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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법으로 금지됐던 일몰(日沒) 이후부터 밤 12시 사이의 ‘야간 시위’가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는 27일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에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와 이를 위반해 시위에 참가한 자를 처벌하는 제23조에 대해 재판관 6(한정위헌) 대 3(전부위헌)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한정위헌은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까지’의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뜻이다. 헌재는 ‘0시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위를 금지할지 여부는 국회가 판단해 결정하라고 입법부에 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밤 12시를 넘겨 시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야간 시위가 전면 허용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야간 시위로 인한 소음 발생이나 도심 교통 체증을 해소할 대책이 없으면 시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부는 “집시법 제10조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다수 직장과 학교의 근무 및 학업 시간대는 오전 8, 9시부터 오후 5, 6시까지”라며 “해당 조항에 따르면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 평일에는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어 집회의 자유를 박탈한다”고 덧붙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 자체의 효력을 없애지 않고 ‘…라고 해석하면 위헌’이라고 밝히는 변형된 형태의 위헌 결정이다. 재판관들은 야간 시위를 무조건 제한하는 건 위헌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야간 시위를 허용할 수 있는 시간대를 놓고는 의견을 달리했다. 한정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은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까지는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범주에 속해 특별히 공공의 질서와 법적 평화를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밤 12시 이후의 시위는 “국민의 주거나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 현황, 법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재판관 3명은 “헌재가 스스로 일정 시간대를 기준으로 위헌과 합법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건 입법자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전부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야간 시위가 사실상 전면 허용되면서 집시법 제10조는 실효성을 잃게 됐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0시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시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야간 시위는 전면 허용된 셈이다. 야간 옥외집회의 경우 헌재가 2009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0년 6월 30일까지 입법 개선을 하라”고 했으나 관련 조항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그해 7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야간 집회와 시위가 모두 허용된 셈이다. 이번 결정은 강모 씨가 2008년 6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야간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50만 원을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에 집시법 제10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 데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헌재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집시법 제10조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은 재심 청구가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 재판이 새로 시작되는데,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야간 시위만으로 기소된 사례는 극히 드물고 폭행 협박 등의 혐의와 함께 유죄를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장 유치를 중단하고 남은 벌금 224억 원을 강제 집행하기로 했다. ‘일당 5억 원’ 노역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인 26일 오후 9시 57분 허 전 회장은 광주교도소에서 석방됐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부장 강경필 검사장)는 이날 “노역장에 유치된 수형자에 대해 검찰이 형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고 광주지검은 허 전 회장을 일단 석방한 뒤 은닉 재산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의 형 집행정지 사유에 대해 형사소송법 471조의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를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외국(뉴질랜드)과 사법절차 공조를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중대 사유라고 봤다”며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현재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돼 별도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출국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찰이 처음부터 벌금 강제 집행에 나서지 않고 노역장에 유치한 것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이미 5일간의 노역장 유치로 25억 원, 최초 긴급체포 당시 1일 구금으로 5억 원 등 30억 원의 벌금을 감면받은 상태다. 실제 노역을 한 날은 주말을 빼고 사흘뿐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이날 허 전 회장을 석방하기에 앞서 벌금을 자진 납부할 뜻이 있는지, 국내외에 은닉한 재산이 있는지 조사했다. 허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금은 가진 돈이 없고, 내 명의로 돼 있는 재산도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벌금을 납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환형유치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할 때 하루 감경액의 기준을 정해 판사의 재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서울중앙지법이 내놓은 권고안 중 벌금을 액수에 따라 구간을 정한 뒤 노역의 최소·최대 일수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벌금 액수가 5억∼10억 원이면 노역 일수를 100∼300일에서 정하는 식이다. 