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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채 유통되는 식품 및 의약품의 부정·불법 성분 중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013~2015년 식·의약품 2105건을 분석한 결과 417건에서 부정·불법 성분을 찾아냈다고 10일 밝혔다. 분석 대상 식·의약품은 식약처 자체 수사단계에서 발견하거나 사법당국의 의뢰를 받아서 분석한 것들이다. 부정·불법 성분은 식품에서 발견된 것이 2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의약품(141건), 화장품(1건) 등의 순이었다. 검출된 성분별로는 식품 중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74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만치료제 17건, 당뇨병치료제 8건, 진통제 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원료인데도 가슴확대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 한 태국산 칡이나 호흡곤란, 근육경련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맹독성 성분인 아코니틴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의약품 중에서도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가장 많은 32건이 검출됐으며 비만치료제 30건, 스테로이드제 9건, 이뇨제 4건이 적발됐다. 화장품에서 발견된 부정 성분은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성분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백선영 과장은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살짝 바꾼 유사성분을 건강보조식품 등에 쓰면서 정력에 좋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과거에는 비아그라의 주성분(실데나필)이 많이 검출됐지만 2014년부터는 시알리스 주성분(타다라필) 유사성분이 많이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성과 27건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고, ‘2015 식·의약품 등 수사·분석 사례집’도 발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다퉈 지카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백신 개발 컨소시엄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임상(인체)시험 승인 절차를 밟기로 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안전성 확보 정도에 따라 허가 절차를 1년 이상 단축해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유연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혜택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혜택 곳곳에 둔 미국 4일 보건당국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자(DNA)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인 ‘이노비오(INOVIO)’와 한국 ‘진원생명과학’ 컨소시엄은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백신 후보 물질의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컨소시엄은 이르면 8월경 FDA로부터 임상1상 승인을 얻어 연말에 응급용 백신을 내놓을 계획이다. 컨소시엄이 미국을 택한 일차적인 이유는 투자자를 모으기 쉽고 개발 성공 시 세계 시장으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사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FDA가 제공하는 각종 절차 간소화 혜택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컨소시엄이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FDA로부터 미국에서 메르스 DNA 백신의 임상1상을 승인받았을 때도 FDA는 독성연구 시험을 생략해 줬다.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절차다. 기존 신종플루 등의 연구에서 이미 안전성을 검증받은 플라스미드(임상시험에 기본으로 쓰이는 DNA)를 활용했다는 이유였다. 그 덕분에 컨소시엄은 현재 미국 월터리드 육군연구소의 투자를 받아 피험자 75명을 상대로 메르스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FDA는 치명적인 감염병의 백신은 임상3상을 건너뛰고 사용을 승인해 주는 ‘동물실험갈음규칙(Animal Rule)’도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낡은 법-경험 부족에 발목 잡힌 한국 반면 한국은 DNA 백신에 대해 임상 전 독성연구 시험을 생략한 전례가 없다. 국내에선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아 업체가 시험 생략을 요청한 사례가 없고 플라스미드의 안전성을 평가할 자료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FDA에 관련 자료도 요청해 봤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는 복제약을 빠르고 싸게 만드는 데에 치중하는 국내 업계의 풍토, 안전성을 평가할 때 규정 자체에 집착하는 보건당국이 초래한 악순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혁신적 신약의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이번 19대 국회에선 처리되지 못할 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보다 신약의 안전성을 더 엄격하게 평가하지만 결정적일 땐 축적된 신약 관련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준다”며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서 신약 개발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정은 기자}
사별과 재혼,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가족 내 불화와 해체…. 목사인 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경기 부천의 여중생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 잔인한 아동학대의 희생양이 됐다. 계모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오빠는 가출했고 언니와 자신은 각각 아버지의 지인 및 계모의 여동생 집으로 보내져 방임과 학대에 노출된 것. 지난해 말 인천의 16kg 소녀 학대 사건도 동거녀와 아버지의 방임에서 시작됐다. 가정불화나 가족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충격적인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혼과 재혼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현대 도시사회에서 한부모 가정의 증가 등 가족 구성이 변화하면서 이런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계청의 ‘2014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1만5500건에 이른다. 부부 1000명당 이혼 건수는 1970년대 초 10건에서 2000년대 중반 138건으로 13배가량 증가했다. 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18가구의 가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부모 가족의 초등학생 자녀 3명 중 2명(63.7%)은 방과 후 1시간 이상 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시간 이상 혼자 있는 아이도 21.5%나 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 접수된 아동학대 1만27건 중 방임이 1870건으로 단일 학대로는 가장 많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모기에 대한 특별연구를 진행할 모기팀을 새로 만들 겁니다. 지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일본뇌염, 뎅기열 등 모기를 매개체로 감염되는 무서운 질병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모기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정기석 신임 질병관리본부장(사진)은 3일 지카 바이러스 대응 방안에 대해 “모기 전문가를 구하고 필요한 인력도 확충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질병관리본부 내 질병매개곤충과에서 당초 올해 진행하려던 진드기 조사를 취소하고 대신 모기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낮과 밤에 활동하는 모기 종류가 다르고 잡는 방법도 달라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흰줄숲모기의 개체 수는 지난해 하루 평균 482.7마리가 채집돼 2013년보다 6.8배 늘어난 상태다. 26종에 이르는 전체 모기 수의 3%에 불과하지만 증가 추세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정 본부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 같은 질병”이라며 “하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는 국내에서 필요 이상의 공포심과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 전염되지 않고, 설령 전염이 되더라도 확산 범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위축된 직원 사기에 대해 “(강등 해임 등 징계받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된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며 “이들의 쓰라린 경험을 잘 승화시켜서 발전된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오송=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국내로 지카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 당국의 분석이다. 