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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4년 전 식당을 연 박모 씨(42)는 최근 자금이 필요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박 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무서류 대출을 알아보니 만만한 게 카드론이었다”며 “연 19.9%로 금리가 높았지만 급하니까 일단 쓰고 빨리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살림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카드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무이자 이벤트’ 대출 등 ‘급전대출’로 몰리고 있다. 이 대출들은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부담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1∼9월) 카드사 7곳의 카드론 이용 금액(신규 취급액)은 25조92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9585억 원)보다 약 2조 원 늘었다. 연간 카드론 이용 금액은 2014년 29조9185억 원, 2015년 32조4826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특히 카드론을 많이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신용카드사가 올 10월 한 달간 카드론 이용자를 연령대 및 성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여성(19%)과 남성(15%)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와 50대 여성(각각 13%)이 많았다. 이 카드사 관계자는 “여성들이 자영업을 많이 하는 추세가 반영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 계약을 담보로 받는 약관대출도 손쉬운 급전대출 중 하나다. 4년 전에 가입한 저축성보험 계약을 담보로 석 달 전 300만 원을 대출받은 주부 이모 씨(38)는 “친정에 목돈 쓸 일이 생겼는데 여윳돈이 없어서 보험료(해약환급금)를 담보로 별다른 심사 없이 빌려주는 약관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51조7580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2조6700억 원 늘었다. B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약관대출 이용자의 67%가 여성이고 40, 50대가 71%였다”며 “주부 등 여성들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특징이 대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의 ‘무이자 30일 이벤트’ 대출 역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타깃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이를 이용한 대출 건수와 금액은 각각 48만7909건, 1조6769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대출을 30일 이내에 갚은 건수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기한 내 갚지 못하면 고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미끼 상품이라는 비난 여론에도 일부 대부업체는 여전히 이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저금리 기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와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카드론이나 약관대출 영업을 인터넷 및 모바일로 확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카드론 신용등급별 평균금리는 9.15∼20.57%에 이른다. 생명보험사들의 약관대출 금리도 2%대 후반에서 9%대 후반 사이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카드론 등의 생계형 대출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염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부채 리스크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주애진 jaj@donga.com·김성모 기자}

#. 한국 금융계에 등장한 AI"챗봇, 금리 낮은 대출 좀 알려줘"#. IT 분야에서 열풍을 불러 온 채팅 로봇 즉 챗봇(ChatBot)이 한국 금융권에 상륙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카카오톡으로 1대1 대화를 나누는 금융봇 서비스를 선보였죠.우리, IBK기업, 신한은행도 챗봇 개발에 착수했죠.#. NH농협은행 채팅 창에 '금리'를 입력하면5개의 선택지가 있는 답장이 뜹니다. #.숫자 '2'와 '전송' 버튼을 누르면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상품들이 등장하죠.#. 이 답변을 해준 친절한 상담원은 사람이 아니라 챗봇입니다."궁금한 게 있으면 또 질문해 주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챗봇은흡사 사람인 듯 느껴집니다.#. 은행들이 챗봇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내년 등장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때문인데요.창구 영업이 아닌 비대면(非對面) 채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과 경쟁하려면IT 분야의 투자가 필수적이죠.#. 비용 절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저금리로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이 급감해 챗봇으로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속내죠.#. 물론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처럼 고도의 판단력을 갖춘 챗봇이 상용화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립니다.챗봇이 오류 없이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 큰 소용이 없다는 뜻이죠.#. "애플의 음성 서비스 시리(Siri)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못 찾으면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지만 은행 상담은 그렇게 할 수 없다.대화 형태로 정확한 상담을 하려면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C은행 관계자#. 하지만 24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 욕구, 비용을 절감하려는 은행 측의 필요가 맞아 떨어져 금융계의 챗봇 도입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미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마스터카드 등이 챗봇 서비스를 도입해 재미를 보고 있죠. #.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챗봇 열풍이 대고객 서비스의 혁명을 불러올까요?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 등이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원본 | 박희창·주애진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조성진 인턴}
