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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장시킨 ‘지역균형 뉴딜’ 발표에서 75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에 투입되는 160조 원의 4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혜가 예상되는 비수도권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은 인구 800만 명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축해 지역 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 간 행정통합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정부가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지역균형 뉴딜 추진 의사를 밝혔다. 동남권은 수도권 다음으로 큰 경제권인데 기대감이 클 것 같다. ▽허 회장=부울경 인구가 800만 명에서 조금 줄었다. 젊은 사람들이 서울 등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가 2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수도권에 너무 집중화돼 있다. 부울경에 동남권 메가시티가 생기고 호남 등에도 그런 경제·생활공동체가 생겨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각 지역에 공공기관을 배치한 건 출발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노무현 정부 때 지역균형 발전 효과가 컸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8년간 수도권 인구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다른 나라들도 수도권 집중이 있지만 심각성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수도권 집중은 일본이 34%, 유럽에서 높은 편인 프랑스가 18% 수준인 반면 한국은 50%가 넘는다. 혁신도시 10개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세종시를 행정복합도시로 만든 비용이 12조 원쯤 된다.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을 위해 75조 원 이상을 쓸 계획이다. 비교해 보면 규모가 엄청나다. ▽전 위원장=(미국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를 살려낸) 톰 머피 전 시장은 기업 유치에 집중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찾는 도시를 조성하니 기업들이 따라왔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대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지역균형 뉴딜에는 대학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지역균형 뉴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각 지역 대학들이다. 부울경 대학들은 그 지역 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그린 뉴딜에서 성과를 내려면 각 대학의 지역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은 도시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좋은 대학이 자리 잡으면 젊은이들이 몰리고, 이들 젊은이를 모으려는 스타트업 벤처들이 오고, 스타트업 벤처가 있으면 대기업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어떤 지역은 행정통합을, 어떤 지역은 느슨한 형태의 연합을 얘기한다. 도로 철도 공항 같은 인프라도 경제·생활공동체 구상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허 회장=사회간접자본은 부울경에만 중요한 게 아니다. 동해안 서해안에도 물류 핵심 역할을 하는 기간 항구가 있어야 한다. 부산항과 인천항에만 의존하다 보니 물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겪었다. 같은 논리로 24시간 돌아가는 공항이 수도권에만 있는 것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90%를 인천국제공항에서 하고 있는데 부산 비중은 2, 3%에 불과하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 항공화물을 운송하게 되면 삼성전자 SK LG 같은 대기업들이 부산에 올 것이다. 대기업이 부산에 오지 못하는 것은 물류 문제 때문이다. ▽전 위원장=(제대로 된) 공항이 없으면 부산이 글로벌 도시가 되기 어렵다. 부산공항은 (군사공항과 같이 있어)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작동을 안 한다. 고속도로에서 7시간 동안 차를 못 다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공항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화시대이니 비행기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권역별로 큰 공항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에 5개 국제공항이 있는데 말만 국제공항이지 규모가 크지 않다. (국내 공항들을 보면) 민간공항이 군사공항과 같이 있는데 그것부터 분리해야 발전 잠재력이 커질 수 있다. (경제·생활공동체와 관련해) 지역마다 다르게 설정해 접근하고 있다.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이런 문제를 제안한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동력이 스스로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도와주면 잘될 것이라고 본다.―지역산업과 지역대학이 같이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위원장=지역대학과 거점대학들이 그 지역에 특화된 산업이나 지역기업들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부산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국내외 6곳에 공장을 가진,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회사는 서울 강남에 박사 300명이 일하는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 회사 회장에게 ‘왜 서울에 세웠느냐’고 물어보니 ‘대구에선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경북대 정도 되는 대학들이 자동차공학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특화하지 않고 기계공학과 하나로 버틴다. 우리나라 지역거점 대학들의 현주소다. ▽허 회장=(2018년) 부산상의 회장이 된 뒤 미국 보잉의 기술연구소가 한국에 온다는 계획을 듣고 부산에 유치하려고 서울에서 보잉 관계자를 만났다. 부산에 오면 좋은 위치에 땅도 주고 부산시와 잘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딱 잘라 거절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에는 인재가 쌓였는데 부산에 가서는 인재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서울에 빼앗겼다. 도시의 규모가 커져야 대학도 살아남을 수 있고 지역산업이 발달해야 지역대학도 같이 발전할 수 있다.―기업인들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균형위도 그 필요성을 공감해 최근 규제혁신전문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들었다. 동남권 발전을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가 있다면…. ▽허 회장=기업이 돈을 내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 10개를 만들면 10억 원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지속적이고 거기에 딸린 식구들이 먹고살 수 있다.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일거리가 있으려면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가 중국 제품과 비교해 품질 면에서 더 좋다고 자부하지만 가격은 맞추지 못한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법을 만들면 기업을 규제하는 것밖에 없다. 차라리 국회에서 법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균형위원회에 6개 전문위원회가 있는데 이번에 규제혁신전문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할 때 수도권과는 다르게 규제를 완화하고, 없애는 일을 하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놔두고 비수도권에만 혜택을 주려 한다. ▽전 위원장=법이 없어서 못한다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안 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법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리더의 의지와 결단이 중요하다. 또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 텐데 지방대학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리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수도권 대학의 비중이 40%라면 특별법을 통해 30%까지 줄여야 한다. ▽김 위원장=지역이 잘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기업이 정착하는 것이다. 대학은 젊은이들을 키워 그 지역에서 살도록 해주는 공급처와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이유는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수도권에서 하는 것보다 부산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야 부산에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규제를 혁신하려고 한다. 법인세 등 기업하면서 내는 세금들을 수도권과는 다르게 낮추는 방안도 선진국들이 연구하고 있다. 그게 해답이라고 생각한다.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2021학년도 대학입학 수시모집 결과가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속설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가 대학 입학정원(55만 명)이 학령인구(44만 5000명)보다 많은 첫해여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미달 사태가 예상됐는데 가늠자인 수시모집에서 지방대 경쟁률이 하락한 것이다. 수시모집에서 경쟁률 6:1 이하를 기록한 지방대학이 전년 80개에서 33% 이상 늘어난 106개로 집계됐다. 보통 수시는 6번 지원을 할 수 있어 6:1 이하 경쟁률은 사실상의 미달이나 마찬가지다. 수시 미충원 인원은 정시로 이월되지만 수시 미달은 정시 미달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00명 이상을 수시에서 모집하는 지방의 주요대학 가운데 4:1이 안 되는 대학이 6곳에 달하고 1:1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4개나 됐다는 점이다. 반면 서울 지역 대학 수시 경쟁률은 14.7:1, 수도권 대학 수시 경쟁률은 10.5:1을 기록했다. 지방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대학은 물론 지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지방대에 입학자원 감소는 학교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지방에서 대학 폐교는 지역소멸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남원 서남대, 동해 한중대, 양양 관동대 분교 폐교는 대학 인근을 황폐화 시켰다. 정부의 지방대학 특화 대책이 나와야 대학도 살고 지방도 산다. 지방대 특화 정책 수립에는 전제가 있다. 교육부가 중심이 돼 국토부, 기재부, 산자부, 행안부 등 대학과 연관 있는 모든 정부 부처가 같이 나서 짜임새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역할을 극대화 시키는 미래 지향적 사업을 대학에 줘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게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대학을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작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사업 시행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모든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대학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대학지원의 ‘선택과 집중’을 논의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200개나 넘는 대학을 다 살리기보다는 ‘좀비 대학’을 걸러내 효과적인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여러 번 입법화가 무산된 대학구조조정법을 속히 통과시켜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게 퇴로를 열어 주는 등 ‘선택과 집중’에 필요한 법제도가 필요하다. 학령인구 역전 원년을 맞아 새로운 대학정책 수립이 간절하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1만286명. 올 9월 말 기준으로 대표적인 폐광지역인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인구수다. 1980년대에는 4만 명을 웃돌기도 했지만 석탄산업이 쇠락하면서 인구수도 줄어들었다. 폐광지역 특별기금을 지원받아 문을 연 강원대 도계캠퍼스가 있지만 도계 읍내에서 젊은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캠퍼스가 읍에서 8km 이상 떨어진 육백산 중턱(해발 890m)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읍내에서 통학버스로 20분이나 걸린다. 삼척시와 강원대가 도계를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다. 핵심은 폐광도시에서 대학도시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로,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삼척시는 도계 읍내 강원대 기숙사 앞에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어 강원대가 사용하도록 했다. 