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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등산’ 일이 있어 선운산 근동에 다녀왔다. 낙목공산(落木空山)을 앞두고 힘이 많이 사위었지만 오히려 울긋불긋 물든 덕에 산은 완상(玩賞)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헐벗으려는 나무들과 아직 물든 나무들이 섞인 산비탈에 비하면, 마을과 골목의 나무들은 잎을 거의 내려놓고 있었다. 분명 표고 높은 곳의 온도가 더 낮을 터인데도 산이 오히려 평지보다 생생했다. 자기들끼리 모여 있어 외롭지 않은 건 식생(植生)도 사람도 마찬가지인 건지,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선 나무의 낙엽색은 그래서 더욱 쓸쓸해 보였다. 이런 고즈넉함 속에 ‘신종 플루 마스크’라고 불리는, 얼굴의 반을 뒤덮는 마스크를 저마다 착용하고 산을 오르기 위해 무리를 진 일군의 등산객은 참으로 산에게 면목 없어 보였다. 근자에 전염성 병원균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산을 오르는 목적이 그것을 오감으로 느끼고 함께 숨쉬기 위해서라면, 대관절 등산길에서마저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만큼 허황한 것이 또 있을까 싶었다. 평생 걸려보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감기는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포심이 가장 덜한 병일 것이다. 하지만 하찮게 여기던 그 병이 어느 날 갑자기 국민적 호러가 되었다. ‘신종 플루’라는 이름을 달고. 어딜 가나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고 예방법 포스터가 붙어 있다. 위중한 증상이야 필히 처방을 받아야 하겠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간다는데도 다소의 극성맞음 속에 재채기 몇 번에 병원으로 달려가는 호들갑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도 자연도 순환하는 것이다. 겨울에는 놓아버리고 얇아지는 방법으로, 봄에는 취(取)하고 두꺼워지는 방법으로. 섭생(攝生)이란 그렇게 자연이 가진 치유능력으로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헐벗은 나무가 그렇게 자기 몸을 드러내고 봄까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을 바라보면, 인간에게도 한창의 신록만큼이나 잘 물든 낙엽색이 필요한 것을 느낀다. 차분히 다스려지는 것이 우리 몸에 깃든 병에만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은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산을 앞에 두고, 그것의 쇠락과 융성을 앞에 두고, 어쩌면 인간은 자연보다 미개한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새로울 것도 없는 반성을 해본다. 조연호 시인}

산문집 ‘좋은 이별’ 낸 김형경 씨 사랑하는 연인이 이별을 통보할 때, 가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은 이별의 충격, 상실의 아픔으로 마비나 고통, 분노 등을 느낀다. 그 결과 비이성적인 상태에서 엉뚱한 결정을 내리거나 오랫동안 심리적, 육체적 후유증에 시달린다. 이별 후의 애도작업을 잘 이행하는 법은 그래서 중요하다. 산문집 ‘사람풍경’, 소설 ‘꽃피는 고래’ 등을 통해 내면의 상처와 상실의 아픔을 파고들던 소설가 김형경 씨(49·사진)가 신작 산문집 ‘좋은 이별’(푸른숲)을 펴냈다. 작가는 이별에 적절히 대처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들을 문학작품 속 예시들과 자전적 경험, 풍부한 심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제시해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실존주의 문학의 걸작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색다르게 읽어낸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꾸벅꾸벅 졸거나 질식당할 듯한 더위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저자는 이것을 ‘실존주의의 명제’가 아니라 ‘마비된 감각에 대한 은유’로 해석한다. 뫼르소는 상실의 충격에서 오는 일종의 마비증세를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부영사’ ‘연인’ 등 성에 대한 관심이 과잉 반영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에 대해서는 불행하고 비정상적이었던 유년시절에 대한 애도반응이 자기성애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학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작가의 생애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것 외에도 작가가 직접 겪었던 실연의 충격이나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서 겪어야 했던 상실감도 접할 수 있다. 20대 중반부터 근 20년간 심리학 공부를 해온 작가는 이 책을 “그간의 심리 공부와 치료를 마무리 짓는 책”이라고 말했다. “이별이란 소중한 것을 잃는 일인 만큼 굉장히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우리가 아픈 건 상실로 인한 아픔을 치료받지 않고 그대로 두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별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문화도 없어요. 책을 쓰며 감정을 추스르고 잘 이별하는 문화가 됐으면 했습니다.” 각 에세이의 말미에는 ‘상실의 목록 적어보기’ ‘생산적인 대체대상 갖기’ 등 이별의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기 위한 실용적인 도움말도 수록돼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베를린장벽 붕괴 20년 우리 시대 분단문학은소설가 이호철-이응준 씨 대담《1989년 11월 9일, 동서독을 갈랐던 장벽이 사라졌다. 분단이 진행 중인 우리로서도 그 감격은 멀지 않게 느껴졌다. 20년이지났지만 남북한의 상황은 당시와 다르지 않다. ‘탈향’ ‘판문점’ 등을 통해 평생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문학의 주제로 천착해 온원로소설가 이호철 씨(77)와 남북한 통일 후 사회를 형상화한 소설 ‘국가의 사생활’을 올해 발표한 이응준 씨(39). 세대도,삶의 경험도 서로 다른 두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에서 만나 분단문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뜨거운 작품으로 ‘통일 방아쇠’ 당겨야” ―남북 분단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을 지켜보는 소회가 어떠십니까. ▽이호철=동서독 경계가 무너진 직후 동아일보 주관으로 휴전선을 방문해 기고를 했다. 