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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북극 경비(Arctic Sentry)’ 임무를 본격화하며 북극 안보 강화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주장으로 홍역을 치른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이 추진한 차세대 유럽 전투기 공동 개발사업이 내부 갈등으로 좌초 위기를 맞는 등 유럽의 자강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여전히 삐걱대는 유럽의 안보 협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 증가와 중국의 북극 고위도 지역에 대한 관심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바로 몇 시간 전 ‘북극 경비’ 임무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명분으로 내세운 러시아 및 중국 견제를 위해 북극 안보 강화에 나선 것이다. 나토는 북극 경비 임무가 덴마크와 노르웨이 주도의 북극지역 군사 훈련을 아우르며, 참여 병력이 수만 명에 이를 거라고 설명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와 동맹국들의 활동을 하나의 지휘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린란드 논란의 당사국인 덴마크는 나토의 새로운 북극 임무에 “자국이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미샤엘 비게르스 휠고르 덴마크 국방참모총장은 “덴마크가 주도하는 군사훈련인 ‘북극 인내(Arctic Endurance)’가 나토의 북극 경비 계획에 통합되면 나토의 북부 전선이 눈에 띄게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이 추진한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고 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전했다. 미래전투공중체계(FCAS)를 위한 유럽 전투기 개발 논의가 중단되면서 독일 정부가 대안을 모색 중이라는 것. 독일은 프랑스 대신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협력하거나,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글로벌공중전투프로그램(GCAP)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드론 개발 등만 협력하고, 전투기는 독일이 자체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FCAS는 6세대 전투기에 전투용 드론, 전투 클라우드를 추가하는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다. 사업비가 1000억 유로(약 173조 원)에 이르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무기 프로젝트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2040년 작전 투입을 목표로 개발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스 방산업체 ‘다소’가 설계 등 핵심 사업의 지분 대부분을 요구해 독일이 반발하며 논의가 중단됐다.● 美 국방차관, 유럽의 미국 의존도 줄여야 한편 미국 국방부(전쟁부)의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은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정례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유럽이 국방을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의 군비 지출 증가로 나토 동맹국들은 동맹 내에서 좀 더 동등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아닌 콜비 차관을 보낸 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홀대’를 보여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북극 경비(Arctic Sentry)’ 임무를 본격화하며 북극 안보 강화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주장으로 홍역을 치른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이 추진한 차세대 유럽 전투기 공동 개발사업이 내부 갈등으로 좌초 위기를 맞는 등 유럽의 자강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여전히 삐걱되는 유럽의 안보 협력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 증가와 중국의 북극 고위도 지역에 대한 관심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바로 몇 시간 전 ‘북극 경비’ 임무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명분으로 내세운 러시아 및 중국 견제를 위해 북극 안보 강화에 나선 것이다.나토는 북극 경비 임무가 덴마크와 노르웨이 주도의 북극지역 군사 훈련을 아우르며, 참여 병력이 수만 명에 이를 거라고 설명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와 동맹국들의 활동을 하나의 지휘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그린란드 논란의 당사국인 덴마크는 나토의 새로운 북극 임무에 “자국이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미샤엘 위게르스 휠고르 덴마크 국방참모총장은 “덴마크가 주도하는 군사훈련인 ‘북극 인내(Arctic Endurance)’가 나토의 북극 경비 계획에 통합되면 나토의 북부 전선이 눈에 띄게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이런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이 추진한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고 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전했다. 미래전투공중체계(FCAS)를 위한 유럽 전투기 개발 논의가 중단되면서 독일 정부가 대안을 모색 중이라는 것. 독일은 프랑스 대신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협력하거나,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글로벌공중전투프로그램(GCAP)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드론 개발 등만 협력하고, 전투기는 독일이 자체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FCAS는 6세대 전투기에 전투용 드론, 전투 클라우드를 추가하는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다. 사업비가 1000억 유로(약 173조 원)에 이르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무기 프로젝트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2040년 작전 투입을 목표로 개발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스 방산업체 ‘다소’가 설계 등 핵심 사업의 지분 대부분을 요구해 독일이 반발하며 논의가 중단됐다.● 美 국방차관, 유럽의 미국 의존도 줄여야한편 미국 국방부(전쟁부)의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은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 열린 정례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유럽이 국방을 미국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의 군비 지출 증가로 나토 동맹국들은 동맹 내에서 좀 더 동등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아닌 콜비 차관을 보낸 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홀대’를 보여준단 분석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승인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타스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하원 대정부 질의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어떠한 제재 결의안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중국과 함께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핵 요소를 포함한 군사 협력을 적극 강화하고, 일본이 이 협력에 참여하는 환경에서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브로프는 북한 파병군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2024년 6월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이 유라시아 안보 구조 구축에 중요하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유럽의회가 망명 신청자를 연고가 없는 제3국으로 이송하는 안을 승인했다. 유럽의회는 10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를 심사 전에 연고가 없는 국가로 이송할 수 있는 내용의 ‘망명제도 개편안’을 찬성 396표, 반대 226표, 기권 30표로 통과시켰다.개편안은 망명 신청 불허 요건인 ‘안전한 제3국’의 개념을 대폭 완화했다. 