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 스키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를 336일 앞두고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최근 수년간 이어온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하고 육성한 유망주들이 세계무대에서 차츰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가온(15·세화여중)은 이번 대회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부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최가온은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자마자 국제스키연맹(FIS)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으며 지난달에는 성인 선수와 겨루는 ‘X게임’에서도 정상에 섰다. X게임은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서 시작한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대회다. 최가온은 만 14세 87일에 우승하며 이 대회 이 종목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최가온은 X게임에서 여자 하프파이프 최고 난도로 손꼽히는 ‘프런트 사이드 1080(3회전)’까지 성공시켰다. 이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2018 평창,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클로이 김(23·미국)을 포함해 5명이 되지 않는다. 최가온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잠재적 체육영재 특별훈련 지원 사업’을 통해 찾아낸 원석이다. 대한스키협회는 2015년 시작한 잠재적 체육영재 특별훈련 지원 사업을 7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스노보드와 스키점프 등 두 종목에서 총 29명의 유망주를 발굴해 해외 훈련 참가 기회를 제공해왔다. 류제훈 대한스키협회 사무국장은 “체육영재 특별훈련 지원 사업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시작됐다.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훈련 습득 효과가 빠르고 잠재력이 풍부한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적인 투자를 하면서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체육영재 특별훈련 지원 대상자였던 이채운(17·수리고) 역시 이번 동계 청소년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이채운은 당시 미국 콜로라도의 카퍼마운틴리조트를 찾아 3주가량 훈련에 매진했다. 이채운은 “한국에 없는 형태의 박스와 레일을 타고 연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프로그램 기간에 국가대표 형들과 합동 훈련을 할 기회도 있었는데 이때 특히 보고 배운 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채운도 중학교 3학년이던 2021년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며 이달 13일 기준 FIS 랭킹 7위의 실력자로 성장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승부치기’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공식 규칙이 됐다. 1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구단 관계자 6명과 선수 4명, 심판 1명으로 구성된 MLB 경기운영위원회는 승부치기를 ‘영구적인’ 규정으로 변경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구단주 회의 결과 각 팀들도 승부치기에 익숙해졌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L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7월 말이 되어서야 시즌을 개막한 2020년 승부치기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고 경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목적이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임시로’ 승부치기 규정을 채택한 상태였다. 이번 규정 변경 후에도 포스트시즌 경기 때는 승부치기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주자를 2루에 두고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는 점점 ‘표준 규칙’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국제야구연맹(IBAF) 시절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역시 승부치기 규정을 적용한다. MLB 경기운영위는 이날 투수가 아닌 야수의 마운드 등판 조건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새 시즌부터는 10점 차 이상으로 앞서고 있을 때는 9회부터, 지고 있을 때는 이닝에 상관없이 8점 차 이상일 때만 야수를 마운드에 올릴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연장전이거나 정규이닝 중 6점 차 이상이면 리드 여부와 관계없이 야수를 마운드에 올릴 수 있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3 두바이마라톤에서 형수와 시동생이 동반 우승해 화제가 됐다. 12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마라톤 42.195km 풀코스 레이스. 여자부에서 데라 디다(27·에티오피아)가 2시간21분11초를 기록하며 개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에서는 아브디사 톨라(23·에티오피아)가 풀코스 첫 도전에 2시간5분42초로 정상에 올랐다. 두 챔피언이 가족이라 관심을 끌었다. 디다는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인 타미랏 톨라(32·에티오피아)의 아내다. 아브디사는 타미랏의 동생이다. 타미랏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1만 m에서 동메달을 땄고, 이후 마라톤으로 전향해 2017년 영국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준우승, 2022년 미국 유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챔피언에 오른 선수다. 타미랏의 아내와 동생이 두바이마라톤을 제패하며 ‘마라톤 가문’ 톨라 패밀리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디다는 2016년 아프리카선수권대회 5000m 3위, 2019년 세계크로스컨트리선수권 2위를 한 중장거리의 강자였다. 2018년부터 마라톤을 병행했고 그해 두바이마라톤에서 2시간21분45초로 7위를 했다. 그로부터 5년 뒤 같은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2시간21분24초의 루티 아가(29·에티오피아)를 13초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디다는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온 뒤 시동생도 우승했다는 걸 알았을 때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하프 마라톤과 25km에 출전했던 아브디사는 풀코스 첫 도전 대회에서 마라톤 경력 7년 차 데레사 젤레타(28·에티오피아·2시간5분51초)를 9초 차로 따돌렸다. 