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4급)의 협조자였던 중국 국적 조선족 김모 씨(61)에게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첫 구속영장 청구다. 검찰은 김 씨에게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외에 모해증거인멸 혐의도 적용했다. 모해증거인멸죄는 피고인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관련 증거를 위조하거나 인멸했을 때 적용하는 법조항으로 법정 최고형(징역 10년)이 위조사문서 행사죄보다 두 배나 높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뒤에 결정된다.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김 씨로부터 “지난해 9월 현수가 연락이 와서 만났다. 현수가 ‘도장 하나 파서 달라’고 해서 파다 준 것밖에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현수’는 ‘블랙요원’인 김 과장이 김 씨를 접촉했을 때 쓴 위장용 가명이다. 검찰은 김 과장이 김 씨에게 “유우성(본명 류자강) 씨 측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문서 위조까지 요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과장이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됐다고 회신해온 문서 3건에 모두 관여한 사실도 파악했다. 김 씨는 “나는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 위조에만 관여했지만 김 과장은 다른 문서 2건 입수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문서 2건은 허룽(和龍) 시 공안국이 발급한 유 씨에 대한 ‘출입경 기록 조회 결과’와 발급 사실을 확인한 ‘사실조회서’다. 이 2건은 김 과장이 또 다른 조선족 협조자 A 씨에게 부탁해 구해 왔다.
검찰은 김 과장을 증거조작 의혹 사건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김 과장은 2012년 10월 국정원이 유 씨를 내사하기 시작할 때부터 대공수사국 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팀 소속이었다. 지난해 8월 유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시작되자 이모 팀장(3급)은 김 과장에게 해결책 모색을 지시했고, 김 과장은 문서 입수에 나섰다.
검찰은 조만간 김 과장을 다시 불러 증거조작 의혹에 연루된 대공수사국 지휘라인을 역추적할 방침이다. 지휘라인은 ‘김 과장→이모 팀장→B 단장→이모 국장’으로 특정됐다.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4급)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팀은 아니었지만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에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팀장의 지시를 받고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영사에 대해 허위 ‘영사확인서’를 만든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과장과 김 씨는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김 씨는 검찰에서 “2000년대 초반 경찰청 외사과와 국정원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과장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 씨는 김 과장 부부가 중국 여행을 할 때 안내 역할을 해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