강원대는 신입생 전원에게 산 위 캠퍼스 대신 읍내 연구관에서 수업을 받게 할 계획이다. 또 다른 대학 시설들도 단계적으로 도계 읍내로 이전하고, 치매요양병원 같은 헬스케어센터도 유치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명실상부한 대학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의 일환으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김양호 삼척시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21일 도계캠퍼스에서 만나 ‘도계 대학도시 조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주요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삼척시와 강원대가 추진하는 도계 대학도시 프로젝트는 지역균형 발전과 거점 국립대 중심 대학 육성 사업과 연관성이 크다.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균형 뉴딜 프로젝트 중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그동안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는 비수도권 광역 단위 발전에 집중해 왔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발전도 추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학과의 연계·연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삼척시와 강원대가 지역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강원도가 공감해주면 지역발전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지역균형 뉴딜 추진방안은 균형위가 꾸준히 건의해 온 내용이다.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가균형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김 시장=삼척형 뉴딜사업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로 만들려 한다. 여기에 대학도시 뉴딜사업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도계 인구 1만 명 중 학생이 2500여 명이다. 세계적으로 대학생 비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삼척시는 석탄도시였던 도계를 대학도시로 발전시키려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과 지역이 존폐 기로에 있는 상황에서 강원대와 손잡고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 ▽김 총장=도계캠퍼스는 2009년 만들어졌고 도계 인구 중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인데도 아직 대학도시로 자리 잡지 못했다. 산 위에 있는 대학캠퍼스와 도계읍이 유리돼 있기 때문이다. 읍내에 위치한 기숙사 학생들은 (읍내 상점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한다. 밤에 기숙사 앞에서 맥주 한두 잔 사먹는 것 외에는 경제적 효과도 미미하다. 도계를 대학도시로 만들어 폐광지역을 살리자는 원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우선 산 위의 캠퍼스가 읍내로 내려가겠다. 마침 도계 읍내의 초중고교 학생 수가 줄어 고교 두 곳이 통합하기로 했고 빈 건물도 많다. 도계캠퍼스는 보건과학대학이 중심이다.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응급구조학과 작업치료학과 치위생학과 등이 있다. 간호사가 부족한 요즘 치매 환자나 홀몸노인을 돌보는 데 보건과학대 학생을 이용한다면 도계가 최고 수준의 ‘배리어 프리 도시’(고령자나 장애인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캠퍼스가 읍내로 이전되면 가능한 일이다. ―도계 대학도시 사업은 많은 정책과 연관돼 있는데 사업의 확장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삼척시가 읍내에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어 대학에 제공한 것은 대학도시로 가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김 시장=100세 시대가 되면서 20대에 대학을 졸업해 평생 써먹는 시대는 지났다. 40∼60대도 학습이 필요하다. 도계캠퍼스에 평생교육 시스템을 갖춰 지역과 공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삼척시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산업과 도계 지역의 유리공예산업을 학교의 수소 관련 시스템학과나 유리 관련 세라믹융합과 등과 연계해 평생 직업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주민과 도계캠퍼스가 상생하기 위해서 삼척시 예산을 투입해 복합교육연구관을 만들었고 그 옆에 평생학습관도 같이 짓고 있다. ▽김 위원장=삼척시와 강원대가 잘 협력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느낀다. 삼척시가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어 대학이 사용하게 해준 것을 삼척시민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그 뜻을 헤아려) 강원대가 중요 포스트로 삼아야 한다. 강원대가 병원을 언급했는데 도계에 100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짓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치매케어센터가 왔다고 하면 의사 10명이 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도계에서 교육을 받고 떠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 총장=지역대학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스템이 ‘오픈 캠퍼스’(개방 대학)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에 대한 훈련이 돼 있다. 강원대에서 한 학기에 4500개에서 5000개 강좌가 이뤄지는데 그 강좌를 원격으로 주민들에게 오픈할 수 있다. 대학이 주제를 잡아 5, 6과목 정도 묶어 시간제 등록이든지 학점은행제 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도계 같은 작은 도시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도계캠퍼스에 치매 케어 코디네이터, 헬스 케어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특화해 개설한다면 전국의 젊은이들이 도계로 올 것이다. ―교육정책에서 대학이 지역사회에 좀 더 기여할 수 있게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김 총장=교육부의 힘만으론 규제를 모두 해소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재정법이 대표적이다.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법에는 지자체와 대학은 연계할 수 있고 지자체에서 대학을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반면 행안부의 지방재정법은 지자체가 대학에 뭔가 해주려면 지자체 조례를 개정하도록 하는 등 복잡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학이 국비를 따오면 매칭 펀드로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모든 게 풀려 있다고 설명한다. ▽김 시장=지방재정법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고교까지만 지원하게 돼 있다. ▽김 위원장=균형위가 존재하게 된 이유인데 각 기관이 서로 자기 이해관계로만 줄을 세워 놓아 협의가 잘 안 된다. 규제가 지방의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 시장=복합교육연구관을 올해 초에 건립했다. 강원대에 줘서 강의를 진행하려 했는데 이 시설이 국립대 재산이어야만 강의가 가능하다고 해서 막혔다. 시설이 도계캠퍼스의 반경 2km 안에 있어야만 국립대 재산으로 양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교육부에 여러 차례 질의해 무상양여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아냈다. 내년 3월부터 강의장으로 쓸 수 있다. ▽김 총장=도계 읍내 복합교육연구관을 추진한 게 벌써 4년 전이다. 교육부에 폐광지역에서도 이동수업권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안 해줬다. 강원대가 강릉원주대와 연합대학을 하려면 수업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못 하고 있다. 심지어 강원대 도계캠퍼스 교수가 일부 수업 강의를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한두 개 하겠다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한다. 분교도 아니고 한 대학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 ▽김 위원장=동의한다. 골치 아픈 문제들이 있으면 우리에게 넘겨주면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 진행=이종승 부국장 urisesang@donga.com / 정리(삼척)=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2022년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가 때 아닌 입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지난 26일 윤의준 한전공대설립추진위원장이 지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신입생 선발에서 수능점수를 참조하지만 수능은 학생 선발에 큰 변별력이 없기에 기존의 관행을 깨는 입시방안을 도입해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 하지만 소위 아빠·엄마 찬스가 통하지 않은 공정한 선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윤 위원장의 발언은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때 마침 국회에서 열리고 있었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한전공대는 다른 대학보다 입학과 동시에 한전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입시 공정성이 중요하므로 ‘부모 찬스’가 없도록 해야한다”며 “한전공대가 임의적인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으니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전공대 설립단 관계자는 윤 위원장의 발언 가운데 일부만 전달 돼 학생 선발에 들어가 있는 한전공대의 뜻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윤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학생 선발에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살피겠다고” 했는데 수능의 문제점만 지적한 것이 부각 돼 결정하지도 않은 ‘수능과 내신 배제를 통한 선발’로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한전공대 설립단 관계자는 “한전공대 설립 취지에는 과도한 진학교육 위주인 한국교육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것도 들어있다”며 “에너지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한전공대가 학생 선발방법에 있어서도 자극을 주면 한국교육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공대 입학=한전 입사’라는 인식도 한전공대의 교육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전공대는 에너지 소재 시장을 공략해 국가성장동력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하는 만큼 교육과정이 한전 입사 보다는 에너지 소재 과학자 육성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유석용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서라벌고 교사)은 한전공대 선발 논란에 대해 “세계적인 혁신대학들인 미네르바스쿨, 에콜42, 올린공대 등은 학업능력과 함께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해 뽑고 있지만 한국대학의 선발 방법은 점수 위주여서 오히려 진학위주의 경쟁교육을 부추기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557회 한글날(9일)을 맞아 제주 서귀포시의 불교 사찰 ‘남선사’가 대웅전을 비롯한 법당 현판과 주련(기둥에 붙이는 세로글씨)을 한글로 내걸어 화제다. 2012년에 창건된 남선사는 창건 당시부터 법당에 한글 현판을 붙였다. 최근에는 3개의 건축물 기둥에 총 13개의 한글 주련을 내걸었다. 한국 사찰에서 한글 현판과 한글 주련을 동시에 쓴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남선사가 법당 건축물에 한글을 활용한 것은 주지인 도정 스님의 ‘쉬운 불교’에 대한 소신에서 비롯됐다. 이 사찰을 세운 도정 스님은 “한국 불교가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당 현판과 주련에 한글 사용을 실천한 이유다. 한문에 능통한 사람도 한자로 흘려 쓴 현판과 주련을 이해하기 힘들다. 또 한자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는 한자로 된 사찰 이름을 읽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한글을 활용해 불교의 대중화를 이루자는 취지다. ‘쉬운 불교’에 대한 생각은 한글 주련에 명확히 나타난다. 보통 한국 사찰의 주련은 경전과 오도송(선승의 깨달음을 나타낸 시)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남선사의 주련은 법구경 6개 일반 서적에서 따왔다. 이들 서적의 문장은 불교와 연관이 있거나 이해하기 쉽다. ‘마음을 열고 나누는 대화는 부처님의 고귀한 선물’ ‘깨닫지 못해도 진리의 한 자락을 접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사람에게서 맑음과 향기로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는 식이다. 경전에서 따온 주련들도 한자 문장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게 아니라 알기 쉽게 해석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대웅전인 향적전 주련에는 법구경 구절인 ‘無病最利(무병최리) 知足最富(지족최부) 厚爲最友(후위최우) 泥源最樂(이원최락)’을 해석한 ‘세상에 병 없는 것이 가장 큰 은혜요.