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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두 팀 모두 열혈 팬을 보유한 전통의 명문이지만 경기에 앞서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홈 팀 FC 서울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는 서울은 이 경기 전까지 8경기에서 6승 2무. 스트라이커 정조국은 “어느 팀과 붙어도 상관없다. 우리 플레이만 펼치면 된다”고 자신했다. 넬로 빙가다 서울 감독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좋다. 공격과 수비 모두 부족함이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반면 방문 팀 부산 아이파크 선수단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최근 FA컵 결승에서 수원 삼성에 아쉽게 패한 뒤 이어진 수원과의 정규리그 리턴 매치까지 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또 올해 계약이 끝나는 황선홍 감독이 다음 시즌 포항 스틸러스로 옮길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황 감독은 경기에 앞서 “아직 다음 시즌 계약과 관련돼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일단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점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팀의 상반된 표정은 경기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부산은 전반 초반 한때 서울을 몰아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이내 서울이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7분 데얀의 슈팅으로 포문을 연 서울은 1분 뒤 정조국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서울은 전반 31분 데얀의 추가 골에 이어 후반 35분 최태욱이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전반 44분 김응진이 한 골을 만회한 부산에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8승 2무 6패(승점 56)가 된 서울은 이날 대구를 3-0으로 제압한 제주(승점 58)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제주는 정규리그 한 경기만을 남겨둬 두 경기를 남긴 서울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제주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짓는다. 경남 FC는 대전 시티즌을 1-0으로 누르고 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올 시즌 6강 진출을 확정한 팀은 제주, 서울, 성남 일화, 경남, 전북 현대 등 다섯 팀. 6위 울산 현대에 승점 4점을 뒤진 7위 수원은 남은 두 경기에서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여자 농구 대표팀이 부산 전지훈련을 중단했다. 임달식 대표팀 감독은 31일 “선수가 많이 빠진 데다 분위기까지 뒤숭숭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선수들을 돌려보낸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이번 전지훈련 중단은 이미 예고됐다는 게 농구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27일 소집된 후 악재에 시달렸다. 일부 선수가 부상을 당해 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kdb생명이 대표팀 3명의 차출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악화된 것. kdb생명은 “리그 1, 2위 팀인 삼성생명, 신한은행(이상 2명)보다 우리 팀이 대표팀 차출로 인한 출혈이 더 크다. 선수 발탁에 투명한 원칙이 제시돼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다 보니 대표팀 선수 12명 가운데 가동 가능한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임 감독이 “어설픈 멤버로 부실한 전지훈련을 하느니 일단 소속팀에서 선수들을 추스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유다. 대표팀이 언제 훈련을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세대교체 실패로 고민이 깊은 대표팀에 훈련 중단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의 아시아경기 금메달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는 우리 팀에 축복이다. 볼턴의 아이콘은 이제 이청용(사진)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오언 코일 감독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볼턴의 스트라이커 케빈 데이비스는 얼마 전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이청용 등 기술 좋은 선수들이 팀에 합류한 덕분에 꿈에 그리던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청용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제치고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블루 드래건’ 이청용(22)에겐 2년차 징크스도 남의 얘기다. 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매 경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그에게 올 시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바로 득점. 하지만 이청용은 17일 스토크시티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귀중한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초반부터 몸놀림이 가벼웠던 이청용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22분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아크 정면까지 치고 들어가 상대 골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현지 해설자로부터 “감각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한 방”이라는 찬사를 받은 슈팅.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훌륭한 마무리”라고 평가했다. 볼턴은 후반 4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이반 클라스니치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안방에서 거둔 볼턴의 첫 승. 이날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청용은 경기가 끝난 뒤 득점 상황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코스였다. 운이 좋아 빈 곳으로 잘 들어갔다”며 활짝 웃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 팀은 지난 시즌 15개 팀 가운데 14위를 했던 팀. 패배(14패)와 실점(44실점)이 승리(7승)와 득점(22골)의 갑절이었다. 다른 한 팀은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한 K리그 최고의 호화 군단.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FC 서울. 시즌 전 사령탑을 교체한 두 팀의 선두 경쟁이 뜨겁다. 