아브디사는 “강력한 경쟁자가 많았지만 나는 준비가 아주 잘돼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여자 포환던지기의 정유선(26·안산시청)이 아시아 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정유선은 11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대회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16m98을 기록해 2위(16m45) 이수정(30·서귀포시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정유선은 아시아 실내선수권에서 우승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그동안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37)가 2012년 중국 항저우 대회 때 딴 은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자 최고 성적이었다. 10일엔 세단뛰기 남자부에서 유규민(22·익산시청)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 실내선수권에 소수 선수만 파견했는데 이번엔 7개 종목 8명을 파견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정유선은 대표팀 선배 이수정과 함께 한국 여자 포환던지기를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수정에게 밀리며 2위를 했던 정유선은 그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이수정을 2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결선에서도 정유선은 3차 시기까지 15m26(2차 시기)으로 전체 7명의 선수 중 2위였지만 4차 시기에 16m98을 던져 5차 시기에 16m45를 던진 이수정을 제쳤다. 정유선은 “올해 출전한 첫 대회에서 의미 있는 메달을 따 자신감이 붙었다. 아시아경기까지 잘 준비해서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가 이번 시즌 첫 출전인 우상혁(27·용인시청)은 12일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4를 기록해 2m28을 넘은 아카마쓰 료이치(28·일본)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 대회까지 이 대회 5연패를 거둔 우상혁의 라이벌 무타즈 바르심(32·카타르)은 출전하지 않았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슈퍼맨과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프로당구(PBA) 무대 첫 대결 승자는 일단 슈퍼맨이었다. ‘슈퍼맨’ 조재호(43·NH농협카드)가 ‘헐크’ 강동궁(43·SK렌터카)을 꺾고 올 시즌 최종전(8차)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 슈퍼맨 로고가 새겨진 옷을 즐겨 입어 슈퍼맨이란 별명을 얻은 조재호는 8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스트로크가 강력해 ‘헐크’로 불리는 강동궁을 4-1(15-2, 9-15, 15-12, 15-13, 15-14)로 꺾었다. 올 시즌 1차 대회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우승자인 조재호는 이날 승리로 PBA가 출범한 2018년 이후 한 시즌 2승을 거둔 첫 한국 선수가 됐다. 이전까지 PBA 통산 2회 우승 한국 선수도 강동궁뿐이었다. 조재호와 강동궁은 김경률과 함께 1980년생 당구 삼총사로 통했다. 한 관계자는 “김경률이 2015년 세상을 떠난 뒤 두 사람이 장례식장에서 목 놓아 울 정도로 셋이 친하게 지냈다. 조재호와 강동궁은 여전히 가까운 사이”라고 전했다. 동갑내기 절친과의 PBA 개인 투어 첫 맞대결에서 패한 강동궁은 “다음 달 열리는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 첫 3승 기록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재호는 “이번 시즌 첫 번째 대회와 마지막 대회에서 내가 우승했다. 한국 선수 첫 3승은 내가 가져가겠다”고 받아쳤다. PBA 최다 우승자는 6차례 정상에 오른 프레드릭 쿠드롱(55·벨기에)이다. 다비드 마르티네스(32·스페인)가 3회 우승으로 뒤를 잇고, 조재호와 강동궁이 2회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오빠, 라운드 MVP(최우수선수) 됐네?” 이대성(33·한국가스공사)은 아내 손근혜 씨(32)로부터 이번 시즌 프로농구 4라운드 MVP로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믿지 못했다. 이대성은 4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20.7점을 넣어 국내 선수 득점 1위 기록을 남겼지만 한국가스공사는 2승 7패로 10개 팀 중 9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라운드 MVP 제도를 도입한 2015∼2016시즌 이후 한 라운드 2승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이대성이 처음이다. 라운드 승률 5할 미만 팀 선수가 MVP를 받은 것도 이번 시즌 3라운드 때 3승 6패에 그친 캐롯 소속 전성현(32)뿐이었다. 이대성은 라운드 MVP로 뽑힌 이튿날인 7일 전화 인터뷰에서 “MVP 선정 소식을 듣고 마음의 위안을 얻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개인 처음으로 라운드 MVP가 됐던 2018∼2019시즌 때만큼 기쁘지는 않다. 그때는 소속 팀 현대모비스가 리그 1위여서 마음껏 감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팀 성적 때문에 MVP를 수상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4라운드를 4연패로 마친 한국가스공사는 5라운드 들어서도 2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13승 25패(승률 0.342)로 리그 9위까지 순위가 내려온 상태다. 이대성은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병원에서 받아 온 진통제로 버티며 이번 시즌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성은 지난해 12월 16일 LG와의 경기에서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내려오던 과정에서 오른쪽 손목 부상을 당했다. 이대성은 “원래 손목에 실금이 가 있던 상태였는데 그날 완전히 부러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이대성은 ‘시즌이 끝난 뒤 수술을 받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팔목 통증 때문에 경기 전에 하던 슈팅 연습까지 건너뛴 채 코트를 밟고 있는 이대성은 “슛을 쏠 때마다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중거리슛을 아예 쏠 수가 없는데, 약을 먹으면 그래도 통증을 참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56)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 감독은 “나도 선수 시절에 대성이와 같은 부위를 다쳐봐서 얼마나 아픈지 짐작이 간다. 수술이 많이 늦어지면 부상 부위에 괴사가 진행될 수도 있는데 ‘시즌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본인 의지가 워낙 강하다. 