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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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문화 일반32%
인물/CEO17%
정당13%
선거9%
정치일반9%
사회일반4%
IT4%
산업4%
검찰-법원판결4%
패션4%
  • “수익 없어도 포기않는 이유는”…피땀눈물 담긴 그들의 고군분투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작가를 꿈꿨다. 친구들은 승진을 하고 주택청약을 넣을 때 돈 안 되는 글을 계속 썼다. 펜을 놓으려던 서른한 살, 극적으로 등단했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여전히 불안했다. “생업을 찾겠다”며 떠나는 선후배를 보면 마음이 쓰렸다. ‘피땀눈물, 작가’(상도북스)를 쓴 14년차 작가 이송현 씨(45) 얘기다. 네 번의 창업, 두 번의 폐업을 겪었다. 곧 폐업의 숫자에 1이 더해진다. 2020년 문을 연 포장마차가 이달 말 장사를 접게 되면서다. 네 번의 창업과 세 번의 폐업. 성공률은 25%. 남은 것은 제일 먼저 시작한 서울 성동구 이디야커피 둔촌점이다. ‘피땀눈물, 자영업자’를 쓴 12년차 자영업자 이기혁 씨(39) 얘기다. 지난달 25일 출간된 직업에세이 ‘피땀눈물’ 시리즈에는 평범한 이들의 ‘존버’(힘들게 버팀)가 담겨 있다. ‘무작정 존버’가 아니다. 마냥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대신 돌파구를 찾는다. 이송현 씨는 동화작가에서 방송작가와 등단 시인으로, 이기혁 씨는 카페사장에서 만화방, 포장마차 사장으로 끊임없이 변모했다. 살아남겠다는 치열함, 그 과정에서 이들이 흘린 피, 땀, 눈물이 200페이지 남짓의 책에 담겼다. 이어지는 시리즈에는 아나운서, 초등학교 교사 등 보통의 직업인들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과정이 소개될 예정이다. ● 펜 잡는 순간 돈과 멀어지지만… 신념으로 글을 쓴다 대학원 때 소설을 전공한 이송현 작가는 소설로 등단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딱 1년만 더’ 라는 생각으로 수익 없는 글쓰기를 계속 하던 서른 한 살의 2009년, “마해송문학상 원고를 받는데 지원해 보라”는 선배 동화작가의 말을 우연히 접했다. 반신반의하며 기존에 썼던 드라마 각본을 동화로 바꿔 ‘아빠가 나타났다!’(문학과지성사)를 제출했다. 뜻하지 않게 제5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가에서 동화작가로 진로가 바뀐 순간이었다. 그 때부터 장르에 구분을 두지 말고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등단 직후엔 시트콤 작가의 길을 택했다. 학생 때 습작으로 썼던 시나리오를 우연히 읽게 된 김병욱 감독이 ‘면접을 보러 오라’며 전화를 한 게 계기였다. 그렇게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MBC)의 구성작가로 합류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소설 속 대사는 문어체라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트콤 대본을 쓰면서 입에 착 붙는, 날것 그대로의 대사를 쓰는 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소재발굴부터 대본 작성까지 두루 경험한 그는 2010년 동시에도 도전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의 아픔을 다룬 동시 ‘호주머니 속 알사탕’으로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됐다. 동화작가에서 방송작가, 시인으로 끊임없이 외연을 넓혀 온 이 작가는 “전공만 판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들의 삶을 재현하는 것은 똑같아요. 구현 방식만 다를 뿐이죠.”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 삶의 경로가 부끄럽지 않다”는 그는 “글 쓰는 바닥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게 꿈”이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웠기에 ‘에이틴’ 같은 청소년 웹드라마나, 영화 ‘장화, 홍련’처럼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상물을 만들고 싶다. 끊임없이 한계를 깨 왔지만 여전히 삶은 팍팍하다. 인세로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버겁다. 얼마 전 30대 후반의 한 후배는 “더 늦기 전에 작가를 접고 공무원 시험이라도 봐야겠다”고 했다. “펜을 잡는 순간 돈과 멀어지는 삶을 택하는 거 에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타인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는 일이에요. 그 사명감으로 버티는 거죠.” ● 네 번의 창업, 세 번의 폐업… 그럼에도 오늘도 앞치마를 맨다 이기혁 씨는 어학 연수차 떠난 과테말라에서 커피를 만났다. 매일 아침 홈스테이 주인 아주머니가 한 잔 가득 따라주는 커피의 향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이디야커피 둔촌점을 2011년 3월 차리며 카페 사장님의 꿈을 이뤘다. 10평 남짓의 공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14일 이디야커피 둔촌점에서 만난 이기혁 씨는 “‘저번에 녹차라떼 진하게 해 달라고 하셔서 이번에도 진하게 탔어요’라고 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단골손님들을 챙겨 드린다. 동업하고 있는 친구는 이 건물 입주회사 부장님 아이의 옷도 사줬다”며 웃었다. 그렇게 그는 같은 자리를 11년 동안 지켰다. 12년차 베테랑 자영업자인 그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피해가진 못했다. 이디야커피 아래층에 차린 만화카페 ‘둔디야’는 코로나 19로 손님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2020년 여름 확진자수가 한자리대로 떨어졌다.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될 것이라 확신했다. 폐업으로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도 많았다. 4명의 지인들과 그해 9월 홍대입구역 인근에 실내포차 ‘청포’를 열었다. 카페 마감 뒤 청포로 향한 그는 모두 잠든 새벽, 술과 안주를 나르고 그릇을 닦았다. 사활을 걸었지만 코로나 19는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문을 연지 두 달 뒤인 11월 확진자 급증으로 영업 시간제한이 생긴 것.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그는 청포에서의 경험도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술집은 카페보다 손님 하나하나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 카페는 음료가 나가면 끝이지만 술집은 수저부터 주류, 음식까지 계속 챙겨드려야 하니까요. 손님을 보는 눈이 더 밝아졌어요.”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에 더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주변에 문을 열면서 매출이 30% 줄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도 이디야커피 둔촌점으로 향한다. 앞치마를 매고 커피머신 앞에 선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 그가 4번의 창업과 3번의 폐업에서 배운 점이다. “조금만 매출이 떨어져도 ‘망하는 건가?’라며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이제 저 자신과 가게에 대한 믿음을 갖고 버티는 게 정답이란 걸 알아요. 진심을 다하면 새로운 가게가 생겨도, 날씨가 궂어도 저희를 찾아주는 손님이 있거든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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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숭고한 희생, 책임감, 그리고 사랑의 기록

