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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 씨(38)가 여덟 살 연하인 동료배우 이지아 씨와 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20일 자신의 팬클럽인 ‘영화인’ 홈페이지에 “마음 가는 새로운 친구가 생겨 드라마 종료 후부터 즐거운 시간을 함께 갖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이날 자신의 생일을 맞아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연 비공개 팬미팅에서 팬들의 교제 질문에 “(이지아와) 대화가 잘 통해서 좋았다. 예쁘게 봐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와 이 씨는 지난달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함께 출연했으며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함께 거니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열애 중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인터넷 독신자클럽의 오프라인 정모 자리. 시각장애인 레지나는 아름다운 얼굴과 풍만한 가슴으로 남자 회원들의 눈길을 모은다. 남자들은 부축한다며 슬쩍 팔꿈치를 그녀의 가슴에 댄다. 얼마 뒤 레지나는 모텔에서 회원들에게 성폭행당한다. 도와 달라는 레지나의 호출을 받고 달려간 민우에게 레지나는 말한다. “오늘 날 데려다 주시면, 있잖아요. 언젠가 꼭 자 드릴게요.” 민우는 레지나를 도와주지만 관계는 맺지 않는다. 그가 윤리적이어서? 아니다. 그녀가 곤경에 빠질 때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게 귀찮았고, 더 솔직하게는 책임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앞 못 보는 그녀 앞에서 수음한다. 작품은 솔직하다. 장애인에 대한 연민도 동정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에게 평등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힘들고, 장애인 간에도 극심한 우열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냉철히 바라본다. 인물들은 통상적인 윤리관에서 비켜나 있다. 야간상고 교사인 민우는 10년 넘게 남성 언어장애인 세키와 동거를 하고 있지만 레지나를 연모하며, 레지나의 여동생인 자신의 제자 아녜스를 임신시킨다. 하지만 민우조차 정신분열증 아버지 때문에 우울한 유년기를 보낸 탓에 정신병을 앓는다. 사회적 소수자인 인물들은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엇갈리고, 분노하며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자극적이되 가볍지 않고, 비일상성 속에 날것의 현실을 투영한다. “장애인 문제를 다루되 구질구질하게 쓰고 싶지 않았다.” 2001년 등단해 9년 만에 첫 장편을 낸 저자의 말이다. 장애인들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들을 삶의 주체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 말 못하는 남자(세키)가 앞을 못 보는 여자(레지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다 누군지 모르기에 공포감을 느낀 여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장면처럼 그들의 현실은 가혹하고 슬프다. 작품에 ‘아일랜드 식탁’은 나오지 않는다. 최근 신혼부부들에게 이런 이름의 식탁이 인기여서 ‘새 희망’의 의미로 제목에 썼다고 저자는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수명 시인(46·사진)이 월간 현대시가 주관하는 현대시작품상 제12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4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 시인은 시 ‘비인칭 그래프’ 등을 통해 개성적인 시문법을 보여준 점이 인정됐다. 상금은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9월 열릴 예정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7년 전 어느 날 밤. 아버지는 한동네에 사는 소녀를 우발적으로 죽여 댐에 밀어넣었다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남겨진 아들은 ‘살인자의 자식’이란 굴레를 쓰고 살아가다 발신지가 없는 소포로 소설 한 권을 받는다. 소설에는 7년 전 그 밤에 대한 숨겨진 진실이 들어 있다. 작품은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심박동 수를 높인다.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저자가 2년 만에 내놓은 작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MOVIE◆킹스 스피치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1939년 왕위에 오른 영국 왕 조지 6세.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더더더…” 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와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 그리고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2차 세계 대전의 와중에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을 위해 말더듬이 왕은 괴짜 언어 치료사 로그를 만난다. 톰 후퍼 감독. 콜린 퍼스, 제프리 러쉬, 헬레나 본햄 카터 출연. 17일 개봉. 12세 이상.20자평: 아카데미가 선택한 심심함 혹은 과거에 대한 향수. ★★★ (이상용)특명! 그의 말문을 열어 세계의 평화를 유지케하라 ★★★★ (정지욱)◆웨이백1940년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라 불리는 ‘캠프 105’에서 7명의 수감자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시베리아의 살인적인 추위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죽음의 땅 고비사막의 폭염을 이겨내며 자유를 찾아 6500km를 걸어 인도에 다다른다. 실화의 실제 주인공 슬라보미르 라비치가 쓴 회고록은 18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피터 위어 감독. 에드 해리스, 짐 스터게스, 시얼샤 로넌 출연. 17일 개봉. 12세 이상.20자평: 홀로코스트 영화로 시작해 탈옥영화로 그리고 모험영화로 뒤바뀌는 묘한 전개. ★★☆ (이상용)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유를 향한 끝없는 절규 ★★★ (정지욱)◆두만강중국 옌볜 조선족 자치주와 북한 함경도를 사이에 둔 두만강 변에 할아버지와 누이와 함께 사는 12세 창호. 