그때 봤던 북쪽 산천이 눈에 선하다. 바로 어제 같은데 20년이 지났다니…. ▽이응준=그해 스무 살이었던 나는 독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그 직후인 1990년부터 2년간 독일에 체류했다. 마흔이 된 올해 통일 이후 남북한 사회를 그린 소설을 발표해 나름 감회가 있다. ▽이호철=당시 우리도 굉장한 흥분과 기대감에 싸였다. 그러나 과연 남북한 관계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기대만큼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응준=20년 전 우리의 통일에 대한 염원은 ‘당위적’이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독일의 어려움을 지켜보면서 통일에 대한 시각도 변한 듯하다. ―내년으로 6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분단문학의 의미와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응준=한국문학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 분단문학이었던 건 틀림없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시대의 비극과 아픔을 견딘 선배들의 문학에 존경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전쟁이 끝난 뒤 전 세계가 한반도의 비극에서 기대했던 엄청난 걸작이나 전쟁문학이 나왔는가. 개인적으로는 통일 이후를 그린 문학이 60년간 한 편도 없었다는 데 놀라기도 했다. ▽이호철=시대 상황으로 인해 남북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작품은 1987년 이후에나 가능했던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이 나오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작이 아니더라도 남북관계나 통일사회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을 오늘날에도 문학적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분단국가의 작가로서 민족과 시대의 아픔을 문학을 통해 어떻게 형상화하고자 했습니까. ▽이응준=선생님께선 몸으로 겪으신 남북 현대사를 글로 쓰셨으니 얼마나 아프셨겠는가. 우리는 그것을 체험할 수 없지만 그 대신 통일 이후를 대비하고 바라봐야 할 세대다. 과학적인 분석과 실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남한은 통일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됐으며 북한 체제의 실상은 어떤 것인가를 바로 알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호철=체험 없이 상상으로만 접근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시도엔 걱정도 된다. 과학적인 접근, 논리… 맞는데, 좀 섭섭하다. 아프고 열의가 있는 것, 그런 게 문학이지 않은가. 나는 열여덟에 월남한 뒤 분단의 시대를 맨몸으로 살아야 했다. 내 문학이 탈향에서 귀향,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여정인 것은 그것이 삶 자체였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부산에서 함북 웅기까지 가는 표를 살 수가 있었고 남북은 공통의 정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사람들은 북한을 ‘아주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통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응준= 남북 문제에 대한 열정은 지금 세상에서 감흥이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는 게 나도 안타깝다. ‘국가의 사생활’은 그래서 가능한 한 재미있게 쓰고 싶었다. 통일 이후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골치아파하는 분위기를 깨자는 것이 이 작품의 목표 중 하나였다.―앞으로 남북관계를 위해 문학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고 보십니까. ▽이호철=개인으로서는 드센 삶이었지만 남북관계가 있는 한 쓸 거리가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분단은 언제든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거기엔 문학이 기여할 몫이 분명 있다. 뜨거운 작품을 써서 변화를 끌어내는 것, 그게 문학의 힘이다. ▽이응준=작가가 가져야 할 문제의식의 측면에서 보면 분단국가는 예술가에게 나쁜 지형이 아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위험한 나라와의 대치’란 극한 사회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작품을 발표하느냐는 작가의 페이소스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이호철=굳이 통일이란 무거운 용어를 쓰지 않아도 만나는 이들과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는 것이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6월에 분단문학포럼 주최로 ‘단편소설페스티벌’을 열며 분단문학, 민족문학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있다는 데 놀랐다. 문학이 이런 수준에서 힘을 발휘해 나갈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싶다. ▽이응준=분단의 아픔을 말씀하시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선생님을 뵈니 내가 너무 차가워진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너무 과학, 너무 논리 하지 마라”는 말씀도 새겨두려 한다. 독일이 그랬듯 우리의 통일도 우리가 바랄 때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베를린 장벽 붕괴 같은 격변이 언제쯤 올지 궁금증이 든다. 더 고민해보고자 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기호 작가는 단편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서 기존의 문법이나 언어적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유머를 선보였다. 랩의 운율이나 성경 구절을 패러디하며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기발한 입담에 독자들은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사과는 잘해요’는 첫 장편소설. 이전의 작품집과는 결이 다르다. 