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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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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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 아닌 필수”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로 첫 주최 ‘주목’

    11년째 1인 출판사를 운영 중인 A 대표는 요즘 2주 앞으로 다가온 서울국제도서전 준비로 정신이 없다. 홀로 부스 하나를 채우기 부담스러워 다른 1인 출판사 4곳과 부스 2개를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A 대표가 빠듯한 사정에도 4년째 도서전에 참가하는 건 “이런 책 만드는 출판사는 여기서 처음 봤다”는 현장 독자 반응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모이니, 책이 발견된다”며 “작은 출판사들에게 도서전은 전국구로 존재를 알릴 기회”라고 했다.국내 최대 책 축제이자 아시아 대표 북페어로 자리 잡고 있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18일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지난해 15만 명이 찾는 등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도서전은 올해 참가 출판사가 535곳. 지난해(452곳)보다도 83곳이 늘었다. 다만 1954년부터 70년 넘게 이어온 도서전이 올해 처음 주식회사 체제로 바뀌며 출판계 내부의 진통이 만만찮은 만큼 운영의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자를 직접 만날 귀한 기회”최근 출판사들 사이에 서울도서전 참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다. 끝없는 도서 시장 침체 속에서 이만한 ‘특수’가 없다. 대형 출판사들은 저마다 부스를 10개 내외씩 마련하고,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도서전 기간에 출간하는 등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올해는 부스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한 출판사 대표는 “서울도서전은 10월 노벨 문학상 발표와 함께 연중 출판계의 가장 큰 이벤트”라며 “도서전을 찾는 충성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출판계 관계자는 “도서전에 부스를 내지 않으면 작가들이 서운해할 정도”라고 했다.올해 도서전은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 수상자인 김주혜 작가를 비롯해 소설가 김금희 김초엽 정보라 천선란 한유주 김동식 등이 북토크 프로그램으로 독자를 만난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원작 소설에서 받은 영감을 나누는 행사도 열린다. 올해 도서전 주빈(主賓)인 대만의 유명 소설가 천쉐(陳雪)와 천쓰훙(陳思宏) 등도 연사로 나서 더욱 볼거리가 풍성하다.●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서울도서전은 원래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주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2023년 수익금 관련 회계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며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을 끊었다. 이에 출협은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을 지난해 설립했다.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나 출판계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거셌다. “도서전을 사유화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조직된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는 “특정 출판인들과 몇몇 서점이 주식회사 지분의 70%를 보유했다”며 “출판계가 공적 자산으로 키워온 도서전인데 공공성이 약화됐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실제로 주식회사 체제에선 도서전이 수익 창출 위주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입장료는 지난해와 같지만, 올해 부스비는 일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영세 출판사나 동네책방은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동네책방 대표도 “지금도 수백만 원의 부스비가 부담돼 공공기관 등의 지원이 없으면 참가가 어렵다”고 답답해했다.이 때문에 소규모 출판사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단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 출판사 대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도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되지만 ‘공공성 유지’를 최우선 가치로 정관과 규약에 담고 있다”며 “출판계 시민단체 등을 이사로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윤철호 출협 회장은 “출판계의 우려를 알고 있고, 이는 도서전이 가진 앞으로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전에도 자문 조직을 운영했던 적이 있는 만큼 여러 의견을 들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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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마음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 눈물없인 읽을수 없는 기적같은 책”

    최근 출간된 ‘한국의 마음을 읽다’(독개비)는 무려 740쪽에 이르는, 이른바 ‘벽돌책’이다. 한일 양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한국 47명, 일본 75명 등 122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내용은 간명하다. 양국 문인과 책방지기, 심리학자, 철학자 등이 저마다 ‘한국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을 추천했다. 책과 얽힌 개인적 인연들을 소개해 인상 깊다.이 책은 2014년 ‘한국의 지(知)를 읽다’와 2024년 ‘한국의 미(美)를 읽다’에 이은 ‘진선미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해당 시리즈의 엮은이로 참여해온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전 일본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는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2010년대 초만 해도 일본에선 일부 한국 예술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지적인 세계는 거의 공유되지 못했다”며 “구미 지성계가 차지하는 위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이에 한국의 지(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했다.노마 교수는 2011년 국내 출간된 ‘한글의 탄생’(돌베개)으로 주시경학술상, ‘한국의 지를 읽다’로 일본 파피루스상을 받은 저명한 언어학자다. 이번 인터뷰 역시 한국어 질문에 한국어로 답해 왔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2000년대까지 일본에선 한글조차 ‘일본의 가나 문자 같은 것이겠지’ 정도의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한글의 탄생’을 낸 뒤로 그런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다고 한다.이후 노마 교수는 양국에서 많은 지식인의 예지를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게 진선미 3부작이다. 하지만 첫 책 ‘한국의 지를 읽다’ 때만 해도 저자 섭외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일본에선 “취지는 훌륭하지만 난 집필할 자격이 없다” 같은 반응이 많았다. 그때마다 “체계적인 전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살면서 한국의 지와 만났거나 교차했던 순간을 써 달라”고 e메일 수백 통을 주고받으며 설득했다. 일본 구온출판사의 김승복 대표가 이 과정을 함께 했다.마지막을 장식한 ‘한국의 마음을…’은 122명이 추천한 283권 가운데 중복 추천이 23권밖에 없다. 노마 교수는 “일본인이 가진 한국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도저히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바”라고 했다. 이번 신간에 담기진 않았지만 노마 교수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일까. 그는 “전공 분야의 편애를 담아 꼽자면, ‘훈민정음 해례본’과 ‘훈민정음 언해본’은 기적 같은 책”이라고 했다. “그런 책 어디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책 모두 뭐랄까, (언어학자로서 감명받아)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원 출판사의 1962년 ‘조선말사전’도 대단한 책입니다.” 신간에는 일본 나고야의 한 서점 주인이 단골에게 최은영 작가의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을 추천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책을 사간 고객은 일주일 뒤 전화해 “나 같은 할아버지도 감동했다고 모두에게 전해 달라”고 전했다. 필자는 서점을 운영한 19년 동안, 이처럼 뜨거운 감상을 전한 전화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고 썼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와 지금은 1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요즘 일본에선 한국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영미나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문학과 마찬가지로 한국 문학도 배우거나 생각하거나 함께하거나 고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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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산-우포늪,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 추진