그는 식량을 구하려고 강을 넘나드는 또래의 북한 소년 정진과 친구가 된다. 하지만 창호는 누이 순희가 탈북 청년에게 겁탈당한 사실을 알게 되고 정진과의 관계도 멀어진다. 그래도 정진은 아랫마을 아이들과 축구시합을 하자던 창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다시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마을에 나타난다. 장률 감독. 윤란, 이경림 출연. 17일 개봉. 15세 이상. 20자평: ‘망종’ 이후 장률 감독의 또 다른 성취. ★★★★ (이상용)가만 가만 누르는 가슴에 숨이 막힌다 ★★★☆ (정지욱)◆달빛 길어올리기7급 공무원 필용은 3년 전 아내 효경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들며 산다. 퇴직 전에 5급 사무관이라도 돼보려던 그는 새로 부임한 상사가 한지에 관심이 있는 걸 알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다.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지원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필용의 계획을 알게 되고 여기에 동참한다. 임권택 감독,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 출연. 17일 개봉. 15세 이상. 20자평: 전통을 향한 운명적 사랑과 운명애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열정. ★★★ (이상용)고품격 문화 다큐의 장점만 있다 ★★☆ (정지욱)▶dongA.com에 동영상■ CONCERT◆이적 소극장 콘서트‘다행이다’ 등의 노래로 꾸준히 사랑받는 이적의 소극장 콘서트. 뛰어난 가창력으로 공연장에서 더 빛이 나는 이적은 기타와 피아노로 어쿠스틱한 공연을 선보인다. 6만6000원. 18일 오후 8시, 19·20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 1544-1555 ◆이동준 ‘Piano montage’ 콘서트 영화 ‘쉬리’ ‘은행나무침대’, 드라마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의 음악 감독을 맡아 온 이동준의 음악이 클래식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손길을 통해 전해진다. 4만 원. 18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데빌화수목. 02-582-4098◆파 이스트 무브먼트 내한공연한국계 멤버 2명이 소속된 4인조 힙합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 한국계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던 이들이 ‘라이크 어 G6’ 등 신나는 음악을 선보인다. 8만8000원. 19일 오후 9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비스타홀. 02-323-2838◆슬래시 콘서트밴드 건스 앤드 로지스의 기타리스트였던 슬래시의 첫 단독 공연. ‘짐승 기타리스트’란 별명으로 불리며 열정적인 그가 ‘벨벳 리볼버’와 ‘파라다이스 시티’ 등을 선보인다. 9만9000원. 20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홀. 02-3141-3488■ PERFORMANCE◆뮤지컬 광화문연가서정적 발라드로 일세를 풍미했던 작곡가 고 이영훈의 대표곡을 엮어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이지나 연출. 윤도현 송창의 박정환 리사 김무열 출연. 3만∼13만 원. 20일∼4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666-8662◆상사몽궁녀와 선비의 비련의 사랑을 그린 한문소설을 무대화했다. 거문고와 기타, 마루와 모래, 시와 사랑의 드라마. 양정웅 각색·연출. 김진곤 남승혜 정해균 김상보 김지연 강보라 성민재 출연. 2만5000원. 20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02-889-3561, 2◆이웃집쌀통골목길 버려진 쌀통에서 어린아이의 손가락이 발견되면서 동네 아줌마들의 쇼가 시작된다.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당선작. 김란이 작. 선욱현 연출. 김곽경희 우승림 우진식 김소영 출연. 2만5000원. 5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02-762-0010◆장석조네 사람들김소진의 장편연작소설 중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서 만든 마당극. 김재엽 연출. 이정은 선명균 백운철 우돈기 이갑선 출연. 1만5000∼2만 원.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745-4566■ CLASSICAL◆스프링 클래식금난새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피아니스트 지용이 함께 여는 봄맞이 무대.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과 교향곡 제5번 c단조 Op.67 운명 등을 연주. 2만∼3만 원. 19일 오후 5시 인천 부평구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032-500-2000◆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대구오페라하우스가 해설이 있는 오페라 공연으로 마련한 ‘아하! 오페라’ 시리즈 첫 번째 공연. 조반니 베르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피에트로 마스카니가 곡을 붙였다. 1만∼2만 원. 19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대구오페라하우스. 053-666-6000◆로마의 소나무대전시립교향악단의 세 번째 마스터스 시리즈. 프란체스코 라 베키아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레스피기의 ‘로마의 분수’ 등을 선보인다. 첼리스트 지진경 씨 협연. 5000∼3만 원. 18일 오후 7시 반 대전 서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042-610-2222◆차이콥스키 스트링 콰르텟 내한공연니콜라이 사첸코(제1바이올린), 키릴 로딘(첼로), 자하르 말라호프(제2바이올린), 드미트리 우소프(비올라) 등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 차이콥스키 4중주의 진수를 선보인다. 4만∼15만 원. 1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EXHIBITION◆이재삼 전작가는 경남 합천의 송림, 지리산의 천년송 등 오래된 소나무를 찾아다니며 달빛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나무를 목탄으로 되살려냈다. “목탄은 ‘검은색’이 아닌 ‘검은 공간’이다. 이것은 드로잉의 재료가 아닌 회화이다. 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숲을 환생시키는 영혼으로서의 표현체”란 철학을 담은 작품들.