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이

김윤이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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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윤이 기자입니다.

yunik@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사건·범죄32%
사회일반29%
검찰-법원판결11%
사고7%
경제일반4%
국제일반4%
노동4%
정치일반4%
부동산4%
교육1%
  • “공원 음주금지? 그런 법이 어딨어요”… 한강 곳곳서 술판

    “공원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요?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10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공원 단속반이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던 김모 씨(22) 일행에게 다가가 “밤 10시부터 공원에서 음주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단속 직원이 7일부터 한강공원 내 음주를 금지한 서울시 행정명령을 설명하며 “자리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씨는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맥주 캔을 들더니 “다 마신 빈 캔이다. 공원에 앉아 있는 것도 안 되느냐”며 따지듯 물었다. 김 씨 일행은 단속반이 경고를 하고 떠난 뒤에도 한참 동안 술자리를 이어갔다.‘공원 음주금지’에도 “3대3 마시자” 곳곳 술판이날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378명.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72.7%(806명)에 달해 수도권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강공원은 12일부터 수도권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기 전 마지막 주말을 보내려는 인파로 붐볐다. “수도권 확진자 급증에 따라 밤 10시 이후 한강공원 음주를 금지합니다.” 10일 오후 10시 정각. 여의도한강공원에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공원 내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7일부터 시행한 데 따른 조치였다. 위반 시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시민 300여 명은 안내방송에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술판을 벌였다. 공원 일대는 ‘헌팅포차’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오후 10시 20분경 20대 남성 3명은 공원을 빠져나가는 여성 3명을 붙잡으며 “3대 3으로 술 마시고 놀자”고 말했다.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들은 곧바로 공원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9, 10일 이틀간 5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본부 관계자는 “서울의 한강공원 11곳에 단속 직원은 22명뿐”이라며 “인력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단속 직원은 “단속반이 다가가면 잠시 술병을 치웠다가 다시 꺼내는 시민들이 상당수”라며 “자발적인 방역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2일부터는 한강공원에도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제한하는 거리 두기 4단계 방침이 적용된다. 본부는 “당분간 경찰 기동대와 협력해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단속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강남 무허가 유흥주점서 손님 등 52명 적발같은 날 오전 0시 10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무허가 유흥주점에서 술판을 벌이던 손님과 종업원 등 52명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수서경찰서 112상황실에 “접대부로 보이는 여성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장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평범한 식당. 모든 문이 잠겨 있어 겉보기엔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찰은 문 틈새로 에어컨 바람이 새오나오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소방에 협조를 요청해 건물 출입문을 강제로 열어 보니 룸 7곳에서 손님과 종업원 50여 명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업주 A 씨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식당에 일일 임대료를 내고 ‘불법 유흥주점’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무허가 유흥주점을 상습적으로 운영한 업주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8일부터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중대한 방역수칙을 한 번만 위반해도 열흘간 영업을 정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다. 김윤이기자 yunik@donga.com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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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 대기 100명, 다른곳 갔더니 300명”…서울 확진 급증에 검사시스템 마비 직전

    “그렇게 긴 줄은 처음 봤어요. 정말 큰일이 난 줄 알았어요.” 대학 연구실 인턴으로 일하는 구모 씨(21)는 8일 버스로 출근하면서 서울 관악구청 앞에 수백 명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전날에도 구청 앞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불구불 줄을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구민들이었다. 구 씨는 “코로나19 확산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싶은데 검사소 앞에 수백 명이 있어서 오히려 감염될까 봐 망설여진다”고 했다. 8일 0시 기준 서울시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33명 줄어든 550명이다. 서울에서만 이틀 연속으로 하루 5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서울시내 선별검사소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고 있다. 군 복무 중인 진모 씨(25)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휴가 중 선별검사소를 찾았다가 2시간 넘게 땡볕에서 기다려야 했다. 진 씨는 “집 근처 보건소에 100명 넘게 줄을 서 있어서 다른 검사소로 갔더니 거기엔 최소 300명 정도가 와 있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을 기다려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은 ‘마비’ 직전이다. 7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만 약 7만6223명이 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날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검사키트가 부족해 검사가 1시간 3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2일치 분량의 검사 키트를 비축하고 있으나 이날은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며 “8일부터는 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충분한 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보건소당 임시 선별검사소를 1곳씩 추가로 설치해 현재 26곳에서 51곳으로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확진자의 동선 등을 조사하는 역학조사관도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소속 역학조사관은 현재 7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각 자치구의 역학조사관은 모두 93명이다. 서울시는 중대본에 역학조사요원 300여 명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박창규 기자 kyu@donga.com}

    •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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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료소마다 구불구불 늘어선 줄…서울 보건시스템 마비 직전

    “그렇게 긴 줄은 처음 봤어요. 정말 큰일이 난 줄 알았어요.” 대학 연구실 인턴으로 일하는 구모 씨(21)는 8일 버스로 출근하면서 서울 관악구청 앞에 수백 명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전날에도 구청 앞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불구불 줄을 서 있었다. 알고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구민들이었다. 구 씨는 “코로나19 확산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싶은데 검사소 앞에 수백 명이 있어서 오히려 감염될까봐 망설여진다”고 했다. 8일 0시 기준 서울시내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33명 줄어든 550명이다. 서울에서만 이틀 연속으로 하루 5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서울시내 선별검사소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고 있다. 군 복무 중인 진모 씨(25)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휴가 중 선별검사소를 찾았다가 2시간 넘게 땡볕에서 기다려야 했다. 진 씨는 “집 근처 보건소에 100명 넘게 줄을 서 있어서 다른 검사소로 갔더니 거기엔 최소 300명 정도가 와 있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은 ‘마비’ 직전이다. 7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만 약 7만6223명이 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날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검사키트가 부족해 검사가 1시간 3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2일치 분량의 검사 키트를 비축하고 있으나 이날은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며 “8일부터는 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충분한 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보건소 당 임시 선별검사소를 1곳씩 추가로 설치해 현재 26곳에서 51곳으로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는 “서울시의사회, 간호사회 등과 협력해 인원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며 “군, 경찰 등으로부터 인력지원을 받고,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확진자의 동선 등을 조사하는 역학조사관도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소속 역학조사관은 현재 7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각 자치구의 역학조사관은 모두 93명이다. 3차 대유행 때인 지난해 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274명이 서울시와 각 자치구로 파견돼 역학조사를 지원했으나 현재 161명만 남은 상태다. 서울시는 중대본에 역학조사요원 300여 명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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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20대 모임 자제-선제검사를”… 일부선 “백신 후순위에 책임 떠넘기나”

