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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9%로 한국(2.0%)보다 불과 0.1%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양국의 경제성장률 격차가 1.0%포인트 안으로 좁혀진 것은 1998년 이후 처음. 1998년에는 외환위기로 한국은 성장률이 ―5.7%로 일본(―2.0%)보다 낮았다. 한국이 점차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본 내각부는 14일 2012년 실질 GDP 증가율은 1.9%, 명목 GDP 증가율은 1.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질 증가율은 명목 증가율에서 물가와 계절적 특수 등의 요인을 제외한 것이다. 일본이 지난해 전년 대비 성장률이 1.9%로 비교적 높은 것은 2011년 성장률이 그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0.6%로 추락한 것도 큰 요인이다.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주택을 건설하고 공공사업을 벌인 점도 성장률을 높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2년 실질 GDP 증가율은 2.0%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1.8% 감소해 2009년(―9.8%) 이후 처음 줄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투자도 1.5% 감소했다. 문제는 수출, 내수의 동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의 저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 경제의 활력이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양국 간 경제 성장률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새 정부 출범 효과로 기업 투자가 살아나 올해 성장률이 2.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가 이어지면 실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일본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2.5% 내외로 전망했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린다는 ‘아베노믹스’ 효과로 인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오르면서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은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은 14일 “미약하긴 하지만 (성장률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12일 한 강연에서 “북한의 의도는 미국에 도달하는 핵미사일 보유”라며 “북한의 야망을 분쇄하기 위한 긴급한 과제는 일본이 미국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쏴서 떨어뜨리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 보유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3일자 사설에서 “일본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며 “동맹국인 미국을 향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있을 때 요격할 수 있도록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이 미국을 사정거리에 둔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면 일본도 당연히 사정권에 포함된다”며 “미국과의 협력을 축으로 유사시에 대비해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2일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검토 의사를 밝힌 것도 방어만 한다는 전수(專守) 방위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빗장을 풀어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변신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전직 외교관이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에게 직접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에서 조약국장과 유라시아국장 등을 지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사진) 교토산업대 세계문제연구소 소장은 8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배상하고 한국 정부가 문제의 종결을 확인하는 형식이 현 시점에서 유일한 군 위안부 문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군 위안부 문제가 당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극우들의 주장에 대해 “미국에서 노예 문제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받아들여질 수 없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도고 소장은 2011년 ‘한국 정부가 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는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군 위안부에게 배상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 수정 움직임과 관련해선 “수정을 강행하면 미일 관계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고 소장의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외상을 지냈던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다. 도고 시게노리 전 외상은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다. 아버지는 전 외교관인 도고 후미히코(東鄕文彦)다. 외교가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도 외교관이 된 그는 2007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일 “(일본군이) 유괴하듯 민가에 들어가 위안부로 삼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와 관련해서도 “군이 직접 나서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고노담화 수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또 그는 “담화라는 형태가 괜찮은지를 포함해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관방장관이 (고노담화 수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과 다른 관점으로 인해 정치문제화, 외교문제화 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가 처음 총리를 지냈을 때인 2007년 3월 일본 정부는 각료회의에서 “정부가 찾은 자료 가운데 군이나 관헌(官憲)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공식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질문에 “1차 내각 때 참배하지 못한 것은 매우 통한스럽다. 지금 단계에서 갈지 안 갈지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자민당 총재 시절인 지난해 10월 야스쿠니신사의 추계대제(秋季大祭)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서 참배했다. 당시에도 ‘총리가 됐을 때 참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중국과 일본이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역에 양국 군함이 대치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센카쿠 국유화를 선언한 지난해 9월 이후 양국은 해양 감시선과 순시선 등 해양 관리 선박만이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센카쿠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선 군함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6일 NHK방송에 따르면 센카쿠에서 북쪽으로 100여 km 떨어진 해역에 지난해 9월부터 중국 프리깃함을 포함한 군함 2척이 배치됐다.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영해(영해기선에서 12해리·22km)와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22∼44km)에 드나드는 중국 선박을 호위하기 위해서다. 