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소셜미디어(SNS) 음란 광고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8일(현지 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영화 ‘해리포터’ 주인공 엠마 왓슨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유사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하는 영상이 최근 SNS에 확산됐다.영상 속 인물은 실제 왓슨이 아니다. 딥페이크로 얼굴 부분만 왓슨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몸은 포르노 영상에서 따왔다. 딥페이크는 얼굴이나 소리를 조작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이 영상은 딥페이크 앱을 홍보하려는 한 업체의 광고물이었다. 이 광고물은 지난 5~6일 이틀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 서비스에 230개 이상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화면 상단에는 “비디오에 아무 얼굴이나 합성해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일반인도 얼마든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왓슨뿐만 아니라 스칼릿 요한슨 등 인기 여배우들의 얼굴을 도용한 광고물은 최근 대량 쏟아지고 있다. 메타 광고 중 127개가 왓슨을 닮은 것이었고 다른 74개는 요한슨의 얼굴이었다고 NBC는 전했다.매체가 이런 앱을 직접 써보니, 패션, 신부, 남성용, 여성용 등 여러 기본 카테고리 중 ‘핫’ 카테고리에 노출이 심한 여성이나 남성이 춤을 추고 포즈를 취하는 베이스 영상이 있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얼굴사진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얼굴이 바뀐 영상을 볼 수 있었다. 2022년 개발된 이 앱은 애플 스토어에서 만 9세 이상만 되면 무료로 자유롭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미국 테네시주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학생 로렌 바튼은 “딥페이크 앱을 이용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조회수가 1000만뷰 이상 나왔다”며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칠수 있다”고 지적했다.주요 SNS와 앱 판매 플랫폼들은 음란물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지만, 규제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면 일일이 규제하기 어러운 실정이다. 메타 대변인은 “우리는 AI 생성물 여부와 관계없이 성인용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며 “현재 이 앱이 우리 플랫폼에서 광고하는 것을 제한한 상태”라고 밝혔다. 애플 스토어 관계자도 “아직 딥페이크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없지만, 음란물과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콘텐츠가 포함된 앱은 금지하고 있다”며 “NBC 지적을 받고 앱스토어에서 문제의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정당한 범죄 수사’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이 대표 거취에 대해서도 응답자 과반이 ‘당 대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도 ‘잘못됐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정당한 범죄 수사’란 응답이 53.9%, ‘정치 보복 수사’라는 응답은 40.7%로 나타났다.앞선 조사(KBS새해여론조사·1월 18일~20일)에선 두 의견이 오차범위 안(47.7% vs 44.1%)이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에서 ‘정당한 범죄 수사’란 응답이 13%p가량 많았다.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응답자의 53.8%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40.7%였다.다만 응답자를 민주당 지지층(333명)으로 좁혀보면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77.3%로, ‘물러나야 한다’ 19.6%보다 훨씬 높았다.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물었을 땐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52.1%, ‘잘된 결정’이라는응답은 39.3%로 나타났다.40대 연령층과 광주·전라 지역에서만 ‘잘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많았다.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7%, 민주당 33.3%, 정의당 4.3% 순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21.3%였다.지난 1월 KBS새해여론조사 당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2%, 민주당 32.0%, 정의당 6.0%였다.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9.6%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인도 남부 항구도시에 있는 거대 쓰레기 매립지에서 불이나 60만 주민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대량의 유독가스가 방출돼 도시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미국 CNN방송 등은 인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쓰레기 산’으로 불리는 케랄라주 코친의 브라마프람 매립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5일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불은 상당히 진압됐지만 짙은 연기와 메탄가스가 일대로 퍼저나가고 있다. 현지 방송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는 매립지에서 나온 유독성 연기가 광활한 하늘을 덮고 있다.코친에는 6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데 당국은 도시 거주자들에게 가능하면 실내에 머물고, 밖에 나가야 할 경우 N95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일부 소방대원들이 기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로 인해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유럽연합(EU) 국제도시협력 프로그램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마프람 매립지 면적은 약 6만 5000㎡로 매일 100t 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인다.