모두가 자신의 의지로 행동한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착각한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리히 프롬·나무생각·2016년) 필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의 그림에 끌리는 이유를 다섯 가지 이상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고흐를 좋아하는 것은 정말로 ‘내 생각’일까. 학창 시절 고흐의 그림을 위대한 명작이라 외치던 미술 선생님의 이야기가 내게 스며든 것일 수 있다. 고흐의 그림이 미술계에서 권위를 얻게 된 과정을 우연히 책에서 읽고 체화(體化)한 것일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외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이 같은 현상을 ‘익명의 권위에 따라 만들어진 자아’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익명의 권위는 시장과 여론이다. 남들과 다르지 않고 싶은 소망과 무리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만들어준 권위다.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자아 대신 사회가 기대하는 자아를 만들어내는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만들어진 자아’를 만족시키기란 무척 피곤한 일이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자신을 속여야 하고, 사회가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기 위해 애써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척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는 모순적인 일들을 벌여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주도적 삶에 대해 남긴 글들을 그의 제자인 라이너 풍크가 엮은 것이다. 저자가 세상을 떠난 지 36년이 지났지만 책의 내용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에리히 프롬이 던지는 해법은 간단하다.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해 ‘진짜’와 ‘허울’을 가려낼 줄 알고, 무지를 두려워하는 대신 새로운 것에 솔직하게 감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자아’가 이끄는 삶은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카카오톡 NH농협은행 채팅창에 ‘금리’를 입력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16줄의 긴 답장이 돌아왔다. ‘문의하신 질문에 가장 적합한 답변들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답변에는 5개의 선택지가 적혀 있었다. 숫자 ‘2’를 누르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상품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표시됐다. 질문에 조목조목 답변을 해준 친절한 상담원은 사람이 아니다. 채팅로봇(챗봇)인 ‘금융봇’은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은행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내년 초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해 시중은행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원, 고객 상대 챗봇 단계적 개발”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난달 28일 금융봇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도 챗봇 개발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챗봇을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보내는 등 기술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 직원들이 시스템 사용법 및 업무 처리 규정 등을 물어볼 때 이용할 수 있는 챗봇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성과에 따라 은행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에도 적용하는 등 고객 상대 챗봇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내년에 초보적 형태의 챗봇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모바일 통합 플랫폼 ‘아이원(i-ONE) 뱅크’에 챗봇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상담원이 처리하는 업무를 어느 선까지 챗봇에 맡길 것인지를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챗봇 기술 보유 회사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은행 시스템에 챗봇 서비스 도입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관련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선발 주자인 농협은행은 서비스의 내실을 더하는 ‘고도화 작업’으로 경쟁 은행을 따돌릴 계획이다. 현재 금융봇은 고객의 질문을 받으면 콜센터에 접수된 기존 질문 중 가장 유사한 항목을 찾아 답변을 제시하는 초보적 형태의 챗봇이다. 이 은행은 금융봇 이용자의 질문을 축적해 대화형 AI 챗봇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알파고 상담’은 단기간에 어려워” 은행들은 내년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식해 챗봇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비대면(非對面) 채널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기술을 검토 중”이라며 “챗봇을 도입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챗봇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관심이 많다. B은행 관계자는 “챗봇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실제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챗봇 서비스가 기존 상담 인력 전부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처럼 고도의 학습능력과 판단력을 갖춘 챗봇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아직 완성된 대화형 AI 챗봇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금융업의 특성상 오류 없이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 챗봇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은행 관계자는 “애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으면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수 있지만 은행 상담에선 그렇게 처리할 수 없다”며 “대화 형태로 정확한 상담을 하려면 아직은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희창 ramblas@donga.com·주애진 기자}
4전5기의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은 험난했다. 1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29.69%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민영화의 퍼즐’이 완성됐다.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 뒤 우리은행은 ‘정부 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냈다. 2010년부터 4차례에 걸쳐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 세워진 대한 천일은행. 광복 후 한국상업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우리은행의 암흑기는 1997년 외환위기로 시작됐다.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하 은행을 정리한다는 금융 당국의 방침에 따라 상업은행은 한일은행과 합병됐다. 예금보험공사가 두 은행에 3조3000억 원을 지원하면서 1998년 12월 합병은행인 ‘한빛은행’이 탄생했다. 이후 대우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으로 부실이 커진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빛은행을 포함한 5개 금융사 주식을 넘겨받은 우리금융지주가 2001년 출범했다. 이듬해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들 금융사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약 12조8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의 품에 들어간 우리은행이 민간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2010년 처음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몸집이 워낙 큰 탓에 인수할 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친 민영화 시도는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3차 매각 때는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4차 민영화 시도는 계열사를 분리하는 ‘쪼개 팔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4년 증권과 지방은행 계열사 매각을 통해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이 각각 새 주인을 찾았다. 우리은행은 경영권 지분(30%)과 나머지 지분(26.97%)을 따로 매각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5.94%의 소수 지분만 팔렸다. 