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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뛰는 건 선수들만이 아니다. 코칭스태프부터 각국 올림픽조직위원회(NOC), 자원봉사자, 미디어 관계자 너나없이 각자의 꿈과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열심히 달린다. 올림픽을 이야기할 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이 바로 후원사다. 세계인의 축제는 그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 마케팅 수익의 절반 가까이 차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올림픽의 마케팅 수익 중 후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다. 방송 수익(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방송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후원사라고 모두가 같은 건 아니다. 후원사는 크게 월드와이드 올림픽파트너와 로컬 스폰서로 구분된다. ‘TOP(The Olympic Partner)’로 불리는 올림픽 파트너는 IOC가 운영하는 올림픽 스폰서십에서 가장 높은 단계다. 음료(코카콜라), 자동차(도요타)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선별된 TOP들은 독점적인 글로벌 마케팅 권한을 갖는다. 각 대회만 후원하는 로컬 스폰서와 달리 4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한다. TOP의 개념이 자리를 잡은 건 여름(서울), 겨울(캘거리) 대회가 같은 해에 열린 1988년 때부터였다. 소치,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2013∼2016년 동안 TOP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0억300만 달러(약 1조752억 원)다. 로컬 스폰서의 경우 후원 금액에 따라 티어(Tier)1, 2, 3 등으로 구분된다. 500억 원 이상을 내는 티어1 후원사는 공식 파트너, 150억 원 이상 지불하는 티어2는 공식 스폰서, 25억∼150억 원을 내는 티어3는 공식 공급사라는 이름을 갖는다. 25억 원 미만은 공식 서포터로 분류된다. 지난 리우 대회 때 로컬 스폰서 53곳이 약 8억4800만 달러(약 9090억 원)의 수익을 책임졌다. 소치 대회 때는 로컬 스폰서가 46곳이었지만 오히려 11억8900만 달러(약 1조2742억 원)로 그 금액은 높았다. 물론 후원사들도 단순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만을 바라는 건 아니다. 한 로컬 스폰서 관계자는 “올림픽 후원의 마케팅 효과를 수치화하긴 쉽지 않지만 기업으로선 브랜드 가치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사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건 코카콜라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때부터 올림픽과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는 제품 중 하나인 코카콜라와 인종, 종교 차별 등을 뛰어넘는 올림픽의 정신이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부터 후원을 이어오던 맥도날드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끝으로 TOP 스폰서십을 마무리하고 이번 평창대회에는 티어1으로 참여를 했다. IOC는 그동안의 파트너십을 감안해 티어1인 맥도날드에 TOP 스폰서에 준하는 권한들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 월드컵도 후원 중인 맥도날드는 올림픽 TOP 스폰서로 투입했던 비용을 다른 국제대회에 투입하기보다는 새로운 마케팅 분야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평창과 함께 달리는 95개 후원사 평창 대회에는 올림픽 파트너가 13곳, 공식 파트너가 11곳, 공식 스폰서가 13곳, 공식 공급사가 25곳 참여한다. 공식 서포터도 33곳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후원사들은 대회장 곳곳에서 자신을 알리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돕는다. 이번 대회 통신 담당 공식 파트너인 KT도 그중 하나다. 2014년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KT는 3년 넘게 올림픽 무대를 준비해 왔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는 KT는 800명 정도의 인력을 대회에 투입한다. KT 김형준 평창올림픽 추진단장(전무)은 “평창올림픽의 5가지 테마 중 하나인 정보통신기술(ICT)을 KT가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파트너 맥도날드는 이번 대회 강릉에만 2개(강릉선수촌, 강릉올림픽파크)의 올림픽 기념 매장을 운영한다. 강릉올림픽파크 매장은 전 세계 최초로 햄버거 세트 모양으로 매장을 꾸려 눈길을 끈다. 기념 매장에 파견하는 직원 260여 명에게는 4성급 호텔에서의 숙박 및 식사, 올림픽 경기 티켓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규식 한국맥도날드 평창겨울올림픽 담당 이사는 “단순히 햄버거를 서빙하는 회사가 아닌 햄버거를 서빙하는 사람들의 회사라는 기업 가치관이 반영될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평창 대회에 300만∼400만 개의 제품을 투입할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현재 KT, 삼성과 함께 성화봉송 파트너로도 참여하고 있다. 11월부터 각종 티켓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윤훈식 한국코카콜라 평창동계올림픽 총괄 상무는 “여름올림픽과 달리 겨울올림픽은 개최국 코카콜라 법인에서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큰 대회를 앞둘수록 자그마한 변수에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선수의 심리다. 자신만의 템포를 잃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기 위해 선수들은 저마다 다양한 루틴(반복하는 동작)을 유지하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소개한 선수들의 이색 루틴, 징크스들을 모아봤다. 144명의 한국 선수단 중 눈에 띄는 루틴 신봉자는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영미(27), 김경애(24) 자매다. 대회를 앞두고 늘 교회를 다녀온다는 김영미는 훈련 때부터 최대한 같은 패턴을 유지하려 애쓴다. 경기장에서 화장실도 항상 같은 칸을 쓰고, 노래도 같은 노래만 듣는 식이다. 언니를 따라 컬링을 시작한 김경애도 이에 못지않다. 대회를 앞두고는 머리 묶는 모양부터, 아침 식사 메뉴 등 일정한 패턴을 유지한다. 김 자매는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최대한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하려는 선수들도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8)은 경기 당일 발을 깨끗하게 씻고 닦는다. “발이 청결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빅에어의 이민식(18)은 경기 전날 밤에 얼음물에 온몸을 담근 상태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얼음물 찜질을 한 뒤로는 절대 휴대전화를 만지지 않는다. 최고의 경기를 치르기 위한 자신만의 의식이다. 여자 쇼트트랙 김예진(19)은 경기 전 손톱을 단정하게 정리한다. 같은 팀의 맏언니 김아랑(23)은 경기 전 “이미 나는 내 할 일을 다했다. 내 마지막까지 훈련에 다 쏟았으니 이제 져도 할 수 없다”는 문구를 되뇌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음식과 관련된 각종 루틴 내지 징크스도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신상우(31)는 경기 전 꼭 파스타를 챙겨 먹는다. 경기를 잘 풀어가기 위해선 탄수화물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같은 팀의 김원준(27)은 반대로 경기를 앞두고 절대 스파게티를 먹지 않는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골리 신소정(28)도 라커룸에 비치된 스낵들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징크스 때문이다.