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 02-725-1020◆시적 추상-최선호 전중견작가의 19번째 개인전. 미니멀한 색면추상 작품과 함께 새롭게 시도한 추상표현형식의 회화를 내놓았다. 에베레스트 등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작에선 뜨거운 감성이 꿈틀댄다.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선컨템퍼러리. 02-720-5789◆Something between Us-최은혜 전신진작가의 첫 개인전. 공간 속 빛의 변주를 주제로 한 드로잉과 유화 등 20여 점을 전시. 시공간의 교감, 빛의 여정을 거쳐 또 다른 공간이 탄생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했다.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스페이스 함 갤러리. 02 -3475-9126◆Elsewhere-테레사 코레아전생명력 넘치는 원시적 자연의 풍광을 포착한 흑백사진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출신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섬의 자연과 인간, 시간의 기원을 찾는 작업을 해왔다. 4월6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봄. 02-514-4677}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잔 카를로 메노티(1911∼2007)는 1986년 김자경오페라단이 오페라 ‘메디엄(영매·靈媒)’을 공연할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은 뒤 깜짝 놀랐다. “와, 이렇게 큰 극장에서 어떻게 공연하죠?” 미국에선 주로 소극장 무대에 올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옆에 서 있던 김자경 단장은 “2년 뒤 올림픽 때도 이 무대에 서야 하는데요, 뭘”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뒤 메노티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경축전야제 작품으로 ‘시집가는 날’을 직접 작곡해 무대에 올리며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 작곡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자리가 열린다. 13회를 맞은 한국소극장 오페라축제. ‘현대오페라 세계로의 초대’를 부제로 메노티를 비롯한 20세기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조명한다. 코리아체임버오페라단 세종오페라단 등 7개 오페라단체가 8개 작품을 17∼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4월 3∼1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8개 작품 가운데 절반이 메노티 작품이다. 메노티의 대표작인 ‘메디엄’과 ‘노처녀와 도둑’은 24∼27일 서울오페라앙상블과 세종오페라단이 하루 저녁에 연속 공연한다. ‘메디엄’은 죽은 이와 산 자를 연결해주는 ‘매개자’란 뜻. 영매의 집에서 일어나는 주술의식의 허위와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파헤쳤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20세기 미국 사회를 그린 오페라 작품들을 소극장에서 펼친다는 점에서 기존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옛 오페라와는 다르다. 영화로 치면 독립영화처럼 소재와 형식에서 다양함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노티 작품 외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오페라인 벤저민 브리튼의 ‘굴뚝청소부 쌤’(17∼20일), 남녀의 외도를 주제로 한 세이무어 배럽의 ‘버섯피자’(4월 3∼10일)도 공연한다. 달이 떨어진 한 동네의 해프닝을 그린 ‘달님’과 농부의 딸에서 왕비가 된 지혜로운 여인의 얘기를 그린 ‘현명한 여인’ 등 독일 현대 작곡가 카를 오르프의 작품들은 4월 14∼17일 폐막작으로 오른다. 3만∼5만 원. 1544-1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조정권(62) 이하석(63) 최동호 시인(63) 등 예순이 넘은 시인들이 새 시집을 내며 시단에 새로운 담론을 던졌다. 이른바 ‘극(極)서정시 운동’이다. 세 시인은 15일 간담회를 열고 “오늘날 시의 위기는 독자들과의 소통 부재에서 왔다. 난해하고 기괴한 시보다는 짧고 함축적이며 서정적인 시로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 시인은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 이 시인은 ‘상응’, 최 시인은 ‘얼음 얼굴’(이상 서정시학)을 나란히 선보였다. 세 시인 모두 반년 전부터 출간 준비를 해왔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씨는 “의미론적 하중(荷重)에 지쳐 있는 한국 시단에서 중견 시인들이 언어의 율동, 감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기회다. 몇 년 전 젊은 시인들이 환상과 실험적 성격의 시를 보여줬던 것의 대척점에 위치한 서정시의 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집들을 묶는 개념인 ‘극서정시’란 무엇일까. 서정시학 주간을 맡고 있는 최 시인은 “짧고 간결한 시로 소통 가능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써보자는 얘기다. 예술사적으로 보면 시의 미니멀리즘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아주 명징한 시’다”라고 말했다. 조 시인은 “개념이 아직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언어의 경제학’을 지향하는 서정시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극서정시는 대개 짧고 압축적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긴 여운과 명상의 몫을 남겨둔다. ‘매화 날리는 강가 달매화 뜬다 파 한 단 달 따라간다’(조정권 ‘달매화’ 전문). ‘활짝 핀 나팔꽃/콧구멍//발굽 밑 뽀얗게 굶주린/대지//자욱한 구름 위로 날 선/말갈기//흙먼지 하얗게 들끓는/땀방울’(최동호 ‘경마장’ 전문). 시집 모두가 한두 행이 전부인 시들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이 시인의 ‘구름의 들’ ‘나무에 대하여’ 등은 다음 장까지 넘어갈 정도로 길다. 조 시인은 “반드시 짧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시 언어들이 너무 과소비로 치달아 왔고 언어를 혹사, 학대하고 거칠게 다뤄온 것을 반성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정시학은 1호부터 시작한 기존 시선 외에 101호부터 시작하는 ‘극서정시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할 계획이다. 