대법원은 28일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지역법관(향판·鄕判)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봐주기 비난을 받고 있는 허 전 회장 판결에 관여한 판사들이 대부분 향판이라는 지적 때문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검찰 조사를 받다 뛰쳐나온 뒤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52·주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4급)이 유우성(류자강·34)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또 다른 문서를 두고 검사와 격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권 과장이 입수한 이 문서는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됐다”고 밝힌 국정원 측 문서 3건과 별개의 것으로 법원에 제출되지 않은 것이다. 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이 문서를 불법으로 입수한 게 아닌지, 협조자는 누군지 밝히라고 요구했고 권 과장은 “불법이 아니고 협조자를 밝힐 수 없다. 나 살자고 정보망을 노출시킬 수 없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런 입씨름이 권 과장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가 자살을 기도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권 과장은 21일 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서는 그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날첩보’를 담은 것인데 논란이 된 3건의 문서보다 앞선 것으로 공문은 아니지만 유 씨가 간첩이 맞다는 걸 보여주는 정확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문서는 권 과장이 별도의 중국 측 협조자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짜 ‘영사확인서’ 논란이 제기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뿐 아니라 ‘날첩보’에 대해서도 권 과장이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에게 “영사확인서를 쓰라”고 지시했고, 이 영사는 이에 문제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국정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외교 전문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과장에게 이 문서도 가짜여서 위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영사확인서를 받으려 한 건 아닌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 과장은 “영사확인서는 대공 사건에서 협조자가 노출되는 것을 가리기 위해 쓰는 관행이고 필요한 경우 영사가 직접 법정에 나가 증언도 했다”면서 “당시 이 영사가 처음으로 영사로 나가서 그 관행을 몰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권 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이 영사와 자신을 이간질시켰다며 격분하기도 했다. 검찰이 외교 전문 등을 근거로 “이 영사는 권 과장의 강압에 의해 ‘가짜 영사확인서’를 썼다고 다 자백했다”고 압박했다는 것. 권 과장은 인터뷰에서 “검사가 참 야비하다. 동료 간 이간질시키는 게…. 그건 잡범들한테나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권 과장이 순순히 자백하지 않자 체포하는 것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대공수사국 전 파트장·4급)은 오랜 시간 중국에서 블랙과 화이트 요원으로 일하며 ‘국정원 창설 이래 최고의 정보관’ 중에 한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과장이 수사 정보나 북한 첩보를 보내오는 날이면 국정원 본부가 모두 궁금해했다고 한다. 권 과장도 자긍심이 강했다. 그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선양(瀋陽) 거점장’ ‘북한을 들여다보는 망루’라고 표현했다. 2011년 ‘왕재산 사건’은 권 과장이 없었으면 기소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당시 화이트 요원으로서 주베이징 총영사관 영사로 파견됐던 권 과장은 블랙 요원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는 지하당 왕재산 총책 김모 씨와 연락책 이모 씨가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225국 공작조와 접선하는 장면을 모두 채증했다. 왕재산이 225국과 접촉하고 지시를 받은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당국과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도 받았다고 한다. 권 과장은 채증 사진이 증거로 채택되도록 영사 신분으론 처음으로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왕재산 사건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사진이 조작됐고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하자 “신분이 노출되더라도 간첩을 잡는 일인데 직접 증언하겠다”며 나섰다. 권 과장이 중국에서 활동한 2009∼2012년은 국정원 대공수사국 역사상 정보 수집 역량이 최고였다고 한다. 그는 다른 요원들이 가기 꺼리는 중국에서 휴민트(인적 정보원)를 많이 구축했고, 협조자와의 관계도 잘 쌓았다. 후배들은 그를 ‘음지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요원’이라고 평가했다. 본부로 복귀한 권 과장은 중국 국적의 ‘유우성(본명 류자강) 수사팀’에 합류해 실무를 맡았다. 권 과장은 2006년 일심회 사건, 1996년 무함마드 깐수(한국명 정수일) 사건 담당 수사관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아랍어과 교수로 신분을 세탁한 간첩이었던 ‘깐수 사건’으로 그해 보국훈장을 받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목숨은 건졌지만… 호흡, 기계에 의존▼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다. 차량 문을 걸어 잠그고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부정맥으로 뇌와 폐 등 신체 장기 다수가 손상된 상태다. 권 과장의 위와 장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성 출혈이 발견됐다. 그만큼 검찰 수사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 과장은 22일 오후 1시 25분경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 한 중학교 앞 빌딩 입구에 세워진 은색 싼타페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이 빌딩 3층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강사 A 씨가 처음 발견했고 함께 강사로 일하는 한국인 아내가 하남소방서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는 차량 문이 잠겨 있어 뒷유리창을 깨고 권 과장을 꺼냈다. 차량 조수석 밑에선 번개탄 1개가 담겨 있는 은색 냄비가 발견됐고 운전석 옆에는 담뱃갑이 놓여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로 의식이 없고 사망 직전에 보이는 ‘임종 호흡(심정지 호흡)’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119구급대는 권 과장을 서울 강동구 동남로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하고 3차례에 걸쳐 심장에 전기자극을 주는 제세동을 실시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측이 권 과장을 내과 중환자실로 옮기고 4차례에 걸쳐 심폐뇌소생술(CPCR) 등 응급조치를 하자 권 과장의 심장이 조금씩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권 과장의 처남이라는 40대 중반 남성 김모 씨가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왔고, 국정원 직원이 권 과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람이 오더니 ‘(권 과장의) 가정사다. 