망명 신청자와 이송 대상 국가 간의 연관성을 필수로 요구하던 기존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은 망명 신청자에 대해 EU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비EU 국가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면 망명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개정안은 EU 27개 회원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이번 개정으로 EU가 특정 국가에 재정적 대가를 제공하고, 이 정부가 난민들을 수용하도록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과거 영국 정부가 아프리카 르완다와 추진했던 방식과 비슷한 방법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조치는 지난 10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며 극우 정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확대된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국제인권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1951년 난민협약을 훼손하고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표결로 EU에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실질적인 심사 없이 신청이 거부되고, 연고도 없고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국가로 송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비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우 헤라스케비치(27)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자국 전쟁 희생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출전하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지당했다.헤라스케비치는 9일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센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희생된 자국 선수들의 모습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연습 주행을 했다. 헬멧에는 알리나 페레구도바(역도), 파블로 이시첸코(복싱), 올렉시이 로히노우(아이스하키), 미키타 코주벤코(다이빙), 올렉시이 하바로우(사격), 다리아 쿠르델(무용) 등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 헬멧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헤라스케비치는 “헬멧에 그려진 사람들의 일부는 제 친구들이었다”며 “올림픽을 통해 전쟁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하지만 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정치 선전물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경기 시 사용 불가를 통보했다. IOC 올림픽헌장 제50조 2항은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 무대를 밟았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것. 그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No War in Ukraine)’는 문구를 들어 보여 논란이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개회식 기수를 맡아 자국 국기를 들고 가장 앞장서서 입장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라스케비치는 우리 투쟁의 대가를 세계에 알렸다”며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생명을 위하는 올림픽 운동의 역사적 사명에 충실하다. 러시아는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논란이 커지자 헤라스케비치는 “러시아 선수 13명, 벨라루스 선수 7명이 ‘개인 중립 선수(AIN)’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허용받은 결정에 대해 많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IOC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고 있는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경우 국가 대표가 아닌 개인 중립 선수로만 인정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만 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 이들은 개회식 등 국가별 참가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K팝 테마 공간 ‘킥카페’를 찾았다. 유럽의 K팝 팬들에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하는 곳이다. 카페 안은 K팝 스타들의 사진과 기념품들로 가득했다. 게시판에는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K팝 공연 일정, 생일을 맞은 아이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달의 아이돌’을 위한 특별 메뉴도 있었다. 평일 오후였지만 30여 석의 좌석이 거의 꽉 찼다.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의 4년 만의 완전체 복귀가 결정된 뒤 하루 수백 명이 다녀간다고 했다.》‘킥카페’ 한쪽에선 유럽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들은 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제작한 ‘BTS와 함께 배우는 한국어’ 교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디지털 오디오 펜으로 책 곳곳을 클릭하면 BTS 멤버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반나 투루옹 씨는 “BTS 팬들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한국어, 한국 전통 문화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그 경험을 이곳에서 서로서로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BTS 컴백 예고에 “한국어 배우자” 늘어BTS 팬들은 새 앨범의 타이틀인 ‘아리랑’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프랑스 BTS 팬인 오드 씨는 “BTS의 인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일각에선 한국적 정체성을 잃고 너무 국제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했다”며 “BTS가 탄생의 뿌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게 매우 강렬하게 다가오고, 완전히 새로운 공연이 펼쳐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BTS가 한국적인 색깔을 강조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유럽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프랑스의 주요 한글학교들은 지난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수강생이 대폭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BTS의 4년 만의 월드투어로 교육 수요가 또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학생 14명으로 시작해 현재 300명까지 수강생이 늘어난 프랑스 북부 릴의 한글학교가 대표적이다. 1월에만 신규 수강 문의가 30여 건이 들어왔다. 특히 한국어로 배우는 K팝 댄스 수업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변지영 릴 한글학교장은 “BTS의 새 앨범 제목이 공개된 후 한글 수업 중 아리랑에 대해 묻는 학생들이 많다”며 “교육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간 문제로 올해는 댄스 수업을 진행할 수 없고, 한글 수강생도 늘릴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종학당은 2022년 수강생이 209명에서 지난해 1061명으로 약 5배로 늘었다. 지난해 수강 대기자만 124명에 달했다. 올해는 BTS 효과로 아리랑 등 한국 전통민요, 한국 문학,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판단해 다양한 문화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3년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K팝 댄스 강사로 일하는 로예 안드레 씨는 “BTS에게 많은 것들을 받은 만큼, 아름다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 한국어 교육 플랫폼도 인기프랑스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한국어 교육 플랫폼도 성행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파리지앵들에게 한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부스트 통 코레앵(Boost ton Coreen)’은 1월 수강 신청자가 약 80명으로 지난해 월평균 인원의 2.5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하루 15분씩 공부할 자료를 수강생들에게 제공하고, 2주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개최하는데 BTS 가사에 대한 독해 수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플랫폼 운영자인 피에르 위드 라호즈 씨는 “과거 SNS에 ‘BTS 멤버들 본명 알려주기’, ‘멤버 이름 한글로 쓰기’ 등의 쇼츠를 올렸는데, 최근 조회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BTS의 힘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BTS 복귀로 K푸드, 뷰티, 콘텐츠 등 유럽의 한국 관련 업계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13구에 위치한 K팝 기념품점에는 BTS 관련 기념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팬들이 늘고 있다. 이 상점에서 만난 로리 씨는 “유명 K팝 공연이 열리면 응원봉 머플러 등을 구하기 위한 줄이 300m 이상 늘어서는데, 올해는 더 심할 것 같아서 미리 사러 왔다”고 말했다.