    2006년 5월 이라크로 파병된 미 육군 선임부사관 찰스 먼로 킹은 바그다드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악명 높았던 주르프 알 스카르에 배치됐다. 주둔지에서 약 15km 떨어진 지역에 정찰지를 마련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고민에 빠진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폭발물이 사방에 널려 있었기 때문. 결국 이동 중 폭발사고로 휘하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다. 죽음을 목격한 그날 킹은 편지에 이렇게 적는다. ‘그 친구가 우리를 웃기려고 했던 우스꽝스러운 짓들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슬그머니 미소를 짓기도 했어. 웃음은 상처 난 영혼에 더할 수 없는 특효약이야.’ 고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아들 조던을 향한 것이었다. 2005년 12월 배 속의 아들과 아내를 뒤로하고 이라크로 떠난 킹은 2006년 10월 전사하기까지 아버지 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편지로 남겼다. 그는 전장 한복판에서 군인으로서의 사명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매일 적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동료들은 그의 아내인 저자에게 편지를 전했다. 퓰리처상 수상자로 뉴욕타임스 기자인 그는 남편과 함께한 일상의 이야기를 편지와 함께 엮어 책으로 펴냈다. 킹은 운명처럼 서로 이끌린 아내와의 결실이 조던이라고 했다. ‘네 엄마는 아빠로 하여금 실패한 이전 결혼생활로 겪고 있던 좌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그런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글은 상처를 보듬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저자는 남편이 보낸 첫 문자메시지부터 첫 데이트에서 샐러드를 시킨 것까지 킹의 생전 모습을 자세히 전한다. 아버지의 조언은 실질적이고도 생생하다. ‘남자도 얼마든지 울 수 있어. 울음만큼 고통과 압박감을 덜어낼 수 있는 것도 없지’ ‘누군가 너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서도록 해. 너의 인생이지 그들의 인생이 아니니까!’ 저자는 남편의 편지를 받고 “전쟁이 그 사람을 우리에게서 영원히 빼앗아간 게 아니란 걸 느꼈다”고 말한다. 부모여서 더 견디기 힘든 전쟁의 상흔도 담겼다. 킹은 처음이자 마지막 휴가 때 집에 돌아와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그는 “이라크 아이들이 너무 많이 피를 흘렸다”고 울부짖었다. 부하들을 무사히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하루하루를 버틴 그는 ‘아빠가 여기서 겪은 어떤 경험들은 여기에 차마 쓸 수 없구나’라고 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쟁이 인간의 삶에 남기는 처참한 흔적을 바라보는 요즘, 킹의 마지막 편지를 되새겨본다. ‘항상 가족을 돌보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아라. 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너의 엄마를 사랑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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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마른 감정, 그림 보며 깨워보세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3B’를 즐겨 그렸다. 예쁜 사람(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이 그것. 와인과 포도가 올려진 테이블 주위로 남녀가 여유롭게 대화하는 ‘선상파티의 오찬’(1881년),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들이 춤추는 ‘물랭 드 가레트의 무도회’(1876년)에서는 가난이나 슬픔은 찾아볼 수 없다. 정작 르누아르의 삶은 여유나 행복과 거리가 멀었다. 7일 만난 ‘마음챙김 미술관’(타인의사유)의 저자 김소울 미술치료사(38)는 “르누아르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택했다. 고난이 닥쳐도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12일 출간되는 책은 그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다뤘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김 씨는 10여 년 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치료를 공부했다. “대학 시절 힘든 일을 겪어 심리상담을 받았어요. 그때 위안을 얻어 그림으로 누군가를 치료해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술치료연구소를 차릴 때 세무서 직원은 “누가 돈을 내고 미술치료를 받느냐”고 물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내담자와 만나고 있어요. 성범죄 및 가정폭행 피해자, 우울증 환자, 진로 문제나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이 와요.” 그 역시 힘들 때마다 모네의 그림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교한 역사화가 주를 이룬 19세기 초반,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인상을 표현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붓질조차 서툰 아마추어의 그림”이라는 악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 작품은 인상주의시대를 연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데 모네의 그림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그림으로 덴마크 화가 게르다 베게너(1886∼1940)의 ‘릴리 엘베의 초상’(1928년)과 ‘창문 앞 두 여성’(1920년대)을 추천했다. 베게너는 화가 릴리 엘베(1882∼1931)가 세계에서 처음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기 전 남자였을 때의 아내. 그는 엘베의 초상화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했다. 화가의 삶을 알아야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감정 상태에 따라 똑같은 그림이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정해 필요할 때마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른이 넘으면서 감정이 굳어버린 것 같다는 분들이 많아요. 누군가를 강렬히 사랑했던 감정, 미워했던 감정까지 다 묻어버리는 데 익숙해진 거죠. 그림을 통해 내 안의 잠든 감정을 깨워 보는 건 어떨까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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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난 닥쳐도 어떤 감정 느낄지는 본인 선택…그림 통해 감정 깨워보세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3B’, 즉 예쁜 사람(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즐겨 그렸다. 와인과 포도가 올려진 테이블 주위에서 남녀가 여유로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선상파티의 오찬’,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물랭 드 가레트의 무도회’ 등 그의 대표작들에는 가난이나 슬픔이 없다. 정작 르누아르의 삶은 여유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7일 만난 미술치료사이자 ‘마음챙김 미술관’(타인의사유)의 저자 김소울 씨(38)는 “르누아르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고,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았으며 지원해주는 가족도 없었지만 행복하기를 택했다. 고난이 닥쳐도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본인의 선택과 의지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12일 출간되는 책은 화가의 삶이 투영된 그림들을 통해 어떻게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전한다. 김 씨가 석사에 진학했던 10여 년 전만 해도 미술치료는 비주류였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그가 미술치료를 공부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반대했고, 미술치료연구소를 차릴 때 세무서 직원은 “누가 돈을 내고 미술치료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정교한 역사화가 주를 이뤘던 당시 빛과 그림자가 주는 인상을 표현한 ‘인상: 해돋이’를 보고 평론가들은 “붓질조차 서툰 아마추어의 그림”이라고 조롱했다. 이후 이 작품은 인상주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사람들이 미술치료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그만뒀다면 지금 제가 사람들과 그림을 통해 감정을 나누는 미술치료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비판이 두렵더라도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모네의 그림이 큰 힘이 됐어요.” 김 씨는 독자들도 그림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길 바란다. 그는 게르다 베게너의 그림들을 추천했다. 