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하는 겨울스포츠의 특성상 장비와 연관된 루틴도 많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전정우(24)는 경기 때 반드시 젖지 않은 손목보호대를 착용한다. 젖은 손목보호대를 차고 찝찝한 마음으론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같은 팀의 박진규(27)는 오른쪽, 여자 아이스하키 엄수연(17)은 왼쪽부터 무장(각종 보호 장구)을 착용하는 습관이 있다. 경기 때마다 같은 기능성 옷, 양말 등을 착용하는 선수들도 많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선수들의 루틴도 있다. 남자 쇼트트랙의 맏형 곽윤기(29)는 아이스링크에 들어갈 때 스케이트를 신은 오른발로 얼음판을 꾹 누른 뒤 어깨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다. 경기를 앞두고는 ‘1등을 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고민을 한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자신만의 습관이다. 올림픽 신설 종목인 컬링 믹스더블의 이기정(23)은 경기 전 빙판 위 하우스(표적)의 정중앙인 ‘버튼’을 오른손으로 터치하곤 한다. 알파인스키의 김소희는 폴을 서로 겹친 상태로 바닥에 탁탁 내려친 뒤 경기를 시작한다.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는 태극전사들의 승리의 주문이다.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검은 털모자에 남자는 검은색, 여자는 자주색 코트를 입고 가슴에 인공기 배지를 단 북한 선수단은 말이 없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준비된 버스에 오른 뒤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미소로 화답했다.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1일 오후 6시 10분경 강원 양양국제공항에 전세기편으로 도착한 북한선수단 본진은 32명. 선수단장인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스키 빙상 선수 10명, 임원 등이 포함됐다. 도착 1시간 만인 오후 7시 10분경 원 단장이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으로 나왔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하는 렴대옥은 버스 창문을 통해 취재진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북한 임원 중에는 비디오카메라 등을 들어 기자로 보이는 인사들도 있었다. 이들은 5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곧바로 강릉선수촌으로 이동해 입촌했다. 북한 임원 3명이 선수촌에 입촌할 때 액체류를 반입하려다가 제지당하자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이나 술 등은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다. 보안요원들이 일단 해당 물품을 맡아 검사한 뒤 이상이 없으면 돌려주기로 했다. 북한 선수들은 선수촌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식사를 했다. 메뉴를 꼼꼼히 살피던 렴대옥은 고기류는 거의 고르지 않았고 버섯과 샐러드, 요구르트 등 채식 위주로 식사를 마쳤다. “고기는 전혀 먹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원래 고기는 잘 안 먹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체중 조절을 하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예”라고 짧게 답했다. 평창 올림픽 출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다 좋습니다. 한민족끼리 같이 경기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원 단장은 역도 선수 출신이다. 올해 남북 고위급 회담과 평창 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로 나왔다. 선수 10명은 알파인 스키 3명, 크로스컨트리 스키 3명,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등으로 구성됐다. 원 단장과 선수들 외에도 코치 3명과 지원인력 18명이 선수단 본진에 포함됐다. 지난달 25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위해 15명이 들어오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들어온 북한 인원은 47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선수단의 규모를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모두 46명으로 승인했으나 실제 인원은 1명이 늘어났다. 원 단장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된 남북 스키 공동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엔 서로 자유롭게 스키를 탔고, 1일 오전에는 알파인스키 친선경기 및 크로스컨트리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북한 알파인스키 리진명은 1박 2일 일정으로 남한 선수들과 훈련한 소감을 묻자 “한겨레 한 언어가 닿아 있는 경기에서 함께해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알파인스키 김청송 선수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남측 선수들과 세계 패권을 함께 쥐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남한 취재진이 ‘평창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마디 말해 달라’고 묻자 북측 알파인스키 김유정 선수는 “아직 올림픽에 누가 나가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남한 선수들도 공동훈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크로스컨트리 김선민(단국대 2년)은 “북한 선수들이 먼저 앞장서서 코스로 올라가면서 설명해주고, 같이 내려오면서 이야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남영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은 “스키장 코스와 설질이 좋았다. 앞으로 훈련이 계속된다면 남북 선수들 모두 기록이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선수들은 오후 2시 30분에 마식령스키장을 떠났다. 35분 거리의 갈마비행장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다. 갈마비행장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같은 아시아나항공 OZ1368편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편 마식령스키장에서는 인기 스노모빌 브랜드인 캐나다산 ‘스키두(Ski-Doo)’의 모빌 4대가 눈에 띄었다. 스노모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3년 북한 유입을 금지한 사치품이다. 북한 선수들은 “(자신들이 입은) ‘골드윈’ 경기복은 60만 원, ‘레키(LEKI)’ 스키폴은 20만∼30만 원대”라며 “모두 조국에서 사줬다”고 설명했다. 골드윈 제품이 남한 골드윈코리아의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마식령·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황인찬 기자·공동취재단}