중남미, 동남아 등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호흡기로 전파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대규모 2, 3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대규모 확산 5월 이후에도 가능성 낮아 보건 당국은 모기가 활동하지 않는 4월까지는 추가 전파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고, 흰줄숲모기도 국내 모기 개체의 약 3%에 불과해 5월 이후에도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것.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전파 경로를 보이는 뎅기열 환자도 국내 2차 전파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국내 모기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도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오전 개최한 ‘지카 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의 주재자를 당초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급히 격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보건 비상사태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감염자의 입국 시 방역 매뉴얼과 모기 활동 시기 이전 이후의 방제 대책을 보다 철저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의심신고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단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2주 이내에 방문한 사람이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 증상을 보이면서, 근육통 두통 결막염 등의 증상까지 동반할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기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일 현재 총 7건의 의심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다. 4건은 음성으로 판명됐고, 3명은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 현재는 국립보건연구원 신경바이러스과에서 하루 30건 정도의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지만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일선 병원 등으로 검사 시행 기관을 늘리는 걸 검토키로 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로 했다. 이 증후군은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희귀 질환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 뒤 갑자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정 센터장은 “2015년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전년보다 18.7% 늘었다”며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 영향을 주는지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석 달간 생존 가능 모기 방역 강화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 대한 방역도 강화하기로 했다. 모기가 비행기 수하물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목재에 묻어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동아시아의 흰줄숲모기가 수출용 중고 타이어를 타고 미국까지 건너가 대규모로 번식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폐타이어나 깡통의 고인 물에 서식하는 모기는 최대 석 달간 생존이 가능하다. 보건 당국은 공항이나 수하물검역소 인근의 방제를 강화하는 한편 전국의 모기 분포와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에 대한 전국 분포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과거 11개 권역으로 나눠놨던 조사 대상 지역을 더 촘촘하게 늘리고 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겼다. 이를 통해 국내에 서식하는 26종의 모기 특성과 분포 비율을 정확하게 파악해 방역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이 업무를 맡는 질병매개곤충과의 인력은 정규직 5명, 비정규직 12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모기가 많아지는 4월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을 임신부 일반국민 의료기관 의심환자 등으로 세분해 발표했다. 특히 산부인과학회와 공동으로 소두증 관련 교육 홍보 자료를 개발 배포하는 등 임신부 보호 대책을 강화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브라질에서 신고된 소두증 사례는 4000건가량. 이 중 500건의 역학조사 결과 230건이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보다 15배 급증한 수치다. 권자영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를 앓았더라도 완치된 이후라면 임신을 해도 된다. 임신부가 위험 지역을 방문했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3, 4주에 한 번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정은 기자}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연휴, 고향길을 찾기 위해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운전대를 잡기도 전부터 목과 어깨가 뻣뻣해지는 듯한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때이다. 우선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운전하면 몸 안의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피로감이 쌓이고 긴장성 근육통이 생긴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혈전이 생길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전 중 1, 2시간에 한 번은 차를 세우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차 안에서는 △손바닥 한가운데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며 지압을 하거나 △양손을 깍지 껴서 머리 뒤에 얹고 앞쪽으로 눌러주고 △으쓱으쓱 어깨를 올렸다 내리고 돌리는 등 좁은 공간에 앉아서도 가능한 간단한 운동들을 부위별로 자주 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스트레칭 시 근육이 약간 땅기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동작마다 5∼10초간 반동을 주지 않고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를 태우고 차를 타는 부모들은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을 조심해야 한다. 목 근육이 약해 고정이 어려운 아이를 장시간 차에 태웠을 경우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뇌에 문제가 생기는 증세다. 과거 일본에서는 8시간 동안 차를 탔던 생후 3개월짜리 아기가 2주 후 극심한 구토와 함께 뇌출혈과 망막출혈이 발생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아기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사망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채수안 교수는 “머리 부분이 연약한 생후 6개월 미만의 유아를 장시간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아기를 태울 때는 운전을 조심하고 자주 차를 세워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발병 사례는 없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태국에서 감염환자가 나타나는 등 지리적으로 근접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로 태교여행이나 신혼여행을 가려던 젊은층들은 비상이 걸렸다.○ “혹시 여기도 지카 바이러스?” 문의 급증 다음 달 중순 괌으로 태교여행을 가려던 임신 20주 차 황모 씨(30)는 최근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황 씨는 “여행을 가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할 것 같았다”며 “환불받지 못한 숙소 대금 120만 원가량을 손해 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를 신혼여행지로 낙점했던 예비신랑 정모 씨(30)도 다른 곳을 새로 알아보고 있다. 