감독으로서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9일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 KCC에 4경기 뒤져 있지만 이대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규시즌 전체 54경기 중 16경기가 남아 있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선수가 많아 시즌 초반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3, 4라운드 들어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 5, 6라운드 때는 더 나아질 것”이라며 “꼭 플레이오프에 가서 팀 동료들과 함께 웃고 싶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가 7개월 만에 우승하며 여자프로당구(LPBA)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다. 피아비는 7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LPBA 개인투어 8차 대회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보미(25·NH농협카드)를 세트 스코어 4-3(4-11, 11-7, 11-10, 11-0, 2-11, 4-11, 9-3)으로 꺾고 우승했다. 피아비는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받으며 시즌 상금 랭킹 1위(4940만 원)로 올라섰다. 피아비가 LPBA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건 지난해 6월 열린 이번 시즌 개인투어 1차 대회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결승전 이후 225일 만(7개월 10일)이다. 앞으로 1승을 추가하면 김가영(40·하나카드)과 임정숙(37·크라운해태)이 보유한 LPBA 최다승(5승)과 동률이 된다. 이번 시즌 첫 우승 뒤 6개 대회에서 주춤했던 피아비는 “시즌을 시작하며 많은 사람의 조언을 들었는데 정리가 되지 않아 독이 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피아비는 이날 풀세트 접전 끝에 김보미를 제쳤다. LPBA 원년(2019∼2020시즌)부터 4년간 준결승에만 7번 올랐던 김보미는 처음 오른 결승전에서 끝까지 피아비를 압박했다. 피아비는 4세트까지 3-1로 앞서다 5, 6세트를 연달아 패하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마지막 7세트에서 집중력을 회복한 피아비는 이닝당 평균 1점을 꾸준히 쌓아올려 우승을 차지했다. 피아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것이 눈 녹듯 풀렸다”며 “이제 3월 열리는 월드챔피언십만 남았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월드챔피언십 때 남편을 초대해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 시간 ‘6분 단축’을 새 시즌 목표로 내세웠다. KBO는 “2023시즌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KBO는 기존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해 정규시즌 720경기의 평균 소요 시간(9이닝 기준)을 지난해 3시간 11분에서 올해 3시간 5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KBO는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는 시간부터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코치진의 방문을 30초로 제한했던 KBO는 올해는 30초가 지난 시점에 곧바로 경기를 재개할 수 있도록 25초 경과 시점에 심판이 이 사실을 알리면 감독이나 코치는 즉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도록 규정을 바꿨다. 포수도 30초 경과 시점까지 포구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 타석 이탈 방지 규정도 예년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스피드업 규정에는 ‘타자는 타석에 들어간 순간부터 적어도 한 발을 반드시 타석 안에 둬야 한다’는 내용이 이미 들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많았다. KBO는 또 5회 종료 후 클리닝 타임에 양 팀 선수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친목 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심판 고과 평가에 스피드업 관련 내용을 추가해 스피드업 규정의 실효성도 키우기로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참 소심했어요. 그런데 공만 들면 완전 적극적으로 돌변했던 거죠.” 한국 여자 골볼 대표 심선화(31·서울시청)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중1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요즘에도 성격유형지표(MBTI) 검사를 해보면 ‘I’(내향형) 그 자체가 나온다”는 심선화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잔치국수가 점심 급식으로 나와도 ‘더 주세요’라는 한마디를 못했다”면서 “그런데 코트에서는 칭찬을 많이 받다 보니까 신이 났다”고 말했다. 골볼은 소리가 나는 방울 2개가 들어 있는 무게 1.25kg의 공을 상대 골대에 던져 넣어 승부를 가리는 시각장애인 스포츠다. 심선화는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원인 모를 질병을 앓았고 이후 시각장애 2급(좋은 눈의 시력이 0.04 이하) 판정을 받았다. 경기 중에는 소리로만 공 위치를 짐작할 수 있기에 골볼 선수들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심선화에게 골볼을 소개한 사람은 골볼 선수 출신인 서울맹학교 구희웅 선생님(64)이었다. 체육 담당이던 구 선생님은 성격은 조심스럽지만 키 162cm로 그해 중1 여학생 평균(154.9cm)보다 7cm가 큰 데다 팔씨름에서는 남학생도 적수가 되지 못했던 심선화가 골볼과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 적중’이었다. 심선화는 지난해 12월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포르투갈 골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 내 최다 득점(24골)을 기록하며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이 대회 결승 진출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지난달 26일 팀 연습장인 서울 강동구 고덕사회체육센터에서 만난 심선화는 “(튀르키예에 4-10으로 패해) 금메달은 못 땄지만 2024 파리 패럴림픽에 나갈 수 있게 돼 만족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꾸기만 했던 패럴림픽 무대에서 내가 직접 뛰게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선화가 던진 공은 빠르면 0.7초 안에 상대 골망을 흔든다. 남자 선수(0.6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서울시청과 대표팀에서 모두 심선화를 지도하는 정지영 감독(33)은 “심선화는 야구로 치면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제구력 좋게 잘 던지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심선화는 “훈련할 때 같은 코스로 하루 100개도 넘는 공을 던진다. 중지와 약지로 공 끝을 긁어야 회전이 강하게 걸리는데 감각을 제대로 익히고 싶어 손가락 테이프를 아예 풀고 던질 때는 종종 살점이 떨어져 피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선화가 ‘피 나도록’ 골볼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앞에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역시 시각장애인이었던 어머니 심순옥 씨는 2012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2019년 눈을 감았다. 