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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48) 등에게서 9억5000만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 검사장(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해임이 확정됐다.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이 구속 기소된 데 이어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8일 오전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 12월 진 검사장이 여행 경비 명목으로 건네받은 203만 원에 대해 법정 최고 한도인 5배를 적용해 1015만 원의 징계부가금 부과도 의결했다. 검사에 대한 징계부가금은 2014년 5월 도입됐다. 해임은 검사징계법에 따른 최고 수준의 징계로, 검사가 해임되면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변호사 개업이 금지되며 연금도 25% 삭감된다. 진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김 회장에게서 주식, 자동차, 해외여행 경비 등 9억5000만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의 수사 결과 진 검사장은 △김 회장 측으로부터 주식 취득 △넥슨 명의 제네시스 승용차 취득 △김 회장에게서 여행 경비 수수 △한진 대표에게서 처남 업체 청소 용역 수주 △공직자 재산 허위 신고 △차명계좌 이용 등 6가지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진 검사장과 함께 징계위원회가 열린 김대현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7기)의 징계 의결은 보류됐다. 법무부는 “징계 혐의자인 김 부장검사가 변호인 선임과 소명 자료 준비를 이유로 기일 연기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 등 후배 검사와 직원 등에게 폭언 등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27일 해임이 청구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66·구속 기소)에게서 “연임을 위해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62)과 친분이 깊은 홍보대행사 사장에게 20억 원이 넘는 특혜성 홍보비를 지출했다”는 진술을 받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민 전 행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 재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스위스제 고급 시계 파텍필립을 구입한 정황을 잡고 이 시계가 로비 용도로 특정 인사에게 전달됐는지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홍보대행사 N사 사무실과 대표 박모 사장(58)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별수사단은 박 사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박 사장이 받은 자금이 산업은행에 대한 알선 명목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남 전 사장 재임 당시인 2008, 2009년경 당시 민 행장과 친분이 깊은 박 사장이 운영하는 N사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20억 원이 넘는 홍보 광고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N사가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에 제공한 홍보 컨설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특혜성 거래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남 전 사장도 광고 일감과 관련해 연임 로비에 힘써 주는 명목이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홍보담당 임원에게서 민 전 행장과 친분이 깊은 박 사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홍보담당 임원을 소환 조사했다. N사는 민 전 행장 재임 당시 산업은행의 홍보 컨설팅 일감 일부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남 전 사장은 2009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나아가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재임한 시기에 대우조선해양이 구입한 명품 시계 파텍필립 등이 연임 로비나 청탁 목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텍필립은 시가가 4000만∼5000만 원을 웃도는 스위스제 고급 시계로 뇌물이나 부패 사건에 수시로 등장한다. 특별수사단은 또 남 전 사장 측이 조성한 금품 일부가 박 사장 등을 통해 정관계와 친분이 깊고 우호적인 기사를 낼 수 있는 유력 언론사 간부에게도 흘러갔다는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민 전 행장 외에도 재계와 언론계에 인맥이 넓다.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박 사장은 6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로비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민 전 행장도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71)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강 전 회장이 바이오 업체 B사에 특혜를 줄 것을 압박했다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진술까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조선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B사에 대한 50억 원대의 자금 집행이 지연되자 산업은행 비서실에서 ‘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독촉성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법원행정처 소속의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혐의로 현장에서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고 엘리트 판사의 성매매 사건이 터지자 대법원과 법원 판사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서울 수서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행정처 소속 A 부장판사(45)를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 부장판사는 2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단속에 나선 경찰에 적발됐다. A 부장판사는 성매매를 한 뒤 오피스텔 방을 나서다 주변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방 안에서 성매매를 한 여성(40)과 성매매 증거물 등을 확보했고 두 사람은 현장에서 성매매 사실을 인정했다.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 A 부장판사는 소속과 직책 등은 밝히지 않은 채 공무원이라고만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 부장판사의 이름 등을 따로 검색해 정확한 신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A 부장판사는 술을 마신 뒤 홍보 전단을 보고 전화로 연락해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판사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경찰이 활용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에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숨길 수는 없다.3일 오후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자 A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직 처리를 보류하고 즉시 보직을 해임한 뒤 대기발령 조치했다. 대법원은 “경위 조사와 함께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부장판사는 3일과 4일 휴가를 냈다.사건이 알려지자 법원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A 부장판사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기 내 선두그룹으로 꼽힐 만큼 촉망받았고 수줍고 행실이 점잖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보석 등으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에 이어 또다시 현직 법관 성매매 사건이 터지자 판사들은 “이참에 다른 법관의 비위행위들도 다 적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A 부장판사 혼자만의 일탈인지, 술자리가 법원행정처 단체 회식 자리였는지, 동행은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도 “징계나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법관과 법원의 신뢰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추후 문제가 될 장작이 하나라도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범죄자를 심판해야 하는 판사는 공직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윤리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재판의 공정성을 높이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신독(愼獨)’을 수시로 강조한 바 있다.김도형 dodo@donga.com·신나리 기자}
