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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목구멍’ 발언에 이어 ‘배 나온 사람’ 발언으로 불거진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막말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일제히 ‘물타기’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과도한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리선권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던 북한의 환대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리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현재로서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이라는 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리선권의 발언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말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 리선권은 지난달 5일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 행사 후 만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 나온 사람’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놓고 청와대 대변인이 “맥락에 따라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 것은 해명을 넘어 견강부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대변인은 “설사 (리선권의 발언이) 우리 남쪽의 예법이나 문화와 조금 다르다 할지라도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그 엄청난 환대에 비하면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리선권의 발언을 남북 문화 차이로 설명한 셈이다. 정부여당에서도 리선권 발언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선권의 발언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무례한 발언이나 잘못된 발언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선 시정 요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나와 “(리선권의 발언은) 내용의 맥락과 배경이 전체적으로 파악돼야 한다. 그런 파악 없이 남북 관계 전반의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남북 관계도 중요하지만 당정청이 한꺼번에 나서 리선권 발언을 물타기 하면 북한 눈치만 보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남북 관계가 완전히 주종 또는 갑을 관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비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님 특히 고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주한미군 주요 지휘관 차담회에서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60·사진)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 장성들을 초청한 것은 임기를 마치고 8일 한국을 떠나는 ‘지한파’ 브룩스 사령관을 환송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차담회 내내 브룩스 사령관의 공로를 언급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공식 페이스북에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발행한 ‘합참’ 가을호에 브룩스 사령관이 기고한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정신으로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미관계의 미묘한 불협화음 속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군’이 돼준 브룩스 사령관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목적은 먼저 귀국하시는 우리 브룩스 사령관께서 그동안 보여주신 헌신과 노고, 그리고 한국에 대한 아주 깊은 애정에 대해 대통령과 한국민들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브룩스 사령관의 기고문을 언급하며 “동주공제의 정신으로 한미동맹은 지난 1년간 우리 한반도에서 정말 놀라운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며 “위대한 동맹을 만들어내는 데 주역이 돼주신 브룩스 사령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룩스 사령관은 그동안 한미 방위비 분담과 남북 관계 등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풀어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평가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비용의 90%를 댄 미군 기지인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보여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군사적 지원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한편 본국에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합참 기고문에서도 “현재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 담긴 군사 분야의 신뢰 구축 방안들은 미국의 지지와 동의, 그리고 유엔군사령부의 지원 조치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한 지원사격을 했다. 청와대 역시 주한미군 사령관 재직 중 처음으로 지난해 9월 브룩스 사령관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최근 남북 경협 속도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여전한 것도 청와대가 브룩스 사령관의 이임을 아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대북 강경파로 평가된다. 그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유예가 대북 대비 태세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는 하나의 산과 언덕을 정복해 그 언덕의 정상에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산이 참 많다. 그만큼 우리가 극복해야 할 언덕과 도전 과제가 많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칼둔 청장과 1시간 50분간 만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사진)의 방한과 양국 국방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사람은 무함마드 왕세제의 방한이 내년 1분기(1∼3월) 안에 가급적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가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한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의 만남은 한-UAE 간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가 논란이 된 올 1월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당시 정치권에선 2009년 정부가 UAE로부터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유사시 한국군을 자동 파병하는 내용을 담은 비밀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3월 UAE를 방문해 외교·국방 차관이 참여하는 ‘2+2 회의’를 갖고 국방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임 실장과 칼둔 청장 간 ‘핫라인’을 구축하도록 했다. 청와대는 양국 간 군사 분야 MOU 문제는 이미 해결이 됐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의 회동 결과에 대해 “두 사람은 양국 사이의 국방과 방산 분야 협력도 이견 없이 강화돼 가고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UAE가 제3국으로 진출할 때 상호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UAE의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칼둔 청장은 또 이날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서 남북 관계 발전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가 ‘경제 투 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교체 방침을 굳힌 가운데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정국 등을 고려해 12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교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예산 정국이 끝나자마자 인사 청문회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검증 절차를 서둘러 내정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며 “적어도 이달 말 전에는 내정이 끝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두 사람의 교체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인사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판단이 남은 상황”이라며 “준비가 되는 대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순차적 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 주 경제부총리를 먼저 지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부총리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정책실장으로는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홍 실장은 만성 간염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서 경제부총리로 직행할 경우 경제컨트롤 타워로서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대 도시공학과 출신으로 부동산·환경 전문가인 김 수석은 경제 전문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 수석은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야당은 “사람보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에 미련을 놓지 않고 있다”며 “중요한 건 여전히 사람이 아니라 정책”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 겸 확대간부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바꾸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론자가 아닌 실용적 시장주의자로 임명하라”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상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 건설을 위한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포용국가는 1년 전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사람 중심 경제’를 대체한 개념.