    한국의 명산인 강원 설악산과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습지인 경남 창녕 우포늪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추진된다.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새로운 자연유산도 찾아 나선다. 국가유산청은 2일 ‘2025∼2029 자연유산 보호 계획’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자연유산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5월 국가유산 체계를 도입한 뒤 첫 자연유산과 관련된 법정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자연유산은 기존 문화재보호법에선 기념물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도입한 국가유산 체계에 따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연유산을 단순한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통합적 자산으로 관리한다는 취지다. 계획에 따르면 먼저 자연유산의 외연을 확장한다. DMZ와 근현대 명승, 동산형 지질유산 등을 중심으로 미래의 자연유산을 발굴한다. 천연보호구역의 범위도 손볼 예정이다. 현재 지정된 11곳 가운데 10곳이 지정 뒤 25∼60년이 경과돼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사 연구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유산 등재 예비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설악산과 우포늪의 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몽골과는 공룡 골격 화석을 보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한중일 협의체를 꾸려 전통 조경 분야에서 교류에 나설 예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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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병장수 기원 창덕궁 ‘불로문’ 균열에 출입제한

    조선시대 임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창덕궁 불로문(不老門)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일 “국가유산 보호와 보존 처리를 위해 창덕궁 후원 애련지(愛蓮池) 권역의 불로문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불로문을 통과할 수 없고 관람 동선도 기존엔 애련지 권역으로 갈 때 불로문을 지났으나, 앞으론 왼편의 의두합(倚斗閤) 건물을 거쳐야 한다. 불로문은 하나의 판석을 깎아 만든 높이 약 2m의 돌문으로 원래는 나무 문짝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을 지나는 사람이 다치거나 아픈 일 없이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문을 쓰다듬고 지나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門’자 가운데 부분에 과거 균열이 발생하는 등 보존 상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궁능유적본부는 창덕궁 옥류천 일대도 전통 경관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비하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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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리우드 홀린 K문학… “유행 따르지 말고 유행 만들어야”

    지난달 천선란 작가의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허블)이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6억 원대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으며 화제를 모았다. 세간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행나무) 역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제작한 다국적 제작사 RT 피처스에 3년 전 영화화 판권이 팔렸고, 지난주엔 노르웨이 여성 감독 테아 비스텐달이 연출하기로 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문학이 해외 영화사들이 주목하는 원천 소스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한국 문학의 해외 번역 출간 및 영화화 계약을 다수 성사시킨 영미권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사진)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모든 주요 미국 출판사가 한 권 이상의 한국 책을 출간한 데 이어, 영화사들도 ‘한국 비즈니스’에 뛰어들길 원하고 있다”며 “한국 문학이 현재 전환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스필버그적” 찬사 속 최단기 낙찰지트워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을 해외에 소개한 1세대 한국 문학 에이전트로, 최근 ‘천 개의 파랑’의 영화화 계약을 성사시킨 것도 바로 그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천 개의 파랑’은 지금껏 해온 (영화화) 계약 중 가장 빠르게 성사됐다”고 했다. 이 작품의 입찰에는 워너브러더스 외에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유명 영국 제작사가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가 훨씬 많은 금액을 제안했다. 지트워는 “(원작에) 스타 배우 출연이나 유명 감독 연출이 확정돼야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워너는 그런 걸 요구하지 않았다”며 “원작 자체가 강력하다고 확신한 것”이라고 했다. 이 소설은 로봇 기수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의 우정을 그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나 할리우드 영화 ‘씨비스킷’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지트워의 말이다. 지트워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이기에 고전적인 감성을 지니면서도,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며 “(핵심 소재인) 경마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취미라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드라마 ‘옐로스톤’ 시리즈의 성공 이후 서부극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 영화에 카우보이적인 요소가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콜로라도, 유타, 몬태나 등 미국 서부의 목장은 훌륭한 배경이 될 겁니다.” 현재 워너브러더스는 영화를 연출할 감독을 찾고 있다. 감독과 각본가를 고용해 시나리오 초안을 만들기까지 보통 16∼18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 문학,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 편혜영 작가의 ‘홀’(문학과지성사)은 우리 문학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 가운데 가장 진도가 빠르다. 최근 배급사가 정해져 이르면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샘 에스메일 프로듀서가 제작 중이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다. 테오 제임스, 정호연, 염혜란 등이 출연한다. 돌기민 작가의 과학소설(SF) ‘보행 연습’(은행나무)은 다코타 존슨의 프로덕션에 판매돼 현재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 지트워 대표는 한국 문학이 한국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문화적 코드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편 작가의 ‘홀’은 줄거리와 캐릭터들이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의 영화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클래식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한국적 배경과 편 작가 특유의 카프카적인 감성이 아주 매혹적인 영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하죠.” 영화 ‘기생충’(2019년)의 아카데미 작품상과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등은 한국 콘텐츠 전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트워는 “한국 작가들 역시 진짜 최고 중의 최고를 찾아야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베스트셀러 자체를 (목적으로) 쓰려고 하지 말고, 써야 할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유행을 따르지 말고, 유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조언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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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혜영 “영화가 소설 재현보다 소설적 세계 확장하길”

    “영화가 소설의 충실한 재현이 되기보다는, 소설적 세계의 확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돼 이르면 내년 개봉을 앞둔 소설 ‘홀’(문학과지성사)의 작가 편혜영은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 ‘더 홀’ 프로젝트는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HBO 드라마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테오 제임스가 남편, 배우 정호연이 아내 역을 맡았다. 지난달 미국 오리온 픽처스가 이 영화의 전 세계 배급권을 확보했다. 편 작가는 “소설을 쓰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인 반면에 영화는 개인적 작업을 집단화, 세계화하는 과정”이라며 “오래전부터 김 감독의 팬으로 특유의 긴장과 유머, 통찰력과 영상 미학을 흠모했던 터라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할리우드 제작진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편 작가는 “미국, 한국 제작자들과 주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소설이 남성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소설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된 여성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고 했다. 특히 “영화에는 소설에 나오지 않는 여성 캐릭터의 면모가 나올 예정인데, 원작자로서 무척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감탄한 장면도 있다”고 했다. ‘홀’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 사람의 이야기로, 겉으론 행복해 보이는 부부 사이에 숨겨진 균열을 파헤친다. 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국제커플로 각색되면서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편 작가는 “언어적 뉘앙스와 문화 차이로 인해 서스펜스가 더욱 강화될 듯하다”고 기대했다. 판권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는 ‘홀’에 대해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미국 작가가 도맡았다. 편 작가는 “내가 원작자이기는 해도 영화 제작은 소설 창작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에 의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고 했다. 많은 원작 소설이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지만 실제 제작에 들어가는 건 소수다. ‘홀’ 역시 바탕이 된 단편 ‘식물애호’가 국내에서 판권 계약이 체결됐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영상 제작이 미뤄졌다고 한다. 판권 계약 만료 뒤 미국 제작사 측에서 연락해 오면서 영화화에 성공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더불어 원작을 찾아 읽어주신다면, 시각적 표현을 다시 활자로 경험하고, 소설 특유의 언어를 발견해 주시면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꾸준히, 조용히, 계속 써 나가고 싶습니다.”(편 작가)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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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오차즈케에 김치 한 점, 재일교포가 사는 방법