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비율은 약 1%에 불과해 매립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인도에는 브라마프람을 포함해 3000여 개의 쓰레기 산이 곳곳에 분포돼 있어 지구온난화의 큰 문제로 꼽힌다. 위성으로 환경오염을 관찰하는 온실가스위성(GHGSat)에 따르면 인도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많은 메탄을 배출하고 있다. 독성 물질이 수십 년간 땅속에 스며드는 오염도 발생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연예계 ‘브레인’으로 통하는 코미디언 장동민이 국제 포커 대회에서 우승했다.장동민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열린 ‘아시아 포커 챔피언쉽’(APC·Asia Poker Championship) 하이롤러(고액 베팅) 부문에서 최종 승자가 돼 상금 5000만원을 거머쥐었다.APC는 한국의 KMGM(Korea Mind Game Members)이 개최하는 국제대회로, 한국·베트남·필리핀·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포커 플레이어들이 참가했다.장동민은 오는 5월 말 열리는 월드시리즈 포커 대회(WSOP·World Series of Poker)에도 도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WSOP는 전 세계 포커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포커 플레이어들의 꿈의 무대로 불린다.장동민은 2014년과 2015년 tvN 예능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시즌3와 시즌4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두뇌 게임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90억원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재판에 넘겼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8일 김 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증거은닉·인멸 교사, 농지법위반죄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검찰은 김 씨가 2021년 10월~2022년 11월, 대장동 사업 관련 범죄수익 390억 원을 수표 발행 및 소액권 재발행·교환, 차명 오피스텔 보관, 제3자 계좌 송금 방식 등의 방법으로 숨긴 것으로 봤다. 기존 혐의보다 50억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또 2021년 9월경 A 씨 등에게 사건의 주요 증거가 저장된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내리치고 불태워 버리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2022년 12월경 B 씨 등에게 범죄수익은닉 증거인 142억 원 상당의 수표 실물을 대여금고, 직원 차량 등에 숨기게 한 혐의(증거은닉교사)도 적용했다.아울러 2021년 7월~10월경 본인 및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업경영에 이용할 의사 없이 수사기관의 추징보전 등에 대비하고, 시세차익 등 부동산 투기를 위해 소유할 목적으로, 영농경력 등을 허위 기재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농지법위반)도 추가했다.검찰은 “구속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50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고, 피고인과 관련된 로비 의혹 수사 등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아울러, 현재까지 대장동 사업 관련 피고인 등이 취득한 범죄수익 등 합계 2070억 원 상당의 재산을 몰수·추징보전 했다”고 밝혔다.김 씨는 2021년 11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지난해 11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3개월 만에 재구속됐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미국의 한 대학생이 지하철역에서 ‘깻잎 한 장’ 차이로 큰 사고를 면했다.7일(현지시간) 미국 cbs와 보스턴닷컴 등에 따르면, 이일은 지난 1일 보스턴 지하철 레드라인 하버드역에서 있었다. 서퍽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는 4학년생 시아나 나바로(여·21)는 평소 그린라인을 타고 통학하는데 하필 사건 당일 다른 볼일 차 레드라인을 타게 됐다. 나바로가 하버드역에서 내린 시간은 오후 4시경. 전철에서 내려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천장에서 커다란 패널이 떨어졌다. 패널은 나바로의 바로 앞에 떨어졌는데, 왼쪽 신발 끝에 살짝 닿을 정도로 근소한 차이였다. 파편과 먼지가 나바로의 입속으로 들어 갔다고 한다. 무너진 패널은 알루미늄에 다른 소재를 더해 만든 사각형 모양으로, 총무게는 25파운드(약 11.3kg)인 것으로 파악됐다. 머리에 맞았다면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나바로는 한 동안 멍하니 멈춰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충격으로 잠시 얼어붙었다”며 “밖으로 나와서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기 위해 몇 분 동안 서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걸음만 더 내디뎠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며 “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메사추세츠 교통국은 1970년대에 설치한 천장 구조물이 부식해 패널이 추락한 것으로 보고 하버드역에 있는 약 100개의 패널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또 레드라인 전체 역사 점검에 들어갔다. 레드라인 이용객들은 자신이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 하며 “검사가 너무 늦어졌다. 천정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기 전 정기적인 검사를 했어야 한다”며 관리당국을 질타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50대 가장이 8개월 만에 자택 벽장 안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되는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트로이에 거주하던 리처드 매지(53)는 지난해 4월 26일 돌연 실종됐다. 가족으로는 세 자녀와 아내가 있었다.실종 당일 그의 아내 제니퍼가 귀가했을 때 남편의 차는 집 앞에 주차돼 있었고 집 안에 지갑과 열쇠 등 소지품이 있었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하루가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는 다음날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아내는 “남편이 ‘일찍 퇴근한다’며 전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고 경찰에 설명했다.