그는 “아기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하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가 없는 국가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신혼, 태교여행과 관련된 고민을 문의하는 글이 31일에만 10건 이상 올라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선 병원에는 임신부를 중심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 평균 4, 5건씩 접수되고 있다. 멕시코 칸쿤, 동남아 등 발생 지역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임신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감염자로 추정되는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7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이 있으면서 관절통 근육통 두통 결막염을 동반할 경우 유전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해당 국가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는 의심환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있는 흰줄숲모기도 옮길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사례는 없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매우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해외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돼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뒤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2∼7일. 최대 2주 안에 증세가 나타난다. 성인의 경우 대개 경미한 증상이 지속되다가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데다 발열, 발진 등도 가벼운 수준이어서 감염자의 80%는 감염됐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증세가 나타났을 경우에도 휴식과 수분 섭취, 해열제 투약 등 감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증치료를 통해 증세를 완화시킨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더 위험하다는 증거도 아직은 없다. 길랑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 여부는 의학계를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이 증후군은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희귀 질환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 뒤 갑자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이 둘의 인과관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포의 ‘소두증’ 무엇이기에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신생아에게서 나타나는 소두증. 머리 둘레가 신생아 평균(34∼37cm)보다 작은 32cm 이하이면 일단 소두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생아 2만∼3만 명당 1명꼴로 드물게 발생하는 소두증은 아기의 성장·발달 지연이나 인지능력 장애, 균형감각 상실, 청력 저하, 시각장애, 경련이나 발작 등을 유발한다. WHO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strongly suspected)’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훈 교수는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감염되고, 이러한 태내감염이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바이러스만 소두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아기 두개골이 너무 일찍 붙어서 발생하는 두개골융합증,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나타난다. 또 임신부가 약물이나 영양부족, 알코올에 노출되거나 신생아가 풍진, 수두 같은 여러 감염병에 걸렸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소두증의 증세는 경증부터 치명적인 정도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신경학적인 검사와 성장발달 검사를 병행해 진단한다”고 말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김도형·유근형 기자}
보건복지부는 29일 신생아 소두증(小頭症·뇌가 발달하지 못해 머리가 정상 범위보다 작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제4군 감염병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신종 감염병,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말한다. 4군에는 황열 뎅기열 신종인플루엔자 등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법정감염병 지정에 따라 중남미 국가 등 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국가를 다녀온 뒤 37.5도 이상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관절통, 근육통, 결막염, 두통 중 1개 이상이 동반되면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증 환자를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를 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는 29일 지카 바이러스 정보를 ‘질문과 답변(Q&A)’ 형식으로 정리해 홈페이지(www.cdc.go.kr)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리면 통상 2∼7일, 늦어도 2주 안에 발열, 발진, 안구 충혈 등 증세가 나타난다. 사람 간의 일상적인 접촉이나 공기를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수혈이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될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최대 2년 뒤에도 발병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원양어선 선원 윤모 씨(53)는 지난해 7월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이 선박은 위성통신을 이용한 원격의료 화상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상태. 윤 씨의 동료들은 이를 이용해 부산대병원 해양의료연구센터에 절단 부위의 확대 사진을 전송했고, 이를 확인한 의료진은 항생제 투약과 습윤 드레싱 등을 즉시 하라는 원격진료를 했다. 윤 씨는 감염이나 괴사 없이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윤 씨를 비롯해 외딴섬과 군부대, 교정시설 등 148개 기관 5300명이 참여한 정부의 제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 만족도가 83∼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한 이번 시범사업의 만족도 수치는 2014년 1차 시범사업 당시(77%)보다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이런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상적 효과와 의료정보 보안 등 기술적 안전성도 함께 입증됐다”고 밝혔다. 정기적으로 원격 모니터링을 받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혈당이 dL당 16.44mg 더 감소하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0.36%포인트 더 낮았다는 것. 측정된 의료정보의 원격 송수신 과정에서 오류나 오진, 처방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원격의료 참여기관을 278개로, 인원은 1만200명으로 각각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외국과의 원격의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도 대폭 확대해 한국 의료의 해외진출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칠레 페루 중국 등 7개 국가와는 이미 MOU를 체결했다. 원격의료는 정부가 “의료분야의 핵심 정책과제 중 남아있는 마지막 사업”이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는 분야다. 이르면 올해 안에 의료법을 개정해 원격의료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정보 보안의 취약성,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등을 이유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극 한가운데 서 있다고 느끼게 할 만한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에 한파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올겨울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하는 지역이 속출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이번 한파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밀려오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최장 10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북극 찬 바람이 한반도로 24일 오전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져 올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2001년 영하 18.6도까지 내려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다. 