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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개최되는 걸 알고 있어요. 실제보다 실감나게 표현된 스키점프를 영화로 보고 많은 분이 스릴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이야기가 비슷한) 한국 영화 ‘국가대표’를 찾아봤어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독수리 에디’(4월 7일 개봉·12세 이상)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휴 잭맨(48)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한국 방문인 ‘친한파’ 할리우드 스타다. 영화는 1988년 캐나다 캘거리 겨울올림픽에 영국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참가해 올림픽 정신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준 에디 에드워즈의 감동 실화를 다뤘다. 잭맨은 한때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스키점퍼 브론슨 피어리를 맡았다. 은퇴 후 술에 빠져 살던 그는 에드워즈(태런 에저턴)의 스키점프에 대한 열정에 감명을 받아 코치가 된다. 잭맨은 “다른 사람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역할”이라며 “(‘엑스맨’ 때처럼) 새벽 3시에 체육관에 들러 운동한 뒤 촬영에 임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몸은 편해졌지만 오만하고, 방탕하고, 때로는 따뜻하기도 한 브론슨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성격이 비슷한 그룹 ‘크림’의 전설적 드러머 진저 베이커의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제가 호주 사람이라 스키점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산도 별로 없고 활성화된 스포츠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 위험하기도 한 스키점프의 매력에 금세 빠졌죠.” 천재로 불렸던 브론슨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잭맨은 스키점프를 직접 하겠다며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운동이기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 플레처 감독은 “(잭맨 대신) 스키점퍼 출신 스태프 둘이 스키점프를 하다가 부딪치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둘이 무사히 착지하고 서로 웃는데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라고 덧붙였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년 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걸 알고 있어요. 실제보다 실감나게 표현된 스키점프를 영화로 보고 많은 분들이 스릴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위해 플레처 감독은 영화 ‘국가대표’를 직접 찾아봤어요(웃음).”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독수리 에디’(12세 이상 관람가)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휴 잭맨(48)의 한마디. 다섯 번째 한국 방문인 친한파답게 한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선보인 그는 한국이 처음인 덱스터 플레처 감독(50)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플레처는) 75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출신 감독으로 누구보다 배우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배려해줬다”는 잭맨의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회견장의 분위기는 밝았다. ‘독수리 에디’는 1988년 캘러리 동계올림픽에 영국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참가해 올림픽 정신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에디 에드워즈의 감동실화를 다뤘다. 영화에서 잭맨은 한때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스키점퍼 피어리 브론슨을 맡았다. 은퇴 후 술에 빠져 살던 그는 에드워즈(태런 에저튼)의 스키점프에 대한 열정을 보고 코치로 나선다. “다른 사람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한 잭맨은 “(‘엑스맨’ 때처럼) 새벽 세시에 체육관에 들러 운동한 뒤 촬영에 임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몸이 한결 편해진 그는 그러나 브론슨의 오만함, 방탕함, 따뜻함 등 성격을 만들기 위해 그룹 ‘크림’의 전설적 드러머 진저 베이커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 많은 인물을 연구했다. “제가 호주 사람이라 스키점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산도 별로 없고 활성화된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하기도 한 스키점프의 매력에 금세 빠졌습니다.” (잭맨) 한때 천재로 일컬어진 브론슨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덱스터 감독은 브론슨의 스키점프장면을 넣었고 잭맨은 직접 뛰겠다고 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운동의 특성상 그의 스키점프는 이뤄지지 못했다. 텍스터 감독은 “스키점퍼 출신 스태프 둘이 스키점프를 뛰며 촬영하다 부딪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촬영 당시의 상황을 말했다. 그는 “결국 둘이 무사히 착지하고 서로 웃는데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디 에드워즈 역을 맡은 배우 태런 에저튼(27)은 미국 현지에서 출발이 늦어져 이날 오전 참석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오후 입국 예정인 그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클로이 머레츠 내한은 ‘코난 하다’일까.” 5일 ‘SNL코리아 7’에 출연한 미국 배우 클로이 머레츠의 연기 변신이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머레츠는 영화 ‘킥애스’ ‘제5침공’에 출연하는 등 떠오르는 기대주로 꼽힌다. 그는 이날 ‘내 며느리 클로이’ 코너에 막장드라마로 한국 문화를 배운 외국인 며느리로 등장해 주스 뱉기, ‘김치 싸대기’ 날리기 등 코믹한 모습을 선보였다. 자신의 트위터에 태민, 마마무의 무대영상을 올리고 “(한국 팬들에게) 이들이 누군지 알려달라”며 관심을 보였다. ‘코난 하다’와 ‘하디 하다’는 최근 해외 스타들이 내한했을 때의 활동 모습을 두고 나온 인터넷 신조어다. ‘코난 하다’는 최근 방한해 6일 동안 길거리에서 자주 목격되는 등 공개 활동을 한 미국 방송인 코난(코넌) 오브라이언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와 반대로 ‘하디 하다’는 지난해 12월 배우 톰 하디가 광고 촬영차 내한했다 당시 상영 중이던 자신의 출연작 ‘레전드’의 상영관을 찾아 팬 서비스를 한 것을 표현한 단어. 예정에 없던 일정을 깜짝 소화한다는 의미다. 머레츠의 활동 모습을 본 누리꾼은 “방송에서의 실감나는 표정연기가 ‘대박’이었다”며 “‘코난 하다’든 ‘하디 하다’든 언제든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유아부터 어린이까지 아이들(kids)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출연자들은 뜻밖의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다.○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키즈 프로 Mnet·tvN에서 동요 만들기 프로젝트로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위키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8명의 아이가 팀을 나눠 팀별로 동요를 만들고 경연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이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천진난만함은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한다. 하지만 프로 속 아이들은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연 팔이’의 주인공으로 각색된다. 