경찰이 출동해 부부의 집을 수색했지만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아내는 실종 포스터를 내거는 등 남편을 찾아 나섰지만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얼마 후 아내는 “집안에서 악취가 난다”며 신고했고, 경찰이 두 번이나 더 집을 수색하러 왔지만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배관공에게 연락해 지하실 하수구에 뚜껑을 덮는 작업을 했다. 이후로 악취는 사라졌다.남편의 행방은 그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드러났다. 실종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1일 아내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찾기 위해 창고로 쓰는 벽장을 뒤지다가 미라 상태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및 조사결과 미라의 신원은 리처드로 확인됐고, 사인은 자살로 파악됐다. 타살 가능성은 없다고 검시소는 판단했다.검시소 측은 “시신이 분해 단계를 지나 미라화 되며 악취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3차례 걸쳐 이 집을 뒤졌던 경찰은 “수색 당시 집 안에 많은 물건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어 발견이 어려웠다”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유족들은 “더 일찍 찾을 수 있었던 일”이라며 경찰의 미흡한 수사를 질타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새내기 소방관과 노인이 숨진 전북 김제시 금산면 단독 주택 화재는 ‘쓰레기 소각’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전북소방본부는 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 감식을 벌였다.합동 감식팀은 시커멓게 탄 단층 주택 안팎을 살피며 최초 발화지점과 피해 규모, 화재 원인 등을 조사했다.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주택창고에서 쓰레기를 소각했다고 진술했다”며 “주택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아스팔트싱글 소재의 창고 지붕을 타고 불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소방 관계자도 “합동감식 결과 화재 원은 쓰레기 소각 부주의로 추정된다”며 “추가적으로 현장에서 전기 배선을 수거해 감정을 의뢰한 상태”고 밝혔다.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내다봤다.70대 부부가 살던 이 주택에서 불길이 치솟은건 전날 오후 8시33분경이다. 할머니는 먼저 바깥으로 대피했지만, 할아버지(74)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대는 화재 진압과 함께 인명 구조에 나섰다. 당시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외침에 성공일 소방사(30)가 집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성 소방사는 화염과 연기가 뒤섞인 주택에서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할아버지도 숨진 채 발견됐다.화재를 목격한 주민은 “주변 사람이 집 안에 사람이 있다고 외치니 소방관 한 명이 바로 들어갔다. 소방관이 들어갈 때는 불이 잦아들고 있었는데 목조주택이다 보니 갑자기 불이 커졌다”며 “결국 집주인과 소방관 모두 나오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성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방관의 꿈을 키워온 그는 대학에서 소방방재학을 전공했다. 성 소방사의 장례는 전북도청장으로 나흘간 치러진다.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경기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숨진 뒤 유기된 태국인 근로자는 ‘짐승우리만도 못한 곳에 살았다’고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측이 7일 밝혔다.전날 포천경찰서는 시체 유기 혐의로 60대 남성 A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포천시 영북면 자신의 돼지농장에서 태국인 근로자 B 씨(60대)가 숨지자 지난 2일 트랙터로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범행은 이틀 뒤 발각됐다. “B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태국 국적)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4일 농장 인근 야산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B 씨가 돼지농장에서 10여 년 가까이 일해 온 것을 파악하고 농장주 A 씨를 체포했다.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기 혐의를 인정했지만 구체적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건강상 문제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이와 관련해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는 “B 씨가 사망한 현장에 갔다왔다”며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대표는 “사업주는 왜 노동자의 시신을 유기했는가? 고인의 죽음과 유기 사이의 관계성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김 대표는 “숙소는 정확히 말해 밀폐된 낡은 돈사 입구에 있었다. 방은 가로 세로 2미터×3미터 정도였고, 부엌은 방의 절반 정도 크기였다. 출입문(차광막 비닐로 만든)을 열고 들어가자 돼지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돼지 울음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 유독가스 때문에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숙소를 충분히 살필 수 없을만큼 괴로워 금방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주거환경으로 볼 때 황화수소나 일산화탄소로 인한 질식사나 중독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처벌이 두려워 유기했다’는 농장주는 무엇에 대한 처벌이 두려웠던 것일까? 미등록자를 고용한 사실이 두려웠던 것인가? 살인적인 노동을 10년 간 하도록 한 것이 두려웠나? 짐승우리만도 못한 숙소를 제공한 것이 두려웠나?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전했다.김 대표는 “소위 불법체류자는 죽도록 부려먹다 죽으면 내다버려도 되는 존재인가? 아니다.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이는 조건 없는 존엄이다”라고 강조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경기도 수원의 한 주차장에 있는 여자 화장실 ‘용변 칸’이 밖에서 훤히 보인다는 제보가 온라인 커뮤티에 공유됐다.이 글은 지난 5일 네이트판에 “너무나 충격적인 수원 금곡 주차장 3층 여자 화장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제보자는 “공익목적으로 올린다. 