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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를 중단하고서 환자가 일정 기간 생존해 있다가 사망하기까지 영양 공급에 들어간 비용이나 병실료 등 부대 진료비는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환자와 의료진 간에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정한 방법 이외의 의료행위로 발생한 진료비는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세운 대법원의 첫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첫 인위적 연명의료 중단 판결을 받은 김모 할머니(사망 당시 78세)의 유족을 상대로 낸 진료비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유족이 8643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의료계약은 판결에서 중단을 명령한 연명의료(인공호흡기 제거)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게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연명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의 인공호흡기 유지 비용과 호흡기 제거 이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사용료 등 진료비를 지급해야 한다. 2008년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던 할머니가 뇌사상태에 빠지자 평소 할머니의 뜻에 따라 법원에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같은 해 11월 1심 재판부는 연명의료 중단을 인정했지만 병원 측은 불복해 항소했다. 2009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뒤에야 인공호흡기가 제거됐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뗀 이후에도 자발호흡으로 6개월간 더 생존하다가 201일 만인 2010년 1월 숨졌다. 병원은 김 할머니에 대한 진료가 시작된 2008년 2월부터 할머니가 숨진 2010년 1월 10일까지 발생한 진료비 8710여만 원 중 미납금 8690여만 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김 할머니와 병원 사이에 의료계약이 해지된 시점이 언제인지였다. 1심은 “연명의료 중단 1심 판결이 병원에 송달된 때부터 의료계약은 해지됐으니 그 이후에 발생한 의료비는 유족이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2009년 6월 대법원 확정 판결일을 해지 시점으로 봐야 한다”며 “병원이 중단해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만 한정된다”고 밝혔다. 영양수액 공급, 항생제 투여 등 최소한의 생명 유지에 든 진료비와 병실 사용료는 의료계약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2018년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을 적용하는 현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웰다잉법에는 환자 가족과 의사가 상의해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의 종류를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임종기 환자가 최소한의 연명의료를 거부하며 진료비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 판결은 ‘누가 진료비를 내야 하는지’보다 ‘중단해야 할 연명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어떻게 정해야 할지’ 판단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검찰에서 대형 부정비리 사건을 전담 수사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27일 공식 출범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별도의 현판식을 열지 않고 조용히 출범했지만 약 3년 전에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맞먹는 수사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검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범 준비를 시작한 특별수사단은 최근 전보인사에서 평검사 6명을 추가로 뽑아 검사 11명 체제로 조직을 구성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특별수사단은 김기동 특수단장(52·사법연수원 21기) 아래에 2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주영환 1팀장(27기)과 한동훈 2팀장(27기)이 수사실무를 총괄하고,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 정희도 부부장검사에다 평검사 6명 등 총 8명의 검사가 수사를 한다. 현재 수사관을 합하면 30명 정도 규모이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돼 필요할 경우에는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김 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정부패를 제대로 수사해 보라는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고 각종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수사 방법에 있어 과거 중수부의 장점이었던 신속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특별수사단의 수사 대상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중대한 부정부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리 사정(司正)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항간의 전망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김 단장의 이날 발언은 방위사업 비리나 원전 비리와 같이 관할 구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 단위의 부정부패나 구조적 비리 등을 파헤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이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잇따라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검찰이 별도 수사팀까지 설치해 강력한 수사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큰 사회적 논란을 빚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파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경찰 송치 사건을 수사해 온 형사2부(부장 이철희)에 전준철 부부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기존에는 검사 1명이 수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부부장, 평검사 여러 명이 팀을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만 집중 수사한다. 전담수사팀이 가습기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재 형사2부에서 진행되던 다른 사건 상당수는 다른 부서로 재배당됐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는 살균제를 제조, 유통한 기업들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업체가 제품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인체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제조나 유통을 했는지가 쟁점이다. 피해자들은 “업체 관련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까지 추가로 제출해 놓았다. 