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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최홍만 씨에게 맞았습니다…. 위로해 주세요.’9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20대 여대생 서모 씨. 그는 이 글에서 “최 씨가 운영하는 술집에 갔다가 술값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물었을 뿐”이라며 “최 씨는 살살 때렸을지 몰라도 나는 충격이 컸다”고 주장했다.이 주점은 일명 ‘부킹 클럽’으로 남성 손님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업소에서 구입한 할인 티켓을 건네주고, 여성은 이 티켓 한 장당 일정 금액을 할인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할인 폭을 놓고 다투다 맞았다는 서 씨의 주장은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서울 광진경찰서는 8일 새벽 서울 광진구 B주점에서 서 씨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폭행)로 11일 최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티켓 할인의 상한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서 씨가 욕설을 했고 이에 화가 난 최 씨가 서 씨의 머리를 한 차례 때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 벌인 조사에서 최 씨가 혐의를 인정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씨와 술집을 동업하는 박모 씨(31)는 “술에 취한 서 씨가 먼저 욕설을 하고 최홍만의 등을 때려 홍만이가 살짝 밀쳤을 뿐”이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랑의 밭’에서 가을 수확철을 맞아 서초구 어린이집 어린이 등 40여 명이 고구마를 수확했다. 수확한 고구마는 관내 저소득 가정 및 사회복지시설에 제공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폭행하라고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재 피죤 회장(77)을 10일 오후 재소환해 6시간 20분 동안 조사를 벌이고 돌려보냈다. 경찰은 “피죤 영업본부 이사 김모 씨(50·구속)에게 ‘이 전 사장 등이 회사에 언론보도와 소송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겁을 줘 문제를 막아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다”는 이 회장의 기존 진술을 바탕으로 폭행을 직접적으로 지시한 적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직접 폭행을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혈혈단신으로 학문에 매진하다 세상을 떠난 노교수의 유산을 상속받은 친척이 노 교수의 모교에 유산의 대부분을 기부했다. 건국대는 9일 오세원 광주보건대 교수(65·사진)의 유가족이 1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사촌누이 오모 씨(56)가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몫마저 남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던 고인의 뜻을 기리고 싶다”며 유산의 일부를 기부한 것. 오 교수는 건국대 생물학과와 대학원 동물학분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광주보건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올해 초 정년을 앞두고 혈액암이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회복단계에서 다른 질환이 발병해 4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친지의 도움으로 어렵게 공부한 오 교수는 결혼도 하지 않고 학업에만 몰두해왔다. 이 기금은 ‘오세원교수장학기금’이란 이름으로 지정돼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윤재 피죤 회장(77)이 이은욱 전 피죤 사장(55)을 폭행하라고 사주하며 김모 이사(50·구속)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현금 3억 원이 실제로는 조직폭력배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수사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사장 폭행사건에는 구속된 조직폭력배 3명 외에도 A 씨가 관여했다. A 씨는 김 이사에게 3억 원을 받아 조직폭력배들에게 폭행 대가로 지불하는 대신 그대로 돈을 갖고 달아났다. 조직폭력배들은 A 씨의 말에 따라 이 전 사장을 폭행했지만 대가는 받지 못한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사기사건 피고소인으로 수배돼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대가로 지불됐어야 할 3억 원의 행방이 묘연해짐에 따라 경찰은 이 회장을 10일 재소환해 좀 더 명확한 진술을 받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5일 경찰 조사에서 “이 전 사장이 자꾸 회사에 해를 끼쳐 김 이사에게 ‘무슨 방법을 강구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지시에 김 이사가 “3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에 3억 원을 주겠다고 승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행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회장이 혐의를 일부 시인함에 따라 10일 재조사가 끝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윤재 피죤 회장의 개인 운전사 송모 씨(59)가 6일 오후 5시경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송 씨는 이 회장에게서 폭행 당일 현금 3억 원을 받아 김모 이사(50)에게 전달한 혐의로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던 인물이다.○ 현금 전달책 자진 출석 송 씨가 돈을 전달한 김 이사는 지난달 29일 조직폭력배들에게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미 이 회장이 폭행을 사주하며 김 이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일 수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던 이 회장은 다음 조사 때도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회장과 김 이사 사이의 현금 전달책인 송 씨가 이 회장의 직접적인 폭행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진술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는 이 회장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경찰은 당초 7일 오전 10시 소환하기로 한 이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 연기 요청서를 제출하자 소환 일시를 10일 오후 2시로 늦췄다. 