금곡에 놀러갔다가 3층 주차장에 주차하고 화장실을 들렀는데 세상에…여자 화장실 (용변)칸에 창문이 달려있더라”고 설명했다.그는 주차장 쪽 바깥에서 창문을 바라본 사진을 올리며 “키 162cm 제가 까치발 들고 보면 훤히 보이는데 키 큰 남자라면 다 보일 것 같다. 여기 입점해 있는 여러 가게를 이용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지”라고 지적했다.제보자의 설명과 사진 속 정보를 종합하면, 문제의 화장실은 권선구 금곡동의 한 대형 상가건물 상층부에 있는 대규모 유료주차장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누리꾼들은 “헐 무슨 생각으로 설계한건지?” “저따위로 설계해도 승인이 나고 시공까지 이어진다는게 놀랍다” “누가 설계하고 누가 허가해준 건지 문책해야 한다”며 공분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6일 밤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으며 수십 명이 다쳤다.불은 이날 오후 8시 52분경 아파트 1층에 있는 50대 여성 A 씨의 집 주방에서 발생했다. 집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 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소방은 장비 50여 대와 15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비상벨 소리를 들은 주민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40여 명은 건물 안에 있다가 소방에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1층 연기가 계단식 복도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이 아파트 15층 계단에서 60대 남성 B 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소방은 10층 주민인 B 씨가 연기를 피해 옥상 쪽으로 대피하려다가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또 36명이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았다. 추가 피해 신고에 따라 경상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한 주민은 “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꽉 차서 나올 수가 없었다. 하나도 앞이 보이지가 않았다”고 언론에 설명했다.소방 관계자는 “최초 신고를 통해 집 주방 쪽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현장 훼손이 심해 발화지점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경찰과 소방은 7일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16년 전 ‘아동 강제 추행 사건’으로 재구속된 김근식에 대해 검찰이 징역 10년과 화학적거세 등의 처벌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근식 측은 부당함을 주장했다.검찰은 3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과 사회격리가 필요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수감생활 중 공무집행방해, 재소자 상습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별도로 구형했다.또 성충동약물치료(화학적거세)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10년,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등도 함께 요청했다.검찰은 “김근식이 저지른 범죄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로, 성 기능을 일정 기간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화학적 거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에 반해 변호인과 김근식은 2006년 체포됐을 당시 이미 13세 미만 아동 범죄를 자백했는데 검찰이 뒤늦게 별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변호인은 “예전 사건과 함께 재판받았으면 그 형량이 미비했을 것이라는 점과 뒤늦게 기소돼 여론의 질타는 받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변호했다.김근식은 재판장이 진술기회를 주자 미리 준비한 글을 읽어가며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그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면서도 “이미 예전에 자수할 때 자백한 내용을 검찰이 뒤늦게 기소하고 언론플레이했다”며 반발했다. ‘화학적 거세’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선고공판은 오는 3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김근식은 2006년 9월 18일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인근 야산에서 당시 13세 미만인 A 양을 때리고 흉기로 위협하며 강제 추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그는 2006년 5∼9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 17일 출소 예정이었으나,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16년 전 사건’으로 재구속됐다.미제사건으로 분류됐던 이 사건의 가해자가 김근식이라는 사실은 검찰이 경기·인천지역 경찰서 7곳에서 보관 중인 성범죄 미제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신원미상 범인의 DNA가 김근식의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대검찰청으로부터 회신받고 김근식을 기소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3일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에도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고 옥중공천도 불사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전언’에 대해 “그런 의사를 밝힌 바 없다”고 일축했다.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3일 오전 공지를 통해 “모 방송국 논설위원장이 한 방송에 나와 이재명 대표와 추가영장, 거취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알려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안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해당 논설위원장과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추가영장이 오더라도 나갈 생각이 없다’,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 ‘옥중 공천도 불사하겠다’ 등의 의사를 밝힌 바 없고 실제 그런 결정이나 결심을 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모 매체 논설위원장은 “제가 수류한을 하나 까겠다”며 “이 대표와 직접, 제가 (취재한)얘기를 좀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만났는지 통화했는지 그거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핵심만 얘기하면 민주당 대표직 사퇴 의사 전혀 없다. 