‘배구 여제’도 평창 겨울올림픽을 응원한다. 중국 상하이배구단에서 활약 중인 김연경(30·사진)이 평창 올림픽 때 경기장을 찾는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2주간의 휴식을 갖게 된 김연경은 4박 5일 일정으로 13일 귀국한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연경은 도착 당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로 간다. 한국 여자 쇼트 사상 첫 500m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최민정(20) 등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김연경은 남자 대표팀 서이라(26)와 소속사가 같은 인연도 있다. 이튿날에는 설상 경기가 열리는 평창으로 가서 특별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평창 오스트리아 하우스(홍보관)에서 열리는 ‘스노발리볼’ 이벤트 경기에 참가한다. 오스트리아 측에서 국제배구연맹(FIVB)을 통해 보낸 초청장을 김연경이 받아들인 것이다. 스노발리볼을 처음 경험하는 김연경은 이날 정식경기가 아닌 쇼케이스 형식으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인 1팀으로 경기를 치르는 스노발리볼은 말 그대로 눈 위에서 하는 배구다. 전체적인 룰은 비치발리볼과 유사하지만 미끄러지지 않게 스파이크 운동화를 신는 것이 큰 차이다. 2008년 오스트리아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선수권대회도 열리는 등 점차 확산되는 스포츠다. 김연경은 17일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일 개촌한 평창 겨울올림픽 빙상 선수들의 숙소인 강원 강릉선수촌에는 매일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하늘의 달 외에도 선수촌 뒤편 언덕에도 매일 ‘인공 달’이 뜬다. 특수 천에 달 표면 이미지를 인쇄해 만든 달은 전 세계에서 강릉을 찾아올 손님들을 위한 강릉시의 선물이다. 강릉시의 김두호 도로조명 담당관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고 손님맞이의 의미로 지난해 12월 달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눈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해 특수 천은 코팅, 방수 처리했고 내부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바람을 불어넣는 기기도 설치했다. 구 형태를 유지하면서 불을 밝히기 위해서다. 지름 5m 크기의 이 달 조형물은 선수촌 밖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김 담당관은 “선수촌을 찾을 선수들에게 이색적인 포토존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에는 약 3000만 원이 들었다. 달 조형물은 선수촌 공간 안에 있어 현재 일반인의 출입은 통제된다. 강릉시가 달 조형물을 선택한 이유는 달과 관련해 독특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 관광지인 경포호에 가면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늘, 호수, 바다, 임의 눈동자, 술잔에 각각의 달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강릉시는 선수촌 달 조형물 외에도 도시 곳곳에 다섯 개의 원을 나란히 배치한 독특한 가로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일자로 배치된 다섯 개의 원은 다섯 개의 달과 동시에 올림픽의 ‘오륜’을 표현한 것이다.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8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역대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선수(2925명)가 참가한다. 역대 최다는 출전 선수 숫자만이 아니다. 콘돔 배포 개수도 역대 겨울올림픽 최다다. 31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기간 동안 총 11만 개의 콘돔이 선수촌 및 경기장 시설 곳곳에 무료 배포된다. 콘돔 배포 개수는 참가 선수 규모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는 총 10만 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성관계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대회 때마다 설왕설래하는 이슈다. 일부에서는 신체능력이 정점에 있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성관계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30분간의 성관계는 가벼운 달리기나 계단 2칸씩 오르기와 비슷한 운동량으로 알려졌다. 정신 집중을 비롯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론도 있다. 대회 기간 조직위는 강릉, 평창 두 곳의 선수촌에 콘돔 각각 4만 개, 메인프레스센터(MPC)와 미디어 빌리지에 1만2000개를 배포할 예정이다. 나머지 1만8000개는 각종 경기장 의무실 59곳에 300여 개씩 비치한다. 화장실에 콘돔 자판기를 마련했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와 달리 이번에는 화장실에 콘돔 바구니를 둘 계획이다. 콘돔은 9일 대회 개막과 함께 지급된다. 물론 모든 제품을 선수들이 직접 사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회 기념품으로 콘돔을 챙겨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대회에 쓰이는 콘돔은 국내 콘돔 브랜드 컨비니언스의 ‘바른생각’에서 10만 개,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서 1만 개를 기부받은 것이다. 판매가 기준으로 하면 1억 원이 넘는다. 바른생각은 한국산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포장지에 한글로 ‘라텍스 콘돔’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가 아니다 보니 포장지에 오륜기를 새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상업적인 문구들을 최소화했다. 바른생각 관계자는 “대회 성공 개최 및 에이즈 예방 차원에서 기부를 결정했다. 전 제품을 안정성이 높은 일반형으로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콘돔이 배포된 건 리우 올림픽의 45만 개다. 당시 지카 바이러스 등의 위험이 대두되면서 남성용이 35만 개, 여성용이 10만 개 배포됐다. 한편 조직위의 콘돔 배포 숫자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다. 당시 8500개가 배포됐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D-10. 힘들어도 힘내기. 흔들리지 말기!!! 수키(심석희의 별명) 생일 추카추카추.” 사진 속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마치 여자 3000m 계주 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3)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다. 진천선수촌에서 촬영한 이 사진 속에는 최근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 복귀한 주장 심석희(21)도 함께 미소 짓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이날은 심석희의 생일이었다. 현재 예비 선수들과 함께 훈련 중인 대표팀은 다 함께 심석희의 생일 파티를 열어 서로를 격려했다. 남자 대표팀의 김도겸(25)도 심석희와 버스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심석희의 생일을 축하했다. 휴대전화 착신을 중지시키고 인스타그램 활동도 하지 않으며 노출을 꺼려왔던 심석희도 김도겸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달라진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심석희는 지난달 24일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축하가수 공연에서 활짝 웃기도 했다. 대회를 앞두고 어수선한 마음 상태를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겨울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꿈꾸는 대표팀에서 간판스타 심석희의 선전은 절실하다. 