파주가 영하 20도, 인천 영하 16.3도, 수원 영하 16.2도에 이르는 등 상당수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기존 기록을 갈아 치웠다. 대부분 지역에 한파경보(최저기온 영하 15도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나 한파주의보(최저기온 영하 12도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가 내려져 있다. 한파와 함께 눈폭풍도 한반도 남부를 강타하고 있다.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서해상을 중심으로 눈구름이 계속 만들어지는 탓이다. 전남북의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24일(오후 2시 기준) 전북 정읍에는 36cm의 눈이 쌓였고 △서천 29.5cm △광주 21.7cm △목포 17.4cm 등 다른 지역의 적설량도 늘어나고 있다. 동해 쪽에서는 울릉도에 80cm에 이르는 눈이 쏟아졌다. 이런 강추위가 계속되는 이유는 북극의 찬바람이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은 제트기류. ‘폴러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불리는 이 소용돌이 바람은 지상 5∼10km의 성층권에서 지구를 빙빙 돌면서 영하 60도에 이르는 북극의 찬 공기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해준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띠 모양의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그 틈을 뚫고 한파가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 탓에 역설적으로 혹한에 맞닥뜨린 셈이다. 전남대 정지훈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다른 지역보다 2, 3배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극의 온난화 때문에 지금 같은 한파는 앞으로도 최소한 몇 년간은 겨울이 올 때마다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부터 평년 기온 기상청 김용진 기상사무관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도 1월에 기습적인 한파가 한두 차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파는 이르면 26일 오후부터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동쪽에서 캄차카 반도까지 길게 형성돼 대기 이동을 막고 있던 기압릉이 풀리면서 북극의 냉기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빈자리를 중국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공기가 채우게 되면 곧 평년 기온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전국 곳곳에 내려져 있는 대설 및 강풍, 한파 특보도 순차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파가 물러가면 2∼4월 기온은 대체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일시적인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지만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의사나 변호사보다 스포츠 선수, 요리사가 될래요.’ 초등학교 고학년생 10명 중 4명은 문화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의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1일 발표한 ‘2015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458명 중 40.49%가 미래 희망 직업 1순위로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을 꼽았다. 이 직업군을 ‘희망 직업 2위’로 꼽은 학생도 38.06%나 됐다. 연기자나 가수, 영화감독, 공연기획자, 운동선수 등을 꿈꾸는 학생이 가장 많았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인기가 좋은 직업군은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 대학교수나 학교 선생님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한 학생이 전체의 12.15%였다. 이어서 3위는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으로 10.42%를 차지했다. 최근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스타 셰프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희망 직업 상위 리스트에 올랐던 의사나 판검사, 변호사 등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추세다. 의사 및 간호사 약사 한의사 등이 포함된 ‘보건·사회복지·종교 관련직’을 선택한 학생은 7.81%였고, ‘법률 및 행정 전문직’은 6.26%에 그쳤다. ‘과학 전문가 및 관련직’은 5.55%에 머물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필수 예방접종 시기가 지났는데도 하지 않거나 갑자기 어린이집에 안 나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가정방문 조사가 추진된다. 부처 간 아동학대 컨트롤타워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아동학대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이런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빅데이터로 아동학대 ‘사각지대’ 찾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1만27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0∼6세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는 34.6%. 학령기의 피해 학생들과 달리 이 아이들은 장기결석 등 학교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할 방법이 없다. 복지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예방접종 시기가 지났는데도 주사를 맞지 않거나 갑자기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는 경우,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학교에 오지 않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로 했다. 어린이 성폭력 문제는 여성가족부, 학교폭력은 교육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복지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맡고 있어 유기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 종합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쿠르트 아줌마 같은 이웃들도 동참해야” 정부는 울산과 경북 칠곡의 아동학대 사건 이후인 2014년 2월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유사한 정책의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현황 파악과 시행의 어려움 등 이유로 흐지부지된 상태였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아동학대는 범죄인데도 훈육이라고 주장하는 부모 앞에서 그저 입을 다무는 사람이 없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날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700개의 읍면동 주민센터에 복지전담팀을 만들어 복지 허브화하고 2018년까지 전국 3496곳 주민센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에 결석 아동 등에 대한 조기 신고 및 발견 체계를 구축하고, 야쿠르트 아줌마 같은 이웃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찾아낸 미접종 아동의 가정에는 각 지역사회의 복지사나 보건소 관계자가 찾아가 예방접종을 권고하면서 아이의 상태도 확인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부는 아직 예방접종 관련 빅데이터나 분석 자료 확보조차 하지 못한 상태여서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책 방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국내외 원격의료의 확대와 제약산업 육성을 통한 바이오헬스 산업의 육성에 맞춰져 있다. 이 중에서도 복지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원격의료의 확산. 시범사업 대상을 대폭 확대해 외딴섬과 외진 농어촌, 군부대, 원양어선 등 서비스 대상자 및 참여 의원의 수를 각각 1만200명, 278개로 전년 대비 2배로 늘릴 방침이다. 논란이 돼온 만성질환자의 원격의료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에서만 시행한다. 원격의료 지원을 위해 진료기록 및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같은 영상정보를 의료기관 간에 전자적으로 공유하는 진료정보의 교류 확대도 활성화된다. 경기도와 대구 등 기존의 시범사업 지역에 서울(세브란스병원)을 추가하고, 하반기에는 이 세 지역을 연계해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한국 의료를 글로벌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의료 시스템과 의료기기 수출, 외국인 환자의 유치 확대를 내놨다. 