그건 명확하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추가 영장이 오더라도 나갈 생각도 없고, 사퇴할 의사도 1도 없다. 그리고 심지어 옥중 공천도 불사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당 장악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또 “제 생각이 아니라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이 대표가 비명계 10명 가까이 만났는데, 이분들 유감인 게 뭐냐면 실제 만나서 한 대화 내용과 언론보도 내용이 차이가 있다, 만났을 때와 다르게 얘기한다. 만났을 때 (이 대표)본인은 주로 들었는데 그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니까 이 대표가 23일날 긴급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표직 사퇴 의사가 없다고 기자회견 했었잖냐. 그 이유가 뭐냐면 (비명계)만나고 오면 그분들이 언론에 계속 이상한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서도 안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의원들과 만나서 한 대화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차이가 있다’고 한 것은 자신이나 자리를 함께 해준 동료 의원들을 이간질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할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일 뿐 ‘비명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보도는 이 대표의 뜻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매년 대한적십자사가 회비모금 목적으로 집집마다 지로통지서를 보낼 수 있게 한 현행 법규에는 문제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헌재는 현행 대한적십자사조직법(적십자법) 8조 등이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위헌확인 소송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기각·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적십자법 제8조는 적십자사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십자사 운영과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해 필요한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국가와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적십자사는 행정안전부에 전국 만 25~75세 세대주 성명과 주소를 요청하고, 이 주소로 1만원짜리 지로통지서를 발송한다. 지로통지서를 받은 A 씨 등은 적십자법 제8조, 국가의 자료제공행위, 적십자사의 지로통지서 발송행위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이들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국가나 지자체가 적십자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항의했다.그러나 헌재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을 보조하거나 남북교류사업, 혈액사업 등 특수 사업을 수행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적십자법 8조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는 취지다.헌재는 “자료제공 목적은 회비모금으로 한정되고 정보 범위는 세대주 성명과 주소로 한정된다”며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이며 성명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로서 그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A 씨 등은 적십자회비가 세금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각하했다. 헌재는 “지로통지서 상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고,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반대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특별한 사유를 개인정보보호법 문구에 준하는 것으로 막연히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시행령 조항이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 이름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적십자사는 전국의 세대주에게 지로통지서를 발송했지만, 올해부터는 최근 5년간 모금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세대주에게만 발송할 예정이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야간에 자동차 충돌 사고를 내고 달아난 소방관과 도피를 도운 동료 소방관이 실형을 선고받았다.창원지법 밀양지원(형사1단독)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동료 소방관 B 씨는 A 씨의 현장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A 씨는 2020년 3월 9일 밤 11시 52분경 창녕군의 한 국도를 달리다 옹벽과 부딪혀 차가 뒤집히는 단독 사고를 냈다.사고 현장에는 경찰보다 119구조대 B 씨가 먼저 도착했다. A 씨와 B 씨는 한때 같이 근무했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음주운전 등으로 수사받게 될 것을 우려, B 씨에게 현장을 이탈할 수 있도록 부탁한 혐의를 받았다.A 씨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이 아닌 인근의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후 B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사고 차량에 운전자가 없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이 때문에 경찰은 차량이 뒤집히면서 운전자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현장을 수색했다.A 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증거부족으로 적용되지 않다.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소방관이라는 신분을 범죄에 거리낌 없이 이용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을 내세우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지난해 8월 5일 경기 이천 관고동의 4층짜리 상가빌딩에 불이나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숨진이들은 거동이 불편한 4명의 투석환자와 1명의 간호사였다.