심석희는 여자 1000m, 1500m 메달 후보로 꼽히며 팀원 간의 호흡이 중요한 여자 계주에서도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한층 밝아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분위기 속에서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친구를 만들고 서로를 축하하고, 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30일 방한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KTX를 타고 진부역에 도착한 바흐 위원장은 “남북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IOC와 합의를 이뤘다는 걸 전 세계가 환영했다. 어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함께 생일 파티를 했다는 소식도 반가웠다. 이것이야말로 올림픽의 메시지이고 올림픽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훈련 중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8일 북한 주장 진옥에 이어 29일 북한 최은경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말문을 연 바흐 위원장은 “아이스하키 단일팀뿐만이 아니라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은 전 세계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북한에 관심이 너무 쏠린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 같은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 올림픽에서는 모두가 환영을 받는다. 한국인이 개최국 국민으로서 훌륭하고 친절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은 대회 주최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올림픽 출전 명단 제외 이유를 알려달라”며 공개서한을 보낸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에 대해서는 “선수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출전 선수 명단을 정한 것”이라며 구제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진부역을 떠난 바흐 위원장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내 실내 훈련시설을 방문해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평창조직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어 다음 달 3, 4일 IOC 집행위원회, 6, 7일 IOC 총회를 잇달아 주재한다. 한편 바흐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수송 지원 임무를 맡았다가 안전사고로 사망한 육군 모 부대 소속 A 상병에 대해 “비행기로 오는 길에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들었다. 슬픔을 느낀다. 진심으로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A 상병은 29일 오후 10시 35분경 강원 횡계차고지 운전자 숙소에서 공동 샤워실에 들어가다가 미끄러지면서 샤워실 유리문에 부딪혀 파편에 찔린 뒤 치료 중 과다 출혈로 숨졌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도 있기 마련. 29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마감되면서 꿈의 무대에 도전했던 전 세계 선수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평창 올림픽에서 대관식을 꿈꾸는 신예 선수들과 아예 평창을 밟지 못하는 스타들을 알아봤다.○ 대관식 꿈꾸는 신성들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러시아의 피겨 스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 새로운 피겨 여왕을 꿈꾼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여자 싱글 세계신기록(241.31점) 보유자인 메드베데바는 평창 대회에서도 금메달 1순위로 꼽힌다. 메드베데바는 이미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두 차례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입증했다. 지난해 말 부상(오른 발등 뼈 미세 골절)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등에 불참해 컨디션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가 관건이다. 그랑프리 파이널, 유럽선수권 등 최근 대회를 싹쓸이한 러시아 알리나 자기토바(16)의 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김(18)도 샛별을 꿈꾼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은 2016년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백투백 1080(연속 3회전 점프 기술)’을 성공시키면서 100점 만점을 획득해 클로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남자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아이언 맨’ 한국의 윤성빈(24)도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 획득으로 평창을 빛낼 수 있는 신성으로 부족함이 없다. ○ 명예회복 도전장 평창을 명예 회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스타도 있다. ‘스키 여제’ 미국 알파인스키의 린지 본(34)이 대표적이다. 여자 선수 중 가장 많은 월드컵 우승(79회) 경험이 있는 본은 2014년 소치 대회를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했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본은 평창 올림픽의 주요 흥행카드 중 하나다.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 남자 하프파이프 2연패의 주인공 ‘스노보드 황제’ 미국의 숀 화이트(32)도 소치 4등으로 부진한 한을 평창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10월 훈련 도중 얼굴에 62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당했던 화이트는 이번 달 월드컵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100점 만점을 받으면서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둔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고다이라 나오(32)도 개인 통산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소치 대회 뒤 자비를 들여 네덜란드로 유학을 다녀온 고다이라는 경기 기량에서 뒤늦게 눈을 뜨며 평창 대회 금메달 1순위로 꼽힌다.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ISU 월드컵 여자 500m 7차례의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3연패를 꿈꾸는 ‘빙속여제’ 이상화의 최대 라이벌이다.○ 평창 무산된 별들도 평창에서 볼 수 없게 된 스타들도 있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33)이 대표적 사례다. 모국에서 열리는 평창 대회에서 선수 생활 마무리를 꿈꾸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 선수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빅토르 안은 26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자신이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지만 남은 일정을 고려했을 때 올림픽 참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13개) 보유자 ‘바이애슬론 황제’ 노르웨이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4)도 고배를 마셨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부터 출석 도장을 찍었던 비에른달렌은 이번 대회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땅콩 검객’ 펜싱 남현희(37)에게 올림픽은 늘 도전의 역사였다. 