경찰은 이 회장을 재소환해 폭행 사주 혐의를 확인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해외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사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는 진술하지 못했지만 9월 5일 폭행 당시 괴한 2명이 나를 끌고 집 앞에 세워둔 차량에 태우려 했다”며 납치 의혹까지 제기했다.○ ‘피죤에 비둘기는 없었다’ 국내 중견기업의 전직 전문경영인과 창업주 간의 전례 없는 갈등은 올해 2월 시작됐다. 30여 년간 지켜오던 섬유유연제 1위 자리를 경쟁 기업에 내주는 등 경영난을 겪던 피죤은 유한킴벌리 영업,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문 담당 임원이었던 이 전 사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 전 사장은 영입 4개월 만인 6월 해임됐다. “대표이사이자 사주인 회장의 결재권을 배제하고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해 회장의 적법한 경영권을 침해했다”는 게 해임 사유였다. 이 전 사장과 함께 김모 마케팅 담당 상무, 이모 재무관리 상무도 해임됐다. 이에 불복한 이 전 사장 등은 7월 피죤을 대상으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제기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5일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이 전 사장을 폭행한 조직폭력배는 함께 소송을 제기한 김 전 상무 자택에 “이 전 사장이 당한 것 알고 있지. 빨리 합의하라”는 협박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 배후로 이 회장을 지목했다. 갈등이 불거지자 피죤 측은 지난달 26일 이 전 사장과 해임된 전직 상무들을 상대로 “퇴사 시 부정하게 취득한 내부 정보를 제3자에게 왜곡해 누설했다”며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이름과 달리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없고 갈등만 있었던 셈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일하며 70만 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다섯 어린이를 도와오다 9월 23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54·사진)의 일생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진다. ‘오! 해피데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윤학열 감독(45)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우수 씨의 삶과 그의 기부정신을 담은 영화 ‘행복을 배달합니다(가제)’가 다음 달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1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이 영화에는 고아 출신으로 세상을 원망하다 기부를 통해 새 삶을 살게 된 김 씨의 사연을 다룬다.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도 영화를 좋아하고 하이킹을 즐겼던 김 씨의 인간적인 모습, 김 씨가 사망한 뒤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과정과 김 씨의 이웃사랑이 불러일으킨 반향도 함께 담는다. 또 김 씨가 중국음식점에서 일하지 않던 평일에는 부모님을 찾아다녔다는 가상의 내용도 넣어 극적인 효과를 더할 예정이다. 윤 감독은 “기부와 나눔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던 중 김 씨의 아름다운 삶에 대해 듣고 기획하게 됐다”며 “그의 이웃사랑이 세상에서 꽃 피울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김 씨의 삶이 현실감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유명 배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극배우 출신을 캐스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의 삶과 죽음은 나눔에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적은 돈과 재능, 시간을 들여 낮은 곳에서 큰 기부를 하는 또 다른 ‘김우수’는 우리 사회 곳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가 만난 천사들은 “기부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 4년째 인도어린이 돕는 지은 씨첫 월급은 직장인을 설레게 만드는 큰 선물이다. 출판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은 씨(23·여)는 2008년 12월 받은 첫 월급으로 인도의 한 아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4년째 매달 3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따로 생일 선물도 챙기고 편지와 사진도 주고받는다. 지 씨는 “고등학교 때 배우 김혜자 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매달 적금을 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을 옮기며 형편이 어려워졌던 적도 있었지만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후원이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도 내게 의지하고 나 역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서 희망을 얻고 있다”라며 뿌듯해 했다. 지금은 지 씨의 친구 11명도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인도에서 직접 후원아동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지 씨는 4일 1년 가까이 하던 치아교정기를 뺐다. 곧 사진을 다시 찍어서 인도로 보낼 생각이다. 후원아동이 교정기를 보고 낯설어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다. 