특히 중동과 중국, 칠레 등지에 지역별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케이메디컬(K-Medical)’ 패키지 수출을 본격화한다. 예를 들어 페루 오지의 산모가 휴대용 초음파 기기로 영상을 전송하면 그의 혈액형과 약물 부작용 유무, 이송 중 체크한 혈압 맥박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돼 종합병원에서 곧바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한국이 구축해 준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을 비롯한 제약산업의 육성과 관련해 복지부는 암과 만성 및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 한 해에만 360억8000만 원이 유전체 의학 연구개발에 투자된다. 또 임상 적용이 가능한 줄기세포의 공급을 위해 국가줄기세포은행 및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를 설립한다. 외국인 환자 40만 명을 유치해 일자리 수는 지난해보다 5만 개 늘어난 76만 개로, 부가가치 규모는 5조 원 많아진 6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한국을 세계 7위의 바이오헬스 강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원격의료야말로 우리가 큰 강점을 가진 분야인데 원격의료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아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는 경기 판교와 서울 상암을 각각 창업과 융복합 문화콘텐츠 생산기지로 만들어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로 키워 가기로 했다. 또 외국인 환자를 적극 유치하고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과 원격의료를 확대해 지난해보다 5만 개 늘어난 7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정부는 여기에 올해 정책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0조 원을 투입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6개 부처는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에 대한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창조경제의 지속 가능한 실현을 위해 외연을 기존의 주력 산업에서 문화와 바이오헬스 분야로 확대하고 창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는 스타트업캠퍼스 등을 바탕으로 질 높은 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업 초기부터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대기업 중소기업이 협력해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중소 벤처기업으로 불리는 ‘유니콘 기업’을 키워 나가기로 했다. 또 서울 마포구 상암동은 문화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능을 한곳에 모아 디지털문화콘텐츠 산업의 거점으로 조성한다. 게임 웹툰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융복합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바이오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해 제2, 제3의 한미약품(기술수출 8조 원 달성 기업)을 키울 방침이다. 금융위는 80조 원의 정책자금 지원 가운데 대출과 보증 등의 방식으로 창조경제 산업 분야에 72조4000억 원을, 문화융성 분야에 7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 박 대통령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말을 인용한 뒤 “창조경제의 가시화는 문화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좀 더 기억하기 위해 ‘창가문답’이라는 말을 지금 만들어냈다”며 창조경제와 문화 융성을 강조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이정은·송찬욱 기자}

“우리, 아무래도 아이를 갖는 건 좀 그렇겠지?” 경기 성남시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M 씨(43)는 9년 전 남편을 만나 ‘골드미스’ 생활을 청산했다. M 씨는 평소 아이와 동물을 좋아하는 스타일. 하지만 신혼 초 ‘무자녀 인생’을 결정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신을 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여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지만 무엇보다 ‘낳아도 키워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친정 부모와 다른 가족이 모두 외국에서 살고 있어 육아 지원이 불가능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생활도 계속 잘 해낼 자신이 없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들은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게 지옥 같다’면서 다들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고, ‘맞벌이해도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고….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이 자녀 양육에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컸다. 결국 딩크족이 된 부부는 요즘 애완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노후에는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놓고 여러 개의 노후연금과 보험에 돈을 붓는 중이다.○ 자의 반 타의 반 ‘딩크’족 M 씨처럼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이른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으로 불린다.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지 않는 ‘싱크족(SINK·Single Income No Kids)’, 딩크족이 아이 대신 애완견을 키우는 ‘딩펫(딩크족과 애완동물 펫·pet의 합성어)족’ 등 각종 신조어도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딩크족은 초기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커플’로 정의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딩크족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가 서울과 수도권의 딩크족 10쌍을 심층 대면 및 전화 인터뷰 한 결과 이 중 4가정은 “보육과 교육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여유로운 삶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경제적인 부담, 아이를 잘 돌볼 수 없는 환경에서 오는 두려움 등이 출산 거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5년 전 38세였던 남편과 결혼한 C 씨(37)가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직접적인 이유는 만혼(晩婚)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사교육비가 한창 늘어날 시기에 나는 정년퇴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노후대책이 없는 양가 부모의 뒷바라지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C 씨는 “고령인 양가 부모 네 분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앞으로 우리가 전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휴가철 해외여행을 다니는 지금의 여유는 내 인생에서 잠깐의 황금기”라고 말했다. J 씨(41)의 경우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아내와 이직(移職)을 통한 자신의 인생 전환 등 미래의 꿈을 위해 자녀를 포기했다. 2009년 결혼해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볼 당시 부부의 재산은 1억8000만 원의 전세금이 전부. 직업을 바꾼 뒤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J 씨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주변을 보면 애 낳고 행복하다는 가정이 없다”며 “예뻐 죽겠다’는 자식은 막상 부모님 집에 맡겨놓은 채 며칠씩 얼굴 못 보는 경우가 주변에 허다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배려와 지원 충분했으면 낳았을 것” 딩크족은 인구학적으로 정확히 통계가 잡히지는 않는다. 결혼 후 자녀를 갖기까지 기간 편차가 큰 데다 난임이나 불임 부부 등 딩크족으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에 관한 젊은이들의 인식, 무자녀 가구의 추세 등을 종합해 보면 딩크족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10.4%에서 2012년 29%로 급증했다. 결혼한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 부부가 증가한 탓도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의 증가세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동이 없는 가구’로 따지면 같은 기간 32%에서 59.5%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미혼 남녀(20∼44세)를 상대로 한 출산 인식 조사에서는 ‘자녀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거나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여성의 비율이 2009년 9%에서 2012년 10.2%로 늘어났다. ‘출산으로 인한 직장 내 차별과 사회활동 지장’ 때문이라는 응답이 33.3%로 ‘부부만의 즐거운 생활 및 여가’(24.1%)보다 훨씬 높다. 