얼떨떨하게 나섰던 첫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여자 펜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을 목에 건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 그리고 출산 후 도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매 대회 새로운 벽을 넘어야 했다. 남현희는 “올림픽에 여러 번 나간다고 꼭 쉬워지는 것만은 아니더라. 팬들의 기대도 높아지는 데다 주변 환경, 개인 몸 상태도 끊임없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남현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29)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릴 수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던 곽윤기는 이번 평창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다. 밴쿠버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곽윤기는 이번에도 같은 종목에 출전한다. 곽윤기로선 책임이 막중하다. 한국이 2006년 토리노대회 이후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걸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 소치대회 직전 부상으로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던 한이 있는 곽윤기는 12년 만의 정상 정복을 선봉에서 이끌어야 한다. 남현희는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곽윤기를 응원하고 나섰다. 남현희는 “누구보다 윤기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윤기를 보면 행동도 빠릿빠릿하고 자신만의 생존법을 잘 익혀 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담을 부담으로 여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남현희는 “윤기가 나오는 경기 티켓도 열심히 구하고 있다. 상황이 된다면 꼭 응원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안방 올림픽이니 자신감을 가지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남현희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 안방 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채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경기장에서 ‘곽윤기 파이팅’이라는 응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경기 당일 날 컨디션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큰일을 낼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선배의 응원에 곽윤기도 화답했다. 곽윤기는 “예전부터 누나가 전 종목 선수 중에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답했다. 그는 “늘 ‘누나 반만 따라가야지’ 하면서 지금껏 버텨온 것 같아요. 맏형의 위치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후배들이 저를 더 잘 챙겨주고 있어요. 펜싱 경기의 공격처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으로 우승을 가져오겠습니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두 선수는 운동선수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오랜 기간 대표팀의 고참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펜싱 선수 남현희의 도전도 계속된다. 남현희는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넘어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하겠다는 각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방한하는 북한 응원단이 한국 선수들의 경기에도 응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북한 응원단이 개·폐회식, 북한 선수의 경기 외에도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 응원단을 보낼 예정이다. 일부 한국 선수의 경기에도 응원단을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알파인스키 3명, 크로스컨트리 3명, 여자 아이스하키 12명,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등 총 5종목 선수 22명을 보낸다. 실내 위주로 관전할 예정인 북한 응원단이 응원할 법한 한국 선수 경기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아이스하키, 컬링 등이 꼽힌다.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응원단을 보낸 건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303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124명) 등 총 세 차례다. 이번 평창 대회 때는 230명이 온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29·콜핑팀·사진)이 평창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노선영은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일주일은 제게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하여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대표 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에서 나온 뒤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지 않겠다고 했지만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 김상항 회장이 직접 자택을 찾아 사과해 마음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팀 추월에 나서려던 노선영은 연맹이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더라도 참가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면서 올림픽 대표팀에서 도중하차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노선영은 러시아 1500m 선수 두 명이 빠지면서 평창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세계적인 쇼트트랙 스타 커플인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34)과 마리안 생젤레(28)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의미 있는 ‘결혼 선물’ 만들기에 나선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최근 ‘올림픽 링(Olympic Ring·오륜)을 결혼반지로 바꾸려는 아믈랭과 생젤레’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사연을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평창 대회가 끝난 뒤 결혼할 예정인 이 커플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실제 결혼반지와는 또 다른 ‘반지’를 만들 예정이다. 2007년부터 교제한 아믈랭과 생젤레는 쇼트트랙에서는 간판스타다.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을 앞둔 아믈랭은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 때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생젤레는 그동안 은메달만 3개를 거머쥐었다. 세계 빙상계의 주목을 받는 이 커플이 10년 넘게 만남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일상과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철저하게 구분했기 때문이다. 