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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 ‘초혼 연령 낮추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하다 보니 출산이 늦어지고 결국 전체 자녀 수까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1, 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5∼2015년)은 아이를 낳은 이후의 보육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11년 4조8000억 원이던 영유아 보육비(어린이집 보육료, 양육수당 등) 예산은 2013년 약 10조40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보육예산은 전체 가족 예산의 약 85%에 이르렀다.○ 보육 치중 저출산 정책으론 한계 하지만 보육 위주의 저출산 정책은 기혼 여성의 취업엔 도움을 줬지만 신생아 수를 늘리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00년 26세에서 2013년 30세까지 늦춰졌다. 성인 중 미혼자 비율도 2005년 37%(483만9000명)에서 2011년 41%(516만6000명)까지 높아지면서 전체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올해 9월 발표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큰 방향을 초혼 연령 떨어뜨리기로 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만혼 추세를 억제하는 것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전체 성인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0명 아래로 떨어진 뒤 반등을 못하고 있지만 결혼을 한 여성(유배우자)의 출산율은 1999년 1.55명에서 2011년 1.99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을 하면 대체로 자녀 한두 명은 낳는다는 분석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5세 이후에 결혼하는 경우 아이를 두 명 이상 낳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초혼과 초산의 연령을 떨어뜨려야 둘째 셋째까지 낳을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결혼 출산 장려 정책을 통해 2013년 1.19명까지 낮아진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40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큰 물줄기 틀었지만 구체성 떨어지는 정책들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큰 물줄기를 틀었지만 실제 출산율을 높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출범한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임기 3년 차에 접어들어 가까스로 열렸다. 2013년 1월 출범한 3기 위원들은 회의 한 번 개최하지 못하고 4기 위원회에 역할을 그대로 넘겼다. 첫 회의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지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혼 연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 지원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 △청년고용 활성화 △맞춤형 안심보육 확대 △고위험 고령 산모와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지만 기존 정책과 다른 내용이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저출산 극복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정책들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9월 최종안에 담겠다”고 말했다.○ 퇴직자 지원 강화해 성장동력으로 한편 이날 위원회에서는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 정책 점검도 이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8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인구 비율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정부는 일단 퇴직자를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정책들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퇴직 예정자에 대한 지원을 의무화하고,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해 퇴직연령(53세)과 희망노동연령(71세)의 차이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력 단절 주부, 실직자,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늘리고 개인연금을 확대해 ‘1인 1연금’을 구축하기로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혼 연령 낮추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이후 10년 동안 ‘보육 확대’ 위주의 저출산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출산율 반등에 실패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년)을 9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차 기본계획을 잘 만드는 것이 앞으로 5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50년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고령사회를) 위기로만 생각하는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지는 향후 5년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초래된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현재와 같은 고령화 속도라면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0년 이후엔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절벽으로 인해 청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만혼(晩婚) 추세를 완화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용 전세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택자금 지원 다양화,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 등 결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김대일 서울대 교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9명이 위촉됐다.유근형 noel@donga.com·이재명 기자}
5월부터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는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지역가입자 또는 영세사업자(5인 미만)가 보험료를 연체했을 때만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연금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4월 29일부터 시행돼 5월 보험료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드로 낼 수 있는 보험료 상한액은 월 1000만 원. 카드 수수료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수수료는 보험료 납부금액의 1% 이내다. 신용카드는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카드로 납부가 가능하므로 별도의 카드를 만들 필요는 없다. 보건복지부는 “자금 융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보험료 카드 납부 요구가 많았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민이 더욱 쉽게 보험료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4월부터 유방 재건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1000만∼2000만 원에서 400만 원대로 대폭 줄어든다. 그동안 유방절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재건은 미용성형이라는 인식 때문에 건보 혜택을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3일 제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적용안을 의결했다. 