베게너는 세계 최초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릴리 엘베의 연인이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베게너는 릴리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것을 넘어 릴리를 뮤즈 삼아 그의 초상화를 화폭에 담았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숨기는 내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단 한 명만 있으면 돼요. 나를 진심으로 지지해줄 단 한 명을 옆에 두는 것,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화가의 삶을 알아야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똑같은 그림이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정하고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것도 그림을 즐기는 방법이다. “서른이 넘으면서 감정이 멈춰버린 것 같다고 털어놓는 내담자들이 많아요. 그건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은지 오래됐다는 뜻이죠. 누군가를 강렬히 사랑했던 감정, 미워했던 감정, 무언가에 열정을 쏟았던 기억까지 모두 묻어버리는데 익숙해진 거죠. 그림을 통해 조금씩 내 안의 잠들었던 감정을 깨워보는 건 어떨까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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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도 ‘그냥 엄마’입니다”

    만 세 살이 된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세 엄마가 있다. 한 엄마는 아이의 옷을 다 벗긴 뒤 자신의 옷도 벗는다. 옷에 이유식이 잔뜩 묻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다른 엄마는 아주 가벼운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한다. 아이가 음식을 다 먹었는지 숟가락의 무게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아이의 입을 확인하면서 이유식을 떠먹이는 엄마도 있다. 이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엄마다. 8일 만난 ‘그냥 엄마’(시공사·1만7000원)의 저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윤소연 씨(36)는 “시각장애인 엄마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육아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4일 출간된 책은 시각장애를 가진 세 엄마가 자녀를 키우는 법, 장애 부모에 대한 편견 등을 담았다. 대학에서 유아교육 강의를 하고 있는 윤 씨는 박사논문 주제로 ‘시각장애인 엄마의 양육’을 정했다. 4개월간 각 가정을 여섯 번씩 방문해 3시간씩 이들을 관찰했다. 시각장애인 엄마들은 이유식 먹이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같은 육아의 기본도 수백 번 반복해 손과 귀, 코 등의 감각으로 익혀 나갔다.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는 넘어지거나 부딪힐까 걱정돼 목에 방울을 달았다. 윤 씨는 “외출할 때 아이 혼자 엘리베이터에 타게 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가 변기 만지는 소리까지 안방에서 들을 정도로 시각 외의 감각을 총동원해 아이에게 신경을 쏟는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대화다. 볼 수 없는 대신 말로 아이를 파악하는 것. 어린이집에 다녀와 머리핀이 없어졌으면 왜 머리핀이 없는지, 누군가와 싸우진 않았는지를 일일이 묻는다. “물 냄새는 어때?” “바람 소리를 들으니 뭐가 생각나?”같이 시각에만 한정짓지 않는 질문도 던진다. “세 가족의 공통점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는 아이들의 언어능력 향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새가 있다’ 대신 ‘파란색 날개가 달린 새가 오른쪽으로 걸어가고 있어’라고 말해요. 부모의 장애가 오히려 아이의 강점이 되는 것이죠.” 책은 다음 달 오디오북과 디지털음성도서로, 8월경 점자책으로 각각 출간될 예정이다. 책 표지 제목 아래는 ‘그냥 엄마’가 점자로 표기돼 있다. 엄마 중 한 명은 제목을 확인하고는 눈물을 쏟았다. “이들도 앞이 보이지 않을 뿐 그냥 엄마예요. 아이와 엄마는 서로의 다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맞춰 나가는 존재죠. 앞이 보이지 않는 모든 ‘그냥 엄마’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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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빈 손예진 이정재 정우성 김우빈 등 1억씩 기부

    30일 결혼하는 배우 현빈과 손예진을 비롯해 김우빈 임영웅 김동욱 등 연예인이 경북·강원 지역 산불 피해 이재민 지원 성금을 8일 기부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현빈과 손예진이 함께 2억 원을, 이정재 정우성 김우빈과 임영웅이 각각 1억 원, 배우 김동욱이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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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준엽, 대만 배우 쉬시위안과 결혼

    그룹 클론 출신의 구준엽(53)이 대만 배우 쉬시위안(徐熙媛·46)과 결혼한다. 구준엽은 8일 인스타그램에 “저 결혼합니다. 20년 전 사랑했던 여인과 매듭 못 지은 사랑을 이어가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과거 1년간 교제했다. 구준엽은 “그녀의 이혼 소식을 듣고 연락했다.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쉬시위안도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썼다. 쉬시위안은 2011년 중국인 사업가 왕샤오페이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으나 지난해 이혼했다. 쉬시위안은 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을 맡아 유명해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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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월든 호숫가를 거닐고 싶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전합니다

    1845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던 미국 문인이자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그의 행동은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꿈꿨을 ‘도피’다. 쏟아지는 업무, 경쟁에 지친 이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호숫가를 거니는 모습을 상상한다. 동시에 불필요한 소비와 탐욕에서 벗어나는 ‘무소유’의 삶도 갈망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나. 저자 역시 월든에서의 삶을 갈망했었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의 삶을 기록한 책 ‘월든’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완독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는 서랍 속에 월든 호숫가 사진을 넣어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꺼내 들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원룸에 살게 된 후 인간의 행복과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 저자는 월든으로 떠난다. ‘소로의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월든 투어를 떠났다는 저자는 소로가 살았던 오두막과 숲길, 호숫가를 거닐며 조화로운 삶, 탐욕에서 자유로운 삶, 최소한의 삶을 살아갈 방법을 풀어냈다. 저자는 소로가 호숫가 통나무집에서 영위했던 삶의 자취를 따라간다. 소로는 ‘하루 네 시간 이상 아무 목적 없이 자연과 오롯이 함께하는 산책을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다’고 책에 썼고, 저자 역시 소로가 걸었던 산책길을 하루 종일 걸었다. 책상과 의자, 침대, 벽난로로만 채워진 그의 소박한 방을 둘러보면서 ‘내가 가지려 하던 것은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이었나’를 스스로 묻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로의 삶에 대한 통찰도 공유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 탐욕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한 그를 통해 우리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간다. 돈이나 물건의 부족함을 콤플렉스로 여기지 않았던 소로는 유일하게 부족함을 느끼는 대상이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음껏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을 갈망했다. 어떻게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 알면 ‘누구에게도 고용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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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무슬림과 공존 해법 찾으려 사원 100곳 누볐죠”