    196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인 저자에게 김치는 늘 숙제였다. 일본에서 김치는 예전엔 ‘조선 절임’이라고 했고, ‘김치 냄새 난다’는 말은 조선인에 대한 대표적인 멸시의 표현이었다. 그의 어머니도 셋집을 구하다 집주인으로부터 “김치 냄새가 나서 도저히 집을 빌려줄 순 없겠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저자도 어릴 적 집 냉장고에서 항상 김치 냄새가 풍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소설가인 저자가 평생 먹어온 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사를 되돌아본 에세이다.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인생의 단계마다 함께한 음식을 통해 들려준다. 부제가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혀끝의 기억’인 이유다. 그의 가정에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버무려졌고, 음식도 평생 두 나라의 것을 오가며 살았다. 재일 한국인 2세로 올해 87세가 된 어머니는 평생 남에게 한국인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밖에서 마늘 냄새를 숨기려고 마늘을 적게 넣어 샐러드처럼 먹는 김치를 특별히 고안했다. 식구들이 아플 땐 곰탕을 끓여 먹였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까지 꼬리뼈를 사러 다니곤 했다.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산다는 것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양국 사이에 놓인 처지를 의미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조차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지곤 했다. 저자가 6세 무렵의 일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김치를 젓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아이들에게 김치를 먹여!”라고 어머니에게 명령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김치를 된장국에 씻어 매운맛을 희석한 뒤 밥그릇에 올려줬다. 저자는 공포에 떨며 씻은 김치를 흰 쌀밥과 함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옆에 있던 언니는 김치를 먹자마자 바로 토해 버렸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당신이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제대로 키우지 않아서 그런 거야!”라며 식탁을 뒤집어엎고 말았다. 이처럼 책 속에는 일본에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지독할 만큼 한국 음식과 문화를 고집했던 친지들의 모습과 그로 인한 갈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늘 이리저리 흔들리며 확고한 귀속의식 없이 살아야 했던 저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김치를 변형해서 즐기게 됐고, 엄한 아버지와 희생적인 어머니를 용서하는 어른이 됐다. 그리고 ‘무엇이 나를 규정하든 나는 그냥 인간으로서 나이며, 두 문화를 모두 즐기는 나’라는 인식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절임류가 김치라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흔 살을 바라보는 저자의 어머니는 지금은 한류의 영향으로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을 어디서나 팔고 있기에 ‘마음 놓고 마늘을 많이 넣은 김치를 먹을 수 있고, 쉽게 꼬리뼈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흐뭇해한다고 한다. 오늘 내가 먹는 것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2012년 소설 ‘가나에 아줌마’로 일본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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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듣는 ‘퇴마록’, 읽을 때보다 더 오싹

    최고 기온이 27도까지 올랐던 29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에 앉아 소설 ‘퇴마록’ 오디오북(사진)을 재생했다. 1편 1장. 악마의 힘에 도취된 교주가 피의 공양제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안개에 휩싸인 회당, 횃불을 들고 도열한 승려들, 발 묶인 송아지 한 마리. 인상적인 장면들이 잇달아 나왔다. 이윽고 한 승려가 칼을 휘두르자 송아지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눈을 감고 들으니 성우가 읊어주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재생됐다. ‘둥둥둥’ 북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렸고, 쇳소리가 간간이 들리며 신경을 긁었다. 어느새 더위가 싹 가셨다. 서사에 강점이 있는 소설인 만큼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도 속도감이 느껴졌다. 오디오북 특성상 원작에 있던 상세한 주석은 생략됐다. 박 신부가 다섯 호법을 처음 대면하는 장면까지 들었을 때 열차는 광화문역에 들어섰다. ‘퇴마 세계관’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1994년 처음 출간돼 누적 판매 부수 1000만 부를 기록한 국내 장르문학의 전설 ‘퇴마록’이 8일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나왔다. 이용자가 매긴 평균 별점은 5점 만점에 4.9점.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정대만 역을 맡은 장민혁 성우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용자 가운데 40대 남성 비율이 21.9%로 가장 높은 것도 특징이다. 밀리의 서재 전체 오디오북 40대 남성 이용자 비율은 15.7%로, 40대 여성과 30대 여성에 이어 3번째인 것에 비해 높다. 올해 2월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퇴마록’ 역시 오래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관객 50만 명을 모았다. 전체관람가가 아닌 성인 타깃 국내 에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밀리의 서재 측은 “1990년대 중반 당시 10대 후반∼20대 초반이던 독자들이 지금 40대”라며 “이들 독자에게 ‘퇴마록’은 학창 시절 푹 빠져 읽었던 추억의 작품이고,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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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식량 과잉과 기아는 어떻게 공존하는가

    인류는 필요한 양보다 30% 이상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고 한다. 그런데 8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식량은 넘치는데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배가 고픈 걸까. 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수치와 통계를 바탕으로 식량 과잉과 기아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설명한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은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식량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먹이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부 저개발 지역에서는 사람보다 가축이 더 많은 곡물을 소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식량 체계는 지역 간 불균형과 환경 부담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저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며,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짚는다. 가축 사료로 전용되는 곡물의 일부를 인간의 식량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이나 농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는 농업 기술과 저장, 유통 역량을 전수하고 개량 종자를 보급하는 국제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식량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의지와 정책적 선택에 달려 있다. 책에는 여러 관련 숫자가 많이 나온다. 저자도 이를 의식한 듯 “이 책에는 숫자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안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숫자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이 현대 식량 생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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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작가엔 ‘글쓰기 금지구역’ 있어… 금기 깨고 한발씩 들어갈것”

