이라며 “전날보다 약해져 비가 소강상태인 곳도 많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예상강수량은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남 40∼120mm, 강원 영동 전북 전남 경북 경남 5∼40mm 등이다.비는 다소 약해지겠지만 감전이나 교통사고 등 호우에 따른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 문종진 사무관은 “집중호우로 도로가 파인 곳이 많아 갑자기 핸들을 꺾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가피한 운행 시에는 도로 상태를 살피며 서행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철원=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한국물포럼’은 27일 오후 국토해양부와 공동으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3회 ‘2011 코리아 주니어 워터 프라이즈’ 대회 시상식을 열었다. ‘국내 청소년 물 올림피아드’로 불리는 이 대회는 청소년들의 물 관련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물포럼’이 주관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에 참가한 40팀 중 6팀이 최종 수상팀으로 선정됐다. 이 중 장성은 양(17·백마고 2학년) 외 3명이 제출한 ‘기후변화에 따른 해안침식 방지 구조물 개발 및 실험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이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논문에서 지진해일(쓰나미)이나 태풍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방지 구조물로 버섯 모양의 독특한 모델을 제안해 물 관련 재해의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물포럼은 물 관련 국제기구와 협력해 물 부족 등 물 문제 해결법을 모색하는 민간기관으로 2005년 10월 설립됐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우리가 이 성대한 식전을 거행하는 이 순간에도 저 삼팔선 이북 전선에서는 우리 국군장병 몇백, 몇천 명이 총칼에 선혈을 뿌리고 사장(沙場)에 백골을 묻는 것을 생각해보시오. 우리가 안전한 후방에서 무슨 마음으로 성대한 식전을 따라 술잔을 들어 환호할 것입니까.” 6·25전쟁 61년을 하루 앞둔 24일 전쟁 중에 졸업식을 가졌던 한 대학 학장의 졸업식 훈사(訓辭)가 세상에 공개돼 그날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3월 21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성균관대 임시 교사에서는 이 대학 ‘제3회 졸업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창립자이자 당시 학장이었던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사진)은 비통한 표정으로 훈사를 낭독했다. 선생은 “부산 한 모퉁이의 쓸쓸한 임시 교사에서 구차한 졸업식을 치르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역행하는 현실이 빚어낸 한 토막임을 그 누군들 통탄하지 않겠는가”라며 “저 적색 제국주의자 소련의 주구인 북한괴뢰 반역군대를 하루라도 빨리 박멸하고 남북을 통일해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은 또 제자들에게 “대한민국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날카로운 눈매로 살펴보라”며 “오늘날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부여한 의무와 사명은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며, 죽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공개된 훈사는 경기 부천시에 사는 한 시민이 최근 우연히 헌책 뭉치 속에서 발견한 것으로 최근 고서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 선생의 친필이 확인됐다. 훈사는 238cm가량의 두루마리에 적혔으며 당시 졸업생은 65명이었다. 일제강점기 교육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은 1946년 9월 성균관대 창립 이후 이 대학 초대 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항일운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26세 때인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 5적’을 처단하라는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가 8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반값 등록금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각 사립대학이 등록금 인하 대안으로 장학금 확충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장학금 규모를 줄이거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이 없어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앞다퉈 장학금 확대이화여대는 17일 올 1학기 19명이던 이화미래인재장학금 수혜자를 12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자녀가 대상이며 4년간 학비, 기숙사비를 전액 지급하고 생활비도 월 50만 원씩 제공한다.올 1학기부터 재산세를 기준으로 등록금의 50%, 70%를 감면해주던 것을 각각 70%, 100%로 늘린 한양대는 앞으로 감면 폭을 더 넓힐 예정이다.경북 경주시 서라벌대는 내년부터 3년 동안 등록금을 해마다 1%씩 인하하기로 했다. 등록금 인하에 따른 예산 부족은 총장 기부금 등 발전기금 확대와 수익사업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수원대는 지난달 초 대학 적립금 중 250억 원을 장학금으로 조성해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한국외국어대는 등록금 중 장학금 비율을 지난해 16%→20%로, 중앙대는 지난해 23.5%에서 매년 2∼3%씩 높이기로 했다. 연세대는 ‘가계곤란 장학제도’를 확대하고 가계소득과 재산상황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장학금 사정관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현재 31%인 등록금 중 장학금 비율을 향후 5년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인하대는 이달 초 총학생회와 등록금 협상을 통해 특별장학금과 취업 후 상환제 대출(ICL) 장학금, 성적향상 장학금 등 올해에만 27억 원의 장학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고려대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를 감면해주는 면학장학금을 10억 원 확충했다. ○ 임시방편 지적도하지만 일부에서는 “장학금 비율 확충은 긍정적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모호하거나 다른 장학금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라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한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적장학금 비중을 줄여 면학장학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 전체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돌려막기’식이라는 것이다.