특히 출연자 중 성대 결절을 안고 있거나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거나, 선천적 녹내장을 가진 아이의 사연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가 결정된 한 출연자는 한 회 내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됐다. 이른바 ‘육아예능’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어온 키즈 프로그램들도 시청률과 간접광고(PPL)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서는 사랑이와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가 하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들의 부모들이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육아예능 프로의 한 관계자는 “리얼함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생명인 육아예능에서 아이들이 자라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교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 논란에 시달리기도 어른들 입맛에 맞게 편집된 방송의 피해자는 아이들이 된다. ‘슈돌’과 SBS ‘오! 마이 베이비’에서 아이들이 고가의 PPL에 노출되거나 해외로 여행 가는 모습은 방송 초반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청자 김모 씨(29·여)는 “아이를 낳기 전 육아예능 속 아이들의 모습이 예쁘게 보였지만 육아를 한 뒤부터는 TV 속 아이들이 오히려 밉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슈돌’에선 축구스타 이동국의 아들이 마트에서 책 등을 어지르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전모 씨(34)는 “해당 장면을 보고 아이들이 최근 가게 장식물을 망가뜨린 게 생각나 ‘노키즈 존’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SBS ‘영재발굴단’도 영재들의 모습과 특징 등을 집중 부각시켜 영유아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편 일부 프로는 키즈 프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을 시청에서 배제하고 있다. ‘위키드’에는 5∼12세 출연자들이 등장하지만 시청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 이 프로는 비교적 늦은 시간인 오후 9시 40분부터 1시간 넘게 방영되고 있어 아이들에게 최고의 동요를 선물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TV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어른들이 주 소비층인 TV 프로에서 어른들 시각에 따라 아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연출이나 편집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말이 필요 없지 말입니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수목 오후 10시)를 두고 남긴 시청자의 한마디.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담은 멜로드라마에 많은 시청자가 빠져들고 있다. 3회 만에 시청률 23.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지난해 ‘용팔이’의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21.5%)을 넘긴 ‘태양의 후예’는 케이블 채널의 전유물로 여겨진 화제성까지 잡았다. ‘…하지 말입니다’ 등 드라마 속 ‘다 나 까’로 끝나는 딱딱한 군대 말투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장식하는 유행어가 됐다.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남녀 간의 멜로. 하지만 여타 멜로와 수준이 다르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가상 재난지역으로 설정된 ‘우르크’. 특전사 장교 유시진(송중기)은 파견부대 중대장으로, 의사 강모연(송혜교)은 의료봉사단을 이끄는 팀장으로 이곳에 발을 딛는다. 이미 한국에서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가진 뒤 운명처럼 재회한 이들은 그곳에서 ‘쫄깃’한 사랑을 나눈다. 살상무기 지뢰도 두 사람을 잇는 소재가 된다. 시진이 “지뢰를 밟았다”고 모연에게 농담을 던지자, 실제로 받아들인 모연은 곧 죽을 듯 울먹인다. 그런 모연에게 시진은 “내가 대신 밟고 죽겠다”며 남성미(?)를 발산하며 마음으로 한 발짝 다가선다. 가상 재난지역이지만 실제 촬영지가 그리스인 화면의 자연 풍경은 눈을 청량하게 한다. 범접하기 힘든 소재를 활용한 미지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에 신비함과 설렘이 느껴진다. 멜로드라마이면서 액션도 빠지지 않는다. 초반을 강렬하게 장식한 장면은 시진이 북한군 전사와 어둠 속에서 단검 하나 들고 펼치는 격투. 그의 활약에 북한군도 꼬리를 내린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군대식 말투도 친근하게 입에 감긴다. 특전사 사령관 딸이자 여군 장교 군의관 윤명주(김지원)와 특전사 부사관 서대영(진구) 간의 로맨스도 ‘남자 신데렐라’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했다. 16부작으로 완성된 드라마에 그간 한국 드라마의 병폐로 지적된 ‘쪽대본’ 걱정은 없다. 한류스타 송혜교가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고 군에서 제대한 송중기가 복귀 첫 작품으로 선택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상속자들’(2013년) ‘시크릿 가든’(2010년)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비밀’(2013년)을 연출한 이응복 PD가 손잡아 작품성에 대한 기대도 높은 편. 동시 방영 중인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에서의 3회까지 누적 조회수도 1억이 넘었다. 케이블 드라마에 고전하던 지상파 드라마가 간만에 힘을 보여줬다. ★★★★(별 5개 만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배우 이병헌(46)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섰다. 소프라노 조수미(54·사진)는 한국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두 사람은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각각 시상자와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유스’의 ‘심플 송’을 부른 가수 자격으로 참석했다. 시상식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이병헌은 “아시아 배우가 처음 아카데미 시상자로 나서게 된다는 사실에 놀랍고 기쁘다”며 “함께 영화를 찍었던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채닝 테이텀 등 동료들과의 촬영 작업도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과 조수미가 나란히 선 레드카펫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이병헌은 외국어영화상 시상 순서에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콜롬비아 출신의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44)와 나란히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시상자로 올라 유창한 영어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수용소, 터키의 한 마을, 중동에서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다양한 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며 ‘무스탕’ ‘사울의 아들’ ‘디브, 사막의 소년’ ‘어 워’ 네 편의 후보작을 소개했다. 헝가리 영화 ‘사울의 아들’에 외국어영화상이 돌아가자 이병헌은 수상의 주인공이 된 라슬로 네메시 감독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이병헌이 무대 뒤 대기실에서 시상 파트너인 베르가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장난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병헌이 시상식 무대에 초대받은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현지에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지.아이.조’를 시작으로 ‘지.아이.