한국인이 운영하는 파리의 메이크업 숍, 네일숍 등도 BTS 콘서트가 열리는 7월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파리의 한식당들도 7월 유럽 전역에서 오는 팬들로 매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류 인플루언서 김예빈 씨는 “BTS 콘서트는 단순 공연이 아니다”라며 “유럽 전역에서 온 아미들이 공연을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한국의 문화, 음식, 뷰티 등을 경험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K팝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BTS 월드투어의 경제적 파급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TS 월드투어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보다 경제적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에선 6월 26∼2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해 벨기에 브뤼셀(7월 1∼2일), 영국 런던(6∼7일), 독일 뮌헨(11∼12일), 프랑스 파리(17∼18일) 등 총 10회 공연이 펼쳐지는데, 지난달 24일 일반 예매 시작 직후 10회 공연이 모두 매진된 상태다. 파리 공연 티켓 판매 당시에는 70만 명 이상의 접속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출신 BTS팬인 힐러리 폭스 씨는 “런던 토트넘경기장에서 열리는 (BTS의) 공연 티켓 구매를 시도했는데, 회원번호를 입력하는 동안 표가 다 사라져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파리 공연 당일 숙소값 천정부지공연장 주변 숙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파리 공연이 펼쳐지는 ‘스타드 프랑스 경기장’ 주변 한 비즈니스급 호텔은 현재는 2인 스탠더드룸 기준 1박에 100유로(약 17만 원)에 예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연 당일은 약 8배로 뛰어 800유로(약 138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8월 초성수기 가격(140유로·약 24만 원)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가격이다. BTS 멤버들이 머물 것으로 기대되는 파리 최고급 호텔을 예약하려는 팬들도 적지 않다. 블랙핑크 로제, 지드래곤 등 유명 K팝 아이돌이 묵었던 파리 리츠 호텔은 BTS 공연일 1박에 400만 원을 호가하지만, 예약 가능한 방이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텔 등 숙소를 구하기 힘든 팬들이 ‘일반 가정집에서 하루 하숙을 구한다’는 글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 BTS 팬 알렉산드라 씨는 “숙소 가격이 너무 올라서 공연일에 파리 밖에 사는 친구들을 우리 집에서 재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럽 팬들은 한국을 직접 방문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4월 9일 경기 고양에서 펼쳐지는 BTS의 첫 공연의 중고 티켓 가격은 1000만 원을 넘어서 기존 최고가(약 26만 원)의 약 40배까지 치솟은 상태다. 프랑스 청년 티에리 씨는 “K팝 관련 커뮤니티에서 만난 프랑스 청년들이 BTS 한국 첫 공연에 맞춰 대거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BTS 월드 투어는 올해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축제 중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파리 특파원 noel@donga.com}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 올림픽에서 자국 전쟁 희생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출전하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지당했다.헤라스케비치는 9일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센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희생된 자국 선수들의 모습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연습 주행을 했다. 헬멧에는 알리나 페레후도바(역도), 파블로 이셴코(복싱), 올렉시이 로기노프(아이스하키), 미키타 코주벤코(다이빙), 올렉시이 하바로프(사격), 다리아 쿠르델(무용) 등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 헬멧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헤라스케비치는 “헬멧에 그려진 사람들의 일부는 제 친구들이었다”며 “올림픽을 통해 전쟁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하지만 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정치 선전물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경기 시 사용 불가를 통보했다. IOC 올림픽헌장 제50조 2항은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무대를 밟았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로 겨울 올림픽에 출전한 것. 그는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No War in Ukraine)’는 문구를 들어 보여 논란이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개막식 기수를 맡아 자국 국기를 들고 가장 앞장서서 입장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라스케비치는 우리 투쟁의 대가를 세계에 알렸다”며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생명을 위하는 올림픽 운동의 역사적 사명에 충실하다. 러시아는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논란이 커지자 헤라스케비치는 “러시아 선수 13명, 벨라루스 선수 7명이 ‘개인 중립 선수(AIN)’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허용받은 결정에 대해 많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IOC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고 있는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경우 국가 대표가 아닌 개인 중립 선수로만 인정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만 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 이들은 개막식 등 국가별 참가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구소련에서 독립한 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음악 선정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이 선정한 음악 제목에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인 ‘아르차흐’ 명칭이 들어가서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중재로 음악 이름을 소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피겨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의 쇼트프로그램 음악 제목에 양국 간 분쟁 지역의 명칭(아르차흐)이 그대로 사용됐다며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 NOC는 “평화, 우정, 민족 간 상호존중의 상징인 올림픽을 정치적, 분리주의적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통상 피겨 음악 선정과 관리는 국제빙상연맹(ISU)이 맡지만, 아제르바이잔은 IOC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 카리나 아코포바-니키타 라흐마닌 조가 선정한 ‘아르차흐’는 양국 간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명) 지역의 아르메니아어 이름이다. 이 지역은 현재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속해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아르메니아계다.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1991년 이 지역에 ‘아르차흐공화국’을 세우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무슬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과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을 놓고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양국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하에 평화선언에 서명했지만, 감정적 앙금은 여전하다.결국 IOC 중재로 경기 당일 해당 곡명을 소개하지 않고, 대신 ‘아라 게보르기안 작곡’만 표기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아코포바-라흐마닌 조는 경기 직전 음악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15일 페어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이들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아코포바의 가족 혈통을 따라 국적을 아르메니아로 바꿨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 당시 절도범들이 훼손했던 외제니 황후의 왕관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루브르 박물관은 9일(현지 시간) 전문가들을 동원해 외관이 다소 변형된 외제니 황후 왕관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왕관은 나폴레옹 3세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황후인 외제니 드 몽티조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다이아몬드 1354개, 에메랄드 56개, 종려잎 꼴 장식 8개, 금 독수리 8개로 장식돼 프랑스 보석 세공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받았다.이 왕관은 지난해 10월 19일 루브르 박물관에 침범한 절도범들이 유리 진열장을 절단기로 자르고 좁은 틈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외형이 손상됐다. 왕관의 종려잎 모양 장식 4개와 왕관 프레임에 붙어 있던 다이아몬드 10개가 분리됐다. 또 금으로 만든 독수리 장식 한 개가 사라졌다. 