검찰 수사 결과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관련 민사소송 등에서도 중요한 잣대로 쓰이게 된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지 4년 이상 지나 살균제 제조 및 유통업체의 과실이나 위법성 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살균제 제조, 유통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건 당시 국내대표 등 업체 8곳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제조 및 유통업체와 연구소 등 6, 7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피해자가 1200명이 넘는데도 해당 기업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아동학대를 신고하면 누구나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아동학대 신고자 포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25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법률에 아동복지법 등 99개를 추가한 데 따른 것이다. 아동학대를 막는 데는 보육교사나 시설 직원, 이웃 주민 등 주변 사람들의 신고가 결정적인 만큼 이번 조치가 아동학대 방지에 효과를 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내부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결과에 따라 최대 20억 원의 보상금,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기관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어린이 ‘안전 그물망’ 촘촘해진다 정부가 아동학대와 방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인천과 경기 부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의 영향이 크다. 과거 비슷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일회성, 땜질식 처방에 그쳐 재발을 막을 수 없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어린이 안전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와 육아종합 지원센터, 입양기관 종사자를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또 죄질이 나쁜 아동학대 범죄 피의자를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동학대 사건을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수사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초동수사 때부터 가해자 접근금지, 친권 상실·정지·제한 청구 등 임시 조치를 적극 활용해 학대 재발을 막기로 했다. 장기결석 학생의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장기결석 학생이 있으면 학교가 우편으로 출석 독려장을 보내고, 그래도 출석하지 않으면 주민센터에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이런 상태로 3개월간 결석하면 ‘정원 외 관리대상’으로 분류돼 사실상 소재 파악이나 출석 독려가 중단됐다. 교육부는 앞으로 7일 이상 무단결석하는 학생이 있으면 담임교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원 외 관리대상 학생은 담임교사 또는 학교 관계자가 매달 보호자와 통화하고 분기마다 집으로 찾아가 안전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해당 학교가 보호자에게 두 차례 이상 취학을 독촉하고, 이후에도 등교하지 않으면 분기마다 집으로 찾아가 아동의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교육부는 29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장기결석 아동 관리 매뉴얼’을 확정해 일선 초중학교에 배포한다. 매뉴얼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적용된다. 국민안전처는 ‘어린이 사망자 제로(0)화’ 등 4대 분야, 10개 과제를 정해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어린이 안전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고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더 세심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가정폭력과 취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를 척결하고 구석구석까지 법의 손길이 닿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지역 비하 발언도 처벌받는다 이달 15일부터 시행된 공직선거법 개정 조항에 따라 정당 또는 후보자 등과 관련해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발언을 하면 처벌받게 된다. ‘홍어’ ‘과메기’ ‘멍청도’ ‘감자바우’ ‘전라디언’ ‘개쌍도’와 같이 지역감정을 조장할 수 있거나 비하하는 표현 등이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웃이나 친지가 고발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출산 혜택을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행복출산 서비스’를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양육수당과 출산지원금은 거주지 주민센터에, 전기료와 난방비 감면은 각각 한국전력과 지역난방회사에 따로 신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행복출산 서비스의 온라인 신청도 가능해진다. 한 번 신청으로 유족이 상속재산 내용을 조회할 수 있는 ‘안심상속 서비스’도 온라인에서 가능해진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희균·신나리 기자}
검찰이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임신부와 영유아 143명이 잇따라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검찰이 별도 수사팀까지 설치해 강력한 수사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큰 사회적 논란을 빚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파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경찰 송치 사건을 수사해 온 형사2부(부장 이철희)에 전준철 부부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기존에는 검사 1명이 수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부부장, 평검사 여러 명이 팀을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만 집중 수사한다. 전담수사팀이 가습기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재 형사2부에서 진행되던 다른 사건 상당수는 다른 부서로 재배당됐다. 전담수사팀 설치는 고위층 권력 비리를 척결하는 특별수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사건은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는 살균제를 제조, 유통한 기업들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업체가 제품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인체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제조나 유통을 했는지가 쟁점이다. 피해자들은 “업체 관련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까지 추가로 제출해 놓았다. 