눈치 보지 않고 쭉쭉 뻗어나가는 간결한 문장, 무겁고 진지한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화는 여전하지만 소설이 빚어내는 상황은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박혜경 씨는 “마치 안갯 속을 헤쳐 나가는 듯한, 혹은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감금과 폭력, 노동력 갈취로 운영되는 복지원에 갇힌 나와 시봉이다. 복지원에서는 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매일 약을 먹인다. 이들은 약을 먹지 않으면 어지럼증을 느끼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약을 받아들인다. 자각과 비판의식이 결여된 두 사람의 유아적인 행동들은 종종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들은 방에 갇힌 채 양말을 포장하거나 비누에 상표를 붙이는 일을 하며 ‘시설의 기둥들’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 이처럼 안락한 환경을 제공해준 시설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원장의 조카인 복지사 두 명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한다. 뭔가를 잘못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나와 시봉은 하지도 않은 잘못을 지어내 말한 뒤 그들에게 맞아야 한다. 이런 상황들이 시설에 강제로 끌려온 한 노숙인의 고발로 세상에 알려지자 원장, 복지사들이 경찰에 잡혀가고 이들은 세상으로 내보내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들은 시봉의 여동생인 시연의 집에 얹혀살면서 뭔가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원에서 했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뭐 사과할 것 없나요?”라고 묻는다. 그것은 의뢰인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시봉과 내가 대신해서 치르겠다는 것(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주겠다는 것)이다. 악의는 없지만 맹목적으로 사과 대행을 실행에 옮기는 시봉과 나는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죄는 도처에 널린 것이므로 일이 끊길 걱정은 없다. 받아낼 사과가 없다면 죄를 먼저 만들면 된다. 이들이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해주는 일련의 논리들은 복잡하다. 보통 죄를 지은 뒤 고백을 하고 그에 대한 사과, 용서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복지원 내에서 이들이 없는 죄를 가짜로 고백하고 복지사들에게 구타당했던 것처럼 세상에서도 역시 죄, 고백, 사과가 뒤죽박죽 섞인 형태로 발생한다. 고백을 한 뒤 죄가 새롭게 생긴다거나 죄에 상응하는 사과가 존재하지 않는 변수도 끼어든다. 거기다 시봉과 내가 ‘사과의 대리인’이다 보니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사과의 대리인의 대리인’도 생기게 되고 이들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런 가운데 복지원 내의 비리를 알고 있는 시봉과 나를 없애기 위해 복지사들이 다시 나타난다. 소설의 제목인 ‘사과는 잘해요’가 무슨 뜻인지 의아한 것처럼 이 책은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박 씨의 해설처럼 “알레고리적 환상으로 읽기에는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앞서고, 그렇다고 사실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인 개연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런 만큼 다양한 해석과 상상의 여지를 남기겠지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어떤 벌레가 어머니의 회로를 갉아먹는지/깜박깜박 기억이 헛발 디딜 때가 잦다…문득 얕은 꿈에서 깨어난 내 잠/더는 깊어지지 않겠다/이리저리 뒤척거릴수록 의식만 또렷해져/나밖에 없는 방안에서 무언가 ‘툭’ 떨어지고/누군가 건넌방 문을 여닫는다, 환청인가?/그러고 보면 나도 어느새 후생과 사귈 나이”(‘대추나무와 사귀다’ 중에서) ‘파문’ 이후 4년 만에 출간한 김명인 시인(63)의 신작 시집. 시인은 현재 속에 잠재돼 있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속에 응축돼 있는 또 다른 생의 겹을 펼쳐 보인다. 시집 제목인 ‘꽃차례’는 꽃이 대궁 위에 붙기까지의 순서를 뜻한다. 씨앗에서부터 꽃잎을 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꽃차례라는 단어가 포괄하고 있듯 시인은 시 한 편 한 편에서 무수한 시간, 광활한 공간을 끌어안는다. “저녁이 와서 하는 일이란/천지간에 어둠을 깔아놓는 일/그걸 거두려고 이튿날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까지/밤은 밤대로 저를 지키려고 사방을 꽉 잠가둔다… 이봐,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어/부려놓으면 바다가 다 메워질 거야/그럴 테지, 사방을 빼곡히 채운 이 어둠을 좀 봐/망연해서 도무지 실마릴 몰라”(‘천지간’ 중에서) 병들고 쇠약해진 노모를 보며 회한에 젖는 ‘빈집’ ‘등’ 등의 시도 여러 편 수록됐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는 시인이 “‘나’와 ‘그’의 분별이 지워진 독법, 현재적 삶의 시간 속에서 후생의 시간과 아득한 과거의 시간을 동시에 읽어내는 현묘한 독법에 닿았다”고 말한다. 시인은 뒤표지에 “마당가 벽오동 아래 평상을 펴고 설핏 낮잠 들었는데, 꿈길 따라 나선 잠깐이 일생이 되었다”고 썼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안도현 시인(48·사진)이 창비가 주관하는 백석문학상의 제11회 수상자로 6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상금 1000만 원. 시상식은 25일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팔레스타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이나는 반쪽짜리 미국인이다. 브루클린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영주권을 얻고 난 뒤 자이나의 어머니와 헤어지고 재혼한다. 특유의 너스레로 아라비아의 사막과 낙타, 야자열매와 향목, 메카 등의 이국적인 이야기를 떠벌리며 수완 좋게 장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이나의 유년기는 그럭저럭 행복했다. 열다섯에 임신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딸들이 “양초처럼 밝고 깨끗하게 알라와 사도의 법도대로” 자라길 원했던 아버지는 분노와 모욕감, 그리고 절망에 사로잡혀 칼을 들고 자이나를 쫓아 나오고 그녀는 그 길로 워싱턴에 사는 할머니 집으로 옮겨간 뒤 아버지와 연락을 끊는다.