    최근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주점과 유흥시설 밀집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증상이 없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6월 29일∼7월 5일) 동안 수도권에서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8.9명)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중구(7.9명), 용산구(6.2명), 종로구(5.5명), 서초구(4.1명) 순이다. 모두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유흥시설이 많은 곳이다. 이를 감안해 방역당국은 20, 30대에 초점을 맞춘 방역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수도권의 20, 30대는 증상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과 접촉했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며 “앞으로는 모임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20, 30대의 이용 빈도가 높은 학교와 학원, 대학 기숙사, 유흥시설과 주점 등에서 선제 검사를 실시한다. 또 서울 마포구 홍익문화공원, 강남구 강남스퀘어광장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지역 25곳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선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취업준비생 김민지 씨(22)는 “20대는 백신 접종 후순위라 백신 접종자가 적어 확진자도 그만큼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20대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감염이 많다고 몰아가는 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재익 씨(24) 역시 “20대는 사회 활동이 많은 연령층”이라며 “만약 정말로 20대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백신을 더 빨리 접종받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 백신 접종률은 80%를 넘는다. 하지만 20대 백신 접종률은 10.5%에 그치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약학대학에 다니는 정모 씨(23)는 “8월에 중요한 실습이 있는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가 없다”며 “학교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인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층에선 코로나19 확산과 관계없이 휴가 등을 즐기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원생 이모 씨(25)는 “다음 주말에 친구 4명이 함께 부산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어렵게 일정을 맞춘 거라 취소하기 어려워서 최대한 조심히 다녀올 것”이라고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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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의 수상한 행동에 직감…평생 모은 적금 지킨 은행원

    “현금 3000만원만 인출하게 적금 좀 해지해주시겠어요?” 지난달 14일 강동농협은행 둔촌동역지점에 80대 여성 노인 김모 씨가 현금 3000만원을 인출해달라며 찾아왔다. 이 지점 전영선 계장은 적금을 깨면서까지 3000만원을 찾아가려는 김 씨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직감했다. 전 계장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까봐 김 씨에게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여러 번 물었다. 하지만 김 씨는 “돈을 인출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전 계장은 김 씨에게 보이스피싱일 수 있으니 침착하자며 김 씨를 설득했다. 그러곤 112에 곧바로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 계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김 씨에게 “통신비가 미납되었다. 현금으로 3000만원을 인출해두라”며 겁을 줬던 것. 김 씨는 “은행원의 신고 덕분에 평생 모은 적금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7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거액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전 계장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전 계장은 “앞으로도 다액의 인출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세심하게 지켜보며 의심이 되면 바로 신고 해 보이스피싱 예방에 일조를 하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 창구나 현금인출기에서 거액을 출금하는 등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경우 112로 즉시 신고하면 신속히 출동해 피해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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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 “예약한 6명 모임 어쩌나”… 식당 “준비한 음식 다 버릴 판”

    “지난해부터 신혼 집들이를 못 했거든요. 드디어 이번 주말 약속을 잡았는데, 다시 미뤄야겠네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 씨(30)는 지난해 말 결혼한 뒤 한 번도 집들이를 못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풀리기를 기다리다 6개월이 넘어버렸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발표하자 윤 씨 부부는 기대에 부풀었다. 당장 3일 집으로 고교 동창들을 초대하고, 음식 재료도 왕창 사뒀다. 하지만 6월 30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재개편안 적용을 일주일 미루며 모든 게 무산됐다. 윤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된다니 어쩔 수 없단 생각은 든다. 하지만 열흘도 안 돼 금방 철회할 거면 왜 그리 서둘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란만 초래” 1일부터 적용 예정이던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하루 전날 전격 연기되자 시민들은 당혹스럽단 반응이 컸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은 4명에서 6명으로 늘고, 음식점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에서 밤 12시로 연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29일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75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며 개편안 시행이 미뤄졌다. 개편안에 맞춰 7월 모임을 잡았던 이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원생 황모 씨(25)는 “친구 생일파티를 하려고 6명이 주점을 예약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다시 날짜 잡기도 어려워 그냥 제비뽑기로 2명을 빼기로 했다”며 답답해했다. 대학생 이모 씨(23)도 “지난해부터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스터디를 해왔는데 한 번도 모이질 못했다. 1일에 드디어 대면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취소했다”며 아쉬워했다. 피트니스센터나 필라테스학원 등의 영업이 밤 12시까지 연장돼 여유 있게 운동을 즐기려 했던 시민들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직장인 박모 씨(30)는 “7월 초부터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야간 PT(개인 교습)를 예약했는데 취소해야 할 것 같다. 퇴근 뒤 가려면 오후 10시밖에 시간이 안 돼 기대가 컸는데 속상하다”고 했다. 30일 수도권 운동시설에는 “미리 예약했던 야간 강습을 취소하면 환불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손님 맞으려 준비한 음식들 모두 버릴 판” “지금까지 받은 7월 초 예약은 절반이 5명 이상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일이 전화해 예약 취소해야 한다고 안내해야 할까요.” 서울 마포구에서 ‘파티 룸’을 운영하는 강모 씨(35)는 30일 눈앞이 캄캄했다. 이달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풀리게 되자 오랜만에 예약이 늘었는데 상당수가 무산돼 버렸다. 강 씨는 “솔직히 코로나19로 1년 내내 장사다운 장사를 했었겠느냐. 일주일 연기인데 뭔 대수냐고 할 이도 있겠지만, 이제야 숨통이 트이나 싶다가 더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30일 번화가 등을 둘러보니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족발 전문점도 “이번 주말만 대여섯 명의 단체손님이 3건 있는데 다 취소해야 한다. 4명으로 줄여서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말을 흐렸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며 물놀이 고객을 받으려던 수도권 숙박업소들도 차질이 생겼다. 경기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는 “7일까지 잡힌 예약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괜히 제한 인원이 초과됐다가 방역당국에 걸리면 큰일”이라며 “본격적으로 여름철 성수기가 시작되는데 올해도 손해만 볼까 봐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4월부터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었던 클럽 등 유흥시설 등은 금전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김모 씨(72)는 “1일 영업을 재개하려고 직원 60명을 다 불러 깨끗이 청소하고 준비를 마쳤는데 너무 허탈하다”며 “주문해 뒀던 음식도 다 버리게 생겨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속상해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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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윤 前의원 숨진 채 발견… 경찰 “극단적 선택 추정”

    제주 서귀포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재윤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56)이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9일 오후 1시경 서초구 서초동의 22층짜리 오피스텔 건물 앞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 전 의원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이 건물에는 김 전 의원의 동생이 운영하는 출판사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김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김 전 의원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출소 후에는 전남 세한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김 전 의원은 고향인 제주 서귀포시에서 17, 18, 19대 의원을 지냈다. 2004년 17대 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됐으며 18대 선거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19대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당선됐다. 고인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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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THE사건]전쟁고아 돌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에 집수리로 ‘보은’