최근 검찰이 사활을 걸고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나흘 새 국민의당 의원 3명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배출가스 조작’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 사장, 롯데홈쇼핑의 방송채널 사용 재승인 로비 의혹의 강현구 사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가 빚은 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법원도 정치인, 기업인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영장 사안을 까다롭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 2472건 중 674건이 기각돼 영장기각률이 27.2%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2014년 법원의 영장기각률은 20.4%, 지난해에는 17.8%였다. 전체 통계로는 피의자 5명 중 4명꼴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과 관련된 주요 인사들의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체감 영장기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검찰과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공안 특수 형사 사건 가릴 것 없이 잇따른 영장 ‘퇴짜’에 검찰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수사 중인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여전히 검찰 수사의 ‘중간 성적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범죄 사실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영장 기각 사유가 나올 때 가장 신경이 쓰인다”라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 밝힌 2일 오전 박 전 사장과 지난달 19일 강 사장의 영장 기각 사유는 동일하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의 정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것. 법원은 “법에 정해진 대로 판단했을 뿐”이라는 원칙론으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해서’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이 때문에 기각 사유가 길거나 이례적인 표현이 들어갈 경우 검찰이 느끼는 오해의 골은 깊어진다. 기소도 되기 전 범죄 사실에 대한 판단을 넣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A4용지 절반을 채운 박준영 의원의 기각 사유가 대표적이다.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관련 피해자들에게서 각종 민원을 받고도 별도의 안전성 검사 없이 그대로 제품을 판매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도 비슷하다. 당시 검찰은 “기각 사유 가운데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춰’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해킹 조직으로 추정되는 단체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교·안보 분야 인사 90명의 e메일 계정 해킹을 시도해 비밀번호 56개가 유출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국가 기밀 자료 등이 실제 유출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 김영대 검사장)는 6월 스피어피싱(특정인을 목표로 개인정보를 훔치는 피싱) 공격을 통한 e메일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한 결과 북한 해킹 추정 집단이 피싱사이트 27개를 개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범행에 사용된 중국 선양 인터넷주소(IP주소), 탈취한 계정의 저장파일 형식 등이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자료 유출 사건과 수법이 동일해 북한 소행으로 추정했다. 해킹 조직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의 공무원과 출입기자, 북한 관련 연구소 교수 및 연구원, 방산업체 임직원 등을 특정해 사설 e메일 계정 해킹을 시도했다. 외교부나 포털사이트 보안 담당자를 사칭해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확인하기 바란다”고 e메일을 전송한 뒤 수신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비밀번호 변경창이 뜨도록 해 비밀번호 입력을 유도하는 식이었다. 한편 채널A 취재 결과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비밀 해커조직이 2009년부터 2년간 국내 유력 정치인과 국방부 현역 군인, 방위사업체 인사 등 80여 명을 해킹한 리스트도 등장했다. 탈북자 단체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북한 해커로부터 직접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황우여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명단과 IP주소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해킹에 성공한 공격 결과”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정현 채널A기자}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만큼 우리 사회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하겠습니다.” 1일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윤민욱 판사(29)의 의지는 남달랐다. 여느 선입견처럼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온 ‘금수저’도, 대형 로펌에서 근무한 변호사 출신 경력법관도 아닌 그는 이날 법복을 입기까지 매 순간 험한 산을 넘어야 했다. 중학생 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저소득층 장학금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학(苦學)한 만큼 배움에 대한 열의는 깊었다. 경북대 농업생명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도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같은 대학 로스쿨에 차상위 계층이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해 법조인이 됐다. 윤 판사는 “처음에는 법학 공부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사회 분쟁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관의 꿈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복무하던 1년여 전에는 분신자살을 하러 갔다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를 할 뻔한 피고인을 변호해 무죄를 받아냈다. 억울해하는 피고인의 말을 귀담아듣고 꼼꼼한 기록 검토 끝에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관들을 증인으로 불러 ‘건물 쪽으로 휘발유를 들고 가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윤 판사를 포함해 3∼5년 차 법조 경력자 26명의 신임 법관 임명식을 진행했다. 