떨어져 나간 다이아몬드 10개 중 9개는 회수됐다.루브르 박물관은 왕관 복원을 위해 로랑스 데카르 관장이 이끄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다. 카르티에, 반클리프&아펠 등 프랑스의 유명 보석 브랜드 5곳이 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구소련에서 독립 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피겨 음악 선정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이 선정한 음악 제목에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인 ‘아르차흐’ 명칭이 들어가서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중재로 음악 이름을 소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피겨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의 쇼트프로그램 음악 제목에 양국간 분쟁 지역의 명칭(아르차흐)이 그대로 사용됐다며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 NOC는 “평화, 우정, 민족간 상호존중의 상징인 올림픽을 정치적, 분리주의적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통상 피겨 스케이팅 음악 선정과 관리는 국제빙상연맹(ISU)이 맡지만, 아제르바이잔은 IOC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 카리나 아코포바와 니키타 라흐마닌 조가 선정한 ‘아르차흐’는 양국간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 명)’ 지역의 아르메니아어 이름이다. 이 지역은 현재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속해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아르메니아계다.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1991년 이 지역에 ‘아르차흐 공화국’을 세우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무슬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과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을 놓고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양국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평화선언에 서명했지만, 감정적 앙금은 여전하다.결국 IOC 중재로 경기 당일 해당 곡명을 소개하지 않고, 대신 ‘아라 게보르기안 작곡’만 표기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아코포바와 라흐마닌 조는 경기 직전 음악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15일 페어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이들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아코포바의 가족 혈통을 따라 국적을 아르메니아로 바꿨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핵 협상 회담이 열린 6일 오만 무스카트의 알알람 궁전. 하이삼 빈 타리끄 알 사이드 오만 술탄(국왕)의 관저 중 한 곳인 이곳에는 정장 차림인 양국 대표단 사이에 해군 정복 차림으로 나타난 인사가 있었다. 바로 미국의 4성 장군 브래드 쿠퍼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59)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 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약 8개월 만에 재개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장에 군 수뇌부 인사가 정복 차림으로 등장했다는 점 때문에 쿠퍼 사령관은 큰 관심을 받았다.● 美, 이란에 대한 군사·경제 압박 이어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쿠퍼 사령관은 이날 협상에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을 보좌했다. 쿠퍼 사령관의 정복 차림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핵 협상에 미온적이거나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계속한다면 미국이 언제든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전 고문이 7일 중동 인근 해역에 배치된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에 직접 탑승해 미군 장병들을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6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대미 수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과의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군사 및 경제적 압박을 모두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또 “(이란이 협상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7일 알자지라방송에 “우라늄 농축은 빼앗을 수 없는 이란의 권리”라며 “미국의 폭격으로도 우리의 농축 역량은 파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군의 공습을 받은 핵시설 3개의 상당 부분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란은 미사일 개발과 역내 무장단체 지원을 중단하는 데도 부정적이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은 조만간 미국과 다시 회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우크라 전쟁 협상에서도 군 수뇌부 투입 트럼프 대통령은 쿠퍼 사령관 같은 군 수뇌부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중재 협상에도 투입했다. 앞서 4, 5일 양일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는 댄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이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 기갑부대에서 활동한 드리스컬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투입됐다. AP통신은 그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윗코프 특사 및 쿠슈너 전 고문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를 잇는 일종의 연락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행정부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의 입장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전문 외교관에게 주요 외교 협상의 주도권을 맡기는 집권 공화당의 전통적 기조와 배치된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충성심을 최우선시하며 전문 외교관보다 측근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외교관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외교 사안을 군 인사에게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지금 유럽은 식탁에 고기만 놓여 있는 식인종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채식주의자 같은 상황이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유럽의 유명 정치학자로 ‘민주주의 위기’ 연구를 활발히 해온 이반 크라스테프 불가리아 ‘자유주의전략센터’ 이사장(61)은 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유럽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및 관세 압박,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위협 등으로 대서양 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가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있는 현실에도 유럽의 대응책이 마땅하지 않음을 자조한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EU)은 단일 국가가 아닌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지니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안보 투자에 소홀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은 타당하다며 자성론도 제기했다.》크라스테프 이사장은 유럽외교협회(ECFR) 설립 위원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인문과학연구소(IWM) 종신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종 저서와 기고를 통해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유럽의 분열 등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명쾌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라스테프 이사장은 한국의 12·3 계엄 극복 과정에 대해 “민주주의는 늘 위기 속에 있지만 한국의 사례는 ‘위기가 곧 끝이 아니다’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트럼프 집권 2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종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트럼프 집권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지 않고 자유주의 질서가 끝났다는 가정에서 정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기존 동맹 관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은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서양 동맹이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에 직면했나. “러시아의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나토 체제의 위기 등으로 유럽은 미국의 안전보장을 더 이상 당연하게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 해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면서 유럽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복합적인 위기로 EU는 1993년 창설 후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유화책을 펴면 국내 정치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면 국내 선거에서 이기는 사례가 많다. 