    “길거리에서 따라오던 헐벗은 전쟁고아가 눈에 밟혀 군복을 줄여서 입혀줬습니다. 이제는 그 아이들도 우리처럼 나이가 들었겠네요.” 틸라헌 에스겟 씨(97)는 1951년 5월 6·25전쟁에서 남한을 도우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참전용사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6·25전쟁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춥고 치열했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에스겟 씨는 그 역경을 견디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얻어내는데 일조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2021년 올해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유엔군 일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한지 70주년이다. 에티오피아는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한 국가였다. 6037명의 군인은 몸을 사리지 않고 치열하게 대한민국을 지켰다. 에티오피아 파병군인들은 전투는 물론 전쟁고아들을 지키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에스겟 씨는 “아직도 전쟁 중에 보살폈던 아이들이 가끔씩 떠오른다”고 전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에티오피아 군인들 전체로 퍼져 의정부에 ‘보화고아원’을 짓는 선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에티오피아 파병부대의 이름은 한국말로 하면 ‘초전박살.’ 이름처럼 한명도 포로로 붙잡히지 않았을 정도로 용맹하게 싸웠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간 뒤 그들은 대접은커녕 고문과 핍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 북한과 맞서 싸운 경력이 독이 돼버렸다. 참전용사 대다수는 사회적 냉대 속에 극빈층으로 살아가야 했다. 2018년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집을 수리하는 사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비가 새고 곰팡이가 가득한 낡은 집을 최대한 깨끗이 고쳐나갔다. 올해 5채를 포함해 지금까지 22채를 수리했다. 6·25전쟁 ‘요크고지 전투’에서 눈을 다쳐 시력을 잃었던 에스겟 씨는 “집에서 떨어진 공동화장실을 쓰려면 많이 불편했는데 집안에 화장실을 만들어줘 너무 행복하다. 한국에 감사하다”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110명 정도 생존해있다고 한다. 김종훈 따뜻한동행 이사장은 “그들의 숭고한 헌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주거 지원이 전쟁의 상처를 씻어낼 계기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도 참전용사 가족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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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울지 않은 코로나 고독사…아버지의 마지막 흔적 [고별 2화]