지 씨는 “기부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이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며 “내가 느끼는 기쁨을 세상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타고난 말재주 기부 장용휘 씨행사 진행자로 일하는 장용휘 씨(30)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재치를 갖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10년째 지방 곳곳의 행사 현장을 누빈 그는 2006년 부모님을 따라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소원을 이룬 아이들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며 즐거움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내 재능이 쓰일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았다니….정말 기쁜 일이죠.”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무대를,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파티를 마련해줬다. 장 씨가 마이크를 잡으면 아이들은 아픔을 잊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장 씨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봉사와는 별도로 한달에 2, 3번 봉사자들이 여는 크고 작은 이벤트에서 무보수로 진행을 맡아 오고 있다. 장 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젠 어떤 고통을 안고 있는 분들 앞에 서도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기부는 바이러스처럼 주변에 전염되지만 전염 속도는 아직 빠르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 용기를 내 시작하기만 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봉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 털모자 뜨는 구급대원 김경미 씨하루에도 몇 번이나 현장에 출동하다보면 잠잘 시간도 부족한 것이 소방구급대원의 삶이다. 서울 김포소방서 김경미 소방교(33·여)는 짧은 쉬는 시간에도 뜨개질을 한다. 김 씨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작은 털모자. 2008년부터 신생아의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첫 아이를 낳고 난 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하는 이 캠페인을 알게 된 김 씨는 “아기가 도움도 받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죽는다는 사실을 듣고 뜨개질을 처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3년간 김 씨가 뜬 모자는 모두 15개. 주변 동료들까지 김 씨를 보며 함께 참여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15명, 올해는 30여 명이 모자를 뜬다. 김 씨는 “버려진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죽거나 뇌에 손상을 입어 정상생활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부를 연애에 비유했다. “서서히 단계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죠. 저도 처음에는 쑥스러워 말도 못했지만 지금은 동료들까지 참여하면서 제 주변이 사랑으로 가득해 졌답니다. 한 땀 한 땀 노력하다 보면 세상을 덮을 만한 커다란 털모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요즘엔 주말에도 일을 나가셨어요. 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마도 제 대학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되새기는 고등학교 3학년 김소은 양(18)의 눈시울은 금세 다시 붉어졌다. 패션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망하는 김 양에게 “함께 실기시험에 가주겠다”고 하던 아버지는 든든하고 자상한 지원군이었다. 그런 김 양에게 대입 실기시험을 사흘 앞두고 들이닥친 아버지의 사고 소식은 충격이었다. 김 양의 아버지 김성권 씨(55)는 3일 오후 7시 40분경 서울 강변북로 일산 방향 동호대교 200m 앞 지점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김 씨가 중고차를 구매자에게 배달하러 가던 중 차가 고장 나 도로 3차로에 그대로 멈춘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차들이 피할 수 있도록 수신호를 보내던 김 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승용차가 그대로 들이받은 것. 김 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김 씨는 10여 년간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개척교회를 운영하다 1년여 전부터 목회 일을 그만뒀다. 이후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었다. 김 씨의 동생 김재권 씨(53)는 “형님은 봉사와 딸 두 가지밖에 모르던 사람”이라며 “교회를 운영할 때는 물론이고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면서도 형편이 어려운 동료 기사들에게 음식을 베풀었을 정도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고 말했다.전북 김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한 김 씨는 택시운전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20대 중반부터는 교회에서 차량 운전을 하거나 건물을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 봉사하는 삶을 꿈꾸던 김 씨는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신학대에 진학해 목사가 됐다. 교인이 적어 운영이 어려웠지만 노숙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찾아오면 그때마다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했다. 실업고에 재학 중인 김 양은 전교 10등 안에 들고 일찍부터 대학 진학을 준비할 정도의 모범생. 김 씨는 3년 전부터 건강이 나빠진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돌보고 직접 학교에 찾아가 입시 상담을 하는 등 딸의 입시 뒷바라지를 해오고 있었다.