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시작과 끝에 “우리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고 두 차례 강조하면서 포용국가 건설을 위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포용국가 내건 文 “경제 과거 방식으로 못 돌아가”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세 번째인 이날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외형적인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이 현실”이라며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발전된 나라 중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 단계를 경제 개혁의 시작으로 규정하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면서 “구조적 전환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을 의식한 언급이다. 취임 이후 공공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지원 등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최근 일자리 지표와 소득양극화 지표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 내겠다”며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나라 곳간을 열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청년·노인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문 대통령은 슈퍼 예산에 대해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를 통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혁신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일자리 예산을 22% 증가한 23조5000억 원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연설 중 ‘경제’를 27번, ‘성장’을 26번 언급해 ‘포용’(18번), ‘복지’(4번)보다 더 많았다.○ 경제 돌파구로 남북경협 확대 의지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포용국가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평화의 한반도”라며 “평화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며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 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에 합의한 협력 사업들도 여건이 되는 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건이 되는 대로’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는 이때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자는 간곡한 요청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회적으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이뤄진 사전 환담에선 선거구제 개편과 대통령제 개편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 개편안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등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와 15분가량 사전 환담을 가졌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7개 정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제2의 촛불을 들었다”며 “(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 달라”며 선거구제 개편을 꺼내들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작년 5월 대통령께서 ‘국회가 선거구제를 개편하면 국가 권력구조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며 “다당제로의 변화 과정에서 권력구조도 바꾸는 특단의 의지를 보여 달라”고 했다.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구조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문제는 환담을 마친 뒤 일부 야당 측 참석자들이 문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 의지를 보였다고 전하면서 불거졌다. 환담을 마친 정 대표가 “문 대통령이 지금의 대통령제는 (우리나라 정치구도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 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 나서 “조금 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국가 권력구조도 바꾸는 특단의 의지를 보여 달라’는 정 대표의 언급에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회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보겠다’고 답했을 뿐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고위급 회담을 앞둔 북-미가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거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이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광분한다”며 제재를 직접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북금융거래주의보를 다시 발령하며 완화는커녕 평양을 더 바짝 조였다. ○ 김정은, “나라 사정 어렵다”며 제재 강력 비판 노동신문은 1일 올해 세 번째로 강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 소식을 보도했다. 전날 삼지연 시찰 보도와는 달리 이번엔 날 선 대미(對美) 메시지가 가득했다.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했다”고 했다. 이어 “(원산지구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에서 연속적인 성과를 확대해 나가는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결사전”이라며 내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까지 완공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8월 원산을 찾아 “창조대전은 강도적인 제재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 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 후 76일(보도 시점 기준) 만에 다시 찾아선 ‘적대세력들의 광분’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나라 사정이 어렵고 긴장하지만” “모든 것이 어렵고 긴장한 오늘” “현재 조건이 특별히 좋고 여유가 있고 풍족해서가 아니라” 등의 발언을 통해 제재로 인한 고충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북제재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재 완화나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유엔의 날(10월 24일)을 맞아 타판 미슈라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 겸 유엔개발계획(UNDP) 상주대표가 지난달 31일 평양에서 연 연회에 박명국 외무성 부상과 북한 주재 외교대표들이 참석했다고 신문이 1일 보도했다. 미슈라 대표는 앞서 여러 차례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어 관련 사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 미 재무부 “대북 금융거래 주의하라” 한미 간 비핵화 워킹그룹을 새로 만들며 남북 경협에도 문단속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는 한 달여 만에 대북금융거래주의보를 재차 발령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1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북금융거래주의보를 통해 북한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범죄단속반은 이번 주의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FT)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위험 요소로부터 국제사회의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에 대응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다만 재무부는 미 정부가 대북 사업과 관련해 한국 은행들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항간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재무부는 VOA에 보낸 e메일을 통해 “민간 부문과의 접촉을 향후 제재 조치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민간 부문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김 위원장이 연내에 조기 답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짐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기될 가능성에 대해선 “꼭 그것과 연결해서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는 변동이 있을지 모르나 남북 간에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구가인 ·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함께 잘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겠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2019년도 예산안은 포용국가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그것이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개혁을 위한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선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개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나랏돈을 더 풀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평화의 한반도”라며 “평화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 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에 합의한 협력 사업들도 여건이 되는 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권력 적폐를 넘어 생활 적폐를 청산해 나갈 것”이라며 대기업 갑질, 공기업 채용비리 등 민생 분야의 적폐청산도 강조했다. 