딩크족 K 씨는 “한국은 부모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라며 “출산이 가능했던 시절 자녀 양육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사회적 배려가 있었다면 당연히 아이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해 △청년 일자리 확충 △신혼부부의 주거 지원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료지원 확대 △맞춤형 돌봄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적 지원과 함께 자녀 양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와 인식 또한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양미선 연구위원은 “한국은 유행 속도가 빠르고 동조 심리가 강하다 보니 일부 부모의 과한 양육비 지출이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며 “눈높이가 맞지 않는 데서 오는 여성들의 좌절감이나 상대적인 빈곤감, 양육의 두려움 등도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일부 젊은 세대가 아이를 거부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해결과 함께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투트랙’ 정책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中, 자녀 1명 키우는데 소득보다 많은 돈 들어… ‘출산 장려’ 약발 안먹혀 ▼아시아 국가, 저출산 고민 확산‘딩크족’의 증가는 한국만이 아닌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전 세계의 문제다. 특히 고성장을 지속해 왔던 아시아 국가들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현상이다. 인구대국인 중국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구절벽 문제에 직면하게 되자 올해 1월부터 ‘1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자녀를 1명 이상 낳으면 처벌하던 법을 35년 만에 바꾸면서 다둥이 가정을 다시 허용한 것. 하지만 ‘역사적인 인구정책 변화’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국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출산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 역시 한국처럼 치열한 입시 및 취업 경쟁 때문에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SASS)의 조사(2011년 기준)에 따르면 중국 가정이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3만2000위안(590여만 원)으로,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3만1800위안)을 넘어선다. 중국의 부모들이 소득보다 많은 돈을 자녀의 보유 및 교육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말 중국의 이런 현상을 보도하며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은 가족 중심의 유교적 사상이 강한 동양적 문화에서 죄를 짓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는 중국의 젊은 딩크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딩크족 가구 수는 1980년대 후반에 비해 1.7배 증가한 360만 가구에 달한다. 가부장적인 남성이 많은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이 출산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2035년 일본에서 딩크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가구의 21%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결혼을 했는데도 아이가 없는 40대 여성의 수가 20년간 3배로 늘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1994년 4.2%였던 비율이 2014년 11.2%까지 치솟았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결혼과 출산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라며 “교육 수준, 삶의 질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아이 없이 사는 인생이 용납되는 사회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12일 오후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강원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이 산골마을에 들어서면 해바라기 모양의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갖춘 가로등들이 유독 눈에 띈다. 소매곡리는 환경부, 강원도, 홍천군, SK E&S가 참여한 정부의 첫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다. 겨울 난방비만 가구당 월 40만 원이 넘었던 소매곡리는 이제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자립마을’이 됐다. 악취를 풍기던 가축분뇨 처리장의 바이오가스는 도시가스로 전환돼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와 하수 방류시설을 활용한 소수력 발전은 이 마을 65가구가 모두 쓰고도 남는 넉넉한 전력을 생산해낸다. 마을 주민 이승관 씨(78·여)는 “추운 겨울에도 가스가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파리 협정’이 탄생하면서 세계가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위한 질주를 시작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까지 낮추는 게 주어진 지구촌의 미션이다. 그 추진 과정에서 1경4000조 원대의 에너지 시장이 새로 열린다는 전망 속에 국내외 정부는 물론이고 산업계까지 들썩거릴 조짐을 보인다. 전 세계 에너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조류가 밀려오는 것이다. 미래학자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관련 업체들은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풍력과 지열,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의 싹을 틔워 나가고 있다. 그 치열한 현장을 들여다본다. ▼ ‘청정 발전’ 태양이 뜨고… ‘탄소 제로’ 바람이 분다 ▼‘시커먼 검댕이 나오는 석탄과 석유는 사라지고, 배기가스 대신에 물만 나오는 자동차를 굴리면서 모든 에너지는 태양과 바람과 파도에서 얻게 되는 맑고 깨끗한 자연 친화적 세상.’ 청정에너지의 사용이 일반화되는 미래 환경을 이야기할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러면서도 실상은 80% 이상을 검은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 중독 사회’에서 멀게만 느껴지던 판타지였다. 그러나 2021년 신기후체제의 시작을 앞두고 이런 상상 속의 비전은 점차 눈앞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 혁명’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속속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태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주한 영국대사관의 김지석 기후변화에너지 담당관은 주변에서 ‘태양광 전도사’로 불린다. 각종 강연과 세미나 활동은 물론이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태양광의 엄청난 가치를 설파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는 충남 공주시의 고향집 근처에 2000m² 넓이의 땅을 사서 직접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했다. 딸의 이름을 따서 ‘수현태양광발전소’라는 이름을 짓고 한국전력과 사업자 계약도 맺었다. 앞서 만든 ‘공주발전소’에 이어 두 번째. 이 두 개의 작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공급해 매달 250만 원 안팎의 수익을 얻는다. 김 담당관은 “앞으로 40년은 그냥 앉아서 돈 버는 셈”이라며 “노후 준비는 이것으로 끝났다”고 큰소리를 쳤다. “꼭 돈 때문은 아닙니다. 기후변화 같은 재앙을 막는 데 태양이 해결책이라고 봐요. 저 같은 개인들도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줄이는 온실가스 양이 연간 60t쯤 됩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페이스북에 ‘발전소 리포트’를 올리고 있다. 투자금 2억9000만 원(땅값과 발전설비, 전기 수송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의 사용 명세와 패널 설치 과정, 매달 전기요금 정산서 등의 정보를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김 담당관 같은 개인 에너지 투자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내놓은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에서 개인들이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고 남으면 팔 수도 있는 ‘에너지(E)-프로슈머’ 시장의 활성화를 공약했다. △저탄소 에너지 발전 △전기자동차 확대 △친환경 공정과 함께 4대 주요 신사업 중 하나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신재생(renewable)에너지의 비율을 전체 전력량의 1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재생에너지는 계속 사용해도 고갈되지 않고 무한정 쓸 수 있는 에너지 원천을 뜻한다. 