    2018년 6월 예멘 난민들이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들어온 뒤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 대부분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집회가 열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7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메디치)을 최근 펴낸 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37)이 국내 이주 무슬림을 인터뷰하기로 작정한 계기다. 당시 그는 국내 이슬람 건축 디자인을 연구하기 위해 2018년 초부터 이슬람 사원과 예배소를 찾아다녔다. 거대한 돔이나 첨탑을 기대한 그가 맞닥뜨린 건 간판도 없이 옥탑이나 지하에 숨어든 예배소였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의 이슬람 사원인 서울중앙성원에서 만난 그는 “건축물 연구를 접으려던 차에 예멘 난민 사태가 터졌다”며 “다양한 국적이나 종교를 가진 이주민이 늘고 있는 한국에서 장소보다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은 약 15만 명으로, 전국의 이슬람 종교시설은 150개가량 된다. 이 연구원은 2018년부터 2년간 이슬람 종교시설 100여 곳을 다니며 무슬림 이주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한국인과 겪는 갈등 혹은 차별의 경험, 무슬림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신간에 담았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서 비롯됐지만 팬데믹으로 더 심화된 양상이다. 지난해 5월 강원 강릉시에서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기간 식당에 모인 무슬림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터진 뒤 주변 시선은 특히 곱지 않았다. “부산에 있는 공장에 다니는 무슬림 노동자가 ‘사택 밖으로 나가면 해고하겠다’는 회사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종교모임에 나가는 걸 막으려고 외출을 금지시킨 거죠. 경기도가 모든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한 분도 있었어요.” 지난해에는 대구 경북대 앞에 이슬람 사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경북대로 유학을 온 무슬림 학생들이 2014년부터 사원 설립을 추진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소음과 지역 슬럼화를 이유로 반대에 나선 것. 주민들은 공사장 입구에 차를 세워 공사를 막았다. 충돌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는 무슬림 학생들에게 주민들과 합의하라며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 연구원은 “정부가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이슬람 사원 설립을 놓고 갈등이 생겼을 때 정부 주도로 중재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한다. 관련 공청회와 토론회가 열린 영국 런던 킹스턴어폰템스 지역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이슬람 단체와 정부 간 소통기구인 ‘DIK’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중재위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토론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아간다. 한국도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민을 우리가 양보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협의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주민과의 공존은 필수가 됐다는 것.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을 채우는 필수 노동력이 됐어요. 무슬림이 유입돼 공실이 사라지고, 죽었던 상권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이제는 ‘왜 이들이 여기 사는가’보다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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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장 여는 순간 보석 만난듯… 29번째 게이고 작품 번역”

    일본작가의 소설책을 즐겨 읽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있다. 번역가 양윤옥(64·사진)이다. 국내에서 150만 부가 팔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2012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시리즈(문학동네·2009∼2010년) 등 일본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번역했다. 특히 추리소설계의 거장 게이고의 소설 중엔 양 번역가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양 번역가가 15년간 번역한 그의 작품은 29편에 달한다. 양 번역가는 2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번역한 ‘조인계획’은 1994년에 출간됐지만 한국엔 지금에서야 처음 소개되는 게이고의 초기작”이라며 “첫 장을 펼쳤을 때 ‘드디어 숨은 보석을 만났다’는 생각에 설렜다”고 말했다. 조인계획은 스키점프 유망주 살인사건을 통해 천재적 재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양 번역가는 게이고의 문체에 대해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동작을 짧은 묘사로 켜켜이 쌓아가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틈에 정교한 대형 건축물이 머릿속에 출현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게이고 문체를 잘 알기에 번역 과정에서 설명을 덧붙일까 고민되는 순간마다 ‘원문에 충실하기’를 따른다고 했다. 조인계획에서도 원문에 쓰인 ‘날다’(飛)와 ‘뛰다(跳)’라는 단어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원래 단어의 뜻을 살린 ‘날아오르다’와 ‘뛰어들다’로 번역했다.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는 점프 순간을 ‘날다’가 아닌 ‘뛰다’로 묘사합니다. ‘천재란 비상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밟아 도약하는 것’이라는 니레이의 생각이 담겨 있죠. 작가 의도를 전달하기엔 ‘날아오른다’, ‘뛰어든다’는 너무 평범한 것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설명을 덧붙이고픈 욕심도 들었지만 독자들이 숨은 뜻을 알아줄 거라 믿었죠.” 원문에 손을 댈 때도 있다. 편견이 들어간 표현이 우려될 경우다.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문학동네·2014년) 중 ‘드라이브 마이 카’가 그랬다. 운전기사 ‘미사키’가 운전 도중 불붙은 담배를 창밖으로 튕겨버리는 장면에서 하루키는 ‘가미주니타키초에서는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 것이리라’라고 표현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 것이리라’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 것인지’라고 애매하게 얼버무려 번역했어요. 