헬스키퍼(안마사)로 일하던 딸이 서울시청 팀 창단과 함께 정식 골볼 실업 선수가 된 직후였다. 심선화는 “어머니 상태가 많이 위중했는데 내가 제대로 된 직장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께 은·동메달을 가져다드리면 ‘금메달이 아니라 마음에 안 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으시곤 했다”며 “어머니가 금색만 좋아하시니 어쩔 수 없다. 파리에서 금메달을 딴 뒤 경기 양주시에 모신 어머니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키 180cm대 블록슛 왕.’ 한국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26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국내 리그에서 블록슛 타이틀은 키 200cm가 넘는 북중미, 유럽 출신 선수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선수가 블록슛 1위를 차지한 건 두 번뿐이다. 김주성 DB 감독대행이 2003∼2004시즌과 2007∼2008시즌 타이틀 홀더다. 김 대행의 키는 205cm다. 역대 블록슛 왕 가운데 키가 200cm에 못 미친 선수는 3명뿐인데 2명은 196cm, 한 명은 199cm다. KGC인삼공사의 필리핀 출신 가드 렌즈 아반도(25)가 전대미문의 180cm대 블록슛 왕에 도전한다. 키 188cm인 아반도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전체 일정의 3분의 2가량을 소화한 30일 현재 경기당 평균 1.087개의 블록슛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2위인 자밀 워니(SK·평균 1.086개)에게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근소하게 앞서 있다. 센터인 워니의 키는 199.8cm다. 이번 시즌 블록슛 톱10 중에서도 180cm대는 아반도뿐이다. 아반도의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18분 36초)이 전체 40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그의 블록슛 기록은 더욱 돋보인다. 워니의 평균 출전 시간은 31분 44초다. 아반도는 제자리에서 뛰는 서전트 점프 높이가 1m나 된다. 달려와 뛰는 러닝 점프를 하면서 오른손을 뻗어 올리면 손가락 끝이 높이 348cm까지 이른다. 키 200cm가 넘는 웬만한 국내 선수들보다 더 높은 타점이다. 코트 바닥에서 농구 골대 림까지 높이가 305cm다. 아반도가 자신보다 15cm 이상 큰 상대 센터들의 슛을 걷어낼 수 있는 것도 이런 ‘고무공 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아반도가 지난해 11월 18일 DB와의 경기에서 남긴 블록슛 6개는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이 같은 탄력을 앞세워 아반도는 15일 열린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도 200cm 이상의 센터와 포워드를 모두 제치고 덩크왕에 올랐다. 코트 안에선 상대적으로 단신인 가드 포지션 선수가 아반도처럼 블록슛을 많이 하려면 점프력뿐만 아니라 상대 슈터에게 잽싸게 접근하는 빠른 발, 슈팅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내는 감각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아반도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는 게 김상식 KGC인삼공사 감독의 평가다. 김 감독은 “점프력이 좋은 선수라고 해서 다 블록슛을 잘하는 건 아니다”며 “아반도는 상대의 슛 타이밍을 맞출 줄 아는 센스, 수비 시 부지런한 발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크지 않은 키에도 양과 질에서 모두 뛰어난 블록슛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13년 5월 7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 경기 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프로야구 NC 소속으로 1군 무대 데뷔전을 앞두고 있던 나성범(34·KIA)은 가슴에 손을 올리는 대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잘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하지만 이날 나성범은 리그 8위 한화를 상대로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팀은 4-8로 졌다. 희망과는 많이 다른 데뷔전이었지만 나성범은 이후로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로 이적한 뒤 첫 경기였던 지난해 4월 2일 LG전을 앞두고도 나성범은 눈을 감고 ‘잘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되뇌었다. 이번엔 2루타 1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였다. 이렇게 2022시즌을 시작한 나성범은 시즌 타율 0.320(563타수 180안타) 21홈런, 97타점의 활약으로 직전 시즌 9위에 그쳤던 KIA가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데 힘을 보탰다. 2015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도 수상했다. 나성범은 이달 4일 발표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30명)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아시아경기,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된 적은 있지만 WBC 대표팀 발탁은 처음이다. 나성범은 17일 통화에서 “축구에 월드컵이 있다면 야구엔 WBC가 있다”며 “WBC는 가장 큰 대회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뽑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뽑혀 다행”이라고 했다. 또 “장타가 내 장점인 만큼 클러치(타점 기회) 상황에서 점수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나성범은 2015, 2017, 2020시즌에 결승 타점 1위를 했다. 한 차례 좌절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가 더 값지게 다가온다. 나성범은 2017년 WBC를 앞두고 발표된 예비 엔트리(50명)에 포함됐지만 최종 엔트리(28명)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6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143(14타수 2안타)으로 부진하며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게 영향을 미쳤다. 나성범은 2020시즌에 홈런 34개를 때려내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이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는 홈런 1개를 포함해 11안타를 기록하며 통합 우승을 맛봤다. 한국시리즈 최고 타율(0.458) 타자도 나성범이었다. 나성범은 “2017년 WBC 대표팀에서 탈락했을 때는 허탈했다. 하지만 다음 WBC 출전을 기대하며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WBC 대회인 만큼 나성범의 각오는 남다르다. 특히 3월 10일 열리는 일본과의 맞대결을 두고 나성범은 “일본은 꼭 이기고 싶다. 