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네. 친구 중에 제일은 믿음이란 벗이요. 즐거움의 제일은 고요한 열반이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도정스님은 주련을 직접 제작하면서 “조선시대 신미대사께서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배워 익힐 수 있도록 석보상절을 지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꼭 불경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맑음과 향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네스코는 1997년 한글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987년부터 ‘세종대왕상’을 제정해 인류의 문맹률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주는 것도 한글이 가진 우수성을 인정한데서 비롯된 만큼 불교도 어려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한글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적 노조 지위를 회복했다. 이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교육현장에 전교조의 과도한 정치적 요구가 반영돼 좌편향 교육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와 전교조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교육이 실현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달라는 바람이다. 전교조는 1989년 출범하면서 민족, 민주, 인간화가 중심이 된 참교육 구현을 내세웠다. 31년이 흐른 지금, 전교조가 목표로 했던 민족, 민주 가치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남은 것은 인간화다. 인간화는 사람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교육의 본령이다.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경제의 일반화는 인간화를 더 주목하게 한다. ‘인간다움’을 가진 사람만이 인공지능(AI)의 지배를 받지 않고 AI와 협업할 수 있다. 인간다움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소통, 배려, 창의성 등을 망라한다. 그래야 기존의 플랫폼에 더 들어가기 쉽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인간다움’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예가 바로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BTS의 성공 뒤에는 꿈과 끼를 발현시켜주는 교육이 있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대 미학과가 아닌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다면 오늘의 BTS는 없었을지 모른다. 방 대표의 어머니는 아들의 꿈과 끼, 적성을 존중하고 응원했다. 2018년 BTS는 유엔에서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보지 말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라”고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나만의 목소리를 내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이 실현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경쟁을 수반하는 진학 위주의 교육은 오히려 나를 찾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학 졸업자 전공 매칭률 최저, 청소년 행복도 최저 등 이를 뒷받침할 통계는 차고 넘친다. 진학 위주 교육은 교육 참여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늘어나는 사교육비만 봐도 그렇다. 2019년 사교육비 총액은 2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조5000억 원 늘었다.(통계청 자료) 전교조가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점은 교육의 본령에 가까운 인간화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전교조가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인간화를 위한 교육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교조는 현 집행부가 들어선 지난해 인간화를 ‘삶을 위한 가치’로 이해하고 여기에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가치중립적인 의제인 교육이 더 이상 진영 논리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합법적 지위를 되찾은 전교조는 이제 아이들이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진학지도협의회(이하 서진협)와 경기 남양주시가 한국교육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진로진학설명회인 전공 설명회를 선보인다. 이달 20일 열리는 전공 설명회는 100% 비대면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대상자는 남양주시 거주 학생과 학부모 들이다. 전공 설명회는 하루 2회 열린다. 오전에는 역량중심교육 중요성, 2021∼2022 대학입시 설명, 전공 설명, 오후에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을 대으로 일대일 컨설팅을 한다. 강사는 유석용 서진협 회장과 정제원 교사(숭의여고) 등 14명의 서진협 교사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교사 2명이 나선다. 설명회는 5월 준공한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에서 유튜브, 줌 등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 설명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설명회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학생의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내용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설명회는 진로와 진학이 분리된 채 진행돼 정보 전달이 부족하거나 교육적 측면을 무시한 반쪽짜리 행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기존 설명회는 크게 진로에 중점을 둔 진로 설명회와 대학 입시 정보를 알려주는 입시 설명회로 나뉜다. 진로 설명회는 진로를 충실히 설명하지만 진로 정보를 대학 진학과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데 부족했다. 진학 설명회는 진로에 대한 고려 없이 점수에 입각한 대학 진학 방법만을 알려주는 데 치중했다. 특히 설명회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진학 설명회는 수백 개에 달하는 복잡한 대학 전형을 쉽게 알려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학생의 적성을 고려하고 시대 흐름에 적합한 전공을 소개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학 설명회가 계속돼 왔던 것은 전공 전문가의 부족과 간판 및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이었다. 이번 전공 설명회는 전공 정보와 진학 정보가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전공 정보 전달과 진로 코칭이 주된 목적이다. 행사를 기획한 유석용 서진협 회장(서라벌고 교사)은 “학생의 적성과 대학 이후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입학 정보는 학생과 대학, 사회에도 유리하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전공이 갖고 있는 특성과 시대와의 연관을 깨닫도록 도움을 줘 진로에 참고가 돼야 제대로 된 설명회”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의 얘기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2017년 다양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가운데 학생부 종합전형 출신들이 학과 만족도, 성적 향상도, 취업률 및 취업의 질에서 우수했던 반면 정시 수능 전형 출신들이 가장 저조했다는 발표에 담긴 의미와 맞닿아 있다. 2017년 ‘학생부 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를 주제로 열렸던 발표에서 대학들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 적성에 맞춘 전공 탐색을 충실하게 한 학생일수록 대학에서 성취도가 높았지만 점수에 맞춘 학과 선택의 결과는 나빴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렸던 이유도 대학들이 축적한 데이터에 근거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 회장은 “전공 중심 설명회는 기존의 진학 위주 설명회의 틀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은 물론 일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적 조언을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또 다른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명회에 나서는 강사 교사들은 교직 경력 15∼30년 이상 진학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다. 이들이 진로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재선 성북구 교육전문관은 “서진협 교사들은 현재 ‘설명회 시장’에서 사교육 강사들보다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하다. 이들이 기본을 강조하는 설명회를 지속하면 진학만 강조하는 설명회와 차별성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진협의 전공 중심 설명회는 남양주시의 적극적인 관심 덕에 성사됐다. 남양주시가 서진협의 취지에 공감했던 것은 경쟁 위주의 교육을 역량 중심 교육으로 바꾸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전공 설명회 개최 이유를 “시정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과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교육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이 교육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삶의 근본을 바꾸는 데 행정이 역할을 하듯, 교육에서도 행정이 교육 콘텐트의 질과 양을 풍부히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다. 조 시장은 “시민들이 사교육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며 “전공 설명회에는 진학 정보도 들어 있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로 입학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양주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유용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올해 코로나19로 초래된 비대면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시내 취약계층 학생 2300여 명에게 20여억 원을 들여 노트북을 지급했다. 남양주시가 정약용도서관에서 전공 설명회는 여는 것은 ‘도서관이 공부를 하는 공간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하는 곳으로 변해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조 시장의 시정 철학에서 비롯했다. 도서관이 삶의 기본을 닦는 바탕인 만큼 전공 설명회가 교육의 기본을 강조해 도서관이 갖는 의미와 어울리고 설명회가 유용한 입시정보를 전달하기에 도서관의 성격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공 설명회 생방송과 앞으로 열릴 전공 설명회도 정약용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유석용 서진협 회장은 이번 전공 설명회와 관련해 “진로와 진학이 조화된 설명회를 처음 하는 만큼 모범이 될 수 있도록 4월부터 50여 차례의 자체 연수를 진행했다. 전공의 특성과 시대 흐름과의 연관성을 집중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설명회를 통해 서진협이 진학 전문가 그룹에서 진로교육에도 정통한 단체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설명회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의 9000여개 학과를 8개 계열로 나눠 쉽게 설명해주고 진로에 필요한 조언도 해 줄 예정이어서 고3은 물론 중고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서진협 측은 기대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지난달 서울대를 행정수도로 이전하려는 시도는 별무소득으로 끝났다. 서울대를 지역균형발전에 활용하고자 했던 일부 의견은 서울대 구성원들의 반발과 이미 법인화된 서울대를 옮기는 것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반대에 막혔다. 서울대 이전보다 훨씬 지역균형개발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대학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정책을 제안한다. ‘도계 대학도시’다. 도계 대학도시는 강원 삼척시 도계읍을 대학도시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도계에는 이미 강원대 도계 캠퍼스가 있다. 문제는 육백산 중턱인 해발 893m에 있어서 지역발전에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계읍은 1970년대 초 인구 7만7000명의 번화한 탄광도시였다. 그러나 석탄업의 몰락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은 인구 1만1000명(2019년 11월 말 현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만1000명의 인구도 도계 캠퍼스 학생 2000여 명이 주민등록을 옮긴 결과다. 