이번 5번째 매각에서 경영권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카드를 꺼내 든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30대 초반의 대학원생 A 씨는 최근 스키를 타다가 왼쪽 어깨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A 씨가 보험에 가입하기 전 오른쪽 어깨를 다쳐 치료받은 이력을 알리지 않았다”며 앞으로 모든 질병에 대해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금융감독원은 A 씨의 민원에 대해 ‘치료 이력을 알리지 않은 오른쪽 어깨에 대해서만 5년간 보장을 제한해야 한다’고 조정했다. 앞으로 A 씨처럼 치료 이력 등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가입자 동의 없이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금감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불합리한 보험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보험약관에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알리지 않은 병력과 관계없는 질병까지 보장에서 제외해 가입자와 분쟁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에 올 3월까지 1년간 접수된 민원만 887건에 이른다.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보험약관에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계약 변경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고지의무를 위반하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자의 동의를 얻어 조건부 인수를 통해 계약을 유지하는 규정이 마련된다. 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가 적용한 인수 기준에서 벗어날 때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고지의무를 위반한 병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신체 부위나 질병까지 보장에서 제외하지 못하도록 약관에 명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발바닥 신경종 제거 수술을 받은 이력을 숨겼다고 해도 발이 아닌 다리 전체를 보장 범위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성기 금감원 분쟁조정실장은 “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면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도 보험계약 때 사실대로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미래에셋생명이 1700억 원에 PCA생명을 품에 안았다. 미래에셋생명은 10일 PCA생명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금은 1700억 원이다. 이르면 내년 초 금융 당국이 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면 인수 과정이 마무리된다. 미래에셋생명은 8월 매각 본입찰 때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예비실사를 진행해 왔다. 본입찰에는 미래에셋생명과 중국계 사모펀드 등 3곳이 참여했다. 8월 말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총자산은 27조9928억 원으로 업계 6위다. 총자산 5조3313억 원 규모의 PCA생명을 인수하면 ING생명(31조5395억 원)을 제치고 업계 5위가 된다.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 모두 변액보험의 비중이 커서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변액보험은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 분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최고의 은퇴설계 전문 보험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 인현시장을 찾아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8번 출구에서 진양프라자 왼쪽 길을 따라 60m쯤 올라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인현시장’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아래로 폭 2m가량의 좁은 골목이 길게 이어졌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음식점에서 피어나는 냄새가 코를 사로잡았다. 1967년 이곳에 자리 잡은 시장은 오래된 먹자골목 같은 느낌이었다. 약 230m 길이인 인현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점포는 총 110곳. 따뜻한 봄꽃, 래빗온, 바스타드 키드, 서울-털보, 청춘강정, MK리더워크 등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상점 6곳이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중구청 등의 지원으로 올해 6월 입주한 청년 상인들이다. 이들은 드라이플라워, 은세공, 가죽공예 등 손수 만든 공예품이나 닭강정, 카레 등 먹을거리로 젊은이들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충무로는 근처에 동국대가 있고, 회사 사무실이 많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남산, 명동과 가까워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하루 유동인구가 약 52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현시장은 점심, 저녁 때 직장인들이 찾는 맛집 골목으로 쇠퇴한 지 오래다. 1980년대 충무로 인쇄소 골목이 형성되면서 시장도 같이 번영을 누렸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변했다. 도심 공동화(空洞化)로 인근 주거지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 채소 과일 생선 등 1차 상품을 주로 팔던 시장은 현재 절반 이상이 식당으로 바뀌었다. 시장 상인들이 청년 상점을 유치하기로 마음먹은 건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김기성 인현시장 상인회장(57)은 “청년 상점이 있으면 인근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우리 시장 상인 대부분이 50대 이상인데 젊은 상인들이 오가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현시장에 둥지를 튼 청년 상인들은 점포마다 색다른 매력으로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청년상점 4곳이 함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도움으로 ‘인현시장 플리마켓’을 처음 열었다. 밴드를 초청해 공연을 하고, 이곳 청년상점과 외부의 상인들이 만든 수공예품도 파는 일종의 문화복합행사였다. 인현시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취지였다. 이곳 청년 상인들은 내년 2월 지원이 끝나면 자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과 청년 상인들이 상생하기 위해선 플리마켓처럼 다양한 홍보활동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힘이 부족하다. 이재원 인현시장 청년상인 대표(27·여·청춘강정 대표)는 “단기간 임차료 등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더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장 뒷골목에 들어서자 녹슨 정사각형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인현시장 청년가게 1호, 2호.’ 간판 옆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전통시장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공간이 나타났다. 약 26m² 크기의 사무실은 아늑한 다락방 같은 느낌이었다. 한쪽 벽면에 회색 패브릭 소파가 있고 바닥에는 비슷한 색깔의 푹신한 러그(작은 카펫)가 깔려 있었다. 반대편의 커다란 책상에선 세 사람이 노트북으로 한창 작업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놓여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액자가 이곳이 어디인지 말해줬다. 1일 찾아간 서울 중구 인현시장 내 일러스트 매거진 ‘래빗온’의 사무실은 ‘청춘 예술가들의 아지트’ 같았다. ○ 원하는 대로 맘껏 펼치는 매거진 ‘래빗온’ 래빗온은 같은 이름의 일러스트 매거진을 만드는 팀이다. 미술을 전공한 대학과 고교 선후배 사이인 5명이 팀을 이뤄 작업하고 있다. 