또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판결 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부는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일파 중 한 명인 이 총리가 직접 메시지를 낸 만큼 이번 사법적 판결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급적 줄여 가자는 시그널을 도쿄에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총리가 나서 대응방안 마련할 것” 이번 판결로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한 문재인 정부가 택한 건 ‘로키(low key·저강도 대응)’다. 정부는 이날 “총리가 관계 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이 끝났다고 했던 정부 입장이 뒤집힌 건지, 한국 내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일본 측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는 외교적 문제를 더 키워봤자 득보다 실(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에 대한 반인도적 행위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규정해 배상 책임을 묻는 건 국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오히려 50년 넘게 지켜온 양국 협정을 한국이 스스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는 외교 상대’임을 주지시킬 우려도 있다. 정부는 민관공동위원회 협의체를 만들어 후속 대응에 나설 예정인 만큼 이 과정에서 일본과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체에 대해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당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했던 민관공동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비등점 찍은 후 냉각기 가질 수도 어찌 됐든 이번 판결로 최근 수년간 악화 일로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협상 파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따졌고,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문 대통령이 ‘화해와 치유재단’ 해산을 통보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가 이번에 최고점에 달한 것. 그럼에도 한일 관계가 이번 판결로 비등점을 기록한 만큼, 냉각 기간을 거치면서 차분하게 재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북핵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 여부에 따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북-일을 중재할 수 있는 한국과 계속 대립각만 형성할 수는 없다는 것. 여기에 비핵화 비용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 일본의 참여가 불가피한 만큼, 한미일 3각 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4년 일본군 위안부 갈등 때처럼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수준으로 오래갈 이슈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문병기 기자}

“나라의 어려운 일은 모두 대통령 책임 같아 마음이 무겁다.” 30일 전북 군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경제인과의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이 악화되면서 지역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 ‘전북의 친구, 문재인’이라고 소개를 받은 문 대통령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친구 값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있는 전통 주력 제조업이 구조조정을 겪으며 고용실적이 나빠지고 연관된 서비스업이 문을 닫게 되어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걸 살리는 길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산, 경주 하루 두 곳 찾은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군산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찾은 데 이어 오후에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하루에 2개 지역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제조업 경기 악화의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부터 민생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첫 번째 방문지인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 폐쇄로 타격을 입은 지역.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곳이 많지만 지역적으로는 군산이 가장 어렵다”며 “지난 대선 때 전북이 가장 높은 지지를 보내줬고 지금도 가장 높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고마움이 깊을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인을 만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이어 “제 고향 거제와 통영도 조선이 무너지니 지역경제가 공동화되고 황폐화됐다”며 “정부가 민간기업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만 군산의 조선소 재가동을 위해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군산 지역 유명 빵집인 ‘이성당’을 방문해 지역화폐인 군산사랑상품권으로 빵 3만1500원어치를 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린 지방자치의날 기념식에선 “대한민국의 성장은 지역에서 시작한다”며 “243개 지방자치단체 하나하나의 성장판이 열려야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자리 창출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최대 현안 과제”라며 “정부가 지역 일자리 창출의 강력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규제혁신, 기업행보 이어 지역민생 투어로 문 대통령이 지역경제 행보에 나선 것은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산행에서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역량을 지역경제에 집중하겠다는 것. 일자리 창출과 규제혁신, 민간기업 투자 확대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관건이다. 첫 지역경제 행사인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놓고도 야당들은 새만금 태양광단지 조성 계획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은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개막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별 주민들의 의견을 잘 듣고 조율해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날 지역경제 행사에 장하성 정책실장 외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지역행사에 ‘3실장(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 중 2명이 동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자치 분야는 비서실장 관할 분야”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전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이틀간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한 국내 최고위 외교·안보라인을 대부분 만난 것.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협상 구상을 전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의 협력을 다짐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청와대를 찾아 정 실장과 2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튼튼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면담에 앞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청와대 본관 인근을 25분간 산책하기도 했다. 전날 임 실장을 만난 데 이어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다시 청와대를 찾은 비건 대표는 지난달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방미 이후 소강상태를 거듭하던 북-미 협상 재가동을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한미 간 시각차가 불거진 가운데 이에 대한 조율이 시도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며 북한의 선(先)비핵화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청와대는 연내 종전선언 카드를 아직 완전히 버리지 않은 상황이다. 