태양광과 지열, 풍력, 조력, 수력, 바이오 에너지 등 6가지가 꼽힌다. 이런 에너지원은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환경부 김법정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신재생에너지는 탈(脫)탄소의 핵심”이라며 “이게 제대로 진행되면 탄소제로도시나 친환경에너지타운 확대, 전기차 100만 대 보급 같은 다른 환경 프로젝트들의 속도가 확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에너지 ‘게임의 룰’이 바뀐다 전문가들은 여러 종류의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특히 태양과 바람의 2가지 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의 기술 투자도 이 분야로 몰리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태양광과 풍력산업은 전체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의 91%, 매출액의 85%를 차지하는 양대 핵심 축이다. 태양광의 매력은 일단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양이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전부 변환하면 세계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를 단 1시간 만에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 지구 전체 표면의 0.1%만 태양전지로 덮어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필요한 모든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2년 ‘토파즈’라는 이름의 태양광발전소를 2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태양에너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6월 인도의 태양광발전 설비 및 에너지 관련 정보기술(IT) 분야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비행기 같은 대형 운송수단을 직접 태양광으로 작동시키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스위스가 개발한 태양광 비행기 ‘솔러임펄스(Solar Impulse)-2’는 지난해 7월 닷새를 쉬지 않고 날아 태평양을 건너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풍력의 발전 속도 역시 폭발적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는 풍력발전이 매년 20%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 단가도 MWh당 100달러로,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30년까지 풍력발전 설비에 339억 유로(약 44조76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연간 19.5GW(기가와트)를 풍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인 토니 세바 미 스탠퍼드대 겸임교수는 “석탄과 석유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 정도로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글로벌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읽고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바 겸임교수는 그의 저서 ‘에너지 혁명 2030’에서 △2030년 모든 새로운 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으로 제공되고 △휘발유는 더이상 쓰이지 않으며 △신차는 100% 전기차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에너지산업의 ‘코닥’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름업체 코닥이 인화 시간을 줄이고 해상도를 높이며 발버둥쳤어도 결국 디지털카메라의 기술 흐름을 놓쳐 사멸 직전까지 갔던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그런데 왜 고작 1.4%? 실제로 과거 에너지 산업을 좌지우지했던 석탄 기업들의 쇠락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미국 내 석탄 생산 2위를 달리던 ‘아크콜(Arch Coal)’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주당 430달러에 달했던 주가가 지난해 말 1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 회사는 최근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1위 업체인 ‘피보디(Peabody) 에너지’의 주가는 같은 기간 750달러에서 10달러까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처럼 몰락하는 ‘검은 에너지’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가 당장 메워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신재생에너지의 투자 대비 효율이 낮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태양광의 경우 밤에는 전력 생산이 불가능하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이 끼는 날에도 발전량이 크게 떨어진다. 한낮에 생산한 에너지를 모아놓을 저장시설(ESS)의 개발, 필요할 때 이를 효율적으로 꺼내 쓰도록 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의 구축 등도 아직은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크게 높은 발전 단가도 부담이다. 태양광 자체는 공짜지만 저장시설과 송전선 연결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발전 단가는 kWh당 250원대까지 올라간다. 10년 전(600원대)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석탄(60.3원)보다 3배 이상 높다. 더구나 한국은 시장이 작아 거액의 투자가 요구되는 기술개발에 선뜻 나서려는 기업이 많지 않다. 잇단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고작 1.4%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영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값싼 에너지원을 놔둔 채 이런 고가의 에너지에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운 미래 에너지에 투자하고 개발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이 안정적인 운영과 투자가 가능한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정부가 세금 혜택과 투자 유도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홍천=박성진 psjin@donga.com·이정은 기자}

“대통령이 되려는 분들은 최소한 10년 단위의 기후변화 대응 공약을 제시해 검증받아야 합니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의 ‘녹색 인프라’ 구축에 협력해 달라는 것도 우리의 요청 사항입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김상협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53)로부터 이런 권고안과 함께 낯선 신문 한 부를 전달받았다. 8면짜리 이 신문은 ‘클라이밋타임스(The Climate Times)’ 창간호. 김 교수를 비롯한 환경 전문가들이 만드는 기후변화 전문지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내며 당시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총괄 지휘했던 인물. 한국이 만든 첫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탄생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그가 주도하는 ‘서울 기후-에너지 콘퍼런스’ 등 활동에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로버트 스태빈스 미 하버드대 교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같은 인사들이 참여해 왔다. 김 교수는 “미래의 에너지 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관련 정보의 생산과 공유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클라이밋타임스를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비영리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발행되는 이 신문은 홈페이지(climatetimes.org)를 통해 각종 기후 관련 정보를 일주일 단위로 제공한다. 종이로도 발행한 창간호에는 ‘기후변화총회에 대한 이해와 오해’ ‘청년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현장 모습’ 등의 기사와 전문가 기고 등이 담겼다. “녹색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구글이나 애플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것을 주목해 보세요. IT와 에너지 산업이 융합하는 ‘그린 빅뱅(big-bang)’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 혁명보다 더 빠르고, 더 거센 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어요.”