학생을 뺀 순수 인구는 9000여 명 남짓인데 그 가운데 65세 고령 인구는 2580명으로 비율은 28%에 달한다. 9000명 기준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위험 지수인 0.5보다 한참 밑인 0.198에 불과하다. 도계 캠퍼스가 없다면 도계 대학도시도 없다. 도계 대학도시가 갖고 있는 비전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지역대학 소멸 방지,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하는 지역균형개발, ‘스마트 보건헬스 케어 univer+city’다. 도계 캠퍼스는 보건생명 학과들로 특화돼 있다. 취업률은 80% 안팎으로 거점 국립대 최고 수준이다. 이 학과들의 경쟁력을 이용해 도계를 대학도시 겸 보건헬스 스마트 시티로 만들면 지역 회생의 단초와 지역균형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도계의 도로 둘레는 7.7km에 불과하다. 강원대는 이 도로에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 자동차를 자율주행으로 운영하고, 빈집을 강의실과 연구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읍 주변의 천혜의 환경을 이용해 그린 에너지 연구 역량을 강화시키면서 실버 세대 및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배리어 프리 시티를 건설할 경우 아시아 최고의 보건헬스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도계 대학도시는 대학구조조정, 국립대 중심 지역균형개발, 대학-지자체-중앙정부로 이어지는 협력 시스템 개선 등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 대규모 토목 개발을 통한 지역개발이 아닌 대학이 중심이 된 콘텐츠로 지역을 살린다는 시도도 시대흐름에 부합한다. 대학을 지역균형개발에 활용하려면 모델을 잘 골라야 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가야 하며, 단시일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인 삼척시가 의욕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도계 대학도시는 조건을 충족한다. 수도권의 압력을 억지로 빼기보다는 지역의 역량을 키워야 수도권에 몰리지 않는다. 정책 결정자들이 도계 대학도시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충남 홍성의 입학정원 120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대학인 청운대(총장 이우종)가 ‘대학과 지역 동반성장’ 전략으로 강소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청운대는 올해 ‘혁신대학 WURI랭킹(The 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Ranking 2020)’에서 2개 부문이 상위권에 들었다. WURI 랭킹이란 대학의 혁신과 개혁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대학평가 시스템으로 2018년 처음 선보였다. 이 총장 부임 이후 2019년부터 구체화된 ‘이슈 칼리지(ISSUE 칼리지: Industry Support System of University Education·지역산업지원을 위한 대학 시스템)’가 지역산업 발전을 지원하면서 대학의 역량을 키우는 게 청운대의 발전 전략이다. 민관산학 교육 플랫폼 성격을 띤 이슈 칼리지는 혁신대학 WURI 랭킹 산업적용 부문 30위에 오르며 혁신성을 인정 받았다. 청운대가 택한 전략은 어려움에 처한 지역대학들의 돌파구로 자주 거론된 평범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총장이 대학 경영의 전문성과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 총장은 한국대학에서 단시간 내에 성장을 이룬 가천대에서 부총장을 역임하면서 대학 발전전략에 깊숙이 개입한 대학 경영 전문가다. 이 총장은 부임 후 “학내 구성원들에게 지역발전에 기여할 때 대학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전략학과 육성을 통해 인지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대학 인지도와 관련해 “지역대학은 전국적인 인지도가 수도권 대학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G1N2 청운혁신플랫폼구축 프로젝트’는 세계를 선도할 프로젝트 1개(G1)와 국내를 선도할 2개 프로젝트(N2)가 핵심으로 전략학과 육성 및 인지도 향상과 관련이 있다. G1N2 프로젝트는 철저히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청운대가 지원하려는 지역산업은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유기농업, 축산업, 수산물 가공업 등 1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등이 중심이다. 충남 홍성군은 돼지 사육두수 1위, 한우 사육두수 5위로 축산업에 강점이 있다. 또 광천 김 등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1차 산업이 발달해 있다. 청운대의 전략은 대학의 역량을 강화해 1차 산업을 6차 산업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은 학교 인근 내포 혁신도시에 세워질 AI 데이터 센터와 연관이 있다. 청운대가 내년 출범시키는 AI 운영학과와 자율전공학부도 청운대의 지역발전 기여와 연계된 전략학과다. AI 운영학과의 특징은 관련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면서 AI를 활용해 지역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대학은 노벨상 후보를 만들기보다는 지역과 상생해 지역발전을 이끌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이 총장의 대학 경영철학이 들어있다. 지역대학은 스카이 대학과 다른 가치를 추구해야 산다는 뜻이다. 이 총장은 “AI 운영학과는 계약학과와 유사한 것으로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포 신도시에 들어설 데이터 전문 회사인 솔리스아이디씨 등 관련 기업들이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커리큘럼을 짜는데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진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 가르치기(teaching)보다 지도하는(coaching)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홍성의 1차 산업에 AI 운영이 융합되면 1차 산업이 고부가가치화가 돼 지역 산업이 발전하고,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율전공학부는 혁신적인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네르바 대학, 에꼴 42 등과 유사한 이른바 ‘플랫폼 대학’ 성격을 띤다. 학생들은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한 후 다양한 교양과정과 진로탐색을 거친 후 2학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 이 총장은 “자율전공학부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자율전공학부의 교육 특징은 교수가 아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학생이 학습 주도권을 갖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운대의 교육은 ‘현장이 교실’이라는 모토 아래 진행되고 있다. 혁신대학 WURI 랭킹 학생교류 부문 28위로 선정된 ‘골목대장 프로젝트’가 청운대의 현장 중심 교육의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발전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뛰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기획 전공 학생들을 중심으로 홍성읍내 원도심인 명동 상가의 회생과 상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에는 공연기획경영학과 학생들이 공연을 통해 상가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장과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교육은 높은 취업률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취업률 상위학과는 간호학과, 화장품과학과, 사회복지학과다. 청운대는 인재양성통합관리시스템(CEP)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청운대는 인성도 중시하고 있다. 인의예지신애인, 진로탐색 및 생애 설계 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취업 프로그램 덕분에 청운대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취업연계 중점대학에 선정됐다. 올해는 4년제 대학 중 최고 수준인 22억36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학교는 지원금을 가족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해 학생 역량을 높이면서 기업 부담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실무중심 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진로까지 고려한 대학 선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운대 관계자는 “수시 6회 지원대학에서 제외되기에 전략적 선택을 고려할 만하다. 지역에서 역량을 쌓은 후 세계로 진출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운대는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홍성 캠퍼스와 인천 캠퍼스를 합쳐 1034명을 모집한다. 이 총장은 “2022년 서해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 수도권에서 1시간 이내 통학이 가능해 실무중심 학과로 구성된 청운대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현장 중심 교육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현장 실습과목을 정규 교과로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종 총장은…1954년 서울 출생▽경기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동 대학원 도시공학 박사 ▽가천대 교수, 부총장, 제7대 청운대 총장글·사진 홍성=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정된 좋은 일자리를 두고 벌어졌던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지 못해 아쉽다. 기자는 인국공 사태의 근본 원인을 ‘진학 위주의 경쟁교육’에 따른 폐해로 본다. 정규직 고용을 ‘로또 취업’이라 규정했던 일부 청년 구직자들은 ‘부러진 펜 운동’을 전개하며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진학교육의 희생양일 뿐이다. 만약 한국 교육이 이미 만들어진 체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는 법을 알려줬다면 인국공 사태는 없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도전하는 것이 즐겁고, 의미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는 ‘플랫폼 경제’가 이끌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무형의 공간인 플랫폼이 경제의 주력이 됐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위상은 더 커졌다. 전 세계는 이들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 청년들도 이 안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통할 수 있는 자질은 국어 영어 수학 점수가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창의적 역량이다. 한국 교육이 변해야 될 이유다.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플랫폼에서 마음껏 놀고 즐기며 창조할 수 있다. 교육변화의 요인은 또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영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에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 기능으로는 밥벌이가 안 되는 시대다.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로봇 밀도는 774대로 세계 2위다.(국제로봇연맹 2019년 자료) 로봇 전문가인 박종오 전남대 교수는 “한국의 로봇 밀도가 높은 것은 인간이 창조적인 영역을 확대시켜 사회와 기업이 발달하는 데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긍정적인 측면의 전제는 교육 변화이다. 교육이 변하려면 진학교육으로 성공한 586세대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경쟁률이 낮은 환경에서 대학을 갔고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이 기준이 2030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를 잡아갔던 역량을 강조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후퇴한 것은 뼈아프다. 제2, 제3의 인국공 사태를 막으려면 점수보다 개개인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최진석 교수공간 재배치 통한 인문적 태도 중요정약용 도서관이 선도적 역할 해야■ 조광한 시장새로움 향한 ‘호기심’이 다산정신실패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가까운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태어났다. 남양주시는 올해 5월 정약용도서관을 다산신도시에서 개관했다. 연면적이 1만3000m²로,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이자 전국에서 6번째로 큰 공공도서관이다. 장서 수도 22만3000여 권 에 이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서관과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도서관을 벤치마킹해 북유럽식의 감각적인 공간 구성과 채광, 개방감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남양주시는 또 이시영(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회영(건국훈장 독립장) 선생의 형인 이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이석영(1855∼1934·건국훈장 애국장)선생을 기념하는 광장과 도서관을 조성하고 있다. 