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사립대 학생들 “우리는?”… 대학들 “돈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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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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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터진 대학 ‘반값 등록금’… 서울시 내년부터 시립대에 예산지원 추진

“등록금 부담 덜었어요”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글이 쓰인 게시판을 들여다 보고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등록금 부담 덜었어요”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글이 쓰인 게시판을 들여다 보고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격적으로 ‘반값등록금’ 공약 실현에 나섰다. 5월부터 전국적으로 번지다 사그라진 반값등록금 불씨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공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까지도 모두 등록금 인하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곳은 서울시립대가 처음이다. 박원순호(號) 서울시가 주도하는 반값등록금으로 인해 무상급식에 이어 복지논쟁 2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반값등록금 신호탄 쏘아 올리나

시립대에서 반값등록금이 적용되면 다른 대학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768만6000원으로 시립대(477만5000원)보다 300만 원가량 비싸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전체 대학 중 국공립대가 70% 이상이지만 한국은 18%에 그친다.

시립대가 타 대학보다 등록금이 싼 편이고 학생 수가 적은 데다 시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구조라 반값등록금 실현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반값등록금을 행정적으로 지원해 앞으로 복지정책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위(국가나 지자체)에서 신경을 쓰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 “균등한 기회 보장의 첫걸음 될 것”

시립대 반값등록금 지원 결정은 10·26 보궐선거에서 2040세대의 표심이 박 시장에게 쏠리며 복지에 대한 욕구가 분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이어 그동안 구상해 온 복지 시정을 구체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회균등이 보장돼야 정상적인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값등록금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산적한 과제 가운데 최우선 순위가 182억 원을 써야 하는 반값등록금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며 “시가 반값등록금을 주도하면 타 지자체에서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재정상황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례가 생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값등록금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 현실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어려운 사립대가 등록금 해법을 미국과 같은 기여입학제에서 찾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장학제도를 늘리는 방법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등록금 인하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 등록금 편차는 더욱 벌어져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혜택을 받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편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문제는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진국 주립대는 출신지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서울시 조치는 무차별적인 데다 대학별 등록금 편차를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여론조사에서 반값등록금을 지지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서울시민으로부터 예산 집행의 권리를 위임받은 박 시장의 결정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의회를 거치면 서울시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 재정상황에 맞는 행정을 펼치기 위해선 반값등록금 같은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공립대학::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경영하는 대학으로 설립 주체에 따라 시립학교, 도립학교로 구분한다. 학교 설립이나 폐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인가하며 학교 명칭이나 조직은 시도 조례로 정한다. 4년제 공립대는 서울시립대, 인천대 2곳이며 공립전문대는 강원도립대,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경북도립대, 전남도립대, 충남도립청양대, 충북도립대 등 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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