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노역’ 닷새만에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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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논란 일자 “중대 사유” 석방… 許, 이미 30억 감면받아 벌금 224억
“재산 없지만 벌금 내도록 노력”

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장 유치를 중단하고 남은 벌금 224억 원을 강제 집행하기로 했다. ‘일당 5억 원’ 노역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인 26일 오후 9시 57분 허 전 회장은 광주교도소에서 석방됐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부장 강경필 검사장)는 이날 “노역장에 유치된 수형자에 대해 검찰이 형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고 광주지검은 허 전 회장을 일단 석방한 뒤 은닉 재산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의 형 집행정지 사유에 대해 형사소송법 471조의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를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외국(뉴질랜드)과 사법절차 공조를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중대 사유라고 봤다”며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현재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돼 별도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출국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찰이 처음부터 벌금 강제 집행에 나서지 않고 노역장에 유치한 것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이미 5일간의 노역장 유치로 25억 원, 최초 긴급체포 당시 1일 구금으로 5억 원 등 30억 원의 벌금을 감면받은 상태다. 실제 노역을 한 날은 주말을 빼고 사흘뿐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이날 허 전 회장을 석방하기에 앞서 벌금을 자진 납부할 뜻이 있는지, 국내외에 은닉한 재산이 있는지 조사했다. 허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금은 가진 돈이 없고, 내 명의로 돼 있는 재산도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벌금을 납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환형유치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할 때 하루 감경액의 기준을 정해 판사의 재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서울중앙지법이 내놓은 권고안 중 벌금을 액수에 따라 구간을 정한 뒤 노역의 최소·최대 일수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벌금 액수가 5억∼10억 원이면 노역 일수를 100∼300일에서 정하는 식이다. 대법원은 28일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지역법관(향판·鄕判)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봐주기 비난을 받고 있는 허 전 회장 판결에 관여한 판사들이 대부분 향판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허재호#노역중단#화제 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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