    “39호! 영감님! 안에 계세요? 문 좀 열어보세요!”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 이영숙(가명) 원장이 아무리 불러 봐도 4층 39호실 주민 강정식(가명·79) 씨는 여전히 기척이 없다. 2021년 1월 11일 월요일. 고시원은 오전부터 시끄러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곳마저 덮쳤다. 35호실에 사는 주민이 확진됐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이 원장은 고시원의 모든 방을 다니며 말했다.“우리 고시원도 확진자가 나왔대. 다들 검사받으러 가셔야 해.”39호실 강 씨만 오전부터 고시원에서 보이지 않고 반응이 없다. 이 원장은 불길한 예감에 문을 힘껏 밀어본다. 아주 좁은 틈새로 안쪽 풍경이 보였다. 핏기가 없는 강 씨의 손이 보였다. 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원장이 손을 뻗어 만진 강 씨의 손은 싸늘했다.깜짝 놀란 이 원장. 그는 다급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119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신고 시간 오후 5시 59분. 구급대원들이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도 39호실의 문은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고시원 복도로 난 창문을 뜯고 진입했다. 발견 시간 오후 6시 20분. 이미 강 씨는 숨이 끊긴 상태였다. 향년 79세. 강 씨는 1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홀로 눈을 감았다.시신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공간에서 숨을 거둔 만큼 검사부터 진행됐다. 다음 날 확진 판정이 나왔다. 부검이나 역학조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밀접 밀폐 밀집 등 이른바 ‘3밀’ 환경인 고시원에선 강 씨를 포함해 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10일 늦은 시간까지 기척이 들렸다는 옆방 주민의 진술에 따라 사망 일시는 ‘11일 0시 추정’으로 남았다. 숨진 뒤 18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된 ‘코로나19 고독사’였다.46년 전 떠난 아버지가 ‘코로나 사망자’로 돌아왔다2021년 1월 12일 화요일 오후. 강상준(가명·50) 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혹시, 강상준 선생님이 맞으실까요?”“네, 제가 맞습니다.”“…주민센터입니다. 아버님이 강정식 선생님이시죠? 부친께서 어제 오후에 홀로 계시다가 소천하셨습니다.”상준 씨는 “아…”라고 입을 떼다 한참 뜸을 들였다. 아버지란 단어를 입에 담아 불러보는 게 얼마 만인지 알 수 없었다.“아버지는…. 어떻게 지내다가 떠나셨습니까?”“돌아가시기 전까지 고시원에서 혼자 지내셨어요.”상준 씨는 당황스러웠다. 덤덤했고, 슬픈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아버지는 46년 전 어머니와 삼 형제를 떠났다. 상준 씨 기억에 아버지는 한 번도 가족들을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혼자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상준 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1975년 어느 날. 아버지가 집을 떠났다. 당시 상준 씨는 네 살, 남동생은 갓 돌을 지났을 때였다. 이혼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아버지가 서울로 갔다는 것만 어렴풋이 들었다. 어머니도 삼 형제를 키울 상황이 안 됐다. 충남 논산시에 남은 삼 형제는 결국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아버지가 떠나고 삼 형제는 가난하게 자랐다. 할머니는 논에서 이삭을 주워가며 손자들을 거둬 먹였다. 상준 씨의 형은 차비를 아끼기 위해 10km 거리의 등굣길을 고물 자전거로 다니며 버텼다. 아버지가 가끔씩 보내준 적은 액수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삼 형제는 가족을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고, 또 미워하며 자랐다.2009년 1월 늦은 밤. 강 씨는 조심스럽게 몸을 뉘었다. 그동안 본 적이 없었던 낯선 천장. 키가 180cm에 가까운 강 씨의 발가락 끝에 고시원 벽이 닿을 듯 말 듯했다. 예순일곱 나이에 맞이한 비좁은 고시원에서의 첫날. 추위를 뚫고 구로구에서 동대문구까지 홀로 무거운 이삿짐을 날랐다.수중에 돈이라곤 없었다. 직장에서의 은퇴 뒤 두 번째 이혼. 강 씨는 당장 첫 달 월세 23만 원이 없어 친구에게서 빌렸다. 다 큰 삼 형제에겐 손 벌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월 20만~30만 원의 기초연금으로 버티면서 간혹 친구를 통해 일거리를 구해 월세와 생활비 등을 충당했다.‘외딴 섬’ 고시원에서 홀로 몸부림쳤던 아버지홀로 시작한 고시원 생활은 생각보다 더 괴로웠다. 고시원은 ‘외딴 섬’이었다. 방에서 홀로 누워 있으면 외로움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강 씨는 그럴수록 더 몸부림쳤다. 아침마다 장을 봐 직접 요리를 해먹었다. 꼭 세탁소에서 다림질한 셔츠와 정장을 갖춰 입고 외출했다. 고시원 근처 청과물 가게에서 싸게 내놓은 과일을 가끔씩 사와 고시원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인사를 건넸다. 외딴 섬 고시원에서 느끼는 노년의 외로움을 이렇게 달래곤 했다.“강 선생님이 딸기 같은 것을 잔뜩 가져오셔서 나눠주면 총무나 주민들이 좋아했어요. 고시원에서 신선한 과일을 먹기가 쉽지 않잖아요. 고시원에서 지내는 20대 학생들은 아예 강 선생님을 ‘키 큰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꾸벅 인사를 했죠. 총무들도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잘 따랐고요.”(당시 고시원의 이신우 실장)“고시원에 오시는 여느 분과는 좀 달랐어요. ‘순둥이’라고나 할까. 점잖으시고, 남한테 폐 끼치는 행동은 절대 안 하셨어요. 언젠가 넌지시 자녀 얘기를 에둘러 꺼내신 적도 있긴 해요. 왠지 남모를 아픔이 느껴져 자세히 여쭤보진 못했죠.”(당시 고시원의 김종근 원장)세월은 강 씨와 삼 형제의 관계를 돌려놓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와 아들들은 가끔 안부 전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저 오가는 형식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 서로에게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은 건네지 못했다. 상준 씨는 아버지가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걸 알게 된 뒤 고심 끝에 동생에게 털어놨다.“그래도 아버지인데, 우리가 용돈이라도 모아서 보내드리자.”동생의 반응은 생각보다도 더 차가웠다.“글쎄요, 형. 전 좀 생각해볼게요.”상준 씨는 처음에는 동생에게 화도 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동생이 말도 떼기 전에 떠난 아버지. 힘들 때 곁에 없었던 아버지. 동생에게 아버지에 대한 정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아버지 없이 커서 삶이 팍팍했어요. 세상살이에 지치기도 많이 지쳤고요. 2016년 영등포역 근처에서 얼굴 뵌 게 마지막이었어요. 누굴 돌볼 여력조차 없었습니다.” (상준 씨)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강 씨는 12년을 보낸 고시원을 떠났다. 건물의 재개발 결정으로 모든 주민들이 쫓겨나듯이 나와야 했다. 어렵사리 찾은 동대문구의 다른 고시원. 살던 곳보단 낡고 퀴퀴했지만 강 씨는 비슷한 월세에 만족했다. 그는 처음 고시원에 들어올 때처럼 추위 속에서 쓸쓸히 무거운 이삿짐을 날랐다.일흔여덟의 나이. 강 씨는 다시 낯선 천장을 마주했다. 좁디좁은 방과 어두운 복도. 그리고 새로운 고시원 주민들. 하지만 강 씨가 이곳에서 머물 수 있었던 기간은 3주밖에 안 됐다.고인이 떠난 곳에 남은 건 박카스 10병과 동전 뭉텅이 뿐2021년 1월 13일 오후 5시경. 서울추모공원에는 전날 내린 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사망자의 화장이 모두 끝난 뒤,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아버지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상준 씨의 형(52)이 대전에서 이곳을 찾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큰아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가까이 지켜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큰아들은 1시간 넘게 자리를 지켜 아버지의 유골을 직접 품에 안았다. 이미 오래전 삼 형제에게서 멀어진 아버지를, 이제는 영영 떠나보내기 위해.강 씨가 머문 고시원 39호실에 설치됐던 폴리스라인은 일주일이 지나자 경찰이 거둬갔다. 삼 형제는 아버지가 살았던 고시원을 찾지 않았다. 고시원에서 여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갈 수도 없었다. 삼 형제는 아버지의 유품을 직접 정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동대문구와 보건소 측에 전달했다.강 씨가 남기고 떠난 흔적은 방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영숙 고시원장은 강 씨의 유품을 하나씩 자루에 담았다. 바닥과 침대에 널브러진 옷가지와 각종 서류들. 10원, 50원짜리 동전 뭉텅이. 먹다 남은 채로 까맣게 썩은 밥그릇.강 씨에게 무엇이 소중한 물건이었는지, 또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게 있었는지. 이 원장은 알 길이 없었다. 남은 이는 죽은 자의 흔적을 모두 쓸어 담고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방 안 모퉁이에서 박카스 빈병 10개가 나왔다. 강 씨가 마시고 남은 흔적이었다.“강 씨가 떠나기 전에 유독 기침소리가 컸어. 자다가 다들 깰 정도로 자주 기침을 했지. 그러면서 박카스를 엄청 마시더라고. 딱히 약을 먹거나 병원에 다니는 것 같진 않았어. 박카스가 어쩌면 그 사람이 유일하게 건강을 챙기는 수단이 아니었을까.”(옆 방 38호실 이웃)“당황스러웠어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단 전화를 받았을 때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결국 이렇게 떠나셨구나….’ 이 생각뿐이었어요.”상준 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소식을 전달받은 날을 떠올리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저희는 아버지와 ‘정’을 나눈 기억이 없어요.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죠.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거든요. 저희에게 남은 건, 아버지 유골이 담긴 네모난 상자뿐이었어요. 그걸 보니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이게 제가 느낀 감정의 전부였어요. 아버지가 떠난 뒤, 저는 무엇을 슬퍼해야 하는 걸까요.”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강 씨와 삼 형제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들의 뒤틀린 관계는 46년 전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조금 더 먼 훗날에 아버지와 아들들은 함께 만나 웃으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을까. 강 씨는 삼 형제와 손자, 손녀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가 실낱같은 가능성마저 없애버렸을 뿐이다.사망 후 확진 판정을 받은 강 씨의 유골은 어린 시절 삼 형제와 함께 살았던 충남 논산에 조용히 안치됐다. ‘서울 2만1915번 확진자’란 이름으로 기록된 채. ::히어로콘텐츠팀::▽총괄 팀장 :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기사 취재: 이윤태 김윤이 이기욱 기자▽사진 취재: 송은석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이지훈 기자▽사이트 제작: 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개발 최경선 ‘고별-아무도 울지 않은 코로나 죽음’ 디지털페이지(original.donga.com/2021/covid-death2)에서 더 많은 영상과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익스플로러 브라우저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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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울지않은 코로나 고독사…한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고별 1화]