시집은 작고 얇아졌다. 이번 시집은 가로 12.7cm, 세로 19.5cm로 기존 시집보다 각각 1∼2cm가량 작다. 보통 시집에 시 50∼60편이 들어가지만 이번 시집들은 30∼40편을 담았다. 이 시인은 “최근 시집이 두꺼운 데다 시도 길어서 독자들에게 부담이 많이 됐다. 읽는 부담을 줄여주는 그런 시집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길 원로시인과 오세영 유안진 시인도 4월 말쯤 함께 극서정시 시집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 시인은 “기존 대형 출판사들의 시집들과는 색깔이 다른 시선을 낼 예정이다. 취지에 공감하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문을 개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국내 소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집계하는 종합베스트셀러 상위 10위 목록에서 지난해 9월엔 상위 10위 목록에 소설이 6권으로 절반을 넘었으나 올해 들어 1월에는 세 권, 2월은 한 권으로 줄었다. 이어 3월 첫 주(3월 3∼9일)에 들어서는 문학 인문 사회 생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집계한 종합 10위 내에 소설이 단 한 권도 들지 못했다.》 ■ 예스24 3월 첫주 ‘톱10’에 1권도 못 올라같은 주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위, 마이클 샌델의 사회 부문 서적 ‘정의란 무엇인가’가 2위였다. 3∼10위는 자기관리서와 생활정보 서적이 두 권씩, 교육 종교 에세이가 한 권씩 차지했다. 상위 20위권까지의 목록에서도 소설은 김진명 씨의 신간 장편 ‘고구려 1’ 12위,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가 13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최근 들어 이처럼 소설이 판매 불황에 시달리는 것은 국내외 유명 소설가들의 신작이 없는 탓도 있다. 신경림 공지영 김훈 이문열 씨 등 국내 인기 소설가들이 신작을 내지 않고 있는 데다 ‘연금술사’의 파울루 코엘류, ‘개미’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국내 인지도가 높은 외국 소설가들의 신작도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몇몇 유명 소설가가 신작을 내지 않으면 소설 판매 전체가 침체로 빠져드는 ‘스타 소설가 독식’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정의란 무엇인가’가 차지한 데서 보듯 사회 에세이 관련 서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소설 불황’의 이유로 꼽힌다. 도서출판 밝은세상 김석원 대표는 “에세이나 경제서 등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층이 증가한 데다 소설을 구매해도 몇몇 유명 소설가에만 독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망한 소설가를 새로 발굴해도 좀처럼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설 시장이 축소되고 한정된 시장마저 소수 유명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중견 및 신인 작가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박민규 김영하 김애란 씨 등 등단 10년 내외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작가의 작품도 2만∼3만 부 판매에 그치고 신인 작가들은 초판(2500∼3000부)을 소화하는 비율이 채 절반이 안 된다는 것이 출판인들의 설명이다. 신인 소설가 최제훈 씨의 ‘퀴르발 남작의 성’은 지난해 9월 출간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출간 반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부수는 7000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견 및 신인 소설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전략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후성 21세기북스 문학주간은 “미국 잡지 뉴요커가 지난해 ‘20 언더 40’이란 제목으로 40세 이하 신예 작가 20명을 골라 집중 조명한 것처럼 유능한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 가면 유명 작가의 작품은 네댓 곳에 중복돼 전시되는 반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마음먹고 찾으려 해도 찾기 어렵다. 이런 ‘노출 차이’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자신이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환 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의 장르가 불분명해지고 더는 새로운 실험적 소설 형식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평단의 평은 높지 않지만 독자에게 꾸준히 관심을 받는 몇몇 소설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작가들도) 대중성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수취 거부 우편함엔 방부제 같은 먼지만 쌓여 가고/휘휘친친 거미줄 감으며/홀로 잠들 그물 침대 깁고 있어요/애당초 천국이란 건 없었으니/이곳이 지옥일 리 없죠//나는 뻐덩뻐덩 말라 가는 물고기/누구든 내 영혼을 사 가세요/비싸게 굴 이유가 없죠.’ 1990년 등단한 시인은 시 ‘근황’을 통해 그동안 외롭고 치열했던 집필 기간을 전한다. 그는 1994년 문법을 무시하는 한 편의 장시로 된 시집 ‘붉은 기호등’을 내놨지만 문단의 엇갈린 평을 받았고, 절필했다. 이 시집은 2003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한 시들을 묶은 것으로 사실상 등단 21년 만의 첫 시집이다. ‘꽃 피었어요 달도 떴구요/발그레한 봉오리 하나 꺾어 안고 춤추는 밤/…’(‘춘화1’에서), ‘한 잔의/태양’(‘낮술’ 전문)처럼 시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인 박정대 씨는 “생을 온 마음으로 연주하며 지금에 이른 김요일의 시는 더욱 넓고 깊어졌다”며 돌아온 문우를 반겼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화려한 싱글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20, 30대 여성들의 현실은 다이아몬드보다는 ‘큐빅’같이 이상과 어긋난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등 두 편의 장편을 통해 싱글 여성들의 일상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저자가 8편의 단편을 묶어낸 첫 소설집. 