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원룸도 내 취향대로”…길어진 집콕이 불러온 ‘집 꾸미기’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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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집 꾸미기’가 인기다. 원룸에 살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을 만드는 것, 즉 ‘작은 집 예쁘게 꾸미기’가 중요해진 것이다. ‘오늘의 집’ ‘집닥’ 같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은 MZ세대의 필수 어플리케이션이다. 40만 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떼미데의 버섯 모양 전등의 가품은 10만 원 안팎에 날개 단 듯 팔려나간다.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구들로 가득한 강남구의 ‘더콘란샵’도 ‘핫 플레이스’다. 소득 수준의 향상,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집콕’ 문화 확산이 집 꾸미기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이다.

14일 출간된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는 집을 꾸미는 것이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명품가방, 외제차처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나만의 취향으로 채워 넣는 행위기 때문이다. 집 꾸미기의 열풍은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저자 김지수 매스티지데코 대표이사(53)를 16일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만났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여행, 외식 등에 쓸 돈을 고가의 가구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듯, 저자는 집안 구조와 가구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게 바뀌어 왔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에 경대, 소반과 같이 낮고 작은 가구가 많았던 이유도 17세기 소빙하기의 확산에서 찾는다.

“17세기 소빙하기 시절 조선에서도 대흉작, 대기근, 전염병의 창궐이 일어났습니다. 굶주린 백성들은 폭동과 민란을 일으켰죠. 민란으로 전소된 집들이 많았던 데다가, 추위가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선 사람들은 난방시스템을 온돌로 바꿨습니다. 온돌의 확산은 좌식 문화로 이어졌고, 좌식에 맞는 좌식가구가 발달하게 됐죠.”

코로나 19 이후에도 집 꾸미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될까. 김 대표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람들이 바깥에서의 소비 활동을 집 안에서 해결하는 ‘홈코노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직접 요리를 하고, 음악을 골라 들으며 친구들과 즐기는 ‘홈파티’의 편안함, 침대에서 ‘혼술’을 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안락함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은 집 안에서 참는 게 아니라 즐기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집안에서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함으로서 다양성을 맛본 거죠. 집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한국식 히키코모리’ 세대가 리빙 문화를 이끌어 갈 겁니다.”

저자가 전망하는 미래의 집의 특징은 ‘커지는 거실’이다. 과거의 거실은 가족들이 모여 TV를 보는 공간이었다. 이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논다.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놀고 있는 거실은 업무, 식사, 휴식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부엌은 점차 사라지고, 거실은 점점 커지는 집, 저자가 그리는 미래의 집이다. 집안 구조의 변화에 따라 거실에 둘 수 있는 대형 테이블, 테이블 높이에 맞는 소파 등의 가구도 많아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예측이다.

“TV를 두고, 맞은편에 소파를 놓는 전통적인 거실의 구조는 해체될 겁니다. TV와 소파의 자리에는 큰 테이블이 대체할 거에요. 저희 집 거실이요? 통원목 테이블인 2m 길이 우드슬랩이 한 가운데 놓여져 있죠. 여기서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저도 업무를 봐요. 이런 집의 구조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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