가상의 지명이라도 온 동네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곳’이라고 표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문장을 수십 개로 쓰는 집요함도 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중 ‘예스터데이’에서 ‘후렴구를 그야말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불렀다’라는 문장은 12가지 버전으로 써보며 고민했다. ‘쩌렁쩌렁한’의 원문은 ‘목욕탕적인, 잘 들리는’이다. ‘가장 신나는 부분을 그야말로 목욕탕적으로, 구성지게 뽑아냈다’, ‘가장 고조되는 부분을 욕실 스타일로, 구성지게 뽑아냈다’ 등이 후보였다. 그는 “문장은 쉽고 편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에 책에 나온 최종 문장으로 선택했다.” 양 번역가는 번역가를 ‘구로고(黑衣)’에 비유한다. 구로고는 일본 전통연극 가부키에서 관객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온몸에 검은 천을 둘러쓰고 무대 진행을 돕는 이다. “번역자는 원작자의 ‘구로고’입니다. 원작을 최대한 우리말로 매끄럽게 소개하는 것이 할 일이지요. 번역자가 자기주장을 하거나 얼굴을 내밀 일은 없어야 합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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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통신사의 눈에 비친 400년 전 일본 풍경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1537∼1598)와, 그의 아들 히데요리(1593∼1615)를 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7년간 지속됐던 전란 후 약 10년 뒤인 1607년부터 다시 일본에 파견되기 시작했던 조선통신사의 기록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유한이 1719년에 쓴 사행록에는 ‘히데요시가 오사카에 살면서 싸움을 즐기고 사치하고 백성의 고혈을 긁어다 욕심을 채웠다’는 기록이 있다. 1607년 4월 9일 도요토미 가문의 본거지 오사카에 도착한 사행원 경섬은 ‘해사록’에 히데요리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풍악을 폐하지 않았고, 오직 호화와 사치를 스스로 즐겼으며, 일의 처리가 많이 유약하므로 왜인들이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다고 한다.’ 히데요리가 패망하게 된 경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뒤 조선 후기 문화를 연구해 온 저자는 1607년부터 1764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에도 막부에 파견됐던 통신사행들이 관찰한 오사카, 교토, 나고야, 에도 등 일본 주요 도시에 대한 기록을 탐구했다.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때, 조선인들은 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와, 그를 물리친 도쿠가와 이에야스 휘하의 에도 막부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통신사행의 여정은 오사카항 하구에서부터 시작됐다. 오사카 시내 나루터 주변의 인가를 묘사한 기록은 생생하다. 1719년 신유한은 이렇게 글을 남겼다. ‘모든 집의 담과 벽이 다 화려하게 색칠을 하였다. 낮고 습해서 거처할 수 없는 곳에는 푸른 풀로 금빛 방죽을 만들었는데 깨끗하여 침도 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잡초가 난 곳조차 관리가 잘돼 있었다니, 청결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편 조선인들은 실권이 없는 일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이로 인해 벌어질 위험을 우려했다. 원중거는 “일왕을 끼고 쟁탈을 도모하는 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 어찌 알겠는가. 저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면 변방의 교활한 무리가 반드시 기회를 타서 우리 땅을 노략질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실제 에도 막부가 무너진 뒤 일본은 조선 침탈에 나섰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인 ‘피로인’에 대한 기록은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여준다. 1636년 통신사행들이 지나갈 때 ‘자주 눈물을 닦으며 번거로이 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피로인들이었다’는 기록이 그렇다. 책의 묘미는 통신사행들이 남긴 상세한 기록을 통해 400여 년 전 일본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늦은 저녁 배를 타고 가다 강물에 놓인 다리를 본 조명채는 1748년 ‘공중에 밝게 빛나는 불 구슬이 문득 가까워져 오고, 만 길 뻗은 무지개가 뱃머리에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고 적었다. 불 구슬은 다리 위에 밝힌 등불이고, 무지개는 다리였다. ‘여인들이 한가로운 도회의 자태를 더하고 분칠을 낭자하게 하여 눈을 현란하게 하였다’는 1764년 원중거의 교토 방문 기록도 흥미롭다. 통신사행들의 글을 따라가며 그들이 걸었던 길을 머릿속에서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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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왜란 겪고 파견된 조선통신사가 본 일본 그리고 일본인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아들 히데요리를 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7년 간 지속됐던 전란 후 약 10년 뒤인 1607년부터 다시 일본에 파견되기 시작했던 조선통신사의 기록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유한이 1719년에 쓴 사행록에는 ‘히데요시가 오사카에 살면서 싸움을 즐기고 사치하고 백성의 고혈을 긁어다 욕심을 채웠다’는 기록이 있다. 1607년 4월 9일 오사카 하구에 도착한 사행 중 한 명이었던 경섬은 ‘해사록’에 히데요리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풍악을 폐하지 않았고, 오직 호화와 사치를 스스로 즐기었으며, 일의 처리가 많이 유약하므로 왜인들이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다고 한다.’ 히데요리가 패망하게 된 경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뒤 조선 후기 문화를 연구해 온 저자는 1607년부터 1764년까지 총 11차례에 에도 막부에 파견됐던 통신사행들이 관찰한 오사카, 교토, 나고야, 에도 등 일본 주요 도시에 대한 기록을 탐구했다.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때, 조선인들은 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와, 그를 물리친 도쿠가와 이에야쓰 휘하의 에도 막부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통신사행의 여정은 오사카항 하구에서부터 시작됐다. 오사카 시내 나루터 주변의 인가를 묘사한 기록은 생생하다. 1719년 신유한은 이렇게 글을 남겼다. ‘모든 집의 담과 벽이 다 화려하게 색칠을 하였다. 낮고 습해서 거처할 수 없는 곳에는 푸른 풀로 금빛 방죽을 만들었는데 깨끗하여 침도 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잡초가 난 곳조차 관리가 잘 돼 있었다니, 청결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편 조선인들은 실권이 없는 일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이로 인해 벌어질 위험을 우려했다. 원중거는 “일왕을 끼고 쟁탈을 도모하는 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 어찌 알겠는가. 저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면 변방의 교활한 무리가 반드시 기회를 타서 우리 땅을 노략질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실제 에도 막부가 무너진 뒤 일본은 조선 침탈에 나섰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인 ‘피로인’에 대한 기록은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여준다. 1636년 통신사행들이 지나갈 때 ‘자주 눈물을 닦으며 번거로이 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피로인들이었다’는 기록이 그렇다. 책의 묘미는 통신사행들이 남긴 상세한 기록을 통해 400여 년 전 일본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늦은 저녁 배를 타고 가다 강물에 놓인 다리를 본 조명채는 1748년 ‘공중에 밝게 빛나는 불 구슬이 문득 가까워져 오고, 만 길 뻗은 무지개가 뱃머리에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고 적었다. 불 구슬은 다리 위에 밝힌 등불이고, 무지개는 다리였다. ‘여인들이 한가로운 도회의 자태를 더하고 분칠을 낭자하게 하여 눈을 현란하게 하였다’는 1764년 원중거의 교토 방문 기록도 흥미롭다. 