다양한 인간 군상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가족드라마’에선 고깃집 일가족의 모습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진다. 극심한 변비로 고생하다가 홀연 집을 나간 뒤 유방암에 걸린 아버지, 집안일보다 드라마가 중요한 엄마, 도박중독에 빠진 삼촌, 외모지상주의자인 여동생, 그리고 삼류 잡지사 기자인 나까지. 해체된 가족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단편 ‘아주 보통의 연애’는 잡지사 관리팀 여직원이 짝사랑하는 남자 직원의 영수증을 처리하며 연애감정을 키운다는 얘기를 감각적으로 그렸다.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은 등단작 ‘고양이 산티’도 수록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가 좀 사는 데 서투른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결례, 실례도 많이 했지만 그것을 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문학이 있으니까 사는 건 서툴러도 되겠구나 생각했죠. 여생은 성실히, 성심껏 황소가 뚜벅뚜벅 걸어가듯이 넉넉하게 인생을 살겠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호철 팔순 기념회’에서 여든을 맞은 소설가 이호철 씨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200여 참석자에게 이같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작가는 6·25전쟁 때 월남해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등단했다. 196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서울은 만원이다’를 비롯해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을 발표하며 대표적 ‘분단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호철 선생은 소설로, 저는 평론으로 비슷한 시기에 등단했다. 우리 시대는 일제강점기 때는 배고팠고, 젊었을 때는 (전쟁으로) 피 흘리며 어렵게 살았다. 팔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장은 “후배들을 아끼는 대인적 풍모가 있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최일남 한말숙 이어령 이근배 씨 등 문인과 지인 87명의 글을 모아 만든 팔순 기념문집 ‘큰 산과 나’ 출간기념회와 이호철문학재단의 발족식도 함께 열렸다.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동하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 시인 신경림 성찬경 씨, 소설가 방영웅 김원일 씨 등 문인들과 가야금 명인 황병기 씨,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참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老작가와 묘령 여인의 여행 다룬 ‘항항포포’ 펴내 ‘다산’ ‘추사’ 등 굵직한 역사소설을 주로 써온 소설가 한승원 씨가 일흔 둘의 나이에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을 펴냈다. 제목은 ‘항구와 포구들’이라는 뜻의 항항포포(港港浦浦·현대문학). 예순이 넘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여제자와 사랑에 빠지고, 제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잊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다시 묘령의 여인과 동행한다는 줄거리. 번뇌하는 비구니의 얘기를 다루며 불교에 심취(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했거나 정약용(‘다산’) 김정희(‘추사’) 등 역사적 인물을 진중하게 다뤘던 그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단단히 마음먹고 시도한 문학적 변신이다. 한 씨는 6일 “소설가가 한편 한편 소설을 쓰는 것은 껍질을 벗는 것과 같다. 이 작품에서는 젊은 감각으로 감각적인 글을 아름답게 쓰고 싶었고, 이제 그것(그 변신)을 독자로부터 확인받고 싶다”며 웃었다. 작품 속에는 그의 요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인 베스트셀러 소설가 임종산은 자신을 ‘서재에 갇혀 사는 무기수’ ‘자본주의 세상에 적응하며 살기 위해 돈이 되는 글을 쓰는 노역(勞役)의 무기수’라고 부른다. 아내에게 “나 지금 살고 있는 것이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어쩌는지 알 수가 없어”라고 말하곤 훌쩍 여행을 떠난다. 작가 한 씨와 주인공은 얼마나 겹치는 것일까. “임종산은 제 분신과도 같은 존재예요. 요즘 들어 제가 길을 잃어버리고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버렸고, 그 길을 다시 찾아간다는 일종의 구도(求道)적 소설이죠.” 임종산은 출강하던 학교 제자인 소연과 애정 행각을 벌이지만 소연은 암으로 죽는다. 소연을 잊기 위해 집을 떠난 임종산은 여행길에 우연히 자신을 유혹하는 미스코리아 광주 진 출신의 묘연을 만나 함께 여행한다. 조폭의 아내였던 묘연은 집을 도망쳐 나와 쫓기는 상황. 조폭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임종산과 묘연은 흑산도, 홍도, 목포항, 제주도, 해남, 포항, 울릉도까지 해안선을 따라 도피여행을 한다. 소설 곳곳에서 고혹적인 장면을 엿볼 수 있다. 묘연은 임종산과의 첫 만남에서 “선생님, 저 주워가지고 가세요”라며 접근한다. 묘연이 꽃뱀이라고 의심하던 임종산은 아리따운 그의 끈질긴 구애에 “저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돈뿐입니다. 좋은 세월과 함께 젊음은 깡그리 흘러갔고…”라며 마침내 받아들인다. 이들의 제주 우도 데이트의 한 장면은 어떤가. “그가 묘연에게 우리 말 탑시다, 하고 말했다. 그가 말한 ‘우리’라는 말이 그녀의 가슴을 덥게 만들었다. 그녀가 화들짝 웃으며, 좋아요,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장면을 상세히 다룬 데 대해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작가는 “허허. 주변 문인들이 농을 많이 걸겠지요”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소설가 남편 관리를 충실하게 하는 내 순한 아내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책에 넣었다. 작품 곳곳엔 아름다운 섬과 항구들을 배경으로 농어회, 자연산 전복, 자리돔물회, 꽃게탕, 가자미회무침 등 각종 별미가 등장한다. 여행 책자로도 손색없을 정도. “한 편의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영상미를 살렸습니다. 