올 5월 이들이 만든 첫 매거진이 나왔다. 1년에 두 번 정해진 주제에 따라 그린 일러스트로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매거진 작업에는 래빗온 외에 외부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참여한다. 조만간 래빗온의 공식 홈페이지가 완성되면 이를 통해 매거진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생각이다. 독립서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마음껏 지껄이다, 떠들다’라는 의미의 래빗온(rabbit on)은 이들이 팀을 만든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름이다. 팀원 모두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에 다니거나 프리랜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정해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삶이 어쩐지 공허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목마름이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대학 동기였던 손이용(31) 이종환(30) 래빗온 공동대표가 2014년 겨울 의기투합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모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기존 회사에선 일한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 입사한 지 일주일 만에 관뒀다”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순 없지만 최소한 창작물이 존중받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으로 들어온 청년 예술가들 일러스트 매거진과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이는 전통시장에 래빗온이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임차료 등 경제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지인의 창고를 무료로 빌려 쓰다가 지난해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 공모 소식을 듣고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인현시장의 지리적 이점도 매력적이었다. 매거진 제작에선 그림을 인쇄하는 작업이 무척 중요하다. 바로 옆 충무로 인쇄소 골목에서 이 모든 작업을 해결할 수 있어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래도 시장에 작업실을 두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손 대표는 “가끔 우리처럼 예술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전통시장과 어울리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차갑고 딱딱한 도시적 분위기보다 부드럽고 인간미 넘치는 시장이 창작을 위한 영감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시장의 일원이 된 만큼 래빗온도 기존 상인들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인현시장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만들 때 래빗온이 일러스트 작업을 맡았다. 젊은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으로 ‘드로잉 클래스’ 개설도 고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미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클래스를 열고 이들이 그린 그림을 소품으로 만들어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래빗온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예술이 목표” 래빗온은 아직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5월에 만든 매거진도 문화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인터넷으로 일반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통해 모은 지원금으로 제작했다. 일러스트를 활용한 머그컵, 노트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파는 것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현재 팀원들이 각자 프리랜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빨리 이런 부업을 하지 않아도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래빗온’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아트워크(예술작품활동)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래빗온의 콘텐츠를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건을 살 때 제품의 기능과 가격만 따지던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그 상품에 담긴 가치를 구매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예술이 일상과 괴리된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소비하는 가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손 대표는 “예술도 의식주처럼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면서 “우리가 가진 재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회사원 A 씨(33)는 2014년 결혼을 앞두고 4000만 원 한도로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았다. 전세금이 부족했던 그에게 은행 직원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권했다. 대출금리가 5%대로 비쌌지만 필요할 때마다 쓰고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몇 개월 뒤 전세금 대출은 모두 갚았지만 A 씨는 여전히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용돈이나 생활비가 부족할 때마다 사용하다 보니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직장인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 이용액이 크게 늘고 있다.○ 9개월 만에 8조 원 급증, 전년 동기의 2배로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마이너스통장 등 가계 기타대출 잔액은 169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9개월간 8조4000억 원 늘어나 지난해 연간 증가액인 8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월 3조7000억 원)과 비교하면 2배로 증가한 수치다. 2014년 한 해 동안 약 2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마이너스통장 대출 규모는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기존 입출금 통장에 고객의 신용등급과 거래실적 등으로 산정한 대출한도를 부여해 자동으로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주로 신용대출로 이뤄지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도 예금 등을 담보로 개설할 수 있다. 한도를 한 번 설정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현금처럼 편하게 꺼내 쓸 수 있어 정기적인 수입이 있고 신용도가 높은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회사원 B 씨(30)는 “주택담보대출처럼 규모가 큰 대출은 원리금 상환 금액도 커서 부담스럽지만 마이너스통장은 금액이 적고 다달이 내는 이자도 적어서 빨리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솟은 전세금도 마이너스통장으로 해결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급증한 데는 생계형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거비가 치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주택의 평균 전세금은 2억639만 원이다. 지난해 10월(1억8241만 원)보다 13% 오른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세금 상승으로 늘어난 주거비 수요를 마이너스통장 같은 신용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반 대출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있어서 돈이 생겨도 미리 빚을 갚는 데 부담이 생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신 원할 때 언제든 갚을 수 있어 편리하다. 