일본 대표팀 최고 투수인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사진)를 상대로 장타를 날리고 싶다”고 했다. 나성범은 예년보다 20일가량 빨리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 무작정 웨이트 중량만 늘리고 있는 건 아니다. 힘도 중요하지만 공을 정확히 맞혀야 멀리 나가기 때문에 타격 훈련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WBC에서 어떤 투수를 만나더라도 나 자신을 믿고 방망이를 휘두르겠다”고 했다.나성범은… 나이: 34세(1989년 10월 3일생)키, 몸무게: 183㎝, 100㎏포지션: 외야수(좌투좌타)2022년 연봉: 20억 원주요 수상: 골든글러브 3회(외야수)통산 기록: 타율 0.313, 1510안타 233홈런, 927타점, 100도루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배추보이’ 이상호(28·넥센윈가드·사진)가 이번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7번째 대회 만에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호는 27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블루마운틴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월드컵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베냐민 카를(38·오스트리아)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번 시즌 이상호의 월드컵 첫 메달로 지난해 3월 독일 베르히테스가덴 대회 동메달 이후 10개월 만이다. 직전 대회까지 이상호의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은 월드컵 개막전이었던 지난해 12월 독일 빈터베르크 대회의 9위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상호는 월드컵 통산 금메달 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따냈다. 세계 랭킹 14위 이상호는 48명이 출전한 이날 예선에서 1분16초94를 기록하며 전체 1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 잔 코시르(39·슬로베니아)를 0.42초 차로 제친 이상호는 8강에서 알렉산더 파이어(34·오스트리아)를 0.1초 차로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세계 랭킹 7위 오스카르 크비아트코프스키(27·폴란드)보다 0.47초 앞서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출발이 늦었던 이상호는 속도를 좀 더 내려다 18번째 기문에서 경로를 벗어나면서 완주하지 못했다. 함께 대회에 참가한 김상겸(34·하이원)은 24위를 했다. 이상호는 경기 뒤 “이번 시즌에 성적이 계속 부진했는데 대한스키협회에서 끝까지 믿고 지원해 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다음 달 19일부터 조지아에서 열린다. 이상호는 2월 19일 평행 대회전, 21일 평행 회전, 22일 팀 경기에 출전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서부 콘퍼런스 최하위 휴스턴이 다시 연패했다. 휴스턴은 2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도요타센터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안방경기에서 95-113으로 지며 2연패했다. 24일 미네소타를 119-114로 꺾으며 13경기 연속 패배에서 벗어났던 휴스턴은 26일 워싱턴에 103-108로 무릎을 꿇었다. 11승 38패인 휴스턴은 27일 현재 동서부 콘퍼런스 통틀어 최하위 승률인 0.224를 기록했다. 휴스턴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가드 제일런 그린(21)의 부진이 뼈아팠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휴스턴에 입단한 그린은 막내급 연차에도 이번 시즌 경기 당 평균 21.7득점에 4.1리바운드 3.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그린을 제외하면 휴스턴에는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없다. 24일 미네소타전에서 휴스턴이 연패를 끊어냈을 때도 그린의 역할이 컸다. 당시 그린은 개인 커리어 최다이자 양 팀 최다인 42득점(4리바운드 4도움)을 터뜨리며 휴스턴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반면 팀이 다시 연패로 접어든 26일 워싱턴전에서는 19득점, 27일 클리블랜드전에서는 6득점을 기록했다. 휴스턴의 스티븐 사일러스 감독(50)은 “우리는 ‘승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대신 우리는 이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린도 “(연패를 한다고) 시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고,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다음 경기인 29일 디트로이트전에서 증명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린이 연패 탈출의 상대로 디트로이트를 지목한 건 우연이 아니다. 디트로이트는 동부 콘퍼런스 15위(13승 37패·승률 0.260)로 휴스턴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승률이 제일 낮다. 휴스턴 입장에서는 가장 승산이 있는 팀이다. 다만 최근 4연패를 이어오던 디트로이트가 27일 동부 강호인 브루클린(4위·29승 18패)을 130-122로 꺾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점은 변수다. 이날 동부 콘퍼런스 7위 뉴욕 닉스는 리그 승률 1위 보스턴(35승 14패·승률 0.714)을 120-117로 꺾으며 2연승을 올렸다. 110-110으로 맞이한 연장 승부에서 포워드 줄리어스 랜들(29)과 RJ 바렛(23)이 각각 3점슛 1개씩을 포함해 10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특히 랜들은 양 팀 최다인 37득점(9리바운드)를 기록해 35득점으로 분전한 제이슨 테이텀(25)의 보스턴을 무너뜨렸다. 보스턴은 3연패에 빠졌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강민구(40·블루원리조트)가 결승 무대 ‘4전 5기’ 끝에 프로당구(PBA)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강민구는 24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베트남 출신의 응고딘나이(42·SK렌터카)를 4-2(14-15, 15-6, 2-15, 15-7, 15-9, 15-5)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9년 6월 프로 데뷔 후 처음 우승한 강민구는 상금 1억 원을 챙겼다. 강민구는 프로당구 출범 후 첫 대회인 2019년 PBA 파나소닉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자로 떠올랐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2020∼2021시즌까지 모두 네 차례 결승에 올랐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우승 없이 준우승만 4번을 한 선수는 강민구가 유일했다. PBA 역대 최다 준우승 기록(5회) 보유자인 다비드 사파타(31·스페인·블루원리조트)는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강민구는 2021년 2월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이후 이번 대회 전까지 8강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24일 강민구는 성공하면 2점이 인정되는 뱅크샷을 앞세워 승리를 따냈다. 