또 국내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장학금 확충 재원을 등록금으로 할 경우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서울북부지검 형사 5부(부장 허철호)는 14일 구사(뜸 시술자) 자격증 없이 침뜸 교육을 해 1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으로 구당 김남수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 대표(96·사진)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당은 2000년 7월∼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있는 자신의 침뜸교육원 등에서 불법 침뜸교육을 해 수강료 명목으로 143억 원의 이득을 올린 혐의다. 또 2008년 4월∼지난해 7월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을 상대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합격자 1694명에게 ‘뜸요법사인증서’를 주거나 ‘뜸요법사’ 자격을 부여하는 등 민간 자격을 만들고 관리·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구사 자격이 없는 구당이 뜸 시술을 한 것은 의료법상 ‘자격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 소속 회원 약 70명이 14일 오후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1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서 좌석 배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집단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총련 회원들은 이날 “행사장의 헤드테이블에 미주동포 250만 명을 대표하는 미주총련 남문기 회장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미주동포를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항의하며 일제히 자리를 떴다. 관계자들은 이날 소동이 한인회장대회를 주관하는 재외동포재단이 그간의 관례와 달리 미주총련 회장을 비롯해 주요 지역 한인회장들을 헤드테이블에 배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3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올해부터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원거리나 소외지역 한인회장들을 배려하기로 결정해 헤드테이블 좌석을 기존과 다르게 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미주총련 회원은 “아무리 운영위원회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을 (헤드테이블에서) 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며 행사장 인근 식당에 모여 대회 보이콧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주총련의 이런 행동은 화합을 도모하는 한인회장대회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인회장대회에는 세계 80개국 284개 도시의 한인회장과 임원 380여 명이 참가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2일 강남구 개포동 자활근로대 마을 50여 가구(소방서 집계)를 불태운 화재 사건은 이 마을 8세 초등학생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이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김모 군을 방화 혐의로 붙잡아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13일 화재 원인을 수사하기 위해 마을회관 4층 망루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화재가 발생하기 5, 6분 전인 12일 오후 4시 50분경 자전거를 타고 발화 지점인 목공소 입구로 들어가는 김 군을 발견했다. 화면에서 김 군은 목공소 입구 쪽으로 갔으며 잠시 후 김 군이 목공소 쪽에서 나온 후 목공소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군은 “주운 라이터로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불을 붙인 다음 목공소 입구의 한 주민 집 앞에 있던 스티로폼 상자에 불을 붙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을 찍으려 하자 얼굴이 붉어졌다.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고개를 숙였다가 살짝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다시 숙였다. 처음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녕하세요.” 서툰 한국말로 인사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찹쌀떡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언니, 떡 좋아하세요? 거금 1만 원을 준 거예요.” 지난밤에 떡을 파는 우즈베키스탄 청년이 불쌍해 보여 샀다고 말했다. 》침묵이 다시 이어졌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기자를 다시 쳐다봤다. 망설이는 기색.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니, 물도 드세요.” 물통을 건네는 손이 떨렸다.자신의 한국어 발음이 이상한 점을 의식해서인지 한마디 한마디를 어려워했다. 이런 부끄러움은 몸동작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고개를 자주 숙이고, 깍지를 꼈다 풀었다 했다.하지만 음악이 시작됐을 때는 달랐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 ‘Till The World Ends’가 빠른 템포로 흘러나오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161cm의 아담한 몸이 바운스와 팝핀 등 격렬한 안무를 소화했다. 날카로운 눈빛은 전신거울의 정면을 1초도 떠나지 않았다.“춤을 추면 가슴이 뛰어요.