중국 군함을 감시하기 위해 일본의 해상자위대 구축함도 상시적으로 주둔해 있어 양국 군함이 대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양측 군함이 3km까지 접근했고 중국 군함이 일본 구축함에 사격용 레이더까지 조준했다. 사격용 레이더는 군함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목표물을 조준하는 것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중국 군함이 자위대의 헬리콥터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 발사 버튼만 누르면 미사일을 쏘는 단계까지 긴장 상태가 올라간 것이다. 다만 포신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상태였다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일본은 총리까지 나서 중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으며 중국은 “일본이 다른 의도를 갖고 중국 위협론을 부추기려고 호들갑을 떤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중국의 사격용 레이더 조준은)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일방적인 도발이며 매우 유감스럽다. 전략적 호혜 관계로 돌아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자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레이더 조준을 ‘중국의 도발’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센카쿠 국유화 이전에도 중국이 사격용 레이더를 수차례 조준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의 행동이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감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5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를 만난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공명당 대표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지만 나흘 뒤에 센카쿠 주변 경비 강화 명목으로 방위비를 늘린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 중국 군함이 일본의 해상자위대 구축함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한 것은 바로 그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이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5일 기자회견에서 “긴장을 높이는 행위이자 충돌 위험을 높이는 행위”라며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 교관 등을 지낸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 씨는 이날 중국의 국제뉴스 전문사이트인 궈지짜이셴(國際在線)에서 “1월 19, 30일 발생한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 사안을 일본 정부가 뒤늦게 5일 공개하면서 부풀린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위협론’을 부추겨 일본이 국방자위대법을 통과시키고 국방예산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는 서로 다른 국가의 군함 사이에 레이더를 조준하거나 레이더로 추적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도쿄=박형준·베이징=이헌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생선을 확보하라.” ‘스시(초밥)의 나라’ 일본이 최근 생선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가 느는 반면 규제가 강화돼 어획량은 줄면서 일어난 일이다. 일본의 대형 상사들은 ‘양식업 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5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쓰이식산은 최근 칠레의 대기업과 연어 양식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1월엔 자회사가 맡던 수산사업을 본사로 옮겨 직영하기 시작했다. 소지쓰는 인도네시아에서 새우 양식, 일본 규슈(九州)에서 참치 양식을 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상사도 아시아에서 새우 양식사업에 참가하고 있고 도요타통상도 긴키대와 기술협력을 통해 규슈에서 참치 양식을 시작했다. 일본 대형 상사가 일제히 양식업에 나선 것은 천연 수산물을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쓰이식산 관계자는 “세계 수요가 늘고 있어 수산물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일본인에게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수산물 소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중국 중산층들이 참치 연어 등을 선호하면서 이들 어류의 소비가 폭증하고 있다. 전 세계 수산물 시장 규모는 약 40조 엔(약 472조 원)으로 이 중 절반을 중국인이 소비한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약 5조 엔 규모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는 미국에 F-35 스텔스기 부품을 수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1967년 발표한 일본의 ‘무기 수출 3원칙’이 46년 만에 사실상 무장 해제됐다. 앞으로 일본산 무기 및 부품의 수출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일본의 방위력 증강, 이에 따른 동아시아 군비 경쟁 가능성도 예상된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에서 만든 F-35 스텔스기 부품을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로 인정해 수출을 허용키로 했다. 2013년도 예산안에 부품 생산라인 정비 용도로 830억 엔(약 9708억 원)도 배정했다. 일본이 전투기 부품을 수출하게 되면 이는 196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외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1967년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 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한 무기 수출 3원칙을 발표했다. 1976년에는 무기 수출 자제 대상이 사실상 모든 국가로 확대됐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내각은 미국에 대한 무기 기술 제공을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로 인정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예외가 늘어나면서 무기 수출 3원칙은 계속 완화돼 왔다. 2011년 말 일본 정부가 F-35 스텔스기를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선정하면서 무기 수출 3원칙은 전기를 맞는다. 당시 미국과 영국 등 9개국이 F-35를 공동 생산하는데 일본은 참가하지 못해 비싼 가격에 도입하게 됐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일본의 무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일본만 뒤처진다”라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2011년 12월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 적용 대상국을 대폭 확대했다. 