강민구는 76점 중 32점(42.1%)을 쿠션을 이용한 뱅크샷으로 만들어냈다. 결승전에서 전체 득점의 40% 이상을 뱅크샷으로 만들어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PBA 출범 후 강민구가 처음이다. 강민구가 성공시킨 뱅크샷 16개는 PBA 역대 결승전 최다 기록이다. 강민구는 2-9로 뒤진 5세트 6이닝 공격에서 3연속 뱅크샷을 성공시키는 등 7점을 더해 동점을 만들었다. 7이닝에서도 뱅크샷 2개를 묶어 6점을 몰아치면서 승리를 따냈다. 강민구에게 ‘머신건’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도 뱅크샷으로 순식간에 점수를 쌓기 때문이다. 강민구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준우승을 반복할 때는 운이 덜 따라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성적을 내지 못한 건 스스로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가슴에 맺혀 있던 한을 풀게 됐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추신수(41·SSG·사진)가 학교 폭력 전력이 있는 안우진(24·키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야구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추신수는 안우진을 구제하기 위해 나서는 야구인 선배들이 없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야구 먼저 하고 먼저 태어났다고 선배, 어른이 아니다”라고 했다. 추신수는 21일 미국 댈러스에 있는 한인 라디오 방송국 DKNET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시즌 SSG의 우승과 3월 열리는 WBC에 출전하는 대표팀 관련 얘기를 했다. 추신수는 고교 시절 학교 폭력 전력 때문에 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안우진과 관련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한국은 용서가 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우진은) 잘못을 뉘우치고 출장 정지(징계)도 받고 다 했다. 그런데 국제대회를 못 나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우진은 고교 3학년이던 2017년 같은 학교 야구부 후배를 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아시아경기 등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도 영구히 막은 상태다. WBC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주관 대회라 출전이 가능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이달 4일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30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선수 기량뿐 아니라 국가대표의 상징적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을 고려했다”며 안우진의 탈락 이유가 학교 폭력 전력 때문임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추신수가 출연한 이 프로그램의 유튜브 조회수는 24일 오후 7시 현재 1만5000건을 넘었다. 댓글은 1000개가 넘었는데 대부분이 안우진과 관련한 추신수의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할머니를 위해.’ 김가영(40·하나카드)은 4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NH농협카드 여자프로당구(LPBA) 챔피언십 결승전 내내 이 생각만 되뇌었다. 김가영은 친할머니가 지난해 12월 31일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강원 원주시 빈소와 경기장을 오가며 끝까지 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결승 상대 김예은(24)은 김가영이 앞설 때마다 한 세트씩 따라붙으며 끈질기게 추격했다. 김가영은 ‘할머니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드려야 한다’는 집념으로 버티고 버텼다. 김가영은 결국 최종 7세트에서 승리하며 LPBA 역대 최다(5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우승 후 1주일이 지난 12일 대회 장소였던 ‘소노캄 고양’에서 만난 김가영은 “대회 때는 내가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할머니가 날 도와주신 것 같다. 천주교인이셨던 할머니는 늘 ‘손녀딸이 최고의 당구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용기 씨(73)와 어머니 박종분 씨(69)가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한 덕에 김가영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다. 키가 140cm도 되지 않았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음료를 옮길 때 쓰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 위에 올라서 큐를 당기며 ‘당구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딸이 중학교 1학년 때 4구로 500점을 치자 아버지는 딸에게 세계적으로 인기가 더 높은 ‘포켓볼’을 권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7년부터 포켓볼 대회에 출전하기 시직한 김가영은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2001년 포켓볼 강국인 대만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2003년부터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이제 171cm로 자란 김가영은 여자 포켓볼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US 오픈, 차이나 오픈, 암웨이컵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에 성공하면서 ‘당구 여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 2011,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랭킹 1위에 오른 김가영은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16시간가량 연습했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다음 날만 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쿠션 무대는 달랐다. 2019년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3쿠션 선수로 전향한 김가영은 그해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748일 동안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 사이 LPBA 최다 준우승(3회)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김가영은 “수비 배치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포켓볼을 20년 넘게 했다. 