    그는 지금도 가끔 그날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전화를 받은 그날.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던 어머니. 4월 6일. 서정수 씨(가명·40)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경기 의왕경찰서입니다. 어머니이신 김은숙(가명) 선생님이 애석하게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정수 씨는 ‘어머니’란 단어가 생경했다. 36년 전 집을 떠난 뒤 평생 연락 한번 나눈 적 없는 어머니. 남보다 멀게 느껴졌던 어머니. 가족도 없이 홀로 다세대주택에서 지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정수 씨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정수 씨와 큰 딸인 누나(45)는 어머니의 시신 인계를 거절했다. 둘째 딸은 연락도 닿지 않았다. 의왕시와 보건소는 유족으로부터 ‘사체 포기 각서’를 받아 4월7일 어머니 김 씨의 시신을 화장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올 5월 말까지 498일째 이어진 길고 긴 코로나19 재난 상황. 그동안 14만799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1963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감염병 재난 국면에서 소중하고 귀한 생명이 덧없이 쓰러졌다. 모두 누군가의 소중하고 귀한 가족이자 이웃이었다. 숨진 이들 가운데 9명(올 4월 말 기준)은 세상이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무연고 코로나19 사망자.’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죽음. 사랑하는 이의 배웅조차 받지 못한 고인. 오래 전 헤어진 딸과 아들이 시신 인계를 거절한 김은숙 씨(가명·67)도 무연고 코로나19 사망자였다.지독한 허리 통증과 고열…도와줄 가족 없이 홀로 숨진 어머니“몸이 많이 아파…. 일도 못 나가고 꼼짝을 못 하겠어.”2021년 4월 3일 토요일 경기 의왕시의 다세대주택 101호. 김은숙 씨는 몸을 옴짝달싹 할 수도 없었다. 지독한 허리 통증과 고열로 세상이 빙빙 도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기를 벌써 며칠 째. 김 씨는 식사는커녕 대소변을 스스로 가리지도 못했다.홀로 사는 그를 도와줄 가족은 없었다. 하필 옆집 102호 아주머니마저 가족을 만나러 간다며 한동안 집을 비웠다. 김 씨는 마지막 힘을 짜내 이웃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102호 아주머니는 목소리만 들어도 김 씨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주말이 지나고 5일 월요일. 102호 아주머니와 또 다른 이웃은 김 씨를 부축해 근처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병원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고열 증세를 보였던 김 씨.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부터 받을 것을 권했다. 이들은 다시 의왕보건소로 발길을 돌렸다.세 명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집에서 대기하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서로에게 별 일이 없기만을 기원하면서. 6일 오전 8시50분경. 102호 아주머니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보건소였다.“선생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그런데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라 2주 간 자가 격리를 하셔야 해요.”확진자는 고열 증세를 보였던 김 씨였다. 102호 아주머니는 부리나케 김 씨의 집 앞으로 뛰쳐갔다. 문을 두드리고 불러 봐도 반응이 없는 김 씨.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집 안 형광등만 환히 켜져 있었다. 102호 아주머니는 다급히 119로 전화를 걸었다.“옆 집 할머니가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어요. …얼른 좀 와주세요.”구급대가 긴급 출동해 잠겨 있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이미 김 씨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오전 9시26분. 구급대는 의료 지도를 받아 김 씨의 사망 판정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진자인 김 씨는 부검을 할 수 없었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도 불가능했다. 그의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간은 모두 ‘불명’으로 남았다. 김 씨의 딸과 아들은 시신 인계를 거부했다.삼남매 두고 떠나온 집…평생 눈에 밟혔던 아이들1985년의 어느 날. 김 씨는 밤에 몰래 집을 나왔다. 잠들어있는 삼남매를 내버려둔 채였다. 아홉 살이었던 김 씨의 첫 딸만 잠결에 어렴풋이 기억하는 장면. 몇 살 터울의 동생들은 어머니가 떠나는 마지막 뒷모습도 보지 못했다.집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김 씨는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술만 마시면 손찌검을 하는 남편. 임신 중일 때도 남편의 폭력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걸핏하면 “돈을 달라”며 집에 남은 몇 푼 안 되는 생활비까지 몰래 가져갔다.‘이대로 있다간 죽는다.’김 씨는 살고 싶었다. 언젠가 돈을 모아 아이들을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로 온 김 씨는 악착같이 살았다. 식당과 슈퍼마켓 등에서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 시누이인 아이들의 고모가 삼남매를 키운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계에 지친 김 씨가 삼남매를 만나고 싶어 전화했더니 시누이는 단칼에 자르고는 전화를 끊었다.“애들이 (자기들 버린) 엄마 안 만나고 싶대.”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들을 떠나온 스스로를 죄인이라 여겼던 김 씨는 눈을 감을 때까지 시누이의 말이 사실인 줄 알았다.둘째 딸 죽은 줄도, 남은 아이들 보육원에 맡겨진 것도 몰랐다2002년 의왕시. 만 원짜리 한 장이라도 아끼며 모으고 살았던 김 씨는 작은 호프집을 열었다. 가족을 떠나온 지 17년 만이었다. 테이블 몇 개뿐인 작은 호프집이었지만 김 씨는 큰 보람을 느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매일 새벽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와 음식을 만들었다. 손맛이 좋고 정성껏 대접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단골도 늘었다. 자정 넘어서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김 씨는 씩씩하게 호프집을 꾸려갔다.주변에서 여러 가게가 생기고 사라졌지만 김 씨의 호프집은 그 자리를 지켰다. 동네 상인과 주민들은 김 씨를 ‘터줏대감’이라고 불렀다. 터줏대감 김 씨는 가끔씩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헤어져 있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였다.“삼남매가 멀리 경상도에서 시누이와 살고 있다고만 들었어요. 돈이라도 좀 부쳐주고 싶은데, 그걸 전달할 방법도 없네요.”김 씨는 아이들 생각이 날 때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억지로 삼켰다. 2019년부터였다. 김 씨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하게 발이 붓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심부전증에 고혈압 증세까지 온 김 씨는 약을 달고 살았다.이듬해엔 더 큰 난관이 닥쳤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김 씨는 몇 달 간 가게 문을 열지 못했다. 모아둔 돈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는 쌓이고 병원비 부담도 커져만 갔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호프집에 나갔지만 몸도 마음도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온 김 씨. 그때는 다시 호프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2021년 5월 1일. 빗줄기는 강한 바람을 타고 조금씩 굵어졌고, 차량 와이퍼는 바쁘게 돌아갔다. 서정수 씨(가명·40)와 부인은 경남 김해시에서 4시간 반을 달려 의왕시에 도착했다. 다세대주택 101호 앞 화단에는 비를 머금은 초록 잎사귀들이 있었다. 주민 할아버지는 “김 씨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식물들”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수 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은 이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지만 이렇게 떠나보는 게 맞는 걸까.’고민을 거듭하다가 부인과 상의 끝에 어머니가 살던 집을 찾았다. 어머니의 유품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곳에선 어머니의 사진도 나왔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어머니의 얼굴. 정수 씨는 사진을 찍어 함께 오지 못한 큰 누나(45)에게 보냈다.“내 얼굴과 많이 닮았어….”김 씨가 잘 살고 있으리라 믿었던 삼남매였지만, 그들은 이미 삼남매가 아니었다. 정수 씨의 작은 누나는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김 씨가 집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였다. 정수 씨의 아버지도 뒤를 따랐다. 알코올중독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후 숨을 거뒀다.시누이가 김 씨에게 전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큰 누나와 정수 씨는 친척들 손에 자라거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뒤 고아원에 버려져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곳에서 생활했다. 친척들과는 연락이 닿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듣지 못했다. “김 씨는 둘째 딸 죽은 건 아예 몰랐어. 언제나 삼남매 보고 싶다고 했지. 애들이 안 보고 싶어 해서 찾아갈 수 없다고 했어. 고모랑 친척들이 애들 거둬서 잘 키워주고 있다고만 믿었어. 김 씨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알고 갔어.” (이웃주민)삼남매 그리워했다는 어머니의 진심… 돌아가신 뒤에 알게 돼5월 2일 일요일. 정수 씨와 부인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호프집 정리도 끝냈다. 이를 지켜보던 맞은 편 슈퍼마켓 주인이 정수 씨 부부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타서 건넸다. 이런저런 사연을 물어봐도 정수 씨는 불편해하거나 피곤한 티도 내지 않고 이야길 꺼냈다.“잠깐밖에 얘기를 못 나눴지만, 아들 부부가 참하고 착합디다. 평생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고…. 어머니를 원망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슈퍼마켓 주인)아들 정수 씨는 언론과 직접 접촉하길 꺼렸다. 오랜 고민 끝에 부인이 대신 이야기를 전했다.“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이 한동안 힘들어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는 다른 유족과는 다른 상황이었으니까요. 다른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어머니인데 마지막 가시는 길을 그렇게 보낸 게 마음이 좋지 않았죠. (유품을 정리한 건)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거예요.”말을 마치고 잠시 망설이던 정수 씨의 부인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이번에 남편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어요. 어머니도 자신들을 그리워했단 것을요. 어머니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떠난 어머니가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는데…. 사실은 어머님도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찾질 못 했던 거였네요.”‘무연고 코로나19 사망자’ 김은숙 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평생 가슴의 한이었던 삼남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로 쓸쓸히 눈을 감았다. 결국 얼마나 아이들이 그리웠는지 한 마디 말도 못했다.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이제는 모두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이미 떠나 버린 고인. 의왕시 봉안소에 안치된 김은숙 씨의 유골은 말이 없다. ::히어로콘텐츠팀::▽총괄 팀장 :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기사 취재: 이윤태 김윤이 이기욱 기자▽사진 취재: 송은석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이지훈 기자▽사이트 제작: 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개발 최경선 ‘고별-아무도 울지 않은 코로나 죽음’ 디지털페이지(original.donga.com/2021/covid-death1)에서 더 많은 영상과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익스플로러 브라우저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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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반포동 호텔 철거현장 구조물 붕괴…‘안전관리 미흡’ 흔적