카니 총리, 덴마크 정부 등이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파급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딱히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론이 대서양 동맹에 큰 균열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같은 상징물이다. 푸틴 대통령처럼 영토를 확장해 역사적 유산을 남기겠다는 야심을 보인 것이다. 그린란드를 사거나 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나토 체제를 이해한다면 절대 주장할 수 없는, 근거가 없는 발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이 결실을 볼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했던 방식으로 그린란드를 사거나 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군사적 침공 또한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이 그린란드 내에 더 큰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식으로 미국과 덴마크가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 수뇌부, 미국 집권 공화당의 주요 의원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합병은 일종의 자살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서 점차 물러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론이 자원 채굴권 등 막후 이익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이 있다. “그린란드의 희토류와 광물 자원은 시장경제 방식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일부 이점을 얻을 순 있겠지만, 결국 땅은 덴마크가 소유할 것이고 모든 인허가도 덴마크 정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교한 계산 없이 그린란드 병합론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스스로 영토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당한 논거를 가진 주장이라고 본다. 유럽은 안보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절대 큰 전쟁이 유럽 땅에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주요 고객인 유럽이 절대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또한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가까워지기 위해 대서양 동맹을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기에 유럽 안보의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미국은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높이라고 요구한다. “이것이 유럽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보진 않는다. GDP 대비 국방비를 현 수준에서 1.5%포인트 내외 높이라는 주장인데 유럽 각국의 우려만큼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국방비 안에는 각종 인프라 비용이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안보 목적의 도로나 교량 건설도 이 비용에 포함된다. 국방 연구개발(R&D) 예산 확대도 유럽이 미국 등을 기술적으로 따라잡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유럽의 다른 국가를 공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매우 예측하기 어렵지만 러시아가 추가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인적, 재정적 자원을 상당수 소진했다. 올해 안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 각국의 재무장 속도가 빠른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러시아의 도발에 대한 유럽의 대비는 더 강해질 것이다. 러시아로선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낄 것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전쟁을 절대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언제든 상상하기 힘든 일까지 일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창한 평화 협정이 체결되기보다는 ‘정전(Ceasefire)’에 가까운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처럼 어느 정도 규칙이 있고 통제가 되는 ‘동결된 갈등’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기보다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위기와 분열을 가중시키는 것을 더 기대하고 있다. 정전과 충돌이 반복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다.” ―대서양 동맹의 균열로 중국, 러시아 등 반(反)서방 진영이 반대급부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과 미국의 균열, 트럼프의 관세 위협 등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중국이다. 유럽외교협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트럼프로 인해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를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위한 경기에 나설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어떻게 전망하나. “북-러 관계가 한일 관계보다 더 따듯해 보인다. 북한이 포탄을 러시아에 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사람’이다. 러시아는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데, 향후 러시아의 노동시장에서 북한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도 자국 군대의 군사적 경험을 쌓기를 원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5일 만료됐다. 미국이 연장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일단 중국을 새로운 핵 조약에 포함시키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그 기저에는 세계 각국의 핵 군비 경쟁을 가속화해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한 돈을 낭비한 러시아 경제를 재차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보인다.” ―뉴스타트 만료로 세계 핵 군비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군인을 충분히 확보하는 건 돈도 많이 들고 안전보장에 효과적이지도 않다. 모든 국가들이 핵보유국이 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핵 비확산 조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또한 자체적인 핵무장 확대에 나설 것이다. 한국 일본 등도 핵 보유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이다.” ―저서 ‘모방 시대의 종말’에서 많은 국가들이 서구식 자유주의를 일방적으로 모방한 것이 각종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제 20세기에 태어난 모든 유형의 정치적 정체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 모든 나라는 향후 5년 안에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 있고, 자신을 재발명해 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놀라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2024년 12월 계엄 사태를 겪었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다 해도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였다. 강압적인 인물이 등장해 계엄령을 내려도 한국 국민들은 그가 원하는 대로 가만히 두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늘 있지만 위기가 끝이 아니라는 걸 한국이 제대로 보여줬다.” ―2026년의 한국 사회를 평가한다면….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의 소프트파워가 크고 매우 부유하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매우 낮다는 점에 주목한다. 