채권채무 관계로 벌어진 일이니 경찰은 빠져라. 보안을 지켜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보호자 김 씨의 요청에 의해 2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동아일보의 단독보도로 권 과장의 자살 기도 사실이 알려진 24일 오전부터 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는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권 과장 가족은 오전 10시 응급중환자실을 찾아 의식이 없는 권 과장을 본 뒤 오후 8시에도 병원에 와 30여 분 동안 면회한 뒤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권 과장 주치의인 유승목 응급의학과 교수는 오후 6시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송 당시 심장 상태가 매우 안 좋았고, 의식불명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자 스스로 충분한 호흡을 할 수 없어 기계에 의존한 호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조동주 djc@donga.com·임현석·박성진 기자}
22일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주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4급)은 전날인 21일 검찰의 세 번째 소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사와의 격한 언쟁 끝에 “더이상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며 검찰청을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오후 11시 반경 서울 근교 모처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났다. 이때에도 그는 검찰 수사에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권 과장은 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 2시간여 동안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수사 초기인 5일 국정원 협조자 김모 씨(61·구속)가 자살을 기도한 데 이어 권 과장의 자살 기도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또 한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말 사이 국정원에선 “애초에 문서 입수를 부탁한 건 검찰인데 검찰이 모든 책임을 국정원에만 돌리고 있으며, 차라리 특검을 도입해서 담당 검사까지 철저히 수사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터져 나와 기관 간 갈등 양상도 불거졌다. 권 과장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류자강·34) 씨에 대해 국정원이 내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깊숙이 관여해온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다음은 권 과장과의 일문일답. ○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 몰아가” ―왜 검찰 조사 도중에 나왔나.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를 몰아가고 있다. 검사의 눈엔 내가 공문서 위조범으로 보이는 모양인데 나는 27년간 대공활동을 하면서 국가를 위해 일해 왔다. 그런데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갖은 모욕을 다 당했다. 대공수사국 직원들은 처음 중국에 나가선 언제 잡혀갈지, 언제 감방에 갈지 무서워서 한동안 잠을 못 잔다. 외국 감방이라는 그 험한 데도 마다 않고 나가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국가가 문서 위조범으로 몰아 감방에 넣을 수 있나. 김모 과장(대공수사국 파트장·4급·구속)도 ‘대한민국 감방에서 3년을 사는 것보다 중국 가서 교수형 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부분이 모욕적이었나. “위험과 두려움 때문에 대공수사국엔 자발적으로 오는 직원이 거의 없다. 그래서 국정원 내에서도 선후배 동료들 간에 가장 끈끈한 조직이다. 검찰 수사는 그 끈끈하던 대공수사 직원들을 이간질했다. A 검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십이 넘은 나에게 ‘지금 뭐하는 거냐’고 반말을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 그렇게 말한 걸 조서에 그대로 남기라고 항의했더니 ‘∼요’자를 붙였다며 사과하더라. 존엄이 무너지는 게 싫고 후배들의 입을 무서워하게 된 것도 싫다.” ―이 사건 때문에 대공 업무에 차질이 생겼나. “지금 북한을 들여다보는 ‘망루’가 다 무너졌다. 간첩 조작 사건 이후 중국의 협조자들이 아무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다. 북한이나 중국으로선 대한민국 검찰을 통해 대한민국 국정원을 쳐내는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의미)다. 이제 북한에서 일어나는 ‘경보음’이 사라졌고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또 사건 초기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주선양 총영사관을 방문했고 국회에서 이 영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 후 민주당 의원들 여러 명이 (이 영사 실명에 대해) 나발을 불어댔다. 정말 노출되면 안 될 은닉 요원인데,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한 행위다. 이 부분은 꼭 써 달라. ‘꼭 써 달라’고 했다는 것까지 써 달라.”○ 정보기관은 실체를 보는데 검찰은 法만 봐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의 본질은…. “사건의 실체는 김 과장이 협조자 김 씨에게 속은 것이다. 문건의 진위는 김 과장과 김 씨만 알겠지만 우리는 ‘진짜 문건’을 입수한다는 전제하에서 관련 활동을 했다. 정보기관은 실체를 보고 검찰은 법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은닉 활동들을 검찰은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 등 국정원이 구한 문서가 위조로 드러나고 있는데…. “(국정원이 구한) 문서 3건의 실체는 ‘믿음’이다. 김 과장에 대한 믿음, ‘그 사람이 구했으니 진짜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모 처장(대공수사국 팀장·3급)에게 비친 김 과장은 항상 진짜를 구해오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김 과장과 협조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데 윗선이라는 게 있을 수 있나. 그런데 지금 (검찰 수사에서) 윗선이라는 게 막 생기고 있다. 재판에 가면 100% 무죄가 날 것이다.” ―1심에서 무죄가 난 유우성 씨 관련 수사에 대해선…. “인권도 중요하지만 간첩은 잡아야 한다. 누군가는 우리가 성과에 급급해서 일을 이렇게 저질렀다고 한다. 우리는 그놈이 간첩이니까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해 왔다. 간첩이 나라를 팔아먹고 기관은 쑥대밭을 만들어 버렸다. 20여 년 일한 사람들은 치욕을 겪고, 결국 남한이 북한에 진 것이다. 검사들은 정의의 눈으로 우리를 재단하는 것 같겠지만 결국 남한이 북한에 진 것이다.” ―사건 진행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27년간 대공 활동을 해 왔지만 이제 나는 ‘용도 폐기’가 됐다. 이제 다 노출이 됐으니 더 활동을 못할 것이다. 용도 폐기됐고 스타일은 다 구겼고 갖은 모욕을 다 당했다.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형사처벌 되면 나 같은 돈 없는 공무원들은 가족을 먹여 살릴 돈도 없다. 