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치료 亞최고수준… 최신 댄스곡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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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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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첫 세계음악치료연맹 회장 맡는 최병철 교수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음악치료를 처음 도입한 선구자다. 그는 숙명여대에 최초의 음악치료대학원을 만들어 600명이 넘는 졸업생을 길러냈다.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음악치료를 처음 도입한 선구자다. 그는 숙명여대에 최초의 음악치료대학원을 만들어 600명이 넘는 졸업생을 길러냈다.
“음악치료에서 한국은 아시아 정상입니다. 아시아에서 음악치료를 더욱 발전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54)가 7월 5∼9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음악치료학술대회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음악치료연맹(WFMT) 회장직에 오른다. 임기는 3년.

최 교수는 “그동안 음악치료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아시아의 전통 문화와 음악을 토대로 한 음악치료를 개발해 보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WFMT는 1985년 결성됐으며 50여 개국의 음악치료사들이 소속돼 있다. 3년마다 대륙을 돌며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학술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45개국 음악치료사 1200여 명이 참석해 음악치료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하는 대규모 행사다.

최 교수는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외로움은 깊어지고 스트레스도 심해진다. 이런 정신적 육체적 문제들을 음악으로 치료하는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그는 미국 유학 도중 음악치료로 진로를 바꿔 일리노이주립대, 캔자스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96년 귀국해 ‘국내 음악치료사 1호’가 됐다.

“구석방에서 몇 시간이고 바이올린을 홀로 연습하기가 버거웠어요. 계속 연주가로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됐죠. 그러던 어느 날 강의실 창문을 통해 장애 아이들이 음악교육을 받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행복해하더라고요. 그 순간이 제 인생을 바꿔놓게 됐죠.”

음악치료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적장애나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다. 이들은 언어보다 음악을 통한 대화 시도에 더 반응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 가사를 짚어가며 속 깊은 대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오해를 하는 점은 클래식만 음악치료에 사용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활동성을 키우려고 최신 댄스 음악을 이용하기도 하고 가사가 감미로운 발라드로 인생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모든 음악이 치료의 도구가 되는 것이죠.”

최 교수는 음악치료가 신체 호르몬 분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등 실증적 개선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도 치료 효과가 있을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한 것이 아니니 치료라고 하기는 힘들고, ‘건강한 음악 생활’ 정도가 되겠네요. 사실 노래하고 싶다는 것도 어떤 욕구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풀어주는 게 좋아요. 뜻 모른 채 흥얼거리는 것도 음악치료 관점에서 보면 좋은 습관입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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