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이자 여성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사하르 칼리파는 이민자로서 두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의 현실과 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함께 짚어냈다. 자이나는 미국에서 성공한 연구원으로 성장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욕망으로 언제나 결핍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팔레스타인의 고향에서 임종을 맞으려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요르단 강 서안에 있는 아버지의 고향으로 간다. 자이나는 그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팔레스타인 고유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배우고 아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 간다. 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가부장적인 이슬람 사회 속에서 억압받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목도하게 되면서 그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 민족을 둘러싼 이야기지만 보편적이면서도 흡인력 있는 서사 덕분에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여러 해 전 겨울, 할머니가 심한 감기몸살로 이레쯤 누워계셨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셨고, 저녁이면 개를 끌고 동네를 산책하셨다. 늘 건강하셨고 늘 웃으셨던 분이었다. 나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편의점에서 뜨거운 쌍화탕을, 과일가게에서 귤 한 봉지를 샀다. 열기와 한기가 혼란스럽게 오고가는 와중에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덮어드렸고, 손을 잡아드렸다. 할머니의 손은 내 손보다 뜨거웠다. 할머니의 몸에 남아 있던 감기 기운이 거의 물러갔다고 생각될 무렵,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서 가까운 중국식당으로 갔다. 여름에는 중국냉면과 고량주를, 겨울에는 굴짬뽕과 고량주를 먹고 마시던 곳이었다. 매사에 말이 없는 손녀딸이 먼저 외식을 청하자, 할머니는 더없이 좋아하셨다. 식당 주인이 내게 알은체를 했고, 직접 할머니의 외투를 받아 옷걸이에 걸어주었다. 곧 굴짬뽕 두 그릇이 나왔다. 할머니는 간간이 기침을 하시면서 조용히 음식을 드셨다. 그때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음식이 그것뿐이었을까. 돌아오는 길에도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계셨다. 나는 유독 키가 크고, 할머니는 아주 작으셨던 까닭에, 당신은 거의 매달린 모습을 하고 계시면서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으셨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할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 중환자실에서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나와 할머니는 서로의 온기를 잠시나마, 간호사가 제지할 때까지, 나누어 가졌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날 할머니의 손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우리 체온이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상을 치르고 난 뒤, 나는 빈 집에 개와 함께 남겨졌다. 그날 밤 할머니는 돌아오시지 않았지만, 대신 감기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심한 독감으로 나흘 밤낮을 앓았다. 혼곤한 가운데 할머니가 쓰시던 이불을 꺼내 덮었다. 개가 이불 사이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왔다. 긴 잠에서 깨어나 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러 번 걸려와 있었다. 몽롱한 목소리로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는 한달음에 대전에서 서울로 오셨고, 냄비도 아닌 프라이팬에 인스턴트 수프를 끓여주셨다. 다른 음식들도 식탁에 올라온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수프는 엄마의 꽃게찌개나 외할아버지의 계란부침, 고모의 왕만두처럼 내게 하나의 순간을 구성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수프 한 그릇을 겨우 비웠고, 다시 깊이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잠결에 아버지를 배웅한 것 같기도 했다. 열이 거의 내려 있었다. 침대시트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새 시트를 꺼내려면 할머니의 장롱을 열어야 했다. 소설가}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년균)가 제정한 제25회 윤동주 문학상 수상자로 문무학 시조시인이, 제28회 조연현 문학상 수상자로 문학평론가 정영자 씨, 제6회 박영준 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강호삼 씨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5일 오후 3시 경기 포천시 산정리조트에서 열린다.}

소설가 서하진 씨(49·사진)가 제2회 백신애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착한가족’. 상금은 1000만 원. 시상식은 14일 오후 4시 경북 영천시 영천문화원에서 열린다.}

