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섬세한 연주-영상 합작 오르간 신비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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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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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코언 파이프오르간 콘서트
연주 ★★★★★ 구성 ★★★☆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켄 코언 씨의 오르간 콘서트는 때 이른 초여름 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멋진 음악회였다.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는 매년 6월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를 초청하여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코언 씨는 그 네 번째 주인공이다. 이날 연주에서 코언 씨는 자신의 솔로 연주는 물론이고 바이올린과 브라스의 협주, 그리고 영상까지 곁들인 다양한 구성으로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콘서트는 바흐의 ‘신포니아’로 시작해서 역시 바흐의 ‘지그 푸가’로 이어졌고 오르간 연주가 귀에 익을 때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씨와의 협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세종문화회관 오르간의 배치나 규모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바이올린과 같은 솔로 악기와의 협연은 연주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오르간 소리는 무대의 우측 벽면 상단에서 울려나오고, 상대 악기는 무대 중앙에서 연주되니 이격된 거리에서 빚어지는 시간차를 극복하고 두 악기의 어울림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와의 협연은 유사한 울림을 갖는 악기와의 연주여서 더욱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협주는 오르간이 독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도 훌륭히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이올린과 브라스의 협주 등 다양한 시도가 흥미로웠지만 자칫 음악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 코언 씨의 독주는 청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코언 씨가 편곡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피날레였던 리스트의 ‘바흐 주제에 의한 전주곡과 푸가’는 오르간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완벽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전반부 마지막 곡이었던 레오 사워비의 ‘행렬’과 앙코르 곡이었던 ‘파가니니 변주곡’으로, 대형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보여준 발건반(pedal) 연주는 섬세하면서도 고도의 테크닉으로 신비로움까지 선사했다.

연주자들이 갖추어야 할 음악적 역량을 꼽으라면 음악에 대한 이해력과 테크닉을 먼저 들 수 있겠지만 오르가니스트들에게는 수많은 파이프를 통해 얼마나 아름답고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오르간은 모든 악기가 다 다르며 자기의 악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하고 연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몇 차례 현장 연습만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오르가니스트에게는 평소 더 많은 노력과 실력이 요구된다. 코언 씨의 이번 연주회는 이러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모처럼 오르간 연주회를 가득 메운 청중 모두가 오르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희성 오르가니스트·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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