제주는 주말 경기에 앞서 서울에 승점 4점이 앞서 있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얻으려는 두 팀 앞에 버틴 상대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현대 집안을 상대로 제주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서울이 승점 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경기에 앞서 양 팀 감독의 표정은 엇갈렸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최근 주춤거리긴 했어도 미드필드진이 좋은 전북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르는 건 언제나 부담”이라며 신중한 모습. 반면 넬로 빙가다 서울 감독은 “어느 팀을 만나도 괜찮다. 선수단 분위기 역시 어느 때보다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주는 16일 전주 방문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박 감독의 전망대로 경기 내내 전북 미드필드진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다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서울은 17일 방문 경기에서 울산을 2-1로 제압했다. 전반 5분 울산 고창현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28분 하대성의 동점골, 후반 24분 최태욱의 결승골로 역전했다. 승점 2점 차로 좁혀진 양 팀은 27일 제주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제주가 1년 만에 최고의 반전을 이끌어 낼지, 서울이 2000년 챔피언에 오른 뒤 10년 동안 무관에 그친 설움을 풀 수 있을지 윤곽이 그려지는 중요한 한판 승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는 우리 팀에 축복이다. 볼턴의 아이콘은 이제 이청용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오언 코일 감독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볼턴의 스트라이커 케빈 데이비스는 얼마 전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이청용 등 기술 좋은 선수들이 팀에 합류한 덕분에 꿈에 그리던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청용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제치고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2)에겐 2년차 징크스도 남의 얘기다. 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매 경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그에게 올 시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바로 득점. 하지만 이청용은 17일 스토크시티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귀중한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초반부터 몸놀림이 가벼웠던 이청용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22분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아크 정면까지 치고 들어가 상대 골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현지 해설자로부터 "감각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한 방"이라는 찬사를 받은 슈팅.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훌륭한 마무리"라고 평가했다. 볼턴은 후반 4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이반 클라스니치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안방에서 거둔 볼턴의 첫 승. 이날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청용은 경기 끝난 뒤 득점 상황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코스였다. 운이 좋아 빈 곳으로 잘 들어갔다"며 활짝 웃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트윈 타워요? 부담은 되죠. 그래도 비책은 있습니다.” 국민은행 정덕화 감독은 14일 천안 홈 개막전에 앞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상대는 신한은행과 더불어 올 시즌 2강으로 꼽히는 신세계. 신세계는 장신 센터 강지숙(198cm)에 지난 시즌 득점왕(평균 21.5득점) 김계령(190cm)을 영입해 막강 트윈 타워를 구축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노련한 가드 김지윤도 신세계의 우위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정 감독의 미소는 환한 웃음으로 변했다. 정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압박 수비. 강한 체력과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강하게 압박하자 신세계는 골밑에 공을 투입하기도 버거웠다. 특히 승부처가 된 3쿼터 초반 신세계는 패스 미스 등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결국 64-56으로 국민은행의 승리. 국민은행은 김영옥(17득점)-변연하(15득점) 듀오가 공격을 이끌며 경기 막판 집중력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신세계 정인교 감독은 “우승 후보란 평가에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주축 선수가 많이 바뀌어 손발을 맞추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슛 9단들 ‘나만의 비법’ 골대는 작은데 공은 크다. 거대한 수비수의 압박 속에 편한 동작은 꿈도 꾸기 힘들다. 호흡 한번 잘못해도 공은 어김없이 림을 외면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미국)은 선수 시절 이렇게 말했다. “농구에서 슈팅은 섬세함이 만들어내는 예술 그 자체”라고. 이렇게 어려운 슈팅을 백발백중 성공시키는 슛 도사들은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 농구를 주름잡았던 대표 슈터들에게 물어봤다. 대한농구협회 신동파 부회장은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했다. 1970년대 ‘득점 기계’로 불리며 세계적인 농구 스타로 이름을 떨친 그는 “슈터는 손끝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수비수들의 동작을 예측하고 수비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농구 지능을 타고나야 한다”고 했다. 매 경기 집중 마크를 당하는 슈터가 수비수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면 3점슛 성공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훈련 때 100개의 3점슛을 던지면 90개 이상은 꾸준히 성공시켰다는 ‘슛 도사’ 이충희 전 감독은 어떨까. 그는 “슈팅 하나하나에 혼을 실어야 한다”고 전했다. 요즘 선수들은 연습 때 슈팅 수에만 집착하지 긴장감을 갖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하나라도 안 들어가면 슛 동작에서부터 공의 궤도, 힘 조절 등 여러 가지를 분석해 그 원인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전자 슈터’ 김현준은 선수 시절 하체 힘을 강조했다. 농구 선수로는 작은 키(183cm)였던 그가 전설적인 슈터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슛 폼을 유지하게 지탱해 준 단단한 하체 덕분이었다는 것. ‘람보 슈터’ 문경은 SK 코치는 자신감과 배짱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4쿼터 긴박한 상황에서 팀의 해결사가 될 수 있느냐가 A급 슈터와 B급 슈터를 가르는 차이”라고 했다. 또 “하루에 슈팅 연습을 1000개씩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림이 두 배는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붙는다”고 덧붙였다. 