검찰 수사 결과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관련 민사소송 등에서도 중요한 잣대로 쓰이게 된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나 살균제 제조 및 유통업체의 과실이나 위법성 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살균제 제조, 유통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건 당시 국내대표 등 업체 8곳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제조 및 유통업체와 연구소 등 6, 7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피해자 수가 1200명이 넘지만 해당 기업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이 사건처럼 피해자나 관련자가 다수인 대형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탄력적으로 팀을 꾸려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검찰이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64·사진)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25일 “4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이 의원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앞서 이 의원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 ‘총선 전까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검찰은 계속 불응할 경우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절차에 따라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검찰은 이 의원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의원이 포스코 측으로부터 직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아 측근들이 운영하는 일부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줘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했다는 것이다. 또 이 의원은 협력업체 중 청소용역업체 대표 한모 씨(61)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자금을 받은 게 아니라 돈이 없어 빌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은 국회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어 검찰이 이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의 체포동의안을 받아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의원의 과반수 참석,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 통과되면 법원은 체포동의안에 근거해 구인영장을 발부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81)의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22일 조 회장과 아들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 김동곤 전무 등 4명에 대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사실관계 판단에 오해가 있고, 죄질에 비해 피고인들의 형량이 가볍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03~2008년 분식회계를 통해 차명재산을 운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7939억 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탈세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14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15일 조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 원을 선고하고 횡령·배임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은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건강상태 등이 고려돼 법정구속은 면했다. 효성 측도 조 회장과 조 사장, 이 부회장, 노재봉 부사장 등 4명의 유죄 판결에 대해 이날 항소했다. 효성 관계자는 “1심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 외환위기 당시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치를 오래하다 보니까, 이런 참소(讒訴)도 다 당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21일 오전 빨간 넥타이를 매고 카메라 앞에 선 홍준표 경남도지사(62)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지 6개월 만에 법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는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기를 띠면서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 받은 사실도 없고 성완종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하고 돌아섰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성실히 재판받겠다”고 겸허하게 말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홍 지사는 내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때때로 홍 지사는 단체로 검사복을 입고 예를 갖춘 후배 검사들이 증인신문을 이어갈 때 조소를 보냈다. 재판 도중에는 보좌진으로부터 건네받은 껌을 씹고 우물거리다 종이에 뱉기도 했다. 휴정 중 기자가 “건넨 것이 약이었느냐, 껌이었느냐”고 묻자 대답을 꺼리던 보좌진은 “아니, 약이면 씹다 뱉었겠느냐”고 되물었다. ‘모래시계 검사’의 호통도 볼거리였다. 홍 지사 측은 검찰이 불법으로 증거를 수집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53)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홍 지사의 전 보좌관인 엄모 씨(60)와의 통화내용을 녹음시켰다는 취지였다. “저같이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 한 사람에 대한 수사도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데 국민들을 상대로 하면 어떤 짓을 하겠습니까?”라고 호통 치던 홍 지사는 “불법 수집 증거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법정형이 정치자금법 위반보다 셀 것이다. 새 검찰총장이 됐으면 수사 관행도 좀 바꾸고 자체 감찰을 해야 한다”고 말하다 재판장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홍 지사는 검찰과 기자들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홍 지사가 보인 행동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일인데도 마치 국민에게 화를 내듯 쏘아붙였다. 검사 출신이라면 법정에서 예의를 더 잘 갖춰야 하지만 껌을 씹는 행동 등으로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무죄를 주장하기에 앞서 법 절차와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부터 가지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신나리·사회부 journari@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찾아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리퍼트 대사가 이 개정안의 수정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것은 이달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리퍼트 대사는 18일 이 위원장을 만나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게르하르트 사바틸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 라비 케왈람 주한 호주대사대리 등 한국과 FTA를 체결한 4개국 대사가 서명한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개정안은 외국 로펌의 한국 내 합작 법무법인 설립을 제약하는 여러 조건을 담고 있다. 한국의 법률 서비스 시장을 더욱 완전하게 개방하는 외국법자문사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리퍼트 대사는 “모든 당사국이 만족할 수 있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갖고 법안 협의와 검토를 거치는 것이 좋다”며 “관련 부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적극 협력해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고 건의했다. 