조 2’(2013년) ‘레드: 더 레전드’(2013년) ‘터미네이터 제네시스’(2015년)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미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배우다. 조수미는 이날 서승연 디자이너의 작품인 인어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심플 송(Simple Song #3)’은 주제가상 수상에 실패했다. 주제가상 후보곡으로 시상식 무대를 꾸미는 관례상 조수미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6분에 달하는 ‘심플 송’의 공연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조수미가 원곡을 훼손하며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무대 공연이 무산됐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출연한 디캐프리오에게 돌아갔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 ‘레버넌트’, 3관왕 차지 디캐프리오는 1994년 남우조연상 후보에, 2004년 2006년 2013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20여 년간 아카데미에 도전한 끝에 꿈을 이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저는 오늘 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역시 이 지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며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호흡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촬영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라고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타이타닉’에서 그와 함께 연기했던 케이트 윈즐릿은 디캐프리오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2연패는 존 포드, 조지프 맨키어비치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냐리투 감독은 올해 시상식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여전히 피부색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며 “내 아버지 말씀대로 피부색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상식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레버넌트’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재주는 ‘매드맥스’가 넘고, 알맹이는 ‘레버넌트’가 챙겼다. 시상식 초반 ‘매드맥스’가 의상·분장·미술·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6관왕에 올라 기세를 떨쳤지만 핵심 분야인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레버넌트’는 감독·남우주연·촬영상 등 3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가 수상했다. ‘시네마 천국’ ‘미션’ 등 작품의 음악을 작곡해 영화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88)는 영화 ‘헤이트풀8’로 6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작품상에 ‘스포트라이트’… “성폭력 생존자 보호” 유색인종 차별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이슈는 성폭력이었다.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적 아동 성폭력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제작자인 마이클 슈거는 수상 소감에서 “영화가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목소리를 줬고, 오스카상은 그 목소리를 증폭시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께, 이제는 신앙을 복구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역시 레이디 가가가 미국 대학 내 성폭력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주제가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틸 잇 해픈스 투 유’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공연에 앞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조 바이든 부통령은 “(성폭력이 만연한) 문화를 바꾸자.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 뒤 가가를 소개했다. 정치인으로는 환경 문제에 관한 다큐 ‘불편한 진실’이 2007년 장편 다큐상을 받으면서 다큐에 출연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2013년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적이 있다. 무대에 등장한 가가는 ‘생존자’ ‘내 탓이 아니다’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팔뚝에 적어 넣은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이 장면에서 ‘스포트라이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레이철 매캐덤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 ‘룸’에서 연기한 조이도 17세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3.5m² 남짓한 작은 방에서 7년 동안 성폭행당하며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여성이다.:: 부문별 수상작 ::▶ 작품상=스포트라이트(감독 토머스 매카시)▶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여우주연상=브리 라슨(룸)▶ 각본상=스포트라이트▶ 각색상=빅쇼트▶ 촬영상=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편집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향효과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향편집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악상=헤이트풀8▶ 주제가상=007 스펙터▶ 시각효과상=엑스 마키나▶ 미술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의상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분장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외국어 영화상=사울의 아들(헝가리 영화)▶ 장편 애니메이션상=인사이드 아웃▶ 단편 애니메이션상=곰 이야기▶ 장편 다큐멘터리상=에이미▶ 단편 다큐멘터리상=어 걸 인 더 리버:더 프라이스 오브 포기브니스▶ 단편 영화상=말더듬이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배우 이병헌(46)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 무대에 섰다. 소프라노 조수미(54)는 한국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두 사람은 28일(이날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각각 시상자와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유스’의 ‘심플 송’을 부른 가수 자격으로 참석했다. 시상식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이병헌은 “아시아 배우가 처음 아카데미 시상자로 나서게 된다는 사실에 놀랍고 기쁘다”며 “함께 영화를 찍었던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채닝 테이텀 등 동료들과의 촬영 작업도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과 조수미가 함께 나란히 선 레드카펫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이병헌은 외국어영화상 시상 순서에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콜롬비아 출신의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44)와 나란히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시상자로 올라 유창한 영어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수용소, 터키의 한 마을, 중동에서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다양한 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며 ‘무스탕’ ‘사울의 아들’ ‘디브, 사막의 소년’ ‘어 워’ 네 편의 후보작을 소개했다. 