고무공 같은 탄력과 역동적인 슛 폼이 인상적이었던 ‘캥거루 슈터’ 조성원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동료들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여겼다. “좋은 슈팅을 하려면 우선 안정적으로 볼을 받아야 합니다. 포인트가드의 습관, 센터의 스크린 등까지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체력 안배도 하고 결정적인 슈팅도 날릴 수 있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센터요? 슈터 부재가 더 문제죠.”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눈앞에 둔 유재학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높이의 열세는 항상 있었던 문제라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팀 분위기를 살리고 결정적일 때 한 방 해줄 만한 슈터가 없다는 게 더 아쉽다”고 말했다. 신선우 프로농구 SK 감독도 “10년 전만 해도 대표팀에 믿을 만한 슈터가 한두 명은 꼭 있었다. 최근엔 이런 슈터가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라진 슈터…그리운 한 방 “센터요? 슈터 부재가 더 문제죠.”과거 한국 농구가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았을 땐 그 중심에 걸출한 슈터가 있었다. 1960, 70년대 신동파(66)를 필두로 이충희(51), 김현준(작고)에 이어 최근 문경은(39), 조성원(39) 등에 이르기까지. 든든한 해결사들이 기둥 역할을 했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슈터 계보가 끊기면서 중국은 물론 이란, 레바논, 요르단 등 중동권에도 고전하게 됐다. 2008년 존스컵 대회와 역대 최악의 성적(7위)을 거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대표팀은 슈터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높은 슛 성공률은 물론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 폭발력을 갖춘 슈터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추일승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전술의 초점이 용병에게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용병의 1대1 플레이나 토종 가드와 용병의 2대2 방식으로 공격이 주로 진행되다 보니 슈터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선수 시절 ‘코트의 황태자’로 불린 우지원 W-gym(유소년 농구교실) 대표는 “슈터들이 슈팅 훈련에 포커스를 더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슈터는 하루도 거르지 말고 마음속에 세운 슈팅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요즘 선수들은 슈터보다 화려해 보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선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문 슈터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흔들리는 남자농구 신동파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은 연습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경기에서는 슈팅 성공률이 훈련 때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슛 폼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혹독한 훈련을 지속해야 좋은 슈터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인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정신력을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과거 아마추어 시절엔 선수들 모두 가슴에 태극기 다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지만 요즘엔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러한 차이가 대표팀 경기에서의 준비 부족, 집중력 저하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슈터 계보 누가 잇나 그렇다면 슈터 계보를 이을 만한 후보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래도 방성윤(28·SK)”이라고 입을 모았다. 엄청난 힘과 탄력, 정상급 농구 센스, 폭발력까지 갖췄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연세대 시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더딘 성장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충희 전 감독은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부상이 끊이질 않고, 부상이 계속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이규섭(33·삼성)과 김성철(34·한국인삼공사)도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규섭은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떨어지고, 김성철은 기복이 심하다는 측면이 약점으로 꼽혔다. 의외의 후보는 18세 이하 청소년 대표 문성곤(17·경복고). 그는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전문 슈터로 키우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원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프로농구 감독들이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A급 슈터는…’::▽유재학(모비스)=노마크에서 연습 때만큼 성공률이 나오는 선수▽전창진(KT)=승부처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허재(KCC)=중요한 경기에서 슛 성공률이 더 올라가는 선수▽강을준(LG)=슛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수▽강동희(동부)=경기 흐름을 잘 이해하는 선수▽안준호(삼성)=수비수를 두고도 자기 슛을 가져가는 선수▽신선우(SK)=배포가 두둑한 선수▽이상범(한국인삼공사)=슈팅 직전 스텝이 좋은 선수▽유도훈(전자랜드)=어느 각도에서도 슛 성공률이 비슷한 선수▽김남기(오리온스)=공 없을 때 움직임이 영리한 선수}
#1.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 경기가 끝나자 팬들의 야유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로이 호지슨 리버풀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올 시즌 승격해 2-1 승리를 거둔 블랙풀의 이언 할로웨이 감독은 “경기 전부터 붉은색(리버풀 홈 유니폼 색깔)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며 큰소리를 쳤다. #2. 2일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홈구장인 브루흐베크 스타디움. 경기 종료 5분 전부터 모든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호펜하임을 상대로 마인츠의 4-2 승리. 무명 선수 출신인 37세의 젊은 지도자 토마스 투헬 마인츠 감독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의 간절한 기도가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유럽 축구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즌 초반 가장 놀라운 팀은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과 분데스리가의 변방 마인츠. 1부 리그 우승만 18번 한 리버풀의 날개 없는 추락은 충격적이다. 2008∼2009시즌 2위에서 지난 시즌 7위로 떨어졌지만 이보다 성적이 나쁠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7경기를 치른 현재 20개 팀 가운데 18위(1승 3무 3패·승점 6). 