더 많은 아이를 갖기 위해 사회 전체가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유럽 또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반 크라스테프 불가리아 자유주의전략센터 이사장△1965년 불가리아 루코비트 출생△1990년 불가리아 소피아대 철학부 졸업△1991년 싱크탱크 자유주의전략센터 창립△2000년 오스트리아 빈 인문과학연구소 종신 연구원△2005년 유럽외교협회(ECFR) 창립 이사△2019년 저서 ‘모방 시대의 종말’ 출간△2025년 유럽투자은행(EIB) 글로벌 자문위원회 위원△2026년 글로벌 안보포럼 글로브섹(GLOBSEC) 이사△2026년 국제 분쟁관리 NGO 국제위기그룹(ICG) 이사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협상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START·뉴스타트)’이 5일 종료되면서 핵 군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핵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포함해 새로운 핵확산 억제 조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뉴스타트 연장에 미온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유럽 각국이 재무장에 나섰고 ‘미국 우선주의’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균열 또한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핵 군축안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하지 않은 채 미국과 러시아만 핵 군축을 논의하는 건 중국에만 이롭다며 뉴스타트 연장에 부정적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또한 4일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하고는 제대로 된 핵무기 군비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이 추후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뉴스타트보다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신핵군축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해 2011년 발효됐다. 양국이 실전 배치한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하고,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배치 대수 또한 700기 이내로 규정했으며 주기적으로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도록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양국의 핵군축 대화는 완전히 중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스타트 1년 연장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응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구 종말의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두 나라가 통제 장치 없이 남겨지는 것은 세계 안보에 매우 나쁜 신호”라고 동조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러시아와 미국은 각각 5459기, 5177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600기를 보유 중이나 실제론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량의 불균형을 이유로 미-러-중 3자 핵군축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논평했다. 뉴스타트 종료로 미국은 핵 족쇄를 풀고 핵전력을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업그레이드한 ‘골든돔’을 가속화해 상대국의 핵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일 성명을 통해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하게 됐다”며 각국이 후속 핵합의를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포와 불신의 논리를 공동 선(善)을 위한 윤리로 대체하라”고 강조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6일 오만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한 가운데 양측의 군사적 대치와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군은 3일 이란 남부 방향으로 약 800km 떨어진 아라비아해상에서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 유조선을 위협했다. 미국은 이란의 이런 행보가 회담 전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술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이란은 회담 장소 또한 당초 예정됐던 튀르키예 이스탄불이 아닌 오만 수도 무스카트로 바꾸자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중동 패권을 두고 경쟁해 온 튀르키예와 달리 오만은 역내 영향력이 크지 않고, 자국과 우호 관계도 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작은 충돌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이란, 美에 군사력 과시… 회담 장소도 변경미군 중부사령부는 3일 링컨함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의 ‘샤헤드-139’ 드론을 ‘F-35’ 전투기로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미군의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선박 두 척과 ‘모하제르’ 드론 1대가 고속으로 민간 유조선 ‘스테나임페러티브’호에 접근해 나포 위협을 가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미국은 이런 사태에도 일단 회담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란과 협상하고 있다. 한 건 이상의 만남을 가졌다”고 공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방금 윗코프 특사와 통화했다. 현재로선 이란과의 대화가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다만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이란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테이블에 두고 있다”며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위성 사진을 분석해 미군이 F-35 전투기를 포함한 약 70대의 군용기, 항공모함을 포함한 12척의 군함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6일 협상이 원하는 대로 끝나지 않을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며칠 안에 항공기와 군함의 추가 배치 또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미국에 맞서 이란은 6일 회담 장소 및 방식을 갑작스럽게 변경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란은 회담 장소를 무스카트로 바꿨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양자 회동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당초 카타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국이 회담에 동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다. ● 네타냐후 “이란 못 믿어” 불만 이란에 적대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회담에 거듭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 이스라엘을 찾은 윗코프 특사와 만나 “이란은 자신들이 한 약속이 믿을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여줬다”며 이란을 신뢰하지 말라고 미국 측에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측에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핵물질의 타국 이전 △우라늄 농축 완전 중단 △탄도미사일 생산 중단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중동 내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 등 협상 타결을 위한 4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현지 매체 N12 방송에 “이런 조건을 포함하지 않는 합의는 나쁜 합의”라며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사망한 시민들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춤을 춘다고 전했다. 이슬람교 시아파 성직자가 주재하는 엄숙한 장례식의 관행을 거부하는 방식을 통해 억압적인 신정일치 체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6일 오만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한 가운데 양측의 군사적 대치와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군은 3일 이란 남부 방향으로 약 800km 떨어진 아라비아해상에서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 유조선을 위협했다.미국은 이란의 이런 행보가 회담 전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술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이란은 회담 장소 또한 당초 예정됐던 튀르키예 이스탄불이 아닌 오만 수도 무스카트로 바꾸자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중동 패권을 두고 경쟁해 온 튀르키예와 달리 오만은 역내 영향력이 크지 않고, 자국과 우호관계도 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작은 충돌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美에 군사력 과시…회담 장소도 변경미군 중부사령부는 3일 링컨호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의 ‘샤헤드-139’ 드론을 ‘F-35’ 전투기로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미군의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선박 두 척과 ‘모하제르’ 드론 1대가 고속으로 민간 유조선 ‘스테나임페러티브’호에 접근해 나포 위협을 가했다고도 주장했다.