국회가 개정안을 수정하지 않고 통과시킨다면 통상외교 마찰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4개국 대사들이 국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한-EU, 한미 FTA 규정에 따라 법률 시장을 3단계로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 회사를 만들 때 △외국 로펌의 지분과 의결권을 49% 이하로 제한하고 △국내외 로펌 모두 3년 이상 운영해야 합작 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며 △합작 법인은 송무 공증 노무 등 업무는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심의 중단이나 보류가 아니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며 “관련 부처와 관련국 사이의 협의 과정을 살펴가며 1월 임시국회나 2월 국회 때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까지 법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없는 만큼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유관 부처에 우방국들을 잘 설득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관련 전문가는 “원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향후 상대국들과 생길 수 있는 다른 통상 문제에 대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방법”이라며 “국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단체들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실질적 절차적 하자가 없는데도 4개국 대사들의 문제 제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입법 절차의 진행이 중단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국회의 조속한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사관 측이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했지만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장관이 주한 4개국 대사관 측과 만나 의견을 이미 들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양측이 현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은 법안심사1소위에서 거의 원안대로 7일 통과됐으나 이상민 위원장이 전체회의 상정을 보류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EU는 올해 7월에, 미국은 내년 3월에 적용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길진균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가 18일 포스코 외주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64)에게 22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다시 통보했다. 검찰의 소환에 세 번 불응한 이 의원은 15일 소환에도 “결백하기 때문에 당장은 응하지 않겠다”며 나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이 아무런 사유도 알리지 않은 채 소환에 불응했다”며 “만약 이번에도 응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른 여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포스코 신제강공장 중단 사태 등 포스코의 경영 현안을 해결해주고 포스코의 청소용역업체 이엔씨 대표 한모 씨(61)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는 등 협력사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 씨와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회계담당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 법률시장의 개방 수위를 높이라는 주한 외교사절의 요구는 ‘항의서한’ 전달 이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정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향후 한국 통상외교의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과 영국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당사국 중 세계 10대 로펌이 활동 중인 법률서비스 강국이다. 독일, 프랑스 등이 포함된 유럽연합(EU)과 한국의 10대 무역국(2015년 기준) 중 하나인 호주도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의 무역 규모가 클수록 법률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 개방에 따른 자국의 주요 기업 및 로펌의 반대급부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법률시장 매출액은 2조5000억 원 안팎이다.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돼 거대 외국 로펌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법률시장 1단계 개방 후 한국에 지사를 낸 세계 1, 2위(매출액 기준) 로펌인 디엘에이파이퍼와 베이커앤드매켄지는 고용 변호사가 각각 4000명 이상이고, 매출액은 두 곳 모두 24억 달러(약 2조5000억 원)가 넘는다. 1개 회사의 규모가 한국 전체보다 크다. 국내 법조계는 주한 외교사절의 항의서한 전달 등 행보가 마치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 FTA 합의문을 벗어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도 EU, 미국과의 FTA 합의문에 위배된 조항이 없을 뿐 아니라 법률시장 단계적 개방 역시 외국인 지분과 업무 허용범위를 순차적으로 높인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사례를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00년 법률시장 첫 개방 이후 2012년까지 모두 3차례 법을 개정했지만 지금까지도 자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이 사건을 수임하고 수익을 배분할 때 자국 로펌에 유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도 1987년 법률시장 최초 개방 이후 17년이 지난 2004년에야 외국 로펌의 고용과 수입배분 규정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 로펌의 한국 대표는 “외국 로펌이 지분 49%를 가져가면서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개정안의) 문제”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외국 로펌들의 주장대로 법률시장을 완전 개방하면 합작법인이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기관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법률시장 개방은 단순히 국내 로펌 보호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 기자}