    “중국 작가는 다른 나라 작가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의 금지 구역’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작가는 그 금지된 깊은 곳의 문을 열고 한 발짝씩 들어가야 합니다.” 1950년대 중국 쓰촨성 촨둥(川東). 일가족이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목을 젖혀 독 비상을 삼킨 뒤 들어가 누웠다. 뒷일을 맡은 며느리는 이들 위에 흙을 덮는다. 관은커녕 멍석이나 천도 없이 묻는 ‘연매장(軟埋葬)’.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지난달 국내 출간된 중국 소설 ‘연매장’(문학동네)의 한 장면이다. 이 책을 쓴 소설가 팡팡(方方·70)은 중국에서 루쉰문학상, 루야오문학상을 휩쓸며 중국에서 당대 최고의 여성 작가로 대접받던 인물. 하지만 2020년 1월 우한(武漢)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봉쇄에 들어갔을 때 중국 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다룬 에세이 ‘우한일기’를 발표하며 삶의 전환을 맞는다.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에세이 덕에 그는 2020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나, 중국에선 금서로 지정되며 수난을 겪었다. ‘연매장’ 역시 중국에선 읽을 수 없는 책.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다뤘다는 이유였다. 칠순을 맞은 올해, 어려운 상황에도 문학에 대한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팡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연매장’은 주인공이 지주 계급이던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며 현대사에서 희생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사실 연매장은 중국 내에서도 요즘 대중에겐 익숙한 개념도, 단어도 아니다. 게다가 환생을 갈망하는 전통적 가치를 가진 중국인에겐 매우 잔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매장’이란 단어를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처음 들었다. 수년간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으시던 중에도 “나는 연매장 당하고 싶지 않아!”란 말을 반복해서 하셨다고 한다. 그때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내게 날아와 명중했고,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민감한 주제를 다뤄 금서로 지정됐다. 집필 과정에선 어려움이 없었나. “2015년 집필 때만 해도 인터넷에 토지개혁 관련 자료가 많았다. 개인 기록이나 회고도 아주 많았다. 촨둥의 몇몇 지역은 직접 답사를 가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은 허심탄회하게 토지개혁의 이익과 폐단을 논했고, 탄쑹(譚松) 같은 대학 교수는 토지개혁 참여자들의 구술사를 연구했다. 그런데 ‘연매장’이 출간된 뒤 인터넷에서 토지개혁 관련 자료가 빠르게 삭제되는 걸 목도했다. 중국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든 현재의 것이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금기를 깨고 한 걸음씩 들어가야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 소설은 그저 토지개혁이란 주제를 다루는 관점을 하나 보태고, 토지개혁에 대해 쓸 수 있는 범위를 조금 넓히려는 시도였을 뿐이다. 소설은 결코 토지개혁을 평가하지 않았다. 그저 개인과 가정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묘사했을 따름이다. 금서로 지정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심스럽지만 현재 어느 정도로 검열을 받고 있나. “우한일기 출간 직후부터 중국의 모든 저널과 잡지, 출판사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출간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심지어 옛날 작품의 재출간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한 사람의 출판권을 박탈해 놓고서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누구의 의도였는지도 알 길이 없다. 이런 일을 당하면 변호사를 찾아가도 소용이 없다. 소송을 걸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금서를 지정하지 않는다. 모두 암암리에 진행된다. 비유를 들어보겠다. 어떤 고위 당국자가 팡팡의 작품에 대해 듣고 흰자위를 번득였다면, 이는 곧 출판을 금지하라는 공문서를 내려보낸 것과 다름없다. 관리들은 직접 나서서 금서를 지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악행에 흔적을 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가 혹은 어느 기관에서 출판을 금지했는지 물어봤을 때, 내가 들을 수 있는 정보는 두 글자뿐이었다. ‘윗선.’” ―그럼 개인 생활도 제약이 따르지 않나.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 “계속 중국에서 지내고 있다. 중국을 떠날 생각도 없다. 어찌 됐든 내겐 한어(漢語)가 모국어니까. 나는 오로지 모국어로만 글을 쓰는 작가다. 한어를 제외하고 구사할 줄 아는 외국어도 없다. 게다가 내 나이가 이미 일흔이다. 흔히들 ‘고희(古稀)’라고 하는 나이 아닌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 역시 부족하다. 물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는 싶다. 정부에서 여권을 돌려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새로운 작품이 있나. “작품의 출간 및 발표를 금지당한 뒤에, 어떤 이유나 해명도 듣지 못했다. 그 때문에 나는 이러한 권력의 횡포를 ‘냉폭력(冷暴力·차가운 폭력)’이라고 부른다. 이 폭력이 너무도 냉담해서 실망하고 기도 많이 꺾였다. 원래 2020년 봄에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었는데, 우한일기로 인해 그 작품은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이후 몇몇 친구들은 팬데믹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책을 쓰라고 권하고 있다. 우한일기의 집필 과정과 정부가 퍼부었던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까지 포함한 내용으로 말이다. 아직 집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3년 동안의 변화와 체험에 대해 누군가는 온전히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설 ‘연매장’은 중국의 특정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선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망각과 기록은 때로 선택의 문제이며, 어떤 경우엔 기록마저도 진실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작가가 처한 불가능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글쓰기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사실 세상의 모든 문학작품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고 해도, 삶의 진실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리고 나는 쓰고자 한다. 물론 우리 모두에게 글쓰기는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는 망각에 저항하기 위해, 또 다른 이는 이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쓴다. 어쩌면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아니면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글을 쓸 수도 있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은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 글쓰기의 참된 의미는 기록 혹은 진실을 남긴다는 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쓴다는 것,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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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작가에겐 ‘글쓰기 금지 구역’ 있어…그럼에도 금기를 깨고 한 발짝씩 가야”