책에 소개된 장소들을 답사하며 주인공의 대화를 되짚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겁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식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마침 한식을 다룬 노래도 많거든요. 이런 곡들로 ‘한식 콘서트’를 만들고 싶었죠.” 오세종 서울시합창단장(64·사진)은 23, 24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시골밥상 콘서트’를 여는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콘서트 순서를 보면 군침이 절로 돈다. ‘꽁보리밥’ ‘내 사랑 김치’ ‘월드비빔밥’ ‘산낙지를 위하여’ ‘냉면’ ‘자장면’ ‘막걸리’ ‘메밀묵 사려’ 등 맛난 음식이 가득하다. 메뉴판을 보는 듯하고, 이런 곡들이 실제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음식과 관련된 곡을 찾느라 여러 작곡가에게 전화도 하고 여러 자료도 살펴봤지요. 음식 노래가 많아 저도 놀랐습니다.” ‘내 사랑 김치’는 가사만 봐도 정겹다. ‘아무리 풍∼성한 식탁이∼라∼도 김치가∼ 없∼으면 밥맛이 밥맛이 정∼말 밥맛이 없어∼요’라고 시작해 중반에는 배추김치 하얀백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나박김치 등 김치 종류를 바쁘게 나열한다. 반면에 ‘시래기’는 사뭇 진지하다. ‘껍데기라∼고 얕보지 말∼라 함부로 함∼부로 얕∼보지 말∼라 정월이라 대보름날 오곡밥에 아홉 가지 묵은 나물 중에 시래기가 으뜸 아니던∼가.’ “작사가 탁계석 씨가 직접 식당 주인장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해설에 나섭니다. 저는 객석으로 내려가 ‘좋다’ ‘캬∼ 시원하다’ 등 추임새를 넣죠.” ‘그림의 떡’에 그치는 공연은 아니다. 막걸리 제조회사 ‘천둥소리’의 지원을 받아 하루 200병씩 총 400병의 막걸리를 공연 뒤 관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 24일에는 인근 고깃집에서 열리는 뒤풀이에 관객들을 초대할 계획이다. 오 단장의 이색 합창 공연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오 단장은 그해 5월 비보이와 함께하는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비보이와 만나다’를 무대에 올렸고, 12월에서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부를 때 관객 400명이 함께 일어나 합창하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관객들이 합창 공연은 재미있거나 특이하지 않으면 선뜻 보려 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고민이 많죠.”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오 단장은 서울시합창단이 “확 변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단다. “우리 합창단이 경직돼 있고, 몸과 마음이 풀리지 않았어요. 아직 악기(단원)를 클리닝하는 과정이에요. 앞으로 더 맑고 깊은 화음을 선사할 수 있을 겁니다.” 02-399-1779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고은 시인(78·사진)이 지난달 24일 미국 ‘컨템퍼러리 아츠 에듀케이셔널 프로젝트’가 주관하는 ‘아메리카 어워드’의 2011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4년에 제정된 이 상은 세계문학에 기여한 문인에게 주어지는 공로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와 포르투갈 작가 조제 사라마구 등이 받았으며 아시아 문인으로는 2003년에 수상한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이후 두 번째다. 고 시인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반기에 시집 두세 권을 낼 예정으로 작업 중이어서 시상식에는 못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수많은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 봤지만 신랑이 부케를 들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얼굴이 홍당무가 된 나이 쉰의 노총각 신랑은 그제야 슬며시 동갑내기 신부에게 부케를 건넸다. 축가를 맡은 가수 안치환 씨는 “파격적인 결혼식이니 저도 신나는 노래를 부르겠습니다”라며 직접 기타를 들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했다. 150여 석 좌석과 식장 뒤, 양옆을 가득 메운 300여 친척과 문우들도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흥겨운 한바탕 잔치였다. ‘문단의 대표 노총각 시인’인 함민복 시인(50)이 동갑내기 제자 박영숙 씨를 아내로 맞았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학연금회관 2층. 결혼식장 앞에는 이육사문학관이 보낸 ‘문단의 쾌거’라고 쓰인 화환이 하객을 맞았다. 함 시인은 7년 전 경기 김포시에서 시창작교실 강의를 하다 수업을 들으러 온 신부를 만났다. 2년여 전부터 인천 강화군에서 함께 살다 이날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구순인 신부의 어머니가 5남 5녀 중 막내인 신부의 결혼식을 꼭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 1988년 등단한 그는 ‘말랑말랑한 힘’ 등 4편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 가난과 외로움 등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서정적 시로 주목을 받았다. 1996년엔 월세방을 구해 강화 동막해변으로 들어갔다. 홀로 외딴곳에서 생활하며 시 창작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 문우들은 걱정이 컸다. 그래서인지 식장을 찾은 문인들은 묵은 근심이 다 풀리는 듯 환한 모습이었다. 김요일 시인은 “강화도에 가면 혼자 사는 노총각이 궁상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 여름에 가도 추워 보였다. 결혼을 하니 내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시인인 아내 김소연 씨와 함께 온 함성호 시인은 “결혼은 안하고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이 말이 좀 미안했던지 함 씨는 곧바로 “결혼 이후에는 더 따뜻한 시가 나오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이날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소설가 김훈 씨의 주례였다. 김 씨는 “아침에 나올 때 주례를 하러 간다고 했더니 아내가 ‘당신 자신이 좀 새로운 인간이 되라’고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신랑 신부는 강화에서 인삼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신랑이 6개월 동안 가게를 보면서 딱 두 번 팔았다는군요. 