“대학 가면 열심히 공부만 하라고 하셨는데도 고맙다는 말씀도 못 드렸는데 이렇게 훌쩍 떠나시다니….”5년 전 찍은 증명사진을 급히 확대해 만든 영정을 올려다보던 김 양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도가 ‘박근혜-안철수’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는 듯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6일 나경원 최고위원에 대한 지원 의사를 직접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범야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박원순 변호사가 요청하면 선거 지원 여부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가 사실상 내년 총선과 대선 전초전으로 흘러가면서 범여권과 범야권 진영의 전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보궐선거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6일 지원 의사 직접 밝힐 것” 박 전 대표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이 열리고 나 최고위원이 후보등록을 하는 6일 직접 지원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4일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에게 전할 메시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6일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자들에게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감에 불참한 채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대표는 나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김정권 사무총장의 전화를 받고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의사가 확인되면서 지원 형태와 횟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왕 선거 참여를 결정한 이상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친박 진영의 중론이다. 박 전 대표의 다른 측근은 “이번 선거가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 대선 전초전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선거 형식상 맞지 않아 부담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선거결과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내 선거처럼 나서는 박 전 대표의 성격상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친박 의원들은 나 최고위원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하고 있으며, 박 전 대표의 지원에 대비한 실무진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박 전 대표는 나 최고위원과 별도로 지원 유세를 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런 총력 지원을 위해 일정, 공보, 메시지, 정책 실무진이 가동되어야 하지만 참모들이 결집할 경우 사실상 대선 캠프 형태를 띠게 된다는 점에서 친박 진영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철수, “저는 박 변호사를 믿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택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안 원장은 박 변호사가 범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것에 대한 물음에 “그분이 되셔서 참 잘된 것 같다. 저는 박 변호사, 그분을 믿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 원장은 후보 경선 내내 침묵을 지켰지만 이날은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박 변호사의 선거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묻자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박 변호사 측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그는 “학교 일에 전념하기 위해 선거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불개입 태도를 보여 왔다. 안 원장은 9월 6일 서울시장 후보를 박 변호사에게 양보한 이후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3일 야권 후보 선출을 위한 시민참여경선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도 확인됐다. 안 원장이 ‘신선함’ 유지를 위해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존재감을 확인할 경우 무기력한 모습인 제1야당 민주당을 대신해 정치적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안 원장에게) 적극적으로 선거 현장에 나와서 유세하고 돕도록 제가 부탁드릴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경찰이 이은욱 피죤 전 사장의 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죤 창업자인 이윤재 회장(77)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일 “이 회장에게 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할 것을 변호인을 통해 통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소환 통보는 29일 구속된 피죤 김모 이사(50)를 통해 이 회장이 이 전 사장을 폭행할 것을 사주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경찰이 출석 통지를 한 뒤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입원 사유나 병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0월 8, 9일로 예정된 ‘제5차 희망버스’ 행사를 반대하는 ‘역(逆)희망버스’가 등장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부산지부, 서부산시민협의회,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NGO연합회 등 부산지역 1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진중공업 사태 외부세력 개입 반대 부산범시민연합’은 30일 오후 서울로 와 희망버스 저지 기원제를 열었다. 시민연합은 제5차 희망버스 부산 방문 결사저지 투쟁단 100여 명을 꾸려 버스 3대에 나눠 탄 뒤 이날 오전 7시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교대역을 출발했다. 