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은데 가슴은 행복하게 뛰어요.” 곡홍영(曲紅英·20) 씨는 1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지하 연습실에서 1시간의 1차 연습을 마친 뒤 환하게 웃었다. 생머리가 흐트러지고, 얼굴은 땀범벅이었지만 행복한 표정.휴식시간은 10분. 홍영 씨는 2분이 지나기 전에 벌떡 일어나 거울 앞에 혼자 섰다. 손을 뻗는 동작을 할 때 손가락에 계속 힘이 빠진다고 안무가는 지적했다. 이 말을 입으로 웅얼거리며 동작을 수십 번 반복했다.홍영 씨는 올해 말 데뷔를 목표로 맹연습 중인 5인조 걸그룹 연습생 중 한 명이다.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고 광주에서 고양으로 올라왔다. 수다를 떨 때는 다른 멤버와 다를 바 없는 한국 소녀처럼 보인다. 하지만 긴 설명이 따라다닌다. 재혼으로 형성된 다문화가정의 자녀,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청소년.그는 중국 옌볜(延邊)을 떠나 혼자 한국 땅을 밟았다. 2007년 7월이었다. 중국인 어머니는 한국 남자와 재혼한 뒤 먼저 중국을 떠났다. 비행기에 오르면서 엄마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한국생활은 마냥 기쁘지 않았다. 아니, 힘들고 괴로웠다.“혼혈아야, 이민자야, 중국인이야?”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 그의 어눌한 말투를 들으면 어른과 어린이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홍영 씨는 엄마를 붙들고 내내 울었다.친구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교회도 찾아다니며 열심히 말을 걸었다. 하지만 비웃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너 말투 진짜 어리바리하고 웃긴다.” 얘기를 잘 들어주다가도 “왜 반말이야”라며 화를 버럭 내는 어른이 많았다. 존댓말을 잘 모르는 홍영 씨는 익숙한 말이 있는 옌볜이 그리워 울고 또 울었다.중국을 무시하는 시선도 참기 어려웠다. “중국에는 수박 없지? 이런 거 안 먹어봤지?” 입국 직후, 광주에서 지낼 때 자주 들었던 소리다. 어렵게 사귄 한국 친구는 홍영 씨를 집으로 초대해 놓고는 ‘짝퉁 공화국’ ‘더러운 나라’ ‘게으른 사람들’이라며 중국을 욕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엄마와 배 과수원에 갔을 때는 4만 원을 받았다. 같은 일을 하고도 한국인은 5만 원을 받았다.홍영 씨는 입국 한 달 뒤, 광주 새날학교에 등록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였다. 거기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주눅이 들어 있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미소가 감돌고, 눈빛이 변했다. 교사들은 이 모습을 눈여겨봤다. 그러고는 학교가 주관하는 외부 공연이나 교회 행사에 대표로 보냈다.새날학교는 중도 입국 청소년을 위해 8개월∼1년 동안 한국어를 필수로 배우도록 한다. 중도 탈락의 주원인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정규 교육과정을 밟게 하는 방식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한국어 실력이 늘자 홍영 씨는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김연경 교사(51)는 “홍영이가 일반 학교에 갔다면 언어 문제로 중도 탈락했을 것”이라며 “중도 입국한 아이들은 고등학생이라도 새 나라에서는 갓난아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일대일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노래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려고 돈을 벌었다. 과일 따기, 상자 포장, 공사장 철근 나르기…. 몸이 힘들었지만 광주와 인근 지역에서 열리는 가요대회는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기획사 오디션에도 10여 차례 응시했다. 더 큰 무대를 꿈꾸며 일과 노래와 춤을 배운 지 3년, 마침내 희소식이 날아왔다. 합격했으니 최대한 빨리 올라오라는. 올해 2월이었다.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 다니기로 했다. 다행히, 이 학교는 무학년제라서 3년 만에 반드시 졸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올 수 있다.어머니 왕춘향 씨(41)는 딸의 꿈을 반대한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평범하게 살기도 쉽지 않은데 가수로 성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딸이 중국어 통역 같은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어머니는 딸이 춤이나 노래 대신 한국어를 더 완벽하게 배우기를 원한다. 한국말에 여전히 서툰 불편함과 이국에서의 고생을 딸은 조금이라도 덜 겪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하지만 홍영 씨는 단호했다. 연락을 받고는 주저하지 않고 짐을 쌌다. 여행 가방 2개를 들고 배낭을 둘러메고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상경 넉 달째, 고양시의 두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지낸다. “민폐녀로 유명해요. 방음이 안 되는 방에서 노래 연습을 자주 하니까 옆방에서 조용히 하라며 벽을 꽝꽝 치고 난리죠.”두 달 전에는 고시원 주인과 옆방 할머니의 항의를 못 이겨 다른 고시원으로 옮겼다. 요즘은 화장실에서 연습을 한다. 좋아하는 연습곡, 린의 ‘사랑 다 거짓말’ 중에서 음이 올라가지 않는 부분을 수백 번 반복한다.열여섯 살, 한국에 들어올 때는 알 수 없는 땅을 밟았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그는 또박또박 얘기했다.“이제 저는 남은 꿈만 이루면 돼요. 무섭거나 그런 건 없어요. 한국에서 당당히 꿈을 이루면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빨리 큰 무대에 서고 싶어요.”고양=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방아세포종증을 앓던 김민희(가명·13) 양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지방아세포종증은 어린 지방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조직과 뼈로 빠르게 퍼지는 병이다. 실제로는 악성종양보다 전이 속도가 빠르고 약이나 방사선 치료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악성 중의 악성’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부터 얼굴에 이 증상이 나타난 김 양은 종양을 제거하느라 얼굴의 상당 부분에서 조직과 뼈를 제거했다. 안구 뒤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종양은 점점 안구를 뒤에서 밀어내며 무섭게 자랐다. 