헝가리 영화 ‘사울의 아들’에 외국어영화상이 돌아가자 이병헌은 수상의 주인공이 된 라즐로 네메스 감독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이병헌이 무대 뒤 대기실에서 시상 파트너인 베르가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장난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병헌이 시상식 무대에 초대받은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현지에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지.아이.조’를 시작으로 ‘지.아이.조 2’(2013년) ‘레드: 더 레전드’(2013년) ‘터미네이터 제네시스’(2015년)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미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배우다. 조수미는 이날 서승연 디자이너의 작품인 인어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심플 송’(Simple Song #3)은 주제가상 수상에 실패했다. 주제가상 후보곡으로 시상식 무대를 꾸미는 관례 상 조수미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공연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6분에 달하는 ‘심플 송’의 공연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조수미가 원곡을 훼손하며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무대 공연이 무산됐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최근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비롯된 말)의 이미지가 ‘골방에 틀어박힌 마니아’에서 ‘학위 없는 전문가’ ‘능력자’ 등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덕후가 대중에게 인기를 끌자 ‘덕밍아웃’(덕후라고 공개하는 것) 대열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덕후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진짜 ‘덕후’로 인정받기 위해선 최소한의 검증도 필요하다. 기자는 여러 덕후와 주변인들로부터 조언을 얻어 덕후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 기준을 정한 뒤 이를 적용해보기로 했다. ‘버스 덕후’로 알려진 이종원 씨(20)를 만나 그의 ‘덕력’(덕후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덕후의 자질에 대한 여러 견해를 종합한 결과 덕후는 ‘덕질’ 분야에 대한 사전 같은 전문지식과 그 세계를 파고드는 무모함이 기본이다. 물론 단순히 심취해서만은 안 된다. 사소한 분야라도 덕후가 된 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주위 사람으로 하여금 존경심마저 들게 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이 씨를 만난 기자는 우선 기본 검증을 위해 인터넷에서 임의로 뽑은 버스 사진 3장을 들이밀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질문부터 할게요, 이 버스는 뭐죠?”(기자) “아시아 AB236R, 1981년 출시됐지만 6대만 생산되고 만 비운의 버스죠.”(이 씨) “(허걱) 아, 그럼 이건요?”(기자) “이건 대우 BF101이네요.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네요. 얼마 전에 미얀마 가서 직접 보고 왔어요(웃음).”(이 씨) “네? 미얀마요?”(기자) 그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우 BF101 등 버스를 보기 위해 이달 열흘 가까이 국내 중고 버스를 주로 수입하는 미얀마를 찾아갔다. 그가 사진으로만 보던 버스를 미얀마에서 실물로 확인한 게 10여 종, 140여 대에 달한다. 이 씨의 일과는 미얀마에서 찍어온 1만여 장의 버스 사진을 추리는 것. 그의 얼굴과 목덜미는 남국에서 쬔 햇볕 때문에 붉게 그을려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같은 이유로 러시아도 다녀왔다. 현지인과 정보 교류를 하기 위해 러시아어도 대화 가능한 수준까지 익혔다. 오직 버스를 위해. 무모함 지수도 역시 합격. 그는 이런 버스 사진과 자료를 모아 한국판 ‘버스대백과사전’을 집필하는 게 목표다. 왜 이토록 버스를 좋아하는 걸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돌아온 대답은 “산간벽지까지 다니던 서민들의 발이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 영국 등 해외 국가에서 버스를 문화재로 지정해 국경일 등에 시승행사를 한다는 얘기도 해줬다. “옛날 버스를 타본 어린이들은 역사체험을 하고 윗세대와 소통할 기회도 생기죠. 세대 간 골이 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매개로 소통할 기회가 생기면 좋을 텐데….” 버스 덕후의 철학에 감화될 즈음 기자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덕후의 진짜 조건 중 하나가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덕후는 아무 곳, 아무 때나 덕후임을 뽐내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일반인인 척’하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한다고. 화제를 여자친구 얘기로 돌리며 여자친구에게 덕질 자랑을 하는지 넌지시 유도해 봤다. “친구들하고 거리를 걷다가 희귀 버스가 지나가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고 찍어요. 하지만 여자친구랑 있을 땐 안 그러죠. 상대에 대한 배려기도 하고 버스보다 더 좋아한다는 인상을 줘야 제가 버스를 더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거든요. 하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의 활약이 점점 두드러지며 극 후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지고 있다. 배우 유아인이 보여주는 이방원은 망설임 없이 정적을 없애는 기존의 냉혹한 이미지와 함께 사랑 앞에 눈물짓는 낭만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왕자의 난 등 그가 주도할 역사적 사건들이 예고되면서 기대감도 높아진다. 드라마 등에서 그려지는 이방원 이미지의 시대별 변천을 짚어봤다. 1970, 80년대 드라마에서 이방원은 ‘젠틀맨’이다. KBS ‘세종대왕’(1973년)에서 맏아들인 양녕대군의 일탈에 애달파하는 아버지의 모습, KBS ‘황희 정승’(1976년)에서는 신하들을 죽이라 명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 면모가 부각된다. MBC ‘추동궁 마마’(1983년) 속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고 밤잠을 설치며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방원의 모습은 남성우, 이정길 등 당시 40대 초반의 신사 이미지를 가진 배우와 어우러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드라마는 세종대왕과 황희가 활약한 조선 초기 태평성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방원의 잔혹한 이미지는 순화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작품 속 이방원은 본격적으로 강렬함을 보여준다. KBS ‘용의 눈물’(1996년)에서 배우 유동근이 선보인 이방원이 대표적이다.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정도전에게 “이 나라는 봉화 정씨의 나라가 아니다”라 경고하고, 왕권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은 인척이라도 과감히 정리한다. KBS ‘대왕 세종’(2008년)의 김영철, SBS ‘뿌리깊은 나무’(2011년)의 백윤식 등 당시 40∼60대 선 굵은 배우들도 냉혹한 권력자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방원을 선보였다. 최근 드라마 영화 속 이방원은 우선 연령대가 낮아졌다. 잘생기고 섹시한 20, 30대 배우들이 맡게 된 것. SBS ‘대풍수’(2012년)에서 배우 최태준이 맡은 늘씬한 이방원은 시청자들에게 “아이돌급 외모”로 평가를 받았다. KBS ‘정도전’(2014년)에서는 배우 안재모가, 영화 ‘순수의 시대’(2015년)에서는 배우 장혁이 연기했다. 