    “중국 작가는 다른 나라 작가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의 금지 구역’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작가는 그 금지된 깊은 곳의 문을 열고 한 발짝씩 들어가야 합니다.”1950년대 중국 쓰촨성 촨둥(川東). 일가족이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목을 젖혀 독 비상을 삼킨 뒤 들어가 누웠다. 뒷일을 맡은 며느리는 이들 위에 흙을 덮는다. 관은커녕 멍석이나 천도 없이 묻는 ‘연매장(軟埋葬).’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지난달 국내 출간된 중국 소설 ‘연매장’(문학동네)의 한 장면이다. 이 책을 쓴 소설가 팡팡(方方·70)은 중국에서 루쉰문학상, 루야오문학상을 휩쓸며 중국에서 당대 최고의 여성 작가로 대접받던 인물. 하지만 2020년 1월 우한(武漢)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봉쇄에 들어갔을 때 중국 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다룬 에세이 ‘우한일기’를 발표하며 삶의 전환을 맞는다.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에세이 덕에 그는 2020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나, 중국에선 금서로 지정되며 수난을 겪었다. ‘연매장’ 역시 중국에선 읽을 수 없는 책.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다뤘다는 이유였다. 칠순을 맞은 올해, 어려운 상황에도 문학에 대한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팡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연매장’은 주인공이 지주 계급이던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며 현대사에서 희생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사실 연매장은 중국 내에서도 요즘 대중에겐 익숙한 개념도, 단어도 아니다. 게다가 환생을 갈망하는 전통적 가치를 가진 중국인에겐 매우 잔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매장’이란 단어를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처음 들었다. 수년간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으시던 중에도 “나는 연매장 당하고 싶지 않아!”란 말을 반복해서 하셨다고 한다. 그 때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내게 날아와 명중했고,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민감한 주제를 다뤄 금서로 지정됐다. 집필 과정에선 어려움이 없었나. “2015년 집필 때만 해도 인터넷에 토지개혁 관련 자료가 많았다. 개인 기록이나 회고도 아주 많았다. 촨둥의 몇몇 지역은 직접 답사를 가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은 허심탄회하게 토지개혁의 이익과 폐단을 논했고, 탄쑹(譚松) 같은 대학교수는 토지개혁 참여자들의 구술사를 연구했다. 그런데 ‘연매장’이 출간된 뒤 인터넷에서 토지개혁 관련 자료가 빠르게 삭제되는 걸 목도했다. 중국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든 현재의 것이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금기를 깨고 한 걸음씩 들어가야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 소설은 그저 토지개혁이란 주제를 다루는 관점을 하나 보태고, 토지개혁에 대해 쓸 수 있는 범위를 조금 넓히려는 시도였을 뿐이다. 소설은 결코 토지개혁을 평가하지 않았다. 그저 개인과 가정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묘사했을 따름이다. 금서로 지정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심스럽지만 현재 어느 정도로 검열을 받고 있나.“우한일기 출간 직후부터 중국의 모든 저널과 잡지, 출판사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출간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심지어 옛날 작품의 재출간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한 사람의 출판권을 박탈해 놓고서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누구의 의도였는지도 알 길이 없다. 이런 일을 당하면 변호사를 찾아가도 소용이 없다. 소송을 걸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금서를 지정하지 않는다. 모두 암암리에 진행된다. 비유를 들어보겠다. 어떤 고위 당국자가 팡팡의 작품에 대해 듣고 흰자위를 번득였다면, 이는 곧 출판을 금지하라는 공문서를 내려보낸 것과 다름없다. 관리들은 직접 나서서 금서를 지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악행에 흔적을 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가 혹은 어느 기관에서 출판을 금지했는지 물어봤을 때, 내가 들을 수 있는 정보는 두 글자뿐이었다. ‘윗선.’” ―그럼 개인 생활도 제약이 따르지 않나.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계속 중국에서 지내고 있다. 중국을 떠날 생각도 없다. 어찌 됐든 내겐 한어(漢語)가 모국어니까. 나는 오로지 모국어로만 글을 쓰는 작가다. 한어를 제외하고 구사할 줄 아는 외국어도 없다. 게다가 내 나이가 이미 일흔이다. 흔히들 ‘고희(古稀)’라고 하는 나이 아닌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 역시 부족하다. 물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는 싶다. 정부에서 여권을 돌려주기만 한다면 말이다.”―현재 집필하고 있는 새로운 작품이 있나.“작품의 출간 및 발표를 금지당한 뒤에, 어떤 이유나 해명도 듣지 못했다. 때문에 나는 이러한 권력의 횡포를 ‘냉폭력(冷暴力·차가운 폭력)’이라고 부른다. 이 폭력이 너무도 냉담해서 실망하고 기도 많이 꺾였다. 원래 2020년 봄에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었는데, ‘우한일기’로 인해 그 작품은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이후 몇몇 친구들은 팬데믹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책을 쓰라고 권하고 있다. ‘우한일기’의 집필 과정과 정부가 퍼부었던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까지 포함한 내용으로 말이다. 아직 집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3년 동안의 변화와 체험에 대해 누군가는 온전히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소설 ‘연매장’은 중국의 특정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선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망각과 기록은 때로 선택의 문제이며, 어떤 경우엔 기록마저도 진실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작가가 처한 불가능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글쓰기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사실 세상의 모든 문학작품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고 해도, 삶의 진실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리고 나는 쓰고자 한다. 물론 우리 모두에게 글쓰기는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는 망각에 저항하기 위해, 또 다른 이는 이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쓴다. 어쩌면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아니면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글을 쓸 수도 있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은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 글쓰기의 참된 의미는 기록 혹은 진실을 남긴다는 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쓴다는 것,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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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유희 즐기다보면… 머릿속이 리프레시 되는 느낌”

    “고향을 떠나서 살게 되면 불안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삶의 가능성이 넓어질 수 있고, 더 많은 친구를 만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일본의 차기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자주 언급되는 소설가 다와다 요코 씨(65·사진)가 19일 한국을 찾았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한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그는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중언어’ 작가다.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난 다와다 작가는 1982년 와세다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이주했는데, 이때 경험이 작품세계의 뿌리가 됐다. 그전엔 몰랐던 독일어를 익히면서 세상과 사물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됐다고 한다. 이날 그는 자신이 쓴 소설 ‘히루코 3부작’ 얘기를 꺼냈다. 작중 주인공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을 떠돌아다니며 매일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하다 보니 스스로 언어를 만드는 경지에 이른다. 그는 이에 대해 “주인공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무슨 말이든, 그 말들이 다 섞이든, 말이 조금밖에 통하지 않든 상관없이 우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와다 작가는 1993년 아쿠타가와상, 2005년 괴테 메달, 2018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30여 개국에 소개됐는데, 가장 많이 소개된 나라가 한국이다. 보통 작가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쓴 작품을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다와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엑소포니(exophony·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행위)’라는 능동적인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손수 번역할 뿐만 아니라 언어유희 등 다양한 실험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최근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번역에 관해서는 “매년 이탈리아어에서 독일어로 기계번역을 돌려보고 있는데 결과가 안 좋아지는 걸 느낀다”며 “(AI가) 불특정 다수가 한 번역어를 학습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문장 비율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다와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언어유희의 기원을 일본 전통 시(詩)인 하이쿠와 단가에서 찾았다. 그는 “일본 단가 중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아키’는 같은 음가를 가지지만 다른 의미(‘가을·秋’과 ‘싫증·飽き’)가 머릿속에서 뒤섞임으로 인해 새로운 이미지가 태어난다”고 했다. “지금까지 상투적으로 존재해 온 생각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머릿속이 리프레시(refresh)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지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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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시곗바늘과 맞물려 움직여 온 인류의 역사