다만 미국은 이런 사태에도 일단 회담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란과 협상하고 있다. 한 건 이상의 만남을 가졌다”고 공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방금 윗코프 특사와 통화했다. 현재로선 이란과의 대화가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다만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이란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테이블에 두고 있다”며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위성 사진을 분석해 미군이 F-35 전투기를 포함한 약 70대의 군용기, 항공모함을 포함한 12척의 군함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6일 협상이 원하는 대로 끝나지 않을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며칠 안에 항공기와 군함의 추가 배치 또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전했다.이런 미국에 맞서 이란은 6일 회담 장소 및 방식을 갑작스럽게 변경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란은 회담 장소를 무스카트로 바꿨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양자 회동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당초 카타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국이 회담에 동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다.● 네타냐후 “이란 못 믿어” 불만이란에 적대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회담에 거듭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 이스라엘을 찾은 윗코프 특사와 만나 “이란은 자신들이 한 약속이 믿을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여줬다”며 이란을 신뢰하지 말라고 미국 측에 요구했다.이스라엘은 미국 측에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핵물질의 타국 이전 △우라늄 농축 완전 중단 △탄도미사일 생산 중단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중동 내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 등 협상 타결을 위한 4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현지 매체 N12 방송에 “이런 조건을 포함하지 않는 합의는 나쁜 합의”라며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사망한 시민들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춤을 춘다고 전했다. 이슬람교 시아파 성직자가 주재하는 엄숙한 장례식의 관행을 거부하는 방식을 통해 억압적인 신정일치 체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아랍의 봄’ 시민 혁명으로 축출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54)가 3일(현지 시간) 무장괴한의 습격으로 피살됐다. 사이프는 부친의 집권 당시 정치적 후계자 노릇을 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사이프의 정치 고문 압둘라 오스만 압두라힘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복면을 쓴 남성 4명이 사이프의 집에 난입해 그를 총으로 살해하고 달아났다”고 밝혔다. 괴한들은 폐쇄회로(CC)TV를 무력화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신원,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사이프는 1972년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태어났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를 졸업하고 영어에 능통했다. 부친의 집권 당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았지만 사실상 총리 역할을 하며 ‘2인자’로 꼽혔다. 사이프는 ‘아랍의 봄’ 당시 시위대를 집압하는 과정에서 “피로 강을 만드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아버지가 2011년 10월 시민군에 붙잡혀 총격으로 사망한 뒤 그 또한 체포됐다.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 대상에도 올랐다.리비아 법원은 2015년 사이프에게 평화적 시위를 가혹하게 진입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다만 2017년 사면됐다. 야인 생활을 이어가던 사이프는 2021년 대통령 선거 후보에 등록하며 재기를 시도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선거가 무기한 연기됐다. 카다피 사후 리비아에서는 각종 군벌이 난립하며 15년 넘게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2일 미국과 핵 관련 대화를 시작하도록 명령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조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작업 방식과 틀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협상 목표에 대해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대신 지난 수년간 이란인들에게 부과돼온 억압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1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와 이란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튀르키예 외에 이집트, 카타르 등도 양측 중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당국은 이날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가 교수형 위기에 처했던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보석을 전격 허가했다. 당초 이란 정부는 그를 지난달 14일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란을 압박하자 그의 처형을 연기했고 이날 석방까지 한 것이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의 영구 중단, 보유 중인 농축 우라늄 전량 폐기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1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평화적 목적의 핵농축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최근 촬영한 위성 사진에서도 이란이 지난해 6월 미국의 공습을 받았던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시설 일부를 보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 합의에 이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마무드 페세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2일 미국과 핵 관련 대화를 시작하도록 명령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조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작업 방식과 틀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협상 목표에 대해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대신 지난 수년간 이란인들에게 부과돼온 억압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했다.1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와 이란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튀르키예 외에 이집트, 카타르 등도 양측 중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이란 당국은 이날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가 교수형 위기에 처했던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보석을 전격 허가했다. 당초 이란 정부는 그를 지난달 14일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란을 압박하자 그의 처형을 연기했고 이날 석방까지 한 것이다.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의 영구 중단, 보유 중인 농축 우라늄 전량 폐기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1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평화적 목적의 핵농축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최근 촬영한 위성 사진에서도 이란이 지난해 6월 미국의 공습을 받았던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시설 일부를 보수한 사실이 확인됐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 합의에 이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강력한 함정들을 그곳(이란 인근)에 배치해 놨다”며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면 그(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말이 옳았는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 날 하메네이가 “미국이 만약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지역 전쟁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 확전 가능성을 경고한 것을 반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군의 감시용 항공기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가 최근 이란 영공 인근에서 관측됐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종종 이 초계기와 같이 투입되는 미군의 고고도 무인기(드론) ‘MQ-4C 트라이턴’ 또한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진에 신속하고 결정적인 ‘이란 공격 옵션’을 요구했다고 보도하며 미국의 군사 작전 임박설에 힘을 실었다. 