월급은 노후준비용으로 쓰고 급한 생활비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회사원 C 씨(34)는 “적금, 연금, 펀드 등 장기 적립식 상품에 꾸준히 돈을 넣으려면 월급으로 부족하다”며 “금융상품에 돈을 먼저 넣고 그때그때 마이너스통장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서는 노후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도 부담 없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이용하게 만든 요인이다. KB국민, KEB하나, NH농협,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 5곳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말 3.72∼4.64%에서 소폭 등락을 거쳐 올 9월 말 3.46∼4.41%로 내렸다.○ 일각에선 “가계부채 증가세 부채질” 우려도 은행으로서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좋은 상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좋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 등 탄탄한 직장을 가진 고객에게 높은 한도를 부여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예대마진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KEB하나은행은 연 200만 원까지 1%대 금리를 적용하는 ‘위아래 연 1%’ 마이너스통장을 18일까지 판매한다. 이 상품은 판매 일주일 만에 약 210억 원이 모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선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대출이 예전보다 증가하는 등 최근 나오는 통계들을 보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며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누구이고 돈을 얼마나 빌려 어디에 쓰고 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통계 데이터를 확보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주애진 jaj@donga.com·박희창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65·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은행 업무는 영업점을 찾아가 해결한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툴러 모바일 금융거래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몇 달 전 집 근처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아, 걸어서 20분 이상 걸리는 다른 영업점을 찾아간 적도 있다. 김 씨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 예·적금 우대금리나 수수료 우대 혜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방법을 모르니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조작 방법을 언제 배워서 쓰겠느냐”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계좌 개설부터 투자, 자산 관리까지 가능한 ‘핀테크 혁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김 씨 같은 60대 이상 고령 인구에겐 먼 세상 이야기다.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권이 앞다퉈 모바일 강화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고령층은 이로 인한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가 발달할수록 세대별 금융 활용 격차가 벌어지는 ‘핀테크 디바이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갈수록 늘어나는 모바일 금융 혜택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신규 취급액)는 1.42%이지만 모바일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1%대 후반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 많다.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인 ‘금융상품다모아’에서 1년 만기 예금을 검색하면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 중 상당수가 모바일 전용 상품이다. 부산은행의 ‘마이썸’은 우대금리를 통해 최고 2.20%의 금리를 준다. KB국민은행의 ‘KB스마트★폰예금’과 신한은행의 ‘신한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은 각각 최고 1.80%, 1.71%의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도 모바일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2%대 초중반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 많다. 은행들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 전용 플랫폼도 줄줄이 선보였다. 이를 통해 거래하면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환전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령층은 이 같은 혜택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지난해 말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가입자 6479만 명 가운데 60대 이상의 비중은 5.7%에 불과했다.○ 개인 간 거래(P2P) 투자에서도 소외 중금리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는 P2P 거래도 고령층에게는 낯선 일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지 못해 신기술을 이용한 투자 방식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1일 현재 렌딧, 테라펀딩, 8퍼센트 등 주요 P2P 회사의 누적 투자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1.7∼3.1%에 그쳤다. 올 6월 P2P 투자를 시작한 정모 씨(64·경기 용인시)는 “설명을 들어도 원리가 복잡해 매번 P2P 회사에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저금리 시대에 은퇴 자산을 굴려야 하는 노인들에게 좋은 P2P 투자처가 있어도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P2P를 이용한 중금리 대출 혜택도 마찬가지다. 렌딧과 8퍼센트를 통해 대출을 받은 60대 이상 대출자의 비중은 각각 0.5%와 1.8%였다. 고령층의 관심이 많은 부동산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P2P 업체인 테라펀딩의 60대 이상 대출자 비중은 15.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 “고령층 문턱 낮추려는 노력 병행돼야” 핀테크의 발달로 은행 영업점이 줄어들어 고령층은 기존 은행 업무를 보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영업점 수는 올 6월 말 현재 4570개로 1년 만에 127개 줄었다. 전문가들은 핀테크 디바이드를 해소할 다양한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공인인증 절차 등 핀테크 접근을 복잡하게 만드는 각종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안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령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의 ‘큰 글 송금 서비스’나 P2P 업체의 맞춤형 투자설명서 등 금융사들이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고령자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핀테크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고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요 시중은행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최 씨와 관련자들의 금융거래 명세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최 씨의 측근 인사로 현 정부 문화사업과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CF감독 차은택 씨(47)에 대한 자료도 집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오후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SC제일 