계속 방치할 경우 뇌로 전이돼 사망할 수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결국 이를 막고자 2009년 왼쪽 눈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자라고 전이되는 종양 탓에 김 양은 발병부터 최근까지 20차례가 넘는 종양 제거 및 조직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비 및 치료비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족에게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미 수술비로 진 빚이 5000여만 원. 약품회사 창고 관리직으로 일하는 김 양의 아버지가 받는 월급 170만여 원으로 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여기에다 김 양의 아버지도 지난달 위암 중기 판정을 받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김 양이 다시 한 번 수술을 받게 된 것은 통신업체 LG유플러스의 기부 캠페인 덕분이다. LG유플러스는 올 2월까지만 해도 가입자들이 통신비 청구서를 지로 용지 대신 모바일 청구서로 받을 경우 절감되는 비용 200원을 요금에서 깎아줬다. 그러나 3월부터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수술비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34만여 명. 금액은 7000만여 원이 적립됐다. 이 돈은 김 양은 물론이고 ‘선천성 심장병, 시청각 장애 있음’이라는 메모 한 장과 함께 버려진 6개월 된 이모 군에게 심장병 수술을 해주는 등 두 달여 동안 7명의 아이에게 ‘기적’을 선물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수술이 끝난 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잊은 채 환하게 웃었다. “저는 무슨 병에 걸리든 상관없어요. 우리 민희가 예쁜 얼굴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200원을 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는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 중 중이염 증세를 호소하다 자살한 정모 훈련병(20)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정 훈련병이 치료받을 권리 등을 침해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해당 지휘관에 대한 징계조치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군의관들의 의료 조치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뒤 “하지만 정 훈련병이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면서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 훈련병이 자살하게 한 데 지휘관들에게 일정 책임이 있다”며 해당 훈련소 소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관리책임자 징계와 상급병원 외진 시 관련 의료기록 송부 의무화, 보호관심 사병 지정 및 관리 등에 관한 세부계획 수립 등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책이 말한다?’ 17일 오후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삼성학술정보관에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 대학이 축제 기간에 마련한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 행사. ‘리빙 라이브러리’란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처럼 행사에 참여하는 유명인이나 교수 등 ‘사람’을 대출받아 그들로부터 각종 경험과 지혜를 듣는 자리다. 이날 대출된 ‘책’에는 이 대학 김준영 총장,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 한 달에 책 30권을 읽었다는 재학생 이지현 씨(23·여·신소재공학과4)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자신을 대출한 200여 명의 학생과 열띤 대화를 나눴다. 대학 캠퍼스 정보를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청년 창업가인 박 대표는 자신을 대출 신청한 학생들에게 창업 방법, 사업 실패담 등을 생생한 경험을 통해 전달했다. 결국 대출 시간인 20분을 넘겨 ‘대출 연장’을 해야 했다. 이날 가장 많은 학생에게 대출된 사람은 서 교수로 제한 인원 15명의 두 배가 넘는 30여 명에게서 대출 신청을 받았다. 서 교수는 한 남학생이 “교직이수, 복수전공, 영화 촬영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뭘 먼저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하자 “아직 어리니까 하고 싶은 것을 일단 다 접촉해보고 나서 잘할 수 있는 걸 추려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에 손을 대면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없는 면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로 20대 때 외국인 대부분이 한국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한국 홍보전문가의 길을 택하게 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김 총장은 “총장이 된 지금도 매 순간 역경을 극복하며 살고 있다”며 “지금처럼 서로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삶에서 다가올 역경을 더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7일 새벽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생겨 출퇴근길에 혼잡이 빚어졌다. 불이 붙어 파손된 배전설비는 이날 오후 10시 45분경에야 완전 복구됐다. 이날 화재는 오전 4시경 4호선 한성대입구역 배전설비에 불이 붙으며 일어났다. 불은 5분 만에 잡혔지만 선로와 연결된 케이블에 이상이 생겨 열차 신호 시스템 작동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혜화역에서 성신여대입구역까지 열차를 수신호로 통제해야 해 열차운행이 지연됐다. 평소대로라면 배차 간격이 2분 30초로 유지돼야 했지만 완전 복구될 때까지 5분 안팎의 들쭉날쭉한 상태로 운행됐다. 서울메트로는 “연마차로 선로를 다듬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선로 옆에 있는 케이블에 불꽃이 옮아붙어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화재로 출퇴근길 시민들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회사원 김모 씨(34)는 “아침 출근 때부터 지하철이 제대로 안 다녔는데 퇴근 때까지 복구가 안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