매출은 7만1000원. 제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했죠. 그런데 그중 한 번은 손님이 카드로 계산하려고 하는데 (함 시인이) ‘매출도 적은데 수수료 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현금으로 받았대요. 그래서 제가 ‘그건 잘했다’라고 했죠.” 김 씨는 “사랑을 생활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주례를 마쳤다. 시인 이정록 씨는 축시 ‘우주의 놀이’를 낭독했다. ‘…/살림을 차린다는 것은,/새싹 신랑신부의/영원한 소꿉놀이입니다./사랑사랑, 배냇짓 춤입니다./화촉을 밝히는 순간,/태초가 열립니다. 거룩한/우주의 놀이가 탄생합니다’ 이날 장석남 박형준 권대웅 우대식 유정룡 이문재 조동범 손택수 문태준 씨 등 시인 소설가 70여 명이 식장을 찾았다. 식이 끝난 뒤 함 씨 부부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처음 비행기를 탄다는 신랑 함 씨의 얼굴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시종 환했다. “남들은 20, 30년 전 한 건데 쑥스럽네요. 문단엔 아직 노총각인 분이 꽤 있어요. 40대 노총각에게는 희망을 주고, 50대 후반 이상 분에게는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은 대한제국 말기 우리 역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작품이 주목한 것은 면암 최익현(1833∼1907). 한반도가 일본에 강제 병합되는 역사적 격동기, 실천하는 지성으로 활동했던 면암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일본이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키자 면암은 제자들을 불러 모아 나라의 위기를 알린다. “왜국과 같이 작은 나라가 노서아와 같은 큰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아시아를 평정하자는 속셈인데…, 그것이 바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고 조선을 집어삼키겠다는 흉계가 아니냐.” 같은 달 일본의 전쟁 수행에 대해 대한제국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한일의정서가 체결되자 면암은 경운궁 앞에서 상소를 올린다. “온 나라의 땅덩이를 왜적들에게 송두리째 내주고자 하시지 않고서야 어찌 그와 같은 망국의 의정서가 맺어질 수 있습니까.” 팩션의 상상력은 이 광경을 지켜본 이토 히로부미가 경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일본이라면 상급 무사에게 언성만 높여도 그 자리에서 살해되는데 임금에게 직언상소하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게 조선이 5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법도인가.’ 단호하고 강건한 인물로 그려지는 고종 황제, 확고한 신념의 충신으로 그려지는 충정공 민영환의 모습도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1905년 11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이 체결되면서 이야기는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면암은 1906년 6월 전북 정읍시 무성서원에서 임병찬 등 800여 명과 함께 의병출정식을 갖는다. 총이나 칼을 든 의병도 있었지만 죽창이나 낫을 든 유생이 태반이었다. 면암은 “하늘이 우리나라를 돕지 못한다면, 놈들에게 유린당하기 전에 먼저 싸워 죽는다면, 악귀가 되어서라도 기어코 원수 놈들에게 이 땅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결연히 다짐했다.의병군은 정읍, 순창에 의병기를 꽂으며 승승장구했지만 곡성 인근에서 대규모 군대를 만났다. 일본군이 관군을 앞세우고 의병들을 맞은 것이다. 몇 차례 교전 후 고심하던 면암은 “이젠 총칼을 버려야겠다”고 말한다. 나라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댈 수는 없다는 고뇌에 찬 결심이었다. 의병은 자진 해산했고 면암과 그의 제자 13명은 일본군 헌병대에 투항했다. 면암은 일본 쓰시마 섬에 유배됐지만 그의 우국충정마저 꺾을 수는 없었다. 면암은 그곳에서 식음을 전폐하다 유배 5개월 만에 74세의 나이로 순절했다. “아침에 일어나 북두를 바라보고 임금님 계신 곳에 절하고 나니, 흰머리 오랑캐의 옷자락에 분한 눈물 쏟아져 흐르는구나. 만 번을 죽는다 한들 어찌 부귀를 탐하리요….” 면암이 남긴 통절의 마지막 말이었다. ‘조선왕조 500년’ ‘난세의 칼’ 등 역사소설을 써왔던 저자는 “1905년 당시 수많은 애국지사가 있었지만 논리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면암 선생만 한 분이 없었다. 쓰시마 섬에서도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아사(餓死)하신 것은 지식인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소설은 역사만 가르쳐서는 안 되고 국가관, 국가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 소설이 젊은 세대들뿐만 아니라 정치가들에게도 우리나라의 근본정신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박범신 씨(65·사진)가 중국의 거대 문학시장을 뚫는 첨병 역할에 나섰다. 신작소설 ‘비즈니스’를 중국 계간지 ‘샤오숴제(小說界)’와 국내 계간지 ‘자음과모음’의 지난해 가을, 겨울호에 선보인 그는 지난해 12월 이 소설의 단행본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간하는 실험에 나섰다. 자음과모음에 따르면 출간 3개월여 만에 ‘비즈니스’ 중국어판 초판 1만 부가 거의 판매돼 2쇄 인쇄에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박 씨는 1월 중국의 후난런민(湖南人民)출판사와 ‘외등’ ‘은교’ ‘킬리만자로의 눈꽃’ ‘죽음보다 깊은 잠’ ‘숲은 잠들지 않는다’ 등 작품 5편에 대한 출판 계약을 했다. 작품당 선인세는 3000달러, 인세는 1만 부까지 6%, 1만∼2만 부 7%, 3만 부 이상 8%다. 외국 작가들의 선인세가 보통 2000달러 내외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후한 대우다. 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설 ‘고산자’도 출판될 예정이어서 ‘비즈니스’까지 더하면 작품 7편을 한꺼번에 중국에 선보이게 된다. 한국 작가가 중국 현지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다수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처음 선보인 ‘비즈니스’가 중국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작품은 서해안의 방조제 공사로 인해 새로 들어선 도시가 급성장하며 사회 계층 간 갈등과 천민자본주의가 고개를 드는 과정을 그린 사회비판소설. 