통신사행들의 글을 따라가며 그들이 걸었던 길을 머릿속에서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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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지친 마음 다독다독… 일상 접목 철학책 ‘인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철학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처럼 출간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철학서가 최근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 드는 철학서의 ‘스테디셀러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교보문고 1월 종합 월간 베스트 8위, 인문 분야 월간 1위에 오르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 나온 신간도 인기다. 11월 출간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인플루엔셜)는 1월 인문 분야 기준 교보문고 6위, 예스24 3위다. 12월에 나온 ‘데일리 필로소피’(다산초당)는 교보문고 13위, 10월 출간된 ‘필로소피 랩’(윌북)은 예스24 20위다. 철학서의 판매량과 출간 종수도 늘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철학·사상 분야 도서 연간 판매량은 2020년 전년보다 23.8%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60.7% 증가했다. 신간 출간 종수도 2020년 206종에서 지난해 290종으로 늘었다. 철학서의 인기 비결로는 일상과의 연결고리를 포착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지친 마음을 달래는 점이 꼽힌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등 어려운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 접목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파스칼, 프로이트 등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욕망, 사랑 등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최근 인기 있는 철학서들은 어려운 철학 지식을 설명하는 교양서가 아니라, 철학 지식과 통찰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휴식을 얻는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장기화의 영향도 있다.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마음을 달랠 책을 찾는 것이다. 박숙경 예스24 과장은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다산초당·2022년),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복복서가·2022년)은 행복을 탐구한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학파의 사상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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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 흥행 날개 달고, 그때 그 소설 다시 날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지 오래된 외국 원작들이 영화 흥행에 힘입어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나일강의 죽음’(1937년)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년)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년)에 비해 그동안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소설은 신혼부부가 탄 나일강의 호화 여객선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그렸다.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9일 개봉 후 엿새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소설도 주목받고 있다. 2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3년 ‘애거사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황금가지)에 묶여 출간된 소설은 월간 기준으로 판매량이 약 500권 수준에서 영화 개봉을 전후해 5000권가량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문학동네·2014년)도 영화 덕을 봤다. 소설은 갑작스레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여성 운전사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이어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22일 기준 원작 소설의 한 달 판매량은 직전에 비해 약 5배로 늘었다. 중국 소설가 옌롄커의 대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지식하우스·2005년)도 23일 동명의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달 셋째 주 알라딘 소설·시·희곡 부문 14위에 올랐다. 소설은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사단장 아내와 젊은 사병의 불륜을 통해 마오쩌둥 이념을 풍자했다. 이 밖에 다른 소설 원작 영화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출판계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은 2018년 국내에 출간된 데이비드 그랜의 ‘플라워 문’(프시케의숲)이 원작이다. 1920년대 미국 중남부에서 벌어진 인디언 살인사건을 다룬 논픽션이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7’(가제)도 에드워드 애슈턴의 공상과학(SF) 소설 ‘미키7(Mickey 7)’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국내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이 책은 복제인간이 다른 복제인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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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빛, 그 파동과 입자가 전하는 감동의 本色

    태양빛이 자연에 닿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을 다수 남긴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태양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태양빛의 강렬함을 드러내고자 점묘법을 사용했다. 그가 햇빛의 변화에 따라 수십 번을 그렸다는 ‘씨 뿌리는 사람’에도 그 특징이 녹아 있다. 노란색과 파란색 점이 대비를 이루는 밀밭은 작열하는 태양이 밀밭 위에 일렁이는 느낌을 준다. 고흐가 즐겨 사용한 점묘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답은 빛의 성질과 특성을 연구하는 광학에 있다. 프랑스 화학자 미셸 외젠 슈브뢸은 실험 중 인접한 색에 따라 원래 색이 다르게 보이는 ‘병치 혼합’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화가들은 물감의 혼합이 아닌 망막에서의 혼합을 통해 색을 인식토록 하는 점묘법을 개발했다. 물리학자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인 저자는 빛의 정체를 규명하려고 노력한 과학자들과, 빛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한 미술가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예컨대 카메라의 등장이 극사실주의 화풍을 불러 일으켰고, 물리학 이론의 양대 축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마르셀 뒤샹과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를 소개한다. 광학의 창시자 아이작 뉴턴은 흰색으로 보이는 햇빛이 일곱 가지 색으로 나뉘고, 이를 합치면 다시 흰색이 되는 분광이론을 발견한다. 빛은 섞을수록 흰색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이를 계기로 비로소 화가들은 빛을 화폭에 제대로 담아낼 수 있게 된다. 매개체는 유화물감. 이 물감에는 기름이 섞여 있어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고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유화물감을 여러 겹 덧칠해도 마치 색유리를 겹친 것처럼 투명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뉴턴에서 시작한 광학과 미술의 상호작용은 양자역학으로까지 나아간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오로지 확률로만 기술할 수 있다. 