    전쟁은 수많은 발명을 낳았다. 손목시계도 그중 하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젊은 군인들이 연인이 준 회중시계를 손목에 감던 게 오늘날 손목시계의 시초다. 어두운 참호 속에서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문자판에 라듐 페인트를 칠한 야광시계도 이때 나왔다. 여성 직공들은 라듐 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일했다. 라듐은 시한폭탄처럼 뼈를 갉아먹었고 많은 이들이 라듐 중독으로 죽었다. 전쟁의 아픈 뒷모습이었다. 영국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수공예 시계 제작자가 쓴 책이다. 시계가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시계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다뤘다. 시계가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신분의 상징에서 보편적 도구로, 그리고 다시 신분의 상징으로 변신한 변천사를 읽다 보면 새삼 몰취향한 스마트폰 시계 대신 ‘째깍째깍’ 움직이는 손목시계를 차고 싶어진다. 인간이 최초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측되는 유물은 남아공 ‘국경 동굴’에서 발견됐다. 약 4만4000년 전 만들어진 유물로, 검지 길이 정도 되는 개코원숭이 종아리뼈에 29개의 홈을 새겨놨다. 만약 그 뼈의 주인이 홈과 칸을 번갈아 사용해서 날짜를 셌다면 평균 29.5일이 되니 정확하게 음력 한 달을 계산한 셈이 된다. 고고학계에서는 생식 주기, 임신 주기를 계산하기 위해 이 뼈를 사용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책 속엔 이처럼 흥미로운 시계사(史)가 가득하다. 현직 시계 제작자인 저자의 경험도 곳곳에 녹아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부품 제작부터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영국에 몇 남지 않은 시계 제작 공방을 운영 중이다. 지난 500년 동안 만들어진 골동품 시계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로버트 스콧이 1912년 남극 탐험에 가져간 회중시계가 그의 작업대에 올라오기도 한다. 인류 탐험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시계 앞에서 숭고함을 느끼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 깊다. 엄지손톱만 한 세계에 평생을 바치는 수공예 시계 제작자들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눈이 건조해지기 일쑤다. 공방 바닥에 납작 엎드려 실수로 튀어 나간 부품을 찾아 헤매는 ‘부품 사냥’도 일상이다. 누군가는 질문할 수 있다. 컴퓨터로 디자인을 입력하고 소프트웨어로 기계를 제어하면 대부분의 제작 공정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 왜 한물간 방식으로 구닥다리 장치를 만드느냐고. 이들에게 저자는 “(컴퓨터로 만들면) 재미가 없잖아요?”라고 답한다. 손을 더럽혀 가며 무언가를 만들고 작은 부품을 만지작거려 작동하게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시계는 인공지능(AI)과 정확히 반대 지점에 존재한다. 세계인이 공유하는 무작위 데이터 더미가 아니라 독자적인 개성과 인격을 지닌 장인의 손에서 몇 년의 세월도 감수하며 탄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눈을 가리고도 기계가 만든 시계와 손으로 만든 시계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지각을 지닌 AI가 나오기 전까지는 수제 시계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란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저자는 어느 집안에서 18세기부터 가보로 내려온 시계를 정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시계를 만지며 자신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고, 내가 사라진 후에도 몇백 년은 더 존재할 물건의 역사에서 나 또한 하나의 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앞서간 선배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주워 모은다.” 시계의 역사뿐 아니라 자신의 일에 대한 지극한 자부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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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老시인이 남긴 당부…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지난해 5월 22일 타계한 고 신경림 시인(1935∼2024)의 유고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창비)에 실린 시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한 구절이다. 삶의 유한함을 긍정하고 현재를 충만히 살아가자는 시인의 당부인 듯하다. 16일 출간되는 유고시집은 시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사진관집 이층’ 이후 11년 만에 나왔다. 잡지나 신문에 발표한 시와 미발표 유작 가운데 60편을 골라 도종환 시인이 엮었다.출간을 앞두고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유고시집 출간 간담회엔 도 시인과 고인의 차남인 신병규 씨, 송종원 문학평론가가 참석했다. 도 시인은 “시집에 실을 시들을 검토하면서 ‘한결같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거창한 것을 내세우거나 자기를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작은 것, 하찮은 것, 낮은 데 있는 것들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 한결같으셨습니다. 유명 시인이 되면 어깨에 힘 들어가고 목소리에 거창한 힘을 실으려고 하기 쉬운데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여전히 자기 성찰의 자세를 보이는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신 씨는 아버지의 소소한 일화도 소개했다. 한 번은 중학교에 다니던 신 시인의 손녀가 시험 문제로 할아버지 시가 나왔는데 많이 틀렸다. 그런데 시험지를 집에 가져와 할아버지와 같이 풀었더니 할아버지는 ‘다’ 틀렸다고 한다. 이런 애틋한 할아버지의 마음은 고스란히 유고시집에도 담겼다. ‘퇴원해 귀가하는 차 안에서,/거실 창밖으로 산언덕을 바라보며, 핸드폰 속에서 울리는 손자들의 목소릴 들으며, 나는 행복했는데’(시 ‘미세먼지 뿌연 날’에서) 신 씨는 “1986, 87년경 아버지께서 대우에서 나온 시커멓고 뚱뚱한 워드프로세서 기계를 어디서 들고 오셨다. 엄청 좋아하시면서 그때부터 그걸로 작업을 하셨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1956년 등단 이래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목계장터’ 등을 남기며 평생 빈자와 노동자들의 삶을 시로써 대변했다. 유고시집 4부에도 세월호 참사 등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는 시들이 담겼다. 도 시인은 “이웃이 아프면 자기도 아픈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했다. 시집은 ‘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고추잠자리’에서)는 시구처럼 고단하더라도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시집 제목에 대해 도 시인은 “선생님이 (계셨다면)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해 주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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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림 시인 유고시집 발간…‘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지난해 5월 22일 타계한 고(故) 신경림 시인(1935~2024)의 유고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창비)에 실린 시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한 구절이다. 삶의 유한함을 긍정하고 현재를 충만히 살아갈 것을 당부하는 듯하다. 16일 출간되는 유고시집은 시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사진관집 이층’ 이후 11년 만에 나오는 것이다. 잡지나 신문에 발표한 시와 미발표 유작 가운데 총 60편의 작품을 도종환 시인이 엮었다.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유고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는 도 시인과 신경림 시인의 차남인 신병규 씨, 송종원 문학평론가가 참석했다. 도 시인은 “시집에 실을 시들을 검토하면서 ‘한결같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며 “거창한 것을 내세우거나 자기를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작은 것, 하찮은 것, 낮은 데 있는 것들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 한결같다”고 말했다. “유명한 시인이 되면 어깨에 힘 들어가고 목소리에 거창한 힘을 실으려고 하기 쉬운데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여전히 자기 성찰의 자세를 보이는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신 씨는 고인의 생전 가족과의 소소한 일화를 소개했다. 한번은 중학교에 다니던 손녀(신 씨의 딸)가, 시험 문제로 할아버지 시가 나왔는데 많이 틀렸다고 했다. 시험지를 집에 가져와서 할아버지와 같이 풀었더니 할아버지는 다 틀렸다는 것. 손주들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은 고스란히 신간에 담겼다. “퇴원해 귀가하는 차 안에서,/거실 창밖으로 산언덕을 바라보며, 핸드폰 속에서 울리는 손자들의 목소릴 들으며, 나는 행복했는데”(‘미세먼지 뿌연 날’ 중에서)신 씨는 “1986, 87년경 아버지께서 대우에서 나온 시커멓고 뚱뚱한 워드 프로세서 기계를 어디서 들고 오셨다. 엄청 좋아하시면서 그때부터 그걸로 작업을 하셨다”고 회상했다.고인은 1956년 등단 이래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목계장터’ 등을 남기며 평생 빈자와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했다. 이번 시집 4부에도 세월호 참사 등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는 시가 담겼다. 도 시인은 “이웃이 아프면 자기도 아픈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했다.시집은 “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고추잠자리’ 중에서)는 시구처럼 고단한 삶이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집의 제목에 대해 도 시인은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해 주실 것 같아 정했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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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균’ 퍼뜨리는 ‘사랑꾼’ 부부의 유쾌한 티키타카