영의정을 지낸 귤산 이유원에게 입양된 이석영은 당시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었으며 6000석의 토지와 가옥을 팔아 신흥무관학교 설립 등에 독립운동자금을제공한 인물이다.남양주가 개발 이슈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역사와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와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3일 정약용도서관에서 만나 ‘인문학의 힘’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서관 운영이 중단됐으나 이날 대담은 체온 측정 등 철저한 방역 절차를 거쳐 도서관 2층에서 진행됐다.진행=이종승 부국장도시에 인문학이 왜 필요할까―남양주시는 최근 정약용도서관을 개관하는 등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에서 인문학을 중시하는 이유가 궁금하다.최 교수=도시에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공간이다. 공간은 비율, 세련미, 절제 등 여러 가지를 통해서 의미를 생산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말했듯이 인간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이 인간을 결정하고 지배한다. 인문적으로 공간을 대한다는 것은 공간을 가졌느냐 안 가졌느냐 정도의 문제를 넘어선다. ‘공간이 이래야 되겠다. 공간이라는 것이 인간한테 이런 의미가 있구나. 또 우리가 공간을 이렇게 재배치해야겠구나’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공간에 대한 인문적인 태도라고 본다. 공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다니는 노선이 달라지고, 생각하는 대상이 달라지고, 생각하는 형태가 달라진다. 공간을 더 잘 배치해보려는 노력 그 자체가 ‘인문적’이다. 인문적이라는 말은 ‘선도적·창의적·선진적’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간을 대하는 인문적 태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조 시장=최 교수님이 제시하는 인문학적 비전과 가치를 잘 음미해보면서 정체됐거나 고착돼 있는 우리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불씨를 한번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 도시와 인문학의 만남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어떤 것이든 장담할 수 없고 예단할 수 없으나 실패가 됐든 성공이 됐든 뭐든지 해야 한다. 실패가 있어야 반성을 해서 뭐라도 한다. 실패가 없으면 절대 앞으로 나갈 수 없다.최 교수=‘실패가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적어진다. 실패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실패가 항상 준비돼 있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 남양주시가 인문적인 높이, 문화적 높이를 향해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약용도서관의 규모가 전국에서 6번째로 크다고 한다. 북유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조 시장=막연하고 조금은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북유럽 도서관들을 보면서 구체화시켰다. 인간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에 의해서 인간이 지배를 받는다는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도서관은 공부나 독서의 공간에 그치지 않고 생각의 공간이 돼야 한다. 생각의 공간이 만들어지려고 하면 그에 맞는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다. 앞으로 도서관은 딱딱하고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내 집 거실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90%만 만족하고 있다. 나머지 10%를 어떻게 채우느냐를 고민하고 있다.최 교수=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한 생각의 결과를 살았다. 우리가 생각해서 살지 못했다. 우리는 지식생산국이 아니라 지식수입국이었다. 우리나라가 해야 할 혁신은 지식수입국에서 지식생산국으로 바뀌는 것이어야 한다. 혁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고 싶으면 항상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변혁의 시대에는 더 그렇다. 지식은 생각의 체계적인 결과다. 지식수입국은 생각을 하지 않으나 지식생산국은 생각을 한다. 혁신의 길로 가려면 생각 않던 삶을 생각하는 삶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생각은 도서관에서 가능하다.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 본다면 도서관 공간이 아니라도 가능하다. 정보의 습득을 넘어 생각을 하려면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나는 정약용도서관이 생긴 의미를 크게 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생각을 않던 삶에서 생각을 하는 삶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생각하는 공간을 선도적으로 그리고 비중을 둬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혁신 방향에 매우 맞는 일이라고 보고 남양주가 모범이 돼 다른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정약용도서관을 건립한 남양주시에 박수를 보낸다.―남양주에서 태어난 다산은 목민관의 리더십을 제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산의 정신 중 무엇이 강조돼야 한다고 보나.조 시장=정약용 선생은 염원하고자 하는 사회 변혁의 꿈이 현실에서 좌절되는 아픔을 많이 느끼셨다고 본다. 그의 핵심 키워드는 ‘호기심’이다. 성리학적 질서의 사회 속에 비성리학적 문물에 관심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다산이 천주교 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단으로 천주교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18년의 귀양생활을 해야 했다. 정약용 정신은 늘 시대의 현상에 머물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려는 호기심에 있다고 본다. 천주학을 학문적 관심으로 접근해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정약용도서관을 새 도서관 이름으로 정했다.최 교수=호기심이라는 키워드는 인류에게 있어 변혁의 출발점이다. 정약용 선생이 분명하게 제시한 것은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하겠다(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이다. 그는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라고 절규했다. 조선은 건국 초기에 유교를 중심 이데올로기로 삼고 200년 동안 아무런 혁신 없이 지내다가 1592년 임진왜란을 겪었다. 임진왜란 후에도 정신을 못 차렸다. 1836년 정약용 선생이 돌아가시고 나서 70여 년 뒤 한일병합이 됐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이 남의 생각을 받아서 사는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가 하는 것을 조선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정약용 선생은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하자고 호소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은 지식과 정보가 힘이 되는 사회로 가는 것이기에 지식과 정보가 숨쉬는 도서관이 과거에 비해 훨씬 중요해졌다. 다른 나라보다도 특히 우리에게 그렇다.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을 기억하자―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의 이름을 딴 광장과 뉴미디어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정약용도서관 건립과 같은 맥락인가.조 시장=역사적 평가가 다르겠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세 번의 전쟁이 있었다고 본다. 독립전쟁, 6·25전쟁, 베트남전쟁이다. 독립전쟁을 통해 나라를 되찾았고, 6·25전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베트남전쟁은 우리가 경제적인 도약을 할 수 있는 불씨가 됐다.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가 독립전쟁을 치렀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우리 모두가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실생활과는 별로 연결이 안 돼 있다. 어쩌다 한 번씩 강조될 뿐이다. 엄청난 희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독립운동가들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 모든 영광은 동생인 이회영·이시영 선생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석영 선생이 아니었으면 두 분도 (독립운동 업적을 남기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본다. 이석영 선생이 1910년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 40만 원은 지금 가치로는 2조 원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이회영·이시영 선생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인정을 받고 있으나 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전 재산을 바쳤던 이석영 선생의 희생과 아픔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공정의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분의 발자취를 남양주에 남기는 것이 공정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다. 이석영 광장은 나라를 잃은 아픔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8월 29일 경술국치일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남양주가 만든 역사공간 ‘리멤버1910’은 어떤 곳인가.조 시장=정약용 선생이 돌아가시고 70여 년 만에 나라가 망했다. 그 아픔을 결코 잊어선 안 되지만 국가가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애국심은 저절로 우러나와야 한다.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여러 역사적 기록에 나와 있다. 그것을 잊어버리면 우리의 아들 딸 손자손녀 세대를 건강하게 키워낼 수 없다. 리멤버1910은 전시관이 아니라 카페처럼 꾸몄다. 와서 먹고 마시고 놀다가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리멤버1910의 또 다른 의미는 상처 그리고 다짐이다. 상처를 기억하고 기록해둬야 한다. 상처가 상처로만 끝나선 안 되고 다짐을 해야 한다. 내가 돈이 없어서 구박을 받았다고 치자. 그 상처를 기억해야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 않겠나.최 교수=상처라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세계의 모든 새로운 것들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불편한 것을 해결한 것이다. 상처를 아물게 한 것이다. 호기심이 없으면 문제가 안 보인다. 호기심이 살아 있지 않으면 상처를 쉽게 잊는다. 상처를 보지 못한다. 단순히 리멤버 1910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선 상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느끼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코로나19 이후 특징은 언택트·온택트·로컬택트―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교육이 본격화되는 느낌이다.조 시장=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것은 세 가지다. 하나가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다. 온라인을 통한 접촉인 온택트(ontact)도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멀리 가기가 불안한 시대이니 로컬택트(local-tact)가 중요해진다. 내가 머물고 있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 삶의 여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수락산 계곡에 있던 평상과 천막 등 불법시설물들을 철거한 뒤 모래사장(길이 160m)을 갖춘 시민정원 청학비치를 조성한 게 대표적이다. 하반기에는 이석영 광장, 역사체험관, 역사문화 둘레길 같은 로컬택트 공간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으로는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돼야 한다. 온라인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노트북이다. 왜냐하면 온라인 세계라는 태평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다. 그 배가 노트북이다. 남양주시는 한 달 반 전부터 지금까지 취약계층 청소년 2300여 명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약 2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의 세계를 빨리 접촉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노트북을 통해 게임을 한다, 음란물을 본다는 등의 부작용을 강조하면 도구를 뺏는 것이다.최 교수=기술적으로 이미 준비돼 있고 인간이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과거에 잡혀 사용하지 않거나 이동하지 않으면 전쟁이나 전염병이 돌아 그것을 강제로 적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염병이나 전쟁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그래왔다. 