이처럼 최근의 이방원은 젊고 혈기왕성한 모습에 때로는 베드신을 선보일 정도로 섹시하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는 “최근 정치나 사회 현실의 답답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머리가 뛰어난 현실주의자이자 빠른 실행력을 가진 이방원을 선호하는 듯하다”며 “여기에 인간적으로도 멋있고 섹시한 모습을 덧씌워 매력적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의 활약이 점점 두드러지며 극 후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지고 있다. 배우 유아인이 보여주는 이방원은 망설임 없이 정적을 없애는 기존의 냉혹한 이미지와 함께 사랑 앞에 눈물짓는 낭만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왕자의 난 등 그가 주도할 역사적 사건들이 예고되면서 기대감도 높아진다. 드라마 등에서 그려지는 이방원 이미지의 시대별 변천을 짚어봤다. 1970~1980년대 드라마에서 이방원은 ‘젠틀맨’이다. KBS ‘세종대왕’(1973년)에서 맏아들인 양녕대군의 일탈에 애달파하는 아버지의 모습, KBS ‘황희 정승’(1976년)에서는 신하들을 죽이라 명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 면모가 부각된다. MBC ‘추동궁 마마’(1983년) 속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고 밤잠을 설치며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방원의 모습은 남성우, 이정길 등 당시 40대 초반의 신사이미지를 가진 배우와 어우러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드라마는 세종대왕과 황희가 활약한 조선 초기 태평성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방원의 잔혹한 이미지는 순화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작품 속 이방원은 본격적으로 강렬함을 보여준다. KBS ‘용의눈물’(1996년)에서 배우 유동근이 선보인 이방원이 대표적이다.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정도전에게 “이 나라는 봉화 정씨의 나라가 아니다”라 경고하고, 왕권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은 인척이라도 과감히 정리한다. KBS ‘대왕 세종’(2008년)의 김영철, SBS ‘뿌리깊은 나무’(2011년)의 백윤식 등 당시 40~60대 선 굵은 배우들도 악역을 자청, 냉혹한 권력자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방원을 선보였다. 최근 드라마 영화 속 이방원은 우선 연령대가 낮아졌다. 잘생기고 섹시한 20~30대 배우들이 맡게 된 것. SBS ‘대풍수’(2012년)에서 배우 최태준이 맡은 늘씬한 이방원은 시청자들에게 “아이돌 급 외모”로 평가를 받았다. KBS ‘정도전’(2014년)에서는 배우 안재모가, 영화 ‘순수의 시대’(2015년)에서는 배우 장혁이 연기했다. 이처럼 최근의 이방원은 젊고 혈기왕성한 모습에 때로는 베드신을 선보일 정도로 섹시하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는 “최근 정치나 사회 현실의 답답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뛰어난 머리를 가진 현실주의자이자 빠른 실행력을 가진 이방원을 선호하는 듯 하다”며 “여기에 인간적으로도 멋있고 섹시한 모습을 덧씌워 매력적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국내 극장 점유율 1위 업체인 CJ CGV가 영화 관람료를 좌석별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CGV는 “다음 달 3일부터 극장 좌석을 ‘이코노미’ ‘스탠더드’ ‘프라임’ 존으로 나눈다”며 “스탠더드 존은 기존과 관람료가 같고, 프라임 존은 1000원 높게, 이코노미 존은 1000원 낮게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주중 오후 4∼10시를 기준으로 스탠더드 존은 기존처럼 9000원, 이코노미는 8000원, 프라임은 1만 원을 받는다. 따라서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봐도 최대 2000원의 가격 차가 생긴다. 주중 다른 시간대와 주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같은 좌석별 관람료 차등화가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격이 인하되는 이코노미 존은 20%에 불과한 반면에 가격이 인상되는 프라임 존은 35%로 15%포인트나 더 많다(스탠더드 존은 45%). 특히 프라임 존의 경우 관객 수가 적을 때도 우선적으로 차는 반면에 이코노미 존은 스크린과 가까운 앞자리로 좌석 점유율이 높을 때도 빈자리로 남는 경우가 많다. 또 CGV 아이맥스관의 경우 투자비용 상승을 이유로 영화 관람료를 주중 1000원, 주말 2000원씩 인상했다. 여기에 좌석 차별화까지 감안하면 주말 기준 아이맥스 3D에서 1만7000원에 영화를 보던 관객은 다음 달 3일 이후부터 최대 2만 원(프라임 존 기준)을 내야 한다. CGV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한 가격 인상 효과는 좌석 점유율 100%일 때 좌석당 1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관객 수가 적은 영화도 일반적으로 프라임 존과 같은 좋은 좌석부터 관객들이 자리 잡는다”며 “이코노미 존의 가격을 인하했다 해도 관객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상우 씨(27)는 “사실상 영화 관람료 인상 아니냐”며 “좋은 좌석에 앉으려면 기존엔 일찍 예매하면 됐는데 앞으론 1인당 1000원을 더 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CGV는 시간대별 관람료 차등 적용도 현재 4단계에서 6단계로 확대한다. 주중 상영시간대는 기존 조조, 주간, 프라임, 심야 4단계에서 모닝(오전 10시 이전), 브런치(오전 10시∼오후 1시), 데이라이트(오후 1∼4시), 프라임(오후 4∼10시), 문라이트(오후 10시∼밤 12시), 나이트(밤 12시 이후)로 바꾼다. 한편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점유율 41%인 CGV가 좌석, 시간에 따른 관람료 차등에 나서면서 롯데시네마(점유율 34%), 메가박스(20%) 등 다른 영화체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CGV와 같은 가격 세분화 정책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제 생부모나 한국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일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입양된 것도, 서맨사를 만나게 된 것도 지금 모두 행복해요.” 24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트윈스터즈’(12세 이상 관람가)의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실화의 주인공인 아나이스 보르디에(29)는 입양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담담히 답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쌍둥이 자매인 서맨사 푸터먼(29)도 “(입양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몰랐을 거다”라며 보르디에의 의견을 거들었다. 서로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행복해하는 자매의 ‘케미’에 간담회장의 분위기는 밝았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트윈스터즈’는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돼 25년 동안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사적인 일을 영화로 만드는 걸 주저했지만 기적 같은 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푸터먼) 1987년 11월 부산에서 태어난 자매는 생후 4개월 만에 각각 미국 버지니아 주와 프랑스 파리로 입양됐다. 푸터먼은 영화배우, 보르디에는 패션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택했다. 2013년 어느 날 유튜브에 올라온 푸터먼의 영화를 지인들의 소개로 보게 된 보르디에가 푸터먼의 페이스북에 연락을 하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첫 연락 뒤 화상통화를 주고받는 내용, 실제 만남 등의 영화 장면은 100% ‘리얼’이다. 푸터먼과 공동감독을 맡은 라이언 미야모토(29)는 “푸터먼의 요청대로 처음부터 둘 사이의 일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결과 더 솔직하고 생생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키, 체형,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등 누가 봐도 함께 자란 쌍둥이 같다. 