그나마 연금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 권 과장은 자신이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국정원에서 27년간 대공 업무만을 맡아온 인물이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김 과장, 이 영사 등보다 훨씬 축적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국정원 내에선 “권 과장 같은 사람이 진짜 대공수사 요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에 인맥이 두꺼운 권 과장은 오랫동안 ‘블랙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난달엔 주선양총영사관의 부총영사로 파견됐다.최우열 dnsp@donga.com·최예나·조동주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식 외교 경로로 입수됐다는 중국 허룽(和龍) 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가 국가정보원의 내부 회의를 통해 ‘기획입수’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국정원의 내부 보고서 및 국정원 본부와 직원들 간 비밀 의사소통이 담긴 외교 전문에서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를 입수하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회의가 있었던 것을 포착했다. 그동안 이 문서는 대검이 우리 외교부를 거쳐 중국 당국에 요청해 공식적으로 받은 문서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국정원이 중국 쪽 협조자에게 이 문서를 받을 방법과 날짜, 시간 등을 협의한 뒤 몰래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방식을 거친 것은 가짜 문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획회의’ 국정원 윗선까지 보고받아 국정원 기획회의에서는 “지린(吉林) 성 공안청으로부터 확인서를 바로 받지 말고 지린 성 공안청→허룽 시 공안국→주(駐)선양 총영사관, 3각으로 경로를 거치자”며 문서 입수 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급확인서를 받는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 놓고 팩스를 주고받아야 한다고 논의했고, 실제 누군가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은밀하게 받은 것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문서에 찍힌 발신기록에 스팸번호가 찍혔다가 허룽 시 공안국 대표번호로 바뀌어 다시 보내졌다. 검찰은 국정원의 기획회의가 가짜 문서임을 숨기려 한 조직적 범행의 근거라고 보고 있다. 협조자와 협의해 몰래 넘겨받는 과정이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공식 경로로는 발급받을 수 없는 문서여서 중국 측 내부 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중국 측 협조자가 노출되지 않게 하려면 입수 방식과 경로 등을 기획하고 협조자와 협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 이 처장, 문서 입수 과정 총괄 기획 검찰은 22일 소환 조사한 국정원 이모 처장(대공수사국 팀장·3급)이 전문 등을 통해 이 기획회의뿐 아니라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류자강·34) 씨 관련 문서들의 입수 과정을 대부분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처장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보고받았거나, 최소한 포괄적으로 지시 또는 묵인한 핵심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처장이 총괄 기획을 했다면 김모 과장(대공수사국 파트장·4급·구속)은 협조자를 통해 입수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출입경기록에 대한 발급확인서, 협조자 김모 씨(61·구속)가 위조했다고 자백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건 등 문서 3건의 입수 과정 모두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자살을 기도한 권모 과장(대공수사국 파트장·4급)은 문서 입수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문서 입수방법을 설계하고 이인철 주선양총영사관 영사가 ‘가짜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5시간에 걸쳐 이 처장을 조사하면서 보고 및 지시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러나 이 처장은 “애초에 직원들이 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위조 여부를 알 수 있는 보고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최예나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은 허룽(和龍) 시 공안국 명의로 발급된 유우성(본명 류자강·34) 씨의 출입경 기록과 발급확인서 2건이 위조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이 유 씨 항소심 도중 검찰에 제출한 문건은 총 3건으로 허룽 시 문서 2건과, 유 씨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이다. 이 중 ‘싼허 문건’은 위조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제시한 문건 3개가 전부 위조됐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번 문건 허점투성이”… 권 과장 존재 드러나 검찰은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발급했다는 허룽 시 공안국의 ‘발급확인서’가 주선양 총영사관-외교통상부-대검으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권 과장이 가담한 혐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 과장이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과 함께 싼허 문건이 위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에게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는 방안을 알려줬는지, 위조 자체에 권 과장이 개입했는지를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권 과장이 ‘윗선’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 같은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초기부터 허룽 시 공안국 명의 발급확인서가 위조라는 심증을 강하게 가졌다고 한다. 이미 국정원이 입수한 문서에 찍힌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 인증 도장 2건이 육안으로 봐도 서로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한 동일한 내용의 문건이 한 시간 사이에 다른 팩스를 통해 주선양 총영사관으로 발신됐고, 중국 공문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표현이 여럿 들어 있었다는 것. 특히 처음 온 팩스 문건의 발신번호는 지역번호 없이 ‘9680-2000’으로 중국 내 스팸번호로 자주 이용되는 번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중국에 있던 권 과장을 18일 귀국시켜 조사하는 한편 김 과장과 권 과장의 상급자인 국정원 대공수사팀 이모 팀장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은 증거조작 의혹의 윗선을 규명할 단서를 검찰이 일부 확보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김 과장이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문건 위조를 지휘라인에서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이 팀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버티던 김 과장은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하는 취지로 일부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유우성 씨 측 문건도 확인해 위조 가린다 검찰은 유 씨 변호인 측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 2건의 진위도 가려내기로 했다. 