다만 ‘국제 분쟁 조장을 회피한다’라는 기본 원칙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무기 수출 3원칙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동에서 이웃 국가와 분쟁 중인 이스라엘이 F-35 스텔스기를 구매할 예정인데 일본 부품으로 만들어진 F-35를 구매하면 일본이 결국 국제 분쟁 조장에 관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조만간 ‘일본산 부품이 제3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엄격히 관리한다’라는 내용의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해 스텔스기 부품 수출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담화 내용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사히신문은 “F-35 스텔스기의 부품 수출을 예외로 하는 것은 해외 무기 수출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무기 수출 확대는 동아시아 국가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의 소재 기술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일본은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무기 부품을 수출할 것”이라며 “일본의 군수산업이 수출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갖추면 결국 방위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 담화 수정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문제를 정치, 외교 쟁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라며 “당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에 (현재) 관방장관이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 총리인 내가 이 이상 말하는 것은 피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고노 담화 수정에 대해 “적당한 시점에 미래 지향적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요즘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극우들의 데모가 싹 사라졌어요.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씨가 총리가 되면서 일어난 일이에요. 극우의 수장이 총리가 됐으니 그 아래 극우들은 조용히 있는 거지요.” 최근 만난 재일 교포의 말이다. 강경 보수 성향인 아베 씨가 총리가 된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의외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극우들의 데모로 몸살을 앓았던 신오쿠보도 오히려 긍정적 ‘아베 효과’를 보고 있을 정도다. 아베 총리는 총선 유세 때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담화를 새롭게 고치겠다” “시마네(島根) 현 차원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겠다” 등과 같은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작 총리가 되고 나서는 “한국은 일본과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라며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아베 총리. 과연 그는 누구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가 쓴 ‘새로운 나라로(新しい國へ·사진)’란 책을 골랐다. 이 책은 1월에 발매됐다. 그가 처음 총리로 선출됐던 2006년에 선보인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國へ)’를 보완한 책이다. 모든 내용은 동일하고 마지막에 경제정책 등 지난해 총선을 거치면서 밝힌 내용들을 한 챕터 추가했다. 아베 총리의 세계관에는 ‘일본은 피해자’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일본은 (패전 후) 60년간 국제 공헌에 노력해 오며 호전적인 자세를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국가 간에 문제만 생기면 과거 전쟁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꾹 참으며 오로지 폭풍우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자세를 취해 왔다. 그 결과 걸핏하면 우리에게 잘못이 있는 듯한 인상을 세계에 심어 왔다.” 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옛) 서독은 같은 패전국인데도 1955년 주권 회복과 동시에 국방군을 창설했고 통일까지 36차례나 헌법을 개정해 징병제를 채용하고 유사 사태에 대비한 법도 정비했다.” ‘현실주의자’ 성격도 엿볼 수 있다. 총선 유세 때 한국, 중국에 초강경 발언을 했지만 정작 양국과는 우호관계를 맺는 게 낫다는 인식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한국에 구애(求愛)하듯 글을 썼다. “일본은 오랜 기간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흡수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붐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나는 일한 관계에 대해 낙관주의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미래지향적으로 임하는 한 반드시 양국 관계는 보다 좋은 반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에 대해서도 △무엇이 중국을 발전시켰나 △중국 전문가는 누구라도 중국과 사랑에 빠진다 △일중 관계의 열린 미래 등과 같은 제목 아래 글을 전개했다. 누가 보더라도 ‘중국과 잘해 보자’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강한 일본’이다. 지난해 총리가 되고 나서는 경제 회생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책에서 중국과 관련해 정경 분리에 기반한 ‘호혜적 관계’를 촉구한 것도 중국의 거대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뭔가 2% 정도 아쉽다. △A급 전범에 대한 오해 △‘야스쿠니(靖國) 비판’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기미가요’는 비전투적 국가(國歌) 등 일부 글의 논리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베 총리가 역사 인식에서 이웃 국가의 주장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면 동아시아 국가도 강한 일본을 환영하지 않을까.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과 이지스 순양함이 한국에 전진 배치됐다. 이들 전력은 다음 주 초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대잠(對潛)훈련에 참가하는 등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군 당국은 1일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LA)급 핵잠(核潛)인 ‘샌프란시스코’(6900t)와 이지스 순양함인 ‘샤일로’(9800t)가 각각 해군 진해기지와 부산기지로 입항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방한은 1차 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미 해군 전력의 방한은 예고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특히 군 당국은 외부에 노출을 극도로 꺼려 온 핵추진 잠수함의 내부를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도발 준비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한 지하갱도 입구에 지붕 형태의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이날 확인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청년들에게 군 입대를 종용하는 기사를 실어 결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3, 4일 안에도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는 상태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 프로 스포츠계의 최고 행사인 ‘슈퍼볼’이 열리는 4일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1일 “북한이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은 정찰위성 등 한미 정보당국의 눈을 피하고, 지난해 장거리 로켓(은하3호) 발사 때처럼 대북 감시망에 혼선을 주려는 기만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기지의 발사대에 대형 가림막을 설치한 뒤 장거리로켓의 1∼3단 추진체를 조립했다. 이 때문에 한미 정보당국이 구체적인 로켓 발사 준비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특히 북한은 로켓 발사 전날 로켓 추진체를 해체 수리하는 정황을 흘려 한미 당국이 긴장을 늦추자 다음 날 기습적으로 로켓을 쏴 올렸다. 정승조 합참의장(육군 대장)은 이날 해군 진해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의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림막을 설치하는) 그런 행동이 기만전술인지, 실제 핵실험을 위한 것인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군은 (북한에서) 언제라도 핵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현 상황은 과거 1, 2차 핵실험과는 다른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모든 상황에 면밀히 대비하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포기하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북한계 은행의 베이징 지점 자산을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는 ‘자국 영토 내 북한 금융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고 주의를 강화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ysh1005@donga.com}