지난달 23일 칼링컵 32강전에선 4부 리그 팀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호지슨 감독은 “축구를 하다 보면 나쁜 순간이 있기 마련”이라며 애써 태연해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출전 시간을 놓고 말이 나오는 등 선수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핵심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의 부상 등 악재도 겹쳤다. 독일에서는 마인츠의 돌풍이 거세다. 1905년 창단해 올 시즌을 포함해 5시즌밖에 1부 리그를 경험하지 못한 마인츠가 7전 전승으로 무패 가도를 달렸다. 개막 7연승은 분데스리가에서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 2008∼2009시즌 우승팀 볼프스부르크와 지난 시즌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도 희생양이 됐다. 마인츠 돌풍은 돈으로 얻은 이변이 아니다. 자체 유소년 팀에서 기른 무명 선수들의 열정과 조직력으로 이룬 성과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30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 팀은 1-0으로 이겼지만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사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 시즌 처음 90분 풀타임을 뛰었음에도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맨유(잉글랜드)가 발렌시아(스페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 이날 그의 패스 성공률은 팀 평균(73%)보다 낮은 68%. 자주 공을 뺏겼고 자신감도 부족해 보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중 화난 표정으로 그를 질책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박지성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현지 언론은 “공격에서 혼자 겉돌고 있는 느낌”이라며 “맨유의 공격 옵션이 되기엔 크게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등이 최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그의 부진은 더욱 안타깝다. ‘박지성 위기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답답한 공격력. 사실 한국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위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나 소속팀 동료 웨인 루니 못지않다. ‘캡틴’ 박지성은 중요한 고비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팀을 살렸다. 최근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선 5골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고 본선에서도 그리스전 골을 넣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또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맨유에서 박지성은 공격보다는 수비와 팀플레이 등 조연 역할에 치중한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팀이 박지성에게 바라는 역할과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맨유라는 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인의 선택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 시즌 맨유의 상황이 변했다는 것. 지난 시즌 엄청난 골 폭풍으로 호날두의 빈자리를 채웠던 루니가 부진하면서 공격수들의 ‘킬러 본능’이 절실해졌다. 퍼거슨 감독도 최근 “공격수들이 한 시즌에 10골 이상은 넣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초반 박지성의 공격력은 예년과 비교해서도 오히려 뒷걸음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공격에 대한 지나친 부담 때문에 여유가 없어졌다. 공격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고 자신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분위기에서 언론과 팬들의 이례적인 쓴소리까지 이어지자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게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월드컵 등 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출장 기회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란 얘기다. 박지성도 인터뷰에서 “어쩌다 갑자기 나오다 보니 밸런스를 유지하기 힘들다.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강한 압박, 엄청난 활동량 등 박지성 특유의 장점이 최근 경기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지성도 한국 나이로 서른에 접어든 만큼 예전처럼 ‘산소 탱크’다운 모습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라면서 “정신을 재무장하는 한편 과감한 공격 시도와 노련미를 이용한 플레이까지 할 수 있어야 맨유에서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30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 팀은 1-0으로 이겼지만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 시즌 처음 90분 풀타임을 뛰었음에도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맨유(잉글랜드)가 발렌시아(스페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 이날 그의 패스 성공률은 팀 평균(73%)보다 낮은 68%. 자주 공을 뺏겼고, 자신감도 부족해보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중 화난 표정으로 그를 질책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박지성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현지 언론은 "공격에서 혼자 겉돌고 있는 느낌"이라며 "맨유의 공격 옵션이 되기엔 크게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등이 최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그의 부진은 더욱 안타깝다. '박지성 위기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답답한 공격력. 사실 한국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위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나 소속팀 동료 웨인 루니 못지않다. '캡틴' 박지성은 중요한 고비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팀을 살렸다. 최근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선 5골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고, 본선에서도 그리스전 골을 넣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또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에 힘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맨유에서 박지성은 공격보다는 수비와 팀플레이 등 조연 역할에 치중한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팀이 박지성에게 바라는 역할과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맨유라는 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인의 선택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 시즌 맨유의 상황이 변했다는 것. 