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문턱 높이니 高利 카드론… 급전대출에 몰리는 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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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비싸도 손쉽게 급한 불 끄자”
경기침체에 살림 팍팍한 사람들 대부업체-보험 약관대출도 급증
은행대출 조이기 ‘풍선효과’ 가계부채 위험성 키울 우려

 퇴사하고 4년 전 식당을 연 박모 씨(42)는 최근 자금이 필요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박 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무서류 대출을 알아보니 만만한 게 카드론이었다”며 “연 19.9%로 금리가 높았지만 급하니까 일단 쓰고 빨리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살림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카드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무이자 이벤트’ 대출 등 ‘급전대출’로 몰리고 있다. 이 대출들은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부담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1∼9월) 카드사 7곳의 카드론 이용 금액(신규 취급액)은 25조92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9585억 원)보다 약 2조 원 늘었다. 연간 카드론 이용 금액은 2014년 29조9185억 원, 2015년 32조4826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특히 카드론을 많이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신용카드사가 올 10월 한 달간 카드론 이용자를 연령대 및 성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여성(19%)과 남성(15%)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와 50대 여성(각각 13%)이 많았다. 이 카드사 관계자는 “여성들이 자영업을 많이 하는 추세가 반영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 계약을 담보로 받는 약관대출도 손쉬운 급전대출 중 하나다. 4년 전에 가입한 저축성보험 계약을 담보로 석 달 전 300만 원을 대출받은 주부 이모 씨(38)는 “친정에 목돈 쓸 일이 생겼는데 여윳돈이 없어서 보험료(해약환급금)를 담보로 별다른 심사 없이 빌려주는 약관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51조7580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2조6700억 원 늘었다. B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약관대출 이용자의 67%가 여성이고 40, 50대가 71%였다”며 “주부 등 여성들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특징이 대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의 ‘무이자 30일 이벤트’ 대출 역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타깃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이를 이용한 대출 건수와 금액은 각각 48만7909건, 1조6769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대출을 30일 이내에 갚은 건수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기한 내 갚지 못하면 고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미끼 상품이라는 비난 여론에도 일부 대부업체는 여전히 이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저금리 기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와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카드론이나 약관대출 영업을 인터넷 및 모바일로 확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카드론 신용등급별 평균금리는 9.15∼20.57%에 이른다. 생명보험사들의 약관대출 금리도 2%대 후반에서 9%대 후반 사이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카드론 등의 생계형 대출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염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부채 리스크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jaj@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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