미국은 한국의 나로호 발사가 국제적으로 책임 있는 우주 발사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언론은 나로호 발사 성공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해 3차 핵실험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우주 활동을 북한과 비교할 근거가 없다는 게 우리 견해”라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어떤 발사 행위도 완전히 금지돼 있지만 한국은 책임 있게 우주 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국제 비확산 조약의 회원국으로 미사일과 로켓 기술의 개발 및 보유와 관련한 광범위한 지침을 충실하게 이행해 왔다”며 “(우주 개발과 관련해) 군사적인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북한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1일 “북한이 지난해 12월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를 인정하면 ‘이중 기준’이라고 비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의 모든 전략과 행동은 반드시 상대방의 반향을 불러오며 매우 쉽게 이익이 손실로 변할 수 있다”며 “(한국의 나로호) 성공 발사에 따른 환호와 경축은 잠시 미뤄 둘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북한은 나로호 발사 성공에 이틀째 침묵했다. 지난해 12월 쏜 장거리로켓(미사일)을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대북 제재를 비난해온 북한은 나로호 발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반응을 보일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느라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도쿄=박형준 특파원·조숭호 기자 mungchii@donga.com}

동남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이 잇달아 ‘일본의 재무장’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태국을 뺀 나머지 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국가. 하지만 해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과거의 적’ 일본과 손잡는 것이다. 30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를 선택한 뒤 세 번째 방문국인 인도네시아에 들렀을 때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일본의 국방군 보유에 찬성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8일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국방군을 보유하는 것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연결된다”고 말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다. 방위력을 가진 일본은 지역 안정에 플러스가 된다”고 찬성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방어만 한다는 의미의 자위대 대신 정식 군대인 ‘국방군’을 가진다는 표현을 하면 과거의 전쟁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인도네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유도요노 대통령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자 안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앞서 16일과 17일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할 때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고 양국 수뇌로부터 이론(異論)이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의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외교장관은 지난해 12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매우 환영한다.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균형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움직임과 발언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인도네시아 방문 때 ‘자유롭게 열린 해양은 공공재이므로 아세안 국가와 함께 전력을 다해 지켜낸다’는 내용의 아베독트린을 발표했다. 중국으로부터 해양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남중국해를 통합 관리하는 싼사(三沙) 시를 설립하고 사단급 경비구를 설치하는 등 바다를 장악하기 위한 물리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 인근 국가들이 이에 긴장하고 있는 것. 필리핀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및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 역시 중국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국방군을 보유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7월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헌법을 고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발의해야 하기 때문.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연립여당은 중의원에선 지난해 12월 선거로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참의원에서는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경비를 전담하는 방위 부대를 만들기로 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 실탄을 장착한 전투기를 비행시켰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2015년까지 오키나와(沖繩)의 이시가키(石垣) 해상보안본부에 600명 규모의 센카쿠 전담 부대를 설치하고 12척의 순시선(경비선)을 상시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중국은 영토분쟁에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28일 당 중앙정치국 제3차 집체학습에서 “어떤 나라도 중국이 핵심이익을 ‘거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는 난징(南京)군구 소속 전투기 젠(殲)-10과 러시아산 수호이(Su)-30이 실탄을 장착한 채 센카쿠 열도가 속한 동중국해에서 순항비행을 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니혼TV에 출연해 “(중-일) 회담을 여는 것이 긴요하다.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으로부터 관계를 다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베이징=고기정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東京) 도 교육위원회는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고교 역사 교과서에서 ‘간토(關東)대지진 때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표현을 고쳐 ‘학살’이란 단어를 빼기로 했다. 다른 시도에서 이 표현을 뺀 경우는 있지만 도쿄 도 교육위에서는 처음이다.