비건 대표는 청와대 방문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조 장관을 만나 “우리는 한반도에 있어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이것을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해서 (얻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성과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장관은 “남북관계와 미국과 북한 관계에 대해 서로 보조를 맞추는 문제를 협의하게 돼서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소련 주변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넌-루거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리처드 루거 전 미 상원의원이 29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비용을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아이디어를 건넨 루거 전 의원은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으려면 (비핵화 비용 조달)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함께 비용을 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조 후보자도 임명 강행 수순을 밟으면서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조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 “조만간 어떻게 할지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현 환경부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일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30일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청문을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송부한다.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대상자를 임명할 수 있다. 야당은 위장전입, 탈세 의혹과 함께 두 살짜리 손자의 약 2000만 원 예금통장에 대해 “차비를 3년간 모았다”는 답변으로 논란이 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발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임명되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는 7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관련해 “만에 하나라도 불법적이거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들의 돌봄이나 학습에 차질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립유치원 사태에 대해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 납부한 세금이 그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사익을 위해 유용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재정이 지원되는 모든 보육, 교육시설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등 근본적인 시정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사립유치원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및 감독 강화 정책에 반발한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이나 원아모집 중단을 통보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사태를 계기로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 보육·돌봄 국가책임제 등 이른바 ‘포용국가 정책’을 더 확산하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치원 문제를 바라보면서 정부는 보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을 높이기 위한 국정과제를 앞당겨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고 포용성장을 위한 입법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달아 글을 올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입법 사항에 대해 청와대 주무 수석이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수석은 이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했다. 박 교수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주권자 대표기관의 헌법 수호적 입법 조치”라며 “특별재판부 설치에 정당성이 있고 그 운영 방법이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를 본질적으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위헌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27일엔 페이스북에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가능성 높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소속 법관 중 동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해자가 여럿 있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는)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두 달여 남은 올해 국정 목표로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진과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올라 산 정상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것은 취임 첫 주말인 지난해 5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제가 (북한에)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 김 위원장이 답방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아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일정이 잡히면 (김 위원장이)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 모르니 맞춰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당초 답방할 것으로 예상됐던 12월 중순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김 위원장의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와대 내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된 만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두 달여 남은 올해 국정 방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민생 살리기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으로도, 경제 면에서도 할 일이 많다”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평화 프로세스가 절대 실패하지 않도록 기회를 살려내도록 해야 할 일이 많다. 한편으로는 북한, 한편으로는 미국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거시적 경제 지표가 어떻든 간에 국민들이 민생을 어려워하셔서 민생의 어려움을 덜면서도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기조를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려면 정기국회의 마무리가 중요하다. 중요 입법이 많은 만큼 국회와도 협력해야 하고 예산안도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덧붙였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과 관련해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단 및 참모들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에 올라 산 정상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답방하면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아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비핵화 협상 일정을 감안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당초 예상된 12월을 넘어 내년으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번에 제가 (북한에)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 김 위원장이 답방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며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 모르니 일정이 잡히면 맞춰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남은 두 달을, 국정 초점을 어디에 두고 정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가능한가. 가계 같으면 이번 달 집수리를 마치고 다음 달 겨울 준비하고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국정은 동시다발적으로 개시되지 않는가”라면서도 “외교적으로도, 경제면에서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어 “딱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평화프로세스가 절대 실패되지 않도록 기회를 살려내도록 해야 할 일이 많다. 한편으로는 북한, 한편으로는 미국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거시적 경제 지표가 어떻든 간에 국민이 민생을 어려워하셔서 민생의 어려움을 덜면서도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기조를 잘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려면 정기국회 마무리가 중요하다. 중요 입법이 많은 만큼 국회와도 협력해야 하고 예산안도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을 “경찰 정신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치사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사이버 성폭력 특별단속을 실시해 불법 촬영자와 유포자 1000여 명을 검거하고 해외 서버 음란사이트 50여 곳을 단속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아직 여성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이관받는 것과 관련해선 “안보 수사의 전 과정에서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 수사를 통해 평화를 지키는 일과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은 하나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 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의 날 행사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날 행사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민갑룡 경찰청장과 함께 임시정부 경찰 후손인 최재황 씨와 독립유공자 후손 박연호 씨 등 740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했다”며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경찰의 뿌리를 임시정부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은 최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임시정부 경찰 역사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경찰의 날 변경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홍석호 기자}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의 목표와 청사진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지침이 다음 달 초 공개된다. 