기자 출신 4명, 특허법인에서 변리사로 근무한 2명 등 사회 경력은 물론이고 경영학, 교육학, 경제학, 공학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법관들이 임명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신임 법관들에게 “풍부한 식견과 혜안을 갖춘 사람이 법관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임 법관들은 내년 2월 중순까지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은 뒤 각급 법원에 배치될 예정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3년 8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가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 속 백사장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과 바다를 즐기러 온 피서객들로 가득했다. 때 아닌 등산용 조끼를 입고 두리번대던 부산 주민 김모 씨(42)는 조금 ‘특별한 이유’로 그 틈에 섞여 자리를 잡았다. 그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건 공용화장실 앞 비키니 차림의 한 여성. 김 씨는 조끼 가슴 주머니에 구멍을 내고 스마트폰을 넣어 테이프로 고정시킨 뒤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몰래 동영상 촬영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과로 두 차례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 씨는 결국 동영상을 촬영하다 적발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권기철 판사는 김 씨에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매년 7∼8월이 되면 휴가철을 맞이해 해수욕장 등에서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인지 여부,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하게 된 경위나 동기는 물론 촬영 각도와 촬영 거리까지 종합적으로 결정해 양형을 결정한다. 판결 검색 결과, 하루 동안 같은 장소에서 이동 없이 촬영한 경우에는 횟수를 불문하고 평균적으로 벌금 2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사실이 적발되면 벌금액이 300만 원, 400만 원 등으로 올라가고, 김 씨처럼 특수한 방법이나 장치를 사용할 경우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가중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해수욕장에서 피해 여성들의 특정 부위를 촬영하다 덜미를 잡혀 처벌받는 ‘외국인 몰카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네팔 국적의 남성 N 씨(24)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던 30대 여성의 가슴과 배, 다리가 노출된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여성 3명의 사진을 담은 혐의로 기소돼 올해 초 1심에서 벌금 200만 원 선고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떨어졌다. 2014년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여성들을 상대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다 걸린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 2명, 파키스탄인 남성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재판에 넘겨졌고, 다리 사이와 음부를 집중적으로 12차례나 찍은 중국인 남성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수욕장에서 신체의 특정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 등에 공공연히 게시할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죄의 경중이나 재범 위험성, 범행 동기 등에 따라 성범죄자로 등록돼 신상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주사위는 던져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9월 28일 시행만 남았다. 김영란법은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불분명해 시행 초기에는 상당 기간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법을 우회하려는 편법과 꼼수, 이해관계가 얽힌 투서 남발 등의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혼란과 편법을 방지하려면 시행령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와 위법을 적발·수사할 경찰,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행까지 두 달이 남지 않은 가운데 각 기관 내부에는 준비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익위, 400만 명 감당할 인력 부족 우려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는 법 시행을 위한 제도 마련 등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익위는 29일 A4용지 26쪽 분량의 심사요청서를 법제처에 제출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약 한 달 동안 심사를 마치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치면 법적 준비는 완료된다”고 말했다. 심사 기간에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식사 및 선물 금액 기준을 조정하자며 정부입법정책협의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지만 시행령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와 규제개혁위 심사가 끝난 데다 헌재의 합헌 결정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협의회 안건으로 다룰지 여부는 법제처장이 결정한다. 권익위는 법 시행일에 맞춰 청탁금지제도과(7명)를 신설하기로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마쳤다. 하지만 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법 적용 대상에 비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자의 내용을 토대로 기초적인 사실관계만 확인해서 수사·감사·감독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계획이기 때문에 당장 인력이 대거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정이 모호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대국민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권익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청탁금지법 해설집을 직업별(공직자, 교직원, 언론인 등)로 세분한 뒤 구체적 사례를 담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특정 사례에 대해 아직 세세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당장은 사회 상규에 비춰 처리하면 될 것”이라며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뒤늦은(?) 수사매뉴얼 배포-교육 김영란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경찰청은 9월 초·중순 김영란법 수사매뉴얼을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다. 수사매뉴얼에는 법의 주요 내용, 벌칙규정 해설, 수사지침, 현장 경찰 Q&A 등이 포함된다. 