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교육위원회는 고교 일본사 부교재인 ‘에도에서 도쿄로’에서 “(1923년) 대지진의 혼란 와중에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부분을 내년부터 “조선인이 귀중한 목숨을 빼앗겼다”는 문장으로 바꾸기로 했다.교육위원회는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해) 여러 설이 있고, 살해 방법을 모두 학살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2008년 간토대지진 관련 보고서에서 “유언비어에 의한 살상 사건 대상은 조선인이 가장 많았다.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역에서 일본 선박과 대만 선박이 24일 또다시 맞붙었다. 대만 활동가를 실은 선박이 센카쿠에 상륙하려 하자 일본 순시선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다. 하지만 양측 간에 큰 충돌은 없었다. 일본 NHK방송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중화댜오위다오보호협회와 홍콩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세계중국인댜오위다오보호연맹 회원 4명, 승조원 등 모두 7명이 탄 대만 어선 ‘취안자푸(全家福)’호가 이날 오전 11시 5분경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22∼44km)에 들어갔다. 대만 활동가들은 대만에서 해양 수호신의 의미가 있는 마쭈(마祖) 여신상을 센카쿠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일본 해상보안본부는 순시선 8척을 급파해 대만 선박을 향해 “물러가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 이후 활동가들이 탄 선박의 진로를 막고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 대만 해안순방서(해경) 소속 경비선 4척도 활동가를 실은 어선과 함께 접속수역에 들어갔다. 대만 행정원의 관계부처인 해순서(海巡署)는 “민중의 자발적인 댜오위다오 보호 행동을 존중한다”며 “이 회원들은 어민 자격을 이미 취득했고 안전검사도 규정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해순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함정을 출항시켰으며 위기대응센터를 가동했다.하지만 대만 선박 5척은 일본 순시선의 물대포 저지 이후 접속수역에서 약 2시간을 정박한 뒤 오후 1시 반경 뱃머리를 돌려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선언에 반발한 대만 어선 60여 척이 센카쿠 영해에 들어가 일본 순시선과 대만 경비선이 서로 물대포를 쏘며 교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번에는 정부 선박 간 물대포 교전은 없었다. 도쿄=박형준·베이징=이헌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2% 물가 상승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로 22일 합의했다. 일본은행은 이를 위해 매달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무제한 돈을 풀기로 했다. 경기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아베노믹스’의 압박에 물가 안정을 1차 목표로 하던 일본 중앙은행이 백기 투항한 셈이다. 이날 한국 외환시장은 그리 출렁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중에 엔화를 무제한 풀면 엔화 가치가 떨어져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된다. 다른 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앞서 17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해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은 IMF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웃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을 각국이 채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행 물가 2% 인상 때까지 돈 풀기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2일 전년 대비 2% 물가 상승을 목표로 내세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은행의 기존 1% 물가 인상 목표를 단번에 두 배로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은행은 애초 2% 물가 상승 목표의 달성 시기를 ‘중기’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일본은행법을 고쳐 총재까지 바꾸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압박에 두 손을 들었다. 일본은행은 2% 물가 인상을 달성하기 위해 금융 자산 매입 방법을 훨씬 적극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국채 등을 사는 ‘채권매입기금’의 상한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매월 일정액의 국채를 금융기관 등에서 사들여 무제한 돈을 풀기로 했다. 자산 매입은 당분간 매월 장기국채 2조 엔(약 23조8200억 원), 단기채권 10조 엔 등 13조 엔 정도로 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에게 “2% 물가 안정(상승) 목표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의장인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 달성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무제한 금융완화로 2% 물가 상승 목표가 조기에 달성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년 동안 금융완화를 통해 46조 엔을 풀었지만, 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무리 금융완화를 해도 금융기관과 중앙은행 사이에서만 돈이 오갈 뿐 민간과 기업이 소비와 투자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국민들이 소비를 꺼리고 있다. 거품이 한창 일었던 1980년대 후반에도 물가상승률은 1%대였다. 자칫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까지 치솟은 국가부채가 더 늘어나고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져 재정만 망가질 수도 있다.○ 세계 환율 전쟁 유발 우려 무제한 금융완화를 내세운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지난해 9월 26일 이후 엔화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시 달러당 77.79엔이었던 엔화 환율은 22일 89.75엔으로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수출 기업들은 환호하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하면 도요타는 연간 350억 엔, 닛산은 200억 엔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달아올라 지난해 9월 중순까지 9,000엔 선 안팎에서 움직이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최근 10,000엔 선을 훌쩍 넘었다. 22일 종가는 10,747.74엔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수출 경쟁국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전자 철강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 타격이 클 수도 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자동차 수출은 1.2%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에도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 감소로 이어졌던 만큼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 목표치 조정이나 무제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 모두 이미 예상이 됐던 것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여러 부작용을 감안할 때 엔화 약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062.3원에 장을 마쳤다. 물가상승률 목표 상향 조정이 이미 예정돼 있던 결과인 데다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시기가 내년부터로 일각의 전망보다 뒤로 미뤄졌기 때문에 변동 폭은 크지 않았다.도쿄=박형준·배극인 특파원·문병기 기자 lovesong@donga.com}