푸터먼은 “미국인인 나는 음식을 지저분하게 먹는데 프랑스인인 보르디에는 우아하게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생활한 지 4년째 되는 이들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보르디에는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한데 푸터먼의 조언으로 평정심을 찾고 있고, 반대로 푸터먼은 나처럼 혼자 분위기를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까. “오늘 처음으로 푸터먼에게 화를 냈어요. 제가 아끼던 양말이 없어져서 찾아보니 그가 신고 있더군요. 예전에도 가끔씩 제 옷이 사라졌는데 미국에 가 있었어요.”(보르디에) “보르디에는 옷을 너무 잘 입어요. 탐내지 않을 수 없죠. 하하.”(푸터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제 생부모나 한국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일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입양된 것도, 사만다를 만나게 된 것도 지금 모두 행복해요.” 24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트윈스터즈’(12세 이상 관람가)의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실화의 주인공인 아나이스 보르디에(29)는 입양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담담히 답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쌍둥이 자매인 사만다 푸터먼(29)도 “(입양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몰랐을 거다”라며 보르디에의 의견을 거들었다. 서로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행복해하는 자매의 ‘케미’에 간담회장의 분위기는 밝았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트윈스터즈’는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돼 25년 동안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사적인 일을 영화로 만드는 걸 주저했지만 기적 같은 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터먼) 1987년 11월 부산에서 태어난 두 자매는 생후 4개월 만에 각각 미국 버지니아주와 프랑스 파리로 입양됐다. 푸터먼은 영화배우, 보르디에는 패션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택했다. 2013년 어느 날 유튜브에 올라온 푸터먼의 영화를 지인들의 소개로 보게 된 보르디에가 푸터먼의 페이스북에 연락을 하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첫 연락 뒤 화상통화를 주고받는 내용, 실제 만남 등의 영화 장면은 100% ‘리얼’이다. 푸터먼과 공동감독을 맡은 라이언 미야모토(29)는 “사만다의 요청대로 처음부터 둘 사이의 일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결과 더 솔직하고 생생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키, 체형,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등 누가 봐도 함께 자란 쌍둥이 같다. 푸터먼은 “미국인인 나는 음식을 지저분하게 먹는데 프랑스인인 보르디에는 우아하게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생활한 지 4년 째 되는 이들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보르디에는 “평소 감정기복이 심한데 푸터먼의 조언으로 평정심을 찾고 있고, 반대로 푸터먼은 나처럼 혼자 분위기를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까. “오늘 처음으로 푸터먼에게 화를 냈어요. 제가 아끼던 양말이 없어져서 찾아보니 그가 신고 있더군요. 예전에도 가끔씩 제 옷이 사라졌는데 미국에 가있었어요.” (보르디에) “보르디에는 옷을 너무 잘 입어요. 탐내지 않을 수 없죠. 하하.” (푸터먼)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휴대전화를 비닐에 둘둘 말아서 목욕탕에 들어갔어요. 선배 전화를 안 받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죠.”(기자) “아, 사람대접 못 받으며 생활했군요.”(MC표범) 기자가 최근 찾은 서울 금천구의 한 녹음실. 이곳은 ‘MC표범’(32·직장인) ‘마통’(32·직장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직장인의 난’(직난·www.podbbang.com/ch/8333)이 녹음되는 장소다. 이 방송은 직장인이 겪는 어려움을 재미있고 솔직하게 다뤄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의 합성어인 팟캐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방송 구독자는 파일을 내려받거나 스트리밍(실시간 데이터 수신)해 청취할 수 있다. 팟캐스트 포털인 ‘팟빵’에 따르면 팟캐스트는 21일 현재 7400여 개가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인도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인이 될 수 있을까. 기자가 ‘직난’ 게스트로 나서 팟캐스트에 도전했다. 》○ 목소리가 안 좋아도, 말주변이 없어도 “제가 목소리가 좋은 편이 아닌데요.”(기자) “괜찮아요. 아나운서도 아닌걸요.”(MC표범) “제가 말주변도 썩….”(기자) “하하. 처음부터 잘할 거면 아예 방송인을 했어야죠.”(MC표범) 용기를 불어넣어 준 진행자의 응원에 힘입어 ‘직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녹음을 앞두고 방송 콘셉트 회의에 들어갔다. 매주 각 분야의 직장인 게스트가 나와 고충을 풀고 가는 ‘직난’에서 익명성은 생명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름을 공개하고, 직장 ‘뒷담화’보다 수습기자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 안에도 그 시절 겪은 ‘울분’이 자리 잡고 있으니 이야깃거리는 충분했다. 자신감 조금 상승.○ 쏟아지는 질문에 ‘우왕좌왕’, 그래도 다음에는 드디어 방송 시작. “안녕하세요. 직장인의, 직장인에 의한, 직장인을 위한 공감방송….” 1년 반 동안 호흡을 맞춘 MC표범, 마통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방송을 시작했다. 이윽고 기자의 차례. 기자는 사건이나 사고가 있다고 보고해도, 또 없다고 보고해도 혼나기만 했던 수습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러자 마통이 현재 기자가 소속된 문화부 생활의 고충을 물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지금 소속된 부서의 이야기를 하려니 후한이 두려워 식은땀만…. 녹음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파일은 간단한 편집을 통해 40분씩 세 편으로 나뉘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시간이 약 40분이기 때문. 편집된 파일은 호스팅 사이트에서 만든 채널에 게시하면 채널 구독자들이 파일을 청취할 수 있다. MC표범은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고정 청취자도 생긴다”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팟캐스트 운영자들끼리 서로 모임도 갖고 서로의 팟방을 홍보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14∼18일 인터넷에 올라온, 기자가 녹음한 방송에 한 청취자는 “활기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한 청취자는 ‘방송 울렁증’으로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지는 기자의 목소리를 지적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한 번 겪어보니 팟캐스트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다음에는 문화부 선배들에 대한 뒷담화를 해볼까?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잠깐인데도, 이런 데서 하루도 못 있겠다.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네.” 18일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속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이 자기 대신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 서재혁(전광렬)을 면회한 뒤에 남긴 한마디다. 그랬던 그이지만 결국 자신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위해 고군분투한 주인공은 재혁의 아들 서진우(유승호). 