한국씨티 등 주요 시중은행 8곳의 본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A은행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와 최 씨의 금융거래 명세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며 “최 씨뿐 아니라 특정 법인의 계좌가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달라고 해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차 씨와 그의 아내, 그가 관련된 법인들에 대한 계좌 정보 및 금융거래 명세도 함께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 씨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수백억 원의 자금을 모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미르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의 불똥이 은행권으로까지 튀자 시중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 씨와 대출로 얽혀 있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인사 등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강하게 받아왔기 때문에 어떤 의혹이 불거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검찰의 자료 요청과 별개로 최 씨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하며 문제 소지가 없는지 내부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에게 편법 외화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EB하나은행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최 씨 모녀의 공동 명의로 된 강원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 토지 약 20만 m²를 담보로 보증신용장(스탠바이LC)을 발급해 준 뒤 독일 법인을 통해 약 25만 유로(약 3억 원)를 대출해줬다. 개인이 보증신용장을 발급받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당시 19세였던 정 씨에게 보증신용장이 발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제기됐다.박희창 ramblas@donga.com·주애진 기자}

금융 당국이 2일부터 농어민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많이 이용하는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 대출자의 소득 증빙 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상호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면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농어민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관대한 기준을 마련하면 2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일부터 매주 한 번씩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중앙회의 상호금융 여신담당자들과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대출자의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8월 상호금융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이 ‘상환 능력 내에서 처음부터 갚아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출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산정해 대출을 해주겠다는 취지다.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처럼 증빙소득이 아닌 신고소득을 적용할 때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 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우체국·신탁)의 가계대출 잔액은 266조6279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2%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107조1101억 원으로 7.6% 늘었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상호금융권을 이용하는 고객이 농어민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어서 소득 추정이 어렵고 변동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출자의 신고소득에 의존하거나 최저생계비로 소득을 처리하는 등 소득 산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통계청의 ‘농축산물생산비’ 자료를 활용하는 농협중앙회는 나은 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49두를 키우는 황소 농가의 연소득은 마리당 140만4069원이었고, 마늘 농가는 지난해 토지면적 1000m²당 355만2528원을 벌었다. 이마저도 작황과 시장 가격에 따라 소득의 차이가 크다. 국세청이 농어민, 임업인의 실소득을 추정하는 자료인 ‘귀속 기준 단순경비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득이 지나치게 적게 잡히는 문제가 있다. 작물별로 소득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상호금융권에서 채택하기엔 한계가 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어업은 선박의 규모와 어종 등에 따라 소득이 천차만별”이라며 “임업은 수확 시기가 일정치 않고 밭의 성질이나 경사도 등에 따라 작황이 크게 차이가 나 소득 추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상호금융권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의 소득 추정모델을 참고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급여 소득이나 신용카드 거래, 세금 내역 등을 기반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농어민에게 적용하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자의 신고소득의 상당 부분을 증빙소득으로 인정하고 정부 통계와 신평사의 소득 추정모델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농어민, 임업인이 각 조합에 위탁 판매해 벌어들인 수입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주애진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이 4개월째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잠정치)은 0.80%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선 소폭(0.14%) 올랐다.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면 연체율 통계에 잡힌다. 9월 말 대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2.67%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1.67%포인트 뛰었다. 대기업 연체율은 올 6월 말 2.17%로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보인 뒤 4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신규 연체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은 소폭 하락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9%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03%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가계 대출 연체율도 0.30%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작년 동월 대비 0.09%포인트 내렸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이 4개월째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잠정치)은 0.80%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선 소폭(0.14%) 올랐다.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면 연체율 통계에 잡힌다. 9월 말 대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2.67%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1.67%포인트 뛰었다. 