청와대는 25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안보정책 관련 최상위 기획문서인 국가안보전략지침의 대외 공개본을 발표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전략지침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다음 달 초 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새 지침에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군사적 지원 △군사적 신뢰 구축 등을 안보 목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지침이 수정되는 것은 4년 만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지침에서 △영토·주권 수호와 국민안전 확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시대 준비 △동북아 협력 증진과 세계 평화·발전에 기여를 국가안보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지침에는 국방개혁 방향과 대북 정세에 대한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초부터 국가안보전략지침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판문점 선언 등 안보정세에 큰 변화가 있어 이 같은 내용을 추가로 반영해 대외 공개본이 수정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 북한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담았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에서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당국 간 연례안보협의회(SCM)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두고 야당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청와대는 24일 “위헌이라는 주장 자체가 오히려 위헌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형식적 법 논리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평양공동선언이나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는 조약이 아니다”라며 “(북한엔) 헌법이 적용될 수 없고 따라서 (국회 동의없는 비준이) 위헌이란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권을 명시한 헌법 제60조를 근거로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위헌이라고 주장하자 반박하고 나선 것. 김 대변인은 “이걸(비준을) 위헌이라 주장한다면 북한을 엄연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부 헌법학자는 ‘남북 합의를 조약으로 인정하면 위헌’이라는 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헌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적으로 교전단체, 국제기구도 조약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의 주장은) 헌법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며 “북한과의 합의는 아무리 국가안보에 위해를 주는 내용이 있더라도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논리가 되는데 이는 남북관계발전법과 헌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남북 관계를 잠정적 특수 관계로 판시한 헌재의 1997년 판례도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체결)의 내용이 단순 신사협정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지 남북이 국가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청와대가 “위헌적 발상” 등 불필요한 표현으로 야당을 자극하면서 스스로 판문점 비준 동의안 통과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해상 완충지역 설정 등 구체적이고도 중요한 군사적 조약이 담긴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는 명백하게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사안”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남북 합의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면 야당을 끝까지 설득하든지 아니면 비준 동의안을 철회하고 독자적으로 비준하는 떳떳함을 보였어야 한다”며 “이렇게 원칙 없는 정부가 있느냐는 한심한 생각에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최우열 기자}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의 효과를 이렇게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평양공동선언을 비준했다. 모체 격인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후속 합의인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강행하는 ‘속도전’에 나선 것. 이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지연 가능성에도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한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북협력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선언’ 채택과 남북경협 확대 위한 포석 문 대통령의 비준으로 평양공동선언은 이르면 이번 주중 관보 게재로 공포돼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남북 정상 합의 중 처음으로 법제화되는 것이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북한과 문건 교환 이후 공포된다. 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서명한 지 한 달여 만에 평양공동선언을 전격적으로 비준했을까. 실제로 이날 결정은 정권교체 후에도 ‘불가역적인 남북 합의’를 구축하겠다는 평소 의지와는 온도 차가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국회 동의를 얻지 않고 비준된 남북합의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여기에 야당의 반발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는 더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평양공동선언의 전격 비준은 남북협력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늦춰지더라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 특히 김 위원장 답방 기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협력 확대를 통한 ‘서울선언’을 채택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사실상 ‘종전’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담은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를 법제화해 근거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 비준에 대해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많다. 유럽 순방 기간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공식화했지만 현재까지 부정적 반응이 많아 일단 국내 기업 참여 등 경협 확대를 위한 국내법적 토대를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남북 경제특구 조성 등 ‘민족 경제의 균형발전’ 합의를 담은 평양공동선언의 이행 가속화를 요구하고 있다.○ 법제처 “판문점선언 전제한 것” 하지만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이 아직 계류 중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을 전격 비준한 데 대해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국회 무시”, “오만과 독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이 엇갈린다.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평양공동선언 이행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이 없는 데다 판문점선언과 별개의 독자적 선언이기 때문에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통과 전 비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제처는 평양공동선언이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핵심 이유로 내걸었다. 법제처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평양공동선언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관계발전법은 재정적 부담과 입법사항으로 국회 비준 동의 요건을 정하고 있다. 두 선언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사 분야 합의서는 주권 제약의 입법 사항이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발전법 제정 작업을 주도한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판문점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며 “모두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한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김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