중국 ‘샤오숴제’의 웨이신훙(魏心宏) 문학평론가는 “이야기와 주제가 중국의 현 실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대중의 정서에 잘 부합된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박 씨도 직접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다른 문인들이 대부분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중국에 한국문학을 알려온 반면 박 씨는 중국 메이저 출판사인 상하이문예출판공사와 직접 계약을 하고 현지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이 출판사는 1월 베이징국제도서전에 박 씨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비즈니스’를 자사의 주력 상품군에 포함시켰다. 박 씨는 5월쯤 다른 작품이 소개될 때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독자 이벤트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박 씨는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중국소설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반응이 좋다. 중국에 드라마로 한류가 불었듯이 문학에서도 한류가 불 수 있다”고 말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문학시장도 거대하다. 국내 소설 베스트셀러의 경우 100만 부를 넘으면 대성공으로 부르지만 중국은 3000만 부 내외가 팔려야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 이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 수출된 한국 출판 저작권 수는 2006년 110건에서 지난해 660건으로 4년 만에 6배 늘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소개된 국내 문학작품도 2006년 11건에서 지난해 22건으로 두 배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문학시장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 계약을 한 뒤 검열 때문에 출판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임후성 21세기북스 문학주간은 “김훈 씨의 ‘칼의 노래’가 2년 전 중국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했다가 결국 출간이 힘들어진 예에서 보듯 소설 내용에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저작권 에이전시인 실크로드의 고혜숙 대표는 “한국 문화나 콘텐츠를 중국어로 맛나게 옮길 만한 현지 번역 인력이 크게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근승랑(본명 이종승) 사진작가가 법정 스님 1주기를 맞아 마련한 ‘비구, 법정 추모 사진전’ 개막식이 열렸다. 최근 법정 스님 헌정 사진집 ‘비구, 법정’(동아일보사)을 펴낸 작가가 법정 스님의 생전 모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연 자리였다. 이 전시에는 사진집에 실린 18점 외 2005년 부처님 오신 날에 법정 스님이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모습 등 12점을 추가해 모두 30점이 전시됐다. 길상사 관음상을 조각한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진이) 한 점, 한 점 그냥 흘려보내기가 어렵게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인 작가는 2004년 6월부터 7년여 동안 길상사와 법정 스님의 모습을 앵글에 담았다. 작가는 “스님의 무소유와 선택한 가난, 그리고 수행자의 결기를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으나 당신을 이해하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작아 쉽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의 새 이사장으로 선출된 현장 스님도 전시회를 찾았다. 법정 스님의 외조카인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의) 1주기를 맞은 마당에 여러 물의를 일으켜 심려를 끼친 데 사과한다”며 “법정 스님을 가까이 모시면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베이징 만월사 주지 진명 스님, 길상사 전 주지 덕조 스님,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무료로 8일까지 열리며 사진집 수익금은 맑고향기롭게에 기부한다. 02-734-7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역사박물관이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겪은 서울의 역사를 담은 ‘지역조사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문헌 조사와 거주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태원, 세운상가, 서촌, 아현동 일대 등 4곳의 ‘동네 변천사’를 담았다. 광복 이후 서울 시내 대표적인 유흥 지역으로 성장한 이태원은 1990년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착하게 되면서 다국적 거주 공간의 모습도 띠게 된다. 90년대 중반 이슬람중앙성원에서 도깨비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조선족 등 중국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 온 산업연수생들의 정착이 늘었고,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각기 다른 인종, 문화의 사람들이 밀집한 이태원은 한국에서 외국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거리가 돼 이곳을 찾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세운상가는 1970년대 산업화 부흥을 타고 기계·금속·인쇄 등 영세 상가들의 밀집촌이 형성됐으며 최근에는 인쇄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서촌은 청와대와 인접해 있어 개발이 제한돼 주민들의 원성이 컸지만 지금은 보존된 한옥과 골목길이 관광 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1960, 70년대 부촌으로까지 불리던 아현동 일대는 개발이 정체돼 대표적인 서민동네가 됐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다시금 변모하고 있다고 책은 분석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