대기업 연체율은 올 6월 말 2.17%로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보인 뒤 4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신규 연체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은 소폭 하락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9%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03%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30%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작년 동월 대비 0.09%포인트 내렸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경환 전 금융감독원 국장(59·사진)이 손해보험협회 전무에 선임됐다. 생명보험협회에 이어 또 금융 당국 출신이 전무로 취임하면서 금융권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협회는 다음 달 1일 서 전 국장이 신임 전무로 취임한다고 28일 밝혔다. 서 전 국장은 1986년 보험감독원에 입사한 뒤 금감원 분쟁조정국장, 대전지원장 등을 지냈다. 보험업계는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각 협회장에 민간 출신 전문 경영인을 앉히고 부회장직을 없애는 대신 전무직을 만들었다. ‘관피아’의 폐해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자 정부와 금융 당국 출신이 회장, 부회장직을 맡아온 관행을 없앤 것이다. 이에 2014년 하반기(9∼12월) 장남식 손보협회장, 이수창 생보협회장이 취임했다. 장 회장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사장을 지냈고, 이 회장도 삼성생명 사장 출신이다. 하지만 전무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둬 낙하산을 위한 것이란 의혹을 받아 왔고, 이후 실제로 각 금융협회 전무 자리에 관료 출신이 줄줄이 임명되고 있다. 올 8월엔 송재근 전 금융위원회 과장이 생보협회 전무, 지난해엔 한창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금융투자협회 전무로 각각 취임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와 딸 정유라 씨가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시중은행 독일법인에서 편법 외화대출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최 씨 모녀가 지난해 12월 공동 명의로 된 강원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 토지 약 20만 m²를 담보로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지급보증서(보증신용장)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씨 모녀는 이를 이용해 이 은행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에서 약 25만 유로(약 3억 원)를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당시 정 씨는 독일에 체류 중이었다”며 “계좌로 돈을 송금 받는 일반적 절차 대신 지급보증서를 이용해 독일에서 외화를 직접 받아 송금 기록을 남기지 않는 편법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외화대출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로 기업이 지급보증을 이용하지만 개인이 이용한다고 해서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라며 “대출심사 과정을 살펴봐야 편법 여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 출신 이모 씨가 이 과정에서 최 씨 모녀를 도와주고 ‘특혜 승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씨는 올해 1월 귀국해 임원급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식을 줄 몰랐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투자 열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32주 동안 이어온 오름세가 멈췄고, 강남권 일부 단지는 호가가 2000만 원 이상 떨어졌다. 28일 부동산114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24∼28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0%였다. 올해 3월 둘째 주 이후 32주간 지속됐던 재건축 매매가의 ‘상승 랠리’가 주춤해진 것이다. 서울 재건축 매매가는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된 올해 2월 일시적인 내림세를 보인 뒤 3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9월 넷째 주에는 역대 주간 상승률로는 최고치인 0.90%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10월 전국의 평균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1.03%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할 때 폭발적인 상승세였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강남권 청약시장 규제 가능성을 언급한 지난주(0.10%)부터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 송파구가 각각 0.02%, 0.03% 하락했다.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2월 셋째 주(―0.03%) 이후 35주 만이다. 강동구 서초구 매매가는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상승률이 각각 0.03%, 0.0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3일 발표될 주택시장 규제 방안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강경책이 담길 경우 서울 재건축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재건축 시장이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에 의지해 왔기 때문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대로 거래가 이뤄지던 ‘매도자 우위’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주택 경기 활황에 힘입어 영업 실적이 개선됐던 건설사들도 시장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매출액 기준 국내 5대 건설사는 3분기(7∼9월) 모두 영업흑자를 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저유가로 중동 등 일부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영업 손실을 국내 주택 부문에서 만회했다”며 “살아나던 주택 시장이 냉각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천호성 thousand@donga.com·구가인·주애진 기자}

《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27일로 시행 한 달을 맞는다. 우려와 환호가 엇갈린 채 시작된 ‘청탁금지법 시대’는 우리 사회를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법인카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유흥주점과 골프장 등에서는 결제 금액이 눈에 띄게 줄었고 나눠 내는 ‘N분의 1’ 계산이 크게 늘어났다.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았다”는 중년의 직장인도 나타나고 있다. 차분히 법에 적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도 모호한 법 조항 탓에 법 적용 대상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바꿔 놓은 대한민국을 살펴봤다. 》 24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식점 ‘두레’. 이 식당의 점심 메뉴는 1인당 2만7500원에서 5만5000원 선이다. 이날 손님은 1팀밖에 없었다.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나머지 방 7개는 텅 비어 있었다. 7만 원 이상의 메뉴를 내놓는 저녁시간은 더 힘들다. 이 식당은 지난달 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주방과 홀 직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금융 공공기관 간부 S 씨(52)의 저녁 일정은 이달 들어 확 줄었다. 