‘오마하의 현인’, ‘최고의 가치투자자’ 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이 미국의 대형 철도운송회사를 통째로 사들였다. 그의 투자인생 최대 규모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투자를 놓고 “역시 버핏 답다”는 탄성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버핏 회장에게 “제발 우리 회사 주식을 사 달라. 그래야 투자자들이 우리를 좋게 본다”고 애원한다. 그는 왜 지금처럼 불안한 때에 그 많은 돈을 들여 하필이면 철도회사를 산 것일까.서해에서 건진 고려죽간엔 어떤 사연이800년 전 화물 기록을 담은 고려시대 죽간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삼국시대가 아닌 고려시대 죽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죽간의 기록을 통해 배가 전남 해남과 나주, 장흥을 출발해 개경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죽간의 내용과 역사적 의미를 분석해 본다. 훈련비 유용 혐의 체육지도자들의 항변국가대표 상비군 감독 코치가 훈련비로 나온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사실로 체육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체육지도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부족한 훈련비와 현실에 맞지 않는 회계 처리 등 구조적인 문제가 체육지도자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후재벌’ 된 환경전도사 앨 고어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기후변화 전도사일까, 기후변화 투자자일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그가 이해충돌 문제에 부닥쳤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정책 변화를 유도해놓고 미리 관련 회사에 투자해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챙겨왔다는 비난에 그는 뭐라고 해명했을까. 한국영화가 돈 아껴 쓰는 법지난해 한국 영화의 평균 순제작비는 20억7000만 원(마케팅비 9억4000만 원 별도). 그러나 최근 ‘파주’ ‘집행자’ ‘액트리스’ 등 제작비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0억 원 상업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 ‘파주’의 제작비 절감 사례를 통해 ‘알뜰해진’ 한국 영화의 제작 현장을 들여다봤다. 10년 만에 신작 펴낸 소설가 장정일출간하는 소설마다 기성사회의 가치, 문화체계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실험과 저항을 선보였던 문제적 작가 장정일. 그가 10년 만에 신작소설을 출간했다. ‘우파청년의 탄생기’를 다룬 새로운 성장소설 ‘구월의 이틀’을 들고 돌아온 그를 인터뷰했다. 작가는 “수십 년 동안 반복돼 온 천편일률적인 성장소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업인재사관학교’ GE 크로톤빌 르포세계에 32만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 연수원. 회사 측은 그동안 외부 공개를 꺼리던 강의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1956년 설립 이래 수십 년간 핵심 인재를 배출해 온 크로톤빌에서 21세기형 리더의 길을 걷고 있는 GE의 임직원들을 만나봤다.}

‘아담이 눈 뜰 때’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기존의 가치체계와 소설문법에 저항하는 실험적 작품을 발표해 온 소설가 장정일 씨(47). 그가 10년 만에 신작 ‘구월의 이틀’(랜덤하우스)을 펴냈다. 노무현 정권의 탄핵정국 시기를 배경으로 대학생 ‘금’과 ‘은’이 각각 좌파, 우파 청년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의 성장소설을 한번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색과 세태풍자적 특성이 강한 작품을 발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는 ‘성장소설’이다. 물론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 문학사에서 수십 년간 반복된 성장소설은 대부분 좌파 청년의 일대기이자 예술가 소설이었다. 이런 전통을 뒤집고 우파 청년의 성장기를 다뤄보고 싶었다. 또한 글자가 생긴 이래 성장소설은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고,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는, 천편일률적인 ‘남자, 여자 찾기 게임’이지 않았나. 소설에서 은은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억압하며 방황한다. 양성애적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열린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성장소설을 쓰려고 했다.” ―‘은’이라는 ‘우파 청년의 탄생기’를 다루면서 출신지역, 집안배경과 이념 등 모든 면에서 대조되는 친구 ‘금’을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시킨 이유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보좌관이었던 아버지를 둔 금은 그 자체로 전형적인 1980∼90년대 좌파를 상징한다. 너무 많이 이야기되어 더 할 이야기가 없는 존재지만 은과 대치시키기 위해 필요했다. 옛날식이라면 금이 주인공이다. 그는 정치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문학을 택한다. 하지만 나는 젊은이들이 문학으로 자꾸 빠져나가는 것은 약하고 불길한 것이라고 본다. 물질과 권력,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자아를 실현하는 성장소설도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은은 예술의 속성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위조지폐이며, 패배한 자들의 몫이다. 언제까지 우는 소리만 하고 있을 건가.” ―옛 우익이나 뉴라이트에 대해 비판적인데 ‘은’이라는 청년 우익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엘리트주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전통과 사회에 헌신하는 열정이 필요한 것이 우익이다. 선비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상대를 좌익으로 낙인찍거나 편 가르기를 하는 등 기존의 원죄에서 자유롭지 않은 옛 우익에선 별 기대할 게 없다. 기성세대에게서 크게 배울 바가 없는 것은 좌파도 마찬가지다. 은과 금이 모두 고아가 되는 걸로 설정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은은 자기 계발의 능력과 반성 능력을 갖췄다. 그런데 현실의 우파 청년들은 글쎄….” ―‘은’이란 청년에게서 때때로 이중성과 야비한 면모, 체제나 강한 것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맹신이 드러난다. 희화화하려는 의도인가. “잘못된 우파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있지만 우파를 욕하자는 것도,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좌파가 맡고 있는 비판자 역할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럴 줄 아는 것이 강한 우파다.” ―젊은 세대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는가. “대학생들이 너무 주눅 들어있다. 