“간호사는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환자 때문에 병실에 남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관할 소방서장의 브리핑에 모두가 숙연해졌다.고(故) 현은경 간호사(향년 50·여). 이천소방서 대원들은 그 이름을 잊지 못한다. 그날 연기 속에 쓰러져 있던 현 간호사를 가장 처음 발견한 건 김재무 구조대장(소방경·현 소방사법팀장)과 동료들이었다. 동아닷컴은 이천소방서와 대한간호협회의 도움을 받아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 해봤다. 4층 창문 절박한 손…연기 뚫고 진입그날 오전 10시 17분경 이천 관고동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연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다. 불이 난 건물은 중앙 계단을 기준으로 우측과 좌측으로 나뉘는데, 연기는 발화 지점인 우측에 집중됐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3층과 4층에서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고, 4층 좌측 창문에서는 사람들이 절박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4층은 신장투석전문 병원으로, 불이 나기 전 환자 30여 명이 치료를 받거나 대기 중이었다.관고동 119안전센터 이장열 센터장(소방경)을 포함해 화재진압대 4명이 가장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 3층에서 진압을 시작했다. 곧바로 김 대장의 구조팀이 4층으로 진입해 인명 검색을 시작했다. “대피로 아닌 침대 아래 쓰러져”구조대는 2개 조로 나눠 1개 조는 사람들이 소리치던 좌측으로 진입, 창문을 깨고 요구조자들을 구출해 냈다. 다른 1개 조는 연기로 가득한 우측으로 진입했다. 그곳이 바로 환자들이 많이 누워있던 ‘투석실’이었다. “오른쪽은 검은 연기가 가득찬 상태로 한치 앞을 볼 수가 없었다.” 김 대장은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대원들은 입구에서부터 낮은 자세로 감각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며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투석 환자 침대 아래 쓰러져 있는 1명을 발견했다. 바로 현 간호사였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그는 깨어나지 못했다. 좌측 공간은 다행히 방화벽에 막혀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고, 환자와 의료진 등 생존자 30여 명이 이곳으로 대피해 있었다. 현 간호사 발견 장소부터 이곳까지 거리는 10m 남짓. 정상인이라면 몇 걸음만 뛰어도 무리 없이 대피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에겐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김 대장은 “현 간호사가 발견된 곳은 뭔가에 걸려 넘어질 만한 곳도 아니었고, 출입문 부근도 아니었다. 대피 하다가 쓰러진 모습이 아니었다. 위치로 봤을 때 환자를 대피시키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연기를 흡입해 그곳에 쓰러졌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차마 환자 두고 나가지 못했다투석은 혈액을 체외로 꺼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다시 체내로 돌려보내는 작업이다. 환자와 투석 장비가 굵은 바늘과 줄로 연결돼 있어 위급상황이 벌어져도 출혈 위험 등으로 즉각적인 행동을 하기 어렵다. 실제로 투석실 바닥 여기저기에는 피가 쏟아진 흔적이 있었다고 김 대장은 말했다.게다가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에 체력이 약하고 합병증을 갖고 있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른 환자들이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아 대피하는 동안 현 간호사는 아직 피신하지 못한 환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하느라 끝까지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김 대장은 설명했다. 숨진 4명의 환자는 60~80대 고령이었다.한 대피 환자(67)는 “연기가 치료실 안까지 무섭게 차올랐다”며 “환자 대부분이 고령에 거동도 불편해 대피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증언했다.김 대장은 “일주일에 2~3번씩 투석하러 와서 몇 시간씩 머무르다가 가는 병원 특성상 간호사님과 환자들의 관계는 일반 병원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현 간호사님은 그런 환자들을 두고 차마 혼자서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연기가 올라오는 와중에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를 돌보는 현 간호사의 모습은 병원 4층 내부 폐쇄회로(CC)TV에도 남아 있다고 한다. 딸에게도 간호학과 권유할 만큼 자부심현 간호사는 25년 넘게 환자를 돌본 베테랑이었다. 그는 1972년 춘천에서 농사를 짓는 가정의 1녀 2남 중 장녀로 태어났다. 춘천간호대(현 한림성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홍천현대아산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근무했다. 이곳 투석전문 병원에는 2006년에 입사해 숨지기까지 15년간 근무했다.대한간호협회 측은 “고인은 평소 투석으로 지쳐 예민한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져도 환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진정한 나이팅게일이었다. 동료·후배 간호사들도 이구동성으로 고인을 롤 모델로 생각할 정도로 투철한 직업관과 동료애를 지닌 선배로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힘든 직업이었지만 딸에게도 간호학과를 권유할 만큼 일에 자부심이 컸다. 딸(26)은 “어머니는 수간호사를 맡을 수 있는데도 평간호사로 남아 궂은일을 도맡아 해 평소에도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며 “어머니는 평소에도 환자들과 가까이 지냈고, 제게도 간호학과 진학을 권유할 만큼 하시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기에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친정父 팔순 하루 전, 휴가 나온 子 못 본채…현 간호사가 숨진 날은 친정아버지의 팔순 잔치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군 복무 중인 아들(22)도 휴가를 나왔다. 그날 퇴근 후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로 예정돼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남편 장재호 씨(54)는 “장인어른의 팔순을 앞두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허공을 바라본 채 눈물을 흘렸다. 