이른바 ‘불확정성의 원리’다. 이는 선택에 따른 무한대의 가능성을 상정하는 철학 담론을 낳아 관찰자에 의해 완성되는 예술로 이어졌다. 자전거 바퀴, 남성용 소변기 등 기성품을 그대로 가져온 뒤샹의 작품이 그 예다. 뒤샹은 “관람자의 관점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해석될 수 있는 ‘열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금지된 재현’은 보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된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데, 그의 앞에 놓인 거울도 그의 뒷모습을 비춘다. 남자가 자신의 정면을 직시하기 싫은 것일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까. 마그리트는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상상하는 과정을 의도했는지 모른다. 광학부터 상대성이론까지 물리학의 주요 개념이 작품에 녹아든 과정을 파헤치는 이 책을 읽으면 그림의 관람자를 넘어 화가의 관점을 경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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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맞은편에 소파, 전통 거실구조 곧 사라질 것”

    집 꾸미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에선 더 뜨겁다. 취향을 중시하는 데다 코로나 19로 인한 ‘집콕’ 문화 확산 때문이다. ‘오늘의 집’ 같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도 많이 활용한다. 14일 출간된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의 저자인 김지수 매스티지데코 대표이사(53·사진)는 “집을 꾸미는 것이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유명 브랜드 가방, 외제차처럼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사적인 공간을 나만의 취향으로 채워 넣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6일 김 대표를 만났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여행, 외식에 쓸 돈을 고가의 가구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듯 그는 집 안 구조와 가구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에 경대, 소반같이 낮고 작은 가구가 많았던 이유도 17세기 소빙하기 확산에서 찾는다. “소빙하기 시절 추위가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선 사람들은 난방 시스템을 온돌로 바꿨습니다. 온돌의 확산은 좌식문화로 이어졌고, 좌식 가구가 발달하게 됐죠.” 코로나19 이후에도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까. 김 대표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람들이 소비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는 ‘홈코노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즐기는 ‘홈파티’의 편안함, 거실 소파에서 ‘혼술’을 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안락함을 쉽게 놓진 않을 것이란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집 안에서 즐기는 법을 찾았습니다. 집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한국식 히키코모리(운둔형 외톨이)’ 세대가 주거문화를 이끌어 갈 겁니다.” 그가 전망하는 미래 집의 특징은 ‘커지는 거실’이다. 과거 거실은 가족이 모여 TV를 보는 공간이었다. 이젠 각자 방에서 휴대전화를 갖다 보니 거실은 무용지물이 됐다. 놀고 있는 거실은 업무, 식사, 휴식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거실에 둘 대형 테이블, 테이블 높이에 맞는 소파 등 가구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TV를 두고, 맞은편에 소파를 놓는 전통적인 거실 구조는 해체될 겁니다. TV와 소파의 자리에는 큰 테이블이 놓일 거예요. 저희 집 거실엔 통원목 테이블인 2m 길이 우드슬래브가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요. 여기서 아이들이 숙제도 하고, 저도 업무를 봐요. 이런 집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요?” 아파트도 내부에 속한 베란다가 아니라 벽에서 돌출된 발코니를 갖춘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코니는 하늘을 마주하기에 햇살과 바람을 바로 맞을 수 있다. “주말에 녹음이 짙은 교외로 여행을 떠나고 쾌적한 테라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취향이 아파트에도 옮겨 올 거라고 봐요. 탁 트인 곳에서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느끼며 자연의 품에 안기길 원하는 인간의 본능은 변하지 않으니까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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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원룸도 내 취향대로”…길어진 집콕이 불러온 ‘집 꾸미기’ 열풍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집 꾸미기’가 인기다. 원룸에 살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을 만드는 것, 즉 ‘작은 집 예쁘게 꾸미기’가 중요해진 것이다. ‘오늘의 집’ ‘집닥’ 같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은 MZ세대의 필수 어플리케이션이다. 40만 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떼미데의 버섯 모양 전등의 가품은 10만 원 안팎에 날개 단 듯 팔려나간다.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구들로 가득한 강남구의 ‘더콘란샵’도 ‘핫 플레이스’다. 소득 수준의 향상,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집콕’ 문화 확산이 집 꾸미기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이다. 14일 출간된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는 집을 꾸미는 것이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명품가방, 외제차처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나만의 취향으로 채워 넣는 행위기 때문이다. 집 꾸미기의 열풍은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저자 김지수 매스티지데코 대표이사(53)를 16일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만났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여행, 외식 등에 쓸 돈을 고가의 가구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듯, 저자는 집안 구조와 가구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게 바뀌어 왔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에 경대, 소반과 같이 낮고 작은 가구가 많았던 이유도 17세기 소빙하기의 확산에서 찾는다. “17세기 소빙하기 시절 조선에서도 대흉작, 대기근, 전염병의 창궐이 일어났습니다. 굶주린 백성들은 폭동과 민란을 일으켰죠. 민란으로 전소된 집들이 많았던 데다가, 추위가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선 사람들은 난방시스템을 온돌로 바꿨습니다. 온돌의 확산은 좌식 문화로 이어졌고, 좌식에 맞는 좌식가구가 발달하게 됐죠.” 코로나 19 이후에도 집 꾸미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될까. 김 대표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람들이 바깥에서의 소비 활동을 집 안에서 해결하는 ‘홈코노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직접 요리를 하고, 음악을 골라 들으며 친구들과 즐기는 ‘홈파티’의 편안함, 침대에서 ‘혼술’을 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안락함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은 집 안에서 참는 게 아니라 즐기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집안에서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함으로서 다양성을 맛본 거죠. 