유방 재건은 유방암 환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62%가 ‘내가 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유방을 절제한 환자 10명 중 3명은 재건술을 포기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연간 1만 명가량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위암 환자가 위를 절제하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해 소화 기능을 복원해주는 수술을 해주듯 유방의 암을 절제했으면 원래대로 복원해 주는 것까지를 치료의 영역으로 보는 차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간질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뇌자기파 지도화 검사도 4월부터 건강보험이 부분 적용된다. 6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 했던 검사비가 50만 원대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8월부터 장기 입원 환자 입원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은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로 했다. 예를 들어 입원 일수가 15일 이내면 총 입원료의 20%, 16∼30일은 30%, 41일 이상은 40%를 환자에게 부담하게 할 계획이다. 단 장기 입원이 불가피한 뇌혈관질환, 정신질환자, 중환자실 입원자 등은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아빠, 어린이집에 정말 가기 싫어요.” 며칠 전 30개월 된 아들이 기자에게 말했다. ‘뽀로로’, ‘사탕’ 등 짧은 표현을 주로 구사하던 아들이었는데…. 얼마나 다급했으면 길게 말했을까. 순간 가슴이 멎었다. 당장 어린이집에 찾아갈까. 아니다. 먼저 증거를 잡아야 해. 폐쇄회로(CC)TV는 설치돼 있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문에 났던 아동학대 체크리스트부터 살폈다. 일단 몸에 상처는 없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이유를 물으니 “무서워요”라고만 했다.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자녀에게 “맞았니?”라는 질문을 직접 하지 말라고 했건만. 참지 못하고 “선생님이 때리니?”라고 물었다. 아들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대답을 피했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아내의 말을 뒤로하고 다음 날 아들과 함께 직접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들이 선생님과 처음 대면하는 순간을 주의 깊게 살펴볼 생각이었다. 헌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아들은 망설임 없이 선생님에게 달려가 안겼다. 아빠가 일터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보다 더 반가운 표정으로.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아들 문제를 상의하니 선생님은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다. 새로 온 아이가 소리를 크게 지른단다. 같은 반 아이들이 이 때문에 놀라거나 우는 일이 많다고.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어린이집 선생님부터 의심해 미안했다. 인천 K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영상이 공개된 뒤 타오른 국민들의 분노가 3주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분노의 힘은 어린이집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로 분출됐다. 정부는 연일 관련 대책을 내놨고, 언론도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아들의 일을 겪으며 뒤를 돌아보게 됐다. 미셸 푸코의 지적처럼 과연 감시와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급하게 나온 대안들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특히 CCTV 의무화를 서두르면서 정작 열람 절차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설치율이 21%인 지금도 학대 영상이 방송과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재생산되고 있는데. 앞으로 열람 조건, 반출 과정 등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것이다. 분노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다. 동영상이 뜰 때마다 분노하다가 정작 우리는 아동학대 문제에 무감각해질지 모른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계속되는 안전 불감증처럼. 기자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믿어보기로 했다. 감시와 처벌보다 더 강력한 건 결국 신뢰와 소통일 수 있다는 기대로. 자주 찾아가 대화하다 보면, 선생님이 혹시 화가 나도 한 번 더 생각해주지 않겠는가. 가족, 지역사회 자원봉사자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미국의 어린이집에선 학대가 덜 발생한다지 않는가. 퇴근길 분노와 의심을 앞세웠던 것에 대한 반성의 마음으로 어린이집 선생님께 보낼 엽서 한 장을 사려 한다.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불법 브로커요? 현재로서는 필요악(必要惡)입니다. 단속을 시작하면 외국인 환자가 줄어들 겁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 씨는 국내 의료관광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브로커에 기대지 않고서는 해외환자 유치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동안 불법 브로커가 수수료를 진료비의 50% 이상 요구해도 병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브로커들이 환자를 다른 국내 성형외과나 일본 대만 등지로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들은 중국인 환자로부터 먼저 수수료와 진료비 총액을 받고, 병원에 수술비만 주는 등 영업 방식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병원들은 중국인 환자가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는지, 수수료를 얼마나 떼는지조차 알 수 없다.○ 불법 브로커 통해 소개받으면 퇴출 정부가 이런 불법 브로커의 행태에 대해 칼을 꺼내든 것은 국내 의료관광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 놓지 않으면 의료관광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월 발표할 ‘의료관광 시장 건전화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 브로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은 병원은 해외환자 유치업 등록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다. 그동안엔 불법 브로커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종합대책이 시행되더라도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정부는 이들과 연결된 국내 의료기관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환자유치지원실장은 “중국 현지 브로커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또는 조선족들을 고용해 환자 이송과 가이드를 맡기는데, 결국 최종 수요자인 의료기관을 단속하면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어 사이트 통해 투명 공개 해외환자들이 불법 유치업자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부족이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어 아랍어 등으로 만든 의료한류 포털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국내의 어떤 병원이 우수한 품질을 제공하는지 △외국인 환자 보호 장치는 충분한지 △어떤 진료를 하는지 △적정한 가격을 받는지 △수수료는 얼마나 받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 검증된 정보를 외국인들에게 제공하면 공식 채널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의료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이르면 7월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우수 의료기관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 인증을 거친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의료한류 포털, 주중 중국대사관 사이트 등에 노출시키겠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호텔처럼 등급제 전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외국인 환자 사후관리 강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강화된다. 정부는 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받으면 진료 이전에 진료 내용, 비용, 수수료, 분쟁해결 절차 등을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한국에 오기 이전과 이후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프리-포스트 케어 센터’를 중국과 중동 등지에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민간 병원들이 중국 중동 미국 몽골 등지에 사무소를 세우고 환자 유치활동을 해왔지만 정부가 직접 센터를 건립한 적은 없다. 