지난 시즌 엄청난 골 폭풍으로 호날두의 빈 자리를 채웠던 루니가 부진하면서 공격수들의 '킬러 본능'이 절실해졌다. 퍼거슨 감독도 최근 "공격수들이 한 시즌에 10골 이상은 넣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초반 박지성의 공격력은 예년과 비교해서도 오히려 뒷걸음쳤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공격에 대한 지나친 부담 때문에 여유가 없어졌다. 공격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고 자신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분위기에서 언론과 팬들의 이례적인 쓴 소리까지 이어지자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게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월드컵 등 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출장 기회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란 얘기다. 박지성도 인터뷰에서 "어쩌다 갑자기 나오다보니 밸런스를 유지하기 힘들다.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강한 압박, 엄청난 활동량 등 박지성 특유의 장점이 최근 경기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지성도 한국 나이로 서른에 접어든 만큼 예전처럼 '산소 탱크'다운 모습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라면서 "정신을 재무장하는 한편 과감한 공격 시도와 노련미를 이용한 플레이까지 할 수 있어야 맨유에서 재도약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U-17 女축구대표 최덕주 감독#장면1.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8강이 열린 지난달 17일 트리니다드토바고 마라벨라의 맨니램존 스타디움. 전반전이 끝난 뒤 선수 대기실로 들어온 태극 소녀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언제나 ‘허허’ 웃으며 “잘했다”고 격려해 주던 감독님이 불같이 화를 내서다. 스트라이커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수들의 눈빛이 이때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전반 나이지리아에 2-3으로 뒤지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던 한국은 후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6-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장면2.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대표팀이 귀국한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주장 김아름(17·포항여자전자고)은 “감독님이 정말 화를 안 내느냐”는 질문에 “원래 그랬는데 나이지리아전 때는 엄청 화내셨다. 정말 심했는데 뭐라고 했는지는 말 못한다”며 웃었다. ‘부처님’이 ‘호랑이’가 된 이유. 당사자에게 직접 물었더니 “고도의 전략”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덕주 감독(50)을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대회 기간 중 유일하게 선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운 시점이었다”면서 “어떻게 따끔하게 한마디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곁에 있던 물병을 걷어찬 행동까지 사실 모두 계산된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실 이 장면이 화제가 됐을 만큼 그의 온화한 리더십은 대회 기간 내내 주목받았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지도 스타일에 빗대 ‘아버지 리더십’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는 “아버지 리더십이 아니라 아버지였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딸만 셋인데 성격이 모두 달라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선수들을 잘 이해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보듬을 수 있었던 이유죠.” 그는 또 “내가 자상하게 보였다면 선수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아파도 꿋꿋이 참고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건 박수치고 응원하는 일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국내에서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 앞서 어떤 주문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는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엄청나게 강해지는 게 일본인”이라며 “초반부터 거칠고 강하게 부딪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 “역사 얘기까지 섞어가면서 한일전의 특수성을 강조했다”며 “결국 정신력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장정을 승리로 끝맺은 요인”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대회 득점왕(8골)과 최우수선수상을 휩쓴 여민지를 두고 “한국 축구의 보배”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저는 부상으로 선수 시절 내내 고생했어요. 그래서 대회 직전 민지가 부상했을 때 데리고 갈 생각을 안했죠.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근데 민지가 정신력으로 그 짧은 기간에 부상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사가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결승전 승부차기 직전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딱 한마디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며 “어떤 감독이라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성남=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덕주 감독은::▷생년월일: 1960년 1월 3일▷출신: 경남 통영▷학력: 부산 충렬초-동래중-동래고-중앙대▷선수 경력: 한일은행(1984)-포항제철(1985)-프라이부르크(독일·1986)-마쓰시타전기(일본·1987∼1988)▷지도자 경력: 모모야마대 코치, 오사카 조선고·선발팀 감독(이상 일본)-17세 이하 여자 대표팀 감독}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잠실: 두산 김선우-롯데 사도스키(18시·MBC)▽골프 신한동해오픈(7시·용인 레이크사이드CC·KBS2)▽축구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현대제철-수원FMC(19시·울산종합운동장·KBSN)▽사이클 아시아 BMX챔피언십(14시·제천 BMX경기장)}