정부 부처 공무원, 금융회사 직원 등과의 술자리로 빼곡했던 일정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가족과 친구, 동료 직원과의 만남으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S 씨는 “이전에는 퇴근 후에도 업무와 관계된 술자리가 많아 주중에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400여만 명이 직접 대상자인 청탁금지법이 시행 한 달 만에 한국인의 일상을 상당 부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쪼개고 나누고 줄여’ 긁은 카드 2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내 A신용카드사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신용카드 결제 건수 및 금액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골프장과 유흥주점, 노래방 등의 업종에서 법인카드 이용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보고서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20일간(9월 28일∼10월 17일)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지난해 10월 9∼28일과 비교해 분석한 것이다. 추석 연휴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비교 시점을 지난해와 올해 추석 연휴 열흘 뒤 20일간으로 잡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분석 대상 기간 유흥주점과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금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29%, 28% 줄었다. 노래방 결제금액도 11% 감소했다. 기업들이 접대를 위한 법인카드 사용을 대폭 줄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3만 원 미만 금액에 대한 결제 건수가 대폭 늘어난 점이다. 청탁금지법의 한도(3만 원)를 넘지 않기 위해 ‘쪼개고 나눠’ 결제하는 일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흥주점의 법인카드 결제금액은 줄었지만 3만 원 미만으로 결제한 건수는 지난해보다 25% 늘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L 씨(58·여)는 “이달 들어 카드를 여러 장 갖고 와 3만 원 미만으로 나눠 긁어 달라거나 비용을 나눠 각각 결제하는 손님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청탁금지법이 그늘 속에 감춰져 있던 불합리한 접대문화를 없애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꿔 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무원 등을 상대하는 직장인들도 달라진 세태를 실감한다. 한 기업체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C 씨(31)는 최근 대학 때 취미 삼아 했던 ‘플라모델 조립’을 다시 시작했다. 입사 이후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이어져 엄두도 내지 못했던 취미다. 그는 “앞으로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시간이 지나 청탁금지법이 유야무야돼 예전 생활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분석 대상 기간에 개인카드의 관람(뮤지컬 박물관 등) 및 취미(레저용품 악기 완구 등) 관련 업종 결제금액은 각각 51%, 18%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관람 취미 업종의 소비 증가는 여가활동의 변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한식, 일식 울고 중식은 그나마 선방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법인카드로 30만 원 이상 결제하는 ‘큰손’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확인됐다. 음식점에서 30만 원 이상의 법인카드 결제 건수는 지난해보다 최대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만 원 이상 결제는 일식집에서 40% 줄었다. 이어 한식집(―30%) 양식집(―20%) 순으로 감소했다. 다만 중식집은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음식점 등 일부 업종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식집과 일식집의 법인카드 결제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1%, 21% 줄었다. 양식집도 4% 감소했다. 하지만 중식집은 오히려 6% 증가해 청탁금지법의 수혜 업종으로 나타났다. 한식점 두레의 이숙희 대표는 “장사가 안 돼 서울시내 점포 5곳 중 일부를 매물로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이 보유한 수도권 상가 매물의 권리금과 보증금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식집 평균 권리금은 8월 말 9283만 원에서 이달 17일 7140만 원으로 23% 하락했다. 이달 17일까지 시장에 나온 매물도 1872건으로 지난해 전체 매물(1530건)보다 많았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비싼 메뉴를 파는 업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타격이 커 부동산 시장에서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훼농가 등 농축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월 1∼25일 거래된 난(蘭)류의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격은 30% 떨어졌다. 이동범 한국화훼유통연합협동조합 이사장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수취거부(반송)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배송 물량 자체도 하루 800여 개에서 400여 개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박희창 ramblas@donga.com·강성휘·주애진 기자}

올해 5월 서울 ‘방학동 도깨비시장’ 상인회는 특별한 요리대회를 열었다. 시장의 특화 상품인 울금을 알리기 위해 ‘울금 요리 경연대회’를 연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다양한 울금 요리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울금가루를 넣어 고운 노란빛이 나는 파스타, 칼국수, 전, 피자 등을 맛볼 수 있었다. 울금은 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예전에는 약재로 많이 쓰였고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았다. 울금은 카레를 만들 때 쓰이는 강황과 같은 식물로 덩이뿌리 부분은 울금으로 부르고, 뿌리줄기는 강황이라고 부른다. 한국을 포함해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자란다.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꼽히는 일본 오키나와는 울금 특화 재배로 유명하다. 울금은 항암 효과가 뛰어나고 면역력을 강화하고 소화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각종 효능이 있어 ‘슈퍼푸드’로 불린다. 치매 예방과 심장 기능 강화, 노화 방지 등에도 좋다. 서재걸 대한자연치료의학회장의 저서 ‘약보다 울금 한 스푼’에 따르면 울금 속에 든 쿠쿠민 성분이 위 혈류를 증가시키고 지방 분해를 돕는 담즙을 만들어 소화가 잘되고 몸속 독소를 배출하도록 돕는다. 도깨비시장 상인들은 “몸에 좋은 울금가루는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라며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했다. 가장 손쉽게 울금가루를 이용하는 방법은 모든 음식에 울금가루를 조금씩 뿌려 먹는 것이다. 특히 삽겹살 등 돼지고기를 구울 때 울금가루를 뿌려 주면 누린내를 잡아 주는 효과가 있다. 쿠쿠민 성분은 지용성(脂溶性)이라 고기와 함께 먹으면 효능이 더 좋다. 밀가루에 울금가루를 섞으면 고운 노란 빛깔의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 수 있다. 이곳 도깨비시장 내 ‘홍두깨손칼국수’에서는 울금 수제비를 만들 때 밀가루 20kg과 울금가루 80g 정도를 섞어서 반죽한다. 집에서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 때는 1인분 기준 밀가루 250g에 울금가루 1g 정도 넣으면 적당하다. 생선 비린내를 잡는 데도 울금가루를 쓰면 좋다. 생선구이에 레몬즙을 뿌리는 것처럼 울금가루를 살짝 뿌려 주면 비린내를 없애 준다. 집에서 간단하게 울금 물회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시중에서 파는 냉면 육수 200mL에 울금가루를 1g 정도 섞은 뒤 시장에서 사온 오징어회와 채소를 썰어 넣으면 ‘초간단 울금 물회’가 된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