정부의 참여로 공신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대비해 배상보험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의료관광업을 하는 병원 가운데 배상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배상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 전면적으로 금지된 외국어 의료광고를 공항 등 외국인 밀집 장소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광 시장 건전화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관련 내용을 담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상임위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병준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외국인 환자 원격진료 등 논란이 되는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불법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소개받을 경우 해당 병원을 의료 관광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유치 업자가 외국인 환자에게서 과도하게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한 상한선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발족시키고 2월 중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료 관광 시장 건전화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2일 복지부에 따르면 협의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기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장, 대한병원협회장, 산업은행장 등이 참여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성형 업계를 중심으로 횡행하고 있는 탈법 불법 및 서비스 품질 저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의료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병원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불법 유치 업자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받을 경우 해외 환자 유치 의료기관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없고 사실상 의료 관광 업계에서 퇴출된다. 이전까지는 처벌 규정이 없어서 불법 브로커와 거래해도 처벌할 수 없었다. 환자 중개인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챙겨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현상을 막기 위한 수수료 상한선도 마련된다. 그동안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경쟁이 심해져 불법 브로커에게 진료비의 50% 이상을 떼어 주면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구태가 반복돼 왔다. 이 때문에 병원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리 수술 등의 편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각종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 관광 업계는 수수료를 전체 진료비의 15∼20% 수준으로 제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복지부도 이를 바탕으로 적정 수수료 상한선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의료 관광의 패러다임을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배병준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보건의료를 우리의 100년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을 정비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며 “의료 한류의 1세대가 의료 관광 시장 개척, 2세대가 병원 해외 진출을 이뤘다면, 이제 질적 개선을 통한 3세대 프리미엄 의료 관광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의료관광 업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성형외과의 불법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불법 탈법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업계 전반을 재정비할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의료관광의 주요 고객인 중국, 중동 환자를 두고 아시아 국가들의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후 지난해 4월 ‘메디컬엑설런스저팬(MEJ)’을 출범시켜 해외환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은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없는 중국 본토 환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과 대만의 투자가 늘면서 ‘아시아 의료관광 신(新)삼국지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후반까지 일본의 의료관광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 한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의료관광 산업 육성에 나서고 성과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은 한국이 정부 주도로 중국, 중동, 러시아 환자를 유치하는 과정을 벤치마킹하고 본격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 수출을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10년 치료 및 검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010년 1만7000명 정도였지만 2012년에는 15만400명으로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만은 작은 시술로도 동안 효과를 내는 보톡스 필러 등 ‘프티 성형’을 앞세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대만이 위협적인 것은 한국과 주력 분야가 비슷하기 때문. 의료기술도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게 국제적인 평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만의 의료환경 인프라는 세계 24위. 한국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24∼26위에 머물렀다. 반면 수술비는 한국보다 싸다. 대만 의료국제화프로젝트센터에 따르면 대만 성형외과의 안면거상술 역시 한국은 최대 750만 원인 반면 대만은 최대 522만 원으로 한국보다 230만 원 정도 저렴하다. 언어도 강력한 경쟁 무기다. 대만은 대만어가 있지만 표준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의료관광의 큰손인 중국인 환자들이 ‘같은 값이면 대만’을 선호하는 이유다.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외국인 환자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 오기 이전부터 고국으로 돌아간 이후까지 관리하는 사전사후관리센터를 구축하는 등 중국인 미용성형 유치 시장의 건전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중단에 따른 비난 여론이 들끓자 상반기(1∼6월)에 저소득층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는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 500만 원 이하’지만 재산(자동차) 때문에 건보료를 많이 내는 지역가입자 약 600만 명부터 일단 구제하고 보겠다는 것.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치가 전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의 핵심은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다. 즉 임대, 금융 등 추가소득이 많은 고소득 직장인과 직장인의 형제 부모라는 이유로 소득은 상당하지만 건보료를 내지 않던 피부양자는 부담을 늘리고, 소득은 적은데 재산이 많아 건보료를 많이 내던 자영업자들은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부과체계의 모순은 그대로 두고, 저소득층의 건보료 인하부터 단행하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건보료 개편은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인데, 건보료를 내리는 조치를 먼저 하면, 나중에 올리는 작업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도 “고소득 직장인의 건보료 인상과 저소득층의 건보료 인하는 세트로 같이 가야 한다”며 “먼저 내리는 것만 하면 내년 4월 보궐선거 등 정치권 일정이 이어져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건보 재정도 문제다.