《‘감춰 놨던 칼을 칼집에서 꺼내기 시작하는 중국,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강화하는 미국, ‘강한 국가’를 내세우며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세계의 이목이 동아시아에 쏠리고 있다. 세계 중심축이 동아시아로 넘어오고 있지만 이곳엔 아직 협력의 씨앗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도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동아시아의 2030년을 조망하는 작업은 크나큰 통찰을 필요로 한다. 일본의 석학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70) 효고(兵庫)재해기념 21세기연구기구 이사장은 동아시아가 역사 갈등을 넘어 협력 관계로 나아가는 열쇠로 ‘상호 이익’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한일 간에는 문화 및 스포츠 협력, 중일 간에는 경제협력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25일 효고 현 고베(神戶) 시 21세기연구기구 사무실에서 이오키베 이사장을 만났고 새해에도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고베=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20년 후 동아시아의 미래를 그려 달라. “변수가 너무 많다. 하지만 틀림없는 한 가지는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경제 강국이겠지만 유럽의 위치는 추락할 수 있다. 2030년엔 동아시아와 미국이 세계 경제를 리드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도 그때까지 이어질까. “2030년 중국은 동아시아의 압도적인 중심 국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시련이 올 수 있다. 일당독재에 대한 불만이 해외뿐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힘으로 국내 불만을 억누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중국 전통 방식에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중국식 발전’을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될까.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소위 ‘중추적(pivotal)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이 협력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뢰가 많다. 양국이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말고 상대방에 사안마다 화내지 말고 가능한 한 협력한다는 기본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정권교체가 향후 중동 불안보다 더 큰 국제사회의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경제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고노(河野)담화나 무라야마(村山)담화를 수정해 일본의 과거를 부정하면 ‘끝이다’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나를 포함해 매우 많다. 아베 총리는 ‘국방군을 만든다’, ‘센카쿠에 공무원을 상주시킨다’ 등 의미 없는 제스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시야가 좁은 강경파 주장대로 하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질 것이다.”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은 한국에 큰 파장을 미칠 텐데…. “아베 총리는 총선 실시 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국가 권력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겠다고 했다. 위안부 모집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크게 보면 일본 군부가 관여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믿고 일본을 ‘명예로운 나라’로 여길 나라는 없다. 작은 의미에 집착해 과거 일본의 악행을 세계에 다시 알려서는 안 된다. 크게 보고 총리가 사과해야 한다. 한국 중국과 마찰을 빚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도 해선 안 된다.” ―동아시아 협력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무엇인가. “중국의 군사력 강조다. 1970년대 문화혁명을 끝낸 중국은 30년 이상 고도의 경제성장을 했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20년 이상 군사력을 키울 정도로 군사력을 중시했다. 중국 정부 발표만 봐도 군사비 지출이 20년간 20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은 최근까지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라고 했지만 요즘 대국이 됐으니 힘을 떨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중국해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도 힘을 바탕으로 아시아에 피해를 주지 않았나. “맞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는 다르다. 일본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1%를 군사비에 쓴다. 다른 국가들은 대체로 3%를 사용한다. 일본은 군사비를 줄이는 대신 국제협력에 집중하고자 했다. 일본은 전후 경제 중심의 평화적 발전을 선택했다.” ―요즘 아베 정권이 군사력 강화를 외치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조금 먼저 근대화를 이뤘다. 근대적 군대로 주위 국가에 피해를 줬다. 이에 대해 솔직히 주변국에 ‘잘못했다’라고 깊이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위한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아베 총리는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사과를 믿지 않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은데…. “한 가지 양해를 구하고 싶은 게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간 나오토(菅直人) 등 전 총리들은 국가를 대신해 공식적으로 한국에 대해 깊이 사죄했다. 하지만 한국인은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 일본이 잘한 것도 있지 않느냐’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총리의 사죄를 믿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일부 정치인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동아시아에 신뢰를 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상호 이익이 되는 테마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1980년대 모든 국가가 경제 발전을 중시하면서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경제 발전을 이뤘다. 경제 협력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것을 찾아 서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전 총리는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했다. 그 후 문화를 개방했다. 특히 한국 문화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를 쳤다.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고 김연아 등 한국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다. 문화 스포츠 등 민간 레벨에서 협력할 게 많다.” ―중-일 간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테마는 뭐가 있나. “역시 경제다. 하지만 중국에서 2005, 2010, 2012년 세 차례 반일 폭동이 일어났다. 2005년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였고 나머지 두 번은 센카쿠 영토 갈등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느끼고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려 한다. 이는 양국 모두에 마이너스다. ‘다시 협력하자’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국제법을 지켜야 한다.”