인생에서 청춘은 오직 대학시절뿐이다. 그 시기는 ‘청춘의 이틀’이다. 할 일은 두 가지밖에 없다. 죽도록 공부하거나 죽도록 노는 것. 아르바이트도 할 필요 없다. 대학생은 가난한 게 당연하니까. 정치적 내용이 부각되긴 했지만 청춘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인생의 스승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0월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며 20년 마라톤 인생을 마무리한 ‘봉달이’ 이봉주(39·사진). 41번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을 세운 그가 7일 공식 은퇴식을 치른다. 그는 인생의 절반을 달리고 또 달렸다. 끊임없는 연습과 성실함으로 국민 마라토너로 인정받았다.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그가 꿈꾸는 ‘제2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서울 중3학생 20%는 원하는 고교 못간다 “서울지역 중3 학생 81.5%가 원하는 고교에 간다.” 신입생을 따로 뽑는 자율형사립고까지 포함하면 그렇다. “강남 쏠림 현상도 문제없다.” 학교별 수능 성적을 모르고 지하철 9호선이 없을 땐 그랬다. 그런데도 학교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는 서울시교육청은 여전히 “지원 전략이 중요하다”고 큰소리친다.보험 해약자 1000명의 사연 살펴보니 평생을 보장해 준다는 보험이지만 혹독한 경제위기의 한파 앞에선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올 상반기에는 줄어든 월급과 반 토막 난 펀드 탓에 다달이 빠져나가는 보험료라도 아낄 요량으로 보험을 해약한 이들이 많았다. 보험 해약자 1000명의 사연을 살펴봤다.18년전 ‘강기훈 유서대필’의 진실은 유서 대필을 둘러싸고 18년 전 벌어졌던 진실게임이 다시 법정에서 펼쳐지고 있다. 3년간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 씨 측은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물’을 내밀며 누명을 벗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검찰은 “새 증거물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군사대국 꿈꾸는 中“우주에 무기 배치”중국이 우주에 무기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그동안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중국위협론’을 우려해 군사적으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우주 군사강국’을 지향하겠다고 천명한 중국, 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뜻? 문학상 수상작에 독자는 시큰둥 왜?문학상 상금도 인플레 시대다. 세계문학상, 뉴멀티문학상 등 1억 원대의 문학상만 7개. 하지만 이런 고액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수상 자체만으로도 스타가 되거나 베스트셀러가 보장됐던 고액 문학상의 영향력이 저문 것일까. 길이 없어 길 못건너는 지리산 반달곰지리산 반달곰들이 지리산에 고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3년간 반달곰들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다. 먹이를 찾아 덕유산 등 인근 산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린다는데…. 반달곰들이 지리산에만 맴도는 이유를 알아봤다. 현대차 vs 도요타 마케팅 전략 대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가 한국에 들어오자 현대자동차가 “한번 붙어보자”며 정면 승부를 걸었다. 반면 도요타 측은 가급적 현대차를 자극하지 않는 조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도요타의 간판 모델 ‘캠리’를 타보고 두 회사의 마케팅 전략을 비교해 봤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시부문에 송찬호 씨(50)의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소설부문에 박범신 씨(63·사진)의 장편소설 ‘고산자’, 평론부문에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46)의 ‘익명의 사랑’을 3일 선정했다. 번역부문에서는 브루스 풀턴, 주찬 풀턴, 김기청 씨가 함께 옮긴 ‘There a Petal Silently Falls’(최윤 원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선정됐으며 희곡부문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상금은 소설 5000만 원, 시 평론 번역은 각 3000만 원이며 수상작은 외국어로 번역 출간된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6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고액 문학상 공모 수상작의 화려한 시대는 저문 것일까. 수천만 원에서 억 원대까지의 고액 상금으로 반향을 일으키던 수상작들이 최근 2, 3년 사이 출판 시장에서 거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액의 문학상이 등장했던 1990년대에 수상작들이 언론, 출판, 독자들의 반응을 연쇄적으로 끌어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현재 신인, 기성작가를 대상으로 1000만 원 이상의 고료를 걸고 있는 문학공모상은 20여 개. 상금으로 1억 원 이상을 내건 문학상만 현재 멀티문학상, 문사 장편소설상 등 7개에 이른다. 1993년 1억 원 문학상 시대를 연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형경 씨의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문단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1995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은희경 씨의 ‘새의 선물’이나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김영하 씨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도 화제를 모았고 두 작가는 문단의 스타작가로 부상했다. 문학동네 조연주 부장은 “당시는 신인을 대상으로 한 고액의 문학상 공모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작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고 수상효과도 가장 컸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말부터 증가한 문학공모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호황기를 누렸다. 