■ ‘U-17 월드컵 우승’ 女축구대표 귀국비행기서 무슨 생각 했나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형 엔진’ 박지성(29). 항공기 객석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활약하며 비행기로 한국을 수도 없이 오간 그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비행기 안에만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이 바로 비행기이다”라고 했다. 선수 시절 독일에서 활약한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국가대표 경기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면 항상 가슴이 벅차올랐다”면서 “독일에서 뛰는 용병에서 한국인으로 탈바꿈하는 장소가 내겐 비행기였다”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 태극 소녀들이 28일 오후 귀국했다. 대회가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미국의 뉴욕, 워싱턴을 거쳐 인천국제공항까지 비행기로만 장장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랑스러운 소녀들은 귀국행 비행기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대회 최우수선수(골든부트)에 득점왕(골든볼)까지 휩쓴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대회 전 부상당했던 때부터 마지막 우승컵을 들었을 때까지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또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 키득거리다가도 감격에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뽑았지만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간 이정은(17·함안대산고)도 “경기 순간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승부차기 실축 땐 하늘이 노랬는데 동료들이 따뜻하게 격려해줘 힘을 얻었다. 비행기 안에선 동료들을 쭉 돌아보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며 웃었다. 선수들이 비행기에서 가장 많이 떠올린 사람은 역시 가족.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승부를 결정지은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는 “곧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됐다. 비행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군대 간 남자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런 거란 걸 느꼈다”며 웃었다. 우승 트로피를 자랑스럽게 손에 쥔 주장 김아름(17·포항여자전자고)은 어떨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 생각도 많이 했죠. 근데 치킨, 피자, 자장면 등 먹고 싶은 게 제일 먼저 떠오르던데요.” 입국장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 관계자, 가족, 팬 등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선수단은 KBS의 환영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은 29일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에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해단식을 가진다.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태극 소녀들이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은 26일 누구보다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남자 성인 대표팀 조광래 감독. 조 감독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남자 선수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국내 등록 선수 1450명. 팬들의 무관심으로 소외됐던 비인기 종목 여자 축구가 최근 20세 이하(3위), 17세 이하(우승) 월드컵에서 잇따른 쾌거를 올리며 재조명받고 있다. 경기를 본 팬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남자 축구 못지않게 재미있다”는 것. 여자 축구의 남다른 매력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봤다.○ 예쁘고 섬세하다“예쁘게 하잖아요.” 최인철 여자 대표팀 감독은 여자 축구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남자 선수들보다 힘이나 스피드,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축구를 한다는 얘기다. 그가 밝힌 예쁜 축구의 원동력은 기본기. 짧은 패스 하나를 하더라도 기본기에 충실해 선 굵은 남자 축구와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축구가 가능한 이유가 뭘까. 박기봉 여주대 감독은 “잠재적인 개인차가 적게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자의 경우 특출한 한두 가지 장점만 극대화해도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많지만 운동 능력이 비등한 여자의 경우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것. 그는 “여자 선수들은 1년만 운동을 늦게 시작해도 기량이 크게 벌어진다. 그런 만큼 어릴 때부터 기본기 교육에 비중을 많이 둔다”고 했다. 이상엽 한양여대 감독은 여자 특유의 섬세함을 강조했다. 그는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동작 하나하나에 섬세함이 묻어나 놀랄 때가 많다”며 “이런 섬세함이 곱상한 외모에 더해져 예쁜 축구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은 多, 반칙은 少축구의 꽃은 역시 골. 여자 축구에선 골이 많이 난다. 시원한 공격 축구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지난해 17세 이하 남자 월드컵(평균 1.44골)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평균 1.95골)에서 훨씬 많은 골이 터졌다.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 역시 여자 축구가 많다. 공격 축구의 배경엔 상대적으로 약한 수비가 맞물려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여자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어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하기 힘들다. 또 순발력이 떨어져 수비 필수 덕목인 공중 볼 경합에도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체조건과 순발력이 필수인 골키퍼 포지션이 남자에 비해 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도 골이 많이 양산되는 이유. 지도자들도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이미연 부산 상무 감독은 “어차피 여자 축구에선 한두 골로 지키는 축구를 하긴 힘들다. 그렇다 보니 공격수 발굴에 힘쓰고 전술을 공격적으로 짜게 된다”고 전했다. 여자 축구는 남자 축구에 비해 거친 몸싸움이 덜하고 반칙이 적다. 윤종석 SBS 해설위원은 “파울이 적어 경기 흐름이 매끄럽고 짧은 패스 위주로 공격적인 축구를 하다 보니 팬들이 경기에 몰입하기 쉽다”고 강조했다.여민지 8강전 골 ‘최고의 골’ 후보에 한편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골든볼(최우수선수상), 골든부트(득점상)까지 거머쥔 여민지(17·함안 대산고)가 대회 최고의 골 후보로도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 최고의 골 후보 10개를 발표했다. 여민지는 혼자 4골을 몰아넣은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후반 44분 넣은 골로 후보에 올랐다. 3-3 동점인 상황에서 터진 이 골은 여민지가 센터 서클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드리블로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수비수 한 명이 지키는 골문에 오른발로 차 넣었다.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은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출발해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거쳐 28일 오후 4시 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선수단은 공항에서 우승 기념 환영식을 가진 뒤 29일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거리 슛으로 상대를 흔들어야죠.”