오후 1시 반경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앞에 도착한 투쟁단은 이 건물 14층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을 항의방문한 뒤 ‘10·8 절망버스 한진사태 외부세력 개입 결사반대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를 거쳐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이들 중 최상기 시민연합 집행위원장 등 관계자 12명은 투쟁단 선두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투쟁단에 참가한 김만수 씨(50)는 “희망버스는 부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희망버스가 내려온다면 시민들이 큰 기대를 갖고 준비한 행사를 모두 망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삼보일배를 마친 뒤 가진 연설에서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씨는 이제 내려와야 한다. 김 씨는 이제 한진중공업과는 관계없는 사람이다. 서울 사람들이 우리 심정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외쳤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기원제를 마친 투쟁단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진보신당 당사, 동작구 노량진로 민주노동당 당사를 항의 방문하고 진정문을 전달했다. 기원제에 앞서 오후 1시경 경찰청을 방문한 투쟁단은 조현오 경찰청장과 면담하고 “10월 8일로 예정된 제5차 희망버스의 영도 노숙집회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망가뜨리려는 만행”이라며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인 만큼 불법집회에 엄중 대처해 달라”는 탄원문을 전달했다. 조 청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행사가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연합 관계자는 “이번 상경투쟁에도 제5차 희망버스가 강행된다면 10월 5일 부산에서 범시민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총력 저지할 것”이라며 “더는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30일 오전 1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인적이 끊긴 도심에서 갑자기 민중가요가 울려 퍼졌다. 전날 오후부터 이 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집회를 벌여 온 대학생 100여 명이 갑자기 앰프를 켜고 음악을 튼 것. 경찰이 순간 측정한 최대 소음지수는 89dB. 보통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굴착기 소리가 90dB 정도다. 소음진동규제법상 야간에 허용되는 최대 소음지수는 70dB이다. “소음 허용지수를 넘어섰다”는 경찰의 경고방송에도 학생들은 공연을 강행했다. 오전 1시 50분경 ‘시끄러우니 볼륨을 줄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공연은 30분 동안 더 진행됐다. 공연이 끝나고도 학생들은 광장에서 춤을 추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인근 도보에서는 소주병이 오가는 술판도 벌어졌다. 전날 집회에 참여한 학생 2500여 명 중 일부가 서울 한복판의 광장을 ‘도심 MT장’으로 만든 것이다.○ 밤새 이어진 ‘놀자판’ 시위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반값 등록금 도입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생 총회와 촛불집회를 지난달 29일 오후 7시 20분부터 진행했다. 수도권 대학생과 시민 2500여 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등록금 인하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대학생들의 요구안 선언과 퍼포먼스, 기성 세대와 함께 벌이는 ‘토크 콘서트’ 등의 순서로 진행되던 집회는 오후 10시 20분경 별 충돌 없이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행사가 종료되자마자 집회 참가자 중 700여 명이 도로로 뛰어나왔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거리까지 거리행진을 강행한 이들은 왕복 8차로를 순식간에 점거했다. 경찰은 78개 중대 6000여 명을 배치하고 청계광장 주위를 차벽으로 둘러싸고도 도로 점거를 막지 못해 명동과 광화문 등 도심 일대에서 시위대와 격한 충돌을 벌였고 도심 교통은 두 시간 넘게 마비됐다. 마지막까지 남은 집회 참가자들은 명동 롯데백화점 앞으로 이동해 왕복 8차로 일부를 점거하고 늦은 밤까지 농성을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자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수차례 사용했다. 반값 등록금 관련 집회에서 물대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의 거듭된 해산명령에 불복한 대학생 49명은 결국 현장에서 연행돼 성북경찰서와 강북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밤을 보내고 30일 저녁까지 조사를 받았다.경찰과의 충돌 끝에 청계광장으로 돌아온 학생 300여 명은 광장에 남아 있던 다른 학생들과 합류해 밤새 ‘촛불 야간자율학습’ 행사를 이어갔다. 이들은 광장과 인근 보도에 텐트 30여 동을 설치했다. 일부는 텐트에서 잠을 청했지만 일부는 술을 마시며 공연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오전 5시가 돼서야 텐트를 걷어냈다. 텐트와 쓰레기를 모두 치운 뒤에는 ‘2MB(이명박 대통령) OUT’ ‘등록금 반값 넘어 무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철수했다.○ 피해는 시민 몫밤새 이어진 집회와 공연에 인근 상가와 호텔은 큰 불편을 겪었다. 청계광장 인근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묵는 관광호텔이 많은 지역. 인근 K호텔 로비에는 새벽까지 ‘저게 대체 무슨 행사냐’고 묻는 외국인 투숙객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24시간 문을 여는 인근 커피숍 관계자는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얼굴과 몸을 씻는 등 마음대로 행동해 다른 손님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술 마시고 놀려고 집회를 하는 것 같다”며 “시끄럽고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112신고센터로도 ‘도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냐’고 묻는 민원 전화가 폭주했다.사실상 유명무실한 소음 기준 때문에 새벽까지 스피커를 틀어놓고 공연을 하는 상황에서도 특별한 제재 조치는 없었다. 