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등장한 AI… “챗봇, 금리 낮은 대출상품 알려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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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선 NH농협 이어 시중은행 앞다퉈 개발 박차

 카카오톡 NH농협은행 채팅창에 ‘금리’를 입력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16줄의 긴 답장이 돌아왔다. ‘문의하신 질문에 가장 적합한 답변들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답변에는 5개의 선택지가 적혀 있었다. 숫자 ‘2’를 누르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상품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표시됐다. 질문에 조목조목 답변을 해준 친절한 상담원은 사람이 아니다. 채팅로봇(챗봇)인 ‘금융봇’은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은행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내년 초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해 시중은행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직원, 고객 상대 챗봇 단계적 개발”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난달 28일 금융봇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도 챗봇 개발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챗봇을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보내는 등 기술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 직원들이 시스템 사용법 및 업무 처리 규정 등을 물어볼 때 이용할 수 있는 챗봇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성과에 따라 은행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에도 적용하는 등 고객 상대 챗봇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내년에 초보적 형태의 챗봇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모바일 통합 플랫폼 ‘아이원(i-ONE) 뱅크’에 챗봇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상담원이 처리하는 업무를 어느 선까지 챗봇에 맡길 것인지를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챗봇 기술 보유 회사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은행 시스템에 챗봇 서비스 도입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관련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선발 주자인 농협은행은 서비스의 내실을 더하는 ‘고도화 작업’으로 경쟁 은행을 따돌릴 계획이다. 현재 금융봇은 고객의 질문을 받으면 콜센터에 접수된 기존 질문 중 가장 유사한 항목을 찾아 답변을 제시하는 초보적 형태의 챗봇이다. 이 은행은 금융봇 이용자의 질문을 축적해 대화형 AI 챗봇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 “‘알파고 상담’은 단기간에 어려워”

 은행들은 내년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식해 챗봇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비대면(非對面) 채널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기술을 검토 중”이라며 “챗봇을 도입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챗봇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관심이 많다. B은행 관계자는 “챗봇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실제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챗봇 서비스가 기존 상담 인력 전부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처럼 고도의 학습능력과 판단력을 갖춘 챗봇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아직 완성된 대화형 AI 챗봇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금융업의 특성상 오류 없이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 챗봇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은행 관계자는 “애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으면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수 있지만 은행 상담에선 그렇게 처리할 수 없다”며 “대화 형태로 정확한 상담을 하려면 아직은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주애진 기자
#ai#챗봇#채팅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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