그는 변호사가 돼 아버지 누명을 벗기고 살인사건의 진범도 밝힌다. ‘리멤버’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재벌, 권력과 싸우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법정 드라마다.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변호인’(2013년)의 시나리오를 쓴 윤현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자 군에서 제대한 배우 유승호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 자릿수로 시작한 시청률도 회를 거듭하면서 상승해 평균 시청률 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별개로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이상 2015년)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재벌 2세의 범죄로 촉발된 드라마는 지난해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베테랑’의 시작점과 유사하다.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을 가진 남규만이 악행을 거듭하는 모습 또한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의 모습과 판박이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 속 설정이 드라마 속에 있다. 한 번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서진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4년) 속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서재혁은 영화 ‘7번방의 선물’(2012년) 속 이용구(류승룡)를 떠올리게 한다. 후반부는 ‘내부자들’의 데칼코마니다. 남규만의 악행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에게 협조한 경찰, 오른팔이었던 수행비서, 가족 등 내부자의 양심선언이 잇따랐다. 검찰 내에서 ‘족보 없는 검사’로 불린 탁영진(송영규)은 남규만의 일호그룹 변호사로 들어가 그에게 한 방을 날린다. 남규만 살인 자백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폭로된다. 이런 내용들은 ‘내부자들’ 속 권력자들의 뒤를 봐온 안상구(이병헌)가 이들의 관계를 폭로하고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내부자로 잠입해 이들의 영상을 촬영해 대중에게 유포한 내용과 흡사하다. ‘리멤버’가 앞선 영화들과 차별되는 지점, 지상파 드라마로서 폭넓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설정은 물론 있다. 요즘 드라마의 필수 요소로 거론되는 남녀 주인공의 ‘심쿵’한 러브라인. 그리고 ‘초능력자’였던 주인공을 알츠하이머 환자로 둔갑시켜 시시때때로 자극하는 눈물샘. 그래도 제목과 달리 괜찮은 드라마로 기억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별 5개 만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잠깐인데도, 이런 데서 하루도 못 있겠다.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네.” 18일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리멤버) 속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이 자기대신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서재혁(전광렬)을 면회한 뒤에 남긴 한마디다. 그랬던 그이지만 결국 자신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위해 고군분투한 장본인은 재혁의 아들 서진우(유승호). 그는 변호사가 돼 아버지 누명을 벗기고 살인사건의 진범도 밝힌다. ‘리멤버’는 살인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재벌, 권력과 싸우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법정드라마다.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변호인’(2013년)의 시나리오를 쓴 윤현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자 군에서 제대한 배우 유승호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 자릿수로 시작한 시청률도 회를 거듭하면서 상승해 평균시청률 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별개로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재벌 2세의 범죄로 촉발된 드라마는 지난해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베테랑’의 시작점과 유사하다.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을 가진 남규만이 악행을 거듭하는 모습 또한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의 모습과 판박이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 속 설정이 드라마 속에 있다. 한번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서진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4년) 속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서재혁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속 이용구(류승룡)를 떠올리게 한다. 후반부는 ‘내부자들’의 데칼코마니다. 남규만의 악행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에게 협조한 경찰, 오른팔이었던 수행비서, 가족 등 내부자의 양심선언이 잇따랐다. 검찰 내에서 ‘족보 없는 검사’로 불린 탁영진(송영규)은 남규만의 일호그룹 변호사로 들어가 그에게 한방을 날린다. 남규만 살인자백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폭로된다. 이런 내용들은 ‘내부자들’ 속 권력자들의 뒤를 봐온 안상구(이병헌)가 이들의 관계를 폭로하고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내부자로 잠입해 이들의 영상을 촬영해 대중들에 유포한 내용과 흡사하다. ‘리멤버’가 앞선 영화들과 차별되는 지점, 지상파 드라마로서 폭넓은 시청자 확보를 위한 설정은 물론 있다. 요즘 드라마의 필수요소로 거론되는 남녀 주인공의 ‘심쿵’한 러브라인. 그리고 ‘초능력자’였던 주인공을 알츠하이머 환자로 둔갑시켜 시시때때로 자극하는 눈물샘. 그래도 제목과 달리 괜찮은 드라마로 기억되기에는 역부족이다. ★☆ (별 5개 만점)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구름 위를 걷던 낭만의 캠퍼스 드라마가 ‘땅’(현실)으로 내려왔다. 지난달 6일부터 방영된 tvN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이 그렇다. 순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대학생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팍팍해진 대학의 현실을 현미경처럼 담고 있다. 대학을 꿈과 낭만의 공간으로 묘사하던 1980∼90년대 캠퍼스 드라마와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캠퍼스의 민낯 이 드라마에서 대학생활은 전쟁이다. 기타를 치며 잔디밭에 누워 노래하던 예전 대학생의 모습은 없다. 주인공 홍설(김고은)은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지 않으면 학업을 이어갈 수 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 속 홍설의 방 모습이 화제가 됐다. 행거, 침대, 책상을 놓으면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방,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간 생활용품들 등 자취생의 생생한 모습이 그려졌다. 학생들 간의 온정은 메말랐다. 드라마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원들 중에 ‘프리라이더(무임 승차자)’의 이름이 가차 없이 지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취업이 힘들어진 대학에서 학점 경쟁은 더없이 치열해진 모습이다. 연애는 사치다. 홍설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다가오는 사랑도 주저한다. 대학 4학년인 김상우 씨(26)는 “학비 마련, 아르바이트, 학점 경쟁으로 벌어진 학우들 간의 갈등 등 드라마를 통해 대학 생활에서 겪은 비슷한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예전 캠퍼스물은 낭만 그 자체 과거 캠퍼스 드라마는 대학 생활의 낭만과 사랑을 소재로 다뤘다. 