아믈랭은 “우리는 만남을 시작할 때부터 집에서는 커플 아믈랭과 생젤레로, 링크에서는 선수 아믈랭과 생젤레로 관계를 명확히 구분해 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메달의 순간까지 엄격한 공사 구분을 하긴 쉽지 않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아믈랭이 남자 1500m 금메달을 딸 당시에는 관중석에서 깡충깡충 뛰던 생젤레가 펜스로 다가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창에서도 두 선수가 꿈꾸는 장면이다. 아믈랭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평창 대회는 두 선수가 함께하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전수전을 겪은 두 베테랑은 한국 대표팀에도 주요 경계 대상이다. 생젤레는 한국 쇼트사상 첫 여자 500m 금메달을 노리는 최민정과 자존심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생젤레는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500m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최민정이 그 뒤를 이어 2위다. 노련한 아믈랭은 이번 시즌 1500m(랭킹 3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29·콜핑팀·사진)이 평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연맹은 26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대한체육회와 연맹에 엔트리 재조정 사유가 발생해 여자 1500m 엔트리 1장을 배정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번 엔트리 추가로 “노선영은 평창 올림픽 1500m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으며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할 자격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1500m 러시아 선수 2명(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야 스코코바)이 이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발표한 명단에서 빠지면서 이 종목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이 출전권을 얻게 된 것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낸 팀 추월 종목에 나서려던 노선영은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더라도 참가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ISU의 규정을 연맹이 숙지하지 못하면서 올림픽행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노선영은 평창 출전권이 이번 시즌 1∼4차 월드컵 결과 1500m 예비 2순위를 기록했다. 이제 남은 건 노선영의 선택이다. 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무산 위기에 처했던 노선영은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 않다” 등 작심 발언을 했다. 출전 불가 통보를 받는 과정에서 연맹의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하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의 연락도 받지 않는 상황이다. 노선영의 소속팀 콜핑팀 이승훈 감독은 “선영이가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한다. 지도자 및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입장은 다음 주초 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인들은 가급적 노선영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 백 감독은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좋은 분위기로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맹은 이날 대한체육회에 노선영의 선수 엔트리 추가 등록을 요청했다. 김상항 연맹 회장 명의로 노선영과 빙상 팬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꿈꾸던 한 국가대표 선수의 절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29)은 24일 늦은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올림픽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하려던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올림픽 출전 규정 숙지 미숙으로 인해 대회를 불과 18일 앞두고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더라도 참가 선수가 개인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오륜기 조형물에 앉아 찍은 사진과 함께 노선영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며 연맹을 향한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노선영은 2016년 4월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남자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까지 언급하며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노선영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규정이 그렇다고 연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손놓는 것도 웃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맹은 ‘엎질러진 물’이라는 반응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을 거론하며 선수 구제를 위한 어떤 액션도 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못 나가는 게 아니라 출전 권한이 없는 선수가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며 그저 사태 축소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연맹은 “선수가 받을 정신적 충격을 우려해 (ISU가 개인 종목 출전자를 최종 확정하는) 19일까지 상황을 지켜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연맹은 이미 노선영을 대신할 선수를 확정했다. ‘선수를 위해서’라는 연맹의 설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지난주 발생한 쇼트트랙 대표 심석희의 폭행 피해 건에 대해서도 연맹은 “이번 주초쯤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설명과 달리 사건 발생 9일 만인 25일에야 가해자 조모 코치를 영구 제명하는 처분을 내렸다.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으려 하기보다는 그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만 되풀이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연맹의 한심한 행정에 선수들의 가슴엔 피멍이 들고 있다. 강홍구·스포츠부 windup@donga.com}