저는 온라인 교육이 코로나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향이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으로만 하자는 게 아니라, 온라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도 기술적으로 이미 원격의료가 준비돼 있다. 과거의 문법으로 보면 원격의료가 생소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것들은 안착되면 항상 비용이 덜 들고 이익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지금 각 대학마다 건물을 만들고 하는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고 있다. 온라인 교육으로 하면 강의실 수요가 많이 줄고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인문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과감한 도전을 할 필요가 있다. 어찌 됐든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도록 강요할 것이다. 판이 흔들리는 이런 일이 후발주자들에게는 기회다.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잘 살리면 우리가 선도국가나 전략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남양주의 교통 접근성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조 시장=남양주가 서울에서 가깝지만 교통은 불편한 도시다. 남양주만의 문제라기보다 수도권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이라는 공간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개념으로서 남양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대도시와 주변 도시 간의 상생과 보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게 잘 안 이뤄졌다. 서울의 부족한 주택 기능만을 옮기려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남양주가 서울의 보조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교통이다. 남양주는 서울 강남권까지 거리가 16km에 불과해 철도교통 문제만 해결되면 강남권에 편중된 중심지 기능을 일부 흡수할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철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왕숙지구에 3기 신도시를 유치했다. 왕숙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통대책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확정되고 서울 지하철 노선의 남양주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GTX-B노선이 완공되면 청량리까지 17분이면 갈 수 있다. 남양주의 다핵도시(와북·진접·화도) 간 내부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땡큐버스도 도입했다.남양주=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고교 진로교육 교재로 제공해 호평 받고 있다. 2019년부터 교육 플랫폼 제공을 시작해 올해는 안성 가온고 등 주변 학교 3곳으로 확대했다. 이들 학교에는 자율주행자동차 교육 플랫폼인 다람쥐와 C언어를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로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트윈기반 온라인 전공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 중 이다. 스마트자동차공학부가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강의에서 활용했던 소프트웨어들이다. 2019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제작1 수업에서 설계와 시뮬레이션 및 실제 제작까지 가능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이 플랫폼은 실험 실습까지 가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효용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 학부가 진로 체험용으로 제공한 다람쥐는 컴퓨터를 활용해 현실을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비대면으로도 실습이 가능한 게 강점이다. 윤치영 가은고 교장은 “자동차, 로봇, 3D를 활용하는 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다람쥐로 프로그래밍 교육과 제작 실습까지 할 수 있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개발을 이끈 고국원 교수는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는 지금까지 쌓아 온 차별화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주변 학교에 더 보급할 것”이라며 “전국 청소년에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 받는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화학공학은 원료물질로부터 유용한 중간체 물질 혹은 최종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공정을 연구하는 응용학문이다. 현대 화학공학의 주요 관심은 소재 연구와 정보통신기술(ICT) 및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해 효율적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전북대 화학공학부는 뚝심 있는 학과다. 뚝심은 기본을 강조하는 교육과 교수들의 학문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학문도 시대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학부는 이 같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기본을 놓치지 않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는 나노화학공학, 생명화학공학, 에너지화학공학 등 3개의 세부 전공 분야로 나뉘고, 모두 공학교육 인증을 받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 나노화학전공은 나노소재, 정밀화학, 고분자 및 반도체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공정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생명화학전공은 분자생물공학 및 생물공정공학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 첨단 생명공학분야에 진출시키는 데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에너지화학공학전공은 신·재생에너지 및 공정신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쌓아주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실험 교육을 강화했다. 교육과정은 1, 2학년 때는 수학과 공업수학, 물리학, 화학, 생화학, 화공 열역학, 반응공학 등 기초학문을 강조하고 3, 4학년 때는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짜여 있다. 기업 현장 견학, 전문가 초청 특강, 전공 맞춤형 취업 캠프, 화공기사 자격증반 운영 등 비교과 과정도 학생들의 전문성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에는 연구 성과가 좋은 교수들이 교육도 잘하고 행정도 잘한다는 통설이 있다. 화학공학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교수들의 연구 경쟁력이 전북대에서 최고 수준이다. 16명의 교수진은 최근 2년간 SCI급 논문 100여 편을 발표했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전북대에서 정교수 조기 승진 1호를 기록한 윤영상 교수,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한윤봉 교수, 거대 억새를 활용해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전문성이 있는 한지훈 교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제작에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임연호 교수 등이 모두 해당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교육과 연구력을 바탕삼아 학생들의 취업률과 취업의 질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졸업 후 1년 내 취업률은 60%를 넘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LG화학 등 대기업 취업자와 공공기관 및 공기업 취업자가 70% 이상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도 유망성이 검증된 회사가 대부분이며 학생들은 대개 졸업 1, 2년 내에 취업에 성공한다. 학부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5년마다 실시하는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2013년과 2018년 2회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또 2017년 QS(Quacquarelli Symonds) 평가에서 200위권 초반에 랭크돼 학부의 경쟁력을 입증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진학지도협의회(서진협)가 전공 정보와 진학 정보를 하나로 묶은 신개념 전공 설명회를 전파할 계획이다. 서진협은 올해 4월 14명의 서진협 교사와 경북, 전북 고교 교사 등 16명으로 전공 설명회 교사단을 꾸리고 20여 차례에 걸쳐 대면, 비대면 자체 연수를 통해 전공 역량과 강의 방법에 대해 연구해왔다. 서진협이 신개념 전공 설명회에 힘을 쏟는 이유는 입학 정보를 강조하는 입시 설명회만으로는 진로에 바탕을 둔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유석용 서진협 회장은 “신개념 전공 설명회의 최종 목표는 교사가 역량 중심 교육에 기여하도록 능력을 키우는 데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교사들이 전공 정보에 정통해 진학지도에서도 질적인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회장의 발언은 학교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부족한 전공 정보는 대학생 혹은 입학사정관을 통해 얻기도 했지만 양과 질에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진학지도도 버거워하는 현실에서 동료 교사가 나서서 교사들에게 적합한 전공 정보를 전달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서진협의 시도는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교육 방법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낯설지 않은 지금, 대면으로만 입시설명회를 해야 한다는 통념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서진협의 시도가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실제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김민환 거제제일고 교장은 “공교육 진학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입시 정보 및 진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사교육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에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전공 설명회 교사단은 사교육 강사들보다 역량이 뛰어나기에 의대를 포함한 모든 계열 대학입학 상담과 중고교 학생들의 진로 상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달 8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과 12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가 21대 국회에서 어떻게든 교육개혁 입법이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11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대학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교육개혁에 대해 여야가 정책 경쟁을 벌이는 일은 바람직하다. 현재의 과도한 진학 위주 교육으로는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교육은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대학을 관리 대상으로만 봤던 정부의 대학정책의 후과는 한국 대학의 수준만 낮춘 결과로 나타나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당이 지난 20대 국회 때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려고 했던 것도 ‘교육이 백년대계가 되려면 정권과 정파를 초월해야 가능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국가 경쟁력 저하를 교육 불평등에서 찾은 김 위원장의 생각은 지금까지 많은 교육 전문가와 경제계에서 주장해 온 것과 다르지 않다. 모처럼 교육에 대해 같은 인식을 가진 여야가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비대면 시대에 맞는 교육,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역량 중심 교육’은 진학 교육을 대신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필요하다. 여기에 교원의 역량을 높이는 제도도 고려돼야 한다. 요사이 전국의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들이 경험한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더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입법도 절실하다. 비대면 교육의 활성화는 관련 분야인 에듀 테크의 성장을 불러올 것이다. ‘교육=성장 동력’이라는 인식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육성, 한전공대 설립, 차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 설립으로 이어지는 정부 정책은 대학과 맞물려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을 유력한 방법 중의 하나는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교육을 두고 일어난 최근의 일들은 정파는 물론이고 지역, 계층을 초월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의적절한 논의다. 