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할 일은 없을까. “나는 현재 일러 역사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상대방 설득 목적은 아니다. 상대 주장을 듣고 상대방의 역사 인식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두 가지 관점을 한 보고서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는 가운데 공통점을 넓힐 수 있다. 일본에 의한 역사적 상처로 한중일 공동연구가 쉽지 않겠지만 그런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2013년 현재 동아시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중일 3국의 리더가 모두 바뀌었다. 매우 보기 드문 우연의 일치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도 ‘이번 정부에 기대할 만하다’라는 생각을 찾기 어렵다. 모두가 경제 발전과 정치 기반 구축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에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박근혜 당선인은 국가와 국민 정치 경제 모두를 생각하는 종합적인 인물이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라고 말한다. 매우 기대된다. 과거엔 민주주의, 재분배 등 하나의 이념을 갖고 사회를 바꾸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러 노선을 잘 조합해 최적의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도 정권이 교체됐는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것은 역사적인 일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미일동맹이 깨졌다. 재건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 중국과 영토 문제도 있었다. 일본 외교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는 개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강경 아베 정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없나. “아베 씨가 총리가 된 데에는 한국과 중국 책임도 있다. 영토 분쟁이 일어나면 누구라도 내셔널리스트가 된다. 그런 가운데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등 온건파가 힘을 잃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이젠 주변 국가와 냉정히 협력 관계를 만들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아베 총리는 ‘매파’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도 매파였지만 1972년 중국을 방문해 협력 관계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신중히 하자고 외치는 사람은 일본 보수 세력으로부터 ‘외교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을 받는다. 하지만 매파는 확고한 국내 지지를 배경으로 반대파를 제압함으로써 온건한 외교정책을 펼 여지가 많아진다. 아베 총리도 2006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 중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 만들었다.” ―동아시아 각국의 새 지도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인가. “일본 측에서 보자면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은 부러울 정도로 약진했다. 중국도 거인이 됐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20년’을 맞았지만 앞서 1980년대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는 세계 톱이 돼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최근 양극화 안전망 미비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가 새 정권의 지도력을 측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오키베 마코토는일본 정치외교학계의 거물이자 대표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교토대에서 일본 외교사를 전공한 뒤 고베대 법학부 교수, 방위대 교장, 동일본 대지진 복구의 틀을 짠 부흥구상회의 의장을 지냈다. 현재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 겸 효고재해기념 21세기연구기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오키베 이사장의 인물됨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사례 한 토막.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학연 지연이 전혀 없는 그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도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6년 뜻밖에도 이오키베 이사장에게 방위대(한국으로 보면 육해공 통합사관학교 정도에 해당) 교장을 제안했다. 극구 사양했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의 요청이 더 끈질겼다. 그해 고이즈미 전 총리는 내각 홍보용 e메일 잡지에 글을 써 달라고 이오키베 당시 방위대 교장에게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평소 신념대로 ‘한국 중국과 쌓은 신뢰가 총리의 야스쿠니참배로 크게 손상됐다’라고 썼을 정도로 강직했다. 당시 극우파는 이오키베 교장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그는 2006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6년 동안 방위대 교장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일본정치외교사’ ‘일미전쟁과 전후 일본’ ‘아시아 리더십과 국가형성’ ‘또 하나의 일미 교류사’ 등이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佛 엘리제궁의 ‘개방’… 수십m 동선내 대통령-수석실 나란히300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은 1990년 이후 매년 9월 셋째 주말인 문화유산의 날에 일반에 공개된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부터는 대통령 집무실까지 공개됐다. 2층짜리 건물인 엘리제궁은 공원을 제외한 전체 면적이 1만1179m²(약 3381평).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가 한 귀족에게 땅을 팔면서 지어준(1718∼1722년) 저택이어서 매우 좁다. 루이 15세, 나폴레옹 황제, 루이 18세를 거쳐 1848년부터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관저로 정해졌다. 현 엘리제궁의 모습을 갖춘 건 1867년 대공사 이후. 건물 1층에는 국가 공식 연회나 만찬이 열리는 ‘살 데 페트(축제방)’와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장인 ‘살롱 뮈라’가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집무실은 2층에 몰려 있다. 2층 정원 쪽 중앙에는 샤를 드골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는 ‘살롱 도레’가 있다. 그리고 대통령 집무실 바로 왼쪽에 비서실장 집무실이나 간이 회의실로 쓰이는 ‘살롱 베르’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오른쪽에는 대통령과 참모진이 수시로 회의를 하는 회의실(Salon d’Angle)이 있다. 비서실장 집무실과 회의실의 옆쪽으로도 각각 수석 보좌진들의 사무실이 있다. 불과 수십 m의 동선 내에 대통령과 핵심 보좌진의 방이 나란히 있어 효율성이 높다. ■ 英 다우닝가 10번지의 ‘효율’… 캐머런-재무장관-원내대표는 이웃사촌총리의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는 건물 주소가 총리실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불리게 된 흔치 않은 사례다. 1680년 조지 다우닝 경이 지었다. 다우닝 경은 왕실에서 받은 10번지 땅에 2, 3층 단독주택이 붙은 타운하우스를 지었다. 10번지는 원래 3개의 건물. 1732년 영국의 초대 총리 겸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월폴은 10번지를 총리 관저로 사용한다는 조건하에 자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20세기 중반 낡은 다우닝가 10번지는 무너졌다. 