캠퍼스 드라마의 시초로 꼽히는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1987년)에서는 의대생들의 사랑이 그려졌다. MBC ‘우리들의 천국’(1990년)과 KBS ‘내일은 사랑’(1992년)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의 촬영 장소가 된 대학의 인기가 높아졌고 출연 배우들은 스타덤에 올랐다. ‘우리들의…’는 장동건을, ‘내일은…’은 이병헌을 스타로 만들었다. 배용준은 KBS ‘사랑의 인사’(1994년)로 데뷔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1980∼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50%가 되지 않던 시기로 대학이 대중에게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캠퍼스 드라마 인기 내리막길 2000년대 들어서는 명문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 SBS ‘카이스트’(1999년)는 과학 분야 수재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년)는 미국 하버드대를 배경으로 로스쿨 유학생 김현우(김래원)와 메디컬스쿨 학생 이수인(김태희)의 사랑을 담았다. 하지만 ‘러브스토리…’ 이후 낭만 스토리는 시청자에게 외면받았다. 예술대학이 배경인 MBC ‘넌 내게 반했어’(2011년)는 6%대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조기 종영됐다. 명문 음대생의 사랑을 다룬 일본 인기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2006년)를 리메이크한 KBS ‘내일도 칸타빌레’(2014년)도 원작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는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뒤부터 로맨스보다 현실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미제 사건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모르니까 잊을 수가 없는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이지.” tvN 드라마 ‘시그널’(금토 오후 8시 반) 속 형사 차수현(김혜수)의 한마디. 그의 말처럼 드라마 속 형사들은 수십 년이 지나 잊혀 가지만 누군가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2015년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과 ‘과거 형사’ 이재한(조진웅)이 오후 11시 23분부터 1분 남짓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무전기의 ‘시그널(신호)’. 박해영이 미제 사건을 정리하고 건넨 단서로 이재한은 당시 사건의 현장에서 진범을 추적하고, 그의 활약으로 2015년 현재는 바뀐다. ‘시그널’은 미제로 남은 사건을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형사들이 해결해 가는 수사 드라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타임 슬립’이 더해지고, 그 과거는 2000, 1989, 1995년 등을 오가기에 언뜻 보면 어렵다. 하지만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그 시절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소재여서 낯설지 않다. 익숙해지고 나면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 그 시절 풍경이나 소품 보는 재미까지 생긴다. 미제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드라마에서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으로 재구성돼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이 되고 진범도 잡힌다. 수년 동안 연쇄살인을 저지른 용의자가 갑자기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유로 드라마는 ‘용의자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를 가정한다. 단순한 주인공의 초능력이 아닌 단서를 바탕으로 한 단계적 접근과 해결법이 스토리 라인을 탄탄하게 한다. 한 사건의 기승전결에 필요한 시간은 2회 남짓. 6회까지 전개된 드라마는 유괴살인, 연쇄살인에 이어 대도(大盜)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드라마의 각 사건은 옴니버스처럼 떨어져 있어 6회까지 전개된 드라마의 홀수 회 어느 지점을 치고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요즘 드라마의 필수요소로 거론되는 러브라인, 막장 요소가 이 드라마에는 없다. 그랬기에 드라마 대본은 지상파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형사 차수현,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이재한, 경찰을 싫어하지만 경찰이 돼 조직의 실책을 하나씩 바로잡는 박해영 캐릭터를 보면 러브라인 하나 없이도 ‘심쿵’한다. ★★★★(별 5개 만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평소 윤동주 시인의 팬이라 기쁜 마음에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한데 이후의 압박감이란…. 그분의 ‘서시’ 내용처럼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하늘에서 윤 시인을 뵈면 영화 이야기는 못하겠어요.(웃음)” 11일 만난 배우 강하늘(26)은 상대를 살갑게 대하며 즐겁게 해줬다. 가끔은 큭큭 숨넘어가게 웃으며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시인 윤동주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한없이 진지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우리가 알던 ‘거장’ 윤동주는 영화 ‘동주’에서 시대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사랑과 질투에 빠진 청년 윤동주로 탄생된다. 예를 들어 그의 외사촌인 송몽규(박정민)는 라이벌이었다. 송몽규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1935년)되고 일본에서 윤동주보다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 송몽규를 질투하는 윤동주의 모습은 새롭다. 강하늘은 “그동안 시만 보고 윤동주를 너무 우상으로 만들었다”며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헤쳐나간 ‘인간’ 윤동주가 돼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동주의 북간도 사투리를 따라 하기 위해 그는 ‘연변소품’이라는 현지 개그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찾아 어투와 발음을 익히려 노력했다. “윤 시인이 삭발하는 장면이 있어요. 주변에선 광고가 끊긴다며 실제 삭발을 하지 말라고 심하게 반대했지만 죽어도 남을 작품에서 제 우상을 연기하는데 타협이 있을 수 없었죠. 감독님과 몰래 약속하고 촬영장에서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그는 형무소에서 야위어 가는 윤동주의 모습을 보이려 촬영하는 동안 5kg을 뺐다. 그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살이 자연스럽게 빠졌다”며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죽을 만큼 노력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교회 연극 동아리에서 소품을 담당했던 그는 고교 1학년 때 우연히 빈 배역을 맡아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후 연극과가 있는 국립전통예술고로 전학한 그는 연극 ‘천상지계’(2006년)로 데뷔했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드라마 ‘상속자들’(2013년) ‘미생’(2014년), 영화 ‘쎄시봉’ ‘스물’(이상 2015년)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최근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선 평소의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걸쭉한 욕’을 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연기자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만 사람을 즐겁게 해주지만 좋은 사람은 언제든 그럴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자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