집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한국식 히키코모리’ 세대가 리빙 문화를 이끌어 갈 겁니다.” 저자가 전망하는 미래의 집의 특징은 ‘커지는 거실’이다. 과거의 거실은 가족들이 모여 TV를 보는 공간이었다. 이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논다.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놀고 있는 거실은 업무, 식사, 휴식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부엌은 점차 사라지고, 거실은 점점 커지는 집, 저자가 그리는 미래의 집이다. 집안 구조의 변화에 따라 거실에 둘 수 있는 대형 테이블, 테이블 높이에 맞는 소파 등의 가구도 많아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예측이다. “TV를 두고, 맞은편에 소파를 놓는 전통적인 거실의 구조는 해체될 겁니다. TV와 소파의 자리에는 큰 테이블이 대체할 거에요. 저희 집 거실이요? 통원목 테이블인 2m 길이 우드슬랩이 한 가운데 놓여져 있죠. 여기서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저도 업무를 봐요. 이런 집의 구조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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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연재 ‘남산의 부장들’ 대만서 중국어로 번역 출간

    중앙정보부 부장들이 주도한 공작 정치를 통해 박정희 정권 18년을 조명한 논픽션 ‘남산의 부장들’(폴리티쿠스·사진)이 최근 대만에서 중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남산의 부장들’은 김충식 가천대 특임부총장이 동아일보 기자 시절 2년 2개월 동안 연재한 기사를 모아 1992년 출간한 책이다. 지금까지 약 55만 부가 팔렸다. 2020년 이병헌 이성민 등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490만 명이 관람했다.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도 1994년 번역 출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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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대에 ‘미니멀리즘 거장’ 오른 화가 에레라 별세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거장으로 인정받은 쿠바 출신 화가 카르멘 에레라(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107세.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가 12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14일 보도했다.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고인은 유년 시절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 등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아바나에서 대학을 다니며 건축학을 전공했고, 교수였던 남편을 만나 1939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1948년부터 파리에서 활동하며 유명 갤러리인 살롱 데 레알리테 누벨에 작품을 전시해 작가로 인정받았다. 1954년 뉴욕에 정착했지만 89세까지 한 작품도 팔지 못했다. 흑백의 조합, 단순한 기하학 구조를 사용해 미니멀리즘을 선보였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2004년 중남미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뉴욕 프레데리코 세베 갤러리 전시가 분기점이 됐다. 평론가들은 기하학적 미니멀리즘을 다룬 에레라의 작품이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에레라는 이 전시에서 작품을 처음 판매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에 전시돼 있다. 2009년 5만 달러(약 6000만 원)였던 작품 값은 2014년 16만 달러(약 1억9000만 원)로 뛰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언젠가 버스가 온다는 말처럼 결국 시간의 문제다. 난 100년 가까이 기다렸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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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 사람의 권력욕이 ‘모두의 불행’ 되지 않게 하려면

    장베델 보카사는 역사상 악명 높은 독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그는 국명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앙아프리카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를 황제 보카사 1세라 칭했다. 1977년 대관식에는 정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200만 달러(현 환율로 약 263억 원)가 투입됐다.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은 악어가 득실대는 연못에 빠뜨렸다. 그의 악마적 행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영국 런던대(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보카사를 비롯한 권력자들 수백 명을 연구해 어떤 사람이나 시스템이 더 쉽게 권력을 쥐고 남용하는지를 분석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권력을 손에 넣는 과정과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권력자가 악인이 되는 과정을 집중 추적했다. 악인들은 어떻게 권력을 얻었을까. 저자는 진화론에서 답을 찾는다. 선사시대에 더 많이 사냥하고, 부족 간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건장하고 잔혹한 이가 지도자가 되어야 했다. 진화는 지도자 선택의 프레임을 우리 뇌에 새겼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당대 남성들의 평균 키보다 컸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키 작은 남성보다 키 큰 남성에게 권력이 쏠리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집착한다. 그 결과 권력을 얻는 데 능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악한 리더’에게 더 끌린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이유도 스스로가 악인인 경우가 많아서라고 말한다. 타인의 환심을 사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일수록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악한 권력자를 낳는 건 개인의 성품 이상으로 부패한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외교관 면책특권이 주어진 미국 뉴욕시에서 각국 대사들이 불법주차를 일삼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뉴욕시장이 불법주차를 반복할 경우 번호판을 취소하는 ‘삼진 아웃제’를 시행하자 외교관들은 비로소 불법주차를 멈췄다. 나쁜 국가의 시스템은 권력자의 선택을 더 이기적이고 악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걸 보여준다. 부패한 이의 손에 권력을 쥐어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월드의 ‘생존자 편향 오류’를 참고하라고 말한다. 월드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전쟁 중 생존한 전투기를 보강하기보다 격추된 전투기를 분석해 이를 개선하는 전략을 짰다. 저자는 현재의 권력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격추된 전투기처럼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다시 말해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를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권력을 탐하는 자가 가장 부패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직 안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청렴성 시험을 진행하거나, 감시의 초점을 하위직이 아닌 임원에 맞추는 방안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권력을 원치 않지만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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