특히 밤 12시 이후부터는 집회가 아닌 문화제로 적용됐기 때문에 경찰 단속이 사실상 무의미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아닌 문화제이다 보니 집회 시위에 관한법을 경찰이 직접 적용할 수가 없었다”며 “구나 피해를 당한 상가에서 소음 규정 위반으로 고소나 고발을 하면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목요일 저녁을 맞아 ‘특수(特需)’를 기대했던 택시 운전사들도 울상이었다. 한 콜택시 업체 관계자는 “청계광장 인근에서 콜택시를 요청하는 승객이 많았는데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돌아 나온 택시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도로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을지로입구역 사거리가 모두 통제돼 길에서 두 시간을 허비했다”고 하소연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몸은 갔지만 뜻은 더 크게 남았다.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54)의 선행을 1025명의 또 다른 천사가 이어 받았다. 하늘나라로 간 김 씨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더욱 크게 피어났다.어린이재단은 김 씨 소식이 알려진 뒤 28, 29일 이틀간 재단 콜센터와 인터넷 등으로 접수된 후원 희망 건수가 모두 1020건(일시지원 183건, 정기지원 837건)이라고 29일 밝혔다. 통상 재단에 접수되는 기부 희망건수는 하루 평균 130∼200여 건. 평소보다 하루 평균 2, 3배가량으로 기부행렬이 늘어난 것이다. 빈소에서 직접 후원 신청을 하거나 본보를 통해 후원 신청을 한 사람도 있었다.28일 오후 빈소에 비치된 초록우산 후원신청카드는 하루 만에 350여 장이 모두 소진됐다. 빈소를 찾은 이름 모를 시민들이 기부금으로 대신 낸 부의금도 900여만 원에 달했다.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은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김 씨가 마지막까지 후원했던 신윤희(가명) 양이 김 씨 사후 외로움을 느낄까 걱정된다. 나라도 계속 후원을 하고 싶다”며 후원 방법을 문의했다. 김 씨의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28, 29일 이틀간 350여 명에 달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건설현장 노동자 등 김 씨처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서민이 많았다.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승호 씨(20)는 “오늘 새벽 신문을 정리하다 동아일보 1면에서 김 씨가 후원한 학생의 조문 사진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며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돈을 기부하지는 못하지만 내 몸과 시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집 배달원을 하다 지금은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는 이모 씨(41)는 “나는 배달 일을 할 때 봉급도 적고 일이 힘들다며 늘 불만에 차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장례식장에 비치된 후원신청카드를 가져갔다.김 씨가 후원했던 월드비전에도 김 씨를 따라 결연아동을 찾거나 기부금을 내겠다는 문의가 잇따랐다. 월드비전 트위터에 글을 남긴 트위터 forkidsin××××××는 “소식을 듣고 배달원 아저씨가 내게 가르침을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아동 후원 신청을 한 명 더 하고 왔다”고 글을 남겼다. 트위터 Precio××××××은 “그동안 미뤄 왔던 기부 활동을 오늘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고 썼다.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에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후원 문의가 들어왔다. 유니세프 측은 “28일 하루 동안 인터넷을 통한 후원 문의 건수만 평소 150여 건에서 300여 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9일 자녀 이름으로 굿네이버스를 통해 국내 빈곤가정아동 후원을 신청한 주부 김수미 씨는 “김 씨의 사연을 읽고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9일 오전 5시 50분경 서울 광화문광장 내 지하보도에 갑자기 영업용 택시(사진)가 나타났다. 이 보도는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광화문광장을 연결하는 곳으로 출퇴근시간에는 시민들로 붐비는 곳. 택시는 광화문광장 세종상 앞에서 세종로 사거리 방향으로 달리다 지하보도로 들어섰다. 이어 마치 지하철이라도 타려는 듯 자연스럽게 지하보도로 연결되는 계단으로 내려가 지하보도 중앙에 멈춰 섰다. 차를 몰던 택시운전사 문모 씨(44)는 시민의 신고로 곧 경찰에 붙잡혔다. 문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지하보도로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문 씨는 당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도 아니었다.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문 씨는 도로교통법 제48조 ‘안전운전의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범칙금 4만 원짜리 딱지만 끊고 풀려났다. 경찰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은 현행법상 도로이기 때문에 고의로 사람을 해칠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달리 더 무겁게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도 택시가 광화문광장 안으로 20여 m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주변에 대형 화단을 설치해 차량 진입 사고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횡단보도 쪽으로 진입하며 일어났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당신에게서 우리는 천사를 보았습니다.’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복지병원 지하 장례식장. 사진 속의 그는 늘 그렇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이기고 세상에 사랑을 뿌리고 간 사람. 바빠서, 월급이 적어서, 돌볼 가족이 많아서…. 갖은 이유로 이웃을 돕는 것을 남의 일로 여겼던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준 그는 모두의 마음에 사랑을 뿌리고 간 천사였다. 