아들은 “연기가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환자를 두고 나가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경기도간호사회 전화연 회장은 “아들이 휴가 나오길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며 휴가 나온 저 아들을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보지도 못하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가슴이 저렸다”고 했다. 고인의 동료였던 허 모 간호사는 “첫 직장 투석실에서 뵈었던 현은경 선생님은 신입인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신 분”이라며 “현 선생님은 간호사로서 사명감이 굉장히 높았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일에 항상 먼저 앞장서셨다”고 회고했다.고인은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100점짜리 엄마였고, 남달리 부부애가 좋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고 한다. 사건 후 6개월. 갑작스럽게 가족 곁을 떠난 ‘엄마’이자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장 씨는 “가정에서의 집사람 모습은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그 엄마였다. 누구나 보통 생각하는 그 엄마. (울먹) 자식을 위해 서방을 위해 희생을 했던 그 엄마의 모습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그래서 더 힘들다. 저는 집사람만 의지해서 27년을 살아왔는데 사라져 버리니까 그 빈공간이 너무나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며 울먹였다.이어 “사건 6개월이 돼가고 있는데 아직 힘들다. 오죽하면 이사까지 생각하고 있다. 도저히 그 집에 살 수 없어서. 그 이전 그 이후의 시간 계속 그 사람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며 아내를 그리워했다.사건 직후 대한간호협회에서 마련한 온라인 추모관에는 약 3000개의 추모글이 달렸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달리고 있다. 투석 환자의 보호자라고 밝힌 한 추모객은 “현 간호사님은 평소에 일 처리가 빠르셨고 항상 환자 먼저 생각하시는 분이셨다. 현 간호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 간호사님은 진정한 간호사였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글을 올렸다. 현 간호사는 지난해 말 의사자로 인정됐다. 의사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 재산 등을 구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인정한다. 이천시(시장 김경희)는 지난달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이천인상’을 만들고, ‘희생 부문’에 현 간호사를 선정해 상패를 수여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그리스 중부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생한 열차 2대 정면충돌 사고로 현재까지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85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구조·수색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대 60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그리스 공영방송 ERT와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사고는 자정 직전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발생했다. 여객열차가 마주오던 화물열차와 정면 충돌했다. 여러 객차가 탈선하고 최소 3량에서 불이났다. 1, 2호 객차는 형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파손됐다. 여객 열차는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부 제2도시 테살로니키를 향해 달리던 중이었다. 열차는 템페 협곡 직전에 고속으로 마주오던 열차와 충돌했다. 여객열차에는 승객 342명과 승무원 10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가고 있었다.승객 상당수는 공휴일 축제를 즐기고 돌아오던 대학생들이었다. 그리스는 춘제 카니발 시즌을 맞아 월요일인 27일도 공휴일로 지정했고,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는 이들이 많았다. 승객들은 “충돌 직전 강한 제동이 느껴졌고 불꽃이 튀었다”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가방으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한 구조대원은 “평생 이런 건 본 적이 없다. 비극적”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우리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히며 “그리스 당국에선 외국인 사상자 발생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한 게 없다 했다”고 전했다. 원인 조사에 착수한 현지 경찰은 라리사 역장을 과실 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라리사 역장이 여객열차 기관사에게 선로 변경을 잘못 지시한 탓에 두 열차가 같은 선로를 타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리스는 여전히 철로가 하나밖에 없는 단선 구간이 많고, 신호 및 자동 제어 시스템도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장관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는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업무를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교통장관직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몰도바에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3일까지 사흘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공공 건물에 조기를 계양하기로 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이탈리아에서 악명 높은 폭력 조직 두목이 침대보를 이어 묶은 줄로 교도소를 탈출하는 일이 일어났다. 탈출 과정은 영화처럼 계획적이었다.27일 이탈리24와 영국 미러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마피아 ‘사크라코로나유니타’의 두목 마르코 라두아노(40)가 탈옥한 건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이다. 