사교육에 부모들의 노후자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쏟아 넣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서 아우성이다.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만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세대를 길러낼 수 있다. 여야의 분발을 기대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자폐는 소통 못하는 특별함이다.” 자폐의 특징을 따뜻한 마음으로 설명하는 이 말에는 자폐 연구에 30년을 바친 고윤주 루돌프연구소장(사진)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자폐 증상의 특징은 소통 문제, 같은 행동 반복, 특정 감각에만 반응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자폐의 범위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거의 없는 경미한 증상에서부터 일상생활이 힘든 중증까지 광범위하다. 고 소장이 소통 문제를 자폐의 대표 특징으로 꼽은 이유는 광범위한 자폐 증상 기저에 공통적으로 소통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 소통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한다면 자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소장은 자폐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에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흔히들 자폐는 후천적, 환경적 요인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선천적 요인인 유전자 변이 때문에 생긴다. 500∼1000개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뇌 발달 편차를 불러와 자폐로 까지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오래전에 나왔는데도 일반인들이 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은 자폐의 원인이 ‘냉정한 엄마, 아빠’에게 있다고 생각해 자폐를 인정하지 못하고, 적합한 치료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그는 최근 2000년 이후 자폐 연구 자료를 정리하고 자폐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에 도움을 주기 위해 ‘루돌프 코는 정말 놀라운 코’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자신이 세운 자폐 연구기관인 루돌프연구소에서 15년간 진행했던 3000건의 자폐 상담 사례를 묶은 것이다. 고 소장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쾰른대에서 심리학 박사를 받았고, 캐나다 맥길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2005년 귀국 후 자폐 전문 연구 기관인 루돌프연구소를 설립하고 자폐 연구에 몰두해 왔다. 고 소장의 자폐 연구 성과는 자폐 치료 관련 재단인 미국 오티즘스픽스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자폐스펙트럼 장애 유병률 국제 공동 연구’에 담겨 있다. 그는 연구를 통해 희귀병으로 인식됐던 자폐 유병률이 100명당 2.64명으로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를 담은 ‘장애스펙트럼 장애 유병률’ 논문은 2011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역학 연구 분야 올해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2012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원하는 자폐스펙트럼 유전자와 틱 유전자 국제공동연구에도 한국 연구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고 소장은 “자폐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자폐 문제 해결에 사회가 나서야 할 때”라며 “장애인을 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지만 아직 장애인을 같은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되는 개미 투자자들의 최근 주식투자 열풍에 참여하는 ‘2030세대’도 상당수다. 이들 가운데는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도 많다.젊은 세대들의 재테크에는 절실함이 있다.자신들이 수입으로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부동산 가격,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부의 축적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홀로서기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제관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제적 활동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경제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진학 위주 교육만 받았던 2030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고령화로 인한 경제 판도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적 전개,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경제의 활성화 등 2030세대 앞에 놓여진 환경은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해 예측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동학개미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2030의 투자 성적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들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데 경제 활동의 기본을 갖추는 것은 더 중요하다.동아일보는 미래 세대의 경제적인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교육적,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학주 한동대 교수와 김동환 대안경제연구소장의 대담을 마련했다.―2030의 투자실태는 어떻습니까?김동환 소장: 공부를 통해서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2018년 비트코인 광풍과는 다른 점입니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경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암호화폐 투자에서 얻은 반성도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2030은 부를 추구하지만 부에 대한 개념이 없고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어떨 땐 부자에 대한 굉장한 반감도 표출합니다. 공부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가면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이 방법 대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김학주 교수: 2030은 기득권의 부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택했습니다. 재주만 잘 부린다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 투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이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기득권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저금리로 풀어진 돈이 실물경제로 옮겨가 성장과 고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 돈이 금융자산의 거품을 만들어 기득권의 부를 만드는 데 쓰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득권과 너무 벌어진 갭을 메꾸기 위해 한 방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2030세대의 절박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요.김 소장: 기성세대가 겪었던 환경 차이가 큽니다. 우리 세대는 공부하고 일하느라고 재테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고민 안 해도 됐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높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승진하면 연봉이 올라갔습니다. 집값이 비싸지 않았을 때라 연봉만 오르면 집을 사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연봉이 높고 상대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대기업 트랙에 올라탄 이들은 원래 부자이거나 특목고 출신들이 많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려받을 수 있는 재산이 없는 젊은이들은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를 알고, 양극화를 체험하면서 직업 외적인 자본소득, 근로소득에 대한 욕구를 느껴 어쩔 수 없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뛰어드는 것입니다.김 교수: 소장님 말씀처럼 과거에는 우리가 성장하는 사회였습니다. 재테크가 아니더라도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저성장으로 돌아섰기에 기성세대가 가졌던 기회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가속화되는 노령화로 인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가 돼 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구 경제가 무너지고 신 경제가 올라오고 있는 지금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자본을 축적한 기성세대의 투자 패턴을 2030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모른 채 자산을 투자합니다. 투자 설계를 한 다음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데 수익 이후의 플러스 알파만 보고 들어가고 있습니다.―2030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지요.김 교수: 모든 경제 수요는 인구 구조에서 나오는데 과거는 만들기만 하면 팔렸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맞춤형이라는 스마트 개념이 들어간 것만이 팔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바이오 산업이 뜨는 것도 은퇴 시점에 들어선 베이비붐 세대들이 아프고 건강상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바이오, 컴퓨터 공학 등 신산업에서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주는 곳보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올라오는 곳으로 찾아가서 직업을 구하거나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기업이 성장 잠재력이 있는 블루 오션을 갖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이 기업만의 핵심 경쟁력이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셋째,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역량을 외부와 협업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서울대 나온 친구들도 안정성을 중시해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잘나가고 있는 대기업과 월급을 보고 갔을 때 20년이 지난 다음에도 대기업의 가치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김 소장: 진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돈이 흘러 다니는 길목에 서 있거나 아니면 정보가 흐르는 길목에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교사, 공무원 혹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한 후 돈 벌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관계없는 직업을 갖고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직장 일을 하면서 재테크를 잘해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합법적인 정보에 접근해 해석할 수 있는 직업, 즉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직원이 된다면 양쪽을 다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목표로 세운 지향점과 직업이 받쳐주지 않는 부조화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만약 제가 대기업에 취직을 못 하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노량진 가서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대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부동산 중개인이 될 것 같습니다.―교육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요.김 교수: 금융지식을 가르쳐야 하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금융지식은 개인이 이를 활용해 신성장 기업을 이해하는 데 필수 요소입니다. 현재 금융기관은 기업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됐습니다.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활용하는 역량이 투자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표준화된 정보와 시스템으로는 신성장 산업을 가르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성공하는 창업교육을 시키려면 현재의 대학 시스템으로는 부족합니다. 