베스트셀러가 됐거나 평단에서 주목받은 작품 중 상당수가 문학상 수상작이었다. 판매부수로만 본다면 2003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민규 씨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10만 부로 주목을 끌었다. 2005년 상금 1억 원을 내건 세계문학상은 수상작을 잇달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며 히트를 쳤다. 2005년 김별아 씨의 ‘미실’이 20만 부, 2006년 박현욱 씨의 ‘아내가 결혼했다’가 역시 20만 부 정도 팔렸다. 이 작품들은 드라마, 영화화에 힘입어 현재 25만 부까지 판매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 2007년 이후로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백영옥 씨의 ‘스타일’ 이외에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문학상 수상작은 없다. 3000만∼5000만 원 고료인 대부분의 문학상 수상작이 1만 부 선이다. 1억 원 고료를 내걸고 올해 처음 공모한 A문학상의 경우 수상작이 1만 부를 넘기지 못했다. 역시 1억 원 고료인 B문학상은 첫해 당선 작품에 대한 반응이 미미했던 데다 두 번째 해는 수상자를 내지 못해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문학상 공모 수상작에 대한 후광효과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출판업계는 “전반적인 하락세”라고 평가한다. 문학상 수상효과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비슷한 고액의 문학상이 많아지면서 특색이 사라졌고, 독자들 역시 문학상 자체에 무감각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부터 2000만 원 고료의 문학수첩 작가상을 운영하고 있는 문학수첩의 박광덕 주간은 “제정 당시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고액 상금이 워낙 많은 지금 상황에선 빈약한 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일본에는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뿐 아니라 ‘서점대상’ ‘이 미스터리가 좋다’ 등 수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서점 직원들이 수상작을 뽑거나 특정 장르에서만 선정하는 등 특색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의 권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국내 문학상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마케팅 등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금 액수에 걸맞은 작품이 부족하다는 점. 창비의 김정혜 문학팀장은 “출판 사정이 나아지지도 않았는데 상금만 높아져서 문학상이 로또같이 돼 버렸다”며 “일각에선 담합해서 상금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1억 원 고료의 한 문학상 심사위원은 “상금 액수가 크다 보니 그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심사위원, 독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문학상에 대한 신뢰도와 관심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김화영 지음/288쪽·1만5000원·문학동네“육체는 슬프도다. 오호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읽었노라.” 10년 만에 평론집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를 펴낸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말라르메의 시 ‘바다의 미풍’의 첫 구절로 책을 엮어내는 소회를 대신한다. 이 책은 “10여 년 동안 이 나라에서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저자가 때로는 즐거움과 희망, 때로는 굴레와 중노동, 고통 사이를 오가며 임했던 현장비평의 기록들이다. 박완서, 박범신, 은희경, 신경숙, 조경란, 윤대녕, 편혜영, 정한아 씨 등 한국 문단에서 주요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비평이 수록됐다. 저자는 박완서 씨를 ‘우리 소설계의 예외적’ 작가로 지칭한다. 조로증이 심한 우리 문단에서 아직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는 그뿐이기 때문이다. 박 씨에 대해 저자는 “한결같이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과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언어로 한 시대의 감성과 삶의 결을 소상하게 드러낸다”고 평한다. 또한 윤대녕 작가는 소설계의 ‘인상주의 화가’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윤 씨의 문학세계를 이루는 문학, 미술, 천문학, 사랑이라는 네 가지 극을 중심으로 ‘인상주의 화가 특유의 우수가 깃든’ 작품으로 평했다. ‘풍요 속의 빈곤’인 한국문학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있다. 그는 “근래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되고 있는 소설들의 양적 증가는 놀랍다”면서도 “소설가로서의 기본적 역량 부족을 ‘실험정신’으로 포장해 놓은 난해한 산문, 단편소설을 억지로 뻥튀기한 장편, 전반부의 거창하거나 참신한 출발을 감당하지 못한 채 제풀에 무너지고 마는 후반부의 느슨한 구성” 등을 비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움베르토 에코 지음·이세욱 외 옮김/각 248∼624쪽·각 9000∼2만5000원·열린책들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으로 잘 알려진 움베르토 에코.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기호학, 철학, 문화비평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학자다. 48세에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까지 그는 대학교수로 토리노대, 볼로냐대 등에 재직하며 ‘중세 미학의 발전’ ‘이야기 속의 독자’ 등 중세미학, 기호학과 언어학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은 이런 에코의 저작들을 모아 총 25권으로 출간한 전집이다. 문학작품과 최근 출간 중인 미학 시리즈 ‘미의 역사’ ‘추의 역사’ 등은 제외됐으며 기호학, 철학, 문학이론과 에세이, 칼럼, 비평문이 주를 이룬다. 