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 따르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인하를 단행할 경우 최대 2조6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은 피부양자와 고소득 직장인의 건보료 인상(최대 1조5260억 원)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었다. 정부 방침대로 건보료 인하부터 단행했는데, 전체 부과체계 개편이 좌초될 경우 향후 건보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향후 국민 전체의 건보료를 추가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재원 조달 방법이 없는 복지 정책은 한계가 있는데, 저소득층의 건보료부터 내리면 당장은 수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 문제가 생긴다”며 “고소득 직장인의 건보료 인상 등을 포함한 재원 마련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건보료부터 내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향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재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2일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 선거 이후 건보료 개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970년대 40kg의 가녀린 몸매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받은 가수 옥희 씨(61).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옥희 씨는 70kg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진 몸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을 반복하던 옥희 씨의 가장 큰 문제는 불규칙한 식습관. 그는 아침을 거르고 오전 11시 이후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간식도 많이 하는 편이다. 옥희 씨는 “아무리 적게 먹어도 불규칙하게 먹으면 다이어트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에 못지않게 규칙적으로 세 끼를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몸속에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과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있다. 불규칙한 식습관은 렙틴과 그렐린의 자연스러운 생성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공복 후 식사를 할 때 폭식을 하게 되고, 간식을 먹고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식습관이 지속되면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호르몬인 아디포넥틴이 적게 나온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이어트는 거창하게 생각하면 실패한다. 세 끼를 꼭 먹는 것처럼 기본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널A 교양 프로그램 ‘닥터지바고’는 2일 오후 7시 10분 다양한 다이어트법을 공개한다. 음식을 먹는 순서를 정하는 것만으로 5개월 동안 19kg을 감량한 이수현 씨의 사례가 소개된다. 이 씨는 결혼 전 60kg 정도였던 몸무게가 출산 후 90kg까지 불어났다. 그는 원푸드 다이어트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체중 감량에 실패한 뒤 지인의 소개로 음식을 먹는 순서를 바꿨다. 끼니때마다 ‘과일→반찬→국→밥’ 순으로 먹었다. 그 결과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 공복감을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식사 전 와일드망고의 씨앗 등 견과류를 먹으니 더욱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복지는 혼자 설 수 없는 서민들에게 집중돼야 한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를 ‘무차별 복지’, ‘정략적 복지’라 생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벌어진 무상복지 논쟁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의견을 냈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를 무차별 복지, 정략적 복지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를 ‘부자정권’이라고 비난하던 민주당이 부자들에게까지 복지 혜택을 주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도 했다. 노인복지 확대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호언하는 시기에…(중략)…노르웨이는 기초연금제도를 폐지했다”며 북유럽 국가 사례를 들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유럽의 기초연금 폐지는 다른 공적연금의 보장 수준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지적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공적연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나온 조치를 무상복지 축소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특히 이 전 대통령 자신도 대선 과정에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공약했다 폐기한 바 있다. 임기 말 뜨거운 이슈였던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대학교육 혜택을 보는 학생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며, 그 혜택은 인적자본이 축적되는 형태로 당사자인 대학생에게 돌아가므로 자기책임원칙이 강조돼야 마땅하다”면서 “대학생은 장차 고소득층에 속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사회정의의 관점에서도 등록금 부담을 일반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반값등록금 정책 대신 국가장학금 규모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미 들불처럼 번진 등록금 인하 요구를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2012년 대선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남윤서 baron@donga.com·유근형 기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이 늦어지면 건보 재정 적자가 가속화될까. 전문가들은 부과 체계 개편은 직장인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지 건보 적자와는 별 연관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기획단에 따르면 개편이 진행될 경우 오히려 건보 재정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금, 금융, 임대 등 추가 소득이 4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직장인에게 추가 건보료를 걷는 방식으로 부과 체계가 개편되면 1조7528억 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개편이 늦춰지면 오히려 재정 부담 요소가 줄어드는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부과 체계 개편과는 무관하게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적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제출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입지출 구조 변화와 대응 방안’에 따르면 노인 의료비 급등으로 인해 현재 제도가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장기적으로 적자 행진을 보이게 된다. 그 규모는 2020년 6조3000억 원에서 2030년 28조 원, 2050년 102조1700억 원에 이어 2060년 13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2014∼2018년 건강보험 재무관리계획안’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2015년 1321억 원의 당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16년 1조4797억 원, 2017년 1조5684억 원, 2018년 1조9506억 원 등 당기 적자가 예상된다. 