경찰은 부정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과 지능팀장, 수사관을 대상으로 수사매뉴얼 교육도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대가성 없는 금품도 일정액 이상 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며 “벌칙 규정 해설을 구체적인 사례로 담아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매뉴얼 배포 시기와 전국 경찰서 수사관 교육 일정 등을 고려하면 합헌이 충분히 예상된 상황에서 경찰이 너무 느긋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국민권익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청탁금지법 해설집을 참고해 수사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 수사과 간부는 “경찰청이 하루빨리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해야 미리 준비할 텐데 지금은 어떻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지 걱정만 하고 있다”며 “접대비를 특정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어 수사 부담만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방경찰청 간부는 “법원 판례가 쌓일 때까지 사실상 혼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검찰, “먼저 나서서 수사는 안 해” 검찰도 신고·접수되는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조직 내부 부정부패 관리 등 세부안에 대해 차차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에서 올해 1월 출범한 사건 처리 기준 TF가 양형 구형과 함께 새로운 시행령에 따른 처리 기준을 정리하고 연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 감찰본부도 김영란법과 청렴에 대한 검찰 구성원 교육과 감찰기준 마련 등 내부 단속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 고발이 들어오면 사건을 처리하겠지만 검찰이 먼저 나서서 김영란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골라내거나 인지수사 하는 식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단속을 벌일 일선 경찰의 혼란을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사건 처리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사실상 사회의 모든 영역을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얻게 된 검찰을 적절히 관리 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의혹 사건이나 진경준 검사장 구속 기소 사건 등으로 정치권은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오히려 검찰권이 강화된 데에 대해 정치권은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다.조숭호 shcho@donga.com·박훈상·신나리 기자 }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29일 진경준 검사장(49)을 9억5000만 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자 검찰에선 “똑똑하고 욕심 많던 ‘엘리트 진경준’이 검찰 사상 최악의 탐관오리(貪官汚吏)였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은 진 검사장 개인에게는 ‘사회적 사망’이 선고된 날로, 검찰 조직에는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린 치욕적인 날로 기록되게 됐다. ○ 金, 陳… 서울대 재학 당시 일본 연수에서 재회 진 검사장은 환일고에 다니던 1985년 무렵 친구의 소개로 김정주 NXC 회장(48·넥슨 창업주)을 알게 됐다. 진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김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86학번)로 진학했고 일본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나 가깝게 지냈다. 진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3학년인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행정고시에도 합격했다. 1995년 초임으로 검사들이 선망하는 서울중앙지검에 발령을 받았다. 그는 1996년 7월 미리 사 둔 열차표 1장을 피서객에게 팔아 4000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암표상을 이례적으로 구속기소했다. “정의감이 넘쳤거나 공명심이 넘쳤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온다. 1999년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까지 수료하고 명함에 하버드 e메일 계정을 적어 뽐냈다. 김 회장도 1994년 넥슨을 창업한 뒤 히트작을 쏟아 내며 게임 업계의 신화로 성장했다.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큰 부(富)를 움켜쥐었다. 김 회장은 2005년 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특혜를 줬다. 진 검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주식 매입 자금 4억2500만 원까지 김 회장에게서 받아냈다. 진 검사장은 이 주식을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한 뒤 지난해 120억 원대의 주식 대박을 쳤다. 진 검사장은 장모에게서 빌린 돈으로 넥슨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속였다. 진 검사장은 이명박(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2008년 2월경 넥슨홀딩스가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달라고 요구해 타고 다녔다. 이듬해 3월 차량 인수 비용 3000만 원도 받았다. 진 검사장은 2005∼2014년 11차례에 걸쳐 김 회장 측에게서 자신 또는 가족의 해외여행 경비 5011만 원도 받았다. 김 대표는 주변에 “(진 검사장의 반복된 요구를 들어주면서) 정서적으로 강간을 당한 심경”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검찰은 김 회장을 순수한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김 회장은 엘리트 검사인 진 검사장을 ‘든든한 방패막이’로 보험을 들어 회사 리스크를 관리했고 넥슨이 관련된 민사 또는 형사 사건을 상담했다. ‘현직 검사가 대기업의 집사 변호사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2010년 무렵 “진 검사장이 다른 검찰 고위 간부, 정부 고위 인사, 모 저축은행 회장과도 어울려 다닌다”는 뒷말이 무성했지만 엘리트 검사를 상대로 한 감시나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정작 진 검사장은 공식 석상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인용해 “일부 부유층의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에 경종을 울린다”라고 말하는 등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모습을 보였다.○ 檢은 혁신 부르짖지만 싸늘한 시선 진 검사장은 올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주식 대박 사실이 드러나자 “내 돈으로 샀다”,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라며 거짓말을 이어 갔다. “뭐 이런 ××가 다 있느냐”라며 분노한 김수남 검찰총장이 이달 6일 특임검사를 투입하자 그제야 “주식 매입자금도 김 회장 돈”이라고 실토했다. 김 회장도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되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최성환)가 넥슨의 횡령, 배임, 탈세 의혹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의 ‘빗나간 30년 우정’은 파국을 맞았다. 진 검사장은 2010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내사 종결한 뒤, 대한항공 임원이던 서용원 한진 대표를 만나 자신의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엘리트 검사의 치명적 뇌물 스캔들에 검찰 조직의 신뢰는 추락했다. 대검찰청은 검찰개혁추진단(단장 김주현 대검 차장)을 구성하고 검찰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서 현금과 고급 시계, 안마의자 등 3억58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무소속 박기춘 전 의원(60)이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안마의자를 측근에게 보관하도록 한 행위는 증거은닉 교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박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확정하면서도 시계와 안마의자는 정치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박 전 의원이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받은 안마의자를 측근에게 보관하도록 한 행위를 증거은닉으로 본 원심 일부는 다시 판단하라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며 “박 전 의원이 자기 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교사한 행위는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 씨(45)에게 해리윈스턴, 브라이틀링 등 명품 시계 7점과 안마의자, 현금 등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박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억7868만 원을 선고했다. 