    광활한 유튜브 세계에서 ‘결혼 장려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채널이 있다. 2023년에 개설해 2년 만에 구독자 131만 명을 모은 ‘인생 녹음 중’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은 간단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에 실제 부부 음성이 녹음된 짧은 영상으로 구독자를 사로잡았다. ‘(불편한 얘기는) 노래로 말해요’란 제목의 50초짜리 애니메이션은 운전 중인 남편과 조수석에 앉은 아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내는 “내가 오빠를 향해 부르는 곡”이라고 운을 떼더니 “너는 한 마리 뱀이지∼”로 이어지는 자우림의 ‘뱀’을 열창한다. 남편이 외출할 때 뒷정리를 하지 않고 몸만 빠져나가는 걸 지적한 것. 영문 모르고 신나게 따라 부르던 남편은 차츰 ‘내 얘긴데’ 싶었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채널엔 이렇게 일상 속 부부의 유쾌한 ‘티키타카’를 담은 영상 68개가 올라와 있다. 이 부부가 지난달 29일 첫 에세이 ‘인생 녹음 중’(김영사)을 펴냈다.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의 다정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서로를 더 아끼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나누고 싶었다”며 책을 낸 계기를 밝혔다. 1980년대생 8년 차 부부란 것 외엔 실명이나 실물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캐릭터 세계관으로 활동하다 보니 밝히기가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책도 ‘인생 녹음 중 부부’란 이름으로 냈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남편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다는 아내가 일상을 녹음하는 콘셉트의 채널을 만든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남편이 운전하다가 졸지 않도록 아내가 옆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노래 부르는 아내가 웃겨서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가 ‘핵심 기억 구슬’을 모으듯 소소한 순간을 녹음했다. 일상 속 잔잔히 빛나는 순간을 한데 모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녹음에 맞춰 남편이 직접 그림을 그렸다. 남편은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24시간 녹음을 한다”며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화였거나 재미있는 순간이라고 느껴지면 저장 버튼을 누른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영상에 비하면 녹음은 훨씬 덜 부담스러워서 그리 의식하게 되진 않는다”고 한다. 책에는 세상 기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부부의 개성 넘치는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결혼식의 기본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인 시대에 스튜디오 촬영도 하지 않았고 드레스도 친한 언니에게 빌려 입었다. 결혼식 전날에는 24시 사우나에 가서 미역국을 먹으며 세신했다. 아내는 책에 “결혼식 준비할 땐 ‘스드메’보다 ‘사세미(사우나·세신·미역국)’를 권한다”고 썼다. 이 부부는 결혼 때 구한 방 하나, 화장실 하나짜리 신혼집에서 8년째 살고 있다. 거실에 러그 하나 새로 깔고 “집 전체가 달라진 것 같다”며 박수 치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들이 채널을 시작한 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원래 결혼에 관심이 없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같은 댓글을 달 때”라고 한다. 실은 ‘인생 녹음 중’ 채널은 부부가 7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다. “뭐든 만들면 30, 40년 뒤에도 부부에게 이야깃거리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만족도가 높단다. 아내는 “(이 책이) 아직 집이 불편하고 매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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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1만명을 사로잡은 부부의 사랑스러운 ‘티키타카’…행복한 일상을 책으로 담았다

    광활한 유튜브 세계에서 ‘결혼 장려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채널이 있다. 2023년에 개설해 2년 만에 구독자 131만 명을 모은 ‘인생 녹음 중’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은 간단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에 실제 부부 음성이 녹음된 짧은 영상으로 구독자를 사로잡았다.‘(불편한 얘기는) 노래로 말해요’ 란 제목의 50초짜리 애니메이션은 운전 중인 남편과 조수석에 앉은 아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내는 “내가 오빠를 향해 부르는 곡”이라고 운을 떼더니 “너는 한 마리 뱀이지~”로 이어지는 자우림의 ‘뱀’을 열창한다. 남편이 외출할 때 뒷정리를 하지 않고 몸만 빠져나가는 걸 지적한 것. 영문 모르고 신나게 따라부르던 남편은 차츰 ‘내 얘긴데’ 싶었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웃음을 터뜨린다. 채널엔 이렇게 일상 속 부부의 유쾌한 ‘티키타카’를 담은 영상 68개가 올라와 있다. 이 부부가 지난달 29일 첫 에세이 ‘인생 녹음 중’(김영사)을 펴냈다.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현재의 다정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서로를 더 아끼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나누고 싶었다”며 책을 낸 계기를 밝혔다. 1980년대 생 8년 차 부부란 것 외엔 실명이나 실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캐릭터 세계관으로 활동하다 보니 밝히기가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책도 ‘인생 녹음 중 부부’란 이름으로 냈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남편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다는 아내가 일상을 녹음하는 콘셉트의 채널을 만든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남편이 운전하다 졸지 않도록 아내가 옆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노래 부르는 아내가 웃겨서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가 ‘핵심 기억 구슬’을 모으듯 소소한 순간을 녹음했다. 일상 속 잔잔히 빛나는 순간을 한데 모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녹음에 맞춰 남편이 직접 그림을 그렸다.남편은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24시간 녹음을 한다”며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화였거나 재미있는 순간이라고 느껴지면 저장 버튼을 누른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영상에 비하면 녹음은 훨씬 덜 부담스러워서 그리 의식하게 되진 않는다”고 한다. 책에는 세상 기준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부부의 개성 넘치는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결혼식의 기본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인 시대에 스튜디오 촬영도 하지 않았고 드레스도 친한 언니에게 빌려 입었다. 결혼식 전날에는 24시 사우나에 가서 미역국을 먹으며 세신했다. 아내는 책에 “결혼식 준비할 땐 ‘스드메’보다 ‘사세미(사우나·세신·미역국)’를 권한다”고 썼다.이 부부는 결혼 때 구한 방 하나, 화장실 하나짜리 신혼집에서 8년째 살고 있다. 거실에 러그 하나 새로 깔고 “집 전체가 달라진 것 같다”며 박수치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들이 채널 시작한 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원래 결혼에 관심이 없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같은 댓글을 달 때”라고 한다. 실은 ‘인생 녹음 중’ 채널은 부부가 7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다. “뭐든 만들면 30, 40년 뒤에도 부부에게 이야깃거리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만족도가 높단다. 아내는 “(이 책이) 아직 집이 불편하고 매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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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러로 복간, 웹툰 플랫폼선 쇼츠 서비스… “고우영 만화 재조명”