검찰은 이들 문서의 진위를 가려야 국정원이 제시한 문서 위조 여부도 확정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스타파’는 유 씨 동생 유가려 씨가 정황설명서(A)를 손에 들고 있는 장면과 클로즈업한 문서(B)를 보여줬는데, 국정원은 “두 문서의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A는 ‘정황설명’이라는 한자가 각각 띄어쓰기가 돼 있지만 B는 붙어 있다. 중국 공문서는 제목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B에는 A에 없는 유 씨에 대한 인적정보가 4줄가량 포함돼 있다. 관인이 찍힌 위치나 선명도도 다르다. 변호인 측은 “유 씨의 인적사항이 상세하게 표기된 문서(B)를 재발급받아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중국 현지에 나간 조사팀을 통해 관인 원본을 요청할 계획이다.장관석 jks@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駐)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인 권모 국가정보원 과장(4급)이 문서 위조 과정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하고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권 과장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본명 류자강·34) 씨의 출입경 기록 ‘발급 확인서’를 입수하고 위조로 드러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건에 대한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대공수사국 ‘블랙요원’ 김모 과장(4급·구속), 이인철 영사(4급)와 함께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중국에 인맥이 두터운 권 과장이 지난해 11월 발급확인서를 입수할 방법을 김 과장과 논의한 흔적이 있다는 것. 검찰은 권 과장을 상대로 김 과장이 국정원 협조자를 통해 문건을 위조하는 데 얼마나 관여했는지,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 또는 묵인하지 않았는지 조사했다. 김 과장과 이 영사와 달리 이번 수사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새 인물인 권 과장은 지난해 8월 국정원 대공수사국 내 ‘유우성 수사팀’에 합류했다. 그는 김 과장과 다른 과에 속했지만 중국 관련 업무를 맡아 함께 일했다. 둘은 과거에 중국에서 오랫동안 ‘블랙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권 과장은 지난달엔 주선양총영사관의 부총영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전날 김 과장을 구속했던 검찰은 권 과장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국정원에 대한 ‘윗선’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팀장(3급)에게도 소환을 통보했고, 이르면 20일 이 팀장을 상대로 ‘유우성 수사팀’을 총괄하면서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보고받거나 위조를 지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최예나 yena@donga.com·장관석 기자}
국가정보원의 협조자였다가 등을 돌린 중국 국적 조선족 김모 씨(61·구속)가 지난달 유우성(류자강) 씨 변호인과 재판부에 “검찰 측 문서 3건은 모두 위조됐다”는 사실조회서를 보낸 주한 중국대사관의 부총영사 A 씨와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검찰은 김 씨에게 문서 입수를 부탁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김 과장은 “김 씨가 지난달 문서 위조 의혹이 불거지자 한국에 들어와 ‘내가 가져온 문서(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는 진짜인데 A 씨가 위조라고 했다. 가만 안 놔둘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는 평소 A 씨 아버지와 친구고, A 씨와도 친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 씨가 중국 공안당국의 압박을 받은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둘이 친하다는 것 자체가 미심쩍고 검찰 조사까지 자청했던 김 씨가 검찰의 1차 소환 조사 뒤 갑자기 진술을 바꾼 것도 수상하다는 것. 김 씨는 1차 조사 뒤 김 과장과 연락이 끊겼고 이후 검찰에서 “문서는 위조됐고 국정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협조자를 통해 위조문서를 만들어 재판에 제출한 혐의(모해위조증거 사용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블랙요원’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을 체포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지난 주말 김 과장 등 이번 사건에 관여했던 국정원 직원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고 김 과장에 대해선 15일 오후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국정원 직원의 신병에 대해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검찰은 김 과장이 협조자인 중국 국적 조선족 김모 씨(61·구속)에게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 등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본명 류자강) 씨의 변호인 측 자료를 반박하기 위한 문서를 구해 달라고 했고, 김 씨가 중국에서 구해온 문서가 위조된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7일 김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위조문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김 씨와의 대질신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과장 등을 상대로 유 씨 사건을 수사해온 대공수사팀 이모 팀장이 문서 위조 과정에 관여했는지, 이 팀장이 국정원 소속 이인철 주(駐)선양총영사관 영사에게 사실 확인 없이 ‘싼허 문서’에 대한 확인서를 쓰도록 했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이 사건 관련 문서 가운데 일부 문서의 전달 경로가 됐던 외교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임의 제출 형식으로 관련 외교문서를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협조자 김 씨를 김 과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씨는 문서 위조에 가담한 사실을 시인했고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국정원으로부터 유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람을 5명 이상 확보해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국정원장의 승인이 필요한 국정원 직원 체포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협조자 김 씨의 거침없는 진술 때문이다. 특히 김 씨는 오랜 협조관계였던 국정원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국정원에 불리한) 검찰 진술을 번복하라고 국정원 요원들에게 회유를 당했다”며 “국정원이 써 달라는 내용 그대로 자술서를 써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또 “국정원이 아직도 안기부 시대처럼 일하고 있다. 현수(김 과장의 위장용 가명)가 도장을 파오라고 시키질 않나…”라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그는 “내가 저지른 일이 이토록 큰 파장을 가져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문서의 내용 자체는 진실하고 오히려 유우성 씨 측 문서 내용이 틀리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선 김 씨가 워낙 다양한 진술을 하고 있고 일부는 사실관계의 앞뒤가 맞지 않아 진술 내용의 진위를 가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최우열 dnsp@donga.com·최예나 기자}