증거은닉 혐의도 같은 취지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에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임직원들을 포함시키는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주요 근거로 삼은 것은 여론조사다.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서 법리 대신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것이 적절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민들은 언론과 교육 분야의 부패 정도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을 지지하는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여론조사의 출처나 자료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 의견에서 “민간 영역 직군들 가운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김영란법 우선 적용 대상으로 삼아야 될 정도로 다른 직군에 비해 부패했다는 실증적인 조사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한 조사 보고를 예로 들며 “방송·통신·미디어 및 교육 서비스업의 청렴경쟁력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 민간 산업 중 상대적으로 청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헌재 재판관 다수 의견은 민간 부문의 부패 정도도 공공 부문 못지않다는 근거를 외국 연구기관이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국회가 민간 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자의적 차별 입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위헌 의견을 낸 김 재판관과 조 재판관은 “법률 어디에도 민간 영역에 관한 김영란법 우선 적용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드러나 있지 않다”며 반박했다. 외려 특별법으로 부정부패를 처벌할 정도로 공공성이 강조된 민간 영역의 직군들, 예를 들어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 직군’이나 변호사법상의 ‘변호사’ 등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권오혁 기자최지선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9월 28일 시행된다. 하지만 법의 미비점도 적지 않아 시행 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의 직접 적용을 받는 국민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임직원과 그 배우자 등 400여 만명에 이른다. 헌재는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을 ‘공직자’와 동일선상에 두고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관들은 다수 의견에서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교육과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공적 성격이 매우 크다”며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이 많이 제기된 쟁점도 있었다.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수수가 금지된 식사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하지 않았을 때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22조 1항 2호)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식사 대접 등의 가액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8조 3항 2호)은 재판관 5 대 4로 합헌과 위헌 의견이 갈렸다.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법 시행 이후 수사기관이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서면 어떤 행동이 실제 처벌받게 되는지, 어떤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는지 모호하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이 비교적 소액의 식사 대접까지 규제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접대 가운데 처벌 대상이 무엇인지 불확실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사례별로 법원의 판례가 쌓일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내부에서 공식적인 이의 제기도 나왔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김영란법 시행령을 조정해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하기로 했다.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까지로 규정한 허용 기준을 올려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을 코앞에 둔 법률에 대해 관계 부처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김영란법이 농축수산업계와 외식업계에 미칠 피해가 너무 커서 그냥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도형·한우신 기자}

9월 28일 시행까지 정확히 두 달이 남은 28일,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고리를 끊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발맞춘 결론으로 풀이된다. 적절한 손질이 필요하다면서도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헌재 결정을 앞두고 일각에선 합헌을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를 되새기고 강조함으로써 격론 끝에 공포된 법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헌재는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직 부문뿐 아니라 업무의 공공성을 띤 민간 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언론사 및 사립학교 임직원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다수 의견에서 “교육과 언론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역으로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보 전달로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과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 분야의 부패는 파급 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이유다. 헌재는 “국가가 법을 남용하거나 악용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정당하고 떳떳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에 적시된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쟁점에 대해서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이미 축적된 대법원 판례 등에 판시돼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른바 ‘3·5·10 원칙’으로 알려진 원활한 직무 수행과 사교 및 의례 등을 위해 식사 접대 등을 허용하도록 가액 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위임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대통령령에 규정될 수수허용 금액 등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100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도임을 예측할 수 있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배우자가 식사 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알고 신고하는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견이 없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 조항과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식사 대접 등의 사실을 알고 나서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형사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의견 5 대 4로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유지됐다. 