10·26 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숨진 차지철 경호실장의 딸이 국가유공자 가족으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미국 국적자인 딸 차모 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차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1974년 대통령 경호실장에 임명된 차 전 실장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차 씨는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됐다. 차 씨는 2014년 3월 한국 보훈당국에 “아버지가 순직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인 만큼 유족자격으로 지원 및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다. 보훈 당국이 차 씨가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며 거부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판사는 “국가유공자법은 유공자나 유족, 가족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면 유공자 등록결정도 취소하게 돼 있고 따라서 보훈급여금 등 보상을 받을 권리도 소멸 된다”며 보훈당국의 손을 들어줬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이 포스코 외주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64)에게 15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12일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64)에게 15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검찰은 “그동안 이 의원에게 소환통보를 두 번 했으나 이 의원이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며 소환장을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에 관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된다. 소환통보를 받은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치적으로 나를 죽이기 위한 모략으로 검찰에 출두할 이유가 없다. 결코 돈을 받은 적이 없어 결백하기 때문에 당장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포스코의 청소 용역업체 이엔씨 대표 한모 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해 이엔씨가 포스코에서 일감을 따게 해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 씨와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회계 담당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선거비용을 부풀려 국고보전금을 허위로 타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54·사진)이 11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미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날 선고된 형까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전 의원은 71세가 되는 2033년 9월까지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이날 이 전 의원의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CN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면서 2010, 2011년 광주·전남교육감 및 기초의원 선거 등에서 선거비용을 부풀려 선거보전금을 허위로 타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개월을 별도로 선고했다. 이미 확정된 징역 9년에 11일 판결로 더해진 징역 1년이 최종 확정되면 2013년 9월 5일 구속 수감된 이 전 의원은 10년이 지난 2023년에야 형기(刑期)를 마친다. 기존에 선고받은 자격정지 기간 7년만 계산하면 이 전 의원은 2030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러나 이날 1심 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려 자격정지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징역형이 선고돼 확정되면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 전 의원은 자격정지 기간이 기존 7년보다 3년 더 긴 10년에 이르게 돼 2033년 9월 4일까지 공직선거에 나갈 수 없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제게 돈을 보내시면 카지노에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보관증만 있으면 걱정할 것 없으니 한국에 들어와 그 돈으로 게임하시면 됩니다.” 서울 강남구 세븐럭카지노를 한 차례 방문해 플래티넘 회원이 된 중국인 리모 씨는 2013년 8월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외화반출한도를 넘는 돈으로 세븐럭에서 게임을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리 씨의 질문에 카지노에서 만난 진모 씨는 “카지노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그 돈에 맞는 보관증이 나오는데, 제가 카지노 계좌를 알아봐 드리겠다”며 안심시켰다. 진 씨의 말을 믿은 리 씨는 같은 해 9월 중순 진 씨가 불러주는 계좌 5곳으로 860만 위안(당시 약 13억 4352만 원)을 6차례 송금했다. 진 씨는 이 돈을 모두 환전해 세 차례로 나눠 카지노에 보관한 뒤 리 씨의 영문이름과 회원번호가 적히고 카지노 대표이사 직인이 찍힌 보관증 3장을 받았다. 문제는 일주일 뒤 벌어졌다. 진 씨가 보관증을 제시하며 카지노 측에서 돈을 찾아간 것. 리 씨는 노발대발하며 카지노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카지노 측은 “보관금을 맡겨둔 당사자는 진 씨고, 진 씨의 요구에 따라 돈을 지급했을 뿐이라서 리 씨에게 반환해줄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리 씨는 카지노를 상대로 보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성수)는 리 씨가 세븐럭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카지노가 리 씨에게 13억4352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리 씨는 진 씨에게 대리권한을 줘서 카지노 사이에 금전소비임치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보관증의 명의가 리 씨로 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보관금 지급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진 씨에게 돈을 내 준 카지노가 사업자가 갖춰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3년 4월 경기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일행과 골프를 치던 이모 씨(54·여)는 골프공에 맞아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 씨가 9번 홀 여성용 티박스 부근에서 티샷을 준비하던 중 뒤쪽 남성용 티박스에서 3번째로 티샷을 한 일행이 친 공에 머리를 맞은 것. 사고가 발생한 9번 홀은 좌측으로 급격히 휘는 구조였지만 안전망은 설치되지 않았다. 이 사고로 이 씨는 두개내출혈 등의 부상을 입고 25일 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일행의 티샷을 중지시키지 않았다며 경기진행을 도와주는 경기도우미의 잘못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골프장이 경기도우미에 대한 지휘 및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9번 홀의 관리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여러 가지 과실이 경합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골프장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를 상대로 “치료비 등 8500여 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임태혁 부장판사는 골프장 측의 과실을 인정해 “이 씨에게 치료비 2089만 원과 위자료 1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경기도우미가 다른 일행이 티샷을 할 때 이 씨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하거나 티샷을 중지시키지 않은 잘못이 있고 골프장과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으므로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씨에게도 일행이 골프공을 치기 전에 앞으로 나가면 골프공에 맞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간 잘못이 있다”며 골프장 측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서 현금과 고급 시계, 안마의자 등 3억58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60)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형이 확정되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고 앞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는 8일 “정치자금을 건넨 사람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며 박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억7800만 원을 선고했다. 