이날 오전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다섯 어린이를 도와 온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의 영결식은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치러졌다. 영결식은 김 씨가 평소 성경을 지니고 다니며 읽었다는 점 때문에 예배로 진행됐다. 영결식에 참석한 120여 명은 사진 속 김 씨를 보며 입을 꾹 다문 채 눈물만 흘렸다. 고진광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았다는 당신의 빈소는 영부인부터 길 가던 노숙인까지 세상 모든 사람이 모이는 자리가 됐습니다. 오늘 당신의 작은 발자국은 우리에겐 큰 발자국으로 남을 것입니다.” 평소 김 씨와 가족처럼 지냈던 중국집 사장 이금단 씨(45)와 동료들도 자리를 지켰다. 먼발치에서 운구 행렬을 지켜보던 교사 이상민 씨(50)는 “경기도에 사는데 서울 출장길에 들렀다”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들을 전달해 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오후 1시 장례식장을 출발해 오후 2시경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도착해 화장됐다. 김 씨의 마지막 길에는 어린이재단과 월드비전 관계자, 김 씨의 동료 50여 명이 함께했다. 화장식이 끝난 뒤 김 씨의 유골함은 예원추모관으로 옮겨졌으며 김 씨가 생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평소 읽던 성경, 그리고 후원 아동에게 받은 편지가 유골함과 함께 안치됐다. 오전부터 비를 뿌리던 날씨는 어느새 활짝 개어 있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70만 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다섯 어린이를 도와 온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는 영정에서도 헬멧을 쓴 채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영정 앞에 단발머리의 한 여고생이 고개를 숙인 채 좁은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고 있었다. 김 씨에게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매달 2만∼3만 원씩 후원을 받아온 신윤희(가명·16) 양이었다.어렸을 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살아온 신 양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김 씨의 관심 덕에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 양은 어렵게 세 자매를 키우는 할머니를 위해 은행원이 돼 돈을 벌고 싶었다. 그 꿈을 위해 올해 상고에 진학했다.이날 아침 김 씨의 소식을 접한 신 양은 그동안 미뤄왔던 편지를 한 통 썼다. “저를 돕기 위해서 아저씨는 이렇게 애쓰셨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매일 투정만 부리며 살았네요. 저도 이젠 아저씨를 본받아 남을 열심히 도우며 살게요.” 신 양은 “제대로 보답도 못해 보고 허망하게 떠나시는데 마지막까지 웃고 계셔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멍하니 영정을 바라봤다. ○ 천사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들김 씨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해 왔던 이정욱(가명·16) 군. 이 군의 어머니 김모 씨(45)도 이날 김 씨의 소식을 듣고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다. “저와 남편도 고아로 자라서 그게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지 잘 알아요. 그런 분이 우리 아이를 도와주셨다니….”이 군의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몸을 다쳐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어머니 김 씨가 식당 주방일을 하며 받는 돈에 정부 보조금을 합쳐 한 달 80여만 원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여기에 김 씨가 보내주는 돈은 이들에게 큰 액수였다. 김 씨는 “4년 넘게 이름도 없이 꼬박꼬박 후원해 주던 사람이 자신도 형편이 어려운 고아 출신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그분이 보내 준 후원금으로 정욱이가 평소 못 보던 참고서를 살 수 있게 돼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했다.충북 제천시의 중학생 김민지(가명·14) 양에게도 김 씨는 ‘키다리 아저씨’였다. 김 양도 지난해 6월까지 월드비전을 통해 김 씨로부터 매달 2만∼3만 원을 후원받았다. 김 씨는 2009년 6월 김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후원자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응원해 주시는 투명인간 같아요”라고 쓰기도 했다.당시 김 양의 집은 어머니 홀로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늦둥이 남동생이 생기면서 어머니마저 일을 그만둔 상황이었다. 김 씨의 후원금은 김 양 가족에게 작지만 따뜻한 희망이었다. 김 씨는 매달 보내는 후원금 외에 추석이나 크리스마스, 설날은 물론이고 김 양의 생일에도 매번 2만∼3만 원을 보냈다. 김 양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저씨 바람대로 나중에 커서 꼭 남을 도울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지방에 사는 탓에 빈소에 찾아뵙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김 씨의 격려 덕분에 딸이 성격도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고마운 마음이 꼭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원 아동과 찍은 사진이 유일한 재산김 씨가 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4.95m²(약 1.5평)짜리 고시원 방은 28일 기자가 찾았을 때 한낮인데도 전등 스위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방에 남아 있는 김 씨의 구형 휴대전화에는 일하던 중국집 직원과 사장, 고시원 총무 전화번호 외에는 아무것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 김 씨가 세상과 교류한 흔적은 김 씨가 후원했던 아동들의 증명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뿐이었다. 액자에는 아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함께 적혀 있었다. 