재판관들은 “김영란법은 식사 대접 등을 받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공직자가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의무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어서 헌법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배우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려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직무 수행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3월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1년 4개월 만의 결론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강일원 재판관)는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를 공직자 등에 포함시켜 이들의 부정청탁을 방지하는 조항 등은 자유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원안대로 9월 28일 시행될 전망이다. 언론인 등 민간영역까지 적용 대상이 넓어 ‘과잉 입법’ 논란 일었고, 청탁·금품수수의 허용 또는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사회의 부정부패를 방지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헌재가 힘을 보탠 셈이다.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 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2012년 8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정안을 발표하고 여야 격론 끝에 지난해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변협과 한국기자협회 등 4곳에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사건들을 모두 병합해 심리해 왔다.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지 △청탁 금지 조항의 ‘부정청탁’의 의미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배우자의 금품 수수사실 등을 안 경우 신고하도록 한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또 일명 ‘3·5·10’원칙으로 알려진 김영란법이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 강의 사례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도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어긋나는지도 헌재가 판단할지 주목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검찰청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소속 김홍영 검사(사법연수원 41기)에게 폭언 등 비위 행위를 한 김대현 부장검사(48·연수원 27기)에 대해 해임 청구를 결정했다. 폭언 또는 폭행을 이유로 최고 수준의 징계인 해임을 청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27일 “김 부장검사가 2년 5개월간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며 김 검사를 비롯한 여러 피해자에게 17건의 비위를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에게는 지휘 책임을 물어 서면 경고 조치했다. 정 본부장은 “언론에서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징계 청구 사실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김 검사가 검사 결혼식장에서 따로 독립된 방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예약한 식당과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욕적 언행을 한 사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식 또는 회의 중 장기 미제가 많거나 사건 보고가 늦었다는 이유로 질책하며 어깨 및 등을 수차례 친 행동도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가 법무부에 재직할 때에는 검사와 법무관들을 불러 세워 놓고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겨서 집어던지고, 법무관들이 한꺼번에 휴가 결재를 올렸다는 이유로 욕설을 한 사례 등 비위 행위도 7건 확인됐다. 김 검사가 사망한 지 40여 일이 지난 뒤인 이달 1일부터 대검 감찰본부는 김 검사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1년 6개월 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 전문, 김 부장검사의 휴대전화 및 통화 기록 등을 토대로 감찰을 진행했다. 때늦은 감찰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날 정 본부장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검찰 내부 문제에 대해 겸허히 성찰하겠다”며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의 의견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말로 김수남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는 대체됐다. 두 달여간 검찰 조직문화를 우려해 왔던 국민들에게 적절한 사과였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검사의 부친 김진태 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은 죽었고 김 부장검사는 현직이라 감찰이 제대로 될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진상이 규명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의 조직문화가 개선되길 기대한다. 김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 고소를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오원춘 사건’에 늑장 대응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해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오원춘에게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213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국가의 위법행위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유족들에게 지급될 배상액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판단한다. 대법원은 초동 수사 당시 경찰의 과실을 112범죄신고접수 처리표 작성 미진, 녹취파일 청취시스템 오류 등 총 4가지로 본 뒤 “경찰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오원춘은 2012년 4월 경기 수원시에 있는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피해자를 집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유기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이다. 피해자 유족들은 사건 이후 “112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초기 대응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신고한 위치 주변을 제대로 탐문수색 했다면 곧바로 구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책임비율을 약 30%로 보고 9962만여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오원춘의 난폭성과 잔인성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생존 상태에서 그대로 구출될 수 있었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보고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해 배상금을 2130만 원으로 낮췄다. 