검찰이 예술계 유력 인사들의 불법 금품 수수 혐의를 잡고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비리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예술계에 산적한 비리를 총체적으로 파헤치는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문홍성)는 신임 교수 채용과 관련해 억대 금품을 받고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배임수재)로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57·전 영화진흥위원장)에 대해 12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억대 금품을 받은 뒤 신임 교수 채용에 관여하고 신입생 선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뇌물수수 등)로 김현자 한예종 전 교수(67·전 국립무용단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17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조 교수는 금품을 받고 특정 인물이 교수로 채용될 수 있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영화진흥위원장을 지낼 때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이유로 2010년 11월 해임됐다. 한국무용의 대가로 손꼽히는 김 전 교수의 혐의는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포착됐다. 한예종에서는 신입생과 신임 교수 선발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거나 정관계 유력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밖에 유명 교수나 예술인 2, 3명의 비리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예종은 입시 및 교수 채용 비리, 용역연구비나 인건비 허위 청구 등 광범위한 비리가 포착됐다. 이에 앞서 한예종 미술원에서도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인건비 등 약 10억 원을 허위 청구해 받아 쓴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수년에 걸친 한예종의 입시 및 채용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을 모두 살펴볼 계획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수순”이라고 말했다.장관석 jks@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4급)의 협조자였던 중국 국적 조선족 김모 씨(61)에게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첫 구속영장 청구다. 검찰은 김 씨에게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외에 모해증거인멸 혐의도 적용했다. 모해증거인멸죄는 피고인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관련 증거를 위조하거나 인멸했을 때 적용하는 법조항으로 법정 최고형(징역 10년)이 위조사문서 행사죄보다 두 배나 높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뒤에 결정된다.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김 씨로부터 “지난해 9월 현수가 연락이 와서 만났다. 현수가 ‘도장 하나 파서 달라’고 해서 파다 준 것밖에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현수’는 ‘블랙요원’인 김 과장이 김 씨를 접촉했을 때 쓴 위장용 가명이다. 검찰은 김 과장이 김 씨에게 “유우성(본명 류자강) 씨 측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문서 위조까지 요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과장이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됐다고 회신해온 문서 3건에 모두 관여한 사실도 파악했다. 김 씨는 “나는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 위조에만 관여했지만 김 과장은 다른 문서 2건 입수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문서 2건은 허룽(和龍) 시 공안국이 발급한 유 씨에 대한 ‘출입경 기록 조회 결과’와 발급 사실을 확인한 ‘사실조회서’다. 이 2건은 김 과장이 또 다른 조선족 협조자 A 씨에게 부탁해 구해 왔다. 검찰은 김 과장을 증거조작 의혹 사건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김 과장은 2012년 10월 국정원이 유 씨를 내사하기 시작할 때부터 대공수사국 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팀 소속이었다. 지난해 8월 유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시작되자 이모 팀장(3급)은 김 과장에게 해결책 모색을 지시했고, 김 과장은 문서 입수에 나섰다. 검찰은 조만간 김 과장을 다시 불러 증거조작 의혹에 연루된 대공수사국 지휘라인을 역추적할 방침이다. 지휘라인은 ‘김 과장→이모 팀장→B 단장→이모 국장’으로 특정됐다.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4급)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팀은 아니었지만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에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팀장의 지시를 받고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영사에 대해 허위 ‘영사확인서’를 만든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과장과 김 씨는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김 씨는 검찰에서 “2000년대 초반 경찰청 외사과와 국정원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과장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 씨는 김 과장 부부가 중국 여행을 할 때 안내 역할을 해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최예나 yena@donga.com·장관석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허위 문서 2건을 만들어 국가정보원에 건넨 혐의(위조사문서 행사)로 체포한 협조자 조선족 김모 씨(61)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오전 청구할 방침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건 김 씨가 처음이다.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김 씨가 위조한 ‘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든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4급)를 13일 오후 소환했다. 이 영사는 지난해 12월 “유우성(류자강) 씨가 허위 싼허(三合)변방검사참 서류를 갖고 다닌다”는 김 씨의 가짜 ‘신고서’를 바탕으로 “싼허변방검사참에 문의한 바 관련 신고가 있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는 허위 영사확인서를 만든 혐의다. 검찰은 이르면 14일 이 영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증거 조작 의혹에 연루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윗선’을 밝혀낼 계획이다. 검찰은 이 영사가 대공수사국 이모 팀장(3급)의 지시를 받고 영사확인서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씨로부터 허위 문서들을 건네받은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4급)도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하고는 한시를 읊기 시작했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출문망청농망우(出門望晴農望雨)/채상낭자망음천(採桑娘子望陰天).’ 