(최덕주 감독) “한 방이 있잖아요.”(이정은) “체력과 정신력만큼은 우리가 월등합니다.”(여민지) 일본과의 결전을 앞두고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주역들이 한 말이다. 명품 중거리 슛과 골 결정력, 불굴의 투지로 거침없이 결승 무대에 선 태극 소녀들은 이 세 가지 무기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고 평가받던 일본을 침몰시키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평소 인자하기로 유명한 최 감독이지만 호랑이로 변할 때가 있었다. 바로 중거리 슛 훈련 시간. 최 감독은 “스페인, 일본 등 조직력과 기술이 뛰어난 세계 강호들을 상대하려면 우리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중거리 슛이 바로 정답”이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은 선수 선발 때부터 반영됐다. 중거리 슛이 좋은 선수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표팀 소집 이후에도 슈팅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결국 명품 중거리 슛은 대회 기간 내내 한국을 살렸다. 볼 점유율에선 나이지리아(44%), 스페인(34%), 일본(46%)에 뒤졌지만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흐름을 빼앗기지 않고 득점까지 터뜨렸다. 결승에서 넣은 3골 역시 중거리 슛에서 나왔다. 윤종석 SBS 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서양 선수들보다 키가 작고 신체 조건이 떨어지지만 하체 힘은 오히려 더 좋다. 지도자들도 이를 알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중거리 슛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공인구 자불라니의 높은 반발력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남자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 순발력 등이 떨어지는 여자 축구 골키퍼 포지션의 특수성도 한국의 명품 중거리 슛이 더 빛을 발한 계기가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89개 슈팅 가운데 59개를 유효슈팅(골문 안쪽을 향한 슈팅)으로 연결해 18골을 기록했다. 일본(슈팅 152개, 유효슈팅 85개, 20골)은 물론 스페인(슈팅 106개, 유효슈팅 52개, 13골), 북한(슈팅 76개, 유효슈팅 29개, 8골)보다 월등히 높은 골 결정력을 보였다. 선수 저변이 얕아 대회 직전 공격수를 수비수로 전환시키는 등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원 샷, 원 킬’의 효율적인 축구로 강호들을 연이어 침몰시켰다. 이러한 무서운 골 결정력의 비결은 뭘까. 이미연 여자 축구 부산 상무 감독은 ‘슈퍼스타 효과’로 분석했다. 같은 연령대 세계 최고 골 결정력을 갖춘 여민지라는 걸출한 스타의 존재가 다른 선수들의 골 집중력까지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최인철 성인 여자 대표팀 감독은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우승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전후반 내내 거친 압박을 함에 따라 컴퓨터 같은 조직력 축구를 하는 스페인, 일본의 프로그램이 마비됐다”고 했다. 최순호 프로축구 강원 FC 감독도 “화면으로 비친 선수들의 눈에 투쟁심이 타올랐다. 상대가 그런 눈을 보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녹색 그라운드가 숨을 죽인 채 한 소녀를 기다렸다. 뒤에서 지켜보는 동료들도, 벤치에서 바라보는 코칭스태프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도 긴장한 표정으로 소녀를 응시했다. 소녀의 표정은 침착했다. 페널티 지역 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공을 그라운드에 정성스럽게 놓은 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삑∼.’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소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묵직한 슈팅을 날렸다. 발에서 떠난 볼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골네트 상단에 꽂혔다. 120분간의 감동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국민들의 머릿속엔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가 오버랩됐다.승부차기 첫 키커 실축에 가슴 철렁, 日2번-6번째 실패… 장슬기가 마무리 한국의 여섯 번째 키커 장슬기(충남인터넷고)가 킥을 성공시키자 그라운드와 벤치에선 한국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반면 우승을 장담하던 일본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양 팀 선수들 모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한국이 26일 오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경기장에서 열린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후반 내내 난타전 끝에 3-3으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감동이 더했다. 스트라이커 여민지(함안대산고)는 이번 대회 6경기 8골 3도움으로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최우수선수상까지 휩쓸어 우승과 함께 3관왕. 시작은 한국이 좋았다. 전반 6분 이정은(함안대산고)이 그림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일본 골문을 열었다. 전열을 정비한 일본은 나오모토 히카루(전반 11분)와 다나카 요코(전반 17분)의 중거리 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전반 추가 시간 프리킥 찬스에서 김아름(포항여자전자고)이 강하게 감아 찬 볼이 일본 골네트를 흔들며 다시 균형을 이뤘다. 동점의 기쁨도 잠시. 후반 12분 가토 지카의 골로 일본이 또 앞서 나갔다. 이후 몇 차례 일본의 예리한 공격을 차단한 한국은 후반 34분 이소담(현대정보과학고)이 하프 발리 슛으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초조하게 지켜보던 국민들의 속을 뻥 뚫어준 시원한 한 방이었다. 연장 30분까지 흐른 뒤 승부차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위기는 한국에 먼저 찾아왔다. 첫 키커 이정은이 실축한 것. 하지만 일본의 두 번째 키커가 실축하며 균형을 이뤘다. 이후 팽팽하게 진행되던 승부차기는 일본의 여섯 번째 키커가 실축하면서 한국 쪽으로 추가 기울었고, 결국 장슬기가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체력이 바닥난 몇몇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환호성을 지를 힘도 없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정은은 메달을 받는 시상대에서 다리가 풀려 뒤로 쓰러져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겉보기엔 단순하게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로 명암이 갈리는 예민한 스포츠. 핀 한두 개 차로 승부가 갈리는 프로의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선수들은 호흡 한 번, 손동작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 완벽함을 구현하기 위해 애쓴다. 볼링 얘기다. 17일 끝난 삼호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엔 한미일 프로 볼링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 204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뤘다. 쟁쟁한 선수 가운데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그만의 숨은 2%가 있어야 하는 법. 