신나리 기자journari@donga.com·최지선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고(故) 김홍영 검사(33·사법연수원 41기)가 세상을 등진데 책임이 있는 김모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7기)를 감찰 조사한 검찰이 김 부장검사에 대해 ‘해임’ 징계를 건의했다. 검찰이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을 이유로 검사를 해임 징계를 청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언론에서 제기된 김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은 대부분 사실이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김 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러 그를 자살로 내몬 책임으로 김 부장검사를 법무부에 해임의견으로 징계를 청구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검사가 올해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김 부장검사는 김 검사가 소속된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었다. 대검 감찰위원회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던 당시 김 검사가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을 하는 등 다른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또 부회식에서 술에 취해 김 검사를 질책하며 손바닥으로 등을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근무할 때 법무관에게도 인격모독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중요하지 않은 사실을 보고했다며 법무관에게 욕설을 했다. 또 민원이 발생한 사안에 대한 경위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를 구겨 바닥에 던지기도 한 것으로 감찰 결과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법조인력과장 등을 지냈다. 검찰은 이 같은 감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김 부장검사가 김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대검 감찰위원회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의 품성이나 그동안의 행위를 봤을 때 더 이상 검사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해 해임 징계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소중한 인재이자 부모님의 귀한 아들을 잃게 만든 점에 대해 그 어떤 말로도 위로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검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가 민낯을 드러내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움직인 측면이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 안팎의 의견을 모아 부장검사 이상 등 관리자급 검사의 역할을 정립할 방침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8일 선고된다. 지난해 3월 5일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1년 4개월여 만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강일원 재판관)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한 결정을 선고한다고 25일 밝혔다. 헌재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 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변협과 한국기자협회 등 4곳에서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이 사건들을 모두 병합해 심리해 왔다. 지난해 12월 10일 공개 변론을 연 이후 헌재 재판관들은 여러 차례 치열한 토론을 갖고 결정문을 다듬는 작업을 거듭했다. 재판관들은 21일 사건 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평의를 열고 주말에도 각자의 의견서를 수정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28일 선고하기로 하자 이를 두고 헌재 안팎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두 달 앞으로 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사안의 긴급성이 큰 데다 사회적 혼란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입법을 보완할 여유를 주기 위해 선고 날짜를 이달 정기 선고일로 당겨 잡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박한철 헌재 소장은 “9월 법 시행 전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 헌재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헌재 심판 대상은 크게 3가지다.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지 △청탁 금지 조항의 ‘부정청탁’의 의미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배우자가 수수해서는 안 될 금품 등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을 안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등이다. 이 밖에도 헌재는 김영란법이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 강의 사례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도 포괄위임 입법금지 원칙(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에 어긋나는지도 판단할 계획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산업재해로 몸을 다친 외국인 근로자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입국한 아내에게 체류 비자기간을 제한해 발급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파키스탄 국적 여성 M 씨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2006년 7월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한 파키스탄인 M 씨의 남편은 이듬해 6월 톱밥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 왼쪽 팔을 잃고 사고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진단받았다. 2012년 9월 결혼한 M 씨는 남편 간병을 위해 단기방문(C-3)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해 방문동거(F-1)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신청했지만 출입국관리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이 혼자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상태라는 점, M 씨가 취업이 불가능한 단기방문 비자 신분으로 집에서 부업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M 씨는 출입국관리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M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M 씨의 남편이 귀화적격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불참한 점, M 씨가 배우자의 국적취득요건을 갖췄음을 전제로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했는데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남편이 산재로 인해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어서 재발되거나 악화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인도적 관점에서 부부가 함께 지내며 스트레스 등을 정서적으로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도록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 씨에게 단기방문 체류 자격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지속적인 보살핌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M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