불교와 한학에 밝아 한시를 자주 입에 올리는 김 총장이지만, 대검 간부들은 잘 들어보지 못한 시여서 의아했다. 김 총장은 곧바로 뜻을 풀어줬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김 총장이 읊은 한시는 대만의 저명 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 선생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어 놓은 시. 중국 농민들 사이에 불리던 옛 농요를 가다듬은 시다. 김 총장은 이 시를 소개하며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지만 농사에는 비가 와야 하고 게다가 뽕잎 따는 아가씨는 구름이 껴야 얼굴이 타지 않는다”며 “하나의 하늘을 두고 이렇듯 요구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각자 자기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다. 그게 사람이고 인생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11일 주례간부회의 때에는 “달새의 머리는 온통 달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고, 비새의 생각은 온통 다음번 비가 언제쯤 내릴까 하는 것”이라는 인도의 영적 시인 카비르의 시도 인용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총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수사는 엄정하게 하면서도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지금은 증거조작에 따른 비난의 화살이 국가정보원 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증거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항명 파동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다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검찰이 또 흔들릴까 봐 우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학생의 대학 입학 대가로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됐던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54·사진)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대학 야구부 감독이 특기생 선발과 관련해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부탁을 받고 거액을 수수한 건 그 자체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실력을 보고 해당 학생을 선발했다고 해도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는 데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 전 감독은 고려대 야구부 감독이었던 2009년 A고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학생 한 명을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구속 기소됐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된 일부 문서의 위조를 주도한 인물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A 팀장(3급)으로 특정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국정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 씨(61)가 위조해 온 문서 2건을 토대로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4급)가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A 팀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4급)이 김 씨를 만나 “유우성 씨 변호인 측의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A 팀장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씨 변호인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적이 없다”는 허룽(和龍) 시 공안국 직원의 진술이 담긴 동영상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자 A 팀장이 김 과장에게 해결책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김 씨를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김 씨는 김 과장의 부탁을 받고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로 건너가 “유 씨가 허위 싼허(三合)변방검사참 서류를 갖고 다닌다”는 내용의 가짜 ‘신고서’를 만든 혐의다. 그는 이 신고가 접수된 것처럼 꾸며 싼허변방검사참이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을 발급한 것처럼 위조한 뒤 김 과장에게 건넸다. 또 이 영사는 ‘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먼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 영사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동시에 김 씨가 “위조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 과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김 과장이 위조를 요구했다면 사문서 위조 교사 혐의가, 위조 사실을 알고도 이 영사에게 해당 문서를 건넸다면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12일 오후 유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으나 유 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고 돌아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연루된 내란음모 사건 수사기록을 위헌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금지 가처분 사건의 증거로 쓸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정당해산심판 사건에 대한 3차 변론을 열고 “헌재가 내란음모 사건 등의 형사기록을 관련 기관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결정은 위법하지 않다”며 통진당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통진당은 “RO(혁명조직) 사건 등 형이 확정되지 않은 수사 및 재판 기록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헌법재판 과정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헌재는 이날 “수원지검이 내란음모 사건 수사기록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기록 중 어느 부분을 증거로 채택할지는 앞으로 증거조사 과정에서 결정된다. 이날 법무부와 통진당은 내란음모 사건을 정당해산 사유로 삼아도 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법무부 측은 “RO의 비밀 회합에 참석한 130명 중 신원이 확인된 92명이 통진당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RO 활동은 통진당의 기본 노선에 따른 것이므로 당의 활동으로 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진당 측은 “RO 활동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 재판 절차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다음 달 1일 4차 변론 때부터 증거조사를 진행해 법무부가 제출한 증거 중 약 500개에 대한 적법성을 조사하고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는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할 증거로 통진당과 민주노동당의 내부 자료와 판결문 등을 제출한 상태다. 