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키운 과거로 돌아갈순 없어”… 소득성장 포기론 일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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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포용국가 당위성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국회의장과 악수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장석에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팔을 뻗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회의장과 악수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장석에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팔을 뻗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 건설을 위한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포용국가는 1년 전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사람 중심 경제’를 대체한 개념.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시작과 끝에 “우리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고 두 차례 강조하면서 포용국가 건설을 위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포용국가 내건 文 “경제 과거 방식으로 못 돌아가”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세 번째인 이날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외형적인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이 현실”이라며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발전된 나라 중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 단계를 경제 개혁의 시작으로 규정하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면서 “구조적 전환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을 의식한 언급이다. 취임 이후 공공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지원 등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최근 일자리 지표와 소득양극화 지표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 내겠다”며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나라 곳간을 열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청년·노인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문 대통령은 슈퍼 예산에 대해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를 통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혁신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일자리 예산을 22% 증가한 23조5000억 원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연설 중 ‘경제’를 27번, ‘성장’을 26번 언급해 ‘포용’(18번), ‘복지’(4번)보다 더 많았다.


○ 경제 돌파구로 남북경협 확대 의지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포용국가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평화의 한반도”라며 “평화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며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 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에 합의한 협력 사업들도 여건이 되는 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건이 되는 대로’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는 이때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자는 간곡한 요청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회적으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시정연설#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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