김수연 sykim@donga.com·유근형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에 이를 무기한 연기한 것은 건보료를 더 내게 될 집단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현 건강보험료 책정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 때문에 과도하게 건보료를 내던 은퇴자 등 지역 가입자 약 600만 명의 부담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연금, 임대, 금융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 가입자와 직장인의 부모 형제라는 이유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 등 약 45만 명은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다.○ 단칼에 개혁하려는 조급증이 문제 전문가들은 보건의료계의 숙원사업인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이 좌초된 이유가 ‘개혁에 대한 조급증’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소득, 재산, 가족 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던 것을 단칼에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려 했다는 것이다. 5년 이상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소득 중심으로 전환했다면, 국민들의 건보료 인상 체감도도 낮아지고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들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기획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이 소득 중심의 부과 체계 개편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보건복지부가 이에 휘둘린 것이 화근이 됐다”며 “복지부가 개선안 자체를 백지화할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부과 체계를 개선하는 식의 접근을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상 대상 단계적으로 늘렸어야 전문가들은 건보료를 더 내야 하는 사람의 수를 단계적으로 늘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기획단은 현재 금융, 연금, 임대 등 추가 소득이 연 7200만 원 이상인 직장인 가입자에게 건보료를 더 걷던 것을 연 2000만 원으로 대폭 낮추는 것을 추진해왔다. 이럴 경우 고소득 직장인 약 26만 명의 건보료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소득 기준을 내년 6000만 원, 내후년 5000만 원 등 매년 1000만 원씩 낮췄다면 건보료가 인상되는 사람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직장인의 부모 형제라는 이유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의 경우 연소득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건보료를 납부시키려 했지만, 이 기준도 3∼5년의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다.○ 보험료 변동폭 10%로 제한해야 부과 체계 개편으로 건보료가 오르거나 내리는 액수를 현 보험료의 10% 수준으로 제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갑작스럽게 건보료가 내려가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고, 갑작스럽게 인상되면 가계 부담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건보료를 10만 원 냈다면 내년에는 11만 원, 내후년에는 12만1000원, 그 다음 해에는 13만3100원 식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약 5년이면 현재 개편안 수준의 개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소득을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면 혜택을 보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 가입자의 약 80%가 연소득 500만 원 이하다. 이 때문에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게 되면 지역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대폭 내려가게 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건보 재정 적자시대가 온다는 점을 감안해 소득을 중심으로 건보료가 개편됐을 경우 소득이 낮아 보험료를 내지 않는 지역 가입자에게 1만 원가량의 기본 보험료를 책정하자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초연금(20만 원)이 시행됐기 때문에 기본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은 있다는 판단에서다.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

국제수영연맹의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난 박태환(26·사진)에게 금지약물이 포함된 주사를 놓은 병원이 주사의 성분을 모르고 놓았을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음 달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릴 국제수영연맹(FINA)의 청문회에서 박태환의 선수 생명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박태환이 주사의 성분을 알고 맞았는지 모르고 맞았는지다. 박태환이 맞은 ‘네비도’ 주사는 남성 갱년기 치료제로 비뇨기과에서 주로 사용된다. 노화방지 치료용으로 재활의학 병원에서도 쓰이고 있다. 박태환이 치료를 받은 서울 중구 T병원의 김모 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김 원장이 해당 약품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네비도의 약품 케이스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남성 호르몬제 ‘Testosterone(테스토스테론)’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적혀 있다. 한 재활의학 전문의는 “노화방지 치료를 하는 병원에서 자주 쓰이는 약물이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을 직접 다루는 노화방지 의사는 이 약물에 대한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며 “T병원의 김 원장이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검찰 조사에서 “지인의 소개로 이 병원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T병원은 국내 최고급 호텔 안에 있다. 병원 출입구 벽에는 영어로 노화방지(anti aging)와 재활(rehabilitation)이라고 적혀 있다. 입구는 병원이라기보다는 고급호텔을 연상시킨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돼 박태환 같은 유명인들에게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다. 김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봉사 목적으로 박태환을 무료로 도와줬다고 진술했다. 병원 관계자는 “혈액 검사를 했는데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있어서 정상 수치로 올라가도록 놔줬다. 다른 손님도 그런 식으로 투약하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태환이 이 병원을 처음 간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기타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 병원을 다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태환이 이 병원의 스타마케팅 전략에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는 일선 병원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귀한 몸이다.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많은 병원들이 유명 스타들에게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병원들은 주변에 선전하기 위해 안 해도 되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9월 말 실시한 박태환의 아시아경기 도핑테스트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27일 “아시아경기 도중 실시한 박태환의 도핑테스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하 대한스포츠의학회장은 “박태환이 9월 초 국제수영연맹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9월 말 정상으로 나왔다는 것은 체내의 테스토스테론이 이미 상당히 희석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테스토스테론은 소변검사를 하느냐 혈액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아시아경기 때 선수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핑 검사를 했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박태환은 2013년 말에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챔피언십 남자 자유형 200m 출전을 앞두고 T병원의 김 원장에게서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경기를 마친 뒤 실시된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유재영 elegant@donga.com·유근형 기자}