방에 남아 있는 김 씨의 통장에는 20일 어린이재단 앞으로 후원금 3만 원을 송금한 기록이 있었다. 김 씨의 마지막 기부였다.김 씨가 일하던 강남구 일원동 중국집 이금단 사장(45)은 “김 씨가 생전에 결혼할 만한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신이 고아로 컸던 기억 때문인지 쉽사리 결혼을 결심하지 못했다”며 “결혼해서 자식을 낳는 대신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도우며 자신의 상처를 씻어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고가 나던 날 김 씨가 오토바이 시동을 걸며 여러 아파트 단지를 들러 그릇을 한꺼번에 수거해 오겠다고 했는데 그걸 말리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김 씨는 3년 전 폐 수술을 받은 뒤 형편이 더 어려워져 2010년 6월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하던 신 양 외에 다른 아동들에 대한 후원은 중단해야 했다. 신 양이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김 씨가 끝까지 후원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빈소를 찾은 어린이재단 후원회장 최불암 씨(71)는 “남몰래 아이들을 도와 온 김 씨의 선행은 우리에게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줬다. 진실은 아무리 숨겨도 언젠가는 알려지기 마련인데 그게 죽음을 통해 밝혀졌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한 중년 남성은 조문 뒤 빈소 구석에 앉아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그는 “돈을 허튼 데 쓰고 살았다. 고인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70만 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다섯 어린이를 도와오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25일 숨진 중국집 배달원 김우수 씨(54·사진)에 대해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김 씨가 생전에 후원해 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재단 홈페이지(www.childfund.or.kr)에 사이버 조문 공간을 마련했다. 방문자 이세훈 씨는 “내 아이 먹일 것은 유기농으로 고르면서 굶주리는 이웃 아이들은 왜 보지 못했을까”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형섭 씨도 “3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나눔의 평수는 누구보다 넓은 삶을 살았다”며 고인을 추모했다.김 씨는 어린이재단 앞으로 후원 아동들을 위해 보험금 4000만 원의 종신보험을 들어 2년 반 동안 매달 12만 원의 보험금을 꼬박꼬박 내왔다. 하지만 2009년 9월 이후 김 씨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보험료를 내지 못해 김 씨가 돕고자 했던 아이들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트위터 이용자 ‘rlag****’는 “내 통장 잔액에 있는 수백만 원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ID가 ‘cody****’인 한 누리꾼도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한 이들을 돕는구나. 그런 분들이 줄어가는 줄 알았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네요”라고 썼다.한편 유족이 없는 김 씨를 대신해 어린이재단이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장례업체가 장례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는 한 장례업체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재단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서울복지병원에 김 씨의 빈소를 차리고 28일부터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발인은 29일 오전. 어린이재단 1588-194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피죤 현직 임원 김모 씨(50)가 5일 발생한 이은욱 전 피죤 사장 폭행사건에 연루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27일 긴급 체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긴급 체포된 김 씨 외에도 이 전 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조직폭력배 김모 씨(34)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김 씨 등 3명은 5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 전 사장의 아파트 앞에서 이 전 사장을 주먹과 발로 폭행한 혐의다. 김 씨는 이 전 사장을 폭행하고 약 2시간 뒤 김모 전 피죤 상무(51)에게 전화를 걸어 “이 전 사장이 폭행당한 거 알고 있느냐. 조심해라”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광주 무등산파 조직폭력배로 경찰 조사에서 이번 사건 전까지는 이 전 사장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 체포된 임원 김 씨는 폭행 현장에는 없었지만 (폭행을 사주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씨 등 구속된 피의자 3명이 폭행을 청부받았다고 진술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올해 2월 피죤 사장에 취임했으나 4개월 만에 창업자인 이윤재 피죤 회장(77)에 의해 해임돼 현재 이 회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및 해고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전 사장은 사건 발생 당시 경찰에 이 회장 측이 폭행을 사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긴급 체포된 임원 김 씨가 김 씨 등에게 폭행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윤옥 여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세계를 향한 끝없는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어빌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6일간 열리는 이번 대회는 57개국 1500여 명 선수들이 제과제빵, 가구제작, 목공예 등 40여 개 종목에서 서로 실력을 겨룬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