“인구 5100만 명의 나라(한국)에 새 지평을 열었다.” 24일 정현이 호주오픈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짓자 대회 주최 측에서 나온 평가다.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준결승 진출을 이뤄낸 정현의 선전에 해외 언론들도 연신 찬사를 보냈다. 미국 ESPN은 “정현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 제목을 달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2004년 마라트 사핀 이후 호주오픈 준결승에 진출한 가장 낮은 랭커”라며 주목했다. 호주오픈 홈페이지는 “정현이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명동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정현은 자신이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첫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재치 넘치는 표현을 달았다. 정현의 활약에 열광하는 한국의 분위기를 설명한 것이다. 대회 홈페이지는 8강 경기 뒤 정현이 한국 팬들에게 한국어로 감사를 전한 영상에 영어 자막을 달아가며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정현에게 새로운 별명도 여럿 붙었다. 프랑스 AFP통신은 3회전에서 세계 랭킹 4위 독일의 알렉산더 츠베레프, 16강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14위)를 줄줄이 연파한 정현에게 ‘거물 사냥꾼(giant killer)’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클라크 켄트처럼 안경을 썼지만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슈퍼맨처럼 플레이했다”며 정현을 슈퍼맨에 비유하기도 했다. 영화 속 평소 검은색 뿔테를 쓰는 클라크 켄트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슈퍼맨이 된다. 로이터통신은 “정현의 성공은 동아시아 지역의 스포츠(테니스) 열기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테니스 선수로서 드물게 안경을 쓰고 경기를 한다는 이유로 정현은 교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경기를 해 아이스맨으로도 불린다. 유창한 영어 답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기 뒤 준결승 상대로 로저 페더러와 토마시 베르디흐 중 누구를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정현이 “50 대 50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 영국 가디언은 “그는 환상적인 젊은 선수일 뿐만 아니라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 과정 중 ‘뜨거운 감자’가 됐던 시설 중 하나가 정선 알파인경기장이다. 국제스키연맹(FIS) 기준에 맞는 활강 경기장을 마련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정선 가리왕산을 낙점했다. 알파인스키 종목 중 경기 속도가 가장 빠른(최대 시속 약 140km) 활강은 표고 차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 코스 길이 3000m 이상 등의 조건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경기장 조성 과정에서 가리왕산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러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됐다. 그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올림픽 유일의 ‘남녀 통합 코스 운영’이다. 2014년 4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회를 통해 평창 올림픽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활강, 슈퍼대회전, 복합 경기에서 남녀 선수들이 같은 코스를 소화하게 됐다. 출발 지점은 다르지만 코스는 대부분이 같다. 환경 피해 최소화를 위해 출발지점도 가리왕산 중봉에서 하봉으로 바꿨다. 주요 식생 군락지 7곳도 우회해 슬로프를 조성했다. 조직위 측은 “산림 훼손 면적이 당초 약 103만2363m²에서 78만4814m²로 약 23.9%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회 뒤 경기장의 55%는 산림으로 복원된다. 남녀 통합코스 운영에 따른 스케줄 조정도 불가피했다. 정선에서 열리는 활강, 슈퍼대회전, 복합 경기의 경우 통상 남녀가 번갈아 가며 경기를 치르지만 이번에는 남자 종목(활강, 복합, 슈퍼대회전 순)을 치른 뒤 여자 종목(슈퍼대회전, 활강, 복합)을 실시한다. 정선에서 남자 종목이 열리는 사이사이 용평에서 여자 대회전, 회전 경기를 한다. 변종문 조직위 알파인스키 종목 담당관은 “남자 종목을 한 뒤 같은 코스에서 여자 종목을 하기까지 코스 정비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종목 스케줄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알파인스키 종목을 정선과 용평에서 나눠 치르다 보니 스케줄이 연기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기도 했다. 알파인스키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 경기를 치른다. 변 담당관은 “기상상태 등으로 인해 경기 스케줄이 밀릴 것에 대비해 복합 경기 2회전 회전 경기 구간에 1600럭스(lux) 수준의 조명시설을 준비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가급적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계획으로는 2월 13일 열리는 남자 복합 경기가 가장 늦은 시간(오후 4시 25분)에 끝난다. 통상 야간 스키장의 밝기는 100럭스 정도다. 1972년 삿포로 겨울올림픽 남자 활강 금메달리스트인 베른하르트 루시가 설계한 이 코스에는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의 코스가 갈라지는 ‘블루 드래곤 밸리’도 있다. 코스 중간의 숲을 남자는 왼쪽(선수 기준)으로, 여자는 오른쪽으로 통과한다. 남자 구간의 경우 슬로프가 ‘U’자 형태로 돼 있어 난도가 좀 더 있다는 설명이다. 정선 경기장은 현재 막바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정두환 알파인경기장 베뉴 총괄 매니저는 “안전 네트 설치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앞으로 일주일간 워터링(눈 표면에 물을 뿌려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면 조성이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빙판 위를 달려야 할 그는 그저 멍하니 경기장에 앉아 있었다. 눈앞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뿐이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훈련 중이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29)은 22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올림픽 종목인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올림픽을 단 18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2016년 4월 자신의 동생 노진규(전 쇼트트랙 남자 대표)를 골육종으로 떠나보냈던 노선영은 동생과 함께 평창에 가기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었다. 이 같은 사태는 연맹이 규정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 비롯됐다. 앞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여자 대표팀은 팀 추월 자력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획득했다. 문제는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게 되더라도 각 선수가 개인 종목 출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연맹이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팀 추월 대표로 뽑힌 노선영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월드컵 시즌 개인 종목보다는 팀 추월에 집중했다. 결국 개인 종목인 여자 1500m에서는 예비순위 2위로 자력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더라도 개인종목 출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최근 알게 된 연맹은 여자 1500m 종목에서 출전 포기 선수를 기대했다. 