정부가 보육교사의 전문지식과 소양을 검증하는 국가시험(국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자격시험 없이 일정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자격증을 주는데, 이를 개선해 함량 미달의 보육교사를 거르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보고했다.○ 국가시험 보려면 인성검사 필수 국시 응시자격을 얻으려면 인성, 안전교육을 포함한 교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인성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시험은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실기 실습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시가 도입되면 현행 보육교사 양성체계도 대폭 개편될 예정이다. 현재 고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지면 평생교육원 등 1년 교육과정(학점)을 통해 3급 보육교사(전체 1∼3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 과정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그 대신 최소 2년 이상의 교육과정(현 2급 보육과정)을 마친 사람에게 국시 응시자격을 주는 것이 추진된다. 사이버대 등 온라인 중심의 교육과정에는 실습시간을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기존 보육교사의 경우 승급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태한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시 도입 시점은 사회적 합의 과정과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되겠지만 최대한 서두르겠다”며 “유아교육과처럼 보육교사 지망생들을 교육하는 대학 학과제 도입도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최소자격 시험으로는 실효성 없어 하지만 일단 응시하면 대부분 합격하는 최소 자격시험 형태로는 보육교사의 질 향상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시가 실질적으로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는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시험 난이도를 조절해 보육교사 배출 인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센터장은 “국시가 또 다른 형식적인 평가로 흐르지 않도록 응시자 중 일정 인원은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국시 도입으로 인한 지방 소도시 어린이집의 구인난이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포상금을 현재의 2배인 최대 2000만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어린이집 원장, 교사 등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의 과태료도 2배(최대 1000만 원)로 올렸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신고포상금을 올려도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가 보강되지 않을 경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고발 접수 채널을 중앙 부처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CCTV 실시간 열람은 의무화하지 않기로 정부는 폐쇄회로(CC)TV 설치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단, 교사의 인권침해를 우려해 CCTV를 부모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장치는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CCTV 기록을 최소 1개월간 의무 보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보존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강해 향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아이들은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폭력을 당해도 바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60개월로 보관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 지적을 받아온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내년 상반기에 의무평가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의 공급자, 서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부모가 참여하는 평가로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소비자만족도 조사를 평가의 주요 항목에 배치하기로 했다. 보육교사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유치원처럼 담임교사의 보육·급식활동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부담임(보조)교사 배치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누리과정(만 3∼5세)의 경우 3, 4개 반당 보조교사 1명을 배치할 방침이다. 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김수연·홍정수 기자}

‘축소할 공약과 집중할 공약을 가려라.’ 올해 정부 복지예산 116조 원 가운데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돈이 나가는 ‘의무지출액’이 77조 원(66%)에 이르면서 정부가 그때그때 필요한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복지 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국방 등 다른 핵심 분야가 복지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복지 및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복지공약을 전면 재점검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이유로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나랏돈을 무차별 지원했던 사업을 줄이는 대신 취약계층이 실제 원하는 분야에 재원을 집중해 복지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3대 무상복지 재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복지 공약 가운데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0∼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무상보육을 꼽는다. 현 정부 임기 내 11조8000억 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가구별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0∼2세 유아를 둔 가구를 떼어내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 연령대는 엄마의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만큼 가급적 가정보육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따라 맞벌이 부부 등 일하는 엄마에게는 현행 보육 지원을 유지하되 소득 상위 30%에 속하는 전업주부가 있는 가구에 대한 보육지원금을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웨덴에서 0∼2세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10% 미만”이라며 “상위층 전업주부 가구에 지원되는 보육지원금을 줄여 전반적인 보육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해 무상급식 대상자 수를 조정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시되는 무상급식과 관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은 올해 2조7000억 원 정도를 투입할 예정이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급식은 시급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일단 무상급식 대상자를 50%로 줄였다가 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현재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할 때 국민에게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공약에 드는 재원은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조달하게 돼 있다. 당초 예정대로 2017년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 연간 2조3000억 원이 나라 곳간에서 빠져나간다. 