    9일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대규모 인명이 희생된 가운데 서울 서초구 반포동 호텔 철거 현장에서도 철거물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현장에서도 비계 부실 고정 등 안전 관리에 미흡했던 흔적이 발견됐다. 11일 오전 1시 55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팔레스 호텔 철거 현장에서 공사를 위한 가설물인 비계가 인근 아파트 주차장 쪽으로 무너졌다. 다행히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였고, 비계가 주차장 외벽에 설치된 철제 가림막에 걸리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근 아파트 측은 “설치된 비계 일부가 건물 쪽으로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부실 공사의 흔적이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가 떠오른다면서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이모 씨는 “철거 공사장 쪽으로 초등학생 아들이 다닐까봐 무서워서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윤모 씨(32)는 “광주에서 너무 충격적인 붕괴 사고가 일어났는데, 우리 동네도 앞으로의 철거 과정이 안전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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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맞고싶은 20대… 수능 재응시, 軍휴가 반납, 뉴욕 여행도

    “미국에선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기에 여행을 결심했어요. 다음 주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나면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요.” 대학생 A 씨(21·여)는 지난달 말 친구와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과 뉴욕을 오가는 비행기 삯은 1인당 약 200만 원으로 학생에겐 부담스러운 수준. 하지만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두 사람이 고민 끝에 미국행을 택한 건 미국과 유럽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국내에만 머물다 보니 1년 넘게 친구들과 교류가 끊기다시피 했다. A 씨는 “2차 접종이 끝나면 미국에선 마스크도 벗고 다닐 수 있다고 들었다”며 “3주 정도 미국 여행을 한 뒤 유럽으로 넘어가 친구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맞으려고 수능 볼 거예요” 2월 26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이제 100일이 넘었다. 방역당국은 13일이면 1000만 명 이상이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 30대 젊은이들은 접종 순서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일부 30대 예비군과 민방위 등은 미국이 제공한 얀센 백신을 맞지만, 상당수는 자칫하면 연말에나 접종이 가능하다. 30대 이하는 혈전 논란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잔여분 접종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으려고 묘안을 짜내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를 준비하는 B 씨(25)는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기로 했다. 조만간 9월 모의평가 등을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수능 수험생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비행훈련이나 항공사 취업에선 신체검사가 중요하다. 행여 코로나19에 걸리면 피해 막심이라 수능 응시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군인 중엔 백신 접종을 위해 ‘피 같은’ 휴가를 포기하기도 했다. 경기도 모 부대에 근무하는 C 병장(21)은 이달 말 전역을 앞두고 말년휴가를 스스로 반납했다. 휴가 날짜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예정일과 겹쳤기 때문이다. C 병장은 “1차만 맞고 집에 가는 것도 불안하고 그냥 접종 완료 뒤에 전역하는 게 훨씬 안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들이 주로 쓰는 익명 커뮤니티들에는 백신 접종 방법을 묻는 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한 곳은 이달에만 10건 이상 문의가 올라왔다. ○ 백신 맞고픈 청년 마음 보듬어야 7일 한 기업 20대 직원들의 화이자 백신 예약 러시도 백신을 맞고 싶은 청년들의 심경을 잘 드러냈다. 관련 기관의 명단 입력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정부는 취소 절차를 밟고 있지만, 대상자들은 순식간에 사전예약시스템에 몰려가 예약을 마쳤다. 해외에서 백신을 맞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접종 백신은 국내에서 아직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오면 미접종자와 마찬가지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출국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함께 뉴욕으로 간 A 씨도 비싼 돈을 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영문 음성 확인서를 만들어야 미국 입국이 가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재외동포 등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이들도 국내 입국 때 자가격리를 면제해 달라’는 취지의 글이 여러 건 올라오기도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앞으로 화이자 등 백신 물량이 늘어나면 잔여분 접종의 경우엔 20대 청년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걸 적극 알려야 한다. 세부 일정도 자세히 공개해 청년들의 백신 불안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기욱 71wook@donga.com·김윤이·지민구 기자}