통진당 측이 ‘해당 문서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당 차원에서 작성된 게 아니다’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0일 오후 국가정보원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되자 이를 미처 몰랐던 국정원 직원들은 “1년도 안 돼 또 한 번 굴욕을 당했다”며 침통해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국정원 대공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명색이 국가 최고정보기관인데도 지난해 4월 30일 대선 및 정치 개입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뒤 11개월 만에 똑같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2005년 8월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로는 세 번째다. 국정원은 9일 오후 증거 조작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압수수색을 받는 신세가 됐다.○ ‘1호 간첩사건’으로 압수수색 당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기소된 국정원의 ‘1호 간첩사건’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사건이 됐다. 검찰 수사팀은 7일 팀이 구성되자마자 우선적으로 국정원 압수수색을 검토해왔다. 수사대상이 국정원인 데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검찰이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요청한 사법공조는 답을 얻기가 요원해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윤갑근 팀장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고 싶은데 국정원이 관련돼 있고 중국과의 외교 문제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의 조선족 협조자 김모 씨가 “문서 위조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목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이 크게 엇갈렸다. 수사팀은 더이상 관련자들의 ‘입’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수사팀은 증거 조작 의혹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들이 누군지 밝히려면 강제수사 방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일요일인 9일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김진태 검찰총장은 수사팀에 “국민적 의혹이 한 점도 남지 않도록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정원, 압수수색 예상 못해 국정원 내 대부분의 직원들은 10일 오후 늦게까지도 검찰이 압수수색을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공수사팀은 압수수색 시작 20여 분 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국정원 내에서는 “지난해에는 선거 개입 의혹, 이번엔 증거 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니 개탄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국정원 직원들이 대부분 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상황에서 누가 증거 조작에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이번 사건에 국정원 지휘라인의 어느 선까지 연루됐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줄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최예나 yena@donga.com·장관석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측 협조자인 조선족 김모 씨(61)의 오랜 ‘파트너’인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팀이 이르면 10일 김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하는 것도 결국은 김 과장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블랙요원 김 씨와 10년간 협조관계 김 과장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블랙요원’(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요원)으로 일했던 인물. 김 과장은 10여 년 전 중국 연수 시절 김 씨와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그 뒤 중요 정보원으로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김 과장의 존재가 드러난 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수사팀도 몰랐던 인물이었다. 국정원은 블랙요원인 김 과장의 존재를 자체 진상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고, 먼저 소환됐던 국정원 소속 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도 김 과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씨가 3, 4일에 2, 3차 소환조사를 받으며 김 과장의 존재를 진술했다. 수사팀은 곧바로 김 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했다. 김 과장은 이 영사처럼 공식 직함을 갖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화이트요원’과는 달리 물밑 정보 수집을 위해 활동했다. 김 과장은 신분을 숨기려 현지에서 사업가로 일해 ‘김 사장’으로 불렸다. 몇 년 전 한국에 돌아온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김 씨에게 “유우성 측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문서를 가져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신뢰 관계 덕분에 김 과장은 김 씨가 지난해 12월 “싼허(三合)변방검사참(세관)에서 발급받았다”며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문서를 넘겼을 때 진위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조문서’ 때문에 관계 틀어져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건 지난달이었다. 지난달 23일 한국에 온 김 씨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민원실에서 발급한 ‘출입경 기록 확인서’를 김 과장에게 건넸다. 옌볜 공안국은 변호인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곳. 김 씨가 가져온 옌볜 공안국 문서는 검찰 측에 유리한 증거였다. 하지만 14일 변호인 측이 증거조작 의혹 기자회견을 한 뒤여서 김 과장은 미심쩍어 했고 “중국에서 공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변명을 하던 김 씨는 결국 위조 사실을 털어놨다. 김 과장은 이 문서에 대한 대가(1000만 원)를 주지 않았다. 수사팀은 우선 김 씨를 구속한 뒤 두 사람의 관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김 씨와 김 과장 간 통화 및 금전 거래 내용을 살펴보고,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대질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 김 씨는 “김 과장의 지시를 받고 문서를 입수했고 그도 위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에 김 과장은 “내가 김 씨에게 위조를 지시했다면 2월에 갖고 온 문서에 대한 대가를 왜 안 줬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김 씨에게 속았다”며 분개하고 있으며 김 씨와의 대질조사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그동안 문서 위조 의혹 등을 정면으로 부인해오던 국정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