누리과정,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 이미 시행 중인 사업만으로도 교부금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정부 당국자는 “임기 내 공약을 완성한다는 목표지만 시행 시기를 좀 더 늦출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국공립 어린이집 늘려 아동학대 예방 무상복지의 덩치를 줄이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장애인 권익 보호,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꼭 필요한 복지 분야에 재정을 더 많이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아동학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정부는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150개씩 늘리겠다고 했지만 2013년과 지난해 2년 동안 250개를 늘리는 데 그쳤다. 전체 민간 어린이집이 3만8000개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속도가 더디다. 게다가 정부는 2017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비율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약 5300개가 더 필요하다. 땅을 매입해 신축하는 방식으로는 10조6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든다. 무상복지 재원의 일부를 이쪽으로 돌리고 민간 어린이집을 국가가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조합하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기초급여를 확대하고 특수학교를 늘리는 장애인 권익보호 정책도 재원 확충이 시급한 항목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고령층에 대한 기초연금 지급, 의료의 보장성 강화 공약은 이미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책이 추진 중인 만큼 현 수준을 유지할 정책으로 꼽혔다. 다만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규모를 약간 조정해 건강보험에서 고령층에 지급하는 질병 치료비 수준을 높이는 등 의료 지원 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재정 전문가들은 한국의 복지정책이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되는 바람에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지속 가능한 복지체계를 만들려면 복지 혜택을 필요로 하는 대상을 정밀하게 분석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차상위계층 등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원을 지원하되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세종=김준일·홍수용 기자}

《 “어린이집이 공짜인데 안 보낼 이유가 있나요.” 두 딸을 둔 최주식(가명·34·서울 송파구) 씨는 헬스클럽을 운영하며 월 평균 900만 원 정도 번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첫째 딸(2)을 어린이집에 공짜로 보내고 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간 뒤 가사도우미가 6개월이 지난 둘째 딸을 돌보는 동안 최 씨의 아내는 취미생활을 즐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정부가 월 보육료로 22만∼77만 원을 주고, 가정에서 키우면 10만∼20만 원을 주는 보육체계 때문에 생긴 양상이다. 최 씨는 “첫째와 어린이집에 간 첫날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놀랐고, 비용이 모두 무료라는 얘기를 듣고 한 번 더 놀랐다”고 말했다. 전체 복지예산 중 정부가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금액이 2018년에 102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금처럼 ‘보편적 복지’ 기조를 유지하다가는 재정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꼭 써야 하는 분야에만 돈을 써도 나라살림이 빠듯한 만큼 선별적 복지로 서둘러 선회하지 않으면 계층 간 갈등관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재정 폭탄’ 돌리기 이미 시작 현재 정부가 관리하는 재정 전망은 모두 중앙정부 중심이다. 기획재정부가 중기재정전망에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올해 77조3000억 원에서 2018년 96조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본 것도 이런 ‘중앙의 시각’이다 이것만으로도 큰 부담이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이 부담하는 극히 일부 무상복지 예산만 합해도 연도별 의무지출 규모는 5% 안팎 증가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재원을 조달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정 폭탄’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상복지 정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데도 궤도 수정이 힘든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등돌봄교실 사업 예산은 2010년 1743억 원에서 2013년 2243억 원으로 500억 원(28.7%) 증가했지만 이 기간 학생 1인당 지원액은 2010년 167만 원에서 2013년 140만 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다른 교육복지 예산을 일부 저소득가구 자녀에게만 쓴 뒤 남는 돈을 초등돌봄교실 사업에 투입하면 1인당 지원액 감소를 막을 수 있지만 기타 교육복지 예산도 한 번 나가기 시작한 만큼 줄이기 어렵다. 의무적 복지사업에다 정부 재량으로 지출할 수 있는 사업을 더한 전체 복지예산은 2018년이면 최소 140조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덩치를 키워도 의무지출이 전체 복지예산의 70∼80%를 차지하면 국민의 복지갈증을 해소하기 어렵다. 실제 의무지출 대상인 무상급식 예산은 2013년 기준 1조5000억 원으로 2010년(5000억 원)의 세 배 수준으로 늘었다. 급식에 돈을 많이 쓰는 바람에 컴퓨터, 수업 부교재 등 교육복지 예산은 2010년 4조3000억 원에서 2013년 2조8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무상급식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전체 재원이 늘지 않는 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 취약계층이 원하는 복지로 재구성 ‘복지재정 폭탄’의 뇌관은 공적연금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에 총 51조4000억 원을 썼다. 연금재정 적자를 메우는 보전액이 25조3000억 원, 공무원 군인 교사가 내는 연금보험료만큼 정부가 추가로 내주는 부담금이 26조1000억 원이었다. 공적연금 중 재정난이 가장 심각한 공무원연금은 2006년만 해도 적자가 6000억 원 선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조 원 선을 넘어선 뒤 올해는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기존 공무원의 납입보험료가 별로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퇴직 공무원들이 받아가는 연금이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군인연금도 이미 적자를 내고 있다. 사학연금은 당장은 흑자지만 2023년경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정부는 최근 정치권의 반발로 공무원연금 개혁만 추진하고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개혁을 미루다가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제 복지제도에서 ‘정치’를 빼고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취약계층이 원하는 제도 위주로 시스템을 바꿔야 복지의 질을 높이면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규모 재원이 드는 복지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기계적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5년마다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 검증해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가구별 자산과 소득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복지제도를 차등 적용하는 한편 현재 중앙과 지방에 흩어져 있는 수십 개의 복지서비스를 통합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유근형 기자}