포켓볼 선수로는 몰아치는 공격력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3쿠션을 시작한 이후로 ‘수비만 더 신경 썼으면 그 경기 이겼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점점 내가 생각하는 당구를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징크스’를 깬 뒤로는 파죽지세다. 올해 같은 대회까지 365일 동안 9개 대회에 나서 그중 4번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준우승만 하던 시기에도 결승 무대를 여러 번 경험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아직 대회 에버리지(득점을 이닝으로 나눈 것) 1.2를 넘어보지 못했다. 대회 우승은 내 노력 말고 운까지 따라줘야 하지만 에버리지는 오로지 내 실력으로만 결정되는 수치라 더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고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롯데가 자유계약선수(FA) 미계약자로 남아 있던 한현희(30·사진)까지 품으면서 ‘통 큰’ 투자를 이어갔다. 롯데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04억 원을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에 쓰면서 확실한 ‘큰손’으로 변신했다. 롯데는 17일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와 계약기간 ‘3+1년’에 계약금 3억 원, 최대 연봉 37억 원 등 총액 40억 원(보장 연봉 1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관계자는 “선발과 불펜 투수로 모두 활약해 온 한현희가 지난 시즌 종료 후 9kg을 감량했고, 결혼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2012년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출신인 한현희는 키움에서 10년간 통산 65승 43패 105홀드에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개인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FA 시장이 열린 뒤 두 달 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부산 경남고 출신인 한현희는 “고향 부산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롯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FA 자격 취득을 1년 앞두고 있던 오른손 투수 박세웅(28)과 5년 총액 90억 원의 비(非)FA 다년 계약을 맺은 걸 시작으로 스토브리그 기간 내내 전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FA 시장에서 LG 출신 포수 유강남(31)을 80억 원에, NC 출신 내야수 노진혁(34)을 50억 원에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3명의 계약에도 총액 355만 달러(약 44억 원)를 지출했다. 롯데는 이와 함께 박흥식(61), 배영수(42), 최경철(43) 등 ‘스타 코치진’도 영입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하다. 지난 스토브리그 때는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35)을 NC에 빼앗길 정도로 지갑을 여는 데 소극적이었던 롯데였다. 또 리키 마인홀드 투수코치(37)가 시즌 중 팀을 떠날 정도로 코칭 스태프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롯데는 결국 지난해에도 8위에 그치면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롯데 팬들은 “올해는 다르다”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서울 덕수고 졸업을 앞두고 있는 오른손 투수 심준석(19·사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는다. 피츠버그 구단은 국제 아마추어 계약 시장 개장 첫날인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심준석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단,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키 194cm, 몸무게 103kg인 심준석은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 MLB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MLB닷컴도 지난해 9월 국제 유망주 순위를 매기면서 심준석을 10위로 평가했다. 당시 9위였던 외야수 브란도 마예아(18·뉴욕 양키스)가 440만 달러, 11위 아리엘 카스트로(17·미네소타)가 250만 달러에 계약한 만큼 심준석은 그 사이로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 심준석이 계약금으로 225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다면 한국인 아마추어 MLB 최다 계약금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이전까지는 김병현(44)이 1999년 애리조나 입단 당시 받았던 225만 달러가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또 심준석이 MLB 데뷔전을 치르게 되면 덕수고 선배인 류제국(40) 이후 17년 만에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 무대로 직행한 한국인 투수가 된다. MLB닷컴은 “10대 초반부터 빠른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50)를 닮았다”고 심준석을 소개했다. 박찬호는 2010년 피츠버그에서 MLB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피츠버그에는 현재 최지만(32)과 배지환(24·이상 내야수)이 몸담고 있다. 심준석은 24일 미국으로 출국해 27일 안방구장 PNC파크에서 열리는 입단식에 참석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덕수고 1학년 때까지는 프로에 갈 자신이 없었다. 나보다 작은 투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프로필상 174cm인 키움 왼손 투수 김재웅(25)은 지난해 7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1군 경기에 한 번이라도 등판한 투수 284명 가운데 김재웅보다 작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키가 작으면 대개 팔도 짧다. 그 때문에 김재웅은 오버핸드 투구 폼으로 공을 던져도 릴리스 포인트가 낮다. 지난해 김재웅의 속구 릴리스 포인트 높이는 168.5cm로 속구를 100개 이상 던진 왼손 투수 48명 평균 기록(174.4cm)보다 6cm 가까이 낮았다. 도착 지점은 반대로 높다. 김재웅의 지난해 속구 ‘수직 무브먼트’는 36.61cm로 리그 전체 1위였다. KBO에 따르면 김재웅은 1군 무대에 데뷔한 2020년 이후 이 부문 1위 자리를 줄곧 지키고 있다. 수직 무브먼트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중력에 의해 원래 떨어졌어야 하는 위치보다 얼마나 더 위쪽으로 향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공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중력에 저항하는 힘이 생겨 덜 떨어진다. 이른바 ‘라이징 패스트볼’ 효과다. 