이런 미국에 맞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7)는 같은 날 수도 테헤란에 있는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1902∼1989·1979∼1989년 집권)의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1일 연설에서 최근의 반정부 시위를 ‘쿠데타’로 규정했다. 또 군사 위협을 가하는 미국을 향해 “미국이 만약 전쟁을 시작한다면 지역 전쟁이 될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동 곳곳의 미군 기지,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군 또한 1, 2일 양일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사격 해군훈련을 하기로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폭스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계획은 (이란이) 우리와 대화하는 것”이라며 대화 의지 또한 드러냈다. ● 美 초계기 포세이돈, 이란 영공서 관측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P-8A 포세이돈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의 중립 수역 6000m 상공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고성능 해상 감시 레이더를 장착했고 ‘잠수함 킬러’로 불릴 만큼 감시 능력이 뛰어나다. 하푼 대함미사일과 기뢰도 발사할 수 있다. 관련 장비 포함 대당 가격은 6억 달러(약 8700억 원). 이 초계기는 바레인의 한 비행장에서 이륙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 인근에는 미군기지가 있다. 타스통신은 최근 며칠간 이 일대에서 ‘MQ-4C 트라이턴’ 또한 목격됐다고 전했다.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 또한 같은 달 29일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에 전개됐던 미 공군 F-35A 전투기 일부가 최근 포르투갈 라즈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F-35A 전투기는 지난달 3일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할 때도 투입됐다. 이 비행기를 중동과 가까운 유럽에 이동시킨 것, 미군이 에이브러햄링컨함을 포함한 전함 10여 척을 중동에 배치한 것 등도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를 보여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 같은 대규모 전력을 앞세워 이란 측에 △우라늄 농축의 영구 중단 및 보유한 농축우라늄의 전량 폐기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및 수량 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사일 사거리 제한은 사실상 대(對)이스라엘 억지력 박탈 시도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달 30일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 신속하고 결정적인 대이란 공격 옵션을 요구하며 하메네이 정권을 전복시킬 수 있는 가혹한 폭격 작전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메네이 제거는 민심 이반 가능성이 크고 성공 가능성 또한 높지 않아 실제로 단행될지 미지수다.● 하메네이, 호메이니 묘소 참배지난해 12월 28일 반정부 시위 발발 후 암살 가능성 등에 대비해 지하 벙커 등에 은신하며 공개 활동을 자제했던 하메네이는 지난달 31일 이례적으로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았다.이 자리에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54) 또한 동석했다. 하산은 하메네이 사후 최고지도자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과거 팔레비 왕가의 탄압을 받던 호메이니는 15년의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1979년 2월 1일 귀국해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켰다. 이후 사망 때까지 신정일치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하메네이는 호메이니의 사후부터 현재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즉 하메네이가 호메이니의 귀국일을 하루 앞두고 그의 묘소를 참배한 것은 호메이니의 후광을 빌려 자신의 집권 정당성을 강조하고 미국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달 31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에서 가스 누출에 따른 폭발로 8층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1일 기준 4세 어린이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혁명수비대를 노린 공격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파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최대 도시 누크를 다녀왔다. 현장 취재를 진행하다 만난 초등학교 교사 마리나 클라센 씨의 집을 찾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피폐해진 실상을 설명하다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기자를 집으로 안내했다. 누크 도심에서 차로 15분 남짓 떨어진 그의 집은 한국의 평범한 저층 아파트를 떠올리게 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누크 앞바다와 눈 덮인 시내 전경은 이곳이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분쟁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평온했다. 하지만 다용도실 한편에 놓인 전쟁 대비용 ‘탈출 가방’을 보는 순간 평온함은 무너졌다. 그는 “트럼프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공습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했다”며 가방 안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였다.美 공습 대비 ‘탈출 가방’ 챙긴 그린란드인 가방 안 물품들은 군장을 연상케 했다. 육포와 단백질 파우더, 각종 분말 등 긴급 식량이 가득했다. 휴대용 조리기구, 두꺼운 방한복, 버너가 얼 것에 대비한 전용 담요, 핫팩 같은 물품도 있었다. 클라센 씨는 생화학 공격에 식수가 오염될 때를 대비해 정수기가 부착된 물통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장신구도 탈출 가방에 넣어뒀다. 2022년부터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챙겼다고 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금속 재질의 원통형 보관함이었다. 뚜껑을 열자 자신과 홀로 키운 아들의 출생증명서, 부모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가 들어 있었다. 물에 젖거나 훼손되지 않게 금속 통을 골랐다고 했다. 클라센 씨는 “전쟁이 나서 난민이 되거나, 혹시라도 죽거나 다치면 누군가는 우리가 그린란드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린란드 사람들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두고 ‘또 하나의 기행’이나 ‘협상용 수사’로 치부하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기존 통념상 불가능해 보이는 카드를 던지면서 자원 채굴권 등 막후 이득을 얻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란드 주민들에게는 결코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다. 단순 ‘분노’를 넘어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음을 현장에서 여러 차례 목격했다.‘그린란드의 두려움’, 남의 일 아냐 그린란드 사람들의 두려움에 찬 눈빛은 외지인들에 대한 배타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누크 시내에서 만난 일부 이누이트 노인들은 취재진을 향해 “미국이나 너희나 다를 게 없다.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원주민들은 기자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외세의 간섭 없이 살던 그대로 “우리를 내버려 두라”는 마음들이 느껴졌다. 쇄국(鎖國)을 고수하며 한반도에 당도한 서양인들을 몰아내던 개화기 조선이 떠올랐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민족으로서 “우리를 사려고 하지 말라”, “우린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그린란드인의 외침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구축된 국제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지금 5만6000여 명의 그린란드인 앞에 놓인 현실은 연민이나 공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고, 그 여파가 북극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개화기 강대국에 운명이 내맡겨졌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시선이 중국이나 북한으로 향한다면 그린란드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언제든 우리의 몫이 될 수 있다. 그린란드 현장에서 출생증명서까지 챙기는 클라센 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을 떨칠 수 없었던 이유다.유근형 파리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