    •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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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과수 “손정민 친구 휴대전화 혈흔 반응 등 범죄 단서 안나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 휴대전화에서 혈흔이나 유전자 반응 등 범죄 관련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국과수로부터 지난달 30일 발견된 A 씨 휴대전화에서 혈흔 및 유전자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A 씨 휴대전화에서는 손 씨의 사망과 관련해 특기할 만한 반응도 나온 것이 없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진행한 A 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서도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휴대전화는 손 씨가 실종된 4월 25일 오전 7시 2분 전원이 꺼진 뒤 다시 전원이 켜진 적이 없다. 오전 3시 37분경 A 씨가 부모와 통화한 뒤에는 휴대전화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건강’ 애플리케이션에도 이동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습득해 신고한 환경미화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손 씨가 신고 있던 신발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A 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은 A 씨와 가족, 주변인들에 대한 허위 사실이나 추측성 의혹을 유포한 유튜버 및 블로거 등을 고소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한 모임은 A 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을 점유물이탈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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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민 친구 휴대폰, 범죄증거 無”…경찰, 손씨 신발찾기 주력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 휴대전화에서 혈흔이나 유전자 반응 등 범죄 관련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국과수로부터 지난달 30일 발견된 A 씨 휴대전화에서 혈흔 및 유전자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A 씨 휴대전화에서는 손 씨의 사망과 관련해 특이할만한 반응도 나온 것이 없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진행한 A 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서도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휴대전화는 손 씨가 실종된 4월 25일 오전 7시 2분 전원이 꺼진 뒤 다시 전원이 켜진 적이 없다. 오전 3시 37분 경 A 씨가 부모가 통화한 뒤에는 휴대전화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건강’ 어플리케이션에도 이동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습득해 신고한 환경미화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손 씨가 신고 있던 신발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손 씨는 4월 30일 양말만 신은 채 발견됐다. A 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은 A 씨와 가족, 주변인들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추측성 의혹을 유포한 유튜버나 블로거 등을 고소할 예정이다. 해당 법무법인은 “위법행위 중단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수만 건의 자료를 수집해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한 모임은 A 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을 점유물이탈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직원 등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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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손정민 친구 폰서 사망관련 단서 못찾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A 씨의 휴대전화에서 사망과 관련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찾은 A 씨 휴대전화에서 사망 원인 등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혈흔 및 유전자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손 씨가 실종된 4월 25일 오전 7시 2분경 전원이 꺼진 뒤 한 번도 다시 켜지지 않았다. A 씨가 오전 3시 37분경 부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로는 사용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김모 씨(63)에 대해 법 최면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확한 위치와 날짜를 기억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일 동아일보와 만나 “지난달 11, 12, 14일 중에 주운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며 “손 씨의 실종 지점 인근에 있는 피크닉장에서 발견한 것 같다. 휴대전화는 앞면은 깨끗했고 뒷면에 금이 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주웠을 당시 주변에는 빈 소주 페트병과 캔 맥주 등 쓰레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김 씨는 2주 넘게 휴대전화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오른쪽 팔을 전치 3주가 나올 정도로 다쳐 치료하느라 휴대전화의 존재를 잊어버렸다”며 “A 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뒤 내가 주울 때까지 약 2주가 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습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은 1일 자신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담당 변호사가 한 방송사 부장과 형제다. A 씨 측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하려고 거래했다”고 주장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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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앞면 멀쩡한 손정민씨 친구 휴대전화…미화원은 “주운 날짜 정확히 모른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A 씨의 휴대전화에서 사망과 관련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찾은 A 씨 휴대전화에서 사망 원인 등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혈흔 및 유전자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손 씨가 실종된 지난달 4월 25일 오전 7시 2분경 전원이 꺼진 뒤 한번도 다시 켜지지 않았다. A 씨가 오전 3시 37분경 부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로는 사용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김모 씨(63)에 대해 법 최면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확한 위치와 날짜를 기억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일 동아일보와 만나 “11, 12, 14일 중에 주운 거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며 “손 씨의 실종 지점 인근에 있는 피크닉장에서 발견한 것 같다. 휴대전화는 앞면은 깨끗했고 뒷면에 금이 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주웠을 당시 주변에는 빈 소주 페트병과 캔 맥주 등 쓰레기들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김 씨는 2주 넘게 휴대전화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을 하다가 오른쪽 팔이 전치 3주가 나올 정도로 다쳤다”며 “치료에 신경을 쓰느라 휴대전화의 존재를 잊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A 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뒤 내가 주울 때까지 약 2주가 비는 만큼 중간에 다른 사람이 습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씨의 법률 대리인은 1일 자신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담당 변호사가 한 방송사 부장과 형제다. A 씨 측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하려고 거래했다”고 주장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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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민 친구 폰’ 습득 미화원, 잔디밭서 주워 2주 넘게 보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은 이 전화기를 공원 잔디밭에서 주워 2주 넘게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미화원의 정확한 습득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환경미화원 B 씨가 A 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경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B 씨를 상대로 법 최면 수사를 실시했다”고 31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 씨는 5월 11일을 전후로 공원에 있는 잔디밭 어딘가에서 휴대전화를 주웠다고 기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동료들에 따르면 당시 휴대전화를 습득해 환경미화원 사무실의 개인물품을 보관하는 사물함에 넣어두었다가 이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동료 C 씨는 “마침 그 직후에 B 씨가 팔 등이 아파서 병가를 내는 등 개인적인 일로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B 씨가 해당 휴대전화의 존재를 다시 떠올린 건 30일쯤이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이 분실된 휴대전화를 습득해 공원안내센터에 가져다주는 걸 보고 기억이 났다고 한다. B 씨는 바로 사물함에서 해당 휴대전화를 찾아 센터에 전달했다. C 씨는 “주운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공원에 있는 잔디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며 “경찰에게 관련 사안을 아는 대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B 씨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는 곧장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관계자는 “30일 B 씨가 ‘얼마 전 공원에서 주웠다’며 휴대전화를 가져왔다. 기종이 언론에 보도된 A 씨의 휴대전화 기종과 같아 바로 경찰에 알렸다”며 “B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업무로 복귀하면 함께 휴대전화 발견 경위 등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환경미화원 B 씨 진술의 사실 관계와 정확한 습득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법 최면 수사를 실시하는 한편, 한강공원에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추가로 분석하고 있다. 