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金씨 압박해 ‘블랙 金사장’ 입 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檢, 자살 기도 金씨 사전영장 검토

검찰이 국가정보원 측 협조자인 조선족 김모 씨(61)의 오랜 ‘파트너’인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팀이 이르면 10일 김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하는 것도 결국은 김 과장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 블랙요원 김 씨와 10년간 협조관계

김 과장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블랙요원’(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요원)으로 일했던 인물. 김 과장은 10여 년 전 중국 연수 시절 김 씨와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그 뒤 중요 정보원으로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김 과장의 존재가 드러난 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수사팀도 몰랐던 인물이었다. 국정원은 블랙요원인 김 과장의 존재를 자체 진상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고, 먼저 소환됐던 국정원 소속 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도 김 과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씨가 3, 4일에 2, 3차 소환조사를 받으며 김 과장의 존재를 진술했다. 수사팀은 곧바로 김 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했다.

김 과장은 이 영사처럼 공식 직함을 갖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화이트요원’과는 달리 물밑 정보 수집을 위해 활동했다. 김 과장은 신분을 숨기려 현지에서 사업가로 일해 ‘김 사장’으로 불렸다. 몇 년 전 한국에 돌아온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김 씨에게 “유우성 측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문서를 가져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신뢰 관계 덕분에 김 과장은 김 씨가 지난해 12월 “싼허(三合)변방검사참(세관)에서 발급받았다”며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문서를 넘겼을 때 진위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 ‘위조문서’ 때문에 관계 틀어져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건 지난달이었다. 지난달 23일 한국에 온 김 씨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민원실에서 발급한 ‘출입경 기록 확인서’를 김 과장에게 건넸다. 옌볜 공안국은 변호인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곳. 김 씨가 가져온 옌볜 공안국 문서는 검찰 측에 유리한 증거였다. 하지만 14일 변호인 측이 증거조작 의혹 기자회견을 한 뒤여서 김 과장은 미심쩍어 했고 “중국에서 공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변명을 하던 김 씨는 결국 위조 사실을 털어놨다. 김 과장은 이 문서에 대한 대가(1000만 원)를 주지 않았다.

수사팀은 우선 김 씨를 구속한 뒤 두 사람의 관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김 씨와 김 과장 간 통화 및 금전 거래 내용을 살펴보고,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대질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 김 씨는 “김 과장의 지시를 받고 문서를 입수했고 그도 위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에 김 과장은 “내가 김 씨에게 위조를 지시했다면 2월에 갖고 온 문서에 대한 대가를 왜 안 줬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김 씨에게 속았다”며 분개하고 있으며 김 씨와의 대질조사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그동안 문서 위조 의혹 등을 정면으로 부인해오던 국정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간첩사건 증거조작#국가정보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