증거은닉을 지시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별도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받은 금품이 정치자금법상 금지된 정치자금 성격인지 여부를 따져 유무죄를 가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돼야 하며 △정치활동을 위해 경비로 지출될 것이 명확히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판례에 부합하는 현금 2억7000만 원은 유죄로 인정됐다. 현금 가운데 아들 결혼축의금으로 받은 1억 원도 후원회 사무실에 있는 금고에 넣어 다른 정치자금과 함께 사용된 점에서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8000만 원 상당의 고급 시계와 명품 가방, 안마의자를 받은 혐의는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개인적 용도로 제공된 물건까지 정치활동을 위한 금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또 명품 시계를 차서 지위와 품격을 드높여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거나 안마의자를 사용해 피로를 풀고 건강을 회복하는 행위를 정치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기준이 됐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시계와 가방을 돌려주고, 안마의자를 측근 집에 보관하라고 지시한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적극적으로 숨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안마의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8일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등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 추진으로 석유공사에 5500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정유부문 계열사 ‘날(NARL)’을 시세보다 3133억 원 높은 가격으로 인수해 석유공사에 손실을 발생시킨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당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상류(탐사 개발) 부문만 자산 인수를 시도했으나, 유가가 급등하자 하베스트 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석유공사가 합의 파기에 항의하자, 하베스트사는 상류뿐 아니라 하류(수송 정제 판매)부문인 ‘날’까지 전체 인수 독점협상권을 제안했다. 강 전 사장은 메릴린치에 ‘날’의 가치 평가를 의뢰한 뒤 하베스트가 원하는 액수대로 약 4조6000억 원에 인수하도록 석유공사 직원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날’은 2010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석유공사는 결국 2014년 8월 날을 헐값에 매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기간 독점협상권을 부여해 기한 내에 실사를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었고 유가 상승 추세로 인해 여유 있게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며 강 전 사장 측의 주장을 들어줬다. 또 “당시 날이 어느 정도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었고 장래 손실을 입을 것이 뚜렷하게 예상될 정도로 부실한 회사가 아니었다”며 “피고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으므로 배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경품행사 등을 통해 확보한 고객의 개인정보 약 2400만 건을 보험사에 불법으로 팔아 넘겨 수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 전 홈플러스 사장(60)과 홈플러스 임직원 5명, 홈플러스 법인에게 “법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 고지 의무를 다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부 부장판사는 먼저 “개인정보보호법상 제3자에게 유상으로 제공하는지 여부를 고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가 제공한 응모권에 각종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넘길 수 있음을 기재했고, 고객들도 경품에 당첨되려면 자신의 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사용될 것임을 인식하고 정보제공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개인정보 유상 제공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정보제공을 동의받은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또 홈플러스가 1㎜크기로 기재해 사실상 읽을 수 없게 했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일부러 응모권에 글자를 작게 한 것으로 부정한 수단이라 볼 수 없고, 애초에 경품을 지급하지 않을 생각으로 행사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 전 사장 등은 2011년 말부터 2014년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진행한 경품행사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 712만 건을 입수한 뒤 보험사 7곳에 판매하고 148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미 확보한 회원 개인정보 1694만 건을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보험사 2곳에 팔아넘겨 83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 군의 개인 정보를 불법 조회하도록 구청 공무원에게 부탁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개인정보 불법 조회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공무원은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오영 전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5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이제 전 서초구 행정지원국장(56)은 벌금 1000만 원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국가정보원 직원 송모 씨는 벌금 700만 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아동의 신상이나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면 그에 맞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사건을 전체적인 사실관계 속에서 보면 피고인들의 역할이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만큼 모든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돌리는 것은 책임주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