대학 교육이 주도적 창업을 가능케 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려면 산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한 사람이 더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연구를 한 사람과 현장 경험이 있는 교수 비율이 반반이지요. 학생은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정보 획득에 필요한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산업이 부각되고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으려면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김 소장: 초중고교에서 경제교육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얼마 전 같은 내용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지만 20만 명에 미달돼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교육이 없습니다. 지폐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 거의 대부분은 체면을 중시하는 성리학자들입니다. 돈을 사랑하지만 이것을 표현하면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돈에 대한 겉마음과 속마음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벗어나 초중고교 때 돈이 무엇인지, 돈을 어떻게 벌고 늘릴지 그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공교육의 경제교육 부재로 인해 부자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의 경제적 기본이 달라지고 이는 투자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대안도 있습니다.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지만 임금 피크제에 걸렸거나 명퇴한 분들 가운데서 일부를 선발해 교육을 시켜 공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경제교육에 대한 기본 없이 대학에 가서 경제교육을 받았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같이 가야 할 것이 지속적인 간접체험과 저축입니다. 책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소득을 모아 투자를 할 수 있는 종잣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성숙하게 되며 잘 버텨내야 투자도 성공할 가능성이 많습니다.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자체와 대학이 참여한 ‘지자체-대학협력 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사업)’ 마감이 다음 달로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이번 사업을 계기로 대학의 산학협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의 골간인 교육, 연구, 산학협력 중 가장 ‘약한 고리’인 산학협력을 보강해주는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대학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에 중심 역할을 하려면 대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산학협력이 잘 되도록 대학이 원하는대로 문제가 풀려야 한다. RIS사업은 대학의 역할 측면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대학 정책과는 다르다. 이 정책을 통해 ‘대학은 구조조정의 대상’이라는 시각이 변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대학이 찬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대학과 사회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자율성 확대와 재정 확대가 바로 그 족쇄다. RIS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거점 국립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임기병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이 중심이 되는 산학협력이 이뤄진다면 대학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단장은 그 전제로 “지금보다 확충된 재정 지원을 대학이 자율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IS사업의 취지는 대학을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대응자금 출연이 이 사업의 주요 구성요소여서 대학이 지자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임 단장의 말에는 경상비가 대다수인 대학 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면, 대학 판단에 의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산학협력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도 들어 있다. RIS사업에는 현 정부의 대학정책이 반영 돼 있다. 한전공대 설립,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건립 같은 사업들도 기초를 중시한 대학정책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시설 투자 위주의 대학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대학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과를 얻으려면 우선적으로 대학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그 바탕 위에 지자체와의 원활한 소통이 진행되는 정교한 정책이 진정으로 대학의 가치를 살릴 수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항공 및 관광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항공서비스학과를 개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항공서비스 관련 학과는 30여 개 4년제 대학에서 생겼다. 2년제 대학까지 합하면 현재 100여 개 학교가 항공서비스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항공산업이 잠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면 항공 수요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 학과의 지위 역시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청주대 항공서비스학과는 항공안전에 중심을 둔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신설된 이 학과는 ‘내일의 하늘 길 안전은 우리가 책임진다’라는 모토를 구현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갖췄다. 청주대 항공서비스학과는 최근 항공안전 핵심교육 설비 가운데 하나인 도어 트레이너(Door Trainer)를 설치했다. 도어 트레이너는 비상탈출을 위한 필수 시설이지만 고가인 탓에 대학이 도입하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 항공서비스 관련 학과에 도어 트레이너가 설치된 것은 청주대가 처음이다. 46개의 항공서비스학과 가운데 최고의 접근성과 학교 인근에 산재한 항공 관련 인프라도 청주대 항공서비스학과가 가진 경쟁력이다. 청주대가 전국 어디서든 대중교통으로 쉽게 올 수 있다는 점은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 청주는 국토의 중앙에 위치해 수도권 및 영호남에서 접근하기 쉬운 데다가 도보 5분 거리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고 KTX 오송역도 대중교통으로 이용 가능하다. 학교에서 20분 거리 안에 있는 청주공항, 공군사관학교도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올 5월이면 청주공항을 주 공항으로 사용하는 에어로케이가 운항을 시작하는데, 항공서비스학과는 이 회사와 긴밀한 교육 협력을 할 예정이다. 학과의 목표는 항공서비스학의 질적인 성장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이는 항공서비스의 기본인 항공안전이 더 강조돼야 항공업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설된 항공안전관리실무, 인적요원관리 과목들은 항공안전에 대한 기본부터 심층까지 이해를 돕는다. 학과는 학부 내의 항공운항학, 항공기계학, 항공정비학과 등과 융합 교육을 통해 항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바탕으로 삼고 있다. 승객 응대에 필요한 서비스 교육도 중시한다. 학생들은 모크업(MOCK-UP·항공기 객실 모형), 이미지메이킹 & 워킹실, 식음료 실습실 등에서 승객들이 편안한 여행을 즐기는 데 필요한 태도를 익힌다. 서비스는 마인드와 태도가 중요한 만큼 여기에 필요한 실용 학문과 인문학에 대한 이해도 강조된다. 항공법에는 객실 승무원의 업무 우선순위를 비상탈출 및 탈출 상황 대비, 항공안전 및 보안, 승객 지원, 기내 서비스 순으로 명시하고 있다. 학과는 항공안전에 특화된 교육과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 교육이 항공사와 항공법령이 규정하는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청주=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취임 한 달을 넘겼다. 경북대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대한민국이 고른 발전을 하려면 수도권 위주의 발전 정책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맞춤형 지역발전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시민사회운동과 지역발전 간의 연계를 공고히 하는 데 교육과 대학의 중요성을 알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부가 경제·사회·문화 등 소프트 파워에 의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강조하기 위해 이 분야에 정통한 김 위원장을 임명했다는 해석도 있다. 22일 김 위원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집권 후반기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정책 의지를 들어봤다. ― 취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위원장으로 취임 하면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정책이 있나요. “교육, 일자리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국가균형발전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습니다. 지역혁신성장의 동력인 ‘사람’에 초점을 두면 지역의 인재가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개념이 포함된 균형발전에도 신경을 쓸 것입니다. 아울러 24조 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48조 원 규모의 생활 SOC, 광주·구미·군산 등의 지역상생 일자리, 규제 특구 등의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정부가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대해 지역 대학과 지자체는 큰 기대를하고 있는데요. “균형발전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경쟁력과 혁신 역량을 가능케 하는 지역 인재 육성이 중요합니다. 지역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지역대학의 역할이 매우 큰 것이지요. 더불어 대학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만들어 지자체와 대학 간의 협력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주력 산업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은 대학의 역량 강화와 연관돼 있습니다. 위원회가 ‘교육 분야 균형발전 지원단’(가칭)을 구성하려는 것도 교육이 가진 잠재성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생활 SOC 복합화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금년도 계획은 어떻습니까. “생활 SOC는 국민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이기에 올해도 정부가 추진할 역점 과제입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분권과 혁신, 포용의 3대 가치와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균형위는 기존의 10개 복합화 대상 시설에 공립 노인요양시설, 전통시장 주차장, 로컬 푸드 복합센터 등을 포함시켜 13개로 늘리고 국비 인센티브 기간을 연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학교 시설과 부지를 활용한 학교복합시설 건립과 공공임대 주택의 편의시설 복합화 등은 지자체의 부지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전공대가 균형발전에서 갖는 의미와 2022년 개교를 뒷받침하는 국가균형발전위 차원의 계획은무엇인가요. “정부는 한전공대의 설립이 지역발전을 견인해 수도권 집중을 덜어줄 모멘텀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전공대는 세계 최초의 에너지특화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합니다. 에너지시장은 AI, 바이오 등과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면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큽니다. 특화된 대학이 국부를 일구고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학교육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개교를 하려면 한전공대는 총장 후보자 선임, 각종 인허가, 연구시설 유치, 재정 지원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균형위는 개교에 차질이 없도록 중앙부처 간 협조와 조율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