대회에 참가한 정상급 선수에게 볼링 고수가 되기 위한 비법을 들어봤다. 올해 1월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볼링(PBA) 투어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왕중왕전에서 우승하며 기적을 쓴 켈리 쿨릭(33·미국)은 팔 궤적과 스윙 속도를 비결로 꼽았다. 쿨릭은 남자 선수들보다 힘이 부족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반 선수보다 30cm가량 크게 백스윙을 한다. 또 스윙 속도를 0.2∼0.3초 빨리 해 볼이 레인에서 크게 회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는 “팔을 크게 돌리고 스윙을 빨리 하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다. 상체를 지탱하는 허리와 하체 운동을 남들보다 2배 이상 열심히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통산 35승을 자랑하는 ‘볼링 황제’ 피트 웨버(48·미국)는 어떨까.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프로 볼링 선수라면 힘이나 자세 등은 백지장 한 장 차. 이 가운데 승부를 기울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마음가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웨버는 “자신의 투구 동작과 실력에 대한 믿음을 잃는 순간 평범한 볼링 선수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벨몬트(27·호주)는 “어깨 축이 흔들리지 않게 일정하게 유지하고 공을 잡는 그립이 정확히 돼 있는지 계속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프로볼링 최다승(10승)에 빛나는 간판스타 정태화(43)는 레인을 읽는 ‘좋은 눈’을 무기로 꼽았다. 그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레인에 묻어 있는 오일이 밀려 올라가 볼의 궤적이 미묘하게 변한다”며 “레인이 주는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내고 계속 레인과 대화할 수 있는 눈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프로 볼링의 기대주 최원영(28)은 비결을 이렇게 얘기했다. “마인드 컨트롤이죠. 긴장을 즐기고 실수하더라도 회복 능력이 빠른 선수만이 고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생각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 연휴 기간에 풍성한 스포츠 이벤트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경기는 거침없는 행보로 국민에게 행복바이러스를 전파 중인 여자축구.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소녀들이 22일 오전 5시 스페인과 준결승에서 만난다. 8강전에서 브라질을 꺾은 스페인은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측면에 약점이 있고 수비가 들쭉날쭉하다는 평가. 7골로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여민지(함안 대산고)를 앞세운 한국의 활화산 같은 공격력이 다시 폭발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한국이 승리하면 이어 열리는 북한-일본 경기의 승자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포츠는 씨름. 추석장사씨름대회가 어김없이 팬들을 찾아간다. 태백급(80kg 이하), 금강급(90kg 이하), 한라급(105kg 이하), 백두급(무제한)으로 나뉘어 23일까지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돌아온 천하장사’ 이태현(구미시청)이 2월 설날 장사에 이어 또 한번 꽃가마를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자테니스 스타들의 화려한 경기도 감상할 수 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인 한솔코리아오픈이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계속된다. 이번 대회에선 나디야 페트로바(세계 19위),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20위), 마리야 키릴렌코(24위) 등 ‘러시아 3인방’이 출전해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선수 가운데는 이진아(양천구청)와 김소정(한솔제지)의 선전이 기대된다. 프로축구 K리그 팀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을 계속한다. 22일엔 포항 스틸러스-조바한(이란), 수원 삼성-성남 일화가 맞붙고 23일엔 전북 현대가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과 방문경기를 치른다. 여자배구 및 농구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아경기 전초전을 치른다. 중국 타이창에서 열리는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 참가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21일 중국과 B조 예선 경기를 치른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3일 강호 브라질을 상대한다. 시즌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프로야구도 계속된다. 시즌 1위 자리를 확정 지으려는 SK에 2위 삼성이 다시 한번 추격의 고삐를 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중경고는 얼마 전 큰 경사를 맞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됐다. 연간 2억 원씩 5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고, 교원 초빙 등에도 특혜를 받게 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축제 분위기인 중경고에 경사가 겹쳤다. 1997년 창단한 축구부가 창단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이 길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고교 축구에서 13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축구부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운 일. 하지만 중경고는 2월 춘계고등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지난달 금강대기 전국대회에선 정상에 올랐다. 전국고등축구리그 서울 남부 권역에선 13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9개 팀 가운데 1위로 당당히 왕중왕전(64강)에 진출했다. 중경고 축구부가 쌓고 있는 작은 기적의 원천은 자율형 공립고란 간판에 어울리는 ‘자율 축구’. 최운범 감독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학원 축구에서 우리 학교는 자율 축구로 빛을 봤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소통의 통로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장 안팎에서 대화로 선수와 감독, 선후배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서울 남부 권역에서 16골로 득점왕에 오른 공격수 이재우는 “친형제보다 더 가깝고 편한 사이가 우리 축구부”라며 “편하게 즐기는 축구를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며 웃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학교 방침도 축구부에 힘이 됐다. 최 감독은 “물심양면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선수 개개인의 학업까지 관리해주는 등 학교 측의 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축구부 운영에는 한껏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