그러나 19일 ISU의 발표 결과 빈자리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이에 22일 연맹은 노선영의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선수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노선영은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노선영은 “어제(22일) 감독님에게 올림픽에 못 나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대표팀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어떻게 하라는 통보를 받은 게 없어서 그냥 경기장에 와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에서 훈련 중이던 노선영은 “오늘은 훈련을 안 했다. 원래 테스트 경기가 있었는데”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거의 못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란 말에서 쓰린 속내가 느껴졌다. 노선영 또한 해당 규정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그는 “한 2주 전쯤인가 다른 연맹 관계자가 (이런 규정이 있다는 걸) 저한테 이야기해줬다. 그때까진 당연히 올림픽에 나간다고 생각했다. (개인 출전권을 따야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개인 종목에 집중했을 거다. 여태 팀 추월 훈련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연맹에서 규정이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보고 가만히 손놓고 있는 것도 웃긴다. 그렇게 못 나간다고 하면 끝나는 것이냐”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연맹으로선 지금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규정을 알게 된 연맹은 이달 중순 노선영이 결국 1500m 출전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1000m 출전권이 있는 박승희를 팀 추월에 출전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ISU에 문의한 결과 ‘(개인 종목 출전권 없이)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된다’고 답변 받았다. 그러나 올 1월 ISU 담당자가 답변을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연맹도 해당 규정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했다. 훈련 중인 선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19일 ISU의 발표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리 소홀의 문제가 지적됐던 연맹은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안타까운 건 노선영이다.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했던 노선영은 안방 평창에서 올림픽 고별 무대를 치를 생각이었다. 동생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올림픽을 멋지게 끝내고 싶었다”며 애써 웃던 노선영이 다시 긴 슬픔의 터널 앞에 섰다. 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보게 될 북한 선수는 남자 500m 최은성(26·사진)과 1500m 정광범(17)이다. 에이스와 신예의 조합이다. 최은성은 북한 대표팀의 명실상부 에이스다. 2013년 12월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다누비아 시리즈 슬로바키안 오픈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주로 참가하는 대회로 세계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성과다. 최은성은 최근 국제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했다. 지난해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서는 개인 1000m, 1500m와 5000m 계주에도 참가했다. 1500m 종목에서는 한국 이정수와 함께 준결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는 북한 김은혁(16)과 함께 1, 2차 대회 개인 전 종목에 출전했다. 그러나 3, 4차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아 평창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즌 월드컵 랭킹이 가장 높은 건 남자 500m로 90위다. 정광범은 아직 뚜렷한 국제대회 출전 기록이 없다. 지난해 아시아경기는 물론이고 월드컵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유망주에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게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수준을 감안할 때 아직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다. 빙상계에서는 그나마 장거리에 비해 단거리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선태 감독도 “(북한의 참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현재 ISU에 등록된 북한 쇼트트랙 선수는 남자 11명, 여자 12명으로 총 23명이다. ISU는 프로필 정보에 선수의 이력은 물론이고 롤 모델, 인생관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북한 선수의 경우 이름, 나이 외에는 구체적인 정보가 전해지지 않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가대표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석희 선수가 행복해지길.” 19일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심석희(21·사진)의 인스타그램에는 팬들의 위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전날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 조모 씨에게 폭행을 당해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팬들의 안타까움과 달리 이번 사태는 쇼트트랙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또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04년에는 여자 대표 선수들이 코치들의 상습적인 폭행 등에 반발해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는 여자 대표팀의 한 코치가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 해제됐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직후 파벌 논란이 불거졌지만 짬짜미(담합) 등의 문제는 수없이 도마에 올랐다. 출신 학교, 소속팀 등 이해가 엇갈려 저마다 자기 선수 챙기기에 매달리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안방에서 올림픽이 개최돼 성적 지상주의가 더 노골화 되면서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여자 대표팀 주장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심석희가 최근 기대만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자신을 발굴해 키워준 코치와 마찰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황승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선수만큼이나 지도자도 압박에 따른 불안감을 조절하지 못해 폭언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평창에서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금메달 8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날 대표팀에 복귀한 심석희는 이날 훈련에 합류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가 폭행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