결국 김재웅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 꽂는 오버핸드 자세로 투구하면서도 공이 낮은 곳에서 시작해 위로 떠오르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KBO에서 높은 공도 잡아주는 쪽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조정하면서 김재웅의 이런 투구 스타일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데뷔 첫 2년간 통산 4.14였던 김재웅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2.01로 줄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지난해 8월부터 속구 평균 시속이 140km밖에 되지 않는 김재웅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면서 믿음을 보냈다. 당시 김재웅은 27홀드로 해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11일 안방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재웅은 “새해 1차 목표는 마무리 투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홀드도 좋지만 세이브 기록에 더 욕심이 생겼다. 마무리는 팀에서 한 명밖에 못 하는 보직이다. 팀이 이기고 있는 경기 마지막에 나와 승리를 안겨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구속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평균 구속을 시속 2km 정도 더 높이는 게 목표”라며 “수직 무브먼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속도가 올라가면 뜬공도 더 많이 유도하고 삼진도 더 많이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 안방 고척돔은 외야가 넓어 뜬공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그래서 김재웅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동갑내기 고우석(LG)이다. 고우석은 최고 시속 158km짜리 속구를 앞세워 지난해 세이브 1위(42개)에 올랐다. 2016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때 우수투수상을 받았던 김재웅은 “우석이는 충암고 시절부터 강속구로 유명한 투수였다. 프로에 와서 승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둘 다 팀이 이길 때만 주로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기회가 없었다”면서 “감독님이 올해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해 주신다면 세이브왕 경쟁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고우석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부러운 이유 중 하나다. 김재웅은 관심 엔트리(50명)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엔트리 선정 때는 빠졌다. 김재웅은 “3kg이 넘는 ‘월볼(Wall Ball)’을 매일 야구공 던지듯 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정말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06년 야구공을 처음 손에 쥐어본 소년이 적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 대회가 열려 국내에 야구 바람이 불던 시기였다. 경기 금교초 2학년이던 한 소년도 이때 친구들과 동네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이 소년은 3년 뒤 열린 제2회 WBC에서 봉중근(43)이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50)를 땅볼로 아웃시키는 모습을 보며 태극마크를 향한 꿈을 키웠다. 이 소년은 11년이 지난 2020년 프로야구 키움에서 데뷔 무대를 치렀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서 8회 셋업맨과 9회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탠 왼손 투수 김재웅(25)의 얘기다. 홀드 3위(27개)에 두 자릿수 세이브(13개)도 올린 김재웅은 2023년 WBC 관심 엔트리(50명)에 포함돼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4일 공개된 WBC 최종 엔트리(30명)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11일 고척구장에서 만난 김재웅은 “국가대표는 평생 바래왔던 꿈”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2.01로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지만 김재웅은 땅볼(46개)보다 뜬공(77개) 유도 비율이 높은 선수였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1차 상대인 호주의 타선을 공략하기 위해 전체 투수 15명 중 11명(73.3%)을 땅볼 유도형 선수로 골라 뽑았다. 물론 투구 스타일의 핑계만 댈 순 없었다. 김재웅은 “(대표팀에서 제외된 건) 구속 문제가 가장 컸다고 본다”며 “구속을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평균 구속을 2km 정도 더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데뷔 첫 해 시속 137.8km였던 김재웅의 속구 평균 구속은 지난 시즌 시속 140.0km까지 꾸준히 빨라지고 있다. 사실 김재웅의 강점은 구속이 아닌 수직 무브먼트에 있다. 2020년 데뷔 이후 김재웅은 한번도 수직 무브먼트 리그 1위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공에 회전이 많이 걸려 중력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타자가 예상한 궤적보다 공이 덜 떨어지는 일명 ‘라이징 패스트볼’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구사한다. 김재웅은 “수직 무브먼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구속을 늘리면 앞으로 더 많은 뜬공과 삼진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놓친 김재웅이 세운 새해 1차 목표는 이번 시즌 팀 내 마무리 보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김재웅은 “홀드도 좋지만 세이브 기록에 더 욕심이 생겼다. 마무리는 팀에 한 명밖에 못하는 보직이다. 팀이 이기고 있는 경기의 마지막에 나서서 승리를 안겨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재웅은 지난해 세이브왕(42개)에 오르며 이번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동갑내기 오른손 투수 고우석(LG)과의 기록 경쟁에도 의욕을 보였다. 김재웅은 “우석이는 중고교 시절부터 강속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였다. 프로에 와서 승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둘 다 팀이 이기는 상황에 나서는 투수라 맞대결 기회가 없었다”며 “올해 만약 감독님이 마무리로 꾸준히 기용해 준다면 세이브왕 경쟁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를 향한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WBC가 끝나고나면 항저우 아시아경기가 9월에 예정돼 있다. “3kg가 넘는 무게의 공을 매일 야구공 던지듯 던지면서 근육도 키우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내게도 정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17년 전 시작된 소년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