“커피숍을 하려면 어린이집 주변에 열어라.” 취재 중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주부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주변 커피숍에 모인다는 것. ‘커피 한잔 마시는 게 대수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무상보육이 필요 없는 사람까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정부가 가정보육을 확대할 방침을 내놓았다. 무상보육 후 너도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다. 북유럽도 인성 발달이 중요한 0∼2세는 가정보육을 장려해 어린이집 이용률은 10% 미만이다. 하지만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소득이 높은 전업주부가 종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지원은 축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가정양육수당 인상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보육료(0세 77만 원, 3세 22만 원)를 지원하고, 안 가면 양육수당(0세 20만 원, 3세 10만 원)을 부모에게 준다. 양육수당이 보육료보다 적다 보니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걸 선호한다는 게 인상론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양육수당을 올린다고 어린이집을 포기할 엄마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수당 10만∼20만 원을 주면 어린이집 이용률이 낮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며 “육아휴직 활성화 이전에 수당부터 올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재원 갈등도 우려된다. 지난해 양육수당 지출은 1조2153억 원. 50%만 인상해도 약 6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누리과정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가정보육이 늘고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줄면, 그 돈으로 양육수당을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 돈은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에 쓰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 불안하다고 해서 설익은 대안을 남발해선 곤란하다. 우리의 보육 백년대계를 위해 더욱 신중하게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은퇴 후 사망할 때까지 월평균 약 153만 원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재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이 23일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노후소득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은퇴한 사람은 사망(평균 수명 남 82세, 여 87세) 할 때까지 평균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데 총 4억322만 원의 소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53만 원이다. 성별로는 남성 가구주 4억1544만1000원, 여성 가구주는 3억2449만1000원이 필요했다. 고소득층의 필요소득은 저소득층의 약 3배나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10% 이내 계층은 6억658만1000원, 소득 10~20%는 4억8862만 원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소득하위 10% 이내는 2억1933만 원, 소득하위 10~20%는 2억8319만4000원. 김 연구위원은 “현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수는 약 81만900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암,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등 중증질환 못지않게 70대 노인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넘어져서 다치는 낙상(落傷) 사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70대 노인 4명 중 3명은 낙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상을 경험한 비율은 60대에는 16.7%지만 70∼74세는 20.2%, 75∼79세는 25.1%까지 늘어났다. 낙상을 70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낙상 등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사소한 불편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신체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노쇠 현상’의 전(前) 단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70대부터는 평소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건강 측정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아 대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의 ‘노인 신체기능 평가도구(SPPB)’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노인 신체기능 측정 방법이다. 집안의 간단한 기구를 이용해 15분 정도 투자하면 된다. 균형감,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나는 속도 등을 12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12점은 정상이고, 11점 이하는 비정상으로 분류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신체기능 저하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국내 70대 노인의 평균 점수는 9.69점(12점 만점), 80대는 8.29점이다. SPPB는 표면적으로는 단순 신체기능만을 평가하지만, 노인의 건강 상태를 다각도로 점검하는 데 유용하다. 잭 거럴닉 NIA 연구원에 따르면 SPPB에서 9점(12점 만점)을 받은 노인은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정상(12점)에 비해 2배 높고, 요양원 등에서 간호를 받게 될 확률도 7배나 높았다. 국내에도 노인 건강을 평가하는 도구가 있다. 대한노인병학회가 2010년 만든 한국형 노쇠평가도구가 바로 그것. 하지만 대중에게는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주로 연구 목적으로만 이용됐다. 한국형 노쇠평가도구는 입원 횟수, 주관적 건강 상태, 약물 사용, 체중 감소, 감정 상태, 요실금 여부, 보행 능력, 의사소통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5∼8점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노쇠 상태, 3∼4점은 노쇠 전 단계, 2점 이하가 정상이다. 대한노인병학회가 65세 이상 노인 240명을 측정한 결과 21.3%가 노쇠, 37.1%가 노쇠 전 단계였다. 손기영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노쇠가 빨리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며 “검사 결과가 ‘노쇠’로 나올 경우 병원을 방문해 그 원인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운동-식이요법,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세요 ▼ 주치의에 전송해 정기적 상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효과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걷는 양, 식사량과 종류, 자신의 신체 수치 등을 스마트폰에 기록하며 추이를 살피는 것은 기본. 이 수치를 직접 주치의에게 전송해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기도 한다. 이른바 ‘U-헬스’가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전자 기기 사용에 비교적 서툰 노인 계층에 대한 U-헬스가 주목받고 있다. 간단한 조작법만 배우면 운동, 식이요법,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욱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과 성순창 서울과학기술대 연구원은 혈압, 중성지방, 공복혈당, HDL콜레스테롤, 허리둘레 등 5개 건강 위험인자 중 3개 이상을 가진 노인대사증후군 환자 46명을 12주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에게 운동량과 혈당 혈압 등 신체 수치를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전송하게 했다. 그 결과 IT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동을 한 사람들에 비해 혈당과 허리둘레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건강 프로젝트 체험단 모집합니다동아일보는 2015년 독자들의 건강을 리디자인하는 멘토의 마음으로 3대 건강프로젝트(70대 건강체험단, 가족력 체크서비스, 초등 건강학급 체험)를 진행합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자신의 사연을 담은 신청서를 1월 31일까지 우편(서울 종로구 청계천로1 동아미디어센터 10층 편집국 정책사회부 복지의학팀) 또는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