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배우자가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4배가량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인구학회지에 게재된 ‘혼인 상태별 사망력 차이’ 논문에 따르면 통계청이 1990∼2010년 5년 주기로 혼인 상태별 인구 및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배우자가 없는 경우 사망률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비해 2.7∼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이혼한 사람의 사망률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비교해 4.5배 높았고, 이어 사별 상태(4.4배), 미혼자(4.1배) 등 순이었다. 여성은 미혼 상태가 4.6배, 이혼 및 사별 상태가 각각 3.9배와 2.7배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미혼 상태의 사망률은 고령일수록 증가해 55∼64세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7.5배나 됐다. 이런 수치들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은 것. 저자인 김수영 씨는 “우리나라는 사실혼이 많은 외국에 비해 결혼한 가족 중심 문화가 주류”라며 “결혼에 따른 이익 혹은 미혼에 따른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노인 우울증은 고령일수록 심리적 요인보다 좁아지는 뇌혈관 등 신체적인 원인으로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 및 제주대병원 박준혁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에게서 혈관성 우울증(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뇌의 혈관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대 초반이 75%, 75세 이상에서는 10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1일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말기 상태인 4기에 발견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4년 폐암 치료를 받은 만 18세 이상 환자의 사례 1만174건을 대상으로 진행해 11일 발표한 ‘폐암 2차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 중 남성이 69.7%로 여성(30.3%)의 2배를 웃돌았다. 남녀 모두 70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폐암은 갑상샘(선)암과 위암, 대장암에 이어 한국인이 네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폐암 중에서도 소세포암의 경우 암세포가 이미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사태에서 발견된 사례가 전체의 69.7%, 비소세포 폐암은 말기인 4기 단계에서 발견된 경우가 46.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폐암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 당 34명으로 암 사망률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심평원이 폐암 치료를 하는 국내 9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치료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 중 평균 95.11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왔다. 폐암의 주 위험요인인 흡연력을 확인했는지, 폐암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정밀검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22개 지표에서 상급종합병원 42곳은 평균 98.88점을 받았다. 5등급으로 구분된 의료기관 평가에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길병원, 경북대병원 등 79곳은 1등급을, 나머지 14곳의 종합병원은 2~5등급을 받았다. 한편 폐암 환자의 평균 입원일 수는 12.5일, 평균 입원·진료비는 887만3000원이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워킹맘인 이지은 씨(41)는 지난해 말 9세, 11세 두 자녀의 독감 예방주사를 맞히지 못했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걸려서 주말에도 계속 회사를 나가야 했던 탓에 ‘독감 예방접종 적기’라는 10월을 놓쳤다. 이후 주사를 맞히려고 했을 때에는 아이들이 잇따라 감기로 열이 나서 접종이 불가능했다. 이 씨는 요즘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는 “이미 시기를 놓친 것 같아서 접종은 안 할 생각”이라며 “아이들이 최대한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비타민을 먹이고 손을 자주 씻도록 하면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첫 주 인구 1000명당 독감 환자는 10.6명으로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초의 7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초중고교생(7∼18세)만 따지면 16.8명으로 전주보다 28%나 많아졌다. 전체 평균으로 2015∼2016년 독감 유행 기준(11.3명)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에 독감주의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예방주사를 맞는 게 나을까. 접종자가 많고 유난히 날씨가 따뜻했던 올겨울에는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줄어들까. 이번 독감에 대해 궁금한 다섯 가지를 문답식으로 정리해본다. 》○ 지금 맞으면 늦는 것 아닌가 아니다. 독감 예방주사는 접종 후 2주 정도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 맞는다고 1월에 유행하는 독감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봄철 독감에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독감 유행 시기는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약 5개월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의 수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2010∼2011년 절기에 473만 명이던 접종자 수는 2011∼2012년 절기에 541만 명, 그 이듬해 575만 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669만4752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 접종을 시작하면서 접종주사를 맞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 독감 주사는 백신이어서 한 번 맞으면 오래 가나 아니다. 독감 예방접종의 효과는 6개월 정도 지속된다. 따라서 예방주사는 매년 새로 맞아야 한다. 성인의 경우 주사를 한 번 맞지만, 8세 이하 어린이는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2번 주사를 맞는다. 예방 효과는 보통 60∼90%로 알려져 있지만 노약자나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 어린이는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하나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해서 미리 독감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대부분 합병증 없이 자연적으로 잘 치유되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이득을 얻을 게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독감과 감기 바이러스는 다르기 때문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감기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6개월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독감 백신을 놓지 않는다. 다만 노약자나 임신부의 경우는 2차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접종이 권장된다. ○ 유난히 따뜻한 겨울은 독감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나 그렇다. 수은주가 내려가고 일교차가 클수록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올해 겨울은 강한 엘니뇨 현상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반도의 날씨는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기온을 기록했을 정도. 추울수록 독감이 기승을 부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독감은 상대적으로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 독감 바이러스도 해마다 종류가 바뀌나 그렇다. 특정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독감 이름을 짓는다. 싱가포르 A형, 상하이 A형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유행할 독감의 종류를 예측해 그에 맞는 백신을 생산하도록 결정한다. 이 예측이 어긋나면 예방주사를 맞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