새로 건축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기존 재료를 이용해 재건축하기로 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는 주요 방들을 다시 지었다. 3층짜리 건물의 맨 위층이 관저 역할을 한다. 방은 4개다. 2층에는 국무회의장이 있다. 각료들의 의자가 빼곡히 들어갈 정도로 자리가 좁다. 비서실장실도 이 건물에 있다. 10번지 건물 바로 옆인 11번지에는 여당의 2인자인 재무장관의 집무실 겸 관저가 있다. 두 건물은 안쪽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관저는 11번지가 더 크기 때문에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서로 관저를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9번지에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집무실이 있다. 다우닝가에는 외교부 내무부 건물도 들어서 있다. ■ 獨 분데스칸츨러암트의 ‘소통’… 메르켈 집무실 15m 맞은편에 비서실장실독일은 통일 이후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기면서 총리실을 새로 지었다. 건설할 때의 콘셉트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8층짜리 대형 건물이면서 총리와 참모진 간의 소통, 총리실과 의회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총리 집무실은 7층에 있다. 같은 층의 집무실 맞은편에 총리 비서실장실이 있다. 총리실에서 비서실장실까지는 거리로 15m 안팎. 한 층 아래인 6층에는 각료 회의실이 있다. 5, 6층에는 대연회장, 이민·난민장관실, 문화·언론장관실도 있다. 도청방지 시설이 갖춰진 비상대책회의실은 4층 중간에 있다. 총리실 건물과 하원 의사당의 거리는 500m에 불과하다. 총리 집무실 베란다의 정면에 보인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가까이서 마주 보며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관저 높이는 36m로 의사당(47m)보다 낮다. 행정부가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무실 바로 위인 8층에는 침실 2개와 거실 화장실 부엌을 갖춘 아파트형 관저가 있다. 새 총리실의 첫 거주자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주중에 가끔 이용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용하지 않는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로 당선되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고 있다.파리=이종훈 특파원·백연상 기자 taylor55@donga.com ▼ 日 총리관저의 ‘집중’ 관저에 정부 부처 밀집… 의회도 5분 거리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 11일. 오후 10시에 접어든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나가타(永田) 정의 옛 총리관저 3층에선 테러 발생 직후 곧바로 비상회의가 열렸다. 관저 3층에는 총리 집무실과 관방장관실, 비서관실이 모여 있다.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은 비서관들이 관방장관과 사전 의논을 했다. 그 덕분에 총리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대(對)테러 성명을 내놓은 것. 이는 일본 총리 관저의 효율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리 집무실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핵심 브레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사건에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2002년 4월 옛 관저 옆에 새 관저를 지었다. 1929년부터 사용한 관저가 너무 좁았기 때문. 총면적 2만5000m²에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옛 관저(지상 3층, 지하 1층)보다 2.5배나 넓다. 구조의 효율성은 똑같다. 총리 집무실이 있는 5층에 관방장관, 관방부(副)장관, 비서관실도 함께 배치했다. 걸어서 1분이면 관저에 도착하고, 2분이면 집무실까지 갈 수 있다. 비서관들은 주요 부처에서 파견된 국장급 간부다. 역대 총리들은 점심 약속이 없으면 5층 회의실에서 비서관들과 식사하면서 다양한 국정 이슈를 논의했다. 나가타 정에는 재무성 외무성 등 각 부처가 밀집해 있다. 의회도 걸어서 5분 거리. 각료들을 긴급히 호출하면 30분 안에 다 모인다. 정부 부처가 서울 과천 세종시에 흩어져 있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효율적인 구조라도 총리 스스로가 소통을 거부하면 소용이 없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홀로 점심 식사를 하곤 했다. 특히 2010년 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 충돌 사건 이후 홀로 점심이 상시화됐다. 주변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공무원을 불신했던 그는 ‘정치 주도’를 강조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을 때도 “공무원 조직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명령에 신속히 움직이는 것은 자위대뿐이다”라고 한탄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불신은 대지진 발생 시 우왕좌왕하게 만들었고 결국 집권 약 1년 만인 2011년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1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최근 사고가 잇따르는 보잉 787 기종이 배터리 화재 위험성이 있다며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운항을 중지하도록 미국 항공사들에 지시했다. 일본의 국토교통성도 17일 전일본항공(ANA)과 일본항공(JAL)에 대해 배터리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운항을 중지시켰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일본 첨단기술의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보잉 787 기체의 약 35%가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제품이어서 ‘준(準)일본산’ ‘일본 최신 기술의 결정체’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특히 16일 일본에서 비행 도중 기내에 연기가 들어차는 사고를 낸 보잉 787기의 심장부인 전지(리튬이온전지)는 교토(京都)에 본사를 둔 GS유아사의 제품이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전지에서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보잉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의 주가가 벌써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 항공사는 보잉 787 기종을 아직 운항하지 않고 있다.}

75세 할머니가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다. 사상 최고령 수상자다. 아쿠타가와상 선정위원회는 16일 구로다 나쓰코(黑田夏子·사진) 씨의 ‘ab산고(さんご)’를 148회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쿠타가와상은 순수문학 분야의 신인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이전 최고령 수상자는 1973년 61세의 나이로 상을 받은 모리 아쓰시(森敦) 씨였다. 구로다 씨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중학교 국어교사 등을 지내며 동인지에 작품을 발표했지만 1970년대부터 작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ab산고’로 와세다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다시 등단했다. 이번에 55세 연하의 경쟁자 다카오 나가라(高尾長良·20) 씨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ab산고는 이름 대신 ‘a씨’ ‘b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1970, 80년대 일본의 한 핵가족이 새로 가정부를 맞이한 뒤 소중한 일상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일본에선 보기 드물게 가로쓰기를 채택하고 알기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금은 100만 엔(약 1200만 원)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