마르코는 2018년 마약밀매 혐의로 18년6개월을 선고 받아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최고 보안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그는 지난 수감 생활 4년간 성실한 모습을 보여 모범수로 교도소 내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도서관은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마르코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창밖을 내다보며 교도관들의 순찰 일정을 관찰했다.특정 교대 시간에 인력부족으로 경비가 소홀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하얀 침대 시트를 이어 묶어 긴 줄을 만들었다. 외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문 열쇠도 확보했다. 계획한 시간이 되자 그는 침대보를 높은 담벼락 아래로 늘어뜨린 뒤 이를 타고 내려와 탈출했다.그가 탈옥하는 모습은 교도소 밖 감시카라에 그대로 찍혔다. 마르코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교도관들이 깨달은 건 2시간 뒤였다.교도관 노조 측은 예산삭감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항변했다. 현재 약 50명의 직원이 180명의 죄수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조반니 빌라 노조위원장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안전한 감옥 중 하나인 이곳에서 대담하게 탈출한 것은 직원 부족 때문이었다”며 “마르코는 오랜 기간 탈옥을 계획했고 모든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몇 달 동안 인력 부족을 지적해왔다. 이것이 보안을 위태롭게 한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마르코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당국은 행방을 쫓고 있다. 조력자가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마르코가 이끄는 조직은 악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뱀으로 둘러싸인 개인 무기고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어 뭐야?” ,“우와”, “헐!”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자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세대 졸업식에 ‘특별 연사’로 참석해 축사를 했다.“오늘 순서지에 없는 아주 특별한 분께서 방문하셨습니다”라는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대강당 연단 위로 올라서자, 좌중에서는 놀람의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공식 일정표에도 없던 ‘깜짝 등장’이었다.사회자는 국민의례, 성경봉독, 학사보고, 축사 등 식순을 진행하던 중 ‘순서지에 없는 특별 순서’로 윤 대통령을 소개했다.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여러분이 미래를 꿈꾸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바꾸고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미래세대를 위한 공정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윤 대통령은 경제학자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을 역임한 스탠리 피셔의 ‘하나의 모범 사례가 1000개의 이론만큼 가치가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제도를 혁신 선진국들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수년간 제한됐던 대면 학위수여식이 재개된 것을 기념하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졸업생을 격려하기 위해 이날 대학을 찾았다.연세대는 윤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교편을 잡은 학교다. 윤 대통령 본인도 서울대 법대 동문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함께 연세대 도서관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한 인연이 있다.윤 대통령은 “연세의 교정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또 아름다운 연세의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졌고, 많은 연세인들과 각별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고 떠올렸다.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던 윤 대통령은 돌연 발걸음을 돌려 대강당으로 내려섰다. 윤 대통령이 맨 앞 줄에 앉은 졸업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뒷 줄에 있던 한 학생이 뛰어나와 줄을 서는 모습도 연출되기도 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일본에서 신장이 2m에 달하는 남성이 키가 150cm에 불과한 여성을 발뒤꿈치로 사정없이 내리찍고 밟는 등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지난해 있었다.일본 열도를 경악케 한 이 사건은 가해자에게 예상보다 약한 처벌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국민 공분을 일으켰다.27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바지방법원은 22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나미키 다다시(53·무직)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나미키는 지난해 5월 5일 새벽 1시 15분부터 약 90분 동안 내연녀의 친구인 A 씨(64)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나미키는 내연녀와 함께 A 씨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을 시작했다. 신장이 199㎝에 달하는 나미키는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 150㎝에 불과한 A 씨를 잔혹하게 폭행했다. 긴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발뒤꿈치로 A 씨 머리를 여러 차례 찍어누르고, 플라스틱 도마 등을 내리쳤다.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외상성 쇼크로 끝내 사망했다.재판부는 “신장 199㎝의 피고인은 저항하지 못하는 150㎝ 여성을 때리고 차는 등 집요하게 폭행했다. 범행이 악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미키가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정상 참작의 여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8년이라는 형량에 소셜미디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많은 일본 네티즌들은 “출소해도 61세인데 재범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고작 8년이라니” “사람 목숨을 앗아간 대가가 이것뿐이냐”며 비난했다.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