이 중 대부분은 국내에 출간됐던 것을 전집 형태로 재출간한 것이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은 ‘가짜 전쟁’ ‘매스컴과 미학’ ‘일반 기호학 이론’ ‘기호학과 언어철학’ ‘예술과 광고’ ‘언어와 광기’등 6권. ‘가짜 전쟁’은 일간지, 월간 평론지에 실린 기호학 관련 에세이와 논문 모음집이다. 일상생활과 정치적 사건, 매스미디어 언어, 여행에 대한 저자의 발상과 통찰 등을 만날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그의 독특한 단상도 흥미롭다. ‘스포츠에 대한 수다’ ‘월드컵과 허영’ 등에서 에코는 스포츠 게임을 부정적으로 통찰한다. 우선 그는 “세상에는 학생 운동, 도시 봉기, 지구촌 시위와 같은 것들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니라 일요일에 경기장으로 몰려가 그곳을 인파로 가득 채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포츠 경기장에 몰려가 흥분하며 때론 폭력사태까지 벌이는 관중에 대해 에코는 “내 건강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다른 사람들의 건강함을 즐기는 유의 관음증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간주한다. ‘언어와 광기’는 역사적인 사건의 주인공들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뭔가를 탐색하지 않다가 의도하지 않게 해낸 뜻밖의 발견들에 대한 이야기다. ‘오스트랄 대륙의 언어’란 글에서 그는 17세기까지 계속됐던 선험적인 완벽한 언어에 대한 탐색을 분석한다. 에코는 특히 가브리엘 드 푸아니의 공상소설 ‘오스트랄 대륙’에서 이뤄진 실험에 주목한다. 유토피아적인 공간으로 설정된 이 대륙의 사람들은 언어 역시 이상적인 언어를 쓰는 것으로 나온다. 저자는 이 언어를 분석해 그것이 불완전함을 보여준 뒤 “선험적인 철학언어라는 유토피아 찾기의 실패는 소설 세계에 몇 개의 흥미 있는 실험들을 던져 놓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우리가 쓰는 불완전한 언어들로 어떻게 시적 가치, 또는 공상적인 힘을 부여받은 글을 쓸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방대한 백과사전식 지식을 기반으로 예리한 논증과 사유, 엉뚱한 발상과 유머 등을 보여주는 에코의 저작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출판사는 앞으로 현지에서 출간된 에코의 근작 ‘책을 버려?’(가제)를 비롯한 다른 저작들도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장정일, 김경주 외 지음/427쪽·1만2000원·이매진무대에 오르면 공연예술이 되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문자예술인 ‘희곡’은 근대문학의 중요한 장르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소설, 시, 수필 등 다른 문학장르에 비해 유독 활성화되지 못한 분야이기도 하다.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해온 소설가 장정일, 시인 김경주 씨가 공동으로 기획해 희곡 모음집을 펴냈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기성 작가들의 희곡들을 모아 작품 모음집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2002년 제12회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당선돼 공연으로 올려졌던 정영문 씨의 ‘당나귀들’ 외에는 모두 미발표작을 수록했다. 소설가 하일지 씨의 ‘파도를 타고’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가장의 표류를 다룬 작품이다. 이 가장은 전 재산을 털어 배를 구입하고 온 가족을 배에 태워 어딘가로 떠난다. 부동산 투기, 종교 부패 등 부조리로 가득한 한국 땅을 떠나기 위해 격랑을 무릅쓰고 수개월간 항해했지만 그 결과 도착한 섬이 강화도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파도에 떠밀려 정처 없이 가야 하는 가족의 운명 등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극화해 보여준다. ‘혜화동 1번지’에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를 연극으로 올리는 등 꾸준히 희곡을 써오고 있는 김경주 씨의 ‘블랙박스’. 비행기라는 고립된 공간에 탑승한 네 명의 승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은 작품이다. 작품 말미에 비행기 사고에 대한 암시가 반전으로 등장한 뒤 구름이 사람처럼 기내로 들어와 앉는 등 환상성이 가미됐다. 비행기라는 소재의 상징성은 “바다에 고립되면 섬이고, 육지에 고립되면 성이고, 하늘에 고립되면 비행기지”라는 대사 속에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표제작인 서준환 씨의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는 성적인 판타지를 파는 섹스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정 씨의 ‘당나귀들’은 적군의 침입 소식에 왕이 도주해 버린 가상 왕국에서 장군, 신하, 학자들이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쟁하는 모습을 통해 현재 한국 정치를 풍자했다. 이 희곡 작품집은 내년에는 시인 황지우, 소설가 김연수 씨 등 다른 문인들이 참여해 3권까지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다.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작가들의 문학적 변신과 함께 희곡 읽기의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정종화 고려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사진)가 29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영미문화연구소장, 국제어학원장을 지냈다. 한국과 영국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과 홍조근조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최옥영 전 한국외국어대 학장과 딸 유진(캠페이 인베스트먼트 상무), 지원(재미), 여빈 씨(영국 런던대 의대 교수), 동생 종진(전 KBS 국장), 종욱(전 주중 대사), 종흔 씨(전 시흥시장)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발인은 31일 오전 6시. 031-781-7628}
일맥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2회 일맥문화대상 수상자로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예술상), 김광철 동아대 사학과 교수(학술연구상), 시각 장애아동 보호시설인 라파엘의 집(사회봉사상)이 29일 선정됐다. 상금은 각 2000만 원. 시상식은 11월 3일 오후 3시 경남 양산시 동부산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