    듬직한 체구의 한 남자가 한 손엔 창을, 다른 손엔 술이 담긴 호리병을 들었다. ‘고리 눈’에 입가를 따라 촘촘하게 바늘처럼 돋은 호랑이 수염.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 ‘장비’의 모습이다. 장비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삼국지의 만화 캐릭터를 그린 이. 한국 만화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故) 고우영 화백(1938∼2005)이 올해 타계 20주기(지난달 25일)를 맞았다.1938년 만주 본계호(本溪湖)에서 태어난 고 화백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삼국지’와 ‘십팔사략’ ‘수호지’ ‘열국지’ ‘임꺽정’ ‘일지매’ ‘서유기’ 등 40여 작품을 남겼다. 1953년 15세에 부산 피란 시절 ‘쥐돌이’로 데뷔한 그는 만화를 사회상을 비추는 표현 수단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근 고 화백의 타계 20주기에 맞춰 절판됐던 그의 작품을 복간하는 등 고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고우영, 만화가 뭔지 알게 해 줘”고인의 작품 중 17종의 출판권을 보유한 문학동네는 지난달 23일 ‘일지매’를 전자책으로 내는 등 여러 작품을 순차적으로 복간하고 있다. 쌤앤파커스는 ‘서유기’ 복간을 위해 4일부터 와디즈 플랫폼 펀딩에 나섰는데, 이미 목표 금액을 훌쩍 넘겼다. 흑백 원고를 일부 채색한 담채판도 제작했다. ‘서유기’는 2010년쯤부터 사실상 절판돼 현재 중고 거래로만 거래되고 있다.젊은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새로운 플랫폼과의 만남도 이뤄진다. 고 화백의 유족이 세운 ‘㈜고우영’은 네이버웹툰이 새롭게 도입하는 쇼츠 서비스 ‘컷츠’에 ‘서유기’ 전편을 올릴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원화 스캔본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효과음과 음성도 넣는다. 고 화백의 필체로 만든 ‘고우영체’도 무료 배포 중이다. 청강문화산업대는 3월 20일부터 전시 ‘우리시대 이야기꾼 고우영’을 열고 있다. 만화가 조석은 전시에 보낸 축전에서 “어린 시절 만화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작품이 ‘삼국지’와 ‘십팔사략’”이라고 했다. 강풀도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그 감각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야기꾼9일 둘러본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의 ㈜고우영은 문을 열자마자 헌책방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곳은 고 화백의 작품 원본과 스케치를 다수 보관하고 있다. 상자를 여니 가로 26.5㎝, 세로 39.3㎝ 하드보드지 원화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고 화백의 필체로 채운 말풍선과 화이트로 수정한 자국도 그대로였다. 가로 6칸, 세로 7칸에 삼국지 등장인물을 그린 ‘인물 도감’도 있었다. ㈜고우영의 신명환 대표(만화가)는 “(고인은) 작중 인물이 죽으면 도감 위에 ‘X’자 표시를 남겼다”며 “인물이 이렇게 많은데 한 명도 중복되는 캐릭터가 없었다”고 했다. 지금 이 시대에 고우영을 다시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신 대표는 각색의 묘미를 강조하며 “선생님은 고전과 민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꾼”이라며 “지금도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선생님 작품을 반드시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화백은 국내 만화에서 작가가 작품에 개입하는 연출을 도입하기도 했다. ‘삼국지’ 유비를 본인과 닮게 그렸고, ‘열국지’ 마지막 장면에선 천하통일을 마무리한 진시황이 “이제 좀 쉬자”며 모자를 벗고 수염을 떼자 고 화백 본인이 나타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올림픽 당시 퐁피두센터에서 열렸던 만화 전시에서 한국 작품은 없었던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K웹툰이 유명하다고 해도 어떤 분야든 계보를 아는 게 기본이겠지요. 해외 만화 평론가들, 연구자들이 알 수 있도록 고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우리 만화 문화유산의 번역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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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에 빠진 출판계… 20년만에 복간 ‘반가사유상 화보집’도 인기

    스테디셀러가 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이어 상반기 베스트셀러 2위(1월 1일∼4월 22일·예스24)에 오른 ‘초역 부처의 말’까지. ‘힙불교’는 출판계에서 단연 주목받는 키워드다. 최근엔 ‘반가사유상’ 화보집(사진) 복간이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5년 1판 1쇄를 끝으로 절판됐던 책을 민음사에서 전면 개정판으로 내놓는데 비싼 가격에도 관심이 높다. 신간은 가로 44cm 특대형 크기의 화보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점을 2권에 나눠 담았다. 360도 각도 초근접 클로즈업으로 촬영해 반가사유상의 어깨, 등, 뺨 같은 세부 신체 구조와 옷 주름, 손가락의 세밀한 표현 기법까지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 반가사유상 관련 책들은 작은 판형에 글 위주로 담아 불상의 조각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신간은 사진 위주로 꾸려 차별화했다. 원로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해설 글을 수록했다. 화보집은 국립중앙박물관 단독 전시관 ‘사유의 방’에 놓인 국보 반가사유상들을 “내 방에 두고 볼 수 있다”며 입소문을 탔다. 두 권에 15만 원이나 하지만, 올해 초 와디즈 펀딩 당시 목표치의 6000%(400명 구매)를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앙코르 펀딩도 시작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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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 사로잡은 ‘힙불교’…반가사유상 화보집 불티

    스테디셀러가 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이어 상반기 베스트셀러 2위(1월 1일~4월 22일·예스24)에 오른 ‘초역 부처의 말’까지. ‘힙불교’는 출판계에서 단연 주목받는 키워드다.최근엔 ‘반가사유상’ 화보집 복간이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5년 1판 1쇄를 끝으로 절판됐던 책을 민음사에서 전면 개정판으로 내놓는데 비싼 가격에도 관심이 높다.신간은 가로 44㎝ 특대형 크기의 화보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점을 2권에 나눠 담았다. 360도 각도 초근접 클로즈업으로 촬영해 반가사유상의 어깨, 등, 뺨 세부 신체 구조와 옷 주름, 손가락의 세밀한 표현 기법까지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기존 반가사유상 관련 책들은 작은 판형에 글 위주로 담아 불상의 조각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신간은 사진 위주로 꾸려 차별화했다. 원로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해설 글을 수록했다.화보집은 국립중앙박물관 단독 전시관 ‘사유의 방’에 놓인 국보 반가사유상들을 “내 방에 두고 볼 수 있다”며 입소문을 탔다. 두 권에 15만 원이나 하지만, 올해 초 와디즈 펀딩 당시 목표치의 6000%(400명 구매)를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앵콜 펀딩도 시작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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