또 A 씨 휴대전화는 물론 B 씨의 것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휴대전화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및 혈흔 감식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A 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은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법인은 31일 홈페이지에 “수차례 멈춰달라고 부탁드렸는데도 인터넷 등에서 지속적으로 위법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미 A 씨와 그의 가족 등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협박 등 위법행위와 관련된 자료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이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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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손정민 친구 휴대폰 주운 미화원 2주 넘게 보관…경찰 최면수사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은 이 전화기를 공원 잔디밭에서 주워 2주 넘게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습득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법 최면 수사를 진행했다.서울 서초경찰서는 “환경미화원 B 씨가 A 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경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B 씨를 상대로 법 최면 수사를 실시했다”고 31일 밝혔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 씨는 5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공원에 있는 잔디밭 어딘가에서 휴대전화를 주운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동료들에 따르면 B 씨는 당시 휴대전화를 습득해 환경미화원 사무실의 개인물품을 보관하는 사물함에 넣어두었다가 이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동료 C 씨는 “마침 그 직후에 B 씨가 팔 등이 아파서 병가를 내는 등 개인적인 일로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B 씨가 해당 휴대전화의 존재를 다시 떠올린 건 30일쯤이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이 분실된 휴대전화를 습득해 공원안내센터에 가져다주는 걸 보고 기억이 났다고 한다. B 씨는 바로 사물함에서 해당 휴대전화를 찾아 센터에 전달했다. C 씨는 “주운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공원에 있는 잔디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며 “경찰에게 관련 사안을 아는 대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B 씨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센터 관계자는 “30일 B 씨가 ‘얼마 전에 공원에서 주웠다’며 휴대전화를 가져왔다. 기종이 언론에 보도된 A 씨의 휴대전화 기종과 같아 바로 경찰에 알렸다”며 “B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업무로 복귀하면 함께 휴대전화 발견 경위 등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경찰은 환경미화원 B 씨 진술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법 최면 수사를 실시하는 한편, 한강공원에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추가로 분석하고 있다. 또 A 씨 휴대전화는 물론 B 씨의 것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휴대전화는 이와 별도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및 혈흔 감식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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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민씨 친구 폰 포렌식…경찰, ‘그날’ 상황 파악 나서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의 휴대전화가 실종 당일 사라진 지 35일 만에 발견됐다. A 씨가 “술에 취해 착각해서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고 주장한 뒤 경찰과 민간잠수부 등은 해당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전 11시 29분경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직원이 ‘한 환경미화원이 습득해 제출한 휴대전화가 있다’며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A 씨의 휴대전화가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원이 꺼진 상태로 발견된 A 씨의 휴대전화는 충전 뒤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해 A 씨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휴대전화의 발견 시점은 신고가 들어온 30일보다 이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휴대전화는 조만간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지문 감식 등을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서초경찰서 측은 “휴대전화를 습득한 60대 환경미화원을 불러 대면 조사를 벌였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 습득 시점과 장소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손 씨의 실종 때부터 행방이 묘연했다. A 씨는 당일 술을 마신 뒤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혼자서 귀가했다. 이후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에 당시 상황을 파악할 정보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등은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공원 주변은 물론이고 한강 아래까지 수색했다. 휴대전화 발견 전날인 29일 A 씨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정병원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A 씨는 손 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블랙아웃’을 겪어 7시간가량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씨는 손 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도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술자리에서 입었던 티셔츠를 버린 것에 대해서는 “해당 티셔츠는 2장에 1만 원 정도 하는 옷이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오래 입어 낡은 상태였고 토사물까지 묻어서 버렸을 뿐이다. 당시엔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같은 날 경찰 수사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손 씨는 “경찰이 발표한 수사 진행 상황 가운데 일부 내용은 우리가 들은 목격자의 제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실종 당일 아들과 A 씨의 사진을 촬영한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목격자는 “경찰이 사진을 ‘A 씨가 손 씨를 깨우는 장면’이라고 발표했는데, 전혀 깨우려는 느낌이 아니었다. 경찰에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전달이 잘못됐다”고 썼다. 손 씨는 “증인 진술이 경찰 발표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목격자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답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윤이 기자}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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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견된 故손정민 친구 폰 정상작동…미스터리 풀릴까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의 휴대전화가 실종 당일 사라진 지 35일 만에 발견됐다. A 씨가 “술에 취해 착각해서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고 주장한 뒤 경찰과 민간잠수부 등은 해당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전 11시 29분경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직원이 ‘한 환경미화원이 습득해 제출한 휴대전화가 있다’며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A 씨의 휴대전화가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사건 초기부터 손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큰 관심을 받아왔다. 실종 당일 A 씨는 술을 마신 뒤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혼자서 귀가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한 A 씨의 휴대전화에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등이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공원 주변은 물론 한강 아래까지 수색을 벌였다. ‘휴대전화 기종이 다른데 어떻게 잘못 가져갈 수 있느냐’ 등의 관련 의혹들도 쏟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되찾은 A 씨의 휴대전화는 충전 뒤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지문 감식 등을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측은 “아울러 환경미화원이 언제 어떻게 해당 휴대전화를 습득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가 발견되기 전날인 29일 A 씨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정병원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A 씨는 손 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블랙아웃’을 겪어 7시간가량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씨는 손 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도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술자리에서 입었던 티셔츠를 버린 것에 대해서는 “해당 티셔츠는 2장에 만 원 정도 하는 옷이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오래 입어 낡은 상태였고 토사물까지 묻어서 버렸을 뿐이다. 당시엔 이렇게 중요한 문제될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같은 날 경찰 수사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손 씨는 “경찰이 발표한 수사 진행상황 가운데 일부 내용은 우리가 들은 목격자의 제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실종 당일 아들과 A 씨의 사진을 촬영한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목격자는 “경찰이 사진을 ‘A 씨가 손 씨를 깨우는 장면’이라고 발표했는데, 전혀 깨우려는 느낌이 아니었다. 경찰에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전달이 잘못됐다”고 썼다. 손 씨는 “증인 진술이 경찰 발표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목격자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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